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2-04-15 23:34:50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영화 태어나길 잘했어 리뷰
춘희는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외가 식구가 사는 외삼촌 집 다락방에 얹혀살고 있다. 외삼촌네 가족이 그 집을 떠나고 한참 지난 후까지도 그 집의 다락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삼촌 내외, 사촌이 생색내듯 베푸는 선의에 기 한 번 제대로 못펴고 히키코모리처럼 살아간 춘희는 점차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과거의 춘희가 현재의 춘희를 신경쓰이게 한다. 과거의 춘희는 왜 계속 등장해 현재의 춘희를 흠칫거리게 하는 걸까?
1.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망각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춘희에게는 다락방의 존재만이 그녀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로운 공간.
춘희는 자신의 엄마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춘희는 그 집은 삼촌 집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엄마의 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의 가족들은 춘희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객식구, 눈치를 봐야만 하는 아이로 몰아간다. 딸에게 집을 주는 사람이 어디있냐며, 그 딸이 낳은 춘희는 이 가족이 사는 집에 지분을 행사할 자격은 없는 거라면서 말이다. 그들의 논리가 무엇이든 춘희는 상처를 받았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외삼촌네 가족이 춘희에게 그 집을 잘 지키라는 말 한마디 남기고 다른 집으로 이사갔어도 춘희는 여전히 그 집의 객식구처럼 행동한다. 눈치주는 외삼촌네 가족이 사라졌어도 여전히 다락방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처받은 춘희의 영혼은 십 몇 년동안 다락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들 한다. 하지만 표출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시간이 갈수록 방치되어 곪아 터질 뿐이다. 춘희도 그렇다. 외삼촌 내외에게서 짐짝 취급받던 어린 시절을 잊고 살았다고 착각했지만 사실 춘희는 그저 애써 묻은 것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외면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외면했던 상처는 잊혀진 것은 아니기에 춘희의 앞날에 꾸준히 걸림돌이 된다. 춘희는 한 번이라도 자신의 상처를 마주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을 정당한 사유없이 핍박하는 외삼촌 가족들에게 한 번은 소리쳤어야 했다.
2. 다한증, 춘희의 지문
춘희는 자신의 다한증을 컴플렉스 쯤으로 여긴다. 어렸을 적, 자신의 손의 땀을 더러워하던 선생님의 반응, 그리고 땀 때문에 못마땅해하던 외삼촌의 짜증 섞인 표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자신이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겨버리는 이 땀 때문에 더 구박받는 것 같아 춘희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의문을 갖는다. 이렇게 살거라면, 난 왜 태어난 걸까, 내가 태어난 이유도 내가 객식구가 된 이유와 관련이 있는 걸까 싶은 자기비하적 생각이 춘희의 머리를 지배한다. 그 자기비하는 춘희의 삶의 디폴트값이 되어 춘희는 그 어디에도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자신의 장점인 손재주를 특화시킬 생각보다는 자신의 단점을 없앨 생각부터 한다.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 마늘 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가 단점을 가리기 급급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손재주로 마늘 까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재능을 펼칠 만한 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마늘 까는 이유도 사실 다한증 수술 받고 싶어서였기에
춘희의 이런 단점 지양적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어렸을 때,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에게 날렸던 그들만의 상식이 불러온 상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춘희가 객식구라는 것은 당연한 취급이었을지 몰라도 춘희는 평생 그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다락방에 영혼을 가둬버린다.
3. 상처받았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중적 시선
영화를 보면서 가해와 피해의 모호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춘희인지 외삼촌네 가족인지. 나는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을지, 또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었는지 이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했다. 외삼촌네 가족의 매정함이 그들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였고, 춘희의 순함은 그들이 춘희를 마구잡이로 휘두를 수 있는 허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삼촌네 가족이 춘희를 두고 보여준 위선은 우리네의 삶에 얼마든지 있을 법한 위선이었다. 위선은 종이 단면과도 같다고 생각하는데, 삶이 팍팍했던 그들에게 춘희의 존재는 짐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매정함에 박수쳐주고 싶진 않지만 무자비하게 욕만 하기에 나도 저런 위선적인 모습이 있을 것 같아 찔린다.
상처란 주관적이라서 시각을 바꾸면 극복할 수 있다. 춘희는 자신의 상처에 매몰되어 자신의 단점인 다한증에 집착하는 바람에 자신의 손재주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리고 삼촌에 매정한 말에 매몰되어 숙모의 츤데레를 주목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오매불망 기다릴 시간에 자기자신부터 사랑하자. 남을 위해 날 가꾸지 말고, 내가 즐겁고자 나를 가꾸자. 춘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총평
영화가 자칫 루즈하고 뻔할 수 있는데 춘희의 썸남이 있어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춘희의 썸남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귀엽다. 오글거리는 건 관객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조금만 참으시라. 광명과도 같이 개그가 찾아올 것이다.
