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25 16:52:28
2022 오스카 후보작 예측
버라이어티지 선정
올해 초, 윤여정 배우의 수상으로 인하여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은 북미 최대 영화 시상식 오스카상이 2021년도 3월 이후 개봉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2022 Oscars 의 일정을 발표하였습니다. 제 94회 오스카 시상식은 L.A.할리우드에 위치한 돌비 씨어터에서 2022년 3월 27일에 개최될 예정인데요.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오스카 후보 선정은 2022년 1월 27일 (목)부터 2022년 2월 1일(화)까지 진행되어 2022년 2월 8일(화)에 최종 노미네이션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매우 영예로운 시상식이자 모든 영화인들의 뜨거운 감자인 시상식인 만큼, 수많은 잡지 및 평론가들은 연말 시즌이 되면, 그 다음해 오스카상 후보작을 예측해보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오스카 후보작 예측 중, 오늘은 특별히 북미 연예통신 Variety지가 뽑은 2022 오스카상 후보작 예측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리스트를 지금부터 같이 알아볼까요?
잇츠 CINE PICK!!
작품상 (Best Picture)
- <벨파스트>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이트리오나 발피, 제이미 도넌, 시아란 힌즈, 주디 덴치, 콜린 모건, 주드 힐
주요 : 2021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 <킹 리차드>
감독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 윌 스미스, 존 번탈, 리브 슈라이버, 언자누 엘리스, 수지 애브로메잇
주요 : 북미 극장 & HBO Max 동시 공개
- <파워 오브 도그>
감독 : 제인 캠피온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토마신 맥켄지
주요 : 2021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 수상, 황금사자상 경쟁후보작
- <듄>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티모시 샬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젠데이야
주요 : 2021 베니스영화제 초연, <듄> 파트 2 제작 확정
- <틱, 틱... 붐!>
감독 : 린-마누엘 미란다
출연 : 앤드류 가필드, 알렉산드라 쉽, 로빈 드 지저스, 바네사 허진스
주요 : 뮤지컬 <렌트>의 조너선 라슨의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작품
감독상 (Best Director)
- 케네스 브래너, <벨파스트>
주요작 : <나일 강의 죽음>, <테넷>, <오리엔트 특급 살인>, <덩케르크>, <신데렐라>(2015) 등
- 제인 캠피온, <파워 오브 도그>
주요작 : <그들 각자의 영화관>, <워터 다이어리>, <여인의 초상>, <피아노>, <내 책상 위의 천사>, <스위티>
- 드니 빌뇌브, <듄>
주요작 : <블레이드 러너 2049>, <컨택트>,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그을린 사랑>, <지구에서의 8월 32일>
-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킹 리차드>
주요작 : <굿 조 벨>, <몬스터즈 앤 맨>, <스탑>
- 폴 토마스 앤더슨, <리커리쉬 피자>
주요작 : <팬텀 스레드>, <펀치 드렁크 러브>, <매그놀리아>, <부기 나이트>, <리노의 도박사>, <담배와 커피>
남우주연상 (Best Actor)
- 윌 스미스, <킹 리차드>
주요작 : <알라딘>, <나는 전설이다>, <행복을 찾아서>, <아이, 로봇>, <맨 인 블랙>, <나쁜 녀석들>
- 앤드류 가필드, <틱, 틱... 붐!>
주요작 : <달링>, <핵소 고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네버 렛 미 고>, <소셜 네트워크>, <보이 A>
- 베네딕트 컴버배치, <파워 오브 도그>
주요작 : <더 스파이>, <1917>,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 유령신부>, <노예 12년>, <호빗>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돈 룩 업>
주요작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위대한 개츠비>, <인셉션>, <에비에이터>, <타이타닉>
- 덴젤 워싱턴, <더 트래저디 오브 맥베스>
주요작 : <매그니피센트 7>, <더 이퀄라이저>, <플라이트>, <아메리칸 갱스터>, <말콤 X>
여우주연상 (Best Actress)
- 크리스틴 스튜어트, <스펜서>
주요작 : <세버그>, <퍼스널 쇼퍼>, <카페 소사이어티>, <스틸 앨리스>, <트와일라잇>, <패닉 룸>
- 니콜 키드먼, <리카르도 되기>
주요작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킬링 디어>, <래빗 홀>, <디 아워스>, <물랑 루즈>, <아이즈 와이드 셧>
- 레이디 가가, <하우스 오브 구찌>
주요작 : <스타 이즈 본>, <레이디 가가 155cm의 도발>
- 올리비아 콜먼, <로스트 도터>
주요작 : <더 파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더 랍스터>, <철의 여인>
- 프란시스 맥도맨드, <더 트래저디 오브 맥베스>
주요작 : <프렌치 디스패치>, <노매드랜드>, <쓰리 빌보드>, <노스 컨츄리>, <올모스트 페이머스>, <파고>
남우조연상 (Best Supporting Actor)
- 시아란 힌즈, <벨파스트>
주요작 : <퍼스트맨>, <래드 스패로>, <저스티스 리그>, <더 이클립스>, <데어 윌 비 블러드>, <툼 레이더>
- 자레드 레토, <하우스 오브 구찌>
주요작 : <수어사이드 스쿼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미스터 노바디>, <레퀴엠>, <아메리칸 싸이코>
- 제이미 도넌, <벨파스트>
주요작 : <와일드 마운틴 타임>, <나인스 라이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마리 앙투아네트>
- J.K. 시몬스, <리카르도 되기>
주요작 : <팜 스프링스>, <라라랜드>, <위플래쉬>, <잡스>, <저스티스 리그>, <해피 어게인>
- 로빈 드 지저스, <틱, 틱... 붐!>
주요작 : <보이즈 인 더 밴드>, <11:55>, <헤어브레인드>, <팻 걸스>
여우조연상 (Best Supporting Actress)
- 커스틴 던스트, <파워 오브 도그>
주요작 : <히든 피겨스>, <멜랑콜리아>, <마리 앙투아네트>, <이터널 선샤인>, <스파이더맨>, <브링 잇 온>
- 케이트리오나 발피, <벨파스트>
