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파로2022-08-23 17:50:16
불완전한 삶에서 완성되가는 나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리뷰
노르웨이 출신으로 30여 개의 단편과 각종 CF로 경력을 쌓고 2006년 첫 장편 ‘리프라이즈’를 통해 분할과 점프 컷을 통한 편집, 시공간의 교묘한 불일치 등 독특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드러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를 배경으로 한 트릴로지 3부작(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 31일), 마지막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리뷰입니다. 현대인들의 일상과 욕망, 성찰을 초현실적이면서도 달콤 씁쓸하게 다뤄 64회, 68회, 74회 칸 영화제 초청받을 만큼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감독으로, 지난해 이 작품의 주연 레나테 레인스베가 노르웨이 배우 최초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고 본인도 94회 아카데미에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죠. 데뷔 이래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인 만큼 감상 전부터 큰 기대를 해볼 수 있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정보
내 삶의 구경꾼인 기분이야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의대생에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또 이어 사진을 찍고 싶다며 아마추어 사진사가 됩니다. 촬영을 하다 젊은 모델과 연애하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파티에서 만난 매혹적인 유명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져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여전히 서점에서 일하는 동안 악셀이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다는 것에 점점 어긋나고 그의 신간 출간 파티를 일찍 떠나며 만난 에이빈드에게 잊었던 감정을 깨닫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Verdens verste menneske, 영제: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감독: 요아킴 트리에│각본: 요아킴 트리에, 에스킬 포그트
출연진: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외 多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코미디│상영 시간: 128분
국가: 노르웨이│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기자·평론가 8.75, 로튼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86%, IMDB 7.8, 메타 스코어 90점
수상 내역: 74회 칸 여우주연상, 86회 뉴욕 비평가 협회 외국영화상, 5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실버휴고 촬영상 외 多
개봉일: 2022년 8월 25일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평점
난 당신을 사랑해. 근데 사랑하지 않아
요아힘 트리에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 작가 에스킬 보그트는 이번에 평범하면서 놀라운 일상으로 관객들을 초대해 여행을 떠납니다. 누구나 경험해 봤을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의 주인공에게 까다롭고 괴짜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녀의 달콤하고 매혹적인 연애 성장 이야기인 듯 풀어나가죠. 각각 1개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12개의 챕터로 구성된 형식은 마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을 만들어 가끔은 자신이 써 내려간 에세이 속을 떠다니는 듯한 상상을 펼쳐내 예상치 못한 영상미를 끌어냅니다. 다른 20대들처럼 선택의 연속이 반복되는 삶에서 연약하고 결점투성이인 사람처럼 보이려 하지만 어느새 어디선가 본 듯한, 언젠가 경험했는 듯한, 누구에게 들었던 것 같은 연애와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감독은 창의적인 상상을 통해 율리에를 세상에 가장 나쁜 사람인 양 몰고 가지만, 결국 관객에게 당신의 이야기임을 깨달을 지점을 마주 시켜주죠
사회의 보이지 않은 기준에 의해 한 사람의 젊음이 불가피하게 사라지기 시작할 때 발생하는 불안감이 녹아있는 20대의 끝자락이자, 30대의 힘든 출발을 보여주는 주인공 율리에를 맡은 노르웨이 신예 레나테 레인스베는 가식을 벗어낸 채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으며 자아 발견과 씨름하는 세대의 불안을 온 몸으로 표현해 작품의 생명력을 넣어줍니다. 성인이라는 무게감에 무언가 증명하기 위해 성취해야 하는 목표처럼 자리 잡은 절박함에 이정표를 따라 불타오르다 꺼지는 불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상황이나 사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강인함을 매 순간 무모하리만큼 쾌락과 성숙이라는 미궁 사이에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맞춰가고 있죠. 율리에의 이기적일 만큼 정직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작고 섬세한 엄청난 감정적인 변조가 느껴지는 레나테의 연기는 캐릭터를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또 다른 스타의 발견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개로 분할된 문학 구조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영화는 진로 변화와 낭만 사이에서 스스로 우유부단함을 탄식했던 대학 시절의 몽타주를 율리에를 통해 관습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고 온화하게 재미를 줍니다. 여성 내레이터의 목소리로 안내되는 통찰력 있는 시각적 분위기를 통해 관객의 이해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고 해리 닐슨의 경쾌한 음악은 그들의 기발한 서사를 북유럽 하늘의 가장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으로 진정한 자신을 채우는 이상적인 수단이 되어주죠. 그래서 종종 흥미진진한 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성년이 되어가는 율리에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정형화된 해답을 찾으려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생에서 최악의 선택은 무엇인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답을 찾았는지 말입니다. :)
한 줄 평 : 최악이 최선으로, 깨달아가는 사랑과 인생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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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살갗을 파고들듯 마음에 상처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그 순간을 이들만의 사랑의 화법으로 이때까지 본 적 없었던 상상 이상의 로맨스를 펼쳐낸다. 사랑의 의미를 잃어가는 요즘과 딱 어울리는 이 영화는 어떤 색의 사랑을 띌지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티모시 샬라메와 테일러 러셀이 출연하는 영화 '본즈 앤 올'은 11월 30일에 개봉했다.
