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1-18 16:25:01
B급 영화 모음.zip
<족구왕>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지옥의 화원>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깊은 메시지가 안에 담긴 B급 영화,
총 여섯 편을 추천드릴까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씨네랩이 추천하는 B급 영화 모음집!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평범하다 못해 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스즈메는 무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스파이 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무심코 전화를 해버린 그녀는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cine pick!
평범한 주인공 스즈메가 우연히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뻔한 일상에도 아직 알지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고 그것을 알게 됨으로써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
ⓒ 네이버 영화
synopsis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 병구는 재앙을 막기 위해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야만 한다.
cine pick!
사회의 대한 풍자를 영화에 녹인 <지구를 지켜라>는 당시에는 흥행하지 못한 채,
평론가들에게만 호평을 받았었는데 수작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족구왕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만섭은 캠퍼스 퀸 안나의 남자친구 강민을 족구 한 판으로 무릎 꿇게
만든다. 만섭은 순식간에 교내 히어로가 되고, 취업준비장같이 지루하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cine pick!
B급 감성에 코미디, 청춘 로맨스 장르의 <족구왕>은 그 안에 대학생들의 현실을
풍자하는 깊은 메시지를 담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불량 공주 모모코
ⓒ 네이버 영화
synopsis
삶에서 드레스가 제일 중요한 모모코는 짝퉁 명품을 팔아오던 유일한 물주인 아빠가 실직하게
되자, 직접 돈을 벌기 위해 집안의 유일한 재산인 짝퉁 베르사치의 판매책으로 나서게 된다.
cine pick!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 <불량 공주 모모코>는 재기발랄함이 가득
담긴 영화이다. 의상 보는 재미와 예쁜 영상미로 눈이 재밌는 영화이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고민해결사무소 ‘스페셜액터스’에 들어가게 된 배우 지망생 카즈토가 사이비 종교 단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맞춤 위장 코미디.
cine pick!
일본 B급 영화로 유명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B급 감성 안에서 가족애를 보여주며 감동과 위로를 준다.
지옥의 화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
cine pick!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공개 후 독특한 설정과 재미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작품이다. 오피스물인만큼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
- 진정한 연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내가 빠져든 건 네 찬란함일까, 젊음일까”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작가 리. 함께할 수 있는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었던 리는 태양아 마지막 열기를 태워내며 타오르는 오후에 아름다운 청년 유진을 만나 첫눈에 빠져든다.
“그렇게 다정하게만 대해줘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에게 내린 저주
리는 자신이 퀴어인 것은 ‘저주’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지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조각처럼 전시된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며 되뇌는 환상, “나는 퀴어가 아니야.”. 어디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유랑한다. “이제 갈게”는 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다. 리는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곁에 있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퀴어, 남들과 다르다는 자신의 ‘이상함’을 견디지 못한 채 고독 속을 버텨낼 뿐이다. 그리고 그 고독함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때문에 알코올 중독, 아편 중독으로 범죄가 되는 국가에서 도망쳐 살아간다.
육체적 접촉 행위가 아니라면, 타인과 연결된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리는 성관계에 집착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술과 약물로 버텨낸다. 그 고독한 삶 속에서 리의 바람은 단 하나, ‘텔레파시’이다.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다. 말이 아닌 존재 자체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리의 꿈이다. 그래서, 신비의 약물 ‘야헤’를 찾아간다. 진정한 연결 찾아서. 그렇게 리는 유진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모든 비용을 대줄 테니 자신과 함께 야헤를 찾아 여행을 떠나자고. 그리고 단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다정하게 대해달라고. 유진이 없으면, 완전히 무너질 준비가 된 리는 마지막 희망에 매달린다.
