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뚜로빼뚜로2022-02-12 21:57:01
상실함을 소유한 당신에게 온 편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2019> 리뷰
있던 것이 없어져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돈, 명예, 건강 등 잃을 것은 많이 있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도 잃을 시간이 이미 예약되어 있다. 다만, 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북한군으로 의심을 받는 처남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밀항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 <아버지와 외삼촌>은 재일교포 2세인 이주인 시즈카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독자에게 많이 알려진 이 이야기의 작가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의 원작이 되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썼다. 1992년 소설 <받아들이는 달>로 10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가 알려주는 '상실 증후군 치유법'은 무엇일까.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2019> 포스터
<클럽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바다로 소풍 가기>
사야카가 체험학습을 다녀오니 가장 친한 친구였던 강아지 루가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야카는 혼자 산책을 하고, 루가 없는 루의 집을 멍하니 바라보며, 큰 소리로 루를 불러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가 비밀의 장소에서 만난 루스라는 강아지가 소개해 준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된다. 후세 할아버지는 동네의 음악 카페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야카처럼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 같은 상처를 공유한 둘은 루스를 데리고 클럽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싸서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바다로 소풍을 가기로 한다.
대화가 잘 통하는 후세 할아버지와 사야카
<상실한 존재를 떠올리며 그를 다시 공중에 만들어내는 몸짓하기>
이들이 바닷가로 소풍을 온 이유는 그리워하는 존재를 만나기 위해서다. 상실한 존재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와 했던 일을 시늉하는 몸짓은 나를 과거의 시공간으로 데려다준다. 사야카가 루를 떠올리며 목줄을 잡고 산책하고,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 고이치로를 떠올리며 캐치볼을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야카는 이곳에서 루와 고이치로를 만나지만, 그들은 너무 빠르게 달려 사야카가 따라가기에 벅차다.
루는 없지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길이 다르다면 떠나는 빨간 열차를 향해 웃으며 손 흔들기>
쓰레기 더미에 입구가 가려졌던 비밀의 장소는 루가 집념으로 찾아낸 곳이다. 여기서 사야카와 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루가 떠난 후 사야카 혼자 그리움에 젖었으며, 루스를 만나 후세 할아버지의 음악 카페까지 가게 되었다. 루는 생전에 여기에서 사야카와 함께 기찻길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빨간 열차가 도착하는데, 사야카는 그 열차를 타러 갈 수 없다. 후세 할아버지, 루, 고이치로가 탄 열차는 사야카에게 손을 흔들며 저 멀리 떠나버린다.
사야카는 루와 고이치로를 따라갈 수 없다.
상실은 소유가 전제된다. 가졌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현실과 환상의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의 머리와 마음속을 종횡무진한다. 잃었다는 것에 대한 슬픔보다 가졌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한다면, 곧 잃을 것들의 목록이 떠올라 현재의 소중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2016>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딸 닛츠 치세(2010년생)가 사야카 역할을 맡아 오이다 요시(1933년생)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준다. 당신도 상실함을 소유했다면 이 편지를 잘 간직하길 바란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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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디즈니 '인어공주' 실사판 후기
인어공주
23.05.24 개봉
뮤지컬/가족판타지/로맨스, 전체 관람가
미국, 135분
감독: 롭 마샬
출연: 할리 베일리 등
디즈니의 시대는 한물 갔다며 욕을 욕을 먹던 바로 그 작품...!
흰 피부에 빨간 머리가 대명사인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해서 난리가 났던 바로 그 작품...!
드디어 '인어공주'를 봤습니다~~
다 보고 난 후 드는 생각을 말해 보자면 이거였어요
흑인 인어공주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에 '꼭'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야만 했던
그 이유...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노래? 물론 잘합니다 노래 부를 때마다 감탄해요
그런데 노래 평균 만큼 하는 예쁜 배우가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네 인정합니다 저 외모지상주의 맞아요 . . .
자고로 여주 남주는 예쁘고 잘생겨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있습니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가 문제로 꼽히는 시대라지만
공주는. 예뻐야. 만. 한다는 생각. 있고요.
