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6-23 02:16:32
N년전 오늘의 영화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볼까 하는데요.
바로 N년 전, 오늘 개봉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오늘은 무려 17년 전에 개봉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러브레터>와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신다면 조금은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 중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통칭하는 '블랙 이와이' 계열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는 평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2관왕을 달성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에서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에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오마주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웨이브, 티빙,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극장 아트나인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상영 및 상영할 예정에 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T.M.I
1. 왕페이의 공연
ⓒ 네이버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홍콩에서 왕페이의 공연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구상하게 됐다고 합니다.
2. 릴리 슈슈?
ⓒ 네이버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이 '릴리 슈슈'라는 가상 가수를 만들고,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까지 만들며 그곳에서 릴리 슈슈의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출판했습니다.
즉, 독자 참여형 소설을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바로 동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입니다.
3. 촬영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대부분 아시카가 시와 오타 시에서 촬영했으며, 오키나와에서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핸드 헬드 촬영한 컷이 나오는데 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에게 직접 핸드 헬드 촬영을 배우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일본 영화계 최초로 촬영부터 상영까지 모든 방식을 디지털로 작업한 영화입니다.
4. 20주년 기념 인터뷰
ⓒ 岩井俊二映画祭チャンネル 유튜브
일본 기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이와이 슌지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만나 스페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아래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qfneUlLxi8&t=315s
5. 쿠엔틴 타란티노
ⓒ 네이버 영화
<킬빌> <펄프 픽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좋아하는 2000년대 아시아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에는 릴리 슈슈의 곡인 '회복하는 상처'를 삽입곡으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와 비슷한 작품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비슷한 결의 영화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주연의 영화 <파수꾼>.
<파수꾼>은 기태, 동윤, 희준 등 3명의 친구들의 시점으로 각자의 현재와 과거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가 사건을 쫓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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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찾아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볍고 장난기 가득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자라온 세대들은 ‘요즘은 그런 로맨스 코미디를 만들지 않아 아쉬워’하고 얘기하고는 한다. 그래서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가 왠지 반갑게만 느껴졌다.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한국 포스터와 주인공 리쿠와 미나미의 모습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남학생 리쿠(나카지마 켄토 역)와 여학생 미나미(미레이 역) 사이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첫눈에 반한 둘은 아기자기 귀여운 사랑을 키워 부부가 되고, 소설가를 꿈꾸던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런데 둘 사이는 점차 어긋나기 시작하고, 어느 날 눈을 뜨니 그곳은 리쿠가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일개 직장인이 되었고,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된 미나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번 영화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가 감독을 맡았다. 로맨스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과 함께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어느덧 다섯 번째 로맨스 영화를 찍는 나카지마 켄토, 영화 속 역할처럼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미레이(Milet)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본 영화는 오는 2025년 5월 22일(목)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사실 ‘일본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영화들이 있지 않은가. 기괴할 만큼 연출된 오글거리는 장면에 클리셰로 점철된 영화 말이다.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품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다소 오글거리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오프닝까지도 역시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주인공 리쿠가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뜨며 영화는 급속도로 흥미로워진다. 평행세계에서 눈을 뜬 주인공의 이야기를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리며, 특히 이를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역할에 맞게 재치 있게 풀어낸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부드럽고 몽글거리는 상상을 잘 녹여내면서, 일본 영화가 보편적으로 꺼려지게끔 하는 요소는 최소한으로 만들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영화 외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번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싱어송라이터 미레이가 여자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화다. 그런 만큼 영화 속 노래의 여운이 꽤나 남는 편이다. 메인 OST인 “I Still”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Nobody Knows”는 어디론가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시작의 설렘을 잘 담아냈다.
이미 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는다면, 다음 영화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러브 앳>(2019)은 이번 영화의 원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지닌 이 영화를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영화는 2000년대 초의 로맨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떠올릴 <이프 온리>(2004)다. 잃어버린 그녀, 되돌린 시간을 소재로 한 점에서 이번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이프 온리>가 떠올랐다. 다만 이 영화는 부디 펑펑 울어도 괜찮은 날 만나기를 바란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마음 편한 로맨스 영화가 줄어드는 요즘,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오랜만의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였다.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함께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를 즐기고 싶다면 오는 5월 22일, 극장에서 이번 영화를 만나보도록 하자.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2025)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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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동기부여 영화 추천,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편
내게 힘을 주는 영화 10
저마다 힘들고 의지가 떨어질 때 동기를 부여받을 만한 친구, 영상, 영화, 취미와 같은 것들을 여러 번 꺼내 볼 것이다.
종종 자극이 된다거나 힘을 주는 영상들을 유튜브에서 저장하고 다시 꺼내보기도 하는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말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봐도 언제나 힘을 준다.