진정한 연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둘은 야헤와 의식을 통해 ‘텔레파시’ 그 이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리는 알고 있음에도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유진의 고백을 듣는다. “나는 퀴어가 아니에요.” 유진은 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알아.”라고 담담히 말하는 리. 리의 사랑은 일방적이다. 유진은 리를 사랑할 수 없다. 어쩌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는 부유한 중년 남성을 통해 스스로는 닿을 수 없는 자본주의적 세계를 경험을 해보려는 것뿐이다. 여행을 제안한 순간부터, 아니 사실은 첫날밤에서부터 리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는 유진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유진에게 빠져든 건 그의 젊음도, 그의 찬란함도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마지막 희망일 것이다. 결국 리는 죽을 때까지 유진을 지켜보고,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옭아매던 유진의 형체에 권총을 겨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리를 보며, 관객은 두 겹의 감정 사이 놓인다. 노인이 될 때까지 유진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리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죽음을 통해 마침내 정서적 해방에 도달했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영화는 말한다. 텔레파시를 넘은 진정한 연결, 그곳은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고.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도 고독과 공허는 결국 채워지지 못한다고. 그리고, 나 자신이 퀴어라는 감정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모든 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
- 천재로 태어난 대가
엄마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베스는 보육원에서 일하는 샤이벌로부터 체스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10세 소녀의 체스 실력은 근처 고등학교의 체스부원들을 모두 이겨버릴 만큼 가히 천재적이었다. 하지만 보육원에서 원활한 아이들의 관리를 위해 비타민이라는 이름으로 먹였던 신경안정제의 효과에 눈을 뜬 베스는 서서히 신경안정제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그 와중에 참가한 주 체스 대회에서 첫 출전에서 우승을 하면서 베스는 스타 체스 플레이어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이미 약물중독이었던 베스, 스타 플레이어로서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1. 재능은 마치 선악과와도 같아서
베스는 체스에 천재성을 보였고, 체스에 대한 야망이 있었지만 한 때는 고아였고, 그렇게 화목하지는 못한 집안에 입양이 되었던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그녀를 더욱더 신경안정제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좋지 않았던 환경은 그녀를 체스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는데, 암울한 환경을 잊고 체스를 연습하기 위해서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보이는 체스판 환영을 통해 체스 연습을 했던 것이다. 점점 성장해가며 그녀는 체스 이외의 삶은 거의 파탄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술과 남자와의 관계 그리고 신경안정제에 지배당한 삶이었다. 점점 그녀의 삶은 신경안정제를 먹고 체스연습을 하는 일의 연속이거나 가끔은 술먹고 술김에 남자와 자기도 하면서 일탈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녀는 체스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원초적인 감각 충족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체스 연습에 온 힘을 쏟고 나면 그녀에게는 자극제가 필요했는데, 그녀가 체스 연습에 힘을 쏟은 만큼 아니 더 많은 힘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고, 그 힘을 즉각적으로 보충하기에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던 것이 신경안정제, 술 그리고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남자들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애착 장애는 체스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으로 이어졌고, 그런 강박적인 성향이 그녀를 원초적 자극에 대한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역사 속의 유명한 천재들은 무엇인가에 중독이었던 경우가 많다. 어니스트 헤밍에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고, 모차르트는 도박 중독이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재능을 보였던 어느 한 분야에 집착적으로 파고들었었기 때문에 재능있는 사람이 노력까지 하니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일궈낸 성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남긴 성과들은 후대의 우리들도 여전히 접할 수 있는 성과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 뒤에는 그들의 강박적인 성향, 원초적인 자극에 대한 갈구에 미쳐서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하고 별일 없이 사는 삶'은 살 수 없었다. 늘 천재라는 타이틀 아래 다른 이들의 기대에 맞춰야 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더더욱 자신의 재능을 더 빛을 발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으며, 그 시간과 노력만큼 그들은 점점 더 강박, 원초적 자극이 만들어놓은 함정 속으로 걸어들어간 꼴이 된 것이다. 천재들은 그들의 재능을 소비한 대가로 에덴 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원초적 욕구)를 먹은 것이다. 문학에서 선악과는 이브를 유혹한 뱀과 함께 원초적 자극, 원초적 욕구의 대표적인 비유로 쓰이는데,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서 재능은 제 3자가 볼 때는 축복으로만 보이지만 재능있는 사람들의 1인칭 시점에서 보면, 그들은 선악과를 베어문 아담과 이브와 다를 바가 없는 존재들일 뿐이었다.
2. 뜻이 있는 자에게 구원이 오리니
그러나 점점 증세가 심해져 술과 약으로 매일을 연명하던 그녀에게 결정적으로 손을 내민 세 사람이 있었다. 첫 번째 인물이었던 해리 발틱. 그는 베스가 굴욕적으로 러시아 선수에게서 처음으로 제대로된 패배를 맛보게 된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트레이닝을 받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온다. 해리 발틱은 베스가 약물 중독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외부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약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를 지속적으로 해준, 그녀의 재능을 아낀 사람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 베니 와츠, 미국 (전) 체스 챔피언인 그도 그녀의 재능을 높이 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알콜 중독 증세를 알고, 그녀를 해리보다 더 하드코어하게 트레이닝 시킨다. 두 남자의 베스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재능에 대한 인정과 그녀의 이성으로서의 매력 모두에게서 비롯된 것 같긴 하지만 그들은 결국 베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음은 틀림없다. 그리고 샤이벌 씨가 베스와 헤어지고 나서도 베스의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길을 묵묵히 응원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옛 친구와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한없이 외로워보였던 그녀의 인생에서도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었음을, 그리고 그들도 베스의 체스에 대한 야망 못지 않게 그녀의 체스 인생의 꽃길을 응원했던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재능은 그녀의 개인사에서는 선악과였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재능은 다른 이들에게는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불빛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재능은 누군가에겐 흑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차별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그저 나보다 더한 재능에 대한 동경일 수도 있고 또는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했었던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았을 때의 뿌듯함이었을 수도 있다. 혼자 한없이 방황하던 베스에게 이런 지원군들의 등장은 그녀가 그녀의 재능과 삶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법, 힘들 땐 약을 찾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 등을 실생활에서 그녀가 실행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베스가 재능, 선악과가 만들어놓은 덫에 더이상 빠지지 않고, 재능이 제공하는 에덴 동산 속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게끔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함께 손잡아준 존재들이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구원받았다.
