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2-07 08:54:02
<어나더 라운드> 디오니소스와 함께 술 마시며 춤추다
<어나더 라운드>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촉망받던 역사학도였으나 지금은 일상에 찌들어 무기력해진 고교 교사 '마르틴(매즈 미켈슨)'. 그는 각각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동료 교사 니콜라이, 페테르, 톰뮈와 함께 한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흥미로운 심리학 가설을 듣는다. ‘인간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쯤 부족한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 정도를 채워주면 더욱 편안하고 창의적일 수 있다’는 것. 직접 실험에 나선 마르틴은 음주가 지루한 수업과 가족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후일담을 전해준다. 이에 네 친구는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하고,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한 뒤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에서 탈피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현대 사회로 오면 올 수록 술에 대한 인식은 점차 부정적으로 변해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술의 정(精)이여! 너에게 아직 이름이 없다면 앞으로 너를 악마라고 부를 테다"라고 외친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2011년에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선정 1급 발암물질이 되기도 했다. 특히 술에 의존하는 경향은 구하기 쉽다는 접근성과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오래도록 쓰인 문화적 특징과 결부되어 사회적, 개인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해서인지 많은 창작물에서도 술은 흔히 파국을 불러오는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반면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 19일에 개봉한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결이 다소 다르다. 덴마크 대표 배우인 매즈 미켈슨과 토마스 빈터버그 감독이 <더 헌트> 이후 처음 합작한 이 영화의 종착역은 쌉싸름함 속에 달콤함이 깃든 다크 초콜릿처럼 마냥 행복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술 내음이 가시지 않는 데도 말이다. 실제로 술이 등장하기 전 마르틴과 그의 친구들의 일상은 잿빛이다. 그러나 보드카·와인·샴페인 등이 등장하자 스크린에는 활기가 돌고, 색채가 살아난다. 왜 그럴까? 이는 <어나더 라운드>가 단지 술 문화 그 자체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술을 매개로 흔히 간과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삶의 태도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나더 라운드>는 그리스 신화 속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라는 두 신의 이름을 빌려 술을 둘러싼 네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폴론은 시와 음악의 신이자, 빛의 신이고, 또 질서와 진리의 신이다. 이처럼 다양한 아폴론의 신격은 그의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통해 하나의 의미로 수렴될 수 있다. 이 문구는 인간이 유한한 존재로서 신들과는 얼마나 다른지를 알라는 격언으로, 인간의 본성적 한계를 강조한다. 달리 말해 아폴론은 한계와 한도를 통해 무질서에 맞서 질서를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세계관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관장하는 예술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일정한 한도와 질서라는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수단이나 다름없다. 즉, 시와 음악을 관장하는 그의 역할은 개인적으로는 몸을 훈련시키는 체육처럼 영혼을 갈고닦는 교육의 기능에 속하고, 더 넓게는 이성을 통해 세계의 진리를 인식하는 지성적 목적을 갖는다.
실제로 영화는 이러한 아폴론적 이미지로 가득하다. 영화의 주된 공간적 배경이 학교인 것만 해도 그렇다. 학교라는 공간은 이성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질서를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대학교 정장에 'VERITAS LUX MEA', 곧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것이 단적인 예시다. 네 친구가 각각 역사, 체육, 심리학, 음악 등 그의 신격과 관련된 영역의 교사인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질서와 진리를 강조하는 신의 가치가 지배적인 공간과 직업답게, 그 안에서 지내는 구성원들에게도 강력한 규칙과 규율이 적용된다. 제 몫을 다해내지 못하면 교사들은 면담을 통해 학부모들로부터 직접 컴플레인을 들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학업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한 학생은 졸업 대신 재수강을 반복해야 한다. 당연히 술의 존재 역시 학교에서는 언급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금기시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질서가 확고한 공간 안에서 작중 구성원들은 행복해지는 대신 오히려 피폐해진다는 점이다. 교사라는 직업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교사는 그 무기력함이 가족 관계로 번지는 것마저 막아서지 못한다. 육아와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아버지는 가중되는 스트레스를 토로한다. 졸업 시험에서 거듭 낙제를 경험했던 학생은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이며, 축구팀 내에 스며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한 어린아이는 울음을 참지 못한다. 이러한 공통의 좌절감은 이들의 이야기가 단지 학교 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처럼 강력한 질서와 규율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되는 기반이 된다.
