moon0932023-01-16 21:00:02
한국 뮤지컬영화 추천 인생은 아름다워
국내최초 주크박스 영화
뮤지컬 영화 좋아하시나요?! 보통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라라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
근데 보통 외국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이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한국의 뮤지컬 영화가 이거지? 라며 떠오르게 되실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결말 살펴볼게요~
.jpg)
.jpg)
.jpg)
.jpg)
.jpg)
.jpg)
.jpg)
Relative contents
-
- 11월 3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독특한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데시벨>의 개봉부터
22년 만에 리메이크가 되는 <동감>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데시벨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10분
감독: 황인호
출연: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등
개봉: 2022.11.16
배급: 마인드마크줄거리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관전 포인트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화 <데시벨>은 대규모 로케이션과
현실감 넘치는 생생한 사운드 효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아 관객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시네마틱
스펙터클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감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한국 | 114분
감독: 서은영
출연: 여진구, 조이현 등
개봉: 2022.11.16
배급: CJ CGV줄거리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관전 포인트
배우 유지태와 김하늘이 주연을 맡았던 로맨스 <동감>을 22년 만에 리메이크하여 완전히
새로워진 감성을 선보인다. 청춘의 풋풋한 매력과 아련한 감성을 선사하여 설렘과 공감을
자극할 예정이다.
폴: 600미터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영국, 미국 | 107분
감독: 스콧 민배우: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등
개봉: 2022.11.16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줄거리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m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관전 포인트
작가 스티븐 킹이 극찬 리뷰를 남겨 화제를 모은 작품 <폴: 600미터>는 <47미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제작진이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 시켜 높은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산 리덕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51분
감독: 김한민배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개봉: 2022.11.1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줄거리
1592년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운명을 건 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전투에 임했던
이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관전 포인트
기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21분 15초 추가된 감독 확장판 버전인 <한산 리덕스>.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와 거북선의 활약 등 숨겨진 명장면을 추가하여 한층 깊어진
이야기와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심야카페: 미씽 허니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한국 | 103분
감독: 정윤수배우: 채서진, 이이경, 신주환 등
개봉: 2022.11.17
배급: (주)영화특별시SMC줄거리
결혼식 당일 사라진 연인을 찾아 나선 윤이 밤 12시부터 해 뜰 때까지 문을 여는 시공간이 초월된
‘심야카페’에 초대되며 펼쳐지는 로맨틱 판타지.
관전 포인트
2020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시즌 3까지 국내와 글로벌 히트를 이어오고 있는 웹드라마 <심야
카페>의 극장판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시공 초월 세계를 스크린으로 담아낸 영화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출한 정윤수 감독이 12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파이어버드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에스토니아, 영국 | 107분
감독: 피터 리베인
배우: 톰 프라이어, 올렉 자고로드니 등
개봉: 2022.11.17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모든 게 금지된 냉전 시대, 젊은 군인 ‘세르게이’와 전투기 조종사 ‘로만’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퀴어
로맨스 영화.
관전 포인트
영화는 러시아 배우 세르게이 페티소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톰
프라이어는 주연뿐만 아니라 각본, 제작에도 참여를 하며 화제를 모았다.
OTT 공개 영화
크리스마스 스피릿
ⓒ Apple TV+
개요: 뮤지컬 | 미국 |
감독: 숀 앤더스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윌 페럴 등
공개: 2022.11.18
스트리밍: Apple TV+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들을 만나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
관전 포인트
찰스 디킨스의 고전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해석한 작품 중 최초로 유령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알라딘> OST에 참여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콤비가 OST를 작곡했으며,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클로에 아놀드가 안무를 맡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
- 연애 감정과 양말 한 짝은 잃어버리는 것
첫 번째 키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결혼에도 해피엔딩이 있을까. 사랑해서 한 결혼은 늘 각기 다른 이유로 장애물에 부딪힌다. TV 프로그램 속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을 볼 때면 저들은 저렇게 안 맞는데, 어떻게 함께 살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같이 사는 것이 그토록 괴롭다면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낫다라는 미혼다운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첫 번째 키스>에는 대화가 없는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없고 숨 막히도록 무미건조한 부부. 그런데 이혼 서류를 들고 나간 날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생을 마감하고 만다. 남편 카게루를 하루아침에 잃은 아내 칸나는 혼자가 된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해 나간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터널을 지나게 되고, 거짓말처럼 15년 전 남편을 처음 만났던 시절에 당도한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었기에 칸나는 싱숭생숭한 와중에도 어떻게 해야 미래의 카게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몇 번씩 터널을 오가면서 서로의 첫 만남을 리셋하고 감정을 쌓아간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갖은 수를 써도 소용이 없자 칸나는 자신과의 인연 자체가 시작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15년이나 어린, 과거 속 남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지만 결국 카게루는 칸나가 미래에서 왔고 둘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된다.
결혼은 희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카케루와 칸나 사이에 대화가 끊기기 시작한 것은 그가 꿈을 포기하고 아내와의 안정적인 삶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러한 경위를 깨달은 칸나는 더더욱 그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좀 달랐을까라고 삶을 돌아본다.
가까울수록 정작 필요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하거나, 모든 건 다 우리를 위한 거라 치부하며 참고 견디는 나날의 연속이다. 쌓이는 오해와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쓸 겨를이 없다. 서로가 너무 달라서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만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다수의 부부는 왜 수건을 구겨서 걸어 놓을까, 치약을 왜 중간에서부터 짤까 등 사소한 단점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있다. 영화 속 칸나의 말처럼 결혼하면 해상도가 올라간다. 콩깍지는 벗겨지고 4K로 안 좋은 점을 보게 된다. 카게루는 둘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동일하게 택한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칸나와의 결혼 생활이다. 대화 없이 차가운 공기만 오가던 부부가 아니라 각각 빵과 밥 다른 메뉴를 먹으면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든다.