※해당 영화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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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5월 둘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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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5월 첫째 주, 1위를 차지한 가오갤! 5월 둘째 주 역시 주말 관객 수 712만 명을 기록하며 높은 주말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r 3>은 두터운 팬층과 함께 꾸준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이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아쉽게도 주말 관객 수 TOP 5에 벗어나 6위를,
<문재인입니다>가 개봉 첫 주말 TOP 5를 기록하였습니다.
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 (-)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 오. 갤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를 뛰어넘고, 현재 273만 명을 단 13일 만에 뛰어넘으며 2023년 개봉작 중 최단 시간 200만을 돌파했습니다.
흥행뿐만 아니라 폭발적 호평과 입소문 또한 식지 않고 있어 장기 흥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
5월 첫째 주 주말과 동일하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누적 관객수 2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꾸준한 상승세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3.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의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는 3위를 차지하며 50만 명 이상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습니다.
4. <드림> (-)
이병헌 감독의 영화 <드림>은 개봉 4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벗어나 4위를 기록했으며 약 6만1천명 관객을 기록하였습니다.
5. <문재인입니다> (NEW)
문재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는 5월 10일 개봉을 알렸습니다.
주말 동안 약 4만8천명을 기록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5월 둘째 주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1위를 차지하였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또한 장기 흥행을 유지하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북 클럽: 넥스트 챕터>가 3위, <이블 데드 라이즈>, <아 유 데어 갓? 이츠 미, 마가렛>이 잇달아 4,5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총 수익 12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 역대 애니 매출 5위를 차지는 흥행세를 이어가며 가오갤3와 슈퍼 마리오 투톱 흥행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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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5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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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노키오, 너는 이미 '진짜 아이'인 걸
공통점
홀로 사는 목공,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인형 '피노키오'를 만든다. 제페토는 잠들기 전, 푸른 요정에게 "피노키오를 진짜 소년으로 만들어달라"라고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을 들은 푸른 요정은 마음씨 착한 제페토의 소원을 들어주어 피노키오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푸른 요정은 나무로 만든 소년인 피노키오에게 "남을 먼저 생각하고 착하고 용감한 소년이 되어야만 진짜 아이가 될 수 있다"라고 조건을 건다. 그리고 피노키오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이 양심이 되어 도우라고 지시한다.
제페토는 살아 움직이는 피노키오를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피노키오를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학교에 가던 중, 피노키오는 사기꾼 여우인 어니스트 존과 그의 부하 고양이 기디온을 만난다. 그들의 꾀임에 넘어간 피노키오는 인형극의 단장인 '스트롬불리'에게 팔려가 공연을 하게 된다. 욕심쟁이 스트롬불리는 피노키오 덕에 돈을 많이 벌자, 피노키오를 새장에 가둔다. 그 사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피노키오를 찾기 위해 제페토는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피노키오는 새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집에 돌아가던 중에 이번에는 '오락의 섬'에 끌려가게 된다. 그곳은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당나귀로 만들어 파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피노키오는 당나귀 귀에 꼬리까지 생겼지만 가까스로 도망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제페토는 피노키오를 찾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상태였다. 아빠를 구하러 간 피노키오는 먼스트로라는 고래 뱃속에 제페토와 함께 갇히고 만다. 제페토와 피노키오는 고래 뱃속에 불을 피워 재채기를 하게 만들어 먼스트로가 입을 벌렸을 때 탈출한다.
아빠를 무사히 바닷가로 데려온 피노키오는 용감하고 착하며 남을 먼저 생각하는 '진짜 아이'가 된다.
차이점
1. 요정을 대하는 지미니 크리켓의 태도
알다시피 실사판 [피노키오]에서는 푸른 요정이 민머리의 흑인으로 나온다. 이와 다르게 애니메이션에서는 푸른 요정이 백인에 금발의 머리를 하고 있다.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애니메이션과 실사판을 비교하며 볼 때 지미니 크리켓의 태도가 너무 달랐다.
