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2021-02-23 00:00:00
20년 만에 엄마의 첫사랑에게서 편지가 왔다
영화 ‘윤희에게'
요즘 날씨를 보면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올 겨울의 끝에 눈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모’의 임 대형 감독이 한국과 일본 오타루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 ‘윤희에게’입니다
영화 ‘윤희에게’에서 윤희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
이야기는 윤희(김희애 분)의 집으로 온 편지 한 통으로 인해 시작됩니다. 이 편지는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 분) 이 먼저 발견 하 죠.
“윤희에게.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라고 시작되는 이 편지에 새봄은 별안간 엄마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진관을 하는 삼촌과 이제는 이혼해 따로 사는 아빠에게 차례차례 엄마에 관해 묻죠. 엄마와의 이혼 사유를 묻는 딸에게 아빠는 “너희 엄마는 사람을 참 외롭게 하는 사람이야”라고 알 수 없는 대답을 합니다.
한편 윤희는 사내 식당에서 일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견디며 사는 듯 삶에 지쳐버린 중년 여성인데요. 그런 자신에게 날아든 편지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졌죠. 직장 상사에게 밀린 휴가 좀 쓰겠다며 넌지시 묻었지만 책임감 운운하며 못 기다려준다는 말에 그만둬 버립니다.
극 중 윤희의 딸로 등장하는 새봄 역의 김소혜 배우(왼쪽)와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 역의 성유빈 배우(오른쪽).
윤희는 딸 새봄과 함께 일본 오타루로 향합니다. 이는 편지를 먼저 읽어본 새봄의 계획된 여행이었는데요.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분)를 대동하고 엄마 몰래 개인 미션을 수행합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쥰(나카무라 유코 분)을 찾기로 하죠. 편지에 적힌 주소대로 찾아간 새봄은 경수의 도움으로 쥰의 고모 마사코(키노 하나 분)가 하는 카페까지 알아내는데요. 새봄은 마사코에게 쥰을 직접 만나보겠다는 의사를 전
다음날 카페에서 쥰을 만난 새봄은 그녀에게 같이 저녁 먹자는 제안을 하는데요. 동시에 엄마에게도 저녁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죠. 오작교가 된 새봄 덕에 만나게 된 윤희와 쥰. 오랫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던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새봄이의 계략으로 20년 만에 만나게 된 쥰(나카무라 유코 분)과 윤희.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윤희 역의 김희애 배우는 감독이 이 영화 대본을 쓸 때부터 생각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엄마 이야기보다는 독립된 개인으로서 윤희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김희애 배우가 표현한 윤희는 윤희 그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 윤희의 삶이 마치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면 쥰을 만나고 온 뒤 달라진 그녀의 상반된 모습을 잘 담아냈습니다.
아이돌 그룹 IOI 출신인 새봄 역의 김소혜는 사춘기 소녀 특유의 시니컬 하면서도 통통 튀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잘 살렸습니다. 영화 데뷔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서 사실 그녀에 대해 찾아보지 않았으면 그냥 연기 잘하는 신인 배우가 나타났다 하고 넘어갔을 겁니다.
윤희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쥰 역의 배우 나카무라 유코
좋았던 장면은 너무 많아서 그냥 이 영화 전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중에서도 윤희와 새봄이 노천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눈싸움을 하는 장면. 윤희가 새봄에게 불을 빌려달라 하고 새봄은 윤희에게 담배 한 개만 달라는 장면 등 엄마와 딸의 케미가 돋보인 소소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 다른 힐링 포인트라 한다면 사람 키만큼 쌓인 눈 사이를 걷는 소리나 눈의 도시라 불리는 오타루 곳곳을 화면을 통해 둘러보는 것도 대신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오랜 시간 동안 꺼내볼 수 없었던 윤희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 화를 추 천해 드 립니다.
추신. 이 영화를 볼 예정이시라면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실내온도를 약간 서늘하게 맞춰주세요.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무릎 담요와 함께 플레이 버튼을 누르신다면 최상의 상태로 영화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수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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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캐리 (Carrie)
개봉일 : 1978.09.17 (한국 기준)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씨씨 스페이식, 에이미 어빙, 윌리엄 캇, 낸시 알렌, 존 트라볼타, 베티 버클리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소름 끼치는 캐리다!” 영화 속 아이들은 캐리를 이렇게 부른다. 아이들의 시선이 꽂힐 때마다 두려움에 파르르 떨리는 소녀의 속눈썹이 무척 안타깝다. 어리고 나약한 소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캐리>는 종교에 관한 그릇된 믿음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캐리의 엄마 마가렛은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라고 외치며 딸의 모든 것을 제어하려고 한다. 그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조각상 밑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잘못된 믿음에 바친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캐리는 당연하게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이상한 믿음을 가진 집안의 아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또래 아이들에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들이 캐리에겐 공포와 고통이 되어 다가온다.
만일 상처 입은 약한 소녀에게 주체할 수 없는, 신과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영화는 가장 나약하고 상처가 많은 인물인 캐리에게 모든 걸 다스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염력을 쥐여준다. 마음 약한 소녀는 당연하게도 그 힘으로 무언가를 지배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난도질을 해놓는다면? 그렇다면 소녀의 힘은 어느 방향을 향해 발휘될 것인가. 그 순간, 소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흐릿하게 보이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해보며 눈 밑이 따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캐리 시놉시스
여고생 캐리는 병적일 정도로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순결 강요로 항상 내성적이고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고 박대받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은 그녀에게 동정을 느낀 어느 한 친구가 그녀를 파티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순결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멋진 남자와 함께 즐거운 파티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었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뿌연 연기 속에서 홀로 남아 샤워를 하고 있는 소녀, 캐리가 보인다. 갑작스러운 초경을 맞이한 소녀는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에 공포감을 느낀다. 여태껏 생리가 무엇인지,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같은 당연한 성교육조차 받지 못한 캐리는 동급생들의 어깨를 붙잡고 늘어진다. 어떤 것이 두려운지, 어떤 것이 무서운지 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도와달라고만 소리치고 있는 캐리의 모습이 너무도 나약하게 느껴진다.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
남편 없이 홀로 캐리를 키워온 엄마 화이트는 되바라진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인류의 시작이라 불리는 아담과 이브조차 죄악을 저지른 것이라 칭하는 화이트는 자신의 딸이 죄악을 저지를 수 없도록 모든 걸 관리하려 한다. 그녀가 성교를 죄악이라 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종교에 대한 믿음과 캐리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의 영향인 걸로 보인다. 화이트는 화살을 잔뜩 맞은 예수상을 집안에 걸어둔다. 어딘가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가 감도는 집안. 캐리가 깬 거울에 예수상이 비친다.
캐리는 초경을 시작하면서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 마음이 지닌 힘이자 기적이라 불리는 ‘염력’. 그것은 마치 캐리를 불쌍히 여긴 신이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말라’며 하사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동급생들은 모두 캐리를 괴롭힌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캐리를 무시한다. 그나마 캐리의 담임인 콜린스 선생님이 캐리를 위로해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콜린스 또한 캐리를 바라보며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닌, 거울 속 자신을 향한 칭찬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캐리를 위하는 인물은 ‘수’뿐이다. 수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캐리를 괴롭히거나, 그것을 묵인하던 인물이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괴롭힘을 보며 캐리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수는 졸업파티를 포기하고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를 통해 캐리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수 덕분에 토미와 함께 졸업파티에 가게 된 캐리는 태어나 처음으로 첫사랑의 설렘을 느껴본다. 화이트는 여전히 자신의 딸을 마녀라 칭하며 말리려 들지만 캐리의 능력 앞에 굴복하고 만다.
“드디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캐리는 별 장식이 반짝이는 졸업 파티장에서 꿈같은 밤을 보낸다. 괴롭힘을 당하고 소름 끼치는 존재로 취급받던 소녀가 가장 빛나는 여왕의 자리에 앉은 순간, 소녀는 처음으로 맑은 웃음을 지어본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욕망이 가득한 입을 가진 아이들은 캐리의 몸에 빨간 피를 붓는다. 진한 빨간색을 띠고 있는 피는 캐리의 잠들어있던 능력과 감정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캐리는 졸업 파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집으로 돌아와 피를 씻어낸다. 화이트는 다시 여린 소녀로 돌아온 자신의 딸을 칼로 찌르고, 캐리는 그녀에게 반격한다. 화이트는 옷장 안에 걸려있던 예수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캐리의 집은 무너진다. 단단히 뭉쳐진 잘못된 믿음과 죄악이 한데 뒤섞여 무너지고 있다.
