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05 15:04:42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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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어질 결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6관왕
ⓒ 네이버 영화
제9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헤어질 결심>은 작품상 외에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조명상, 음악상을 받으며 6개의 상을 휩쓸었다.
<더 패뷸러스>, 12월 23일 공개
ⓒ 넷플릭스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로맨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가
오는 12월 23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드라마에는 채수빈, 최민호 등이 출연한다.
이소룡 전기 영화, 이안 감독 연출
ⓒ 네이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이소룡 전기 영화 연출을 맡는다고 밝혔다.
이안 감독의 아들 메이슨 리가 주연을 맡는다고 한다.
<웬즈데이>, 공개 첫 주 만에 전 세계 83개국 1위
ⓒ 넷플릭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해 공개 전부터 국내외 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넷플릭스의
<웬즈데이>가 공개 첫 주 만에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포함한
93개국에서 TOP 10에 진입하기도 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2023년 5월 개봉 확정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일으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가 6년 만에 오는 2023년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로 관객을 찾아온다.
<드라이브 마이 카>, 개봉 1주년 기념 재개봉
ⓒ 네이버 영화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시작으로 ,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상,
제79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드라이브 마이 카>가 개봉 1주년을 기념하여 22일부터 극장에서 재개봉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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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쁘진 않았는데 낯설어서 그래
내가 만약 돈이 무진장 많으면 난 어떻게 변할까? 예쁜 여자 만나 행복하게 살겠지. 그럼 나도 감사함을 몰라 점점 이상하게 변할까? 26살쯤 되니 내가 한 건 없고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만들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서 이 생각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종종 들 곤 한다. 이제까지 만났던 부자들은 다 성격 좋았다. 남들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하고. 근데 이 세상 사람들 다 성격 똑같은 것 아닌 거처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내가 만난 부자들이 못돼먹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그런 존재가 된다는 보장이 있나?
오늘도 글을 쓰면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을 한다. 사실 간단하다. 그냥 매일 염두하고 책 많이 읽으며 살면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이라도 일단 부자가 되기 위해 비트코인과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지만 역시 돈은 일해서 벌어야 얻는 게 많아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래야 사람 고마운 걸 알아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난 일 많이 해서 돈 벌거고 밥맛 떨어지는 나쁜 놈이 될 생각 없다. 이왕에 어려운 사람들 도우고 사는 게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저번 주에 밥 맛 떨어지는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다른 때 같으면 영화를 추천했을지도 모르지만 난 사실 잘 모르겠다. 여러분들이 보고 어떤 작품인지 다들 생각해보길 바란다.
인생은 원래 생각지도 못한 것의 연속이지
남자가 느닷없이 한 건물 문을 연다. 시선을 어디로 둘 지 몰라 고정하지 못하는 이 남자. 집주인이 빈 시간에 딱 맞춰 올 정도로 주도면밀했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남자는 뒤적뒤적 집주인의 물건들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남자는 도둑이다. 도둑이 들어간 이 별장의 주인은 IT업계의 억만장자 CEO다. 집주인이 외부 행사로 잠깐 비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도둑. 금세 주인장의 롤렉스와 현금을 찾아 도망치기로 한다. 그렇게 주섬주섬 모든 짐을 챙기고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아. 그전에 오줌 한번 시원하게 누고 가야지. 마치 자기 집에 온 사람처럼 도둑은 최후의 끝마무리(?)까지 하고 문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원래 외부 행사로 별장 주인이 자리를 비워야 이치에 맞는데, 느닷없이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가 생겨버렸다. 당황하는 도둑. 그 주인 부부가 별장에 들어온 것이다. 도둑은 숨었다가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혼자 있던 아내. 아내는 인질로 잡혔고 부부는 이도 저도 못 가게 손발이 묶이게 된다. 도둑은 이 집에 있는 모든 카메라를 찾아 기록을 은폐하고 남편이 도주를 위해 제시한 금액을 위해 부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이 이후의 영화가 작품의 줄거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묘하게 느껴지는 계급 차이
이 영화는 계층에 대해 다룬 영화다. 주인공 도둑은 최근에 어떤 일이 있어 빈곤을 겪는 것 같아 보인다. 이 덕에 인물은 도둑질을 계획하게 된다. 이 계획이 원래대로 이뤄졌다?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부가 들어와서 다 엎어지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세 명이 처해있는 처지를 대비시키며 계급 격차를 부각한다. 예를 들어 50만 달러라는 금액에 대해 논할 때, 도둑이 제시한 15만 달러를 남편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조소한다. 이 대사를 듣고 도둑이 답한 것이 있다. '우리 생각하는 삶의 질이 다르네'였다. 이를 기점으로 영화는 계속해서 남편과 도둑의 관점 차이를 보여준다. 빈곤과 부유의 뚜렷한 대조인 셈이다. 그리고, 계급과 입장에 대한 차이는 하나 더 있다. 이 부분은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엔딩과 관련이 있어서 더 쓸 수는 없을 듯하다. 각본의 완성도를 떠나 인물의 캐릭터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의 대비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계급 갈등 문제를 묘사하는 데 있어 살짝 기시감이 드는 부분이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좁은 공간. 계급 격차.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것 그리고 엔딩까지. 