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6:12:29
검은 탄광 속 다이아몬드
<빌리 엘리어트> ⭐⭐⭐⭐
왓챠 이용자로서 계속 추천 영화로 소개되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그전부터 이 영화의 정체는 알고 있었지만, 봐야겠다는 동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시도하게 되었다. 발레 음악으로 등장하는 클래식으로 귀를 즐겁게 만든다. 한편, 빌리(제이미 벨)가 꿈을 이루기 위한 시련과 도전들을 그린 영화지만 빌리 아버지 제키 엘리어트(게리 루이스)의 시점이 더 눈길이 가는 영화였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스틸컷
뮤지컬
영화가 가진 큰 틀이 '발레'라서 빌리(제이미 벨)가 발레를 하는 장면마다 발레 음악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빌리가 발레 할 때뿐만 아니라 빌리 인생에 음악이 녹아드는 듯 음악 사용을 확장했다. 즉, 빌리(제이미 벨)가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발레 음악이 따라간다. 덕분에 빌리가 하는 동작마다 각각 다른 분위기와 느낌을 내게 한다. 체육관에서 안무를 배울 때 등장하는 발레 음악과 체육관에서 아버지 앞에 발레를 출 때 나오는 음악은 빌리가 발레를 배우면서 느끼는 재미와 열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 씬으로 전환할 때 나오는 가벼운 분위기의 팝송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한편, 빌리가 추는 탭댄스 후반부 장면과 아버지와 형이 다시 광산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은 아무런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뮤지컬의 특성을 많이 가진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장면 전환에 사용되는 음악, 등장인물들의 독백과 그들의 뚜렷한 개성은 영화의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2005년 실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헌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빌리의 꿈을 위해 아버지 제키 엘리어트(게리 루이스)의 헌신이 희생당한다. 에버링텀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본 적도 없는 제키는 빌리의 발레를 위해 처음으로 런던으로 가고, 탄광 파업을 하며 탄광에 가는 이들을 배신자, 짐승 취급을 했던 자신이 빌리를 위해 그 길을 선택하려 하고, 죽은 아내의 유품을 팔아 빌리의 발레 학교 학비를 마련한다. 제키의 헌신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신과 같은 생을 빌리에게 반복하고 싶지 않으려 하는 강한 각오를 보여준다. 끝내 빌리가 발레 학교에 합격했지만, 노동조합의 굴복으로 탄광 파업은 실패가 된 상황에서 제키는 웃는다. 그 웃음은 아쉬움이 남아 있는 웃음이 아니고 자식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안도와 다행의 웃음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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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귀 EO'의 여정을 굳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당나귀 EO>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이 당나귀, 뭔가 다르다
<당나귀 EO>는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19번째 장편 영화로,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당나귀다. 이름은 EO. 카메라는 그의 여행을 조용히 뒤따른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EO. 그는 농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축구팀 마스코트도 됐다가, 소지지 공장에서 간신히 탈출하며 폴란드에서 이탈리아까지 여행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당나귀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대사도 적고, EO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단편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이질감도 있다. 장소가 달라질 때마다 연기하는 당나귀도 바뀌다 보니 더욱 그렇다. 중간중간 VR 게임을 하는듯한 실험적인 구도가 삽입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요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워서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친절하다. 자칫 지리멸렬할 뻔한 예술 영화의 속살을 음미할 문을 슬쩍 열어준다. 오프닝이 그 문이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EO는 파트너인 '카산드라'(산드라 지말스카)와 함께 관능적인 공연을 펼친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연속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EO와 카산드라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호흡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굳이 당나귀의 눈을 빌려 인간 세상을 관조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동물에 관심 없는 동물단체의 역설
카산드라와의 공연이 끝나고, EO는 곧장 생이별을 경험한다. 동물 서커스가 동물 학대라는 시위대가 등장해 카산드라를 비난한다. 서커스단을 떠난 EO는 다름 동물과 함께 한 목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그는 마스코트로서 기념행사의 배경을 장식한다. 정치인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맥주를 들고 자축하는 동안. 목장에서의 삶은 서커스단에서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EO는 짐을 나르고, 다른 말은 화보 촬영의 도구로 사용된다.
자연히 의문이 생긴다. 동물 보호 단체에게 동물 학대는 어떤 의미일까? 동물을 수단으로써 활용하지 말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화보 촬영이나 짐 나르기에 말과 당나귀를 이용하는 관행도 반대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동물을 학대한다고 비난받던 카산드라만 EO를 사랑으로 대한다. 그를 찾아내고, 생일을 축하해 준다. 심지어 그 순간 EO는 마침내 자기 발로 울타리를 넘어 세상으로 나아간다.
