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12-21 23:53:13
한 왕비의 삶, 보통 여성의 삶 <코르사주>
한 여왕의 일대기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공유하는 영화

영화의 제목과 같이 주인공인 엘리자베트는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역할이었다. 그녀의 뛰어난 지성과 신체력은 ‘여성'이라는 미명하에 국가라는 옷에 달린 왕비라는 코르사주가 되어버린다. 왕비라는 신분은 구속이나 억압 없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엘리자베트는 영화 초반부터 흉부를 꽉 조이는 코르셋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귀빈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기절한다. 지난 역사 속 여왕의 이야기를 보고 있지만 보통 여성의 삶과는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여왕이 자신의 코르셋을 조이는 하녀에게 ‘더 조여'라며 엘리자베트가 겪었을 숨 막히는 삶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비극적인 삶에도 희로애락은 있다. 작고 소소한 일상이 공유될 때 그 사람의 미소와 눈물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인물의 솔직한 욕망이 드러날 때 우리는 주인공에게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덕분에 한 여왕의 일대기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공유하는 영화로 다가온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의 결말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현실성 있는 삶이기에, 죽음만큼은 자유로웠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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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과 추함 그 너머
SYNOPSIS.
태풍이 불어 닥친 날, 미카미 쿄이치를 비롯한 6명의 중학생이 학교에 갇히고, 교이치의 절친 리에는 등교하던 중 홀연 방향을 바꿔 도쿄로 향한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결핍과 욕망, 불안과 쾌락이 뒤섞인 이상야릇한 축제가 벌어진다.
POINT.
✔️ 1980년대 일본 영화계의 변화를 이끈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이 약 40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감독이라는데, 동양 영화를 일본 위주로 좁게 읽어온 경우가 많은 서구권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감독이에요.
✔️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관심을 가져보실 만합니다.
✔️ 1980년대의 현란한 음악과 음향이 매우 매력 있게 쓰인 영화
✔️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해요.
청춘은 늘 아름답게 혹은 위태롭게 혹은 둘 다로 그려진다. 소용돌이 치는 미완의 감정들이 어쩌지를 못하고 파들거리는 각자의 세계. 자기 자신만으로도 팽창하다 터져버릴 것 같지만 외부와 또 끊임 없이 잡음을 일으키는 일상. 차라리 태풍이라도 와서 이 모든 것이 깨쳐지길 바라게 되는 마음 같은 것들. 여기까지는 청춘을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로 미화하여 기억하는 사람조차도 쉬이 공감할 법하다.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영화 속 리에의 대사에서 표현되듯, 곧 올 거라는 태풍이 차라리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쩌다 학교에 남아 버린 아이들이 점점 거세지는 태풍 속에서도 굳이 집에 가거나 연락하려는 마음 없이, 교실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청춘이라면... 저는 그냥 한평생 응애 할랍니다. 농담이지만 반은 진담이다.
아름다운 시네마의 힘
이 영화가 아름답지 않았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에너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각각의 이유로 학교에 남은 아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흔히 이 영화를 소개할 때 사용되는 불안이나 본능 같은 단어들 또한, 청춘이나 사춘기나 청소년기라는 단어들 또한, 이 영화 속 아이들이 표출하는 에너지를 적확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최선은 결코 최적에 닿지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말하고 쓰며 이 영화의 주변을 더듬거려 보고 싶다.
현란한 80년대 음악과 독특하게 사용된 음향, 공간 사용 하나하나 다, 영화를 잘 모르는 눈으로 보아도 잘 만들었구나 감탄하게 되기는 한다. 책상을 쌓아 올리고 종이학을 매달아 둔 교실의 풍경, 거기에 마치 아이돌 군무처럼 원자처럼 제각각 서 있는 아이들, 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모습은, 그 장면이나 정서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장면적으로 힘이 있다. 마치 온도가 높아지면 활발해지는 원자의 운동 같다. 전자와 충돌이 증가하고 비저항이 커지는 원자의 모습처럼, 아이들의 모습도 그렇다.
