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7-07 13:42:55
걷잡을 수 없이 흩어진 마블, 사라진 토르에 대한 존중.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주인공이 바뀐 듯 마블 영화 같지 않은 시작과 내가 바라던 토르의 모습과는 다르게 펼쳐진다. 영웅으로 살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이 토르에게 있어서 이때까지 보여주었던 토리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걸까. 넓어질수록 기대감을 높였지만 얕아지는 캐릭터들로 인해 한없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웃음도 스토리도 놓쳐버린 영화는 토르는 실없는 바보가 되어 알몸으로 영화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이다. 겉모습이 낯설게 바뀌어도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 토르는 여전히 많은 이들을 담고 있었다. 이런 마음을 반영한 듯 토르에게 사랑을 주입하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꽉 낀다. 영화에 계속해서 흐르는 음악이 과하게 제멋대로 흐르는 것처럼 이 영화도 제멋대로 만화에서 튀어나온다. 상실을 바탕으로 한 치유가 정신없고 산만한 형태로 다가와 진지함이 다소 사라진다. 마블이 그릴 앞으로의 MCU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끝끝내 구원받지 못한 고르의 분노는 다른 신을 향해 솟구친다. 다른 신을 해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뉴 아스가르드를 습격하여 아이들을 납치한다. 갑자기 나타난 옛 애인과의 재회도 잠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토르는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광란의 파티’에 참여한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옴니포턴스를 탈출하고 어둠의 도시 섀도 텔름에 가 아이들과 세상을 구하기 위하여 갖은 힘을 쓴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광란의 액션은 움직임보다는 번쩍이는 것에 집중하여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안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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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주차, 최신 씨네뉴스
설 연휴 상업 영화들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박스오피스에서 의외의 활약을 펼친 <건국전쟁>.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보이고 있는데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적 행적 등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설 특수’ 노린 영화들 줄줄이 부진
극장가 대목인 이번 설 연휴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였습니다. 국내 영화 중에선 <시민덕희>를 제외하곤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 <아가일>이 줄줄이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건국전쟁>이 다큐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 와도 흥행 부진, 사라진 ‘내한 특수’
코로나19 이후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작품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내한한 <아가일> 주연 배우들이 레드카펫 행사와 무대인사에 참석해 팬들을 만났지만 상영 7일째인 13일까지 11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습니다.
에리보, 그란데 뮤지컬 영화 <위키드> 11월 개봉
2019년도에 개봉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에 들어갔던 <위키드>가 오는 11월에 개봉을 알렸습니다. 뮤지컬 원작 <위키드>는 전세계 6000만 명이 관람한 21세기 브로드웨이 최고 뮤지컬 대작으로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 양자경이 만나며 환상적인 세계를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영화 파죽지세 흥행 벌써 43만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 역주행 속에 누적관객수 43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쏟아내며 ‘건국전쟁’의 여야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관별 좌석1% 장애인 관람석 시행령 개정 추진
영화관의 전체 좌석 기준이 아닌 상영관별 좌석 1% 이상을 장애인 관람석으로 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현재 전체 영화관의 1%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니 장애인 관람석인 휠체어 좌석이 없는 상영관도 많고,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많은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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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둘리가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떠올랐던 문장이다. 그러나 정작 극장에서 둘리를 만난 순간, 마음속 문장을 수정했다.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하는 블랙핑크의 노래 가사로.
다시 보니 명확히 알겠다. 둘리는 언제나 우리의 친구였다는 거. 그리고 둘리는 어른 되어 보면 더 재미있다는 거.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 개봉 작이다. 시골 마을의 미취학 아동이었던 나는 1996년 이후의 그 어느 날, 노란색 비디오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질리도록 돌려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둘리도 보고, 비디오도 보고, 딱히 둘리를 되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일상에는 둘리가 가득했다. 12색 둘리 물감이나 24색 둘리 크레파스, 필통 같은 데에.
학년이 올라가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둘리는 어쩐지 촌스럽게 느껴졌다. 크레파스도 필통도. 사실 내 그림 실력에는 딱 참했던 12색 둘리 물감 대신, 나도 뭔가 좀 더 멋지게 생긴 전문가용 튜브 물감 쓸래. 둘리보다는 당시 유행하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좀 더 청소년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 그렇게 한동안 둘리를 잊었다. 귀여운 비눗방울 노래도. 좋아했던 색감의 그림도. 특히 볼 때마다 '작화를 간단히 했는데 색감만으로 저렇게 맛있어 보일 수 있나?' 신기해서 유난히 좋아했던 둘리 특유의 라면 그림까지.
