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02-15 22:17:42
루는 죽지 않았어!
영화 리뷰,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하시모토 나오키 / 일본 / 2022 / 126분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재일 한국인 2세인 작가 이주인 시즈카(본명 조충래)의 동명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대중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높은 상이기도 한 나오키상 수상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단행본 소설이다.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은 소설을 처음 접하고, 영화화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을 아리게 만들기에 변함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는 죽지 않았어-
영화는 난생처음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 8살 소녀 사야카(니이츠 치세)와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의 만남을 10년 후 사야카의 내레이션(아리무라 카스미)을 통해 들려준다. 소중한 관계의 상실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야카가 맞이하는 이별은 작별인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어린이에겐 너무 어려운 경험의 연속이다. 이렇게까지 잔인한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기엔 영화는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살랑한 봄의 여행길 같다.
좁은 문을 통해 강아지 루를 따라 들어간 벽으로 둘러싸인 들판은, 말 그대로 둘만의 공간이었다. 유일한 친구인 루만이 함께하는 공간은 그 어디보다 외롭지 않고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가장 자유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벽 너머로 수평선까지 보이는 듯한 바다조차 맑은 하늘에 푸르게 반사되지만 사야카 혼자 다시 들판에 갔을 때는 벽의 헤드룸을 좁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 공터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세상을 다르게 느끼게 해주는 존재에 대해 보여준 덕에 사야카의 상실감의 폭은 더욱 크게 와닿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첫 장면이다. 첫 장면이 강렬한만큼 후반부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사야카가 느끼게 된 소외의 너무 짧은 전사나 스토리 전개의 속도, 카메라를 바라보는 듯한 사야카의 시선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루와 사야카의 관계는 의심할 수 없는 꾸밈없는 관계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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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과 2021년 사이의 간극
영화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갖고 있는 취미도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나는 이들에게서 당시의 어떤 사회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셋은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분명 각자 이름이 있을텐데도 많이 언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에서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친구는 그림을, 삼겹은 먹는 것과 비디오 감상을, 섬세는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모습이 당장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렇게 점차 정상성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내몰린다.
96년 작품인 이 영화는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성희롱에 노출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명칭은 당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문제와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성장하는지를 꼬집어볼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평범한 세 남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봄으로써 2021년인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 화두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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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 TENET
/ 감상평 /
주인공이 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어쩌다 저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오페라일에 어쩌다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영화 초반에 긴 설명없이 휘리릭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들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보아야 했고, 이러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다보니 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앞서 말했다시피 2시간 동안 이어진 놀란식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인버전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태에서 30분정도되는 마지막 임무 씬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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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낸 놀란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인버전이라는 어려운 이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시공간 마술사라는 것은 이미 잘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메멘토,인셉션,덩케르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어려운 방식으로 시공간을 표현한 적은 없었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그가 이러한 시공간왜곡을 보여준 의도가 너무 궁금하다.
역시 또 봐야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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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정도 흐르면 지나갔던 그 전 씬들과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씬들이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놀랍다.
흔한 총격전 혹은 격투씬이라고 여겨진 장면들이 사실은 이미 계획되어진 일들이라는 것,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 이 영화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장 소름돋은 부분은 캣이 요트에서 바다로 다이빙하는 씬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부러워 했던 자유로운 여성이 사실 미래의 본인이었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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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스토리도 놀라웠지만 사실 난 연출에 놀랐다.
뒤로감기 편집 하나하나 다 어떻게 했나 싶고,
영상을 뒤집으면 어떻게 찍힐지 계산하고,
전에 찍은 씬과 똑같이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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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을 다 본 후 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주장이있다.
바로, 닐이 캣의 아들인 맥스일 것 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에 대한 근거
1. 맥스의 나이는 10살정도로 되어보이는데 미래의 기술로는 20대 중반정도(닐이 자신이 물리학 석사라고 말한 부분을 통해 유추가능) 되어보이는 닐이 자신의 과거 (10살 맥스시절) 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_ 근데 사실 나는 이게 왜 근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이 영화에서 캣은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인 맥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근데, 정작 맥스는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놀란의 영화라면 그럴일이 절대 없다. 그런데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맥스에 대한 언급이 정말 잦다. 캣이라는 캐릭터가 모성애로 가득찬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3. 닐은 캣이 부상당했을 때 그녀를 처음 마주하는데,
닐이 캣을 쳐다보는 눈빛이 애틋하다.