태풍 안에서 제각각의 이유로 끓어 오르는 아이들의, 탁구공처럼 튀어오르는 에너지는 분명히 힘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8명의 아이들이 마치 하나의 사회를 표현한 것처럼도, 한 인간 안의 복잡다단한 정서를 표현한 것처럼도 보인다는 지점이다. 하나의 물체 안의 원자들처럼.아름답지 않은 원시의 폭력
특히나 이 영화 속 아이들의 세계를 하나의 사회라고 한다면, 내 눈에 그것은 태곳적 원시의 사회로 보였다. 인간보다는 짐승의 그것과 조금 더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낳은 이들은 보호자로 기능하지 않거나 아예 부재한다. 아이들이 쌓아올린 보호의 수단은 그다지 보호할 만큼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책상을 바리케이드처럼 쌓아 올린 것은 물리적 충격을 막기 위함이고 종이학은 으레 소원의 상징이나, 둘 다 이 영화 속에서는 장난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조개 껍데기 가면 정도의 선사 시대 주술 수준으로 무력해 보인다. 그 안에서 생의 감각은 통제되지 않는다. 노래와 춤, 웃음과 폭주, 그리고 폭력.
특히 미치코에 대한 켄의 폭력 장면은, 개인적으로 관객석에 앉아 있기 괴로울 정도였다. 너무 괴로워 속이 좋아지지 않았고, 주먹을 자꾸 불끈 쥐게 되었으며, '미치코 그렇게 밀어내면 네 코어가 흔들려... 코어를 다잡고, 있는 힘껏 한 대 치고 발로 차...'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꾸 극을 극으로 보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장면에 얼마나 깊은 괴로움을 느끼냐에 따라서도 평가가 갈릴 지점이 있을 것이다. 유독 길고 집요했던 이 장면은, 명백히 성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가해자의 입장을 고려한다. 그가 가정에서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결여와 그로 인한 그의 정신적 불안정 상태, 좋아한다는 이유로 미치코에게 이미 저지른 일과, 그 일에 대한 면죄부의 의도로 해석될 자리까지 내어준다. (심지어 이 영화의 시놉시스에서 “소년은 짝사랑했던 소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고 표현한 문장도 있다. 누가 썼는지 몰라도 이건 좀 많이 다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원색적인 세계에 출구는 있는가? 도쿄에서 태풍 속을 뛰어다니는 리에와 강당 앞에서 춤을 추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만약의 내일'에는, 출구가 있을까. 원시 사회를 벗어난다면, 이 미완성의 시기를 벗어난 '어른'의 세계에는 대안이 있는가.
이 영화 내에는 없다. 대사 하나 없이 잠시 등장하지만 보호자 역할은커녕 스스로를 돌보는 일조차 버거워 보이는 켄의 아버지, 그의 함석지붕에 아들이 내리꽂는 돌멩이, 무책임하게 피하던 약혼녀의 가족과 함께 가라오케 노래를 부르며 무성의하고 무기력하게 술에 몸을 맡긴 교사, 문을 열어 몸을 적시는 이상으로 태풍을 맞이할 수 없는 그의 세계...
<일본산고>의 일침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원시 사회 같은 폭력을 보며 대문호 박경리 선생님의 <일본산고>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삶보다는 죽음, 희망보다는 절망을 향해 있다. 출구보다는 막다른 길처럼 느껴진다.
"비상을 꿈꿀 수 없는 사로잡힌 영혼에게 깃드는 것이 허무주의다. 그리고 쾌락이다. 남경 학살, 백주의 난행은 일본군의 전략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로테스크와 에로티시즘의 여실한 참극, 절망 없이 그 짓을 했을까.
일본 문학에서 탐미주의가 정점을 이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썩어가는 육체, 괴기스러움에 대한 쾌락, 그것은 일종의 도피다. 자살의 미학도 실은 일그러진 사디즘을 포장해낸 것에 불과하고 삶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의 결여로 볼 수 있다. 산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또 아름다운 것도 없다. 진실 자체이기 때문이다. 진실의 추구야말로 문화의 시발점인 동시에, 발전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경리, <일본산고>. 이하 큰따옴표는 모두 같은 책 인용.)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원시적인 사회를 담고 있다고 느꼈다. 로망 포르노 (다시 말해 포르노) 연출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소마이 신지라는 감독에게서도 박경리 작가가 비판한 지점이 느껴졌다. "감각만 살아나서, 마치 달팽이처럼 축소되고 밀폐된 채 끈적끈적한 점액을 남기며 기어다니는 이런 형국에 불어닥친 세계의 바람" 앞에서 "기능 면으로는 재빠르게 받아들여 전환할 수 있었겠지만 의식세계는 일대혼란"이었던 나라의, 말초신경만 남아 버린 허무주의.