그렇게 영화의 엔딩에서는 건조함 대신 사람 냄새 나는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집안이 스크린을 채운다.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톡톡히 잘 활용해 낸 것이다. 이따금 지나간 연인이 그립고 놓친 기회에 애달파하며 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건 과연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스스로 가늠해 본다. 그렇게 혼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다시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드는 일이라 원하지 않는다 싶다가도 놓친 인연, 설렜던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속는 셈치고 한번쯤 뛰어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니까.
-
- 정이서의 페이스
<헤어질 결심>(2022, 박찬욱)
<사막의 왕>(2022)
<그녀의 취미생활>(2023, 하명미)
<살인자ㅇ난감>(2024)
* 위 작품들의 장면과 결말 포함.
3주 내리 <헤어질 결심>을 보러 극장으로 향하던 2022년, 나는 예감했다. 배우 정이서를 좋아하게 되리란 것을. 영화 속 하고많은 신스틸러 중 가장 눈에 밟혔던 이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망설임 없이 ‘일하는 경찰 미지’, 정이서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는 입체적일 필요가 없는 기능적 조연이었다. 고경표처럼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어필하지도 않았고, 김신영처럼 배우 자신의 이미지를 인물에게 그대로 덧씌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미지의 개성은 톡톡히 빛났다. 정이서는 작품이 인물에게 부여한 테두리를 철저히 지켰다. 테두리를 철저히 지키는 자, 그게 미지다. 눈치 빠르고 칼 같이 선을 긋고 제 할 일을 다하며 불쾌를 숨기지 않는. 능숙하게 일하는 제스처, 찰나의 눈빛, 독특한 효과음만으로 캐릭터가 파악되었다. 미지처럼 야무진 연기였다. 자잘한 디테일이 살아 있었는데, 그 가장자리가 깔끔했다.
<헤어질 결심>은 서래와 해준의 이야기다. 주변 인물들의 사연에 관심이 없는 영화 속에서, 미지는 사연 따위 없어서 더 매력적이었다. 화면을 벗어난 그에게는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화면에 잡히면, 해준을 뚫어져라 보면서도 곁눈질로 미지의 움직임을 붙들게 되는 것이었다. ‘오늘도 일하는 미지’ 초단편 외전 같은 것을 슬며시 그려보며, 스크린 속 정이서를 향한 갈망을 느꼈다. 유사하거나 색다른 톤의 조연도 고팠고, 제 1화자가 되어 내면을 모조리 꺼내는 역할을 맡아줬으면 싶기도 했다.
그해 공개된 리미티드 시리즈 <사막의 왕>은 그 갈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었다. 정이서의 넘치는 재치를 비격식적이고 입체적인 모양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상한 회사에 떨어진 ‘앨리스’ '이서'. 그는 시청자가 픽션의 세계에 입장하도록 돕는 평범한 화자다. 면접관의 질문에 허허 웃으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라고 답했기에 회사에 최종으로 합격했다. 멍하고 느린 표현법은 뒤에서 다룰 <그녀의 취미생활> 초반의 정인과 닮은 데가 있으나, 그 기반이 다르다. 정인은 살아남기 위해 연기로 무장했다. '이서'는 특수한 상황에 던져졌고, 진심으로 얼떨떨해 하는 중이다.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다. 회사를 다니는 내내, 물음표는 크기를 달리하며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서'는 연기를 잘 못하는 이다. ‘척’을 하면 다 티가 나고, 속마음도 대부분 읽힌다. 그것이 장면의 재미다. 알아들은 척 하는 함박웃음, 신나 날뛰는 실루엣. 은은하게 배어 있는 사투리가 맛깔나는 말투를 완성한다. 이름도 비슷한 ‘이서’는 작가가 점찍어 두고 쓰기라도 한 듯 정이서와 어울리는 캐릭터다.
납득하기 힘든 일을 반복하던 '이서'는, 팀장에게 언어폭력 섞인 질책을 듣는다. 그 순간 정이서의 신체 표현이 압권이다.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내 잘못인 것 같고, 억울한데 까닭을 모르겠고,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데 내 의지로는 불가능하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 안 나오는’ 상태. 머리 꼭대기부터 혀, 발끝까지 얼어서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움츠러들어 쭈뼛거린다. 정이서는 <사막의 왕>이 다크코미디임을 잊지 않는다. 속내를 겉으로 다 드러내면서도 감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연기는 지양한다. 그 덕에, 월급 액수를 보고 필터없는 감탄사를 토하며 기뻐하는 씬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쯤 ‘이서’의 인물됨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그는 ‘세계’에 혼입되어 안주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의미없는 일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없음’의 정체를 깨달았다면, 참을 수 없다. 태도가 달라지니, 진정으로 정인이 겹쳐 보였다. 북받치는 분노와 모멸감을 다 터트리는 대신 꾹꾹 누르며 표출한다. 그의 결심이 ‘순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서'가 “사막”을 밟고 당당하게 오피스를 퇴장하며 1화가 끝나고, 각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이서는 작품의 장르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야 한다면, 연기 톤을 바꾸어 장르를 뒤집어 놓는 데에 한몫을 한다.
