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23 03:21:00
3월 4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뜨거운 피> <벨파스트> <사운드트랙 #1>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넷째 주 수요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번 주부터는 극장과 OTT 공개(개봉) 예정작을
한 번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3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뜨거운 피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0분
감독: 천명관
출연: 정우, 김갑수, 최무성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주)키다리스튜디오
줄거리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전 포인트
23일 기준, 예매율 31.2%를 돌파한 <뜨거운 피> 영화 <고령화가족>의 원작자 천명관 작가의 감독의 데뷔작이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또한 이미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배우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벨파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98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드 힐, 케이트리오나 발피, 주디 덴치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녘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아끼던 1969년의 벨파스트. 종교 분쟁은 벨파스트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가족과 짝사랑하는 소녀, 그리고 벨파스트의 골목이 전부였던 9살 버디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239번 노미네이트되고 그중 45상을 수상한 작품 <벨파스트>. 27일 열리는 오스카에서도 7번 노미네이트되어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물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운드트랙 #1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개요: 음악 | 한국 | 4부작
감독: 김희원
출연: 박형식 한소희 등
공개: 2022월 3월 23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20년 지기 절친인 두 남녀가 2주 동안 한 집에 ㅁ물게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디즈니플러스는 드라마 공개에 앞서 미리 음원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선공개했다. 노래를 미리 들은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커져갔다. 두 남녀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지, 또 미리 공개된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
킹 리차드
개요: 가족 | 미국 | 144분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 그리고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관전 포인트
<킹 리차드>는 134번의 노미네이트, 41번 수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오스카에서 6부문 노미네이트가 돼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윌리엄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이다. 실제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거스트 버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스페인 | 129분
감독: 호나스 트루에비
출연: 잇사소 아라나, 이자벨 스토펠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줄거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마드리드 대부분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33살의 에바는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다. 그녀는 축제로 들뜬 도시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한다.
관전 포인트
현재 <어거스트 버진>은 토마토 신선도 91%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칼로비바리영화제에서 FIPRESCI 상과 스페셜 멘션 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 다른 영화제에서 3번 수상을 하였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다.
파친코
출처 | Rotten Tomatoes
개요: 드라마 | 한국 | 8부작
감독: 코고나다, 저스틴 전
출연: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정은채, 정웅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애플 티비 플러스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대하드라마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꿈과 희망을 기록한다.
관전 포인트
총 8부작으로 이루어진 <파친코>. 1~4화는 영화 <콜럼버스>의 감독 코고나다, 5~8화는 영화 <푸른 호수>의 감독 저스틴 전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두 감독의 연출이 매끄럽게 연결됐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윤여정, 이민호 배우가 출연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 유튜브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81분
감독: 존 C. 돈킨
출연: 사이먼 페그, 우카시 암부카, 빈센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거대한 빙하 아래 숨겨져 있던 세상 `잃어버린 세계`의 와일드한 애니멀 히어로 `벅`과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공룡 `오슨`의 불꽃 튀는 대결과 모험을 담은 스펙터클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6년 만에 나온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이다. 전 시리즈였던 5편의 성적이 좋지 않아, 이번 6번째 시리즈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인 벅의 목소리는 앞선 시리즈와 동일하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연을 맡았던 '사이먼 페그'가 연기했다.
브리저튼 시즌 2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 유튜브
개요: 로맨스 | 미국 | 8부작
감독: 크리스 벤 듀즌
출연: 피비 디네버, 레게 장 페이지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 유튜브에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2 예고편이 공개 13일 만에 398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조회 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저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즌 2는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인 '앤소니'가 주인공인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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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이 내 뒤에 와 있다면
<미드나이트>
감독 권오승
주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
청각장애를 가진 '경미'는 귀가하던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정'을 목격하고, 그녀를 도와주려다 연쇄살인마 '도식'의 새로운 타겟이 된다. 살고 싶다는 의지로 미친듯이 도망치는 '경미' ,하지만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 '도식'은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나 경미를 위협하는데... 한밤중,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마와 그의 타겟이 된 '경미'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가 온다!
1. 감각에 의존하게 되는 스릴러 장르 속에서, 한 감각을 차단했을 때
흔히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연상되는 그림들이 있다.
공포의 대상이 숨어 있다는 걸 모르고 함정에 빠지는 주인공, 범죄자 혹은 귀신 등에게 쫓기다 숨는 주인공, 공포의 대상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두려움에 몸을 떠는 모습 같은 것들.