이 대목에서 영화는 술을 매개로 포도주의 신이자 축제, 광기, 야성의 신이기도 한 디오니소스를 불러온다. 디오니소스는 사람들을 산과 들로 이끌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게 하면서 열광과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신이다. 그는 질서와 같은 이성적 틀이 사람들의 삶에 가하는 억압으로부터 자연스러운 감정을 해방시키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춤과 노래의 인도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감정이라는 삶의 생명력으로부터 반지성적 목적을 이루려 한 것이다. 이는 그가 포도주로 상징되는 비이성적인 도취 상태로 사람들을 이끄는 신인 이유다.
그래서 <어나더 라운드> 속 술 역시 단순한 일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정형화된 삶 속에서 사람들이 놓치고 있었던, 진정으로 삶을 살아있게 하는 그 의지를 일깨우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마르틴이 술을 마신 이후로 크게 세 가지의 삶의 의지를 되찾는 과정을 그려낸다. 우선 인생에서 지나가 버린 젊음이다.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마치 젊은 적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한다. 다음으로는 그간 손 놓고 있었던 관계다. 아내와의 관계,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그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하거나 오래간만에 가족 여행을 계획한다. 마지막은 잃어버렸던 열정이다. 수업 진도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험 문제 출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마르틴. 그러나 그는 이제 실험적인 강의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과거의 본인이 품고 있었던 역사에 대한 열정을 전해주기까지 한다.
이러한 디오니소스의 신격과 그 함의는 마르틴이 항구에서 술 마시며 춤추는 마지막 장면에서 제대로 분출된다. 고대에 이루어지던 디오니소스 제의 중에는 “코레이아”(choreia)라고 불리던 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해당 장면이 바로 시, 음악, 무용의 원시적 융합 형태였던 코레이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디오니소스 제의에서 코레이아가 춤추는 자의 영혼을 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마르틴의 춤은 더욱 인상적이다. 매즈 미켈슨이 젊은 시절 기계체조를 배우고 무용수로 활동하던 경력을 발휘해 재즈 발레를 추는 사이, 무기력했던 마르틴의 삶에는 활력이 돌고, 그의 무채색 일상에는 빛이 들어오며, 그의 삶은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간다. 술로 인해 인생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는 이처럼 아폴론의 가치에 눌려 있었던 디오니소스적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에 비로소 완결된다. 이는 영화 속 술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대신, 영화가 끝날 때 제목대로 “한 잔씩 더(Another Round)!”를 외치고 싶어지는 이유다.
물론 <어나더 라운드>가 마냥 술과 디오니소스가 대변하는 삶의 태도를 긍정하지는 않는다. 네 친구의 실험은 그들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고, 그들은 술을 통제하지 못하며 온갖 사고를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굳이 점차 터부시 되는 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현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이성적 능력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때 인간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본성에 대한 합당한 배려가 결여될 경우, 사람들은 삶의 의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제나 술과 같은 쉼터, 혹은 탈출구를 경시하지 않고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술과 술의 신의 이름으로 통찰하면서 <어나더 라운드>는 사회적, 개인적 삶의 차원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길을 보여준다.
A(Acceptable, 무난함)
아폴론의 빛을 견디기 힘들 때면, 디오니소스와 함께 마시고 춤추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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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일투사 이야기가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액션으로 변모하는 유령
영화 유령.
독립투사들의 항일운동이 주된 스토리 라인이라 여기고 선택했다.