이렇듯 EO의 여정은 동물 보호 단체의 역설을 지적하면서 진정으로 시작된다. EO가 서커스단에서 착취당한다는 보호 단체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EO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진정으로 동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보다는, 동물을 구하는 정의로운 자기 모습에 도취되는 모순이다. 이후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이는 <당나귀 EO>가 보여주려는, 또 EO가 목격한 인간 세상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인간에게 휘둘리는 동물의 가치
실제로 EO는 다양한 인간 세상을 만나며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점을 목격한다. 이때 핵심은 인간은 자신의 목적과 기분에 따라 EO를 대한다는 것. 훌리건이 대표적이다. 축구 경기에서 이긴 팀은 EO를 팀의 마스코트로 여긴다. 경기를 이기게 해 준 승리의 상징이다. 반대로 패배한 팀 서포터즈는 EO를 저주한다. 괜히 등장해서 경기를 망쳤다며 비난한다. 이들의 행동은 어떤 논리적인 설명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인간의 변덕, 정의심, 무관심의 발로로 인해 인간 주변이 다친다는 것. EO가 겪은 대부분의 폭력이 그런 형태였다. 인간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나 가치도 없는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이 무심코 던진 돌에 동물은 맞아서 피를 흘린다는 것. 마구간, 농장, 숲, 소방대원, 동물 병원, 햄 공장 트럭, 도축장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일방향적인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이탈리아의 한 저택에서 잘 드러난다. 한 백작 부인이 신부인 아들을 혼낸다. 그러다가 돌연 둘이 불륜 관계일 수 있다는 암시가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자세한 사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EO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장면이므로. EO는 그저 저택을 외면하고 떠난다. 그의 무관심은 인간에게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반대로 인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동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비대칭성 때문에 EO의 여정은 슬플 수밖에 없다.
메시지와 일체화된 연출
영화의 메시지는 다양한 연출 기법을 만나 극대화된다. 빨간 조명이 대표적이다. 중간중간 삽입된 붉은 화면은 여러 동물의 시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늘을 날다가 땅에 떨어지는 새, 좁은 운동장을 돌고 도는 말, 넘어지고 달리기를 반복하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로봇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 속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더 떠올릴 수 있다. 사냥 당해 죽은 늑대, 모피 때문에 죽은 여우, 어항에 갇힌 물고기.
이는 EO의 마지막 행선지가 소 도축장인 이유다. 빨간 조명이 가득한 서커스장에서 출발한 EO의 여정은 붉은빛 가득한 트럭을 거쳐 함께 죽어야만 하는 도축장에서 끝난다. 인간 세상의 모순을 목격한 모험의 끝은 죽음이다. 이 과정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당나귀 EO> 인간의 관점으로만 고려하는 동물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인간이 동물에게 가하는 '진정한' 폭력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붉은 조명 외의 다른 수단 덕분에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하자는 메시지에는 더 큰 힘이 실린다. 핸드헬드, EO의 시야에 맞춘 카메라워크, 동물 형태의 로봇을 활용한 화면 구성 등 실험적인 요소가 동원된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이미지가 적극적으로 삽입된다. 이는 곧 생각의 전환, 사고의 충격을 유발한다. 영화이기에 가능한 화법으로 EO의 메시지를 상기시키는 셈이다.
낮은 곳에 임하신 당나귀
이에 더해 <당나귀 EO>는 동물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동물의 이야기를 인간사로 확장시킨다. 실제로 붉은 조명은 동물들이 학대당하고 죽어가는 순간은 물론, 인간들이 다칠 때도 삽입된다. 일례로 살라미용 말고기를 운반하는 트럭 운전사는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러다가 여성은 도망치고, 운전사는 괴한을 만나 죽는다. 이때 트럭 내부는 온통 빨갛다. EO는 이 모든 광경을 관조한다.
심지어 이 당나귀에게 의미심장한 종교적 이미지가 덧붙여져 있기 때문에 이 장면이 특별하다. EO에게는 역행의 이미지가 달라붙는다.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가 보자. 붉은 조명 속에서 카산드라는 쓰러진 EO를 부둥켜안고 운다. 그러다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그녀는 EO를 일으켜 세운다. 마치 죽었다가 되살아나듯이.
백작 부인의 저택에서 나와 폭포 앞 아치 다리에 멈춰 선 EO를 비출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는 폭포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강물이 거꾸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지 속에 EO를 담는다. 도축장으로 가기 직전인 EO는 마치 죽음으로부터 도망갈지, 담담히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을 거스르고, 죽음 앞에서 고민하는 당나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동물과 비루하고 비윤리적인 인간의 삶까지 모두 살펴보는 당나귀. 말보다 효용가치가 없어서 가장 안 좋은 취급을 받는 당나귀. 이 상징을 한 데 모으면 한 인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바로 예수다.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왔던 그가 이번에는 당나귀의 모습으로 인간 세상에 다시 내려온 듯한 인상을 주는 셈이다.
