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11-24 15:49:00
소설(小雪)부터 대설(大雪)까지 영화롭게
겨울 추천 영화
소설(小雪) 과 동시에 찾아온 강추위에 벌써 겨울이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 어느덧 올해가 한 달여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2021년이 가고 새로운 해를 맞는다는 생각에 아쉬우면서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왔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합니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마냥 아쉬워할 수도 없으니 남은 2021년을 행복하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길거리에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우리의 마음을 크리스마스 바이브로 가득 채워줄 '영화'가 있다면 다가오는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씨네픽이 겨울에 의한, 겨울을 위한 겨울의 영화들을 준비해보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겨울 바이브 가득 담은 영화들을 함께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
<러브레터>(Love Letter), 1995
드라마, 멜로/로맨스 | 일본 | 117분
감독 : 이와이 슌지 | 출연 :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 9.39 (네이버 관람객)
오늘에서야 다시 꺼내봅니다. 당신이 머문 곳에서…
“가슴이 아파 이 편지는 차마 보내지 못하겠어요.”
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그녀, 와타나베 히로코
“이 추억들은 모두 당신 거예요.”
첫사랑을 알지 못했던 그녀, 후지이 이츠키
씨네 pick : "아직까지 <러브레터>를 뛰어넘는 일본 멜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 (맥스무비 정유미 기자) 라는 평을 입증하듯, <러브레터>는 국내에서 무려 5번이나 재개봉된 명작입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며 절대 잊혀지지 않을 명대사를 남기기도 한 영화는 포스터만으로도 겨울의 설렘이 느껴지는데요. 여러분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어떤 하루에 <러브레터> 속 오타루의 겨울이 따스한 온기를 채워주길 바랍니다.
<윤희에게>(Moonlit Winter), 2019
멜로/로맨스 | 한국 | 105분
감독 : 임대형 | 출연 :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리 유코
⭐️ 9.23 (네이버 관람객)
다시 날 가슴 뛰게 만든 그 말
"윤희에게, 잘 지내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씨네 pick : 얼마전 개봉 2주년을 맞은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그 어떤 영화보다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깊은 영화인데요. 겨울의 오타루와 '편지' 그리고 필름 카메라까지 <러브레터>와 비슷한 소재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그려내는 <윤희에게>는 겨울을 담아낸 시 한 편을 본 듯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꿈을 꾸셨나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요즘, <윤희에게>를 감상하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멜로/로맨스, 드라마, SF | 미국 | 107분
감독 : 미셸 공드리 | 출연 :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 9.26 (네이버 관람객)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씨네 pick : 이 영화 추천이 식상하다고 느껴질 수는 있어도, 영화가 식상하다고 느낄 일은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은 명작 <이터널 선샤인> 입니다. 여름만 되면 공포 영화가 개봉하는 것처럼, 겨울엔 특히 '사랑'과 관련된 영화가 많은 것 같은데요. 겨울 감성이 사랑이라는 감정과 맞닿아 있어서일까요? 겨울이라는 계절은 절절한 사랑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같습니다. 요즘 여러분의 감정은 어떤 상태인가요? 우리 과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영국, 미국 | 130분
감독 : 리차드 커티스 | 출연 :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엠마 톰슨, 키이라 나이틀리, 빌 나이
⭐️ 9.24 (네이버 관람객)
크리스마스에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로맨틱한 고백
사랑에 상처받은 당신을 위해,
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사랑에 확신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선물이 찾아옵니다.
