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1-28 22:28:41
전편을 계승하며 장점을 강화시킨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2022)
살아가면서 잠시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건 외부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게 되기도 한다. 어떤 집단도 마찬가지다 공통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집단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갈 때 더욱 화합하며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있겠지만 그렇게 하나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큰 추진력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집단의 목표가 없어지는 순간,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구성원들이 이탈하게 될 것이고 리더의 교체 같은 조직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력해질 것이다. 그 혼란 자체가 당장은 좋지 않겠지만 그것이 잘 수습된다면 다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바다의 해적 집단과 육지의 의적 집단이 만나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바다에서 난파당하고 작은 나무판자에 의지해 떠다니는 의적들이 등장한다. 의적들의 두목인 무치(강하늘)는 삶을 포기한 듯 보이는데, 죽음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해적들과 만난다. 해적의 두목은 해랑(한효주)이다. 의적과 해적 두 집단은 서로 활동영역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첫 만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집단 모두 각자의 특정한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물건이나 음식을 훔칠 대상을 찾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일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의적과 해적이 만나 벌이는 티키타카, <해적: 도깨비 깃발>
그나마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해적들과 달리 의적들은 가진 것도 삶에 대한 의욕도 상실한 상태다. 자존심이 꽤 강해 보이는 의적 무치는 해랑과 자주 부딪히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해적의 배안에서 두 집단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도 한 장은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다. 보물이라는,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발견한 그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독점하려 애쓰지만 이내 협력을 선택한다. 영화에선 무치와 해랑의 주도권 대결이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이 보물을 찾아가는 단계 단계마다 긴장감을 만든다.
사실 영화 속 무치는 고려 말기의 무사 출신이다. 그와 함께 의적 활동을 했던 동료들도 대부분 무사 출신으로 조선 건국 이후 버림받고 떠도는 삶을 살고 있었다. 반면 해랑과 일당들은 해적 활동을 하며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나라를 위해 일하다 배신당한 집단과 나라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만의 싸움을 했던 집단을 서로 엮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또한 그들이 찾으려 하는 보물이 고려 말기에 누군가가 숨겨놓은 마지막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사라진 고려의 마지막 유산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 속 보물을 찾는 다른 인물은 고려 말기 무사 출신인 부흥수(권상우)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상당한 동료도 죽이고 앞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렇게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한축으로는 무치와 해랑의 관계 중점을 두면서 그 반대편에는 무치와 부흥수의 대립을 넣어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앞의 관계가 긍정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반면, 뒤의 관계는 과거 청산으로서 완전한 갈등관계로 진행된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코믹 어드벤처 장르에 맞게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2014년에 개봉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모든 캐릭터를 바꾸고 시대도 조금 다르게 설정하여 이야기를 구성했다. 코믹한 요소와 캐릭터가 적절히 들어가고, 다양한 액션 장면을 넣어 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전편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에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롭게 개봉하게 된 <해적: 도깨비 깃발>은 과거 전편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와 계승하면서 볼거리와 CG를 좀 더 보강한 노력이 눈에 띈다.
전편과 비슷한 구도로 전개되지만, 장점이 더욱 부각된 후속 편
과거 남녀 캐릭터의 대립 관계를 그대로 무치와 해랑이 계승하고 있고, 유머를 맡았던 캐릭터 철봉(유해진)의 역할은 막이(이광수)가 이어받았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은 있지만 바다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육지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다양하게 섞여있어 조금 다른 박진감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오락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유머들도 타율이 높은 편이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볼거리들도 꽤 시원시원하게 촬영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쓰나미를 피하는 액션 장면은 어색하지 않게 연출되어있어 꽤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은 허술해 보이지만 꽤 실력 있는 의적 두목을 연기하는데 자연스럽게 유머러스한 인물을 담아냈다. 뽀글뽀글한 머리 스타일과 그의 행동이 어우러져 유머와 액션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랑 역할의 배우 한효주는 진지한 해적 단장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평소에 맡았던 역할보다 더 과격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힘 있는 액션 연기가 돋보인다. 반면 막이 역할을 맡은 배우 이광수도 그가 가진 특유의 유머를 선보이고 꽤 타율도 높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캐릭터는 배신과 알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영화의 후반부 펭귄과 대화하며 벌이는 장면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괴상한 장면으로 느껴진다.
영화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은 과거 <탐정:더 비기닝>과 <쩨쩨한 로맨스>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모두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는 영화이고 특히 <탐정:더 비기닝>은 심각한 분위기와 캐릭터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었던 영화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연출한 <해적:도깨비 깃발>은 그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는 영화였던 것 같고, 실제로 결과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전편의 성공적인 부분을 잘 계승하면서 속편만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결국 영화 속 의적과 해적은 그들만의 공통 목표를 찾아내 더 강력한 하나의 집단이 된다. 주요 캐릭터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면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꽤 큰 규모의 한국 오락영화가 명절을 맞아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한국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설 명절에 흥행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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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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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짤막한 마블쟁이 생각
2021. 01.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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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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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는 있지만 내용이 없던 액션 영화, 악인전
2019년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악인전>. 그래서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고,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잘 살렸을까 설마 그대로 이용하진 않았겠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악인전> 시놉시스
영화 <악인전>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의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 장동수가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남자 K에게 공격을 당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K는 사라지고, 졸지에 피해자가 된 조직 보스 장동수는 분노로 들끓는다. 연쇄살인을 확신하고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정태석은 또 다른 검거 대상이었던 장동수와 손을 잡는다. 그와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자 증거였기 때문이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악인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내용보다 스타일 중심의 영화
영화 <악인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믿고 스토리의 탄탄함 없이 극을 밀고 나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현대사회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 한다. 내용보다 스타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고 흐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뭔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가 굉장히 소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작품들에서 가장 나쁜 역으로, 그리고 힘도 가장 많이 쓰는 역으로 나왔지만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딱 주고 이제는 다 똑같은 연기로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연쇄살인마 K의 사연은?