_ 진짜 그렇다. 나는 보면서 뭐 둘이 러브라인 생기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정도로
4. 닐의 머리색과 눈동자색은 맥스의 것과 동일하다.
5. 이 영화의 내용은 캣&닐의 모자관계와 닐&주인공의 우정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간략하게 적어 놓아서 그렇지 그 근거가 진짜 꽤 괜찮았다.
(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보시는걸 추천)
만약 진짜 닐이 캣의 아들이라면 닐이 이 임무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캣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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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ET은 거꾸로 뒤집어도 TENET 이다.
마치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N을 기준으로 ET로 똑같다.
이 또한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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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 보고 싶은 특별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 TOP4!
특별한 상상력을 담아 지금껏 본 적 없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의 풍성한 이야기들! 코로나로 지쳐있는 분들을 위해 무의식의 세계부터 꿈속 세계까지 작품마다 고유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 4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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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우스> 피로 쓴 안티 히어로의 조악한 탄생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희귀 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마이클 모비우스(자레드 레토)'.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인공 혈액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끝에 그는 흡혈 박쥐의 DNA에 치료제 개발의 힌트가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모비우스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마일로(맷 스미스)'가 준비해준 배에서 동료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불법적인 실험을 진행하고,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임상 실험을 진행한 후 그는 새 치료제가 강력한 힘과 능력을 줌과 동시에 인간의 피를 마셔야만 해소되는 갈증도 선사함을 깨닫는다. 이에 모비우스는 FBI 요원 '사이먼(타이리스 깁슨)'으로부터 치료제 개발 사실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치료제를 맞은 마일로는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갖게 되고, 모비우스는 새로운 힘에 도취된 친구 앞을 가로막는다.
SSU의 딜레마
자레드 레토, 맷 스미스, 타이리스 깁슨 등이 출연한 <모비우스>는 소니의 슈퍼 빌런 세계관인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ony's Spider-Man Universe, SSU)'의 세 번째 작품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베놈>으로 포문을 연 SSU는 현재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이 모인 팀인 '시니스터 식스(Sinister Six)'를 선보이기 위한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으며, <모비우스> 역시 그 준비 작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때 SSU는 흥미롭게도, 또 필연적으로 한 가지 딜레마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이 모인 세계관이기에 SSU는 관객들을 주인공들에게 공감시킴과 동시에 그들이 명백한 악인이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놈>에서 실패자와 패배자로 낙인찍힌 베놈과 에디 브룩이 의기투합하여 자신들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이야기는 감정적으로 어필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그들은 살인과 식인처럼 위법적인 수단을 거침없이 활용하면서 안티 히어로 혹은 빌런으로서의 정체성도 버리지 않는다.
<모비우스>도 예외는 아니다. 시니스터 식스의 멤버가 될 것을 암시한 만큼, 모비우스 역시 자신이 단순한 슈퍼히어로가 아닌 빌런의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때 <모비우스>는 '피'와 '아버지'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수단을 통해 새로운 주인공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선과 악의 경계선, 피
애초에 캐릭터의 모티브가 흡혈귀인 만큼, <모비우스>에서는 피라는 소재가 거듭 등장한다. 당장 흡혈 박쥐를 잡으러 간 영화의 첫 장면에서 모비우스는 스스로의 손에 상처를 내 그 피로 박쥐들을 유인한다. 어린 모비우스와 마일로도 그들이 매일같이 하루 세 번 혈액 투석을 해야 하는 병을 앓는다는 공통점 덕분에 친구가 된다. 그래서 모비우스는 그 치료 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한 인공 혈액을 발명하고, 아예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외부의 피를 먹어도 문제가 없는 흡혈 박쥐를 연구한다.