졸업파티가 있던 날 밤, 캐리를 포함해 그녀의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게 된다. 동급생중 살아남은 사람은 ‘수’뿐이었다. 진심으로 사죄하고, 하루만이라도 캐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유일한 사람. 어느덧 저주로 바뀌어버린 캐리의 능력이 휩쓸고 간 피바람 속에서 그나마 청렴했던 소녀 한 명만이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반성하고 사과했다 하더라도 그전에 지었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는 캐리가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던 순간이 반복되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약한 소녀에게 쥐어진 초능력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그리고 이 능력이 축복이 될지 아님 저주가 될지,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누구였을까. 나약한 소녀가 홀로 해냈다기엔 너무도 큰, 피의 파장을 만들어낸 건 바로 그녀를 바라보던 따가운 시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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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달라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거북목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세가 비틀어져 있다고 했다. 복숭아뼈와 맞지도 않은 바지 총장이 신경쓰였다. 난 아래를 내려다 보는것이 습관이었다.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샀던 스탠스미스 기름이 반질반질했다. 아. 오늘은 애들이랑 피시방 갔었지. 구토가 심하게 올라와서 나 먼저 집에 오는 길이었다. 학교 근처에 벛꽃이 폈다. 난 내가 나온 초등학교 근처 중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라면 아주 좋아했던 내가 먼 동네에 와서 이러고 있다는게 슬프기도 했다. 애들이랑은 사이가 멀어져 보기가 힘들다. 아니 사실 나는 휴대전화도 없어서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오다가다 만나면 잘지내니 인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애들이랑 멀어져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거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난 버스를 타서 미술학원으로 갔다. 엠피쓰리 이어폰이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
난 오늘도 그렇게 집에 왔다. 이어폰이 에어팟이 됐고, 무거운 책이 가득하던 책가방에는 신입생부터 고대하던 맥북이 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도 답장을 안할때가 많고, 사실 먼저 하기에도 할 말이 없다. 주위에 누군가가 있으면 있는거겠지. 난 관계맺기에 서툰 사람이 맞는것 같다. 한동안은 부당한 따돌림에 나를 숨기고 싶어서 나를 속여왔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대로 흘러두는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엉뚱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밖에 모르는 소통방식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가 있다. 솔직히 세상과는 어울린 적 없어. 누군가의 대단한 인생 멘토라도 되거나 좋은 친구와 동생인 양 하지만 나는 어쩌면 루저에 가까운 인간일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 학교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3부작 영화다. <라라랜드>와 함께 이 해에 열렸던 시상식이란 시상식은 모두 휩쓸었다. 이에 대한 이유가 소수자와 약자를 중심으로 한 영화라서는 아닐거다. 작품이 갖는 장점이야 아주 많다. 흑인 피부 질감에 대한 표현, 멘토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 및 주인공 어머니에 대한 연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명대사까지. 이 영화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했던 이유는 분명하고, 그 중 내가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이 전달방식은 소수자인 주인공의 처지가 왜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1부에서 후안과 어머니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어머니는 후안에게 '당신이 내 아들 키울꺼야?'라고 묻는다. 후안은 째려본다. 어머니는 '너는 그래서 나에게 약 계속 팔거야?'라고 반문한다. 샤이론의 삶이 어떤지 이 장면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따돌림으로 마음을 닫았던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멘토를 만나지만 그가 우리 어머니에게 마약을 팔던 마약상이었다. 설득력이 있는 우연이다. 샤이론의 외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왜? 이런 상황은 주인공에게만 있거든. 샤이론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기댈 곳이 없어진 셈이다. 감독은 이렇게 일대기를 주르륵 나열하는것이 아닌, 성장하는 과정의 단면만을 보여주어 주인공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받은 상처와도 연결된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주인공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방황하다 앞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이렇게 사건을 서술하며 주인공이 겪을 외로움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한다. 보다보면 분명해진다. 주인공은 남들과 달라서 자주 넘어진 사람이었다.
감독은 이렇게 삶에서 상처를 받은 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됐을지를 우리에게 추측하게 할 뿐이다. 이런 연출의 의도는 분명하다. 영화가 일대기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삶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로 데려가 함께 관찰한다. 이 후의 모습은 관객이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온 인생관에 비추어 추측할 뿐이다. 이 외의 경우가 딱 한게 있다. 엔딩 직전에 두 주인공이 만나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남들처럼 살다가 삶을 놓쳤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두 주인공이 선택한 답은 서로의 진심을 터놓는 것이다. 각자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이다. 사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로 그들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답을 보여준다. 난 이게 감독이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리틀과 같이 남들과 달라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이들을 밤바다 아래로 초대해 파란 빛으로 위로하는 셈이다. 이것은 엔딩신에 있는 사람이 '리틀'이라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리틀은 주인공이 상처받기 전의 내면세계다. 감독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남들과 달랐기에 아팠던 이들을 하나로 공감해주고 있다. 난 이래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난 게이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다. 대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서툴렀고,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똑바로 못했다. 누군가에겐 상처줬던 내 자신을 혼내면서도 이해해주는 영화가 이 <문라이트>라고 생각했다.
4월 20일까지 이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난 이 영화를 다들 한번 쯤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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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편성 : ENA, 16화 완결 │ 장르 : 한국, 법정·드라마연출 : 유인식 │ 극본 : 문지원 │ 등급 : 15세 이상 시청가출연 : 박은빈(우영우), 강태오(이준호), 강기영(정명석), 하윤경(최수연), 주종혁(권민우) 외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과연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봄날의 햇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최고의 단어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허황되게 동화 같은 이야기에는 극한의 거부감을 느끼는 매우 까다로운 시청자인데,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도 그 경계에 머문다. 차별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녹이는 따뜻함은 있지만, 그것이면 다 된다는 식의 허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작열하지 않고 은은히 내려앉는 봄날의 햇살처럼.
우 to the 영 to the 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인 주인공 ‘영우’는 뛰어남과 모자람을 동시에 지녔다. IQ 164로 천재에 해당하는 지능을 가졌지만,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녀는 법전을 달달 외우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남들은 다 통과하는 회전문도 통과하지 못하는가 하면, 자신이 하는 고래 이야기를 남들이 싫어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영우의 캐릭터는 허황인가 현실인가
그런 영우를 둘러싼 세상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영우를 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시선과, 그렇지 못한 시선. 전자는 영우의 천재성과 특별함을 귀히 평가하지만, 후자는 어울리지 못하는 영우의 사회성을 지적한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두 가지 시선 모두를 지녔을 시청자를 영우의 세계관에 데려다 놓으며, 천천히 자폐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외부인의 시선이었던 시청자는 어느새 영우의 세계관에 들어와 세상 밖을 보게 된다.