즉, 죽음과 폭력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영화에서 EO는 대사 없이 말한다. 가장 흔하고 초라하게 죽는 당나귀의 여정을 통해서 동물은 물론, 인간 사회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실마리를 구하라고. 결국 <당나귀 EO>는 한 구원자, 메시아의 여정을 되풀이하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바로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당나귀 여행을 눈여겨 지켜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가장 낮은 곳에서 모순덩어리 인간 세계를 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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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박스오피스를 부활시킨 영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주도하는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이 돌아왔습니다. 덕분에 할리우드 주요 영화 스튜디오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현충일, ‘메모리얼 데이’는 북미 주요 국경일로써,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공휴일 중 하나로, 이번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하여 극장이 오랜만에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본 기록이 북미를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는, 이번 박스오피스 수익이 팬데믹 이전의 박스 수익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전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2018년 4월 개봉 당시 502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는 제작비 1700만 달러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의 예측하지 못한 흥행이었기에, 제작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착수하였고, 전편보다 훨씬 큰 제작비인 6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2편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극장 매출을 개봉 일주일 만에 벌어들인 것이죠.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같은 날 개봉한 디즈니의 <크루엘라>의 경우, 북미에서는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와 동시 개봉을 택했는데요. 디즈니+에서 극장 티켓가보다 비싼 30달러에 대여되고 있는 <크루엘라>는 OTT와 극장으로 관객이 양분된 상황 속에서, 오프닝 스코어 2130만 달러 (약 237억 원)을 기록하며 분전하였습니다.
현재, 약 75%의 극장이 가동되고 있는 북미 시장은 극장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힘겹게 극장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한 미디어 분석가에 의하면 “본 연휴를 맞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크루엘라”)는 관객들의 대작에 대한 꺼지지 않은 관심을 다시 한 번 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00만에 육박하는 기록을 써가고 있는 걸 보면,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블록버스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이 기세를 몰아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6.4 북미 개봉), <인 더 하이츠> (6,11 북미 개봉), <히트맨의 보디가드 2> (6.16 북미 개봉),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6.25 북미 개봉) 등 매주 각 영화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될 예정인데요.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박스오피스가 가장 활발한 ‘여름’ 시장이 올해는 정말 ‘활발’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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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와 함께 돌아온, 넷플릭스 7월 공개 예정작
안녕하세요! 씨네랩이 소개해드린 넷플릭스 6월 공개/종료 예정작, 잘 감상하셨나요?
6월에는 많은 명작들이 종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죠.
이번 공개 예정작에는 여름인만큼, [공포/스릴러]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넷플릭스 공포 영화와 함께 올 여름 더위를 같이 날려버리시길 바랄게요!
그럼, 7월 공개 예정작! 함께 보시죠!
1. 제8일의 밤
미스터리, 스릴러 Ι 한국 Ι 115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김태형
출연 : 이성민, 박해준, 김유정
" 붉은 달이 뜨는 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제8일의 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될 것이다.
“때가 되었구나. 전해라… 놈이 왔다”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은 2년째 묵언수행 중인 제자 ‘청석’(남다름)에게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에 관한 전설을 들려주며, ‘선화’를 찾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청석’은 주소지만 적힌 종이를 들고 길을 떠나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그곳에서 정체모를 소녀 ‘애란’(김유정)을 만나게 된다. 한편, 괴이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김호태’(박해준)와 후배 ‘박동진’(김동영)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괴시체들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
“놈이 필요로 하는 걸 없애는 거다”
세상을 등진 전직 승려 선화, ‘박진수’(이성민)는 귀신을 천도해야 한다는 숙명을 외면한 채로 살아간다. 돌연 그를 찾아온 ‘청석’으로 인해 애써 모른 척해온 과거와 마주하는 ‘진수’. 그러나,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진수’는 ‘그것’이 눈을 뜨기 위해 밟아야 할 7개의 징검다리 중 존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징검다리를 찾아 길을 나서는데...
끝을 알 수 없는 밤의 세상이 열린다! "
2. 피어 스트리트 파트 1 :1994
호러, 스릴러 Ι 미국 Ι 107분
공개일 : 21.07.02
감독 : 리 자니악
출연 : 키아나 머디라, 올리비아 스콧 웰치, 벤저민 플로레스 주니어
" 연이어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작은 마을. 공포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녀의 복수라는 설이 나돈다.
