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1-21 12:25:05
<하우스 오브 구찌> 영화리뷰 - 아이러니한 구찌 가족의 흥망성쇠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리뷰
<하우스 오브 구찌>는 최근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를 선보였던 리들리 스콧의 신작이다.
국내에서 연달아 극장을 찾은 그의 이번 신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게 익숙한 명품 브랜드 ‘구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아름다운 명품을 만드는 가문 뒤편에는 무지막지한 권력 다툼과 심지어는 살인 모략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진 적이 없다.
영화의 주인공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 그녀는 아버지의 트럭회사 사무실에서 경리로 일한다.
아버지가 쓴 영수증을 정리하는 그는 아버지의 서명을 감쪽같이 따라 쓸 수 있을 정도로 눈썰미가 좋으며 유능한 감각을 지녔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녀는 어느 날, 클럽에서 우연히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를 마주친다.
그의 이름을 듣고 그가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파트리치아는 이후로 마우리치오의 주변을 맴돌며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시작한다. 결국 둘은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포(제레미 아이언스)는 밝고 상냥한 파트리치아가 마음에 들면서도, 구찌의 격과 맞지 않는 그녀의 초라한 가문을 반기지 않는다. 로돌포는 아들 마우리치오에게 파트리치아와는 연애만 하라며, 절대 결혼은 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다.
그런 아버지의 고루한 가치관에 동감할 수 없는 마우리치오는 그 길로 집을 나와 처가살이를 시작한다.
시아버지의 트럭회사에서 일하며 평소보다 조금 부족하게 살아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은 어느 날, 로돌포의 형인 알도(알 파치노)의 연락을 받고 그의 생일잔치에 초대된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제목 그대로 구찌 가문에 관한 이야기이다.
포스터는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의 강렬한 단독 스틸로 이뤄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토록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된 한 명품 가문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스피디한 편집과 촘촘한 서사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파트리치아와 마우리치오의 불같은 사랑을 주되게 그리던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그들이 알도의 영향을 받아 구찌 사업에 동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권력을 향한 욕구, 미신에 대한 집착, 상대에 대한 의심, 그리고 마침내 일그러진 사랑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마우리치오는 점점 파트리치아가 마치 ‘선을 넘듯이’ 구찌에 집착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고 그러던 찰나에 친구였던 파올로에게 애정을 느끼며 파트리치아와 점점 멀어진다.
영화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수십 년간 구찌 가문 내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일화를 그린다.
그리하여 우리가 동경하고 사랑해 마지 않는 이 명품 뒤에는 얼마나 사람답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는지 톺아보면서,
사실상 이들의 세계를 과도하게 풍자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교도소에 오래 복역한 뒤 출소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이 영화를 두고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물론 구찌 가문 또한 이 영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그려졌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관한 생각을 바꾸지 않고, 이 영화의 이야기가 오로지 그들만의 개인사라고만 여겨질 수 없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반길 만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오락영화다.
구찌를 비롯하여 즐거운 눈요깃거리의 화려한 명품들이 즐비하게 등장한다.
톰 포드와 칼 라거펠드 등 저명한 디자이너들의 옛 모습도 잠깐 나타나기 때문에, 패션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는 매우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오스카 레이스에서 여우주연상 부문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레이디 가가의 도발적인 연기 또한 흥미롭다.
최근 <아네트>와 <라스트 듀얼>로 계속해서 극장을 찾은 아담 드라이버 또한 반가운 얼굴이며, 제레미 아이언스, 알 파치노와 같은 훌륭한 배우들 또한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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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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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위도우를 보고 아쉬움이 더 남는 이유 (블랙위도우 스포 리뷰, 쿠키해석)
#블랙위도우 #나타샤 #호크아이
2021. 07. 10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마블다운 영화
01:15 나타샤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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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3 엔딩크레딧
05:33 걱정되는 세대교체
06:36 아쉬움과 더욱 여운이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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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틱> 메인 예고편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송어를 잡고,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를 발견한다.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이대로 구조를 기다릴 수는 없고,
자칫 이동하면 함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홀로 지내면서 잊고 있었던 생명의 온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 선택의 순간…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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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컨트랙터> 메인 예고편
국가를 위해 극비 작전에 뛰어든 남자 특수부대 중사 출신 ‘제임스 하퍼’는 전역을 명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조직에 합류한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충격과 위기를 겪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모든 것을 건, 새로운 미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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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더스 / Brothers
< 브라더스 / Brothers >
/ 줄거리 /
해병대 군인인 샘은 동생 토미를 출소 시키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헬기를 타고 가던 중 폭격을 맞는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은 샘의 부인 그레이스와 샘의 가족들.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와 아빠를 잃은 샘의 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챙겨주는 토미.
그런 자상한 토미의 모습에 조카들도 그를 따르게 되고,
그레이스와 토미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
가족들은 다시 샘과 재회하게 되고,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 줄 알았다..
이 씬이 토미의 모든 감정을 설명해 준다.
/ 느낀점 /
" 아무도 잘 못 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 "
이 짤막한 한 줄이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의 고통은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평생 군인과 함께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옥죄어 오는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소통과 사랑과 믿음과 포옹'
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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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샘 역을 맡은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나는 그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그 찐따같음이 전혀 없다.
솔직히, 위대한 개츠비나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약간의
어벙함 조차 이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진짜 무슨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눈빛조차 다르다.
그의 연기에 정말 감탄하며 보게 되는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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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장면
/ 인상 깊은 씬 /
나는 이 씬이 가장 인상 깊었다.
토미한테 샘이 그레이스와 잤냐며 물어보는 씬인데
그의 말에 토미가 깜짝 놀라
" 왜 그런 생각을 하냐"
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샘은
" 너와 그레이스의 모습이 마치 사랑에 빠진 10대들 같아서."