백인 요정이 나왔을 때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스스로 나서서 피노키오의 양심이 되겠노라고 자처한다. 요정이 시키기도 전에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등 예의를 차리면 차렸지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흑인 요정이 "이 아이의 양심이 되어 주겠니?" 하고 요청하자 칼같이 거절한다. 그러다가 요정이 갈 데 없이 떠돈다고 팩트 폭력을 날려 버리자 마지못해 알겠다고 한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논란을 더욱 키운다고 생각한다. 세월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실사판을 거치며 많은 것이 각색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백인과 흑인을 대하는 곤충의 태도가 너무 다르지 않은가. 온전히 똑같이 재현할 것까진 없겠지만, 적어도 우호적인 태도는 유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푸른 요정, 어니스트 존과 기디온의 반복등장
어니스트 존과 기디온은 영화 [피노키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악당이다. 이 인조 사기단인 여우와 고양이는 학교에 가고 있는 피노키오를 꾀어내 극단으로 향하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 사기단이 피노키오를 스트롬불리와 오락의 섬으로 이끄는 역할을 모두 수행하지만, 실사판에서는 처음에 딱 한 번 등장하고 만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움직임을 제법 재미있게 잘 살렸는데,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각색한 듯하다.
푸른 요정의 등장 횟수도 다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처음 피노키오가 말을 하게 되었을 때, 피노키오가 새장에 갇혔을 때, 총 두 번 등장한다. 하지만 실사판에서는 처음 한 번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집으로 돌아갈 때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긴 하지만) 이런 각색 덕분에 피노키오의 '모험'을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 피노키오가 겪는 시련
영화에서 피노키오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애니메이션에서는 피노키오에게 온전히 지우곤 한다. 때때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아이에게 가혹하다. 하지만 실사판에서는 피노키오가 선택한 일들을 아이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단 나쁜 어른들과 사회의 어두운 단면 때문에 순수한 아이가 유혹의 길로 빠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애니메이션에서 피노키오는 자신의 선택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 때문에 벌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새장에 갇혀 푸른 요정을 만나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피노키오는 갱생 불가한 나쁜 소년처럼 보인다. 오락의 섬도 마찬가지다. 어니스트 존에 발 놀림에 꾀이긴 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피노키오는 그 섬에서 노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실사판에서 피노키오는 꿋꿋이 학교에 갔다가 쫓겨나고 만다. 나무 인형은 학교에 올 수 없다는 교장의 발길질과 아이들의 비웃음. 비정한 사회의 편견이 피노키오를 결국 스트롬불리의 극단으로 내몰고 만다. 또한 실사판 피노키오는 오락의 섬에서의 행동들에 거부감을 느낀다. 맥주를 마시지도, 물건을 부수지도 않는다.
그 때문인지 지미니 크리켓의 태도도 많이 변한다. '어디 한 번 나 없이 잘 해봐라!'하는 태도에서 '우리 피노키오를 내가 지켜야 해!'하는 모멘트로 말이다.
4. 파비니아의 등장
파비니아는 실사판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로 스트롬불리가 노예처럼 부리는 인형 조종사다. 파비니아는 등장인물 중에 유일하게 피노키오를 도우려는 선한 인물이다. 또한 인형 조종사들과 함께 스트롬불리를 감옥에 보내고 평등한 인형 가족 극장을 만드는 정의로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물의 등장은 피노키오를 학교에서 쫓아내거나, 새장에 가두거나, 당나귀로 만들어 내다 파는 나쁜 어른들 속에서도 착한 어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물론 영화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에 희망과 어른에 대한 믿음을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영화를 보는 어른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상평
실사판 [피노키오]는 애니메이션과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은 같지만, 중간중간 각색된 디테일들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피노키오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성장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피노키오가 어린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요정에 대한 논란이 약간 아쉽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좋았다.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피노키오의 무릎 뒤의 이음새가 변하는 것을 눈치채기가 힘들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고 피노키오가 '진짜 소년'으로 변했다고 생각해 조금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 이음새가 사라질 때 푸른 요정의 증표인 파란 불빛이 반짝이지 않는다.
"넌 언제까지나 나의 진짜 아들이란다. 뭐 하나도 바꿀 게 없단다. 네가 정말 자랑스럽구나. 그리고 널 많이 사랑한단다."
제페토는 자신을 구해준 피노키오에게 말한다. 이미 피노키오는 자신에게 진짜 아들이라고. 그리고 이 말은 피노키오가 '진짜 아이'로 변한 것이 말 그대로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노키오는 여전히 나무인형에 불과하지만, 제페토에게만큼은 진짜 아이 못지않은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제페토와 함께 걸어가는 피노키오의 뒷모습은 진짜 아이처럼 보이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해주는 지미니 크리켓처럼,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의 양심이 되어야 한다. 귓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언제나 알려줄 수는 없더라도 행동을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다.
피노키오가 나무로 만든 아이라서, 진짜 아이가 아닌 가짜 아이인 걸까? 그건 아니다. 누구든 피노키오를 진심으로 대해준다면 피노키오는 그 사람에게 '진짜 아이'가 될 수 있다.