이거, 난 <기생충>에서 본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생충> 만큼이나 철저하지는 못하다. <기생충>은 계단을 비롯한 여러 도구와 '냄새'라는 모티브로 기득권층의 모순과 계급에 의한 전락을 탄탄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전적으로 주인공들의 대사에 의존하는 계급 격차를 보여준다. 이러다 보니 극 자체의 보는 재미는 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무난해도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 다른 영화를 의식할 필요야 없겠지만 사전 조사가 좀 더 철저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감독도 관객이라 연출자가 제일 중요하나, 두번째로는 역시나 타인이 보기 때문에 염두해야 할 구석이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생충>과는 다른 스탠스를 유지하며 이런 류의 영화들과는 다른 차이점을 찾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왕에 미국의 계급 격차를 다룰 것이었다면 밑도 끝도 없이 도둑질하는 것부터 보여줄게 아니던가, 결말을 좀 수정하는 식으로 인물에게 감정 이입할 만한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별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굳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거 영화 배경을 바다나 성당으로 바꿨어도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이 역시 뭐 영화를 보는데 심각하게 지장이 가는 건 아니나 극의 전개를 좀 더 천천히, 깊게 제시했으면 극이 충분히 꼼꼼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좀 더 꼼꼼하면 좋았을 걸
이 영화가 조명하는 문제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계급 문제 물론 심각하다. 당연히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배려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이 극의 주인공이 벌였던 강도라는 범죄가, 사회가 만든 비율이 단 1%라도 없다면 거짓말 아닌가. 그러나, 한 처지에 있는 인간이기를 떠나서 영화 전체적인 전제들이? 쳐지는 구석이 많다. 빈곤하거나 부유해도 전적으로 사람 아닌가? 영화의 메시지를 위해 인물들이 희생된 느낌이 있다. 또 다른 '계급 격차'역시 묘사가 아쉽다. 이 갈등 역시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다. 그런데 이것이 이 영화에 굳이 묘사되어야 했나?라는 것도 의문점이다. 결말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순 있으나 깊게 생각하면 몰입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기생충>이 선택과 집중으로 밀도 있는 이야기를 만든 반면 이 <윈드폴>은 분산으로 몰입도가 떨어진다. 배우들의 호연이 좋았고 메시지 자체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이야기라 나쁘지 않았지만 극이 좀 구멍이 나있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부 둘의 좋은 연기
제시 플레몬스 연기 좋았다. 극을 보면서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었다. 자기밖에 몰라 부끄러움을 까먹은 후안무치의 CEO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또 아내 역의 릴리 콜린스도 내면에서 꾹꾹 참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 둘의 연기만으로도 극을 보는데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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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개봉일 : 2021.12.15.(한국 기준)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쿠키 영상 : 2개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컸기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참 많았다. 그 소문들을 믿거나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했다.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할 이유들이 많아지니까.
처음 마블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릴 때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푹 담가져 있었다. 큰 눈을 가진 앤드류 가필드의 인간미 넘치는 스파이더맨이 좋았고, 비록 악역이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좋았다. 거기에 삼부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픈 손가락처럼 더 애착이 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류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라니. 기대도 됐지만 살짝 못 미덥기도 했다. “과연 어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지 보자-”싶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톰 홀랜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힘껏 뿜어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갔고, 관객들은 자연히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이 된 톰은 ‘아기 거미’와 ‘톰스파’라는 애칭까지 꿰차며 당당히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던 관객들도 꽤 많았으니.. 스파이더맨으로서 그의 존재감이 꽤나 톡톡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성장
토니 스타크가 떠나기 전까지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는 완전한 히어로라기보단 막내와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토니에게 수트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토니와의 만남에 신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거나,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어버버 말을 흐린다거나.. 등등.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스파이더맨은 항상 조금씩 어설펐다. 나쁜 뜻은 아니라 딱 그 나이대의 감성이 풍부한, 서툰 소년 같았다는 말이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대인 것도 한몫했다.)
<엔드게임>이후 개봉한 <파 프롬 홈>에서는 멘토였던 토니를 잃은 피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토니의 뜻을 이을 수 있는 ‘히어로’로서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개봉한 <노웨이 홈>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닥친 위협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라는 두 개의 인생을 두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 사실 이 두 마디 말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살짝 잊어가던 참이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기도 했고, 상대하는 악당들과 스파이더맨의 슈트 능력치 또한 크게 상승했기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내가 처음 접했던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매력적이었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느낌보다는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느낌이 강했다.