악의 실체를 캐내려는 10대들. 수 세기에 걸친 어둠의 심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
3. 트롤헌터 : 라이즈 오브 타이탄
애니메이션, 액션, 어드벤쳐 Ι 미국,멕시코 Ι 106분
공개일 : 21.07.21
감독 : 조핸 매트, 프란시스코 루이즈 벨라스코, 앤드류 L. 슈미트
출연 : 스티븐 연, 닉 오퍼맨, 에밀 허쉬, 디에고 루나
" 어둠의 세력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를 파괴하고 세상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에 맞서 일어선 <트롤헌터> <3언더> <위저드>의 영웅들.
굳게 손 잡은 그들을 맞이하라. 운명을 걸고 싸워라 "
4. 블러드 레드 스카이
액션, 공포, 스릴러 Ι 독일 Ι 121분
공개일 : 21.07.23
감독 : 피터 쏘워스
출연 : 페리 바우마이스터, 알렉산더 셰어, 카이스 세티
" 의문의 병을 앓는 여자. 치료를 위해 어린 아들과 밤 비행기에 오른다.
이륙 후, 비행기가 테러리 스트들에게 점령당하자 여인은 생존 싸움을 시작한다.
그간 힘겹게 숨겨온 어둠의 힘을 뿜으며 "
5. 클래식 호러 스토리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Ι 이탈리아 Ι 95분
공개일 : 21.07.14
감독 : 로베르토 데 페오, 파올로 스트리폴리
출연 : 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러츠, 프란체스코 루소, 펩피노 마조타, 윌 메릭, 율리아 소볼
" 공유 차를 타고 가던 다섯 명의 동승객. 그런데 뜻밖의 사고가 발생해 모두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모를 숲속. 대체 어떻게 여기 오게 됐을까. 우선 빠져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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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태어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이 오길
* <괴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괴물 (202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안도 사쿠라, 나가야마 에이타, 쿠로가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 다나카 유코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 시간: 127분
개봉일: 2023.11.29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미나토(쿠로가와 소야)'는 동네 걸스 바 건물이 화재로 활활 불타는 장면을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함께 뜬금없는 질문을 내뱉는다. 엄마는 아들이 기이한 질문을 하게 된 저의나 아이의 생각보다 이런 말을 어디서 듣고 왔는지가 더 궁금하다. 학교에서 배웠다는 미나토의 대답. 사오리는 요즘 학교는 별 걸 다 가르친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만다.
그 물음은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징후였을까. 어느 날부터 아들 미나토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상처가 난 채로 집에 돌아오기도 하고, 물통에는 새까만 흙이 담겨 있을 때도 있고, 집에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기까지 한다. 미나토는 번번이 핑계를 대며 상황을 무마시키지만, 결국 엄마는 아들의 학교에서 벌어진 진실을 직면하게 된다. 돼지 뇌를 이식한 인간이라는 폭언을 듣고, 교사에게 폭행까지 당한 아이가 바로 자신의 하나 뿐인 아들이었다는 것을.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홀로 세탁소 일을 하며 미나토를 키우던 싱글맘 사오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곧장 학교로 향한다.
미나토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뒤틀려 있었다.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젊은 남자 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마주하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 남편의 실수로 손녀를 잃었다는 교장은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짜여진 각본을 감정 없이 읊을 뿐이다. 왜 아이에게 폭언을 했냐는 사오리의 다그침을 무시하듯 과자나 씹어대는 호리 선생의 태도는 뻔뻔하기 그지 없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대화를 거부하는 간부 교사들은 분노 유발자나 다름 없다.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괴물은 이렇게 무책임하고 비겁한 어른들이었던 것일까? 사오리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전반부는 마치 호리 선생과 그를 비호하는 학교의 교사들을 두고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려고 할 즈음, 극의 시선은 사오리가 아닌 다른 인물으로 자연스럽게 뒤바뀌며 차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행동을 조금씩 이해하게끔 만든다. 호색한에 파렴치한일 줄만 알았던 '호리'는 사실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대할 줄 아는 신임 교사였고, 퇴근 후에도 학생들의 일을 걱정할 정도로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강했다. 하지만 겹겹이 쌓여버린 여러 오해가 그를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내몰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모두가 그를 괴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데는 '미나토'의 거짓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학생을 상대로 어떠한 폭언과 폭행도 일삼지 않았던 그를 왜 가해자로 낙인찍어야만 했을까. 자신을 비난하는 미나토의 엄마 앞에 앉아 할 말은 많지만, 차마 할 수 없었던 호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사태의 원흉과도 같은 미나토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물론 극의 초반부터 기행을 일삼던 미나토의 이야기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궁금했지만, 그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때 비로소 미나토의 진짜 속마음이 펼쳐진다.