주요작 : <포드 V 페라리>, <머니 몬스터>, <나우 유 씨 미: 미술사기단>, <픽쳐 미: 모델 다이어리>
- 언자누 엘리스, <킹 리차드>
주요작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우나 비다: 어 페이블 오브 뮤직 앤 더 마인드>, <헬프>
- 주디 덴치, <벨파스트>
주요작 : <여배우들의 티타임>, <필로미나의 기적>, <007 시리즈>, <제인 에어>, <오만과 편견>, <전망 좋은 방>
- 루스 네가, <패싱>
주요작 : <애드 아스트라>, <러빙>, <아이오나>, <노블>
각본상 (Best Original Screenplay)
- <리커리쉬 피자>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각본 :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 알라나 하임, 쿠퍼 호프먼, 숀 펜, 브래들리 쿠퍼, 마야 루돌프, 벤 스틸러
- <벨파스트>
감독 : 케네스 브래너
각본 : 케네스 브래너
출연 : 케이트리오나 발피, 제이미 도넌, 시아란 힌즈, 주디 덴치, 콜린 모건, 주드 힐
- <커몬 커몬>
감독 : 마이크 밀스
각본 : 마이크 밀스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만, 우디 노먼, 몰리 웹스터
- <킹 리차드>
감독 :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각본 : 자크 베일린
출연 : 윌 스미스, 존 번탈, 리브 슈라이버, 언자누 엘리스, 수지 애브로메잇
- <더 하더 데이 폴>
감독 : 제임스 사무엘
각본 : 제임스 사무엘, 보아즈 야킨
출연 : 조나단 메이저스, 재지 비츠, 이드리스 엘바, 레지나 킹
각색상 (Best Adapted Screenplay)
- <파워 오브 도그>
감독 : 제인 캠피온
각색 : 제인 캠피온
원작 : 토머스 새비지의 소설 [The Power of the Dog]
- <로스트 도터>
감독 : 매기 질렌할
각색 : 매기 질렌할
원작 :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The Lost Daughter]
- <코다>
감독 : 션 헤이더
각색 : 션 헤이더
원작 : 에릭 라티고의 영화 <미라클 벨리에>
- <나이트메어 앨리>
감독 : 기예르모 델 토로
각색 : 기예르모 델 토로
원작 : 윌리엄 린지 그레샴의 소설 [Nightmare Alley]
- <패싱>
감독 : 레베카 홀
각색 : 레베카 홀
원작 : 넬라 라슨의 소설 [Passing]
장편 애니메이션상 (Best Animated Feature)
- <엔칸토: 마법의 세계>
감독 : 바이론 하워드, 자레드 부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출연 : 스테파니 비트맂, 윌머 발더라마, 다이앤 게레로
-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감독 : 마이클 리안다, 제프 로우
출연 : 애비 제이콥슨, 대니 맥브라이드, 마야 루돌프, 올리비아 콜먼
- <루카>
감독 : 엔리코 카사로사
출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마야 루돌프
- <나의 집은 어디인가>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보 아스달 안데르센, 미하일 벨린슨
- <용과 주근깨 공주>
감독 : 호소다 마모루
출연 : 사토 타케루, 나리타 료, 소메타니 쇼타, 타마시로 티나
음악상 (Best Original Score)
- 조니 그린우드, <스펜서>
대표작 : <너는 여기에 없었다>, <팬텀 스레드>, <마스터>, <케빈에 대하여>, <데어 윌 비 블러드>
- 한스 짐머, <듄>
대표작 : <007 노 타임 투 다이>, <라이온 킹>,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 조니 그린우드, <파워 오브 도그>
대표작 : <너는 여기에 없었다>, <팬텀 스레드>, <마스터>, <케빈에 대하여>, <데어 윌 비 블러드>
- 니콜라스 브리텔, <돈 룩 업>
대표작 : <크루엘라>,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바이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문라이트>
- 알베르토 이글시아스, <패러렐 마더스>
대표작 : <페인 앤 글로리>, <줄리에타>, <내가 사는 피부>, <체 게바라>, <연을 쫓는 아이>, <귀향>
주제가상 (Best Original Song)
- <킹 리차드> "Be Alive"
작곡가 : Beyonce Knowles-Carter, Dixson
- <더 하더 데이 폴> "Guns go Bang"
작곡가 : Jeymes Samuel, Scott Mescudi, Shawn Carter
- <시라노> "Every letter"
작곡가 : Matt Berninger, Carin Besser, Aaron Dssner, Bryce Dessner
- <돈 룩 업> "Just Look Up"
작곡가 : Nicholas Britell, Ariana Grande, Scott Mescudi, Tara Stinson
- <벨파스트> "Down to Joy"
작곡가 : Van Morrison
국제 장편영화상 (Best International Feature)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국가 : 노르웨이
감독 : 요아킴 트리에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 <히어로> (A Hero)
국가 : 이란
감독 : 아쉬가르 파라디
출연 : 아미르 자디디
-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국가 : 덴마크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보 아스달 안데르센, 미하일 벨린슨
- <6번 칸> (Compartment Number 6)
국가 : 핀란드
감독 : 주호 쿠호스마넨
출연 : 유리 보리소프, 율리아 아우크, 디나라 드루카로바, 폴리나 아우그
- <신의 손> (The Hand of God)
국가 : 이탈리아
감독 :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 필리포 스코티, 토니 세르빌로, 루이자 라니에리
장편 다큐멘터리상 (Best Documentary Feature)
-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보 아스달 안데르센, 미하일 벨린슨
- <더 레스큐> (Rescue, The)
감독 : 지미 친,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출연 : 릭 스탠턴, 존 볼란텐, 리처드 해리스, 짐 워니
-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
감독 : 토드 헤인스
출연 : 메리 우로노브, 조너선 리치먼, 루 리드, 존 케일
- <후 위 아: 어 크로니클 오브 레이시즘 인 아메리카> (Who We Are: A Chronicle of Racism in America)
감독 : 에밀리 컨스틀러, 사라 컨스틀러
출연 : 제프리 로빈슨, 타미 소여, 캐롤린 페인, 티파니 크러처, 조세핀 볼링 맥콜