영화 <악인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연쇄살인마 K 강경호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강경호가 뭔가 그냥 사이코패스로 미친사람인 것으로 결정을 내려놓고 원래부터 그런사람이니 사람을 죽인거다. 이렇게 몰고가서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연출이 강경호를 쫓는 과정에서 강경호의 가족 사진도 보여줘서 무슨 사연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떡밥들은 회수가 다 되지 않고, 그저 사이코패스라는 결정을 내려놓고 몰아가는 것 같아서 캐릭터가 너무 단편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액션신만큼은 끝내줬다
안타깝거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액션신은 실로 괜찮았다. 마동석의 캐릭터를 잘 활용했고, 김무열 역시 액션신을 잘 소화했다. 다른 영화에서 다 한 번씩 봤던 장면들이었지만 그래도 영화 <악인전>에서 튀는 장면없이 잘 묻어났던 것 같다. 다만 스토리 전개가 갑자기 차에 치어서 그렇게 잘 싸우던 장동수가 송장처럼 누워있고, 갑자기 장동수가 형사를 도와주면서 법정 증언을 하고 거의 감독 하고 싶은 거 다해! 이런 느낌으로 후루룩 끝나버려서 당황스러웠지만 액션은 재밌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영화 <악인전>은 기대를 하고 본 작품이었지만 시간과 돈을 들일만큼의 작품은 아니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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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마세요!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저를 믿으세요!” 성장 시기인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영양교사라니. 근데,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한 끼를 거르면 기후변화, 식량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체지방 감소에 따른 건강을 챙길 수 있으며, 자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동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정신 차려! 이건 환경보호, 체지방 감소, 자기 통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이 가르침의 근원은 ‘믿음’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릇된 신념’. <클럽 제로>는 무한 경쟁과 소외감에 구멍 난 마음을 음식이 아닌 잘못된 믿음으로 채우려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이용하는 어른들을 비판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한 엘리트 학교의 교실,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인다. 영양교사로 부임한 미스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친다. 뭔가 체계적이면서도 믿음이 가는 그녀의 말에 점점 빠져들어 식사량을 줄여가는 아이들. 급기야 야위어 가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선생님과 함께 ‘클럽 제로’ 회원이 되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가득한 부모들은 이내 학부모 회의를 열고 미스 노백을 내쫒기로 결정한다.
미스 노백은 인간에게 그릇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의식적 식사법’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 하겠지만, 아무나 그 타깃이 될 수 있다. JMS,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지 않은가. 극 중 아이들은 환경보호, 건강 유지, 자제력 및 집중력 강화, 수업 성적 향상을 위해 이 수업을 듣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그릇된 신념이란 늪에 빠진다.
이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결핍이다. 아이들은 모두 결핍된 요소가 하나씩 있다. 가족의 사랑, 뭐든지 최고가 돼야 한다는 중압감, 가정 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압박 등 어른들은 모르게 그들은 마음에 구멍이 생긴 채 살아간다. 이때 미스 노백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 카리스마 넘치는 리딩이 그 구멍을 메워준다. 자신도,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일을 그녀가 했기에 믿음과 신뢰가 쌓이고, 그때 옳고 그름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이로 인해 그것이 그릇된 신념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되는 것. 여기에 집단 커뮤니티에 그것도 남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속하길 바라는 아이들의 심리도 작용한다.
아이들만 결핍이 있는 건 아니다. 미스 노백도 마찬가지다. 극 중 미혼인 그녀는 인정 욕구와 내적 사랑의 대상을 아이들에게서 찾는다. 자신의 말을 따르고 심지어 복종하는 아이들의 믿음이 곧 그녀의 결핍을 충족하는 에너지원인 셈. 그 또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잘못된 신념이 낳은 신낳괴(잘못된 신념이 낳은 괴물)였던 것이다.
잘못된 믿음으로 파생된 이 기묘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거짓을 진실로 믿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바로 보게 한다. 미스 노백이 영양교사가 된 건 인터넷을 통해 그녀의 ‘의식적 식사법’을 알게 된 학부모의 추천 덕분이다. 방법에 대한 사실 확인 보다는 유명도와 트렌드가 더 중요한 시대. 학부모의 추천을 받아들인 교장은 아이들의 안위보단 최신 트렌드를 자신의 학교에서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검증 따윈 안중에 없다. 부모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미스 노백을 추천한 부모들은 트렌드라면 꼭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진실이야 어떻든 최신의 것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맹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감독은 이런 주제를 색감과 음악으로 잘 표현해 낸다. 극 중 주된 컬러는 노란색이다. 학교, 학생(교복 등)을 명시하는 색인 동시에 후반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색이다. 노란색은 보통 행복, 기쁨 등의 긍정적 색상으로 지식, 지적 능력도 의미한다. 초반부에는 원래 뜻으로 색이 사용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신호등의 노란색 불처럼 경고, 주의의 의미가 도드라진다. 극 말미에 점점 말라가면서도 클럽 제로의 일원이 되는 것에 행복한 아이들, 이를 방관하거나 말릴 수 없는 어른들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란색이 가진 색 의미, 지식, 지적능력을 오롯이 가져가는 건 장학금을 받으려 이 수업을 들은 벤의 엄마뿐이다. 어른들 중 그나마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며, 먹지 않는 행위에 강한 반기를 드는 유일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마지막까지도 그녀는 노란색 옷을 입는다.
음악의 쓰임새도 독특하다. 전위적인 음악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건 물론, 토속신앙에서 쓸법한 묘한 구음, 그리고 이 구음이 모여 후반부 그들 만의 찬가가 되는 결과물은 기묘하면서도 잘못된 신념이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돋보이게 한다. 제36회 유럽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제56회 시체스 영화제 음악상 수상만 보더라도 극 중 음악 활용도가 돋보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결핍은 성장의 동력도 되지만, 되려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마음속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그 과정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남달라 보일 것 같다. 약간의 다정함과 친절함, 그리고 자식을 향한 한없는 믿음으로 구멍을 메웠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달라졌을까? 어른들의 미래도 달라졌을까? 거두절미하고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지 말고 일단 먹자, 먹어야 산다!
덧: 식욕 감퇴 장면이 있으니 유의해서 감상하시길~~
사진 출처: 판시네마 제공
평점: 3.5 / 5.0
한줄평: 그릇된 신념이 낳은 현대판 불행 우화!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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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빛났던 그때, 우리는 함께 였다. | 영화 소울메이트
오늘은 제가 완전 따끈따끈한 아직 개봉 전인 영화 소울메이트 시사회를 다녀왔어요!
