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11-18 17:17:55
밀실 콘셉트로 밀어붙이는 섹슈얼 치정극
영화 <히든 페이스> 리뷰
젊은 지휘자 안드레아(킴 구티에레즈)는 우울하다. 어느 날 연인 벨렌(클라라 라고)이 이별 영상편지만을 남기고 떠났기 때문.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던 그는 우연히 만난 파비아나(마르티나 가르시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는 듯 그녀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벨렌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도 집 안 비밀의 방에서 말이다. 예전만큼 안드레아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벨렌은 사랑을 확인하고자 스스로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요한 열쇠를 빠뜨린 채 들어간 그녀는 갇힌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벨렌은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적이기도 한 파비아나에게 계속해서 사인을 보낸다.
밀실에 갇혀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는 걸 보는 심정은 어떨까? 강도 높은 도파민이 마구마구 분출되는 이 설정은 <히든 페이스>의 강한 동력이자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수위 높은 베드신과 노출 장면도 한몫한다. 영화를 보면 남자 친구를 향한 의심과 질투, 그리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시험하기 위한 벨렌의 선택은 자칫 무모해 보이는데, 후킹한 설정을 보여주기 위한 수동적 행동으로서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스스로 밀실에 들어간 이유는 안드레아의 바람기. 바이올린리스트와 묘한 관계를 이루던 남자 친구의 마음을 알아보고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이 위험한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밀실에 갇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마주하며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은 그녀의 질투와 그릇된 욕망이 주는 벌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이를 선회한다. 자신의 일이 있음에도 안드레아를 따라 지인 하나 없는 타지에 간 그녀는 사랑 밖에 없는 여자다. 마치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연주하는 연주차처럼 사랑이란 신뢰로 그의 요구에 맞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밀실에 갇히고 남자친구의 본모습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차세대 지휘자의 여자친구, 능력이 출중한 남자의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감독은 밀실에 갇힌 상황 자체가 벨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구조로도 활용하며, 문제 많은 남자에게서 벗어나는 한 여성의 탈출기를 보여준다.
문제는 관객을 사로잡는 독특한 콘셉트에 깔린 이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실 활용에 따른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주는 부분은 좋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개연성과 그에 따른 디테일은 떨어진다. 특히 파비아나가 집 안에 벨렌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외면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이뤄진다. 더불어 수위 높은 베드신은 물론, 파비아나의 빈번하고도 의도된 노출은 벨렌의 분노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사용되어 활용 부분에 아쉬움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히든 페이스>는 밀실 콘셉트로 밀어붙이는 섹슈얼 치정극으로서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완성도를 떠나 이 작품이 인도, 멕시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되었다는 건 그만큼 영화의 매력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 반대로 빈 곳이 많아 각색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방증한다. 과연 에로틱 영화의 장인 김대우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송승헌, 조여정, 박주현이 출연하는 리메이크 영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사진 제공: (주)더블앤조이픽쳐스
평점: 2.5 / 5.0
한줄평: 밀실 콘셉트로 밀어붙이고, 버티는 용한 재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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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NE1, 블랙핑크
2NE1, 블랙핑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블랙핑크 : 세상을 밝혀라'을 봤다.
한국의 대중가요에서 특히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나가는 음악을 K-POP으로 부른다. 많은 아이돌 그룹이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BTS와 블랙핑크가 단연 돋보인다.
나는 아이돌, 아이돌 그룹에 거의 관심이 없다. 내가 '꼰대'이라서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음악 취향과 음악성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고, 지금도 항상 듣는 음악이 2NE1이다.
투애니원은 이미 공식 해체한 그룹이다. 그룹 리더인 '박봄'도 이제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이들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투애니원의 음악이 참 좋다. 여느 걸그룹과 확실하게 다른 음악, 음악 자체가 일단 좋고, 멤버 네 명 - 박봄, 산드라박, 씨엘, 민지 - 의 개성도 뚜렷하고, 노래, 춤, 의상 모두 훌륭하다.
투애니원이 처음 등장할 때를 기억한다. 그때가 데뷔였다는 건 몰랐지만, 2009년, 아내와 영화를 보러 코엑스에 있는 메가박스에 가서 영화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곧이어 광고가 나왔다. 그 광고 가운데, 빅뱅과 네 명의 여성 그룹이 나왔고, 이들이 부른 노래는 '롤리팝'이었다. 나는 그 광고가 투애니원의 데뷔곡인지 몰랐지만, 매우 감각적이고 인상 깊은 노래여서 지금도 좋아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투애니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듣게 되었다. 투애니원의 노래는 강렬하고 통쾌하다. 여성 아이돌 그룹 가운데서 거의 유일하게 '걸크러시' 모습을 보여주었고, 네 명의 보컬과 춤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투애니원은 7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했고, 지금은 각자 따로 활동하지만, 다시 뭉칠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 유튜브의 '투애니원 공식 계정'에는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나 역시 '2NE1'의 팬이다.
블랙핑크의 등장은 투애니원보다 더 화려하고 완벽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들이 연습생 때부터 데뷔, 데뷔 이후의 월드투어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사람들이 말하듯 블랙핑크는 '2NE1'의 '럭셔리 버전'이라고 봐도 좋겠다. 같은 YG 소속이고, 2NE1의 음악을 프로듀싱한 '테디'가 블랙핑크의 음악도 프로듀싱했다는 점에서, 블랙핑크는 2NE1의 유전자를 거의 그대로 복제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들이 연습생 시절에는 함께 연습하던 동료들이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탈락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결국 지금의 블랙핑크 네 명 - 지수, 제니, 로제, 리사 - 이 남았다. 이들의 가창력과 안무는 당연히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미모도 빼놓을 수 없는데, 노래, 춤, 외모까지 완벽하게 갖춘 아이돌 그룹 가운데 블랙핑크는 단연 톱이라고 생각한다.
