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1-12 17:33:19
2023년 제80회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한국 시간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영화상,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나누어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을 시상합니다.
과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영화상을 중점적으로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상 - 드라마 | 더 파벨먼스 - 스티븐 스필버그
ⓒ 네이버 영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더 파벨먼스>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더 파벨먼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애리조나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보낸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영화는 2022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드라마 | 타르 - 케이트 블란쳇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케이트 블란쳇
배우는 영화에서 리디아 타르 역을 맡아, 리디아 타르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습니다.
남우주연상 - 드라마 | 엘비스 - 오스틴 버틀러
ⓒ 네이버 영화
올해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은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엘비스>는
시대를 뒤흔든 아이콘이자 전 세계가 사랑한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은 그린 영화입니다.
오스틴 버틀러는 엘비스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작품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마틴 맥도나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은 <이니셰린의 밴시>가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와 뉴욕비평가
협회상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양자경
ⓒ 네이버 영화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양자경 배우가 할리우드 진출한 이래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수많은 멀티버스의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면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우주연상 - 뮤지컬코미디 | 이니셰린의 밴시 - 콜린 파렐
ⓒ IMDB
올해 뮤지컬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은 <이니셰린의 밴시>의 콜린 파렐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다수의 흥행작을 보유한 배우 콜린 파렐은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우조연상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안젤라 바셋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조연상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안젤라 바셋 배우가 수상하였다. 트차카의
아내이자 트찰라와 슈리의 어머니인 라몬다 역을 맡은 안젤라 바셋 배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높은 표현력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남우조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키 호이 콴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조연상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20년 만에 스크린을 돌아온 키 호이 콴은 영화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연기와 현란한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볼거리를 제공해주며, 웨이먼드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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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표류기> - ‘고립된 세상에서 희망 찾기’
김씨 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개봉일 : 2009.05.14
감독 : 이해준
출연 : 정재영, 정려원, 박영서, 구교환
‘고립된 세상에서 희망 찾기’
세상을 살아가는 건 만만치 않다. 어른은 사회에서 어른 1인분의 양을 해내야 한다. 눈에 띄지 않는 격식 있거나 평범한 옷을 차려입고, 순식간에 불어나는 여러 빚들을 모르는체하며 바쁜 발걸음의 사람들 사이에 섞일 것. 이게 바로 어른의 일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도 인생은 외롭고, 벅차고, 두려운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왜 이리 작고 하찮은 건지, 아무리 열심히 팔을 휘저어봐도 하루하루 더 깊은 물속으로 잠길 뿐이다. 차라리 고립되거나 사라져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며 얼마 남지 않은 용기마저 쥐어짜기 힘들 때가 있다.
<김씨 표류기>는 이런 어른의 삶을 살다가 지친 나머지 끝내 자살을 선택한 주인공이 운수 좋게도 살아남아 도심 속 무인도(밤섬)에 고립되어 표류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포스터와 분위기가 다른 영화’, ‘포스터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한 영화.’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때 <지구를 지켜라>와 함께 항상 언급되는, 한국판 <캐스트 어웨이>라는 이 영화. 이러한 소문을 듣기 전인 학생 시절, 포스터 때문에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내용과 분위기가 퍽 달라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모가디슈>를 보고 구교환 배우님에게 더 강하게 스며드는 바람에.. 그의 주연작 외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던 필모그래피를 찾던 중 딱! 운명적으로 <김씨 표류기>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언젠가 다시 한번 봐야지 싶었던 영화인데, 거기에 그의 뽀짝한 시절을 아주 잠깐이나마 볼 수 있는 영화라니. 오늘은 이거다 싶었다.
어릴 땐 몰랐는데 이 사회를 살아간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현재에 만족한다고 해서 그것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김씨 표류기>의 주인공 김씨들이 마주한 현실도 딱 그렇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주인공 남자 김씨는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가 부도나고, 당장 살아가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희망과 돈을 끌어썼지만 남는 건 곱절로 불어난 빚과 “이 나이 먹을 때까지 뭐 했냐”는 사회의 질책뿐이다. 김씨는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한강으로 뛰어드는데 자살시도마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화려한 도시 서울의 한가운데, 시간이 아주 느긋하게 흐르고 있는 유일한 대자연이자 또 다른 세계의 품에 안긴 김씨는 ‘어차피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죽는 것은 미뤄두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한다. 단, 원래 살던 세계에서가 아닌 서울의 룰을 벗어난 무인도라는, 그를 쫓는 것들이 없는 세계에서 말이다.
