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20:05
외로운 마음과 파도의 울림, 인 디 아일
영화 <인 디 아일>
운디네와 트랜짓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프란츠 로고스키의 필모 중 인 디 아일을 보게 되었는데요.
과거와 현재 그 사이의 외로운 마음과 잔잔한 파도의 울림을 잘 표현한 인 디 아일 이라는 영화를 소개할게요.
자본주의에 허덕이는 지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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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그의 현재를 덮쳐와 갱생하려는 현재를 막아서 과거에 묶인 크리스티안.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자리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나쁜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행운을 맞이합니다.
주변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등장한 그의 과거는 약간 아쉽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현재를 완전히 덮치지 않아 그의 현재와 주변이 더 잘보였다는 점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쓰레기통에 얼굴을 박고 폐기물을 먹어치우는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네요.
과거에 묶인 것은 크리스티안 뿐만이 아니였죠.
트럭에서 지게차로 옮겨가야만 했던 브루노, 여러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해 그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복되고 잔잔한 일상에 밀려오는 파도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긴 시간을 달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살기위해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팔릴때까지 헤엄치는 물고기와 다를바 없는 우리가 참 서글퍼졌습니다.
브루노의 빈자리는 언제든지 채워지고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이 말이죠.
약간의 커피와 파도소리가 전체를 비춰주는 조명처럼 느껴졌던 영화 인디아일, 추천합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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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하루를 더 영화롭게 보내기 위해 극장에 가신 분이 계시다면 빈 손으로 극장을 나서진 않으셨는지요?
최근, 침체된 극장을 살리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굿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요.
종이 티켓이 사라져 감에 따라, 언제부턴가 대형 극장에 자리 잡은 '포토 티켓'을 비롯하여 한정판 포스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는 굿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다'는 기억을 소장하고, 자신의 영화로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기억의 조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니즈에 맞게 극장마다 '스페셜한 굿즈'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중에서도 '굿즈 맛집'이라고 소문난 한 극장을 소개해보려 하는데요!
바로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을 위한 CGV 아트하우스! 입니다.
CGV 아트하우스는 2021년 1월, <블라인드>를 시작으로
매월 다른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로움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특히, 아트하우스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된 스페셜한 굿즈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스페셜한 그림 덕분에 빠르게 소진되는 '잇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영화로운 순간을 소장하게 해준다는 굿즈 맛집 한 번 같이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블라인드 (Blind, 2007)
로맨스, 멜로, 드라마 |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 출연 : 요런 셀데슬흐츠, 핼리너 레인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씨네pick : <블라인드> 속 명장면에 작품의 의미까지 담아낸 렌티큘러 포스터. 정말 완벽하지 않나요? 씨스타가 부릅니다. "있다 없으니까."
블라인드 (Blind, 2007)
드라마 | 홍콩 | 9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왕가위 | 출연 : 장국영, 양조위, 장첸"우리 다시 시작하자."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씨네pick : 지금 가지 못해 더 특별한 이과수 폭포와 남미 특유의 색채가 담긴 렌티큘러 포스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귓가에 Happy Together~~가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 (Shades of the Heart, 2021)
드라마 | 한국 | 8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김종관 | 출연 :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이주영, 윤혜리"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여기,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
씨네pick : 사람이 많은 공간보다는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 사람이 꽉 차 있을 때도 있지만 어느 시간에는 마법처럼 비어지는 공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종관 감독의 코멘트에 정말 잘어울리는 포스터라 더 갖고싶은 포스터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Aloners, 2021)
드라마 | 한국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홍성은 | 출연 : 공승연, 정다은"제가 왜 미안해야하죠? 잘못한게 없는데."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1:1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맨날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데…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 이야기씨네pick :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점점 불편해지는 현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점점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게 과연 나쁜 걸까요?
슈퍼노바 (SUPERNOVA, 2020)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 94분 | 15세 관람가
감독 : 해리 맥퀸 | 출연 : 콜린 퍼스, 스탠리 투치"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야."
오랜 시간 서로의 구세주이자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최고의 친구로 지내온 ‘샘’(콜린 퍼스)과 ‘터스커’(스탠리 투치).
기억을 잃어가는 ‘터스커’와 그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여행이 끝나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점차 고조되는데…
차마 사라지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 마음의 파편,
그곳에 가장 빛나는 사랑이 있었다.
