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8-17 06:57:58
[JIMFF 데일리]모토에 충실한 JIMFF의 엔딩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폐막식 현장 스케치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열렸던 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16일 19시 의림지 야외 무대에서 강준규, 오하늬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길었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선 5일 간의 여정을 되짚어보는 영상으로 시작된 폐막식은 김창규 제천 시장 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의 인삿말 이후 2022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지원작 발표, 한국 경쟁 부문 수상작 및 국제 경쟁 부문 수상자가 발표, 폐막선언과 축하 공연, 그리고 대망의 폐막작 상영으로 이어졌죠.

'E.T.' 필름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이번 영화제는 개막식부터 유독 우천으로 인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인 폐막식 만큼은 아름다운 노을이 한 눈에 보이는 쾌적한 날씨에서 무난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마치 영화제의 모토를 온몸으로 느끼라는 자연의 의도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슬로건인 ‘a tempo’는 ‘본래의 빠르기로’라는 뜻으로, 일상으로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영화제가 짖궂은 날씨라는 장애물을 만났지만 무사히 진행되었듯이, 작년과 달리 온전히 오프라인으로 열린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원래 모습을 되찾을 거라고 말하는 듯 하죠.

폐막식에서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역시나 수상작 발표였습니다. 신나게 무대를 즐기고,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들을 감상하는 사이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의 끝은 언제나 관심을 되찾기 마련이죠. 우선 2022 음악영화 제작지원 프로젝트 지원작은 두 작품, 김태희 감독의 '룩킹 포'와 엄하늘 감독의 '너와 나의 5분'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실 수상작을 발표하는 심사위원의 평가는 미묘했는데요. 개성적인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아쉬움과 불안정한 소절들이 제작 지원을 거쳐 멋진 화음과 리듬으로 바뀌길 바란다는 희망과 격려가 공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감독의 상이한 수상 소감에 담긴 절실함은 그 미묘함마저도 잊게 만들었습니다.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지키기 위해 돈이 없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김태희 감독은 내년 제천에서 멋진 작품으로 만나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엄하늘 감독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른 채 진심이 담긴 "감사합니다" 단 한 마디로 모든 소감을 대신했죠. 두 감독의 작품은 23년 19회 영화제에서 만나게 될 예정입니다.

열세 편의 단편과 네 편의 장편 영화가 출품된 한국 경쟁 부문은 작품상도 단편과 장편 영화로 나뉘어서 발표되었습니다. 단편 부문에서는 어두운 주제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냄과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뮤지컬에 담아낸 조하영 감독 '언니를 위하여'가 선정되었습니다. 가능성이 엿보이며 장편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들뜬 목소리로 쉽사리 소감을 잊지 못한 조하영 감독은 20년도에 제작 지원을 받은 후 지금까지 힘써준 배우와 스태프, 제천 프로그래머와 모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장편부문에서는 권철 감독의 '버텨내도 존재하기'가 작품상을 가져갔습니다. 극장의 존재를 버팀목으로 삼아 영화의 존재를 보여주듯이 음악의 의미를 보여주었고, 음악과 영화와 삶, 그리고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들과의 관계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권철 감독은 언질을 주는 줄 알았는데 주지 않아서 놀랐다며, 초청만으로도 좋았는데 수상하게 되어 더 기쁘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폐막작으로 선정되는 해외 경쟁 부문 작품상은 반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심사위원장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에 다양성, 젠더, 민족성, 영화 기술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장편 영화들을 즐길 수 있었고, 그래서 수상작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두 작품이 박빙이었다며 2등을 차지한 작품도 얼마나 놀라운 영화였는지를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두 영화가 아주 달랐지만 이들이 보여준 새 감수성과 시네마와 내러티브에 접근하는 협업 방식은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보였다는 것이었죠.