주인공에게 공포감을 주는 대상은 주인공의 눈앞에 있을 때가 아니라, 주인공의 눈앞에 없을 때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와 스릴을 배로 느끼게 만든다. 이미 잡힌 뒤에 그가 주인공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지보다, 주인공이 그를, 혹은 그가 주인공을 잡기까지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주인공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대상을 찾아내고자 한다. 가령 상대의 체취, 다가오는 발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 나를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힌트를 줄 수 있는 것은 '소리'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상대를 피하거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으므로. 그러나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은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이자 타깃이 된 경미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뿐만이 아니다. 경미와 함께 살고 있는 경미의 어머니, 해연 또한 경미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앓고 있다. 경미와 해연은 수화나 문자 메시지, 메모 등 '눈에 보이는' 표현을 통해 소통한다. 목소리를 통해서는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미와 해연은 오해를 부르기는 쉽고, 해명하기는 어려우며, 위기를 감지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이는 경미와 해연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2. 어떤 서사도 없는 살인범, 그저 '눈에 띄면 죽이는' 범죄자 캐릭터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속 등장하는 범죄자 캐릭터들에게는 '이유'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과거 어떤 트라우마나 사건이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는 범죄자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잘못하면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사연을 만들어주는' 흐름으로 가 버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미드나이트>는 범죄자에게 서사를 일체 부여하지 않는다. 늦은 밤, 홀로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곤 하는 범죄자 도식(위하준)에게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어떤 이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홀로 있는 여성을 보면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들고 나선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뒤 본인이 저지른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인 척' 연기까지 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과거의 서사는 없고, 그가 조작한 현재 상황에서의 '만들어진' 서사만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살인범, 도식에게 공감이나 연민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도식의 타깃이 된 경미와 이미 납치된 채 차 안에 있는 소정(김혜윤)의 안위에만 집중하게 된다.
도식의 타깃은 나이 불문, 오로지 '눈에 띈 사람'이다. 성별도 한 성별로 제한되어 있지 않다. 영화 내 첫 타깃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도식이 내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왔다가 차 안에 납치되어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 그 순간 도식에게 붙잡혀 그대로 차 안으로 납치된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여성과 남성은 모두 사망해 공원에 남겨져 있었을 뿐이다. 도식이 조작한 '만들어진' 상황의 말판처럼.
이후 도식의 다음 타깃으로 잡히는 건 경미의 어머니, 해연이다. 경미가 차를 주차해두고 오겠다고 해연을 두고 사라진 사이, 도식은 홀로 걸어가고 있는 해연의 뒤를 쫓는다. 해연이 도식의 발걸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태평하게 걸어가는 사이, 도식은 해연을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꺼내든다.
그러나 해연을 납치하기 직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정의 목소리에 도식은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해연 대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전화하며 목소리를 낸 소정이 타깃으로 대체된다. 같은 여성이지만 반대편 길로 향하는 두 캐릭터를 사이에 두고, 도식은 발걸음을 돌린다.
<미드나이트>의 두 인물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린다. 더 눈에 띄었기 때문에, 소정은 두 번째 타깃이 된다.
3. 운명이 바뀌는 또 다른 순간, 여성 캐릭터 간의 연대
그러나 소정은 그대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 소정은 살아남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는 해연을 데리러 가던 경미가 멈춰서게 만든다. 소정이 던진 흰 구두가, 걸어가던 경미의 앞에 떨어진 것. 경미는 구두가 던져진 쪽을 바라본다. 어둠 속,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골목길. 이때 도식은 골목길 옆에 주차된 차 안에서 경미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경고하듯 중얼거린다. 그 구두를 건드리면, 너도 죽을 거라고.
하지만 경미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구두를 주워들고, 소정에게로 다가선다.
해연 대신 소정이 타깃이 된 순간 두 여성의 운명이 엇갈렸다면, 이제 소정의 구두를 주워든 순간 경미와 소정은 '도식의 타깃'이라는, 같은 운명의 길로 향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경미까지도 납치하려는 도식을 피해, 경미는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한다. 아직 골목길 어귀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해연이 도식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해연이 있는 곳을 피해 반대편으로 도망친다. 골목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 지하주차장 구석에 숨기까지. 뒤늦게 경미를 바짝 쫓아온 도식이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 경미는 이미 구석으로 숨은 뒤다. 경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도식이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구석에서 무언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미가 비상구 문을 열기 위해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경미는 잠금장치를 여는 사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도식이 경미가 있는 곳을 알아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더 빠르게 잠금장치를 돌려댄다. 경미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므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의 스릴과 공포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경미가 도식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비상구의 문이 열린다.