특히 모비우스의 실험이 부작용을 낳은 후에 피는 더욱 중요한 소재가 된다. 박쥐로부터 얻어낸 혈청 덕분에 폭발적인 힘과 새로운 몸을 얻게 된 그는 사람의 피를 마시지 않는 한 능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혈액으로 갈증을 달래려 한다. 이미 변신 직후 실험을 진행하던 배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피를 마신 것에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 혈액이 갈증을 늦출 뿐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는 관계로, 모비우스에게 사람의 피는 최후의 기준점이 되어버린다. 본능에 굴복해서 세상을 파괴할 힘을 갖거나, 욕구를 따르지 않고 세상을 구원할 존재가 되는 기로에 선 것이다. 따라서 모비우스에게 피는 선과 악, 히어로와 빌런을 가르는 일종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모비우스와 그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마일로를 대조시킬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친구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비우스가 개발한 혈청을 주사한 마일로. 그는 혈청을 맞은 후 자행한 살인에 괴로워하고 이를 억제하려고 하는 친구와 대비되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거리낌 없이 활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 또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이 저지른 악행과 범죄를 회상하며 즐거워하고 춤을 추기까지 한다. 이때 두 친구 사이에 차이점은 오직 하나다. 본능을 따라 사람의 피를 마시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피와 아버지로 확립하는 안티 히어로/빌런의 정체성
이에 더해 영화는 모비우스와 마일로, 그리고 에밀이라는 유사 부자 관계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끌어들여 감정적 요소를 더하고, 선과 악의 차이를 더욱 구체화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 무의식에는 파괴적 욕동(타나토스)과 사랑의 욕동(에로스)이 존재한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증오하다가도 그 증오를 선망으로 바꾸어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양가적 감정에 휩싸인다. 이때 양가적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하지만, 그로 인해 죄책감에 휩싸이며, 죄책감은 아들로 하여금 아버지로 상징되는 규율과 규칙을 내재화하게 만든다. 그 규칙에는 기독교와 같이 강력한 규율을 지닌 종교를 포함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인 윤리, 도덕, 법 등이 있다.
그래서 아버지나 다름없는 에밀의 밑에서 함께 자란 두 박쥐 인간의 차이점은 흥미롭다. 실제로 마일로는 에밀이 언제나 모비우스를 우선시했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다면서 에밀에게 증오를 표하지만, 모비우스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에밀을 선망하며 그를 롤모델로 여긴다. 따라서 마일로가 아버지의 존재를 파괴하는 것은 그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빌런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아버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마일로를 막고자 하는 모비우스의 모습은 그가 히어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이는 앞서 본 선과 악의 기준인 피와도 연관된다. 두 친구에게 피를 마시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에 굴복하는 일이다. 따라서 마일로가 피를 마시는 행위는 욕동을 이기지 못해 아버지를 죽이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악행이다. 그가 괜히 경찰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모비우스가 인공 혈액을 마시는 것은 욕동을 억누르며 선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피와 아버지라는 소재는 역설적으로 모비우스가 결코 히어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수감되었을 때나, 또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대결을 앞두고 모비우스 역시 끝내 사람의 피를 마셔서 힘을 얻기 때문이다. 폭주하는 마일로를 막은 결과는 좋았을지 모르나, 그 역시 본능과 욕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그 과정에서 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작중 FBI 요원 사이먼으로 대변되며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낳은 사회적 질서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만다. 그렇게 베놈의 뒤를 이어 피로 쓴 안티 히어로이자 빌런인 모비우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의 매력을 가리는 설득력 없는 화법
문제는 엉성한 각본과 조악한 편집으로 인해 모비우스의 탄생기가 지닌 차별성과 매력이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모비우스>의 시나리오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모비우스와 마일로 간의 관계를 명확히 묘사하는 데 실패한다. 철저히 두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정작 친구 관계의 시작점인 유년 시절을 보여주는 분량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들의 공통분모인 에밀과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부족하다 보니 둘의 갈등과 대립이 선명히 그려지지 않기도 한다.
또한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 타임에 무리하게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결과, 급 전개되는 로맨스처럼 여러 사건들은 설명되지 않은 채 그저 발생하는 데 그친다. 덩달아 모비우스의 조력자인 마르틴, 모비우스와 마일로를 쫓는 FBI 요원 사이먼 같은 캐릭터들도 무의미하게 소비된다. 자레드 레토와 맷 스미스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 데는 두 주인공 외에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가 없는 것도 큰 몫을 맡는 것이다.