- <소울, 영혼, 그리고 여름> (Summer of Soul (...Or, When the Revolution Could Not Be Televised))
감독 : 퀘스트러브
출연 : 린-마누엘 미란다, 크리스 록, 스티비 원더, 살 마세켈라
오스카 노미네이션을 기다려보며, 위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어떤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쥘지 예측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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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평의 여정이 수직적인 세상에 가져올 변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소영(이지은)'은 부산의 한 교회 베이비 박스 앞에 아기 '우성'을 내려놓고 떠난다. 때마침 베이비 박스 당직을 서던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소영이 남긴 쪽지에 아기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그러나 다음 날 빚에 시달리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이 불법 입양 브로커로서 길을 나서려는 찰나에, 예상치 못하게 엄마 소영이 아기를 되찾기 위해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결국 자신들이 브로커임을 고백한 상현과 동수. 이에 소영은 우성이의 양부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하기로 한다. 한편 이 일련의 과정을 빠짐없이 관찰한 형사 '수진(배두나)'은 후배 ‘이형사(이주영)'와 함께 두 브로커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그들의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는 부모의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로, 한국에서는 2009년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서 처음 시작된 후 현재 3곳의 종교시설에서 운영되고 있다. 사실 베이비 박스는 선한 목적과는 별개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아이를 유기하게 만든다고 말해왔고, 긍정하는 쪽에서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혼 부모처럼 아이를 양육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의 현실과 이에 무관심한 한국 사회의 태도가 중첩된 결과 베이비 박스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양측 모두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촬영하고 연출하여 제75회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브로커>가 베이비 박스 앞에서 시작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미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은 가족이나 소외된 이들의 삶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들을 스크린 위로 끄집어 올리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또 그의 작품은 서늘한 현실감을 유지한 채 해당 문제들을 파고들면서도, 섣불리 비판할 대상을 정하는 대신 그 문제를 겪는 당사자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경우도 많다. <브로커>도 마찬가지다.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를 자행하는 브로커의 여정을 포착한 이 로드무비는 악행과 선의 사이에서 피어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수직적인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순
그 아이러니는 울진의 한 수산물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우성이를 사려는 한 부부를 만난 소영, 동수, 상현. 부부는 우성이의 눈매나 눈썹을 살펴보면서 못생겼다며 외모를 품평하고, 친부의 직업이나 과거사를 따진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 본래 약속보다 낮은 가격에 할부로 우성이를 구매하겠다는 제안하는 부부. 이에 당황한 상현과 동수는 어떻게든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 흥정을 해보지만, 아기를 비하한 부부에게 분노한 소영 덕분에 흥정은 이내 끝이 난다. 이 장면은 수많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수산물 시장에서 생선 대신 아기가 거래 대상인 것이나, 아기를 파는 사람이 아기의 가치를 존중해 달라고 구매자의 부도덕함을 비난하는 것이나, 브로커에게 더 나은 구매자를 찾아달라는 소영의 모습은 무엇 하나 말이 되지 않는다. 아기를 팔려고 하는 순간 이미 도덕과 윤리와는 거리가 멀어진 듯 한데, 그 안에서 또 도덕을 따지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이처럼 악행을 저지르는데 정작 그 안에서는 선의가 느껴지는 모순은 러닝타임 동안 다양하게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때 작중 모순은 서로 다른 세상의 논리가 충돌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직적인 세상 안에서 수평적인 관계가 부딪힌 결과다. 우선 <브로커>의 세상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 계급 우화"인 <기생충>처럼 수직적으로 묘사되며, 영화는 꾸준히 오르고 내린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는 날에 소영은 아기를 버리기 위해 골목길을 올라가고, 수진과 이 형사는 그런 소영을 내려다본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를 만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헛헛한 인생 이야기를 한 동수는 보육원으로 향하는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동선과 시점에 더해 인간관계도 수직적이다. 조폭들에게 5,000만 원을 빚진 상현은 일원 중 하나인 태호 앞에서 쩔쩔매고, 후반부에는 그와 담판을 짓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내려간다. 영화의 배경마저도 수직적인데, 부산답게 걸어 올라가기조차 벅찬 계단들이 잊을 법하면 등장한다.