씨네pick : 가장 찬란했던 삶과 기억.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간직하고 싶기에 여정을 떠납니다. 찬란했던 삶과 사랑을 추억하는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담긴 포스터. 참 아름답죠?
웬디 (Wendy, 2021.6.30 개봉예정)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11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벤 자이틀린 |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우린 절대로 늙지 않을거야"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씨네pick :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웬디>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터팬과 웬디"를 색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영화인만큼 '렌티큘러'라는 점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적 순간을 기록하는 굿즈"는
영화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영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굿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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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강동원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매번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있죠! 바로 배우 '강동원'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강동원'입니다.
그럼, 강동원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YG 엔터테인먼트
강동원 배우는 한쪽 눈은 유쌍, 다른 한쪽 눈은 연한 속쌍꺼풀을 가져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풍기는
분위기가 다른 점이 매력 중 하나이다. 강동원 배우는 매년 한두 편은 영화를 찍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배우 '강동원' 프로필
ⓒ 인터뷰365
이름 | 강동원
출생 | 1981년 1월 18일
소속사 | YG 엔터테인먼트
데뷔 |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
배우 '강동원' 데뷔 과정
ⓒ YG 엔터테인먼트
강동원 배우는 대학교 2학년 때 지하철에서 캐스팅 돼 모델로 데뷔했고, 한국 모델 최초로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서기까지 하였다.
그러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업하게 되며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를 시작으로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배우 '강동원' 대표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 - 최희철
ⓒ 네이버 영화
강동원 배우는 순진한 성격을 가진 대가족의 가장이자
용강마을 약사인 '최희철'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늑대의 유혹 - 정태성
ⓒ 네이버 영화
싸움을 잘하는 성권고의 짱이자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진
'정태성'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정윤수
ⓒ 네이버 영화
범죄와 비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정윤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전우치 - 전우치
ⓒ 네이버 영화
강동원 배우는 항상 말썽을 피우는
일명 천방지축 악동 도사 '전우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의형제 - 송지원
ⓒ 네이버 영화
강동원 배우는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북에서 버림 받은
남파공작원 '송지원'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가려진 시간 - 성민
ⓒ 윌엔터테인먼트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어버린,
어른이지만 순수함을 가진 '성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검사외전 - 한치원
ⓒ Tving
사기전과 9범에 엉뚱한 성격을 가진
허세남발 꽃미남 사기꾼인 '한치원'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브로커 - 동수
ⓒ 네이버 영화
강동원 배우는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곳 -------------
극장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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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눌린 자아가 만들어낸 비극
<싸이코>, 억눌린 자아가 만들어낸 비극
<싸이코>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스펜스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의 초반에는 등장인물 마리온의 횡령이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점이지만 마리온이 베이츠 모텔을 방문하게 되면서 마침내 영화 제목 <싸이코>가 관객에게 보여진다. 중반부를 지나 영화는 베이츠 모텔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담고 있으며 영화 초반에는 살인마가 미스 베이츠라고 확실하게 드러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살인마의 정체가 모호해진다. 결국 살인마는 노먼 베이츠임이 밝혀지고 동시에 그가 미스 베이츠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 살인마라는 점도 같이 알려져 충격을 준다. 노먼 베이츠가 이중인격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미스 베이츠의 과도한 의존과 괴팍한 성격이 있었고 그녀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억눌림은 노먼의 정신병을 초래했다. 나아가 어린 시절 억눌린 노먼의 자아를 비롯한 남성성은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노먼의 인격과 공간적 배경의 연결성
영화 속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은 고립되고 억눌린 노먼의 인격을 묘사하고 있다. 베이츠 모텔의 위치, 노먼 베이츠의 저택과 모텔의 위치 그리고 베이츠 저택 내부 모친의 공간과 노먼의 공간 차이는 노먼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각 공간이 어떻게 노먼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베이츠 모텔과 저택의 위치