또 다른 주인공 여자 김씨는 쉼 없이 흘러가는 도시 속에서 홀로 멈춘 시간을 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닌 지나간 오늘을 착실히 삭제해가는 인물이다. 쓰레기가 가득한 어두운 방안, 그것도 모자라 그 방 안에서 가장 비좁은 옷장 안에서 어떻게든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뽁뽁이를 가득 채워 넣고 겨우겨우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자 김씨. 그는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느끼고 스스로 고립된 세상을 만들게 된다. 인터넷 너머로만 소통을 이어가며 형체 없는 삶을 계획해가던 그녀는 어느 날 발견하게 된 남자 김씨의 흔적을 보고 조금씩 커튼을 열어간다. 무인도에서, 좁고 어두운 방 안에서 보이지 않는 타인의 온기와 날카로운 외로움을 느끼며 또 새로운 하루를 표류해가는 김씨 둘의 이야기가 가끔은 발랄하게, 가끔은 잔잔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김씨 표류기 시놉시스
자살시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 죽는 것도 쉽지 않자 일단 섬에서 살아보기로 한다. 모래사장에 쓴 HELP가 HELLO로 바뀌고 무인도 야생의 삶도 살아볼 만하다고 느낄 무렵.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을 발견하고 그의 삶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자신의 좁고 어두운 방이 온 지구이자 세상인 여자. 홈피 관리, 하루 만보 달리기… 그녀만의 생활리듬도 있다. 유일한 취미인 달 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어느 날. 저 멀리 한강의 섬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고 그에게 리플을 달아주기로 하는 그녀. 3년 만에 자신의 방을 벗어나 무서운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7천만 원이 2억으로 늘어나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는 대부업 앞에서 삶의 희망을 잃은 남자 김씨(이하 김승근)는 죽기로 결심하고 한강으로 향한다. 승근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엔 ‘희망’이 없다. 다니던 회사는 부도가 났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쳐도 알아주는 이가 하나도 없다. 무인도에 떨어졌다며 구조 전화를 걸어도 119 구급 대원과 수정이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고, 쓸모없는 상담전화는 그의 마지막 생명줄인 휴대폰 배터리를 끝까지 털어먹는다. 다급해 죽겠는데 내 말은 듣지도 않는 상담사의 목소리와 전기도 없는데 자비 없이 밥을 달라며 졸라대는 휴대폰 음성이 야속하기만 하다.
승근은 죽는 건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 원래 살던 세상과 철저하게 분리된 이 공간에서 다시 살아남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야속한 도시를 향해 “진짜로 안 들리냐!!”며 소리치지만 도시는 여전히 승근에게 관심이 없다. 승근은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로운 삶에 적응한다. 그는 혼자였다. 여자 김씨(이하 김정연)가 등장하기 전까지.
어두운 밤, 섬에서 소리치고 있는 승근을 바라보고 있는 단 한 사람, 정연. 그 또한 사회에서 고립되어 자기 방안에만 갇혀있는 인물이다. 왕따에 의한 트라우마로 세상에 나설 용기를 잃은 그는 미니홈피를 만들어 나만의 가짜 세상을 만든다. 미니홈피 안에 있는 건 당연하게도 모두 가짜. 용기도 희망도 없는 어두운 방안이지만 정연은 아직도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좁은 옷장 안으로 들어가 뽁뽁이를 잔뜩 휘감고 잠에든다. 나대신 충격을 흡수해 줄, 나를 감싸줄 무언가가 필요했던 걸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두터운 외로움과 두려움은 쉽게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적을 바라야 할지도 모릅니다.”
승근은 버려진 오리 배를 줍고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며 섬 생활을 나름대로 잘 버텨나간다. 정연은 승근을 보며 동질감과 흥미를 느낀다. 정연은 승근을 외계인 같다고 말한다. 정말 단어의 뜻대로 ‘외계인’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모두가 바쁜 도시에서 특이하게도 혼자 멈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외계인’에는 정연 본인도 포함된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두 사람은 이름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서로에게 유일한 희망이 된다. 희망 따윈 바라지 않았던 승근은 짜파게티 분말 스프와 봉지에 있는 희망이란 단어를 보며 다시 희망과 미래(짜파게티를 먹을..)를 꿈꿔보는데, 시간이 흘러 도착한 정연의 편지와 밭에 난 작은 새싹은 승근에게 새로운 동력이 된다.
HELLO- 습관적으로 외쳤던 이 인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누군가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던 외로움의 절반, 아니 8-90%쯤이 날아간 기분이다. 무겁게 비치진 않지만 승근은 외로운 사람이다. 한강에 뛰어들기 전에는 따스하게 그의 전화를 받아줄 사람이 없었고 섬에 들어와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으니, 그는 허수아비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랜다.
정연의 경우엔 과거에 동급생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자신의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없어 사진을 도용하고, 가짜 세계를 꾸미면서 다른 이들이 달아주는 댓글을 통해 외로움과 의미 없는 오늘 하루를 지워간다. 작은 세계 안에 갇혀 두터운 외로움을 느끼던 두 김씨는 서로의 존재를 벗 삼아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낸다.
김씨들에게 서로의 존재와 짜파게티는 ‘희망’이다. 승근은 짜파게티를 먹겠다는 희망을 갖고 밭을 가꾸고 섬에서의 생활을 더욱 열정적으로 꾸려나간다. 정연은 승근에게 쉽게 얻을 수 있는 희망인 짜장면을 배달하지만 승근은 그를 거절하고 끝내 자신의 손으로 이뤄낸 희망을 한 그릇 완성한다. 승근의 희망인 짜장면을 되돌려받은 정연은 그가 보내온 거대한 희망 한 그릇을 삼키며 옷장에서 벗어나 방바닥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요만큼도 허락이 안 되는 거야?”
현실은 이들에게 왜 이렇게 매정한걸까. 승근이 짜장면 한 그릇을 완성하고 정연이 옥수수를 키우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자마자 그들의 세상은 다시 무너진다. 정연의 미니홈피는 거짓인 게 탄로 나고 승근의 섬은 홍수로 인해 폐허가 된다. 홍수가 끝나고 한강 정화작업을 하러 온 공익 요원들은 승근을 노숙자로 보고 그를 섬에서 쫓아내려 한다. 처음 내 손으로 만든 나의 세상이 전부 쓸려내려가고 이렇게 허무한 현실이 다가온다.