블랙핑크가 보여주는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 2NE1도 훌륭했고, 여전히 훌륭하지만, 블랙핑크는 선배인 2NE1의 어깨 위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지금 세계를 주름잡는 K-POP의 물결을 타면서 블랙핑크는 실력과 함께 운도 좋은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2NE1이 '걸크러시'의 모습을 조금 더 강하게 드러냈다면, 블랙핑크는 화려하고 '럭셔리'한 컨셉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힘 있는 춤과 도도함,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안무는 팬들을 매혹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2NE1과 블랙핑크의 음악은 매우 비슷하다. 강렬한 비트를 배경으로 깔고, 네 명으로 구성된 멤버, 메인 보컬, 서브 보컬, 메인 힙합, 메인 안무를 담당하는 멤버가 있고, 격렬하면서 힘찬 안무, 네 명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 등, 프로듀서가 같고, 지향하는 음악이 일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블랙핑크는 2NE1의 모습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킨 걸그룹이다.
블랙핑크는 아이돌 걸그룹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기록은 모두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고'들이다. 한국의 대중음악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건 기분 좋고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한국의 예술가들이 이제는 세계를 향해 더 활발하고, 멋지게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가능성이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
2NE1, 블랙핑크 - 2
블랙핑크가 만들고 있는 놀라운 기록들은 분명 긍정적이다. 한국 대중가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그로 인한 유무형의 자산이 확대, 확산하고 있는 건 분명 우리나라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2NE1이나 블랙핑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연예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도 한, 기획사와 아이돌, 걸(보이)그룹의 소비, 성상품화 등에 관한 문제 의식이다.
'기획사'로 불리는 연예 기획회사는 아이돌 뿐 아니라 연예인들과 계약을 하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를 말한다. 연예 기획사는 장르에 따라 구분되는 특징이 있어서, 가수들만 관리하거나, 영화배우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특화되어 있다. 대형 기획사는 장르에 관계 없이 가수, 배우, 탤런트, 개그맨 등과 계약을 맺기도 한다.
대중연예인이 이름 있는 기획사에 소속된다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에 유명 연예인이 많이 소속되어 있으면, 기획사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명 연예인이 기획사를 먹여 살기기도 한다. 작은 기획사에 소속한 무명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되고, 많은 돈을 벌면 작은 기획사는 스타가 된 연예인 한 명의 힘으로 성장해 중형, 대형 기획사로 성장할 수 있다.
연예기획 사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투기적 성향을 갖는다. 연예인이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 가운데 스타가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설령 유명한 연예인이 된다 해도 아이돌, 아이돌 그룹의 경우, 활동 기간이 길지 않아 연예기획사는 아이돌(그룹)이라는 상품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모든 자본주의의 상품이 그렇듯, '아이돌' 역시 하나의 '상품'이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상품도 있지만, 특수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상품도 있다. 공장에서 만드는 상품은 노동자의 '노동'이 투입되면서 잉여가치가 생산된다. 즉, 노동자의 노동이 잉여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 연예산업은 노동자의 역할이 사라지는 대신 - 기획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하고 - 연예인은 그 자신이 '상품'이 된다는 점에서 특수한 형태의 '상품'이다. 기획사는 자신이 고용한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에게 투자한다. 기획사는 건물, 토지, 돈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품'이 될만한 대상을 찾는 것이다.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은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임금을 받으며 일하지 않지만,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극, 연기를 하거나 공연을 하면 그에 대한 일정한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자신이 '자본'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동자다.
이들이 '특수한 형태의 노동자'인 이유는, 자신의 재능으로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건물주), 부르주아가 될 확률이 다른 노동자보다 높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되고픈 청소년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들 가운데 스타가 될 확률은 0.1%도 안 된다. 그렇기에 더욱 '스타'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이다.
기획사(자본)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이들은 재능 있는 청소년을 발굴해서 혹독한 연습생 과정을 거쳐 데뷔시키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몇달이지만 길게는 십년도 걸리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 2-3년에서 5-6년 사이에 연습생 과정을 마치고 솔로 또는 그룹으로 데뷔하는데, 데뷔부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그들의 노래가 많이 팔리고, 아이돌(그룹)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하다.
기획사는 자신의 '상품'인 아이돌(그룹)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다양한 방식의 홍보, 마케팅, 로비를 펼친다.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며, 오프라인의 다양한 행사-대학, 잔치, 지역 등-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 노래를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뉴페이스 '상품'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연예기획사의 요구와 주문에 따라 일정을 소화한다.
기획사에서는 새로운 상품이 충분히 '판매'될 것인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판매'는 방송출연, 음반(디지털 포함) 판매, 대중의 소구력, 인지도, 각종 행사 스케줄의 종류와 양 등을 말한다. 즉, 기획사가 아이돌(그룹)에 투자한 총비용와 이윤을 합한 매출 이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면 아이돌(그룹)은 계속 활동할 수 있으며,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반면 기획사의 예상보다 반응이 낮은 아이돌(그룹)은 일찍 폐기해 지출을 가능한 적게 만든다. 기획사는 '상품(아이돌(그룹))'은 꾸준히 만들고 있으므로, 상품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폐기한다. 오로지 자본의 논리만이 '연예 시장'에서 통용되는 건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돌'은 인간으로의 존엄과 권리가 종종 침해당하게 된다. 단적으로 기획사와 아이돌 사이의 계약조건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져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고, '갑'인 기획사의 의도를 '을'인 개인이 반박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불공정한 계약과 처우,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연예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성공했을 때 받는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예시장이나 스포츠시장은 그런 점에서 같다.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혹독한 반면, 성공 가능성은 낮고,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런 대가가 없지만, 일단 성공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부와 명예를 누리기 때문이다.
