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05-19 00:18:16
끝없는 노력이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있을까?
<더 노비스> 영화 시사회 후기
알렉스 돌은 대학 신입생이며 대통령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무척 잘한다. 그러나 그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노비스 조정 훈련에 참가해서 대표팀으로 뛰어보는 것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로잉 머신으로 훈련을 지겹도록 연습한다. 그런 그녀에게는 남들이 자신을 인정해 줘야 하는 강박 때문인지 타고났다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까지 공부든 조정 훈련이든 열심히 하는 알렉스 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점점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코치에게도 인정받자 자신을 더욱 단련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자 친구에게 지지 않으려고 1등에 집착하는 알렉스 돌은 점점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을 해치게 된다.
타고났다는 말을 듣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알렉스 돌'의 노력과
투쟁을 보여주는 영화!
남들보다 치열하게 노력해야 1등이 될 수 있다는 집착이 무엇을 힘들게 했나?
무언가에 푹 빠진 사람들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영화!
알렉스 돌은 자신에게 해를 입힐 정도로 공부와 조정 훈련을 열심히 한다. 그런 그녀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여유로움이었다.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고 친구들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노력은 노오력이 되어 자신을 힘들게 했다. 또한 1등이란 단어에 집착한 만큼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 하는 알렉스 돌은 점점 미쳐간다. 그렇기에 남들이 쉬고 있을 때 자신은 끊임없이 로잉 머신으로 신기록이 나올 때까지 연습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힘들어지는 건 자신뿐이었다. 코치가 강요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르기 위해 타고난 재능이 있는 친구들보다 더 잘하려고 했기에 아주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미쳤다는 말을 듣는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압도하려면 필요 이상의 노력이 필요했고 이런 알렉스 돌에게는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노력에 장점은 있었는데 자신이 계획한 목표를 향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는 게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려고 남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본 사람들의 끈기와 무서운 추진력을 보게 되었다. 모두 1등이 되기 힘들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정말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무언가에 푹 빠지면 정말 성공하는 것일까?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점도 주는 영화 <더 노비스>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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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비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구하다가 죽을 뻔했던 '타일러 레이크(크리스 햄스워스). 그는 동료인 '닉'(골쉬프테 파라하니)과 '야즈'(아담 베사)'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미지의 인물인 '앨콧(이드리스 엘바)'이 그에게 구출 작전을 의뢰한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인 '다비트'(토르니케 브지아바)의 아내이자 타일러의 처제인 '케테반'(티나틴 달라키슈빌리)이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감옥에 갇힌 채로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있으니 제발 꺼내 달라고.
이에 타일러는 망설임 없이 처제 구출 작전에 뛰어든다. 전 아내인 '미아'(올가 쿠릴렌코)'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지은 죄를 대신 씻어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계승과 변주
죄책감. 타일러 레이크라는 캐릭터의 전부다.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인도 마약왕이 아들을 구출해 달라고 의뢰하자, 자기 아들을 겹쳐 보고는 불가능에 가까운 의뢰를 수락했을 정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긴다. 닉의 말마따나 아들을 지키지 못한 고통 속에서 사느니 죽는 게 났기 때문.
타일러의 캐릭터성은 그가 죽음을 맞이한 듯 보였던 <익스트랙션>의 결말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였다. 인질을 구하는 데 성공한 혈투 때문이 아니다. 죽음으로써 아들에게 속죄하고, 몸과 마음을 잠식한 죄의식에서 스스로를 빼내는(Extraction) 구출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속편 제작 결정이 의아했다. 아버지로서의 서사가 훌륭히 끝난 가운데 속편이 사족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익스트랙션 2>는 영리하다. 화려한 액션 안에 이야기를 녹여낸다. 전편의 서사를 계승하되, 다른 방향으로 완결한다. 아버지 타일러의 서사는 깔끔히 마무리된다. 그는 사투 끝에 깊고 무거운 죄책감을 직간접적으로 떨쳐낸다. 그와 동시에 타일러는 아버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두 번째 기회를 잡는다. 시리즈도 홀가분해진 타일러와 함께 새로운 임무에 나설 판을 까는 데 성공한다.
지평선과 빌딩이 만나는 액션
우선 <익스트랙션 2>는 액션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출신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러닝타임 내내 눈을 사로잡는 액션이 가득하다. 액션 시퀀스는 크게 3개다. 조지아 감옥 탈출이 첫 번째 시퀀스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이자 다비트의 형인 '주라브'(토르니케 고그리치아니)의 추격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펼치는 탈출극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타일러와 주라브는 비행장과 성당에서 정면으로 격돌한다.
첫 번째 시퀀스는 현란하다. 12분가량 이어진 전편의 원테이크 액션 시퀀스와 비슷하다. 감옥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기차를 타고 추격을 따돌리는 장면까지 20분에 가까운 원테이크 액션이 연이어 등장한다. 카메라는 자동차와 기차 내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속도감 있는 추격전을 담아낸다. FPS 게임을 보는 듯한 1인칭 시점도 역동성을 더해준다.