우리는 자폐인에 대해 잘 모른다. <말아톤>에서 본 조승우의 모습이 내게는 유일한 자폐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폐를 가지고 과연 변호사라는 유능한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수많은 결이 나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영우는 실제로 자폐를 앓았던 미국의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을 모티브로 한다. 템플 그랜딘은 영우처럼 취약하고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대학교수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자폐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할 수준의 장애라고 여기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매체를 통해 한정적인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이런 법정 드라마는 처음이지?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것은, 그런 자폐인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영우가 좌충우돌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에서도 착실하게 재미가 쌓여간다. 자폐인에게는 편견이 없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과도한 연민이나 편향된 잣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공교롭게도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해야 하는 변호사의 직업 특성에 특화된다. 그런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영우를 보는 것은 과연 이 드라마의 큰 즐거움이었다. 정의롭되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덜어내되 치사해지지 않는 공정함. 패소와 승소를 번갈아 하지만 영우가 맡은 여러 가지의 사건들은, 그녀에게도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더불어 이 따뜻한 드라마에서 영우만큼이나 애정이 갔던 캐릭터를 굳이 굳이 한 사람 꼽고 싶다. 단연 ‘정명석’ 변호사다. 영우에게 봄날의 햇살이었던 최수연 변호사도, 그녀를 훌륭히 키워낸 아버지도 좋았지만, 진정으로 영우에게 후광을 안겨준 이는 바로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었을까. 대형 로펌 ‘한바다’의 선배 변호사였던 그는, 신입으로 들어온 우영우 변호사를 진심으로 대했다. 장애가 있다고 약자로 취급하지도 않았고, 천재라고 해서 시기하거나 적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가 특정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로운 시선으로 사견을 풀도록 돕는다. 그런 두 사람의 선하고도 바른 시너지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였다. 살면서 그런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인생의 행운일지.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강기영 배우에게도 인생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모든 차별과 편견을 녹이는 이야기의 힘
세상에는 다양한 결의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걸 안다. 주로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서 의뢰인을 담당하는 변호사도 있겠고, 주로 소외계층의 편에 서서 어깨를 내어주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를 그 둘로만 나누는 것 역시 나의 편견은 아니었을지 이 드라마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 수임료가 비싼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정의감이 없을 거라는 생각, 돈과 권력을 가진 의뢰인은 모두 범죄자일 거라는 생각. 하지만 ‘한바다’ 같은 대형 로펌이라고 권모술수가 남발하는 곳은 아니었다. 돈 많은 의뢰인들에게도 억울한 사연은 있으며, 돈 잘 버는 변호인에게도 정의감과 의협심은 존재했다. 다채로운 자폐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로펌과 법정의 세계 역시 다채로웠다. 한바다에 영우와 정명석이 있는 것처럼. 흰고래 무리 속에 외뿔고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 가난하고 착한 변호사와 돈 잘 벌고 부패한 변호사. 비장애인과 장애인.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경계선을 지워나가게 만드는 이 드라마가 유난히 좋았다. 봄날의 햇살은 경계를 따지지 않고 어디에든 공평하게 내려앉는다. 초록색 들판에도, 차가운 아스팔트에도,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려 했던 누군가의 마음에도. 누군가가 이 드라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래서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드라마라고 하고 싶다. 차별과 편견이 만연한 세상의 모든 곳에 이 따뜻한 이야기의 햇살이 가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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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화이트 데이였죠.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사탕을 주고받으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대도 뭐! 사탕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씨네랩이 여러분들 곁에 있잖아요 >.<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 질 재미있는 영화 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달달하기만 한 판타지 로맨스는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마냥 예쁘고 잘난 주인공들보다는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이듯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여러분들께 달콤 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명대사 제조기, 현실 연애 바이블 <500일의 썸머>부터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7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클로저(2005)>
Clos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3분
“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 네이버 영화
<클로저>는 영화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연출을 맡은 그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안겨 준 작품입니다. 이미 연극으로 전 세계 100대 도시에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공을 거둔 패트릭 마버의 동명의 희곡 [클로저]를 각색하여 만들었으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특히 클라이브 오웬과 나탈리 포트만은 해당 영화로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남·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부고 담당 기자 '댄'과 그의 연인 '앨리스', '댄'과의 불륜을 저지르는 사진작가 '안나'와 그녀의 남편 '래리'라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은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 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진정 사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어긋나는 인물들은 뜨거운 사랑을 호소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그 어떤 타인보다도 큰 고통을 안겨 주며 헤어지고 맙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의심, 질투, 거짓말, 상처뿐인 진실로 뒤덮인 '사랑' 그 자체라 더욱 씁쓸한 영화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또한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한 부분이랍니다.
블루 발렌타인(2012)
Blue Valentin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이 나타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삿짐센터 직원 딘.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안식처 같은 남자가 돼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사랑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랑 사이, 찬란한 트루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점차 꺼져 가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부부 '신디'와 '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냉랭한 현재와 따뜻했던 과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다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장면은 슈퍼 16mm로, 현재의 장면은 HD로 촬영하는 등 현재와 과거를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이 고통스러운 이유은 비단 두 사람의 현재가 비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미셸 윌리엄스가 탭댄스를 추는 길거리 씬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파트랍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Take This Waltz
ⓒ 네이버 영화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6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네이버 영화
공교롭게도 또 한 번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네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주인공 '마고'가 다정하면서도 친구 같은 남편 '루'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 도중 만나게 된 남자 '대니얼'에게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고'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에 이끌리면서도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택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요, 플롯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을 '불안'과 '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을 밉지 않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낸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360도 회전씬은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담겨 있는 백미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500일의 썸머(2010)>
500 Days of Summ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 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 네이버 영화
<500일의 썸머>는 '현실 연애의 바이블' 격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인데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그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톰의 입장에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일로 다투었고, 또 어떤 엔딩을 맞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환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결말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반대의 연애관을 갖게 된 점 또한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이랍니다. 연애와 관련해 현실적인 명대사가 워낙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고들 하죠. 미완한 내가 완벽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혹은 그녀가 평생의 짝이라고 믿었다가도 그 환상이 깨졌을 때의 당혹감.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2019)>
Marriage Story
ⓒ 네이버 영화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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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물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현실적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연기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요, 이혼을 앞두고 양육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어요.
영화는 주인공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그 편지는 이미 두 사람이 파경을 맞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이혼 상담 중 서로 그 편지를 읽지 않겠다며 싸우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까지 아주 근거리에서 지켜봅니다. 한때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기심과 오해 속에 벌어진 두 사람 간 거리는 결국 좁혀지지 못하는데요, 미움과 원망,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찰리와 니콜이 다투는 씬, 이혼 과정 끝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찰리가 홀로 노래를 부르는 씬 등 명장면 또한 정말 많아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We Made a Beautiful Bouquet
ⓒ 네이버 영화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 네이버 영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서 보이듯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은 것으로 호평을 받으며 권태기와 함께 식어가는 장기 연애를 탁월하게 묘사, 마지막 이별까지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일본 멜로의 감성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일본에서는 무려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답니다. 주연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기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천생연분처럼 모든 게 꼭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시작부터 현실의 벽 앞에 변모하고 마는 사랑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함께 웃고 울다가, 또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 네이버 영화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내가 너와 헤어지고 후회되는 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깨닫게 하지 못했단 거야.
난 늘 뭔가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가 걱정한 게 아니었지.
ⓒ 네이버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오슬로 트릴로지'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영화로, 주인공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연인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원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 임신과 불만족스러운 연애 등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변덕스러운 청춘에게 건네는 감독의 위로와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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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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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손예진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서
차미조를 연기한 '손예진' 배우를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예진은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며 충무로의 대표 배우가 됐습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배우 손예진을 "2000년대 한국 영화가 낳은 압도적 대형 톱스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손예진은 데뷔 이후 거의 매년 작품을 찍으며 본업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 손예진!
그럼 지금부터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 가네시 인스타그램
이름 | 손예진 (孫藝珍)
출생 | 1982년 1월 11일
소속사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데뷔 | CF '꽃을 든 남자' (1999)
별명 | 소예진, 예진핸드, 존예진 등
배우 '손예진' 데뷔 과정
출처 | 가네시 인스타그램 , 네이버 영화배우 손예진은 연기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시청률이 30%가 넘으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손예진 배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도 2001년에 찍었는데요.
역대 모델 중 최초로 2년 연속 재계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모두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고,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배우 '손예진'의 대표작
클래식
지혜/주희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우연히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한 지혜.
엄마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와 일기장을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손예진은 국회의원 딸인 주희, 그리고 주희의 딸인
대학생인 지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김수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그 건망증 덕에 운명처럼 철수를 만나 결혼한다.
철수는 날로 심해지는 수진의 건망증에 그녀와 병원에 가고,
그녀가 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예진은 LG패션 남성복 팀장이자, 건망증 앓고 있는
'김수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아내가 결혼했다
김수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인아를 독점하기 위해 덕훈은 그녀와 결혼하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새로 생겼다는 그녀는 그 사람과도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손예진은 '비독점적 다자연애'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주인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여월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옥새를 삼킨 고래를 사냥하러 조선의 도적들이 모였다.
누명을 쓴 도적, 바다는 처음인 산적, 그리고 건국의 위기에 봉착한 개국 세력 간의
웃지 못할 싸움이 벌어진다.
손예진은 아름다운 미모와 강인한 카리스마는 물론
화려한 검술 실력까지 겸비해 조선 바다를 제압한 해적단 여두목
'여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덕혜옹주
덕혜옹주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13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덕혜옹주에게 어린 시절 친구 장한이 나타난다.