이렇게 도식이 경미를 추격하는 사이, 이미 타깃이 된 채로 차 안에 납치되어 있던 소정은 도식의 시야 밖에 벗어난 채 있다. 다시 말해, 경미가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버는 동안, 소정 또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4. '말하지 못한' 진실, '듣지 못한' 이야기, '보지 못한' 얼굴
경미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경찰서로 간다. 그러나 경미는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림으로 멀끔하게 나타나 얼굴을 비춘 도식을 동일인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경미는 도식을 자신이 보았던 여성의 오빠로 착각하고, 경찰서에 가서도 자신이 봤던 범인의 옷차림만 진술하는 데 성공할 뿐, 도식이 범인이라고 지목하지는 못한다.
그 사이 진술서를 작성하던 경미와 떨어져 앉아 있던 해연은 경미가 '보지 못한' 얼굴을 본다. 도식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두 개라는 것과, 두 번째 핸드폰의 배경화면이 피해자 여성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해연이 소정의 얼굴을 본 뒤 경찰서에 나타난 소정의 오빠, 종탁은 해연이 본 얼굴과 같은 얼굴을 보여주며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두 얼굴이 일치한다는 걸 알아챈 해연이 나서려는 순간, 도식은 경미에게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해연을 가린 채 해연에게만, 경미가 '보지 못한' 살인범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연이 나서면 경미가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해연은 경미를 걱정해 결국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종탁과 도식이 엇갈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갑자기 집 앞에서 실종된 소정을 찾아다니다 경찰서까지 온 종탁은 취객을 내보내기 위해 경찰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도식과 싸우게 된다. 흉기를 들고 종탁을 공격하는 도식을 피해 나온 해연과 경미는 경찰관들을 경찰서 안으로 무작정 들여보내지만, 그곳에서 경찰관들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본 광경은, 칼을 든 종탁 아래 깔려 있는 도식의 모습이다.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경찰들은 그 일촉즉발의 순간, 엇갈린 선택을 한다.
경미와 해연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경찰관들은 종탁을 제압한 뒤 도식을 풀어주고 만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소정은 여전히 차에 갇혀 있고, 도식은 풀려났다. 경미와 해연은 이미 도식의 눈에 띄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식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소정이 희생되기 전에.
5. <미드나이트>가 보여주는 엇갈린 관계, 그 속에서 찾아오는 긴장감
영화 <미드나이트>는 여러 인물들을 두고 여러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에 따라 서로 엇갈리는 운명을 보여주며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한다. 소정의 등장으로 해연은 타깃이 되지 않았고, 경미의 등장으로 소정은 희생되지 않았다. 종탁의 등장으로 경미와 해연은 경찰서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나, 도식과 경미가 대치하고 있던 순간 경미가 아니라 소정을 찾으러 가는 쪽을 선택한 종탁 때문에 경미는 다시 위기에 처한다.
도식에게서 도망치고 있던 경미의 눈 앞에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소정이 발견되고, 경미와 소정은 함께 숨어 도식에게서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경미가 대신 시선을 끌고 멀리 도망쳤기 때문에 소정은 살아남아 신고하는 데에 성공하고, 살아남은 소정이 경미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덕에 경미와 도식이 대치하던 순간, 가까스로 종탁이 경미를 발견해 위기에서 구해준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특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긴장감을 이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억지스러운 전개는 몰입감을 잃게 만들기 쉽고, 주인공이 너무 영웅처럼 등장해도 납득이 되지 않아 긴장감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미드나이트>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는 주인공, 경미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악용하는 범죄자, 도식이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여러 상사건들을 배치해 준다. 이 사이에서 모든 상황들이 억지스럽거나 갑작스럽지 않다는 점, 인물들의 선택이 납득이 된다는 점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몰입을 깨지 않고 도식의 최후를 보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경미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역이용한다.
말할 수 없고,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은 내가 걷던 골목으로, 내가 사는 집으로, 그리고 내 뒤로 성큼 다가와 칼을 들이민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긴장감 있는 전개, 속도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오늘 밤 <미드나이트>를 추천한다.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완벽하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순식간에 타깃이 되어, 늘 지나다니던 골목을 내달려야 했던 경미의 시간을 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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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느껴야만 하는 합당한 감정이 왠지 좀처럼 터져 나오지 않고 몸속 어딘가 꼭 박혀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어딘가 있는데 도대체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기분. 난 느끼지 못해도 내 몸 어딘가는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전달받은 곳은 고장이 나 삐그덕거린다. 발광하기도 하고 일부로 날 괴롭힌다. 그렇게 화가 나고 아픔을 느끼면 마음이 놓인다.
살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반복한다.
아내를 만나고 장인어른 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계획적이고 완벽하게 산다. 그러나 자기가 빠져 있는 일이 아니면 게으르고 무심하다.