<사막의 왕>은 원톱 주인공을 둔 장편 시리즈보단 리미티드 연작에 가깝다. 라스트 에피소드에서 대놓고 말해주듯- (대부분) 돈을 둘러싸고 갈등하다 언젠가 엇갈렸던 자들의 이야기다. 개중 가장 평범해 보였던 ‘이서’는, 돈을 버린 자이기에 특별했다. 그는 3화의 엔딩 무렵 자그마한 회오리를 몰고 재등장한다. 쫓아오는 엄마를 피해 낯선 차에 덥석 올라 고개를 한껏 숙이고 ‘빨리 출발하라’고 하는 이 인간을 어찌할 것이냐. 그 다급함은 진심인 것을. 그의 꽁트 같은 끼어듦과 이후의 능청스러운 태도는 서은과 해일 사이 흐르던 불안한 코미디의 기운에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얼떨결에 ‘강원도로 일출을 보러 가는 핵가족’의 그림을 구성하게 된 젊은이 둘과 어린이 하나. 그 기이한 동행을 마지막으로 셋 모두 카메라에서 벗어난다. 어쩌면 서은과 닮아 있는 ‘이서’의 눈빛을 보며, 이번엔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사막의 왕>을 통해 정이서의 꾸밈없고 다채로운 표정들을 목격했고, 거대한 가능성을 확신했다.
<사막의 왕>(2022)
이듬해, <그녀의 취미생활> 포스터를 본 나는 곧 극장으로 가야만 함을 깨달았다. 저리도 사연 많아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니. 본격적으로 좋아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 "<그녀의 취미생활>은 인물을 한계까지 몰아가 폭발을 유도해 관객을 빠르고 시원하게 만족시키지 않는다. 정인이 제 페이스대로, 즐기고,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고,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하도록 돕는다." 당시 리뷰에 적었던 내용을 옮겼다. 정이서는 서두르거나 과시하지 않았다. 작품에 어울리는 저만의 페이스(face/pace)를 찾아 신중하게 자리 잡았다. 드라마틱한 ‘각성’ 연기가 요구되었다면 그또한 가능했을 터이나, 정인에게 안 맞는 옷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작품과 배우는 클리셰의 울타리에서 탈출했다.
오프닝은 정인의 뒷모습이다.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곧 땅으로 꺼지기라도 할 것처럼 터덜터덜 밤길을 걷는다. 몸의 피로와 더불어 과거와 생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걷는 방법을 고민해 결정한 최선의 결과물이라기보단 체화한 인물이 자연스레 발현된 걸음걸이일 테다. 정인에게 실려 있던 그늘의 무게는 날이 밝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일상적인 질책과 조롱에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반응하거나 들릴 듯 말 듯 ‘에’라고 답하는 정도로 존재감을 지우며 살아남았다. 조용해 보이는 그의 내면엔 톡 건드리면 터질 듯한 울분이 있고, 커다란 가위를 옆에 두고 선잠을 자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만큼의 불안과 공포가 있다. 그 원인은 그가 위치하는 공간과, 그곳을 채운 특정한 타인들이다.
홀로 풀숲에 숨거나 사람들 가운데 섞여 말없이 관찰하는 정인, 그의 응시는 자체로 그의 언어다. 흐엉에게 달라붙는 재순을 정인은 먼발치에서 노려본다. 입을 꾹 다물고 눈에 힘을 준다. 목표물에게 효과적으로 가닿는 감시와 경고의 응시다. 창수는 어떤가, ‘응시하지 못함’에 가깝다. 산속에서 그를 마주치자 정인은 필요 이상으로 놀란다. 상대가 몸을 기울이거나 손을 들 때마다 소스라치고, 극도로 움츠러들어 겨우 견딘다. 다음, 그다음 조우에서도 그렇다. 불투명한 창문을 사이에 두고도 고개를 똑바로 들지 못하고, 입보다 눈물샘이 먼저 열린다. 창수는 정인의 숨을 틀어막고 피를 굳히는 인간이라고, 정이서가 말해주고 있었다. 관객은 정인의 수많은 사연 중 하나가 거기 얽혀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혜정에겐 자꾸 시선이 간다. 상대가 알아챘으면 하는 마음으로 훔쳐보는 듯하다.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자꾸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건 매한가지이나, 창수에게 보이던 두려움 대신 조심스러운 호의와 관심이 감지된다. 만남 후엔 여운을 돌이킨다. 순수한 호기심과 동경, 그리고 앞으로 풍부한 정서들로 채워질 빈칸이 느껴진다. 영영 벗어난 줄 알았던 고향에 붙들린 정인에게 혜정은, 지긋지긋한 공간에 신선한 공기를 끌고 온 존재다. 웃는 둥 마는 둥, 긍정을 하는 둥 마는 둥. 그건 익숙한 가면이다. 느릿하고 분명한 말투, 배시시 흩어지는 미소는 정인의 캐릭터다. 혜정과 함께 생계 외 삶에 있는 즐거움을 경험하며 정인의 얼굴에선 점점 그늘과 주저가 걷힌다.
작품은 종종 혜정의 대사로 정인을 묘사한다. “다 알고 있는” 사람,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 혜정은 정인을 구하는 자 보다는 정인이 스스로를 구하도록 돕는 자다. 정인은 원래 품고 있던 강함을 꺼내는 법을 배운다. 혜정과 가까워지기 전 시작된 첫 번째 ‘행동’은 충동적이지만 계획적이기도 했다. 가위를 툭 떨어뜨리는 차분한 손놀림, 서늘하게 다물린 입과 내리깔린 눈꺼풀. 후에 일련의 복수를 실행하고 참을성 있게 지켜볼 때도 유지되는 온도다. 느닷없이 내려앉은 온도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나 전남편 광재를 대하며, 정인은 무표정 아래 켜켜이 쌓인 응어리 사이로 차가운 혐오를 언뜻 내비치곤 했다.