미나토는 왜 그랬을까. 극이 미나토의 시선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실마리는 전부 풀린다. 미나토에겐 쉽게 수용할 수 없지만,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마음 하나가 생겼다. 그의 마음은 동급생인 '요리(히이라기 히나타)'에게로 향했다. 요리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남자애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가정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는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 즉 '괴물'은 요리의 친부가 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아이. 미나토는 그런 '요리'에게 자꾸만 관심이 가고, 그 감정은 열두 살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혼돈으로 변모한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애가 있어요.
그걸 말할 수 없어서 거짓말을 했어요.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게 들통날까봐 말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미나토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요리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모른 체 해야 했다. 그 마음은 자신을 홀로 힘겹게 키우는 엄마에게 들켜서도 안 됐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들의 미래를 기대하는 엄마 앞에서 괴물 같은 자신의 모습을 꺼내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요리와 엮인 사건들을 설명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나토는 거짓말을 하며 호리 선생을 괴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 앞에서 덤덤하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미나토를 보면, 거짓말로 여러 사람을 곤혹에 빠뜨린 그의 행동을 무작정 비난할 수가 없게 된다. 호리 선생 또한 아이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미나토를 오해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학교를 수차례 들락거리게 된 엄마 또한 악의 없이 뱉은 말이 아이의 여린 마음을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나.
누구든 괴물이 될 수 있고, 그 누구도 괴물이라 불려서는 안됐다. 그것은 단지 관점의 차이일 뿐이었다. 그만큼 사회가 만든 편견과 단편적인 외양만을 보고 이면을 판단하려는 사람들의 경솔하고 오만한 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지를 일깨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관객인 우리도 어떤 인물이 과연 괴물인 지를 찾게 되지 않던가. 극중 한번이라도 괴물로 인식되었던 캐릭터들 모두 그들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기기만 하면 선한 면도 존재하고,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어떠한 관점에서 그 캐릭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있었을 뿐이다. 인위적인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여러 인물의 시각에서 극을 진행하는 연출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아주 탁월했다. 이러한 전개 때문에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에 혈안이 되고 말았지만, 그로 인해 후반부 극의 메시지가 주는 충격은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애초에 누군가의 이면을 멋대로 생각하려 하지 않은 채 인물 한 명 한 명을 대하려고 했다면, 특정 캐릭터를 괴물일 것이라고 속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생님, 교장, 엄마, 남자 등 각 인물들을 지칭하는 수식어를 모두 떼어 놓고 본다면 이들은 모두 그저 소중한 하나의 개인이었을 뿐인데. 감독이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본다면, 비록 자신의 미숙함이나 잠깐의 실수로 인해 '괴물'로 불릴 상황에 처했다 할지라도 이에 무력화되지 말고 나만의 모습을 잃지 말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교사다움을 요구 받던 호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나토를 찾아가는 것처럼. 미나토가 요리에게 솔직해지는 것처럼. 학교를 지켜야 하는 본분에 충실했던 교장이 미나토에게 진실을 고백하는 것처럼. 학생다움, 남자다움, 부모다움, 교사다움 등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를 빼앗기지 말고 나만의 모습을 아껴주자는 게 아닐까.
극의 결말부, 소용돌이 같던 태풍이 지나가고 맑게 갠 세상 밖으로 나온 미나토와 요리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에 치이고, 온갖 풍파에 지쳐 나만의 모습을 지켜내는 데 실패한 어른들과 달리 이 아이들(혹은 이 아이들과 같은 후세의 모든 어린 아이들)만큼은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 다시 태어날 필요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결말을 택한 게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소중한 나 자신을 절대 잃지 말라는 뜻에서 말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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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하네케 - 히든
미카엘 하네케 - 히든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 두 개가 있었다. 그때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고, 다시 찾아보고 싶어도 영화제목도 몰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한 페친이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찾아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의 작품은 이후에 만든 '퍼니게임'과 '아무르', '하얀리본'을 봤는데, 모든 영화가 다 관객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억에 또렷이 남은 두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면 보이는 길고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응시 화면이다. 프랑스 어느 지역의 도시, 평범한 주택단지를 무심하게 비추고 있는 이 카메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 마치 스틸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 사람이 지나가고, 자전거를 탄 사람, 자동차가 드물게 지나가지만, 카메라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프레임을 고정한다. 좁은 골목과 주차한 자동차, 정면으로 보이는 주택과 그 뒤의 아파트. 특별하다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럼에도 이 고정되어 있는 장면은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다. 카메라에 보이는 대상-골목과 자동차와 정면의 주택과 아파트-을 관객인 내가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선이 관객(나)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라는 걸 관객(나)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나)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면은 곧 리와인드되면서, 관객이 보고 있는 장면이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된 과거의 어느 시점에 촬영된 장면임을 알게 된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사람은 조르주와 안느 부부다. 자기 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촬영한 비디오테이프가 비닐봉투에 담겨 문앞에 놓여 있었고, 부부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도를 달리해 찍은 비슷한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조르주는 누군가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억에 남는 두번째 장면은, 조르주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아파트, 가난한 사람들-주로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좁고 낡은 아파트의 주소로 찾아갔을 때, 그를 기다리던 마지드가 조르주 앞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목을 긋고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카메라가 조금 멀리 떨어져 응시한다. 마지드는 조르주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하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등을 보이고 있는 조르주가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이 두 장면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까닭을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영화 제목이 '히든'이라는 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 의외로 관객에게 친절하게 힌트를 준 것이다. 이 영화에서 '히든'은 여러 개가 존재한다.