요즘 상황도 상황인지라 상반기 취업문도 줄어들고, 여행도 못 가고, 경제도 좋지 않은 지금 모두가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영화들을 가져와보았다. 영화의 순서는 국내 개봉일 순으로 작성했다!
■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로빈 윌리엄스(존 키팅 역), 로버트 숀 레오나드(닐 페리), 에단 호크(토드 앤더슨), 조쉬 찰스(녹스 오버스트리트)
개요: 드라마 | 미국 | 128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미국의 명문 웰튼 아카데미의 새 학기 개강식. 이 학교 출신인 존 키팅 선생은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첫 시간부터 선생은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파격적인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닐은 키팅 선생을 캡틴이라 부르며 따르게 되고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닐과 그 친구들은 굉장히 엄격한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서클에 참여하면서부터 키팅 선생을 통해서 참된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
첫 번째 영화는 1989년도에 제작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언급되고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다. 아마 보지 않았을지라도 제목을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대사이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카르페디엠'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며 가르침을 주는 키팅 선생의 대사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며 배우게 되는 인생을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유명한 명작이다.
■ 가타카 Gattaca, 1997
감독: 앤드류 니콜
출연: 에단 호크(빈센트 프리맨 역), 우마 서먼(아이린 카시니), 알란 아킨(Det.휴고), 주드 로(제롬 유진 모로우), 로렌 딘(안톤 프리맨), 고어 비달(조셉), 어네스트 보그나인(카사르)
개요: SF,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근 미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시험관 수정으로 우성 인자만을 보유한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시대에 조작을 받지 않고 태어난 빈센트. 그는 심장 질환 확률이 99%에 예상 수명이 31살 밖에 되지 않는다. 우성인자만을 보유하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가 꿈인 빈센트는 모두의 만류에도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꿈을 대신할 우성인자인 유진 모로우와 만나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우주 항공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두 번째 영화는 이 추천 목록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자, 정말 많이 보아왔던 <가타카>다. 정말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하는 빈센트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영화지만 저런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 자극을 받아왔었다. "모든 게 가능해"라며 자신의 의지와 행동력을 보여준 빈센트와 "넌 내게 꿈을 빌려줬어"라고 말하는 유진 모로우(주드 로)의 모습을 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블로그에 리뷰를 쓴 적도 있는데, 나의 인생 영화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 록키 발보아 Rocky Balboa, 2006
감독: 실베스터 스탤론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록키 발보아 역), 버트 영(폴리), 마일로 벤티밀리아(록키 발보아 주니어)
개요: 액션, 드라마 | 미국 | 102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헤비급 챔피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록키. 록키의 즐거움은 화려했던 자신의 복싱 경기 얘기를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 어느 날, TV에서 현재 헤비급 챔피언인 매이슨 딕슨과의 가상 경기를 중계한다. 상상 이외의 인기를 끈 이 경기는 실제로 록키에게 경기를 제안하고, 록키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일생일대의 대결을 앞두고 오랜 친구이자 트레이너인 듀크와 아들의 도움을 받아 훈련을 시작한 록키. 젊은 챔피언 복서 메이슨에 맞서 마지막 경기를 펼치는데.
세 번째 영화는 정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OST 'eye of the tiger'가 나오는 영화 <록키 발보아>다. 아마 이 영화를 몰라도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듯하다. 이 영화는 록키의 마지막 시리즈 작이기도 하며, 실베스터 스탤론을 다시 한번 영화 속의 록키 발보아처럼 일으켜 세운 영화다. 이미 은퇴한 선수였던 만큼 나이가 들었고 젊은 시절처럼 멋진 몸은 아니지만 은퇴하거나 혹은 실패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스포츠 영화만의 땀과 열정, 승부를 통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행복을 찾아서 The Pursuit of Happyness, 2006
감독: 가브레일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크리스 가드너 역), 제이든 스미스(크리스토퍼), 탠디 뉴튼(린다), 브라이언 호우(제이 트위스틀)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한물 간 의료기기를 팔며 돌아다니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며 돌아다니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결국 아내까지 집을 떠나고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 마지막 기회가 다가온다.
네 번째는 이 주제나 행복에 관한 주제라면 빠지지 않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행복을 찾아서>다. 지금은 훌쩍 자라버린 제이든 스미스의 역인 크리스토퍼와 크리스 가드너가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는 장면이 정말로 안쓰럽고 많은 이들에게 인상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못할 거야라는 말을 믿지 마"라며 아들에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다짐을 하는 크리스 가드너. 인생 기회인 인턴을 위해서 진심을 다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동기를 부여해 줄 충분한 영화다.