아니 시사회가 있길래 저~ 볼래요!! 라고 응모했다가?
오세요~~ 라고 해서 신나게 보고 왔어요! (With 나쵸와 함께.)
오랜만에 담백하면서 풋풋한 한때를 회상하면서
최근 본 영화 중에 너무 재미있게 보고 와서 관람 후기 남겨봅니다!
단, 아직 개봉 전 영화라 스포는 없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감독 : 민용근
각본 : 강현주
출연진 :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개봉일 : 2023년 3월 15일
기획 의도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와 '하은'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겼는 관계의 굴곡을 그린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 '하은'이 동급생 '진우'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양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미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모든 것을 함께 한 찬란했던 시절, 우리 모두의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
여담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중국에서 이 영화 인기가 많아 역대 최초로 여우주연상 공동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주연배우 중 한 명인 전소니는 과거 SBS 낭만 닥터 김사부 2의 여자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뻔 했지만, 그 역할에는 이성경으로 바뀌었다.
후기 및 쿠키
영화 소울메이트는 풋풋한 10대의 그 시절에 친구밖에 모르고,
그 친구를 동경하며 서로가 서로의 삶이 부러우며 동경하며 닮아 가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각자 다른 이유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냈다.
낭만과 청춘 찬란한 그때의 그 시절의 영화를 표현한 줄 알았는데
더 나아가 깊이가 있었던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소울메이트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면 휴지는 필수!
한줄평 : 함께 있으면 행복했던 그때, 이젠 서로다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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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멈추는데 충분했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에 오는 것을 멈췄지만, 영화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이에 맞춰 배급사들도 개봉일을 연기하거나 방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들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공급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네요.
그런 점에서 제목에 버젓이 쓰여있는 '분노'라는 글자는 관객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쓰여있는 '질주'라는 단어는 어르신들이 말하는 '성질 값한다'라는 말씀처럼 훌륭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임과 동시에 626,240명(05.21 기준)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2021년 국내 극장가 기준으로 5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개봉 첫날에 기록한 400,307명은 2021년 국내 박스오피스 최다 일일 관객 수로 이전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가 기록한 102,927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를 느낄 수도 없는 반응 때문이라도 이번 <분노의 질주>에 거는 기대는 어떤 편보다 가장 컸는데요.
'과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어땠는지?' - 영화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를 돌면서, 뜻하지 않게 지구를 몇 번이나 구했던 "돔"과 "레티"는 어느 한적한 곳에서 평화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테즈"와 "로만", "램지"는 "미스터 노바디"에게 온 메시지를 보여주며 "싸이퍼"가 풀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에 동생 "제이콥"이 깊게 연관되었음을 확인하고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패밀리를 모으는데...
점점 속도감에 익숙해지는데???
1.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건데?
영화의 부제가 <더 얼티메이트>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번 영화는 9편에 속할 만큼 장수 시리즈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를 보려는 팬들은 학습지처럼 쌓인 영화들을 봐야 하는 부담감이 몰려들 겁니다.
물론, 이번 9편 <더 얼티메이트>보다 <분노의 질주>를 생각하면 안 보셔도 즐기는데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저는 보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연속성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의 관계들이 가장 큽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이콥"의 배후에 전편의 "싸이퍼"가 등장하고, "한"을 비롯하여 <도쿄 드리프트>의 캐릭터들이 출연해 모르고 봤다가는 '나만 모르나?'하는 소외감을 극장에서 느낄게 뻔하니까요.
근데, 이걸로 시작할 거라면서?
그리고 "돔"의 여동생 "미아"와 "쇼 형제"의 어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헬렌 미렌"까지 동창회를 연상시키는 이 분위기로 봐서는 꼭 봐야겠죠?
그렇게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의 속편처럼 전보다 커지고 많아지고 더욱 화려해진 외관을 거림낌 없이 보여줍니다.
극 중 "타잔"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프리폴 장면, 전작에서 선보였던 "좀비카"장면을 이번에는 "자석"을 활용하는 자동차 액션은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을 기대한 만큼 보여주는데 성공합니다.
근데,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번역된 제목보다 원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THE FAST SAGA"로 알 수 있듯이 이번 <더 얼티메이트>는 <분노의 질주>의 새로운 프로젝트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2. 초심마저 사라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이런 새로움을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2001년에 선보였던 1편을 생각하면, 영화의 주된 정체성은 '뒷골목'을 배경 삼아 '스트리트 레이싱'으로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던 영화가 이제는 우주로 발사되니 더 이상 초심을 기대하기는 힘든데요.
그렇기에 영화는 변치 않았던 "가족"이라는 테마를 다시금 만지작거릴 뿐이고, 이에 "제이콥"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안전한 걸까?, 불안한 건가?
역대 <분노의 질주>를 생각하면, 빌런으로 성공한 캐릭터는 "싸이퍼"를 제외하고는 못 보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역할이 <분노의 질주>에서 악당을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이콥"은 "싸이퍼"의 노선대로 가질 못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제이콥"이라는 캐릭터가 "가족"에 기반해 정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를 소개하는데 "플래시백"을 활용했다는 것이 큽니다.
흔히, 영상 매체에서 캐릭터의 얼굴을 보여주는 건 말과 다르게 감정을 먼저 보게 해 똑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렇기에 논리로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읍소하는 느낌이라 추후 "제이콥"의 처리까지 연결 지어 본다면, 더더욱 아쉬운 소개 방식입니다.
3.
이럴 거면, 쿠키만 했어도?
무엇보다 이번 <더 얼티메이트>의 러닝 타임이 142분으로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캐릭터의 소개가 미흡하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데요.
여기에 장수 시리즈라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배경 "우주"를 도입한 건 <제이슨 X>라는 괴작을 연상시키는데 충분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우주에서 부활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좋지 않은 평가와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그만큼 <분노의 질주>가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다 보여주었다는 것인데, 새삼 손뼉 칠 때 떠날 수는 있을지 걱정마저 들었습니다.
그럼, 이번 영화는 뭐가 남았던 걸까?
이렇게 본다면, 실망만 가득하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영화입니다.