어떤 아이든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아이를 정직하고 용감하며 남을 위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이의 몫이 아니다.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하는지는 어른들의, 우리 모두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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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투 훅 투 어퍼 위빙
청각 장애인 여성 복서. 당신의 머릿속에는 이미 영화 한 편이 그려졌을 것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클라이맥스에서 멋진 승리를 거두고, 희망찬 미소 혹은 결연한 눈빛 같은 것으로 마무리되는 영화. 그러나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장애는 “극복”의 대상인가? 그렇다고 치더라도, 경기에 승리하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인가? 이런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사실 장애 유무가 아니다. 우리는 그냥 이런 스토리에 속절 없이 약하다. 그러니까 신체의 한계까지 몰아붙여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의 스포츠에,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펼쳐지는 누군가의 삶에 매번 감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영화를 더 보고 싶은지 물어보면, 좀 망설여진다. 보기 전에도 다 본 느낌이 들어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씨네21> 인터뷰에서 “수많은 권투 영화 명작이 있다. 그들이 했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건 큰 승리 이후에도 인생은 계속되고 시행착오 또한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 20대 후반쯤 되면 지금 삶의 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도 될 것인가 점검하게 되지 않나. 케이코 역시 권투로 정점을 찍고 난 후 권투를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라고 밝혔으니까.
그 마음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메시지는 이를테면 분자 단위 정도의 크기로 잘게 곱게 분쇄되어 있었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리는 눈처럼 고요하게 내게 녹아 스며들었다. 연출도 연기도 모두 훌륭해서 그런가? 소리 없이 전해지는 말을 들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영화는 오가사와라 케이코라는 복서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하고, 우리는 어쩐지 ‘실화 바탕’이라는 말에 자꾸 집중하게 된다. 마치 거기에 단호하게 선을 긋듯이, 영화가 시작되면 오가와 케이코라는 복서의 기본 정보가 텍스트 자막으로 깔린다. 그리고 체육관의 소리들을 들려준다. 어쩐지 ‘여기까지 기본 정보는 줬으니, 이다음부터는 영화로만 집중해 줘’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눈 내리는 고요한 날, 체육관 바닥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낡은 운동기구가 삐걱거리고 줄넘기가 바닥에 탕탕 부딪는 소리가 우리를 영화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필름의 질감 안으로. 남녀 탈의실조차 분리되어 있지 않은 낡은 체육관에서, 필담으로 훈련을 시작하는 케이코의 세상으로.
필름에 담긴 도시 외곽은 어쩐지 채도가 낮다. 곳곳에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불빛들만 담겨 있는 시간 케이코가 달리기를 위해 집을 나설 때는 더욱 그렇다. 이른 새벽의 전등들은 왜 그리 피로해 보일까? 밝지 않은 불들이 서서히 켜지는 어슴푸레한 새벽은 왜 스산해 보일까? 그 도시에서 케이코는 채도가 낮은 푸른색으로 표표히 존재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입는 티셔츠도, 성실하게 훈련 일지를 기록하는 노트 옆의 파란 얼음 컵, 한 번씩 덧바르는 짙푸른 매니큐어도.
영화는 케이코의 푸르스름한 세상을 유난스럽지 않게 펼쳐 보인다. 한겨울에 웬 선풍기일까 하고 보면 이내 그 선풍기가 핸드폰과 연동된 아침 알람임을 닫게 되고, 초인종이 울릴 때 집 안에서 플래시가 번쩍인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일터에 수어로 말을 걸어오는 동료도 있고, 케이코에게 살가운 수어로 다가오는 남동생도 있지만, 케이코의 언어는 수어만이 아니다. 케이코에게는 다양한 소통의 수단이, 다양한 언어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싱이 그의 언어가 된다. 이 영화는 케이코가 복싱을 언어로 체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인전은 혼자 할 수 없다
케이코에게 다양한 언어가 있지만, 케이코는 그 언어들을 적극 사용해 외부로 나아가는 사람은 아니다. 케이코는 자기 세계가 뚜렷한 사람으로 보인다. 관장님 말대로 복싱에 재능은 없지만 (청각 때문이 아니라 “작고, 짧고, 주먹도 느리”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쌓아 왔다. 복싱은 원래도 개인 스포츠지만, 경기 중에도 아무 훈수를 들을 수 없는 케이코에게는 더더욱 철저하게 자기만의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고민하는 중에도 케이코는 자신의 방식을 유지하려 한다. “말하면 기분이라도 나아지지 않냐”는 남동생에게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다”며 말하지 않으려 하고,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고고함이 케이코 나름의 강인함일 수 있을 것이다. 복싱은, 특히나 케이코의 복싱은 철저하게 혼자 하는 개인전이었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고.