라고 답한다.
전쟁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와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나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동생과 부인의 사이에서 저러한 기류를 발견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 생각에는 그의 목을 졸라온 가장 큰 고통은
현실에 돌아와서 마주하게 된 사실들이었던 것 같다.
절대 예전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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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쏘가 직쏘한 핏빛 게임!
직쏘 is back! 변조한 목소리로 ‘I Wanna Play a Game’라 말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선택을 강요하는 직쏘가 돌아왔다. 2004년 1편을 시작으로 고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은 <쏘우> 시리즈의 10번째 영화 <쏘우 X>. 1편과 2편 사이의 미드퀄 시리즈인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초심을 찾은 직쏘를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뿐인가. 반갑기까지 하다. 이 무지막지한 빌런이 반갑다고? 그가 멕시코에서 열어젖힌 죽음의 게임은 그 수위에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자신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직쏘의 이번 게임, 과연 어땠을까?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직쏘라 불리는 남자 존 크레이머(토빈 벨)는 뇌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그에게 시한부 진단은 절망과도 같은 것.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암 투병 모임 회원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암 치료 방법을 알게 된다. 그날 크레이머는 회원이 알려준 인터넷 주소를 통해 접속, 담당 의사인 세실리아(쇤뇌베 마코디 룬드)와 미팅 약속을 잡는다. 멕시코로 향한 그는 작은 희망을 품은 채 수술대에 오르고, 약물치료도 받는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곳을 방문한 그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크레이머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들을 자신의 게임에 초대한다.
<쏘우> 1편 이후 제작된 속편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구현한 핏빛 고어 영상 등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재 안에서 다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점점 신선함을 떨어지고, 피로감은 쌓이면서 그렇게 <쏘우> 시리즈는 나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쏘우 X>는 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1편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리즈 중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쏘우>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읽힌다. 이번 영화의 차별화이자 매력 포인트는 직쏘의 이야기에 있다. 감독은 어둠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그를 수면 위로 올린 후, 죽음을 앞둔 삶과 치료를 받기 위한 과정, 그리고 사기꾼들에게 농락당한 이야기를 전반부에 보여준다. 이를 동력 삼아 후반부 사기꾼을 대상으로 열리는 피의 게임이 열리는 스토리로 이어 나간다.
빌런이기는 하지만 이 살인마의 희망을 짓밟은 사기꾼들의 바보(?) 같은 악행은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고어 영화에 탄탄한 스토리의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크레이머의 희망을 짓밟은 이야기를 통해 게임 진행의 당위성을 얻는다. 이는 곧 관객들 또한 직쏘가 연 게임에 초대되어 직간접적으로 이 빌런에 감정이입의 통로가 된다. 그동안 얼마나 기발한 살인 트랩이 나오는지, 얼마나 핏물이 흥건한 고어 장면이 나오는지에만 포커싱을 맞췄던 이전 시리즈에서는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대상이 부재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은 개연성과 당위성을 삽입하면서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직쏘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후반부 그 지역에 사는 소년과의 우정 스토리까지 넣으면서 감정이입의 영역을 넓힌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정도 스토리가 갖춰진 마당에서 피의 잔치 수위는 더 세졌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살인 트랩은 오프닝에 나오는데, 이건 약과다. 받은 만큼 되갚는 직쏘의 성격상 자신을 침대에 눕혀 거짓 수술을 한 대가를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메스나, 드릴, 뼈를 자르는 톱 등 병원에서 쓰이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신체 일부를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진행한다. 자르고, 찢고, 열고 하는 등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향연이 이어진다. 물론 고어 마니아들은 예외다.
<쏘우 X>는 이전 시리즈보다 스토리면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핏물 잔치로 입성할 수 있었지만, 그 약효가 오래가진 못한다. 사기꾼들의 단죄 게임은 가면 갈수록 피로감이 쌓이고, 이를 환기하기 위해 설치한 반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1편의 생존자이자 2대 직쏘인 아만다(쇼니 스미스)의 활약 등 노쇠한 직쏘를 위해 지원군도 오지만, 활약상은 예상보다 미비하다. 물론, 다른 시리즈보다 보는 맛은 있지만, 1편의 쾌감까지는 가닿지 못한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쏘우 X>는 전 세계 4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1편보다 더 높은 흥행을 거뒀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80%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신선도 지수를 기록할 정도. 직쏘를 등장시켜 부활까진 아니지만 심폐소생술에는 성공한 <쏘우> 시리즈. 사느냐, 죽느냐 시리즈의 생명은 이제 다음 편에 달렸다. 과연 어떤 게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 참고로 쿠키 영상이 있으니 꼭 보길 바란다. 이 영상에도 반가운 손님이 등장한다.
평점: 2.5 / 5.0
한줄평: 직쏘가 직쏘한 성공적 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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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에 도전하는 쾌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낸시(엠마 톰슨)'. 교직에서 퇴직하고 아이들마저 성인이 되어 자신을 떠나 홀로 남게 되자 그녀는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인생의 숙원이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가 나타난다. 마침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에, 긴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낸시는 리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리오도 유려하게 답하며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두 남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방향성을 둘러싼 고민에 직면한다.
8월 11일에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대배우 엠마 톰슨이 처음 노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자, 성매매자들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고, 성을 사는 이가 중년 여성이고 파는 이가 청년 남성이라서 거듭 예상을 빗겨나가는 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정적이고 논란으로 가득한 영화일 것 같다고 느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관통하는 주제의 가치가 눈에 밟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차례에 걸쳐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 수십 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금기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단지 성적인 만남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낸시와 리오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리오 그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낸시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자체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평생 사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인물이다. 은퇴한 60대 종교 교사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스페인에서 예술을 하는 딸을 하나씩 두고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오랜 커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그녀는 리오의 서비스를 예약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반응을 보인다.