먼저 모텔과 저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면 그들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고속도로에서 떨어진 곳에 있으며 찾기 힘든 곳에 있다. 마리온과 아보가스트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는 고립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과의 교류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거주지는 노먼의 유년 시절부터 이어진 그와 그 모친의 고립을 표현한다. 또한 그 고립의 정도는 얼마나 노먼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고 그 결과 모친에게 자아가 통제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모텔과 저택의 위치는 노먼의 모친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는 보안관의 말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노먼의 정신 상태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위치에 놓여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베이츠 저택과 베이츠 모텔의 위치는 노먼 베이츠에 내재된 두 인격의 상하관계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미스 베이츠의 모습과 존재는 창문에 비친 그녀의 실루엣으로만 오직 확인할 수 있다. 그녀가 밖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저택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처럼 나타나고 노먼이 저택에 있는 모습도 거의 나오지 않는 점에서 영화에서 저택은 미스 베이츠의 공간처럼 묘사된다. 반면 모텔은 노먼의 공간이다. 노먼은 모텔의 주인으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곳이다. 그에게는 모든 객실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존재하며 투숙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휴게실에는 그의 취미 생활이 담긴 박제품들이 가득하다. 또한 그가 스스로 만든 엿보기 구멍으로 투숙객을 관찰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저택은 미스 베이츠의 공간으로 모텔은 노먼의 공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어서 베이츠 저택과 베이츠 모텔이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저택은 계단을 올라가 모텔보다 높은 곳에 있고 모텔은 따라서 반대로 저택보다 낮은 곳에 있다. 또한 저택의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모텔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모텔에서는 저택의 외관만 볼 수 있고 다른 정보는 전혀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베이츠 저택은 마치 모텔을 감시하기 위해 있는 감시탑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지켜보는 공간과 위치가 주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스 베이츠의 공간으로 분석될 수 있는 저택이 위에 있고 노먼의 공간인 모텔이 아래에 있다는 공간성은 노먼의 두 가지 인격 중 모친의 인격이 지배적이고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노먼의 방과 미스 베이츠의 방
노먼의 자아보다 모친의 자아가 노먼 내부에서 더 우세하다는 것은 저택 내 미스 베이츠의 방과 노먼의 방 차이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영화 후반에 라일라가 저택에 몰래 들어감으로써 밝혀지는 미스 베이츠의 방은 매우 넓으며 가구나 옷들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반면 노먼의 방은 마치 소년의 방과 같은데 침대는 성인 남성이 자기에는 좁아 보이고 침구도 낡았으며 정돈되어 있지 않고 나이에 맞지 않는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 것만 같은 인형들이 있다. 노먼의 방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화려하고 넓은 미스 베이츠의 방은 노먼 내면에 자신보다 모친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나타내며 특히, 어린아이의 방을 닮은 노먼의 방은 결국 모친의 과도한 의지와 성격으로 노먼은 유년 시절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임을 나아가 삐뚤어졌음을 보여준다.
노먼은 누구인가
미스 베이츠의 아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노먼을 지배하여 모친에 대한 노먼의 집착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의 집착은 그가 이중인격의 살인마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결말로 이어졌다. 노먼은 이제 고립된 모텔과 저택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유년 시절의 결과가 교도소가 된 노먼,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 노먼은 과연 누구인가? 미스 베이츠인가 노먼 베이츠인가. 마지막 노먼의 독백 또는 미스 베이츠의 독백은 그들이 통제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직면하게 된 새로운 곳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노먼의 상태를 모호하게 만들어 그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진: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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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새로운 범죄 스릴러를 선사할 <리미트>의 개봉부터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멘틱 에러>의 극장판 개봉까지!
그럼 8월 다섯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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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리미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87분
감독: 이승준
출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등
개봉: 2022.08.31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줄거리
아동 연쇄 유괴사건 발생으로 수사를 위해 피해자 엄마 대역을 맡게 된 경찰 ‘소은’(이정현)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도중
‘소은’은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범인은 대역이 아닌 ‘소은’과의 협상을 요구하는데…관전 포인트
충무로를 대표하는 세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배우가 만나 선보일 압도적인 시너지가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리고 <기생충>의 박명훈 배우, <마약왕>의 최덕문 배우, <모가디슈>의 박경혜 배우가 출연하며 극의 다채로움과 풍성함을 더했다.