물이 새는 냉장고에도, 그리고 아내에게 마저도.
아내를 무심히 여기고 놓치고 살던 그는 아내가 떠나고도 마치 그녀를 전혀 사랑하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낸다.
슬프지가 않다. 그렇지만 왠지 삐그덕 거린다. 어딘가에서 위급상황을 외친다. 매미나방이 심장을 갉아먹었다.
문제점을 찾기 위해 분해를 시작했다. 모든 걸 부수고 나면 조금 나아졌다. 전과 다른 충동적인 삶을 산다. 파멸, 파괴 그것만이 흥미롭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주는 관심. 조금 무심할 수도 있지 바쁘고 힘들면 그럴 수 있지.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날 아직도 뜨겁게 사랑한다는 관심. 그게 없이는 사랑이 아닌 걸까?
"전에 못 보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해요. 어쩌면 보긴 봤는데 무심하게 본 거겠죠."
오랫동안 아프던 마음이 사소한 위로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싹 낫는 일이 있다.
어떤 정신질환 약과 치료보다 강한 게 누군가 날 사랑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이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게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미루고 놓친다. 꼭 잃고 나면 그제야 깨닫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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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70년째 바뀌지 않는 수통 안을 들여다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헌병대로 자대 배치를 받은 이병 '안준호(정해인)'는 선임인 '조석봉(조현철)'의 친절과 병장인 '황장수(신승호)'의 괴롭힘 속에서 군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준호의 관찰력과 집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중사 '박범구(김성균)'는 그를 D.P. 팀으로 옮기지만, 준호는 첫 번째 임무에서 선임의 실수로 인해 처참히 실패하고 영창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새롭게 부대에 부임한 대위 '임지섭(손석구)'은 준호의 실패가 온전히 그의 책임이 아니라 판단하고, 본래 D.P. 팀이었던 상병 '한호열(구교환)'을 복귀시켜 준호와 같은 팀으로 배치한다. 천방지축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쌓은 호열은 준호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그들은 한 팀으로서 탈영병들을 쫓기 시작한다.
27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웹툰 <D.P 개의 날>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뺑반>과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고 원작 작가인 김보통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D.P.>는 공개 직후부터 수많은 현역, 예비역들의 악몽을 유발하는 사실적인 군생활 고증으로 이슈몰이를 하면서 넷플릭스 인기 있는 콘텐츠 top 10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 단지 리얼함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잊고 싶은 그 리얼함마저도 화제가 된 진짜 배경에는 군대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한 메시지와 주제의식, 특히 변하지 않는 군대에 대한 회의감이 자리하고 있다.
제목인 <D.P.>는 탈영병 추적병을 뜻하는 Deserter Pursuit의 줄임말로, 드라마는 이름대로 탈영병들을 체포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추적병들의 이야기를 여섯 에피소드로 나누어 담아낸다. 그 과정에서 드라마는 자연스레 각 탈영병의 사연을 소개하고 각종 병영 부조리와 모순을 고발한다. 살인자를 잡기 위한 첫 단계로 살해 동기를 파악하듯, 탈영병들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탈영 동기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 묘사되는 사연들은 구타를 비롯해 코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방독면 씌우고 물 붓기, 하의를 벗긴 후 라이터로 음모 태우기, 자위행위 강제하기, 얼굴에 살충제 뿌리기 등 군대를 경험했다면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사실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외에도 <D.P.>는 폭력과 관계는 없지만 그 못지않게 병적인 여러 모순점들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군대를 갈 경우 가족을 돌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인원 부족으로 인해 징집률이 약 90%에 이르는 현행 징병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타 부대와 협동하여 탈영병을 잡는 과정에서는 병사와 병사, 병사와 간부 간의 갈등에 가려져 있던 부사관과 간부 간의 대립과 부조리를 수면 위로 올려놓는다. 육군 주임원사들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육군참모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던 사건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 갑질 사건 사건처럼 일부 간부들이 병사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악습 역시 카메라에 포착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들을 갓 입대한 이병 안준호의 시점에서 접하다 보니 더욱 충격적으로 묘사되어 간접 체험의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 군대와 사회 사이에 서 있는 이병이라는 계급의 특성과 더해져 단지 탈영병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 조직 전반의 문제를 직관적으로 느끼도록 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탈영병을 잡지 못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단지 탈영병이 겪은 폭력뿐만 아니라 탈영병을 잡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문제, 서류와 현실이 따로 놀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면피하려는 군대 특유의 문화를 제대로 꼬집는다. 그래서 사회와 이질적인 시스템 안에서 마치 자신의 얼굴을 피멍이 들 때까지 때리고 싶을 정도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안준호의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고, 충격적이며, 가슴 아픈 연출이다.