오프닝을 앞두며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단어는,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이라는 옷을 걸친 작품이라 보고 싶었던 차에 스릴러 장르라 잠시 멈춤이다.
그렇지만 독립운동이 소재 아니던가? 유태인의 홀로코스트 영화처럼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흥미롭게 본다.
영화 유령은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을 색출해 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파이로서 갖출 능력들을 최상으로 갖춘 그들은 조선총독부까지 침투한다.
그들의 활약상은 일본에 치명타를 입히기에 일본 군인들을 유령을 알아내야 하고, 찾아내 없애고자 한다.
마이지아 소설 '풍성 風聲'이 원작이다. 중국에서도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2009년에 상영된 바 있다. 마이지아(혹은 마이자)는 중국 소설가로 중국판에서는 일본에 저항하는 중국 항일 단체를 소재로 하지만, 중국에 대한 리메이크작은 아니다.
영화는 1930년 대 초반 상해를 기반으로 했던 남화한인청년동맹이 모태가 되는 항일구국연맹의 행동부인 흑색공포단을 모티브로 한다.
장르는 스릴러, 첩보, 액션, 역사, 느와르이며, 극의 흐름은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느낄 법한 감정선을 조이는 연출로부터 시작해 점차 액션 활극으로 변모한다.
너구리 꼬리가 달리 시베리아 풍의 모자를 쓴 박소담의 깨끗하고 깔끔한 액션은 군더더기가 없다. 또한 장신을 이용한 무게감있는 동작을 선보이는 이하늬 씨의 설경구 배우와의 합과 그녀만의 아우라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씬들 역시 볼 만하다.
'천하장사 마돈나', 품행제로', '신라의 달밤', '아라한장풍대작전', '독전', '경성학교'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해영' 씨가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작품들은 흥행에 있어 성공하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넓은 작품 세계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유령의 손익분기점은 제작비 137억 원에 335만 명이었으나, 66만 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했다. 슬램덩크의 흥행이 한국 영화 '교섭'과 '유령'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상된 티켓 값 때문으로 여겨진다. 가격이 올라 비싸진 영화 관람료는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혔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어느 정도는 볼 만한 재미에 있어 안정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영화를 택하는 편이 관객으로서는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영화 티켓값의 상승으로 인한 관람객들의 수가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한 칼럼니스트가 글을 기고한 바 있고, 그 내용에 대해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어 내 견해를 덧붙여 적는 바다.)
유령이나 교섭 정도의 영화라면, 작품성이나 스케일에 있어 손익분기점의 1/3 수준의 관객 정도로만 들 작품은 아니었다고 본다. 더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관에서 동 기간 내에 여러 영화를 선택해 감상할 수 있도록 격동하던 코로나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이때에 티켓 가격이 종전처럼 내려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이 관객과 영화사, 배급사, 영화인 등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IMAX로 상영된 12번째 작품으로 시나위 베이시스트에서 H2O로 삐삐롱 스타킹을 거쳐 달파란이란 예명으로 활동 중인 달파란이 OST를 맡았다. 그는 대중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천재적인 음악가로 불리는 자로 2016년 곡성, 2018 독전, 2021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청룡영화제 OST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2017년 이후부터는 주로 영화 OST 작업을 하고 있다.
메인 테마곡은 'Das lied ist aus'로 독일의 유명곡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Quando Quando Quando'를 불렀던 재즈보컬 'Moon(혜은)'이 영화를 위해 따로 부른 버전이다.
#달파란 #영화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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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틀 오대수’, 사이버 렉카로 생존하라
6★/10★
배우 오태경이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의 아역을 맡은 것은 행운이었을까? 적어도 〈좋.댓.구〉를 찍을 때쯤의 오태경에게는 행운이 아닌 듯하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아역배우’라는 편견을 넘기 어려워 연기 기회가 줄어들고 점점 잊혀가는 배우 오태경.* 변화를 모색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채널에는 파리만 날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조롱한다. 갈 데까지 간 태경은 큰맘을 먹는다. ‘어린 오대수’를 벗어날 수 없다면 돈이라도 벌어보자는 것.