사실 승근은 자신이 무인도에 완전하게 고립되었다고, 뭘 해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분리되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보트만 한번 타면 접근할 수 있는 도시와 가까운 섬. 매일같이 지나가는 유람선에 매번 손을 흔들거나 불을 피웠다면 반년쯤 되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발견될 수도 있었고, 하다못해 짜장면 배달원과 함께 오리 배를 타고 나갈 수도 있었다. (매일 잠을 자던 승근의 오리배도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유람선을 피했고, 반년이 되는 시간 동안 섬을 탈출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와 못한다 그 중간 어딘가에 걸쳐있다. 나가봤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승근은 자신을 끌어내려는 공익 요원들에게 “그냥 여기 있게 해주세요.”라고 애원한다. 그에겐 아무도 없는 외롭고 불편한 섬 생활보다 다시 도시 속에서 살아갈 팍팍한 삶이 더 두렵다.
“1년에 2번,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내 세상을 만나는 시간.”
섬에서는 짜장면과 가끔씩 도착하는 누군가의 편지가 희망이었는데, 섬을 벗어나고 나니 승근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죽기’뿐이다. 그는 흙이 가득한 지갑을 버스 단말기에 대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확실하게 죽기 위해 63빌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뒤로 정연이 따라 달린다. 타이밍 좋게 울린 민방위 훈련 경보 덕분에 두 김씨를 서로 잘 알지 못했던 희망과 만나게 된다.
정연은 1년에 2번 있는 민방위 훈련이 온전한 ‘내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멈춘 시간을 살아가는 그 순간. 내가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순간. 정연은 봄에 만난 내 세상에 들어온 승근을 가을에 만난 내 세상에서 다시 마주하고, 이번엔 마냥 지켜보는 게 아닌 용기를 내서 악수를 청한다. 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멈춘 순간, 작은 세계에 갇혀있던 김씨 둘이 눈을 맞춘다. 그리고 훈련 경보가 끝나고 다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손을 잡는다. 멈춘 시간 속, 고립된 나만의 세상에서 홀로 살아온 두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순간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외로움과 불안감 속에서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잃어가고 있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용기를 내 세상으로 나온 정연은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My Name Is 김정연.” 그리고 묻는다. “Who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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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예정 영화들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부터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단체 '제인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콜 제인>까지.
특별한 감성과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2분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쇼박스
시놉시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CINE PICK!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7년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만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내용을 담았으며,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스즈메의 이야기를 몰입감 넘치게 펼쳐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21년 만에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터라 더욱더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해 국내에서의 흥행 성적 또한 기대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
똑똑똑
Knock at the Cabin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00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데이브 바티스타, 루퍼트 그린트 등
개봉: 2023.03.08.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휴가를 떠난 한 가족은 별장에 무단침입한 낯선 방문자들과 대치하게 된다.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와 낯선 방문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막으러 왔다며, 가족 중 한 명을 희생시켜야만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잔혹한 선택을 하게 하는데… 가족을 살리면 인류가 멸망하고, 인류를 살리면 가족이 죽는다!
CINE PICK!
영화 <똑똑똑>은 <식스센스>, <23 아이덴티티> 등을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으로, 인기 공포 소설 <세상 끝의 오두막>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휴가를 떠나 별장에서 단란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화목한 가족의 일상이 불청객의 방문으로 인해 무너지는 이야기를 담아 '인류를 구할 것인가, 당장 나의 가족을 구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통해 공포스러운 상황을 조성한 작품입니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나리오와 이를 통해 전달하는 인생의 메시지가 돋보이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론' 역할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루퍼트 그린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드랙스'로 알려진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출연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위기에 처한 가족은 게이 커플과 그들에게 입양된 동양인 여자아이로 구성되어 자신들을 혐오해 온 사람들이 포함된 인류, 혹은 자신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 가족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하는 잔인한 상황 속에 놓이며 갈등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콜 제인
Call Jane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22분
감독: 필리스 나지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케이트 마라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누리픽쳐스, (주)영화특별시SMC
시놉시스
1968년 시카고.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조이’는 긴급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남성으로만 구성된 그곳에서 임신 당사자인 ‘조이’의 의사는 무시된다. 결국, 전원 ‘반대’라는 결과에 절망한 그녀는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벽보 광고에 작은 희망을 걸어보는데…
CINE PICK!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개봉하는 영화 <콜 제인>은 <캐롤>의 각본을 맡아 여성 서사의 강자로 인정받은 필리스 나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조이'가 '제인스'를 만나 세상을 바꾼 변화의 불씨가 되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인스'는 실제로 낙태가 금지되어 있었던 1960년대에 임신으로 고통받던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비밀 단체인데요, 실화가 주는 힘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대표 우먼파워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뱅크스, 운미 모사쿠, 케이트 마라가 출연해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조건 없이 서로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의식과 주체적 인물로 성장해 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며, 적재적소에 배치된 팝 음악이 <콜 제인>만의 희망찬 무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대 어이가리
A Song for My Dea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이창열
출연: 선동혁, 정아미, 김유미, 장태훈 등
개봉: 2023.03.08.
배급: (주)영화사 순수
시놉시스
30년 넘게 남편 ‘동혁’과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아내 ‘연희’. 국악인으로 전국을 떠돌던 ‘동혁’은 아내의 부탁에 고향에 정착하기로 한다. 행복한 전원생활도 잠시, ‘동혁’은 ‘연희’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나한테는 당신밖에 없잖아. 약속해 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동혁’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만 같은데…
CINE PICK!