또한 <D.P.>는 단지 문제를 열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모두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모순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존속되는 근본 원인을 나름대로 고찰해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피해자인 일병 조석봉과 가해자인 병장 황장수가 있다. 평범한 미대생이자 친절한 학원 선생님이고, 후임인 준호에게 "우리는 선임처럼 되지 말자"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선량한 청년이었던 석봉. 그는 거듭되는 황장수의 폭행으로 인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하나의 괴물, 복수귀로 변해간다. 황장수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를 사로잡은 순수한 기쁨과 광기, 그리고 해방감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정도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선후임의 관계를 일방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로만 남겨두지는 않는다. 대신 황장수가 저지른 범죄와는 별개로 그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군대라는 조직이 만들어 낸 피해자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왜 자신에게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고 미안해하지 않느냐는 석봉의 말에 장수는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라고 대답한다. 그 대답은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수가 처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치우려는 장수에게 사장은 군필이 일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고 비난한다. 이 비난 밑바탕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고, 본인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 한 현행 유지가 주 목적인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가 깔려 있다.
그래서일까? 장수의 대답을 들은 석봉도 비슷한 맥락으로 항변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만 범죄냐고. 자신을 체포하려 하고 부대로 되돌려 보내려는 너희들도 내가 고통받는 것을 알고도 내버려 두지 않았느냐고 일갈한다. 이렇게 <D.P.>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었듯이 두 선후임의 입을 빌려 군대라는 조직 안에 들어온 이상 군대니까, 곧 군대가 끝날 거니까, 군대가 끝났으니까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저항을 할 수 없고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는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에 오히려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진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의감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부제가 '방관자들'인 이유이자,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며 성매매 가해자인 청소년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게 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대목이다.
다만 탈영병 하나하나의 살아 숨 쉬는 사연이 한국군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깊은 울림을 주는 것과 달리 정작 두 주인공들의 서사에 큰 비중이 주어지지 않은 점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전개의 중심에 두고, 이 사건들을 등장시키고 소개하기 위한 도구로서 그들을 쫓는 입장인 준호와 호열을 사용하다 보니 주인공인데도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특히 호열의 경우 재기 발랄한 존재감과는 별개로 그의 서사라고 할 것이 딱히 없다. DP 병에게 필요한 각종 정보와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선임이자 멘토로서 소비될 뿐이다. 그가 과거 한 탈영병에게 칼을 맞은 적이 있고 그 사건이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암시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조차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복싱을 배웠던 경험을 살려 액션씬에서 활약하는 준호와 달리 액션의 측면에서도 활약상이 많지 않다. 이는 그나마 원작과 달리 이병 신분으로 등장한 준호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이끌어 내고, 그들과 자신의 군생활을 대비시키면서 처음 느낀 좌절과 자괴감으로부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사실 DP병의 존재가 그 자체로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단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탈영병을 잡아오는 게 임무인 DP병은 군대라는 조직이 와해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의 최전선에 위치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그들조차 탈영병들과 다를 것 없는 부조리에 시달리고 같은 잘못을 범하는 모습은 군대에 끌려와 피해자가 된 이들이 오히려 범죄자로 전락하는 이 딜레마를 집중적으로 조명할 수도 있었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 부제처럼 '군견'이 되어가는 이들의 고뇌를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였던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시즌제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DP병의 비중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관된 톤, 문제의식, 명확한 메시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D.P.>는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다. 결말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의 우직함이 느껴진다. 일견 <D.P.>의 결말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대대장의 훈시가 끝난 후 다른 병사들의 대열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걷는 준호의 모습은 군대가 변할 수 있으며 자신부터 달라지겠다는 희망과 다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중 시간적 배경인 2014년에 실제로 발생한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모티브가 된 듯한 쿠키 영상을 통해 <D.P.>는 그 희망의 범위를 축소시킨다. 석봉의 말마따나 6.25 전쟁 때 쓰던 수통이 아직도 훈련소와 자대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이 군대에 희망이 꽃필 것이라는 희망이 얼마나 나약한 지, 그 냉혹한 현실을 숨기지 않는다. 7년이 지난 2021년 현재에도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악습과 구조적 문제를 보면 이렇게 최소한의 희망만을 간직한 채 군대라는 조직의 생리와 특성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는 <D.P.>의 선택이 많은 공감을 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현실 군대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미군이 쓰던 수통도 있다는 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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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심연에서 벗어나 숨을 쉬다, 감독 문근영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음악영화의 범주를 총망라하는 섹션 ‘음악영화의 풍경’으로 소개된 영화 '현재진행형', '꿈에 와줘', '심연'의 감독은 이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문근영이다. 8월 15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문근영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언제부터 작품을 구상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연작으로 기획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심연'은 사실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예전에 전시를 보고, 제 마음을 적은 글에서 시작되었어요. 전시회에 물이 가득 나오는 스크린이 있는 거예요. 계속 물이 흐르고 물만 나오는 영상을 보는데, 내 마음 상태가 깊은 물 속에 빠져 있는 상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심해, 심연, 물, 사람, 이런 키워드들이 연결되면서, 이를 장면화한 글을 다시 썼었어요. 그렇게 쓴 것이 2016년, 2017년쯤이었습니다. 몇 번 제작해보려고 시도했었는데 그때는 제가 용기가 없어서 못 하다가, 바치 창작집단을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진행형'과 '꿈에 와줘' 같은 경우는 '심연' 작업과 함께 연작으로 기획해서 동시에 진행이 되었어요.