손예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아 역
출처 | 네이버 영화수아는 우진에게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1년 뒤 어느 여름날,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수아는 우진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협상
하채윤 역
출처 | 네이버 영화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가 채윤을 협상 상대로 지목한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손예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사랑의 불시착
윤세리 역
출처 | 티빙 홈페이지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손예진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녀 중 막내딸이자
세리스 초이스의 대표,
'윤세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이상으로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손예진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 주연 배우로 출연 중인데
이 드라마도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톺아보기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٩( ᐛ )و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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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하지 않는 악만큼 중요한 것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라사와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 딸과 살고 있는 남자 타쿠미(오미카 히토시)다. 조용히 일 하는 중인 타쿠미. 장작을 열심히 팬다. 톱으로 나무도 자른다. 일하다 담배 한 번 피워준다. 이런 타쿠미에겐 일행이 있다. "타쿠미 상!" 타쿠미에게 다가오는 타쿠미의 친구. 타쿠미는 친구에게 자연물의 많은 것들을 알려주며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눈다. '땅와사비' 하나를 뽑는 타쿠미. 친구에게 "너희 우동집에 이거 넣어서 먹으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숲 속에서 시간을 보내니 친구가 타쿠미에게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그런데, 딸 하나(니시카와 료)는요?" 사실 타쿠미는 건망증이 심하다. 하나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때가 오면 집으로 데려와야 했다. 내 정신 좀 봐! 사랑하는 딸을 데리러 가는 타쿠미. 그러나 친구가 타쿠미에게 말 한마디를 더 건넨다. "오늘 우리 동네에 글램핑을 짓겠다면서 워크숍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 올 거죠?"라고 묻는 친구. 타쿠미는 "간다"라고 답한다. 모든 것이 상류에서 하류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다. 영화는 서늘하게 이 마을에 일어나는 일들을 비추고, 특별한 결말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반적이지 않다. 영화의 느릿느릿한 템포때문에도 그렇고, 인물의 감정선엔 특히 더 그렇다. 영화의 많은 것들은 상황만 몇 개 보여줄 뿐 이 둘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이 덕에 영화가 좀 뭉뚱그려진 채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왜 타쿠미는 타카하시를 죽인 거야? 하나는 어떻게 된 거야? 확실하게 말해주지 않아 의문점만 생긴다. 단순히 줄거리와 결말만 그럴까? 영화의 어떤 장면들은 기이할 정도로 길어서 어느 부분에서 장면이 끊길지 예상이 잘 안 간다. 단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만 직관적으로 들어와서 '이 영화가 복잡다단한 인간성을 보여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영화가 엔딩에서 타쿠미가 타카하시를 공격하는 일이 영화 내내 반복됐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이를 위해 영화의 몇 키워드에 대해 써 볼 것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단절이다. 글쓴이의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단절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다. 이 팬데믹 사태는 영화에서 두 사건에 개입하며 인물 간의 갈등을 드러낸다. 우선 이 영화의 핵심 갈등은 마을의 어느 곳에 글램핑 터를 짓는 것이다. 이 글램핑 터를 짓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졌으니 정부에 보조금을 받기 위해'다. 이 공사는 곧 양 측을 갈라놓는 계기가 되어 중반부까지 인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또 다른 단절은 의사소통의 단절이다. 워크숍에서 박살이 난 타카하시와 마유즈키. 주민들에게 "사장에게 말하고 오라"라는 피드백을 듣는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사장과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 의사소통은 무언가 특별하다. 바로 줌(zoom)으로 회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 역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 보기 어렵다. 타카하시와 마유즈키의 상사는 두 사람의 주장을 별로 귀담아 안 듣고 그냥 무작정 "선주민 남자(타쿠미)에게 글램핑 터 부지의 관리인 직을 제의해라"라고 말한다. 이 대화는 방식의 측면에서도 제약이 많은데 내용도 알차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타카하시와 마유즈키 - 둘의 상사 간의 대화가 단절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암시하는 연출이다.
두 번째로 암시하고 있는 이 영화의 단절은 건망증이다. 타쿠미는 뭐든 잘 잊어버린다. 영화 초반부에 딸 하나를 데리러 가는 것을 잊어버린다. 친구 덕에 그 약속을 떠올린다. 사실 처음 볼 때 이 장면을 그냥 별 것 없다고 넘겼다. 깜빡 잊어버리는 건 그냥 우연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잊어버린다'라는 모티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본다면 분명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타쿠미는 앞과 뒤에 일어난 일 중 먼저 발생한 사건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영화가 (후술 하겠지만) 자연의 순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특별하다. 타쿠미는 전을 잊어버리고 이후에 일어난 일만 기억했다. 이 결과로 딸 하나를 데려오는 걸 잊어버렸다. 영화가 전에 일어난 일을 잊어버린 자에게 소소한 벌을 내렸다고 볼 수 있고, 역시 타쿠미는 사건의 전부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않아 '단절'을 체화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하나를 둘러싼 단절도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초반부에 하나는 사슴의 사체(뼈)를 본다. 아빠에게 "얘는 총에 맞았다"는 말을 들은 하나. 이 하나는 연이어서 사슴을 목격한다. 초반에 사슴이 죽은 걸 봤다. 그다음 장면은 사슴이 살아있는 장면이었다. 그다음의 다음 장면은 하나가 사슴에게 공격당한 뒤의 장면이다. 이 장면들이 시간 순서대로 읽어도 큰 문제는 없지만 글쓴이가 영화를 두 번째 볼 때는 '두 번째 장면이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 다니는 모습만 나온다.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도 뭣도 없는 채 신화의 한 장면 같은 장소를 돌아다닌다. 하나가 공격당했다는 묘사가 있을 리가 없다. 엔딩에서 코피 흘리는 하나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신기루 같은 하나의 행보를 더 신비롭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소파에서 잠을 자는 하나. 카메라는 아버지 타쿠미가 하나를 업고 어디론가 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이 끝나면 다시 하나가 소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과연 뭐가 진짜일까? 어떤 장면이 영화의 메인 플롯인지는 하마구치 류스케도 모를 것 같지만 우리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나와 관련된 몇 장면들은 순리를 벗어나는 연출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하나는 "숲 깊은 곳에 들어가면 사슴에게 공격당할 수 있어"라는 경고를 무시한다. 종합해 보자. 하나는 섭리를 어기는 존재다. 이를 영화 안의 이야기로, 또 연출로 보여주고 있다. 단지 하나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그 모든 모순을 이을 뿐이다.