앞서 언급한 "타잔"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프리폴 장면이나 전작에서 선보였던 "좀비카"장면을 "자석"을 활용하여 새로이 선보인 자동차 액션들은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이 전혀 부끄럽지 않는 활약들이거든요.
하지만 <더 얼티메이트>가 <분노의 질주>라는 시리즈에서 남긴 족적이나 앞서 언급한 향후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할 영화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냥 그 두 가지를 "데커드 쇼"와 "한"의 만남이라는 쿠키 영상으로 충분했으니까요.
※ 이런 이유에는 <도쿄 드리프트>에서 "한"을 죽인 캐릭터가 "데커트 쇼"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도미닉 패밀리"와도 대결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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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 | 운전대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차분히 쫓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견과류 식품 공장에서 일하는 '정순'(김금순)은 외롭다. 남편과는 사별했고, 딸 '유진'(윤금선아)은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까. 그런 그녀 앞에 '영수'(조현우)가 나타난다. 공장에서 같이 일하고, 동료들과 등산도 같이 하면서 정순은 그에게 빠져든다. 정순은 주변의 시선을 걱정하며 더 나아가지 못하지만, 영수의 거듭된 구애에 마침내 마음을 연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뿐, 정순의 일상은 이내 파괴된다. 영수가 공장 직원들 사이에서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겠겠다며 정순과 찍은 은밀한 영상을 젊은 관리자 '도윤'(김최용준)에게 보여준 것. 영상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정순은 충격에 빠지고 칩거한다. 유진이 엄마를 대신해 가해자들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정순은 딸을 만류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추스르고 새로운 내일을 열기 위해서.
세련된 범죄 드라마, <정순>
범죄, 특히 성범죄 사건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두 가지 문제를 마주한다. 성범죄를 어떻게 묘사할지, 그리고 피해자의 서사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건이다. 범죄의 양상과 경과를 관객에게 전달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줄지, 어느 정도의 자극까지 허용할 지에 대한 판단이 늘 애매하기 때문.
이에 더해 피해자에게 어떤 서사를 부여할 지도 문제다. 만약 피해자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묘사한다면 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서는 범죄 사건과 수사 과정으로부터 쾌감과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피해자를 플롯의 도구로만 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처럼 해당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작품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매혈기>와 <버티고>로 주목받은 정지혜 감독의 신작 <정순>은 흠잡을 데가 많지 않다. 주인공 정순의 성범죄 피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이기 때문. 그뿐만이 아니다. 중년 여성 피해자의 감정선을 우직하게 쫓으며 그녀의 고통뿐만 아니라 재기 과정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즉, <정순>은 세련됐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드라마다.
엄마, 아줌마, 노동자의 틀을 깨다
<정순>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우선 전반부는 정순의 일상을 비춘다. 정순이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약간의 거리를 둔 채로 차분히 포착한다. 이때 정순의 일상 속에 정작 '정순'의 모습은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직원, 엄마, 아줌마의 탈을 쓰고 바쁘게 살아간다. 공장에서는 다른 여직원의 화장이 너무 진한 거 아니냐고 참견하는 오지랖 많은 아줌마다. 그러면서도 친한 동료들과는 등산도 같이 가는 활달한 직원이다. 또 집에서는 평범한 엄마다. 결혼을 앞둔 딸이 결혼식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걱정을 놓지 못한다. 그 사이에서 한 개인이자 주체로서 정순의 모습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영수가 공장에 취직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정순이 영수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그들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물론 엄마로서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 사위의 반응을 걱정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흉을 보지 않을까 우려도 한다. 하지만 그 걱정마저 떨쳐내면서 정순은 영수 앞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되찾는다. 그 순간 엄마, 아줌마, 노동자로서는 맛볼 수 없는 짜릿한 행복이 그녀를 감싼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그러나 <정순>의 분위기는 일순간 전환된다. 영수 앞에서 찍은 은밀한 영상이 주변인들에게 유포된 것. 대명사로만 불리던 그녀가 '정순'을 맛본 바로 그 순간이 동의 없이 타인에게 공개되어 버렸다. 그녀가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은 이제 그녀에게 가장 큰 고통과 수치를 안긴다.
그녀의 일상으로 가득한 전반부가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하다 보니 정순의 추락이 초래한 분위기 전환은 유달리 날카롭고 뼈아프다. 이는 카메라의 구도와 움직임에서부터 느껴진다. 사건 이후부터는 전반부와 달리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또 대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포착하며 인물들의 호흡과 변화를 보다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그 덕분에 혼란상도 더 자세히 느껴진다.
특히 정순의 심경 변화를 포착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범죄 해결보다는 피해자에게 철저히 초점을 맞추면서 자칫 그저 변덕처럼 보일법한 괴로움을 절절하게 묘사한다. 정순을 온종일 누워서 집에 칩거하다가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도 하고, 이내 빨리 일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다가도 특정한 계기로 인해 참아둔 분노와 한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 덕분에 <정순>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세련됐다. 범죄 자체의 잔혹함을 강조하고, 선정성을 윤리적 경계선까지 끌어올리면서 범죄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화법을 피해 가기 때문. 오히려 피해자의 심경 그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관객 뇌리에 경각심이 더 강렬하게 각인되기도 한다.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던 정순이 엄마를 목놓아 오열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순이 운전대를 잡는 방법
이에 더해 <정순>은 정순을 피해자라는 틀에 가두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틀을 부수고 나오는 모습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 과정은 고정관념을 역이용하기에 더 인상적이다. 영화는 고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이라는 설정을 살려 정순으로부터 주체성을 계속 뺏으려 한다.
하지만 정순은 그 요구에 순응하지 않는다. 기꺼이 대항한다. 이 대목에서는 김금순 배우의 열연이 특히 두드러진다. 그녀는 노래 '지나가'를 반복해서 부르는데, 노래 가사와 노래 속에 담긴 정순의 감정선 변화만 따라가도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정순의 변화는 다른 장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달라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중반부까지 정순은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영수나 유진이 운전하는 차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출퇴근을 한다. 그러나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달라진다. 가해자를 피하거나 숨는 대신,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깨우친다. 엄마, 아줌마, 공장 노동자라는 역할과 지위에 갇혀 있다가, 자기 힘으로 탈출하는 법을 익힌다.