조르주는 프랑스의 중산층으로, 텔레비전에서 문학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안느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의 집은 중산층답게 부족한 것 없이 잘 꾸며져 있고, 특히 거실 겸 서재는 삼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문학,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는 부부답게 지성인이며, 책도 많이 읽고, 책장에 꽂힌 책은 장식용이 아닌,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조르주와 안느는 다른 사람을 속이는 위선자들이자,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고, 감추는 비열하고 타락한 지식인이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장면은 짧게 몇 번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부부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을 느끼자, 조르주는 범인이 누구일까 깊이 생각하다 가능성 있는 한 명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연일 수 없는 다음 비디오테이프에서 어떤 아파트가 보이고, 조르주는 그 아파트를 찾아가 그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을 만난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만나게 되자, 조르주는 당황한다. 그것은 벌써 40년이 넘은, 오래된 기억을,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소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40년만에 만나지만, 곧바로 마지드를 협박한다. 자기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마지드는 영문을 모른다. 40년만에 찾아와서 자신을 협박하는 조르주를 보면서, 마지드는 조르주가 어릴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40년 전, 조르주와 마지드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조르주의 부모는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꽤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그때 조르주의 집에서 집안 일을 도와주며 함께 살던 사람이 마지드와 그의 부모였다. 마지드 가족은 알제리 사람으로,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했다. 조르주가 6살 때, 마지드가 닭을 잡는 장면을 기억하는데, 마지드는 작은 도끼로 닭의 목을 쳤고, 닭피가 튀어 마지드의 얼굴에 묻었다. 닭은 대가리가 잘렸어도 푸드덕거리며 뛰어다녔고, 마지드는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조르주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건 직전 또는 직후에 마지드의 부모는 사망한다.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조르주의 입에서 대충 얼버무리듯 나온 사건이 있었다. 조르주의 어머니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 생 미셀 다리에서 수백 명의 알제리인이 프랑스 경찰에 맞아죽고, 수십 명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961년, 10월 17일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바로 이 사건을 말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주 짧게 언급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을 모두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1961년 10월 17일, 알제리인 약 3만 명이 세느 강이 흐르는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모이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은 당연히 알제리 식민지 해방투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제국주의 프랑스가 식민지로 만든 알제리의 해방투쟁과 직접 관련이 있고, 프랑스의 국가범죄를 고발하는 영화인 것이다.