연예 시장에서 기획사의 역할은 재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의 상황에서 자본을 투입해 홍보, 마케팅을 동원해 성공하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재능만 있다고 성공하지 못하는 연예시장에서 홍보와 마케팅은 결국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해야 하고, 자본의 규모에 비례해 아이돌(그룹)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아이돌(그룹) 가운데 여성이 많은 이유는 가부장 사회와 깊은 관련이 있다. 남성 중심,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늘 '대상화'된다.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이기에 남성보다 더 많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된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은 비율로 '성 상품'으로 판매되는데, 이것은 가부장,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이나 직장의 자리를 남성들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불공정, 불평등한 구조가 원인이다. 즉, 여성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을 판매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는 것이 사회적 불평등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해야 하고, 성 착취와 성별 불평등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의 '성 상품화'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여성도 나타난다. '성'을 상품화 하는 것이 평범한 노동을 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여성은, 체제의 한계 - 가부장제, 남성 우월주의 사회 - 를 빠르게 인정하고, 그 체제 안에서 순응하며 자신의 재능이나 '성'을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전략을 세운다.
연예기획사에 수많은 청소년이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와 맞물려 있다. '스타'로서의 성공과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장미빛 미래와 자신의 재능을 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이런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등이 결합해 연예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다.
아이돌(그룹), 특히 여성 아이돌(그룹)의 경우, 그들의 노래와 춤이 경쟁적으로 선정성을 띄는 것은 명백히 자본의 논리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남성 아이돌도 어느 정도 선정적이긴 해도, 그들이 '남성'이라서 '성적대상화'는 여성 아이돌에 비해 덜 하다.
여성 아이돌(그룹)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데, 이것을 남성 아이돌(그룹)과 비교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남성 아이돌(그룹)도 옷을 벗고 맨몸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드문 경우고, 여성 아이돌(그룹)은 거의 예외 없이 짧은 치마, 짧은 바지, 배와 배꼽이 보이는 짧은 옷, 속옷처럼 보이는 바지와 상의를 입고 노래하고 춤춘다.
이 현상은 두 가지 이유가 변증법적으로 결합한 결과인데, 연예기획사에서는 여성 아이돌(그룹)을 '상품'으로 판매하기 위해 가장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그것은 기본이 되는 노래와 춤을 제외하면, 외모, 화려하고 개성 있는 의상, 대중의 선망과 욕망을 자극하는 패션과 화장, 이미지 메이킹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아이돌 자신도 연예인으로 성공하고픈 욕망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노력, 선망의 대상이 되려는 의지,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압력 등의 기제를 통해 스스로 몸을 드러내게 된다. 즉, 아이돌의 노출은 기획사의 이윤추구를 위한 목적, 대중의 욕망, 아이돌 자신의 욕망을 위한 의지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쯤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자발적 성매매', '자발적 성상품화'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우리 모두(여성과 남성)는 이 문제에 대해 속고 있거나 무지하기 때문에, 본질을 모른 채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섹스, 임신, 출산에 있어서 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 결정하는 걸 말한다. 즉, 외부의 힘에 의해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되며, 법과 제도에 의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성'을 외력(폭력)에 의해 유린당할 수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사회에도 있다.
반면, '자발적 성매매'나 '자발적 성상품화'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의미도 다를 뿐 아니라, 본질에서 매우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어떤 여성이 스스로 몸을 노출할 권리는 있다. 또한 자기의 '성'을 판매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로지 여성 자신의 판단과 결정인지는 사회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천년 전, 예수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즉, 체제를 불문하고 여성이 '성'을 판매한 것을 두고 여성은 자신의 '성'을 파는 것을 좋아하고, '성'을 팔아서 쉽게 돈을 번다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무지한 발언이다.
여성이 '성'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되면서 여성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차별당하면서 발생한 불평등에 원인이 있다. 이 차별은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다. 농사를 짓는다는 건,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고, 가축을 기르며, 정착해서 안정적 거주지를 확보하고, 농산물의 수확을 통해 잉여생산물이 발생했다는 걸 뜻한다.
잉여생산물은 필연적으로 계급의 발생으로 이어지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뉜 집단은 생산성이 높아지고, 잉여생산물이 늘어나면서 집단화, 도시화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소유물은 남성이 차지하고, 여성은 남성의 보조적 관계 또는 피착취 관계로 전락한다.
이런 양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욱 첨예하고 격렬하게 드러나는데, 자본주의는 자본이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해서 이윤을 확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질서에서 소외된 여성은 자본주의에서 소외와 착취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여성의 인권과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며, 남성에게 소외당하는 존재이고, 자본에 착취당하는 노동자이면서, 남성 우월의 불평등 구조에 억눌린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여성이 주체적으로 '성'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오로지 여성의 주체적 결정인가는 의문이다. 사회 속 여성, 특히 가부장, 남성우월주의, 자본주의라는 두 개의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여성이 선택하는 결정이 '주체적'일 수 있을까. 여성은 태어나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성의 세계관을 주입당하고, 남성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훈련을 받는다. 그것이 여성의 잘못은 아니지만, 여성이 불평등의 피해자라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곡된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남성도 '성'을 판매하기는 한다. 여성과 마찬가지 이유로. 그것은 쉽고 빠르게 돈을 벌려는 목적이다. 즉 남성이나 여성이 '성'을 파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압력에 의한 행위이며,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없는, 개인을 착취하는 구조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자발적 성상품화' 역시 같은 구조를 갖는다. 스스로 자기의 성을 상품화한다고 생각하는 개인은, 자기의 선택과 결정으로, 주체적 행위를 한다고 믿지만,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성상품화는 거의 모두 사회적(자본) 압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단지 개인은 자신의 욕망과 사회적(자본) 압력을 구분하기 어렵고, 그 둘의 이해가 상충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으로 여길 뿐이다.