씨네 pick : <러브 액츄얼리> 라는 제목만 들어도,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의 전주가 자동으로 재생되는 마법! 음악뿐 아니라, 스케치북 고백, 영국 명배우들의 열연 등 <러브 액츄얼리>는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정말 많은 영화인데요. 위 영화들이 말그대로 '겨울 영화'라면 <러브 액츄얼리>는 보다 크리스마스 영화에 가깝습니다. 선물상자 같은 포스터처럼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봐야하는 정석 같은 영화이기도 하죠. "To me, this film is PERFECT"
<미져리>(Misery), 1990
스릴러, 공포, 드라마 | 미국 | 104분
감독 : 로브 라이너 | 출연 : 제임스 칸, 케시 베이츠
⭐️ 9.03 (네이버 네티즌)
'미저리'란 이름의 순애보적 여인상을 등장시킨 대중 소설 시리즈로 여러해 동안 인기를 누려온 소설가 폴 셸던(제임스 칸)은 연작 속의 여주인공이 죽는 마지막 완결편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감하고, 오랫 동안 쓰고자 했던 진지한 작품 완결 후 차를 몰아 뉴욕을 출발한 폴은 산 길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휘몰아쳐 온 눈보라를 만나 길 밖 벼랑으로 핸들을 꺾고 만다. 심한 부상으로 의식 불명이 된 폴을 때마침 구해내는 수수께끼의 인물 애니 윌킨스(캐시 배이츠)는 미저리 시리즈의 애독자로 폴의 재능을 동경해 온 간호사 출신의 여자다. 애니의 집으로 옮겨져 그녀의 헌신적인 간호로 의식을 회복하는 폴. 그러나 그의 몸은 양다리가 참혹하게 부러지고 어깨마저 심하게 다친 처참한 상태다. 애니는 눈보라로 길이 막혀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으며 전화마저 불통이어서 외부에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눈이 녹고 길이 뚫려도 애니는 폴을 병원에 보내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마을에 나가 미저리 시리즈의 최신판을 사다 읽은 애니는 마지막에 미저리가 죽는다는 걸 알고 폴에게 분노의 광기를 발산하는데...
씨네 pick : 겨울 로맨스 영화에 질린 당신을 위한 추천작! 진눈깨비도 아니고 폭설을 볼 수 있는 진정한 겨울 영화 <미저리>는 작년 보기 힘들었던 눈을 가득 볼 수 있는 영화인데요. 사실 '눈'은 로맨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지면, 스릴러의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눈보라 치는 날, 밖에 나가면 큰일 나는 이유! 이 영화에 다 있습니다. 눈 오는 날엔 꼭 집에 있기로 해요.
여러분은 올해 첫눈을 보셨나요? 아직 못 보셨다고요?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엔 첫눈이 아니니까요~
아직 보지 못한 첫눈을 기다리며, 씨네픽 추천 겨울 영화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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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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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기] 이정은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억척스럽고 성실한 생선가게 사장님부터 영화 감독 역할까지
드라마와 영화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배우가 있죠!
바로 배우 '이정은'입니다.
오늘의 톺아보기 주인공은 바로 배우 '이정은'입니다.
그럼, 이정은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러 가볼까요?!
ⓒ 윌엔터테인먼트
이정은 배우는 연극부터 시작해 뮤지컬,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넘나들며 출연한 작품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요. 매 작품 현실감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줘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며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배우 '이정은' 프로필
ⓒ 윌엔터테인먼트
이름 | 이정은
출생 | 1970년 1월 23일
소속사 | 윌엔터테인먼트
데뷔 |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
배우 '이정은' 데뷔 과정
ⓒ 윌엔터테인먼트
이정은 배우는 처음에는 연극 조연출로 시작하였다.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는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에서
간단한 대사도 NG를 숱하게 내 카메라 공포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연기보다는 연출 쪽에서 계속 활동을 하다 2013년에 드라마 데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배우 '이정은' 대표작
미스터 션샤인 - 함안댁
ⓒ 윌엔터테인먼트
눈치가 없으며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자
애신의 유모인 '함안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타인은 지옥이다 - 엄복순
ⓒ Tving
언뜻 보기엔 친절하고 푸근한 사람인 것 같지만 행동이 늘 어디간 의뭉스러운
고시원 주인인 '엄복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시즌
내가 죽던 날 - 순천댁
ⓒ 네이버 영화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무언의 목격자인 '순천댁'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웨이브
기생충 - 문광
ⓒ 네이버 영화
글로벌 IT 기업의 젊은 CEO인 박 사장의 집에서 오랫동안
입주 가사 도우미로 일한 '문광'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로스쿨 - 김은숙
ⓒ Tving
개성 넘치며, 탈권위적인 성향에 털털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판사 출신 민법 교수이자 리걸클리닉 센터장인 '김은숙'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시즌
소년심판 - 나근희