미국에서는 백인 외의 공주가 나왔다며 좋아한다던데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역할을 했다면
전 광광 울면서 덕질 했을 거예요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빨간 머리도 차별받았다고 들었어요 해리포터 론처럼요
그걸 엎어 준 캐릭터가 인어공주인 건데
새빨간 머리조차 따라 하지 않았다면... 정말 인어공주가 맞을까요?
레게머리라 포크로 빗질 못하고 꼬을 때는 진심 킹받았어요
그게 인어공주 성격 잘 보이는 씬인데 ㅠ......ㅠ
사실 인어공주만 문제인 건 아녔어요
에릭 왕자도..............................................
원래 이 배우님을 모르긴 했지만
영화 보고 있는데 저 사람이 에릭일 거라고 상상도 못함
심지어 내용이랑 개뜬금 없는 입양아 설정까지 . . .
이제 픽사가 디즈니를 먹을 차례인가?
트라이튼이랑 우르슬라가 진짜 찰떡 캐스팅이었던 거 같고
바네사는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분량 3분쯤 되는 거 같은데 반했어요
못 된 표정 짓는데 너무 예쁜 거 있죠
크루엘라도 그렇고 이제 악녀의 시대가 오는 걸까요?
우리 모두 인어공주 이야기는 알잖아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해피 엔딩이 된다는 게 다른 점이죠
그런데도 실사판을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기대했던 건
디즈니라는 대기업이 가진 자본이 얼마나 대단한지였겠죠?
네 CG랑 효과랑 노래요 ㅎㅎ
근데 바다가... 그닥 예쁘진 않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바다도 어두컴컴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때는 인어공주를 엄청 밝게 그려 놔서
그래도 화사하고 아름다운 동화 속 얘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이건... 아바타 2보다도 어둡고 우중충한 바다였어요
우르슬라의 바다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듯
디즈니 실사판을 많이 본 건 아니에요
미녀와 야수 알라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정도?
근데 네 개 다 정말 동화 속 얘기 같고 어딘가 신비롭고
피노키오는 CG가 대박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이번 인어공주는... 아무것도 잡지 못한 영화인 것 같아요
동화를 재해석하는 요즘 스타일st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크루엘라처럼 더욱!! 화려하게 만들었어야겠다 싶어요
이야기는 고대로 갖다 쓰면서 캐릭터성은 버리려고 하면...
원작의 팬도, 요즘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도 잡지 못하잖아요
마케팅 포인트가 불확실했다는 게 가장 큰 실패 이유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 2/5점
*연출: 1/5점
*영상미: 1/5점
*연기: 3/5점
*OST: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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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5월 둘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이번 주는 맑고 따뜻한 봄날씨가 예상된다고 하는데요.다만, 이번 주에도 일교차가 심하다고 하니 겉옷 챙기셔서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마블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많은 마블 팬을 보유한 나라인데요.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박스오피스 순위인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5월 13일~5월 15일) 관객 수 83만 8,90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90만 6,526명을 돌파하였습니다.셋째 주에는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2. <범죄도시2> (NEW)▶ 아직 개봉 전인 <범죄도시2>가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는데요.
개봉 전 주말 프리미어 유료 상영회가 열리며, 개봉 전부터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들게 되었는데요.
개봉 전부터 뜨거운 반응과 호평이 연달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5월 13일~5월 15일) 관객 수 17만 1,73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2,93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
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는데...3. <배드 가이즈> (▼1)▶ 가족 관람객을 사로 잡은 드림웍스의 <배드 가이즈>가 둘째 주에 누적 관객 수 30만명을 돌파하였는데요.
주말 동안 (5월 13일~5월 15일) 관객 수 5만 8,83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3만 85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씨네픽의 이번 주 100회 예측 이벤트는 5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5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3위, 2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90% 이상의 사람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예측에 성공하였는데요. 이에 비해 2위와 3위를 맞춘 비율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3주 동안 박스오피스 TOP 5 순위권 안에 들었는데요. 저번 주말 순위를 유지해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5월 13일~5월 15일) 관객 수 2만 3,72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9만 3,16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2)▶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은 두 단계 내려가 5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이번 주 개봉 예정작을 생각했을 때 셋째 주에는 TOP 5 순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5월 13일~5월 15일) 관객 수 1만 9,18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37만 7,2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국내 박스오피스와 동일하게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가 차지했습니다.