인간은 원초적 자극을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하지만 그 자극은 더 큰 자극을 바라게 하고, 더 큰 자극에 대한 욕구는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꽃피우려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이 정말 건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보면 언젠가 당신을 좋게 봐주는 사람들의 등장으로 당신의 인생은 차츰 더 밝은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 드라마는 천재의 삶을 조명하고 있지만 천재도 결국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퀸즈 갬빗은 인간이 살아가려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과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 시리즈였다. 이 둘은 상호연결된 관계라서 건전한 목표의식이 있고, 당신이 계속 그 능력을 연마한다면, 그리고 그 능력이 아주 유용하다면 언젠가 당신을 알아봐줄 좋은 사람이 등장할 거라는 메시지가 계속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맴돌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계속 나의 글을 써나가야겠다.
-
- 안녕을 위한 안녕
- *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으로 4월 2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해피엔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존재합니다.<해피엔드>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일본 도쿄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생기는 그 순간을 포착한다. 그저 흘러갈 것처럼 보이는 자그마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들. 하지만 그 순간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했다. 적어도 ‘코우’와 ‘유타’, 두 사람에게 그 순간은 잊혀지지 않았다.흔들림을 따라영화 속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진이다. 조그마한 흔들림과 지진경보에도 두려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단 한 사람, 코우만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코우는 흔들림을 두려워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지진을 두려워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 앞에 놓인 책상을 계속해서 흔든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코우는 재일교포 4세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코우 본인은 분명 태어난 곳부터 시작하여,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까지 완벽한 일본인이지만 사회는 그를 일본인, 그리고 그들의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 디제잉 공연을 보러간 코우와 유타. 클럽에 경찰이 들어 닥치게 되고, 공연은 중단된다. 그리고 경찰들은 고등학생인 코우와 유타의 신원을 묻는다. 경찰은 일본인인 유타의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 유타에게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코우에게는 휴대의무도 없는 체류 허가서를 요구한다. 분명 같은 자리에 있었고, 같은 감정을 느꼈던 사람이지만 코우와 유타는 외부인과 내부인으로 구분된다.재일조선인인 코우를 비롯하여 대만 혼혈인 밍, 그리고 흑인 혼혈인 톰까지 이들은 모두 그 사회에서 철저한 외부인이었다. 극우 정치인이 권력을 잡고, 총리의 권한을 집중시키는 해피엔드 속 사회, 그리고 그곳에서 철저하게 외면받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어느 순간 ‘비국민’이라는 경멸적인 호칭까지 붙게 되었다. 함께 음악 감상 동아리를 하고, 서로가 함께 있는 것만 해도 좋았던 친구들. 하지만 사회는 잔인했다. 권력은 자신들의 두려움과 위기를 돌리기 위해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강조하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피부색과 종이에 적힌 출신성분. 그것들은 차별이라는 금을 조금씩 만들고, 금은 공고해 보였던 코우와 유타의 우정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자리잡은 금을 보며, 코우와 유타는 흔들림에 대해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두가지 외로움어차피 망해버리는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남은 시간을 즐기자고 말하는 유타, 그리고 망해버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나서자는 코우. 세상이 망해버릴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은 서로가 같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너무나도 달랐다. 작품을 보면 유독 유타는 환하게 웃는 장면이, 코우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무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더라도, 유타는 환하고 넓으며 편안해 보이는 새하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에 반해 코우는 땀냄새와 음식냄새, 그리고 낯선이들의 고성이 오가는 식당에 살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개별적 삶이 보여주는 극단적인 차이는 우리가 잠시 놓친 것들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그들이, 또는 우리가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하고 평생을 약속할 정도의 영원한 사랑과 우정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바로 그것이 그들 개인의 삶에서 천천히 커져간 가치관과 생각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은 누군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 속 끝에 남아, 결코 채워줄 수 없는 그들 개개인의 것이었다.영화의 초반부, 경찰이 오니까 클럽에서 나가자는 코우. 하지만 유타는 여기까지 왔으니 더 즐겨야겠다면서 음악에 몸을 맡긴다. 그러자 코우는 고민하는 듯 하지만 유타의 말을 따른다. 그렇게 작품 처음부터 유타는 굉장히 주도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유타는 유독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유타는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을 자주 부른다. 이에 반해 코우는 친구들을 자신의 집에 부르지도 못하며, 엄마와 교장의 말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그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어떤 외로움을 가졌는지이다. 만약 코우가 느낀 것이 ‘사회 속 개인으로서의 외로움’이라면 유타가 느끼는 외로움은 ‘개인들 속 개인으로서의 외로움’인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자신들의 외로움의 심연 속에 빠져들었다.뒤집어진 우리이미 조금씩 흔들리던 그들의 세상에 지진이라는 개념이 가시화되어 나타난 것은 뒤집혀진 무언가였다. 디제잉 공연을 보고 학교로 돌아온 유타와 코우, 그리고 친구들. 그들은 평소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었던 교장의 스포츠카에 장난을 친다. 그런데 그날 우연히도 지진이 일어나고, 교장의 차는 뒤집힌다. 