평온한 풍경과 그림, 그리고 적막과 함께 흐르는 피아노 소리 속 잔잔한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잠든 밤, 몰래 빠져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자리 잡아 있는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 매런이 본능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홀로 남게 된 매런은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며 내면에 휘몰아치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떠난 아빠의 목소리를 노래 삼아 들으며 사라진 엄마를 찾아 떠난다. 매런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의 '이터'를 알게 된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매런은 같은 종족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종족의 이름은 ‘이터’이며 일종의 규칙으로 같은 종족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과 함께하며 비밀을 공유함과 동시에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식인성을 마주한다. 기억에 남지 않던 욕망의 기억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된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른 규격의 공간을 명확하게 했다. 서로 다른 영향력이지만 장면 장면 겹치는 사랑과 살해의 기억이 매런으로 하여금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게 한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그가 느꼈던 따뜻한 온기는 피로 번져가도 놓을 수 없는 명확한 사랑의 형태로 바뀌고 뼈째로 집어삼켜도 괜찮을 사랑은 앞으로의 여정이 어떤 형태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카니발리즘을 통한 이야기 전개가 다소 낯설고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순간을 넘어 그 존재 자체의 인식에 초점이 맞춰지며 개연성을 충족시킨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핏빛으로 얼룩진 배경과 대치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대비되며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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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재회, 그리고 이별
김고은과 정해인이 커플로 나오면서 그 케미가 얼마나 좋을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 당시 봉오동전투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했던 작품이어서 기대를 했었지만 과연 그만큼 인기가 있었어야 했을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은 작품이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놉시스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는 우연히 찾아 온 현우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인건가?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된다 라는 말을 여실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어쩜 저렇게 우연히도 계속 마주치는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없는데 말이다.
소년원에서 나오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현우가 떠난 뒤 우연히 빵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렇게 군대를 갔다가 헤어지고 이메일 비번을 안 알려줘서 연락을 못하다가 미소가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가며서 기적적으로 다시 연락이 되고 그런데 하필 사고가 터져서 못만나다가 미소가 일하는 출판사 윗층에서 작업을 현우가 하게 되면서 다시 만나고 이 무슨 기적같은 우연인가? 영화기에 가능한 것인가 싶으면서도 10년에 해당하는 시간은 2시간 안에 압축시켜서 보다보니 여러번의 우연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았던 작품
스토리 전개가 5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조금씩 뚝뚝 끊기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토리 전개를 이겨낸 김고은과 정해인의 연기력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정해인은 그간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소년원을 다녀온 캐릭터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괜찮게 어울렸던 것 같다. 김고은 역시 헤어지는 여자의 마음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의 설렘을 정말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우와 미소가 헤어지고 미소가 편집장의 차를 타고 떠날 때 그 무너지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같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작품이었나?
그러면서도 의문이 드는 점은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만큼 작품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걸작은 아니었다.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할만큼의 연출이 뛰어났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무언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러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평범함으로써 인기를 끈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다른 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담백한 작품이어서 그런것인가? 솔직히 김고운과 정해인이라는 배우 덕에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 이유를 못찾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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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구를 지켜라가 비운의 명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한 영화에 집약시키기 어려운데 그걸 굉장히 잘 해냈다"라고 팬심을 밝힌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에스터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품의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오늘의 씨네뉴스 같이 살펴보아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북미 1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북미 공개 첫 주에 1위는 물론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일본에선 지난 7월 공개되면서 83억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 10월에
개봉해 지금까지 19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춘사 영화제 감독상, <올빼미> 4관왕
김지운 감독이 제 28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밀수> 김혜수,
남우주연상은 <올빼미> 류준열이 가져갔습니다. 특히 <올빼미>는 남우주연상과 함께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도 거머쥐며 4관왕을 안았습니다.
<서울의 봄> 천만 고지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서면서 올해 국내 개봉영화 중 3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국내에
공개된 영화 중 700만명이상 본 작품은 <범죄도시3>, <엘리멘탈>외에는 없으며 이 기세라면 천만영화를
기록할 전망으로 보입니다.
권은비 일본 영화배우 데뷔<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8일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권은비가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인일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파이널 해킹 게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은비는 이 작품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흑발의 미녀 수민 역을 맡았습니다.
<미드소마> 아리에스터 감독<지구를 지켜라> 제작 참여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청년 병구가 한 화학품 회사 사장을 외계인으로
의심하고,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흡입력 있는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아리에스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은 영화의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맡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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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익명의 목격자 되기
감독] The Myanmar Film Collective 미얀마 영화 집단
프로그램 노트] 2021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문자 그대로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 또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안전과 자유를 찾아 반강제적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시민들이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미얀마 다이어리>는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행동들을 작은 카메라로 담은 작품이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인권 침해, 거리로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모습 등 카메라가 기록한 내용만큼이나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끝까지 익명으로 남아야 했던 감독과 스탭들의 존재로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이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미얀마 다이어리>의 엔딩크레딧이 다시 만들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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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벽에 균열이 있어서, 그 틈에 대고 바깥을 향해 연신 진실한 이야기를 속삭이던 여인이 있었다. 그 속삭임이 온 나라에 퍼져 마침내 백성들이 힘을 모았고, 억압된 나라가 해방을 맞았다는 미얀마의 옛이야기가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어린 자식을 무릎에 앉히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이 어떤 식으로 찾아오는지 깊이 각인해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에서 발췌)
2012년에 나온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을 2022년에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다. 책이 출간되던 즈음 아웅 산 수 치는 가택 연금에서 벗어나 국회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강산이 두 번쯤 바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지금, 군부는 쿠데타 이후로 그의 구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그에게 형량을 추가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얀마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몇 년 전 홍콩에서 있었던 일처럼,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끌려가는 것이 두려웠다. 안전모를 쓰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의 용기를 카메라 너머로 보면서, 안전한 관객석에 앉아서도 조마조마한 불안을 가득 느꼈다. 왜 그들의 모습은 늘 닮아있을까. 안전모와 마스크 뒤에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남은 핏자국, 그를 둘러싼 꽃 몇 송이도 달라지지 않는다. 분명 1980년의 광주를 비롯한 언젠가의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양이었을 것이다.
