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중독2022-02-19 15:46:27
[영화 리뷰]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月老, Till We Meet Again)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감독 구파도
배우 가진동, 송운화, 왕정
※개봉 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네이버 평점 : 6.85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205명)
왓챠 평점 : 2.9 / 5 (참여인원 516명)
개인 평점 : ⭐️⭐️⭐️⭐️ (4/ 5) (왕정의 매력에 +0.5점)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리뷰 3줄 요약
1. 신과 함께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이 훈훈함
3. 과한 판타지, 과한 로맨스가 결합된 영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면 Good)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감독
우리나라에서 대만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올 것 같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의 영화다. 이후 배우를 소개할 때 이야기하겠지만 남주 역시 같은 배우이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은 주인공 캐릭터가 비슷해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감독 특유의 B급 유머가 곁들여져 있다. 이 부분이 영화의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들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유머는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설정들은 꽤 눈길이 가는 편이다. 구파도 감독은 영화감독 이전에 소설가로 먼저 데뷔했고, 대부분 본인의 작품을 영화화했다. 해당 영화 역시 <월노>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등장인물 스틸 컷 [출처: 씨네랩 제공]
- 대만 대세 배우들의 모임
남자 주인공 가진동은 앞서 이야기했듯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데뷔해 한순간에 유명해진 배우다.
데뷔작이 대만 대표 청춘 로맨스물이기 때문에 아주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자 주인공 중 송운화는 최근에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나의 소녀시대>에 출연했었다.
역시 믿고 보는 청춘 로맨스의 대표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공포영화인 <반교 디텐션>에 나왔던 왕정은 처음 알게 된 배우였는데, 처음 봤을 때는 가수 윤하가 출연한 줄 알았을 만큼 닮았다.
셋 모두 훌륭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각각의 캐릭터가 굉장히 선명하고 매력 있게 잘 표현되어서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 생각보다 판타지인 로맨스 영화
포스터에도 적혀있듯이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라고 소개된다.
하지만 포스터 분위기나 출연진들의 면면을 보면 로맨스 영화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만에서는 원작 소설 제목을 따라 <월노>로 개봉했지만 국내에서 바꾼 제목도 로맨스스럽지 않은가? (물론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한국 영화인 <신과 함께>를 보고 나서 였다고 한 만큼 생각보다 판타지 영화이다.
국내 관객이라면 보는 내내 신과 함께가 떠오를 만큼 비주얼이나 설정 측면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고, 생각보다 진하게 들어가 있는 판타지 스토리가 로맨스만 볼 생각으로 온 관객에게는 많이 과한 편이다.
심지어 감독의 전작이 공포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흠칫할 비주얼이나 장면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내가 지금 같은 영화를 보고 있던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주 절절한 로맨스 영화이다.
그 로맨스 부분이 적당히 슬프고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쓸쓸해서 아주 재밌었다.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메인 예고편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메인 예고편 [출처: 그린나래 미디어 유튜브]
*스포일러 포함
<만년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다.
왜냐하면 몇몇 포인트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몇몇 포인트는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싫은 부분이 더 크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비슷한 장면들이 거슬릴 것이고, 좋은 부분이 이런저런 단점에도 꽤 재밌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영화였다.
우선 감독이 <신과 함께>를 보고 영화화를 마음먹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 있어서 여러 포인트가 <신과 함께>스럽고 생각보다 다이내믹하고 더 어두운 분위기로 등장하는 영화 속 악역은 해당 영화가 과하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거의 공포영화급 비주얼과 저주 가득한 서사를 품고 있는 악당이 만년을 기다릴 만큼 순애보적인 로맨스와 결합되니 마치 2가지 영화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 느낌이 들고 그러한 악당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마땅히 납득되지 않고 거기서 펼치는 남자 주인공의 역할도 모호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저승 파트에서 좋았던 건 월노(붉은 실로 사랑을 이어주는 존재들)뿐이었다. 하지만 그 월노들의 이승 등장 씬이라던가 이후 여자 주인공에게 붉은 실 챌린지(?) 등을 펼치는 장면들이 굉장히 밝고 톡톡 튀는 분위기가 있어서 저승의 다른 설정을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월노들의 분위기가 약간은 일본 영화스러운 느낌도 들면서 영화 중반 분위기를 끌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로맨스 부분은 누구든 눈물을 흘릴 법한 절절하고 빛나는 순애보적 사랑을 다루기 때문에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캐릭터는 주인공 샤오룬의 월노 파트너인 핑키이다.
굉장히 비 현실적인 로맨스와 저승 판타지 사이에서 약간은 비참하고 귀엽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하지만 내용의 포커스가 너무 샤오룬과 샤오미를 중심으로 짜여있어서 핑키라는 캐릭터나 배우는 굉장히 매력 있었지만 소비되는 방식은 조금 아쉬웠다.