다음날 뒤집혀진 차를 본 교장은 노발대발하며 학교에 인공지능을 이용한 감시 카메라 체계를 도입하게 된다. AI로 학생들을 감시하고, 벌점을 매기는 감시카메라. 이것이 학교에 도입이 되자, 학교와 사회를 나누던 얇은 벽마저 무너졌다. 학문을 위한 곳을 넘어서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는 곳인 학교. 하지만 이곳에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순간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운다는 학교의 가치는 희미해지게 된다. 누구나 실수하고, 싸우고, 무너지고 눈물 흘리면서 배우는 사람들. 그러한 과정들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사람다운, 아니 사람다운 척조차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고결해보이는 말로 그들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순간. 그들은 배움의 과정조차도 평가받고 제한된다.학교 밖에서는 수많은 시위가 발생하고, 정부와 국민이 충돌했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 속에서 학교가 학생들을 보호해줬던 것은 그들이 결과보단 ‘성장’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무너져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우린 더 나아질거야’라는 그 가치들. 그 가치들은 안전과 같이 편리를 위해 지어진 허황된 말과는 다르게 고귀했다. 그러나 감시가 시작되고 결국, 그들이 성장을 위해 무너지고 실수하는 과정들조차 모두 실패로 여겨지게 되었다. 성장이라는 말은 결국 뒤집혀졌고 실패라는 꼬리표가 매시간, 매분, 매초에 붙여졌다.조금씩 일어나는학교 안과 학교 밖,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상처내며 일어나는 불합리적인 일들. 어른들과 사회에게 들려오는 사회부적응자, 양아치, 꼴통, 불량아라는 말들. 그렇게 아이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그 누군가에게도 위로 받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힘이 되던 것은 같이 있던 그들, 그리고 우리였다. 학교에 어느날 한 자위대 청년이 찾아온다. 잘생긴 청년의 외모에 웅성거리던 그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안보교육을 해야 하니 일본 국적이 없는 이들은 교육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다른 교실로 이동하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분리시킨다. 학교 밖에서만 일어났던 차별과 계급화. 그것이 학교로 들어온 순간. 아이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시위에 참여했다며 원래 담임선생님이 교체되고, 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참아왔던 아이들도 하나의 세대를 의미하는 하나의 반이 두 눈 앞에서 분리되는 순간을 견딜 수 없었다. 어쩌면 하나의 반의 분리가 결국, 우리 세대의 분리를 의미할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이들은 교장실에 찾아가 감시카메라 제도 철폐를 요구한다. 그러나, 교장은 안전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하지만 점거시위까지 하면서 단호했던 아이들. 교장은 어차피 감시카메라가 철폐되어도 너희들이 졸업하고 나서 철폐된다고, 이럴수록 너희들만 손해라고 말한다. 교장의 회유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건네는 초밥을 통해 부각된다. 달콤하지 맛있어보이는 초밥. 그 값비싼 초밥이 갖는 의미는 명확했다.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고 고민하는 아이들. 하지만 그 순간, 교장실로 오토바이 헬멧을 든 누군가가 나타난다. 김밥을 가지고 말이다.흔들리며 피어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꽃은 흔들리며 핀다는 그 말, 그리고 흔들려야 꽃이 핀다는 그 말. 그 말을 아이들도 알고 있었을까. 아이들은 흔들리고 또 흔들려도, 그리고 너무나 흔들려 뒤집혀져 버렸을지라도 꽃 피우고자 했다. 김밥을 들고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로 나타난 사람은 코우였다. 그리고 그 김밥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결국 감시카메라 제도의 폐지를 이끌어낸다. 기득권층의 양심으로 요구가 관철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는 후미. 하지만 이럴 때는 웃어도 된다고 말하는 코우. 그는 늘 웃던 유타처럼 웃었다.졸업식날, 교장은 감시카메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자신의 자동차를 뒤집은 범인이 나와야지 감시카메라 철폐를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자, 후미와 코우를 비롯한 아이들은 반발한다. 그 순간 자신들은 안전을 위해 감시카메라 철폐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나타난다. 그 결과를 분명 어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일본인과 외국인을 구분하고, 내부인과 외부인을 나눈 것이 만들어낼 당연한 결과는 졸업식장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누군가. 바로 유타였다. 그리고 유타는 자신이 교장의 자동차를 뒤집었다고 말한다. 시위와 감시 카메라 철폐 요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타. 망해버릴 이 사회에서 남은 삶이라도 즐기자는 유타.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유타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결국 감시카메라를 없애고 이 사회를 바꾸는 것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유토는 그 선택을 한다. 그리고 유타는 언제나처럼 웃는다.유타의 희생으로 아이들의 바램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유타는 퇴학당하고, 유타가 그렇게 두려워했던대로 친구들은 하나 둘씩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늘 헤어지던 그 육교 앞에 선 유타와 코우. 그들은 언제나처럼 작별한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장난치고 또 웃으며. 영원히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렇게 하나가 된 그들, 아니 우리는 ‘안녕’을 말한다.결국 해피엔드<해피엔드>는 네오 소라 감독의 첫번째 극영화이다. 자신의 아버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피스>를 통해 섬세한 연출과 시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극영화가 이렇게까지 좋은 작품일지 예측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첫번째 극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의 음악이나 비주얼적 요소들 모두 탁월했다.그러나 결국 영화가 이토록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큰 의미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해피엔드만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은 자신이 살아가면서 본 여러가지 사건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반원전 시위나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이 그러했다. 또한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같은 역사들도 감독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사건과 역사를 통해 감독은 해피엔드를 만들었고, 과거에 대해 반성 하지 않는 일본의 미래를 그려냈다.