카메라, 무기가 되다
얼굴과 이름을 가린 거리 위의 시민들처럼, 영화인들 또한 익명성 안에서 작업을 했다. 이 영화는 쿠데타 이후 영화인들이 목도하고 사유한 것들의 조각 모음이다. 핸드폰으로 찍은 급박한 순간의 풋티지 영상부터, 짧은 이야기, 은유적인 장면까지 다양하게 들어 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색채로 담긴 여러 사람의 작업물이지만, 동일한 제작 의도가 모든 영상을 뚜렷하게 관통하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의 상황을 유혈 사태나 내전으로 부르기보다 혁명과 투쟁으로 부르고자 하고, 이 영상을 찍을 때보다도 더욱 어려워진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점차 닿지 않는) 상황에 국제적인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
중간중간 은유적으로 극화된 장면들이 있기는 하나, 이것이 다큐멘터리임을 생각할수록 정신이 아득해진다. 영상 속 시민들은 거리에서 누군가 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거나, 자신을 붙잡으러 온 경찰이 총을 쏘는 소리를 듣거나, 가족을 붙잡으러 온 경찰을 맞닥뜨린다. 어린아이조차 분명하게 알고 있다. 체포의 사유도 밝히지 않고,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으며, 미란다의 원칙을 말해주는 법도 없는 이 경찰들이 온 이상 가족을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이들은 말하고 외치고 기록한다. 아이들은 엉엉 울면서도 엄마를 끌고 가지 말라고 또박또박 말하고, 총소리를 듣는 시민은 내 발로 나갈 테니까 제발 쏘지 말라고, 지금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다고 외치고, 눈물을 참는 딸들이 아버지의 체포 사유를 밝히라고 요청하면서도 핸드폰 카메라를 꼭 쥐고 있다.
영상 속 군경들이 촬영을 꺼리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카메라는 무기가 되었다. 돌과 총에 맞서는 무기가. 귀신을 쫓는다는 관습의 발현이자 시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냄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는 시위의 도구가 되었다. 경고 알림음인 동시에, 총소리에 맞서는 소리다.
너희는 모두 박제되었다
카메라를 쥔 이들은 여전히 익명성 안에 있지만, 카메라에 담긴 이들은 모두 이렇게 영구히 박제되었다. 무장 군경이 아무리 철모를 눌러쓰고 촬영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더라도, 사복으로 자기를 감추고 쇠막대로 시위대를 마구 때려도, 순간들은 모두 카메라로 영구히 남아 이렇게 멀리 다른 나라 극장에서까지 상영된다.
그러나 카메라가 무기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목격자의 존재가 보장될 때다. 카메라로 담은 결과물을 보는 이들의 눈이 있을 때. 그들의 눈이 눈총으로 기능할 수 있을 때. 여기서 '본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 영상물이 관객의 망막에 맺히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상 속 너희는 모두 박제되었으며 이 기록물은 언젠가 역사가 될 것이다, 생각하며 목격하는 자들의 존재가 카메라를 무기로 만든다.
이를 알기에 미얀마 영화 집단은 엔딩 크레딧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톺아보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시민들의 이름과 함께 제작자의 이름도 익명성 안에 담아 결을 같이 했다. 그 점이 마음 한 구석을 착잡하게 하면서도, 관객 각자의 존재를 호명하는 듯한 울림을 주었다. 이 영상에 박제된 모든 것들을 함께 목격한 사람들. 그렇게 시민과 제작자, 관객까지 모두 '익명의 목격자'라는 카테고리로 하나로 묶인다. 만석에 가까운 관객석의 존재가 위로가 되었다.
위험해지는 희망
더 이상 '왜'를 묻거나 대의를 외치기에는 너무 잔혹한 폭력에 감싸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희망과 절망이 랜턴처럼 손쉽게 따각따각 켜지고 꺼지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어서 영화 속에는 다양한 희망과 절망의 은유가 등장한다. 빛과 벽 사이 그림자로 새를 날려 보기도 하고, 차마 새기지 못한 나비 무늬 문신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반지 낀 두 사람의 손만으로 관계와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냄비를 두드리고 치마를 걸어놓던 초기에 비하면, 시민들의 저항은 확실히 '위험'해졌다. 이들은 더 이상 시위로만 맞설 수 없어 정글에 들어가 총탄을 쏘는 훈련을 하기도 하고, 망명하기도 하고, 그 모든 순간이 이 영화에도 담겨 있다.
시민이 무기를 들게 한 것은, '위험'한 존재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적으로 돌리는 건 얼마나 미련한 행위이며, 그 결과는 얼마나 처절한가.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피를 흘리고 끌려가고, 무너지는 삶의 자리들을 염려하고 갈등을 빚는 것. 누구도 서로의 머릿속을 지배할 수 없는, 단지 영향만 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하기에는 너무 너절한 행위가 아닌가?
70분의 짧은 영상물 속에서도 시시각각 변해온, 그리고 지금은 더 나빠졌다는 상황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뿐이다. 이들의 같이 있음. 누군가의 부재(不在)에서 맡아지는 서늘한 폭력의 냄새에 맞서, 나란히 함께 존재하는 것.