단절 다음으로 설명하고 싶은 키워드는 양 측간의 갈등이다. 영화는 성실하게 두 집단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묘사한다. 이 소시민스러운 순간을 보여주는 방식을 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다. 우선 전반부. 영화의 주인공이 타쿠미이기 때문에 타쿠미 쪽 서사가 나온다.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귀여운 딸 하나와 함께 산다. 어떤 장면에선 아버지 타쿠미가 딸 하나를 업고 길을 걷는 장면이나 자연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도 있다. 인물의 이런 감정적인 부분은 사실 영화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쿠미한테 어떤 사정이 있건 없건간에 살인자는 살인자 아닌가? 하지만 이 묘사는 후반부에 타카하시와 마유즈키가 자동차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차 안 대화 장면은 사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일 것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전작 <드라이브 마이 카>와 <우연과 상상>에서 자동차 안의 대화를 사람과 사람 간의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과정으로 소화했다. 이 장면은 그 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관객에게 역시 적용된다. 관객들도 인물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장면의 역할까지 본다면 두 세계에 정을 붙인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소개팅 앱이나 마유즈키의 직업이 요양보호사였다는 사실이 굳이 들어간 이유는 역시 이 둘(타카하시, 마유즈키)도 그냥 평범한 소시민에 지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 차 안 대화 장면이 들어간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이야기의 중후반인데, 이 영화가 가령 <매그놀리아> 내지는 <도그데이즈>(2024)같이 각자의 입장이 중요한 옴니버스 영화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 타카하시-마유즈키의 인간적인 면모는 초반부에 들어가야 적절하다. 왜? 이 둘에게도 마음을 열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 역시 주인공이니까. 그런데 하마구치 류스케는 과감하게 중후반부에 배치한다. 이 장면 이후 '하나가 실종되고 - 타카하시가 살해당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장면을 통해 그린 인물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를 보여주는지 느껴지는 듯하다. 두 사람은 전적으로 동격에 놓인 선량한 사람이다. 악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 영화의 살인사건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더 직설적으로, 우리는 이 영화 하이라이트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100%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것들이 서로 충돌하며 작용하는데 어떻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글쓴이는 위에서 단절과 양 측의 갈등에 대해 서술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필연이다. 사실 글쓴이가 쓰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단절과 갈등에 대한 부분을 더 깊게 쓰지 않은 것이다. 사실 위에서 쓴 '단절'과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은 필연이라는 키워드 하에 묶여있다. 첫 번째 예시. 마유즈키가 팔을 다치고 하나가 공격당한 사건이다. 이 둘은 전적으로 별개의 사건이다. 마유즈키는 집에서 쉬는 걸 선택했고 하나는 촌장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에서 절묘하게 공통점을 가지며 반복된다. 두 인물은 자연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두 인물에게 공통된 필연이 주어졌고 이 필연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차이점이 갈린 것이다. 두 번째 예시. 주인공의 집에 회장님이 와서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후반부에서 다시 반복된다. 무엇으로? 마유즈키와 타카하시가 상사와 비대면으로 대화하는 장면이다. 둘은 겉으로 보기에 목적과 내용이 아예 다르다는 점에서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대화는 상호 간의 입장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렇게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일이 공통점을 가진다는 점은 영화에서 중요하다. 각기 다른 입장에 놓인 인물들이 당연한 순리를 거치는 것이다. '사랑하는 딸'과 '집으로 데려다주는 것'을 잊어버린 것 역시 상호 충돌한다. 하지만 둘이 별개의 것인 거랑 이 두 사건은 하나의 키워드로 엮인다. 타쿠미가 건망증이 심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이 그 줄기다. 이렇게 두 별개의 사건이 하나의 필연으로 이어진다는 방식은 영화에서 하나가 공격당한 것과도 이어진다. 바로 초반부 타쿠미와 하나가 사슴의 뼈를 보고 "총을 맞았다"라고 말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것이다. 이 둘은 별개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 장면을 묘사하는 전후의 톤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전반부는 다큐 같은 템포였지만 후반부는 판타지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에 두 사건은 별개의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 같다. 하지만 이 두 장면 역시 공통점이 있다.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장면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이 간다. 명확한 사건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우리가 '이럴 땐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필연적인 일들을 엇갈리게 제시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필연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것들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가 존재해서 이 사건을 연결시킨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단순히 플롯에서만 이런 맥락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향이나 편집, 촬영 같은 것도 이 충돌을 시청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초반부. 아버지 타쿠미가 딸 하나를 업고 걸어가고 있다. 영화가 있는 그대로 보여줄 거면 하나를 만나고 업히고 하는 장면을 보여줘도 된다. 하지만 영화는 편집을 촬영으로 대체해서 부녀를 보여준다. 이러면 뭐가 생기냐. 이야기가 초장부터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그러니까 기이하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이 장면에 들어가는 음향은 역시 이 연출의 연장선상이다. 사운드가 부녀간의 감정을 쭉 보여주는 듯하다가 갑자기 끊는다. 단절이다. 우리가 영화까지 가는 감정선은 단절되지만 영화 안의 내적논리는 그 순간에도 재생되고 있다. 심지어 이 장면이 아니더라도 음악이 들리다가 끊기는 형태는 반복된다. 단절의 이미지를 하나로 이어서 이야기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영화의 편집 역시 이상한 리듬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치 사운드가 들리다가 끊기는 것처럼 영화가 테이크를 길게 뺄 때의 규칙이 안 보인다. 가령 초반에 주인공이 물통에 물을 채울 때를 본다면 그냥 물만 길고 끝나는 게 아니라 들고 지나가는 것까지 다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장면에서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편집을 촬영으로 대체한다. 또 어떤 장면에선 두 사람의 시점을 고의적으로 충돌시키는 편집까지 보여준다. 가령 주인공이 땅와사비를 뽑는 장면을 보면 재미있다. 카메라에서 땅와사비 뽑는 장면을 보면 땅와사비의 시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장면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이 땅와사비를 뽑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은 자연물을 이용하는 인간의 모습과 그 자연물의 시점을 동시에 등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타쿠미가 자동차를 끌고 주차하는 장면을 보면 초반에는 타쿠미의 차량을 보여주다가 후반에는 차 뒤편에 있는 여자를 카메라가 보여준다. 이 주차 장면이나 땅와사비 장면이나 그 자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점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영화 안의 누군가도 함께 등장시킨 것이다. 천재적인 발상이다. 이야기에서 우연처럼 보이는 두 사건에 묘한 선후관계를 제시해서 필연으로 만든 걸로 모자라 카메라워킹으로 영화 안에 존재하는 3자를 등장시킨 것이다. 악인이 존재하지 않지만 3자는 존재하다는 것. 그리고 이 3자가 이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3자는 무엇일까? 영화의 첫 장면과 가장 마지막 장면이 아예 다른 맥락임에도 이야기의 틀을 이룬다는 점에서 수미상관처럼 느껴지고, 엔딩에서 새끼 사슴과 하나를 동일시시키고, 이 폭넓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영화 등장인물들이 지키지 못한 것에 책임을 묻게 하는 것. 그게 무엇일까?
글쓴이는 이 엇갈리지만 영화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을 한 단어로 순리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을 쓰다가 갑자기 네이버 검색창에 '순리'라고 검색하면 '순한 이치와 도리, 또는 도리나 이치에 순종함'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이치와 도리. 당연하게 당면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는 것. 하나처럼 영화 안에서 독립된 사건으로 움직이는 인물들도, 타쿠미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인물도, 타카하시처럼 사람은 착하지만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들도 이 순리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이 생각은 영화에서 하나가 실종되면서 시작되는 장면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장면의 시작을 잘 보시면 물이 위에서 아래로 쪼르르 흘러가는 장면이 기점이다. 이 장면은 영화 안에서 맥락이 생기기도 한다. 워크숍 장면에서 마을회장 할아버지는 "상류에서 만들어진 일이 하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하류의 사람들이 상류의 주민들을 원망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은 이에 힘입어 "중요한 건 균형"이라고 말한다. 영화 안에서 개입을 지양하고 순리에 따르자는 논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하나의 실종도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이라는 맥락이라는 걸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나의 실종이 순리에 따른 결과가 되는 셈이다.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물론 영화는 하나의 실종만을 순리로 단정짓지 않았다. 순리에서 벗어난 것들은 영화 전,후반부에 두 개나 있다.
순리에서 벗어난 것,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이 벌인 각각의 실수는 인물들에게 당연한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암시처럼 보인다. 실수를 저지른 인간들은 영화 안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존재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그 첫 번째 실수는 타카하시의 것이다. 그 질문이 뭐냐. 영화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볼 수 있는 "사슴은 그래서 어디로 가지?"라는 질문이다. 타카하시는 이 질문에 그냥 대충 얼버무린다. 인간의 개발을 위해서라면 자연에 존재하는 어떤 것에 위협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이 사슴의 생사에 대해 깊게 탐구하지 않은 인간의 벌이 뭘까? 타쿠미에게 글램핑 터의 관리자 역할 같은 걸 대안으로 내민 벌은? 살인이다. 목숨을 잃는 것이다. 이 영화가 필연에 관한 영화처럼 보인다고 길게 쭉 썼다. 이 필연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인간의 개입에 대해 경고하는 자연을 무시하고 대충 얼버무리다 처형당한 인간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왜 마유즈키가 살인의 피해자가 되지 않았을까? 자연에 의해 팔을 다친 마유즈키는 타쿠미의 집에서 쉰다. 경고를 마지막엔 받아들인 마유즈키는 살인의 피해자가 되지 않은 것이다. 만약 타쿠미와 동행했다면 마유즈키가 살인의 피해자가 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실수에 의한 처벌'이라는 부분에 근거를 하나 더 하고 싶다. 이 영화의 인물들이 두 번째로 범한 실수에 대해 적는 것이다. 영화가 두 상황을 필연으로 잇는다고 길게 써왔다. 그럼 이 것(타쿠미의 살인)과 유사한 상황이 영화에 있다는 뜻이겠지? 글쓴이는 총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부. 총성이 탕 울린다. 이 총성 때문에 사슴이 죽었다는 걸 타쿠미는 이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방관한다.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큰 소리지만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다. 이는 곧 타쿠미도 타카츠키와 유사하게 자연의 경고를 방관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에 노력하지 않은 것. 이는 영화 후반부 타카츠키가 의무를 포기한 것과 겹쳐 보인다. 그럼 어떻게 돼? 당연한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나태한 인간이 방관한 탓에 애 먼 사슴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사슴은 총을 쏜 인간에게 분노해서 하나를 공격했다. 심지어 하나는 마유즈키처럼 자연의 경고, 그러니까 회장 할아버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조건이 충분하다. 이 영화가 존재하지 않는 절대자를 보여주면서 순리를 묘사하는 만큼 엔딩에서 타카하시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에 연장선상에서 하나가 공격당한 것 내지는 죽어가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심지어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대신 그 이유를 뭉뚱그려 보여준 것이야 말로 영화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선택이다. 애초부터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으면 자연 그 자체지 인간이 아니다.