ⓒ 윌엔터테인먼트
소년 범죄를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인물로
완고한 성격을 가진 부장판사인 '나근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우리들의 블루스 - 정은희
ⓒ Tving
억척스럽고 성실하고 똑똑하며 자수성가한 인물로
현재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정은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오마주 - 지완
ⓒ 네이버 영화
이정은 배우는 세 작품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여성 감독인 '지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곳 -------------
극장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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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 쿠아론의 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
내 가슴 한켠에 저 불빛 같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 부분,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에서 (문학동네 시인선 030)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초반에는 모교 MIT에 강의하러 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심리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연하는 대목이 있다. 홀로그램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는 바로 어린 자신과 부모님의 대화 장면이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처럼 정말로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토니’의 기억에 의존해 그 조각들을 모아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다루는 이야기의 층위와 진폭 모두 다르지만, 만약 작중 ‘토니’가 돌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뛰어난 영화감독이었다면 바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자신의 유년에 대한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현재 자신의 삶을 가능하게 만든 과거의 누군가(‘리보’)에게 바치는 헌사다.
"I believe that human beings are born first and given passports later. I'm really thankful for my journey. And It's a journey I didn't design."
알폰소 쿠아론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 등과 함께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영어덜트 인기 소설 원작 영화부터 시작해 내밀한 자전을 담은 흑백의 넷플릭스 영화, 곧 지금 말할 <로마>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넘길 필모그래피 없는 작품들을 내내 선보여왔다. "새로운 세계와 도전에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영화는 영화 만들기를 언제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를 보면서 처음 떠올린 영화는 윤가은의 <우리집>이나 윤단비의 <남매의 여름밤> 같은 작품들이었지만, 곱씹을수록 <미나리>는 그 작품의 성격상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유사한 면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나리>에 대해 쓴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https://brunch.co.kr/@cosmos-j/1217알폰소 쿠아론은 <그래비티>(2013) 작업을 마무리한 뒤 "좀더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다. "수년간 쌓인 자원과 도구, 테크닉이 있으니 드디어 고향에 돌아가 모국어로 영화를 찍을 때가 왔다"라고 생각했다고. 잠깐 언급한 <미나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굳이 영화가 될 만한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미나리>와 <로마> 모두 감독 자신의 유년을 기반으로 한, 특히나 더 사적인 출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닌, 잘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이거나 거의 조명되지 않는 주변인이었을 사람들. 실제로,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듀나 역시 이런 언급을 한 적 있다.
“신들과 괴물들이 지배하는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긴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주 지루한 삶을 살았고 그 삶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될 만한 특별한 개성도 없었습니다. 이런 개성이란 대부분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생물학적인 존재만으로서 인간은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동물이 아닙니다.”
듀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그러나 주변인이었을 사람들을 주변적 시선에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어떤 이야기는 만들어낸다. 그의 카메라는 나서지 않고 관찰자에 머무를 줄 안다.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는 순간. 이해관계와 효율, 힘의 논리가 남기는 어떤 상흔들. 그럼에도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살아있음의 에너지. 공간과 소리, 시간의 상호 작용. 삶과 세계 사이의 파도를 헤쳐 나아가는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도 읽히고 싶다.