핑키랑은 반대로 작은 역할이지만 비중 있게 등장한 캐릭터는 샤오룬의 강아지 아루이다. 감독이 실제로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 영화 크레디트를 보면 여러 스태프들의 반려동물들과 함께 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리고 극 중에서도 아루는 주인을 닮은 듯 정말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귀여움과 애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나도 찡했을 포인트들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만에서 흥행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아주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고, 어찌 보면 판타지와 로맨스가 아주 듬뿍 담겨서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뻔했지만 나름의 진한 매력을 담아내는 것에는 충분히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약간은 롤러코스터 같으면서 동시에 대만 특유의 햇살 같은 로맨스 영화를 찾는다면 몹시 추천하는 바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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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액션 / 역시 퓨리오사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아역 배우의 독기어린 눈빛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으로 엔드크레딧 전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이 잠시 나옵니다.
엔드크레딧 후에는 있나 싶은 허무한 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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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손] 끝장리뷰 | 발(하체) 상징 | 결말해석 | 수평과 수직 | 멀고 가까움 | 가부장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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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2024)은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장손]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수평과 수직, 멀고 가까움
Chapter 2 가부장의 진실, 하체의 문제, 결말해석
00:00 장손 개봉
01:34 수평과 수직
05:25 가부장제 비판
08:07 하체의 문제
09:07 결말해석
11:56 별점 및 한 줄 평
12: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장손 #장손리뷰 #장손해석 #장손결말 #장손후기 #장손 #장손영화 #오정민감독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서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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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30초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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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 공식 예고편
<지.아이.조> 시리즈 스핀오프
스네이크 아이즈 VS 스톰 쉐도우
친구였던 그들이 적이 된 이유는 있다
마스크 뒤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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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않았지만 꼭 봐야하는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2022년 제94회 미국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 후보작이 발표됐는데요.
<듄>,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돈 룩 업> 등의 많은 분들이 예상한 작품이 선정된 반면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웨스 앤더슨 <프렌치 디스패치>, 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와 같은
소규모 인디 영화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렌치 디스패치> <카드 카운터>, <매스>,
<그린나이트>와 같은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많은 영화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일 수 있을텐데요!
언제까지나 영화의 관객 수 스코어나 영화제/시상식의 수상이 그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비록 2022년 오스카 시상식 수상후보작에 오르진 못했지만 많은 영화팬들이 꼭 봤으면 좋을 영화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는 2007년 <다즐링 주식회사> 이후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웨스 앤더슨 영화라고 하는데요.
<프렌치 디스패치>가 제작 디자인, 촬영, 의상, 분장 등에서 앤더슨을 커리어의 정점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매스
프란 크랜즈 감독의 영화 <매스>에는 리드 버니, 앤 도드, 제이슨 아이작스, 마샤 플림튼이 학교 총기 난사범의 부모로 출연합니다.
앤 도드는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여우조연상 후보로 깜짝 지명됐지만 시상 시즌 내내 영화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은 항상 희박했다고 합니다. 영화 <매스>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The Card Counter
폴 슈레이더가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의 상징적인 각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 낮았던
<퍼스트 리폼드>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폭발적인 대본과 오스카 아이작의 훨씬 더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스카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Red Rocket
션 베이커의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렘 대포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레드 로켓>과 극 중 포르노 스타의 스토리라인은 그를 연기한 사이먼 렉스가 아무리 대담하게 주연을 맡았더라도
오스카 유권자들에게는 어필을 할 수 없었나봅니다.
티탄
줄리아 뒤쿠르노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티탄>과 함께 역사를 썼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수상에서 오스카 돌풍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밟지 못했습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미아 한센 뢰브의 복잡한 각본은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만했다고 평가받습니다.
감독은 창조적인 장애물에 있는 한 여성 영화감독이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또한 활기찬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감독의 새로운 로맨스 대본의 중심 인물로 출연했고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의 중세 서사를 그린 <그린 나이트>는 제작 디자인, 의상 디자인, 시각 효과, 촬영술 등 수많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놀라운 서사적 모험과 관객들에게는 주는 기이한 체험은 매우 놀랍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많은 영화팬들이 2021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일 것입니다.
더 수베니어 파트 2
조안나 호그의 전작인 자전적 영화 <더 수베니어 파트1>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눈부신 후속작인 <더 수베니어 파트2>가 시상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영화 매거진 버라이어티지의 리뷰에서 "주제적이고 미적인 면에서 완전히 구별되지만, <더 수베니어 파트2>는 전작에 이어
젊은 여성으로서 예술가의 가장 친밀하고 표현력 있는 초상화 중 하나를 형성했다. 제작사 A24가 다시 한번 미국 내 배급에 나서면서, 분명 영화 추종자들을 형성할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C'mon C'mon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로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마이크 밀스의 영화 <C'mon C'mon>에서 어린 조카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상냥한 언론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이크 밀스는 영화 <비기너스>와 <우리의 20세기>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 영화는 아쉽게도 오스카 수상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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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씨네랩이 준비한 오늘의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비록 여러분께서 응원하시고 애정하시는 영화가 오스카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 계속해서 많은 애정으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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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영화의 단점
가끔 유럽영화를 보는 일을 곧잘 한다. 이번에 본 영화는 그저 새로운 추리가 끌려서 봤을 뿐이었는데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듯하다.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개연성이 모두 의도되었다는 것이 너무 잘 느껴진다. 그래서 매력이 반감된다.