1억 년 전 빙하는 다시 녹고, 둘리는 더 선명한 색채를 덧입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나도, 나를 둘러싼 세상도 달라졌다. 너무 어린아이 같다고 싫어했던 크레파스는 다시 비슷한 느낌의 오일 파스텔로 유행하고, 지금의 나는 둘리 굿즈 내준다면 냉큼 사러 갈 기세. 그래 우리에겐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이전에 둘리가 있었지. 이거 잘 돼서 둘리도 시즌제로 뽑아줘요. 짱구나 코난처럼 영영 다 해먹자. 그날을 기다리는 동안, 둘리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첫 번째, 어른의 눈으로 보니 더 매력적인 둘리의 모험
둘리의 모험은 당시 어린 눈에 너무 참신했다. 미래로든 과거로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타임코스모스도 신기하지만 그걸 타고 간 우주에서 버스 정류장이나 공중전화를 보는 것이 더 신기한 기분이었다. 익숙한 것들과 낯선 것들이 뒤섞여 더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달까. 우주해충이나 가시고기도 임팩트 있는 캐릭터라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1996년 작품인데 지금 어른이 되어 보아도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불편하지 않고, 유쾌하고 다정하다. 오히려 어렸을 때보다 어른의 눈으로 보니 더 재미있었다.
인터넷에서 가끔 단편적인 기억만 가지고 둘리와 친구들을 민폐 취급하는 글이 많았는데, 막상 보니 둘리와 친구들은 그런 말을 듣기엔 매우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어린이들이었다. 둘리가 저런 말도 할 줄 아는 애였구나... 둘리와 친구들은 아이의 순수함과 호기심을 가졌으면서도 묘하게 쌍문동에 거주하는 현대 서울 사람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번 재개봉은 8090 서울을 사랑스러운 감각으로 채색한 배경 위로 몽글몽글 떠오를 추억의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둘리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역시...
두 번째, 별사탕처럼 통통 튀는 캐릭터 케미스트리
고길동 아저씨도 이제 희대의 빌런이라는 오명을 벗은 것 같지만, 둘리 등장인물들은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진상인지 아닌지' 평가받는 것 같다. 그만큼 둘리가 오래 사랑받고 모두가 아는 콘텐츠라는 뜻도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진상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만큼 지친 사회를 살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둘리를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니, 짧은 대사에서도 각자 성격이 확실하게 묻어나는 캐릭터들이 서로 톡톡 튀면서 펼치는 케미스트리가 그저 유쾌하기만 했다. 한때 얄미워 보였던 캐릭터조차 왜 이리 귀엽기만 한지. 고길동 아저씨는 '불쌍한 사람' 그 이상으로 다시 재평가되어야 한다. 그는 놀랍게도 둘리와 친구들과 수평적 관계를 맺는 어른이며, 툴툴대면서도 자식조카 밥 야무지게 챙기는 남성이었다. 게다가 왕년에 홍콩 영화 좀 본 K-소드마스터였고요.
다른 캐릭터들도 21세기의 시선으로 보니 더욱 독특한 매력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슈퍼스타를 꿈꿨던 마이콜은... 21세기에 활동했으면 혁오와 잔나비를 이어 인디씬의 독보적 존재감을 담당했을 텐데. 유퀴즈는 못 나와도 라디오스타에서 소소한 입담을 자랑하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재발굴해 줄 필요가 있다.
묘하게 세파에 지친 어른의 시각을 가지고 있어, 볼 때마다 아동노동 근절을 외치게 만드는 또치의 '어른식' 현명함도. 성깔 있지만 의리도 있는 도우너도. 그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둘리의 MBTI는 아마도... ENFJ... 아닐까?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구역 최강자였던 희동이도. 피지컬 공격력과 상황 판단력, 어떤 상황에도 요동하지 않는 마음을 갖춘 장군감이지 민폐 빌런이 아니다. (종종 회자되는, 희동이가 둘리와 엄마의 재회를 방해하는 장면은 이 극장판 내용이 아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보시길.)
세 번째, 그 시절 사랑했던 면과 오늘 새로 사랑하게 된 면
그 시절 사랑했던 성우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도 즐거웠다. 박영남 성우는 짱구 이전에 둘리였고, 이선 성우는 뽀로로이기 이전에 또치였지. 성우 정미숙(희동이), 최덕희(도우너), 이인성(고길동), 홍시호(텔레비전 아나운서/간수) 등 익숙한 이름들의 노련한 연기 또한 반가웠다. 캐릭터도, 연기도, 그 둘이 어우러지는 놀라운 케미스트리도 모두-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더 좋다.