이에 특별상을 받은 '포저' 팀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리 세게프, 노아 딕슨 감독은 친구들과 저예산으로 제작한 작품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작품상은 리타 바그다디 감독의 '사이렌'에게 돌아갔습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한 작품 안에 모두 녹여낸 놀라운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는데요. 미국에 있어서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바그다디 감독은 영상을 통해 수상소감을 전해왔습니다. 아랍 여성들이 항상 피해자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바그다디 감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게 해준 메탈 밴드 '슬레이브 투 사이렌' 멤버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 진실과 꿈을 위해서는 항상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는 뜻깊은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치열했던 경쟁의 끝은 영화 음악과 함께 마무리 되었습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의 폐막사 이후 무대에 오른 박동준 밴드는 멋진 색소폰 공연을 선보였는데요. 영화 '대부'의 ost와 영화 '봄날은 간다'의 엔딩 타이틀 곡인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가필드' 속 'I got you(I feel good)'까지 총 세 곡을 연주하며 별빛이 반짝이는 달콤한 여름밤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었습니다.
제천 메가박스와 제천 CGV,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 레스트리 리솜은 물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제천 비행장과 제천의 대표 명소인 의림지에서 진행되어 더 뜻깊었던 제 18회 제천국제영화제는 이렇게 내년을 기약합니다.

Relative contents
-
- '뷔'가 사랑한 영화
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씨네 러버스 클럽’입니다!
오늘은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BTS의 ‘뷔’가
사랑한 영화들을 소개해볼게요!
🎞 <대부>부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 라이브방송에서도 OST를 틀고 영화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거나 무대 콘셉트를 위해
특정 장면을 참고하기도 했던 뷔.
뷔의 음악과 인생에 영감을 준 영화들을 통해
여러분만의 인생 영화도 발견되길 바라며 🍿
저장해두고, 마음이 끌리는 날 하나씩 꺼내보세요.
주말엔 영화 한 편, 어떨까요? 🎞✨
이외에도 뷔의 추천작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 메마른 땅처럼 죄의식마저 갈라져버린 황폐한 마을
2017년 골드 오스트레일리아 도서상, 올해의 ABIA 문학상, 올해의 인디북 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고 뒤늦게 발간된 영국에서도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는 찬사와 함께 워터 스톤스와 선데이 타임스에서 이달의 스릴러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장르문학의 최대 권위 CWA 골드 대거 상에도 노미네이트된 호주 작가 제인 하퍼의 월드 와이드 베스트셀러이자, 장편 데뷔작을 원작으로 제작된 호주 영화 드라이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나를 찾아줘’와 매력적이게 보았던 HBO 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등을 성공으로 이끈 유명 제작자 브루나 파판드레아가 참여했고 ‘트로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배우 에릭 바나가 주연을 맡아 호주 개봉 당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및 자국 영화 중 5번째로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고 하니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더불어 ‘인비저블 맨’의 촬영 감독 스테판 두시오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2021 호주 아카데미 시상식(AACTA)에서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하며 감상하였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드라이 정보, 줄거리
정말 루크가 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계속된 가뭄으로 갈라지고 메마른 호주의 키와라 마을의 외딴 농장, 한 집안에서 갓난아기를 제외하고 일가족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호주 연방 경찰 에런에게 연락 한 통이 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친구였던 루크 가족의 죽음으로 2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와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 강물이 흐르고 수풀이 우거졌던 마을은 바싹 말라버렸고 과거 엘리의 사건 이후 떠났던 그를 사람들은 반기지 않습니다. 뉴스에서는 루크를 아내 캐런과 어린 아들 빌리를 죽이고 자살한 존속 살인으로 보도 중이고 사람들 대부분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루크 아버지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 그에게 부탁합니다.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는 거절하지만, 과거 사건의 진실을 언급하며 협박 섞인 어투로 회유하고, 결국 에런은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The Dry│감독 : 로버트 코놀리│각본 : 해리 크립스, 로버트 코놀리│원작 : │출연진 : 에릭 바나, 제네비에브 오렐리, 키어 오도넬, 존 폴슨 외 多│장르 :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상영 시간 : 117분│개봉일 : 2022년 3월 30일│국가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영국│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로톤 토마토 신선도 90% 팝콘 89%, IMDB 6.9, 메타 스코어 69점│시청 가능 서비스 : 3월 30일 개봉 예정