그러나 아무리 자기 세계가 견고한 사람이라도 혼자 살 수는 없다. 개인전인 복싱도 사실 상대와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이다. 케이코의 세계에도 이런저런 고민들이 들어온다. 프로가 된 것은 대단하지만 이제 그만하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만류, 갑작스럽게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 귀가 들리지 않는 케이코를 모든 체육관에서 기꺼이 받아주는 것은 아니므로, 케이코는 복싱을 그만두어야 할지,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관성과 타성을 뚫고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 지점이다. 진짜 계속할 마음이 있는지. 계속할 것인지. 계속할 수 있는지.
가끔은 그런 질문들이 삶에 벼락같이 찾아오는 일도 있다. 어쩌면 체육관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기로 한 것 또한 그런 순간일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젠가 올 날이 코로나19가 앞당겨 왔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중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도 있지만, 도시 외곽의 낡은 복싱 체육관의 경우처럼 이미 멀어져 가던 것들을 코로나19가 가속화한 것들도 있다. 마스크로 인해 입을 읽어낼 수 없어 언어 하나를 잃은 청각 장애인들의 일상도 어쩌면 그럴지 모른다. 케이코와 부딪혔을 때 무례한 언사를 펼치던 어떤 행인처럼, 누군가의 언어 하나를 틀어막는 일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 존재하던 방향성인지 모른다.
그러니 코로나19는 특수 상황이었다고, 이 바이러스가 한물갔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길 수는 없다. 코로나19 없이도 언젠가는 왔을 날이다. 관장님의 육체처럼, 낡은 복싱 체육관처럼, 모든 것은 언젠가 쇠잔해지니까. 우리 삶은 날마다 쇠잔해지는 가운데 우리에게 몇 개의 선택지 사이 고민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완승하고 링 위에서 기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링에 오르기 위해 땀 흘리는 날이 있으며, 때로는 그조차 막막해지는 날도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어딘가에서
복싱은 무수한 반복이다. 고쳤다고 생각한 버릇을 또 고치고, 뛴 곳을 또 뛰고. 자꾸 힘이 들어가는 몸에 힘을 빼고, 심호흡을 하면서. 숨 하나씩, 주먹 하나씩, 쌓아 올리는 하루하루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힘들고 고단한 길이지만, 혼자 가는 길이 아니다.
바로 그 이유로 나는 이 영화의 엔딩이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눈 부릅뜨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훅 다가와서. 세상은 복싱이 사장되어 간다고 하고, 사실 필름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듣지. 그밖에도 당신이 사랑하는 어떤 것들 또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한 면면들은 어딘가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잠깐 지나가는 것 같았던 의사 역할을 나카무라 유코가 맡고 있어, 잠시지만 반가웠던 것처럼. 곳곳에, 어딘가에, 빛나는 면면들이 여전히, 있다.
영화 내내 도시의 불빛과 질감이 피로해 보이고 스산해 보이기만 했는데, 문득 그 불을 밝히며 하루하루를 쌓고 호흡을 가다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서 힘이 솟았다. 눈을 마주할 상대가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게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가장 좋은 점인지도 모르겠다.
겁 많은 사람이 복싱을 하면 등을 보이고 도망갈 것 같지만 오히려 앞으로 뛰어든다. 몸을 숙여 피해야 하는데, 어쩐지 몸을 피하는 그 잠깐이라도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기가 불안해, 피하지 못하고 주먹만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가곤 한다. 케이코는 프로 선수니까 나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는 점, 두려움으로 나아간다는 나쁜 습관 하나는 공통점이었다.
케이코가 배워야 했던 것은, 물러서지 않는 마음. 물러서지 않고 대신 가드를 든든하게 올릴 것. 세상에는 겁나는 일이 많지만, 도망치고 싶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지는 순간의 괴로움도 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물러서지 않기, 대신 가드를 올리기.