바치 창작집단은 어떤 곳인가요?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연기 외에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연기자는 누군가에 의해 쓰인 대본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까 아무리 캐릭터를 창작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에 대한 욕구들이 다 해소가 되지 않는 답답함을 갖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 연기로서 보여줄 수 있고, 창작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수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노래를 만들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댄서들이 안무를 만들어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듯, 연기자도 직접 하고 싶은 연기, 캐릭터, 표현하고 싶은 감정들을 직접 만들어서 보여주는 작업을 해보자, 해서 ‘바치 창작집단’이 결성되었습니다.
이번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배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연기해보는 것을 주제로 하며, 제목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대사가 없이 진행되다 보니, 대사를 대신해줄 음악이 중요해서 요크라는 아티스트 분과 협업하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하나의 호흡인 것 같아요. 긴장감을 줄 때는 그에 맞는 호흡으로 음악이 흐르고, 잔잔하고 감동을 줄 때는 또 그만큼의 호흡으로 흘러가는 숨 같은 존재가 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재진행형'에서는 흑백으로 표현된 무대가 인상 깊었는데요.
'현재진행형'은 정평 배우님의 이야기로, 배우로서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에요. ‘처음에는 내가 이 무대에 설 자격이 있나, 나에게 재능이 있는 걸까, 내가 연기를 해도 될까’, 하는 어떤 자의적인 의문이 있다면, 조금 더 지나가서는 이제 좀 외부적인 압박이나 질문, 고민, 또 무대를 떠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어떤 얄팍한 미련 같은 것들, 이런 어떤 수많은 고민의 과정들을 담은 게 현재 진행형이고요. 그래서 이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제가 배우로 사는 이상 계속 현재 진행형의 형태로 고민은 계속될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제가 의미를 부여했던 점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사실 깊숙이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잖아요. 근데 그 고민은 내가 이 인생이란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사실 계속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해서 만든 작품이 '현재진행형'입니다.
무대 위 핀 조명의 존재감이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요. 어떻게 핀 조명을 활용하게 되신건가요?
어떻게 이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다가 조명이 떠올랐어요. 조명을 활용하여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죠.
그래서 처음에 비추는 조명은 이제 자신의 어떤 의문이나 자의적인 어떤 질문이라면, 좁혀 들어오는 조명은 외부적인 압박으로 표현했고, 포기하고 떠나려고 하는데 조명에만 묶여 있는 발은 미련이나 숙명처럼 이 무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껴가는 조명들은 기회라는 걸 표현하려 했고, 조명을 하나의 인격체로 설정해서 이 사람이 본인이 되기도 했다가 뭔가 다수의 어떤 사람들의 외부적인 세계가 되기도 했다가 그냥 정말 스포트라이트 자체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설정을 넣어 표현해보려고 했습니다.
'꿈에 와줘'는 어떤 작품인가요?
'꿈에 와줘'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담은 작품이에요. ‘만약 네가 내 꿈에 다시 와준다면 나는 너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싶어’라는 메세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음악에 맞춰서 두 남녀가 무용을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춤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안승균 배우가 몸을 움직이고 싶다고 요청을 했던 게 있어서, 어떻게 이 이야기에 춤을 녹여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둘이 같이 함께 춤을 췄던 춤을 초반에 혼자 추거든요. 그렇게 빈자리, 상실감을 표현하는 식으로 하고, 꿈에서 만났을 때 둘이 같이 춤으로써 완성되는 거죠. 사실 그것도 꿈에서만 가능하기에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해요. 춤을 통해 예쁘지만, 가슴 아픈 두 사람의 모습을 연출해보았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이다겸 무용수와 만나서 춤에 대한 이야기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둘만의 추억과 기억으로 상징될 만한 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더니 미러링이라는 안무 방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를 바라보면서 똑같이 미러링하는 동작인데 거의 그 동작이 주가 되어서 안무가 만들어졌어요.