# 영화 드라이 평점
너무 오랫동안 거짓말을 하다 보면 그냥 그게 몸에 배죠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지고 관람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장르적으로 전개 속도나 BGM도, 스토리도 심장을 쫄깃하게 옥죄어 오는 연출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일가족 존속살인으로 처리된 사건에 남은 몇 안 되는 단서와 실마리, 인터뷰 등을 통해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과 주인공의 과거 시간이 플래시백 형태로 비치며 현재와의 연결점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두 가지 사건 모두가 해결은 되지만, 특별한 개연성보다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주인공의 심적 갈등과 죄책감을 해소하는 정도에서 일단락되다 보니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조작한 서류가 화를 자초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진실을 아는 직원과 일가족을 살인해버린 사람, 그리고 과거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며 살아오다 정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믿어버리는 거짓말 같은 상황들을 그립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처럼 작은 마을 안에서 모든 이들이 각자의 거짓말로 인해 갈라져 있던 것이죠. 그것은 과거 에런 자신이 남기고 간 죄책감에 대한 혼란을 일으켜 현재의 사건에 머물게 하는 단초가 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변화하는 그의 심리를 따라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잔잔한 흐름과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그렸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장르적으로 명확한 한계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보이는 황망한 사막과도 같은 마을 배경은 진실을 쫓는 그의 건조한 시선을 계속해서 유지시키고 반복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과연 현재와 과거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끔 만듭니다. 표면적으로 자신의 죄의식이 쉽사리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뚜렷해 보여 애초에 과거 엘리를 죽인 진범을 알고 있었기에 미련이 더 남은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게 하죠.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의 거짓말은 그저 하나의 수단일 뿐, 최악의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강바닥처럼 변해버린 마을과 그 안에서 야기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 반성이나 속죄라는 의미를 나타내기보단 의문스러운 엔딩을 그려내고 있어 굉장히 모호한 시선을 그대로 유지한 채 끝을 맺습니다. 에릭 바나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깊고 어두운 눈매가 러닝 타임 내내 분명 빛을 발하지만, 글쎄요, 빈 공간을 채우기에는 혼자 너무 버거운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
- 알쓸듄잡
벌써 가물가물한 <듄>. 용어만 복습해도 다가오는 <듄: 파트2> 이해 완!
에디터 AMY가 말아주는 알쓸듄잡 핵심용어.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캐노퍼스 항성계의 세 번째 행성. 물 한방울 나지 않는 모래행성으로 듄의 주요 무대.
우주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이자 초능력자 집단.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듄 세계관에서 가장 잔인하고 포악한 가문. 황제에게 아라카스의 채굴권을 넘겨받아 엄청난 부를 축적.
아라키스의 자유민 부족. 젠수니 방랑자들의 후손으로 사막에 살고 있다.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사람들. '인간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아트레이데스 공작가의 투피르 하와트와 하코넨 남작가의 파이터 드 브리즈가 멘타트다.
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캐노퍼스 항성계의 세 번째 행성. 물 한방울 나지 않는 모래행성으로 듄의 주요 무대.
'샤이 훌루드'라고도 불리며,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샤이 훌루드라는 이름을 특정한 어조로 말하거나 대문자로 쓰면 프레멘 가정에서 숭배하는 지신(地神)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작중 황제의 병사들을 지칭하는 말.
-
- <더 컨트랙터> 군인의 삶과 의미를 되짚는 액션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베테랑 중사인 ‘제임스 하퍼(크리스 파인)’. 숱한 전투로 인해 엉망이 된 몸으로도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에 충성하고자 했던 그는 예상치 못하게 불명예 전역을 명 받는다. 당장 다음 달 관리비와 보험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그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예전 동료 '마이크(벤 포스터)'의 도움 덕분에 고액의 계약료를 약속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PMC에 합류한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으라는 임무를 받아 베를린으로 향한 제임스. 그러나 타깃인 생명 과학자를 만난 그는 그의 조직과 미션이 숨기고 있던 음모를 깨닫게 되고, 그의 애국심과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찾기 위한 새로운 미션에 나선다.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전쟁과 액션이 소재인 작품에서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는 이미 낯선 존재가 아니다.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드라마 <아이리스> 속 빌런 아이리스는 그 자체로 거대 PMC이고,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PMC는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한다. 다만 많은 작품에서 PMC는 철저한 악의 편으로, 돈이라면 금기도 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몰개성한 집단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군사학 연구개발과 훈련,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 하는 바람도 PMC의 구성원인 PMC 컨트랙터(private military contractors)의 동기마저 평면화되는 것이다. 크리스 파인이 주연을 맡은 <더 컨트랙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간과되어 왔던 PMC 컨트랙터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 영화다.
