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2021-11-03 19:08:38
아무도 없는 곳, 2021 김종관 감독작품
쓸쓸한 희망을 찾아서
가끔은 사람을 만나면서 동시에 이별을 떠올린다. 자유롭게 나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 오히려 인연이라는 것에, 또 세월이라는 것에 많이도 덤덤해졌다. 사람들은 그렇게 만나고 또 헤어지고, 또 만난다. 그렇게 헤어져도 꼭 다시 만날 것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가족들뿐 일 것이다. 이 영화는 일상인 가족들과의 가볍고, 또 무거운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잃고 얻은 게 개개인의 틀 안에서 모두 다 달랐을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들. 공기처럼 물처럼 옆에 있어준, 혹은 떨어져 있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고운 시선으로 조용히 책을 읽는다. 사람을 기다리는 것 같지만 만나야 할 사람은 바로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 문득 주변을 비추어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혼자서 자신만의 방식대로 커피 한 잔을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간 속에 수많은 시간이 떠다니는 것만 같다.
첫번째 이야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분주해 보이고, 모든 것이 재미없다 말하는 한 여인. 그녀에게 호텔에 들어오려는 노숙자의 이야기를 해 주는 남자. 그녀는 어느덧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야기는 사실인 듯 하나 사실은 아닌 허구이지만, 그 안에 있는 공허함은 저릿하다.
두번째 이야기는 글을 쓰는 그 남자와 편집자와의 만남. 담배를 끊은 남자에게 인도네시아 산 담배를 권하는 그녀는 자신의 헤어진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면이 너무 어두워 밤이라는 어둠에 갇힌 사람 둘을 보는 것 같다. 둘이 걷는 덕수궁 돌담길 같은 끝없이 이어진 길에서, 둘 사이를 뚫고 등장하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는 한 여인이 말한다.
'바람의 방향을 따라 가야해'
'손을 잡아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상해 보였던 그녀가 가장 정상으로 사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어른은 참 어려운 존재다.
세번째 이야기 그와 사진사와의 우연한 만남. 청산가리를 품에 안고 다니는 이 사내에게는 유방암이 전이된 아픈 아내가 있다. 그녀의 간병에 지치고 괴로운 그는, 우연히 마주친 남자를 보며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네번째 이야기 바텐더와의 만남. 손님들의 이야기로 시를 쓰는 기억상실증 바텐더를 만난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시킨다. 위스키 병에 담을 만한 추억을 나누어 달라 한다. 남자는 그 바텐더에게 바스락거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어 나간다.
감독님은 아마도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드시지 않았을까. ‘어떤 힘든 일에도 사람은 쉽게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사실’. 영화 속 사진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기적은 안 믿어요ㅡ 하지만 기적이라는 게 있어요!” 라는 말에 얼만큼 동의해야 할지 생각해 봤다. 영화를 보고 있는 현실 속 내가, 여기까지 잘 버티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면 기적인 것 같다.
어둡고 무겁다 했는데 영화가 벌써 한 시간 이상 흘러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살며 겪는 모든 이야기들에는 "관점의 차이" 에 따라 소설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그 날이 나의 생일이기도 했고, 많은 축하들을 받으며 혼자서 충만했던 건, 그간의 내 삶과 이야기의 경계는 한해한해 더 나이가 들 수록 점점 더 모호해져 가는 게 아닌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의 추억들도, 또 지금의 나날들도 나의 관점에 따라 부감샷이 될 수도 클로즈업이 될수도 있는 건 아닐는지 싶었기 때문에. 내 삶은 내가 원하는 것만큼 시가 될 수도 소설이 될 수도 영화가 될 수도 있는 건 아닌지. 참으로 오랜만에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된다.
영화 속 남자는 바텐더의 표현처럼 '기다린다는 말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지구 건너편에 두고 온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을 고백하는 그 남자를 보며,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 건너편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안전하게 피신해 있었던 그 외로움에서 나와서. 희망이라는 걸 노래해 보고 싶어졌다.
"바람을 따라가야지”
“손을 잡아야 길을 안 잃어"
그 말씀을 해 주신 건 그 남자의, 엄마였다. 그 남자는 늘 자신의 주변에서 엄마를 만났다.