1961년 8월부터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은 프랑스 경찰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까지 프랑스 경찰 11명이 FLN의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파리 경찰국장 모리스 파퐁은 10월 5일 파리 전역에 걸쳐 야간통행 금지령을 발표한다. 저녁8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5시 30분까지. 단, 프랑스인은 예외였고, 오직 알제리 무슬림 노동자, 프랑스 무슬림, 알제리의 프랑스 무슬림만 해당하는 통행금지였다. 이 시기에 파리와 그 근교에 살고 있던 알제리 사람은 약 15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프랑스 경찰의 통행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한 것이다. 그리고 10월 17일, 알제리인들이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경찰과 공화국 보안기동대, 국가헌병대 등 국가폭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시위에 참여하는 알제리인, 모로코인, 튀니지인들을 체포했다. 그럼에도 이들 시위대가 끊임없이 몰려들자 마침내 발포를 시작하고, 총에 맞아 죽은 사람,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등 무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프랑스의 공식 입장은 1998년에 사망자 32명, 1999년 프랑스 총리실에서 센강에 버려진 시체 48명, 1961년 알제리 독립운동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 246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FLN의 발표는 1961년 한해 프랑스에서 죽은 알제리인은 사망 200명, 실종 400명, 부상 2300명으로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프랑스 경찰은 한 명도 없었고, 프랑스는 이 사건 자체를 철저하게 은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 경찰국장인 모리스 파퐁이 나치 부역자였다는 것이다. 파퐁은 게슈타포와 협력해 유대인 1600명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공을 세웠다. 이 사실은 1997년이 되어서야 밝혀졌고, 모리스 파퐁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마지드의 부모가 생 미셀 다리에서 뛰어내려-경찰에 의해 떠밀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드가 고아가 되자, 조르주의 부모는 마지드를 입양할 생각을 했다. 마지드를 입양했다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르주의 부모가 마지드를 고아원으로 보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조르주의 거짓말이었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지드의 입양을 반대했다. 그는 불과 6살 어린이였음에도, 마지드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짓말을 부모에게 한 것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만나고도 전화로는 아내 안느에게 아파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 한다. 하지만 조르주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르주와 마지드가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안느가 보고 있었고, 그것을 본 조르주는 마지 못해 사실을 털어놓는다. 조르주의 변명은, 안느가 걱정할까봐, 라는 것이지만, 그가 이미 여러번 아내에게 거짓말하는 걸 본 관객은 조르주를 믿지 않는다. 그는 비열한 인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들 피에로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조르주와 안느는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마지드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 아들은 없었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만 있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을 체포한다. 다음 날, 아들 친구의 엄마가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이 사건은 헤프닝으로 끝나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도 경찰에서 풀려나지만, 마지드는 조르주를 집으로 불러, 그가 보는 앞에서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아들이 왜 가출했는지 이유를 묻는 안느에게 피에로는 엄마 안느의 불륜을 의심한다. 안느는 직장 동료이자 가까운 친구인 피에르(이들 피에로와 이름이 비슷하다)와 친한 사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단지 가까운 동료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영화에서 안느와 피에르가 불륜 관계라고 단정할 만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느의 태도에서 피에르에게 감정적, 정서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피에로는 그걸 눈치 채지만, 안느의 남편 조르주는 눈치 채지 못한다. 그리고 안느는 아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아들 피에로나 관객은 안느를 의심한다.
마지드의 자살로 조르주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결백하다는 인정을 받고 사건은 끝난다. 하지만 마지드의 아들은 조르주를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조르주는 마지드의 자살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그건 마지드 본인의 문제라고 강변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처럼, 카메라가 피에로의 학교 입구를 고정해서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서로 웃고 떠들고,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장면들이 보인다. 그리고 피에로가 학교에서 나와 계단에 서 있을 때, 마지드의 아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끝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비디오테이프를 누가 촬영했고, 누가 보냈는가다. 감독이 아무런 단서를 보여주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가도 밝히지 않는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건 감독 자신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극(영화)에 개입해 극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외부의 의도적 관계-또는 권력-로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때 '외부'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닉슨이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도청한 사건을 두고 FBI의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사임하게 되는데, 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신문기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 사람이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였던 것이다.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사건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개입해 극의 인물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비디오테이프의 존재가 없다면, 이 영화는 설립할 수 없게 되고, 진실은 드러나지 않게 된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기억을 은폐하고,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기억을 왜곡, 조작해 합리화하려는 가해자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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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는 정말 달콤할까?
가장 완벽한 복수는 무엇일까. 똑같이 되갚아주는 것? 보란듯이 잘 사는 것? 아무래도 받은만큼 돌려주는 쪽에 마음이 동한다. 내가 아팠던만큼 상대도 아파야 평등한 것이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사람의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리고, 눈을 멀게한 자는 눈을 멀게 한다는 동태(同態)복수 원칙을 명시했다. 암 역시 그렇고 말고. 그렇지만 이 원칙이 개인적 복수의 당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를 끝마친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로 법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될 테니까. 가장 정의로운 방식처럼 보이지만, 본인이 다시 복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안타깝게도, 복수는 위임된 권력이 대신 행할 때에만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복수의 칼날은 제자신에게 돌아온다. 복수는 달콤한만큼 유독하다.
복수의 유독성이 가장 강력하게 분출하는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복수가 성공하는(혹은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복수의 이중성을 잘 담고있다. 복수라는 덫에 갇혀 허우적대는 두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파멸했고, 다른 한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멈췄지만 영원히 구속된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사는 남자 '오대수'가 평생 수습하지 못할 과오를 저지르며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15년 간 그를 감금했다. 오대수가 함부로 혀를 놀렸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이수애(이우진의 누나)와 이우진이 관계를 가지는 것을 목격했고, 친구에게 소문을 퍼뜨렸다. 이수애는 학교에서 깨끗하지 못한 여자로 소문이 났고,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때문에 이우진은 오대수를 몹시 증오했다. 그래서 좁은 골방에 가두고는 군만두만 먹였다. 심지어는 오대수의 부인을 살해하고 그가 범인인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우진은 최면을 걸어 오대수와 미도가 서로 사랑에 빠지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두 사람이 부녀관계였음을 폭로한다. 오대수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우진의 복수는 평등해졌다. 이우진은 자살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다. 오대수는 홀로 덩그러니 남은 채 혀를 자름으로써 인과응보를 받아들인다.