히어로 영화, 액션 영화에 기대할 만한 볼거리의 질이 낮은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사실 <모비우스> 속 액션의 콘셉트는 분명 나쁘지 않다. 박쥐의 상징성에 주목한 <더 배트맨>과 달리, 박쥐의 원초적 습성에 주목해 박쥐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인상적이다. 또 배나 병원처럼 한정된 장소에서 고전적인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초반부 액션은 그 자체로도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액션의 규모가 커지려는 중후반부에서 단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밤거리와 지하 동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는 피아식별을 어렵게 하며, 알아보기 힘든 액션은 클라이맥스에서 긴장감을 최대치로 고조시키는 데도 무용하다.
여기에 새로 만든 연구실을 놔두고 굳이 기존 연구실을 찾아가서 무기를 만드는 장면처럼 바로 앞뒤 장면의 연결조차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더해지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그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터 <베놈>, <베놈 2>에 이르는 소니의 히어로 영화들은 어수선한 편집으로 인해 필요한 분량이 대거 생략되고 완성도가 하락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모비우스>도 고질병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과거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비법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세계관을 걱정하지 마라. 영화를 걱정하라( don't worry about the universe. Worry about the movie")"라고 답한 바 있다. 이 말은 2개의 쿠키 영상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SSU의 거대하고 야심한 미래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는 듯하다. 스스로의 매력과 잠재력조차 온전히 살려내지 못한 <모비우스>는 케빈 파이기의 조언과 정확히 반대에 위치한 작품으로, 현재 SSU의 다음 타자로 예정된 <크레이븐 더 헌터>를 향한 기대감을 전혀 키우지 못한 채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D(Dreadful, 끔찍한)
시작은 그럴싸하나 끝은 미약한 흡혈귀 빌런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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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참관기] K-콘텐츠 시대, 어린이의 과잉과 소멸
- 지난 20일 신도림 도담도담 극장에서 진행된 문제적 포럼은 'K-콘텐츠 시대, 어린이의 과잉과 소멸'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침투적인 매체 환경 속 디지털 미터러시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어린이를 위한 콘텐츠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누었다.어린이를 사람으로도 취급하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변화하여 나이에 상관없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어린이를 둘러싼 매체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용 콘텐츠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TV 프로그램에 그쳤던 콘텐츠가 최근에는 유튜브를 비롯한 OTT 플랫폼까지도 확장되고 있다.하지만 이는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움직임이다. K-콘텐츠가 전세계를 열광시키며 글로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즘, 어린이들 또한 이러한 콘텐츠에 분명한 영향을 받는다.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작품들은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누구나 쉽게 시청할 수 있는 TV의 예능이나 유튜브 동영상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은 해당 내용을 가까이 만나볼 수 있다.즉, 성인의 콘텐츠를 어린이들이 수용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성인 인증 필요'라는 규제를 통해 분리되어있던 성인과 아동의 세계가 점차 결합되는 양상이 보인다. 이러한 침투적 매체 환경은 두 세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유년기의 경험을 오염시키고, 콘텐츠는 통제력을 상실한다. 현재로서는 규제 및 보호에 대한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고, 디지털 환경에 대한 개별 가정의 대처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다. 시민적 윤리 교육과 올바른 매체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적 제도는 턱없이 부족한다. 어린이는 콘텐츠의 수용자로써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해당 권리를 위해 환경이 변화해야 한다.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세계에는 아동 및 청소년을 혐오하는 표현들이 난무한다. 대표적으로 '잼민이', '~린이'가 있다. 요리를 처음 시작해 서툰 사람을 요린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그 예이다. 모든 것에 서툰 어린이들을 비하하며 생겨난 신조어라고 볼 수 있다.콘텐츠 생산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키즈 유튜버, 키즈 크리에이터 등 아동들이 콘텐츠의 생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늘날이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아동이 초상을 노출하고자 하는 자유의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부모의 도구로서, 수단으로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쟁거리가 된다.우리는 모두 어린이었다.너무도 당연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기에 모두가 잊고 살아가는 사실이다.어린이의 인권은 노키즈존의 등장을 기점으로 다시금 퇴보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백지 상태였던 과거의 나를 키워 준 것은, 어린이를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실수를 용납하고 올바른 교육을 제공한 주변의 환경이었을 것이다. 어린이 및 어린이의 부모를 상업적 소비자로만 취급하거나, 어린이 비하 발언을 사용하거나, 어린이를 그저 콘텐츠를 통해 소비할 수 있는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일탈적 생산과 유통이 점점 더 쉬워지는 환경에 살고 있다. 미디어 속 디지털 윤리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 속, 어린이는 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하며, 그들 또한 한 인간으로써 존중이 필요함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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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뇨 아빠가 인간이었을 때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자타공인 '지브리 스튜디오' 혹은 '미야자키 하야오' 덕후다. 일본 방송에 지브리 매니아로 두 번이나 방송에 나간 적도 있다.
