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4 23:21:04
아이의 삶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전쟁의 찬혹함 <독일영년>
독일영년 영화 리뷰
지금까지 봐왔던 전쟁 영화는 대부분 전쟁 상황을 스케일 크게 표현하고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또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받은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성인 의 이야기만 보았던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이 끝난 후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 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비극을 맞았는지 아이가 가는 동선을 따라 보여주었다. 그래 서 전쟁 후의 독일 아이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에드문트의 12세라는 나이가 어딘가에 소속 되기에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드문트는 계속 새로운 자신의 소속을 찾아 헤매는것 처럼 보였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어리다고 배제 당하고 어른들 사이에서는 일자리도 못구하고 당연히 무시 당한다. 가족내에서도 막내이며 아빠 마저도 큰아들을 먼저 챙긴다. 여기저기 치이다가 선생님 한테 마음을 주 지만 그 선생님 마저도 나치의 일원이었다. 에드문트가 마지막에 본인 보다 어린 아이들 과 축구를 하고 싶어하지만 거기서도 거절을 당한다. 결국 에드문트는 계속 여기에도 저 기에도 속하지 못하고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벼랑으로 몰려 혼자가 되는 모습이 더 비극 적으로 느껴졌다. 감독이 에드문트를 자살하는 결말로 만든 것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기 위한 방법이 에드 문트가 자살하는것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주었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드문트가 자살하지 않고 선생님한테 일을 받고 의지 하여 살았다 면 아마 나치 일원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런 일을 세습하지 않기 위해서 에드문트의 죽음 으로 끝냈다고 생각한다. 또 한 명의 어른이라도 아이에게 손을 뻗어 주었다면 죽음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것 같지만 과연 전후 폐허의 상태에서 남을 신경 쓸 만큼 여유가 있었 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전쟁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이 할리우드가 취하는 전쟁 영화가 과연 괜찮은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영화하면 멋지게 표현하고 더 큰 자본과 규모로 전쟁을 미화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큰 아픔이자 상처인데 그런 맥락을 무시한채 블록버스터 액션이라는 것에만 치중해서 눈의 즐거움을 위해 전쟁이라는 요소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또 이 영화를 보면서 현대 감독 중에 <신의 소녀들>, <엘리자의 내일>의 크리스 티안 문쥬 감독이 떠오르기도 했다. 개인의 삶을 통해 보여지는 사회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형식이 비슷했다.
에드문트가 마지막까지 그나 마 비슷한 또래애들한테도 끼 지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설 때 주변 환경이 전쟁의비극을 더 자세히 보여주었다. 주변의 건물과 에드문트가 한 프레임에 잡히니까 이 아이가 얼마나 작은 존재였는지 비교가 더 극대화 되었다. 그래서 비참 하고 쓸쓸한 감정이 더욱더 잘 전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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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날이 풀린 듯~ 했다가 또 추워져서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는 날씨네요 :-(
오늘은 우울한 기분을 환기시켜 줄 2월 넷째 주 개봉 예정작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95회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감을 높인 <TAR 타르>부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이번 주, 어떤 영화들이 개봉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TAR 타르
TA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니나 호스 등
개봉: 2023.02.2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와 자서전 발간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 그에게 자신이 설립한 아코디언 재단의 회원이었던 크리스타로부터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하고, 이후 크리스타의 자살 소식을 접한 그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TAR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션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기대작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그것을 이뤄낸 후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했다.” 토드 필드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같이 전하며, 영화를 통해 무대 위와 아래 모두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이기도 한 '존 모세리'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실제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들이 겪은 일들을 조사하기도 했다네요. 특히 이번 작품까지 해서 아카데미에 8차례나 노미네이트 된 케이트 블란쳇은 <TAR 타르>에서의 완벽한 연기로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독일을 대표하는 여배우 니나 호스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노에미 메를랑이 각각 '타르'의 아내 '샤론', 어시스턴트 '프란체스카' 역할을 맡아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카운트
Count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ENM
시놉시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 받게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하는데...! 쓰리, 투, 원! 긍정 파워 풀충전! 그들만의 가장 유쾌한 카운트가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카운트>는 권혁재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전 복싱 선수인 '박시헌'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어제 오전 한국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출연 이유에 관하여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고, 배우 이전에 꿈꿨던 체육 선생 역할이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현재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박시헌 감독은 영화 관람 이후에 진선규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영화 속 '시헌'의 성향과 모든 행동들이 자신과 정말 똑같아서 좋았다는 말과 함께 88 올림픽의 아픔, 비화를 영화 <카운트>가 모두 씻어 내려주는 개운함을 느꼈다며 진심이 가득 담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카운트>는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우들의 열연과 복싱 경기만큼이나 빠른 템포로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서치 2
Missing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출연: 스톰 레이드, 켄 렁, 다니엘 헤니 등
개봉: 2023.02.22.
배급: 소니픽쳐스코리아
시놉시스
여행을 끝내고 월요일 귀국을 알린 엄마의 영상통화, 그리고 마중 나간 딸. 그러나 엄마가 사라졌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딸 ‘준’은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엄마가 방문한 호텔의 CCTV, 같이 간 지인의 SNS, 거리뷰 지도까지 온라인에 남아있는 모든 흔적을 검색하는데… 이번에는 딸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검색하다!