<로마>는 땅에서 시작해 하늘로 끝나는 영화이며, 사적이면서 공적인 영화고, 훗날 예술가로 성장한 한 사람이 자신의 지난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에 대하여 사려 깊고 섬세한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는 영화다. 먼저 땅과 하늘에 대해 써야겠다.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기까지 약 3분. 부감으로 체크무늬의 바닥 타일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바닥을 물이 훑고 지나가고 세제 거품이 일렁이는 그 순간에 가만히 머문다. 바닥의 물이 거울처럼 비추는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간다. 이후 <로마>는 내내 순간에 천천히 머무르고 신비로운 배경처럼 파도, 우박, 비행기 같은 것들이 기억의 일부인 듯 프레임을 이룬다. <로마>의 땅과 하늘은 곧 주인공 ‘클레오’(얄리사 아파리시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거나 그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 자체다. 첫 장면의 바닥은 ‘클레오’가 청소하는 바닥이다.
이제 사적이면서 공적인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1970년대 멕시코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더라도 영화의 관객은 얼마든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로마>는 그것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다. 다만 ‘클레오’가 보고 듣고 겪는 만큼만을 정보로서 허용한다. 굳이 <로마>가 멕시코인 여성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어떤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한 사람, 한 가정의 낮과 밤을 따라가며 그(들)의 행적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시대를, 그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음을 적고 싶은 것이다. 사적인 이유. ‘클레오’ 한 사람의 이야기인 동시에 알폰소 쿠아론의 기억 속 ‘리보’의 이야기이므로 사적이다. 공적인 이유. 임신한 아이의 아빠인 ‘페르민’이 떠난 후 남겨진 ‘클레오’와, ‘클레오’의 고용주인 ‘안토니오’가 개인의 성취 혹은 이기를 위해 떠난 후 남겨진 그의 아내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두 여성의 이야기가 평행선 혹은 그림자처럼 놓인다는 점에서 공적이다. 그러나 <로마>는 섣불리 ‘인종과 성별, 계급을 초월한 이야기’ 같은 것이 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거나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가족처럼 보이는 일상에도 ‘가정부’와 ‘사모님’의 위치 차이는 존재하며 가사노동의 공간이 아닌 주거의 공간 역시 구분돼 있다.
“실제 우리 가족의 물건으로 방을 채웠다. 할머니 집에 있던 오래된 의자는 물론 다이닝룸과 아침을 먹던 공간, 응접실까지 원래 집에 있던 가구를 많이 채워넣었다. 극중 소피아의 초상화로 나오는 그림은 사실 우리 어머니의 초상화다. 아이들 방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실제로 사용하던 것 혹은 영화를 위해 똑같이 재현한 것이다. 보라스라는 반려견은 가족이 기르던 강아지와 종은 물론 이름까지 똑같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
<로마>의 주 공간이 되는 집은 알폰소 쿠아론이 실제 살았던 동네의 근처이며, 가구와 소품들은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 비슷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앞서 사적이면서 공적이라고 한 점은 자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어지는데, 결국은 자신의 유년이 어땠는지 자체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키워주어 훗날 지금의 자신으로 만들어준 사람의 삶을 화자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 외 각본, 편집, 촬영까지 담당한 <로마>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사건이나 갈등이 아니라 가장 지나치기 쉬운 일상,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한켠에서 빨래나 설거지, 청소 등의 보이지 않는 일을 감내한 사람의 조용하고 고단한 하루들에 있다.
“앞으로 변화들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일 거야.”
-소피아, 클레오와 아이들에게
‘소피아’는 ‘클레오’에게 “우리는 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도 말한다. 파도와 햇살을 끌어안고 서로의 모래 묻은 어깨와 등을 감싼 채 <로마>의 가족은 가만히 눈을 감고 사랑을 말한다. 이 순간 살아있음을 온 몸과 마음으로 끌어안고 만끽한 자의 모습으로. ‘나’의 삶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이에 전해지고 쌓여온 누군가의 가까운 도움과 보살핌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에만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받을 때에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물론, 유년 혹은 유아기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며 <로마>는 그것을 알고 있다. <로마>는 자신의 오늘이 타인의 과거로부터 비롯했음을 성찰하고,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그 타인의 일상에 빛을 전하는 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영화다.
