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8-16 13:15:36
8월 3주 최신 개봉영화
8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8월 3주 개봉영화!
놉
NOPE , 2022
영화 "놉"은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현상을 그린 작픔으로
북미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입소문을 자랑하며 박스오피스 1위 달성했습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것’에 대한 공포심과 호기심!
은 올여름 그가 전할 메시지와 함께 관객들을 새로운 장르의 세계로 강렬하게 흡입 시킬 예정입니다
다니엘 칼루야가 '겟 아웃' 이후로 조던 필 감독과 다시 함께했는데요
그가 맡은 OJ 헤이우드는 말수는 적지만 기품 있는 행동을 하며 영화의 정신적인 중심을 맡습니다
또한 '미나리', '버닝'의 스티븐 연도 이번 작품에 함께했습니다
그가 맡은 '리키 주프 박'은 어린 시절 할리우드에서 아역 스타로 유명세를 얻고
지금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본인 캐릭터 이름을 딴 ‘주피터 파크’를 운영하고 있는걸로 나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조던 필 유니버스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더 커진 스케일!
다양한 해석과 해설로 영화 세계를 뒤덮는
추천영화 "놉"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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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 코미디 원맨쇼
* <정직한 후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정직한 후보 (2020)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장르: 코미디
상영시간: 105분
개봉일: 2020.02.12
진실의 주둥이가 불러온 기상천외 선거전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튀어나오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그녀는 살아계신 할머니의 목숨까지 팔아 선거에 이용할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다. 할머니의 이름을 팔아 설립한 재단을 앞세워 4선 도전도 무리 없이 진행되려던 찰나 손녀의 버릇을 고쳐놓고자 할머니 '옥희(나문희)'가 기도를 하면서 '상숙'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는 신세가 된다. 그동안 거짓으로 포장했던 속마음들이 마치 생리 현상처럼 입에서 주체없이 튀어나오게 되고, '상숙'의 선거전에 크나큰 차질이 생긴다. 보좌관 '희철(김무열)'이 물심양면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어떻게든 리스크를 막아 보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잃은 '상숙'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된다. 이대로 4선의 목표가 좌절되려는 순간,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택하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나간다.
뻔하지만 코믹한, 유쾌함에 충실
<정직한 후보>는 '짐 캐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표절한 의혹이 있는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의 판권을 구매해 리메이크한 작품. 원작의 '변호사'를 '정치인'으로 바꾼 것만 빼면 내용상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선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재로 써 내려갈 스토리가 워낙 뻔하다보니 작품의 줄거리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실제 전개 역시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영화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본질에만 충실해도 기본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설정, 식상한 스토리라인을 차치하고서라도 혼을 빼놓도록 웃기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적어도 가볍고 유쾌한 유머를 날리는데 충실하다. 작품을 이끄는 '라미란'의 역동적인 코믹 연기는 SNL '라미란' 편 혹은 그의 코미디 원맨쇼라 할 정도로 평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원톱 주연인 '라미란'을 서포트 하는 두 남자, '김무열'과 '윤경호'의 연기도 함께 돋보인다. '김무열'은 중후한 카리스마 혹은 냉혈한 빌런의 모습으로 더 익숙한 배우이지만 극중 열정 넘치는 해결사, 어딘가 부족한 허당, 어리광을 피우는 남동생 등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라미란'과 '김무열'의 케미스트리는 작품의 두 번째 시즌이 탄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식 전개로 갉아먹은 장점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코미디의 색채는 옅어지고 신파극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뒷심이 부족했다. 중반부까지는 스토리가 엉성하더라도 '주상숙'이라는 캐릭터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식들이 웃음을 주고, 작품에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상숙'이 개과천선을 하고,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징악한다는 결말은 정치에 관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한국영화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즉, 뻔한 줄거리의 코미디 영화에 고리타분한 한국식 결말까지 더해져 인물의 톡톡 튀는 캐릭터성마저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오히려 초반부의 B급 감성을 끝까지 밀고 나갔더라면 코미디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배우들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상의 비판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라미란에 의한, 라미란을 위한
<정직한 후보>의 가장 큰 가치는 원톱 주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라미란'의 역량과 내공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성 원톱 주연 영화는 활발하게 제작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제작되더라도 흥행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혜수'가 원톱 주연으로 출연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던 <굿바이 싱글> 정도가 떠오른다.) 그런데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힘든 시국에도 1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시즌2 제작도 안정적으로 착수했다. 이는 전적으로 수많은 코미디 작품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개척한 '라미란'의 기량이 발휘된 결과이며 그녀가 괜히 '청룡영화제'에서 코미디 원톱 주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게 아니라는 것 역시님 증명했다. 그동안 남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는 수없이 제작되었고 흥행한 사례도 많지만 여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정직한 후보>가 작품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 원톱 주연 코미디 영화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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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연기력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개봉작 3편
미친 연기력으로 동료 배우들에게 호평을 받은 '레슬리'역 '안드레아 라이즈 보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는 물론, 제35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제38회 필름인디펜던트스피릿어워드 여우주연상,
제60회 히혼국제영화제 여자배우상까지 거머쥐었는데요.