낸시는 우선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섹스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담대하고 솔직히 드러낸다. 그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대신 남편의 쾌감만을 우선시했던 그녀는 경험한 상대방의 수나 다양한 체위에 대해 물어본다. 리오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완벽해 보이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리오보다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공허한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알과 껍질들은 더 강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낸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눈을 뜬다. 그래서 그간 억압된 삶을 살던 그녀는 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크게 변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섹스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리오를 궁금해한다. 낸시는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한 원칙과 신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리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용기와 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깨달음만큼이나 깊은 고정관념과 편견도 함께 드러난다. 낸시는 리오가 숨기려 했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호텔방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말한다. 정작 그녀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지루해하고 정반대로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딸을 골치 아파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조언은 리오에게 모순적이다.
이는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방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리오를 만난 다음에야 낸시가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리오와의 섹스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그녀가 섹스로 상징되는 스스로를 향한 억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타인에게 지닌 고정관념과 편견마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섹스와 성매매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트리거에 불과할 뿐, 성을 비롯한 다양한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개인들이 비로소 금기를 깨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영화는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리오에게 이별을 고한 낸시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섹스라는 금기에 갇혀 있지 않고, 60여 년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마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낸시의 섹스 파트너인 리오 그랜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다. 열의를 다해 감정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주고자 하는 파트너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낸시에게 진정한 섹스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는 섹스, 접촉, 쾌락의 관점을 모든 소통으로 확대한다. 섹스는 언제나 대화의 일부이며 친밀감과 교감을 향한 갈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비록 그의 직업은 윤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섹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시각만큼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하고 개방적이다. 그 덕분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통제해야 하고 몸을 가꿔야 한다는 규칙 하에서 살던 낸시는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다. 사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놨는데, 이는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며 꽤나 섹슈얼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조차도 낸시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또 다른 억압과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면 섹스와 쾌락에 관한 이해도 다른데,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낸시와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갈등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분기점이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문란한 모습을 보인 후 가족과 의절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겪은 바 있는 리오. 이처럼 어머니와 연관된 깊은 상처는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쾌락을 개방적으로 탐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오에게 낸시와의 갈등과 말다툼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그는 본래 자신의 과거사를 고객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 다름 사람과의 다양한 육체관계와 소통을 즐기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낸시를 만난 그는 때로는 규칙을 어기며 인간적 교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낸시에게 알려주었듯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단절되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펼치고, 리오 그랜드라는 가명 대신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낸 낸시를 다시 만나며,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처럼 두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호텔 방이라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푸른 카펫과 소파, 베개처럼 관능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의 배치가 눈길을 끈다. 또 그 방 안에서도 나뉘어 있는 공간들의 기능도 흥미롭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크게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소파에서는 낸시와 리오가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침대에서는 모험에 나선 낸시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편 화장실은 잠시 그들이 호텔 밖 현실을 만나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낸시가 화장실에 받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해 보일까 하고 고민하는 리오의 짧은 고뇌를 담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마인드의 변화를 새삼 깨닫는 낸시의 사색과 해방의 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눈길은 이내 방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는 창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더라도, 넓디넓은 창문에 담기는 조명과 풍경의 변화는 마치 외부 세계의 이야기들을 실내 공간 안으로 미묘하게 끌어들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만남에서는 맑기 그지없었던 창문 속 날씨는 선을 넘은 낸시와 개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리오가 다툼을 벌일 때 비로 가득하다. 이처럼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마치 낸시와 리오의 몸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호텔방은 대화의 공간이었다가 도전하는 공간이고, 갈등하고 싸우는 장소였다가 쾌감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몸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보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참으로 스마트한 영화라고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그 자체로 논란일 작품이다. 소재이자 발단인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달리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여성은 자신이 구매자이지만 판매자인 남성에게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젠더 권력의 우열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성매매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사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보다 자주 스크린에 전시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남성의 성과 신체를 판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문화적 서열을 역전시킨다. 덕분에 성매매를 둘러싼 옹호와 부정 사이에서 성매매를 매개로 만난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물론 시작점이 성매매이기에 그 관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여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불호를 이유로 눈길을 안 주기에는 금기 내지는 성역이라 여겨지는 소재를 이용해 보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맛이 찰진 것도 사실이다. 소피 하이드 감독이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은 이유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발칙한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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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외설적 돈키호테가 쟁취한 표현의 자유
7★/10★
이 영화는 어느 찢어지게 가난한 산골 집안에서 밀주를 팔던 소년 래리 플린트가 세계적 성인 잡지 《허슬러》를 창간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영화에는 래리 플린트가 법정에서 무수한 시련을 겪는 과정과 그의 조력자인 변호사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법정 영화인 것도 아니다. 〈래리 플린트〉는 어느 외설적 돈키호테가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며 법, 체제, 규범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며 질문을 생산하는 영화다.
동생과 함께 허접한 스트립 바를 운영하던 래리는 가게를 홍보하기 위한 뉴스레터를 제작하다 성인 잡지 시장의 틈새를 발견한다. 그 영역의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는 《플레이보이》는 선정적이긴 했지만 ‘고급’스러웠다. 외설적인 사진과 수준 높은(혹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기사를 함께 배치하는 전략이었다. 래리는 확신했다. 《플레이보이》를 사는 사람 중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를 읽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그래서 사진과 어울리는(그러니까 ‘저속한’) 글을 실은 잡지 《허슬러》를 만들었고, 금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대놓고 ‘외설’을 표방한 래리는 무수한 법적 시비에 휘말렸다. 음란물 유포 조직 범죄를 비롯해 법정 모독죄로 처벌받는 등 감옥신세를 졌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였다. 나중에는 수백만 명의 신도를 가진 유명 목사 제리 폴웰을 풍자하는 글을 실었다가 천문학적인 명예훼손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폴웰과의 소송이 중요했는데, 일부 진보 언론의 지지가 있긴 했으나 당시 언론은 이 재판을 두고 ‘성직자 대 포주, 하나님 대 악마’의 재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래리는 끝내 승리했고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가 되었다. “수정헌법 1조가 저 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모든 국민을 보호하겠죠.” 래리 플린트는 음란과 외설의 모호한 기준,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위계,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도덕 규범의 정치적 허점 등을 파헤치며 무수히 많은 유의미한 논쟁을 촉발했다. 설령 쓰레기 같은 방법을 통해서일지언정.