엔딩 크레딧 영상도 아기자기 예쁜 데다가, 옆에 일러스트로 나름의 쿠키라고 할 수 있는 후일담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요리 보고~ 조리 봐도~”로 시작하는 익숙한 주제가의 2절까지 듣게 되었는데, “고향은 다르지만 모두가 한 마음”이라는 가사에... 어른은 울컥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까 진짜 고향이 다 다르네... 둘리도 기후 난민이었네... 그런데 이 우정 너무 아름답잖아... 고길동 씨를 포함하여 둘리의 모든 친구들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 것, 배척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둘리는 어린 시절의 기억만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어른이 되고 싶어 씩씩거리던 아이들이 우주로 향했듯, 아이였단 우리들도 자라 둘리에서 새로운 것들을 본다. 둘리는 떠난 적이 없었으므로 컴백할 필요도 없다. 컴백은 내 몫이었다. 어른이 되어 둘리 앞자리를 떠났던 나의 몫. 분주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여전히 어른된 우리를 충분히 이해해 줄 만큼 다정하고 즐거운 둘리와 친구들을 만나러 가 보자.
*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은 5월 24일 재개봉합니다. 배경 하나까지 사랑스러운 추억 속 둘리를 극장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 보세요!
**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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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그 존재만으로도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
고요한 밤이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두 사람의 사이는 독특하고도 요란한 빛 사이에서 잔잔하게 입맞추며 이어진다. 같은 방향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환과 메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내레이션이 들리며 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다. 이제 더 이상 교환을 사랑하지 않는 메꾸는 한때, 사랑했던 교환과 헤어지고 싶지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어떻게 이별을 건넬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메구는 교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교환의 옆에서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메구의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교환은 졸린지 껌을 찾다가 메구에게 있어서 헤어질 이유에 충분함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교환과 이미 정리를 끝낸 메구는 끝까지 제대로 된 의미를 의지 있게 전달하지 않는다. 의지가 사라진 소통은 곧 단절로 이어져 해방의 축제가 되어 메구 안에서 펼쳐지고 이별이 시작 된다.
이별을 선언했음에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교환은 메구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 같고 헤어질 구실을 만듦과 동시에 소통하지 않는 메구도 교환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같다. 그렇게 서로에게 러브 빌런이 되어버린 그들은 메구가 먼저 추억이 되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것을 또 제대로 듣지 못한 교환으로 인해 완전한 소통 단절을 끌어낸다. 소통 단절은 곧 이별이다. 그렇게 ‘사랑의 슈퍼맨’이었던 메구는 ‘러브 빌런’이 되었다. 빌런이 되어서도 예의를 지키는 그들의 번쩍이던 사랑이 3년간의 추억을 게워내며 빛을 잃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춘다. 이 영화는 이옥섭 감독이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시선을 끈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지 감히 예상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도로 위와 멈춰져 있는 이 집 위에서 그려낸다. 상상을 현실로 펼쳐내는 이 빛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마주하는 두 사람의 추억이 곳곳에 펼쳐지고 끝끝내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이별도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독특함은 이엑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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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도 모른 채로 답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영상의 ㅇ자도 모르지만 난 언론을 전공한 사람이다. 전공 학과의 거의 모든 것이 싫었지만 기억에 남는 건 누군가를 취재했던 기억이다. '누구는 잘할 거야!'라고 날 믿었던 적은 많은데 저널리스트 비슷한 걸 하면서 재밌다고는 못 느껴본 것 같다. 기자로서의 글쓰기는 도저히 못할 것 같은 나. 낯을 안 가리고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언론사가 좋아하는 특성은 다 갖고 있어도 난 그게 재미있지는 않다. 나는 나를 위해 쓰는 글이 아니면 재미를 못 붙일 것 같아서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냥 딱 지금 정도로만 쓰고 읽는 게 좋은 것 같다.
근데 그러기엔 사람 만나는 게 뭔가 기 빨리는 MBTI I형의 특징이 오롯이 담겨있다. 내가 물어보는 질문들 사실 세상이 궁금해할 것 같은 게 아니라 내가 묻고 싶은 것들이다. 또 세상이 관심 있어할 주제가 아니라 내가 호기심이 있는 주제를 고르는 것이다. 만약 이게 내 일 외적으로 작용해서 내가 궁금해하지 않는 부분을 뭔가 세상에게 묻는다면 재미없어 질게 뻔해 2년 버텨야 오래 살아남는 게 안 봐도 비디오가 될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런 마음에는 내가 아직까지 내 지난 일에 대해 완벽하게 답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게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 물음이 여러 개 생기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근데 가끔은 이 짐이 무겁다고 생각한다. 무거우니까 영화를 보는 거겠지? 시간에 집중하고. 글로 소통하고.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 세상에 의문을 가졌던 남자 둘이 있다. 이 두 남자는 삼촌과 조카 사이다. 헤어질 결심을 여러 번 명심했던 남, 녀를 뒤로하고 두 사람의 여행에 같이 합류해보자.