이 영화에서의 청춘은 결국 허무주의로 치닫는다. 1985년 작품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에로·구로(그로테스크)·난센스·칼과 무의미, 그것은 칼의 세계에서는 필연적인 것으로 황무지와도 같은 의식을 여실하게 드러낸" 유행이 1920년대의 것이었다면, 일본 문화에서 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작품 쪽이 더 보고 싶다.
아름다운 카메라의 움직임, 아름답지 않은 사상의 부재. 그곳에서 나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임을 절감한다. 나는 "인생은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니며 보다 고통스럽게 무량한 우주의 비밀을 헤치고 나가는 과정"이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저는 일본의 민족성을 얘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스스로도 희생자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체제입니다. 체제가 뭐냐를 물어야지요."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누가 언제 청춘이 반짝반짝 솜사탕처럼 아름답기만 하다고 했나. 죽고 싶은 순간도 있고, 미완성의 감정들이 나를 추동해서 아주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바보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지만... 이 정도의 귀결이 보편적 청춘인가? 나와 주변인의 청춘에 그런 허무주의가 없었음이 단순히 우리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래 뭐 그랬나보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비릿한 것만이 청춘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야말로 진짜 청춘이고 다른 반짝거리는 영화들은 마치 가짜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커팅된 보석의 일면처럼 다양한 청춘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중 하나를 너무나 잘 포착했을 뿐이다. 에너지는 아름다웠으나, 그 에너지 뒤에 어떤 사상의 결여가 있는가 생각하면 이 영화가 편하게 다가오지만은 않는다. "마지막 꼭 해두고 싶은 말은 결코 일본을 모델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라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을 생각하며 역시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거 내 청춘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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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 <지구가 끝장나는 날>로 이어지는, 이른바 ‘코네토 3부작’을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과 배우 사이먼 페그, 닉 프로스트가 현재 새로운 코미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이먼 페그는 최근 그의 집에서 라이트 감독이 3일간 머물며, 그들의 차기작을 위한 기본 콘셉트를 확정했으며,“다음 영화 찍기 전까지는 다른 코미디 안 하겠다고 에드거에게 약속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글렌 파월이 주연을 맡은 스티븐 킹의 소설 <러닝맨> 리부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2015년 파리 테러 다룬다
<어떤 영웅>으로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이란 영화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사건을 중심으로 한 영화로 돌아옵니다.
<Parallel Tales>는 2026년 봄 프랑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이자벨 위페르, 비르지니 에피라, 뱅상 카셀, 카트린 드뇌브 등이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 중, 뱅상 카셀은 특수경찰 BRI (수색 및 개입 여단) 대장 역을 맡아,바타클랑 극장에서 테러범 진압 작전을 수행하는 인물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넷플릭스 영화 <Here Comes the Flood> 출연 확정
<시티 오브 갓>, <두 교황>를 연출한 브라질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신작 <Here Comes the Flood>에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을 확정지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패틴슨과 더불어 덴젤 워싱턴, 데이지 에드가-존스가 출연할 예정입니다.
은행 경비원, 창구 직원, 그리고 정체를 숨긴 도둑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지적이고 긴장감 있는 심리전을 펼치는 영화가 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엘리자베스 올슨, 뱀파이어 스릴러 영화 주연 합류
파노스 코스마토스 감독의 뱀파이어 스릴러 영화 <Flesh of the Gods>에 크리스틴 스튜어트, 오스카 아이작에 이어
엘리자베스 올슨이 합류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해당 영화는 부유한 부부인 라울(오스카 아이작)과 알렉스(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미스터리한 여성(엘리자베스 올슨)을만나게 되면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위험한 여정에 오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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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발현시켜 세상을 구하는데 힘을 쓴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게 된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자신의 능력이 정확히 어디까지이고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그것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다치거나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같이 느낀다.
어쩌면 이런 영웅의 서사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찾은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찾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고민과 불안감을 통해 각자는 자신들이 있어야 할 위치를 어느 정도는 찾게 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영웅이 되어 어느 정도는 세상의 성장과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DC나 마블 코믹스에서 만들어가는 영웅 이야기는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기본이 되지만 그 안에는 각 캐릭터들의 고민과 방황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저 악당을 이기는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같이 그리는 경우가 많다. 마블의 경우는 개개인의 서사를 먼저 독립적인 영화로 만들어 간 후에 여러 영웅을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를 해나갔다면 DC는 개별 캐릭터의 서사를 먼저 보여주지 않고 바로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2017년에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어찌 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영웅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감정을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는 영화였다.