비슷한 장면은 또 있다. 영수가 머무르는 모텔 앞에는 노숙자가 한 명 있다. 처음에 정순은 그 노숙자를 경계한다. 모텔을 드나들 때마다 그녀가 혹시 자기 얼굴을 알아보고 소문을 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종국에는 자기 힘으로 술 한 병, 담배 한 개비도 구하지 못하는 그녀를 안쓰러워한다. 이처럼 커져가는 정순의 주체성은 다른 피해자에게 전하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처럼 보인다.
단 한 가지 옥에 티
다만 <정순>에도 옥에 티가 존재한다. 흡입력이 다소 부족하다. 독립영화임을 감안해도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초반부에서 문제가 두드러진다. 정순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화법은 필연적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 기술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특히 음향이 아쉽다. 대사와 주변 소음이, 혹은 대사끼리 겹친 나머지 극장에서도 대사가 안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도가 떨어지는 중년 여성의 일상 공간을 스크린 위에 비범하게 재구성하는 힘만큼은 확실히 남다르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 제17회 로마국제영화제 2관왕인 이유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늦은 개봉이 꽤 아쉽다. 영화제 출품과 수상이 대체로 작년, 재작년에 이뤄졌다 보니 화제성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Acceptable 무난함
담백하게 불타며 빛을 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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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심과 확신이 부족했던 항일운동의 재해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활동 중이던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 그는 새롭게 부임하는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총독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까지 성공한다. 이에 새로 부임한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는 조선총독부 내에 숨어든 유령을 잡기 위한 덫을 놓는다.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암호문 기록 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비서 '요시나가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경호(서현우)', 통신과 직원 '이백호(김동희)'는 유령으로 의심고 벼랑 끝 호텔에 갇힌 채 추궁당하기 시작한다. 하루 안에 유령을 찾으려는 다카하라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유령은 호텔에서 탈출해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삼는 한국 영화가 많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상업적으로 어필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반일 정서를 겨냥해 관객들의 감정선을 공략하기 쉽다. 장르적으로도 운신의 폭이 넓다. 독립군을 다룬다면 블록버스터 영화를, 의열단이나 한인 애국단 같은 항일 운동에 초점을 맞추면 첩보 스릴러나 누아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봉오동 전투>가 전자라면, <암살>이나 <밀정>은 후자다.
특히 이야기의 기본적인 얼개와 제시되어 있어서 재해석이 용이하다. 역사적 사실을 도구 삼아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을 수월하게 조직하고 매끄럽게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대개 특정 사건을 스크린에 옮기거나, 역사적 인물을 각색하는 팩션(faction) 영화다. 예를 들어 <밀정>의 모티브는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이다. <암살>은 실제 인물인 김원봉과 염동진을, <영웅>은 안중근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이는 단점도 명확하다. 사건이나 인물의 재해석이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전달의 수단으로 변질되면 재미와 완성도가 떨어진다. 언제나 고증과 역사 왜곡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부담도 피할 수 없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중국의 소설가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유령>에는 다른 작품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작중 익숙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흑색단이라는 이름의 항일 조직은 물론 신임 총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이 허구다. 흑색단의 첩자로 의심받는 주인공도 가상의 인물이다. 즉, <유령>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처럼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빌려 허구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데 주력한다. 이 발상은 꽤 흥미롭다. 스크린 위에 인상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마지막까지 부각할 뚝심은 부족해 보인다. 그 결과 <유령>은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유령>은 역사를 재현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던진 실제 인물을 기록하거나 잊혀 가는 사건을 상기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시대를 재현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의 삶을 스크린에 띄운다. 재력가 딸이지만 조선총독부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으로 일하는 박차경과 조선인인데도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유리코. 암호문 해독에 재능을 지녔지만. 결벽증을 지닌 채 소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천은호. 조선인 어머니를 둔 것을 부끄러워하며 유령을 잡아 공을 세우려는 데 혈안이 된 무라야마. 조선인 피가 섞인 학교 선배를 무시하는 다카하라까지.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제각기 남다른 사정을 품고 있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적잖은 분량을 할애한다.
중요한 건 영화가 오프닝부터 누가 유령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다. 이미 유령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 사이에서 누가 정체를 숨기고 있는지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피아 게임 같은 추리극이나 심리극을 예상케 만드는 포스터나 홍보 문구만 믿었다가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각 인물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서스펜스는 매력적이지 않다. 또 다른 유령이 등장하는 반전도 효과적이지 않다. 총독부의 암호문이 흑색단의 극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통해 이미 또 하나의 유령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인물 간의 관계는 눈길을 끈다. 유령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다카하라에게 결백을 주장해야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기에 그들 간의 차이점은 자연히 두드러진다. 이 관계는 결국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수단이 된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인물은 누구보다도 '내선일체'라는 일제의 프로파간다에 충실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은 그를 배척하기도, 포용하기도 한다. 조선인 중에는 온몸과 마음을 던져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시민적으로 항일과 친일을 모두 외면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중간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은 소극적으로 일제에 저항하기도, 순응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캐릭터 덕분에 허구의 세계를 항해하는 <유령>은 현실에 닻을 내릴 수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보면 살아있는 캐릭터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유령은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클라이맥스는 극장에서 펼쳐지고, 영화관으로 되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끝난다. 영화관은 허구의 공간이다. 스크린 위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온갖 사건이 벌어지지만, 스크린 속 주체와 사건은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다. 반면에 극장은 실체가 있는 공간이다. 실제 인물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 이야기는 진행된다.
공간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관에서 유령과 흑색단은 지령을 전달하고 비밀을 공유한다. 그들의 신념은 아직 그들의 가슴속에만 존재할 뿐, 총독 암살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반면에 유령은 극장에서 직접 움직인다. 무대와 커튼 뒤에서 혈투를 펼친 끝에 자신의 희생과 피해가 헛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 덕분에 더 강한 의지로 영화관에서 지령을 내리며 총독 암살을 시도할 수 있다. 신념과 이념에만 갇혀 있지 않고 행동을 통해 시대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유령>의 각오와 궤를 같이하는 듯 느껴진다. 기록과 영상으로 남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대신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을 앞세워 완전히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항일 투쟁을 다루는 영화인데도 담배를 매개로 연결된 두 여성의 처연한 사랑과 유령 간의 애절한 동지애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령>은 장르가 급변하는 순간부터 매력이 급감한다. <유령>은 감독의 전작인 <경성학교>처럼 중반부부터 장르를 전환한다. 추리극은 또 한 명의 유령이 정체를 드러내자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 이후로 영화는 철저히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두 유령이 힘을 합쳐 호텔에서 탈출하는 과정은 온갖 폭발음과 불길로 가득하다. 다카하라가 흑색단을 잡기 위해 함정을 펼쳐둔 극장에서는 치열한 총격과 저돌적인 맨몸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마지막으로 기관총을 든 박차경이 연인이었던 '난영(이솜)'의 못다 이룬 총독 암살을 대신하는 장면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난장판 마무리도 스쳐 보인다.