거듭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선, 시점, 관계는 세 인물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가장 아래에 있고, 밀려난 이들이라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러 상자인 베이비 박스, 네모난 봉고차와 보육원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베이비 박스가 상현, 소영, 동수 개개인의 삶이라면, 자동차는 가족을 상징하며, 보육원은 가족보다 조금 더 큰 사회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육원 밖에는 사회라는 가장 큰 상자가 있다. 이때 가장 큰 상자로부터 작은 상자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어려움은 결국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들어가게 만든다. 상현은 조폭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불법 브로커로 활동한다. 보육원을 떠났지만 이렇다 할 희망을 찾지 못한 동수는 상현과 함께 봉고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밀매한다. 가족을 이룰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소영은 아기를 베이비 박스 앞에 내려놓는다. 이렇게 영화는 수직적인 세계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사연을 베이비 박스 안에 담는다.
수평의 동행이 만든 가족
그러나 <브로커>는 아픈 사연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지상과 지하, 계단 위와 아래 사이에 냄새조차 넘어가서는 안 될 명확한 선이 있었던 <기생충>과는 달리 <브로커>는 비극으로 치닫지 않는다. 상승과 하강의 세계가 극한으로 향하기 전에 동행이라는 이름의 수평축을 새로이 끼워넣기 때문이다. 소영이 동수에게 자신이 꾸는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 수평적 동행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꿈속에서 비를 맞고 깨끗해지는 꿈을 꾼다는 소영은 그 꿈이 그저 꿈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그러자 동수는 두 명이 쓸 수 있을 만큼 큰 우산이 있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소영이 비를 맞으며 아이를 버렸던 것을 생각하면, 고물이 되어버린 봉고차 안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가 그 비를 피할 우산이 될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봉고차를 세차하던 중 다섯 일행이 비눗물을 뒤집어쓰고, 상현과 소영이 각자 쓰던 가명 대신 본명을 털어놓으며 깨끗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수직적인 세상과 대조되는 수평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안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봉고차의 여정과 인천으로 향하는 KTX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동행은 수직적인 세계에서 지친 이들, 특히 가족이 부재한 이들이 봉고차 안에서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과정이라서 특별하다. 성매매 여성인 소영은 상현과 동수를 만나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 소속된 느낌이 무엇인지를 새로이 깨닫는다. 보육원 출신인 동수는 소영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되돌아오지 않은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혼 후 딸과 별거 중인 상현은 몰래 보육원을 빠져나와 봉고차에 탄 해진에게서 딸의 모습을 본다. 이는 오르내리는 대관람차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 찬가로 이어지는 봉고차
이때 영화는 유대감과 치유의 이야기를 인간 내면의 순수함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으로 확장한다. 사실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은 예기치 못하게 만났고 또 좋은 일로 만난 것도 아니었다. 아기를 유기하는 소영의 행동이나 그 아기를 교회에서 맡아 기르는 대신 팔아버린 상현과 동수의 행위는 누가 뭐라 해도 범죄였다. 그러나 영화는 악행 기저에 깔린 선의들의 만남에 주목한다.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떠났지만 되돌아온 소영의 모성애, 아기를 잘 키워줄 적임자를 찾아주려 했다는 상현의 배려심, 버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동수의 동병상련은 한 데 모여 치유의 드라마를 써 내려간다. 물론 자신들의 행적을 둘러대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진심인 선의가 만나 새 가족을 만들고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이 감동은 엄마이자 딸로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 소영이 모두에게 전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로 함축되어 있다. 달리 말해 이 대사에는 악행을 저지른 모든 이들의 내면에도 미처 꺼내지 못했을 선함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함 덕분에 모두의 생명이 특별하다는 인간 찬가가 담겨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모두가 최선을 선택하며, 자신들이 마주해야 했던 인생과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모든 책임을 아이 엄마에게 묻는 대신 그녀의 마지막 선택에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인간의 선의에 대한 희망은 <브로커>만의 따스함이 감도는 영상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 인위적인 설정 대신 햇빛과 같은 자연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있는 그대로 포착해 찍어낸 덕분이다. 상현과 소영의 진심이 튀어나오는 KTX 안에서의 대화 장면이 밝음과 어둠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처럼 수직의 세상에 피어난 선함이라는 주제는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이 돌아간 이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도 소시민적으로 수직적인 세상을 사는 인물이면서도 수평적 여정의 끝에서 인간의 선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인 상현은 영화에 담긴 아이러니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흔들리는 편견과 고정관념
그렇다고 해서 <브로커>가 마냥 따뜻하고, 희망적이고, 밝은 태도만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답게 상현, 동수, 소영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신 영화는 이 아이러니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즉 수진의 시점에서 따라가도록 권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은 수진의 세계를 보여준다. 수진이 소영을 내려다보는 구도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소외된 이들을 보는 시점으로, "버릴 거면 낳지를 말라"는 수진의 태도가 잘 반영되어 있다. 또 아기를 실은 상현의 봉고차를 수진이 조용히 쫓는 장면에서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는 것도 관찰자이기에 관객이 쉽게 동일시할 수 있는 그녀의 관점을 강조해준다.
그리고 수진의 관점과 태도가 뚜렷하기에 브로커 일행을 쫓는 그녀의 여정에는 더욱 깊은 드라마가 담긴다. 단순한 관찰자였던 그녀가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의 동행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이면을 마주하고, 자기 내면에 찾아온 혼란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녀의 냉철한 신념과 태도는 "낳고 나서 죽이는 게, 낳기 전에 죽이는 것보다 죄가 더 가볍냐"는 소영의 반박에 꺾인다. 아이를 매매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그들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편견과 제도의 공백이 그녀를 흔든다. 또 멀쩡한 부부에게 입양되어야만 비로소 우성이가 행복할 거라는 그녀의 고정관념은 "아이를 가장 팔고 싶은 건 나였나 봐"라는 대사를 통해 고발된다.
