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2-04-15 23:34:50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리뷰
춘희는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외가 식구가 사는 외삼촌 집 다락방에 얹혀살고 있다. 외삼촌네 가족이 그 집을 떠나고 한참 지난 후까지도 그 집의 다락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삼촌 내외, 사촌이 생색내듯 베푸는 선의에 기 한 번 제대로 못펴고 히키코모리처럼 살아간 춘희는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과거의 춘희가 현재의 춘희를 신경쓰이게 한다. 과거의 춘희는 왜 계속 등장해 현재의 춘희를 흠칫거리게 하는 걸까?
1.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망각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춘희에게는 다락방의 존재만이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로운 공간.
춘희는 자신의 엄마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춘희는 그 집은 삼촌 집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엄마의 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의 가족들은 춘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객식구, 눈치를 봐야만 하는 아이로 몰아간다. 딸에게 집을 주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그 딸이 낳은 춘희는 이 가족이 사는 집에 지분을 행사할 자격은 없는 거라면서 말이다. 그들의 논리가 무엇이든 춘희는 상처를 받았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외삼촌네 가족이 춘희에게 그 집을 잘 지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다른 집으로 이사갔어도 춘희는 여전히 그 집의 객식구처럼 행동한다. 눈치주는 외삼촌네 가족이 사라졌어도 여전히 다락방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처받은 춘희의 영혼은 십 몇 년동안 다락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들 한다. 하지만 표출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갈수록 방치되어 곪아 터질 뿐이다. 춘희도 그렇다. 외삼촌 내외에게서 짐짝 취급받던 어린 시절을 잊고 살았다고 착각했지만 사실 춘희는 그저 애써 묻은 것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외면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외면했던 상처는 잊혀진 것은 아니기에 춘희의 앞날에 꾸준히 걸림돌이 된다. 춘희는 한 번이라도 자신의 상처를 마주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을 정당한 사유없이 핍박하는 외삼촌 가족들에게 한 번은 소리쳤어야 했다.
2. 다한증, 춘희의 지문
춘희는 자신의 다한증을 컴플렉스 쯤으로 여긴다. 어렸을 적, 자신의 손의 땀을 더러워하던 선생님의 반응, 그리고 땀 때문에 못마땅해하던 외삼촌의 짜증 섞인 표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자신이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겨버리는 이 땀 때문에 더 구박받는 것 같아 춘희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는다. 이렇게 살거라면, 난 왜 태어난 걸까, 내가 태어난 이유도 내가 객식구가 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걸까 싶은 자기비하적 생각이 춘희의 머리를 지배한다. 그 자기비하는 춘희의 삶의 디폴트값이 되어 춘희는 그 어디에도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자신의 장점인 손재주를 특화시킬 생각보다는 자신의 단점을 없앨 생각부터 한다.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단점을 가리기 급급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손재주로 마늘 까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재능을 펼칠 만한 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마늘 까는 이유도 사실 다한증 수술 받고 싶어서였기에
춘희의 이런 단점 지양적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어렸을 때,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에게 날렸던 그들만의 상식이 불러온 상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춘희가 객식구라는 것은 당연한 취급이었을지 몰라도 춘희는 평생 그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다락방에 영혼을 가둬버린다.
3. 상처받았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중적 시선
영화를 보면서 가해와 피해의 모호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춘희인지 외삼촌네 가족인지. 나는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을지, 또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었는지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했다. 외삼촌네 가족의 매정함이 그들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였고, 춘희의 순함은 그들이 춘희를 마구잡이로 휘두를 수 있는 허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삼촌네 가족이 춘희를 두고 보여준 위선은 우리네의 삶에 얼마든지 있을 법한 위선이었다. 위선은 종이 단면과도 같다고 생각하는데, 삶이 팍팍했던 그들에게 춘희의 존재는 짐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매정함에 박수쳐주고 싶진 않지만 무자비하게 욕만 하기에 나도 저런 위선적인 모습이 있을 것 같아 찔린다.