카메라와 편집도 이 이야기에 존재하는 절대자의 존재를 그대로 구현한다. 하나 보여준 다음 사슴 보여주고 사슴의 피살 보여준 다음 하나를 비춘다. 이건 편집이 의도적으로 두 존재를 동일시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후 살인을 저지르고 하나와 함께 도망가는 타쿠미를 먼발치서 익스트림 롱쇼트로 찍는다. 어느새 형상조차 보이지 않으면 의식이 흐릿한 타카하시가 몸을 비틀거리면서 갑자기 튀어나온다. 중후반부 차에서 일어나는 대화와 가락국수집에서의 장면을 통해 강박적으로 대칭을 이룬 것과는 대비된다. 균형을 어긴 인간이라는 걸 영화가 기술적인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그냥 뚝딱 만든 각본 같아 보이지만 영화 안에 잡혀있는 내적 체계가 굉장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영화 안에서 구현하는 것. 이거야 말로 영화의 목적이자 모든 것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을 천천히 쌓아 올려 한 번에 터트렸던 <드라이브 마이 카>의 정성이, <우연과 상상>에서 인간이 서로를 마주하며 일어나는 묘한 스파크가 터졌던 그 순간을 엔딩으로 치환시켜 관객에게 강력한 충격을 선사한다. 또한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예술의 속성과 동일시했던 것이 굉장히 신선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철저하게 우리 세상에 살고 있는 무형의 존재를 등장시키는 괴력을 보여준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치를 거부한 인간에게 응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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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 -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캐리 (Carrie)
개봉일 : 1978.09.17 (한국 기준)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출연 : 씨씨 스페이식, 에이미 어빙, 윌리엄 캇, 낸시 알렌, 존 트라볼타, 베티 버클리
‘잘못된 믿음에 묶인 소녀의 비명’
“소름 끼치는 캐리다!” 영화 속 아이들은 캐리를 이렇게 부른다. 아이들의 시선이 꽂힐 때마다 두려움에 파르르 떨리는 소녀의 속눈썹이 무척 안타깝다. 어리고 나약한 소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캐리>는 종교에 관한 그릇된 믿음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캐리의 엄마 마가렛은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라고 외치며 딸의 모든 것을 제어하려고 한다. 그녀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조각상 밑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잘못된 믿음에 바친다.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캐리는 당연하게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이상한 믿음을 가진 집안의 아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또래 아이들에겐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들이 캐리에겐 공포와 고통이 되어 다가온다.
만일 상처 입은 약한 소녀에게 주체할 수 없는, 신과 같은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영화는 가장 나약하고 상처가 많은 인물인 캐리에게 모든 걸 다스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염력을 쥐여준다. 마음 약한 소녀는 당연하게도 그 힘으로 무언가를 지배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녀의 마음을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난도질을 해놓는다면? 그렇다면 소녀의 힘은 어느 방향을 향해 발휘될 것인가. 그 순간, 소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흐릿하게 보이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예측해보며 눈 밑이 따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캐리 시놉시스
여고생 캐리는 병적일 정도로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의 순결 강요로 항상 내성적이고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고 박대받고 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을 받은 그녀에게 동정을 느낀 어느 한 친구가 그녀를 파티에 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순결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멋진 남자와 함께 즐거운 파티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거기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었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뿌연 연기 속에서 홀로 남아 샤워를 하고 있는 소녀, 캐리가 보인다. 갑작스러운 초경을 맞이한 소녀는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에 공포감을 느낀다. 여태껏 생리가 무엇인지,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같은 당연한 성교육조차 받지 못한 캐리는 동급생들의 어깨를 붙잡고 늘어진다. 어떤 것이 두려운지, 어떤 것이 무서운지 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도와달라고만 소리치고 있는 캐리의 모습이 너무도 나약하게 느껴진다.
“최초의 죄악은 성교다”
남편 없이 홀로 캐리를 키워온 엄마 화이트는 되바라진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인류의 시작이라 불리는 아담과 이브조차 죄악을 저지른 것이라 칭하는 화이트는 자신의 딸이 죄악을 저지를 수 없도록 모든 걸 관리하려 한다. 그녀가 성교를 죄악이라 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종교에 대한 믿음과 캐리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편의 영향인 걸로 보인다. 화이트는 화살을 잔뜩 맞은 예수상을 집안에 걸어둔다. 어딘가 음산하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가 감도는 집안. 캐리가 깬 거울에 예수상이 비친다.
캐리는 초경을 시작하면서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 마음이 지닌 힘이자 기적이라 불리는 ‘염력’. 그것은 마치 캐리를 불쌍히 여긴 신이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말라’며 하사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동급생들은 모두 캐리를 괴롭힌다.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캐리를 무시한다. 그나마 캐리의 담임인 콜린스 선생님이 캐리를 위로해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 콜린스 또한 캐리를 바라보며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닌, 거울 속 자신을 향한 칭찬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진심으로 캐리를 위하는 인물은 ‘수’뿐이다. 수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캐리를 괴롭히거나, 그것을 묵인하던 인물이었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괴롭힘을 보며 캐리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수는 졸업파티를 포기하고 자신의 남자친구 토미를 통해 캐리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수 덕분에 토미와 함께 졸업파티에 가게 된 캐리는 태어나 처음으로 첫사랑의 설렘을 느껴본다. 화이트는 여전히 자신의 딸을 마녀라 칭하며 말리려 들지만 캐리의 능력 앞에 굴복하고 만다.
“드디어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캐리는 별 장식이 반짝이는 졸업 파티장에서 꿈같은 밤을 보낸다. 괴롭힘을 당하고 소름 끼치는 존재로 취급받던 소녀가 가장 빛나는 여왕의 자리에 앉은 순간, 소녀는 처음으로 맑은 웃음을 지어본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는, 욕망이 가득한 입을 가진 아이들은 캐리의 몸에 빨간 피를 붓는다. 진한 빨간색을 띠고 있는 피는 캐리의 잠들어있던 능력과 감정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캐리는 졸업 파티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집으로 돌아와 피를 씻어낸다. 화이트는 다시 여린 소녀로 돌아온 자신의 딸을 칼로 찌르고, 캐리는 그녀에게 반격한다. 화이트는 옷장 안에 걸려있던 예수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캐리의 집은 무너진다. 단단히 뭉쳐진 잘못된 믿음과 죄악이 한데 뒤섞여 무너지고 있다.