많은 아이돌(그룹)이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무대에 서서 선정적인 춤을 추는 것은, 그들 자신의 의지라기 보다는 사회적(자본) 압력, 대중의 욕망, 그리고 그 압력과 욕망에 조응하는 아이돌 개인의 욕망과 자기최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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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 더럽게 안 좋은 한 킬러의 운수 좋은 날
운이 없더라. 만약 사회복무요원 복무지에 노트북을 놓고 오는 건 운이 안 좋은 편에 속할까? 그런 것도 운이 안 좋은 것에 해당하면 난 정말 옴 붙었다. 좀 재미있는 일 없을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행운에 걱정 없이 살 순 없을까? 금세 길거리에서 시비 붙었던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착하게 생겨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날 건든다. 진짜 좀 짜증 난다. 나 좀 안 건들 수 없나?
하지만 불운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웃픈 일들은 보통 한꺼번에 몰려온다. 받아들이는 사람 속사정 같은 건 고려해주지 않는 부자비한 놈이다. 만인에게 평등한 불평등. 이 우연 같은 불평등을 만나 사람 인생이 종종 바뀌곤 한다. 긍정적인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게 인간 아니겠어? 이런 모티브는 수많은 영화에 공통적으로 자리 잡혀있다. 이번에는 브래드 피트가 운 없는 킬러로 돌아왔다. 또 <불릿 트레인>을 시사회에서 본 입장에서 이 정도의 글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수 참 좋은 날
인생사의 많은 것들은 사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유달리 운이 없는 이 남자는 방금 쓴 문장에 격하게 공감할 것 같다. 운이 없는 킬러 코드명 레이디버그. 갑자기 느닷없이 주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건 일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원래 임무를 하기로 했던 킬러가 아파서 불참한다는 건 그냥 무덤덤하게 넘기기로 한다. 아니 뭐 고등학생이야? 아파서 조퇴하게? 툴툴대는 레이디버그. 그런 레이디버그를 마리아가 격려한다. 임무를 전달하는 마리아. 오늘 레이디버그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을 경유하는 기차에 찌그러져 져 이 가방 하나를 무사히 가져오는 것. 그게 임무야?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가방만 찾으면 되는 게? 왠지 이번 임무는 확실히 쉬운 것 같다.
이 가정은 현실로 드러났다. 굉장히 쉬운 임무였다. 손님들이 가방을 넣는 칸에 간 레이디버그. 어렵지 않게 돈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는 데 성공한다. 이게 이렇게 쉽다고? 근데 사실 일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같은 열차 안에 있는 손님 중 몇몇은 레이디 버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백의 사신’에게 의뢰인의 아들을 엄호하고 돈가방을 챙기라는 지시를 들은 킬러 레몬과 탠저린이 있었다. 또 뭔가 아들과 관련한 사연이 있어 보이는 남자와 어려 보이는 여자도 기차에 탑승했다. 이 사람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전부 킬러였다. 운도 더럽게 없는 레이디 버그. 이 사람들은 각자 목적과 계기를 가진 채로 열차에 탑승한 것이었다. 단순히 돈가방만 찾아서 빼돌리면 되는 미션인 줄 알았는데 오늘도 잘못 걸렸다. 지독한 불운을 무릅쓰고 레이디 버그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보는 재미는 있는 편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는 보는 재미다. 이 영화의 보는 재미는 촘촘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일단 보는 재미 첫 번째. 액션이다. 액션 잘 뽑았다. 이야기의 배경과 설정 상 기차라는 속성은 극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기차는 한번 탑승하면 다음 역까지는 못 내린다. 또 승객끼리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그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넓게 탁 트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나 역이라는 게 있어 정류장 도착시간마다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비행기, 버스와는 다른 대중교통으로서의 차이점이다.
영화는 이 특징을 십분 활용한다. 일단 좁은 공간에서 액션 잘 활용했다. 예고에도 나오는데, 이 영화의 액션이 공간이 좁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지점이 몇 군데 있다. 예를 들어서 극후반부엔가 열차의 운전석쯤에서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열차를 운전해야 함 + 근데 그 좁은 곳에서 총, 칼을 맞을 것 같은 긴박감이 잘 조합돼서 시너지가 난다. 이런 식으로 영화 내부에서 맨몸액션을 하는 것도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이것 때문에 막 벽에 부딪힌다거나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인물들끼리 숨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직선 쭉 돌아다니면 보이는 게 승객들 얼굴인지라 어디 숨고 이런 묘사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렇게 '좁다'라는 특징에서 오는 큼지막한 요소들을 잘 살린다. 또 공간이 좁고 따닥따닥 붙어 있으면 소리 전파가 잘 된다. 막 멀리 있고 이러면 소리가 잘 안 들리지 않나? 또 일반 대중들이 출퇴근하며 오고 가는 지하철의 특성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 의심 사기 쉽다. 이 덕에 총소리를 줄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거나 주요 인물 암살을 가리려고 노력하는 등 초중반부까지는 영화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게 잘 작동하는 편이다. 이 공간 활용은 반대 맥락에서도 작용한다. 지하철이 정차한다. 역에서 내린다. 그럼 그 하차하는 시간 동안 잠깐은 역에서 인물들이 대화할 수 있다. 이 넓은 공간에서 벌이는 액션신도 영화의 완급조절을 위해 잘 사용한 것 같다. 글쓴이 개인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넓은 곳에서 일어나는 액션이 더 기억에 남았다.