지금 여기, 우리가 하필 같이 있을 때, 우리가 같이 있는 이유가 만들어진다. 이유는 변한다. 세밀해지고 증식된다. 절망과 두려움은 이겨내는 게 아니라 밥처럼 마주앉아 나누는 것이다. 나누는 사이로 희망이 끼어들어 이유를 완성한다. 희망을 싣고 달리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아니었다. 달리다 보면 희망이 실리기 때문에 희망버스였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에서 발췌)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나온 문장이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움직임이었으며, 김소연 시인의 글 또한 해당 주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가 닿았다. 인간의 희망과 절망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순간, 상황은 매우 다를 수 있어도 그 상황에 맞서는 인간의 마음은 비슷한 결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랜턴처럼 손쉽게 끄고 켤 수 없는 희망과 절망 앞에서, 이유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고 마음도 뭉그러지는 앞에서, 하필 같이 앉아버린 관객석에서 빌어 본다. 익명 안에 가려진 모두의 안전과 무운을. 언젠가 다시 들려올 소식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미얀마 다이어리> 상영 일정표]
10월 08일 11:30 CGV센텀시티 7관
10월 11일 18:30 CGV센텀시티 1관
10월 12일 10:30 영화의전당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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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배우진, 그 뒷편에는
AI가 현실에 도래한다면 어떨까. 챗지피티 같은 AI 기술이 도래한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AI 기술이 실체를 갖는다면 어떨지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는 인공지능 로봇, 특히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과연 인간과 유사한 것을 넘어서,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가진 인공지능과 우리가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런 순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점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당도한다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독특한 관점에서 공상과학을 다루다
<귀신들>은 이러한 공상과학적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곁을 떠난 가족, 사랑하는 이, 세상을 떠날 나 자신을 대체한 인공지능을 만나는 사람들을 포착한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 서사가 나누어지고, 그에 맞춰 감독이 세운 가설이 여러 형태로 표현된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로 출연진을 채운 것은 분명 관객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다른 영화보다 보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은 관객들이 영화에 손을 내밀기 더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배우 이요원, 강찬희, 정경호 등의 라인업 자체는 작품 자체에 이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옴니버스 세계관의 사용, 그 장단점은?
<귀신들>은 옴니버스 형태, 즉 한 작품에서 여러 주인공과 그들의 서사를 개별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강찬희 배우는 첫 에피소드, 이요원 배우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별개의 서사를 다루는 옴니버스 형식은 그 방식 자체에서 장단점이 혼재한다.
장점으로는 관객의 집중력을 모으는 데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서사마다 그 길이가 짧게 치고 빠지기 때문에, 개별적인 완급조절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관객이 작품에서 이탈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꽤 이점이 있어 보인다. 긴 이야기에 적절한 환기는 필연적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히 짧은 길이의 콘텐츠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들에게 이러한 점은 플러스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역시 ‘어떻게 옴니버스를 사용하느냐'에 있다. 잘못된 활용에는 무수한 질문이 따르게 된다. 서사마다 다룰 수 있는 내용에 길이의 한계가 존재한다. 서사가 짧아질수록 담아내야 할 이야기는 더 간결하게, 분명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옴니버스 화법을 택한 작품 속 설득력이 부족한 내러티브들은 더욱 신랄한 평가의 단두대에 놓인다. 자연스레 제작진, 특히 감독의 역량 문제로도 연결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서사 간의 연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옴니버스 방식이라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연속된다는 점은 제작에서 신경 써야 할 가치일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만든 이야기를 관객에게 ‘설득'할 의무가 있다.
부족한 설득력, 서사의 아이러니
앞선 평가 점들을 토대로 바라본 <귀신들>은 어떨까. 우선 제목인 ‘귀신들'과 직접 이어지는 서사들의 연결점이 부족하다. 분명히 해보자면 첫 에피소드인 ‘보이즈피싱' 뿐일 것 같다. 이 영화는 ‘귀신'이라는 명칭에 관해 빈약한 상징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존재들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 채 공허하게 관객 앞에 떨어진다. 그렇게 되니 영화를 보면 볼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옴니버스 화법의 장점을 앞에서 기술했지만, 그 장점이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서사들이 가지는 힘이 부족하다. 각 에피소드가 갖는 철학적, 사회적 함의가 있음은 막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서사 속 메시지들이 갖는 힘이 약해 관객에게 분명히 전달되지 못한다. 이는 자연스레 서사 내부 요소들이 서로 매개되어 있지 않고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첫 에피소드부터 ‘아들(강찬희)’과 ‘노파(이주실' 간의 관계가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자꾸만 은폐하려 든다. 그 ‘은폐'를 통해 서스펜스를 만들어 스릴을 유발하고자 했던 것이겠지만, 그 방식이 1차원적인 것도 아니어서 이상한 모양새를 띤다. 말 그대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정도에서 그친다. 서사의 힘이 약하니 배우들의 열연도 우스워진다. 이야기가 설득되지 않고 구성이 약하니 관객이 연기에 집중할 틈새가 없는 것이다.
옴니버스 화법이 오히려 역풍을 가져온 것은 아닐까. 짧은 길이에 제대로 담기지 않은 이야기들은 물론이고, 단지 ‘같은 세계관의 다른 서사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첫 에피소드와 그다음 에피소드 간의 연결점은 ‘같은 SF적 가상 세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몇 요소들에 불과하다. 서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에피소드들이 자칫 ‘전부 다른 서사의 파편'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분명 같은 대주제, 같은 핵심 요소들, 같은 영화의 서사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데, 다른 영화들을 죄다 모아놓은 부조화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감독이 서사 전개 방식의 선정 이유에 의문이 떠오른다. 명징하게 납득이 되지 않으니 영화 자체에 질문들이 쏟아진다.
국내 영화에 한정 야박한 시선인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장르의 영화는 이제 많다. 이전에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당도한 시대상이 있으니, 앞으로도 많을 것으로 본다. <귀신들>이 그런 SF 장르 속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독특하게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인공지능이 도래한 세상이라니. 한 번쯤은 모두 생각해 볼 소재이긴 하나 영화적 상상으로 스크린에 담은 시도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재를 강조한 마케팅과 홍보가 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너무 납작하고 개인적인 서사들이 많았다. 반복해서 서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영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촬영 기법 면에서나 녹음을 비롯한 음향에 관해서나 호평을 할 만한 것이 딱히 없었을 정도였다. 진부함을 떠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이전에 넷플릭스에서 공개했던 영화 <정이>를 보고 난 뒤에도 비슷한 감상을 한 적이 있다. 국내 영화이기에 아쉬운 점만 보이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됐다.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소재가 좋다고 영화를 좋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영상의 질이 좋다고 영화를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편적으로만 평가를 할 수는 없다. 영화가 신선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 방식에 총체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지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계속해서 허점을 보인다. 이는 기술력의 문제보다 감독들의 고민이 꽤 깊지 않기에 벌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력을 탓 하자기엔 <귀신들>은 컴퓨터그래픽이나 부차적인 기술적 요소에 힘을 주어 만든 작품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사점과 더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다면 아쉬움이 지금처럼 깊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국내 영화가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냉혹하게 말해서, 이러한 ‘B급'도 아닌 ‘C급' 그 이하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치솟은 영화표 값을 지불하고 봐주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가 관객에게 스토리를 설득하지 못하는데 소비는 설득할 수 있겠나. 출연진의 라인업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어도, 작품이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형세다. 결국 작품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귀신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더 무겁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초청된 시사회에 다녀온 뒤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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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당신께
<헤어질 결심>과 <미쓰 홍당무> 그 사이 어드메를 노니는 영화가 2024년에 이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소환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그 전에 그런 혼종적인 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레 존재할 수 있을까?