1. 낯선 언어의 공격
이 영화는 모든 대사가 폴란드어이다. 그래서 단점까지는 아닌데 조금 낯설었다. 언어란 참 감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폴란드어는 어떤 intonation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다. 결국 표정으로만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듣는 재미는 있었다. 배우의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악인의 표정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모든 일엔 장단이 있는 것이고 모든 일이 내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2. 개연성이 있긴 한데, 너무 의도성이 짙다
몇몇 유럽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지점들이 있는데, 개연성이 있든 없든 모든 사건들이 의도성이 많이 보인다. 액션영화도, 추리물도 긴장감이 중요하고, 관객들에게 이 사건이 왜 있어야 하는지 납득시켜야 하는데, 유럽 영화들을 보고 있으며 감독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이건 영화니까, 이 정도의 사건이 등장해줘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맥락이 조금 이상한 거 같아도 이해해줘. 영화적 허용 같은 거 있잖아."
라고 말이다.
예전에 영화 '킬러 인 브뤼셀'에서도 느낀 지점인데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 없는 모든 사건들이 그저 배치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개연성이 중요한 나에게는 이 총질을 하는 이유가 뭔지 납득이 안되어 재미가 정말 없었다. 그런데 이 'w살인사건'과 같은 영화에서 또 그런 걸 느꼈다. 관객이 우선이 아닌, 감독의 의도가 우선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관객으로서 이해되지 않아 이잉?한 느낌.
3. 여러분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추리물을 보다 보면, 범인이 그냥 보일때가 있다. 배경이 시골마을인만큼 나오는 인물들도 많지 않으니 다들 누가 범인일지 예상이 가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남편을 빨리 좀 버렸으면 했는데, 감독은 남편 캐릭터를 주인공의 성장으로 엮고 싶었던 듯하다.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은 게, 그저 답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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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 만들어낸 파장
인간은 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왔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탐험하면서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은 지구의 모든 지역을 구석구석 탐험하게 만들었다. 이제 지구상에 더 이상 미개척 지역이 남아있지 않으니 깊은 바다 속이나 지구 밖 같은 물리적으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렇게 발전한 기술과 환경 속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탐험심 때문이다.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탐험심은 어떤 열악한 조건에서도 계속 발휘되어 왔다.
애플티비+에 업데이트된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전개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시리즈는 휴 하위 작가의 책인 <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택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지구는 황폐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고 쓴 것은 이 시리즈 안에서는 지구 외부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
그러니까 지금 현재 지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등장하는 사일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하 벙커인 사일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꽤 깊숙한 지하까지 만들어져 있는 사일로에는 각 층마다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저층일수록 조금 더 낮은 계급이 살아가는 듯한 분위기여서 마치 설국열차를 세로로 세워 땅에다 심어 놓은듯한 느낌도 준다. 각 층의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설국열차만큼의 심각한 계급 차별은 없지만 그래도 저층에는 노동을 많이 하는 노동자 층이 살고 있다.
사일로에는 규칙이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지되어 사일로의 외부로 추방당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지상과 가장 가까운 층에서 외부 카메라로 보이는 지상의 모습을 간간히 보면서 호기심을 달랠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일로의 비밀과 외부의 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시리즈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건 상부층의 보안관들이다. 사일로 전체의 치안과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은 총 2명이다.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특히 흑인 보안관인 홀스턴(데이비드 오예로워)이 초반 중심인물이 된다. 홀스턴과 아내 앨리슨(라시다 존스)과 아이를 낳기 위해 앨리슨 몸에 넣은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임신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비밀이 쌓여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와 외부 환경
몇 개월이 지난 후 앨리슨은 우연히 한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사일로라는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에 앨리슨은 사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일로 운영국에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앨리슨이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최상층 외부 카메라를 볼 수 있는 화면으로 사일로 구성원이 모두 볼 수 있으며, 외부로 나간 인물이 쓰러질 때까지 상황은 그대로 중계된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앨리슨으로부터 시작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앨리슨의 호기심은 남편 홀스턴에게 옮겨가 그 역시 앨리슨이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를 수사하게 되고 최하층의 줄리엣(레베카 퍼거슨)을 만나게 만든다. 줄리엣도 처음엔 사일로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줄리엣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 번째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홀스턴은 아내가 나갔던 것처럼 사일로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결국 아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사일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홀스턴은 자신의 보안관 후임으로 최하층의 줄리엣을 지목한다. 그렇게 시리즈의 중심축은 줄리엣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줄리엣의 전 남자친구도 사일로의 비밀과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인물이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래서 줄리엣은 홀스턴의 후임역할을 하기로 결정한다.