영화는 이 과정에 그가 겪은 개인사적 어려움을 더한다. 래리는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이 통증으로 한때 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에 시달렸다. 자기가 운영하던 바에서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만난 아내이자 래리가 가진 외설적 상상력의 원천인 알시아 역시 마약 문제에 시달리다 에이즈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래리가 법정에서 도발을 이어가자 판사는 그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며 구속복을 입어야 하는 정신병동에 넣었다. 래리는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압박하는 것들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마찬가지로, 래리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식 자유를 체득한 ‘자유인’이었다.
굴복하지 않는 래리의 정신을 그의 남성성과도 연계해볼 수 있겠다. 하반신 마비 후 래리는 성적 기능을 상실한다. 래리가 더한층 투사가 되는 건 이 이후부터다. 그의 캐릭터는 일관됐다. 하지만 이전에는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경제적 성공, 젊고 아름다운 아내, ‘외설’과 화제성의 정점에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식 능력을 상실한 후에 그의 지위는 조금 애매해진다. 무려 《허슬러》 발행인이 발기조차 되지 않는 남자라니? 그의 ‘투쟁’은 어쩌면 꺾여버린 자기 남성성의 일부를 여전히 빳빳하게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존 인물 래리가 지미 카터의 시대와 레이건의 시대를 모두 거친 인물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는 래리가 종교 생활에 열중인 카터의 누나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카터의 시대에 래리는 소송에 시달렸을지언정 삶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이건의 시대에는 달랐다. 그가 마주한 모든 투쟁의 수준이 더한층 심화되었다. 그를 표현의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만든 건 역설적으로 래리를 지워버리고자 했던 성적 보수주의, 엄숙주의자들이 득세한 세상이었다. 1960~70년대의 페미니스트 해방운동에 대한 반동이 뜻밖에도 래리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래리 플린트라는 인물을 통해 한 사회의 성 문화와 규범, 도덕과 법의 모순을 폭넓게 살피는 이 입체적인 영화의 유산은 2024년 베니스영화제 상영작 〈디바 푸투라〉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포르노/외설 혁명가’의 얼굴이 왜 늘 여성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성애자 남성 포르노 제작자인가 하는 점이다. 앞선 두 영화뿐 아니라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등 포르노/외설 제작자 혹은 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개별 주제 의식과 완성도를 떠나 ‘포르노-자유-(이성애) 남성’의 상관관계가 굳건하다.* 왜 성을 ‘착취’하는 것도, ‘해방’하는 것도 모두 포르노/외설 제작자 남성인가? 고민해볼 일이다.
*물론 포르노/외설 소재 영화가 늘 그런 건 아니다. 미국 사회와 포르노 스타의 흥망성쇠를 연계한 〈부기 나이트〉, 어느 남성 스트리퍼가 자신과 일을 긍정하는 과정을 그린 〈매직 마이크〉, 게이 포르노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킹코브라〉, 여성 스트리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허슬러〉, 여성 성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아노라〉 등의 영화도 있다. 그러나 이들 영화에서 주인공은 성과 자유의 구원자라기보다는 그 한가운데에서 휩쓸리며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존재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남성) 포르노 제작자는 ‘해방’과 ‘자유’의 아이콘인데 반해 포르노 스타는 성별과 성적 지향을 막론하고 어딘가 스산한 결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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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팀 버튼 감독의 신작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오는 9월 4일 개봉합니다.
이번 영화는 '비틀쥬스' 시리즈의 36년 만의 후속작으로, 제 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는 원작의 주연이었던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웬즈데이>의 제나 오르테가가 출연하고, 캐서린 오하라, 윌렘 대포, 모니카 벨루치 등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입니다.
비틀쥬스1988
원작 <비틀쥬스>는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둔 작품으로, 팀 버튼 감독과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에게 큰 인기를 안겨준 영화입니다. 이번 신작은 한국에서 시리즈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입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
Beetlejuice Beetlejuice
개요: 코미디, 판타지, 공포 | 미국 | 105분
감독: 팀 버튼
주연: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제나 오르테가, 모니카 벨루치, 윌렘 대포, 저스틴 서룩스
개봉: 2024.09.04.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유령과 대화하는 영매로 유명세를 타게 된 ‘리디아’와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10대 딸 ‘아스트리드’. 할아버지 ‘찰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들은 함께 시골 마을에 내려간다. 유령을 보는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스트리드’는 방황하던 중 함정에 빠져 저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고 딸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인간을 믿지 않는 저세상 슈퍼스타 ‘비틀쥬스’를 소환한다.
이루지 못한 ‘리디아’와의 결혼을 조건으로 내민 ‘비틀쥬스’. 이번엔 ‘아스트리드’가 ‘비틀쥬스’를 다시 저세상으로 보내야 하는데···. 저세상 슈퍼스타 '비틀쥬스'와 Z세대 반항아 '아스트리드'! 산 자와 죽은 자, 누가 남을 것인가!