어색한 전화 한 통
남자는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하니 남자의 여동생인 듯하다. 뭔가 어색해 보이는 둘. 남자는 결혼하지 않은 것 같다. 여자는 아마 아들이 있는 듯하다. 금세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알 수 있다. 둘은 남매인 것 같다.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여동생 비브는 오빠 조니에게 부탁한다. 오랜 시간 동안 거리를 두고 살던 남매. 그 원인에는 엄마의 죽음이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자주 보지 않았던 남매. 엄마가 아프다는 이유로 둘은 꽤나 자주 싸웠던 것 같다.
그렇게 드문드문 연락만 하고 지내던 남매. 원래 같으면 거의 먼저 연락 안 할 사이지만 오빠가 용기를 낸 것 같다. 오빠에게 사정을 들어놓는 여동생. 아마 여동생의 아들을 맡겨달라는 부탁인 것 같다.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라디오 저널리스트인 오빠 조니. 조니는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일을 한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그리고 올바르게 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질문하는 조니. 그렇게 세상과 인터뷰하는 조니는, 조카 제시와 함께 세상이라는 거대한 의문을 하나, 둘 씩 채워나간다.
인터뷰어
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조니의 질문하기와 제시 키우기다. 일단 극을 이끄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제시 키우기다. 육아 난이도 최상의 제시. 모든 9살 아이들의 특징이 잘 나타나듯 제시는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맘대로 사라졌다가 갑자기 튀어나오기도 하고 조니의 본업인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한다. 역시 초등학교 2학년이 지구 상에서 가장 무섭다. 그런데 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톡톡 튐은 영화와 조니에게 긍정적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하라는 건 일단 다 안 하는 제시. 직장인 조니가 쉬고 있을 때 엿이나 먹으라는 듯 방 안에 큰 음악을 튼다. 이어 절 땐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제시의 동거 난이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증가하기 시작한다. 자기한테 들어온 인터뷰 제의는 콧방귀를 뀐 조카 제시. 오히려 인터뷰어인 조니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엄마랑 왜 오랫동안 연락 안 했어요?" "결혼은 어떻게 됐어요?" 9살이라 가질 수밖에 없는 순수함을 가진 제시. 이렇게 뜨문뜨문 찾아오는 변수에 조니는 삶을 새로운 각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조니의 시각 변화와 함께 관객인 우리는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는데, 이 색다른 감정이 영화의 주요 소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시할 수 없던 이야기들
사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감정과 기분은 조니가 무시하면 안 됐던 내면의 상처와도 맞물린다. 왜 여동생과 교류하지 않았나. 여동생과 조니는 사실 자주 싸웠던 것 같다. 엄마에게 치매가 생겼다는 건 남매가 예민해진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자주 싸웠던 조니. 조니에게 제시는 그렇게 갖고 있던 내면의 흉터와도 관련이 있다. 이 맞이해야 했던 내면의 상처는 하나 더 있다. 사랑하던 이와 있던 이야기다. 인터뷰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직업이다. 물론 답변을 어떻게 할지는 그 사람 마음이지만 좋은 질문은 양 쪽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게 도와준다. 이렇게 '인터뷰'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조니가 떠나보내야 했던 것에 대해 묘사하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는 분명한 영화의 강점이다. 오히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인물이 제시와 함께 이겨내야 하는 것에 대해 의문문을 던지는 이중의 효과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상호에게 계속되는 질문은 '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영화의 메시지와도 관련 있다. 사실 인터뷰어 조니는 의문이 많은 사람이다. 날 떠났던 연인, '이 직업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 여동생과의 갈등까지 남겨진 기억에 답을 찾아 나서기 위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근데 이 질문의 해결책을 뾰족하게 남겨두지 않는다. 그 대신, 그 구멍을 상회할 정도의 어떤 것으로 채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니의 내적 성장은 아마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미괄식 영화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두 가지다. 늦깎이 삼촌 조니의 우당탕탕 육아일기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의 명대사들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제시의 매력보다 후자에 더 마음이 갔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보면 좋은 영화다. 그러나 어른들이 보고 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에서 조니가 제시의 대화가 영화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그러면 조니가 제시하게 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이는 조니가 우리에게 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극의 후반부에 어떤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니의 대사에서도 다시 조명된다.