〈올드보이〉 오대수 분장으로 구독자 앞에 등장한 그가 새로 내세운 콘셉트는 구독자 소원 수리다. 구독자가 어떤 부탁을 하던 오대수 분장을 하고 출동해 소원을 들어주는 식이다. 별 반응이 없던 이전 유튜브와 달리 새 채널에는 구독자가 스멀스멀 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액을 후원한 구독자가 소원 하나를 의뢰한다. 광화문 광장에 아무 말 없이 피켓만 들고 있는 남자의 사연을 알아봐달라는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의외로 만만치가 않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적힌 피켓을 든 남자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피켓만 들고 있다가 사라져버린다. 태경이 아무리 그 앞에서 말을 걸고 도발해도 꿈쩍도 않는다. 이에 ‘피켓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태경의 유튜브 채널과 피켓남은 전 사회적 화젯거리가 되기에 이른다.
〈좋.댓.구〉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이 곧바로 돈과 영향력으로 전환되는 시대의 모습을 그린다.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차용한 영화는 내내 인터넷 방송 화면으로 이어지는데, 유튜브 이용자의 댓글과 ID를 비롯해 온라인 방송 제반 등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구독자 수를 합치면 4,000만에 이른다는 실제 인플루언서들과 깜짝 놀랄 만한 카메오도 많이 나와 재미를 더한다. 진실‧사실보다는 관심‧호응이 더 중요한 우리 시대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영화를 따라가는 재미는 상당하다. 관객과 수싸움을 하려 드는 반전이 아니라 영화의 플롯과 메시지를 살리는 반전이 연이어 이어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사이버 렉카’의 난립에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겠다는 회의가 들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믿음의 불가능은 회의를 불러오지 않는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람들이 원했던 건 진실이 아닌 관심거리였을 뿐이고,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유튜버는 자신이 그 관심의 통로가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리틀 오대수’가 사이버 렉카들 틈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선동에 들썩이며 부화뇌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렉카들은 동시대인들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상민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오태경 배우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밝혔고, 오태경 배우 역시 이 영화의 70~80% 정도가 자신이 이야기 같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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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지켜온 침묵을 벗어나게 해 준 것
숲 속
밖으로 나오기 싫었다. 분명히 자기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던 코오트. 그냥 무시할까 싶었지만 소녀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점점 더 굽어지는 허리. 집 안에 들어가도 숨고 싶은 기분이다. 침대 밑 공간으로 들어가는 코오트. 유달리 말이 없는 소녀 코오트에게 가족이란 족쇄 같은 존재다. 사실 이 집에 엄청난 경사가 있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도 코오트는 영 기쁘지 않다. 어두운 낯빛. 가족 안에서 유달리 겉돌던 코오트. 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오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뭔가를 빌려 뭔가를 마시고 싶었던 코오트. 음료수 마시려고 책상에 놨다. 남자 애들이 그 찰나도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을 퍽 치고 지나간 아이들. 잔에 동동 띄어놓은 음료수가 모두 옷으로 튀었다. 화가 난 코오트. 하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코오트에게 침묵은 익숙했으니까.
아버지에게로 향한 코오트. 차에 탔다. 누군가를 태우는 코오트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니다. 젊은 여자였다. 이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더라도 아버지의 내연녀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건 ‘경마 책 좀 읽으면 안 돼?’라는 말이다. 여전히 어두운 조명이 드는 집 안.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던 도중 부모님의 대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다. 바로 코오트의 동생이 나오기 전까지 주인공이 친척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집 하나. 중년의 여자가 환한 표정으로 코오트를 반긴다. 그 순간, 메말랐던 코오트의 삶에 화사한 빛이 내려온다.