이번 주는 특히! 놀라운 연기력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영화들이 개봉했는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연출한 마이클 모리스 감독의 <레슬리에게> /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 <마션>, <글래디에이터>등 수많은 명작을 뽑아낸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까지 놓쳐서는 안 될 영화 신작 세편 같이 한번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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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선택했지만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줄평 : 인간이 만든 도덕적 기준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신의 선택
▷영화 : 콘클라베(Conclave), 2025.3월
‘하나님의 선택’,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주1는 그렇게 불린다.
신적 대리인으로서 최고 권위를 가지는 교황을 뽑는 성스러운 과정으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콘클라베에 참여하기 모여든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묵는 '성 마르타의 집'과 선거 장소로 사용되는 '시스티나 성당'은 외부와의 통신조차도 차단된다.
외부에서 이곳의 투표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성당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뿐이다. 하얀 연기는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표시이다.
교황 선출 결과를 보기 위해 모여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의 수많은 군중과 전 세계 TV들은 이 굴뚝만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
종교 권력은 그렇게 철저히 성(聖)과 속(俗)을 구분해낸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 콘클라베 장면(2013.3.12~13, 이틀에 걸쳐 총 5회 투표로 선출) / 출처 : 가톨릭평화신문(cpbc)
그러나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 과정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며,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거침없이 허문다.
유명 여행지를 찾은 관광객처럼 캐리어를 끌며 숙소로 모여드는 107명의 추기경들,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다 흩어진 자리에 남겨진 담배꽁초들,
그리고 손에 아이폰을 쥔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 이 모든 장면은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하는 추기경들과 바닥에 나뒹구는 담배꽁초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결국 사람을 통해 성취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정치 행위다. 이 과정에서 교황이 되고자 하는 이는 자신이 적임자임을 설득해야 하고, 지지 세력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최고 권력을 향한 욕망이든, 세상을 자신의 신념대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종교적 이상이든, 가톨릭교회의 정점에 도달하고 싶은 열망이 없을 리 없다.
오랜 세월 추기경으로서 교회 정치에 깊이 관여해 온 이들에게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구일 것이다. 이를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곳에 모인 추기경들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서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뿐이다.
그런 베일에 싸인 콘클라베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선택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갑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으로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게 된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레이프 파인스)의 첫날 연설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담아낸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관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있는 것은 의심과 함께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믿음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영화 <콘클라베> / 토머스 로런스(레이프 파인스)어쩌면 주인공 토머스 로런스(Thomas Lawrence)는 예수의 부활을 의심했던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인 도마(Thomas)를 모티브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요한복음 20장) [27절]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28절]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2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좌)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토머스(Thomas) 로런스 추기경, (우) 카라바조(1573년~1610년)의 <의심하는 도마(Thomas)>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맹목적인 ‘확신’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도마가 예수의 옆구리 상처에 손을 넣어본 뒤에야 부활을 믿게 되었듯이,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믿음은 내가 본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한 것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가 무오(無誤)한 존재가 아님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심’은 나를 변화로 이끄는 출발점이며, ‘확신’은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영화 <콘클라베>는 신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한 본질을 탐구하며, ‘의심’으로 가득 채운다.
과연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교황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말이다.
이 의심의 실체를 확인하고, 확신으로 바꿔야 할 책임이 토머스 로런스 추기경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춰져 있던 아픈 과거도 드러나고, 세속적인 정치적 모략과 술수가 난무해진다.