최하층이 최상층으로 올라와 사일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리엣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관객들도 사일로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줄리엣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꽤 많은 중심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줄리엣이 최상층으로 올라오면서부터는 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홀랜드(팀 로빈스)나 심스(커먼) 같은 인물들은 사일로 전반을 통제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사일로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면서까지 극도로 안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줄리엣의 등장으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지극히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줄리엣의 질문
이 시리즈는 계급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사일로는 왜 만들어졌는가'와 '밖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궁극적으로 중심인물인 줄리엣이 찾아가는 진실이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했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그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마치 내부 고발자처럼 줄리엣은 모든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홀랜드와 심스의 입장에서는 그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는 범죄와 같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줄리엣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주의자 성향이라고 한다면, 홀랜드와 심스는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 속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리즈 내내 시종일관 안정과 진실은 서로 밀고 밀리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는 줄리엣의 뒤를 주로 따라가기 때문에 관객들은 진실을 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진실이 과연 사일로 속에 구성된 사회 시스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전히 지상이 살지 못할 공간이라면 그것을 밝힌다고 했을 때 시스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대로 지상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사일로에 구축된 시스템 속 사람들은 외부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이렇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진 호기심에서 파생된 일들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깔려있다. 사일로를 만들어 놓은 조상은 사일로의 역사가 구조, 설계나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텅 비어있는 과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잘 발현시킨다. 이야기 속 줄리엣이 그 중심에 있으며 관객이 그 바로 뒤에 서있다.
총 10편으로 구성된 시즌1을 모두 보고 나면 더 큰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레베카 퍼거슨을 비롯해 팀 로빈스, 커먼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이 이야기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 시리즈는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되었다. 주연인 레베카 퍼거슨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 시즌 2에서 어떤 비밀을 더 풀어놓게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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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향한 외사랑
재능은 일상적으로는 천부적이고 타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노력 또한 재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더불어 훈련된 능력'을 아울러 재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 타고난 재주만으로는 재능을 묘사하기에 부족하다. 어떤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도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타고난 재주가 전부가 아니니 재능에는 정도가 없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속도의 문제가 된다.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타고난 재주와 성실한 노력은 목표를 등반하는 두 가지 도구다. 그렇지만 대부분 노력은 줄이고 타고난 재주로 등반하고 싶어 하기에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재주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노력은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니까.
재주이건 노력이건 중요한 건 믿음이다. 믿음이 추진력이 된다. 목표로 질주해 나가는 힘은 믿음이다. 특별히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믿는 힘이 필요하다. 운동처럼 눈에 보이게끔 드러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한 경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힘을 쏟아야 하는 재주와 노력의 총량을 가늠해 보면서 시간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고민하며 선택을 내리게 된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그 일을 버리는 일이다. 미지의 시도를 감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거미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 만드는 영화의 이름 또한 '거미집'이다. 엄청난 데뷔작을 촬영하고 나서 그저 그런 영화만 만들어오던 감독 김열은 촬영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꿈에서 현재 촬영하는 작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결말만 조금 바꾸면 3류 영화가 명작이 될 수 있다. 감독은 바뀐 결말로 자신이 다시금 올라설 수 있음을 믿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영화의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비워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검열이다. 영화의 내용을 검열받던 시절이다 보니 바꾼 결말 또한 허가를 받아야 촬영할 수 있다.
감독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바꿔서 순종적인 인물에서 주체적인 인물상으로 새롭게 그려내려고 한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신여성으로. 당대에 보기 어려운 그러한 새로운 인물로 묘사하려고 한다.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데 결말만 살짝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인물의 성격이 설득력을 갖춰야 하니 극의 전개 과정을 꽤 많이 바꿔야 했다. 정작 배우들은 바뀐 내용이나 바뀌기 전이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도 말이다.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 번의 거대한 선택을 꿈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평론가나 함께 일하는 배우들 모두 그랬다. 캐릭터를 바꾼다고 해서 근간인 치정극에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영화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안에서는 감독이 OK 사인을 내리기 전에는 무엇도 넘어갈 수 없다. 영화 밖에서는 감독이 사인을 기다려야 한다. 검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허가받지 않은 것들 뿐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처지가 역전되는 상황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 문공부 직원, 영화 제작사 대표, 주연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권한을 쥐고 흔든다. 흔들리는 건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배우들의 불신을 잠재우면서 제작사, 문공부의 검열과 제재를 피할 방도를 구해야 했다. 이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해야 했다. 한쪽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끔, 다른 한쪽은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보게끔 말이다.
누군가 내가 가진 능력을 낱낱이 해부해서 까발릴 것 같다는 상상. 쉼 없이 달리다가 이따금 일을 한다는 사실이 낯선 감각으로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무의식으로 내려앉은 과정이 이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의식적으로 숨 쉬는 것처럼 말이다. 감독이 처한 위치 또한 이런 형국이지 않았을까? 자신감으로만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니까. 갈등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분주하다. 어그러지려면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중단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떠올려서 결과물을 향해 다가간다.
믿음을 힘으로 쓰면 일종의 광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동일하다.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쌉싸름한 유머 코드는 일의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짜 일과 진짜 일을 구분해보기도 하고, 일의 경지를 추동하는 수고로움을 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치정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에서 성별 구분을 지우고, 존재와 무존재의 구분을 지우는 식으로 나아가면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남을까? 자신까지 삼켜 먹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을 향한 열의 또한 사랑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일을 처절하기 그지없는 외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게끔 만든다.