정인의 응어리는 원인을 제공한 대상과 직접적으로 부딪히며 뜨겁게 터지기도 한다. 부녀회장이 집에 찾아왔을 때, 한계에 다다른 정인은 불덩이를 내뿜는다. 정이서는 인위적으로 발산하려 애쓰기보단, 최대한으로 눌러담아 저절로 폭발하도록 유도한다. 이후 정인은, 다시는 그렇게 터져 버리지 않는다. 창수와의 독대에서 다시금 분노를 표출하나, 이번 덩어리는 서릿발 같다. 오래된 가해자를 내려다보며 열 여섯 살에 느꼈던 그대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수 년 동안 압축된 무게를 얹어서. 모조리 쏟아내는 대신 저쪽이 알아들을 만큼만, 눈물이 흐르고 몸이 떨려도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로. 그것은 상대를 겨냥한 독백, 복수의 마무리였다. 이와 같이 복수의 단계들은 대개 차갑고, 한 치의 어긋남이나 망설임도 없는 움직임은 우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는 필연적이다. 혜정이 재순을 ‘실종’되게 만든 것이 그러했듯, 정인이 광재에게 독을 먹이고 총을 쏘는 행위는 적극적인 자기방어다. 작품과 정이서는 그역시 놓치지 않았다.
정인처럼 절제의 미학을 체화한 영화, ‘광재의 최후’는 그것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정인은 공격적으로 죄다 발산하는 대신, 뿌리깊은 분노와 삶을 되찾으려는 의지를 총 끝에 단단히 드리운다. 광재는 엉망으로 망가지기보단, 그저 늘어져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된다. 정이서와 우지현, 대단한 집중력을 지닌 두 배우가 곤조 있는 연출과 만나 완성한 씬이다. 주연 배우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늠해보(지조차 못하)게 하는 작품- 우지현에게 <더스트맨>이 있다면 정이서에게는 <그녀의 취미생활>이 있다. 정이서는 능히 홀로 극을 이끌며 상대 배우와 화면을 나누거나 포커스를 적절히 넘겨주기도 했다. 거세게 덮쳐오는 파도가 되기도, 고요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흩어지는 물결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취미생활>(2023)
싱그럽다. 티없이 활짝 웃는 정인을 보니 그 표현이 절로 적혔다. 비슷하게 씩 웃는데, 선여옥은 징그럽다. 한 번 더 우지현과 나란히 두어 보자. 우지현이 <그녀의 취미생활>을 통해 해냈듯, 정이서는 <살인자ㅇ난감>으로 ‘빌런력’을 증명한다. 빗물과 핏물로 범벅이 된 골목, 원피스를 입고 부드럽게 안내견을 이끄는 선여옥의 목소리는 이질적이다.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입체적이라기보단 반전을 숨긴 인물, 그의 꿍꿍이가 드러나며 정이서가 보였다. 출연진을 훑어보지 않고 시청한 내게 있어서는, 하상민의 첫등장과 더불어 일종의 서프라이즈적 모먼트였다. 선여옥은 단순히 이기적인 것을 넘어 선악에 무관심하다. 제 욕망에만 충실하며 타인을 도구삼는다. 뻔뻔하고 염치없고 눈치는 있다. 괜찮은 사람인 척할 생각도 없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 정이서 특유의 미소는 음흉하게 발현된다. 딜리셔스하고 분명한 말투는 주인공과 시청자의 신경을 긁는 방향으로 던져진다. 문장을 새되고 짧게 끊어 뱉으며 분리된 음절을 효과음처럼 사용하는 정이서. 다른 인물이었다면 매력포인트로 작용했을 디테일은 선여옥과 만나 비호감의 요소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기생충>에서 거리를 두고 화면을 공유했던 최우식과의 재회다. 최근 정이서의 필모그래피에서 ‘피자 사장’을 발견한 후 해당 클립을 검색했고, ‘아!’하고 감탄사를 뱉었다. 그게 당신이었구나. 여러 해가 지난 현재, 밀접한 긴장감을 주고받으며 훌륭한 다이내믹을 형성하는 두 배우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
“작년 여름쯤 나는 배우로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나의 이상과 실제 내 그릇의 차이가 크게 느껴져 몹시 불안했다. 그럴 때 <그녀의 취미생활>이 내게 왔다. 정인으로 사는 동안 인식의 전환을 하게 됐다. 이렇게 한 인물에게 집중하다 보면 느릴지언정 조금씩 나갈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 작품이 정말 소중하다.” - 정이서, [씨네21]
세 해에 걸쳐 있는 네 작품을 다루며 정이서의 일부를 담아보려고 시도했다. 정이서는 천연덕스럽고 능숙하다. 바른 중심 주위로 자잘한 디테일을 자아내, 군더더기 없는 짜임으로 완성한다. 모호하게 머물러야 한다면 그렇게 하며, 그 얼굴에 관객의 시선이 머무르게 한다. 이해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배우인 그는, 매번 작품의 결을 찾아내 적절하게 녹아들거나 성공적으로 엇갈렸다. 그 개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정 반대의 모습을 꺼내며 손끝에서 빠져나갔다. 그 잠재력을 엿보았다고 여기자마자, 아직 보지 못한 깊이가 어마어마함을 깨닫게 했다. 흰 원피스와 장총이 각각 또 함께 어울리는 정이서. 그는 마치 정인처럼, 자신의 페이스대로 신중하게, 범상치 않은 걸음을 떼는 배우다.