롱테이크와 패닝 숏으로 대표되는 미학적 스타일,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는 사실주의적 접근, 그리고 간결해 보이는 각본 안에 담긴 깊은 사유까지. 이미 경지에 이른 알폰소 쿠아론의 다음 영화를 믿고 기다려도 되겠다는 어떤 확신을 <로마>는 준다. 나를 살아있게 다른 이들의 지난 삶을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현재 애플TV의 시리즈 <Ascension>을 연출, 제작에 앞서 기획 중에 있으며, 아들 조나스 쿠아론과 함께 <A Boy and His Shoe> 각본도 집필할 예정.)
알폰소 쿠아론은 그렇게 “이 영화가 당신을 씻어내리도록 그냥 허락하세요”라고 권고한다. 동시에 희로애락이 출렁이는 개인의 삶 바깥에는 언제나 거대한 세계가 초연히 운동하고 있음을 말한다.-김혜리 기자, <씨네21>에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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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비티>의 사운드 미학
영화 <그래비티>(2013)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 쓰레기 잔해 충돌로 인해 동료로부터 멀어진다. 우주에서의 고립은 무인도에서의 조난과 매우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2000)의 무인도 속 조난자에겐 소통의 대상이 있다. 살아 있지 않아도 괜찮다. 배구공에게 얼굴을 그려주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통하면 된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 조난자에게 배구공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세상과 분리된 채 경험하는 철저한 고립, 완벽한 배제는 개체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우주는 무서운 공간이다. 스톤이 떠다니는 공간은 배구공은커녕 그 어떤 것도 없는 황량한 무(無)의 상태다. 이때 스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몇몇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스톤이 소리에 반응하는 몇몇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홀로 남은 스톤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다. 우주 쓰레기 파편이 휩쓸고 지나간 뒤 혼자 남은 스톤이 좌절에 빠질 때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스톤을 붙잡는다. 프레임 중앙으로 멀어져 가는 스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즈음 지지직대는 소음과 함께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코왈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그에 반응하는 스톤의 격양된 목소리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며 희미하게 일렁이는 스톤을 찾으려는 관객이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명확한 음향 표지이다. 이때 피어나는 스톤의 안도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전이된다.
스톤이 연료가 바닥난 소유즈에서 우주 관제 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때 스톤은 교신에 성공하지만, 상대는 우주 센터가 아닌 지구의 이누이트 통신사 아닌강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톤과 아닌강은 소통에 실패한다. 하지만 스톤은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일지라도 이런 소리는 특징적인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때 스톤과 아닌강은 불완전하면서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소통을 경험한다.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이 아닌강의 언어보다는 스톤이 구사하는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스톤처럼 아닌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관객들도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비티>는 우주에 고립된 스톤과 지구 어딘가에서 그와 교신하는 아닌강 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사운드를 매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코왈스키의 목소리다. 코왈스키는 스톤을 다시 한번 구해낸다. 아닌강과의 교신 이후 산소를 줄여 죽으려 했던 스톤은 정신을 잃어가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이후 제시되는 코왈스키의 환영과 스톤의 대화 신이 끝나는 지점은 스톤을 부르는 프레임 바깥에서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극중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내재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에서의 외재적인 음향으로 자주 동원된다. 처음 스톤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같은 내재 공간인 우주 속 어딘가에 있는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외재적 음향 표지로 등장해 스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고 다음 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스토리 공간 속의 인물이 내는 소리를 내재적/외재적으로 적절히 변주하는 방식은 관객이 스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서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이처럼 사운드가 유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평자와 대중들은 공통적으로 <그래비티>가 훌륭한 우주 체험 영화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을 그려낸 수많은 영화와 <그래비티>를 비교했을 때, <그래비티>만의 영상미, 시공간 묘사와 촬영 기법 등은 분명히 이 영화를 매력적인 우주 체험 영화로 가공한다. 