사진 출처 : TMDB '거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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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숲 속에 고립된 G7, 현대 정치의 초현실적 우화
감독 에번 존슨( Evan JOHNSON ) /게일런 존슨 (Galen JOHNSON)/ 가이 매딘(Guy MADDIN)
Canada, Germany, Hungary, United Kingdom, United States/ 2024/104min /DCP /Color/B&W /Fiction/15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뜬소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 일곱 명이 G7 연례 정상회의에서 겪는 일을 그린다. 글로벌 위기에 대한 임시 성명서를 작성하려던 국가 정상들은 숲에서 길을 잃고 점점 커지는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리뷰
캐나다 영화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가이 매딘과 존슨 형제(에반 존슨, 게일런 존슨)가 공동 연출한 영화 <뜬소문>(원제: Rumours)은 G7 정상회담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비틀어낸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다.
영화는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정체불명의 세계적 위기에 대한 공동 성명을 작성하기 위해 한적한 곳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정상들은 짙은 안개와 함께 숲 속에 고립되고, 설상가상으로 정체불명의 위협(죽지 않는 늪지의 시체들, 거대한 뇌 등)과 마주하며 혼돈에 빠진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지도자들의 허영심,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이들은 길을 잃은 채 서로를 의심하고 기이한 상황에 휘말린다.
<뜬소문>은 가이 매딘의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미장센과 고전 영화의 양식을 차용한 듯한 독특한 촬영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독들은 정치인들의 공허한 수사와 위선적인 몸짓을 과장되고 희화화된 방식으로 포착하며, 현대 국제 정치의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숲이라는 고립된 공간은 현실 정치의 밀실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지도자들의 내면 풍경을 시각화하는 무대로 기능한다.
케이트 블란쳇이 독일 총리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함께 극의 중심을 잡으며, 캐나다 배우 로이 뒤피는 자국의 총리 역으로 등장해 미묘한 캐나다적 유머와 풍자를 더한다. 찰스 댄스는 미국 대통령으로 분해 강대국 지도자의 오만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섬뜩한 상황 속에서 각 캐릭터의 불안과 욕망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정치 지도자들의 무력함과 소통 불능을 코미디와 호러를 넘나드는 장르적 실험을 통해 효과적으로 폭로한다. <뜬소문>이 보여주는 대담한 상상력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뜬소문>은 현시대 정치의 단면을 기괴하고도 유쾌하게 해부하는 문제작이다.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현실에 대한 서늘한 성찰을 유도한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이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뜬소문'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상영 스케줄
2025. 05. 02 CGV 전주고사 3관 14:00 (상영코드 225)
2025. 05. 04 CGV 전주고사 3관 17:00 (상영코드 440)
2025. 05. 06 CGV 전주고사 3관 21:00 (상영코드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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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클로즈
#클로즈
감독_루카스 돈트,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목 끝까지 잠겨오던 서러움을 애써 삼키다 결국 터뜨리고야마는 울음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는가. 어느 날, 문득 닥쳐온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진작에야 꺼냈어야하는 말들은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당사자의 가슴속에 침전해버린다.
감독은 “다정함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다정함의 상실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10대 시절 꼭 붙어다니던 두 소년 레오와 레미. 둘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결국엔 어느 것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 잃어버리고야 마는 것. 레오와 레미의 우정이, 사랑이,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그 시절에 존재하던 다정함이 이제는 무형의 것이 되었기에. 레오가 꽃냄새 자욱한 벌판을 뛰어다니다가 뒤를 돌아봐도, 레미는 그곳에 없을 것이기에.
두 배우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영화. 눈빛에 담긴 섬세한 감정선이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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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액션 / 역시 퓨리오사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아역 배우의 독기어린 눈빛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으로 엔드크레딧 전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이 잠시 나옵니다.
엔드크레딧 후에는 있나 싶은 허무한 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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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손] 끝장리뷰 | 발(하체) 상징 | 결말해석 | 수평과 수직 | 멀고 가까움 | 가부장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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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2024)은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장손]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수평과 수직, 멀고 가까움
Chapter 2 가부장의 진실, 하체의 문제, 결말해석
00:00 장손 개봉
01:34 수평과 수직
05:25 가부장제 비판
08:07 하체의 문제
09:07 결말해석
11:56 별점 및 한 줄 평
12: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장손 #장손리뷰 #장손해석 #장손결말 #장손후기 #장손 #장손영화 #오정민감독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서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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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30초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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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 공식 예고편
<지.아이.조> 시리즈 스핀오프
스네이크 아이즈 VS 스톰 쉐도우
친구였던 그들이 적이 된 이유는 있다
마스크 뒤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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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않았지만 꼭 봐야하는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2022년 제94회 미국 오스카 시상식의 수상 후보작이 발표됐는데요.