교황청이라는 신성한 공간에서조차 세상 정치판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걱정은 이르다. 세상의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72명, 즉 투표인원의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엄격한 규칙 아래, ‘의심’은 반드시 ‘진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당위성만은 변함이 없다.
이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선택의 과정은, 결국 하나님의 섭리가 깜짝 놀랄 방식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후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이번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토마스 로런스 추기경
영화 <콘클라베>는 토마스 로런스의 시선을 따라 끊임없이 ‘의심’의 과정을 추적해 간다.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경구는 교황 선출 과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런 선거에서는 예의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의 진영 다툼과 각 진영을 대변하는 후보를 승리하도록 돕는 세 결집을 위한 노력도 치열하다.
네 명의 유력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기니 경합을 벌인다.
사회적 보수주의자인 나이지리아의 조슈아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온건주의자인 캐나다의 조지프 트랑블레(존 리스고),
진보주의자인 미국의 알도 벨리니(스탠리 투치), 확고한 전통주의자인 이탈리아의 고프레도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이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콘클라베 투표 특성상 참석한 추기경 중 한 명은 교황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우선 초반 제3세계 국가의 추기경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유력한 1순위로 치고 나가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조슈아 아데예미 추기경이
30년전 저질렀던 수녀와의 성 추문이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또 한 명의 유력 후보였던 조지프 트랑블레 추기경은 성직매매 비리가 드러나면서 교황 자리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유력한 두 후보가 가시권에서 멀어지면서 이제 남은 것은 진보진영의 알도 벨리니 추기경과 강경 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
내심 진보 성향인 토머스 로런스는 강경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이 교황 자리를 차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같은 진보진영의 알도 벨리니 후보가 있지만 세 결집이 미약하다.
이런 연유로 기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은 결코 교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토마스 로런스는 어느새 교황의 자리를 욕망하게 된다.
‘의심’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던 주인공이 그 '의심'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격이다.
그 순간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발생한 이슬람 세력의 폭탄 테러는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킨다.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테러와 종교전쟁에 대한 토론은 추기경들의 가치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강경 보수파인 고프레도 테데스코는 이때다 싶어 이런 이슬람 테러가 '상대주의 교리의 결과물’이라고 전임 교황의 정책을 비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 전쟁과 저 짐승들과 싸울 전쟁을 이끌 지도자다'라고 극단적인 발언을 퍼붓는다.
이에 대해 그동안 조용히 투표에 참여해 오던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멕시코인 추기경인 빈센트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방금 전쟁이라 하셨는데, 여러분이 전쟁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 카불에서 선교를 하면서 수많은 크리스천과 무슬림들의 시신을 보았다.
방금 우리가 싸워야만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진정 싸워야만 하는 것은 오늘 아침 이 사건을 일으킨 것처럼 그런 망상에 빠진 사람들이 아닌, 우리 각자의 마음속이다.
우리는 지금 증오에 굴복하고 편을 가를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과 남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화 <콘클라베> / 빈센트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급격히 합리적 평화주의자로 보이는 빈센트 베니테스 추기경으로 표가 쏠리고, 최종 투표 결과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이제 토머스 로런스의 ‘의심’은 해소되었고, 바라던 교황이 선출되었다.
흡족해하며 토머스 로런스는 빈센트 베니테스를 향하여 교황 수락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
‘당신을 교황으로 선출하는 것을 받아들이십니까?’ 영화 <콘클라베>/ 토머스 로런스(레이프 파인스)
이제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공표를 앞둔 시점, 토머스 로런스는 빈센트 베니테스 추기경에게 과거 제네바의 한 의료원을 방문했던 이유를 묻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의심’을 완전히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충격적이게도 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인터섹스(간성)’임을 고백한다.
신학교 시절에도 그는 다른 남성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맹장수술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자신의 몸에 자궁과 난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임 교황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의심’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는 신임 교황 인노첸시우스(‘순수한’ 또는 ‘정결한’이라는 뜻)의 선출에 환호하는 성베드로 광장의 함성소리와
성 마르타 집의 평화로운 창문 밖 풍경을 보여주며 황급히 막을 내린다.