■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2013
감독: 이호재
출연: 이호재, 이현학, 하승엽, 김휘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 네 명이 잉여로운 20대를 보내기 위해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한 대만 들고 유럽행 비행기를 탄다. 잉여 넷은 숙박업소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무료 숙식을 하면서 1년간 유럽을 일주하겠다는 야망과 동시에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파리에 첫발을 내딛는데. 처음 계획과 달리 이들을 찾아주는 곳은 없고 아무런 소득 없이 이탈리아 로마까지 히치하이킹을 떠나고, 계속 이어가던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
다섯 번째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 형식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다. 같은 이름과 컨셉인 예능 프로도 나왔던 이 영화는 정말로 네 명이 여행을 떠나고 벌어지는 일들을 카메라 한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단돈 80만 원을 들고 그들이 유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일들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하나하나 목표들을 달성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당장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동기부여를 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과 같이 20대에 이 영화를 본다면 무엇이든 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월터 미티 역), 크리스틴 위그(셰릴 멜호프), 숀 펜(숀 오코넬), 셜리 맥클레인(에드나 미티)
개요: 모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4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서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여섯 번째 영화는 정말로 동기부여 영화에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저 국내에서 상상으로만 해왔던 일들을 용기를 내서 헬기에 뛰어들며 현실로 받아들이는 월터.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라는 대사와 같이 월터가 경험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보며 동기 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위플래쉬 Whiplash, 2014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 텔러(앤드류 역), J.K. 시몬스(플렛처)
개요: 드라마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각오인 음대 신입생 앤드류는 우연한 기회로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 실력자지만, 또한 동시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에게 발탁되어 그의 밴드에 들어간다. 폭언과 학대 속에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지독한 교육방식은 천재가 되길 갈망하는 앤드류의 집착을 끌어내며 그를 광기로 몰아넣는데...
일곱 번째 영화는 악마와 같은 스승과 광기에 휩싸이게 된 제자의 <위플래쉬>다. 폭군 교수인 플렛처는 자신들의 제자들을 정말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며 재능을 터트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만의 성공 비법이라고 할까. 물론 그 노력에 폭언과 학대는 덤이다. 하지만 이런 극도의 자극을 버텨내며 끝까지 살아남은 자는 광기와 함께 성공만이 남는다. 자칫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엄청난 자극으로 터져버린 광기의 드럼 소리와 미친듯한 몰입력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 주토피아 Zootopia, 2016
감독: 바이론 하워드, 리치 무어
출연: 지니퍼 굿윈(주디 홉스 목소리 역), 제이슨 베이트먼(닉 와일드), 샤키라(가젤), 이드리스 엘바(보고), 알란 터딕(듀크 웨셀턴), J.K. 시몬스(시장 라이언하트)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코미디, 가족 | 미국 | 108분 | 전체 관람가
줄거리: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주토피아에서 연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는 48시간 안에 사건 해결을 지시받자 뻔뻔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에게 협동 수사를 제안하는데.
여덟 번째 영화는 너무나 귀엽고 매력 있는 캐릭터 투성이인 <주토피아>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단 한 번도 없었던 토끼 경찰이 되기 위해서 "내가 최초가 되겠네!"라고 말하며 노력하는 주디. 작고 힘이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디는 당당히 노력하여 경찰이 되고 실종 사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활약한다. 주디의 행동이 주는 동기부여도 물론이고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과 OST를 통해서 힐링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월시-필로(코너 역), 루시 보인턴(라피나), 잭 레이너(브렌든), 마크 맥케나(에먼)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아일랜드, 미국, 영국 | 106분 | 15세 관람가
줄거리: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행복한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로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아홉 번째 영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미와 좋은 노래들이 정말 많은 <싱 스트리트>다. 지난 음악 영화에서도 추천을 했었는데, "적당히 해서는 안 돼"라고 말하며 제대로 노래를 만들게 되는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코너가 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ビリギャル, Biri Gal, Flying Colors, 2015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쿠도 사야카 역), 이토 아츠시(츠보타 선생님)
개요: 드라마 | 일본 | 117분 | 12세 관람가
줄거리: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던 사야카는 공부와 담을 쌓은 문제아로 학교에서 낙인찍힌다. 하지만 그녀를 절대적으로 응원해 주는 엄마와 초긍정 츠보타 선생을 만나 우등생도 가기 힘들다는 명문대 진학을 도전하기로 하는데. 동서남북이 뭔가요?라며 질문을 하던 사야카의 최고 반전!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고 있는 사야카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열 번째 영화는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여서 더욱 신기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다. 이 영화는 아마 수험생들에게 조금 더 힘이 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긴 수험 시간 동안 온전히 자신 혼자서 의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힘든 일인데, 주변에 응원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 힘을 줄 것이다.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며 응원해 주는 츠토야의 응원을 바탕으로 자극을 받아 노력하는 사야카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인스타를 시작한 이유 중에 하나가 좋은 장면이나 대사들을 저장해두고자 하는 목표도 있었는데, 종종 다시 보면 힘이 나는 장면들이 있다. 이 10개의 영화가 아마 그런 영화들 중에 더 동기부여가 되는 영화들이었다.