관객들이 주목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꿈에 와줘'를 만들면서, 배우와 같이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소중한 사람이 떠올랐으면 좋겠다’하는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그냥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라고 봐주셔도 좋고, 영화를 보시면서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존재를 설정하고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문근영의 이야기, '심연'
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어딘가에 갇혀 있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나지지 않는 곳에 갇혀 사는 상태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연기에 대한 한계를 한 번 넘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한계가 오고, 또 그걸 깼다고 생각하면 한계가 또 오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정체되어있고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때의 답답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울한 감정이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지지 않는 굴레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심연이라는 작품입니다.
대사 없이 연기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고려하신 부분이 있었나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엔딩이었는데요. 엔딩에서 내 안의 숨을 발견하고 숨을 쉬는 장면이 엄청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촬영하는 내내 최대한 숨을 내뱉지 않고 촬영을 하려고 제일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중간에 가만히 누워 있는 장면도 더 이상 벗어나는 것을 포기한 상태를 의미하고 있어서, 그 자세도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물을 걷는 장면에서는 물을 벗어났는데 다시 또 물속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촬영 감독님과 함께 고민하다가 앵글을 뒤집고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해서 수면을 걷는 장면을 담아보자 해서 그런 움직임들을 좀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주인공이 물거품이 되는데, 이러한 결말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래 결말은 사실은 더 비극적이었거든요. 원래 찍으려던 거는 결국에는 벗어나도 벗어나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뭔가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걸 벗어날 방법은 그냥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엔딩을 썼었어요. 그런데 ‘심연’ 작품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약간 세상 밖으로 나온 느낌이 들면서 엔딩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엔딩으로 바꾸게 되면서 공기 방울과 숨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 존재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내가 머무는 그 어떤 굴레든 우울함이든 한계든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이 굴레는 나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숨을 쉬고 그 숨과 함께 심연이라는 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담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제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았는데 심사위원 일정으로 인해 다른 영화를 많이 못 봐서 아쉽습니다. 제가 바치를 하며 뭔가를 한번 만들어본 입장에서 보니까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대단하고 박수 쳐주고 싶더라고요. 어쨌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 고생, 열정, 또 사람들 이런 게 이런 것들로 이루어진 것을 저도 이제 아니까 그냥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들 응원하고 싶고, 저도 많은 걸 배우기도 한 일정이었습니다.
감독님께 바치 창작 집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탈출구 혹은 놀이판인 것 같아요. 연기로 해소되지 못한 것들을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배우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판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습니다.
앞으로 ‘감독 문근영’으로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아직 감독이라는 단어가 어색한데요. 바치 창작 집단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목표고요. 배우로서도 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것도 저의 목표예요. 그래서 다음에는 감독으로도 배우로서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또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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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영화 속 소품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속 촬영 장소로 여행을 가고 싶다던가,
영화 속 음식을 맛보고 싶다던가, 영화 속 소품을 갖고 싶다던가,
이런 생각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 또한 이러한 생각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 속 소품 중 크리스마스 선물로
딱인 아이템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그럼, 한번 살펴볼까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스웨터
ⓒ Wizarding World Youtube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크리스마스 날 론 위즐리가 부모님한테 받은 선물이다.
론 위즐리의 첫 글자 R이 적힌 스웨터이다.
시청 가능한 OTT
웨이브, 쿠팡플레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책
ⓒ 네이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책을 좋아하는 조제가 사랑하는 책으로 등장하는
책 <한 달 후 일 년 후>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조제이기 때문에 쿠미코가 자신을
조제라고 불러달라고 한 것이었는데요. 영화와 함께 책을 읽는다면 여운의 오래 갈 것이다.
시청 가능한 OTT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캐롤 - 필름 카메라
ⓒ 네이버 영화
<캐롤> 속 주인공 테레즈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고 있는 캐롤의 모습을 담았던 카메라.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매개체로 인물의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굉장히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청 가능한 OTT
넷플릭스, 왓챠
토이스토리 - 장난감
ⓒ 네이버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인 장난감들! 주인공 앤디가 가장 아끼는 카우보이 인형부터 액션 인형
우주 전사 버즈 등등.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장난감들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시청 가능한 OTT
디즈니+
프린세스 다이어리 - 다이어리
ⓒ IMDB
<프린세스 다이어리> 속 주인공 미아 서모폴리스의 다이어리로 등장하는 소품이다.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많은 관객들의 소장 욕구를 일으켰다.