포스터만 보고는 노인 성폭행 피해를 다룬 <69세>의 임선애 감독이 묵직하고 깔깔한 전작에 비해 산뜻하고 푸근한 사랑 영화를 만들려던 줄로만 알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당도한 것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밀도 높은 감정의 홍수다. 둘러가지 않고 변명하지도 않아서 선명도가 아주 높은 서사와 대사들, 박찬욱이나 이경미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스토리텔링, 천재적인 리듬감, 두 눈의 연기만으로 일렁이는 마음들에 함께 올라탈 수 있게 해주는 매력적인 배우들까지. <세기말의 사랑>은 정말이지 감탄밖에 안 나오는 영화다. 그리고 임선애 감독은 단순 '유망주'로만 불리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아깝다. 연차만 낮을 뿐 (한국에서 여성 감독의 권위가 아직 없다는 것은? '그런' 감독의 '이런' 영화에만 유독 젠체하고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저평가를 몇 년이고 버텨야 한다는 의미) 이미 한국 영화계 거장의 반열에 성큼 올라설 수 있는 포텐셜을 다 갖추었기 때문. 윤가은, 이옥섭, 김초희에 이어 이지은과 임선애를 차세대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믿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정말로 간만에 너무 좋은 사랑 영화였다(지금의 여성 관객에게 국내 제작+로맨스 영화가 좋게 다가오기란 거의 바늘구멍 뚫는 일에 가까운데도). 그리고 이때 사랑은 영미와 도영 사이 이상하고 풋풋한 긴장, 유진과 영미의 아웃사이더 연대를 거쳐와서, 기어이 도영과 유진의 눈물로 완성되는 삼각관계 속 연인 간의 애달픈 감정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유전병 발현으로 목 아래 몸이 모두 굳어 혼자 힘만으론 꼼짝할 수도 없는 조유진에겐 친한 푼수떼기 동생 오준과 가출한 조카 미리와의 투닥대는 사랑이 있다. 못나고 외롭고 놀림받기 일쑤인 데다 튀어나온 앞니를 목도리 사이에 푹 파묻고 다녀 '미쓰 홍당무' 양미숙을 연상시키는 회계과장 '세기말 Miss Apocalypse' 김영미에겐... 원래는 아무도 없었다가, 유진과 오준 그리고 도영이 생긴다. 또 영미의 실패한 (줄 알았던) 사랑은 도영만을 향하지 않으며, 부모 잃은 그애가 평생 돌보았던 큰엄마와 그 큰엄마의 짝사랑이던 사촌오빠가 보답해주지 않은 가족 간의 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랑이 영화 내내 말 그대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그 사랑들은 자주 내 눈과 뇌가 성급히 직조했던 적당한 상식선의 예상을 배반하기도 한다. 미리의 친아빠와 친엄마가 누구인지 너무나 갑작스럽게 툭 던져지던 씬처럼. 유진의 명품 구두가 왜 모두 '짭'이었는지, 누가 유진의 장애 '덕'을 봤는지, '지랄 1급'이라던 유진에게 들러붙어 있었던 처연한 체념의 그림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까지, 역시 예고도 없이 우르르 한 방에 깨닫게 해주던 오준의 미용대회 시퀀스의 폭풍우 같은 흐름처럼.
어쩌면 이런 예측 불가성을 즐기지 않는 이에게, 혹은 특정한 '부류'의 돌출성을 불편해하는 이에게 영화의 화려한 곁다리들은 일면 산만하거나 심지어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곁다리' 즉 삼각관계와 무관하면서도 구구절절 늘어지는 각 인물들의 사연은 모두 하나의 다정한 진리로 수렴한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당신이 모르는 싸움을 치러내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사랑(들)의 경중을 가리면서 너무 많은 인물의 너무 많은 이야기가 혼란스러우니 어떤 것은 받고 어떤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 살아간다는 게 그렇게 복잡한 일이므로. 같은 남자를 사랑한 영미와 유진이 처음엔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도영에게 부인이 있다는 형사의 말에 절망으로 물들던 영미의 표정과, 들들 볶이던 자원봉사자 학생의 “우리 엄마 죽었다 미친년아”에 남몰래 무너지던 유진의 표정을 몇 번이고 돌려보다 보면 그 둘이 얼마나 닮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미리의 이기적인 가출과 카드 도용을 힐난하더니 실은 저도 유진의 장애 등급을 이용해 몰래 차를 샀다던 오준의 욕심과, "지금 누나한텐 나밖에 없으니까" 곁을 지켜야 한다는 오준의 강인한 책임감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것처럼. 각자의 바닥은 다 너무 깜깜하고 처량해서 가끔 거기 떨어진 채로 만난 사람에겐 뭐든 다 말하고 날 내맡기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하되 타인을 밀어내지 않을 수 있고, 이해하되 섣불리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발휘할 수 있다.