이때 여기에 사운드가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운드는 삽입된 사운드트랙, 작곡된 스코어, 믹싱으로 첨가된 음향 효과, 녹음된 인물의 대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왈스키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트는 팝송이나, 고증이 완벽하게 된 효과음 등도 물론 중요하고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는 특수한 스코어나 음향 효과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서사 전개의 스타일적 패턴이나 도구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사운드 미학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래비티>는 사운드만으로 관객이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음향이 영화에 어떤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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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을 기다리며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30년 종사한 딸, 커스틴 존슨이 아버지 딕 존슨의 죽음을 다양하게 연출하며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픽션(Fiction)과 논픽션 (Nonfiction)을 오가며 촬영된 영상은 아버지의 죽음, 더 나아가 '죽음'이 가져온 남은 자들의 상실과 아픔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속 딕 존슨은 다양한 방식으로 죽는다. 길을 걷다 누군가가 떨어트린 모니터에 머리를 맞아 죽거나, 공사장 인부가 휘두른 자재에 맞아 피 흘리며 죽는다. 그 외에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고, 자전거에서 떨어지거나,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렇듯 죽음은 늘 예기치 못하게 그것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커스틴이 아버지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이유는 알츠하이머로 떠난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다. 커스틴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찍은 짧은 영상만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큰 후회를 했다. 그녀는 죽음이 주는 상실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그러한 상황 속 딕 존슨 또한 점차 기억을 잃는 일이 잦아진 것을 커스틴은 깨닫게 된다. 이제는 죽음이 주는 상실의 아픔에 덜 괴로울 수 있도록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한다.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딕 존슨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죽음 연습하기 영상은 매우 개인적인 내용이면서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존슨 집안은 예로부터 안식교를 믿었다. 안식교에서는 술, 춤, 영화를 금지한다. 그러나 딕 존슨은 안식교의 규율을 거부하고 자녀와 <영 프랑켄슈타인>을 보러 가는 등, 그에게 천국은 아이들과 함께 이 땅에 있는 것일 뿐 안식교에서의 규율은 중요하지 않았다. 딕 존슨은 자녀들을 아끼고 주변 사람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알츠하이머의 전조가 보인 일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알츠하이머는 자신을 점점 잃게 만들고 주변 사람도 하나씩 잃어간다. 나를 구성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제가 남편이 죽었을 때도 딕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어요. 근데 마음이 아팠던 게 며칠 후에 딕을 만나 절 따뜻하게 안아주셨는데 5분 후에 저에게 남편의 안부를 물어보셨어요.
전 그게 또 다른 상실임을 알았어요. 기억 상실이죠.
그러나 제가 기억하는 한 딕의 기억은 제 안에 있다는 거예요."다큐멘터리 속 연출된 장면들은 죽음에 대비하는 연습의 과정을 담아냈다. 딕 존슨이 죽고 나서 가게 될 천국을 연출하거나 딕의 친구들을 만나 죽음을 이야기하며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딕의 장례식이다. 장례식은 엄중하고 슬픈 분위기로 가득하다. 친구는 추모사를 읊으며 슬픈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억한다. 그러나 딕은 장례식이 열린 교회 강당의 문밖에서 그 상황을 보고 웃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딕의 가짜 장례식이다. 딕은 추모사가 끝난 장례식장의 문을 열고 자신을 추모한 사람들 속으로 걸어가 인사를 나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준비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가져다주는 슬프고 무서웠던 기억에 웃음을 가져다주는 여유를 덧대어 준다. 물론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 앞에서 ‘딕 존슨의 죽음’은 언젠가 일어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커스틴 존슨은 벽장에 들어가 핸드폰에 한 문장을 반복해서 녹음한다. “딕 존슨은 죽었습니다.” 한 문장을 계속 되뇌며 커스틴은 딕 존슨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녹음을 마친 뒤 벽장 문을 열고 환한 빛과 함께 나타난 닉 존슨을 끌어안으며 다큐멘터리는 끝이 난다.