또 다른 강점으로는 코미디 타율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이런 미국식 B급 유머가 살짝 식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건 영화를 많이 본 글쓴이(나) 같은 분들의 입장일 것이다. 다른 일반 대중들이 보기엔 이런 유머가 충분히 먹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인 <데드풀 2>에서 봤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입담이 이 영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활용한 유머 난 솔직히 좀 재미있었다. 내가 이런 실없는 농담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대사를 하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순수한 이야기를 하는 건 봐도 봐도 재미있다. 또 극 중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레이디버그의 대사를 듣고 중후반부쯤에 나를 제외한 다른 관객분들이 많이 웃는 걸 들었다. 이런 거 보면 코미디가 막 아예 재미없다고 말할 부분은 아닐 듯하다. 뭐 앞에서 쓴 부분 이외에도 'F' 단어가 많이 나오는 타란티노식 유머나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인물들의 행동은 충분히 재미있다. 이런 맛은 익숙한데도 웃길 땐 웃긴다.
말이 너무 많아
그러나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다. 일단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주인공 레이디 버그부터 시작해서 극후 반부 장면까지 말이 너~무 많아서 러닝타임 내내 늘어진다. 레이디버그도 자기 운 없다는 거 좀 적당히 좀 하지 초중반부까지 내내 말한다. 그리고 레몬, 텐저린 뭐 그리 말이 많은지 서로 쓸데없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해서 이야기 전개가 느려진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또 모든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기까지 해서 지나치게 친절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례로 레몬, 텐저린 두 형제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레몬, 텐저린이 대화하는 내용 1/2를 쳐도 사실 아무 문제없을 것 같다. 또 두 형제 중 한 명이 레이디 버그와 액션신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예고에도 나오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때도 왜 굳이 싸우는데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점이 든다. 아니 그런 식으로 대화할 거면 청부살인 업을 왜 해?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이 말 많아서 짜증 나는 지점은 극후 반부에서 다시 한번 나타난다. 엔딩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레이디 버그. 주절주절 말을 하는데 좀 영양가 없는 말이라서 몰입이 깨진다. 분명 중요하고 클라이맥스일 텐데 굳이? 싶은 것이다.
그리고 각본에 구멍이 있다. 이 부분을 전부 서술하기엔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대략적으로만 써보자면, 원작 소설을 읽어야 설명이 될 거라고 드는 지점이 있다. 일본에 있는 신칸센을 저렇게 관리한다고? 싶은 부분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영화의 줄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총 쏘고 뱀 왔다 갔다 돌아다니고 주먹으로 때리고 창가 깨지고 불타는데 실질적인 열차 관리에 대한 대응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물론 감독이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긴 했다. 이와 관련해서 후반부에 어떤 인물이 대사를 하긴 하는데 그 한 줄로 이 모든 설정의 오류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뭐 그렇다고 아예 개연성이 붕괴되는 영화는 아니다. 반대 측면에서 각본에서 딱딱 맞아떨어지게 설정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왜 대타로 일을 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부분이다. 또 어린 소녀의 개인 서사나 그 소녀와 함께하는 남자의 가족사까지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을 타당한 전개로 잘 틀어막은 건 각본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외의 설정 몇 군데를 장르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ㅋㅋ 이래도 되겠지?' 하며 소비한 부분은 좀 아쉽다. 충분히 킬러들 간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묘사했다면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 잘 나타났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형 멋있어요
아무튼 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확실한 건 역시 브래드 피트는 멋있다. 이제 그의 얼굴에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이목구비를 따로따로 분리해서 보면 아직도 소년 같다. 그리고 액션 신도 깔끔하게 잘 소화한다. 굉장히 젊은 옷차림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람이 멋있으니 무리 없이 소화하는 연예인 아우라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 영화가 괜찮다고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브래드 피트의 스타 성일엔 텐데, 이 지점은 감독이 십분 이해해 잘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가 아니더라도 레몬/텐저린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코미디 연기와 중반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암살자, 또 조이 킹이 연기한 어린 소녀 캐릭터도 캐릭터 설정과 생동감을 잘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많은 말에도 코미디에서 안타와 홈런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뭐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 카메오 느낌으로 두 명이 나온다. 영화판에서 굉장히 알려진 슈퍼스타들이다. 그런데 우정출연 느낌으로 등장한 배우가 있다. 다른 영화에선 몰랐는데 이렇게 험한 조폭 포스도 잘 연기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약간 더 착하게 생긴 윌렘 더 포 느낌..
넷플릭스 오리지널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오면서 느낀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같다는 것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이 영화도 사실 마음 놓고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서 충분하게 기능한다. 아니 액션 코미디 영화에 주인공이 싸움 잘하고 웃기면 장땡이지. 이 부분에서는 나름 괜찮은 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다. 극장에서 돈 주고 상영관에 맞게 그 시간에 들어가서 영화를 본다. 이때 뭐 재밌고 이런 거 다 좋은데 우리가 알고 있던 액션 영화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같이 뭔가 미국 중심주의적인 작품을 보기엔 살짝 아쉽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이제 극장 가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OTT 영화들과는 다르게 더 밀도 있는 영화를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질 못하니 넷플릭스로 봐도 충분한 느낌? 그냥 단순히 볼만한 영화 만들기엔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니 앞으로 영화 제작의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든다. 뭐 나름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이 영화지만 솔직히 주변 사람들이 극장에서 뭐 보면 되냐고 물었을 때 이 작품을 거론하긴 좀 힘들 것 같다. <헌트>보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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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기 위한 그녀들의 힘찬 발걸음
어떠한 문제를 일으켜도 주변의 사람들만 바뀔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관습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 30년 간 드러나지 않았던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을 2017년 뉴욕 타임스가 보도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발화점이 되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결코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현실을 '변화'의 흐름으로 만들어낸 그녀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담겨있는 영화 '그녀가 말했다'를 소개한다.