이렇게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가 필요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람의 선의를 믿으며, 미리 단정 짓지 말자고 설득한다. 정당화될 수는 없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직과 수평의 충돌 안에 담는다. 사회 제도에 대한 의문과 통념으로 자리 잡은 윤리적 판단에 대한 의심으로 악행과 선의의 딜레마를 장식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수진과 동일한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결말을 마주한 순간 긴 여운 속에서 영화의 메시지를 곱씹으며 자신을 성찰하는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다만 영화적 뚝심과는 별개로 <브로커>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크다. 다루려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 나머지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여정, 곧 소영과 우성이/브로커인 상현과 동수/브로커를 추적하는 수진과 이 형사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사실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를 고려하면 이 많은 캐릭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이는 특히 최후반부에 얽히고설키는 상현, 소영, 동수, 수진의 선택에서 그들의 심경 변화가 한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보육원 시퀀스처럼 대사가 명확히 들리지 않는 기술적인 문제도 감상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이지은의 연기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과 같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사연을 하나로 묶는 접점도 소영이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것도 소영이기 때문에 자연히 그녀의 퍼포먼스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덕분에 언제나 수심 가득하던 얼굴에 슬며시 웃는 미소를 지나 당찬 의지가 담기고, 진한 스모키 화장이 지워지는 그녀의 변화만 따라가도 <브로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다만 완성도 때문에 영화의 온기와 따스함이 지닌 설득력이 약화되는 게 결국 문제다. 인신매매와 살인처럼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심각성을 지닌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낙관적이고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 듯한 경향성이 살짝 엿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상적이고 작위적인 화법 때문에 영화의 결말에 끝내 설득되지 않는다면, <브로커>는 그저 순진하게 풀어낸 인간 찬가로 기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가 갖는 중요성과 가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역량과 명망을 생각하면 이는 퍽 안타까운 결과다.
A(Acceptable, 무난함)
인간의 선함을 믿어보자는, 따뜻함과 나이브함 사이에 있는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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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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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범죄도시 4>, 18일 크랭크인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가 18일 네 번째 시리즈 촬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4편에서는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잡는 이야기를 담았다. 4편의 메인 빌러은 김무열이 맡았다고 한다.
김태리, 드라마 <정년이> 출연
ⓒ TVING
배우 김태리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인 <정년이>의 출연한다고
밝혔다. 웹툰 '정년이'의 작화를 담당한 나몬 작가는 윤정년의 초기 이미지 구성 당시
김태리를 떠올리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밝혀 많은 이들이 김태리의 출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커넥트>, 12월 7일 공개
ⓒ 디즈니+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는 12월 7일에 전체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동수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는 지독한 추격을 담아낸 이야기를 담았다.
해외
<프린세스 다이어리>, 3편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디즈니에서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1,2편의
주연 배우 앤 해서웨이의 출연 여부는 불분명하나, 이전에 출연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던 적이 있다.
한국계 스파이더우먼 '실크', 드라마 제작 확정
ⓒ 마블 코믹스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스튜디오와 손 잡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핀오프 실사 시리즈 <실크: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크는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를 물었던 초능력 거미에 물려 히어로 '실크'로 거듭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캐서린 오하라, <비틀쥬스2>로 복귀
ⓒ IMDB
영화 <비틀쥬스 2>에 1편에 '딜리아' 역으로 출연한 배우 캐서린 오하라가 복귀한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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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기완 | 사랑하기에는 둘의 고통이 너무 달랐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머니 '옥희'(김성령)의 죽음과 함께 중국에서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그는 마지막 재산과 희망을 쥐어짜서 벨기에 브뤼셀로 향한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후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하지만 그의 세상은 여전히 혹독하다. 벨기에 정부의 난민 심사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진행되고, 잠잘 곳도 직업도 없는 기완은 브뤼셀의 길거리에서 간신히 살아남는다.
어느 날, 기완은 무인 세탁실에서 눈을 붙이던 중 어머니와의 추억을 간직한 지갑을 도난당한다. 그는 경찰서에서 범인 '이마리'(최성은)를 만나고, 마리는 황당한 부탁을 한다. 자기가 전과가 있으니 잃어버린 금액을 줄여서 진술해 달라는 것. 기완은 지갑이 있는 곳에 바로 데려가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그는 미처 예상 못한, 마리와 함께 하는 삶에 첫 발을 내딛는다.
<로기완>에게 건 기대
근래 넷플릭스에서 한국 영화를 보면 실망스러운 작품이 많다.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작품에 대한 선입견도 생겨난다. 이번에도 기대보다 못할 것이고, 단순한 킬링타임 영화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 배우나 제작진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로 인한 나비효과다.
<로기완>은 조심스럽게 다른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작품이었다. 소재를 다루는 관점이 독특했기 때문. 물론 탈북자들의 어려움 자체는 새롭지 않다. 차인표 주연의 <크로싱>(2008)이 대표적이다. <로기완>은 달랐다. 한국에 입국하려는 탈북자가 아니라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탈북자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대는 일부 충족된다. <로기완>은 통상적으로 고려하지 못했거나 조명받지 못한 현실을 드러낸다. 인간답게 살려고 북한을 탈출했지만, 또다시 '거주할 권리'와 '떠날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탈북자의 절박함과 억울함을 연기한 송중기의 연기력도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대신 한계도 명확하다. <로기완>은 한 탈북자의 사연을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하기 위해 장르를 전환한다. 그러나 탈북자의 난민 신청기가 멜로로 전환되는 분기점을 보여줄 방식을 잘못 선택했다. 그 결과 <로기완>은 시청자를 설득할 힘까지는 보여주지 못했고, 끝내 기대를 저버린다.