서서히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익숙해지고 있던 찰나, <노 웨이홈>은 피터 파커를 다시 피터 파커답게 돌려놓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했던 그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사람의 선함을 믿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소박하고 친절한 옆집 청년 같은 그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만나온 친구, 스파이더맨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했던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와 오랜 시간을 쌓아왔기에 세 번째 마무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온 프랜차이즈 영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과 정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이렇게 한 번에 다시 선물 받다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많아 일회성으로 소모된듯한 빌런의 존재와 가장 임팩트 있어야 할 장면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지션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그게 대수인가!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실망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글의 상단에선 참겠다. 영화를 보기 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 어떤 스포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상하라.”정도가 있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놉시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드디어 열린 멀티버스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꾸준히 언급됐던 ‘멀티버스’. 그 멀티버스가 드디어 <노 웨이 홈>에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탈을 통해서 말이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지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인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다며 자책한다.
MJ와 네드의 대학 입시가 좌절되고 사람들은 피터의 집에 벽돌을 던진다.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하지만 피터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주문이 흩어지고 그 결과 평행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온갖 인물들이 몰려오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대 스파이더맨 두 명까지.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할 때부터 이 둘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실제로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시간들을 견뎠나 보다..”싶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버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이걸 보려고 버텼나 보다.
삼 스파이더맨의 등장
(이하 톰 홀랜드 = 톰스파, 토비 맥과이어 = 샘스파, 앤드류 가필드 = 어스파로 표기)
메타버스를 통해 만난 스파이더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하늘로 솟았다 곤두박질치듯 강하게 뛰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걸까. 벅차오른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영화에 가득한 이전작들의 오마쥬 장면들과 고민하고 있는 톰스파에게 건네는 선배 스파이더맨들의 위로까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결국엔 성장하는 스파이더맨들
‘두 개의 삶’은 역대 스파이더맨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했던 문제다.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or 평범한 피터 파커로서의 삶. 스파이더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고 피터 파커로 산다면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선한 히어로이기 전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는 피터와 끝까지 피터를 잡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리고 피터는 누구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응원까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양분 삼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선한 본성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샘스파는 벤 삼촌과 친구 해리를 잃고 슬픔에 빠졌다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스파는 아버지와 거미에 대해 얽힌 비밀과 두 개의 삶 중에서 고민을 반복하다 선택을 하는 순간에 사랑하는 그웬을 잃게 된다. 포탈을 타고 다시 등장한 그는 여전히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듯한 모습을 보인다. MJ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톰스파를 지켜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처럼 먼 바닥으로 추락하는 MJ를 구해낸 어스파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죄책감에서 한걸음 벗어난다.
톰스파는 빌런들을 고칠 수 있다며, 인간의 선함을 믿다 메이 큰엄마를 잃는다. 선함을 믿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던 메이의 말을 따르며 많은 이들을 도와온 피터의 믿음이 깨지고 그는 폭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톰스파의 분노를 막고,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도덕성과 선함은 약점이 아니다
피터가 여러 평행 우주에서 온 빌런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주문을 강행하려 하지만 피터는 달랐다. 피터는 메이 큰엄마의 말을 따라 빌런들을 고쳐놓기로 결심한다.
피터는 모두가 믿지 않고, 모두가 안될 거라 말한 일을 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너의 약점은 도덕성”이라고 비웃던 빌런을 고치고, 미스테리우스가 옳았다며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세상을 한 번 더 구한다. 스파이더맨은 남들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선함’을 가슴 중심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구한다.