<해피엔드>는 미래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분명 SF 영화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했던 SF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가까운 미래를 그렸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영화 속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의 일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보이는 도시 전경에 섞인 사이버펑크적인 요소를 볼 때가 되어서야 이 영화가 SF 영화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만약 먼 미래를 그렸다면 감독의 상상력이 더욱 가미될 수 있었고, 영화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반박들에서조차도 훨씬 자유로웠을텐데 왜 감독은 가까운 미래를 영화의 시점으로 택한 것일까. 아마 그것은 영화가 다루고 싶었던 것은 결국 개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변하고 가치는 달라진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은 바로, 모든 것들 안에 개인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가 원하는 것은 그 개인의 안녕, 그들만의 ‘해피엔드’이다.
-
-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드디어 4월이 시작이 되었네요.4월 한 달도 모두 건강한 한 달이 되시기를 바라며,4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모비우스>의 개봉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모비우스> (NEW)▶ 저번 주에 예상했던 것처럼 모비우스가 주말 관객수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모비우스>는 마블의 첫 번째 안티 히어로 무비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또한 DC에서 조커 역을 맡았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를 높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0만 44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1만 2036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 수요일인 6일에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앰뷸런스>가 개봉해,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동료인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흡혈 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모비우스’는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그러던 중 ‘모비우스’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그의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얻게 되는데…2. <뜨거운 피> (▼1)
▶ <모비우스>의 등장으로 <뜨거운 피>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3월 넷째 주와 저번 주의 주말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약 3분의 1일 줄었는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5만 13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2만 809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1)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개봉한 지 약 4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안정적으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만 45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1만 208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4회 예측 이벤트는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한 주 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모비우스>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과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모비우스>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13세 미만 남성(200,000명)과 20대 후반 남성층(196,573명)이었습니다.
또한 <모비우스>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모비우스>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주술회전0> (▼1)
▶ 3월 넷째 주에 순위가 올라갔다가 다시 하락하게 된 <극장판 주술회전0>
주말 관객 수를 참고해 어림잡았을 때, <극장판 주술회전0>은 누적 관객 수 6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6721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6만 78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5. <배니싱: 미제사건> (NEW)
▶ <배니싱: 미제사건>은 동일한 날에 개봉한 <모비우스>에 비해 성적이 낮게 나왔는데요. 이 영화는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352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706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4월 둘째 주 주말에는 <배니싱: 미제사건>이 5위권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모비우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갔고, RRR이 5위권 밖으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언차티드>는 2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모비우스>는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39,100,000 (한화 약 47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모비우스> 3910만 달러 (누적 3910만 달러)2. <로스트 시티> 1480만 달러 (누적 5458만 달러)3. <더 배트맨> 1080만 달러 (누적 3억 4900 달러)4. <언차티드> 360만 달러 (누적 1억 3891만 달러)5. <극장판 주술회전0> 197만 달러 (누적 2969만 달러)...씨네픽의 4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
- 고개 돌리지 말고 이 고통을 응시하라