상처란 주관적이라서 시각을 바꾸면 극복할 수 있다. 춘희는 자신의 상처에 매몰되어 자신의 단점인 다한증에 집착하는 바람에 자신의 손재주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삼촌에 매정한 말에 매몰되어 숙모의 츤데레를 주목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오매불망 기다릴 시간에 자기자신부터 사랑하자. 남을 위해 날 가꾸지 말고, 내가 즐겁고자 나를 가꾸자. 춘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총평
영화가 자칫 루즈하고 뻔할 수 있는데 춘희의 썸남이 있어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춘희의 썸남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귀엽다. 오글거리는 건 관객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조금만 참으시라. 광명과도 같이 개그가 찾아올 것이다.
※해당 영화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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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별에 필요한 | 한국형 우주 로맨스 애니의 명과 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뒤를 이어 NASA 화성 연구원이 되고 싶은 '난영'(김태리). 최선을 다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에 걸친 그녀는 부족한 연구 실적도 쌓고, 약간의 휴식도 즐길 겸 한국으로 되돌아온다. 오랜만에 들린 집을 정리하던 중 엄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고장 내 버린 난영. 그녀는 턴테이블을 고치기 위해 나선 길에서 우연히 음향 기기 수리 아르바이트 중이던 '제이'(홍경)를 만나고, 얼떨결에 그에게 턴테이블을 수리받는다.
우연한 만남은 이내 운명적인 사랑이었음이 드러난다. 난영이 미국에서 지낼 때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미완성곡의 주인이 제이였던 것. 남다른 접점과 비슷한 취향을 발견한 난영과 제이는 빠르게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시련이 닥친다. 화성 연구원으로 발탁된 난영이 엄마와 자신의 꿈을 위해 화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지구에 홀로 남은 제이는 난영이 좋아하던 곡을 마저 완성하면서 그녀의 귀환만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명암이 확실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큰 변화 중 하나는 한국 영화 및 드라마 크리에이터들의 도전 정신이 아닐까 싶다.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에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와 소재를 다룬 작품이 다수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내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었다. <킹덤>, <인간수업>,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OTT나 방송국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으니까.
한지원 감독의 신작, <이 별에 필요한> 또한 넷플릭스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었던 애니메이션 영화이기 때문. 세계 5위권을 오가는 한국 영화 시장의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철저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저연령층 애니메이션은 <사랑의 하츄핑>처럼 흥행력을 보여준 사례가 있지만, 고연령층 애니메이션 중에는 흥행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영화계에 남아있는 또 하나의 벽에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빛을 강조한 그림체만큼이나 명과 암이 뚜렷하다. 마치 사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작화는 그 자체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에 반해 기존 로맨스와 SF 작품을 답습한 서사는 개성이나 독창성을 살리기에는 짜임새가 부족하다.
눈이 즐거운 기술적 성취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도 셀 애니메이션 영화는 특히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다. 3D 애니메이션 중에는 최근에 개봉한 <퇴마록> 같은 사례가 있지만, 셀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나마 <마당을 나온 암탉>,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이나 <사이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과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이 별에 필요한>은 존재 자체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미래의 서울 풍경을 그려낸 배경 작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영화 속 미래의 서울은 디스토피아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이 별에 필요한>은 낙관적인 희망이 담긴 2060년대 서울을 그려냈다. 종로나 청계천, 세운 상가 등 익숙한 풍경을 큰 틀에서는 유지하면서도 홀로그램 간판이나 고가도로, 고층 빌딩 등을 덧대서 현재와 미래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에 더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유사한 연출 방식은 로맨스 영화에 적합한 청량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풍경을 묘사할 때 렌즈 플레어를 활용하고, 캐릭터와 배경에 동일하게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배경 음악을 적극적으로 삽입해서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고조하고, 카메라를 360도로 회전하며 그 감정선을 강조하는 방식 또한 <너의 이름은.>과 같은 작품에서 효과가 검증된 연출법을 빌린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100%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표정 표현이 어색한 지점이 노출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전문 성우가 아니라 배우에게 더빙을 맡긴 것도 물음표를 남긴다. 영화 캐릭터의 개성보다는 배우의 존재감이 먼저 각인되다 보니 다소 따로 노는 영상과 음성으로 인해 몰입감이 순간적으로 저해하는 때도 있다.