돌봄노동에 최적화된 영미의 성실한 다정과 경청 그리고 손길이 필요했던 거면서 오로지 돈 때문에 같이 있는 거라고 처음부터 스스로를 속이던 유진이의 위악을 나는 알고,
“끝까지 버텨보는 거 나쁘지 않던데요. 그래서 저는 감옥엘 갔지만. 후회는 안 해요.”라며 이상하리만치 끝까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참지 않는 영미의 달콤한 자포자기도 나는 알지.
그래서 내겐 유진의 영미를 향한 “화상이 맨드라미 닮았네”가 이 시대 최고의 인류애를 함축한 대사 같았다. “그 화상 만져본 적 있어? 내가 한 번 만져봐도 돼?”라는 유진의 묘한 요청. 물렁한 영미의 수락에 유진이 상처를 보듬으며 "생각보다 부드럽네"라고 말하자 영미는 설핏 웃으며 “하여튼 이상해”로 화답한다. 그 욕조 옆에서, 또 미용대회 대기실에서 넘어진 유진의 휠체어 옆에서, 영미는 몸을 낮추어 유진과 시야의 높이를 맞춘다.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여자가 멸시받던 여자를 똑바로 바라볼 때, 그늘진 유진의 앞에 놓인 건 환히 쏟아지는 빛처럼 다가오는 영미의 옅은 눈동자와 상냥한 미소다.
회사 돈을 빼돌리는 남자가 제게 조금 다정했단 이유만으로 지구가 망하기 전날 밤에 같이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된 이상하고 대책 없는 외로운 여자. 그런 여자를 두고 맨드라미의 꽃말이 '치정'인 걸 아느냐고 놀려대던 역시 이상하고 화가 많아진 외로운 여자. 소시지 반찬, 모기 물린 자국 위의 십자가, 그게 뭐라고. 그게 다 뭐라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지도 못하는 내가 나인 게 너무 싫었을 여자들이 서로를 죽어라 질투하면서도 그 '구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줄 유일한 상대를 마음 속으론 악착같이 갈구한다.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게 얼마나 불가사의하고 어려운 일인지, 결국 영미의 '저 사람 나 아니면 어떡하나'가 유진의 짐을 덜고 유진은 도영에게 "그 여자 보니까 처음으로 네가 마음 놓이더라"라고 말한다. "저는 아직 유진 씨가 마음 놓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던 도영의 말은 온라인 접견 시간 종료로 뚝 끊기고 말지만, 그 이후로 유진은 완전히 퇴장하고 도영과 영미가 꾸준히 재회해 채무 관계를 핑계로 '다시' 친해지는 에필로그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도영과 영미처럼 유진은 잘 살아갈 것이다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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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시즌2 #오징어게임 #squidgame #squidgameseason2 #넷플릭스 #netflix
올해 마지막 초기대작 오징어게임 시즌2 메인 예고편 감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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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당? 미리 본 소대원들? 라떼극장 EP.0死 R?
영화 흥신소 -(아이스)라떼극장 EP.0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공포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날려버리자
정체불명의 무전을 받고 실종자 수색에 나선 소대원들
점점 불길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시공을 초월한 택배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는 영화 '알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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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사건?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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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우승할 수 있었을까? FBI 잭슨빌 지부의 요원들이 90년대 맥도날드 모노폴리 게임을 둘러싼 거대한 사기를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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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불이 꺼져도 멈출 수 없는 사랑의 힘
자신의 모습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살갗을 파고들듯 마음에 상처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그 순간을 이들만의 사랑의 화법으로 이때까지 본 적 없었던 상상 이상의 로맨스를 펼쳐낸다. 사랑의 의미를 잃어가는 요즘과 딱 어울리는 이 영화는 어떤 색의 사랑을 띌지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티모시 샬라메와 테일러 러셀이 출연하는 영화 '본즈 앤 올'은 11월 30일에 개봉했다.
평온한 풍경과 그림, 그리고 적막과 함께 흐르는 피아노 소리 속 잔잔한 목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잠든 밤, 몰래 빠져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 자리 잡아 있는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게 된 매런이 본능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홀로 남게 된 매런은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되며 내면에 휘몰아치는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떠난 아빠의 목소리를 노래 삼아 들으며 사라진 엄마를 찾아 떠난다. 매런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의 '이터'를 알게 된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매런은 같은 종족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종족의 이름은 ‘이터’이며 일종의 규칙으로 같은 종족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과 함께하며 비밀을 공유함과 동시에 이유도 없이 찾아오는 식인성을 마주한다. 기억에 남지 않던 욕망의 기억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된다.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다른 규격의 공간을 명확하게 했다. 서로 다른 영향력이지만 장면 장면 겹치는 사랑과 살해의 기억이 매런으로 하여금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게 한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지만 그가 느꼈던 따뜻한 온기는 피로 번져가도 놓을 수 없는 명확한 사랑의 형태로 바뀌고 뼈째로 집어삼켜도 괜찮을 사랑은 앞으로의 여정이 어떤 형태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카니발리즘을 통한 이야기 전개가 다소 낯설고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순간을 넘어 그 존재 자체의 인식에 초점이 맞춰지며 개연성을 충족시킨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핏빛으로 얼룩진 배경과 대치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대비되며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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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재회, 그리고 이별
김고은과 정해인이 커플로 나오면서 그 케미가 얼마나 좋을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 당시 봉오동전투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했던 작품이어서 기대를 했었지만 과연 그만큼 인기가 있었어야 했을 작품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은 작품이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시놉시스
"오늘 기적이 일어났어요."
1994년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를 처음 진행하던 날, 엄마가 남겨준 빵집에서 일하던 미수는 우연히 찾아 온 현우를 만나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연락이 끊기게 된다."그때,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기다렸는데…" 다시 기적처럼 마주친 두 사람은 설렘과 애틋함 사이에서 마음을 키워 가지만 서로의 상황과 시간은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도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을 반복하는 두 사람. 함께 듣던 라디오처럼 그들은 서로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을까?