영상을 보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클지도 모른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에 4년 만에 들고 온 신작이었다. 은퇴한다고 했었는데 새로운 작품이 나온 것도 기대되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어떤 캐릭터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까 매우 기대가 되었다.
포뇨를 본 뒤, 어른을 위한 동화를 기대하고 있었던 팬과 평론가들에게는 실망감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나는 그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든 것은 귀여운 포뇨와 소스케 때문이 아니라 포뇨의 아빠 때문이었다.
<벼랑 위의 포뇨>는 호기심이 어마어마한 물고기 소녀 포뇨가 육지의 소년 소스케를 만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마 인어공주를 재해석하여, 혹은 모티브로 하여 만든 이야기일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다른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과거로의 회귀', '자연의 회복'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그 깔려있는 스토리는 포뇨의 아빠가 끌어가고 있다. 포뇨의 아빠라고 부르고 있지만 엄연히 '후지모토'라는 이름이 있으니 이제부터는 그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리뷰라고 하지만 상상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후지모토는 인간이었다. 아니, 아직까지 바닷속에서 편하게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류애를 잃고 바다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다. 인간인 소스케를
좋아하는 딸 포뇨가 육지로 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그는 딸바보, 극성 아빠라며 수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가 그렇게 극단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해주는 이는 없었다. 애니메이션에서 포뇨의 등장은 쓰레기가 가득한 바다로부터 시작한다. 인간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마구 버렸고 그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배는 그물을 이용해 바다의 바닥을 긁어낸다. 쓰레기만 치우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다 보니 바다의 생물들은 쓰레기 때문에 피해를 받고,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도 또 피해를 받는다. 인간으로 인해 자연이 얼마나 더러워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후지모토가 육지로 올라갔을 때 깨끗한 물을 주위에 뿌리는 행동이나(물론 제초제로 오해받았지만) 소스케와 차를 타고 가는 포뇨를 따라가면서 바닷속의 쓰레기에 계속 맞는 모습으로도 확인할 수도 있다. 후지모토가 더러워진 모래와 뻘에 질색팔색 하는 것은 덤이다.
후지모토가 말하길 그는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터 인간이길 포기했고, 언제 바다의 여신을 만나 사랑에 빠졌을까? 정말 사랑에 빠진 것일까? 이는 그는 말한 것으로 조금은 추론해 볼 수 있다.
"인간의 물과 공기는 더럽고 인간은 어리석은 생물이다. 인간은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갈 뿐이다."
"나도 한때는 인간이었고, 인간을 그만두기 위해 얼마나 노력..."
아마도 그는 어느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사건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바다의 여신과도 만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으로 인해 죽을 위기였으나 바다의 여신이 구해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포뇨의 현재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그는 떨린다며 혼잣말을 했다. 그 떨림은 과연 설렘이었을까? 아니면 두려움이었을까? 이 의문 역시 그가 바다의 여신을 만났을 때 그녀의 손길이 그에게 닿았을 때 확신 쪽으로 가까워졌다. 그 모습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기보다는 두려움 혹은 경이로움에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생명의 물을 먹으러 바다 생물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바다의 결계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한다. 후지모토는 인간이 망하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인간이 너무 우점해 있고, 그로 인해서 다른 자연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이 바다에서 생명을 빼앗아 간 것이 원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가 지구를 캄브리아기로 되돌리기 위해 생명의 물을 모아놓는 우물의 방의 번호는 1907이다. 1907년은 환경운동의 역사에 한 축인 '레이첼 카슨'이 태어난 해이다. 방 안에 있는 병에 쓰인 숫자인 1957년에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민간 환경운동 단체인 '시빅 트러스트'가 만들어졌고, 세계기상기구가 주관하여 체계적으로 오존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병의 숫자인 1871년은 찰스 다윈은 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 친구인 조셉 달톤 후커에게 진화론의 가설을 편지에 써서 보낸 해이면서 '인간의 유래'라는 책을 출판한 해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가 있는 것인지 후지모토가 언제부터 인간이 아니게 된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후지모토는 환경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던 해의 생명의 물을 소중히 모아 놓았을 것이다.