3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스파이>의 이승준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만큼 기대가 큰 작품이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한국 | 177분
감독: 김수정
출연: 박서함, 박재찬 등
개봉: 2022.08.31
배급: (주)왓챠
줄거리
컴공과 '아싸' 추상우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가 스크린으로 펼쳐진다!관전 포인트
처음으로 극장판을 선보였던 제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이 되며,
<시맨틱 에러>의 인기를 입증했다. 극장판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추가되어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썬다운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멕시코 | 82분
감독: 미셸 프랑코
출연: 팀 로스, 샤를로뜨 갱스부르 등
개봉: 2022.08.31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줄거리
부유한 영국인 닐(팀 로스)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 가족과 멕시코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는다.
닐은 여권을 잃어버렸다며 가족들을 먼저 영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유유히 어느 해변으로 들어가 일광욕을 즐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그의 일탈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는데…관전 포인트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이 2021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썬다운>.
그 뿐만 아니라 202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되며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노스맨
ⓒ IMDB
개요: 드라마 | 미국 | 137분
감독: 로버트 에거스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안야 테일러 조이 등
개봉: 2022.08.3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10세기 아이슬란드, 숙부를 향한 '암레트' 왕자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영화 최초로 한국에 개봉하는 영화인 <노스맨>.
미국의 유명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토마토 신선도 지수 89%로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 키드먼, 윌럼 대포 배우 등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OTT 공개 예정작
코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등
공개: 2022.09.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관전 포인트
오스카에서 3관왕을 했을 뿐더러 이외 유수 영화제의 135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5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라라랜드> 음악 감독이 작업했으며, <싱 스트리트>의 주연 퍼디아 월시-필로가 출연해 개봉 전부터
뮤지컬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파 앤드 어웨이
ⓒ IMDB
개요: 드라마 | 미국 | 140분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등
공개: 2022.09.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19세기 아일랜드의 두 남녀가 미국으로 건너온다. 각자 떠나온 이유는 달랐지만
낯선 땅의 여정을 함께하는 두 사람.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견디는 가운데 어느새 사랑을 발견한다.
관전 포인트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배우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역동적인 연출과 광활한 스케일로 눈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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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피커] 촬영팀 세컨드 / 촬영팀 추천 영화
Q. 7월의 씨네피커 촬영팀 형정훈님의 마지막 에피소드인데요. 촬영감독으로써, 촬영 추천 영화를 소개해주세요.
추천 영화가 많은데, 우선 첫 번째는 종류를 따지자면 기술적으로 정말 촬영이 잘 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로저디킨스나 엠마누엘 루베스키 감독 영화를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1917> 이런 롱테이크를 다룬 영화들이 아무래도 촬영이 돋보이는 영화라서 촬영에 대해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두번째로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로 생각을 했을 때는 저는 봉준호 감독님 영화가 진짜 좋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생충>도 그렇고 <옥자>도 좋았고 <마더>도 그렇고 저는 다 카메라가 인상 깊게 분석을 하면서 봐야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카메라를 분석하면서 봤을 때 정말 많은 이야기와 그 의도들이 보인다면 공부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또 여러모로 촬영이 인상깊었던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고 <버닝> 이 두 작품인데요, 말하다 보니까 한경표 감독님의 작품이 좀 많네요. 촬영 감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작품들을 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Q. 촬영 감독을 꿈꾸는 분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촬영 감독은 좀 책임감이 정말 많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그 책임감을 갖고서 작품을 완성해냈을 때 그 또 다른 뿌듯함이 정말 큰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직업들이 많지만, 저는 카메라 감독도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면서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게 촬영 감독이니까요.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들고 무너질 때도 많고 그리고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경험이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본인의 노하우가 생기고 하면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촬영감독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계속 노력하고 많은 작품들을 보게 된다면 좋은 촬영 감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다크홀> <배드 앤 크레이지> <더 글로리><마당이 있는 집> <유괴의 날> 현재 방영중인 <감사합니다> 까지 차근 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형정훈님의 촬영추천영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영화를 보고 공부하며 단단하게 준비해오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에서 유로, 글에서 영상으로 자신의 색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갈 미래의 촬영감독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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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행복"의 도시
PROGRAM NOTE.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최신작 〈폴른 리브스〉는 감독의 프롤레타리아 3부작[〈천국의 그림자〉(1986) 〈아리엘〉(1988) 〈성냥공장 소녀〉(1989)]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전해주는 라디오 외에는 세상과 단절된 여자와 우울한 일상을 알코올로 달래는 자칭 터프가이 남자는 헬싱키의 밤 거리에서 만나 호감을 느낀다. 이들의 조심스러운 로맨스는 몇 번의 우연과 몇 번의 불운을 거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무미건조한 유머를 쉬이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순간이 있고, 삶에서 무수한 실패를 거듭해 온 주인공들의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색다른 별미는 아니지만 진하게 끓여낸 김치찌개가 당기는 것처럼, 지난 40년간 인간의 외로움에 천착한 아키 카우리스마키 필모그래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시네필이라면 브레송, 고다르, 자무쉬, 채플린 등 거장들에 대한 헌사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박가언/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POINT.