두 번째 시퀀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호텔 건물에서 추격을 다시 한번 따돌리려는 타일러 일행과 주라브 간의 승부가 펼쳐지는 가운데, 앞선 시퀀스와는 다른 접근법을 선보인다. 감옥 탈출 시퀀스는 수평적이었다. 감옥 복도를, 운동장을, 도로와 숲 속을, 철로를 수평으로 가로지른다. 자연히 액션 동선도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호텔 시퀀스에서는 수직적인 움직임이 돋보인다. 주라브는 빌딩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위아래에서 포위망을 좁힌다. 그러자 타일러 일행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나가지의 헬기를 탈취해 탈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헬스장 같은 호텔 내부 시설 혹은 즉석으로 만든 부비트랩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이 등장해 눈을 사로잡는다.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액션 시퀀스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 비율
그런데 세 번째 시퀀스까지 오면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액션 스케일이 줄어들고 화려함도 덜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퀀스의 경우, 타일러가 유탄 발사기를 활용하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육탄전으로 가득하다. 앞선 시퀀스에서 등장한 헬기도 없고, 인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자연히 감옥 탈출 시퀀스 수준의 임팩트는 없다. 다리 위에서의 교전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전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액션만 놓고 보면 이 선택은 부적절하다. 전체적인 쾌감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드라마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신의 한 수다. 액션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타일러의 과거와 아픔이 자세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일러가 자기 자신을 구하는 또 다른 구출극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편에서 이어진 죄책감의 서사를 끝낼 기회도 생긴다. 적절한 완급조절 덕분에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매력이 더해진 셈이다.
실제로 감옥 시퀀스 전후로 타일러의 감정선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새 삶을 누리는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처제를 구출하라는 미션을 받은 후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살아볼 이유를 찾는 것뿐이라고 닉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나마 아들의 그림이 유일한 단서다. 그림을 바라보는 타일러의 눈빛에서는 새로운 임무가 단순한 구출 작전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구원과 두 번째 삶
반면에 호텔 탈출 시퀀스 앞뒤로는 타일러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액션에 힘을 뺀 만큼 드라마는 깊어졌다. 그와 ‘산드로(안드로 자파리쥐)’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인 산드로에게 타일러는 여러 이야기를 건넨다. 아들이 죽은 이유, 자기가 지은 죄, 아들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듯하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처조카의 힐난도 순순히 인정한다.
아내와의 재회도 마찬가지다. 여동생과 조카를 은신처로 데려가기 위해 타일러의 집을 방문한 미아. 타일러는 그녀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아들이 투병 생활하는 동안 파병을 핑계 삼아 가족을 떠났던 과거를 자책할 뿐이다.
타일러의 서사는 가장 초라한 액션 시퀀스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처조카를 구하는 사투와 죄책감과 싸우는 혈투가 동시에 펼쳐지다 보니 감흥이 제일 진하다. 배경이 하필 성당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성당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신의 건물이다. 타일러는 그 안에서 자기 죄를 씻어내고, 두 번째 삶을 찾는다.
이는 갠지스 강에 빠져 죽음으로써 속죄하려 했던 1편 결말과 묘하게 대조된다. 미아의 마지막 말처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타일러의 모습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맺는다. 미아는 전 남편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은 파병 간 타일러를 비난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사람들을 구하러 간 영웅이라 불렀다고. 그러니 더 이상 자책하고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맺음과 새 출발
그러다 보니 <익스트랙션 2>는 <007 스카이폴>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카이폴>도 액션을 초중반부에 몰아넣었다. 반면에 후반부에는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은 액션을 배치해 드라마에 집중했다.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M'(주디 덴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빌런 '실바'(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 덕분에 <스카이폴>은 이후 <스펙터>와 <노 타임 투 다이>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익스트랙션 2>도 마찬가지다. 타일러의 발목을 붙잡던 가족사를 완결하면서 전편의 서사를 능숙하게 마무리지었다. 다음 시리즈의 초석도 단단히 다졌다. 그의 새 삶을 응원하면서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예고한다. 산드로나 주라브처럼 완성도가 아쉬운 몇몇 캐릭터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나리오를 작성한 조 루소의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서 유달리 눈에 띈다.