CINE PICK!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2>는 2018년 선보인 1편의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로 잇는 속편입니다. 대학생 딸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여행 중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전작이 국내에서 흥행을 했던 만큼 2편에 대한 기대도 뜨거운 편입니다. 또한,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을 돕는 FBI 수사관 역할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1편에서 호응을 얻었던 편집 방식을 계승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CCTV 등 주인공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 덕에 추적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연출을 맡았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썼고, 반대로 편집을 맡았던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휴대전화의 세로 화면, 스마트워치 정사각형 화면 비율까지 등장해 트렌디한 감성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살수
The Assassin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01분
감독: 곽정덕
출연: 신현준, 이문식, 김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시놉시스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 병마가 그를 위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울부짖는 백성들의 비명으로 점철된 살아있는 지옥…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 마침내 그가 깨어난다!
CINE PICK!
배우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살수>가 22일 개봉하는데요, 영화 <백두산>의 각본과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아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은 바 있는 곽정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혼돈의 조선을 배경으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앞에 놓인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부상 투혼 속 '1:80' 대규모 액션신 등의 볼거리로 신현준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출연과 관련하여 신현준은 <살수>를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영화로 꼽으며, 리허설 훈련 때부터 얻은 부상을 안고 촬영해야 했던 것과 촬영지였던 문경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들을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탑건>의 톰 크루즈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마루이 비디오
Marui Video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대한민국 | 87분
감독: 윤준형
출연: 서현우, 조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CGV, kt알파
시놉시스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영상 중 그 수위가 높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마루이 비디오'. 검찰청 지하 보관소에 봉인된 비디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는 이를 입수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는데… 영상 속에 담긴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과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CINE PICK!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 공포영화의 개봉 소식입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장르의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가 그 주인공인데요,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비디오를 가리키는 은어인 '마루이 비디오'는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윤준형 감독은 국내에서 원조 파운드 푸티지 작품으로 불리는 전작 <목두기 비디오>를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살인 사건 자료를 쌓아 놓았던 방이 검은곰팡이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살인 사건 전담 기자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작품을 기획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마루이 비디오>가 바로 <목두기 비디오>에 살을 붙여 완성한 장편영화입니다.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영상, 노트북 웹캠, 보디 캠, 뉴스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된 영상을 교차시키는 추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어 사실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일반적인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으로 공포 자체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 차근차근 서사를 전개시켜 결말부에 이르렀을 때 관객이 소름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합니다. CGV에서 단독 개봉 예정입니다.
컨버세이션
Conversation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김덕중
출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등
개봉: 2023.02.23.
배급: 필름다빈
시놉시스
"남자 셋 & 여자 셋, 이들의 시시껄렁한 대화와 뼈 있는 농담!"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은영, 명숙, 다혜.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장난스레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재 30대 후반이 된 이들은 사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 한편 승진, 필재는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며 빙빙 돈다.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에 닿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한 티키타카 대화의 향연! 핑퐁 같은 이들의 대화는 늘 의도와 다른 결말을 향해 가는데…
CINE PICK!
전작 <에듀케이션>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김덕중 감독의 신작 <컨버세이션>이 23일 개봉합니다. 영화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인데요,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혹은 그중 2명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전작에서 불편한 관계를 조명했던 김덕중 감독이 이번에는 6명의 주인공들이 현재와 과거, 결혼과 가정, 유학 생활, 인간관계, 자존심, 현실,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생겨나는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대표 영화제들을 휩쓸며 극찬받았던 작품으로, '대화' 자체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생동감이 매력이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등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시몬
Simone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스릴러 | 푸에르토리코 | 113분
감독: 베티 카플란
출연: 에사이 모랄, 쿤쥐에 리 등
개봉: 2023.02.23
배급: (주)콘텐트마인
시놉시스
이혼 후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남자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지켜보고 있다'라는 쪽지를 받게 되고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머지않아 그 정체가 자신의 제자, 동양인 '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짧은 순간 서로 깊이 탐닉한다. 그러나 뜨거웠던 순간도 잠시! '리'의 모호한 태도 속에 교수는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CINE PICK!
로물로 가예고스 상 수상작인 에두아드로 랄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작가가 각본에 함께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TV 시리즈 연출 경력을 가진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감독 베티 카플란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동양인 여성과 서양인 교수의 사랑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자국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로서도 화제를 모았으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 '쿤쥐에 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
My Sweet Monster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 러시아 연방 | 98분
감독: 빅토르 글루쿠신
출연: 박시윤, 김용, 정성원 등
개봉: 2023.02.22.
배급: 인터파크,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주)띵크
시놉시스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는 ‘에드워드’ 왕자와 비밀스럽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공주 ‘바바라’. 교활한 ‘조이스’의 계략으로 아버지인 왕이 ‘조이스’와 결혼을 시키려 하자 왕궁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바바라’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험상궂은 몬스터 ‘보기’와 말하는 토끼 ‘버니’를 만나게 된다. ‘조이스’는 군대를 이끌고 숲으로 향하고 ‘바바라’는 둘의 도움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러 찾아가는데… 꿈에도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의 물을 훔치려는 ‘조이스’의 음모에 맞서 ‘바바라’는 숲과 왕국을 지켜내고 자신만의 진짜 왕자님을 찾아낼 수 있을까?!
CINE PICK!