기존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의 특성과 그들의 고민,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모두 한꺼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의 전개가 급작스러운 느낌이 있었고 원더우먼(갤 가돗),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아쿠아 맨(제이슨 모모아) 캐릭터의 행동과 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게다가 감독 잭 스나이더가 딸의 사망으로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조스 웨던 감독이 마무리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이번에 잭 스나이더가 전권을 받아 다시 구성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캐릭터의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특히 플래시의 가족사와 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추가되었고, 사이보그에 대한 서사와 그의 고민도 포함되었다.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그렇게 캐릭터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 버전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인 동요를 끌어낸다. 또한 스나이더가 가진 특유의 슬로모션 액션이나 좀 더 디테일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통해 보는 관객에게 보는 재미도 확실히 느끼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도 더 어둡고 진중하게 구성되어 어정쩡한 유머도 많이 줄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웅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웅들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는 액션 장면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성장담을 보면서 결국 같은 세상의 존재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허황되게 보이는 영웅의 이야기 속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야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사이보그에 관한 것이다. 그는 한때 잘 나가는 미식축구 유망주였지만 차량 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그때 마침 외계 물체에 대한 연구를 하던 과학자 아버지의 노력으로 로봇의 몸을 다시 삶을 얻게 된다. 그는 그 자신을 보며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원망한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사이보그의 서사는 지금의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사고를 겪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만하다. 영화에서 사이보그가 마음을 고쳐먹는 과정 자체는 조금 두리뭉실 하지만 그의 마음 가짐 변화나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생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세상 밖에서도 최대한 조심하며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사이보그 캐릭터의 변화를 본다면 그가 당당히 자신의 몸을 드러낼 때 응원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영화 속 플래시의 캐릭터에도 이런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어머니의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를 면회하는 플래시의 모습 그리고 현실에서 그가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 앞에서의 모습과 대조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수를 연발하고 허풍을 쏟아낸다. 어쩌면 그의 속사포 같은 말투와 유머는 자신의 어두움을 가리려고 하는 노력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유머를 내뱉는 캐릭터는 플래시뿐이다. 이전 버전에서는 그 모습이 잘 조화되지 않고 이상하게 보였지만 이번 스나이더 버전에서는 그의 유머가 그런대로 심각한 분위기 안에 잘 녹아들었다. 그의 유머로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보다는 그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은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이고 해당 그룹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서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단 배트맨의 경우,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리더로서의 품격은 더 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그가 마음 깊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대상인 슈퍼맨에 대한 감정은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질투심과 더 강력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에 기원한다. 이제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진 배트맨은 일반적인 중년들이 느낄만한 그 감정을 이겨내려 애쓰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 팀을 구성하는데 힘을 더 쏟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슈퍼맨의 힘은 너무 강력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 안에서 그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안에서도 그는 세상을 구할 마지막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서 그가 등장했을 때,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은 급격히 사라지고 상황이 급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영화 자체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스나이더 감독 버전은 후반 클라이맥스 전투를 일부 보강하여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플래시의 역할을 좀 달리 하면서 슈퍼맨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좀 더 팀업에 가까운 형태로 빌런을 물리치는 구성을 보인다. 그래서 끝까지 영화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에 들어가는 특유의 타격감과 슬로 모션이 보강되며 마지막 액션 장면이 클라이맥스다워졌다.