문제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낭비되는 캐릭터가 너무 많고, 그로 인해 <유령>만의 특색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점이다. 가장 보편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 천은호 계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유령을 찾아내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모든 상황을 외면하며 피하려 한다. 그러나 두 유령의 활약이 시작됨과 동시에 그는 '평범한 시민 1'이 되어 바로 이야기에서 삭제되어 버린다. 무라야마의 후배 경관 역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독특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무라야먀의 어머니가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크게 실망한다. 하지만 이내 무라야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혈통과 관계없이 그를 좋은 선배이자 좋은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도 결국에는 유령과 흑색단을 잡겠다는 무라야마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허구의 시공간 안에서 캐릭터의 관계를 통해 역동적인 역사를 보여주려는 의도는 꺾이고, 현란하고 단순한 쾌락이 그 자리를 대신해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힘을 잔뜩 준 액션 연출이 인상적인 것도 아니다. 일례로 작중 일본군은 놀라울 정도로 무능하다. 그들은 박차경과 유리코의 액션을 빛내주기 위한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 유령들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거나 위기에 빠뜨리지 못한다. 붙잡은 포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탈출하는 걸 구경한다. 마치 <스타워즈> 속 제다이와 스톰트루퍼의 추격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이 위험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다만 <스타워즈>에서는 '포스가 함께 한다'는 핑계라도 있다면, <유령>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두 여성의 액션은 그 자체로 통쾌하거나 박력 있을지 몰라도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은 뽐내지 못한다.
필요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생략하기도 한다. 멋진 액션 시퀀스는 많은데, 그 사이가 비어 있어서 의문점을 남긴다. 후반부 극장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분명 관객의 이목을 끌만하다. 무라야마가 흑색단 총책과 연락책을 체포하여 남은 인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대목,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루어진 유령들의 역습, 무대 뒤 커튼 사이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순간에는 설명이 없다. 무라야마가 어떻게 흑색단 일부를 체포했는지, 유령들은 어떻게 그 타이밍에 발맞춰서 경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는지 등 액션이 등장하기 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처럼 의문이 뒤따르다 보니 액션에 푹 빠져 즐기기도 어렵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쾌감만큼이나 극적 순간을 조성하려는 무리수가 커 보이는 이유다.
그 결과 <유령>의 도전은 끝내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장르적으로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거부한 도전과 의도를 밀고 나갈 줄 아는 뚝심은 비록 산만하기는 해도 생동감 넘치는 영화의 전반부를 만들어냈다. 반면에 더욱 드라마틱한 몇몇 순간을 꾸며내기 위한 변화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매력까지 까먹어 버렸다. 영화 중반부 이후 액션영화로의 전환이라는 변화구를 던지는 대신 캐릭터 간의 심리극이라는 직구를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렵다.
P(Poor, 형편없음)
변화구 대신 직구였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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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마블이 나아가는 다양성, 그리고 차별? (페이즈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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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29 마블과 여성
02:19 흑인, 그리고 소수자
04:17 짤막한 마블쟁이 생각
2021. 01. 04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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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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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악인전>. 그래서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고,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잘 살렸을까 설마 그대로 이용하진 않았겠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악인전> 시놉시스
영화 <악인전>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의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 장동수가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남자 K에게 공격을 당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K는 사라지고, 졸지에 피해자가 된 조직 보스 장동수는 분노로 들끓는다. 연쇄살인을 확신하고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정태석은 또 다른 검거 대상이었던 장동수와 손을 잡는다. 그와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자 증거였기 때문이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악인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내용보다 스타일 중심의 영화
영화 <악인전>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배우들의 캐릭터를 믿고 스토리의 탄탄함 없이 극을 밀고 나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현대사회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라고 한다. 내용보다 스타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고 흐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뭔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가 굉장히 소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작품들에서 가장 나쁜 역으로, 그리고 힘도 가장 많이 쓰는 역으로 나왔지만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딱 주고 이제는 다 똑같은 연기로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연쇄살인마 K의 사연은?
영화 <악인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연쇄살인마 K 강경호의 이야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강경호가 뭔가 그냥 사이코패스로 미친사람인 것으로 결정을 내려놓고 원래부터 그런사람이니 사람을 죽인거다. 이렇게 몰고가서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연출이 강경호를 쫓는 과정에서 강경호의 가족 사진도 보여줘서 무슨 사연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떡밥들은 회수가 다 되지 않고, 그저 사이코패스라는 결정을 내려놓고 몰아가는 것 같아서 캐릭터가 너무 단편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액션신만큼은 끝내줬다
안타깝거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액션신은 실로 괜찮았다. 마동석의 캐릭터를 잘 활용했고, 김무열 역시 액션신을 잘 소화했다. 다른 영화에서 다 한 번씩 봤던 장면들이었지만 그래도 영화 <악인전>에서 튀는 장면없이 잘 묻어났던 것 같다. 다만 스토리 전개가 갑자기 차에 치어서 그렇게 잘 싸우던 장동수가 송장처럼 누워있고, 갑자기 장동수가 형사를 도와주면서 법정 증언을 하고 거의 감독 하고 싶은 거 다해! 이런 느낌으로 후루룩 끝나버려서 당황스러웠지만 액션은 재밌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영화 <악인전>은 기대를 하고 본 작품이었지만 시간과 돈을 들일만큼의 작품은 아니었다.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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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지 마세요!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세요!