또한,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과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성적은 하나 빼고 모두 동일하였는데요.
<Firestarter>가 개봉하면서 순위권에 올라갔고,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가 순위권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주말 동안(5월 13일~5월 15일)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의 매출액은 $61,003,000 (한화 약 78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총 누적 매출액은 주말 매출액과 동일하게 $291,862,523 (한화 약 3,747억)을 기록했습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5월 6일 ~ 2022년 5월 8일)1.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100만 달러 (누적 2억 9,186만 달러)2. <배드 가이즈> 689만 달러 (누적 6628만 4,000만 달러)3. <수퍼 소닉2> 455만 달러 (누적 1억 7,570만 달러)4. <파이어스타터> 382만 달러 (누적 382만 달러)5.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330만 달러 (누적 4,710만 달러)...씨네픽의 5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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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것을 보면 정화되는 것처럼
어림잡아보니 10년이 넘었더라. 내가 영화관에서 로맨스를 본 지가.
매번 극장에서 볼 영화는 블록버스터이거나 영화관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독립영화들이었다. 그렇다고 상업영화를 안 본 것도 아닌데, 로맨스는 특히 영화관까지 가서 보지는 않았었다. 내가 여태껏 리뷰해온 로맨스 서사들은 ott로 접했던 영화나 드라마였다. 그런 내가 정말 뜬금없이 현재 상영중인 로맨스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정말 응원하는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고, 아주 오래전에 본 대만 영화의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내용에 크게 실망할 만한 지점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 한국의 여름과 대만의 여름이 다르듯이
내 기억 속 대만판 '청설'은 대만의 습한 여름을 잘 표현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한국판 '청설'은 대만보다는 한결 싱그러운 한국의 여름을 잘 표현해내었다. 물론 한국의 여름도 습하고 무덥지만 축축한 느낌보다는 파릇파릇한 나무가 많은 그런 여름을 잘 그려냈다는 뜻이다. 그런 여름의 정서와 이 풋풋한 두 배우의 조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모두가 판타지 속 인물들이다.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딨어'라고 할 만큼 모두들 순딩이들이다. 영화는 픽션인만큼 적당한 현실성과 적당한 판타지가 잘 조합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 속에서의 현실적인 모습이 있다면, 용준이가 취준생이라는 것과 여름이가 동생을 보살피느라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현대의 불안한 청춘의 모습을 담았다는 것이다. 그 이외의 모습은 사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훈훈하다. 누군가는 이런 내용을 순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픽션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극을 볼 때 일말의 판타지도 없으면 다큐를 소비하는 것과 뭐가 다른걸까 라고 생각한다. 다큐와 같은 현실적 지점도 어느 정도 보유하면서 적당히 억지스럽지 않은 판타지를 섞어 '나의 삶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저런 훈훈한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할 수 있게 되어야 성공적인 픽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그 지점을 나쁘지 않게 구현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저 두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지점이 있다. 영화에 빌런이 없고, 그들이 겪는 갈등도 다 착해서 생기는 것들이라 분노하게 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 소리는 없지만 눈이 호강하는 색감
이 영화의 키워드는 '수화'이기도 한데, 그래서 주인공 커플은 말을 하지 않는다. 계속 수화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고요한 사운드가 오히려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여름과 용준이 데이트를 했을 때, 가을이 집에서 자고 있다가 불이 났는데, 경보 소리를 듣지 못해 연기가 가득한 집에서 깨었던 장면이다. 그 때, 흠칫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을이는 못 들으니 소리로 표현하는 위험은 전달될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겐 당연한 것이 가을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잠시 반성하게 되더라.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라도 이해하기에 영화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비슷한 감정을 어떤 영화를 보면서 느꼈었나 회고해보니, '코다'라는 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것을 느꼈었다. 코다인 딸이 노래하는 모습을 농인인 가족들은 들을 수 없어 농인의 입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음악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던 장면이었다. 그들은 딸의 공연에 호응을 하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적당히 박수를 쳐야하는 모습이 참 아팠는데, 이번 영화도 가을이의 시점에서 소리가 없을 때 위험을 감지하는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용준이 가을과 여름과 놀러가는 장면에서 굳이 클럽을 데리고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소리를 못 듣는데, 왜 클럽을 간 건가 생각했었다. 소리를 물리적으로 들을 순 없어도 소리의 진동을 느낄 순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굳이 농인들이라고 음악이 있는 곳을 기피하는 것도 과도한 배려일까 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소리적인 측면에서는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시각적으로 참 예쁜 영화다. 우리 나라의 여름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했고, 모든 것이 푸릇푸릇한 계절이지만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여름처럼 청춘을 견뎌내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잘 담기어 그들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계절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대단히 예쁜 옷들을 걸치고 있지도 않은데, 그저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었는데도 모든 인물들이 밝게 웃고 있으니 그걸 보는 재미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뭐가 제일 중요했을까 고민해본다면 빛이 참 중요했겠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도 일종의 빛이고, 그들을 조명하는 밝은 햇빛, 나무의 파란 빛, 물의 투명한 빛 등을 정말 적절히 잘 사용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들이 빛을 잘 사용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 영화도 혹시 빛의 사용에 있어 그런 영화들이 레퍼런스로 참고가 되었던 걸까 싶었다.