<그대 어이가리>는 30년 넘게 함께한 아내 '연희'가 불치의 병에 걸리며 일상이 무너진 남편 '동혁'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노부부의 이야기로 공감을 자극하는 <그대 어이가리>는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현재까지 전 세계 51관왕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특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여우주연상, 촬영상 등 이야기와 연출, 음악 모든 면에서 수상한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삶과 죽음, 부부관계에 대한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스토리 속 '창(唱)'과 전통 장례 문화는 <그대 어이가리>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적 미와 짙은 '한(恨)'의 정서를 담았으며, 약 3개월 동안 주 2회씩 빠짐없이 만나며 연기적인 디테일을 완성한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6번 칸
Compartment No.6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핀란드, 독일, 에스토니아, 러시아 연방 | 107분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세이디 하를라, 유리 보리소프 등
개봉: 2023.03.08.
배급: 싸이더스
시놉시스
고대 암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 그녀는 무르만스크행 기차 ‘6번 칸’에서 낯설고 무례한 남자 '료하'와 만나게 된다. 거리를 두려는 여자와 가까워지려는 남자.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되고… 이 여행의 끝에 불완전한 그들은 어떻게 될까?
CINE PICK!
영화 <6번 칸>은 핀란드 대표 작가 로사 릭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을 연출한 유호 쿠오스마넨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90년대를 배경으로 무르만스크행 기차의 '6번 칸'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남녀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를 그렸는데요, 제74회 칸영화제에서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휴대폰, SNS, 구글 지도도 없는 90년대 아날로그 여행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형식이 아닌 필름 촬영 방식을 고수했고, 조명의 경우 오래된 조명이나 현재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옛 조명들을 활용했다고 하며, 주인공 '라우라'의 비디오카메라, 워크맨,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인과의 전화 통화까지, 하나하나 9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감성의 볼거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주는 특별한 감성을 간직한 작품들이 여럿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는데요, 고민조차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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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10월 16일로 개봉일 변경
허진호 감독 연출 영화 <보통의 가족>이 10월 9일에서 6일로 개봉일을 변경했습니다.
10월 첫째 주에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폴리 아
되>의 경쟁을 피해 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영화는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외에도 해외 유수 영화제에 19회 초청되며 하반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예매율 1위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기 개봉한 작품 중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흥수가 함께 생활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첫날 ‘오류’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일부 예매가 취소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화제 측은 “결제 시스템의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예매에 실패한 경우에도 결제가 진행됐다”라고 오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영화제는 “오류 발생 건은 환급 조치하고, 서버 증설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룡영화상 사회자 한지민, 이제훈 발탁
30년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 오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난 김혜수의 후임 사회자로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발탁됐습니다.
한지민은 "청룡영화상을 대표한 김혜수의 존재를 느꼈고, 다시 한번 김혜수 선배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라며, "그가 만들어온 전통과 품격을 이어받아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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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4월 첫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최초 내한하는 ‘가오갤’ 감독과 배우들
ⓒ ScreenGeek
오는 5월 3일 개봉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드디어 한국을 찾습니다. 내한하는 멤버들은 제임스 건 감독과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 '네뷸라' 역의 카렌 길런,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에프인데요, 크리스 프랫은 이전에도 2016년 영화 <패신저스> 홍보를 위해, 폼 클레멘티에프는 2018년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여러 마블 영화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출연진들이 다 함께 내한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측은 이들의 내한 일정이 4월 18일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며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 5월 개봉
ⓒ 그린나래미디어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신작 <슬픔의 삼각형>이 국내 개봉을 5월 17일로 확정했습니다. <슬픔의 삼각형>은 호화 크루즈 여행에 초대받은 모델들이 억만장자 부부, 러시아 정치인, 영국 무기 거래상, 알코올 중독자, 선장 등과 함께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예측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 영화로, 지난해 5월에 열린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를 통해 황금종려상을 2회 수상한 역대 9번째 감독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신작,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
ⓒ Scrolller, MUSINSA, WWD
<추격자>, <황해>,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 <호프>의 캐스팅이 화제입니다. 영화는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 의문의 공격에 맞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 영화로 알려졌으며 앞서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과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그녀의 남편이자 <엑스맨>의 매그니토,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 등으로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마이클 패스벤더의 출연소식이 알려져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부부 관계인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이어 지난 5일 <본즈 앤 올>의 테일러 러셀과 <마인드헌터>,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카메론 브리튼의 합류 소식 또한 전해져 영화팬들을 더욱 기쁘게 하였는데요, 영화는 홀 하반기부터 한국의 지방 곳곳과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며 <곡성>에서 손발을 맞췄던 홍경표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함께한다고 합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호프>가 3부작으로 총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될 것이란 말도 떠돌았다고 하는데요, 나홍진 감독은 구체적인 제작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야기를 더 세밀하게 가다듬고 전개하다 보니 3부작으로 구상되긴 했으나 더 확장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하며 우선 1편의 성과가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및 상영시간표 공개
토리와 로키타 스틸컷 ⓒ Slant Magazine
오는 4월 27일부터 다음날 6일에 막을 내리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과 상영시간표가 공개되었습니다. 총 42개국에서 제작된 247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에는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가 선정되었으며, 연출을 맡은 다르덴 형제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내한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폐막작으로는 7년 만에 한국 영화가 선정되어 화제가 되었는데요, 중학교 교사 도경이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뒤 아내 명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린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그 주인공입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을 프로그래머로 선정해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섹션인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예술가 백현진이 선정되어 본인의 연출작인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 그리고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삼부작 및 장률 감독의 <경주>, 김지현 감독의 <뽀삐>가 상영됩니다. 이밖에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및 '동아시아 영화 특별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KAFA 40주년 특별전' 등의 다양한 특별기획들이 '국제경쟁', '한국경쟁'과 '코리안시네마', '월드시네마', '시네마천국' 등과 같은 기존의 섹션들과 함께 관객들을 반길 예정입니다.