처음 왕궁 밖 신비로운 숲으로 발을 내딛은 ‘바바라’ 공주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유쾌한 재미로 그린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는 사랑스럽고 당당한 ‘바바라’ 공주를 비롯해 용맹한 몬스터 ‘보기’, 말하는 토끼 ‘버니’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시너지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멜로디의 OST가 적재적소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자연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져 봄방학 극장가에 꼭 알맞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영화가 개봉하는 이번 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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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크 선장의 오른 팔을 자른 건 사실 피터팬이다.
‘피터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 피터팬을 새로운 주인공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영화 <웬디>. <웬디>는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줄거리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실 영화 <웬디>는 무엇보다 ‘피터팬’의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 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원작 동화 ‘피터팬’ 속 줄거리와 친구들의 성격은 어떠한지 같이 한번 알아볼까요? 여러분이 ‘피터팬’에 대해 몰랐을 사실들! 모두 알려드립니다.
Q. <피터팬>은 아름다운 상상과 꿈이 접목되어 만들어진 동화?
A. <피터팬>은 작가의 어둡고 슬픈 기억이 담긴 작품이다!
<피터팬>을 쓴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 열 명의 남매 중 아홉 째로 태어난 배리는 유년 시절 형 데이비드의 죽음으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오랫동안 죽은 형의 옷을 입고 형을 흉내 내며 살았다고 하죠. 어린 시절의 상처는 성장에도 영향을 끼쳐, 배리는 형이 죽던 때 150cm가 채 되지 않던 키가 그 뒤로 한 뼘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둡고 슬픈 기억을 바로 <피터팬>에 옮겨 놓은 것이죠. 12살에 죽어 영원한 소년으로 남은 형과, 성장을 멈춘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는 피터 팬’에 투영시킨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집 잃은 아이들의 대장인 피터팬, 그는 똑똑하고 친절하다?
A.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성 파탄자 피터팬!
원작 속 피터팬은 잘난 체하고 건방지며 뭐든지 마음대로 하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점이 사악한 해적, 후크 선장의 비위를 건드리기도 하는데요. 바위 위에 홀로 남아 물살에 휩쓸려 갈 뻔하고, 후크의 계략에 휘말리는 등 죽을 위기를 겪지만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나타나 간신히 살아남게 됩니다.
또한, 그의 잔혹한 성격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나는데요. 피터팬은 자신과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늘 곰 가죽을 입고 다니게 시킨다고 합니다. 더욱 잔인한 것은, 아이들이 성장하면 규칙 위반이므로 피터는 가능한 서둘러 집요하게 그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물불 가리지 않는 피터팬 성격, 이제는 그가 다르게 보이지 않으신가요?
Q. 후크의 오른 팔은 악어가 물어 뜯었다?
A. 후크의 오른 팔은 자른 건 악어가 아닌 피터팬!
많은 분들이 후크의 오른팔은 악어가 물어뜯은 걸로 알고 계시는데요. 사실 후크의 오른팔은 악어가 아닌 피터팬이 잘랐습니다. 그리고 그 오른팔을 악어에게 던져주었죠. 후크는 피터팬에게 당한 이후, 오른팔에 쇠갈고리를 차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오른팔을 자른 피터, 그가 좋아 보일 수가 없겠죠? 이에 더해, 후크는 무엇보다 피터팬의 건방지고 잘난 척하는 태도가 싫어 그를 죽이려고 합니다. 피터팬의 인성이 얼마나 안 좋은지 다시 한번 가늠해 볼 수 있죠.
Q. 피터팬의 든든한 조력자 팅커벨?
A. 든든하지만… 질투심이 가득한 팅커벨!
손바닥 크기의 소녀 요정으로, 얇은 잎사귀로 만든 멋진 드레스를 입고 다니는 팅커벨! 그녀는 피터 팬을 짝사랑하여 질투심에 사로잡힌다고 하네요. 그래서 웬디가 피터에게 키스하려고 하면 웬디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심술을 부리고, 깡패 요정들과 힘을 합쳐 웬디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질투심이 가득하지만, 후크가 몰래 타 놓은 독약을 피터 팬이 마시려고 하는 순간, 자신이 대신 약을 마시고 피터를 구하는 등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던 피터팬이 사실은 괴팍하고 제멋대로인 주인공이라니, 새롭지 않으신가요? 후크 선장의 오른팔을 자른 장본인도 피터팬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한데요. 이러한 사실들을 영화 <웬디>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고, 또 각색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피터팬 110주년 기념을 더해, 세계 영화제에서 온갖 상을 휩쓴 영화 <비스트>를 연출한 벤 제틀린 감독이 맡은 영화 <웬디>! ‘피터팬’에 대한 알쓸신잡을 알고 나니 더욱 보고 싶어지네요.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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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 두 척으로 인류의 모든 갈등을 소환시키는 괴력
슬픔의 삼각형
왜 이걸 해야 하지? 무명 모델인 칼은 불편한 자리에 있다. 상의를 탈의한 채로 이상하게 서있는 남자들. 칼은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모델돼서 뭐 하니? 인터뷰 현장에 취재하러 온 의문의 남자는 모델 지망생들에게 비아냥대고 있다. “매일 게이들이 집적대고. 여자 모델의 수입 중 1/3만 떨어지는 게 현실 아니야?” 하지만 이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취업의 꿈이란 절실하다. 특히 칼은 더 그렇다.