졸업파티가 있던 날 밤, 캐리를 포함해 그녀의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죽게 된다. 동급생중 살아남은 사람은 ‘수’뿐이었다. 진심으로 사죄하고, 하루만이라도 캐리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유일한 사람. 어느덧 저주로 바뀌어버린 캐리의 능력이 휩쓸고 간 피바람 속에서 그나마 청렴했던 소녀 한 명만이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반성하고 사과했다 하더라도 그전에 지었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는 캐리가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던 순간이 반복되는 꿈을 꾼다. 그 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약한 소녀에게 쥐어진 초능력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그리고 이 능력이 축복이 될지 아님 저주가 될지,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누구였을까. 나약한 소녀가 홀로 해냈다기엔 너무도 큰, 피의 파장을 만들어낸 건 바로 그녀를 바라보던 따가운 시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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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달라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거북목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세가 비틀어져 있다고 했다. 복숭아뼈와 맞지도 않은 바지 총장이 신경쓰였다. 난 아래를 내려다 보는것이 습관이었다.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샀던 스탠스미스 기름이 반질반질했다. 아. 오늘은 애들이랑 피시방 갔었지. 구토가 심하게 올라와서 나 먼저 집에 오는 길이었다. 학교 근처에 벛꽃이 폈다. 난 내가 나온 초등학교 근처 중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라면 아주 좋아했던 내가 먼 동네에 와서 이러고 있다는게 슬프기도 했다. 애들이랑은 사이가 멀어져 보기가 힘들다. 아니 사실 나는 휴대전화도 없어서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오다가다 만나면 잘지내니 인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애들이랑 멀어져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거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난 버스를 타서 미술학원으로 갔다. 엠피쓰리 이어폰이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
난 오늘도 그렇게 집에 왔다. 이어폰이 에어팟이 됐고, 무거운 책이 가득하던 책가방에는 신입생부터 고대하던 맥북이 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도 답장을 안할때가 많고, 사실 먼저 하기에도 할 말이 없다. 주위에 누군가가 있으면 있는거겠지. 난 관계맺기에 서툰 사람이 맞는것 같다. 한동안은 부당한 따돌림에 나를 숨기고 싶어서 나를 속여왔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대로 흘러두는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엉뚱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밖에 모르는 소통방식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가 있다. 솔직히 세상과는 어울린 적 없어. 누군가의 대단한 인생 멘토라도 되거나 좋은 친구와 동생인 양 하지만 나는 어쩌면 루저에 가까운 인간일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 학교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3부작 영화다. <라라랜드>와 함께 이 해에 열렸던 시상식이란 시상식은 모두 휩쓸었다. 이에 대한 이유가 소수자와 약자를 중심으로 한 영화라서는 아닐거다. 작품이 갖는 장점이야 아주 많다. 흑인 피부 질감에 대한 표현, 멘토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 및 주인공 어머니에 대한 연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명대사까지. 이 영화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했던 이유는 분명하고, 그 중 내가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이 전달방식은 소수자인 주인공의 처지가 왜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1부에서 후안과 어머니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어머니는 후안에게 '당신이 내 아들 키울꺼야?'라고 묻는다. 후안은 째려본다. 어머니는 '너는 그래서 나에게 약 계속 팔거야?'라고 반문한다. 샤이론의 삶이 어떤지 이 장면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따돌림으로 마음을 닫았던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멘토를 만나지만 그가 우리 어머니에게 마약을 팔던 마약상이었다. 설득력이 있는 우연이다. 샤이론의 외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왜? 이런 상황은 주인공에게만 있거든. 샤이론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기댈 곳이 없어진 셈이다. 감독은 이렇게 일대기를 주르륵 나열하는것이 아닌, 성장하는 과정의 단면만을 보여주어 주인공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받은 상처와도 연결된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주인공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방황하다 앞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이렇게 사건을 서술하며 주인공이 겪을 외로움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한다. 보다보면 분명해진다. 주인공은 남들과 달라서 자주 넘어진 사람이었다.
감독은 이렇게 삶에서 상처를 받은 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됐을지를 우리에게 추측하게 할 뿐이다. 이런 연출의 의도는 분명하다. 영화가 일대기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삶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로 데려가 함께 관찰한다. 이 후의 모습은 관객이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온 인생관에 비추어 추측할 뿐이다. 이 외의 경우가 딱 한게 있다. 엔딩 직전에 두 주인공이 만나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남들처럼 살다가 삶을 놓쳤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두 주인공이 선택한 답은 서로의 진심을 터놓는 것이다. 각자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이다. 사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로 그들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답을 보여준다. 난 이게 감독이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리틀과 같이 남들과 달라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이들을 밤바다 아래로 초대해 파란 빛으로 위로하는 셈이다. 이것은 엔딩신에 있는 사람이 '리틀'이라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리틀은 주인공이 상처받기 전의 내면세계다. 감독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남들과 달랐기에 아팠던 이들을 하나로 공감해주고 있다. 난 이래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난 게이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다. 대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서툴렀고,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똑바로 못했다. 누군가에겐 상처줬던 내 자신을 혼내면서도 이해해주는 영화가 이 <문라이트>라고 생각했다.
4월 20일까지 이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난 이 영화를 다들 한번 쯤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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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편성 : ENA, 16화 완결 │ 장르 : 한국, 법정·드라마연출 : 유인식 │ 극본 : 문지원 │ 등급 : 15세 이상 시청가출연 : 박은빈(우영우), 강태오(이준호), 강기영(정명석), 하윤경(최수연), 주종혁(권민우) 외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과연 봄날의 햇살 같은 이야기
봄날의 햇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최고의 단어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허황되게 동화 같은 이야기에는 극한의 거부감을 느끼는 매우 까다로운 시청자인데,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도 그 경계에 머문다. 차별을 향한 혐오의 시선을 녹이는 따뜻함은 있지만, 그것이면 다 된다는 식의 허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작열하지 않고 은은히 내려앉는 봄날의 햇살처럼.
우 to the 영 to the 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인 주인공 ‘영우’는 뛰어남과 모자람을 동시에 지녔다. IQ 164로 천재에 해당하는 지능을 가졌지만,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녀는 법전을 달달 외우는 천재성을 보이지만, 남들은 다 통과하는 회전문도 통과하지 못하는가 하면, 자신이 하는 고래 이야기를 남들이 싫어하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영우의 캐릭터는 허황인가 현실인가
그런 영우를 둘러싼 세상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영우를 같은 인격체로 대하는 시선과, 그렇지 못한 시선. 전자는 영우의 천재성과 특별함을 귀히 평가하지만, 후자는 어울리지 못하는 영우의 사회성을 지적한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두 가지 시선 모두를 지녔을 시청자를 영우의 세계관에 데려다 놓으며, 천천히 자폐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외부인의 시선이었던 시청자는 어느새 영우의 세계관에 들어와 세상 밖을 보게 된다.
우리는 자폐인에 대해 잘 모른다. <말아톤>에서 본 조승우의 모습이 내게는 유일한 자폐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자폐를 가지고 과연 변호사라는 유능한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이게 현실성이 있는 건지.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수많은 결이 나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탓이다. 영우는 실제로 자폐를 앓았던 미국의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을 모티브로 한다. 템플 그랜딘은 영우처럼 취약하고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대학교수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자폐가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할 수준의 장애라고 여기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매체를 통해 한정적인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이런 법정 드라마는 처음이지?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것은, 그런 자폐인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영우가 좌충우돌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에서도 착실하게 재미가 쌓여간다. 자폐인에게는 편견이 없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한 과도한 연민이나 편향된 잣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공교롭게도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해야 하는 변호사의 직업 특성에 특화된다. 그런 시선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영우를 보는 것은 과연 이 드라마의 큰 즐거움이었다. 정의롭되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덜어내되 치사해지지 않는 공정함. 패소와 승소를 번갈아 하지만 영우가 맡은 여러 가지의 사건들은, 그녀에게도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묵직한 교훈을 남긴다.
더불어 이 따뜻한 드라마에서 영우만큼이나 애정이 갔던 캐릭터를 굳이 굳이 한 사람 꼽고 싶다. 단연 ‘정명석’ 변호사다. 영우에게 봄날의 햇살이었던 최수연 변호사도, 그녀를 훌륭히 키워낸 아버지도 좋았지만, 진정으로 영우에게 후광을 안겨준 이는 바로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었을까. 대형 로펌 ‘한바다’의 선배 변호사였던 그는, 신입으로 들어온 우영우 변호사를 진심으로 대했다. 장애가 있다고 약자로 취급하지도 않았고, 천재라고 해서 시기하거나 적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선배 변호사로서 후배 변호사가 특정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로운 시선으로 사견을 풀도록 돕는다. 그런 두 사람의 선하고도 바른 시너지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였다. 살면서 그런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인생의 행운일지. 정명석 변호사를 연기한 강기영 배우에게도 인생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모든 차별과 편견을 녹이는 이야기의 힘
세상에는 다양한 결의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걸 안다. 주로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서서 의뢰인을 담당하는 변호사도 있겠고, 주로 소외계층의 편에 서서 어깨를 내어주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를 그 둘로만 나누는 것 역시 나의 편견은 아니었을지 이 드라마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 수임료가 비싼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에게는 정의감이 없을 거라는 생각, 돈과 권력을 가진 의뢰인은 모두 범죄자일 거라는 생각. 하지만 ‘한바다’ 같은 대형 로펌이라고 권모술수가 남발하는 곳은 아니었다. 돈 많은 의뢰인들에게도 억울한 사연은 있으며, 돈 잘 버는 변호인에게도 정의감과 의협심은 존재했다. 다채로운 자폐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로펌과 법정의 세계 역시 다채로웠다. 한바다에 영우와 정명석이 있는 것처럼. 흰고래 무리 속에 외뿔고래가 있는 것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 가난하고 착한 변호사와 돈 잘 벌고 부패한 변호사. 비장애인과 장애인.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경계선을 지워나가게 만드는 이 드라마가 유난히 좋았다. 봄날의 햇살은 경계를 따지지 않고 어디에든 공평하게 내려앉는다. 초록색 들판에도, 차가운 아스팔트에도,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려 했던 누군가의 마음에도. 누군가가 이 드라마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래서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드라마라고 하고 싶다. 차별과 편견이 만연한 세상의 모든 곳에 이 따뜻한 이야기의 햇살이 가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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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화이트 데이였죠.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사탕을 주고받으셨나요?