생존의 의미를 묻다
<로기완>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생존'이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의 의미'를 묻는다. 시작부터 카메라는 로기완의 생존기를 화면에 담는다. 벨기에 정부가 난민 신청을 받아주기 전까지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완. 그는 공중화장실을 숙소로 삼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밥을 먹고, 공병을 모아 번 푼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 시퀀스는 담담하기에 강렬하다. 일련의 사건이 픽션보다 팩트에 가까울 것이기에 울림이 더 크다.
중반부터는 그의 생존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는다.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자책하는 기완. 그는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마리의 아버지 '이윤성'(조한철)은 정반대의 조언을 한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지금 처지에서 사치가 아니냐고. 일단 살아남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기완의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난민 심사 과정이나 고기 공장에 불법으로 취업하는 장면은 문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보여준다. 반면에 쓰레기를 찾아 먹던 기완이 멀끔하게 고기를 구워 먹고, 마리와의 사랑을 싹 틔우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대목은 그가 어머니의 유언을 따르려는 노력을 상징한다. 즉, <로기완>은 그가 어떤 생존을 선택하는지를 뒤쫓는 영화인 셈이다.
멜로가 등장하는 이유
이에 더해 영화는 기완의 선택에 담긴 의미를 확장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인간다운 삶을 기완의 마지막 말마따나 "떠날 권리"로 재정의한다. 이는 이중적인 말이다. 일단 물리적인 의미가 있다. 당장 탈북은 그 자체로 '떠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사투다. 또 이 싸움은 탈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난민 심사에서 탈락하면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고, 심사가 끝날 때까지는 벨기에를 떠날 수 없으니까.
동시에 심리적인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기완은 어머니가 남긴 지갑과 돈을 자기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긴다. 도난당한 지갑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벨기에 마피아들에게 대책 없이 달려들 정도다. 그의 몸에 남은 흉터는 그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인해 어머니를 잃은 고통과 죄책감을 항상 상기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떠날 권리"는 마음의 상처를 딛고, 자기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삶을 말한다.
<로기완>은 그 연장선상에서 마리를 등장시킨다. 사격 선수였던 마리는 전지훈련을 간 사이에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안락사로 사망하자, 그 책임을 안락사에 동의한 윤성에게 돌리며 그를 비난한다. 가족을 한 순간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그녀는 선수 생활을 그만둔 후 마피아의 도박장에서 이용당한다. 그녀 몸에 있는 문신은 기완의 흉터럼 어머니를 뜻하고, 문신이 있는 한 그녀 역시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공통점 덕분에 <로기완>의 장르는 멜로로 바뀔 수 있다. 심리적으로 '떠날 권리'가 없는 남녀. 그 둘은 악연 또는 운명으로 만나 서로의 버팀목이 된다. 기완에게 마리는 취직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마리 역시 기완 덕분에 약물을 끊고 마피아로부터 벗어난다. 그들의 사랑을 탈북자, 난민뿐만 아니라 자기 과거를 떠나고 싶은 모든 이들의 발악 혹은 절박함의 표출로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공통점을 찾기에는 너무 먼 남녀
그런데 <로기완>의 장르 전환은 매끄럽지 않다. 기완과 마리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 물론 따로 놓고 보면 둘의 이야기는 분명 인상적이다. 탈북자로서 고통받는 기완의 삶도, 마피아에게 협박당하고 마약을 끊지 못하는 마리의 삶도 비참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로기완>은 둘의 아픔이 같은 층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다. 기완의 아픔은 직관적이고, 현실적이다. 일단 한국 시청자는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그의 고난에 쉽게 이입할 수 있다. 또 미처 몰랐던 현실은 그의 난민 신청 심사 과정을 더 험난하게 만든다. 일례로 일부 조선족이 탈북자로 위장해 유럽 국가에서 난민 지위를 얻으려 했던 실제 시도 때문에 벨기에 정부는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한 서류와 증거를 요구한다.
반면에 마리의 사연은 기완에 비해 추상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마피아와 얽힌 전직 사격 선수라는 설정과 안락사 문제로 아버지와 빚는 갈등. 이 이야기는 피부에 그리 와닿지 않는다. 탈북자가 겪는 고난에 비하면 현실 감각과 무게감이 필연적으로 부족한 이야기이기 때문. 그러다 보니 기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갈 경우, 마리의 이야기는 더욱 동떨어진 세계처럼 느껴진다.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기완의 사투를 긴 호흡으로 따라가는 동안, 그녀의 사연은 짧은 플래시백으로만 암시된다. 복선은 후반부에 가서야 회수되고, 그녀가 마피아와 손잡게 된 전사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처럼 두 주인공 중 한쪽이 비중도, 분량도 없으니 <로기완>의 멜로는 전체 분위기에 끝내 녹아들지 못한다.
긴장감도 부족하다
멜로 자체도 특색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부모의 반대로 난관에 빠지는 전개는 식상하다. 위기를 고조하는 과정은 다소 급작스럽고 작위적이다. 결국 기완과 마리가 사랑을 키우고 재확인하는 순간순간의 긴장감도, 설득력도 약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난민 심사가 진행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마리로 인해 브뤼셀과 베를린 마피아 간의 알력 싸움이 커지고, 그로 인해 마리와 기완은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그런데 마리의 서사가 애초에 빈약하다 보니, 브뤼셀 마피아의 대장인 '씨릴'(와엘 세르숩)의 동기나 목적에 대한 설명 역시 충분치 않다. 그러다 보니 최후반부에는 기완도, 마리도, 씨릴도 무리수를 남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로기완>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탈북이라는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대 이야기를 확장하려는 시도 자체는 남달랐다. 단지 메시지에 힘을 주려는 의도가 과했고, 그 대가로 지향점이 불분명해졌을 따름이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을 비교하면 괴리감이 크다. 지극히 영화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중간 과정을 납득시키지 못했으니 그 또한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만약 로기완의 난민 심사 과정에 온전히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로맨스를 양념으로 활용하고, 마리도 조연 중 하나였다면? 유럽 내에서 살아가는 탈북자 사회, 조선족과의 갈등 관계를 더 부각했더라면? 그러면 소재의 신선함을 온전히 살려낸, 더 특색 있는 영화가 아니었을까? 수많은 멀티버스를 상상할 수 있기에 <로기완>의 결과물은 더욱 아쉽다.