✔️ 꼭 운명적으로 로맨틱하지 않아도 아기자기 귀엽고 러블리할 수 있지. 인생 뭐 있나! 보고 나면 기분이 산뜻해지는 로맨스 영화
✔️ 북유럽이랑 우리 정서 잘 안 맞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는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와요
✔️ 80년대부터 쭉 영화 작업을 해온 감독이 은퇴 선언을 뒤엎으며 들고 온 작품.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련한 힘이 엿보여요
✔️ '영화'라는 세계에 대한 애정이 반짝반짝 묻어나는 작품
✔️ 2023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 엄청 귀여운 연기천재 강아지가 나옵니다. 실제 감독이 키우는 개인데, 칸 영화제 출품작 중에서 가장 연기력이 훌륭한 개에게 수여되는 "팜 도그Palm Dog 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 수상작
✔️ 12월 20일 개봉! 연말에 따뜻하고 싱그러운 로맨스를 찾으신다면 추천해요
#"조용한 행복"의 도시
도시의 삶은 치열하다. 이 문장을 쓰고 나서 지울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이런 당연한 말 쓸 필요 있나? 이제는 용어조차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N포 세대" 같은 단어들까지 굳이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삶을 헤엄치는 건 갈수록 녹록하지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어쩌면 "N포 세대"라는 용어에서 시의성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전에는 "N포"라는 표현 안에서 "포기"의 대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포기할 대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K-드라마의 자장 안에서 유구하게 사랑받은 로맨스라는 장르 또한, 이 치열한 도시의 삶 속에서 빛깔을 달리해 왔다. 물론 변화는 다면적이고 그 기저에도 수많은 것들이 깔려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는 없고, 동일한 장르의 동일한 변화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예전에 나왔다면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 받았을 설정들이 로맨스와 쏙쏙 접목되는 게 너무나 익숙해진 지금, 빙의/회귀/환생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을 떠나서만 가능한 로맨스도 분명 존재한다. 지치고 초라한 현실을 잠시 떠났을 때 화려하게 열리는 세상이, 거기서만 로맨스에 이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는 분명히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쑥 다가온다. 헬싱키의 "조용한 행복"을 담아서. 영화 속 두 인물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면 한국 인터넷 세상의 선생님들께 한소리 들었을 것이다. 너네가 지금 연애할 때니? 직업도 마땅치 않고, 그나마도 불안정하게 오락가락하는데. 심지어 상대는 이런 상황인데!
그러나 왜일까? 고요한 도시에서 그저 불을 켜고 끄면서 적당적당히 스쳐가는 하루하루 속, 크게 애틋하지도 대단하게 로맨틱하지도 않게 흘러가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보고 있노라면,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쉬고 공과금 낼 돈을 헤아려 보고 라디오에서는 전쟁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이런 일상의 편린까지 함께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인생 뭐 별 거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끝에 어쩐지 산뜻한 로맨스를 목격했다는 싱그러운 기분이 남는 것은 왜일까?