빌런 스테픈 울프의 서사도 보강되었다. 그가 왜 마더 박스를 얻으려고 하는지 목적이 보다 뚜렷해지고, 그의 과거사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고, 외모적으로 은색의 비늘 같이 보이는 것들을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을 바꾸었다. 이전 버전이 컴퓨터 CG라는 느낌이 강했고 비이성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보여주는 빌런으로 바뀌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화면비는 일반 극장 비율에 비해 양 옆에 잘려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좀 더 많은 장면을 살려 구성하기 위함이었는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OTT나 VOD 서비스만으로 만 제공하게 한 것이 화면 비율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키 XL이 음악 감독을 맡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음악에 이어지는 음악들을 구성했는데 이 부분도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는 굳이 개봉이 이미 완료된 영화를 다시 구성하여 감독판을 내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버전에 비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단지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이 원하는 분위기로 바꾸었고, 스나이더 감독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보강했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 전체 액션 장면의 스타일도 본인 고유의 스타일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구성하고 싶어 한다. 2017년에 스나이더 감독이 마무리하지 못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좋은 것이다. 이전 버전이 누가 만든 지 알 수 없게 구성된 혼종 영화였다면 이번 감독판은 스나이더 감독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오리지널 작품이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감독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온전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4시간의 러닝 타임이 보는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파트인 에필로그의 내용은 조금 줄여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개봉과 흥행이라는 압박을 어느 정도 덜고 만든 이 새로운 버전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버전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는 후속 편을 기약하며 끝나지만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리뷰>
https://youtu.be/7g8vNBl7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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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비튼 로맨스
우리 모두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태어난 이후, 나 자신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도 가지게 된다. 자아라는 것, 즉 나 자신이라는 것은 유아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조금씩 그 모양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죽기 직전까지도 그 자아의 모양은 계속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나면 자아를 가만히 들여다볼 기회도 생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진 자아가 어떤 모양인지를 보면서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듣고 싶어 한다.
그 자아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자아의 모양을 바꾸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자아의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무척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자아를 싫어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 내외부의 시선들이 모이면서 자신이 가진 외모와 성향들에 대해서 판단하게 만든다. 특히나 자기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체로 남들 앞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남자와 그를 만나는 여자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자아를 부끄러워하는 한 남자와 그를 만나게 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 초반, 중심인물은 나탈리(니나 도브레브)다. 그는 계속 연애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애 실패담을 통해 잡지사에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정말 자신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연애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가 우연히 데이트 앱에서 한 남자의 사진을 보고 대화를 시작한다. 그가 메시지를 보낸 조시(지미O.양)는 사진에서 남성적인 외모를 뽐내고 있다. 또한 나탈리와 조시는 대화 코드가 아주 잘 맞아 수시로 메시시를 주고받게 된다.
사실 영화 속 나탈리는 자신의 매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저 좀 더 완벽한 남자를 찾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이 계속 실패할 뿐이다. 어찌 보면 자존감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에 특별한 고민 없이 자신에게 맞을 만한 완벽한 남자를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연애가 계속 실패할지라도 그의 앞에 완벽한 남자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반면, 나탈리가 채팅 앱에서 만난 조시는 사진의 외모나 대화를 통해서 보면 완벽한 남자로 보인다. 그래서 나탈리와 더욱 완벽한 커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준다. 먼 거리에 살고 있어 실제 조시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나탈리는 갑작스럽게 조시가 살고있는 집으로 방문하기로 하고 그 때문에 조시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그는 동양인 계열의 사람이고 사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조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은 인물이고 그 자신이 가진 자아의 모양도 잘 알지 못한다. 남들에게도 크게 인기가 있었던 인물이 아니기에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이성을 만나라고 시도를 했던 것이다.
조시는 외모적으로 훌륭하지 않고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너드 정도로 보인다. 또한 그는 외모 뿐만아니라 자신의 성향조차 숨기려고만 하는 캐릭터다. 그가 나탈리를 실제로 만났을 때, 크리스마스 때까지만 가짜 연인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그의 모습은 대체로 자신 없고 미안한 감정이 담겨있다. 축 처진 어깨와 재미없는 농담들은 그가 가진 그 우울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진정한 매력은 나탈리로 인해 조금씩 발견되어 간다. 영화는 조시가 가진 매력을 나탈리가 하나씩 발견해 내는 과정이 재치있게 담겨있다.