<듄>,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돈 룩 업> 등의 많은 분들이 예상한 작품이 선정된 반면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웨스 앤더슨 <프렌치 디스패치>, 데이빗 로워리 <그린 나이트>와 같은
소규모 인디 영화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프렌치 디스패치> <카드 카운터>, <매스>,
<그린나이트>와 같은 위대한 영화들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많은 영화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일 수 있을텐데요!
언제까지나 영화의 관객 수 스코어나 영화제/시상식의 수상이 그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비록 2022년 오스카 시상식 수상후보작에 오르진 못했지만 많은 영화팬들이 꼭 봤으면 좋을 영화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는 2007년 <다즐링 주식회사> 이후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웨스 앤더슨 영화라고 하는데요.
<프렌치 디스패치>가 제작 디자인, 촬영, 의상, 분장 등에서 앤더슨을 커리어의 정점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매스
프란 크랜즈 감독의 영화 <매스>에는 리드 버니, 앤 도드, 제이슨 아이작스, 마샤 플림튼이 학교 총기 난사범의 부모로 출연합니다.
앤 도드는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여우조연상 후보로 깜짝 지명됐지만 시상 시즌 내내 영화의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은 항상 희박했다고 합니다. 영화 <매스>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The Card Counter
폴 슈레이더가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등의 상징적인 각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이 낮았던
<퍼스트 리폼드>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의 폭발적인 대본과 오스카 아이작의 훨씬 더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스카 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Red Rocket
션 베이커의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월렘 대포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레드 로켓>과 극 중 포르노 스타의 스토리라인은 그를 연기한 사이먼 렉스가 아무리 대담하게 주연을 맡았더라도
오스카 유권자들에게는 어필을 할 수 없었나봅니다.
티탄
줄리아 뒤쿠르노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티탄>과 함께 역사를 썼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수상에서 오스카 돌풍으로 이어지는 전철을 밟지 못했습니다.
베르히만 아일랜드
영화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미아 한센 뢰브의 복잡한 각본은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만했다고 평가받습니다.
감독은 창조적인 장애물에 있는 한 여성 영화감독이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또한 활기찬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감독의 새로운 로맨스 대본의 중심 인물로 출연했고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그린 나이트
데이빗 로워리의 중세 서사를 그린 <그린 나이트>는 제작 디자인, 의상 디자인, 시각 효과, 촬영술 등 수많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놀라운 서사적 모험과 관객들에게는 주는 기이한 체험은 매우 놀랍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많은 영화팬들이 2021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린 나이트>는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일 것입니다.
더 수베니어 파트 2
조안나 호그의 전작인 자전적 영화 <더 수베니어 파트1>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눈부신 후속작인 <더 수베니어 파트2>가 시상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영화 매거진 버라이어티지의 리뷰에서 "주제적이고 미적인 면에서 완전히 구별되지만, <더 수베니어 파트2>는 전작에 이어
젊은 여성으로서 예술가의 가장 친밀하고 표현력 있는 초상화 중 하나를 형성했다. 제작사 A24가 다시 한번 미국 내 배급에 나서면서, 분명 영화 추종자들을 형성할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C'mon C'mon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 <조커>로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마이크 밀스의 영화 <C'mon C'mon>에서 어린 조카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상냥한 언론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이크 밀스는 영화 <비기너스>와 <우리의 20세기>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 영화는 아쉽게도 오스카 수상후보에서 제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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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씨네랩이 준비한 오늘의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비록 여러분께서 응원하시고 애정하시는 영화가 오스카 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의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니, 계속해서 많은 애정으로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
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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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영화의 단점
가끔 유럽영화를 보는 일을 곧잘 한다. 이번에 본 영화는 그저 새로운 추리가 끌려서 봤을 뿐이었는데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듯하다.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 개연성이 모두 의도되었다는 것이 너무 잘 느껴진다. 그래서 매력이 반감된다.
1. 낯선 언어의 공격
이 영화는 모든 대사가 폴란드어이다. 그래서 단점까지는 아닌데 조금 낯설었다. 언어란 참 감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폴란드어는 어떤 intonation으로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다. 결국 표정으로만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듣는 재미는 있었다. 배우의 표정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악인의 표정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모든 일엔 장단이 있는 것이고 모든 일이 내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2. 개연성이 있긴 한데, 너무 의도성이 짙다
몇몇 유럽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지점들이 있는데, 개연성이 있든 없든 모든 사건들이 의도성이 많이 보인다. 액션영화도, 추리물도 긴장감이 중요하고, 관객들에게 이 사건이 왜 있어야 하는지 납득시켜야 하는데, 유럽 영화들을 보고 있으며 감독이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이건 영화니까, 이 정도의 사건이 등장해줘야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맥락이 조금 이상한 거 같아도 이해해줘. 영화적 허용 같은 거 있잖아."
라고 말이다.
예전에 영화 '킬러 인 브뤼셀'에서도 느낀 지점인데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 과정 없는 모든 사건들이 그저 배치만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개연성이 중요한 나에게는 이 총질을 하는 이유가 뭔지 납득이 안되어 재미가 정말 없었다. 그런데 이 'w살인사건'과 같은 영화에서 또 그런 걸 느꼈다. 관객이 우선이 아닌, 감독의 의도가 우선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관객으로서 이해되지 않아 이잉?한 느낌.