Acceptable 무난함
액션과 드라마의 탁월한 완급 조절로 시리즈의 토대를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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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아카데미에 최초로 도전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최근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총 4개 부문 수상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의 영예를 안으며 그동안 로컬 시상식으로 인식되어왔던 외국어 영화의 장벽을 허물었다. 한편,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 <레드슈즈>또한 오스카의 가다로운 입후보 요건을 충족하며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아카데미에 도전하게 되면서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아카데미 심사위원회는 지난달 말 제 93회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1차 후보인 총 27개 작품을 발표했다. <레드슈즈>는 해외 제목인 <Redshoes and the Seven Dwarfs> 로 디자니픽사의 <소울>,<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 드림웍스의 <크루즈 패밀리:뉴에이지 >, <트롤 : 월드투어> 등의 유명 스튜디오 작품들과 함께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입후보의 자격과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강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만큼 <레드슈즈>가 한국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에 입후보 한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인이 일부 제작에 참여하거나, 투자/기획으로 참가한 작품이 미국에 진출한 사럐는 있었으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체 과정을 한국 제작진이 손수 만든 상업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미국 배급사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사례는 <레드슈즈>가 최초이다. 즉, 이번 <레드슈즈>의 아카데미 도전은 순수 국내 제작진이 이루어 낸 토종 애니메이션의 아카데미 도전으로도 볼 수 있다. <레드 슈즈>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싸이더스 애니메이션이 기획한 3D 애니메이션으로 각본 및 연출은 홍성호 감독이,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은 김상진 디자이너가 맡았으며 김형순(주)로커스 대표와 황수진 PD가 프로듀서인 작품이다. 싸이더스 애니메이션 황수진 프로듀서는 "어려웠던 미국 진출에 이어 아카데미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아직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는 도전하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계속 문을 두드리다 보면 머지않은 시기에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애니메이션과 싸이더스 애니메이션의 도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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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이 글은 영화 [서브스턴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글은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가상의 상황에서 편지를 받았다고 제발 믿어주라(?)
사진 출처:다음 영화
리지 씨에게.
안녕하세요.
우선 너무 늦게 당신의 이야기를 영화관에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저 역시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라는 같잖은 헛소리를 최근까지도 들으면서 자란 사람이기에. 당신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참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먼저 영화를 본 친구들은 분명 징그럽고 피 튀기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막상 영화관을 나올 때 저를 지배했던 감정은 당신을 향한 슬픔과 동병상련이었습니다. 이런 감정의 부조화는 마치 당신과 또 다른 당신의 관계처럼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마음이 꽤 오랫동안 복잡했어요. 어쩌다 거울 속의 당신을 스스로가 미워하게 된 것일까.라는 물음에 제가 감히 답을 낼 수도, 내기도 어려웠거든요. 저의 얕은 생각과 비루한 기억력을 거스르고 또 거슬러 올라가서. 그 미움의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를 더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답(?)이 나오더라고요.
단 한마디였습니다. 당신의 빛남(sparkle)을 가져간 것은. 타인. 그것도 당신보다 더 나이가 들었으면 들었지. 아니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남자의 단 한마디. 아마도 당신은 여태껏 스스로 빛을 내는 별(항성)인 줄 알고 살아왔을 텐데. 그 비수는 참 힘이 세서. 당신의 안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던 핵융합의 심장부에 꽂혀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당신 안의 반짝임을 스스로가 찾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의 평판을 반사해야만 빛나는 행성이 되어버린 순간이라고 할까요. 아, 그리고 저는 당신이 새우를 씹던 하비의 입을 찢어놓지 않았다는 그 절제력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저였으면 포크로 아마 콧구멍을 후벼 팠을 거예요.
사진 출처:다음 영화
한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은교]에서는 이런 문장(대사)이 있습니다.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말이죠. 분명 당신 또한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패배감과 상실감. 그리고 더 이상 스스로 빛날 수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도 없으니 반사되어 빛나기라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함이 아마도 수의 탄생을 부추기는 힘이 되어버렸으리라고 생각해요.
나였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저 역시 또 다른 나의 탄생을 막을 수 없었을 거예요. 과연 누가 당신의 선택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그리고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가정을 한다면. 차라리 저는 수의 탄생 이후에 당신이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어쨌거나 서브스턴스 제공사(?)측의 말처럼 당신과 수는 하나였으니까. 두 사람 간의 균형이 지켜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인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당신이 멍하니 TV앞에 앉아서 수의 탄생 전 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과의 데이트에 앞서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립스틱을 빡빡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미워하는 듯한 당신의 모습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언젠가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물론 그 어떤 위로도 당신에겐 통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수를 탄생시킨 것은 당신이고. 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젊음을 누리고 싶었던 것도. 그리고 그토록 증오했지만. 어쩌면 당신에겐 가장 필요했을 하비의 인정을 바랐던 것도 당신이었을 테니까요. 다시 한번 더 빛나고 싶다는 스스로의 욕망이 이토록 큰지. 당신도 몰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욕망이라는 게.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깊이의 우물 같은 것이니까요.
사진 출처:다음 영화
육신이라는 게 참 덧없지요.