2016년 어느 날, 많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꼿꼿하게 살아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폭로가 시작됐다. 하지만 잇따른 폭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침묵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에 휩싸여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시간은 흐르고 바뀌지 않은 현실에 절망할 새도 없이 할리우드의 거물의 성범죄 사실을 취재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며 숱한 증언과 부족한 증거로 인해 난항을 겪게 되는데, 과연 두 기자의 취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영화를 거치려면 그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명세와 영향력에 짓눌린 배우들은 그를 거절할 수 없었고 그를 거절한 배우들은 보복당하는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벌어지는 비난도, 피해도 모두 피해자 몫이었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크게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침묵보다 무서운 무관심을 경험했고 그것을 바라본 사람들 또한 '침묵'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침묵하는 약자 앞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는 강자는 '합의'라는 이름으로 그 상황을 마무리 짓고 또 다른 약자에게 손을 뻗친다.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길 바라며 묵인했던 피해 사실은 30년 간 감춰왔던 할리우드의 민낯이었으며 현실이었다. 그 현실 앞에 선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이야기를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끊임없이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이렇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도 끊임없이 범죄행위를 지속했던 이는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고 그 행위를 이어왔다. 전혀 공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합의는 오직 자신을 위한 행위를 지속했던 이에게 큰 힘을 보탰다. 그 고통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던 이들이 폭력의 순응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눈을 뜨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꺼이 자신의 상처를 헤집는 그 용기에 힘입어 그 목소리가 합쳐지는 순간,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그 뒤에는 이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던 두 기자가 있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올바르고 정직한 저널리즘에 의해 더욱 도드라진다.
보통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감정에 치우쳐 객관적인 힘을 일어가곤 하지만 이 영화는 뭔가 좀 다르다. 자극적인 사실에 집중하기보다 객관적인 상황 전달에 무게를 두고 몰입감을 높인다. 말로써 전달되는 부분을 녹취록을 통해 보여주거나 실제 피해자를 등장시켜 더욱 현실감을 더한다. 영화를 '폭로'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사실 전달'에 집중을 하며 이들의 진심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또한 피해 사실에 집중하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화하는 영화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비난에도 방향을 틀지 않고 꿋꿋하고 묵직한 그들의 발걸음이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전 세계 언어로 그녀가 말했다 라는 문장이 그려졌다 지워지는 장면을 끊임없이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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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로 달려가야 하는 노란 벤의 로드 무비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by 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꿈꿔 온 미인대회에 출전하게 된 올리브. 그런 올리브를 데리고 한 명 한 명이 유별난 이 가족이 함께 캘리포니아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노란색으로 가득 찬 이 영화의 포스터는 영화의 전체를 함축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란 벤을 향해 달려가는 각각의 인물들과 소소하고 유쾌하지만 잔잔히 마음을 울리는 상황들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양로원에서 마약하다 쫓겨난 할아버지, 프루스트에 관한 학자로는 일인자라고 하지만 그마저 밀리고 애인까지 뺏긴 동성애자 삼촌, 성공에 대한 강의를 하지만 번번이 계약에 실패하는 아빠, 며칠째 같은 음식만 준비하는 엄마,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묵언수행까지하지만 색맹인 아들, 미인대회에 나가고 싶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에는 조금 벗어난 듯한 막내. 인물들부터가 개인의 각기 다른 목표와 갈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족들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하여 한 차에 탄다는 것부터 일단은 시나리오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의미는 완벽하다. 감독은, 일단 힘을 합쳐 밀어야 출발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추가하여 그 의미를 증폭시킨다.
‘식구’는 먹을 식(食)에 입 구(口)를 이용하여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만큼 가족을 다룬 영화에서도 식사 장면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도 영화 초반부에 식사 장면을 통하여 본 격적으로 인물 설명과 인물 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의외로 식사하는 가족들을 보여주는 앵글 자체는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대신에 대사에 힘을 준다. 평범한 앵글에 강력한 대사를 이용하여 평범해 보이는 가정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식사하기 전에 카메라가 인물들 각각을 잡는 방법은 다르다. 부엌의 구조를 이용하여 이중 프레임을 만들어 아들과 아빠를 각각의 칸에 나누어 두고, 방 문을 또 하나의 프레임으로 이용하여 인물 들을 고립시킨다. 이런 콩가루 집안을 제대로 보여준 덕분에 후반부에서 가족의 행동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함께 식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이들에게 점점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기고 남들과는 다른, 남들이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행동들을 한다. 후반부의 기점이자,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겪는 큰 고비 중 하나인 할아버지의 죽음에 있어서도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운반한다는 것은 남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가족에겐 최선의 선택이자 이 가족이 앞으로 달려 나아가기 위하여 결정해야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각각의 가족이 하나의 목표를 위 해 달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자마자 미인대회장에서 장의사를 찾는 아빠의 모습에서 이들이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 또한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시체를 싣고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 싶지만 아들이 막내와 장난을 치던 중 파일럿에게는 치명적인 색맹이라는 결함을 발견하게 된다. 차 안에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아들은 차에 내려 밭으로 뛰어 내려간다. 이 장면에서도 가족들이 멀리서 서 있는 하늘, 아들이 주저 앉아있는 땅을 분명하게 나누고 높이의 차를 줌으로써 분명한 실패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들을 한 차에 타고 달리게 했던 이들의 목표인 미인대회를 앞두고 미인대회를 망쳐버리고 나온다. 이들의 목표였던, 성공의 지표였던 미인대회로 달려가는 길에서 이들은 사회가 정한 기준보다도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 것이 다. 관객들은 카메라를 통하여 그 여행을 함께했기 때문에 이들이 미인대회에서 실패했지만 패자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 것이다. 미인대회 마지막 무대 직전, 바다 위 부두에 서 있는 풀샷으로 잡힌 삼촌과 아들은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들은 이미 ‘가장 고통받았던 지난 날들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라는 프루스트의 명언과 함께 클로즈업된 이들의 투샷은 그 어떤 장면보다 안정적으로 보인다.