우리는 어른이다. 직장에 치일 때, 취업이 안될 때, 연애에 실패할 때, 인간관계에 질릴 때, 수도 없는 무엇에 포기하고 싶거나 혼자 일어날 힘이 없을 때 항상 숨겨야 이득이 된다고 믿고 있다. 지금 당장 글을 쓰다 말고 '나 힘들어요'를 한 2천 자 쓰면 읽는 이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또 세상을 향한 걱정을 주변 사람에게 전부 늘어놓기도 참 두렵다. 왜냐면 그 사람들도 같은 고민하고 사는 거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듯 비슷한 상황 연출과 그에 맞는 설루션까지 잔잔한 로드무비로서의 역할에 300%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 식의 대사는 호아킨 피닉스가 맡은 조니가 내레이션을 통해 전하기도 한다. <어머니 : 사랑과 잔인함에 대한 에세이>, <카메라맨이 할 수 있는 불완전한 목록>까지 에둘러 말하면서도 우리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그냥 무작정 빛나는 삶의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니다. 보다 깊이 있는 대사들, 또 배우들의 연기, 시각적으로 중요한 흑백 연출까지 영화는 뭐가 중요해서 어떤 걸 보여줄지에 대해 깊게 알고 있는 듯하다.
날 키워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마이크 밀스 감독의 <가족 3부작>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의 전작 <비기너스>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20세기>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또 이 작품 <컴온, 컴온>에는 동생과 조카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앞 두 작품에서 장점을 승계하기도 했다. 두 작품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의 본인으로 돌아가세요" "깊은 말보다 함께 있는 것의 힘"일 텐데, 영화는 앞 두 작품과는 아주 살짝 방식으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우선 비슷한 방식은 대사 뉘앙스의 힘이다. 영화 대사 좋다. <우리의 20세기>에서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됐어요?'라고 묻는 게 생각난다. 근데 영화가 온 힘을 다해서 그 말에 힘을 빡 주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게 관계를 통해 이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사실 중요한 건 여기에 있다. 말은 오래 남는다. 근데 그 말을 한 사람은 더 가까이 우리 주위에 있다. 한 번 위로가 되는 존재는 다음번에 계속 봐도 좋다. 엄청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이 문장은 우리가 놓치고 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 '놓친 것'에 관한 영화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아주 살짝 다른 것은 '아이들에게 세상에 관한 질문을 묻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어린아이에게 물어 올바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또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의문 투성이었던 지난 과거에 조니가 대답을 하는 형식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 둘은 기존의 영화들이 갖고 있는 것에서 살짝 뒤집어 각자의 동심에게 질문을 요청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 의문 투성이인 세상에게 지나간 일을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답을 했나? 의 답변은 직접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이 <컴온 컴온>은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아마 우리는 살아있는 평생 동안 이 질문에 끊임없는 대답을 하며 살아야 할 존재들이다. 내가 살아온 삶은 예상하지 못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이 의문에 끊임없이 질문한다. 어쩌면 내가 만든 불행일 수도, 행복일 수도 있다. 이거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스티븐 스트레인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건 참 질리지만 사실이다. 영화는 이런 현대인들에게 손을 건네며 '컴온!'이라 외친다. 답을 한 번 얻었다는 건 두 번, 세 번 얻을 수도 있으니 이들의 존재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좋은 작품이었다. 괜히 <탑건 : 메버릭>과 <토르 : 러브 앤 썬더>, <범죄도시>, <헤어질 결심>에 묻힐까 아쉽긴 하다. 그래도 시원한 극장에서 이 영화와 함께 나를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조커>만큼은 아니더라도 와킨 피닉스의 호연 역시 빛나는 영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선한 힐링 로드무비를 원했던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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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어공주> 부터
추억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요: 뮤지컬 | 미국 | 135분
감독: 롭 마샬
출연: 할리 베일리, 멜리사 맥카시, 조나 하우어-킹, 하비에르 바르뎀
개봉: 2023.05.24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의 사랑스러운 막내딸인 인어 ‘에리얼’은 늘 인간들이 사는 바다 너머 세상으로의 모험을 꿈꾼다.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로 올라갔다가 폭풍우 속 가라앉는 배에 탄 인간 ‘에릭 왕자’의 목숨을 구해준다.
갈망하던 꿈과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에리얼’은 사악한 바다 마녀 ‘울슐라’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다리를 얻게 된다.
드디어 바다를 벗어나 그토록 원하던 인간 세상으로 가게 되지만,
그 선택으로 ‘에리얼’과 아틀란티카 왕국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바닷속, 그리고 그 너머 아름다운 꿈과 사랑의 멜로디가 펼쳐진다!
CINE PICK!
애니메이션 원작을 실사화한 디즈니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
뮤지컬 영화계의 거장 롭 마샬 감독과 <라이프 오브 파이> 각본가 데이빗 매기가 함께 참여. 특
히 황홀하고 생생한 수중 세계 비주얼이 예고되어 다시 한번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The Adventure of Ice Planet
©제이콤, 워터홀컴퍼니(주)
개요: 애니메이션 | 대한민국 | 84분
감독: 김수정, 임경원
출연: 박영남, 이인성, 정미숙, 이선, 최덕희, 홍승섭
개봉: 2023.05.24
배급: 제이콤, 워터홀컴퍼니(주)
시놉시스
아기공룡 둘리는 1억 년 전 거대한 빙산 조각에 갇혀 엄마와 헤어지게 되고 그 안에서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한강으로 빙산 조각이 흘러 들어오게 되고 조금씩 얼음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둘리는
우연히 쌍문동에 사는 소시민 고길동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호기심 많고 말썽꾸러기인 둘리로 인해 고길동의 집은 그날부터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다.