분명 미워해 마지않던 50대의 당신이었잖아요. 하지만 그마저도 수에게 하루 이틀, 야금야금 빼앗기고 난 후의 당신의 눈빛은 참 아팠습니다.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커다란 액자 속 스스로가 미워했던 그 모습을 말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절박감은 수에게도 찾아왔죠. 그녀가 늦게 깨달은 것인지. 당신이 일찍 깨달은 것인지. 줄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의 치아가 뽑혀나가는 그 순간만큼은 그저 한 사람의 절박함과 공포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토록 기다렸던 시간의 정중앙에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순간으로 기록되어야 할 그 순간에. 피를 흘리다 못해 분사하는 당신의 모습은 여태 하고 싶었던 본심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괴물인가. 아니면 당신들이 괴물인가. 아니지, 우리 모두 괴물인거지.라고 울부짖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영화 [샤이닝]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그 괴기스럽기도, 또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 장면에서. 저는 허망하게 흩어지는 당신의 살점과 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주변 세탁소에서 기함을 토하며 그냥 이 옷을 버리라고 말할 것 같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꼭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 물론 정상적인?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피를 그만큼 흘릴 수도 없을뿐더러 그만큼 흘리면 명예의 전당까지 기어갈 힘도 없겠지만. 이것은 저의 직업병이며 영화적 허용이라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사진 출처:다음 영화
마지막 인사를 뭐라 해야 할지 참으로 많이 망설였습니다.
당신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이해한다 라는 뭉뚱그린 말로도 그간 입은 상처를 다 보듬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동안 외로웠죠.라는 개똥철학도 건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힘내라는 뻘소리도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최후는 바닥에 묻은 케첩의 말로처럼 참 처참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끝나버렸죠. 이 모든 것이 아 시발 꿈처럼 느껴지는 마지막이었기에 더 어떤 말로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른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당신이 겪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절대 없어지지 않겠죠. 두 번째 당신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저 역시 그 푸른 드레스를 입은 살덩어리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을 자신은 없습니다.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도망갈걸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기억될 거예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죠. 그게 정말 당신이 원했던 것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추신.
그…. 주삿바늘은 한 번쓰고 버리신 거 맞죠? 어우.. 제발..
[이 글의 TMI]
1. 이렇게 자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연휴 내내 자는 중.
2. 이럴 거면 그냥 겨울잠을 자라.
3. 노동요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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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아먹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
공포영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귀신, 악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에서부터 잔혹한 살인마와 같은 실질적인 공포까지. <에이리언 시리즈>는 호러영화 중에서도 크리쳐물에 속하는 장르지만, <쥐라기 공원>, <죠스>, <피라냐>등과는 다른,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절망을 자극한다. 바로 이성과 본능의 선과 악을 뒤집는 내용들과 무자비한 성폭력의 메타포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 '제노모프'로도 불리는 이 괴생명체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인간과 제노모프의 기원을 다루는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나오듯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창조주들이 만들어 낸 생물이다. 이 제노모프는 알에서 태어나 '페이스허거'로 불리는 상태로 숙주를 찾아 얼굴에 들러붙고 입에 삽입해 제노모프의 유충을 넣는다. 제노모프의 유충은, 숙주의 DNA와 결합해 숙주에 따라 다른 형태의 성체로 자라난다. 인간의 DNA와 결합한 제노모프는 뛰어난 지능과 포악한 본능으로 생물들을 잡아먹는다.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그 특유의 미술은 기괴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던 화가 H.R. 기거가 만들었다. 제노모프의 디자인도 애초에 그가 그렸던 한 그림에 나오는 괴물을 모티브로 했다. 바이오메카니즘으로도 불리는 기거의 그림들은, 뼈와 기계 관들을 반복적으로 밖으로 드러내면서 반투명한 미끌거리는 질감을 넣어 무척이나 기분 나쁜 느낌을 준다. 특히 제노모프의 머리는 남성 성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이러한 기거의 디자인은 후에 다양한 곳에 영향을 주었는데, 만화 <베르세르크>의 사도와 5인의 천사들 디자인이 그 예다.
디자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페이스허거는 강제로 얼굴에 들러붙어 삽입을 해서 유충을 몸속에 넣고, 나중에 체스트버스터가 되어서 가슴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이 과정은 그저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라서 무섭다기 보단 성폭행에 의한 강제임신과 출산을 연상시켜 더 끔찍하게 만든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전부 여성이고, 여성이 침을 질질 흘리는 남성 성기모양의 머리를 가진 폭력의 화신인 괴물과 대항해 싸우는 내용이다. 그 세세한 영화 뒷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영화 미술이나 디자인, 연출들이 그걸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끔찍함을 넘어서서 불쾌함으로 다가가 영화 자체를 보기 힘들어할 수도 있다.