-
- 지나치게 정직했던 뮤지컬의 영화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와 가족의 품을 떠나 일제와의 전투에 나선 대한제국 의병대장 ‘안중근(정성화)'. 몇 차례의 전투에서 패전을 맛본 후 그는 다른 동지들과 한가지 맹세를 한다.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3년 이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결의한 것.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안중근은 오랜 동지 ‘우덕순(조재윤)', 명사수 ‘조도선(배정남)', 독립군 막내 ‘유동하(이현우)', 독립군을 보살피는 동지 ‘마진주(박진주)'를 만나 이토를 죽일 거사를 획책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안중근은 이토에게 접근한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김고은)'로부터 이토가 하얼빈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는 첩보를 입수한다. 1909년 10월 26일,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긴 안중근은 이토를 사살하는 데 성공하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일본 법정에 선다.
<영웅>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아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본래 2019년에 촬영 후 2020년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개봉이 연기되었고, 3년 만인 2022년 12월에 마침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근본적으로 원작이 있는 영화는 언제나 같은 시험에 빠진다. 영화의 작법과 다른 예술의 작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면 욕심이 너무 과해지고, 영화로 재해석된 결과물로 인해 원작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원작을 의식하면 그저 아류작에 불과해진다. 원작의 가치는 느껴질지 몰라도 굳이 영화로 만든 이유를 알 수 없다. JK 필름에서 제작한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후자에 부합하는 영화다. 가지고 있는 장단점 모두 원작 뮤지컬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라는 매체로 극을 옮기는 과정에서 붉어진 문제점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영웅>은 클리셰를 남발하고 수많은 웃음과 눈물 포인트를 삽입하는 JK 필름의 익숙한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시아주의자 안중근을 조명하는 입체성
<영웅>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안중근의 의거가 목표한 바와 배경, 그리고 의의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목적에 충실하다. 예를 들어 그가 의병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으며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 군사 작전의 일환이었음을 강조한다. 특히 이 작전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게 눈에 띈다. 흔히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투사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의거는 의외로 더 큰 목적을 지닌 작전이었다. 안중근은 단순히 조선의 독립을 바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협력을 희망하는 아시아주의자였다. 그는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한중일 3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협력하여 동양의 평화를 일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마치 지금의 유럽 연합과 비슷한 형태의 공동체를 이루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의 존재감 덕분에 '아시아주의'라는 이상을 둘러싼 두 인물의 사상적 대립은 더욱 부각된다. 이토가 부르는 넘버 '출정식'과 안중근이 노래하는 '동양평화'의 대조가 단적인 예시다. 이토는 하얼빈 시찰이 "극동의 평화와 문명을 여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라면서 "평생을 바쳐왔던 꿈 아시아는 낙후되었다. 아시아는 위태롭다. 막강한 일본을 만들어 아시아를 통일하는 것. 그것이 나의 꿈, 대동아공영!"이라고 노래한다. (비록 '대동아공영'이라는 표어 자체는 태평양 전쟁 당시부터 사용되었지만) 이는 일본이 아시아를 무력으로 통합하여 서구 열강에 대적해야 한다는 제국주의자 이토의 사고를 잘 보여준다.
반면에 안중근은 "서로서로 인정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게 바로 동양 평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지혜"라고 읊조린다. 현실에서 아시아주의를 실천하는 것만이 한중일 모두의 이익을 위한 길이라고 믿었던 셈이다. 즉, 안중근의 시각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는 진정한 아시아주의를 왜곡해 조선 침략의 수단으로 사용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토는 죽어야만 했다. 조선의 독립은 물론, 진정한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이기에 처단 대상이었다. 이처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길을 걷지 않은 덕분에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는 강력한 당위성과 설득력이 생긴다. 평범한 반일 영화나 평면적인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인이나 일본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본의 일부 제국주의자가 싫다는 안중근의 말은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충분히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뮤지컬과 영화의 차이를 간과한 결정적인 실수
하지만 <영웅>의 장점은 온전히 빛나지 못한다. 뮤지컬의 배경을 확장, 확대하는 데 그친 전반적인 구조와 구성이 <영웅>의 매력을 가리기 때문이다. 거사 직전, 등장인물 모두의 감정선이 고조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안중근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마진주 등 작전에 참여할 인물들은 차례대로 거리에 등장한 후 각자의 심경을 노래한다. 마치 어벤져스처럼 원을 그리며 노래하는 그들 주변에는 수많은 한인이 등장한다. 그렇게 그들은 다 함께 거리를 행진하면서 거사의 성공과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다. 이때 영화의 카메라는 뮤지컬 관객들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의 담아낼 뿐이고, 도시의 거리 역시 뮤지컬 무대 배경이 넓어진 것에 불과하다.
분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다른 시퀀스도 마찬가지다. 오프인 시퀀스인 "단지동맹" 장면이나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영웅" 시퀀스에서도 배경인 설원과 자작나무 숲은 그저 인상적인 배경에 불과하고, 무대장치의 확장일 따름이다. 클라이맥스인 "장부가" 시퀀스도 뮤지컬을 재현하고 카메라에 옮겨 담는 데에만 주력한 영화의 지향점을 재확인시켜준다. 이 대목에서 카메라는 교수대에 올라선 안중근을 그저 정면에서 담아내며, 사형집행을 지켜 보는 이들은 뮤지컬 객석 관객들처럼 느껴진다. 영화 관객들도 뮤지컬 관객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따름이다.