<더 컨트랙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작 후 40여분이 지나야 본격적인 액션씬이 등장할 정도이고, 액션의 구성도 화려하기보다는 단단하지만 절제된 인상을 남긴다. 지하 하수도에서 전등을 부수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처럼 상황마다 가장 필요한 행동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액션을 펼치는 주체들이 특수부대 출신 군인이라는 점을 반영해서인지는 멋들어지게 총알을 피하거나 화려한 격투 실력을 뽐내는 장면도 많지 않다. 실제로 독일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주인공 일행은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이에 더해 첩보 영화의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에 비하면 장르적 재미가 두드러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베를린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제임스는 미션 진행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기 시작하자 그 임무의 진짜 목적에 대해 서서히 의문을 갖는다. 문제는 제임스가 소속된 PMC의 진짜 정체와 그가 수행 중인 임무의 진짜 목표와 이유를 추론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의 임무가 공익 또는 국익이 아닌 기득권층의 사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반전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액션의 분량과 비중 모두가 많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는 액션 영화에게 분명 득이 되지 않는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액션을 통해 제임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더 컨트랙터> 진짜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절제된 액션이나 예측 가능한 전개 모두 군인에서 PMC에 소속된 한 개인이라는 변화를 마주한 제임스의 내면에 주목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영화는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장면에서 단숨에 전투씬으로 넘어가는 대목처럼 신속한 장면 전환과 편집을 통해 템포를 살리며 제임스 하퍼의 이야기 그 자체의 몰입도를 제고하는 데 집중한다.
그 중심에는 군인에서 프리랜서가 된 제임스가 느껴야 하는 정체성의 고민이 위치한다. 이는 단 하나의 액션 시퀀스도 없이 제임스의 일상을 쫓는 첫 40여분의 속에 잘 녹아들어 있다. 특수부대 중사인 그는 일전의 임무로 인해 무릎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금지 약물을 복용하며 겨우 버티지만, 규정 위반으로 인해 강제 전역당하게 된다. 제임스는 국가가 자신을 도구처럼 필요할 때 쓰고, 가치가 없게 되자 버려버렸다고 분노한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진 그에게 수많은 PMC들이 연락을 보내오지만, 그는 일의 위험성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아들과 다시 수영장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제임스는 결국 전 동료였던 마이크가 속한 회사와 계약한다. 중요한 것은 제임스의 결단이 단지 친분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비록 국가가 자신을 소모품처럼 폐기 처분했다는 점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국가에 합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설득되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실제로 영화는 제임스의 근처에 항상 성조기를 가져다 놓는다. 불명예 전역 명령 직후에도, 아들인 잭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도, 그의 집에서도 성조기는 항상 뒷배경을 장식하며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복무한 경력에서 비롯된 자부심, 군인으로서의 명예, 그리고 철저한 애국심이 제임스를 휘감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의 기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도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성조기 문신을 새겨줄 만큼 철저한 애국심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며, 그는 군에서 불명예 전역을 당하자 인생이 부정당했다고 느낄 만큼 좌절한다.
이처럼 투철했던 군인 제임스의 애국심 덕분에 <더 컨트랙터>는 다양한 질문과 생각거리를 관객에게 던질 수 있다. 군인 제임스가 PMC 컨트랙터가 된다는 것은 곧 그의 애국심, 자부심, 명예 등에 값을 메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단지 제임스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와 가치에도 값을 메기는 세상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 믿고 기꺼이 임무에 참여했던 그는 사실 자신의 미션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치료제의 개발을 막아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키려는 시도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자 제임스는 PMC의 리더인 '러스티(키퍼 서덜랜드)'와 동료였던 마이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러한 임무가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그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뺏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냐고 반문한다.