*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인건가?
이어질 사람은 이어진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된다 라는 말을 여실이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어쩜 저렇게 우연히도 계속 마주치는 인연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없는데 말이다.
소년원에서 나오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현우가 떠난 뒤 우연히 빵가게 앞에서 다시 만나고 그렇게 군대를 갔다가 헤어지고 이메일 비번을 안 알려줘서 연락을 못하다가 미소가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가며서 기적적으로 다시 연락이 되고 그런데 하필 사고가 터져서 못만나다가 미소가 일하는 출판사 윗층에서 작업을 현우가 하게 되면서 다시 만나고 이 무슨 기적같은 우연인가? 영화기에 가능한 것인가 싶으면서도 10년에 해당하는 시간은 2시간 안에 압축시켜서 보다보니 여러번의 우연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좋았던 작품
스토리 전개가 5년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조금씩 뚝뚝 끊기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 스토리 전개를 이겨낸 김고은과 정해인의 연기력에는 박수를 보낼만 했다.
정해인은 그간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소년원을 다녀온 캐릭터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괜찮게 어울렸던 것 같다. 김고은 역시 헤어지는 여자의 마음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의 설렘을 정말 잘 표현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우와 미소가 헤어지고 미소가 편집장의 차를 타고 떠날 때 그 무너지는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같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작품이었나?
그러면서도 의문이 드는 점은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만큼 작품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걸작은 아니었다. 감수성을 충분히 자극할만큼의 연출이 뛰어났던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무언가 특별했던 것이 아니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러한 일상이 사람들에게 평범함으로써 인기를 끈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다른 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담백한 작품이어서 그런것인가? 솔직히 김고운과 정해인이라는 배우 덕에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인기가 있었을 이유를 못찾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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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구를 지켜라가 비운의 명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나는 그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한 영화에 집약시키기 어려운데 그걸 굉장히 잘 해냈다"라고 팬심을 밝힌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감독 아리에스터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품의 제작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오늘의 씨네뉴스 같이 살펴보아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북미 1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북미 공개 첫 주에 1위는 물론 매출액 1000만 달러를 넘겼습니다. 일본에선 지난 7월 공개되면서 83억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 10월에
개봉해 지금까지 199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거미집> 김지운 감독춘사 영화제 감독상, <올빼미> 4관왕
김지운 감독이 제 28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여우주연상은 <밀수> 김혜수,
남우주연상은 <올빼미> 류준열이 가져갔습니다. 특히 <올빼미>는 남우주연상과 함께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 각본상도 거머쥐며 4관왕을 안았습니다.
<서울의 봄> 천만 고지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수 700만을 넘어서면서 올해 국내 개봉영화 중 3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국내에
공개된 영화 중 700만명이상 본 작품은 <범죄도시3>, <엘리멘탈>외에는 없으며 이 기세라면 천만영화를
기록할 전망으로 보입니다.
권은비 일본 영화배우 데뷔<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8일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권은비가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인일본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파이널 해킹 게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은비는 이 작품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하며,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흑발의 미녀 수민 역을 맡았습니다.
<미드소마> 아리에스터 감독<지구를 지켜라> 제작 참여
2003년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청년 병구가 한 화학품 회사 사장을 외계인으로
의심하고,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놀라운 상상력과 흡입력 있는
연출,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아리에스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연출은 영화의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맡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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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익명의 목격자 되기
감독] The Myanmar Film Collective 미얀마 영화 집단
프로그램 노트] 2021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문자 그대로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다. 또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안전과 자유를 찾아 반강제적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시민들이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 <미얀마 다이어리>는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는 행동들을 작은 카메라로 담은 작품이다. 공권력의 무자비한 인권 침해, 거리로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모습 등 카메라가 기록한 내용만큼이나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끝까지 익명으로 남아야 했던 감독과 스탭들의 존재로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자기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이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미얀마 다이어리>의 엔딩크레딧이 다시 만들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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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벽에 균열이 있어서, 그 틈에 대고 바깥을 향해 연신 진실한 이야기를 속삭이던 여인이 있었다. 그 속삭임이 온 나라에 퍼져 마침내 백성들이 힘을 모았고, 억압된 나라가 해방을 맞았다는 미얀마의 옛이야기가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어린 자식을 무릎에 앉히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희망이 어떤 식으로 찾아오는지 깊이 각인해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에서 발췌)
2012년에 나온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을 2022년에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다. 책이 출간되던 즈음 아웅 산 수 치는 가택 연금에서 벗어나 국회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강산이 두 번쯤 바뀔 시간이 지난 후에야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지금, 군부는 쿠데타 이후로 그의 구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그에게 형량을 추가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얀마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몇 년 전 홍콩에서 있었던 일처럼,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끌려가는 것이 두려웠다. 안전모를 쓰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의 용기를 카메라 너머로 보면서, 안전한 관객석에 앉아서도 조마조마한 불안을 가득 느꼈다. 왜 그들의 모습은 늘 닮아있을까. 안전모와 마스크 뒤에 가려진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남은 핏자국, 그를 둘러싼 꽃 몇 송이도 달라지지 않는다. 분명 1980년의 광주를 비롯한 언젠가의 한국에서도 비슷한 모양이었을 것이다.