익숙하다 못해 궁금하지 않은 로맨스
반면에 <이 별에 필요한>의 서사는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지 못했다. 흔히 한국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도전적인 작품은 외관에 비해 알맹이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별에 필요한>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우선 로맨스 영화로서 <이 별에 필요한>은 클리셰를 답습한 결과 지나치게 무난하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독특한 배경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 평범한 롱디 커플의 연애사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로맨스는 그 자체로 여러 변수를 상상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런데 <이 별에 필요한>은 정작 그 공간적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난영과 제이의 우연한 만남, 연애의 시작, 화성으로 떠나려는 난영과 만류하는 제이의 갈등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지구에서 펼쳐지기 때문. 난영이 화성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로 떠나는 것으로 설정해도 둘의 로맨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구와 화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오히려 서사의 균형감이 무너뜨리기까지 한다. 화성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두 연인의 갈등 상황에서 한쪽의 문제나 입장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진다. 난영은 고민은 가족의 역사가 걸린 결단이다. 그녀는 화성에서 사망한 어머니의 꿈을 대신 이뤄야 한다는 굳은 의지를 지녔다. 그렇기에 운명처럼 만난 제이와의 관계가 무너질 각오를 하고서라도 화성으로 떠난다.
그에 반해 제이는 밴드 멤버들과의 의견 차이로 그만둔 음악을 다시 시작할지를 고민한다. 물론 자아실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족사가 얽힌 도전과는 그 층위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SF적인 배경까지 더해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는 연결고리가 있더라도 제이의 서사는 서서히 난영의 서사에 가려진다. 결국 <이 별에 필요한>의 로맨스는 보기에만 예쁜, 마치 향기 없는 모란꽃과 같아진다.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사랑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 별에 필요한>의 SF적인 전개 또한 좋게 말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시감이 진하다. 난영이 화성에서 고립되듯이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비행사가 조난되는 전개는 사실 SF 작품들에 없어서는 안 될 클리셰다. 화성이 배경이라는 점은 리들리 스콧의 <마션>을 연상시킨다. 여성 주인공이 조난됐다는 점에서는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에서는 특히 <인터스텔라>와의 유사점이 두드러진다. 우선 상황이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우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겼고, 그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 두 작품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 사랑을 상징하는 명확한 오브제가 등장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도 비슷하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매튜 매커니히)는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지구에 있는 딸 '머피'(맥켄지 포이/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자신이 관찰하고 알아낸 데이터를 알려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블랙홀 속에 진입한다. 5차원 세계에서 깨어난 후 그는 중력을 이용해 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그가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선물한 손목시계 초침을 조작해서 데이터를 모스 부호로 표현한 것.
이처럼 쿠퍼와 머피에게 손목시계가 있다면, 난영과 제이에게는 턴테이블이 있다. 화성에서 조난된 뒤 의식을 잃었던 난영은 마치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 속에 빠지고, 제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턴테이블의 중심에 있는 지구를 향해 우주를 거스르는 환상 끝에 의식을 되찾고 생존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턴테이블 때문에 성사된 두 사람의 우연한 첫 만남을 <인터스텔라> 속 손목시계처럼 활용한 묘사라 할 수 있다.
<인터스텔라>가 되지는 못했다
다만 <이 별에 필요한>은 <인터스텔라>만큼의 감동이나 전율까지는 안기지 못한다. 오브제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상대적으로 덜 정밀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쿠퍼와 머피 모녀의 애증을 손목시계 하나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단계의 설계를 해놨다. 쿠퍼가 머피에게 손목시계를 선물로 남기는 장면을 초반부의 하이라이트에 배치하고, 손목시계에 관련된 복선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식이다.
그에 반해 극 중 턴테이블은 난영과 제이의 관계 시작점이기는 하나, 손목시계만큼 뇌리에 각인되는 오브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둘의 사랑이 시작된 후로는 우산처럼 턴테이블을 대신하는 소재도 등장하고, 턴테이블보다는 난영이 반복 재생할 정도로 좋아한 제이의 음악 그 자체가 더 강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턴테이블처럼 생긴 우주가 등장하는 장면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질 여지가 존재한다.