거기에 ‘공포의 공갈 젖꼭지’ 희동이, 외계인 도우너, 귀부인 타조 또치, 가수지망생 마이콜이 가세하고
이들은 타임 코스모스를 타고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타임 코스모스의 작동실수로 이들은 우주의 미로 속, 얼음별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둘리는 꿈에 그리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얼음별은 우주의 악당 바요킹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고 둘리 일행은 바요킹의 추격에 쫓기기 시작한다.
CINE PICK!
1996년 개봉했던 극장판 ‘둘리’가 27년 만에 극장판으로 다시 만난다.
이번 재개봉은 디지털 복원을 거쳐 선명한 화질로 만나는 리마스터링.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는 둘리는 전 세대, 시대를 잇는 추억의 아이콘으로 다시 다가오며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은 인생 10년
The Last 10 Years
©(주)디스테이션
개요: 드라마 | 일본 | 125분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
개봉: 2023.05.24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스무 살이 되던 해, 수 만명 중 1명이 걸리는 난치병으로 10년의 삶을 선고받은 ‘마츠리’는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 만난 봄, 즐거운 여름, 아름답던 가을, 깊어진 겨울까지 하루하루 애틋하게 사랑한 두 사람
하지만 쌓이는 추억만큼 줄어드는 시간 앞에 결국 ‘마츠리’는 ‘카즈토’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CINE PICK!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의 로맨스 영화.
코사카 루카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해 234만 명의 수치로 흥행에 성공했다.
두 주역 배우가 6월 한국 방문을 확정하며 더욱 특별한 이벤트를 선사할 예정. CGV 단독 개봉.
내 아내 이야기
The Story of My Wife
©(주)안다미로
개요: 멜로/로맨스 | 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 169분
감독: 일디코 엔예디
출연: 레아 세이두, 루이 가렐, 헤이스 나버르
개봉: 2023.05.24
배급: (주)안다미로
시놉시스
1년 365일을 바다 위에서 지내는 선장 ‘야코프’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다.
어느 날, 친구에게 농담 삼아 던진 말을 시작으로 그의 인생은 특별한 2막을 맞이하게 되는데…
“지금 카페에 들어오는 손님과 결혼할게” “그녀는 내 평생의 사랑이 될 테니까”
CINE PICK!
재74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밀란 퓌스트의 베스트 소설 ‘The story of my wife’를 각색한 영화.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유럽을 대표하는 감독 일디코 엔예디가 연출을 맡았다.
특히 레아 세아두의 매혹적이고도 아름다운 연기로 해외 언론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바, 또 한번 그녀의 인생 캐릭터 경신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다.
사슴의 왕
The Deer King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13분
감독: 안도 마사시
출연: 미사유키 미야지, 츠츠미 신이치, 타케우치 료마, 안
개봉: 2023.05.25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시놉시스
“온 세상을 뒤덮은 전염병, 유일한 희망인 최강의 전사를 찾아라!” 한때 최강의 전사로 이름을 떨쳤던 반은 제국의 노예가 되어 소금광산에 갇히게 된다.
어느 날 밤, 갑작스레 들이닥친 들개의 습격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반은 또 한 명의 살아남은 소녀 유나와 함께 소금광산을 탈출한다.
한편, 미지의 전염병 ‘미차르’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던 천재 의사 홋사르는 습격의 유일한 생존자 반에게 치료의 실마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반을 생포하기 위해 수수께끼의 여인 사에가 그를 뒤쫓기 시작하고, 살아남은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교차하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일본 판타지 문학계의 거장 우에하시 나호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 츠츠미 신이치가 살아남은 최후의 전사 반을 연기했으며
지브리 출신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관객을 사로 잡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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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와 프롤로그 사이에서 허우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의명'(김성철)이 초래한 혼란을 뚫고 탈출을 감행한 '이은유'(고민시), '윤지수'(박규영)를 비롯한 그린홈 아파트 생존자들. 그들은 안전캠프로 향하지만, 캠프로 향하는 길도 힘겹게 도착한 캠프도 엉망진창이다. '박찬영'(진영)을 비롯한 군인들은 코피만 흘려도 사람에게 총을 쏘고, 안전캠프는 감옥이나 다름없으므로.