안녕, 할부지
My Dearest Fu Bao
개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 한국 | 95분
감독: 심형준, 토마스 고
주연: 푸바오, 아이바오, 러바오, 루이바오, 후이바오, 강철원, 송영관, 이세현
개봉: 2024.09.04.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선물로 찾아온 만남, 예정된 이별 푸바오의 중국 귀환 일정이 결정되고, 사랑하는 이들의 아쉬움이 커져만 간다 마침내 다가온 이별의 순간,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애써 담담해 보였던 강바오와 송바오 역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헤어질 때를 알기에 매 순간 진심이고 애틋했던 그들 1354일, 그동안의 못다 한 이야기 안녕, 그리고 안녕…
원맨
N THE LAND OF SAINTS AND SINNERS
개요: 액션, 범죄, 스릴러 | 아일랜드 | 106분
감독: 로버트 로렌즈
주연: 리암 니슨, 케리 콘돈
개봉: 2024.09.04.
배급: 이화배컴퍼니㈜
줄거리
전설의 킬러, 그가 다시 돌아온다! 과거를 묻고 은퇴하는 베테랑 청부살인업자. 테러리스트들이 그의 마을에 들이닥친다. 게다가 어린 소녀를 학대하는데… 지킬 것이 생겼다. 정체가 탄로났다. 처음으로 남을 위해 다시 총을 드는데… 그의 분노가 폭발한다!
52헤르츠 고래들
52-Hertz Whales
개요: 드라마 | 일본 | 136분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주연: 스기사키 하나, 시소 쥰, 쿠와나 토리, 오노 카린, 미야자와 히오. 카네코 다이치
개봉: 2024.09.04.
배급: 해피송
줄거리
마음의 상처를 숨긴 채 작은 바닷가 마을의 외딴 집에서 살고 있는 ‘키코’. 비 오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어린 소년을 만나게 된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소년의 SOS를 알아챈 순간, ‘키코’는 그녀의 SOS를 들어준 ‘안고’를 떠올리게 되는데… “딱 한 명 내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52헤르츠 고래들의 희망과 구원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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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의 혼인잔치: 언약(Before the Wrath/ 2020/ 미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
<비유의 핵심>
가나는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근처의 고지(高地) 마을. 갈릴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한 예수는 그의 첫 번째 기적을 가나의 한 혼인잔치에서 일으켰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 기적과 상관이 없다. 그런데 왜 예수는 첫번 째 기적을 하필 혼인잔치에서 행했던 것일까. 아마도 예수를 신랑, 성도를 신부에 견주어 세상 끝날 예수의 재림 때에 펼치게 될 '혼인잔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현대 미국인들은 예수의 재림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심지어 그 약속 자체를 믿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통계로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독교국가로 세워진 미국이 이러하니 기독교와 상관이 없는 나라들의 사정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세상의 끝날에 예수가 재림할 때 천국에서 벌이게 될 기쁨의 잔치를 왜 '혼인잔치'에 비유했던 것일까. 이 영화는 바로 이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수 당시 그의 제자들은 모두 갈릴리 지역의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혼인잔치'에 비유된 천국잔치가 어떤 것인지 가장 잘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갈릴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의 성도들은 예수를 신랑으로 맞이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할 것인지 알기 위해 갈릴리 지역의 혼인풍습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영화는 갈릴리의 혼인풍습에 대한 최근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자들, 목회자들과 인터뷰를 함으로써 성경 본문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혼인잔치 비유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관객들은 다음과 같은 아리송한 성경의 내용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
예수의 신부가 되기 위해(구원 받기 위해) 성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재림의 때를 하나님만 안다고 하는 것인지,
하나님만 아는 그 재림(예수와 성도의 혼인잔치)의 때를 위해 성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휴거를 왜 '들림 받는다'고 표현하는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혼인잔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거절당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많은 기독교인들은 재림의 때에 일어날 혼인잔치에 대해서보다는 고단한 세상살이에서 벗어나게 해 줄 드라마틱한 들림 받음(휴거)이 '언제' 일어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잊을만 하면 "몇년 몇월 몇일에 휴거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단이 나타나 성도들을 미혹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말한다. 성도들이 이해하려고 해야 하는 것은 혼인잔치 비유의 목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집중해야 할 것은 그 일이 이루어지는 '때'가 아니라 예수의 신부가 되기위한 성도들의 '준비'라고 말이다.
인류 역사이래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성경이라고 하니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해도 성경에 약속된 예언 중 클라이맥스로 꼽히는 재림 때의 천국 혼인잔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한 이 영화를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콘텐츠가 생성된 지역의 문화를 알면 그 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진리임을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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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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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위도우를 보고 아쉬움이 더 남는 이유 (블랙위도우 스포 리뷰, 쿠키해석)
#블랙위도우 #나타샤 #호크아이
2021. 07. 10 영상입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하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6jj...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마블다운 영화
01:15 나타샤의 마지막
03:47 호크아이가 만약..?
04:33 엔딩크레딧
05:33 걱정되는 세대교체
06:36 아쉬움과 더욱 여운이 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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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틱> 메인 예고편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송어를 잡고,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를 발견한다.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이대로 구조를 기다릴 수는 없고,
자칫 이동하면 함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홀로 지내면서 잊고 있었던 생명의 온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 선택의 순간…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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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컨트랙터> 메인 예고편
국가를 위해 극비 작전에 뛰어든 남자 특수부대 중사 출신 ‘제임스 하퍼’는 전역을 명 받고 법의 테두리 밖에서 국가에 충성하는 극비 조직에 합류한다.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미션은,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릴 바이러스 테러를 막는 것. 그러나, 미션 수행 도중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충격과 위기를 겪게 되는데…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모든 것을 건, 새로운 미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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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더스 / Brothers
< 브라더스 / Brothers >
/ 줄거리 /
해병대 군인인 샘은 동생 토미를 출소 시키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헬기를 타고 가던 중 폭격을 맞는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들은 샘의 부인 그레이스와 샘의 가족들.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와 아빠를 잃은 샘의 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챙겨주는 토미.