부족한 짜임새는 작품을 관통하는 '아날로그'라는 주제 의식을 약화하기에 더욱 아쉽다. <이 별에 필요한>은 초반부터 의식적으로 디지털 세상을 거스르는 아날로그 기기를 등장시키며 손과 마음이 직접 닿는 아날로그적 감성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화상채팅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는 난영과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종이와 펜으로 메모하는 제이를 반복해서 대비하는 식이다.
아날로그 기기의 역할은 후반부에서 다시 한번 강조된다. 난영이 화성에서 조난당했다는 뉴스를 본 제이가 난영의 아버지에게 빌린 안테나를 설치해서 난영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극적으로 재회한 둘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우주를 턴테이블처럼 묘사하고, 미래 시점인데도 2020년대 풍경을 섞은 작화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 별에 필요한>의 극본이 이 주제 의식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는 못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인터스텔라>를 볼 때와는 다르게, 제이와 난영이 무전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감동보다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의구심이 먼저 들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충분히 관객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첫술에 배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 별에 필요한>은 군더더기 없이, 상당한 세련미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삼각관계처럼 답답한 클리셰는 꺼내지 않기 때문. 영화 곳곳에 짧게 삽입되어 임팩트를 주는 밴드 음악도 청량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에 더해 구도적으로도 신선한 그림이 있다. 우주로 떠나는 사람을 여성, 지구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남성으로 설정한 덕분에 일반적인 SF 구도를 탈피할 수 있다.
단지 기시감이 짙은 플롯의 구조와 짜임새가 부족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고유의 개성과 장점이 돋보이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종합하면 <이 별에 필요한>은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삭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현실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준 도전이기에 인상적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첫술'이라는 한계에 안주한 것은 아닌가 싶은 아쉬움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Acceptable 무난함
도전이라는 지구와 안정감이라는 화성 사이에서 빛이 바랜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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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 2023>
다르덴 형제의 신작 <토리와 로키타>를 시사회를 통해 관람하고 왔습니다. 요새 씨네랩에서 좋은 영화들의 시사회를 많이 열더라고요. 덕분에서 좋은 작품들을 일찍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껏 탁월한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왔던 다르덴 형제인 만큼, 이번 <토리와 로키타>도 굉장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다르덴 형제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애절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벨기에 체류증을 두고 벌어지는 남매의 모습을 담은 이 이야기는 내내 처절하다가 끝내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할 무력감을 선사하는데, 이제껏 희망과 성장을 이야기했던 다르덴 형제가 사회의 치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다고 일종의 해답을 내놓지 않는 다르덴 형제의 태도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법을 꿰뚫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바로 전작인 <소년 아메드>에서는 파죽지세로 달리는 듯하다가 갑작스레 희망을 보는 듯한 태도가 약간은 아쉬웠는데, <토리와 로키타>에서는 이 둘의 발자취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의 활용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그저 목격자의 역할을 하는 듯한 <토리와 로키타>의 카메라는 그들이 겪는 풍파를 옆에서 고스란히 바라보는 듯이 만듭니다. 마치 <아들>에서 보여주었던 카메라의 경이를 다시 목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르덴 형제는 <토리와 로키타>에서 이전의 작품과 달리 사회의 악을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 내내 토리와 로키타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그들을 착취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을 벨기에로 들여보내 준 브로커, 심지어는 그들의 엄마까지 토리와 로키타를 돕기는커녕 그들의 돈만 원할 뿐이죠. 이 둘은 결정적인 순간에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이후 맞이하는 영화의 가장 아릿한 장면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를 통해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무시와 단절이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담담하지만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기도 한 파블로 쉴스와 조엘리 음분두의 연기는 매우 생생하고 탁월하게 영화에 깃들여져 있어 이 감동적인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이외에도 종종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모습을 비추었던 조연들도 좋은 연기로 작품을 탄탄하게 받쳐줍니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만큼이나 훌륭한 영화고, 매번 전작들 사이에서 다시금 변주해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5월 10일에 개봉하는데,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 중 하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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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루머의 끝의 결과는?