비로소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음을 선언해 버린 것이다. 신은 그를 교황으로 선택한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보고 있노라니 슬며시 화가 났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여전히 지금까지도 그 ‘의심’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의심을 거둬들일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으로 남았다.
과연 ‘우리는 그/그녀를 교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 영화 곳곳에 ‘소수자’의 그림자를 남겨 놓았다. 이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 참조자료(YouTube)
1. [cpbcTV가톨릭콘텐트의모든것] 하느님의 선택, 콘클라베
https://youtu.be/DXdxzv4ayz8?si=4vkhBO5R9QRTtBEL
202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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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녀와 야수(1991) VS 미녀와 야수(2017)
정직한 실사화, 그리고 설득력을 주는 세세한 곁가지들
원작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실사화된 영화의 대부분은 원작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부하다는 비평을 피하기 위해, 또는 현시대의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주제를 담기 위함 등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언제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관객들은 시대상을 반영한 변질된 이야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과거의 아름다운 동화를 실사화했을 때의 결과물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이때 <미녀와 야수>는 의외로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변형하지 않고, 원본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가진 큰 줄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영화를 더 풍부하게 해 주는 곁가지들을 붙여나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서는 세금을 낭비한다는 추가적인 설명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려한 연회는 요정의 저주를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책을 좋아하는 벨이 책을 읽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세탁기를 발명해 사용하는 실사 영화만의 오리지널을 추가해 그녀의 직업과 성격을 훌륭하게 설명해 줍니다. 다만, 그 추가된 곁가지로 인해 영화의 러닝타임이 다소 증가하여 2시간 10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에 비해 부족한 건 절대 아닙니다. 실사화를 진행함에 있어 관객들이 시나리오에 어떠한 변경이 가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데에는 그 기본이 되는 스토리에 아쉬운 점은 있을지언정 부족한 부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능동적인 여성의 이야기, 감초와 같은 시종들이 만들어 낸 여러 재밌는 이야기, 그리고 궁극적으로 괴물과 여성의 사랑에 빠진 이야기까지, 많은 이들이 재밌게 감상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입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담겨 있어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괜히 디즈니 르네상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수없이 거론되는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관객들은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실사화한 영화를 원할 뿐, 그리고 <미녀와 야수>는 그 요구를 충족시켰다
당찬 디즈니 프린세스의 시초, 그리고 캐릭터의 재해석은 이렇게 해야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근육질의 남성미 가득한 마초 개스톤은 벨을 제외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작중의 행적을 보면 허세꾼에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데다가 비열하기까지 한,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꼴통마초입니다. 야수의 안티 테제로서 인간의 모습을 한 야수를 상징하는 캐릭터성은 잘 살렸을지언정 관객들의 호감은 사기 어려운 빌런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벨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구원받아왔던 수동적인 존재에 벗어나 처음으로 상대방을 구원하는 최초의 여성입니다. 거기에 당차기까지 한,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가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변하게 된 시조 격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등장인물입니다. 그리고 야수의 시종들, 르미에•콕스워스•미세스 팟과 같은 등장인물들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과장된 표현을 무기로 가지고 있는 재치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받았습니다. 거기에 각 캐릭터들이 변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적극 활용한 동작은 애니메이터들의 장인 정신을 느끼게끔 해 줍니다.