왓챠 - <가타카>, <위플래쉬>,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싱 스트리트>,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넷플릭스 - <행복을 찾아서>
두 곳 모두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죽은 시인의 사회>, <주토피아>
둘 다 없는 - <록키 발보아>
이 목록 외에도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영화들이 있다면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리뷰나 원하시는 작품이나 추천 주제가 있다면 이 또한 댓글로 남겨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담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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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 학생 부모, 그들의 비열한 본능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한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아이를 챙기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자식과의 관계가 좋든 나쁘든 기본적으로는 자식에게 문제가 가해자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 부모의 보호와 챙김 아래서 아이는 큰 걱정 없이 자신이 해야 할 공부와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간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관계를 맺어간다. 그 관계는 대부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왕따나 학교 폭력 같은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더 나아가 삶의 의지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 희생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반대로 가해자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해자의 위치에 가게 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맺는 관계는 실패한 관계이고, 그 실패를 메꾸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 되어버린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건 본인들의 고통뿐 아니라 부모의 고통이 된다.
가해 학생의 부모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
우리는 과거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해자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접해왔다. 하지만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자, 특히 그 부모들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한음 국제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인데 그중에서도 한결(성유빈)이 그 중심에 있다. 영화 초반에 건우라는 학생이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는 임시 담임 선생님인 정욱(천우희)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에는 병원 이사장 아들 윤재, 전 경찰청장 손자 규범, 학교 중학교 교사 아들 이든, 그리고 변호사 아들 한결의 이름이 적혀있다. 시체가 발견된 이후 영화가 집중하는 건 학생 당사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부모들의 얼굴이다.
병원 이사장 지열(오달수), 전 경찰청장 무택(김홍파), 한음 국제 중학교 교사 정선생(고창석) 그리고 변호사 호창(설경구)가 맨 처음 학교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인 이들은 피해자가 자살 시도를 했고, 미리 쓴 편지에서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부인한다. 가해자의 부모로서 그들이 가장 먼저 택한 행동이 바로 그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믿어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본능적인 반응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 중반 이후 이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에게 행했던 가혹행위와 폭력이 동영상의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난다. 그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택한 건, 증거인멸 시도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방법으로 외부에 그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기보다 그들의 자식에게 올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그들에게 피해자의 안위나 그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 가해 부모들의 모습은 왜 그들이 반성이나 사과를 먼저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성을 하지 않는 가해 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
영화에는 피해 학생의 시선은 최소화되어있다. 피해 학생인 건우의 엄마(문소리)가 진실을 접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보아온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피해 학생의 편에서 있는 인물은 임시 담임 정욱뿐이다. 그만큼 현실에서 그들의 편이 되어 목소리를 내는 사람 자체가 없다는 의미다. 매스컴이 피해자 편에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진실은 왜곡되어 버리고 결국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마지막까지 보여주고 있다.
가해 학생 중 하나인 한 결과 그의 아빠는 특이한 위치에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해자로 보이는 한결의 특성 때문에 아빠 호창은 최대한 그의 죄를 덜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결이 정말 가해자인지 아니면 건우와 같은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건 영화의 극적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되지만 현실에서도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간 위치에 있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가해자가 똑같은 비중으로 나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경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이 영화가 말하고 있기도 하다.
가해 학생들의 영화답게,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도 가해의 위치에 선다. 교장 선생님(강신일)은 이 일을 무마하기 바쁘고, 피해 학생의 편에 서있는 교사 정욱을 회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의 학교 방문을 막아서는 학교 관리자와 경비들 모두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위치에 선다. 그러니까 피해 학생을 대변해주고 편들어줘야 할 시스템도 자신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 학생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힘을 더해주는 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의 존재들이다. 큰 병원 이사장, 전 경찰청장 등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피해 학생을 두 번 짓밟는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제시하는 영화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또 눈에 띄는 건,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무척 이성적이고 침착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에 흔들리기보다 이성적으로 자신의 자식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한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감정적이다.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호창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감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영화의 훌륭한 점은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특성을 훌륭하게 구분 짓기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위치와 행동에 더욱 씁쓸함이 느껴진다.