승자를 외치던 아빠가 패자가 되어서도 즐거워하고, 파일럿이 되겠다고 침묵하던 아들이 입을 열 때 가족과 소통하게 된다. 감독은 마지막까지 잘못된 사회의 기준을 미인대회로 보여주며 비판하고 있다.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부터 희망을 의미하는 노란색의 미국 60-70년대 전형적인 벤을 함께 미는 장면까지, 개인의 갈등부터 사회의 갈등까지 완벽한 시나리오를 영화적 언어로 구사해냈다. 자칫 클리셰 할 수 있는 가족과 사회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지 않으면서 재미를 주는 영화이다.
사진출처: IMDB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이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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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불완전한 둥지 안에도 삶은 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눈을 사로잡는 섬세한 영상미의 영화 하나를 감상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앤드리아 아널드는 삶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감독인데요. 이번에도 그는 영국 하층민의 삶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현실을 포착하는 냉철한 시선 끝에 맺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영화 <베일리와 버드>입니다.
베일리와 버드
Bird
Summary
열두 살 베일리는 싱글 대디인 벅과 오빠 헌터와 함께 북부 켄트의 무단 점거한 집에서 살고 있다. 벅은 아이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많지 않고 사춘기에 접어든 베일리는 집 밖에서 관심과 모험을 찾으려 한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앤드리아 아널드
출연: 니키야 아담스, 배리 키오건, 프란츠 로고프스키
날갯짓을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영화의 주인공은 사춘기 소녀 '베일리'입니다. 그는 비행 청소년, 양아치, 건달들이 무단 점거하고 있는 낡은 건물에서, 미성년자였던 시절에 자신을 낳은 아빠 '벅'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벅'은 그야말로 오늘 하루만을 사는 사람입니다. 돈을 벌면 버는 대로,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죠. 내일에 대한 계획 없이 그날그날을 흘려보내는 삶입니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사는 아빠가 석 달 만난 새 여자친구와 또다시 느닷없는 결혼을 선포하자, '베일리'는 일상에 질려버린 채 집 밖을 맴돕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밖을 배회하던 '베일리' 앞에 새의 날갯짓이 만들어낸 바람처럼 홀연히 '버드'가 나타납니다. 오래전 헤어졌다는 가족을 찾으러 이 마을에 왔다는 '버드'. 둥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베일리'는 둥지에서 떨어진 듯한 '버드'를 돕기로 합니다.
겉보기에 '버드'는 몹시 유약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자유로움과 그대로 추락해 버릴 듯한 위태로움이 공존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는 꺾이지 않는 단단함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빠 '벅'이 뱉는 말에는 도무지 신뢰를 느끼지 못하는 '베일리'도 "Don't you worry"라는 '버드'의 말에는 강한 힘을 느낍니다. 얇고 연약한 깃털이 겹겹이 쌓여 바람을 가를 정도로 단단해진 날개로, 그는 '베일리'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합니다.
'버드'와의 만남은 '베일리'에게 작은 변화를 일으킵니다. 결국 둥지를 완전히 떠나진 못했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 '베일리'. 그렇게 영화는 인간보다 더 큰 범위를 조망한다는 새의 눈을 가진 '베일리'를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버드'를 연기한 독일 배우 프란츠 로고스키는 이 신비로운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합니다. 펄럭이는 치마를 입고 옥상에 홀로 머무를 때의 모습은 정말로 새와 같은 형상을 떠올리게 했죠. 생각해 보면, <버드맨>부터 <애니멀 킹덤>까지 우리는 영화 안에서 인간이 새로 변신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새라는 존재가 가장 자연스럽게 '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모두 한 번쯤, '버드'처럼 또 '베일리'처럼 다가올 바람을 기다리며 높게, 멀리 날아가기를 꿈꾸니까요.
⊙ ⊙ ⊙
이상적이진 않지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 영화는 베일리와 버드의 관계만큼이나, 미성년자 부모가 구성한 가족의 형태에도 집중합니다. 아빠 ‘벅’은 14살에 첫째 아들 '헌터'를 낳았고, 머지않아 또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베일리'를 얻었습니다. '베일리'의 엄마에게도 세 명의 자식이 더 있죠. 그러나 젊고 치기 어린 두 부모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아이를 잉태할지는 도무지 가늠이 어렵습니다.
이들은 아이를 낳지만, 아이를 위한 적절한 환경을 준비하진 않습니다. 그렇게 방치된 채 자라는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폭력에 노출되죠. '베일리'에게 세상의 전부는 무단 점거된 건물과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양아치들뿐입니다. 그 너머의 세계는 인식되지도, 정의되지도 않았죠. 주먹을 휘두르는 오빠 '헌터'를 향한 분노도 ‘끼워주지 않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토록 불완전하고 위험한 환경에 놓인 '베일리'를 보며 아빠 '벅'에게 화가 차올랐지만, 어쩐지 영화가 흘러갈수록 이 가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은 오묘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벅'은 자식들에게 "너희를 낳은 걸 후회해. 하지만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이 대사를 두고 누군가는 ‘비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포장한 대사’라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이상하다고 평가해 버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벅'은 아이가 귀가하지 않으면 걱정하고, 자신의 결혼식에 함께해주길 바라고, 아이가 괴로워하면 곁에 앉아 진심으로 위로하려고 합니다. 그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했던 '베일리'도 끝내는 가족의 품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때, 영화가 포착한 베일리의 심정은 벗어날 수 없는 가족 안에서의 체념이 아니었죠.