또한 제노모프는 태어난 본능으로 인간의 뇌를 주식으로 먹는다. 본능이 이성을 잡아먹는 것이다. 본능과 이성의 뒤집힘은 작중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 앤디와 같은 합성인간이 이성적이라면 제노모프는 본능적이고, 인간은 그 중간에서 이성과 본능을 다 가지고 있다. 인간의 본능은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전혀 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살려는 본능이나, 친구를 살리려는 본능에 이끌려 죽음을 자초한다. 이 와중에 이성만이 극대화된 합성인간들은 합리적인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주인공들이 들어가게 되는 우주정거장은 로물루스와 레무스 모듈로 이루어져 있는데,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로마를 건국한 형제의 이름이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도 전쟁의 신 마르스의 강간으로 낳은 자식이다. 또 로물루스 모듈은 모두 제노모프의 근거지가 되어 승무원들이 잡혀가 숙주가 되어있는데, 역사에서도 로물루스는 로마에 여성이 부족하다고 이웃나라의 여자들을 납치했었다. 레무스 모듈이 그나마 웨이랜드 유타니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모듈이라면, 로물루스의 연구소는 그들의 끝없는 탐욕의 본능을 드러내는 모듈이다. 이 탐욕은 제노모프보다 더욱 끔찍한 것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본능이 나쁜 것이고, 이성은 합리적이며 옳은 것일까? 망가진 합성인간이 인간성을 되찾고, 인간성은 죽음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한다. 모든 것이 계산대로 완벽할 순 없다. 제노모프도 통제할 수 있다는'합리적 이성'으로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본능으로 끔찍하게 이성의 상징인 뇌를 잡아먹으며 죽이지 않은가.
수많은 시리즈를 낳은 <에이리언>이지만,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근본의 메시지에 가장 충실하다. 70년대 사이버펑크가 지닌 우주선의 디자인부터, 남성의 성폭력과 여성이 대항하는 힘, 본능과 이성의 줄다리기. 그리고 <이블데드>를 리메이크하면서 인정받은 페데 알바레즈의 뛰어난 연출력까지. <에이리언 시리즈>가 가진 특징과 재미를 그대로 살려냈고, CG가 아닌 실물이 보여주는 질감과 레트로한 감성은 <에이리언>을 처음 접하는 젊은 관객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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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익스클루시브! 왓챠 유저라면 꼭 봐야할 영화 5
왓챠 익스클루시브 ! 왓챠 유저라면 꼭 봐야할 영화 5
왓챠 익스클루시브란, 왓챠가 콘텐츠 마켓을 샅샅이 살펴보며 왓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선한 숨은 보석들에게 붙여지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가주의 영화들로 프랑스, 벨기에, 모로코 등 다양성을 가진 예술영화들로 선정하여, 왓챠 익스클루시브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일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왓챠의 스페셜 컬렉션 작품 중에서도, 씨네랩이 엄선한 다섯 작품, 함께 보실까요?
1. 스왈로우 Swallow (2019)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처 : 네이버 영화
" 그림 같은 집, 완벽한 남편, 곧 태어날 아기까지, 남부러운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헌터. 그런 그녀가 욕망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입에 넣어선 안될 것을 넣는 것이다. 유리, 송곳… 점점 더 날카로운 물건을 입 속에 넣으려는 헌터. 그녀의 욕망을 알아챈 남편과 남편의 어머니는 그녀의 삶을 제어하려 들고, 결국 결혼 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헌터는 자신의 위험한 집착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에 직면해야 한다. "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연출작인 스왈로우는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또한, 제45회 도빌아메리칸 영화제 특별상, 제 23회 판타지아 영화제 각본상, 감독상, 제 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으로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2.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1988) -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처 : 네이버 영화
"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 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는데... "
어린 토토와 늙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을 그린 작품 <시네마 천국>은 최고의OST ,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입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6회 노미네이트되고, 20회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게다가 왓챠 익스클루시브에서는 리마스터링 버전 4k로 감상 가능합니다!
3. 마법에 빠졌어요 On a Magical Night (2019) - 크리스토프 오노레
출처 : 네이버 영화
" 남편 몰래 젊은 제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던 중년 여성 마리아. 제자와 헤어지고 돌아온 어느 밤, 남편 리샤르에게 외도사실을 들키고 만다. 깔끔하게 외도를 인정하는 마리아. 되려 각자의 성생활 없이 20년이 넘는 부부생활을 지켜올 수 없었다며 당당하게 주장한다. 결국 남편을 피해 건너편 호텔로 넘어간 마리아는 집이 바로 마주보이는 212호에 방을 잡는다. 눈 내리는 창문 사이로 리샤르를 바라보다 잠이 들고 마는데.. 얼마 후, 난데없이 눈 앞에 나타난 젊은 시절의 리샤르. 마리아가 사랑했던 25살의 앳된 얼 굴로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의 <마법에 빠졌어요>는 ‘ 불륜’을 소재로 다룬 프랑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마법의 빠졌어요>의 여주인공 키아라 마스트로야니는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여우주연상을 하여 영화의 이름을 더 알리기도 했습니다.
4. 냠냠 Yummy (2019) - 라스 다모야쥬
출처 : 네이버 영화
" F컵 가슴은 알리손에게 저주이다. 그녀는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B컵 가슴을 얻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다. 허름하지만 환자가 넘치는 동유럽 시골의 한 성형외과. 알리손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가슴 축소 수술에 들어가려는 순간! 피와 살에 굶주린 좀비 무리가 나타난다. 알리손은 피만 보면 기절해서 의사가 되지 못한 남자친구 미하엘 그리고 딸의 가슴수술 여정에 끼어 안티 에이징 시술을 받기로 한 엄마 실비아와 이 좀비 지옥을 탈출해야한다."