영화 <러브하드>속 나탈리와 조시의 이야기는 사실 과거 여러 영화들에서 많이 보아 왔던 내용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과 아주 잘 나가는 인물이 만나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굉장히 진부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공개된 <러브하드>는 그런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특성이나 구도를 살짝 비틀었다. 꽤 잘 나가는 여성 캐릭터와 동양 계열의 남자를 연결시키면서 과거의 진부한 틀에 캐릭터의 변화를 살짝 준 것이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계 남자가 로맨스 주인공을 했던 영화가 거의 없었기에 이 부분만큼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존 할리우드 로맨스를 살짝 비튼 따뜻한 영화
나탈리와 조시,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극은 유쾌한 웃음을 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인,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많이 보던 로맨스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시감이 많이 들어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 온전히 스크린 밖으로 전달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에서 조시를 연기한 배우 지미 O. 양은 과거 <판타지 아일랜드>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영화에서 짧은 감초 역할을 많이 연기했던 배우다. 홍콩 출신인 그가 로맨스 물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진지한 연기도 잘 소화해낸다. 나탈리 역의 배우 니나 도브레드도 그렇게 이름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배우다. <더 파이널 걸스>나 <디어 마이 프렌드> 같이 저예산 영화들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인데, 이번 <러브 하드>에서 매력적인 커리어우먼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빨리 벗어난 영화다. 하지만 연말에 볼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만 한 영화는 없을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이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가족과 로맨스 이야기가 같이 펼쳐지기 때문에 연말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익숙하지만 약간은 특별한 로맨스 영화를 찾으시는 관객들은 넷플릭스에서 관람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러브하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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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피상적 인간 관계에 대한 독특한 시선
전작 ‘욕창’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직면할 수 있는 노인 문제에 대한 가부장적 가족 관계와 돌봄 노동 등을 조명했던 심혜정 감독의 신작 한국 독립 영화 〈너를 줍다〉를 관람했습니다. 신인감독들이 주로 소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당신으로부터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미확인’, ‘밤 산책’, ‘우리와 상관없이’, ‘수궁’, ‘어쩌다 활동가’, ‘폭설’, ‘믿을 수 있는 사람’, ‘잔챙이’와 함께 출품된 작품으로, 아무 생각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로 사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지수를 통해 현대 사회 속 사람들 간의 관계를 독특하게 바라봅니다. 자칫 범죄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가고 있어 색다른 소재의 활용과 더불어 전체적인 분위기도 색달랐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의 쓰레기에는 품위가 있다”
사랑에 배신 당한 지수는 타인의 쓰레기를 뒤지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최선을 다해서 깔끔하게 버린 쓰레기가 눈에 띈다. 옆집 남자 우재의 것이다. 지수는 그가 궁금하다. 지수는 쓰레기 정보로 그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다. 우재와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그의 밝고 따뜻함, 그리고 상처들. 지수는 점차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예고편│Trailer
영제: Flowers of mold│감독: 심혜정│각본: 심혜정, 이수진
원작: 하성란 소설집 ‘옆집 여자’에 수록된 단편 ‘곰팡이꽃’
출연진: 김재경, 현우 외 多│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04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왓챠피디아 2.6
초청·수상 내역: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CGV상)
“버려지는 것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해”
사람들이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가져와 내용물을 통해 이웃들의 성향과 취향을 기록하는 특이한 버릇 혹은 습관을 가진 지수라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지금 사회의 인간 관계를 들여다보며 나아가 특별한 사랑까지 파고듭니다. 시점에 따라 쓰레기를 뒤지는 행위가 범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버려진 것을 통해 진짜 모습을 접근하는 방식은 굉장히 독창적이게 다가옵니다. 밀키트 마케터이자, CS라는 직업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그녀의 성향을 보여주며 치장된 말과 행동으로는 알 수 없는 진짜 모습을 판단하는 그녀만의 소통법임을 알려주죠. 그리고 깔끔한 일처리로 인정받는 직장과 180도 다르게 소심하고 내성적인 모습은 왜 그런 행위를 하였는지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호실별로 쓰레기를 찾아 세세히 사진과 매일 기록을 꼼꼼히 남기며 타인에게 벽을 느끼는 일종의 정신병처럼 비치는데, 과거 연인의 잘못된 행위가 남긴 상처에 대한 자기방어적 트라우마이자, 보호 본능이었습니다. 다시 상처받기 싫은 그녀의 단단한 잠금장치, 영화는 그것을 해제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게 새로운 관계라 여겼는지 낯선 우재와의 만남으로 전반부의 긴장감과 새로운 출발의 애틋함 사이에서 묘한 기류로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는 사람으로 해결돼야 하고 진정한 관계는 진실한 소통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선을 애둘러서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만든 단절된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누구에게나 실시간으로 자신을 뽐내지만, 양면이 다른 동전처럼 전혀 알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다른 이들을 따라 마치 내 취향인 양 똑같은 모습으로 동질감과 유대감, 관심에 목메는 사회이기 때문에 지수처럼 꾸밀 것 없이 버려진 쓰레기들을 봐야 진짜를 볼 수 있는 가짜로 가득 찬 안타까운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너를 줍다〉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묘하면서도 진지한 시선을 던지며 나아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남깁니다. 지수의 화사해진 스웨터처럼 우재와의 새로운 출발을 통해 더 이상 남들의 흔적이 그녀의 쓰레기봉투에 없길 바라면서 말이죠.