Poor 형편없음
시작과 의도는 좋았던 탈북자의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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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불시착이 외로움을 품어주는 착륙의 순간으로.
“모든 시작은 불시착”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마카담 스토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한없이 이어지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가 지루할 틈도 없이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마카담 스토리의 원제가 ’Asphalte’ 인 것처럼 잿빛이 가득한 이 도시를 비춘다. 홀로 살아오던 이들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외로움을 우연한 만남으로 채워가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력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이들이 들은 정체불명의 소리는 울음 / 악령 / 호랑이라는 형체 없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공포였지만 정체가 밝혀지며 왠지 모를 허무함이 몰려온다. 다만 끝내 아무도 잠그지 않은 무관심 속의 물체의 정체를 알려줌으로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 아닐까.
-1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하고 스테른 코비츠는 엘리베이터 수리비 내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어느 날, 사고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비극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한동안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밤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처 병원의 스낵 자판기로 가 끼니를 해결한다. 그곳에서 만난 간호사와 매일 밤 만나 담소를 나누며 잿빛 같은 그의 하루에 빛이 조금씩 새어 들어온다.
-2
마카담 아파트에 이사를 온 잔 메이어는 작동이 잘 안되는 엘리베이터에 곤란을 겪고 있었고 그를 본 샬 리가 집에서 나와 그를 도와준다. 하지만 감사 인사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모습을 바라보는 샬리의 모습. 그리고 며칠 후, 자기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잔에게 다가간다. 문을 여는 동안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잔의 직업은 샬리의 궁금증을 더하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샬레의 소통 부재, 잔의 아들과의 소통 부재라는 의외의 공통점을 찾고 그렇게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재를 채워주는 순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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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는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되고, 도움을 받기 위해 방문한 집에 ‘하미다’를 만난다. 불어를 모르는 존 매켄지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불편함의 시간을 보낸다. 나사에서 존을 데리러 오기 전의 시간까지 ‘쿠스쿠스’를 비롯한 소통의 교감을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의 불편함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가는 따스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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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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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더 글로리> 파트2, 3월 10일 공개 확정
ⓒ 넷플릭스
3주 연속 넷플릭스 전 세계 TOP 10 TV(비영어) 순위권에 등극하고, 공개 후 누적 시청시간
1억 4800만 시간으로 K-콘텐츠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더 글로리>의 파트 2가 3월 10일
공개를 확정했다.
진선규 <카운트>, 2월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흥행을 이끈 배우
진선규는 <카운트>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카운트>는 오는 2월 개봉을 확정했다.
<헤어질 결심>, 아카데미 감독상·외국어영화상 최종후보
ⓒ 네이버 영화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 2개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19일에 개최된다.
<j-hope IN THE BOX>, 2월 17일 디즈니+ 전 세계 동시 공개
ⓒ 디즈니+
지난해 7월 발매된 제이홉의 첫 번째 공식 솔로 앨범 'Jack In The Box'의 앨범 제작 과정 및
다양한 활동을 담아낸 음악 다큐멘터리 <j-hope IN THE BOX>가 오는 2월 17일 오후 5시에
디즈니+와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해외
<M3GAN 2.0>, 제작 확정
ⓒ 네이버 영화
북미 개봉 첫날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팬데믹 이후 시리즈
제외 호러 영화로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메간>은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속편 <M3GAN 2.0> 제작을 확정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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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다시 보듬어보는 소중한 순간
쁘띠마망 (Petite Maman, 2021)
개봉일 : 2021.10.07 (한국 기준)
감독 : 셀린 시아마
출연 : 조세핀 산스, 가브리엘 산스
우리를 다시 보듬어보는 소중한 순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성공적인 개봉 이후,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까지. 일명 성장 3부작을 통해 따스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새로운 영화 <쁘띠마망>.
다양성과 성장을 중심으로 한 이전 작품들보다 한층 더 깊어진 감성을 담은 <쁘띠마망>은 어린아이의 작은 손처럼 아주 부드럽고 순수하게 보는 이의 마음을 토닥인다.
영화의 주인공은 맑은 눈을 가진 어린 소녀 녤리다. 녤리는 엄마 아빠와 함께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와 외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시골집에 가게된다. 그리고 엄마의 소중한 오두막과 추억이 남아있는 숲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소녀 ‘마리옹’을 만난다.
녤리와 마리옹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뒤를 따르고, 손을 잡고 함께 오두막을 쌓아간다. 눈을 맞추자마자 느껴졌던 친밀감과 애정. 이 마법 같은 만남과 며칠간의 시간은 녤리와 마리옹의 마음을 조심스레 감싸 안는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리고, 녤리와 마리옹이 서로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는 순간, 나의 마음도 자연스레 활짝 열려버렸다. 이름을 부르는 것, 사랑을 속삭이는 것, 서로의 고민을 말하는 것이, 괜찮다고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픈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엄마 마리옹과 엄마의 마음을 토닥여주지 못해 속상해했던 딸 넬리. 그리고 녤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 마리옹.