한껏 공허함과 쓸쓸함 뒤 희망을 노래하는 게 바로 인간.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산다. 하루가 지나도 영화가 푹 우린 곰국마냥 생각난다ㅡ 이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다ㅡ 그게 부끄럽기도 듣기 싫기도 거북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는 왠지 어딘가 모르게 다 닮아있다. 신기한 사람들의 삶, 과 희망의 노래. ‘아무도 없는 곳’ 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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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도깨비 깃발, 명절용 오락 영화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속편!
설 연휴를 앞두고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습니다.
2014년에 개봉했던 1편에 이은 속편이죠.
속편이지만 영화 속 시기와 캐릭터는 모두 바뀌었어요.
이번엔 의적과 해적이 만나게 됩니다.
거의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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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끝장리뷰 | 결말해석 | 사슴, 모자 상징 | 이미지와 사운드, 상류와 하류, 자연과 도시 | 시점쇼트 분석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시선의 주인, 사슴과 모자, 결말해석
Chapter 2 상류와 하류, 사운드와 이미지
00:00 하마구치 류스케
01:26 시점쇼트
03:12 사슴과 모자
05:43 결말해석
08:01 상류와 하류
10:58 사운드와 이미지
12:32 별점 및 한 줄 평
12:5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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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고> 메인 예고편
친구의 부탁으로 조카를 봐주기로 한 아이작.
어마어마한 보수에 수락했지만 기묘한 조건이 붙는다
#1. 이동을 제한하는 사슬 조끼를 입을 것
#2. 조카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3. 허락 없이 집을 떠나지 말 것
외딴섬에 위치한 미로 같은 집과 석궁을 들고 다니는 조카, 섬뜩한 토끼 인형까지…
이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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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터널스> 30초 예고편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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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별을 위해
사실은 위험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가수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다. 어느 날의 공연장.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가 노래를 끝냈다. 마이크를 넘기는 그레타. 사람 앞에 나서는 게 싫다. 싫다고는 말하지만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듣는 것 같다. 군중들 속에 눈이 반짝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이다. 음반 제작자인 댄. 예전에는 그래미 상까지 받았지만 현재의 그는 그냥 술주정뱅이다. 오늘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 댄. 하지만 그레타를 바라보는 안목 자체는 녹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레타에게 명함을 건네는 댄. "네 앨범을 만들어 줄게"라고 접근한다. 하지만 그레타는 음악에게 상처를 입었다. 거절하는 그레타. 하지만 댄과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음반 제작, 내일까지 고민하고 답 줄게요"라고 말하는 그레타. 그레타는 상처 입은 마음을 뒤로하고, 댄은 스스로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음악에 뉴욕 시가 반응한다.
음악의 의미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음악의 의미를 영화가 플롯 안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댄이 직접 “음악은 지루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지”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의미를 부여한다'라는 점이다. 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상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국한 짓는 것이 아니다. 1차적으로 이 영화가 음악으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인간과 인간사이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들은 음악으로 소통한다.
후자부터. 영화에서 중요한 관계 네 개만 뽑으라면 댄과 바이올렛 부녀, 댄과 그레타, 댄과 콜, 그레타와 세상과의 관계다. 이 네 관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단점은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 네 관계 중 단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댄-바이올렛 부녀다. 댄과 바이올렛은 서로를 잘 모른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버지는 딸의 나이조차 모른다. 딸도 아버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무기력하게 도망 다니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부녀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영화 안에 두 장면이 있다. 이 요소가 동일시되는 지점이 어느 순간 등장하는데 영화가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 장치라고 생각한다. 대화 대신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면 서로 아는 척도 안 했을 댄과 그레타가 처음으로 만나는 과정, 마음을 여는 계기 등등 영화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이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과제가 뭘까? 바로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가 세상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부터 그레타가 음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음악으로 이어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가 장르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기 이전에 영화다. 적어도 이야기가 들어가야 음악이 들어가는 데 있어 연출적으로 중점을 둘 수 있다. 영화는 이 연출을 위한 이야기를 잘 짰다. 인물도 섬세한 성격으로 설정해서 음악에 따른 리액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고 노래하는 인물들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레타와 콜이 교감하는 모든 장면이 그렇다. 음악으로 인물들이 교감한다는 전제 하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충분히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부를 만 한 지점이다.