그레타 거윅 신작 ‘바비’ 7월 21일 개봉 확정
ⓒ Barbie the Movie
ⓒ Rotten Tomatoes
미국 장난감 브랜드 마텔에서 출시한 인형 바비의 세계관을 실사 영화로 구현한 영화 <바비>가 7월 21일 미국 개봉을 확정하며 트레일러와 캐릭터 포스터를 공개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화는 충분히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난김 사회에서 쫓겨난 인형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배우 겸 감독인 그레타 거윅이 파트너인 노아 바움백 감독과 함께 각본 및 연출을 맡아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바비' 역할을 맡은 마고 로비와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의 파격적인 모습이 공개되며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으나 이번 티저와 포스터를 통해 영화 <바비>에는 공개됐던 두 사람을 포함해 여러 명의 바비와 켄이 등장하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대통령, 체조 선수, 외교관, 인어 등 다양한 바비 캐릭터가 출연할 예정이며 이를 맡은 배우들 역시 잇사 레이, 케이트 맥키넌, 니콜라 커그랜, 두아 리파 등으로 다양합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 역으로 분한 시무 리우의 켄 이미지 역시 적잖은 충격을 선사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존 윅’ 스핀오프 ‘발레리나’ 내년 여름 개봉
ⓒ Nuno Sarnadas
매력적인 암살자 세계관을 보여주며 매 시리즈마다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존 윅> 시리지의 스핀오프 <발레리나>가 내년 6월 7일 북미 극장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발레리나>는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등장한 암살자를 양성하는 러시아 발레단에 속한 발레리나가 가족의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으며, <나이브스 아웃>, <블론드>, <007: 노타임 투 다이>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카리스마와 연기력까지 입증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기존 <존 윅> 시리즈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와 이안 맥쉐인 역시 출연할 예정이며 이밖에도 안젤리카 휴스턴, 가브리엘 번, 고 랜스 레딕 등이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지난 1월 지미 팰런 쇼에 출연해 4개월 동안 프라하에서 촬영 중임을 밝히며 액션 씬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엄청난 액션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다음 주 수요일 국내 개봉 예정인 <존 윅 4>는 북미 포함 전 세계적으로 개봉 14일 차에 이미 2억 달러의 수익을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월 애플티비 시리즈로 돌아오는 톰 홀랜드&아만다 사이프리드
ⓒ Apple TV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크라우디드 룸>이 6월 9일 공개를 확정했습니다. <크라우디드 룸>은 1979년 뉴욕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 연루된 '대니 설리반'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돌아보며 전개되는 스릴러 시리즈로, 앞서 톰 홀랜드와 아만드 사이프리드의 출연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각본을 집필한 아키바 골즈먼이 기획한 10부작 시리즈로, 톰 홀랜드는 총괄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심문관 '리아 구드원' 역할을 맡아 톰 홀랜드가 분한 '대니 설리반'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의 사건들을 밝혀내며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며 작품은 오는 6월 9일 세 편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7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 새로운 에피소드를 한 편씩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조커2' 촬영 종료
ⓒ Todd Phillips
전 세계에서 10억 7445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반열에 오른 <조커>의 속편이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뒤 4개월 만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할리퀸'으로 분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과 전편에 이어 '조커' 역할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며 "모든 촬영은 끝났다. 모든 출연진과 최고의 제작진에게 감사하며 이제 편집실로 들어가서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는데요, 영화의 자세한 스토리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나 부제는 '감응성 정신병'을 뜻하는 '폴리 아 듀 Folie A Deux'이며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것이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비로 인해 기온이 부쩍 떨어졌네요.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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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장 속 물고기
줄거리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사체. 담당 형사인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를 만나게 된다.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하다는 서래는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마침내'라는 단어를 쓰며 피식 웃을 뿐.
어딘가 미심쩍인 남자의 죽음에 해준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데…
감상포인트
감독이 원래 산과 바다라는 챕터로 영화를 나누려고 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초밥을 사준다는 건 분명 스윗한 행동이지만, 그 이후에 오는 상징들은 전혀 스윗하지 않다.