실사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여러 등장인물들을 재해석하였습니다. 이때 원작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간 실사 영화의 방향성에 알맞게 재해석된 캐릭터들은 과하게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과장된 표현들은 실사 영화에 알맞도록 적절하게 정적인 표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된 데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데에 시간을 적절히 할애함으로써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해석된 캐릭터들 중에서, 개스톤에 가해진 변화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루크 에반스가 연기한 개스톤은 마초적인 인상을 덜어내었고, 현실적인 잔인성을 추가하여 더 입체감 있는 빌런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찌질함과 비호감 덩어리였던 르푸의 상당히 정상적인 인물로의 변화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 않는 새롭고 비중이 크지 않은 캐릭터에 PC를 적용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여 나쁘지 않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만이 표현 가능한 독특한 캐릭터들, 그리고 진정한 빌런으로 재탄생한 실사 영화의 개스톤
볼거리와 들을 거리, CG와 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야수와 벨이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씬이 있습니다. 크고 복잡한 샹들리에와 촛불의 빛들, 그리고 바닥에 반사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까지, CG를 활용해 만들어 낸 명장면입니다. <미녀와 야수>는 CG의 역사에 족적을 남겼을뿐더러 이후 제작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적극적으로 CG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뮤지컬 맛집인 디즈니답게,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Belle', 'Gaston'과 같이 주인공들의 성격을 가사와 뮤지컬로 훌륭하게 그려낸 곡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곡인 'Beauty and the Beast'까지 좋은 곡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은 64회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였으며, 더 나아가 'Beauty and the Beast'로 그 해 주제가상까지 수상하는 등 비평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실사 영화도 애니메이션 못지않게 기술적인 측면에 적지 않은 노력과 힘을 기울였습니다. 벨과 야수가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씬은 그동안의 기술 발전을 뽐내는 듯 더욱 화려하게 변경되어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하였습니다. 그리고 가구로 변해버린 야수의 시종들은 현실적인 모양새로 변하였으며, 이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그 현실성을 살리기 위한 섬세한 표현과 연출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 외에 실사 영화의 뮤지컬과 관련하여, 애니메이션의 뮤지컬에서 실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였습니다. 그 대신 실사가 가진 장점을 살린 대규모 뮤지컬로 변환하는 등 적절한 각색을 통해 익숙한 맛과 새로운 맛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CG를 통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그림과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한 명곡 대잔치, 그 뒤를 잇는 <미녀와 야수>의 볼거리와 들을 거리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함에 있어 왕도를 걸어간 느낌입니다. 무리수를 던지지 않는 재해석, 쓸데없는 사족 없이 영화를 풍부하게 해 주는 부가적인 이야기들, 실사화를 통해 관객들이 원하는 시각적•청각적 쾌감의 선사 등등. 완벽한 영화라고는 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쁘지 않은, 아름다운 영화라고 하기에는 손색없습니다. 실사화를 함에 있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미녀와 야수>만 따라가더라도 원작의 명성을 깎아먹지는 않을 텐데, 이후의 실사화 영화들의 만듦새를 보면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이후에 실사화된 영화들은 제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려 하지 말고, 원작의 이야기에만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포대에 담아야 하는 법, 굳이 낡은 포대에 담으려다가 포대를 찢어먹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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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도, 나도 이 청춘들일 수 있다
청춘의 방황은 보이지 않는 어떠한 벽을 깨부숨으로써 끝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브레이킹 아이스>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얼음은 물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얼음이 될 수도 있다. 온도에 따른 변화다. 그렇지만 녹음으로써 '변태'한 물은 언제든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 가능성을 철폐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려면 부수어야 한다. 얼음이 녹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마침내 부숴야 깨어날 수 있을 것이며 그 흔적인 조각들의 형체를 치워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브레이킹 아이스>가 전하는 메시지다.
청춘은 꿈을 꾼다. 그렇게 마음속에 꿈의 웅덩이를 둔다. 하지만 인생에 예측불가한 사건사고들은 항상 존재하는 법. 나나(주동우)는 어렸을 적 꿈꾸던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꿈을 부상이라는 한 순간의 일로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꿈의 웅덩이가 얼어붙는다. 한때 피겨 선수를 꿈꾸며 그 위를 유영했던 빙판이, 마음속에 남아 새로운 마음의 흐름을 멈추게 만든다.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순간에 갑작스레 찾아온 꿈과의 이별은 사람을 영원히 그 안에 가둔다. 작별할 각오가 생겨나기 전까지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나나는 연길에서 여행 가이드로서 돈벌이를 하면서도 애써 마주하려 하지 않는 마음의 빙판을 갖고 살게 된다. 한때 함께하던 동료, 친구, 심지어는 가족과도 멀리한 채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산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일 것이다. 혹은 도피하지 못해 선택한 '무모함'일 것이다. 얼음 안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행동이다.
샤오(굴초소)는 연길에서 친척의 가게 일을 도우며 지낸다. 스스로 빙판 아래에 가두고 그 안에서 방황하는 나나의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얼어붙은 청춘의 시간에서 방황하는 것은 나나뿐만이 아니리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가게 일을 붙잡고 있는 것은 샤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형태를 가두고 있는 셈이다. 나 자신을 얼음으로만 존재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샤오에게는, 자신이 물이 될 수 있음은 예상 불가능한 일이며 감히 꿈꿀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 된다.