녤리와 마리옹의 우정과 세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마음속에 담아둔 소중한 사람을 향한 사랑에서 피어난 아픔을 위로받고 싶다면 <쁘띠마망>을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은 위로가 꽁꽁 숨겨둔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 고민했던 위로를 전할 용기를 줄지도 모르니까.
쁘띠마망 시놉시스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 ‘마리옹’과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
어린 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넬리’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마리옹’을 만나게 된다.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끼는 ‘넬리’와 ‘마리옹’! 하지만 ‘넬리’는 이 우연한 만남 속에서 반짝이는 비밀을 알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마음이 아픈 엄마 마리옹
녤리의 엄마 마리옹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마리옹을 낳아 사랑으로 키워온 엄마. 엄마로서의 책임감으로도 벅찰 텐데, 사랑하는 엄마(외할머니)까지 마리옹의 곁을 떠난다. 언젠가 이별할거란 걸 알고 있었겠지만, 이별을 예감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녤리는 마리옹이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걸 안다. 외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 녤리는 마리옹에게 과자와 음료를 건네고, 이어서 목을 감싸 안는다. 마리옹은 녤리 덕분에 잠시나마 웃음을 짓는다. 엄마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작은 행동이 안타깝고 사랑스럽다.
엄마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만난, 궁금했던 시절의 엄마
외할머니와 엄마는 이 집에서 어떤 추억을 쌓았을까, 엄마는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녤리는 엄마와 할머니의 사이가 어땠을지, 나와 같은 나이의 엄마는 무얼 했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마리옹은 오두막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해줄 뿐, 추억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마리옹은 아픈 마음도, 아프지 않았던 순간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숨긴 채 넬리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녤리는 마리옹이 어릴 때 만들었다고 했던 오두막이, 추억이 그 자리에 남아있을지 궁금해지기라도 한 건지 마리옹이 담아준 시리얼을 비우고 혼자 숲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오두막 앞에서 엄마와 이름이 같은 소녀 마리옹을,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엄마를 만난다.
궁금해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엄마 마리옹. 녤리는 마리옹의 뒤를 따라 외할머니와 마리옹이 함께 살았던, 지금은 비어버린 외할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흰색으로 칠해진 벽이 아닌 연녹색의 벽이 그대로 남아있는, 외할머니가 앉아 있는 따뜻한 집으로.
말할 곳이 없었던 비밀
녤리는 마리옹의 마음이 아픈 이유가 궁금했지만 답해주지 않는 마리옹을 바라보며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그리고 어린 마리옹을 만났을 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가끔은 나 때문에 엄마가 슬픈 게 아닐까 해.”라고.
가만히 녤리를 쳐다보던 마리옹은 답한다. “너 때문에 슬픈 건 아냐.”라고.
녤리는 어린 마리옹을 만나 홀로 고민했던 마리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어린 마리옹이 털어놓은 꿈과 미래를 알게 된다. 마지막 날 아침, 서로 마음을 나눈 두 아이가 팔을 활짝 벌려 모습이 찡하게 다가온다. 언제든 엄마가 떠나지 않을까,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던 녤리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순간이다.
엄마도 나도 누군가의 딸이니까
마리옹은 이른 나이에 녤리를 낳고, 어릴 적 꿈꿨던 배우의 삶이 아닌 엄마로서의 삶을 산다. 그녀에게 삶은 조금 벅찬 존재일지도 모른다. 엄마이면서 누군가의 딸이기도 해야 하는 삶. 마리옹은 자신의 고민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고 홀로 아파한다.
마리옹은 엄마(외할머니)와 이별하고 다시 엄마의 집을 마주할 수 없다며 집을 떠난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온다. 마리옹은 내가 엄마를 잃은 슬픔을 겪는 것처럼, 내가 없다면 녤리 또한 그 슬픔을 겪게 된다는 걸 깨닫기라도 한 듯 녤리에게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녤리는 “미안해하지 마.”라고 답한다. 녤리는 어린 마리옹을 만난 후, 마리옹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도 힘들 수 있고, 엄마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딸이자 엄마와의 이별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딸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마리옹과 녤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눈을 맞추며 서로의 눈빛 안에 담긴 마음을 확인한다. 조금 뜬금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엄마와 딸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소중한 친구라는 말이 떠오르는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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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모든] 끝장리뷰 | 올해의 힐링시네마 | 과거와 현재 분석 | 공간 상징 | 집의 안과 밖 해석
[새벽의 모든](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과거와 현재
Chapter 2 공간
00:00 새벽의 모든
01:10 과거와 현재
05:49 공간, 안팎
09:43 별점 및 한 줄 평
10:0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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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종말에 대처하는 지구인들의 다양한 자세!
돈 룩 업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에요.
현실에서 벌어질만한 상황을 계속 보여주죠.
특히 과학자들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부터 대중들도 정치인들도 종말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저 정치적인 싸움만 하게 됩니다.
꽤 신랄하게 이런 사회적인 이슈를 지적하고 있어요.
블랙코미디이지만 꽤 심각하고 무서운 영화가 될 수도 있겠네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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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스토리 예고편
진짜 마술사가 있다고 생각해? 네가 어렸을 땐 믿었잖아. 《안나라수마나라》 5월 6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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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한여름밤의 재즈> 메인 예고편
어느 화창한 여름 날, 휴양 도시 뉴포트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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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암스트롱, 마할리아 잭슨, 셀로니어스 몽크, 척 베리, 아니타 오데이…
해가 지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