어장 속 물고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감상평“축하해. 살인 사건이래.”생선의 배를 가르던 해준 대신 전화를 받은 아내 정안은 이야기한다. 그러자 해준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돈다. 우습게도 그의 눈은 죽은 시체와 참 비슷하다. 눈을 뜨고 죽은 시체들처럼 파리가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해준은 인공눈물을 넣는다. 겉으로는 살기 위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죽음을 갈구하는 자의 모습이다. 물고기 주제에 ‘인공’눈물을 넣어 삶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기 때문에, 그는 자꾸만 죽음을 쫓는다.“한 칸, 한 칸, 마치 초밥을 집어먹는 것처럼 쉽습니다.”해준이 서래의 행적을 따라가며 계단을 오를 때, 그의 전 남편인 기도수가 했던 말이다. 이 말 때문에 해준의 위치는 명확해진다. 그는 바다 위로 올라온 물고기다. 그는 잘게 썰려진 채로 스스로 서래의 밥상 위에 오른다. 그래서 서래는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 해준이 자진해서 밥상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그냥 초밥 같은 거 시켜 먹자니까.”정안은 남편이 밥상을 차려주자 이렇게 말한다. 해준은 아내에게 자신을 내어줄 마음이 없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떠보듯이 정안은 생선 눈알을 콕콕 찔러본다. 그러곤 곧바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삭삭 닦는다. 마치 못 만질 것을 만진 것처럼. 우습게도 해준이 손가락을 물린 대가로 받아온 자라는 바다에서 서식하지 않는다. 자라는 민물이나 늪에 사는 생물이다. 정작 정안이 관심 있었던 것은 바다 물고기가 아니라 민물 자라였다. 해준은 그 자라에게 대차게 물렸고.“난 당신의 미제 사건이 되고 싶어요.”서래의 ‘헤어질 결심’이란 영원히 해준의 사랑을 탐하는 일이다. 서래는 해준이 죽음을 쫓기 때문에 자신 주변을 서성인다는 것을 잘 안다. 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곧 해준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는 일이다. 서래의 죽음은 엄마를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서래의 엄마는 그녀가 자신을 떠나길 원해서 죽음을 택했지만,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머무르길 원해서 죽었으니까.“깊숙한 바다에 던져버려요. 아무도 찾을 수 없게.”첫 번째 죽음은 산, 두 번째 죽음은 수영장, 세 번째 죽음은 마침내 바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준은 바닷가를 서성이며 애타게 서래를 찾는다. 해준이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서래는 영리하게도 그가 영원히 쫓아다닐 수 있게 바다로 도망간다. 해준이 바다로 걸어갈 때, 서래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다. 어쩌면 해준은 영원히 서래의 어장 속에 갇혀버린 것이 아닐까.사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주 찝찝했다.
나는 서래가 물에 잠기는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기에 그녀가 구덩이에서 나와 도망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덩이 자체가 함정이고 해준은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해준은 그 함정을 즐기는 것 같다. 구덩이 속에 들어간 서래나, 녹음 파일을 듣고 바다를 헤매는 해준이나 내게는 다 변태스럽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누구나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헤어지지 않으려는 결심을 하기 때문에 삶은 고달프고 사랑은 아프다. 해준과 서래는 진실을 몽땅 바닷속에 던져버리고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가기보다 도피와 외면을 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영화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은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별점★★★(3.0 / 5.0)
섬세하게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나,
때론 그 섬세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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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왈로우 (Swallow, 2019) -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스왈로우 (Swallow, 2019)
감독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연 : 헤일리 베넷, 오스틴 스토웰, 데니스 오헤어, 엘리자베스 마벨
‘그녀가 피를 토해내며 삼켰던 것들’
2020 CGV CAV 전을 통해 선공개 된 후, 최근 왓챠에 공개된 영화 <스왈로우>. 여름에 그렇게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상황과 우선순위에 밀려 결국 보지 못하고 넘겼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왓챠에 공개되었다.
<스왈로우>의 장르는 스릴러로 분리되어 있다. 근데,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다.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장면이 나오거나,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간혹 몸에 난 상처와 혈흔을 보여주긴 하지만 눈을 찡그릴 만큼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밖으로 터져 나오는 피가 아닌, 억지로 삼키며 토해낸 몇 방울의 피로 만들어진다.
널찍하고 예쁜 집,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새로 잉태한 생명. 넉넉한 집안과 충분한 능력을 가진 남편 리처드를 만난 주인공 헌터는 이제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닌 꿈을 좇을 수 있는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남편이 출근한 후 커다란 집에 남겨진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드넓게 펼쳐진 숲과 맑은 하늘. 헌터는 그림을 그리다가 이내 북북 지워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헌터는 여유로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집안일을 하고, 남는 시간엔 삽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무엇보다 일을 하지 않고도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명 ‘사모님’의 삶인 것이다. 헌터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운이 좋았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행복은 천천히 헌터를 옥죄고 있었다. 그녀는 리처드와 결혼한 순간부터 남편의 가족들 덕에 행복해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들 앞에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습관처럼, 주문처럼 ”행복하다“고 말할 뿐이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쓸모없는 말이다. 헌터는 서슬 퍼런 눈빛들 앞에서 새빨간 말들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그녀를 물들인다.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과 비밀을 숨기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은 헌터를 더욱 강하게 비튼다. 이러한 강박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헌터의 행동을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
스왈로우 시놉시스
완벽한 남편과 함께 그림 같은 집에 사는 사랑스러운 아내 ‘헌터’. 그러던 그녀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먹어서는 안 될 금지된 것을 삼키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
회사를 운영하는 시부모님과 최연소 상무이사가 된 남편 리처드. 시부모님이 사준 집엔 넓은 마당과 수영장, 아름다운 풍경, 고급 가구가 그득하다. 누가 봐도 부잣집이다. 헌터는 그 집안의 며느리가 된다. 리처드와 결혼하기 전 욕실용품을 판매하던 그녀는 이제 진짜 꿈인 삽화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시간도 얻었고,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리처드가 출근하고 나면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한다. 그리고 리처드가 오기 전에 저녁을 준비하고 그와 행복한 저녁식사를 하면 된다. 여유로운 일상이다. 하지만 헌터의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헌터를 집으로 부른 시어머니는 헌터에게 "우리 아들 만나서 신세폈네"라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헌터는 리처드를 만나면서 자유시간을 얻었고, 든든한 경제적 지원군이 생겼으니 말이다. 헌터는 습관처럼 나는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리처드의 가족을 만나며 행복을 얻었다고 말이다. 근데, 이 행복은 그들과 진정한 가족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터는 리처드의 가족이 아니다. 이건 영화를 오래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리처드의 상무이사 취임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 리처드는 헌터를 언급하며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아내라고 칭하고, 시어머니는 임신을 한 헌터에게 기쁨을 얻는 재능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선물한다. 리처드 가족에게 헌터는 헌신적인 아내이자 타인(리처드 가족)에게서 행복을 얻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리처드는 헌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넥타이를 잘못 다리는 사소한 실수에 화를 내고, 정성껏 차린 저녁 식탁 앞에서 헌터가 아닌 휴대폰을 바라본다.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는 저녁 자리에서조차 그녀는 완전히 배제된다. 인사치레처럼 나누는 아기에 대한 몇 마디 대화가 지나가고, 리처드의 부탁으로 시작된 헌터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잘려버린다. 리처드 가족에겐 헌터의 말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헌신적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긴 머리를 가져야 하는 아내일 뿐이다.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라"
임신을 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다. 헌터의 시간은 매일 의미 없이 흘러간다. 아내로서의 의미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준 '기쁨을 얻는 재능'을 읽는다. 그 책엔 기쁨을 얻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헌터는 책을 읽고 구슬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삼켰던 그 동그랗고 매끈한 것이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 걸 본 순간, 기쁨을 느낀다.