호창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아들의 생각과 감정을 알기 어려워하고 진짜 일어났던 일들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잘 표현해냈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임시 교사 정욱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도 정규직과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것을 고민하고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해내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나머지 가해 학생의 부모로 등장하는 배우 오달수, 고창성, 김홍파 등도 아주 이성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모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과거 <싱크홀>이나 <타워>, <7광구> 같은 오락영화를 많이 연출했던 감독이다. 하지만 그런 오락영화 이외에도 <화려한 휴가>나 <코리아>같이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사실 이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미 5년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친 작품이다. 출연 배우의 안 좋은 일 때문에 개봉일을 잡지 못해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나 개봉하게 되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 시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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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난한 이야기에 영화의 개성을 부여하는 윤여정의 마법
우연히 만난 선물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윤여정)이다. 강연 중인 민서. 바글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다. 비단 최고의 위치라는 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화려한 삶을 즐기고 있다. 존경받는 민서.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호텔의 관리자가 민서에게 “뷔페 드시고 가실래요?”라고 묻는다. 거절하는 민서.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넓은 집 적적한 민서를 기다리고 있는 건 민서의 반려견 완다다. 아들에게 전화해 보는 민서. 어머니의 근황이 단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는 듯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밥 하기도 귀찮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민서. 이 민서의 라이더로 진우(탕준상)가 배정된다. 특별한 만남이 시작됐다. 안면이 트인 진우와 민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려견 완다와 함께 시작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싱글남 민상(유해진)이다. 혼자 사는 민상. 민상은 깔끔한 타입이다. 깔끔한 타입이라는 점은 자기 소유의 건물에 세 들어있는 진영(김서형)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다. 진영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갖 반려동물들이 모여드는 진영의 동물병원. 건물 여기저기에 동물들의 흔적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있다. 그러나 민상에게 어마어마한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다. 공간 설계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민상에게 민서는 굴러들어 온 호박과도 같다. 좋아! 나 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그러려면 수의자인 진영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민상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도그보다 '데이즈'
이 영화가 제목이 ‘도그데이즈’인것과 다르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 군상이다. 물론 반려동물들을 다룬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들이 이끈다는 점에서 휴먼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강아지와 등장’인’ 물을 투 트랙으로 끌고 가는 각본 역량과 연출이 좋았다. 글쓴이가 이에 근거를 대고 싶은 것은 김서형 배우가 맡은 진영 캐릭터와 윤채나 배우가 맡은 지유 캐릭터다. 진영은 수의사다. 이 수의사라는 직업이 동물들을 다룬 영화에서 중요한지는 두 말하면 손 아프다. 하지만 핵심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점인데, 이 인물에게 장르적인 재미 하나를 붙이면서 그 설정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주제와 맞물린다는 점은 좋은 선택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또 지유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켜볼 만하다. 이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또 이 캐릭터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런 입장에 놓여본 관객의 입장에선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글쓴이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행위의 속성을 손쉽게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관계를 반려동물과 사람의 사이로 치환시킨 것이다.
하지만 반대측면에서 이 영화가 반려동물들의 세계를 깊숙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 중 어떤 것들은 윤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면 좀 더 탄탄하게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대표적으로 영화 중반부에 진영과 민상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한 쟁점이 갑자기 확 들어온다. 근데 이 두 사람 중 하나 민상이 반려동물과는 영 친하지 않았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작 이 문제를 암시하는 것은 다른 캐릭터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이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파편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각각의 소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은 윤여정 배우가 맡은 조민서 캐릭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사실 앞서 쓴 바 그대로 이 영화는 강아지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잡고 있다. 이게 핵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핵심이다 하더라도 강아지들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는 더 들어가야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 민서와 강아지가 어떤 사이고 무슨 관계인지를 더 비추는 것이다. 이는 민서의 서사가 과연 영화에서 어떤 것을 차지하는가? 와도 이어진다. 민서가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끄는 것 치고는 윤여정 배우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이 부분에 있어 약간 모순적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윤여정 배우의 캐릭터가 한 대사라고 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현우, 다니엘 혜니 배우가 끌고 가는 이야기에서 장르를 바꾸는 선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은 큰 이질감이 되어 JK필름의 전작 <영웅>이 생각나 진부하게 느껴졌다.