카메라, 무기가 되다
얼굴과 이름을 가린 거리 위의 시민들처럼, 영화인들 또한 익명성 안에서 작업을 했다. 이 영화는 쿠데타 이후 영화인들이 목도하고 사유한 것들의 조각 모음이다. 핸드폰으로 찍은 급박한 순간의 풋티지 영상부터, 짧은 이야기, 은유적인 장면까지 다양하게 들어 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색채로 담긴 여러 사람의 작업물이지만, 동일한 제작 의도가 모든 영상을 뚜렷하게 관통하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의 상황을 유혈 사태나 내전으로 부르기보다 혁명과 투쟁으로 부르고자 하고, 이 영상을 찍을 때보다도 더욱 어려워진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점차 닿지 않는) 상황에 국제적인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
중간중간 은유적으로 극화된 장면들이 있기는 하나, 이것이 다큐멘터리임을 생각할수록 정신이 아득해진다. 영상 속 시민들은 거리에서 누군가 총에 맞는 순간을 목격하거나, 자신을 붙잡으러 온 경찰이 총을 쏘는 소리를 듣거나, 가족을 붙잡으러 온 경찰을 맞닥뜨린다. 어린아이조차 분명하게 알고 있다. 체포의 사유도 밝히지 않고,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으며, 미란다의 원칙을 말해주는 법도 없는 이 경찰들이 온 이상 가족을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이들은 말하고 외치고 기록한다. 아이들은 엉엉 울면서도 엄마를 끌고 가지 말라고 또박또박 말하고, 총소리를 듣는 시민은 내 발로 나갈 테니까 제발 쏘지 말라고, 지금 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다고 외치고, 눈물을 참는 딸들이 아버지의 체포 사유를 밝히라고 요청하면서도 핸드폰 카메라를 꼭 쥐고 있다.
영상 속 군경들이 촬영을 꺼리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카메라는 무기가 되었다. 돌과 총에 맞서는 무기가. 귀신을 쫓는다는 관습의 발현이자 시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냄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는 시위의 도구가 되었다. 경고 알림음인 동시에, 총소리에 맞서는 소리다.
너희는 모두 박제되었다
카메라를 쥔 이들은 여전히 익명성 안에 있지만, 카메라에 담긴 이들은 모두 이렇게 영구히 박제되었다. 무장 군경이 아무리 철모를 눌러쓰고 촬영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더라도, 사복으로 자기를 감추고 쇠막대로 시위대를 마구 때려도, 순간들은 모두 카메라로 영구히 남아 이렇게 멀리 다른 나라 극장에서까지 상영된다.
그러나 카메라가 무기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목격자의 존재가 보장될 때다. 카메라로 담은 결과물을 보는 이들의 눈이 있을 때. 그들의 눈이 눈총으로 기능할 수 있을 때. 여기서 '본다'는 행위는 단순히 이 영상물이 관객의 망막에 맺히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상 속 너희는 모두 박제되었으며 이 기록물은 언젠가 역사가 될 것이다, 생각하며 목격하는 자들의 존재가 카메라를 무기로 만든다.
이를 알기에 미얀마 영화 집단은 엔딩 크레딧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톺아보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시민들의 이름과 함께 제작자의 이름도 익명성 안에 담아 결을 같이 했다. 그 점이 마음 한 구석을 착잡하게 하면서도, 관객 각자의 존재를 호명하는 듯한 울림을 주었다. 이 영상에 박제된 모든 것들을 함께 목격한 사람들. 그렇게 시민과 제작자, 관객까지 모두 '익명의 목격자'라는 카테고리로 하나로 묶인다. 만석에 가까운 관객석의 존재가 위로가 되었다.
위험해지는 희망
더 이상 '왜'를 묻거나 대의를 외치기에는 너무 잔혹한 폭력에 감싸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희망과 절망이 랜턴처럼 손쉽게 따각따각 켜지고 꺼지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어서 영화 속에는 다양한 희망과 절망의 은유가 등장한다. 빛과 벽 사이 그림자로 새를 날려 보기도 하고, 차마 새기지 못한 나비 무늬 문신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반지 낀 두 사람의 손만으로 관계와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냄비를 두드리고 치마를 걸어놓던 초기에 비하면, 시민들의 저항은 확실히 '위험'해졌다. 이들은 더 이상 시위로만 맞설 수 없어 정글에 들어가 총탄을 쏘는 훈련을 하기도 하고, 망명하기도 하고, 그 모든 순간이 이 영화에도 담겨 있다.
시민이 무기를 들게 한 것은, '위험'한 존재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적으로 돌리는 건 얼마나 미련한 행위이며, 그 결과는 얼마나 처절한가. 누군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피를 흘리고 끌려가고, 무너지는 삶의 자리들을 염려하고 갈등을 빚는 것. 누구도 서로의 머릿속을 지배할 수 없는, 단지 영향만 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하기에는 너무 너절한 행위가 아닌가?
70분의 짧은 영상물 속에서도 시시각각 변해온, 그리고 지금은 더 나빠졌다는 상황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뿐이다. 이들의 같이 있음. 누군가의 부재(不在)에서 맡아지는 서늘한 폭력의 냄새에 맞서, 나란히 함께 존재하는 것.
지금 여기, 우리가 하필 같이 있을 때, 우리가 같이 있는 이유가 만들어진다. 이유는 변한다. 세밀해지고 증식된다. 절망과 두려움은 이겨내는 게 아니라 밥처럼 마주앉아 나누는 것이다. 나누는 사이로 희망이 끼어들어 이유를 완성한다. 희망을 싣고 달리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아니었다. 달리다 보면 희망이 실리기 때문에 희망버스였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에서 발췌)
전혀 다른 상황에서 나온 문장이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움직임이었으며, 김소연 시인의 글 또한 해당 주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가 닿았다. 인간의 희망과 절망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순간, 상황은 매우 다를 수 있어도 그 상황에 맞서는 인간의 마음은 비슷한 결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랜턴처럼 손쉽게 끄고 켤 수 없는 희망과 절망 앞에서, 이유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고 마음도 뭉그러지는 앞에서, 하필 같이 앉아버린 관객석에서 빌어 본다. 익명 안에 가려진 모두의 안전과 무운을. 언젠가 다시 들려올 소식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미얀마 다이어리> 상영 일정표]
10월 08일 11:30 CGV센텀시티 7관
10월 11일 18:30 CGV센텀시티 1관
10월 12일 10:30 영화의전당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