샤오는 나나에게서도 자신의 존재 이유와 그 가능성을 엿보지 못한다. 허나 그 일말의 희망을 나나에게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곁에서 나나의 얼음을 깨는 과정을 곁에서 지키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렇기에 나나에게 불러준 노래가 그 의의를 가진다. 나나가 애써 외면하고 있던 빙판 아래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과정으로서.
그런 점에서 샤오는 나나를 짝사랑하는 관계성을 보여준다. 지금은 나나에게서 친구 그 이상의 관계를 약속받지는 못한다. 짝사랑이라는 관계가 변할 수 있는 계기가 어쩌면 샤오를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려면 나나가 샤오와의 관계를 어떻게 긍정하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것이 샤오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오펑(류호연)은 그렇기에 이 삼각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나나와 잠자리를 가질 정도로 샤오보다 나나와의 관계에서 더 깊은 위치를 취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하오펑에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나나의 관계성이 연길에서의 목적이 아니다. 하오펑은 상하이에서 일을 하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길에 왔기 때문에,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하오펑이 연길이라는 공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징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단군신화의 골지다.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내용인 단군신화는 짐슴이던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기 위해 긴 시간동안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오펑 또한 어릴 적부터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해야 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노력은 보상으로서 하오펑에게 되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목적을 잃어버린 과정만 남은 하오펑이 우울증을 앓고 삶을 포기하려는 자세를 가진 것은 그런 점에서 충분히 납득된다. 그렇기에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선 그가 우연히 마주한 단군신화를 직접 마주하는, 그 상징인 곰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주인공들의 방황을 공간화한 것이 플롯의 주 배경이 되는 연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이라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 모호한, 그렇다고 한국인이라고 보기에도 모호한 존재가 '조선족'이다. 중국과 한국의 경계에 서있지만 연길이라는 공간에서는 그 장벽이 마침내 허물어진다. 그곳에서는 그 모호한 조선족이라는 존재가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결혼식 장면은 상징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혼재가 그 결혼식에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주인공들이 연길을 본능적으로 찾아들어가게 된 것은 어쩌면 그 각자의 방황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다. 민족의 모호성이 그 특유의 형태를 찾을 수 있게 된 곳이 연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북한과의 경계를 나누는 국경이 등장하는 이유 또한 있을 것이다.
나나는 집에서 신발을 벗지 않는다. 동양권에서 실내는 신발을 벗는 곳이다. 바깥과 안을 경계짓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벗는 것이 정론이다. 그렇기에 바깥에서 신었던 신발을 집에서도 신고 있다는 것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나나가 애써 자신이 피겨 선수를 꿈꾸던 과거를 놓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그 모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게 된다.
그 모호한 집의 경계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두 남자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그런 나나의 방황을 지금 당장 해결할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 주인공은 서로의 방황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자체를 공감하고 있다. 서로를 어떠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것은 해결되어야 할 것임도 사실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우연 속에서 찾아질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도 자연스레 형태를 갖춘다. '무모한' 서점에서의 놀이가 하오펑의 방황을 찾게 할 어떠한 계기가 되어주었고, 그 계기를 통한 '깨어짐'은 다른 인물들의 방황도 깨부술 수 있는 연쇄 작용을 만드는 씨앗이 된다. 그들이 서로를 계몽시켜야 할 목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고, 그저 함께 이 모호한 시기를 이겨낼 것이라는 일종의 동료로서 바라본 것의 효용이다.
그래서 한때 뭉쳐진 삼각관계는 곰을 마주한 순간 이후로 순식간에 해체된다. 그 곰은 하오펑의 모호함을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상징이었을 것이며, 곰이 나나의 아픔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것은 나나의 모호성까지 해결해낸다. 자기 자신의 방황을 깨어나야 할 것으로 인지한 나나는 마침내 샤오가 스스로의 짝사랑을 놓을 수 있게끔 하기에 이른다. 방황의 빙판이 연쇄적으로 파괴되는 과정이 순식간에 발생한다. 그렇게 그들은 연길에서 마주한 그들 저마다의 빙판 아래 모습들을 마주하고 극복한다. 방황을 깨고 육지로 올라온다. 그렇게 <브레이킹 아이스>의 메시지가 결론에 다다른다. 비로소 방황의 빙판이 깨어질 때, 내면에 숨어있던 자아를 마주할 때 진정한 성장의 서사가 영화의 수면 위에 올라선다.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시사회에 다녀온 뒤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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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비켜주실 수 있나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내가 보지 않을 수 없는 신작을 내놓았다.