싸울 마음이 없으면 계속할 수 없는 게 복싱이다. 고민 끝에서 51:49의 아슬아슬한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만드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결국 삶에서 결정적으로 소중한 것들은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을 것이다. 거울을 보며 원 투 훅 투 어퍼 위빙, 눈물 고인 눈으로 주먹을 휘두르던 케이코처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일 체육관에 가면 원 투 훅 투 어퍼 위빙, 케이코가 몇 번씩 하던 콤비네이션을 연습해 보기로 다짐했다. 이 동작을 잘하려면 어퍼와 위빙 사이에 몸을 잘 틀어주어야 하고, 그러려면 한쪽 발은 계속 단단한 축으로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승패와 상관없이 마침내 계속 “할 마음(やる気)”이 생긴 케이코의 모습이 링 위에서 드러났듯이, 나 또한 한쪽 발을 단단한 축 삼아 또 계속해 보기로 한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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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칸 영화제가 2025년 공식 초청작 발표일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78회 칸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은 오는 4월 10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예년보다 이른 발표 일정으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이미 라인업을 상당 부분 구상한 것으로 예상되며,웨스 앤더슨, 다르덴 형제, 아리 애스터, 짐 자무쉬, 요아킴 트리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등의 신작이 초청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파과>, 공식 예고편 공개 및 개봉일 확정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과>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파과>가 국내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파과>는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 온 60대 킬러 ‘조각’의 이야기를 다루며, 5월 1일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주인공 ‘조각’은 여러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혜영 배우가 맡았으며,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배우가 출연합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넷플릭스 <쿠조> 연출 논의 중
<더 웨일>, <블랙 스완>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넷플릭스의 <쿠조> 연출을 논의 중입니다.
<쿠조>는 스티븐 킹의 1981년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며,광견병에 걸린 세인트 버나드 종의 개가 통제 불가능한 폭력성을 보이며,
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자동차 안에 가둬놓은 채 살육을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작품은 1983년에 이미 루이스 티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안드레아 아놀드 감독 신작, 오는 9월 촬영 예정
<아메리칸 허니>, <피쉬 탱크>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신작 <페더우드 Featherwood>가 오는 9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영화는 헤로인 중독자이자 백인 우월주의 조직원들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Aryan Princess Featherwood’였으나,이후 FBI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원 중 한 명으로 활약했던 실존 인물 캐럴 블레빈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해당 작품의 주연은 스칼릿 조핸슨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가 캐스팅 소식은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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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손석구 X[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만남!
1000만을 넘긴 <파묘>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댓글부대>는 과연 파묘의 흥행을 이어받을수 있을까요?
<파묘> 개봉 32일 만에 누적관객수 1000만 돌파
<파묘>가 누적 관객수 1000파만명을 돌파했습니다. 2024년도의 첫 천만 영화를 기록했으며 687만명을 기록했던 <곡성>을 뛰어넘어 오컬트 장르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됐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3편의 오컬트 영화를 연달아 내놓아 성공하여 입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손석구 <댓글부대> 예매 10만명 돌파
<댓글부대>가 현재 예매 관객 수 약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파묘>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주목받은 안국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임상진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만전그룹 관련 기사를 썼다가 기사 오보로 판명나면서 정직 당한 뒤 만전그룹이 여론조작팀을 운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반격 준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에이리언:로물루스> 8월 공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오는 8월에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맨 인 더 다크>를 연출했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맡았으며 감독에 의하면 “전작을 봤든 보지 않았든 이 작품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값 500원 싸진다 ‘부담금 면제’
정부가 32개 부담금을 폐지, 감면하기로 하면서 영화 티켓, 전기, 항공요금 등 가격이 인하될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영화 관객이 구입하는 입장권 가액의 3%를 부과금으로 걷어왔는데, 이 부담금은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돼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독립, 예술영화 지원, 신인 창작자 발굴 등 영화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데 쓰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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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뽑은 올해 탑 10 영화
그렇게 한 해가 갔다. 올 한 해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을 낸 감독과 배우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근데 아쉬운 건 우리나라의 개봉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체적인 근거 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긴 한데, 뭔가 체감상 그런 느낌이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개봉이 연기되거나 촬영이 중단 된 작품들이 많이들 상영되길 바란다. 기준은 전적으로 내 생각이며, 많은 이들이 이 작품들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10. <세 자매> / 이승원
문소리-김선영 배우가 청룡영화상 주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난 문소리 배우하면 생각나는 되게 전형적으로 연기하는 이미지가 있다. 똑순인데 씩씩하게 사는 허당 역할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느낌? <메기>와 <하하하> <여배우는 오늘도>같은 작품들이 되게 한 갈래같이 느껴졌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되게 문소리 식 연기를 한 것 같으면서도 속은 곪을대로 곪은 중년 여성의 내면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겉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트라우마를 종교로 귀결 낼 수 없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데, 분출하는 분노와 어머니로서의 역할 괴리를 모두 살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이에 못지 않은 카리스마는 김선영 배우였는데, 엄마 연기 달인 다운 면모가 있다. 딸래미한테도 핍박받고, 남편한테도 쿠사리먹고, 온 세상이 함부러 대하는 소심한 어머니상을 손짓 하나 표정 하나로 구현하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자매인 장윤주 배우의 연기나 현봉식 배우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둘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코미디로서, 또 드라마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후반부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읭? 스러운 선택지를 고른다는 점이나 전체적인 설정이 좀 과하다는 점은 아쉽긴 한데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듯. 마음 속의 억눌린 무언가가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왓챠에 있음.