너무 직설적이라서 마음이 아프고, 아프다 못해 그냥 외면해 버리고 싶은 가정의 모습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삶이 다르니, 사랑의 모습도 다를 수 있습니다. 삶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안엔 저마다의 좌절과 희망이 있습니다. 누구의 방식이 옳다거나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 이 영화는 그런 시선을 우리에게 건넵니다.
One-Liner
고장 난 둥지에서도, 누군가의 품이 있다면 새는 자란다.
Schedule in JIFF
2025.05.02(금) CGV전주고사 1관 10:30
2025.05.05(월)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13:30
2025.05.06(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20:3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4월 30일 - 05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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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한 작품들과 영화 제작시 이점
원래 영화감독은 다 할 줄 알아야 된다면서요?
영화감독이 연출,촬영까지 직접 한 작품들을 모아왔습니다.
감독이 카메라를 잡으면 그들의 창의적 비전이 화면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영화의 스타일과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또한, 촬영 감독과의 의사소통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장면을 조정할 수 있어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인데, 이는 각도나 조명, 배우의 연기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인디 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경우, 감독이 촬영까지 맡으면 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제작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촬영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시도할 수 있어 창의적인 장면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죠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맡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백치들 줄거리
카렌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레스토랑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백치 행위 그룹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만, 점차 동화되어 백치 행위에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은 일상에 지장을 받게 되고, 흥미를 잃으며 그룹은 분열된다. 스토퍼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들 앞에서 백치 행위를 하자는 제안을 하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실패하며 그룹은 해체된다. 카렌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진실된 백치 행동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킬러스 키스 줄거리
데이비 고든은 1라운드에서 애송이 로드리게의 강한 펀치 한방으로 나가떨어지고 난 뒤 복싱계에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복서다. 그리고 데이비와 바로 이웃집에서 창문을 마주하고 있는 글로리아 프라이스는 플레져랜드에서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댄서. 글로리아는 그의 상사이자 애인인 빈센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지만 그는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별안간 데이비의 인생에 끼어 든 글로리아. 이로써 둘은 서로의 문제에 얽혀들게 되고 글로리아의 애인 빈센트는 둘을 극도로 시기한다. 결국 빈센트는 데이비를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을 요청하지만 실수로 데이비가 아닌 그의 친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데이비와 글로리아는 빈센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인랜드 엠파이어 줄거리
헐리우드 스타 니키 그레이스는 간절히 바래왔던 새 영화 슬픈 내일의 환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영화는 폴란드 단편 47의 리메이크작이며, 원작의 주연 배우들이 살해된 미스터리가 있다.
촬영 중 니키와 상대 배우 데본은 역할에 몰입하며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원작 배우들이 넘지 말아야 했던 감정의 선 때문에 피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니키는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며 급기야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시공을 넘어선 차원에 이르고, 초현실적 경험을 계속하게되는데...
탠저린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LA 도심에 탱탱볼 같은 그녀들이 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트랜스젠더 ‘신디’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남자친구 ‘체스터’가 진짜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디와 그녀의 절친 ‘알렉산드라’는 이 추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LA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된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바람둥이 소탕 작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팬텀 스레드 줄거리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우연히 마주친 젊고 당찬 ‘알마’에게 첫눈에 반한다. 레이놀즈 인생 최고의 뮤즈이자 유일한 연인이 된 알마. 마치 환상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레이놀즈가 만든 세상의 일부일 뿐인 그녀는 자신의 전부인 사랑을 걸고 그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다.
데쓰 프루프 줄거리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오스틴. 인기를 한 몸에 끌고 있는 섹시한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는 친구인 알린, 셰나와 셋이 모처럼 신나는 밤을 보낼 예정이다. 밤 새도록 동네의 바를 섭렵하며 신나게 웃고 춤추는 세 사람, 그러나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들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으니….
자신 뿐 아니라 아름다운 미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역)가 바로 그다. 자신의 차를 ‘100% 데쓰 프루프(절대 죽지 않는)’의 안전한 차라고 소개하며 안전귀가를 책임지겠다고 미녀들을 유혹하는 마이크. 어느 날, 또 다른 미녀들을 노리던 그는 인생 최고의 제대로 된 적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씬 시티 줄거리
형사 하티건은 천사와 같이 순수한 댄서 낸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총을 잡는다. 그러나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하는 유괴범 로크는 낸시를 손에 넣기 위해 하티건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거리의 파이터인 마브는 하룻밤 사랑을 나눈 금발 여인 골디가 다음날 아침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 마브는 그녀를 위해 복수를 시작한다. 한편 올드 타운에서 부패한 형사반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린 사진작가 드와이트는 타운의 보스인 게일과 함께 경찰의 비호를 받는 갱들과 한바탕 전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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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영화 VIP 시사회란??
?씨나병의 영화정보? ⠀ ?첫번째 주제? ⠀ 영화 VIP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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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휴먼 보이스> 메인 예고편
떠난 연인과 함께 살던 집에서 그의 마지막 전화를 기다리는 여자.
드디어 전화가 울린다.
조심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라며
여자는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랑이 식은 남자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여자는 그의 대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