생명을 따스하게
이 영화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생명에 대해 따뜻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구성할 때 인물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화법을 선택했다. 이 화법은 이 영화에서 특정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 한 줄에서도 느껴진다. 그리고 정아(김윤진), 선용(정성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설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도그데이즈>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큰 줄기를 차지하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을 함부로 대하는 조금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JK필름의 영화들이 억지 감동을 위해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던가 희생시킨다던가 하던 단점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윤리적인 거리감을 잘 지켰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극후반부 엔딩으로 이뤄지는 귀결이 납득 가능하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무슨 말이냐? 이 영화의 엔딩은 덜컹거리는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이 인물들 중 누군가가 강아지를 괴팍하게 다뤘다면 이 인물들이 이런 동선으로 구성될 거라고 생각이 잘 안 든다. 연출과 플롯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냥 작곡가도 K-POP 작곡가입니다만
물론 약간 작위적으로도 느껴지는 부분이 없진 않다. 바로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나타나는 문구 두 줄이 있다 ‘K-POP 작곡가’라는 문장과 ‘MZ 라이더’다. 뭐 이 두 단어를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 두 개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라이더’와 ‘작곡가’여도 충분한데,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별 상관없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1차원적인 접근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홍보 카피가 아닌 영화 내적으로 들어간다. 정아가 가진 모성이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 모성을 이런 관계에서 가지는 것이 당연히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이 인물에 이입하기 쉽진 않다. 이 장면 앞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이 인물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긴 어렵다. 이 감정이입의 어려움은 정아라는 왠지 모르게 ‘K-POP’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1차원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다룬 ‘모성’과 K-POP’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작곡가라는 직업적 특성(그것도 K-POP)과 부모라는 설정이 이야기에서 중요했다면 이 두 소재에 더 힘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갔다는 점 역시 아쉽다. 왜 이 세계관엔 강아지만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어떤 영화에선 앵무새도 등장하는데, 고양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명에 대해 다룬 영화치고 강아지만 등장하는 건 좀 의아했다. 이렇게 일부 소재를 힘 없게 다루는 방식 역시 JK필름의 수많은 전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적당히 문화생활하는 40-50대를 타깃 삼고 기획한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또 이 영화를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민상이라는 인물은 의문부호가 있다. 물론 이 사람이 따라가고 있는 영화 내의 흐름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우리 일상생활에도 이런 사람 많다(심지어 글쓴이도 이래 본 적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인물이 이런 캐릭터였다면 전반부에서 이에 대한 묘사를 더 던져주고 주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인물의 이런 성격을 굳이 이렇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글쓴이는 그런 연출 방식과 장면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 장면이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진 것이다.
성장형 제작자?
이 영화는 JK필름의 향이 묽은 작품이기도 하다. 글쓴이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JK필름’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 신파라는 요소를 한국영화계에 유행시킨 공이 큰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 <해운대>부터 <공조 : 인터내셔날>까지 인위적인 전개로 영화팬들과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30대의 관객들 중 JK필름의 영화를 싫어하는 경우가 몇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JK필름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그의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있지만 무난하게 따스하고 재미있고 강아지가 귀여운 영화가 된 것이다. 글쓴이는 윤제균 감독을 위시한 JK필름의 관계자 분들이 많은 비판을 숙고해서 시나리오를 받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 생각 외의 전개가 어느 정도는 있고 이는 분명한 강점이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무난하게 볼 만하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은 오열할 만한 장면이 몇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다. 우리 모두 윤여정 배우가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족적을 남겼던 영화 <미나리>보다 이 <도그데이즈>에서의 연기가 훨-씬 훌륭했다. 이 인물은 카리스마가 있고, 카리스마 이면에 깔려있는 어떤 정서가 있다. 그 정서는 진우를 대할 때 진정성이 되어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이 서사 아래 이야기를 이끌거나 영화의 제작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지점에서도 윤여정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좀 상충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이 인물이 중심으로 플롯을 끌고 가다 보니 이입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배우가 영화에 강력한 탄력을 만든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낀 장면도 몇 있는데 글쓴이만 체감할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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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 넘는 여정을 끝낸 사람들의 이야기
이 글은 시사회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흔히 삶을 여행에 비유한다. 탄생이라는 출발지에서 죽음이라는 도착지까지 가는 동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축제 같은 순간을 경험하며 환상에 취하지만, 반대로 깊은 동굴 속에서 길을 잃은 듯 끝없는 좌절을 느끼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세월을 막론하고 여행이 주제인 수많은 예술 작품은 사람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영화 '트립 투 그리스'도 주인공들의 여행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평범한 여행 영화와 다른 약간의 독특함이 있다.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영화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cce)'는 영국의 유명 배우 '스티브 쿠건(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롭 브라이든)'이 6일 동안 그리스에서 미식 여행을 즐기는 내용을 담았다. 2010년 (한국에서는 2015년) 개봉한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스페인'으로 이어진 '트립'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자 마지막 시리즈이다.