왜? 칼에겐 여자친구가 있다. 역시 모델인 아야. 칼과는 다르게 아야는 인기가 많다. 유명 브랜드에 초청받아 패션쇼에 참여한 아야. 당당한 표정과 제스처, 걷는 포즈까지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매력적이다. 아야에게 부족한 남자친구가 되기 싫은 칼. 어디 음식점에 갈 때 아야가 계산하는 경우가 잦았기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러나 이 자존심에 더 스크래치 가는 일이 생겼다. 뭔가 의미심장한 듯한 표정을 짓는 아야. 점점 서로 대화하다 보니 ‘얘가 진짜 나를 사랑하고 있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칼. 아야는 실제로 칼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인스타그램 상에서 인플루언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 척 연기한 것이다. 이게 다 돈 문제는 아니야! 체면 구긴 칼. 칼은 아야와 협찬으로 얻은 대형 유람선 티켓에 대해 이야기한다. 탑승객이 된 두 사람. 그리고 그 배 안에 있던 승객들과 직원들은 정말 끝내주게 웃긴 블랙 코미디 한 편을 완성한다.
웃긴 코미디
우선 영화에서 가장 큰 강점으로 뽑고 싶은 부분은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후술 하기로 하고, 글쓴이가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작품 자체가 웃기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웅남이>가 생각난다. <웅남이>는 뭐랄까 내내 정색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박성광 감독이 개그맨 출신 아닌가. 그 개그맨으로서의 경험치를 다 갈어넣어서 ‘이래도 안 웃어?’라고 계속해서 질문하는 듯한 느낌이 별로 맘에 안 들었다. 이 <슬픔의 삼각형>은 장르로서의 코미디를 잘 잡았다. 어떻게 웃길까? 바로 현실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있었다.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것은 제목에도 들어간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을 뒤집거나 똑바로 주시하는 것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삼각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즉 시선에 대한 영화가 이 <슬픔의 삼각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건 어떻게 들어갔을까? 첫 장면이다. 이게 예고편에서도 자본주의 미소에 대해 다루면서 발렌시아가와 H&M 사이의 온도차를 다뤘다. 또 인분을 직업으로 다루는 사람이 영화에 등장한다. 여기서 ‘나는 똥 파는 사람이오’식의 말장난이 대사로 제시된다. 이 인물은 자본주의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가 들어간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가 사용하는 유머는 이런 것의 연속이다. 기본적인 설정에서 더 나아가 깊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가령 2부에서 어떤 사람 둘이 대화하는 부분은 감독이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되 어떻게 비틀 것인가를 염두하고 각본을 쓴 티가 났다.
다음은 삼각형을 뒤집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 구조를 뒤집어서 영화를 본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강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길게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의 코미디에 대해 쓸 때 이 장면들이 빠진다면 섭섭하다. 영화는 특정 러닝타임을 할애해서 작품에서 보여준 전반부에서 보여준 모든 세팅을 다 뒤집는다. 이 뒤집기 방식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웃음이 나오는 이유가 된다. 솔직히 감독도 영화 만들면서 킥킥 웃었을 것 같다. 이 부분에 관한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고점 중 고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전부 이해해서 일어날 만한 일만 딱딱 골라 이야기를 만들었다.
유람선 두 척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강점은 다방면으로 읽힐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영화가 다룬 쟁점이 굉장히 많다. 첫 번째는 젠더라는 주제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영화 1부는 그냥 대놓고 ‘칼과 아야’가 주인공이다. 이 두 사람 사이에 핵심으로 작동하는 문제는 두 사람의 수입이다. 매일 여자친구 아야가 다 결제하니 자존심이 상한 칼. 왜 상했을까? 영화는 이후 이야기 전개를 통해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코멘트를 하는 듯하다. 또한 영화는 상황의 대비로 ‘왜 이것이 문제고, 이런 일들을 멀리 떨어져서 보면 얼마나 웃기는 짓인가?’를 보여준다. 이 연출 방식을 가만 보면 아이디어부터 특별하다. 남녀 간의 성차별적인 시선, 관습을 조롱하기 위해서 갖고 온 소재가 '모델'이다. 모델은 여성들이 주류가 되어 시장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젠더의 관점에서 남녀차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뭐 여자 형사나 남자 간호사같이 차별적 시선을 다루는 클리셰(?)를 다루지 않았으면서도 모든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이끌고 갔던 감독의 천재성이 느껴진다.
이 연출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각본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되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긴 있다. 2부에서 3부로 남아 가는 장면이 그렇다. 그런데 영화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작품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내적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돈 때문에 돌아버려
상황을 대비시켜서 남성주의적인 인류 서사를 뒤집는다. 영화 주인공이 칼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인물 간의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젠더라는 소재만큼이나 중요하게 밑줄 쳐져 있는 부분은 더 있다. 우선 인류의 이기심 있다. 나만 잘 살면 남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그 멘탈리티가 2부에서 3부 지나가는 장면 중 핵심으로 제시된다. 또 계급문제에 대한 코멘트도 돋보인다. 영화의 실질적인 진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에 대한 리액션이 작품에서 흥미롭게 제시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갈등이라고 했을 때 빠질 수 없는 소재가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근현대사 고전 떡밥도 영화가 잘 다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안에 미국 사회에 대한 탄식과 조롱이 있었고 남녀관계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는 상하관계 문제도 있었다는 점은 영화가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이 원인일까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대신 2부에서 보여주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조롱이 눈 크게 뜨지 않고 보면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은 다른 관객분들에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일어나는 극 중 사건은 영화 이야기의 흐름이나 메세지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살짝 현학적인 느낌이 있어서 글쓴이도 살짝 딴생각을 했다. 여러분은 눈 크게 뜨고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과연 세계사의 어느 부분을 꼬집고 있는지 잘 보시길 바란다. 영화가 대사를 정말 잘 썼다고 느끼는 장면이다.