헌터의 이식증 증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매끈한 구슬을 시작으로 뾰족한 핀, 배터리, 매트리스 충전재, 못, 반지, 여러 금속들. 몸의 작은 곳들에서 피가 비치고 고통이 찾아오지만, 헌터는 작은 물건들을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끼며 고통을 잊는다.
"내가 괴물이라 미안해"
헌터는 리처드에게 자신이 괴물이라 미안하다고 말한다. 헌터에게 직접적으로 괴물이라 칭한 사람은 없었지만 헌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헌터를 괴물이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는 강간 피해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아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아버지를 만나 결혼을 했고, 헌터에겐 배다른 동생들이 있다. 상담사 앨리스는 헌터에게 여러 번 어머니와 가족에 대해 묻지만 헌터는 "평범한 가족이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다 홧김에 뱉어버린 어머니와 문제가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헌터는 앨리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리처드도 몰랐던 깊은 상처와 고민들. 괴물 같던 범죄자 아버지 아래서 태어난 자신. 헌터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녀의 눈빛엔 생기가 없다.
범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헌터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를 만나 드디어 행복한 삶을 살아보나 했는데, 헌터는 여전히 행복할 수 없다. 무신경한 남편과 며느리를 아이의 엄마 정도로만 생각하는 시부모님. 리처드의 아버지는 임신했다는 헌터를 만나자마자 "미래의 CEO가 여기 있다"라고 말할 뿐, 헌터에 대한 축하와 존중의 말은 하지 않는다.
헌터는 여전히 외로운 사람이다. 리처드 가족 사이에 불편하게 끼인 듯 앉아있는 그녀는 온전하고 따듯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헌터는 그저 안정적인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일 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헌터에게 위로가 되는 인물은 남편도 그의 부모님도, 헌터의 어머니도 아닌, 헌터와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들뿐이다.
리처드가 야밤에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집에 왔던 날. 혈흔을 지우는 헌터를 발견한 건 리처드가 아닌, 그의 직장동료 에런이었다. 에런은 헌터에게 외로우니 포옹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헌터는 에런을 안아주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묻어본다. 포옹을 끝내고 헌터는 에런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어째 부탁한 사람과 부탁을 들어준 사람의 입장이 바뀐 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헌터가 외롭다고 말하는 에런을 안아주는 순간,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외로움을 다시 느끼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헌터에게 위로가 된 또 다른 사람은 간병인 루아이다. 헌터의 이식증을 알게 된 리처드 가족은 아직 몸이 안 좋은 헌터를 위해 고용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간병인을 루아이를 집에 상주시킨다. 루아이는 고용인 리처드를 위해 헌터를 감시하지만, 고통에 몸부림치는 헌터를 보며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침대 밑으로 들어간 헌터의 옆에 따라 들어가 "여긴 안전해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인다. 그리고 헌터가 정신병원에 입소하기로 한 날, 헌터의 도망을 돕는다.
이 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헌터에게 진실된 위로와 사랑을 전하지 않는다. 리처드와 가족들은 리처드의 평범한 삶을 위해 헌터의 이식증을 고치려 했고, 리처드의 직장동료는 이식증 사실을 안다며 형식적인 응원과 위로를 전할 뿐이다. 상담을 진행했던 앨리스는 트라우마를 치료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며 헌터의 과거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관심 있는 척하지만 상담 시간 끝을 알리는 타이머가 울리자마자 상담을 정리해버린다. 집을 뛰쳐나와 갈 곳이 없어진 헌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헌터의 어머니는 언제 와도 반갑다며 반겨주는듯하더니, 동생이 아이를 낳아야 해서 방이 없다며 딸의 방문을 거절한다.
"내가 당신을 닮았나요?"