다시 처음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몰려오는 평행 우주의 존재들을 보며 피터는 큰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와 비록 익명이지만 우주를 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명성, 집과 친구들. 모든 걸 포기한 피터는 소중한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들고 작은 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네드와 조립했던 레고 캐릭터와 MJ가 건넨 커피. 그리고 책상에 널브러진 천 조각들과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세계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발로 뛰고 구르며 다시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편을 추가 계약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톰 홀랜드의 말을 보다 보면 그의 피터 파커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노웨이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적절한 쉼표로 기억될 것이고, 이렇게 끝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마침표로 기억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는 어째 항상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월적 힘을 가진 히어로라기보단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웃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접한 지 10년이 더 지났다. 나의 첫 번째 히어로 스파이더맨, 그와 쌓아온 시간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진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끊임없이 찾고, 또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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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도를 희생해 시리즈의 초석을 두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개발하려던 RDA의 공격을 물리친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그들은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로아크(브리튼 달튼)',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를 낳고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의 딸 '키리(시고니 위버)'와 인간 아이 '스파이더(잭 챔피언)'를 입양해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크는 밤하늘에 낯선 불빛을 발견하고 RDA와 인간들이 판도라에 귀환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가진 무기와 자원을 총동원해 인간들을 공격하나, 도리어 아바타로 되살아난 '쿼리치 (스티븐 랭)' 대령의 기습에 가족을 잃을 뻔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에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위기를 피하고자 '로날(케이트 윈슬레)'과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의 도움을 받아 온 가족을 데리고 바닷가에 사는 멧카이나 부족 사이로 피신한다. 그러나 포기를 모른 채 복수심에 불타는 쿼리치의 추격은 제이크의 가족에 새로운 시련을 선사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개봉한 작품 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다. 이유는 많았다. 역대 월드와이드 흥행 1위 영화이자 3D 혁명을 일으킨 <아바타>의 속편이라는 점, 개봉일이 숱하게 연기되어 13년 만에 공개된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라는 점, 제임스 카메론 감독 본인이 가장 비경제적인 영화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라는 점 빼놓을 수 없다. 전편의 주역인 샘 워딩턴과 조 샐다나는 물론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고니 위버와 스티븐 랭이 복귀했고, 케이트 윈슬렛 등이 새로이 합류한 배우들의 면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바타: 물의 길>은 감독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에이리언 2>와 <터미네이터 2>로 속편의 대가임을 증명한 바 있는 제임스 카메론도 이번에는 자기 장기를 온전히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13년간의 준비 기간 때문이다. 카메론 감독은 5편까지 이어질 시리즈를 모두 계획하기 위해 13년이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각본을 모두 완성하고, 모든 캐릭터와 생물을 미리 만들며,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사전에 구축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이번 속편이 큰 그림의 일부라는 의미이며, 바로 이 대목이 양날의 검이다. 앞으로의 로드맵이 확실하다 보니 <아바타: 물의 길>이 암시하는 향후 시리즈의 내용이나 전편으로부터 더욱 발전한 주제 의식과 메시지는 화려한 영상미 못지않게 흥미롭다. 반면에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시리즈의 초석을 놓는 데 열중한 나머지 무엇 하나 온전히 완결 짓지 못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 '로아크' & '키리'가 암시하는 시리즈의 길
우선 <아바타: 물의 길>은 새로운 캐릭터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면서 앞으로 <아바타>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가 가족 드라마로 확장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물을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에 끼워 넣고 동시에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제격이므로. 실제로 영화의 내용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양육 방향을 둔 아버지와 어머니의 충돌, 형제자매 간의 다툼 등으로 가득하다. 특히 둘째 아들 로아크과 양녀 키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들의 서사에 담긴 비유와 클리셰는 시리즈의 지향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일단 로아크는 신약 성경 속 '돌아온 탕자'의 판도라 버전으로 보인다. 로아크는 나비족의 영웅이자 위대한 전사인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욕망에 들끓지만, 동시에 아바타의 특징이 강한 외모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아버지처럼 강한 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완벽한 아들이자 형인 네테이얌처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격지심이 공존한다. 그 때문에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 몫만큼의 유산을 받아 집을 나선 '탕자'가 된다. 그는 만용을 부리다가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해 가족과 동료들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고, 좀처럼 가족들과 융화되지 못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자신만의 여정을 겪는다.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다. 자신처럼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툴쿤 파야칸을 만나 안정을 찾고, 형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아버지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면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은 로아크가 물속은 물론 인생의 길까지 찾는 이야기인 셈이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신비한 캐릭터 키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아바타에서 태어난 아기이자, 그 누구도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존재인 그녀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유달리 에이와와 강하게 교감할 뿐만 아니라, 따로 훈련하지 않고도 물속에서 능숙하게 잠수할 줄 안다. 