존재와 부재
영화에서 몇몇 인상 깊었던 부분 몇몇은 운동 에너지에 있다. 영화는 아래에서 튀어 오르거나 위에서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이미지를 잘 사용했다. 우선 영화 포스터에 누가 구토하는 신이 있다. 또 우리가 잘 아는 <기생충>에서 봤던 장면도 영화에서 보인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윗사람의 존재가 아랫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작품에서 중요하게 묘사된다. 왜? 우디 해럴슨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다. 이 사람이 등장하는 선후관계 인물 내적 묘사는 특별하다. 이 역시 사회 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된다는 점에서, 또 후반부에 반대로 우리들의 모순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 영화의 운동 에너지는 작품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와도 관련이 있다. 얼마 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는 영화를 봤다. 글쓴이는 이 '진짜로~'와 <슬픔의 삼각형>이 다르게 느껴진다. 왜? 전자와는 다르게 후자가 뭔가 우화 같은 느낌이 있다. 이 카메라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에 대한 문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보여준 부분이지만 이 <슬픔의 삼각형>에서 더 도드라진다. 옆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느낌? 마치 내가 이 배의 탑승객이 된 듯한 그런 사실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거리 두는 채로 이야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이 거리감의 존재는 영화 내내 이 작품이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름 좋은 연출방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우화 같은 느낌이란 말을 뒤집는다면 이야기가 만들어진 틀대로 움직인다는 뜻과도 통한다. 그런데 영화 보시면서 그렇게 큰 지장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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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시대에 청년들의 자아 찾기는 조금 늦은 시기에 찾아오기도 한다. 성취감 때문에 의대에 간 율리에(레나테 라인스베)는 자신이 육체보다는 생각이나 감정에 더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심리학을 배우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시각에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카메라를 구입한 뒤 서점 아르바이트와 사진 공부를 병행한다. 율리에는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율리에의 마음은 또 강렬한 이끌림으로 만화가 ‘밥 캣’의 작가인 악셀(안데르스 다니엘슨 리)에게 향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동거를 시작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최악의 시절이 있다. 방황하며 자기를 찾아나가는 현대의 어른 아이 율리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고 쾌락과 자극을 좇으며 산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40대인 악셀에게 끌렸던 것도 그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안정적인 집, 편안한 성격, 해박한 지식 등은 혼란스러운 20대 후반의 율리에에게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없을 연애의 그 한복판에서도 율리에는 외로웠다. 악셀의 신간 축하 파티에서도 홀로 먼 곳을 바라보는 율리에는 넓은 화면의 정중앙에서 꼿꼿이 서 있다. 외로워 보이는 동시에 내면에는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도 싫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자기애로 가득 찬 즉흥적인 삶은 여기저기로 튀며 최악의 모습 만을 내비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최악의 인간, 불안정한 인간일지라도 그 시절은 현재의 일부다. 감독은 율리에의 최악의 시절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악셀이 따라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파티에서 만났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순간, 모든 시간은 멈춘다. 율리에의 마음은 멈춰버린 사람들과 공간을 내달려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간다. 이들은 날이 다시 밝을 때까지 키스를 하고 돌아서기를 아쉬워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마음은 이미 에이빈드를 향해 달려갔고, 악셀은 여전히 율리에에게 커피를 따라주고 있다. 찰나에 불과한 감정을 감독은 오랜 시간을 할애해 아름답게 공들여 담아낸다. 이것이 배신이고 바람이면 어떤가 이 마음은 이렇게 사랑스럽고 순수한데. 최악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감정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형편없는 선택들과 진실한 마음 덕분에 율리에는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끝이 있”듯이 그 시절이 끝나면 우리는 조금 성장한다. 최악의 인간이었던 시절도 가치 있었다. 트리에 감독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네가 얼마나 멋진지 깨닫게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죽음을 앞둔 악셀의 입을 빌려 율리에에게, 관객에게 전한다.
어디에서도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고 불안했던 율리에는 악셀과 에이빈드와 헤어지고 혼자가 된 뒤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악셀의 죽음은 율리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마법의 버섯”을 먹고 보게 되는 환각 속에서 율리에는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남자들의 모습을 본다. 악셀은 율리에의 무의식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율리에 안의 여성 혐오적 모순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아기에 대한 부담감 혹은 저항감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언제나 “내 잘못”이라며 본인 탓을 하는 율리에는 자신이 때때로 지나치고 “괴짜”임을 알고 있다. 내면의 자기모순과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관계의 삐걱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과거에 모았던 책들과 만화책들, 음반들이 한 사람을 만들었다면 연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율리에의 세계에는 악셀과 에이빈드가 그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그렇게 한 사람이 오롯이 “일인칭 단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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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법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우리, 둘>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꿈꾼다. 그 이야기 속에서, 설령 그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당신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당신의 이야기는 다채로워질 수도 있고, 그저 그런 평범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고민하게 된다. 우리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진정한' 주인공(hero)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신은 당신의 영웅담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
1. 방황하는 젊은이
여기, 우리와 마찬가지의 고민을 품은 젊은 기사가 있다. 그의 이름은 '가웨인'이다.