그런 자상한 토미의 모습에 조카들도 그를 따르게 되고,
그레이스와 토미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
가족들은 다시 샘과 재회하게 되고,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될 줄 알았다..
이 씬이 토미의 모든 감정을 설명해 준다.
/ 느낀점 /
" 아무도 잘 못 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 "
이 짤막한 한 줄이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의 고통은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평생 군인과 함께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옥죄어 오는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소통과 사랑과 믿음과 포옹'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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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샘 역을 맡은 토비 맥과이어의 연기는 정말 놀랍다.
나는 그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그 찐따같음이 전혀 없다.
솔직히, 위대한 개츠비나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약간의
어벙함 조차 이 영화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진짜 무슨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눈빛조차 다르다.
그의 연기에 정말 감탄하며 보게 되는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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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은 장면
/ 인상 깊은 씬 /
나는 이 씬이 가장 인상 깊었다.
토미한테 샘이 그레이스와 잤냐며 물어보는 씬인데
그의 말에 토미가 깜짝 놀라
" 왜 그런 생각을 하냐"
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에 대해 샘은
" 너와 그레이스의 모습이 마치 사랑에 빠진 10대들 같아서."
라고 답한다.
전쟁에서 힘겹게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와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나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동생과 부인의 사이에서 저러한 기류를 발견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 생각에는 그의 목을 졸라온 가장 큰 고통은
현실에 돌아와서 마주하게 된 사실들이었던 것 같다.
절대 예전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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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쏘가 직쏘한 핏빛 게임!
직쏘 is back! 변조한 목소리로 ‘I Wanna Play a Game’라 말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선택을 강요하는 직쏘가 돌아왔다. 2004년 1편을 시작으로 고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은 <쏘우> 시리즈의 10번째 영화 <쏘우 X>. 1편과 2편 사이의 미드퀄 시리즈인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초심을 찾은 직쏘를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뿐인가. 반갑기까지 하다. 이 무지막지한 빌런이 반갑다고? 그가 멕시코에서 열어젖힌 죽음의 게임은 그 수위에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자신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직쏘의 이번 게임, 과연 어땠을까?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직쏘라 불리는 남자 존 크레이머(토빈 벨)는 뇌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그에게 시한부 진단은 절망과도 같은 것.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암 투병 모임 회원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암 치료 방법을 알게 된다. 그날 크레이머는 회원이 알려준 인터넷 주소를 통해 접속, 담당 의사인 세실리아(쇤뇌베 마코디 룬드)와 미팅 약속을 잡는다. 멕시코로 향한 그는 작은 희망을 품은 채 수술대에 오르고, 약물치료도 받는다. 하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치료를 받은 곳을 방문한 그는 그제야 이 모든 게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크레이머는 조용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들을 자신의 게임에 초대한다.
<쏘우> 1편 이후 제작된 속편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죽음의 게임을 벌인다는 설정,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구현한 핏빛 고어 영상 등 시리즈를 관통하는 소재 안에서 다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점점 신선함을 떨어지고, 피로감은 쌓이면서 그렇게 <쏘우> 시리즈는 나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쏘우 X>는 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1편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리즈 중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쏘우>의 장점을 계승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읽힌다. 이번 영화의 차별화이자 매력 포인트는 직쏘의 이야기에 있다. 감독은 어둠 속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그를 수면 위로 올린 후, 죽음을 앞둔 삶과 치료를 받기 위한 과정, 그리고 사기꾼들에게 농락당한 이야기를 전반부에 보여준다. 이를 동력 삼아 후반부 사기꾼을 대상으로 열리는 피의 게임이 열리는 스토리로 이어 나간다.
빌런이기는 하지만 이 살인마의 희망을 짓밟은 사기꾼들의 바보(?) 같은 악행은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고어 영화에 탄탄한 스토리의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번 영화는 다르다. 크레이머의 희망을 짓밟은 이야기를 통해 게임 진행의 당위성을 얻는다. 이는 곧 관객들 또한 직쏘가 연 게임에 초대되어 직간접적으로 이 빌런에 감정이입의 통로가 된다. 그동안 얼마나 기발한 살인 트랩이 나오는지, 얼마나 핏물이 흥건한 고어 장면이 나오는지에만 포커싱을 맞췄던 이전 시리즈에서는 관객이 감정이입을 할 대상이 부재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은 개연성과 당위성을 삽입하면서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직쏘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후반부 그 지역에 사는 소년과의 우정 스토리까지 넣으면서 감정이입의 영역을 넓힌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정도 스토리가 갖춰진 마당에서 피의 잔치 수위는 더 세졌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살인 트랩은 오프닝에 나오는데, 이건 약과다. 받은 만큼 되갚는 직쏘의 성격상 자신을 침대에 눕혀 거짓 수술을 한 대가를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메스나, 드릴, 뼈를 자르는 톱 등 병원에서 쓰이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신체 일부를 내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진행한다. 자르고, 찢고, 열고 하는 등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의 향연이 이어진다. 물론 고어 마니아들은 예외다.
<쏘우 X>는 이전 시리즈보다 스토리면을 강화했고, 이를 통해 핏물 잔치로 입성할 수 있었지만, 그 약효가 오래가진 못한다. 사기꾼들의 단죄 게임은 가면 갈수록 피로감이 쌓이고, 이를 환기하기 위해 설치한 반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1편의 생존자이자 2대 직쏘인 아만다(쇼니 스미스)의 활약 등 노쇠한 직쏘를 위해 지원군도 오지만, 활약상은 예상보다 미비하다. 물론, 다른 시리즈보다 보는 맛은 있지만, 1편의 쾌감까지는 가닿지 못한다.