또 온갖 동식물과 소통하고 그들을 뜻대로 조종하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는 그녀가 마치 판도라 버전의 예수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간과 나비족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구세주 메시아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본래 '아바타(avatar)'라는 단어가 지상에 내려온 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만큼, 키리가 에이와의 아바타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로아크와 키리의 서사가 중심이 될 <아바타>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이 써 내려가는 신약 성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시점 알려진 시리즈의 4편과 5편의 부제가 각각 <툴쿤의 기수(The Tulkun Rider)>와 <에이와를 찾아서(The Quest for Eywa)>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편으로부터 진일보한 생태학적 메시지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개발에 반대하며 자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도 더욱 깊어졌다. <아바타>는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는 에이와의 자식으로서 동등한 존재다. 따라서 그들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대신 그들과 소통하며 허락을 구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는 제이크가 이크란을 탈 때 그들과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어야 했던 이유였고, 또 사냥할 때마다 "당신을 봅니다(I see you)"라고 말하며 명복을 빌었던 이유였다. 판도라의 모든 나무가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인간처럼 의사소통할 줄 안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설정이었다. 다만 이러한 묘사에도 한계는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설정과 설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판도라의 신기한 생태계와 삶의 방식을 관찰할 뿐, 다른 생명과 존재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한발 더 나아간다. 지구의 고래를 닮은 생명체, 툴쿤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작중 툴쿤은 멧카이나 부족의 형제자매, 외관만 다른 부족의 일원으로 여겨진다. 멧카이나 부족과 툴쿤들이 재회하는 장면은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들이 추석이나 설날에 만나 수다 꽃을 피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단지 멧카이나 부족이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툴쿤들도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영화는 로아크와 파야칸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툴쿤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파야칸의 시점에서 로아크가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고, 도움을 주고, 친분을 맺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 결과 동등한 두 주체가 진정으로 우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에는 설득력이 더해진다. 또 인간과 멧카이나 부족이 결국 전투를 벌이는 결정적인 계기도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주제 의식
즉, 전편이 인간도 자연계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속편은 인간 이외의 주체를 강조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이며,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들도 툴쿤 사냥선을 급습하는 파야칸처럼 인간 행위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능동적인 반응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RDA의 목적이 망가진 지구를 대신해 판도라를 개척하고 이주를 도모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연과의 공존을 더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층 깊어진 주제 의식은 <아바타: 물의 길>이 선보이는 화려한 영상미가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의 CG 효과는 전편 수준의 충격적인 영상미를 재현하지 못한다. 3D 효과도 익숙해졌고, 판도라 행성의 경관도 한 차례 맛을 봤기에 13년 전만큼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판도라를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마치 지구의 바다를 촬영하듯이 다른 세상에 있을법한 바다의 상세한 모습을 그래픽과 상상력으로 표현한 결과, 주인공들과 함께 판도라의 바다를 진짜로 경험하고 경이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본의 고래잡이를 비판하는 듯 보이는 툴쿤 사냥 시퀀스도 마냥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은 해당 장면에 심정적으로 몰입하고, 영화의 메시지도 자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닌 시리즈의 부속품에 가까워진 결과물
그러나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에 비하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과 흐름, 캐릭터의 구축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전편과 달리 몰입도가 떨어진다. 1편은 인간과 아바타(나비족) 중 한 정체성을 골라야 하는 제이크의 고뇌를 그려냈다. 이러한 존재론적인 내적 갈등은 누구나 자신의 성장 경험과 사회적 위치를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에 이번 작품은 내적 갈등을 사회적인 이야기로 다양하게 확장한다. 일례로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아이들은 혼혈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심적으로도 괴로워하고 멧카니아 부족의 아이들과도 충돌한다. 이는 현실 속 인종 차별이나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집단 따돌림 등에 대한 비유처럼 보인다. 이는 수용자의 경험과 태도에 따라 공감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화제이고, 결국 그 때문에 직관적인 몰입도도 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수많은 캐릭터의 활용법도 최선은 아닌 듯 보인다. 다음 세 편을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보니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간신히 시작될 뿐 진행되는 내용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제이크의 서사만 해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작업에 머무르고 있다. 줄곧 인간을 피해 도망치던 그가 인간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 3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의 활용도 애매하다. 인간과 나비 양쪽을 오가면서 비극적인 개인사와 가족사를 지닌 인물인 만큼 그는 분명히 향후 시리즈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정작 이 중요한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는다. 그는 나비족의 습관과 정서를 이해하고 깊이 사랑하는 캐릭터에서, 말 몇 마디에 쿼리치의 제이크 추적을 돕는 등 소극적으로 협력하는 캐릭터로 변해 버린다. 이렇게 일관성 없이 플롯의 필요에 따라 캐릭터성이 달라지다 보니 그는 자연히 극의 흐름에 녹아들지 못한다.