밝거나 어두운 집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은 조명이었다. 글쓴이는 집의 대비를 어떻게 줬는가? 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도입부. 코오트가 처해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두운 집. 가난한 집안이라는 경제적인 세팅이 있지만 한낮에 어두울리는 없다. 이야기에서 코오트의 원래 집이 언제 들어가는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이 연출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두운데 사람에 물건에 화면에 온갖 것이 다 들어가니 안 그래도 갑갑한 기분이 더 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 집에서 빛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 써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사촌 에블린에 집에 도착했을 때의 장면이다. 주인공이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층계를 올라간다. 빛이 들어가는 방향은 환하지만 그 아랫부분은 어둡다. 이 색채 대비는 사실상 코오트의 내면세계와 대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새로운 공간에 왔기 때문에 빛이 들었지만 아버지가 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둡다. 또 다른 연출요소로는 ‘속박’을 어떻게 형상화했는가?라는 점이다. 이는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 왠지 모르게 자유로워지는 느낌에 임팩트를 준 연출 역량이 돋보인다. 이렇게 영화는 소담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고 섬세하게 미장센에 힘을 줬다.
섬세하고 꼼꼼하게
영화에서 강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화법이다. 영화는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려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글쓴이는 이 근거로 코오트의 캐릭터 세팅을 꼽고 싶다. 말이 없다는 것. 그동안 코오트 가족이 주인공을 기죽게 키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설정이 유효하다. 이 속성은 주인공의 어떤 특징과 이어질까? 사회성과도 이어진다. 이 인물은 이야기를 전개하며 부족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영화 내내 노출한다. 이 부족한 사회성에 관한 인물들의 리액션이 아주 흥미롭다. 또 부족한 소통방식으로 인해 에블린 가족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봐도 역시 흥미롭다.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딱 갔다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 설정 역시 이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식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이 없다는 것. 왜 말이 없을까? ‘어떤 것’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반대로 주인공을 향한 어떤 종류의 말은 많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은 주인공에게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말과 ‘어떤 것’이 동격에 놓이는 연출에 유심히 집중하신다면 감상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또 소소하게 살리는 요소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바로 말과 소의 대비다. 당연히 코오트가 시골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농장 묘사가 들어가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것은 도박을 묘사하는 방식이 되고 다른 것은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능하게 한다는 점이 대비된다. 이는 후반부에서 비슷하게 대비된다. 두 가족의 입장? 후반부에 드러난다. 이 가족이 처해있는 상황이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극 중에서 물을 활용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가장 결정적인 대비는 엔딩에서 드러나는데 이 부분까지 집중한 채로 보신다면 영화의 연출이 얼마나 꼼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영관 좀 늘려줘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부분은 역시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작동한다. 이 장면을 위해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확히 의/식/주의 요소를 영화에서 다 품고 있다. 우선 옷의 관점. 이 옷에 관한 연출은 이야기에서 핵심으로 작동하고 강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식과 주에 관한 부분이다. 먹는 것. 초반부 카이트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에서 가족들이 뭔가 먹고 있다. 여기서 어두운 조명 탓에 뭐 먹는지 구분이 잘 안 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초중반부를 넘어서 보면 숀이 카이트에게 주는 것들이 화면비에 비해 두드러지게 촬영한 부분이 이에 대한 예시다. 촬영으로 카이트의 내면 묘사를 구성한 것이다. 다음은 집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카이트는 어떤 일을 벌인다. 당황하는 에블린. 이 사건에 대해 잘 생각해 본다면 역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어떤 집에서는 이런 행동을 벌이지만 자기 집에서는 침대 밑에 숨는다. 