3. 총평
이 영화의 장점은 편안함이다. 하지만 단점도 편안함일 수 있다. 인물 간의 관계도 분명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긴장감 있지도 않고, 영화라는 특성상 언젠가 풀리겠지 싶은 수준이기 때문에 혹자는 지루하다,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 내용은 30% 정도 중요하고 배우의 연기와 얼굴합이 70%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배우들의 청량한 조합이 참 잘 어울려 뻔한 느낌도 어느 정도 상쇄된 것 같다. 홍경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의외로 말랑말랑한 장르가 없어서 참 안타까웠었는데, 비로소 청춘을 표현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생각될 것 같아서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했고, 노윤서 배우도 뭐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의외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김민주 배우도 참 수수하게 나오니 가수였을 시절보다 더 예쁘다고 느꼈다. 뭔가 여름이보다 덜 종종거리고, 쿨하고 시크한 가을이 캐릭터에 참 잘 어울리는 마스크였달까. 오히려 캐릭터의 멋있음은 여름보다는 가을이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용준이 친구로 나오는 배우도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가 참 보기 좋았다. 약간 그 옛날에 건축학개론에 나오던 조정석 배우를 봤을 때의 신선한 느낌이었다. 물론, 건축학개론처럼 살짝 도라이같은 대사는 없었지만 그 신선한, 새로운 배우를 봤다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한참 전에 봐놓고 이제 리뷰하는 거긴 하지만...
아직 상영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러 가세요.
이상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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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권태 속에서 만난 그들만의 이끌림, "스프링 블라썸"
10대와 30대의 만남, 어떻게 볼 것인가?
나이 차는 꽤 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서로 간의 공통점이 많은 둘.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인 건가?
10대인 '수잔'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그 끝에는 항상 수잔 혼자만이 홀로 남아있다.
수잔이 원해서 일부러 또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장담할 순 없겠지만
수잔은 자신이 또래 친구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하루, 수잔은 또래 친구들처럼 파티에도 참석하여 그들만의 어울림에 끼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잘 맞지 않은지 어영부영 끝나고
집 가는 길에도 친구들과 같이 가기는 커녕 혼자 따로 떨어져 간다.
그렇게 수잔은 또래 친구들과 조금씩 멀어져 간다.
일상생활, 학교생활 모두에 지친 수잔은 매일 이 거리를 드나드는데,
그곳에서 한 남자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수잔은 한 순간 그에게 빠져 그의 주위를 맴도는데..
'라파엘'은 수잔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거리에 있는 한 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배우로,
몇 년째 똑같은 대사, 똑같은 연기만 기계처럼 반복하고 있는 자신에게 매우 지쳐있는 인물이다.
이 둘 사이를 자세히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서로 같은 점이 있어서인지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눈이 맞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수잔'과 '라파엘'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우선 수잔은 항상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는 인물이다.
여자 친구들, 남자 친구들, 선생님, 저 자신까지도.
그 모두에게 다 지쳐있어 지루하기만 한 하루를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학교 생활, 일상 생활이 모두 즐겁지 않을 수밖에.