갈등의 규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얼핏 보기에는 전편보다 더욱 커진 전쟁을 그려내는 듯하다. RDA가 아예 실거주 목적으로 판도라 행성에 귀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다음 편을 위한 복선에 불과하다. 정작 종족의 생존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과 나비족의 결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제이크, 네이티리, 그리고 쿼리치 대령 간의 오래된 악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쿼리치 대령은 개인적인 복수심을 이유로 제이크와 네이티리를 추격하며,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하던 제이크와 네이티리 역시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쿼리치의 도발에 응수하기로 한다. 그 결과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전편에 비해 다소 맥 빠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액션의 스케일이나 전투 시퀀스의 규모도 줄어들었고, 싸움에 임하는 비장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다 보면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와 <호빗: 뜻밖의 여정>다. <아바타>를 일종의 프롤로그였다고 친다면, <아바타: 물의 길>의 목표는 <반지 원정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리즈의 세계관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거대한 전쟁에 앞서 선악을 대표하는 인물들 간의 추격전을 그려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각각의 인물이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편을 정한 후 본격적인 전쟁에 나서기로 하는 흐름도 유사하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아바타: 물의 길>은 정작 <호빗> 1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만다. 시리즈의 진행에 필요한 복선을 깔아 두는 데 지나치게 열중할 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는 않으며, 많은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인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유사한 문제점을 공유하는 까닭이다. 내용의 부실함을 전편에 비해 화려해진 시각 효과로 벌충하는 것 역시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은 장단점이 명확히 갈리는 가운데 향후 시리즈의 향방에 따라 재평가의 여지를 남겨두는 작품인 셈이다. 대서사시를 위한 완벽한 가교이거나, 시리즈의 진행을 위해 소비되어 버린 평범한 속편이거나. 2년 내지는 3년 안에 나올 것이라 공언한 <아바타 3>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재평가는 속편들의 몫으로 남겨둔, 흠잡을 데 없는 시리즈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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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개봉전 시사에서 영화 관람 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살면서 가까운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다. 나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감정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킨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자식을 이해하려 애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가 무엇을 원해서 우는지 이해하려 애쓰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뱉는 말에 따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추측한다. 아이가 크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이가 10대가 되면서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서로 대화는 적어지고 그에 따라 서로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간다.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어렵고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자식을 이해하려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영화 <더 썬>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주인공 피터(휴 잭맨)는 전처인 케이트(로라 던)와 이혼 후 베스(바네사 커비)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케이트가 피터의 집에 찾아와 두 사람의 아들인 니콜라스(젠 맥그라스)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엄마인 케이트와 살고 있는 니콜라스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트는 자신이 니콜라스를 바로잡으려 애쓰다 잘 되지 않아 전남편인 피터를 찾아간 것이다.
자신을 찾아온 전아내를 보는 피터의 모습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마치 착한 아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러니까 초반에 등장한 피터와 케이트의 모습을 보면 케이트의 육아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고, 피터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피터는 자신의 집으로 아들 니콜라스를 데려와 생활하게 한다. 새로운 학교에 등록도 해주고 최선을 다해 새로운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재 아내인 베스를 설득하기도 한다.
피터가 아들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가 아버지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실제로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모든 면에서 피터는 아들 니콜라스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준다. 그리고 니콜라스도 그런 아버지의 노력에 따라 학교도 다시 다니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 모습 속에서 니콜라스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가 지금 정말 안정이 된 건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를 영화는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이야기 내내 한편으로는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찝찝함을 준다. 그러니까 아버지 피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언가 해결된다는 느낌을 주지만, 니콜라스가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불확실한 느낌을 준다.
불안해 보이는 아들 옆 좋은 아버지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 중 가장 부정적인 일은 바로 피터와 케이트의 이혼일 것이다. 부모의 이혼을 직접적으로 겪은 아들 니콜라스도 그 과정에서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는 아버지가 없을 때, 아버지와 재혼한 베스에게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부모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 가까운 베스에겐 그런 니콜라스의 모습에서 불안과 긴장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니콜라스는 아버지 피터 앞에서는 안정적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타인인 베스 앞에서는 조금씩 진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부모 피터와 케이트가 진짜 니콜라스를 이해하고 있는지 영화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아버지 피터를 중심인물로 내세우면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위험함을 훌륭하게 화면에 담고 있다. 실제로 처음 케이트가 등장했을 때 그는 부모 노릇을 잘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아들의 입장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보호자 같이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피터의 모습은 점점 케이트와 비슷해진다. 피터가 케이트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피터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피터는 그 자신도 권위적이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아들 니콜라스를 이해하고 지원해주려 하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는 아들이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성적으로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한 해결방법을 니콜라스에게 강요할 뿐이다. 니콜라스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근원적인 상처는 하나도 치유되지 못한다.
피터는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아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려 애쓴다. 제 3자인 관객이 보기에 그는 다른 어떤 부모보다 좋은 아버지다. 단지 그가 전처와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상처를 준 과거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한순간의 상처를 좋은 아버지가, 좋은 어머니가 모두 치유해 줄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 니콜라스가 피터의 집으로 가게 되는 과정에서 영화는 케이트와 니콜라스, 피터의 얼굴을 클로즈업을 통해 교차로 보여준다. 세 사람의 얼굴에 담긴 고민은 하나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의 도착점은 모두 다르다. 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생각은 영화 내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영화 속 피터는 재혼 한 이후 갓 태어난 아들이 하나 더 있다. 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이지만 니콜라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두 번째 아들과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다. 너무나 좋은 아버지가 되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결과는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의 비극
우리는 니콜라스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부모님 피터와 케이트는 니콜라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에 대한 표현도 하지만 니콜라스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영화를 본 누군가는 그런 예측불가능한 니콜라스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 당장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과 관심보다는 전문적인 치료가 아니었을까.