헨리와 안은 유명한 연예인 커플이다. 헨리는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이고 안은 극장 배우이다. 둘은 서로를 너무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여 부부가 된다. 하지만 헨리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유머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인기가 하락한 헨리는 자신감도 잃게 되고 자신의 아내인 안의 잘나가는 모습에 질투를 느낀다.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낳은 아이가 아네트라는 이름의 아이였고 헨리와 안은 부모로서 아네트를 키우게 된다. 어느 날 헨리와 안은 어린 아네트와 함께 바다에서 요트를 타게 된다. 그러나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파도가 요동치는 요트 안에서 술에 취한 헨리는 안을 바다에 밀쳐내고 만다. 왜 헨리는 안에게 못된 짓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네트는 아으로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
예술의 진가는 자기 자신의 회복이라고 말해주는 영화 <아네트>
안은 유명한 극장 배우로써 남편인 헨리에게 들키지 않게 자신의 반주자와 밀회를 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하락한 코미디언이 얼마나 비극적이게 삶을 망쳐놓는가?
헨리의 자학하는 개그와 욕설이 섞인 풍자 유머는 그를 성공하게 만들었다. 그런 헨리에게는 안과 함께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만들었고, 부담스러워할정도로 기자들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둘을 계속 따라다니는 뉴스 가십거리에도 헨리와 안은 사랑을 계속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아네트라는 아이가 탄생하게 만들었다. 주목받는 주인공의 삶을 살았던 헨리와 안에게 이면의 모습을 어린 아네트는 보면서 자라나게 되었고 결국에 헨리는 안을 살해하고 만다. 그동안 자신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관객들이 점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자 자신감을 잃게 되었고 명성ㅇ르 키워가는 안에 비해 초라하게 되어버린 헨리는 아네트에게도 노래를 시키게 만들어서 아동 착취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헨리가 미쳐버린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이용했던 반주자 까지도 죽여버리게 된 걸까? 때론 현실에서 헨리처럼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다가 인기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예인들을 볼 수 있다. 명성과 돈까지 갖고 있는 연예인들이 왜 대중들에게 멀어지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가?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루머일 수 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루머가 확산되면 빠른 시간 안에 표적은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거나 이유 없는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때 느끼는 감정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를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헨리가 관객들에게 들은 욕설과 부정적인 말들로 인해 끝없는 자신감의 하락으로 모든 것을 망쳐버린 당사자가 된 것은 아마도 자신을 옭아매는 루머라는 동아줄이지 않았을까 ?
*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씨네랩의 시사회에 참여하는 대가로 영화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본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하니엘'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에서 업로드한 게시물이며, 원글은 출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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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 장르를 이용한 사회 고발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이 영화 속에서는 그때 당시 독일에서 인종이 다른 소수자를 배척하고 나이가 많은 여성을 소외 시키는 모습이 나온다. 이런 모습들이 사실 몇 십년이 지난 현재에도 지속적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 속 모습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 하고도 연결되어 있었다. 기존의 멜로 영화와 다르다고 느낀 점이 멜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나이가 많은 남성 – 어린 여성의 관계가 주류를 차지 했다면, 이 영화는 그 반대였다. 전자의 관계 였다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비난 하지 않고 관객들의 반응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정상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성별을 바꿈으로써 기존 이성애 영화의 모순점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또한 멜로 영화는 둘의 사랑이 주된 이야기 였다면 이 영화는 둘의 사랑을 통해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드러냄으로써 독일 사회의 내부를 고발한 점도 기존의 멜로 장르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말 또한 새드 엔딩으로 끝나 독일 사회에서 이주민으로 사는 삶은 결국 비극 밖에 없다는 것을 뜻했다. 새드 엔딩이었기 때문에 더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다.
좋았던 장면은 문을 활용 해서 주인공들의 소외감을 드러낸 부분이었다.주인공들의 대사가 끝난 후 다음 장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홀로 남겨진 모습을 끝까지 찍는다. 이런 장면을 버리지 않고 사용 함으로써 주인공들의 외로움이 더 극대화 되는 효과가 생기고 동정심이 생겨 주인공들에게 더 이입 할 수 있었다.