바로 미국 어느 명문대 영문학과의 최초 여성 학과장이 된 '김지윤 박사'(산드라 오)가 겪는 좌충우돌과 고군분투를 그린 <더 체어>
주인공 이름이 '지윤'이라는데 안 볼 수가 있나. 이지윤 아니고 김지윤이라 아쉬울 뿐.
1편에 30분씩 6편이라, 재미있어서인지 진짜 짧아서인지는 몰라도 금방 볼 수 있다. 짧게 끝난 게 아쉬웠던 걸 보니 재미있었던 걸로. <더 체어>는 180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인종차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세대갈등, 언론과 SNS, 입양가족의 어려움 등 정말 많은 것들을 다룬다. (온갖 PC란 PC는 다 나온다고 보면 됨)
동양인 여성이 학과장을, 그것도 영문학과 학과장이라니. 내 편견 탓인지 몰라도 산드라 오가 영문학을 강의하는 모습은 꽤나 낯설았다. 그러나 그래서 더 멋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훌륭한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윤'은 영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결혼하고 계약직 시간강사가 되기보다는 결혼을 포기하더라도 학교에 계속 남을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딸(주희)을 입양했는데 입양기관에서 매칭해 준 딸은 멕시코인이다. 아이는 세상을 떠난 친엄마처럼 엄마가 떠나버릴까 봐 무섭고, '지윤'은 남편도 없는 자신이 너무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무섭다. 일이 많은 '지윤'을 대신해 외할아버지가 주희를 키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를 보여주는데 둘 다 너무 반가웠다. 민지's birthday party(돌잔치ㅋㅋ)에서는 심지어 고개 돌리고 소주 마시는 장면까지 나온다.문학사에서 걸출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40년째 학교를 떠나지 않고 '고인 물'이 된 노교수들도 내가 학교 다닐 때 만난 몇몇 교수님들이 떠올라 흥미로웠다. 40년째 똑같은 강의를 하면서 '뭘 모르는 요즘 것들'이 수강신청을 안 해서 폐강 위기에 처할 정도인데도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꼰대들을 보며 인생에서 만난 라떼를 외치던 많은 꼰대들도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교수는 학문적 연구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가르치는 것도 함께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그들은 교수법(가르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하지 않겠나.
세대갈등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기존의 윗사람들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자리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싶다. 물론 다들 인문학보다는 코딩에 관심 있는 것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었음.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선배들은 대리 정도는 정말 큰 하자가 없으면 다들 어렵지 않게 진급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리되기도 힘들어졌다. 아직도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체된다. 비단 어느 사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얼마 전에 뉴스 보니 국회도 고령화는 마찬가지. 50대 이상이 70%가량인 조직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미친 짓처럼 느껴진다.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아졌다. 민감한 이슈들을 다루긴 하지만 웃긴 장면들도 많이 나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데, 아래 대사가 인상 깊었다.
지윤이 수강생 5명이라 학교에서 내쫓길 위기에 놓인 엘리엇(고령의 백인 남성, 40년 전 학과장, 종신)에게 인기강사인 야즈(젊은 흑인 여성, 계약직, 종신 아님)는 트위터 팔로어도 8,000명이라 얘기하니 엘리엇 왈"예수는 제자가 12명이었는데 그럼 예수도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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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A, 스왓, LA 형사가 출동하면 생기는 일 [원조코미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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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씽2게더> 메인 예고편
대국민 오디션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과 크루들에게
레드 쇼어 시티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사상 최고의 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버스터 문과 크루들은 도전에 나선다.
그러나 최고의 스테이지에 서기 위한 경쟁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하고,
버스터 문은 완벽한 라이브를 위해 종적을 감춘 레전드 뮤지션 클레이(보노)를 캐스팅하겠다는 파격 선언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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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씽2게더> 파이널 예고편
꿈꿔왔던 드림 스테이지! 씽 크루들은 빛나게 해낼 수 있을지 1월 5일 극장에서 확인해보자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