영화를 연출한 직전작인 <더 파더>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더 썬>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사랑만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치유될 수 있는지를 긴장감 있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훌륭하다. 피터 역을 맡은 휴 잭맨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의도하지 않게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게 가면서 아들을 이해할 기회를 놓쳐 무너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이미 무너진 어머니 케이트를 연기한 로라 던의 연기도 훌륭하고, 어떤 심리 상태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니콜라스 역의 젠 맥그라스의 연기가 특히 눈에 띈다.
영화 <더 썬>은 자식이 가진 트라우마를 부모가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가 그런 자식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진짜 좋은 부모가 무엇인지, 아이를 위한 좋은 육아가 정말 아이의 심리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 무척 훌륭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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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하고 깔끔한 거장의 쇼쇼쇼
아뿔싸. 노트북 충전기를 놓고 왔다. 노트북은 챙겼어서 충전기는 무조건 있을 줄 알았다. 오랜만에 들어간 맥주집을 들어간다. 새로운 장소를 들어가도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배터리를 미리 충전시켜 놓을 걸. 20 퍼. 21 퍼. 왔다 갔다 하는 배터리에 내 마음도 초조해진다. 빨리 쓰고 끝내야 하는데. 집에서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기에 나 자신을 믿기 어렵다.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키보드를 연다. 가게의 음악 볼륨은 너무나도 컸다. 난 맥주집 아래에 다리를 꼬고 걸터앉아서 급하게 이 글은 이런 내용을 넣어야지 메모를 쓰고 있다.
누가 이런 나의 일상을 영화로 만들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칠칠치 못함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랬으니 이는 충분히 코미디 영화로도 나올만하다. 또 나는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니 뮤지컬 영화로도 각본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서스펜스도 있다. 왜냐면 맥주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탄산음료를 마실까? 무알콜 맥주를 마실까?'였으니 인생의 딜레마를 묘사하기도 탁월하다. 영화가 좋은 이유가 뭘까? 그건 모두의 인생사 한 구석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인 것 같다. 이런 나의 일면도 영화화시킨다면 사람들이 공감할 구석이 많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소설도 그렇고 시도 그렇고 뭐든 다 똑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8퍼센트, 17퍼센트, 그렇게 배터리가 줄어드는 것을 구경하자니 속상하기도 하다. 그레도 매 주말마다 꾸준히 해왔던 것을 안 하기엔 이게 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과거에 있던 일이라도 충분한 메시지와 함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 글을 쓰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원작이 뮤지컬인 이야기를 상영관으로 가지고 왔다. 거장이 다시 만든 고전의 뮤지컬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재생해보도록 하자.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다
주인공 토니는 근본 없는 양아치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의 무근본을 자랑하듯 패싸움을 하는 토니의 모습이 보인다. 틈만 나면 벌어지는 패싸움에 묘수를 던지는 경찰. 그것은 무도회장에 두 패를 불러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토니는 이 패싸움 일당 중 하나였던 제트파의 일원이었다. 제트파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무도회장에 출석한 토니. 그의 마음속에는 맨날 두드려 패고 때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고 싶은 욕망이 있다. 반대 샤크파에서도 참석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샤크파 두목의 여동생 마리아다.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살던 사람이다. 불쌍하게 살던 과거에서 벗어나 뉴욕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이 둘은 파티에 참석한다. 그리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맘에 드는 사랑을 찾아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싶지만 삶의 장난질이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즐겁게 노는 것도 잠시, 두 갱단의 패싸움으로 무도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는 이 아수라장이 된 무도회장의 다음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았다. 토니와 마리아는 두 집단의 갈등 한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존재가 되는데, 이 분노와 혐오가 점철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고르는 선택지가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장이기 때문에 가지고 온 소재와 이야기
사랑이라는 소재는 초콜릿 같은 느낌이다. 이 사랑이 소재로서 접근하기 쉽지만 다양하게 해석하면 깊은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기억과 사랑 사이의 불가분적인 속성, <노트북>에서의 운명론적인 사랑이야기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다루는 사랑은 사실 살짝 뻔한 감이 있다. 사랑은 우리의 삶 속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가치가 아니다. 열등감도, 분노와 혐오도 사랑 덕에 이겨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영화는 이때 사용되는 '사랑'의 가치를 키워드로 삼았다. 또 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도 있다. 거장은 두 집단 사이의 혐오와 두 주인공의 사랑을 동시에 제시하며 둘의 쉬운 비교를 돕는다. 뭐. 이건 사실 내가 글을 쓰다 시나리오를 집필한다고 해도 전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스필버그는 역시 거장의 클래스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같은 소재를 쓰더라도, 자기만 할 수 있는 탄탄한 뮤지컬 연출로 사람들에게 능력을 선보였다.