헌터가 갈 곳은 이제 한 곳뿐이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어머니도 나를 외면했으니 남은 건 아버지의 집뿐이다. 어머니를 강간했던 남자이자 아버지인 윌리엄 어윈. 헌터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한다. 헌터는 묻는다. 내가 당신과 닮았냐고. 어윈은 답한다. 닮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신(헌터)은 내가 아니라고.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헌터는 이 말을 듣고 싶어 어윈의 집에 찾아온 것이다. 범죄에 의해 태어난 존재. 그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헌터는 자연스레 자신의 출생 비화를 숨겼고, 그렇게 평생 모든 것을 숨기며 살아왔다. 헌터는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한마디를 듣기 전까지, 범죄자 아버지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원망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신문에 난 아버지의 사진을 오려 지갑 속에 넣어둔 그녀는 그렇게 깊고 가깝게 자신의 존재를 미워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행복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아내로, 상류층 집안을 만나 자유로워진 며느리로, 어머니에게 사랑받으며 자란 딸로. 헌터는 리처드의 행복을 위해 살았고, 남편의 집안에 의해 행복해진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리처드의 집안은 그런 헌터의 존재를 괄시한다. 그들에게 헌터는 잘하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내 애를 가진 여자였다. 헌터는 항상 불안과 공허함에 떨고 있었다. 반복해서 내가 있어 행복하냐고 묻고,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니냐며 묻는다. 리처드는 당연하다는 듯 "넌 잘못하려 해도 못할 거야"라고 답한다.
이식증은 보통 만 1세에서 2세 사이에 나타난다고 한다. 흔히 아동들이 많이 겪는다고 하며 빈곤이나 아동학대, 가족의 혼란과 같은 상처들이 이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헌터는 위와 같은 상처들을 모두 겪은 어른이다. 그녀는 이식증 증세를 처음 겪는다고 말한다. 왜 어릴 적이 아닌 지금 이 증상이 나타난 걸까?
그건 아마도 헌터가 지금껏 자신의 모든 상처를 외면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걸 인식할 여유조차 없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처드와의 결혼, 시부모님의 압박, 그리고 임신 등 인생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며 지금껏 덮어두었던 상처가 곪기 시작한 건 아니었을까. 유년시절에 생긴 상처는 사라진 것이 아닌, 그 자리에 그대로 덮여있었을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리처드 가족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헌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에게 말을 꺼내볼까-하면 리처드는 문자 답장을 하기에 바빴고, 리처드의 부모는 망설이며 시작한 헌터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그녀의 말은 항상 쓸모없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헌터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자신의 말들을 다시 목구멍으로 삼켜 넣는다. 그리고 쓸모없는 잡동사니들로 취급받는 것들도 함께 삼킨다. 고통을 주고, 혈흔을 남긴다 해도 그녀는 행복하기 위해 그것들을 다시 삼킨다.
음식이 아닌 차갑고 날카로운 속성을 가진 물건들이 헌터의 혀에 닿을 때, 헌터는 그 느낌이, 그것을 넘길 때 차오르는 자신감이 좋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리처드 집안에 들어온 여자가 아닌 나도 삼켰던 것을 다시 내뱉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생동감.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헌터는 리처드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까지, 온전한 나의 모습을 담은 거울을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보는 리처드의 옆에 서있거나, 리처드와 동료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비치는 유리창을 바라보거나, 리처드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된 나를 보거나.
영화의 마지막, 화장실에서 약을 먹고 하혈을 한 헌터는 가방을 다시 메고 거울을 바라본다. 전보다 길어진 머리를 편하게 묶고, 여성스러운 원피스가 아닌 편안한 맨투맨과 청바지를 입고, 진한 눈 화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눈매를 가진 헌터의 모습. 온전한 나로서의 모습이 담긴 거울. 이제 그녀는 할 줄 아는 것 없는 누군가의 아내, 아이를 가진 엄마가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다. 이제 여유로운 부잣집 사모님의 모습은 없지만 헌터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헌터가 화장실에서 나가고, 수많은 여성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고 나간다. 여성들만이 들어오는 공간인 여자 화장실에서 이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헌터가 서있던 자리에서 거울을 보고, 같은 출구를 향해 나가는 수많은 여성들. 그들도 헌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를 가진 사람을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상 속에서 헌터는 말을 삼킨다. 모든 것은 비밀이 되어야 했고, 비밀과 함께 삼킨 물건들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녀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오래도록 자신을 괴롭히던 강박과 억압을 끊어내기까지 헌터는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수도 없이 삼켰고, 그것들은 혈흔이 되어 그녀의 창가에 들러붙는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은 붉은빛으로 바뀌어 방을 가득 채운다. 그게 그녀가 바라보던 세상이었다.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그 Kyung film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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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4주 최신 개봉영화(캔디맨, 나의흑역사 로맨티카, 로빈의 소원, 아하 테이크 온미, 종착역)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9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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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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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잘만든 수작인데 빛을 보지못한 숨겨진 비운의 명작
안녕하세요 빛을보지못한 숨겨진 명작을 찾아서....첫번째 2007년작 영화:스카우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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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를 깨우는 바람> 예고편
“우리는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여성이 삶에서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빼면, 처음 보는 사람들마저 대뜸 그 여성의 비참한 미래를 예언한다. 여성의 삶은 '아내'나 '엄마'로 마무리 되어야만 해피엔딩이라는 낡은 믿음은 2020년이 된 지금도 건재하다.
2020년이 된 지금, 많은 여성들이 낡은 관습을 버리고, 자신만의 세상을 향한 비행을 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시간의 차이를 두고 비혼의 길을 걷고 잇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선택지가 둘이 되어 자유가 확장되고 그리하여 여성들의 일상이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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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메인 예고편
- 남 같은 가족, 가족 같은 남!
티격태격 유쾌한 가족 드라마 [말임씨를 부탁해] 메인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