'Dead'
죽음이란 단어는 쉽게 꺼내는 주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죽음은 정말 무서운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느꼈다. 누군가에게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기억은 없다. 그저 어른들은 죽음이라는 말을 꺼내길 꺼렸으며 터부시했다. 영화, 소설, 드라마, 책 다양한 매체에서도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상실이자 끝이었다. 또한,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아픔을 가져 왔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죽음은 최대한 피해야 하고 말하면 안 되는 금기였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후회로 가득하다. 죽은 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배웅을 하지 못해 후회하고, 죽은 자신에 대한 위로를 건네지 못해 후회한다. 나의 죽음만이 아닌 타인의 죽음, 우리는 죽음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나 단 한 번 겪는다. 누구든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연출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익숙해진다고 해서 모든 아픔과 후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아픔과 상실 또한 삶에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기에 조금은 덜 아플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유년기가 죽으면 청년기가 오고, 청년기가 죽으면 노년기가 오고, 어제가 죽으면 오늘이 오고 오늘이 죽으면 내일이 온다.”
몽테뉴의 얘기처럼 삶은 그 자체로 죽음의 연속이며, 처음부터 삶 안에는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인생에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헤어지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지 않을까? 그래서 딕은 기억은 점점 잃어가지만, 딸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지금을 천국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죽음을 마주 보았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 보며 딕은 연출된 자신의 죽음을 보며 천국이 그려진 세트장을 보며 웃는다. 이 웃음이야말로 딕 존슨이 죽음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천국에서 만난 아내와 이소룡과 버스터 키튼, 프리다 칼로와 함께 있는 힘껏 웃고 즐기면서 말이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만 준다면 참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면 서로를 잃는 고통도 마주해야 한다. 상황이 나빠지면 우린 서로 꼭 껴안는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짧은 기쁨에 감사한다."
감독: 커스틴 존슨 (Kirsten Johnson)
장르: 다큐멘터리 / 드라마 /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러닝타임: 약 89분

- 완벽한 일상의 물리적 증명
7★/10★
그림자는 물리적 존재를 환기한다. 실존하는 물질이 빛을 가로막을 물리적 질감을 가질 때만 그림자가 생긴다.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는 일상적 삶에도 물리적 질감이 있음을, 나아가 물리적 질감을 초과하는 서사와 의미가 깃들어 있음을 그림자의 이미지로 풀어낸다.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는 주인공 히라야마는 일하는 중 벽에 비친 나무의 그림자만 봐도 웃음 짓는다. 화장실 통로 밖으로 나와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그림자로 포착하는 물질성은 물리적 사물을 넘어서기도 한다. 히라야마는 우연히 만난 삶에 낙담한 또래의 중년 남성과 그림자를 갖고 몇 가지 놀이를 한다. 먼저 두 개의 그림자가 겹치면 더 진해지는지를 실험해보고, 뒤이어 서로의 그림자를 좇는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상대 남자는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도 더 짙어지는 것 같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히라야마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분명 더 진해졌다는 것이다. 히라야마는 ‘알고’ 있다. 그림자는 분명 어떤 물질의 실존과 그 실존에 깃든 서사, 의미를 대변하기 때문에 포개진 그림자는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림자 술래잡기를 하는 두 사람의 해맑은 표정은 그림자가 증거하는 삶을 소환한다. 그림자가 물질로서의 인간의 몸뿐 아니라 그 몸에 담긴 삶 역시 담아낸다는 (히라야마가 남자에게 알려준) 사실이 두 사람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그림자만으로는 물질의 구체적 형상을 그려낼 수 없다. 물질을 비추는 빛의 각도와 주변 환경에 따라 같은 물질이라도 여러 모양과 밝기의 그림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히라야마가 화장실 벽의 나무와 중년 남자의 그림자에서 물질 그 이상을 감각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일상을 살아내는 태도에서 나온다.