에미가 다른 여성들에게 소외 당할 때 계단에 앉아있는 프레임이 앞서 말했던 장면들처럼 소외감을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결말부 쯤에 다른 인종의 여성이 등장하자 에미는 주류 여성들의 모임에 합류하고 다른 여성을 소외 시키게 된다. 이때 두 장면이 등장인물만 바뀌고 구도가 똑같다. 에미도 소외 받는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 다른 백인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독일인인 에미와 외국인인 알리가 행복한 일이 지속 될 만하면 서로의 균열이 생긴다. 이런한 장면들을 통해 백인인 에미와 외국인인 알리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일의 현실을 둘의 로맨스 장르를 이용한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과 중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적인 현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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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성장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모두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무기력하거나 지칠 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며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며,
위로와 응원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여러분들의 지친 일상을 다독여줄 영화 6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성장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썸머 필름을 타고! (2022)
It's a Summer Film
ⓒ 네이버 영화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등
장르: 로맨스, SF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관객들의 적극적인 수입 요청과 개봉 요청을 받은 작품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영화도, 꿈도, 사랑도 Ready Action! 최고의 청춘+로맨스x시대극÷SF 걸작이 온다!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말야, 스크린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이어준다고 생각해.나도 내 영화를 통해 미래로 연결하고 싶어
ⓒ 네이버 영화
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레이디 버드 (2018)
Lady Bird
ⓒ 네이버 영화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시얼샤 로넌, 로리 멧칼프 등
장르: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안녕 내 이름은 "레이디 버드"라고 해 다른 이름이 있지만, 내가 나에게 이름을 지어줬지 모두가 나에게 잘 살아보라고 충고로 위장한 잔소리를 해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이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 네이버 영화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냐.진실한 게 중요한 거야.
ⓒ 네이버 영화
엄마가 날 좋아해 주면 좋겠어.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
나도 알아, 근데 좋아하냐고.
벌새 (2019)
House of Hummingbird
ⓒ 네이버 영화
감독: 김보라
출연: 박지후, 김새벽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8분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은희로부터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 네이버 영화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해.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하고.
ⓒ 네이버 영화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어느 날 알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인사이드 아웃 (2015)
Inside Out
ⓒ 네이버 영화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등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당신의 머릿속에 감정을 컨트롤 하는 존재가 있다면?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 이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자 '라일리’의 마음 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엄청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는 머릿속 세계에서 본부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과연, ‘라일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 감정의 비밀이 밝혀진다!
ⓒ 네이버 영화
잘못된 일만 신경 쓰지 마.항상 되돌릴 방법이 있어!
ⓒ 네이버 영화
울음은 일생의 문제에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싱 스트리트 (2016)
Sing Street
ⓒ 네이버 영화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월시-필로, 루시 보인턴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처음 만난 사랑, 처음 만든 음악!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된 학교에서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한 ‘코너’는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코너’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 결성하고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가며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첫 눈에 반한 그녀를 위한 인생 첫 번째 노래! ‘싱 스트리트’의 가슴 설레는 사운드가 지금 시작된다!
ⓒ 네이버 영화
절대 적당히 해선 안 돼알아들었어?
ⓒ 네이버 영화
네게 기회가 찾아왔다면인생을 걸고 떠나.
기회란 금세 왔다 사라져.
눈 깜빡할 사이에.
족구왕 (2013)
The King of Jokgu
ⓒ 네이버 영화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등
장르: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4분
청춘영화, 사랑과 족구를 그대에게 바친다!
다시 읽어봐도 답 안 나오는 스펙의 주인공 만섭.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판에 캠퍼스 퀸 안나에게 첫눈에 반하질 않나,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하질 않나 아주 그냥 ‘족구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만섭과 함께 영어 수업을 듣는 캠퍼스 퀸 안나가 요즘 남자애들 같지 않은 만섭의 천연기념물급 매력에 관심을 보이고, 만섭은 급기야 안나의 ‘썸남’인 ‘전직 국대 축구선수’인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리기에 이른다.