한 줄 평: 피상적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사회를 쓰레기봉투에 담은 재밌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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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없어서 재미있었던 '지옥의 화원' 리뷰
*본 본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옥의 화원
(2022.12.15 개봉)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등
안녕하세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에깸입니다 ♥
이번에 지옥의 화원 시사회에 초청받아서 개봉 일주일 전 미리 보고 왔는데요
사실 기대 안 했던 작품인데 ㅋㅋㅋㅋ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지옥의 화원은 오피스 코믹 무비인데요
힘이 세다면 '최강 여직원'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대양아치 세계관(??)을 배경으로 했고요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사내 파벌을 형성하여 싸우는 와중
신입으로 들어온 란으로 인해 계급도가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지극히 평범한 여직원인 나오코...
아주 강력한 스포일러죠? ㅋㅋ
하지만 이 말만 듣고 멋대로 추측하며 영화를 보셨다가는 큰코 다칠 수도 있는 게 지옥의 화원인 거 같아요
네??! 쟤가 저런 애였다고요!!?? 의 연속인 영화랄까...
ㅋㅋㅋㅋ 그게 지옥의 화원 매력 아닐까 싶어요
지옥의 화원이 좋았던 이유는 또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젠더의 이미지를 뒤바꿨다는 거예요
사실 이런 양아치,, 폭주족,, 의 싸움은 흔히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나잖아요?
우리나라만 해도 여자끼리 이렇게 피 흘리며 싸우는 영화 많지 않고요.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완전히 체인지 해 놨더라고요
보통의 영화가 지나가는 여자에게 시비 거는 남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남자 주인공 이었다면!
지옥의 화원의 경우 지나가는 남자에게 시비 거는 여자 폭주족, 그런 폭주족을 한 방에 무찌르는 여자 주인공 이 되었습니다 ㅋㅋ
끝까지 로맨스가 나오지 않는 것도 한몫 한 거 같아요. 사알짝의 로맨스가 첨가되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코믹 요소로 사용되니까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엔딩이 완전 대반전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옥의 화원은 100 퍼센트 코믹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조금의 신파, 조금의 스릴 전! 혀! 없고요
싸우면서 피가 철철 흐를 텐데 무섭지 않냐고요? 피도... 웃기게 나더라고요(??) 중간중간 일본 만화틱한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젤 웃겼어요. 주인공끼리 싸우는데 염력 뿜으며 여기저기 날아댕기고, 나레이션으로 '만화에선 이럴 때 혼자 등장하지, 그렇지!' 하기도 하고요 ㅋㅋㅋ 걍 진짜 무협만화 세계관,,,
포스터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보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거든요
사실 포스터 보고 이건 재미없을 거야 했던 편견도 있는 거 같구요. 미리 말하자면 대단한 스토리 라인은... 없습니다
줄거리가 이렇고 연출이 이렇고 말하기에도 어이없달까요. 그래도 기승전결 하나 만큼은 완벽한 거 같기도요 ㅎㅎ
지옥의 화원!
2022 보내야 하는 이 연말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니까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찾고 계시다면
12월 15일 개봉 예정인
지옥의 화원 추천합니다~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 의사: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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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리뷰 | 그래서 MODAL 101 은 무슨 뜻일까?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모달101 | 매트릭스4 영화리뷰 | 매트릭스4 해석 |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스포없음)
+ 매트릭스1 오프닝 초반 장면 리뷰
+ 모달 MODAL 101 / 그 외의 상징 해석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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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녕하세요> 메인 예고편
힐링 메이트가 전하는 특별한 마법? 김환희X유선X이순재 전 세대 마음 울릴 호연! [안녕하세요]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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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씽 : 사라진 딸> 메인 예고편
작지만 이웃 간의 정이 깊은 마을로 이사 온 '클레어'와 딸 '사라'. 마을을 대표하는 농구팀에 입단한 '사라'는 팀원들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했다 실종된다. ;클레어'는 실종 당일 함께 있던 팀원들을 수사할 것을 요청하지만 주민들은 되레 그녀가 결백한 아이들을 의심한다며 등을 돌린다. 외로운 수사를 이어가던 '클레어'에게 발신자 불명의 영상이 도착하고 그 안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담겨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