라파엘 역시 매번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에 심히 지쳐있는 상태인데,
연극이 행복하냐, 연극을 즐기고 있냐는 수잔의 물음에 무섭다고 답할 정도로 라파엘은 연기하는 법을 잊어버릴까봐 두려워한다.
이 점에서 봤을 때, 수잔과 라파엘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일상에 지쳐있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을 가진다.
즉, 이 둘 모두 삶의 권태기를 맞이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수잔과 라파엘 모두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서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잔을 보면 친구들이 말을 걸거나 학교생활 관련하여 물어볼 때 일부러 회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도 수잔이 먼저 거절하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친구들 역시 처음엔 다가오다가도 나중에는 수잔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수잔은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 자신이 원해서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라파엘도 마찬가지이다. 연극이 끝난 후 회식 자리를 가지려고 하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한다.
회식할 거냐는 물음에 '아니'라는 대답만 내놓기 일쑤였다.
수잔과 함께 있을 때도 동료들이 회식할 거냐는 물음에 예의상 간다고만 하지, 실제로는 가지 않는다.
이렇듯 라파엘 역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즉, 소속감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수잔과 라파엘은 각자 자신의 나이대에 맞는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자신과는 다른 나이대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는 듯 싶기도 하다.
그렇게 10대인 수잔과 30대인 라파엘이 만나는 횟수가 잦아들면서 가까워지게 되고,
아침 일찍 만나 밥까지 같이 먹게 되는 등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데..
아침 일찍 만나 같이 밥을 먹게 된 그날, 라파엘은 수잔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의 서곡에 흘러나오는 오페라 곡을 들려준다.
이 오페라 곡을 들으면서 둘은 서로 짜지 않았는데도 음악에 몸을 맡긴 채 같은 동작을 취하며 춤을 추게 되는데,
이 곡이 어쩌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라파엘이 좋아하는 오페라 곡은 영화에서 총 두 번 나오는데,
그 중 첫 번째로 들었을 때는 서로의 호감 정도를 표시하며 확인하는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리고 뒤이어 또 한 번의 오페라 곡이 나오는데, 두 번째로 나왔을 때는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졌다는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오페라 곡을 통해 처음에 표현했던 동작이나 움직임들이 두 번째로 표현했을 때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움직임이 느껴졌으니까.
처음에는 두 사람의 호감을 표시했다면, 두 번째에는 두 사람의 깊어진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달까.
영화를 보다 보면 아무래도 10대와 30대와의 사랑이다보니 그 차이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사탕'과 '담배'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수잔과 라파엘은 한 상점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게 되는데
라파엘은 담배를, 수잔은 라파엘의 첫 선물로 사탕을 사게 된다.
담배는 10대인 수잔이 살 수 없는 영역이자 10대와는 좀 거리가 있어보이는 소재이고,
사탕도 취향이다보니 확답을 지을 순 없지만 30대보다는 10대를 나타내는 데에 더 가까워보이는 소재라고 느껴진다.
두 사람이 상점에서 산 물건을 봤을 때 10대와 30대의 간극과 사랑이 동시에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탕과 담배외에도 또 다른 소재로도 10대와 30대간의 간극이 느껴지는 소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석류 레몬에이드'와 '맥주'이다.
라파엘은 맥주를, 수잔은 석류 레몬에이드를 시키는 장면에서 그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맥주는 아직 수잔이 먹기에는 어린 나이에 해당되고 보통 어른들이 주로 마시므로 성인에 해당되고,
석류 레몬에이드는 그에 반대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 같아 10대와 30대 간의 간극이 잘 보여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10대와 30대와의 만남..?
솔직히 약간 꺼려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당혹스러운 면도 있었고.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만남을 보면 처음부터 색안경 끼듯이 편견을 안고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스프링 블라썸'을 보면서는 나이차가 무색하게도 서로간의 어떠한 공통점이 있어 마음이 잘 맞는다면 이것 또한 사랑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는 나이가 없구나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서로를 향한 이끌림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을.
그 순간 과거, 편견을 안고 봤던 나 자신이 좀 부끄러워졌다.
나이대가 비슷해야 그래도 좀 더 잘 맞을 거라는 나의 편견..