9. <랑종> / 반종 피산다나쿤
개인적으로 <티탄> 만큼이나 문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난 진짜 극장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반해 몇몇 분들은 재미 없었다고 하니 그 선명한 호불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페이크다큐라는 장르적인 허점이나 굳이..? 싶은 부분까지 만든건 몰입을 깨는 요소가 맞다고는 생각하나 님 역 배우의 중후반까지 끌고가는 카리스마나 촬영한 장소, 태국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가 나홍진식 염세주의의 글로벌화(?)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간략하게 더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흔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클리셰라고 한다. 그 클리셰라고 하는 게 ‘아 또 이 짓거리 하네 뻔하네 ㅋㅋ’ 싶으면 흥미가 떨어지지만 어떤 영화에서는 그게 좋은 쪽으로 발휘가 되곤 하는데, 난 랑종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정말 여기까지 갈 것인가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며 운명이 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잘 표현한 호러영화다. 아시아 공포영화 수작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넷플릭스에 있음.
8. <바쿠라우> / 클로버 멘돈사 필로,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브라질 영화임. 한 정치인이 있다. 이 사람은 시장직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근데 또 이 인물은 반지성주의자라 책도 지식도 전부 부정한다. 이 인물이 한 마을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자, 바쿠라우라는 이 가상의 도시에 보복하고자 하는 내용을 플롯으로 담았다. 올 해 개봉했던 <레 미레자블>의 광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내 폭주하다 결국 파국으로 가는 영화였다. 나는 이 <레미레자블> 영화의 에너지가 ‘빨리 달린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바쿠라우>는 살짝 다르다. 광기에 씌인 채로 달린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게 있으면 그걸 다 부숴가며 달리는 느낌인 것이다. 이렇게 현재 브라질이 처해있는 원주민과 개발자들간의 갈등을 이 폭발적인 에너지로 비틀어 영화화 한 작품이다. 슬래셔 호러나 스릴러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네이버에 있다.
7. <루카> / 에린코 카라로사
난 항상 왕따였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도 내 공감을 오롯이 받지 못했기도 하고. 부족한 사회성 탓에 난 항상 모난 돌이었어서 세상에게 딱 미움 받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물론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미움을 당연히 받아서는 안되는게 맞고, 왕따의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 모든 축복을 비는 건 여전하지만 난 아픔에서 나아가기 보다 내가 세상을 먼저 따돌리던 쪽에 가깝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외로워서 그랬던 거지.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 누구에게 든든한 어깨가 될 수도 있고 푸근한 품이 될수도 있다. 이 <루카>는 든든한 품같은 이야기다.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 사이에서 세상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따뜻하게 품는 인생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보여주는 듯한 영화다. 디즈니플러스에 있음.
6.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존 왓츠
블랙 위도우 - 샹치 - 이터널스로 올해 좀 심심했던 마블이 힘 좀 준 작품이다. 12월 15일 개봉 이후 스포가 사골국같이 우려졌을 것 같아 굳이 더 이야기를 쓰진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톰과 파이기가 아카데미 의식을 하지 않아도 MCU가 극장에서 준 전율과 감동을 믿는다. 그건 어디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그에 걸맞는 훌륭한 3부작 마무리다. 현재 상영관에 걸려있다.
5.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 / 도이 노부히로
사람은 누구와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또 헤어질수도 있다. 그건 당연한 것. 근데 그것만큼이나 피할 수 없는게
있는거 같다.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사람이라면 겪을 성장통과도 같은 뭐 그런 것이다. 이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겪어야 할, 또 겪을 수 밖에 없는 감정과 과정을 그린다. 누구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사랑에 빠져 아름답게 불태운 지나간 시간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영화인 셈이다. 보내기 싫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품에서 떠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게 누군가의 심각하게 상처를 준 일(데이트폭행, 바람 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별이었다면 가끔은 그들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향기롭게 시드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박평식 평론가의 평가가 생각나네. 올 해 나온 로맨스코미디 영화중 단연 최고다. 네이버에 있음.
4. <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영화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거 같다.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라던가, 예전에 썸타던 여자가 1년만에 유학 돌아와서 사귄다는가 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별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지 않나. 몇몇의 바람과는 반대로 이별과 재회는 항상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이 <노매드랜드>는 이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플롯이 영화같지 않은 하루로 가득찼다. 근데 영화는 불가능에 가까운 바람을 이야기한다. 이별, 참 어렵다. 보낸다는 건 그 사람과 행복했던 시간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근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야 말로 진짜 이별의 가치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보내지 않았기에 사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안녕이란 없으니까. 네이버에 있다.