따라서 <영웅>이 원작 뮤지컬 무대를 영상화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영화'로서의 특이점이 없다는 점이다. 넘버의 연속으로 구성된 뮤지컬은 근본적으로 노래마다 응축된 감정이 터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그 지점에 다다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따라서 뮤지컬 영화는 뮤지컬의 한계를 영화적 내러티브 구조나 다른 방식의 장치들을 더해 해결해야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영웅>의 한계점은 명확하다. 어색한 화면분할이나 조악한 추격전, 하얼빈역 전경이나 설원처럼 과장된 CG의 활용 등으로는 이야기 사이 사이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즉, 뮤지컬의 영화화에 실패한 <영웅>은 '뮤지컬' 영화일지언정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장점마저 퇴색시킨 수많은 의문점
결국 <영웅>은 곳곳에서 문제를 노출하며 무너진다. 노래 전후로 시퀀스와 시퀀스, 장면과 장면이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 까닭이다. 안중근과 설희, 동지들의 넘버는 그들의 기개를 보여줄 뿐, 이야기 전개를 위한 디테일을 담지 못한다. 실제로 하얼빈역과 채가구역으로 나누어 작전을 준비하는 것 외에 거사를 위한 계획이나 이토의 눈앞에서 정보를 캐내는 설희의 활약 등은 자세히 묘사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설희가 민비의 죽음 때문에 이토를 향한 원한을 키웠다면, 원한 자체는 노래에 담더라도 이토에게 접근하고 그의 신임을 얻는 과정은 더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하다못해 이토가 당시 일본인들도 비판할 정도로 여색을 밝히는 인물이었다는 점만 언급했어도 설희의 스토리가 더 입체적이고 구체적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대신 영화는 그저 일어날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입장을 취한 채 빈자리를 윤제균 감독 특유의 유머로 채운다.
이에 더해 자기 손으로 자기 장점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영화는 안중근이 조선의 독립보다 더 원대한 이상을 좇게 된 이유를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그가 함경도 지역에서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다가 크게 다치는 장면 이후로 영화의 배경은 블라디보스토크로 전환된다. 이 시점부터 안중근은 거리 연설에서 아시아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이토를 죽이기 위한 작전에 몰두한다. 하지만 다시 등장한 안중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진다. 안중근이 어떻게 동양평화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괴리감을 피할 수 없다. 변화의 연속성을 부각할 수 있는 시퀀스를 중간에 하나 추가하는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이 부족한 결과인 셈이다.
스토리의 한쪽 기둥을 맡고 있는 설희를 다루는 방식도 아쉽다. <영웅>은 안중근과 동지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와 설희가 각기 한 축을 이루는 영화다. 특히 설희의 경우 단독 넘버를 두 개나 가져갈 정도로 주역인 안중근과 이토와 맞먹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런데 그녀가 다른 캐릭터들과 호흡을 맞추지 않는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설희의 비중은 조금 조절되더라도 전개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설희의 비중을 줄이고 안중근의 비중을 좀 더 늘려 주인공의 내면을 더 깊이 묘사하는 게 어떨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빈약한 스토리를 음악과 배우의 열연으로 덮는 것보다는 영화적으로 더 적절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웅>은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은 무대 뮤지컬 같다는 인상을 좀처럼 깨지 못한다.
부족한 디테일이 낳은 신파
이처럼 허술한 만듦새는 끝내 감정의 과잉과 신파로 이어진다. 그래도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신파가 적절히 활용된 듯 보인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항소와 아들의 목숨을 포기하는 어머니의 아픔과 그 결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아들의 고통을 애절한 선율 속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또 지극히 인간적이고 사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아내와의 갈등과 사별은 모든 독립 운동가의 숭고함을 오히려 감정적으로 부각해 준다.
반면에 안중근을 제외한 다른 인물은 대부분 신파를 위해 희생되고 만다. 당장 진주의 오빠인 '마두식(조우진)'의 운명이나 진주와 동하의 로맨스에서는 관객을 울음바다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느껴진다. 앞서 보았듯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디테일이 부족하다 보니 그 허술함을 신파로 대신한다는 인상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면서 정작 신파적 연출이 일관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또 다른 조력자인 우덕순과 조도선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웃음을 위해 단편적으로 활용되고 소비될 뿐 진중하게 조명될 기회를 잡지 못한다. 채가구역에서 거사를 준비하던 이들이 안일하게 작전을 철회하다가 일본군에 체포되는 개그성 장면이 대표적이다. 안중근과 달리 법정에 선 우덕순과 조도선의 모습이 어색할 정도다.
<영웅>의 기술적 성취는 본작의 장단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웅>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시도된 바 없는 촬영 방식이 도입된 영화로 알려졌다. 촬영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녹음 방식을 채택해 70% 이상의 분량을 현장 녹음 버전으로 담아냈다. 이 대목은 뮤지컬을 단순히 촬영했을 뿐인 영화의 본질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가상의 현실감을 살리되, 더 커지고 정제된 형태로 다시 태어난 뮤지컬 영화 <영웅>의 필연적인 장점이자 한계가 고스란히 노래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P(Poor, 형편없음)
뮤지컬 '영화' 대신 '뮤지컬' 영화를 선택한 안일함의 대가.
-
- 김우빈, 이솜, 강유석배우 넷플릭스 제작의 <택배기사> 캐스팅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과 영화 개봉작들의 이벤트 소식과 굿즈 일정을 소개드리는 콘텐츠입니다!
이번 주 영화계 소식을 다 같이 알아보실까요?
1. 넷플릭스 제작 확정 <택배기사> 김우빈, 이솜, 강유석 출연
<택배기사>는 2018년 아시아필름마켓에서 E-IP피칭 어워드를 수상한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입니다.
현재 우리 일상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택배기사'라는 현실적인 존재를 모두의 생존을 책임지는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시킨
독특한 발상으로 주목받았다고 전해지는데요.
<택배기사>의 연출은 <마스터>를 연출했던 조의석 감독이 맡을 예정이며 <마스터>, <스물>, <기술자들>,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등
영화/드라마를 막론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김우빈이전설의 택배기사 5-8을 맡았습니다.