<쏘우 X> 스틸 /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쏘우 X>는 전 세계 49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1편보다 더 높은 흥행을 거뒀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80%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신선도 지수를 기록할 정도. 직쏘를 등장시켜 부활까진 아니지만 심폐소생술에는 성공한 <쏘우> 시리즈. 사느냐, 죽느냐 시리즈의 생명은 이제 다음 편에 달렸다. 과연 어떤 게임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 참고로 쿠키 영상이 있으니 꼭 보길 바란다. 이 영상에도 반가운 손님이 등장한다.
평점: 2.5 / 5.0
한줄평: 직쏘가 직쏘한 성공적 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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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에 도전하는 쾌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낸시(엠마 톰슨)'. 교직에서 퇴직하고 아이들마저 성인이 되어 자신을 떠나 홀로 남게 되자 그녀는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인생의 숙원이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가 나타난다. 마침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에, 긴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낸시는 리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리오도 유려하게 답하며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두 남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방향성을 둘러싼 고민에 직면한다.
8월 11일에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대배우 엠마 톰슨이 처음 노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자, 성매매자들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고, 성을 사는 이가 중년 여성이고 파는 이가 청년 남성이라서 거듭 예상을 빗겨나가는 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정적이고 논란으로 가득한 영화일 것 같다고 느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관통하는 주제의 가치가 눈에 밟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차례에 걸쳐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 수십 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금기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단지 성적인 만남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낸시와 리오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리오 그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낸시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자체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평생 사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인물이다. 은퇴한 60대 종교 교사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스페인에서 예술을 하는 딸을 하나씩 두고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오랜 커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그녀는 리오의 서비스를 예약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반응을 보인다.
낸시는 우선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섹스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담대하고 솔직히 드러낸다. 그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대신 남편의 쾌감만을 우선시했던 그녀는 경험한 상대방의 수나 다양한 체위에 대해 물어본다. 리오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완벽해 보이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리오보다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공허한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알과 껍질들은 더 강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낸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눈을 뜬다. 그래서 그간 억압된 삶을 살던 그녀는 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크게 변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섹스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리오를 궁금해한다. 낸시는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한 원칙과 신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리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용기와 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깨달음만큼이나 깊은 고정관념과 편견도 함께 드러난다. 낸시는 리오가 숨기려 했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호텔방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말한다. 정작 그녀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지루해하고 정반대로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딸을 골치 아파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조언은 리오에게 모순적이다.
이는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방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리오를 만난 다음에야 낸시가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리오와의 섹스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그녀가 섹스로 상징되는 스스로를 향한 억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타인에게 지닌 고정관념과 편견마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섹스와 성매매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트리거에 불과할 뿐, 성을 비롯한 다양한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개인들이 비로소 금기를 깨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영화는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리오에게 이별을 고한 낸시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섹스라는 금기에 갇혀 있지 않고, 60여 년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마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낸시의 섹스 파트너인 리오 그랜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다. 열의를 다해 감정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주고자 하는 파트너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낸시에게 진정한 섹스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는 섹스, 접촉, 쾌락의 관점을 모든 소통으로 확대한다. 섹스는 언제나 대화의 일부이며 친밀감과 교감을 향한 갈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비록 그의 직업은 윤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섹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시각만큼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하고 개방적이다. 그 덕분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통제해야 하고 몸을 가꿔야 한다는 규칙 하에서 살던 낸시는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다. 사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놨는데, 이는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며 꽤나 섹슈얼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조차도 낸시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또 다른 억압과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면 섹스와 쾌락에 관한 이해도 다른데,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낸시와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갈등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분기점이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문란한 모습을 보인 후 가족과 의절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겪은 바 있는 리오. 이처럼 어머니와 연관된 깊은 상처는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쾌락을 개방적으로 탐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오에게 낸시와의 갈등과 말다툼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그는 본래 자신의 과거사를 고객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 다름 사람과의 다양한 육체관계와 소통을 즐기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낸시를 만난 그는 때로는 규칙을 어기며 인간적 교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낸시에게 알려주었듯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단절되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펼치고, 리오 그랜드라는 가명 대신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낸 낸시를 다시 만나며,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처럼 두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호텔 방이라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푸른 카펫과 소파, 베개처럼 관능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의 배치가 눈길을 끈다. 또 그 방 안에서도 나뉘어 있는 공간들의 기능도 흥미롭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크게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소파에서는 낸시와 리오가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침대에서는 모험에 나선 낸시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편 화장실은 잠시 그들이 호텔 밖 현실을 만나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낸시가 화장실에 받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해 보일까 하고 고민하는 리오의 짧은 고뇌를 담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마인드의 변화를 새삼 깨닫는 낸시의 사색과 해방의 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눈길은 이내 방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는 창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더라도, 넓디넓은 창문에 담기는 조명과 풍경의 변화는 마치 외부 세계의 이야기들을 실내 공간 안으로 미묘하게 끌어들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만남에서는 맑기 그지없었던 창문 속 날씨는 선을 넘은 낸시와 개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리오가 다툼을 벌일 때 비로 가득하다. 이처럼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마치 낸시와 리오의 몸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호텔방은 대화의 공간이었다가 도전하는 공간이고, 갈등하고 싸우는 장소였다가 쾌감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몸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보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참으로 스마트한 영화라고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그 자체로 논란일 작품이다. 소재이자 발단인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달리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여성은 자신이 구매자이지만 판매자인 남성에게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젠더 권력의 우열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성매매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사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보다 자주 스크린에 전시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남성의 성과 신체를 판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문화적 서열을 역전시킨다. 덕분에 성매매를 둘러싼 옹호와 부정 사이에서 성매매를 매개로 만난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물론 시작점이 성매매이기에 그 관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여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불호를 이유로 눈길을 안 주기에는 금기 내지는 성역이라 여겨지는 소재를 이용해 보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맛이 찰진 것도 사실이다. 소피 하이드 감독이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은 이유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발칙한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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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외설적 돈키호테가 쟁취한 표현의 자유
7★/10★
이 영화는 어느 찢어지게 가난한 산골 집안에서 밀주를 팔던 소년 래리 플린트가 세계적 성인 잡지 《허슬러》를 창간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영화에는 래리 플린트가 법정에서 무수한 시련을 겪는 과정과 그의 조력자인 변호사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법정 영화인 것도 아니다. 〈래리 플린트〉는 어느 외설적 돈키호테가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며 법, 체제, 규범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며 질문을 생산하는 영화다.