3. <당신얼굴 앞에서> / 홍상수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홍상수는 영화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같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비꼬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그 사건 이후 홍상수는 자기의 심리상태를 은연중에 투영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혼자’라는 제목을 통해 모든게 끝나고 나서의 자기와 김민희 배우의 모습을, <강변호텔>은 삶의 동기부여가 사라진 인물의 욕망 발현을, <풀잎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소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세 작품 다 ‘한 사건이 있고 나서 느낄 수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순간’ 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시간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다. 이 <당신얼굴 앞에서>는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혐오가 아닌 순수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그런 시도를 그렸다고 생각한다. 이제 홍상수는 더이상 무언가가 끝나고 난 다음이 아니라 얼굴에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간의 찌질함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적으로 보이는 상황에게 신뢰를 주려고 하는게 아닐까. 묘한 위로감에 감사했던 영화다. 네이버에 있다.
2. 소울 / 피트 닥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난 사실 세상에게 할 말이 없다. 내 동기부여의 본질을 깨달았거든. '정공'이라 사람들을 욕하는 미친 세상에서 군 문제도 공익으로 빼고 1인분 하는 것도, 토익 900점도, 수많은 경험치와 내 능력도 다 사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였다.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것도 몰라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멀어지는게 두려운게 요즘의 나다. 그 덕에 나한테 일어난 일도 아닌데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무례한 어떤 이를 미워하다가 오바하는게 맞는거 같아 실제로 표현하기엔 소심해지고, 어려운 현실에서 잘 개척해냈다는 확신은 있지만 왠지 인스타 좋아요 개수부터 사람들에게 비호감만 사는 것 같다는 느낌에 헤어나오질 못했던 것 같다. 소울은 이런 회의감에 대한 영화다. 과연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무언가를 얻었다고 했을 때, 미래가 달라질까? 내가 친구가 많아진다고 또 돈이 많아진다고 행복해질까? 아닐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다음의 순간이다. 정말 삶에서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작은 순간들이 아닐 지. 삶의 동기부여를 잃은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보다 색다른 접근법을 가졌다고 확신한다. 디즈니 플러스에 있음.
1. <드라이브 마이 카> / 하마구치 류스케
이해. 난 그 사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나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일까? 확신 할 수 없다. 나는 사실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지 깨달은 사람인 듯 하다. 그리고 사실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공허함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다는걸. 난 이제까지 헛걸음을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게 인생의 전부인 것 같다. 늘 외롭고. 뭘 원하든 그걸 가져다주지 않고. 또 이게 당연한 사실인데 이것을 이해할 수 없어 또 방황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고 본질적인 무언가를 꺼냄으로서 치유받는 것이 아닐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구멍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3시간동안의 운전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이 끝나고 나서 들었던 애매묘호한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올해의 영화.
번외
<해피 투게더> / 왕가위
코시국으로 인해 극장가 재개봉 메타가 불었고, 왕가위 특별전이 열리면서 다시 상영관에 걸린 작품.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중요한게 무엇일까? 새로운 걸 얻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만 찾아 다른 길을 떠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 해에는 온 몸을 부딫히며 사랑해야지. 어떤 순간이든 행복한 채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올해 재개봉 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았으며 내 인생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올해 4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이게 사람이냐 소냐? <파워 오브 도그>로 아마 아카데미에 한발 더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각본을 담당함. 대체 뭘 먹고 살아야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것일까? 단 3편만으로도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츠, 아니 '하마구치 류스케'가 유력하니 그 클래스가 어마어마하다. 시간 나는 분들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 해도 꽤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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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소희 한 사람의 죽음이 드러낸 현실
?Rabbitgumi 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했어요.
과거 전주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가슴아픈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에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현실과 고등학교 현장 실습의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누가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저의 간단한 리뷰를 영상에서 말씀드릴게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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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끝장리뷰 | 개구리들의 연대 | 적색 vs 청색, 숲속 vs 도시 | 부성애의 세계 | 결말해석 | 술래, 숲속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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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개구리들의 연대
Chapter 2 부성애의 세계, 숲속 vs 도심, 적색 vs 청색
00:00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00:52 아쉬운 지점들
02:16 개구리들
05:16 술래 의미
06:04 부성애의 왕국
06:46 숲속 의미
09:22 적색 vs 청색
10:29 별점 및 한 줄 평
10:4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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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올드> 메인 예고편
아침에는 아이, 오후에는 어른, 저녁에는 노인
죽음은 시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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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메인 예고편
달 착륙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광고 마케터와 발사 책임자의 우주적 만남🔥 달 착륙 프로젝트 진짜였을까, 가짜였을까 [플라이 미 투 더 문] 7월 12일 극장에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