또한 영화 안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과 같은 장치가 없는데, 이렇듯 오리지널 감성으로 사랑에 대한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해 주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은 듯 싶다.
덕분에 옛날 감성의 느낌으로 사랑에 대해 집중해서 본 느낌이랄까. 오히려 그 둘만의 관계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 가장 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스프링 블라썸'에 대한 나의 평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둘을 보고 있으면 괜히 나의 봄날도 기다려지고, 사랑에 나이차는 무색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가장 눈여겨 봤던 점! 1. 오페라 곡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2. 10대와 30대의 만남을 나타내주는 소재가 있을까.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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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니 차이를 부각하고 있었던 영화 <뮬란>
작년 실사화가 되면서 욕을 엄청나게 먹었던 뮬란. 하지만 뮬란 원작을 보지 않아서 이 논란에 함부로 가세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뮬란>을 찾아봤다. 영화 속 넘버인 Reflection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원작을 한번도 보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를 보기 전 뮬란은 여성의 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디즈니에서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고 구현하는데 있어 그 변화의 시작을 물랸을 꼽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영화 <뮬란> 시놉시스
파씨 가문의 외동딸 뮬란은 자기 주장이 워낙 강해 선을 볼때마다 퇴짜를 맞는 시대를 앞선 여성이다. 한편, 훈족이 국경을 침략하자 뮬란의 연로한 아버지도 징집 명령을 받게되고, 뮬란은 심각한 고심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의 충성심이 워낙 강해서 뮬란의 만류를 뿌리쳤고, 아버지를 대신 하려해도 여자는 절대로 참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뮬란은 남장을 하고 전장에 참가하기로 비장한 결심을 한다.
한편, '파'시 가문의 조상들이 유령으로 환생하여 대책회의를 하게 되고, 결국 천방지축 수호신 무슈가 뮬란을 따라 나서게 된다. 뮬란은 의지가 워낙 강한 여성이라 점점 한 사람의 병사로 성장하게 된다. 한편, 여자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살얼음판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도, 뮬란은 자신도 모르게 용맹한 중대장 샹에게 사랑을 품게 된다. 용감하게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버릴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던 중, 뮬란이 속한 부대가 눈덮인 설원을 통과할 무렵 2천여명이 넘는 훈족의 군대에게 추격을 당하게 되고, 뮬란이 눈사태를 일으켜 훈족의 군사들을 무찌르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러나, 부상당한 뮬란은 치료를 받다가 여자인 사실이 밝혀져 군령을 어긴 죄로 위기에 처하지만, 중대장 샹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한편, 물러간 줄 알았던 훈족의 군사들은 다시 황궁으로 쳐들어와 황제까지 협박하고 나라는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아름다운 영웅 뮬란이 다시 한번 용맹을 발휘하여 황제와 나라를 구하게 되고, 황제는 수많은 백성 앞에서 뮬란을 영웅으로 대접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조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뮬란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다
요새 디즈니나 다른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엄청난 디테일들을 보여준다. 그럼점이 좋긴 하지만 오래간만에 단조로운 선 중심의 애니메이션인 뮬란을 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화려함보다는 단조롭고 강렬한 선이 중심이 되는 그림체를 보면서 뭔가 딱딱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어찌보면 투박한 듯한 색감 표현이 정겹게 다가왔다. 처음에 볼때는 약간 어색했지만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집중해서 보기에는 그 집중도를 더욱 높여줬던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여성의 능력을 잘 보여준 작품