<마스터>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만났던 조의석 감독과 김우빈 배우가 다시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또 한번의 호흡이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오직 택배기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전설적 존재 ‘5-8’을 선망하는 난민 소년 사월은 배우 강유석으로 최종 캐스팅 확정이 됐으며,
사월의 생명의 은인이자 사월을 식구처럼 돌보는 군 정보사 소령 설아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소공녀>, 드라마 <모범택시> 등에 출연했던 이솜 배우가 맡았습니다.
전설적인 택배기사와 택배기사를 꿈꾸는 소년, 그리고 사월을 두고 ‘5-8’과 얽히는 군인 등 기존에 볼 수 었었던 소재와 캐릭터인만큼 기대됩니다.2. 1월 12일 <특송>,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하우스 오브 구찌> 개봉
1월 12일(수) 모처럼 극장가에는 볼만한 작품들이 대거 개봉했습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박소담 원톱주연의 카 체이싱, 오락 액션영화인 <특송>,
그리고 명품 브랜드 구찌의 일가를 다룬 작품 <하우스 오브 구찌>입니다.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어느 작품이 될까요?
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번째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전체 예매율 1위를 탈환하며 기분좋게 시작했습니다.
최근 기분 좋은 소식도 덩달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최근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3관왕을 석권하며
202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다관왕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2.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하우스 오브 구찌> 또한 행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극 중 구찌를 사랑하고 청부살해 의뢰하여 죽인 여인 '파트리치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레이디 가가는 전 세계 유수 시상식 17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여우주연상 등 4개의 수상을 확정해
다가올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3. 영화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입니다.
박소담 배우의 원톱 주연과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카 체이싱 장면과
송새벽, 김의성, 염혜란 등의 다채로운 배우들의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만큼 박스오피스가 순위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3. <드라이브 마이 카> 누적 관객 수 3만 돌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독립·예술영화 부문에서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3만명을 이미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또한 전미비평가협회상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에서 이름을 바꾼 비영어 부문 작품상을 차지했습니다.
그야말로 연일 수상행보를 보이고 있는 엄청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과연 2022 오스카시상식에도 국제장편영화상 메인 후보에 올라 수상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4. 이번 주 (1월 12일~1월 15일) 영화계 이벤트 &굿즈 증정 일정
1월 12일(수)
1월 13일(목)
1월 14일(금)
1월 15일(토)
1월의 둘째 주 영화계 소식과 이벤트(굿즈) 소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
- 나일강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글은 영화 [나일강의 죽음]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페르소나를 앞세우곤 한다.
팀 버튼에겐 조니 뎁이 있었고, 웨스 앤더슨에겐 빌 머레이가.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에겐 로버트 드 니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시행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표지판 같은 페르소나의 얼굴을 보며 손쉽게 감독의 작품이 주는 포인트나 느낌을 알아챌 수 있었다. 문학 작품을 쓰는 작가에게도 자신이 쓰는 책의 사이를 겅중겅중 뛰어넘어 다녀줄 인물이 필요했다. 절대 소멸하지도, 그렇다고 한 작품으로 안녕을 고하지도 않으며, 작가의 작품마다 작가 대신 독자들에게 따스한 인사를 건네줄 인물들. 그렇게 셜록 홈스와 브라운 신부, 그리고 멋들어진 콧수염을 가진 에르퀼 푸아로(참고 1)가 탄생했다.
회색 뇌세포라는 애칭까지 가진 탐정 푸아로는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추리로 열차가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건을 해결했고. 이번엔 나일강 위의 배 한 척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937년에서 오늘로의 큰 걸음을 선택했다.
영화 [나일강의 죽음]은 원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나일강과 이집트의 아름다움은 물론, 갤 가돗의 고전미 넘치는 모습도 함께 담고 있으니. 원작의 내용과 비교해 보며 영화를 보는 재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작과의 싱크로율;거의 제목만 같은 것 같은 이 기분.
사진 출처:다음 영화
원작이 있는 작품의 숙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무엇을 살리고 어디까지 축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제작 과정에서부터 해야 하며,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개봉을 하고 난 뒤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 역작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일강의 죽음]을 두고, 마치 [해리 포터]처럼 원작의 재림을 선택할지. 아니면 [나는 전설이다]처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화를 만들지. 제작진들의 고뇌는 매우 깊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그러나 [나일강의 죽음]은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과 반대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푸아로의 활약을 줄이고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서사 하나씩을 고이 쥐여주는 방법 말이다.나일강을 가로지르는 배 위의 모든 용의자들은 원작에도 없는 자신의 사연을 푸아로 앞에서 털어내기 바쁘며, 이로 인해 추리 영화의 필수 요소인 "떡밥"의 관리가 소홀해져버린다. 교묘하게 연결되고 순서를 건너뛰어가며 진실의 문양을 서서히 띄어야 할 떡밥이 인물들의 하소연으로 인해 뚝뚝 끊어지고 생기를 잃는다. 그 결과 영화의 템포는 나일강의 길이만큼이나 늘어지고 따분해져 추리는 이미 저 멀리 밀려났음을 느낄 지경이 되어버린다.
영화의 말미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추리가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버린 주인공의 의자는 다른 잡다한 것들이 엉덩이를 들이 민지 오래다.
카리스마를 되찾으려 목소리에 힘을 싣는 푸아로의 외침은, 마치 자신의 자리 외엔 어디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기세로 뛰어다니는 유치원생들의 귓등을 스치는 잔소리 정도의 위력 밖에는 지니지 않는다. 애처롭고, 외면받으며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붉은색. 사랑, 그리고 생명.;사랑의 화신. 자클린.