가웨인은 그 유명한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 나오는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아서왕의 조카로, 그는 원탁의 기사 중 유일하게 그만의 '영웅담'이 없다. 기사 서임식은 다가오는데, 이렇다 할 업적도 세우지 못했으니 그는 날로 초조해지기만 한다. 그리하여 방황한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한다. 무엇도 해내지 못할까봐. 그래서 말한다.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이다.'라고.
2. 과업의 서막
가웨인이 준비가 되었거나, 말거나, 운명의 순간은 다가온다. 어느 크리스마스 절기의 만찬에 정체 모를 녹색 기사가 찾아온 것이다. 한 손에는 죽음의 상징인 도끼를, 다른 한 손에는 호랑 가시 나무를 들고서! 그가 제안한 바는 이랬으니, '나의 목을 벨 기사는 누구인가? 내 목을 베는 자는 영광을 얻으리라. 그러나 1년 후 나의 녹색 예배당으로 와 내게 목을 베여야 하리라!'
그 섬뜩한 '목베기 게임'에 응한 것은, 다름 아닌 젊은 가웨인이었다.
가웨인은 녹색 기사의 목을 베었고, 이 초자연적 존재는 스스로 베인 목을 옆구리에 낀 채 말달려 돌아간다. 1년 후 가웨인의 목을 벨 날을 기약하며!
가웨인은 그 게임을 받아들임으로써 영웅이 되었지만, 그는 그것이 자신의 시련의 시작임을 모르지 않았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녹색 기사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는 대단한 행패를 부린 것도 아니고, 그저 어떤 신비롭고 기괴한 제안을 했을 뿐이다. 가웨인은 얼마든지 그 제안에 응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응했다. 우리들이 우리에게 닥치는 운명을 마지 못해 받아들이는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운명의 여정에 어쨌든 올라야 하는 법이므로.
그리하여 가웨인은 1년 후 모험을 떠난다. 그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용기보다는 막막함과 걱정이 더 많이 맴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를 짊어진 그리스도 같기도 하고, 신벌로 과업을 부여받은 비극적 운명의 그리스 영웅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1년 후에 죽을 것을 알면서 누리는 영광은 얼마나 찰나와 같았을까. 그는 매 순간, 녹색 기사에게 목을 베일 것을 걱정하며 살아갔으리라. 그럼에도 그는 여정을 떠난다. 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모름지기 모든 영웅의 필수 조건이니까.
3. 자아 찾기의 여정, 그리고 시련
여정은 고달프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는 도적에게 가진 것을 죄 털리기도 하고, 피로는 언제나 그의 몸을 뒤덮는다. 어쩌면 그는 몇 번이고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안락한 성 안에서, 그가 사랑하는 이들의 애정을 받으며, 그저 향락에 빠져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므로 이런 고난은 다 내버리고 돌아가고 싶다고. 그러나 그는 나아간다. 그의 삶의 '영웅'을, 그의 삶을 빛낼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했으므로.
다행히 그는 완전히 혼자는 아니다. 그에게는 정체 모를 여우 조력자가 있고, 기나긴 여정 끝에 도달한 버틸락 성에서는 그를 살갑게 맞이해 주는 성주 내외가 있다. 그들 덕분에 그의 여정은 마냥 버겁지만은 않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젊은 가웨인에게 달콤하기만 했을까? 우리는 때론 달콤한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가장 화려한 독버섯의 독이 가장 치명적인 것처럼 말이다.
고달픈 여정만이 그를 시험에 들게 한 것이 아니란 소리다.
버틸락 성주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특이한 제안을 한다.
"자네가 머무는 동안 나는 내가 사냥해 온 사냥감을 줄테니 자네는 자네가 여기 머물면서 이 성에서 얻은 것을 주게."라고. 그리고 가웨인은, 그 성에서 성주 아내의 입맞춤과 녹색 벨트를 받는다.
그는 정직한 기사로서 성주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성주 아내의 유혹을 애써 뿌리쳤지만 그녀가 내미는 마법의 녹색 벨트, 그러니까, 차고 있으면 어떠한 상처도 나지 않는다는 그 물건을 거절하지는 못한다.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1년간 고민했던 비극적 운명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을터였다.
성주가 그에게 성에서 묵던 며칠 간 무엇을 얻었냐고 하자, 그는 성주에게 그의 아내에게서부터 받았던 입맞춤을 돌려준다. 그러나 녹색 벨트는 돌려주지 않는다. 대담하게 꾀를 부리는 그 숱한 고전 속의 영웅들처럼. 그것은 부정직과 비겁일 수 있을테지만, 어쩌면 영웅이라는 미명 하에 그것이 용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웨인은 녹색 예배당으로 향한다. 그가 떳떳하지 못하게 얻은 녹색 벨트를 차고서.
4.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녹색 벨트만 있으면 그는 죽음의 위협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의 순간까지 그것을 찬 채 고개를 숙인다. 속이려고 한 것이다. 그 초자연적 존재를!
그러나 가웨인은, 그 최후의 순간에, 주어진 과업을 불명예스러운 속임수로 마무리한 결과를 예측한다. 거짓으로 얻은 왕위는 그를 좀먹어 들어갈 터였다. 사랑하는 이와 저버리고, 그의 왕국을 위협에 빠트리리라. 그것이 부도덕한 영웅이 맞이할 결과일테니. 그 상상속의 말로는 처참했다.