뮬란을 틀어놓고 여름옷들을 정리하면서 대사를 들을 때는 뮬란이 굉장히 강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남성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신체적인 조건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빼지 않고 같이 훈련하면서 성장해나가는 뮬란을 보면서 어쩌면 드라마 선덕여왕 속의 덕만 캐릭터가 뮬란에서 차용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초반 뮬란을 볼 때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호 받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할 수 있었다. 영화를 가볍게 보면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중국 왕조를 구했기에 신데렐라 구조와는 다르다고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조한 영화였다
영화를 재밌게 보다가 저녁을 먹으며 다시 이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엥…? 음…? 이런 감정이 들었다. 밥을 먹으면서 보다보니 당 섭취로 인해 머리 회전이 빨라져서 그런것일까? 옷정리할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뮬란은 자신이 여성이기에 중국 왕조를 구할 수 있었다. 2000명이 넘는 군대를 맞이할 때도, 훈족이 궁궐로 쳐들어올때도 뮬란을 제외한 남성 군인들은 그 속에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생각을 했고, 뮬란은 지략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려 했다. 즉, 힘이 주어진 남성 캐릭터들은 육체적인 힘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려 시도했지만 선천적으로 힘이 주어지지 않은 여성캐릭터인 뮬란은 난관 속에서 정공법 보다는 계략과 지략을 이용한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캐릭터 설정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의 힘으로 중국 왕조를 지켜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성과 남성을 오히려 구별짓고 있다고 느껴져서 저녁을 먹는 동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의 뮬란의 이미지가 훨씬 좋았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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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직하게 끌고 온 진심이 후반부까지는 감당하지 못한 듯
미친개의 귀환
이 영화의 주인공은 2016년의 대한민국에 사는 경찰관 황준철이다.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누가 그를 환영하든지 말든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랜만에 부인과 딸을 다시 만날 생각에 신났다. 기분 좋은 준철. 하지만 금세 기분이 변한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준철. 복잡한 생각에 빠진다. 하지만 지금은 2016년이다. 17년 전 일은 과거일 뿐이다. 가서 일 잘하면 되는 일이다. 황준철이 가족들과 재회한다. 그런데 이런 준철을 전 직장 동료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성! 이제야 오셨소!” 16년 전 부하 직원이었던 박정규가 반긴다. 술 한잔 들이켠다. “성은 예전 일 기억납니까?” 예전 일? 황준철의 머릿속에서 ‘미친개’였던 시절이 재생된다.
수사반장이 됐다. 실적 하나만은 기가 막힌 황준철. ‘미친개’에게 눈에 보이는 건 없다. 일단 잡고 보는 준철. 하지만 바늘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냉혈한은 또 아니다. 동료들에게 고기 쏘는 법 정도는 아는 준철.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박정규가 ‘당신의 부사수’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여기가 새로운 직장인가? 적응 중인 준철. 하지만 거슬리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최우성이 준철에게 다가간다. 건들거리는 우성. 준철은 애써 무시하기로 한다. 그런데 막상 무시할 수만은 없던 사건이 있었다. 1999년의 어느 날. ‘삼례슈퍼’라는 곳에서 강도치사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10대 소년 3명이다. 이상한 사건에 ‘미친개’ 황준철이 개입한다.
실화바탕 영화 다수
이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지켜야 할 윤리가 몇 있다. 그중 하나는 ‘무엇을 주인공으로 삼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표면적으로는 황준철(설경구)과 최우성(유준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영화가 정말 다루고자 했던 바는 다른 부분이다. 이 영화가 극의 진짜 주인공을 보여주기 위해 썼던 방식은 이야기의 시점을 엇갈리는 것이다. 두 상황을 비교, 대조하며 관객들이 ‘무엇이 달라졌는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만약 주인공이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긴박한 서스펜스를 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전하고자 하는 바에 이야기가 응집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목표가 정해져 있던 듯이 영화는 두 시점동안 공통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묘사한다.