심지어 자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대비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의식주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펼쳤는가? 주인공의 위치로 인한 대비(집)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카메라의 방향과 관련이 있다. 주인공은 말이 없다. 왜 말이 없을까? 자기를 둘러싼 폭력은 잦지만 반대측면에서 부족했던 뭔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말이 없으면 어떻게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지? 주인공의 시점 쇼트다. 주인공이 어느 것을 바라보는가. 주인공의 표정은 어떤 형태인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어떤 모습인가. 친절하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보다 코오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 것이다. 이는 각자가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와도 관련이 있다. 왜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전달이 이뤄지는가?를 보여준 이 영화가 수작으로 뽑힐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은 이렇게 우리가 그 감정에 동참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상영관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묻히기엔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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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스완>, <위플래쉬>? 형만 한 아우 없네
스포츠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 〈더 노비스〉는 〈블랙스완〉, 〈위플래시〉와 닮은 구석이 있다. 성취 대상을 향해 집요하게 달려드는 인물의 심리를 스릴러 장르와 접목했다는 점이 그렇다. 주인공은 경쟁과 강박이 몸에 새겨진 듯 보이는 알렉스다. 학업‧조정을 병행하며 두 영역 모두에서 성과를 내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은 놀랍다. 그러나 ‘과도한 열정’은 광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항상 자신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알렉스. 처음에는 그녀의 열정과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주변 사람들도 언젠가부터 그녀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알렉스는 자그마한 부분에서라도 지는 걸 견디지 못하고, 그럴 때마다 온몸으로 불쾌함‧열등감을 표출하여 주변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정은 팀 스포츠다. 동료들과 팀이 되지 못하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소리다. 알렉스가 목표에 몰두할수록 오히려 그로부터 멀어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는 영화가 스릴러의 긴장감을 자아내고자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노력과 반비례하는 결과물을 마주하는 알렉스의 괴로운 심리를 비춤으로써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어떤 공감‧몰입의 순간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스완〉, 〈위플래시〉보다 이 영화가 더 새롭고 강렬하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선 도대체 알렉스가 왜 이토록 학업‧조정에 미친 듯이 몰입하여 경쟁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게 첫 번째 문제다. 두 선배 영화가 이를 영화 전반에 자연스레 녹여냈다면, 〈더 노비스〉는 다소 뜬금없는 대사만으로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려 든다. 때문에 알렉스는 팀원뿐만 아니라 관객과도 점차 멀어진다. 아무도 동참하지 않는 광기 어린 질주는 긴장이 아닌 아리송함을 자아낼 뿐이다.
빈약한 서사‧개연성 말고도 이 영화의 흠은 더 있다. 일정하지 않은 호흡이 한 예다.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할 순간에 갑자기 이완시켜버리는 엇박자 연출이 반복되어 완급조절에 실패해버린 것이다. 스릴을 배가하기 위해 공들여 선택한 듯 보이는 OST도 엇박자만 내며 어떻게든 끌어 모은 긴장감을 깨기 일쑤다.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이사벨 퍼만이 〈더 노비스〉에서도 호연을 펼쳐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커진다. 강렬한 캐릭터만으로 진부함, 엉성함을 돌파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블랙스완〉, 〈위플래시〉와 닮은꼴 영화를 표방해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면, 최소한 그들만큼의 완성도는 보여줬어야 한다. 괜한 비교로 관객의 기대만 성급히 키워 실망을 만들어낸 것 같아 안타깝다. 적어도 이번에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맞았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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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다들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오늘은 3월의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뜨거운 피> (NEW)▶ 3월 23일 개봉한 <뜨거운 피>는 개봉일부터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요.