반면에 홀로 아파트를 빠져나간 '서이경'(이시영)은 밤섬 특수재난기지에 특수감염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기지 본부로 향한다. 남편 상원을 찾기 위해. 하지만 임신한 그녀의 배는 지나치게 빠르게 불러오고, 그녀는 강력한 진통 속에서도 남편을 찾고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한편, '편상욱'(이진욱)의 몸을 숙주로 삼은 의명에게 잡힌 '차현수'(송강). 그는 다른 특수감염인을 찾아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의명과 대립한다. 현수는 본인을 실험체로 희생해 상황을 종결시키려고 밤섬 특수재난기지로 향하고, 상욱이 그를 막으려 들면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반도>의 패착을 반복하다
2016년 한국 영화 시장의 승자는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이었다. 좀비물이라서 흥행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예상을 깨부순 결과였다. 특히 신선함이 눈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만큼의 제작비를 쓸 수 없으니 기차와 역사라는 협소한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상황을 연출한 전략이 주효했다. 관객, 평단 모두 호평을 보냈다.
2020년에 개봉한 속편 <반도>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과한 신파, 부족한 개연성, 어색한 CG와 액션 때문에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관객의 기대와 어긋난 선택이 뼈아팠다. 관객은 <부산행>과 같은 좀비 영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스크린에는 디스토피아 세계 속 군상극이 펼쳐졌다. 자연히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3년 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의 두 번째 시즌은 <반도>의 전철을 밟는다. <스위트홈>은 확실한 매력이 있었다. 그간 쉽게 접하지 못한 장르인 '크리처물'이었기 때문. 그런데 <스위트홈> 시즌 2는 디스토피아 장르로 방향을 틀었다. <반도>처럼 세계관을 키우고, 등장인물도 늘렸다. 그 대가로 구심점은 약해지고, 지향점도 모호해졌다. 결국 <스위트홈> 시즌 2는 본래 매력도, 시청자의 기대도 저버렸다.
3회까지는 좋았다
그래도 초반부까지는 지난 시즌의 장점과 새로운 시도를 나름대로 융화시킨 듯 보인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시즌 1의 연장선상에서 진행하되, 새 인물과 볼거리를 더해 신선함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 실제로 3회까지는 지난 시즌 말미에 등장한 의명과 특수감염자가 된 현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괴물답게 인간을 제거할지, 아니면 자기 능력을 활용해 인간을 보호할지 고뇌에 빠진 두 주인공의 악연을 쫓는다.
동시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린홈 아파트를 탈출한 인물의 시점에서 외부 세상을 보여준다. 군이 통제하는 암울한 서울 도심, 위압적인 정부의 대응, 비인도적인 특수감염자 실험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의 역할이 지대하다. 시즌 2에 각각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매드 사이언티스 '임 박사'(오정세)와 까마귀 부대 상사 탁인환'(유오성)은 진주인공처럼 보일 정도다.
화려해진 액션 시퀀스 덕분에 디스토피아 세계관도 실감 난다. 괴물을 상대하는 까마귀 부대는 밀리터리물을 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생생함이 강조한다. 반포대교에서 벌어진 추격씬, 서울종합운동장을 배경으로 한 폭발씬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한 층 발전한 특수감염자의 초능력도 인상적이다. 특히 현수와 의명의 액션씬은 그 자체로도 박력 넘치고, 둘의 대립과 차이를 보여주는 장치로서도 적절히 기능한다.
사라진 크리처물의 매력
문제는 4화부터다. 시즌 1에서 이어지던 이야기를 일단락하고, 새 출발을 알린다. 의명과 현수의 대립은 초점에 밀려난다. 그린홈 생존자와 까마귀 부대를 비롯해 잠실종합운동장 지하에서 살아가는 스타디움 사람들이 중심에 위치한다. 이 선택은 결정적인 실수로 보인다. 크리처물의 매력을 스스로 포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에는 괴물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군인과 일반 생존자의 대립. 그린홈 생존자와 기존 스타디움 사람들의 충돌. 스타디움 사람들과 외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까지. 괴물 없이도 풀어낼 사연이 많다. 그러다 보니 수호대가 보급품을 챙기려 스타디움 밖으로 나갈 때를 제외하면 괴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각각의 특징이 부각되지 않다 보니 초반에 등장한 몇몇 괴물 외에는 임팩트를 남기지도 못한다.