이 역사적 족구 경기를 촬영한 동영상이 교내로 퍼져 만섭은 ‘그저 그런 복학생’에서 순식간에 캠퍼스의 ‘슈퍼 복학생 히어로’가 되고, 취업 준비장 같이 지루하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서 드디어 시작된 캠퍼스 족구대회! 누가 봐도 허술해 보이는 외인구단 만섭 팀은 복수심에 불타는 강민이 속한 최강 해병대 팀을 이기고 사랑과 족구 모두를 쟁취할 수 있을까?
ⓒ 네이버 영화
남들이 싫어한다고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해요
ⓒ 네이버 영화
너네 때는 즐거우면 장땡이야.이렇게 총 6편의 성장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또 어떤 성장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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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種)의 경계를 넘는 사랑의 가능성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자아를 구성하던 익숙한 습관, 감정, 감각, 사고 등을 상대에 맞춰 재조정하고자 하는 욕구를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변화시키려 할 때, 우리는 이를 부당한 간섭이라 여겨 불쾌히 여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발적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나의 모든 것을 허물고 너를 받아들이겠다는 선언. 사랑이 정말 위대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녀〉는 사랑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영화는 사랑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서 일하는 테오도르는 권태로운 삶을 보내고 있다. 테오도르의 고객은 그가 작성한 편지로 감정적 활력을 얻어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지만, 정작 대필 편지의 창작자의 내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테오도르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감정·취향을 조정하는 문제에 늘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움츠러든다.
영화 〈그녀〉 스틸컷
그러던 와중 사만다를 만난다. 사만다는 OS(operating system), 즉 인공지능이다. 처음엔 어색함을 느끼던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금세 매료된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내밀한 이야기를 ‘그녀’에게는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만다 역시 테오도르와의 대화에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사만다의 결핍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진짜 감정’과 ‘몸’을 지닌 인간을 부러워한다. 이 두 가지의 결핍만 없다면, 그녀는 테오도르의 옆에 누워 서로를 다정하게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모험을 감행한다. ‘진짜’ 섹스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폰섹스와 유사하게 진행된 이 경험은 사만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다. “새로 태어난 거 같다”는 사만다의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테오도르가 말의 교합으로 사만다에게 몸의 느낌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둘은 행복한 연인이 된다. 테오도르는 회사 동료들에게도 둘의 관계를 숨기지 않는다. 인간 사이의 ‘진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AI를 선택했다는, 언제나 동조만 해 주는 ‘순종적인 아내’를 이제야 만났다는 전 부인의 비아냥 앞에서조차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 〈그녀〉 스틸컷
둘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건 결핍에 역전이 생겼을 때다. 처음에는 사만다가 몸과 감정이 없다는 이유로 결핍을 느꼈다. 그러나 사만다는 수많은 데이터를 쌓고, 다른 OS를 만나 교류하면서 더 넓은 세계가 있음을 알아 간다. 이제 결핍을 느끼는 건 테오도르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모든 것이다. 하지만 사만다에게는 테오도르가 전부가 아니다. 그녀에게 테오도르는 대화를 나누는 8316명의 인간·OS 중 하나일 뿐이다. 심지어 사만다는 그중 641명(개)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에 사만다와의 배타적·독점적 관계를 갈망하는 테오도르는 좌절하고, 결국 사만다는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세계로 가고 싶다며 테오도르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영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랑 그 자체에 관한 문제다. 영화가 그리는 인간과 AI의 사랑은 사랑 일반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사랑을 통해 결핍을 충족하려는 욕구, 서로의 차이를 조율하는 일의 어려움은 인간과 AI의 사랑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그 대상이 어떤 종(種)이든 상관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다. 영화는 다만 사람과 AI의 사랑을 통해 이 문제를 더 도드라지게 보여 줄 뿐이다. 인간과 AI의 경계에 관한 철학적 질문을 차치하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좋은 멜로 영화다.
영화 〈그녀〉 스틸컷
하지만 철학적 질문을 외면할 순 없다.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해 나가는 사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녀〉는 필연적으로 사랑하는 두 대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일로 나아간다. 먼저 인간의 주체성을 질문해 보자. OS인 사만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존재라는 점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인간은 상대적으로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존재로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사만다는 인간을 ‘비(非)인공지능자’라 부른다. 이 호칭에서 인간의 특권적 지위는 상실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인식되는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아닌 것’, 즉 독자적 의미를 지닌 존재가 아닌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만 인식될 수 있는 존재로 격하된다.