소설 <고령화가족>, <고래>의 작가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배우 정우가 주연을 맡으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15만 642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1만 800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인 30일에 마블의 <모비우스>가 벌써 예매율 55%를 넘어섰기 때문에,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누구든 망설이는 놈이 진다!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 <뜨거운 피>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예상과 달리 2순위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5만 672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만 14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마블의 <모비우스>와 <베니싱: 미제사건>으로 인해 순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3. <극장판 주술회전0> (▲2)
▶ 셋째 주에 5위를 차지해 넷째 주에는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극장판 주술회전0> 2단계 올라간 3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6주 차에 진행됐던 '<극장판 주술회전 0> 0.5권 원서 증정' 이벤트가 관객 수 증가의 원인으로 예상됩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3만 32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4만 54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3회 예측 이벤트는 3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한 주 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3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극장판 주술회전0>은 단 4%만이 정답을 맞히셨는데요.
정말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위 변화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4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더 배트맨> (▼1)
▶ <더 배트맨>는 셋째 주에 이어 넷째 주에서도 한 단계 내려가게 되었는데요.
주말 관객 수를 참고해 어림잡았을 때, <더 배트맨>은 누적 관객 수 90만 명을 못 넘기고 상영이 종료될 것으로 보입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3만 2164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7만 333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5. <문폴> (▼4)
▶ <문폴>은 개봉 주에는 1위를 차지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에 비해, 넷째 주에는 바로 5위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냈는데요. 아마 관람객 평점이 낮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2만 607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290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4월 첫째 주 주말에는 <문폴>이 5위권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던 <The Batman>, 넷째 주는 그 자리를 <Tha Last City>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25일~27일)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31,000,000 (한화 약 379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영화 <RRR>이 5위권에 새롭게 진입하게 되었고, <Jujutsu Kaisen 0: The Movie>는 국내와 달리 5위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로스트 시티> 3100만 달러 (누적 3100만 달러)2. <더 배트맨> 2050만 달러 (누적 3억 3195만 달러)3. <RRR> 950만 달러 (누적 950만 달러)4. <언차티드> 500만 달러 (누적 1억 3355만 달러)5. <극장판 주술회전0> 457만 달러 (누적 2772만 달러)...씨네픽의 3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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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가 희미해진 무대
그가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30년간 연출한 장편 영화는 단 다섯 편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 다섯 편의 영화는 각자 뚜렷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런 독특한 영화들을 탄생시킨 레오스 카락스는 늘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니는 영화계의 기인이다. 카락스가 <홀리 모터스>(2012) 이후 9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여섯 번째 장편 <아네트>(2021)에서도 역시 과감한 시도를 선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74회 칸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아네트>는 카락스에게 감독상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노감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카락스는 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의 일정을 시작으로 서울의 관객들까지 찾은 뒤 국내일정을 마무리하고 출국했기 때문에, 국내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신작 <아네트>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아네트>는 2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에서 카락스가 허심탄회하게 늘어놓았던 이야기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카락스는 <아네트>에서 <홀리 모터스>와 마찬가지로 고민 끝에 선언과 질문을 반복하며 관객을 난처하게 만든다. <아네트>가 살짝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우선 카락스가 고수해왔던 이미지들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몇몇 요소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사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작지만 다부진 육체를 가진 드니 라방이 뿜어냈던 운동성과 물성은 할리우드에서 인기 있는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종횡무진 퍼포먼스로 대체됐다. 