3. 여러분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추리물을 보다 보면, 범인이 그냥 보일때가 있다. 배경이 시골마을인만큼 나오는 인물들도 많지 않으니 다들 누가 범인일지 예상이 가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이 남편을 빨리 좀 버렸으면 했는데, 감독은 남편 캐릭터를 주인공의 성장으로 엮고 싶었던 듯하다. 그닥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은 게, 그저 답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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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 만들어낸 파장
인간은 늘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 왔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탐험하면서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다. 인간의 무한한 호기심은 지구의 모든 지역을 구석구석 탐험하게 만들었다. 이제 지구상에 더 이상 미개척 지역이 남아있지 않으니 깊은 바다 속이나 지구 밖 같은 물리적으로 한계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이렇게 발전한 기술과 환경 속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탐험심 때문이다.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발현된 탐험심은 어떤 열악한 조건에서도 계속 발휘되어 왔다.
애플티비+에 업데이트된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나 이야기 전개는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시리즈는 휴 하위 작가의 책인 <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택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지구는 황폐화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고 쓴 것은 이 시리즈 안에서는 지구 외부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호기심이 공동체에 주는 파장
그러니까 지금 현재 지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등장하는 사일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하 벙커인 사일로에서 생활하고 있다. 꽤 깊숙한 지하까지 만들어져 있는 사일로에는 각 층마다 꽤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저층일수록 조금 더 낮은 계급이 살아가는 듯한 분위기여서 마치 설국열차를 세로로 세워 땅에다 심어 놓은듯한 느낌도 준다. 각 층의 사람들은 정해져 있는 일을 하고 설국열차만큼의 심각한 계급 차별은 없지만 그래도 저층에는 노동을 많이 하는 노동자 층이 살고 있다.
사일로에는 규칙이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지되어 사일로의 외부로 추방당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을 살고 지상과 가장 가까운 층에서 외부 카메라로 보이는 지상의 모습을 간간히 보면서 호기심을 달랠 뿐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사일로의 비밀과 외부의 환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시리즈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건 상부층의 보안관들이다. 사일로 전체의 치안과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은 총 2명이다. 초반에는 이 두 사람이 극을 이끌어가는데 특히 흑인 보안관인 홀스턴(데이비드 오예로워)이 초반 중심인물이 된다. 홀스턴과 아내 앨리슨(라시다 존스)과 아이를 낳기 위해 앨리슨 몸에 넣은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임신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비밀이 쌓여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와 외부 환경
몇 개월이 지난 후 앨리슨은 우연히 한 프로그래머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사일로라는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에 앨리슨은 사일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일로 운영국에 의해 추방을 당하게 된다. 앨리슨이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최상층 외부 카메라를 볼 수 있는 화면으로 사일로 구성원이 모두 볼 수 있으며, 외부로 나간 인물이 쓰러질 때까지 상황은 그대로 중계된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건 이렇게 앨리슨으로부터 시작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앨리슨의 호기심은 남편 홀스턴에게 옮겨가 그 역시 앨리슨이 어떤 것을 보고 들었는지를 수사하게 되고 최하층의 줄리엣(레베카 퍼거슨)을 만나게 만든다. 줄리엣도 처음엔 사일로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호기심은 줄리엣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 번째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홀스턴은 아내가 나갔던 것처럼 사일로를 나가기로 결정하고 결국 아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사일로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홀스턴은 자신의 보안관 후임으로 최하층의 줄리엣을 지목한다. 그렇게 시리즈의 중심축은 줄리엣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줄리엣의 전 남자친구도 사일로의 비밀과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인물이었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래서 줄리엣은 홀스턴의 후임역할을 하기로 결정한다.
최하층이 최상층으로 올라와 사일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리엣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관객들도 사일로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줄리엣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 꽤 많은 중심인물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줄리엣이 최상층으로 올라오면서부터는 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홀랜드(팀 로빈스)나 심스(커먼) 같은 인물들은 사일로 전반을 통제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이들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사일로의 역사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감시하면서까지 극도로 안정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줄리엣의 등장으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게 된다.
지극히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줄리엣의 질문
이 시리즈는 계급갈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사일로는 왜 만들어졌는가'와 '밖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궁극적으로 중심인물인 줄리엣이 찾아가는 진실이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사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했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그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마치 내부 고발자처럼 줄리엣은 모든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을 관리하는 홀랜드와 심스의 입장에서는 그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을 크게 혼란스럽게 하는 범죄와 같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줄리엣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보주의자 성향이라고 한다면, 홀랜드와 심스는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 속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리즈 내내 시종일관 안정과 진실은 서로 밀고 밀리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시리즈는 줄리엣의 뒤를 주로 따라가기 때문에 관객들은 진실을 더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 진실이 과연 사일로 속에 구성된 사회 시스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여전히 지상이 살지 못할 공간이라면 그것을 밝힌다고 했을 때 시스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반대로 지상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사일로에 구축된 시스템 속 사람들은 외부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시리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은 이렇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야말로 인간이 가진 호기심에서 파생된 일들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깔려있다. 사일로를 만들어 놓은 조상은 사일로의 역사가 구조, 설계나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텅 비어있는 과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잘 발현시킨다. 이야기 속 줄리엣이 그 중심에 있으며 관객이 그 바로 뒤에 서있다.