이에 더해 4화를 기점으로 시즌 1처럼 밀폐된 공간이 주 배경이 된 것도 문제다. 시즌 1에서 아파트라는 공간은 크리처물의 매력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파트는 그 존재 자체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데 적합한 환경과 동기를 제공했다. 괴물과 맞서 싸우는 입주민들의 절박함을 강조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반면에 시즌 2에서 지하 공간은 크리처물의 매력, 장점, 특징을 살리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공간 활용법이 다르기 때문. 스타디움은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분쟁을 보여주는 단순한 배경에 불과하다. 그 공간이 생존자들의 욕망을 자극하거나 극대화해 괴물로 변하게 하는 식의 전개는 없다. '정재헌'(김남희)이 칼을 들고 괴물과 싸우는 장면처럼 강렬한 액션씬도 없다. 자연히 지난 시즌과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마음 둘 곳 없는 캐릭터
디스토피아물로 방향을 바꾼 중후반부 전개도 불만족스럽다. 물론 시간을 건너뛰는 부분을 활용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적절하게 활용하기는 했다. 각 캐릭터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의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마지막까지 극을 견인할 동력은 되지 못했다.
일단 감정적으로 이입할 주인공이 없다. 의명, 현수, 이경 등 이미 친숙해진 이들은 잊히고, 돌연 새 인물이 줄줄이 등장한다. 시즌 2를 시즌 1의 연장선상으로 인지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렇다고 새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조명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분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 회차는 2화가 줄었는데, 전체 분량은 70분가량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결국 시즌 2는 끝을 향할수록 답답하고 혼란스럽다. 새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작에서 이어진 물음표를 해소하는 대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갈 물음표만 대거 만들어낸다. 괴물의 정체, 특수감염자와 관련된 음모, 의명의 목적, 지 반장의 행적, 임 박사의 꿍꿍이와 백신의 행방 등. 시즌 1에서 암시된 내용과 시즌 2에서 생긴 의문이 더해질 뿐, 확실하게 해결되는 내용은 많지 않다.
속편? 에필로그? 프롤로그?
그 결과 시즌 2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체적인 윤곽은 보인다. 희생과 욕망을 키워드 삼아 인간 본성을 고찰하는 듯 보인다. 현수가 괴물들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는 장면, 임 박사가 "인간은 바이러스고, 괴물이 백신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즌 3 내용을 암시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전체 이야기와 메시지가 잘 전달될 리 없다.
어찌 보면 예고된 난국일 수도 있다. 원작 없이 오리지널 스토리로 시즌 3까지 진행한다는 결정 자체가 로드맵의 부재를 뜻했을지도 모른다.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처럼. 실제로 시즌 2의 지향점은 끝내 불분명하다. 시즌 2를 두고 시즌 1의 에필로그라고 해도, 시즌 3의 프롤로그라고 해도 내용이 부족하고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한국형 크리처물이라는 <스위트홈>만의 장점도 확실하지도 않다.
물론 지금 시즌 2에 대한 평가를 확정 짓기에는 너무 이른 것도 사실이다. 내년 여름 공개를 확정 지은 시즌 3가 긴장감 넘치고 화끈한 전개를 선보이다면, 시즌 2도 재평가받을 여지도 아직 충분하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다음 시즌을 위한 빌드업은 어느 정도 끝냈으니까. 단지 시즌 3를 향한 기대가 시즌 2에게 향했던 기대만큼 커지기 어려워 보이는 게 문제일 뿐이다.
Poor 형편없음
에필로그답지 않게 판이 크고, 프롤로그 치고는 지리멸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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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저에 탄 소녀 리뷰 - 무엇이 그녀를 불도저에 태웠는가 (스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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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현실 폭주 드라마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다.
드라마 ‘SKY캐슬’,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강단과 순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혜윤이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아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실제로 김혜윤은 직접 불도저를 다루며 혜영 역할을 위해 뜨거운 에너지를 쏟아 부어 인물의 들끓는 내면을 온몸으로 표출해 열정을 불태웠다.
개성파 연기자 배우 박혁권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드라마 ‘경찰수업’, ‘쌍갑포차’ 등의 오만석 배우, 또한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예성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박이웅 감독의 데뷔작으로 사회를 향한 관점과 인물에 대한 시선으로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썼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현실성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기반으로 현재를 가리키는 시의성을 더해 공감을 이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서 선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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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공식 티저 예고편
이탈리아 고전 동화 《피노키오》가 아카데미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스톱모션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말썽꾸러기 피노키오는 과연 인간 소년이 될 수 있을까? 그 여정을 따라가 보자. 초호화 목소리 출연진을 자랑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이완 맥그리거가 크리켓 역을,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제페토 역을, 그레고리 만이 피노키오 역을 맡았다. 그 외에도 핀 울프하드, 아카데미 수상자 케이트 블란쳇, 존 터투로, 론 펄먼, 팀 블레이크 넬슨, 번 고먼, 아카데미 수상자 크리스토프 발츠, 아카데미 수상자 틸다 스윈턴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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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최선의 삶> 티저 예고편
그때는 몰랐다 그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열여덟 ‘강이’, ‘아람’, ‘소영’.
더 나아지기 위해서 기꺼이 더 나빠졌던 우리의
이상했고 무서웠고 좋아했던 그 시절의 드라마
최선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