다음으로 영화가 지킨 선은 카메라가 어떤 것을 담고자 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폭력은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요소다. 강도치사라는 사건의 성격 자체만 봐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폭력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1차원적인 분노를 이끌어내고 싶었다면 폭력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 다루고 싶어 하는 폭력은 따로 있다. 이 폭력을 전적으로 앞에 내세우고 불필요한 것들은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에 다른 이야기를 끌고 와 영화로 만들었다. 바로 소년들 3인방에 대한 서사다. 이 부분이 올드하다고 느낄 여지는 충분하지만 작품의 핵심인 ‘약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묵직한 진심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작품을 만드는데 참여한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유려하다. 딱히 모난 구석이 없다. 이야기를 모호하게 전달해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던가 하는 식의 연출이 없다. 카메라가 담은 장면도 이 영화의 선한 의도를 충분히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진경 배우가 맡은 역은 두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묘한 연기를 보여주고, 설경구 배우는 주인공이 17년의 세월 동안 급작스럽게 나이가 들었다는 설정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영화의 미술이나 조명 같은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다. 정지영 감독은 이런 부분 하나하나 세밀하게 손가락이 닿았던 흔적을 보여준다. 특히 최우성 캐릭터를 비추는 조명과 카메라는 영화가 ‘이 인물은 이런 인물이다’를 쉽게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대표적으로 이 인물이 욕설을 하는 장면은 뭔가 심심하다. 이는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검경의 속성과도 겹쳐 보이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진정성에는 투박함이 묻어있다.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아쉽다고 느꼈던 부분은 최우성 캐릭터다. 이 인물이 황준철과 대립구도를 보여주는 이유와 상황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영화의 핵심을 보여주는 것 이전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우성은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수상할 정도로 조직의 수호를 받기 때문이다. 일을 잘해서? 하지만 황준철도 실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라고 묘사된다. 이것 외의 설정을 중후반부에 보여주긴 하지만 이 한 줄이 과연 모든 이야기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플롯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예상이 된다. 영화가 기획의도로서 고른 것들이 후반부의 동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 영화의 일부 설정은 영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대표적으로 황준철을 ‘미친개’로 부르는 설정이 그렇다. 또 후반부 소년들 3인방의 로맨스 요소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적합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장면이다. 글쓴이는 이 로맨스가 영화에서 그 어떤 비유,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억지 재판
영화를 본 분들 중 거의 대다수가 이 법정신에 대해 코멘트할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 역시 이 장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3인방 중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의 동선이다. 그냥 정석적인 재판으로 묘사했어도 이 영화가 제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를 충분히 지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화가 당시 검/경이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인물이 등장하는 방식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극적인 긴장감을 과다 투여한다. 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실 중 하나는 2016년의 재심을 통해 소년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냉정하고 사실에 기반한 인물들이 등장해야 한다. 이 장면에서 피고 원고 증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감정적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야 할 장면에서 뜨거운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이는 이 영화와 전적으로 대치되어 엔딩의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베테랑의 클래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은 설경구 배우는 최근작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강철중’이 연상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영화가 이를 의도한 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집착은 소시민들의 연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 집착이 장점/단점으로 발현되는 부분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단편적으로만 캐릭터를 해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나는 좋은 연기였다. 그동안 <더 문>이나 <유령> 같은 영화에서는 속삭이는 발성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황준철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또 이 영화에서 설경구 배우의 상대역이라고 볼 수 있는 특별출연(조연)이 있다. 이 배우는 물리적으로 긴 분량이 아님에도 강한 인상을 준다. 설경구 배우와 마찬가지로 최근 지지부진한 성적표에 비해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조연을 맡은 허성태/염혜란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다. 허성태 배우는 내내 씁쓸한 영화의 분위기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을 이끈다. 이 인물은 적당히 소시민스럽지만 그중에서도 정의로운 성격이 유달리 강한 인물이다. 이 배우가 필모그래피동안 선한 역을 맡은 적이 거의 없었다는 걸 기억해 보면 새로운 모습을 기다린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것이다. 반대로 염혜란 배우는 이번에도 어머니/아내 역을 맡았다. 하지만 이 배우는 <마스크걸>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모습과는 정반대의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이 캐릭터만 가질 수 있는 뭉클함을 화려한 방식이 아닌 덤덤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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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이온킹은 애니메이션과 얼마나 똑같을까?
https://youtu.be/O4TpyQm9L_M
10. 토니는 영화에서 멱살을 얼마나 잡힐까?
https://youtu.be/v7au_Lx_NF4※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adonai0919@gmail.com※ 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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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티> 메인 예고편
밑바닥부터 시작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던 존 고티는 뉴욕 최고의 마피아 조직 감비노 패밀리 두목인 카를로 감비노의 조카를 유괴, 살해한 범인을 처리하며 정식 조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점차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던 그는 마침내 감비노 조직의 대부 자리에 오르며 미국 전역을 들썩이는 유명인사가 되지만, 자신뿐 아니라 조직과 가족들은 위험에 노출된다.
거대한 도시 뉴욕 위에서 군림한 절대권력의 마피아 대부
존 고티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