그러므로 그는 그 짧지만 끔찍한 고뇌 끝에 마침내 이야기한다.
"잠깐! 이 벨트를 풀고 나서 나의 목을 베시오!"
그렇게 이야기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는, 마침내 과업을 완수한 영웅의 광채가 깃든다. 그렇다. 그는 그 많은 유혹들 중 가장 떨쳐내기 어려운 스스로의 유혹을 떨쳐낸 것이다.
가웨인은 목에 베였을까? 그는 목숨을 잃었을까?
영화 내용만 봐서는 그것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가 그의 임무를 영웅답게 완수하고 영광스럽게 그의 고향으로 되돌아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으레 과업을 수행한 다른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숱한 시련과 유혹 속에서 방황하는 가웨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네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미래는 달콤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예측불허하며, 그래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삶은 녹록치 않다. 사람들은 우리가 '청춘'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기대와 굴레를 씌우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가 우리 삶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제대로 빛내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뇌가 우리의 뇌를 가득 채우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달콤한 속임수에 눈을 돌린다. 나와 타인을 속이는 일은 내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보다 훨씬 쉬우므로.
그러나 우리의 젊은 기사 가웨인처럼, 우리도 때때로 우리의 '목베기 게임'에서 기꺼이 우리의 녹색벨트를 풀어내야 한다. 두렵다고 피해가는 것은 운명을 상대하는 바른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버리고 모두의 앞에서 떳떳해짐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영화는 신비롭고 상징적이다. 반지의 제왕처럼 스펙터클한 전쟁씬을 바랐다면 조금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중세 기사의 이야기라든가, 아서왕 이야기의 큰 팬이라면, 혹은 방황하는 청춘으로써 눈 앞에 닥친 운명으로부터 자꾸만 도망치고 싶어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한번쯤 관람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줄거리 외적인 부분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양한 인종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을 맡았던 데브 파텔은 인도계이고, 그의 어머니를 맡은 사리타 초우드리는 인도계 영국배우이다. 오늘날 영국 인구의 적지 않은 수가 인도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캐스팅은 현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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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계급, 여성
축구, 계급, 여성
잉글리시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영화. 1부 6화. 여성(대부분)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는 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남성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로만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만 가끔 보는 나처럼,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도 군대에서 축구를 한 경험이 있으며, 국가대표 선수와 해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성적에 관해 대략은 알고 있다.
축구는 '럭비'에서 갈라져 진화한 새로운 스포츠로, 축구의 원형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그것을 하나의 '운동'으로 만든 것은 영국이다. 축구공의 재료도 돼지오줌보, 실뭉치, 새끼줄 뭉치, 천(옷)뭉치 등 다양하지만, 핵심은 둥근 공 형태로 만들어 그것을 발로 차며, 상대방의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이다.
'럭비'가 적대적 관계에서의 국가, 부족, 영주들 사이의 전투를 평화적으로 재현한 것이라면, 축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팀을 만들어 다른 팀과 경쟁하거나 승부를 가르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전투의 '우호적 버전'이다. 작게는 마을과 마을의 경쟁과 친선, 우호적 관계를 위해 적대감을 해소하고, 우정을 쌓기 위한 동기로 '운동'의 형태로 벌어지며, 이것이 국가 단위로 커지면 올림픽과 월드컵이 된다.
럭비, 풋볼, 축구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전투를 재연한다. 팀과 팀이 서로 마주보고, 땅을 뺐거나(풋볼, 럭비), 상대의 성(또는 고지)을 점령(골을 넣는 축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팀과 팀은 극도의 적대감으로 자신의 전투력을 고조하며, 육체와 육체가 부닥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난다. 공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의 상징이자 현현이며, 창과 칼, 도끼, 화살, 낫, 망치처럼 잔혹한 무기는 아니어도, 상대방에게 충격과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분명한 무기가 된다.
현대 축구는 영국에서 1870년 이전부터 시작했다. 영국축구협회컵 대회(FA) 결승이 1871년에 있었으니 그때 이미 영국축구협회가 귀족과 부르주아 중심으로 설립되었고, 영국 전역의 지방에 축구팀이 활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도 낯익은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이 최다 우승을 차지하고, 이 영화에도 나오는 '블랙번'도 6회 우승으로 상위권에 있다.
이 드라마는 영국에서 있었던 실제 축구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만들었으며, 당시의 축구와 계급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단지 축구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주제별로 나눠 보면 대략 이렇다.
축구
초기 영국축구협회를 구성한 사람은 모두 귀족이거나 부르주아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팀을 만들어 운동도 하고, 다른 팀과 경기해서 여러 번 우승하기도 한다. 귀족과 부르주아의 권위와 권력은 대단해서 이들이 만든 규정에 따라 경기가 치러지고, 이들의 결의가 곧 축구협회의 권위였다.
드라마에서 귀족팀이자 영국축구협회 임원 대부분이 소속되어 있는 '올드 이트니안스'와 랭커셔의 면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다웬' 팀이 나온다. 주요 인물로 귀족이자 부르주아이며 '올드 이트니안스'의 주전 멤버인 아서 키나드가 있고, '다웬' 팀에서는 퍼거스 슈터가 있다. 이들은 각각 귀족(과 부르주아),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현대 영국축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초기 축구는 지금으로 보면 '동네축구'여서 이렇다 할 전술과 전략이 부족하고, 공을 따라 몰려다니는 형태였다. 여기에 전술을 도입한 사람이 퍼거스였고, 퍼거스가 이적한 '블랙번'은 이후 네 번이나 우승하게 된다.