이는 하버마스의 자본주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자본주의적 근대화 과정에서 화폐와 권력을 매체로 하는 체계의 논리가 인격의 존엄성 같은 인간 고유의 사회적 차원에 침입한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자본과 권력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되는 고유한 질서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의 비판은 당장 영화 초반부에 제임스가 고통에 시달리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숱한 전투에 참여한 베테랑인 제임스는 국가의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져서 극심한 PTSD를 겪는 수많은 군인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군인과 개인들에게 냉정하고 무감각한 현실과 현재의 사회가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군인의 아픔은 PMC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도 낳는다. 사실 군대라는 존재는 근대적 주권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이다. 국가 내의 무력을 온전히 장악하여 내부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구성원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때만 온전한 형태의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군대라는 조직을 애국심의 표출로 치환시키는 작업은 강력한 무력이 국가에게 종속되어야 하는 감정적인 동기를 제공해 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성조기 문신을 새겨주듯이 애국심과 군인의 명예라는 가치를 학습함으로써 군이 유지되고, 더 나아가 국가가 유지되며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PMC의 등장은 이러한 기본 가정과 전제를 모두 파괴하는 듯 느껴진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를 애국심, 명예, 자긍심이 효율과 이익 앞에 무의미하고, 제임스와 그의 아버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을 겪는 장면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PMC의 본질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비록 고증과 현실성의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작품이었지만,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군인의 신념과 관련해 인상적이었던 대사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을 보면 무섭긴 하지만 한 소리할 수 있는 용기,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겁니다"라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더 컨트랙터>가 던지는 질문과 위 대사와 다르지 않다. 무력을 국가가 독점하여 개개인들을 보호하던 세상은 합리적 개인의 선택과 시장 논리 안에서 달라지고 있고, 애국심과 명예로 포장되었던 군인의 신념은 계좌에 들어오는 숫자에 의해 움직이고 또 바뀔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오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 안에 속한 개개인은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어떠한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키고 보호해야 할지에 대해 묻고 있으며 또 나름의 답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세상 앞에서 그대로 좌절하고 방황한 아버지와 달리, 자신의 아들과 가족에게 돌아가는 제임스의 모습은 개개인들에게 희망을 품는 <더 컨트랙터>가 내놓은 자신만의 답처럼 보인다.
A(Acceptable, 무난함)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을,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쌉쌀한 희망을 맛보다
-
- 당신이 사랑하는 프랑스 영화
❣️[Cinelab Curation]❣️
씨네랩에서 진행되고 있는 챌린지 [스크린 너머 세계속으로…]는 프랑스 편을 진행 중인데요!
이를 기념해 특별 큐레이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프랑스 영화들을 모아 봤어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프랑스 영화를 씨네랩과 함께 나눠주세요!🧡
아직 챌린지에 참가하지 않은 분들은 하단 링크를 확인해 보세요!
________________
크리에이터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 파괴적 격투를 바라보게 만드는 두 괴수
어린 시절부터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나오는 영화나 시리즈물을 좋아했다. 외계인, 좀비, 공룡 그리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한 편으론 무서웠지만 눈을 감으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괴물이 나오는 괴수물은 특촬물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후레쉬맨> 시리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보면서 악당 괴수와 싸우는 로봇의 활약에 꽤나 집중해서 봤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했을 때,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혹여 우리 편이 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봤다.
괴수물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잘 짜인 이야기라기보다는 육중한 몸을 통해서 전달되는 타격감과 약간의 공포심일 것이다. 괴수가 높은 건물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출동한 다른 괴수 혹은 로봇이 대결을 벌이면 그 일대는 초토화된다. 이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것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고 결국 괴수가 제압당하는 모습에 안심했다.