영화는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히라야마의 하루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웃 할머니의 빗자루 소리에 잠에서 깬다,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양치와 면도, 세수를 한다, 직접 분재한 화분에 정성스레 물을 준다, 작업복을 입는다, 신발장 선반에 차례로 정리된 물건들을 챙긴다, 집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다, 작은 봉고차를 타고 출근하며 음악을 듣는다, 동료에게 ‘왜 이렇게까지’라는 물음을 들을 정도로 깔끔하게 화장실을 청소한다, 퇴근 후에는 목욕탕에 들러 씻고 단골 식당에서 식사한다, 쉬는 날이면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인화하고, 헌책방에 들르며, 단골 술집에서 피로를 푼다.
아무것도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다.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이 정말 화장실 청소 일을 하느냐고 묻는 것을 보아 히라야마가 지금 하는 일이 그의 과거 ‘사회적 신분’과는 잘 맞지 않는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괴로움, 열패감이 그가 느껴야 할 더 적절한 감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그러지 않는다. 눈을 뜰 때마다, 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설 때마다 조용히 미소 짓는다. 마치 오랫동안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가만히 웃음 짓는 히라야마의 얼굴은 그림자에 구체적 물질성과 그 너머의 의미, 서사를 상상하는 통로다. 영화는 히라야마에게 어떤 과거가 있는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히라야마의 표정이 이 설명을 대신한다. 별로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며 종종 천대받아도 일터에서 스스로 세운 기준을 충족하려 노력하고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애정을 가질 때 나오는 표정으로 말이다. 여기서 빚어지는 단단함은 히라야마의 직업관과 과거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에 대한 조급증을 종식시키며 소박한 차이의 평온한 반복이라는 히라야마의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게 해준다. 피곤한 날도, 기분 좋은 날도, 슬픈 날도, 예기치 못한 일이 있던 날도 히라야마는 같은 표정으로 일어날 것이고 하늘을 바라볼 것이며 화장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바라볼 것이다. 이렇게 히라야마는 일상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이 잃어버린 표정을 복원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히라야마가 그날을 복기하며 꾸는 꿈속에서는 그저 불분명한 회색빛 형체였던 것들이 어느새 그가 서랍 속에 엄격하게 선별해 모아둔 사진처럼 분명한 형태의 물질성과 그에 담긴 서사, 의미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영화가 그려내는 히라야마 캐릭터에 남성 판타지가 층층이 깃들어 있다는 점은 해소되지 않는 찜찜한 의구심을 남긴다. 조카, 점심을 먹을 때마다 벤치에서 만나는 여성, 동료의 애인, 술집 사장 등 영화의 여성 인물들은 히라야마가 구축한 일상이 매력적이고 살 만한 것임을 증명하고 보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체의 확립을 위한 여성 타자 없이는 완벽한 일상(perfect days)의 물리적 증명은 불가능한 것일까? 야큐쇼 코지가 놀라운 연기로 형상화한 아름다운 일상의 물질성 앞에서, 이 머뭇거림을 함께 마주할 수밖에 없는 당혹감을 ‘떨쳐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영화 속 그림자 이미지가 증명하는 ‘순수한 아름다움’은 아직 온전히 펼쳐지지 않았다.

- MZ세대의 솔직한 연애이야기 ❤ 근데 이제 거기다 영화 얘기를 곁들인...(500일의 썸머, 건축학개론)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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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 로맨틱 청불 코미디 / 소프트한 19금 영화 / 박지현 최시원 성동일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있어요!

- 영화 <타이타닉 : 25주년> 예고편
영원히 가라앉지 않을 감동 [타이타닉: 25주년] 2월 컴백! 개봉 25주년 기념 4K 3D HDR 리마스터링 오직 극장에서 경험하세요!?✨

- 영화 <라임크라임> 메인 예고편
다세대촌에 살고 힙합을 좋아하는 소년 ‘송주’, 가수 이센스는 그의 영웅이다.
아파트 부촌에 살고 있는 반 친구 ‘주연’과 함께 둘은 힙합팀 ‘라임크라임’을 결성한다.
두 소년은 힙합 성지 ‘밀림’의 무대에 오를 꿈을 꾸며
함께 랩을 하기 위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 차이가 둘의 길을 갈라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