"누나하고 난 서로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간 감금한 것은 더 '잘' 복수하기 위해서다. 오대수를 죽이거나 그의 딸 미도를 해코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오대수와 미도가 사랑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사람이 부녀 관계임을 밝힘으로써 마주하게 될 죄책감과 수치심을 온전히 느끼기 바랐기 때문이다. 오대수가 이우진을 일찍이 죽이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감금한 이유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복수의 명분을 밝히기 위해서 게임에 끝까지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복수가 완성되는 순간 붕괴는 시작된다. 오대수가 감금의 이유를 알아내고 의기양양하게 이우진을 몰아붙이는 순간, 알고보니 모든 재앙이 스스로 몰고 온 것임을 인식한다. 오대수가 혀를 잘라냄과 동시에 이우진은 일생의 후련함을 느끼지만, 이내 삶의 이유를 상실하고 자살한다. 복수가 달콤함 뒤에 숨겨둔 독이빨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모두 복수의 피해자다.
이우진은 멈출 수 없었다. 누나를 잃은 뒤로 삶은 피폐해졌고 오직 복수만이 구원이라고 믿었다. 복수에 중독되고부터 어쩌면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결로써 복수를 완성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대수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15년의 세월을 빼앗아 간 이우진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복수의 대상을 잃었고, 삶의 추동을 상실한 채 방황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증오했던 이우진이 죽음으로써 살 이유가 사라졌다. 다만 그에게 남은 것은 불편한 진실을 감내하는 일 뿐이다.
복수에서 승자는 없다. 복수에 성공했지만 삶을 멈추게 된 이우진도, 목숨을 부지했지만 복수에 실패한 오대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복수의 달콤함은 끝내 두 사람에게 독이 됐다. 복수는 상처의 처방전이 될 수 없다. 상처의 근본적 해결은 환부를 치료하는 것이지, 남에게 똑같이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다.
복수를 멈추고 용서를 한 자만이 자유롭다. 용서만이 구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과연 그 자유는 정말 행복할까? 다음 편에서는 용서라는 덫에 빠진 한 여인, 이신애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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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촬영장소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서울 로케이션 답사영상
? 기생충 촬영지 (로케이션) 답사영상
음...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카데미의 기운을 받으러 갔습니다!!- 로케이션ㅣ주소
1. 자하문 터널ㅣ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2. 돼지 쌀 슈퍼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
3. 기택 동네 계단ㅣ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4. 기사식당ㅣ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72
5. 스카이 피자ㅣ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6길 86
6. 올가홀푸드 방이점ㅣ서울 송파구 양재로 71길4
7. 박사장 집ㅣ서울 성북구 선잠로 8길"이 영화는 악인이 없으면서도 비극이고, 광대가 없는데도 희극이다."
- 봉준호, 텐아시아 인터뷰, 2019.05.31.- 기생충의 의의
한국 영화사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두 번째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 수상작, 비영어 영화 최초 SAG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그리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 수상작- 스태프
감독: 봉준호
각본: 봉준호, 한진원
윤색: 김대환
원작: 봉준호
제작투자: 이미경, 허민회
제작: 곽신애, 문양권
프로듀서: 장영환
조감독: 김성식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외
촬영: 홍경표
미술: 이하준
음악: 정재일
음향: 최태영
편집: 양진모
장르: 드라마, 블랙코미디, 스릴러
제작 기간: 2018년 5월 18일 ~ 2018년 9월 19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기생충촬영지 #봉준호수상소감 #봉준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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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공식 예고편
의외의 찐친 먹보(비) X 털보(노홍철) 전국을 누비며 릴랙스! 좌충우돌 찐우정 로드트립 버라이어티 《먹보와 털보》 12월 11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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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스 베이비2> 예고편
베이비 주식회사의 레전드 보스 베이비에서 인생 만렙 CEO가 된 ‘테드’.
베이비인 줄 알았던 조카 ‘티나’가 알고 보니 베이비 주식회사 소속이라니!
뉴 보스 베이비 ‘티나’의 지시로 ‘테드’는 형과 함께 다시 베이비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보스 베이비 IS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