결국 후지모토도 아버지이기는 한 것인지 자녀인 포뇨의 성장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바다의 여신을 만난다. 포뇨가 소스케의 피와 오랜 시간 모아놓은 생명의 물을 먹어서 파워업되었다고도 알린다. 5살의 사리 분별 못 하는 않는 어린아이에게 무서운 무기를 맡긴 것 같은 말 그대로 긴급상황이다.
하지만 바다의 여신은 딸과 인간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마법의 힘이 가득 차 있고, 데본기의 바다로 돌아간 것 같다며 그 상황을 즐기고 좋아한다. 만약에 후지모토가 바다의 여신을 사랑해서 오로지 그 이유로 생명의 물을 모으고 있었다면 여신의 이 한 마디는 뿌듯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포뇨를 걱정한다. 인간이 싫다면서도 '브륀힐트'라는 딸의 이름을 놔두고 소스케가 지어준 이름인 '포뇨'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알 만도 하다. 후지모토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한다. 실제로 인류애를 잃은 것이라면 그는 세계의 멸망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딸 덕분에 그 멸망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걸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람으로 인해 훼손된 자연이 그 옛날 과거로 돌아갔으면 하고 있었다.
딸이 사랑을 얻는 것에 실패해서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도 후지모토다. 엄마인 바다의 여신은 '원래 물거품이었는데 뭐'라면서 아주 쿨하게 실패해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무리 남은 자식이 많더라도 오래된 마법에 자식의 생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건 너무 매정한 엄마다.
소스케와 포뇨를 약속의 장소로 데리고 가려고 할 때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토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은 속아서 갔다고 했지만 후지모토는 그냥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회유책을 썼을 뿐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다리가 나아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이동하는데 더 편했기 때문에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머리 좀 길고, 스모키 화장을 했고, 화려한 옷을 입고 귀걸이를 했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 후지모토는 가엽기까지 하다. 그리고 요놈 딸내미 아무리 남자 친구가 좋아도 그렇지 아빠한테 물이나 뱉고 있으니 약간의 무력은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지구에 가까이 온 달 때문에 지구의 중력은 달라졌고, 쓰나미가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포뇨 자체가 쓰나미라는 해석이 많다.
결국 소스케의 사랑이 포뇨를 지켰다. 그리고 지구와 세계를 지키게 되었다. 후지모토는 인간의 소스케의 배를 찾아주고, 인간이 소스케에게 악수를 청한다. 지상의 공기와 땅을 더러워하던 그인데 정말 큰 변화이다. 인간이길 포기하기까지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그이기 때문에 사실 안타깝기도 하다. 그는 쓰나미 즉 자연재해로 인해 자연의 위대함과 두려움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을 것이고 과거로의 회귀가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들의 삶의 회복을 위해 '급진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후지모토는 한발 물러섰다. 딸의 행복을 위한 아빠의 마음이었을 수도 있으나 남편을 부르는 리사의 오른쪽에 보이는 산에 꽂힌 송전탑을 보면서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캄브리아기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그보다 이후 시대인 데본기로 바뀌어도 인간이 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안 후지모토는 다른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후지모토는 환경운동가였던지, 생물학자였던지, 역사학자였을 것이다. '별의 중력장 붕괴 제2단계' 같은 걸 얘기하는 걸 보면 과학자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그가 인류애를 잃고 지구와 바다를 과거로 회귀시키고 싶게 된 사건은 결국 알지 못한다. 사실 지금의 행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과거를 가지고 있고, 바다의 여신이 심심할까 봐 혹은 자신의 마력을 높이기 위해 후지모토에게 일거리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보니 그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 바다의 여신을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생각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들 중에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후지모토도 겪어봐서 알겠지만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면 가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의외로 외로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후지모토를 포함한 이 온 세상 환경운동가들, 힘내시고 평화가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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