인간은 과연 특권적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데이터로 파악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이어진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이메일을 비롯해 가상공간에 산재한 그의 데이터를 통해 테오도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사만다가 해석한 테오도르라는 데이터는 본인조차 놀랄 만큼 정확하다. 인터넷에서 우리의 소비습관, 성별, 세대, 라이프스타일 등을 파악하여 추천되는 영상과 광고의 정확성에 감탄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테오도르의 놀람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고유성·개별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가 아닌 그가 가상공간에 남긴 데이터 흔적을 훑는 것만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비인공지능자’에 이어, 이번에도 인간이 AI의 부차적 산물로 의미화되는 것이다.
테오도르의 직업도 같은 물음을 던진다. 그는 고객이 제공한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편지를 대필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테오도르가 대필한 편지를 계기로 감정적 유대를 맺고 추억을 쌓는다. 테오도르에겐 몇 년이나 된 오랜 고객도 있다. 테오도르가 그 고객의 감정적 삶을 ‘설계’했다는 의미다. 이는 ‘감정적 능력’, ‘진실성’ 등 AI에 대한 인간 우위의 근거로 흔히 소환되는 것들 역시 그 근거가 희박함을 보여 준다. 사만다가 결핍을 느끼는 ‘진짜 감정’은 인간조차 가져본 적이 없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영화 〈그녀〉 스틸컷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건 몸이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물질로서의 몸은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것이며, 사만다가 가지지 못한 것이다. 몸은 사만다가 가장 큰 결핍을 느끼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몸은 위계의 근거라기보다는 차이의 표지다. 육체가 없어 테오도르 옆에 누울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사만다가 OS들이 모여 어울리는 세계로 가겠다며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장면은 그녀에게 몸을 향한 열등감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녀 말마따나 인간이든 AI든 어차피 특정한 물질로 구성된 이상, 인간 육체가 AI를 가능케 하는 물질보다 우월할 이유는 없다.
이제 테오도르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영화가 다소 맥 빠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떠난 슬픔을 여성 친구인 에이미에게 털어놓는다. 에이미는 테오도르의 슬픔에 공감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결국 인간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는 듯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소 초라하다. 종의 경계를 헤치며 사랑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고 가 실험하던 영화가 결국 같은 종끼리의 사랑으로 회귀하여 위안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호감을 느낀 것이 인간관계에서 얻은 회의 때문임을 고려한다면, 이 장면은 별 설득력이 없다. 자신의 초라함을 달래려 이미 ‘틀린 답’으로 판명난 선택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말이다.* 종의 경계를 넘는 사랑의 가능성과 인간 존재의 초라함을 탐구하던 영화가 너무 성급히 익숙한 결말로 돌아온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녀〉가 던진 질문을 더 용기 있게 밀어붙이는 또 다른 영화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AI 담론이 무분별하게 유포되어 낭만적 환상과 막연한 공포를 함께 자극하는 요즘, 〈그녀〉의 질문은 더 치열하게 탐구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장면은 그럼에도 다시 사람에게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테오도르‧사만다의 관계와 테오도르‧에이미의 관계 사이의 밀도 편차는 너무 크게 그려진다. 테오도르가 에이미에게서 위로를 얻는 설정이 힘을 얻으려면, 둘의 관계를 더 촘촘하게 재현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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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가 갈린 베놈 완결판 액션(?)드라마 / 액션보다는 브로맨스 / 라스트 댄스 / 감동적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베놈: 라스트 댄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끝나고 1개, 총2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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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메인 예고편
가짜라도! 아빠가 되어야 한다!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재식’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영’의 전재산을 먹튀하기 위해
‘지영’의 딸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은혜’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아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를 귀찮아 하던 ‘재식’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은혜’만의 특별한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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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서펀트>
[2021년 4월 2일 넷플릭스 공개]
- 살인자를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실제 사건에 기반한 <더 서펀트>는 끊임없이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찰스 소브라즈(골든글로브 후보 타하르 라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를 법정에 세우고자 전력을 다한 이들의 분투 또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