내용을 그대로 적은 영화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트립' 시리즈의 구조는 단순하다. 중년의 두 남자는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여행을 하며 현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여행 도중 스티브와 롭이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그들의 대화는 멈추지 않고 오디오는 비어있을 틈이 없다. 롭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노래를 부르고 스티브는 여행지와 연관된 해박한 지식을 풀어낸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할 때도 음식에 대한 감탄보다 누가 더 비슷하게 유명인을 성대모사하는지 경쟁하기에 바쁘다.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대본이 없다. 인물의 장소와 상황만 정해져 있고 감독과 상의 하에 배우가 현장에서 즉흥으로 대사를 내뱉는다. 또한 두 사람은 극 중 이름을 자신의 본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트립' 시리즈의 감독 '마이클 원터바텀' 인터뷰에 따르면 배우들의 원래 성격을 과장하여 캐리커처같이 묘사했다고 설명한다. TV 다큐멘터리로 연출을 시작한 '마이클 원터바텀' 감독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움과 현실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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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끝내는 지혜로운 마무리
그들이 여행한 그리스는 지중해 연안의 국가로 에메랄드 빛 바다가 둘러싼 아름다운 섬들이 많아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그리스의 잔잔한 바다와 노천 식당에서 즐기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휴양지의 여유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스티브와 롭이 자유롭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더 나아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에 집중한다. 이전부터 '트립 투 잉글랜드'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를, '트립 투 이탈리아'에서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셀리', 마지막으로 '트립 투 스페인'을 통해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발자취를 따라갔었다. 스티브와 롭이 그들과 관련된 여행지를 둘러보며 직접 언급하거나 영화의 상황이 그들과 비슷하게 연출되었다.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Odyssey)'의 내용에 따라 터키 아소스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여행한다.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라는 뛰어난 전략으로 10년 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이타카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아들 '아이아스'의 소행과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유로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전해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다양한 문학 작품에 영감을 주었으며, '오디세이'라는 단어는 여정, 모험 여행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영화 곳곳에 '오디세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스티브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이혼한 부인과 아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행을 먼저 마무리한 스티브와 달리 롭은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오디세우스를 닮았다. 또한 40대에 잉글랜드를 여행한 그들이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긴 여행을 끝낸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거기에 그리스에서 탄생한 '희극'과 '비극'의 개념이 더해진다. 스티브와 롭은 6일 동안 각자 기쁜 일과 암울한 일을 모두 겪는다. 예를 들어 롭은 아내가 늦은 저녁에 아이를 두고 홀로 영화를 보러 갔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지만, 결말에 이르러 그리스로 찾아온 아내와 사랑을 속삭인다. 영화는 롭의 해피엔딩과 스티브의 안타까운 결말이 번갈아 보여주며 희극과 비극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트립 투 그리스'를 보통의 여행 영화가 아니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트립 투 그리스'는 시리즈를 사랑한 관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마무리였다.
우리의 오디세이는 어떻게 쓰일까?
영화를 보고 나니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오디세이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퇴근시간, 발걸음을 바삐 옮기는 사람들은 어디로 돌아가는 걸까? 내일의 고난과 역경을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했는지, 거의 끝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은 여정 동안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이야기는 새롭게 쓰일 것이다. 오디세우스처럼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감동 스토리도 가능하다. 롭처럼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스티브처럼 멋진 모습을 스스로 자랑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마음이 내키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여행하자. 언젠가 끝날 우리의 오디세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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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루프를 통해 진화한 로맨스
소설과는 달리 시각적으로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영화 매체에서 타임루프는 매력적인 소재다.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시각적인 묘사만한 게 없다. 두번 이상 반복되는 시간, 위치, 인물, 대사는 보는 즉시 관객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코믹 요소로도 더할 나위 없다. 최근에는 액션 장르나 심지어 공포 장르에까지 타임루프 소재가 확산되었지만 타임루프를 가장 많이 사용해온 장르는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프 온리>는 반복되는 타임 루프는 아니지만 반복된 단 하루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멜로를 선사하면서 관객의 눈물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타임루프는 같은 시간(일반적으로 하루)이 영화 내에서 수십 수백번씩 반복되는데 이 반복 자체가 재미 요소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반복 자체가 영화의 백미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이는 반복되는 일상,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라고 하지만 실제 관객은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관객이 겪는 반복은 실제로는 반복이 아닌 셈이다. 마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반복을 통해 달라지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그 성취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반면 타임루프에 갇힌 우리의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루동안 무언가를 쌓아 놓는다고 해도 다음 날이면 리셋되기 때문이다. 