#정물, 음악, 그리고... 영화
영화가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현실은 역시나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당신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답답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트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히는 소리와 함께 물건이 하나하나 빠져나가고, 바로 이어서 우리의 주인공 안사(알마 포위스티)가 매대에 물건을 채워넣는 장면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어쩌면 거대한 물건의 컨베이어 벨트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사람의 첫 일자리부터가 두 사람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안사가 일하는 마트에서는 폐기 물품 관련 원칙을 이유로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다. "오래된 건 치워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관리자에게 "저도 오래됐다"고 응수하며, 당당하게 손 잡고 걸어나오는 안사와 동료들은 지혜로운 일꾼이자, 마트라는 공간을 굴러가게끔 하는 실질적 힘이었다.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곳들이 주제를 모르고, 의미를 상실한 원칙과 불합리한 조건을 들이댄다. 남자 주인공 훌라파(주시 바타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흡연 구역인 가스통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업무 시간에 술을 훌훌 들이켜는 이쪽의 잘못도 있지만... 노동법전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이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를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따져서 주인공이 노동자인 것은 한국의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꽃보다 남자> 혹은 <상속자들>처럼 주인공이 재벌급이거나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다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유독 "프롤레탈리아적"이라고 평가를 받을까? 노동자로서 주인공의 위치가 흔들려서? 그렇다 한들 켄 로치 영화 같은 작품과도 분명 결이 다르다.
나는 어쩐지 이 영화에 "프롤레탈리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 않은데, 주인공의 직업이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될 수도 있고 수영선수가 될 수도 있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프롤레탈리아'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남다른 투쟁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그냥 돈이 필요하니 일을 하고, 일하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화도 내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이다.
내겐 오히려 두 사람의 삶에서 풍기는 냄새가 예술의 냄새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물론 일상은 쉬이 남루해지고, 노동은 너무 쉽게 소도구 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분쟁 소식은 여기저기 쏟아진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도 전쟁과 닮은 것들이 있다. 그안에서 아직은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마음조차 여러 차례 어긋나고 불발되기도 한다. 어쩌면 마음 편할 날 하루 없는 치열하고 차가운 도시의 삶이, 우리 현실의 전부인지 모른다. 그러나 작은 기대, 눈빛, 그리움, 기다림, 사랑...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일상에는 예술이 더해지고 분쟁의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진다.
정물 같은 방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분쟁 소식을 피해 음악으로 채널을 돌리는 여자. 꽁트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계속 비우는 남자. 누군가의 선곡 속에서 주고받은 눈빛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은 차츰 영화가 된다. 고전 영화처럼 음악이 대신 두 사람의 정서를 말하고, 그저 걷고 일하고 마시고 눕고 하는 일상의 행위들을 더없이 "영화스러운" 음악들이 감싼다. 그렇게 영화가 된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분명히 우리와 시간의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전쟁 소식이고, 안사가 일하러 간 공간에서는 급기야 2024년 달력까지 등장하지만, 영화의 소품이나 주인공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넉넉하게 쳐도 80년대 이전의 것들처럼 보인다. 낡은 라디오와 레터나이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치 아이폰과 갤럭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두 사람은 옛날옛적 핸드폰이나 집 전화를 갖고 있으며, 그나마도 엇갈린다.
아날로그적인 기다림을 통해, 두 사람의 로맨스에는 아릿한 감정이 더해진다. 수북하게 쌓인 담배 꽁초 같은 것, 도시에서 실제로 마주했다면 그저 치워야 할 쓰레기(이자 도시를 침수하게 만드는 악의 축)에 지나지 않을 것들조차 아련한 감각을 부여받는다. 마치 반죽을 숙성시키듯 감정 또한 재워 놓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시간이 가르치는 마음이 있다. 81분이라는 산뜻한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와 함께 도시를 걸으며 영화에 푹 잠기다 보면, 영화라는 장르가 오랜 세월 우리 안에 어떻게 스며 있었는지 향기로운 찻물처럼 배어 나온다. 고전 영화의 아름다운 감각이 일상의 편린을 자박자박 밟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고다르처럼, 브레송처럼, 채플린처럼.
81분 동안 내가 걸은 도시는 <라라랜드>의 대척점에 놓인 것 같은 건조한 도시였다. 꿈과 춤으로 황홀한 사랑과 유쾌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닌, 일과 술로 건조한 사람들의 고요한 도시. 그러나 여기에도 사랑스러운 색채와 귀여운 대사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있다. 정물처럼 놓이고 꽁트처럼 가볍게 흘러가는 일상 위에도. 때로는 그런 일상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건조함이 생을 긍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만큼은 치열한 도시를 잊고, 다 아무렴 어때 하고 무던하게 하루를 맺고 싶어진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대를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한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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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사랑의 시간차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탔던 영화인데요.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죠.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좀더 말랑말랑한 영화에요.
여전히 미장센은 아름답고 화면전환도 무척 좋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도 좋죠!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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