애초에 <고질라> 영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계기 자체도 그런 것을 보려는 관객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8년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고질라는 논외로 하고 2014년에 나온 <고질라>는 규모를 키우고 진정한 괴수영화로 접근하여 만든 영화였다. 여기에 인간들의 서사를 억지로 연결하여 넣으려고 하면서 러닝타임은 길어졌고 액션 장면은 줄었다. 그래도 고질라가 등장하여 벌어지는 액션과 리액션은 어릴 적 느꼈던 공포심과 통쾌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뭔가 크고 심각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인지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에서 기모라 같은 다른 괴수들을 등장시켰고 그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격투를 벌일 때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전히 인간들의 서사는 지지부진했고 흥행이 생각보다 덜 되었지만 시리즈의 3편이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고질라vs.콩>에는 기존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의 서사는 괴수들의 대결에 맞추어 구성되었고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킹콩이 등장하면서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서사가 보강되었다.
킹콩 역시 두 편의 이전 시리즈가 있다. 완전히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킹콩이 살던 스컬 아일랜드가 존재한다는 점만은 같다. 그리고 킹콩은 인간과 어떤 방식으로든 교류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여자를 보호하고 눈 맞춤을 하기도 한다. 이건 고질라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고질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간과 소통을 전혀 하지 못한다. 고질라는 지구를 지키려는 것뿐, 인간의 안위는 사실 관심이 없다.
<고질라vs.콩>에서도 이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고질라의 특성을 이해하는 고질라 시리즈와 연결된 인물인 메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마크(카일 챈들러)는 고질라를 보호하고 이해하지만 교류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인물들의 서사는 괴수들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들의 노력은 서사에도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 각본을 구성하면서 최대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보이지만 그게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킹콩과 교류하는 지아(카일리 허틀), 네이선(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아일린(레베카 홀)의 서사는 전체 영화의 결말부에 큰 영향을 준다. 지아는 킹콩과 수화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킹콩을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 뭔가를 만들 여지가 있다. 결말부 전투에서도 이 인간들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킹콩에 좀 더 정이 가게 구성되어 있기도 하다. 마치 가족처럼 느껴지는 킹콩의 모습은 이 영화가 고질라의 시리즈라기보다는 킹콩의 세 번째 영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킹콩의 서사에 감정적인 부분이 추가되면서 영화의 서사는 조금은 나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액션 장면, CG와 만나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보게 만든다. 격투 장면은 크게 해양에서 벌어지는 격투와 홍콩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밝은 낮에 촬영한 장면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더 선명하게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타격감이 더 좋게 느껴진다. 홍콩 전투에서 기계 괴수인 메카 고질라가 등장하여 세 괴수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꽤 만족스럽다. 여러 모로 <고질라>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의 컨텐츠 정도로 소비되었던 괴수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이것에 대한 소비층이 어느정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과거에 이런 괴수들을 보며 성장했던 많은 어른들은 좀 더 진지하게 이런 영화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번 <고질라vs.콩>이 고질라 시리즈의 마지막 장일지 모르지만 다른 형태의 괴수 영화는 또 제작되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질라vs.콩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sZtWShcSPnE
-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후기 / 최민식이 다했나? / 감동이 살아있음 /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 파이송이 뭐지?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TRANSLATE withx
EnglishTRANSLATE withEnable collaborative features and customize widget: Bing Webmaster Portal
-
- 콘클라베? 가 뭐야? / 디테일한 교황 선출 과정 / 바티칸 내 스릴러란 / 지루해도 괜찮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콘클라베"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론칭 예고편
양자경이 양자경과 양자경으로 세상과 가족을 구하는 영화? 화제의 멀티버스 액션 코미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10월 12일 개봉 확정 & 론칭 예고편 공개!
-
- 영화 <뱅퀴시> 메인 예고편
단 하룻밤, 5번의 픽업을 완수하라!
국가 영웅이었던 전직 경찰국장은
도시를 장악한 5대 조직과 사건에 휘말린다.
그는 마약 운반책이었으나 손을 씻은 그녀의
딸을 볼모로 잡고 위험한 미션을 제안한다.
단 하룻밤, 5대 조직으로부터 5번의 픽업을 하라!
그녀의 킬러 본능이 폭발하고, 도시는 전쟁으로 치닫는데…
오늘 밤, 그녀의 분노가 폭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