쾌락은 짧지만, 임신중지로 인한 고통의 시간은 길다. 쾌락은 둘 사이의 일이지만, 임신중지는 여성의 몫이다. 임신중지가 법으로 금지된 곳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책 《사건L’événement》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레벤느망〉은, 대학 졸업 시험을 앞둔 대학생 ‘안’이 겪는 임신중지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안이 겪는 철저한 고립을 좇는 이 영화에서 가장 화가 났던 두 장면이 있다. 첫째는 도움을 청한 동료 남학생이 ‘임신했으니 안전하다’며 관계를 요구하는 장면이다(원작에서는 남자가 아니 에르노의 ‘도덕성을 알아보려고’ 그런 제안을 했다고 핑계를 대는 나온다). 둘째는 임신중지를 도울 것처럼 굴었던 의사가 사실은 임신중지에 반하는 자신의 신념에 기반해 거짓으로 유산방지제를 처방하는 장면이었다. 임신중지를 기대하고 허벅지에 주사를 찔러 넣었던 안이 느꼈을 박탈감과 분노에 함께 몸을 떨었다. 이 두 장면은 편견과 ‘불법’이 서로를 강화하며 증폭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이 어처구니없는 폭력을 개인이 감당해야만 하는 부당함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임신중지의 순간 안이 느끼는 고통을 비추는 영화의 방식이다. 안은 뜨개질바늘을 사용해 혼자서 한 번, ‘불법’ 시술소에서 두 번 임신중지를 시도한다. 영화는 이 고통의 순간을 비껴가지 않는다. 안의 거친 호흡과 고통스러운 신음, 날카로운 시술 도구가 안의 몸으로 들어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럼으로써 ‘불법’이라는 추상적 규범이 초래하는 위험과 이것이 우리에게 남기는 수치심을 고발한다. 얼굴이 찌푸려지고 몸이 움츠러들더라도 안의 고통을 마주하기를 멈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고통스러운 장면을 응시함으로써 그녀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으로 전이되는 순간을 느껴야 한다. 이것이 안의 고통을 타자화하지 않기 위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이다. 안의 고통을 수동적 응시의 객체로 놔두지 않고 관객을 그 고통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써 〈레벤느망〉의 적나라한 임신중지 시술 장면을 독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2019년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으나 여전히 대체입법이 되지 않고 있다. 국가의 무능과 낙태 반대론자의 집요함이 합쳐진 결과다. 누군가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어떻게든 사회적 대책이 도출된다. 코로나 시국의 자영업자가 좋은 예다. 때문에 3년이 다 되어가는 낙태죄 입법 공백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직 임신중지로 인한 여성의 고통이 우리 모두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 이런 의미에서 〈레벤느망〉의 개봉은 시의적절하다. 〈레벤느망〉이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 ‘고통으로 매개된 정동의 공동체’가 임신중지를 “여자만 걸리는 병”,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만드는 계기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원작에는 아래의 구절이 나온다. 이를 통해 영화가 아니 에르노가 품은 문제의식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시각화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소설들이 임신 중절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일이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서까지는 세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여자가 스스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과 이제 더는 임신하지 않은 상태 사이는 생략되었다. (…) 실용적인 정보들을 찾을 수 있길 바랐건만 기사들은 ‘불법 중절 시술’의 뒷얘기들만 언급했고, 그런 사실들에는 관심 없었다.”(아니 에르노, 《사건》, 27쪽)
-
- 3시간을 돌아 도착한 어디에도 없던 여행
난 <아사코>를 좋아한다. 뭐랄까, 난 이 이야기가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과정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같은 순간이 조금씩만 다르게 벌어진다고 해서 사람이 더 나은 선택지만 고른다는 보장이 없다. 굉장히 멀리서 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길만 걷는다. <아사코>는 이것이 삶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더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인물의 미래를 어마장장하게 긍정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비틀었다는 것이, 바라는 대로는 이뤄진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삶은 기회를 준다는 걸 표현한 것이다. 작품 자체가 워낙 탁월하니 막연하진 않더라도 현실적인 희망을 얻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난 강박이 있는 편이라 사소한 것도 잘 기억하는 성격이다. 이런 나도 이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사람 이름 외워야지' 싶어 암기하는 경우도 몇 있긴 하겠지만 그건 내가 방금까지 하다 온 자격증 공부에나 해당하는 일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경우가 대다수겠지? 한국인이라 그런가? 다른 나라의 감독 작품을 볼 일이 없으니 내 입장에서도 일본 감독들의 이름을 친근하지 못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오며 가며 일본의 제작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퀄리티가 있는 작품을 못 뽑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 나라의 작품 만드는 질 자체도 요즘 영 시원찮은 부분이 있는 셈이다. 자, 이렇게 맞이한 2021년에서, 올해 한 명의 일본 감독이 세 편의 각본을 썼다. 올봄에 개봉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가 첫 번째고, 이 글에서 다룰 <드라이브 마이 카>가 두 번째이며 이제 개봉을 앞둔 <우연과 상상>이 세 번째다. <스파이의 아내>는 역사와 개인 사이의 딜레마를 아오이 유우의 연기력을 200% 뽐내는 디렉팅으로 마무리했다면 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인간 내면이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게끔 도와준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무려 봉준호 감독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난 이 일주일 남짓 남은 올해 개봉작 중 최고로 뽑고 있고 이는 나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위대하고 젊은 아티스트가 우리를 데리고 세 시간짜리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한번 같이 출발해보자.