그렇지 않으셨대도 뭐! 사탕 같은 거 없으면 어때요~ 씨네랩이 여러분들 곁에 있잖아요 >.<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 질 재미있는 영화 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달달하기만 한 판타지 로맨스는 지겨울 때가 있지 않나요?
마냥 예쁘고 잘난 주인공들보다는 찌질하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들에게 마음이 쓰이듯이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여러분들께 달콤 씁쓸, 현실적인 해외 로맨스 영화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명대사 제조기, 현실 연애 바이블 <500일의 썸머>부터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7편의 로맨스 영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클로저(2005)>
Clos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3분
“Hello, Stranger!”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사랑은 하트 모양처럼 간단하지 않아.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 네이버 영화
<클로저>는 영화 <졸업>으로 유명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연출을 맡은 그에게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안겨 준 작품입니다. 이미 연극으로 전 세계 100대 도시에서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성공을 거둔 패트릭 마버의 동명의 희곡 [클로저]를 각색하여 만들었으며,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지요. 특히 클라이브 오웬과 나탈리 포트만은 해당 영화로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남·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작가를 꿈꾸는 런던의 부고 담당 기자 '댄'과 그의 연인 '앨리스', '댄'과의 불륜을 저지르는 사진작가 '안나'와 그녀의 남편 '래리'라는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감독은 “우리는 사랑의 처음과 끝만을 기억하고 그 중간은 편집해 버린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난다. 우리는 사물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는가, 삶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가”라는 말로 영화를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랑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진정 사랑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지독하게 어긋나는 인물들은 뜨거운 사랑을 호소했던 '처음'을 뒤로하고 그 어떤 타인보다도 큰 고통을 안겨 주며 헤어지고 맙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의 네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의심, 질투, 거짓말, 상처뿐인 진실로 뒤덮인 '사랑' 그 자체라 더욱 씁쓸한 영화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데미안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 또한 이 영화의 잊지 못할 한 부분이랍니다.
블루 발렌타인(2012)
Blue Valentin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릭 시엔프랜스
출연: 라이언 고슬링, 미셸 윌리엄스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4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의대생 신디. 어느 날 그녀의 앞에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이 나타난다. 자신의 모든 걸 받아주고 안아주는 그에게 사랑을 느낀 신디는 딘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이삿짐센터 직원 딘.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신디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안식처 같은 남자가 돼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사랑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그와 그녀의 사랑 사이, 찬란한 트루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나한테 맹세했잖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맹세했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점차 꺼져 가며 이별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부부 '신디'와 '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냉랭한 현재와 따뜻했던 과거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보다 확연히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장면은 슈퍼 16mm로, 현재의 장면은 HD로 촬영하는 등 현재와 과거를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블루 발렌타인>이 고통스러운 이유은 비단 두 사람의 현재가 비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두 사람의 과거가,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이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미셸 윌리엄스가 탭댄스를 추는 길거리 씬은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파트랍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Take This Waltz
ⓒ 네이버 영화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16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결국 헌 것이 돼.
헌 것도 처음엔 새것이었지.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 순 없어.ⓒ 네이버 영화
공교롭게도 또 한 번 미셸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네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주인공 '마고'가 다정하면서도 친구 같은 남편 '루'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 도중 만나게 된 남자 '대니얼'에게 이끌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고'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극에 이끌리면서도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택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데요, 플롯 자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는 이라면 누구나 느껴 보았을 '불안'과 '의심'이라는 감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을 밉지 않게,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낸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해요.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360도 회전씬은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되어 담겨 있는 백미이기도 하니 놓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
<500일의 썸머(2010)>
500 Days of Summer
ⓒ 네이버 영화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클로이 모레츠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운명적 사랑을 믿는 남자 ‘톰’ 모든 것이 특별한 여자 ‘썸머’에 완전히 빠졌다. 사랑은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썸머’ 친구인 듯 연인 같은 ‘톰’과의 부담 없는 썸이 즐겁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우리 모두의 단짠단짠 연애담!” 설레는 1일부터 씁쓸한 500일까지 서로 다른 남녀의 극사실주의 하트시그널!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 거야.
다음번에 다시 생각해 보면 오빠도 알게 될 거야.
ⓒ 네이버 영화
<500일의 썸머>는 '현실 연애의 바이블' 격으로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로맨스 영화인데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이 그의 모든 환상을 충족시키는 여자 '썸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녀와의 이별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톰의 입장에서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건들을 차례로 보여주는데요,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일로 다투었고, 또 어떤 엔딩을 맞이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애의 환상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결말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정반대의 연애관을 갖게 된 점 또한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이랍니다. 연애와 관련해 현실적인 명대사가 워낙 많은 영화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영화이기에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참 많은 것을 바꿔 놓는다고들 하죠. 미완한 내가 완벽한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그 혹은 그녀가 평생의 짝이라고 믿었다가도 그 환상이 깨졌을 때의 당혹감. 그럼에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녹아 있는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2019)>
Marriag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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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아담 드라이버, 스칼렛 요한슨, 로라 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7분
결혼 5년 차인 프리랜서 작가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어느 날,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대니얼(루크 커비)을 알게 되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대니얼이 바로 앞집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 마고. 자신도 모르게 점점 커져만 가는 대니얼에 대한 마음과 남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녀의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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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은 우리 엄마 같기도 해!
물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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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연출하고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을 맡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영화는 노아 바움백 감독 특유의 맛깔나고 현실적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이미 연기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데요, 이혼을 앞두고 양육권 문제로 다툼을 벌이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큰 호평을 얻었어요.
영화는 주인공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을 적은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그 편지는 이미 두 사람이 파경을 맞은 상태에서 쓴 것으로, 이혼 상담 중 서로 그 편지를 읽지 않겠다며 싸우는 모습으로 연결됩니다. 영화는 이혼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까지 아주 근거리에서 지켜봅니다. 한때 너무나 사랑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지만 이기심과 오해 속에 벌어진 두 사람 간 거리는 결국 좁혀지지 못하는데요, 미움과 원망, 그럼에도 남아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일 것입니다. 찰리와 니콜이 다투는 씬, 이혼 과정 끝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찰리가 홀로 노래를 부르는 씬 등 명장면 또한 정말 많아서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2021)>
We Made a Beautiful Bouq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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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연애는 살아있는 거라서 유통기한이 있어.
그 기한을 지나면 무승부를 바라며
그저 공을 패스만 하는 상태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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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눈물이 주륵주륵>,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본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랑을 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서 보이듯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담백하게 담은 것으로 호평을 받으며 권태기와 함께 식어가는 장기 연애를 탁월하게 묘사, 마지막 이별까지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일본 멜로의 감성보다 깔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일본에서는 무려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크게 흥행하기도 했답니다. 주연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의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여기 또한 몰입을 돕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천생연분처럼 모든 게 꼭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던 사랑의 시작부터 현실의 벽 앞에 변모하고 마는 사랑의 모습에 관객들 역시 함께 웃고 울다가, 또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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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할버트 노르드룸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내가 너와 헤어지고 후회되는 건
네가 얼마나 멋진 지 깨닫게 하지 못했단 거야.
난 늘 뭔가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가 걱정한 게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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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노르웨이의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오슬로 트릴로지' 중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영화로, 주인공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진짜 삶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만나는 연인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주연을 맡은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원제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처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 임신과 불만족스러운 연애 등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실수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변덕스러운 청춘에게 건네는 감독의 위로와도 같이 느껴지는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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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다음번에는 '현실적인 로맨스 영화_국내 편'으로 돌아올게요 :)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