총 10편으로 구성된 시즌1을 모두 보고 나면 더 큰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레베카 퍼거슨을 비롯해 팀 로빈스, 커먼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이 이야기에 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 시리즈는 시즌2 제작이 이미 확정되었다. 주연인 레베카 퍼거슨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 시즌 2에서 어떤 비밀을 더 풀어놓게 될지 궁금해진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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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향한 외사랑
재능은 일상적으로는 천부적이고 타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노력 또한 재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사전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더불어 훈련된 능력'을 아울러 재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 타고난 재주만으로는 재능을 묘사하기에 부족하다. 어떤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지도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 타고난 재주가 전부가 아니니 재능에는 정도가 없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속도의 문제가 된다.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타고난 재주와 성실한 노력은 목표를 등반하는 두 가지 도구다. 그렇지만 대부분 노력은 줄이고 타고난 재주로 등반하고 싶어 하기에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재주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노력은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니까.
재주이건 노력이건 중요한 건 믿음이다. 믿음이 추진력이 된다. 목표로 질주해 나가는 힘은 믿음이다. 특별히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믿는 힘이 필요하다. 운동처럼 눈에 보이게끔 드러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력한 경과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힘을 쏟아야 하는 재주와 노력의 총량을 가늠해 보면서 시간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를 대략적으로 고민하며 선택을 내리게 된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능을 포기한다는 건 그 일을 버리는 일이다. 미지의 시도를 감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거미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극 중에서 만드는 영화의 이름 또한 '거미집'이다. 엄청난 데뷔작을 촬영하고 나서 그저 그런 영화만 만들어오던 감독 김열은 촬영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꿈에서 현재 촬영하는 작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크게 바꿀 필요도 없다. 결말만 조금 바꾸면 3류 영화가 명작이 될 수 있다. 감독은 바뀐 결말로 자신이 다시금 올라설 수 있음을 믿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영화의 촬영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비워야 하다 보니 시간이 없다. 가뜩이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검열이다. 영화의 내용을 검열받던 시절이다 보니 바꾼 결말 또한 허가를 받아야 촬영할 수 있다.
감독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바꿔서 순종적인 인물에서 주체적인 인물상으로 새롭게 그려내려고 한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신여성으로. 당대에 보기 어려운 그러한 새로운 인물로 묘사하려고 한다. 물론, 캐릭터를 바꾸는데 결말만 살짝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당연히 인물의 성격이 설득력을 갖춰야 하니 극의 전개 과정을 꽤 많이 바꿔야 했다. 정작 배우들은 바뀐 내용이나 바뀌기 전이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도 말이다.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 번의 거대한 선택을 꿈꾸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평론가나 함께 일하는 배우들 모두 그랬다. 캐릭터를 바꾼다고 해서 근간인 치정극에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영화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 안에서는 감독이 OK 사인을 내리기 전에는 무엇도 넘어갈 수 없다. 영화 밖에서는 감독이 사인을 기다려야 한다. 검열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허가받지 않은 것들 뿐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처지가 역전되는 상황이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나오는 게 흥미로웠다. 문공부 직원, 영화 제작사 대표, 주연 배우가 번갈아가면서 권한을 쥐고 흔든다. 흔들리는 건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작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배우들의 불신을 잠재우면서 제작사, 문공부의 검열과 제재를 피할 방도를 구해야 했다. 이 두 가지 시선을 정리해야 했다. 한쪽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끔, 다른 한쪽은 시선을 돌려 다른 쪽을 보게끔 말이다.
누군가 내가 가진 능력을 낱낱이 해부해서 까발릴 것 같다는 상상. 쉼 없이 달리다가 이따금 일을 한다는 사실이 낯선 감각으로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무의식으로 내려앉은 과정이 이따금 생소하게 다가오는 순간들. 의식적으로 숨 쉬는 것처럼 말이다. 감독이 처한 위치 또한 이런 형국이지 않았을까? 자신감으로만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니까. 갈등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각자의 재능으로 분주하다. 어그러지려면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중단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떠올려서 결과물을 향해 다가간다.
믿음을 힘으로 쓰면 일종의 광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동일하다.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쌉싸름한 유머 코드는 일의 형태를 다시금 고민해 보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짜 일과 진짜 일을 구분해보기도 하고, 일의 경지를 추동하는 수고로움을 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치정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에서 성별 구분을 지우고, 존재와 무존재의 구분을 지우는 식으로 나아가면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남을까? 자신까지 삼켜 먹어버릴지도 모른다. 일을 향한 열의 또한 사랑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일을 처절하기 그지없는 외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게끔 만든다.
사진 출처 : TMDB '거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