사진 출처:다음 영화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은 사랑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마치 이 배 위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승차표의 값으로 내야 했던 것처럼.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아주 조금씩의 위선과 비밀을 적당히 뒤집어쓰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눈과 사회의 위치라는 감시망 덕에 적당히 숨겨진 채 마음속에서 선뜻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재클린(에마 매키)의 사랑은 다르다.
그녀에게 사랑은 생명과도 같고, 사랑이 끝나면 목숨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 말하는 만큼 재클린의 태도는 열정적이다. 자신의 그 불타는 감정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되어있음은 두말할 것 없다. 그녀는 사랑의 화신임과 동시에 순수함을 상징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태도는 리넷(겔 가돗)을 대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난다. 다른 사람들 모두 리넷이 가진 돈에 관심을 보일 때. 재클린은 그런 의도 전혀 없이 리넷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리넷 또한 엇갈린 사랑으로 인해 재클린을 잃는 것이 마음 아팠던 것이다. 어쩌면 재클린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조각의 순수였을 테니.
드레스만큼이나 붉은 그 열병을 유지하기 위해 죄 없는 세 명의 피를 제단에 바칠 때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제단 위에 기꺼이 자신의 순수함과 영혼마저도 올려놓고 나서야. 재클린은 깨달았다. 열정만으로 가득했던 사랑은 이미 이 배를 타기 전에 끝이 났다는 것을.
재클린의 죽음은 마치 그녀의 말에 대한 책임감처럼, 피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500일의 썸머 푸아로편;그의 성장기
사진 출처:다음 영화
추리 소설의 중심은 탐정이 되어야 한다.
그는 작가의 분신이며 사건의 중재자인 동시에 안내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탐정의 정체가 회색 뇌세포를 가진 푸아로라면, 기꺼이 영화의 많은 지분을 할애했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러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초반에 암시하는 푸아로가 겪은 사랑의 상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전쟁 중 자신의 사랑을 잃었고 이로 인해 마음마저 회색빛을 띤 채 영원히 자물쇠를 채운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푸아로의 눈은 다른 인물들이 가진 사랑, 혹은 사랑의 상실에 더 많은 관심을 얹어 세상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별 뒤에 들리는 모든 노래들이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로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수단과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을 확실히 보여주고 숨을 거둔 재클린을 보며. 푸아로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잠깐 보인다.
그는 마치 영화 [500일의 썸머]의 톰(조셉 고든 레빗)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여름 정오의 햇빛 같던 썸머(Summer,조이 데샤넬)를 건너 드디어 오텀(Autumn)을 만날 준비가 된 것처럼. 자신의 상처임과 동시에 다음 사랑의 장애물 같기만 했던 멋들어진 콧수염을 자르고 살로메(소피 오코네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푸아로는 "탐정"이 아닌 "사람"으로의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중심인물이 가진 문제점이나 결핍은 늘 한 작품의 주제를 차지하고 뒤흔들기에, 이 작품은 추리 영화로서의 매력을 단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다. 나일강을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배 마냥. 영화는 그렇게 그냥 물살에 흘러가 버리다 끝이 나 버린다.
마치면서
원작을 알고 보는 사람이라면 매우 아쉬운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많은 감정선들이 생략되었고 푸아로의 능력에 감탄해 문장 사이에 머물던 시선을 빨리 끌어당겨 책장을 넘기게 하던 긴장감을 영화에서 재현하지 못했다.
영화 자체가 푸아로 개인의 성장에 희생당한 느낌이 든다.
물론 탐정이라고 해서 매일 사건 속에 파묻혀야 하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명탐정은 자신의 의무는 모두 내려놓은 채 제목과 원작에서 오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만큼은 다 챙기려 한다. 이 점이 원작의 영화화를 기대하던 모든 관객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참고 1
많은 표기법이 있지만 정식 한국어판에서 쓴 이름으로 통일하기로 한다.
[이 글의 TMI]
1. 다이어트 중간보고:8킬로 감량.
2. 독일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살 빠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나일강의죽음 #영화추천 #최신영화 #에르큘포와로 #추리소설원작영화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영화리뷰 #케네스브래너 #갤가돗 #레티티아라이트 #애거사크리스티원작
-
-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끝장리뷰 | 정치적 태도 | 기자라는 직업윤리 | 로드무비 해석 | 가족의 붕괴 | 카메오 출연 이유
[시빌 워: 분열의 시대](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정치적 태도
Chapter 2 직업윤리, 가족의 붕괴
00:00 A24 최초?!
00:50 알렉스 가랜드
03:06 정치적 태도
05:40 카메오 출연 이유
07:44 직업 윤리
10:49 가족의 붕괴
11:55 별점 및 한 줄 평
12:13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빌워분열의시대 #시빌워분열의시대영화 #시빌워분열의시대리뷰 #시빌워분열의시대해석 #시빌워분열의시대후기 #알렉스가랜드 #CivilWarmovie #CivilWarreview #AlexGarland #커스틴던스트 #AlexGarland #KirstenDunst
-
-
- 영화 <리스펙트> 30초 예고편
내면의 폭풍을 이겨낸 강한 여자
세상을 바꾸고 영혼을 위로한 환상의 디바
아레사 프랭클린.
그녀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
-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30초 예고편
서울에서 사업으로 잘나간다는 형 토오루(오다기리 죠)의 말만 믿고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한국으로 날아온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는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형 때문에 하루아침에 낯선 서울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토오루는 기발한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좌절한 츠요시를 꼬셔 강릉으로 향하고,
기차 안에서 우연히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삼 남매
솔(최희서), 봄(김예은), 정우(김민재)를 만나 동행하게 되는데…
불운만 가득했던 인생에 벌어진 우연 같은 운명!
기적이 간절할 때, 우리는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