1. 어떤 영화인가요?
이해에 관한 영화다. 과연 나는 나를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25살의 크리스마스를 맞은 지금 난 그제야 내가 외롭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타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평생을 살면서도 자신을 알기 어렵다. 이렇게 되니 타인까지 안다고 하면 붙는 조건이 많아지기 때문에 점점 성공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을 쉽게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쉽게 바라고. 쉽게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돌아올 거라 생각하고. 근데 우리는 복잡한 겹겹이로 이루어져 있어서 무슨 행동의 동기가 하나가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영화는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존경심. 사랑. 분노. 애증. 이런 감정의 뒤죽박죽 속에서 어떤 게 인간에게 가까운 지를 탐구한다. 언제는 A처럼 행동했다 다음번에는 B를 취하는 인간의 마음 중 어떤 것에 가까운 지를 제시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질문의 답을 알게 된다. A와 B 둘 다 그 사람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정말 중요한 건 A 거나 B인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을 품고 있는 마음 그 자체지. 그리고, 그 행동의 원인에 집착하다간 그 사람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작품은 이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별. 어렵다.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이별한다고 생각하면 무섭다. 또 평범해지는 게 두렵다. 난 그 사람이 특별해서 그분도 나를 특별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는 맘이다. 나는 평범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시해지면 끝인 <꿈의 제인> 속 대사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공포가 너무너무 싫은 것이다. 이 마음을 곧이곧대로 다 전하는 건 좀 느닷없을 것 같아서 이걸 카톡으로 말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근데 이런 마음을 품고 살게 되면, 이 잔여물 덕에 사람이 더 아프게 되는 것 같다. 회한이나 궁금증, 풀지 못한 슬픔이 남아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처 떠나보내지 못했던 마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또 이 상처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지점에 대해서 질문하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는 아마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솔직함이라고도 답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그 솔루션에 동의했다. 우리가 슬픈 터널 안에 있다면, 더 정면으로 부딪히자. 어차피 이 인생이란 길에 낙원이란 없다. 끝없는 긴긴밤과 낮의 연속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에게 한마디라도 더 하는 삶을 보내자. 이게 하마구치 류스케가 말하는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독은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의 키워드를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며 관객을 설득하니 관객이 두 번째 승객이 된 것처럼 마음의 진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2. 사전에 알고 가야 할 지식이 있나요?
바로 안톤 체호프가 1889년 집필한 <바냐 아저씨>라는 희곡이다. 사실 나는 이 것에 대한 정보를 단 1도 모르고 가긴 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근데 확실히 이 정보를 알고 나서 봤다면 작품의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
<바냐 아저씨>는 희곡이다. 주인공 바냐 아저씨가 나오고 그의 매형이 있다. 바냐 아저씨는 문화예술계와 학계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그냥 소시민 1이다. 근데 막상 본인이 창작을 하라고 한다면 겁이 나서 두려운 바냐 아저씨. 그렇게 위대한 작품을 쓸 거라고 믿었던 바냐 아저씨는 매형에게 뒤통수를 맞게 된다. 매형은 그냥 돈과 여자를 좋아하는 속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삶의 동기부여까지 잃은 그. 희망을 잃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그 마저도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바냐가 거의 딸처럼 키웠던 쏘냐에게 위로를 받는다. 그때 위로받으며 했던 대사는 이 것이다. '어떡하겠어요. 살아야죠! 바냐 외삼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다.
이 대사는 영화 전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렇게 나름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도 후원했던 바냐 아저씨. 어떤 벽에 부딪혀 모든 걸 포기하고자 했다. 이때에 자기 자신을 내려놔 쏘냐에게 위로를 받았으니 희곡의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단연 소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출자 가후쿠는 이 연극의 캐스팅을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인부터 시작해서 일본인, 그리고 필리핀 사람까지 아시아에서 모인 사람들이 연극부의 일원이 된다. 심지어는 수어로 대화하는 사람도 합류하게 된다.- 심지어 이 수어로 대화하는 역의 배우는 한국인이다!- 이렇게 소통을 키워드로 하는 연극을 만들며 딱딱한 시나리오 테스트에서 벗어나 배우와 배우가 자연인으로 만나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영화 전부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 알게 되면 갑자기 튀어나오는 연극 신이, 또 다키츠키와 가 후쿠가 술집에서 벌이는 대화가 이해가 쉬울 것이다.
3. 3시간의 러닝타임! 보는 게 어렵진 않나요?