축구에서도 계급간 차별이 있었지만, 그래도 귀족(과 부르주아)과 노동자가 함께 땀을 흘리며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였다는 점에서 영국 축구는 비교적 평등하게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다 할 스포츠가 없었던 영국에서 대중 스포츠로 축구가 인기를 얻게 되는데,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일주일에 6일을 힘들게 일한 노동자들이 주말에 축구 경기를 보면서 힘든 노동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지역마다 축구팀이 있었고, 지역주민들은 자기 팀을 응원하며 일종의 경쟁심과 내부적 단결, 화합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었다.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도 힘겨운 임금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지역 축구팀을 후원하고, 팀은 팬을 위해 더 열심히 싸워 경기에서 이기려 노력한다. 이렇게 축구팀과 지역주민(대부분 노동자)이 단합하면서,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노동계급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려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영국에서 극성팬을 표현하는 '훌리건'의 탄생 역시 이런 지역 기반의 축구문화와 관련 있다. 이들은 과격하고 비틀린 행동을 보여주는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하층 계급에서 느끼는 박탈감, 소외감이 폭력적으로 분출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축구는 매우 중요한 스포츠이자 문화이며, 축구의 역사가 이미 150년을 넘어 역사가 되었다. 오랜 역사에서 쌓인 이야기는 대를 이어 내려오며 전설과 자부심, 자랑거리로 회자되면서, 지역과 가정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영국인들은 축구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기 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함께 동질감과 연대감을 갖는다.
계급
19세기 영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도 이미 자본주의 발달 양식을 받아들여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었지만, 아시아만 해도 자본주의적 양식을 도입한 나라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은 여전히 봉건왕조 체제였으며, 외국과의 교류를 봉쇄한 채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것은 필연적 과정(마르크스)이었으며, 이것을 거부하는 국가는 강제로 주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대하는 사회주의가 탄생한 것 역시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발달한 이후였다.
드라마에서 귀족(과 부르주아)의 생활과 노동자의 생활은 극과 극이다. 노동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마저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해야 한다. 노동자는 쉽게 해고되거나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게 되고, 임금 수입이 없는 노동자는 사회안전망(복지)이 없어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다.
따라서 노동자는 자신들의 생존과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본가와 맞서게 된다. 자본(가)은 생산수단(토지, 공장, 시설)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력은 소유할 수 없다. 모든 이윤은 바로 노동을 통해 창출되는데-노동가치설(아담 스미스, 마르크스)-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노동자이므로, 자본가는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한다.
드라마에서 귀족(과 부르주아)의 대표로 나오는 '아서 키나드'는 합리적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노동계급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그의 아내와 함께 극빈의 여성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런 귀족(과 부르주아)은 극히 드물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기-1880년대-만 해도 엥겔스에 의하면-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아동 노동이 만연했고,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16시간에 이르기도 했다. 노동자의 평균 수명이 30년도 안 된다는 통계도 있는 걸 보면, 노동자는 자본의 착취에 쓰이는 단순한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축구팀을 만들고, 노동자들은 그 축구팀을 응원하면서 연대의식과 자부심을 갖는다. 이들은 '노동자 계급'이라는 단어에 자부심이 있으며,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노동자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노동자는 개인의 인격이 아니며,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노동자가 부끄러울 일은 결코 아닌 것을 알고 있다.
여성
이 드라마에서 여성의 삶이 중요하게 드러나는데, 귀족 여성과 노동 계급의 여성이 대비되는 한편, 이들이 오로지 '여성'이라는 존재만으로 동질감을 갖는 장면도 나온다. 사실 젠더로서의 성(여성)보다는 사회적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현실인데, 아서 키나드와 그의 아내처럼 귀족이나 부르주아라도 노동자의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먹고 살기 힘든 여성들이 모이는 '여성 쉼터'는 이때도 있었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15세기 이후 유럽 전역에서는 부랑자와 빈민을 위한 '구호소'가 생기고 있었다. 중세 시대에도 귀족과 영주, 교회에 의해 재산을 빼앗기고 부랑자, 극빈자가 된 농노, 민중이 많이 발생했고, 이들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왕과 교회는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때 유럽 전역에 있는 수많은 교회 공간이 수용소로 변하고, 부랑자와 극빈자, 미치광이, 병자, 고아를 수용하는 대가로 교회는 왕에게 지원금을 받는다.
초기의 이런 수용시설이 점차 감옥, 병원, 학교로 분화하는데-미쉘 푸코-이 드라마에서도 '여성 쉼터'에서 낳은 갓난 아이를 빼돌려 입양을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파는 장면이 나온다. 갓난 아이의 매매는 일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인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에도 갓난 아이 매매 장면이 나온다.
19세기만 해도 그 이전보다는 나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자들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이것은 오늘 날에도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의 임금을 받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삶은 남성에게 종속적이고, 피동적이며, 열등한 존재로 인식된다. 가부장 사회는 고대 이래 지금까지 줄곧 이어졌고, 어느 체제를 막론하고 가부장 체제는 유지되어 왔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지배계급의 철저한 전략이었지만, 대중 특히 남성은 이런 지배계급의 전략에 동조한다. 그것이 남성의 생존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여성은 사회 변화의 첨단에 섰고, 존재 자체가 진보적이며, 그들의 연대가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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