이 외의 소재를 다룬 부분도 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미국(내지는 세계)에 있는 갈등은 필연적으로 2022년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 안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도시 문제가 제시된다. 또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클래스가 있는 감독답게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하기는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수많은 원작들
맞다. 이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조한 서사다. 두 집단이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나 첫인상에 반한 남녀 주인공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따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영화 자체가 1961년대의 영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또 원작 영화 자체가 뮤지컬을 기반으로 갖고 왔다. 이 수많은 원작들을 다 볼 필요가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2022년의 영화를 한국인이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미국을 공부해야 할 필요도 없거니와 작품의 매력이 복고 구현이 아니라고 보는 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단점이 있어 원작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는데 난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 소재를 갖고 와 리메이크를 할 것이면 그것까지 다 고려해야 했던 것 아니겠어? 무슨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논외로 친다)
가슴이 웅장 해지는 뮤지컬 연출
뮤지컬 영화는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이 영화 역시 춤추는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그 춤추는 인물들이 영화의 강점이기도 하다. 뮤지컬 신에서 감독은 그동안의 연출 노하우를 보여주는 듯했다. 첫 장면에서 두 패거리의 싸움 연출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다음 무도회장 신에서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춤추는 동선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상의 색감, 음악의 멜로디 라인, 주인공의 동선 배치까지 탁월한 부분이 많았다. 이 부분이 이런 영화가 비슷하게 많이 나왔음에도 작품의 고유한 개성을 갖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롯이 스티븐 스필버그이기에 갖고 있는 장점과 특징이 반영된 셈이다.
좋은 구석만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음. 이 영화의 단점도 충분히 존재한다. 바로 인물들이 너무 기계적이라는 것이다. 스필버그가 혐오의 무의미함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의 요소들을 장치로만 쓴 감이 좀 있다. 물론 메시지 좋다. 지금의 2022년은 혐오가 판치는 사회다. 이런 우리는 사랑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맞는 말인데. 그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쪽이 좋을 텐데,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인물이 메세지에 알맞게만 기능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줄거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별 무리 없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더 형식적인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만들었으면 극의 여운이 오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좋은 영화. 깔끔한 영화인 건 맞는데 너무 안정적인 선택지만 고른 느낌? 딱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 느낌이 강하다.
아카데미의 선택?
다음 주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음향, 의상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이 부분 중 큰 부문은 당연히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일 것이다. 난 여우조연상은 가능성이 꽤나 높다고 생각한다. 아리아나 드보스의 카리스마는 뛰어났다. 이 배우는 나올 때마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굉장한 매력을 보여줬다. (솔직히 주인공 둘의 러브스토리만큼이나 더 눈에 갔던 것 같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인 SAG-BAFTA-골든 글로브-크리틱스 초이스에서 4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에 평단과 대중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무관할 듯. 큰 적수는 <파워 오브 도그>의 커스틴 더스트와 <벨파스트>의 주디 덴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작품상과 감독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영화의 단점 때문에도 있지만 다른 작품이 솔직히 더 좋기도 했다. 혐오와 자격지심에 관한 <파워 오브 도그>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갖고 있는 영화 내적인 논리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어 이 작품보다 더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감독상이다. 감독상 역시 제인 캠피온이 받을 것 같다. BAFTA와 골든 글로브에서 이미 감독상을 받아 유력하기도 하지만, 서서히 밧줄로 조여 오는 연출 방식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제인 캠피온이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싶다. 아마 이변이 일어난다고 해도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쪽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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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개봉했던 앤 헤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인턴> 리메이크작의 주연에 최민식 배우가 물망에 올랐습니다.‘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던 인턴 ‘밴 휘테거’역 논의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인턴으로 변신한 최민식 배우라니!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오랜만에 한국 영화계의 희소식들을 가져왔습니다.
6월 3주차 뉴스 시작합니다!
최민식, 영화 <인턴> 리메이크 작품 주연 물망
미국 할리우드 영화 <인턴> 리메이크의 주연으로 최민식 배우가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제작사 측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라고 언론에 밝혔으며 앞서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에서는 <인턴>리메이크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인턴>은 30대 젊은 CEO '줄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에 벤이 채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엄정화 <오케이 마담 2>로 돌아온다
영화 관계자들은 배우 엄정화가 최근 <오케이 마담>의 속편의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를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초특급 액션 코미디 영화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122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을 펼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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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2>가 추석 연휴를 앞둔 중순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2015년에 1340만 명을 불러 모은 <베테랑> 후속작으로서도철 형사가 이끄는 강력 범죄 수사대에 연쇄살인범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전작에 이어 배우 황정민, 오대환, 장윤주, 진경이 출연하고 정해인이 ‘박선우’ 역할로 합류하여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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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삼체>의 연출을 맡으며 영화 제작을 알렸습니다.
<삼체>는 동명 SF 소설이 원작으로 이 소설은 SF 소설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걸작으로 지난 3월에는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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