시청 가능한 OTT
디즈니+
여러분들은 영화 속 어떤 소품을 가장 갖고 싶으신가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영화를 듣고, 영화를 느낄 수 있도록
영화와 를 더 가까이 만들어주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를 시작했습니다.
클로저의 첫 번째 영화, <캐롤>을 더 가까이 즐겨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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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는 최종 버전이 없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의 인생은 계획처럼 풀리지 않는다. 평생 영화만 만들면서 살 줄 알았는데 영화 프로듀서 일이 갑자기 끊기면서 살 길이 막막해졌다.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한 마흔 살의 찬실이는 완전히 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겠다는 친한 배우 소피의 제안에도 ‘일해서 돈 벌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찬실이는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열심히 쓸고 닦고 반찬을 만들며 방황한다.
연애도 안 하고 평생 영화에만 매달렸기에 찬실이 놓인 상황은 그토록 사랑했던 영화의 배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일이 한순간에 남에게 설명하기도 힘든 이상한 일이 되어 버리고, 프로듀서로서 찬실의 공은 더 이상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제작사 대표는 더 이상 찬실과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통보한 상황. 이때 찬실 앞에 나타난 유령 장국영에게 찬실은 묻는다. “제가 다시 영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찬실의 외로운 마음은 소피의 불어 선생 ‘영’을 향한다. 하지만 영은 찬실이 그저 좋은 누나라며 거절하고, 찬실은 한동안 괴로워한다. 찬실이 영화를 때려치우겠다고 결심하는 마음, 그리고 영에 대한 마음을 접는 과정은 닮아있다. 영화와 영 모두 찬실이 좋아했기에 찬실을 좌절시키는 것들이다. 이제 찬실만 ‘헤어질 결심’을 하면 둘 다 조용히 끝나버린다는 점도 닮았다. 영화에 대한 갈등, 영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에 유령 장국영은 똑같은 대답으로 조언한다.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우리는 실패한 사랑에만 앓는 게 아니라, 이루지 못한 꿈에도 앓는다. 누구나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는 곳을 향해 문을 두드리고, 발견되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를 맞닥뜨린다. 글 쓰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로 시작했던 일이 벌써 몇 년이 되었음을 지각할 때, 나는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찬실이처럼 꿈에 대한 확신도 밥벌이도 불안정하기만 하다. 좋아하는 일만은 자신을 꽉 채워줄 거라 믿었지만 찬실의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라던 찬실의 대사를 내 식대로 바꾸자면, ‘나의 최종 버전’만을 막연히 꿈꿨던 건 행복이 아니었다 ‘가 될 것이다. 현재를 담보로 잡아 미래에 막연히 뭔갈 손에 쥘 수 있으리라는 허기는 환상이었다. 유령 장국영은 영에게 거절당한 찬실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꼭 사귀어야 해요? 몽땅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버리면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그렇다면 꿈과도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게 아닐까. 목마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저 좋은 친구처럼.
이제 찬실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할 일이 많다며 들떠서 말하던 찬실은 무언가가 ‘되기’보다는 지금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이는 찬실과 집주인 할머니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그럼 오늘 하고 싶었던 일은 콩나물 다듬는 거였겠네요.”
삶에는 최종 버전이 없다. 찬실이처럼 갑작스럽게 길을 잃기도 하고 낯선 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매일 하고 싶은 일을 애써서 하며, 망한 꿈과 함께 나름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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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영화 후기 / 몬스터 세계의 통합 / 새로운 몬스터버스의 탄생 / 고질라와 콩의 역대급 맞짱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고질라 VS. 콩”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있을법한데, 쿠키영상이 없더라구요~#고질라, #콩, #몬스터버스, #블록버스터, #액션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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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시리즈 속 모든 상징과 철학 뽀개기 #05 | 매트릭스 인문학적 리뷰 |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 매트릭스4 리뷰 해석 | 매트릭스 리저렉션 해석
?《매트릭스4 리저렉션》(2021) 영화리뷰 / 매트릭스4 리저렉션 리뷰
《매트릭스 1~3》 인문학 결말포함 영화리뷰 #5
*후속영상
#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2 [현실은 진짜일까?] https://youtu.be/wfvqm5HBRb0
#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추천영상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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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플랫폼 2> 공식 예고편
수직 구조로 된 감방. 새로운 거주자는 각각 음식 한 접시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정말 공정한 걸까? 이에 정체 모를 리더가 잔혹한 시스템에 자체적인 규범을 도입시키고, 이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수상한 배급 방식에 대해 반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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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조커: 폴리 아 되> 2차 예고편
마침내 이들의 혼돈의 무대가 시작된다! 운명이 이끄는 광기의 듀오를 마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