“먹지 마세요! 저를 믿으세요!” 성장 시기인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영양교사라니. 근데,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한 끼를 거르면 기후변화, 식량난,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체지방 감소에 따른 건강을 챙길 수 있으며, 자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나도 한 번 동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정신 차려! 이건 환경보호, 체지방 감소, 자기 통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이 가르침의 근원은 ‘믿음’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릇된 신념’. <클럽 제로>는 무한 경쟁과 소외감에 구멍 난 마음을 음식이 아닌 잘못된 믿음으로 채우려는 아이들,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이용하는 어른들을 비판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다.
한 엘리트 학교의 교실,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인다. 영양교사로 부임한 미스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친다. 뭔가 체계적이면서도 믿음이 가는 그녀의 말에 점점 빠져들어 식사량을 줄여가는 아이들. 급기야 야위어 가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선생님과 함께 ‘클럽 제로’ 회원이 되기 위한 단계를 밟는다.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가득한 부모들은 이내 학부모 회의를 열고 미스 노백을 내쫒기로 결정한다.
미스 노백은 인간에게 그릇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의식적 식사법’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 하겠지만, 아무나 그 타깃이 될 수 있다. JMS, 오대양 사건, 아가동산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지 않은가. 극 중 아이들은 환경보호, 건강 유지, 자제력 및 집중력 강화, 수업 성적 향상을 위해 이 수업을 듣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그릇된 신념이란 늪에 빠진다.
이들을 잘못된 믿음으로 인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결핍이다. 아이들은 모두 결핍된 요소가 하나씩 있다. 가족의 사랑, 뭐든지 최고가 돼야 한다는 중압감, 가정 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압박 등 어른들은 모르게 그들은 마음에 구멍이 생긴 채 살아간다. 이때 미스 노백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 카리스마 넘치는 리딩이 그 구멍을 메워준다. 자신도, 가족도 해줄 수 없는 일을 그녀가 했기에 믿음과 신뢰가 쌓이고, 그때 옳고 그름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이로 인해 그것이 그릇된 신념이라 할지라도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되는 것. 여기에 집단 커뮤니티에 그것도 남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것에 속하길 바라는 아이들의 심리도 작용한다.
아이들만 결핍이 있는 건 아니다. 미스 노백도 마찬가지다. 극 중 미혼인 그녀는 인정 욕구와 내적 사랑의 대상을 아이들에게서 찾는다. 자신의 말을 따르고 심지어 복종하는 아이들의 믿음이 곧 그녀의 결핍을 충족하는 에너지원인 셈. 그 또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잘못된 신념이 낳은 신낳괴(잘못된 신념이 낳은 괴물)였던 것이다.
잘못된 믿음으로 파생된 이 기묘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거짓을 진실로 믿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바로 보게 한다. 미스 노백이 영양교사가 된 건 인터넷을 통해 그녀의 ‘의식적 식사법’을 알게 된 학부모의 추천 덕분이다. 방법에 대한 사실 확인 보다는 유명도와 트렌드가 더 중요한 시대. 학부모의 추천을 받아들인 교장은 아이들의 안위보단 최신 트렌드를 자신의 학교에서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검증 따윈 안중에 없다. 부모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미스 노백을 추천한 부모들은 트렌드라면 꼭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진실이야 어떻든 최신의 것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맹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감독은 이런 주제를 색감과 음악으로 잘 표현해 낸다. 극 중 주된 컬러는 노란색이다. 학교, 학생(교복 등)을 명시하는 색인 동시에 후반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색이다. 노란색은 보통 행복, 기쁨 등의 긍정적 색상으로 지식, 지적 능력도 의미한다. 초반부에는 원래 뜻으로 색이 사용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신호등의 노란색 불처럼 경고, 주의의 의미가 도드라진다. 극 말미에 점점 말라가면서도 클럽 제로의 일원이 되는 것에 행복한 아이들, 이를 방관하거나 말릴 수 없는 어른들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란색이 가진 색 의미, 지식, 지적능력을 오롯이 가져가는 건 장학금을 받으려 이 수업을 들은 벤의 엄마뿐이다. 어른들 중 그나마 자식을 걱정하고, 염려하며, 먹지 않는 행위에 강한 반기를 드는 유일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마지막까지도 그녀는 노란색 옷을 입는다.
음악의 쓰임새도 독특하다. 전위적인 음악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건 물론, 토속신앙에서 쓸법한 묘한 구음, 그리고 이 구음이 모여 후반부 그들 만의 찬가가 되는 결과물은 기묘하면서도 잘못된 신념이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을 돋보이게 한다. 제36회 유럽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제56회 시체스 영화제 음악상 수상만 보더라도 극 중 음악 활용도가 돋보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결핍은 성장의 동력도 되지만, 되려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마음속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그 과정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남달라 보일 것 같다. 약간의 다정함과 친절함, 그리고 자식을 향한 한없는 믿음으로 구멍을 메웠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달라졌을까? 어른들의 미래도 달라졌을까? 거두절미하고 그릇된 신념에 양보하지 말고 일단 먹자, 먹어야 산다!
덧: 식욕 감퇴 장면이 있으니 유의해서 감상하시길~~
사진 출처: 판시네마 제공
평점: 3.5 / 5.0
한줄평: 그릇된 신념이 낳은 현대판 불행 우화!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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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빛났던 그때, 우리는 함께 였다. | 영화 소울메이트
오늘은 제가 완전 따끈따끈한 아직 개봉 전인 영화 소울메이트 시사회를 다녀왔어요!
아니 시사회가 있길래 저~ 볼래요!! 라고 응모했다가?
오세요~~ 라고 해서 신나게 보고 왔어요! (With 나쵸와 함께.)
오랜만에 담백하면서 풋풋한 한때를 회상하면서
최근 본 영화 중에 너무 재미있게 보고 와서 관람 후기 남겨봅니다!
단, 아직 개봉 전 영화라 스포는 없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감독 : 민용근
각본 : 강현주
출연진 :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개봉일 : 2023년 3월 15일
기획 의도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와 '하은'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겼는 관계의 굴곡을 그린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 '하은'이 동급생 '진우'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양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미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모든 것을 함께 한 찬란했던 시절, 우리 모두의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
여담
영화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중국에서 이 영화 인기가 많아 역대 최초로 여우주연상 공동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주연배우 중 한 명인 전소니는 과거 SBS 낭만 닥터 김사부 2의 여자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뻔 했지만, 그 역할에는 이성경으로 바뀌었다.