이 리셋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단 한 명만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처참해질까. 타임루프라는 소재를 멜로와 섞어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그린 <팜 스프링스>는 멜로의 요소 또한 살짝 비튼다. 누군가와 친해지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리셋, 그리고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 사이가 나빴던 누군가와는 영영 화해할 수 없다. 홀로 타임루프를 반복하며 살고 있었던 나일스(앤디 샘버그 분)의 삶은 이 타임루프에 또 다른 주인공 세라(크리스틴 밀리오티 분)가 끼어들며 달라진다. 매일이 리셋인 나일스에게 세라와의 관계는 유일하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타임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일스는 세라와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얻고, 그저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데 치중하지만 세라는 타임루프를 통해 삶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반복되는 사람들의 행동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매일을 다르게 사는 나일스와 세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던 서사는 여기서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달리한다. 나일스는 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세라는 삶과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죽고 못사는 연애 서사에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로맨틱 코미디의 90% 이상은 순정으로 마무리한다.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는 <연애의 온도>도 결말은 순정이었고(연애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은 오히려 레즈비언 연애를 그린 <연애담>쪽이다
감독병크는잠시무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 할 수 있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조차 서사에서 사랑을 쉽게 놓지 못한다. 환상을 믿는 관객에게는 안됐지만 누군가 없이 살 수 없는 삶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삶이 아니다. 정말 서로 죽고 못사는 커플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은 적당히 만나서 적당히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적당히 살다가 죽는다. <이프 온리>가 한국 관객에게 소구했던 건 권태기가 온 커플에게 비현실적인 사랑 서사를 선사함으로써 개봉 당시 관객 지분율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20대 여성들에게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현대 관객은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만다의 대사에 열광하는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제는 타임루프건 뭐건 지고지순한 로맨스 서사는 관객에게 더 이상 소구하지 못한다. <노트북>에 열광했던 관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실제 모델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이 이혼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해한다.<팜 스프링스>는 그래서 서사의 중심을 연애가 아닌 삶으로 옮겨온다. 세라와 나일스의 공통점은 타임루프에 말려들기 전에도 그닥 의미없어 보이는 삶을 살았다는 점이다. 나일스는 타임루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전의 삶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 빠져나가려는 세라를 보며 고통은 진짜라고 설파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라에게 반복되는 하루는 현실이 아니다. 반복되는 하루를 고통으로 시작해야 했던 세라는 더 이상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 타임루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세라는 나일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반부 남성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그리는 것만 같던 <팜 스프링스>는 후반부에 이르러 이를 반전시킨다. 반복되는 삶에 안주한 나일스는 그냥 여기서 매일 재밌게 지내면 안되겠냐며 이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세라를 붙잡지만 세라는 단호하게 나일스가 아닌 삶을 선택한다. 세라는 나일스와는 달리 삶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하며 하루하루를 방탕하게 사는 나일스와 대비된다.
<팜 스프링스>의 특이점은 하필 반복되는 하루가 세라의 동생 탈라(카밀라 멘데스 분)의 결혼식 날이라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식은 세라에게는 모종의 이유로 떨떠름할 뿐이다. 한편 반복되는 결혼식에 지친 나일스는 이제 정장조차 입지 않고 참석한다. 그 자신이 의미없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 나일스 또한 결혼식이 허상일 뿐이라는 점을 짐작하고 있다. 연애라는 환상에 지친 나일스와 세라는 사랑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사랑이 가진 의미를 깨닫는다. 나일스와 세라를 제외한 이들은 사랑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나일스의 여자친구 미스티(메레디스 하그너 분)는 나일스를 사랑하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필요하기에 나일스와 헤어지지 못한다. 미스티에게는 타인의 결혼식조차도 한껏 꾸미고 나가야 하며 땀조차 나서는 안되는 중대 행사다. 아름다운 결혼식에 환장해 자기 자신을 꾸미는 데 집착하면서도 연애를 놓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 자체는 시대착오적이지만 결혼식 이전에 연애조차도 어쩌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미스티는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구해준 나일스에게 끌렸던 세라는 이제 자기 자신을 구하며 삶과 사랑에 빠진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일스에게 당신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한 마디를 날리는 세라는 현대 로맨틱 코미디 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뱉은 셈이다. 죽고 못사는 연애만이 정답인 것처럼 그려지던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남성 없이도 생존하는 여성을 당당하게 서사의 주체로 내세우며 스스로를 구원하는 구원자이자 구원받는 객체로 이원화한다. 세라는 타임루프 안에서든 밖에서든 삶을 영위할 것이며, 나일스와 함께이든 아니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연애에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탈라의 결혼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축복을 빌어주는 세라는 결혼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세라를 고작 축사로부터 구해주고 생색을 냈던 나일스는 이제 세라를 믿고 따르는 객체로 변한다. 나일스의 서사인 것처럼 시작했던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손바닥 뒤집듯이 세라를 입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며 현대적인 연애 서사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제 현대 관객들은 연애가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며 운명의 짝 같은 건 없을지라도 때로 삶의 동반자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본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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