제목부터 B급 코미디 영화임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냠냠>은 벨기에 좀비 영화입니다. 냠냠은 BIFAN X WATCHA 온라인 상영관 상영작으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매진 기록을 펼쳐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5. 상어 The Sharks (2019) - 루시아 가리발디
출처 : 네이버 영화
" 마을 해변에 상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자 작은 동네가 들썩인다. 조용한 성격의 14살 로시나는 아버지의 일터에서 알게된 20대 호셀로가 흥미롭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가운데, 로시나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욕망을 천천히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설렘도 잠시, 곧 호셀로의 관심사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그녀. 머리속에서 상어가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한다. "
영화 <상어>는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우루과이 영화지만,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제 35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드라마 부문 감독상을 받으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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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년 후 | 야심이 재미를 앞선 좀비 신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생물학 무기 연구소에서 '분노 바이러스'가 유출되어 좀비가 생겨난 지 어언 28년. 영국 전역이 봉쇄된 가운데, 일부 생존자들이 모인 섬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12살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처음으로 본토로 나갈 준비를 한다. 아버지 '제이미'(에런 타일러존슨)와 함께 감염자를 사냥하는 일종의 성인식을 치를 자격을 얻었기 때문. 그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마주하면서도 끝끝내 첫 사냥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사냥 이후 여러 의문에 사로잡힌다. 본토에서 본 불은 무엇인지, 아버지는 의사 '켈슨'(랄프 파인즈)의 존재를 알면서도 왜 병에 걸린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의 치료를 그에게 안 맡겼는지, 아버지가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하는지 등. 결국 스파이크는 켈슨에게 엄마를 데려가기 위해 다시 본토로 나서고, 낙오한 스웨덴 군인 '에리크'(에드빈 뤼딩) 등을 만나며 은폐된 진실을 발견한 끝에 자신의 성인식을 끝마친다.
신화적 야심을 받치지 못한 좀비물의 재미
2003년에 개봉한 <28일 후>는 문자 그대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좀비 영화 장르를 재창조했기 때문. 기존 좀비 영화 속 좀비는 주술로써 만들어졌고, 느리게 움직였다. 하지만 <28일 후>이 보여준 좀비는 전혀 달랐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탄생했고, 사람보다 빠른 공포의 존재였다. 좀비 영화 중 가장 흥행 기록이 좋은 <월드 워 Z>나 <부산행> 속 좀비만 봐도 <28일 후>의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실감할 수 있다.
<28일 후>가 남긴 발자국 덕분에 <28년 후>에는 엄청난 기대가 쏠렸다. <28일 후>의 속편인 <28주 후> 이후 18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고, <28일 후>의 감독과 작가인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가 모두 복귀했으며, 심지어 새 트릴로지 중 첫 번째 작품이니까. <28년 후>는 좀비 등장 이후 28년이 지난 시간대를 다룬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브리튼 섬을 봉쇄한 가운데, 영국에 남은 생존자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안타깝게도 <28년 후>는 감독, 작가, 그리고 전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확장되고 구체화한 세계관은 매력적이고,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새로운 신화를 보여주려 한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의 기획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신화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재미와 관객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야심 찬 의도와 별개로 <28년 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관객이 외면하는 재미없는 신화는 실전되기 마련이니까.
아버지라는 허상을 깨는 성인식
<28년 후>가 보여주는 미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천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과거의 세계다. 인간이 자취를 감춘 브리튼 섬 본토에서는 사슴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뛰어다닌다. 사람들은 마치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작은 마을에서 사냥꾼과 농부 등으로 나뉘어 지낸다. 옷을 입지 않은 채 본능에 충실한 채로 사냥해서 먹고사는 감염자들의 모습은 시간을 역행하는 듯한 인상을 더욱 강화한다.
이처럼 태초의 공간과 원시의 시대로 돌아간 상황에서 <28년 후>는 스파이크의 성인식을 풀어낸다. 본토에서 격리된 섬에서만 자란 소년은 처음으로 집과 가족 너머의 세상을 경험하며 성인으로 거듭난다. 성인식은 보통 다음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가족의 품을 떠나서 홀로서기를 할 자질을 지녔음을 증명하고, 그간 몰랐던 진실을 마주할 수 있으며, 결국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성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파이크의 이야기는 세 가지 의미를 모두 충족한다. 우선 그는 갑작스럽게 공격당하거나 좀비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그는 겁먹고 얼어붙는 대신 훈련받은 대로 화살을 날리면서 사냥꾼으로서의 자질을 증명한다. 감염자들을 처음 마주했던 것처럼 가족의 진실도 처음으로 직시한다.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의 변명을 들으면서 스파이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취약성을 처음으로 깨닫는다.