후기 및 쿠키
영화 소울메이트는 풋풋한 10대의 그 시절에 친구밖에 모르고,
그 친구를 동경하며 서로가 서로의 삶이 부러우며 동경하며 닮아 가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각자 다른 이유로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냈다.
낭만과 청춘 찬란한 그때의 그 시절의 영화를 표현한 줄 알았는데
더 나아가 깊이가 있었던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봤습니다.
소울메이트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면 휴지는 필수!
한줄평 : 함께 있으면 행복했던 그때, 이젠 서로다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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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멈추는데 충분했습니다.
관객들은 극장에 오는 것을 멈췄지만, 영화 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이에 맞춰 배급사들도 개봉일을 연기하거나 방식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들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공급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가 않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네요.
그런 점에서 제목에 버젓이 쓰여있는 '분노'라는 글자는 관객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쓰여있는 '질주'라는 단어는 어르신들이 말하는 '성질 값한다'라는 말씀처럼 훌륭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임과 동시에 626,240명(05.21 기준)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2021년 국내 극장가 기준으로 5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그리고 개봉 첫날에 기록한 400,307명은 2021년 국내 박스오피스 최다 일일 관객 수로 이전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가 기록한 102,927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코로나19"를 느낄 수도 없는 반응 때문이라도 이번 <분노의 질주>에 거는 기대는 어떤 편보다 가장 컸는데요.
'과연,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어땠는지?' - 영화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계를 돌면서, 뜻하지 않게 지구를 몇 번이나 구했던 "돔"과 "레티"는 어느 한적한 곳에서 평화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테즈"와 "로만", "램지"는 "미스터 노바디"에게 온 메시지를 보여주며 "싸이퍼"가 풀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에 동생 "제이콥"이 깊게 연관되었음을 확인하고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번 패밀리를 모으는데...
점점 속도감에 익숙해지는데???
1.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건데?
영화의 부제가 <더 얼티메이트>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번 영화는 9편에 속할 만큼 장수 시리즈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를 보려는 팬들은 학습지처럼 쌓인 영화들을 봐야 하는 부담감이 몰려들 겁니다.
물론, 이번 9편 <더 얼티메이트>보다 <분노의 질주>를 생각하면 안 보셔도 즐기는데 큰 문제는 없겠지만 저는 보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연속성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들의 관계들이 가장 큽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이콥"의 배후에 전편의 "싸이퍼"가 등장하고, "한"을 비롯하여 <도쿄 드리프트>의 캐릭터들이 출연해 모르고 봤다가는 '나만 모르나?'하는 소외감을 극장에서 느낄게 뻔하니까요.
근데, 이걸로 시작할 거라면서?
그리고 "돔"의 여동생 "미아"와 "쇼 형제"의 어머니 역으로 등장하는 "헬렌 미렌"까지 동창회를 연상시키는 이 분위기로 봐서는 꼭 봐야겠죠?
그렇게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의 속편처럼 전보다 커지고 많아지고 더욱 화려해진 외관을 거림낌 없이 보여줍니다.
극 중 "타잔"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프리폴 장면, 전작에서 선보였던 "좀비카"장면을 이번에는 "자석"을 활용하는 자동차 액션은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을 기대한 만큼 보여주는데 성공합니다.
근데,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번역된 제목보다 원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THE FAST SAGA"로 알 수 있듯이 이번 <더 얼티메이트>는 <분노의 질주>의 새로운 프로젝트로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2. 초심마저 사라진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고...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 이런 새로움을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2001년에 선보였던 1편을 생각하면, 영화의 주된 정체성은 '뒷골목'을 배경 삼아 '스트리트 레이싱'으로 남자들의 우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던 영화가 이제는 우주로 발사되니 더 이상 초심을 기대하기는 힘든데요.
그렇기에 영화는 변치 않았던 "가족"이라는 테마를 다시금 만지작거릴 뿐이고, 이에 "제이콥"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안전한 걸까?, 불안한 건가?
역대 <분노의 질주>를 생각하면, 빌런으로 성공한 캐릭터는 "싸이퍼"를 제외하고는 못 보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역할이 <분노의 질주>에서 악당을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이콥"은 "싸이퍼"의 노선대로 가질 못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제이콥"이라는 캐릭터가 "가족"에 기반해 정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를 소개하는데 "플래시백"을 활용했다는 것이 큽니다.
흔히, 영상 매체에서 캐릭터의 얼굴을 보여주는 건 말과 다르게 감정을 먼저 보게 해 똑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렇기에 논리로 설득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읍소하는 느낌이라 추후 "제이콥"의 처리까지 연결 지어 본다면, 더더욱 아쉬운 소개 방식입니다.
3.
이럴 거면, 쿠키만 했어도?
무엇보다 이번 <더 얼티메이트>의 러닝 타임이 142분으로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캐릭터의 소개가 미흡하다는 건 아쉬움이 남는데요.
여기에 장수 시리즈라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배경 "우주"를 도입한 건 <제이슨 X>라는 괴작을 연상시키는데 충분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이 우주에서 부활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좋지 않은 평가와 흥행을 기록했는데요.
그만큼 <분노의 질주>가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다 보여주었다는 것인데, 새삼 손뼉 칠 때 떠날 수는 있을지 걱정마저 들었습니다.
그럼, 이번 영화는 뭐가 남았던 걸까?
이렇게 본다면, 실망만 가득하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팬들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영화입니다.
앞서 언급한 "타잔"을 연상시키는 자동차 프리폴 장면이나 전작에서 선보였던 "좀비카"장면을 "자석"을 활용하여 새로이 선보인 자동차 액션들은 <분노의 질주>라는 타이틀이 전혀 부끄럽지 않는 활약들이거든요.
하지만 <더 얼티메이트>가 <분노의 질주>라는 시리즈에서 남긴 족적이나 앞서 언급한 향후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할 영화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냥 그 두 가지를 "데커드 쇼"와 "한"의 만남이라는 쿠키 영상으로 충분했으니까요.
※ 이런 이유에는 <도쿄 드리프트>에서 "한"을 죽인 캐릭터가 "데커트 쇼"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도미닉 패밀리"와도 대결한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