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봤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졸지 않았다. 깔끔하게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이버에서 이런저런 후기를 보니 내가 놓친 구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 후반부의 엔딩 바로 직전 시퀀스에서 주는 감동과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보기 위해 오늘(25일) 극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졸았다. 아침 9시의 조조영화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사실 느릿느릿한 편이 맞다. 천천히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근데 그 감정선이 대놓고 분출하는 쪽은 아니다. 주인공 가후쿠는 내면을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갖고 있는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후반부에 보여준다. 그래서 마블 영화라던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와 같이 로맨스 코미디물에 익숙한 관객들은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첫 번째 관람 때 영화관을 나오며 느꼈던 기분이나, 두 번째 관람 때 초반부를 졸았음에도 영화에게 가졌던 감정은 그 어떤 작품으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 러닝타임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사량이 많다는 게 영화 초보자분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자체의 플롯, <바냐 아저씨>라는 희곡, 또 가후쿠의 아내가 만든 스토리라인이 있다. 이 뿐인가? 차에서 대화하고, 술집에서 대화하고, 눈 밭에서 대화하고, 대화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집중 잘 못하면 내용에 못 따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 이 작품 상영관이 정말 적다는 말이 있다. 걸려 있을 때 보시길! 그리고 풍광이 아름다운 신이 몇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한다.
4.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어떤가요?
일단 난 한국인이다. 한국인으로 살고 (자칭) 씨네필로 살다 보면 한국인 배우들에 익숙해진다. '너 <낫아웃>의 정재광 배우 아냐?'같이 모를 법한 분들의 이름을 아냐고 물으면 당연히 모르겠지만 난 나름 잘 아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구교환, 이주영 배우 둘 다 <DP>나 <이태원 클라스> 이전에도 알았는걸? 암튼,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배우들을 잘 안다는 이점이 무색하다.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국제적으로 호평받는 감독에 '박유림'이라는 아예 처음 들어보는 배우가 캐스팅됐다! 그리고 심지어 사랑스러운 연기 지망생 역을 꽤나 잘 소화했다! 그뿐일까? 이 사람은 수어로, 눈빛으로 대화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무리가 없다! 중간에 밖에서 어떤 인물과 대화하는 신 보면 '연기하는 연기'가 생동감이 있다. 이렇게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연출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뽐내는 디렉팅을 통해 잔잔해 마음이 함께 이동하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미사키-가후쿠 두 배우의 연기 합도 괜찮지만 나머지 조연들도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몰입이 깨질 일은 없을 듯. 난 미사키 역을 맡은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뚱한 표정으로 깊은 슬픔을 가진 사람은 연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해내는 것 보면 신기하다. 어쩜 저렇게 연기를 하지?
5.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각본이 가진 강점을 뽑아보자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면,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서다. 난 많이 외로운 사람이다. 말이 많은데 그 대화의 욕구
(?)를 해소할 창구가 없어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책 쓰면 그 나름대로 좋겠지? 아무튼 나는 이런 욕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목적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 내가 느낀 걸 그대로 오롯이 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의식해서 쓰는 것이다. 그럼 보통 읽는 사람들이 알더라고. 집중이 안된다는 걸. 나는 각본을 써본 적이 없어 각본가들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근데 각본가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로 돌아가서, 하마구치 류스케는 사람이 천천히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그니까 '나는 이 영화로 사람의 마음을 묘사할 거야'라고 마음을 먹었겠지? 글을 쓰기 전에? 나 같으면 '이리저리 해서 저렇게 마음이 변하더라고'라고 써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과정을 각자가 생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구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각본을 쓴 감독은 주인공의 잔잔한 일상을 보여준다. 그 일상을 자세하게 풀어줌으로써 인물들의 성향 내면에 있는 한 부분을 보여준다. 정공법이 아닌 비스듬히 스치는 방식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각본의 힘으로 하마구치 류스케는 '상처와 치유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이러저러해서 그렇게 됐어'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보법이 어떤지를 제시해 알아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난 이걸 따라가다 보니 그런 걸 느꼈다. 후회와 미련으로 나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것,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중요한 건 나의 마음 다른 부분을 쳐다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100% 확신한다. 아마 많이 다를 것이다. 기존의 문법과는. 극복이라는 키워드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치유한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도 맞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어떻게? 각본의 힘으로. 여러모로 고민한 티가 난 각본이 관객에게 그 힘을 보여준다.
6.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생각이 많은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사람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이들에게 더도 없는 시네마 여행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올해의 영화다.
-
- 미쳤다! 그 시대 야만족을 그냥 진짜같이 표현한 영화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
- 「랑종」리뷰ㅣ쫄보기자들과 바이럴에 낚였습니다...ㅣ랑종 후기ㅣ
? "랑종" 리뷰(*스포없음)
- 랑종 정보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페이크 다큐멘터리, 오컬트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각본: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제작: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원안: 최차원, 나홍진
- 랑종 스토리 시놉시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랑종 #랑종리뷰 #랑종해설
-
- 영화 <압꾸정> 런칭 예고편
이번엔 주먹 대신 말이다! 뷰티도시로 화려하게 컴백한 마블리 ✨ 대국이형 오지라퍼 모먼트에 '꾸'며드는 [압꾸정] 런칭 예고편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