그리고 카락스는 커리어 최초로 미국의 밴드 스파크스(Sparks)와의 협업을 통해 뮤지컬 색채가 묻어나는 장르극을 기획했다. 그리고 영화의 극장 상영과는 별개로 카락스는 미국의 아마존과도 손을 잡았는데 이로 인해 OTT 포맷이 개입되는 등 <아네트>는 기존 카락스 영화를 둘러싼 요소들과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요구를 의식하려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아네트>를 둘러싼 요소들은 곧 영화 산업과 관련한 질문들과도 연결된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고 극장가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OTT 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주요 영화제들의 수뇌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을 수상 후보에 포함시키고, 상영작으로 선정하는 등 변화의 흐름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다. 일찍이 <홀리 모터스>에서 카락스는 죽음의 기운이 드리운 극장의 내부를 담아내면서 자신이 영화라는 매체이자 예술에 관해 느꼈던 감정들을 표현한 바 있다. <아네트>의 도입부 역시 이런 그의 생각과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진 않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카락스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밴드 스파크스의 멤버들과 세션들이 녹음 부스에서 노래를 시작한다. 그런데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와 비슷한 층위를 공유하면서도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다. 주연 배우 드라이버와 마리옹 코티야르가 행진의 대열에 합류하고 배우들은 의상팀에게 옷을 건네받은 뒤 갈아입는다. 우리는 <아네트>의 이 오프닝 장면을 촬영 현장 그 자체로 보아야 할지 혹은 이 장면들 또한 영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홀리 모터스>는 적어도 분명하게 그 경계가 감지됐다면, <아네트>의 인물들은 그 경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은근슬쩍 넘나들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움직임을 크게 강조하지도 않는다. 경계 자체를 의식하지 않으려는 모종의 의지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어쩌면 <아네트>는 무대에 관한 무대, 영화에 관한 영화로 읽힐 수도 있겠으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아네트>는 입구와 출구의 경계마저 사라져 버린 무대 혹은 영화 그 자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점이 <홀리 모터스>에서 이어지는 카락스의 내면과 연동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크레딧에서는 배우들이 단체로 관객에게 인사하고 영화가 어땠는지 말을 건넨다. <아네트>는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조차도 관객들이 명확하게 분리된 경계를 감각할 수 없도록 했다. 그렇다면 출구는 있는가? 아니 애초에 입구를 설정하려 들지 않았으니 출구의 존재 가능성을 따질 수 있는 걸까? <아네트>는 입구와 출구를 지워버린 영화라는 매체에 관한 무대 그 자체가 되는 셈이다. <홀리 모터스>는 출구로 향하는 가능성을 남겨둔 듯 보이나 <아네트>는 회전문에 갇힌 채로 돌고 있는 상태가 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무대에는 누가 남아 있을 수 있는가. 우선은 예술가들, 그리고 관객들이다. 그리고 연출을 맡은 카락스 본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와닿는 요소들이 있다면, <아네트>가 영화를 있게 만든 예술가들의 삶을 무대에만 남겨두면서도 한편으로는 삶 자체를 무대처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극 중 지휘자나 헨리가 현실 관객에게 말은 건네는 장면들을 지나칠 수가 없다. <아네트>의 경계가 분명하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배우들이 맡은 배역을 연기하는 것과 가상의 배역에 동화된 채 세계 내부의 인물로 남는 것이 서로 완벽하게 구분될 수 없으므로 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장면들은 일정 부분 무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영화 속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영역을 오가는 듯한 모습을 선사한다. 단순히 제4의 벽을 깨는 시도와 살짝 다른 인상을 풍기는 셈이다. 말하자면 <아네트>는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인식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이는 영화 자체에 관한 논의를 유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를 둘러싼 요소들을 고찰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기이한 분위기가 반복되는 <아네트>는 예술과 예술가들의 삶과 무대 그리고 영화에 관한 카락스의 인상적인 복귀 무대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
본 콘텐츠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은 '영화 <아네트> 시사회'를 통해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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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더 하더 데이 폴> 공식 예고편
서부영화는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라! 개척시대 서부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짜릿한 액션과 스릴의 복수극. 조너선 메이저스, 이드리스 엘바, 자시 베츠, 레지나 킹, 델로이 린도, 러키스 스탠필드, RJ 사일러, 에디 가세기, 대니엘 데드와일러, 디온 콜 등 호화 출연진. 제임스 새뮤얼이 연출을, 숀 ‘제이지’ 카터, 제임스 래시터, 제임스 새뮤얼, 로런스 벤더가 제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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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더어의 비밀> 파이널 예고편
(?역대 가장 큰 마법이 온대..쑥덕쑥덕?) 대체 불가 마법 세계의 화려한 귀환?♂️ 파이널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