그래서 스파이크는 가족의 품을 떠나서 섬을 떠나서 집을 떠나서 본토로 세상으로 향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자신을 속인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고, 한 명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로 마음먹는다. 처음 사냥할 때만 해도 스파이크에게는 세상의 전부이자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의 허상이 정작 그의 첫 사냥 성공을 축하하는 성인식 파티를 하는 동안 밝혀지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엄마라는 마지막 울타리
하지만 스파이크의 성인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아직 안 되어 있기 때문. 그가 아버지의 품을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스파이크는 아버지의 불륜뿐만 아니라 그가 숨겨 왔던 진실을 하나 더 알아낸다. 사냥을 떠나 하룻밤을 보낼 때 발견한 불의 주인이 의사 켈슨이고, 그가 수백 구의 생존자와 감염자 시체를 태우며 '뼈의 사원'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
이때 스파이크는 아버지가 들려준 사실을 본인이 보고 싶은 방향으로 믿어 버린다. 아버지는 시체를 굳이 모아서 전부 태우는 행위에 의문을 품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켈슨의 행위보다는 그가 의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일부러 켈슨의 존재를 숨겼다고 결론 내린다. 의사에게 데려가는 대신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를 일부러 방치하고, 어머니가 죽으면 홀가분하게 살려는 목적이었다고.
결국 스파이크는 어머니를 데리고 섬을 떠나 켈슨에게 향한다. 아버지에 대한 편견, 의사라면 무조건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 하나에 매달린 채로.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진실을 취사선택하는 미숙함은 그의 여정 곳곳에서 드러난다. 야간 경계 중 좀비에게 물리기 직전까지 졸고 있는 그를 엄마가 구해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달리 말해 엄마를 향한 애착은 그의 성인식을 마지막까지 방해하는 울타리나 다름없다.
성인식을 완성하는 '메멘토 모리'
이 울타리는 켈슨을 만나서야 무너진다. 스파이크의 눈을 가리고, 그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 강박과 믿음이 비로소 깨진다. 스파이크의 변화는 그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초반부에 그는 당연히 죽어야 하는 존재와 절대 죽으면 안 되는 존재로 세계를 나누어서 바라본다. 아버지에게 배운 그대로다. 감염자들은 죽여야만 하는 사냥감일 뿐이고, 엄마는 절대 죽으면 안 되는 존재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아버지 없는 본토에서 그의 맹신은 서서히 금이 간다. 임신한 감염자의 출산 과정을 목격하고, 태어난 아이가 빨간 눈을 지니지 않은 비감염자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당연히 죽어야 하는 존재라는 가르침에 처음으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또 다른 믿음에도 균열이 생긴다. 가까스로 만난 켈슨에 따르면 어머니는 암에 걸렸고, 이미 전신에 암세포가 퍼졌으며,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
켈슨의 말을 못 믿던 스파이크는 자신이 시한부임을 오래전부터 느꼈다는 아일라의 고백을 들은 후에야 그간 부정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진실을 마침내 수용한다. 더 나아가 '메멘토 아모리스'(Memento Amoris), '사랑을 기억하라'라는 가르침도 실천에 옮긴다. 죽음을 기념하는 방법에 따라 죽음이 삶보다 가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으니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배우면서 그는 비로소 어머니라는 울타리 너머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다.
이는 스파이크가 아버지와 함께 겪은 초반부 성인식과 대조되는 후반부 장면들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버지랑 동트는 하늘을 봤던 스파이크. 그는 이제 '뼈의 사원'에 안치된 엄마의 유골 옆에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한다. 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섬에 돌아왔던 것과 달리, 엄마의 이름을 붙여준 아기를 아버지에게 맡긴 채 다시 본토로 떠난다. 그렇게 스파이크는 진정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증명해 보인다.