동생과 함께 허접한 스트립 바를 운영하던 래리는 가게를 홍보하기 위한 뉴스레터를 제작하다 성인 잡지 시장의 틈새를 발견한다. 그 영역의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는 《플레이보이》는 선정적이긴 했지만 ‘고급’스러웠다. 외설적인 사진과 수준 높은(혹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기사를 함께 배치하는 전략이었다. 래리는 확신했다. 《플레이보이》를 사는 사람 중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를 읽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그래서 사진과 어울리는(그러니까 ‘저속한’) 글을 실은 잡지 《허슬러》를 만들었고, 금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대놓고 ‘외설’을 표방한 래리는 무수한 법적 시비에 휘말렸다. 음란물 유포 조직 범죄를 비롯해 법정 모독죄로 처벌받는 등 감옥신세를 졌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였다. 나중에는 수백만 명의 신도를 가진 유명 목사 제리 폴웰을 풍자하는 글을 실었다가 천문학적인 명예훼손 소송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폴웰과의 소송이 중요했는데, 일부 진보 언론의 지지가 있긴 했으나 당시 언론은 이 재판을 두고 ‘성직자 대 포주, 하나님 대 악마’의 재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래리는 끝내 승리했고 표현의 자유의 수호자가 되었다. “수정헌법 1조가 저 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모든 국민을 보호하겠죠.” 래리 플린트는 음란과 외설의 모호한 기준,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의 위계, 수많은 사람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도덕 규범의 정치적 허점 등을 파헤치며 무수히 많은 유의미한 논쟁을 촉발했다. 설령 쓰레기 같은 방법을 통해서일지언정.
영화는 이 과정에 그가 겪은 개인사적 어려움을 더한다. 래리는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되었고, 이 통증으로 한때 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에 시달렸다. 자기가 운영하던 바에서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만난 아내이자 래리가 가진 외설적 상상력의 원천인 알시아 역시 마약 문제에 시달리다 에이즈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래리가 법정에서 도발을 이어가자 판사는 그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며 구속복을 입어야 하는 정신병동에 넣었다. 래리는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압박하는 것들에 굴복하기를 거부했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마찬가지로, 래리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식 자유를 체득한 ‘자유인’이었다.
굴복하지 않는 래리의 정신을 그의 남성성과도 연계해볼 수 있겠다. 하반신 마비 후 래리는 성적 기능을 상실한다. 래리가 더한층 투사가 되는 건 이 이후부터다. 그의 캐릭터는 일관됐다. 하지만 이전에는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경제적 성공, 젊고 아름다운 아내, ‘외설’과 화제성의 정점에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식 능력을 상실한 후에 그의 지위는 조금 애매해진다. 무려 《허슬러》 발행인이 발기조차 되지 않는 남자라니? 그의 ‘투쟁’은 어쩌면 꺾여버린 자기 남성성의 일부를 여전히 빳빳하게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존 인물 래리가 지미 카터의 시대와 레이건의 시대를 모두 거친 인물이라는 점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는 래리가 종교 생활에 열중인 카터의 누나를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카터의 시대에 래리는 소송에 시달렸을지언정 삶이 위태로운 상태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이건의 시대에는 달랐다. 그가 마주한 모든 투쟁의 수준이 더한층 심화되었다. 그를 표현의 자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만든 건 역설적으로 래리를 지워버리고자 했던 성적 보수주의, 엄숙주의자들이 득세한 세상이었다. 1960~70년대의 페미니스트 해방운동에 대한 반동이 뜻밖에도 래리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래리 플린트라는 인물을 통해 한 사회의 성 문화와 규범, 도덕과 법의 모순을 폭넓게 살피는 이 입체적인 영화의 유산은 2024년 베니스영화제 상영작 〈디바 푸투라〉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포르노/외설 혁명가’의 얼굴이 왜 늘 여성을 착취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성애자 남성 포르노 제작자인가 하는 점이다. 앞선 두 영화뿐 아니라 션 베이커의 〈레드 로켓〉 등 포르노/외설 제작자 혹은 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에서는 개별 주제 의식과 완성도를 떠나 ‘포르노-자유-(이성애) 남성’의 상관관계가 굳건하다.* 왜 성을 ‘착취’하는 것도, ‘해방’하는 것도 모두 포르노/외설 제작자 남성인가? 고민해볼 일이다.
*물론 포르노/외설 소재 영화가 늘 그런 건 아니다. 미국 사회와 포르노 스타의 흥망성쇠를 연계한 〈부기 나이트〉, 어느 남성 스트리퍼가 자신과 일을 긍정하는 과정을 그린 〈매직 마이크〉, 게이 포르노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킹코브라〉, 여성 스트리퍼들의 이야기를 담은 〈허슬러〉, 여성 성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아노라〉 등의 영화도 있다. 그러나 이들 영화에서 주인공은 성과 자유의 구원자라기보다는 그 한가운데에서 휩쓸리며 체제의 모순을 드러내는 존재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남성) 포르노 제작자는 ‘해방’과 ‘자유’의 아이콘인데 반해 포르노 스타는 성별과 성적 지향을 막론하고 어딘가 스산한 결말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