대니 보일이 어레인지한 신화
이렇게 보면 <28년 후>는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가 수백 년 전으로 되돌아간 잉글랜드를 배경 삼아 새롭게 구성한 신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스파이크의 성인식에서는 원형적인 신화소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스파이크와 부모님의 관계는 오이디푸스 신화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나란히 누워있는 스파이크와 엄마 사이로 제이미가 끼어들고, 그 직후에 스파이크와 제이미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스파이크가 맞이한 결말도 오이디푸스의 최후와 비슷하다. 그들은 예정된 가족의 비극을 막아보려고 애쓰지만 결국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다. 끝내 어머니를 잃은 후에 가족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도 같다. 그나마 스파이크는 아버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 자기 잘못 때문에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고 남은 생을 죄책감 속에 살게 된 제이미 입장에서는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28년 후> 트릴로지를 평범한 장르물이 아니라 신화적 서사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속편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명확하게 느껴진다. 영화가 '지미'(잭 오코넬)를 소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그의 이름을 여러 복선을 통해 암시한다. 예를 들어 스파이크는 첫 사냥 도중 한 허름한 건물에 매달려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살아서 매달린 채로 감염자에게 물리고 까마귀밥이 된 그의 몸에는 지미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지미는 감염자에게 쫓기던 스파이크를 구해주면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때 그의 외관이 흥미롭다. 금색 장발에 금 장신구로 치장한 스타일을 보다 보면 BBC의 간판 MC였으나 아동 성범죄자로 밝혀진 '지미 새빌'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목에 걸린 역십자가 목걸이는 <28년 후> 트릴로지가 가족 신화에서 멈추지 않고 선과 악, 종교와 구원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하는 시리즈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신화와 좀비물의 충돌
문제는 <28년 후>가 신화를 들려주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것.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화들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명력을 유지며 회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메시지가 아니었다. 메시지를 담아낸 이야기 그 자체가 흥미롭고 흡입력이 있었기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었기에 살아남았고, 살아남았기에 그 메시지와 함의도 보존되고 회자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의 신화는 정작 재미가 없다. 각 캐릭터를 그저 신화를 전개하는 도구로만 다룬 나머지 좀비 영화로서의 이야기가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파이크가 엄마랑 본토로 떠나는 장면은 신화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이다. 반면에 좀비 영화로서는 부자연스럽다. 첫 사냥에서 죽을 고생을 한 뒤 자책하던 주인공이 별다른 고민 없이 다시 본토로 떠나는 전개는 그 자체로 설득력이 부족하다.
신화와 좀비 영화 간의 긴장은 스파이크가 기차 안에서 임신한 감염자를 발견하는 순간 정점에 다다른다. 신화적으로는 가족과 죽음의 의미를 고찰하는 계기이지만, 좀비 영화로서는 총부터 들이미는 군인 에리크에게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다. 신생아가 좀비일지도 모르고, 출산 과정에서의 소음 때문에 다른 좀비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그녀의 출산을 도와주는 스파이크 모자의 선택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좀비로부터의 생존보다는 신화적 전개에만 필요한 장면이 반복된 결과 뼈의 사원에서 펼쳐지는 후반부 시퀀스는 물음표로 가득해진다. 시한부라 해도 엄마를 즉시 죽이고 화장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 감염자의 출산을 돕다가 죽은 에리크의 해골을 사원에 안치하는 게 과연 적절한 위로일지 의아한 것. 결국 이처럼 이야기의 재미보다 기괴한 인상이 주목받는 순간, 대니 보일의 새 신화가 의도한 종교적 의미는 자연히 설득력을 잃는다.
기대만큼 실망이 큰 좀비 신화
사실 <28년 후>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군화'를 활용한 몽타주가 대표적이다. 2차 보어 전쟁 당시 영국군 보병들이 행군에서 영감을 얻은 '군화'는 소름 끼치고 옥죄어드는 심정을 묘사한 시로 유명하다. <28년 후>는 이 시를 낭송하는 내레이션을 삽입하여 처음 사냥에 나서는 스파이크의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영화관을 가득 채운다.
아이폰으로 진행된 촬영과 FPS 게임을 보는 것처럼 화살에 맞는 순간 피가 렌즈에 튀고 정지된 화면 여러 개가 이어지는 연출도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살아가는 스파이크의 혼란스러움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준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적 완성도와 특이점은 신화와 좀비물의 갈등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이러한 <28년 후>의 만듦새에서는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28일 후>와 비슷한 시기에 <새벽의 저주>로 좀비 영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잭 스나이더가 20여 년 만에 제작, 연출한 넷플릭스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데드>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 감독 본인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신화적 메타포를 적극 활용했다가 오랜만의 복귀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물은 그저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신기한 공통점이다.
Poor 형편없음
청중과 독자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신화는 실전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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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보다 조금 나아진 공조, 멋진 FBI요원을 더하다
?Rabbitgumi 입니다!
공조 2편이 개봉을 했어요.
현빈과 유해진의 합이 잘 맞았던 영화죠.
이번에는 다니엘 헤니가 미국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윤아가 던지는 유머도 꽤 타율이 높은 편이죠.
유일하게 명절 직전 개봉한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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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다! 그 시대 야만족을 그냥 진짜같이 표현한 영화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allwey01
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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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종착역> 30초 예고편
사진 동아리 '빛나리' 부원인 시연, 연우, 소정, 송희는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 신창역으로 향한다.
웃음이 끊이지 않던 친구들은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여정에 점점 지쳐가고,
낯선 곳에서 14살 첫 여름방학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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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 공식 예고편
평범한 출근길,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한 통,
“지금 당신의 의자 밑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한 평범한 출근길에
한 통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 의문의 목소리는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자리에서 일어날 경우 폭탄이 터진다고 경고하는데…
의문의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성규는
곧 회사 동료의 차가 같은 방식으로 폭파되는 것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하고,
졸지에 부산 도심 테러의 용의자가 되어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된다.
내리면 폭탄이 터지는 절체절명의 순간,
경찰의 추격 속 의문의 발신자와의 전화마저 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