뉴욕 여행기
또 이 영화는 뉴욕 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그레타의 앨범 만들기'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설정의 배경에 결함이 있어 보이는 거 같긴 하지만 이건 음악영화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 만든다면 멋있잖아? 실제로도 영화가 이 광경을 멋있게 그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다. 그리고 어떤 논리적 결함을 감수하고서도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뉴욕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속 하나 상처가 있다. 이 영화는 이 상처 가득한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배경을 뒤로하고 음악을 녹음한다. 그레타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인 것과 동시에 뉴욕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댄(내지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A Step You Can’t Take Back'같은 삽입곡의 가사를 보면 지하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는 공교롭게도 일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지하철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심지어 세상에게 상처받고 지하철에 탑승한 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더 나아가 그레타와 댄이 함께 뉴욕의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비춘 것이다.
이것은 음악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을 하나 더 강화시킨다. 왜 영화가 뉴욕 시민들을 보여줬을까? 에 대한 당위성을 덧붙이는 것이다. 음악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 이것이 음악영화 장르에서 음악이 차지하던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때다.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물들이 영화 제작을 위해 노래를 연습한다. 이것은 단지 극적 요소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인물의 내면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다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연출임과 동시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떻게 플롯에 틈입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겠어!'라는 고민이 극 중 안으로 구현된 것이다. <비긴 어게인> 역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삽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몇 나온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레타와 댄이 뉴욕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생활소음을 영화가 활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뉴욕의 단면이 그레타 앨범의 하나라는 것, 이들의 일상 역시 예술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후술 하겠지만 이런 도시, 일상, 예술을 한 번에 결합시킨 존 카니의 연출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스>도 더블린이라는 장소가 중심이다. 여주인공(그녀)의 집을 비롯한 더블린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도시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싱 스트리트>도 음악을 통해 개인적 성장, 그러니까 살던 고향을 벗어난다는 성장서사를 플롯으로 삼았다(이것은 가장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도 구현된다). 존 카니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의 화법을 두 번째 영화에서 확립한 것이다.
복사+붙여 넣기?
글쓴이가 몇 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것. 기존 존 카니 감독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버지로서는 낙제점인 댄 2)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 3) 그레타와 댄의 관계다. 4) 도시 활용하기다. 1번.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 주인공 플로라는 아이를 대하는 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또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친형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내면에 거대한 상처를 품고 있지만 형제로서의 유대감이 극 안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2번. 그레타가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은 <원스>라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전작의 모티브를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3) 그레타와 댄의 관계.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존 카니의 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만 다르지 영화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가복제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규모든 대규모든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이 존 카니의 영화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특히 <플로라 앤 썬>에서 사용된 연출이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은 본작(<비긴 어게인>)이 평범해지는 계기가 된다. <원스>에서 'falling slowly'라는 불후의 트랙을 남긴 것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묘사한 건 존 카니의 데뷔작이라 신선했던 걸까? <비긴 어게인>이 전작의 공식을 답습했고 이후에도 감독은 비슷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부족한 상상력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섬세함이다.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만' 존재하고 나머지가 부실한 것이다.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럼 이 방식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더 나왔어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다룬 예술로서 창의성이 생겼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극후반부 그레타의 선택과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레타가 그런 선택을 고른 이유가 내적으로 다 근거가 있다.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다른 대안을 고른다거나 하는 방식은 없었을까? 단순히 내적 논리만 따라가기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것 아닌가? 영화로서의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낭만적인 음악의 속성만 강조하니 빈 부분이 많아 보인다. 부족한 상상력이 현실에 찌든 주인공과 낭만적인 영화가 충돌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은 영화의 반을 포기한 듯하다. 이 영화에서 댄은 음악'만' 만드는 인물이다. 인간관계가 굉장히 좁은 인물로 묘사된다. 댄이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는 아티스트와 행정가가 이렇게 적을 일인가? 영화에 나온 것처럼 이 <비긴 어게인>과 댄이 아예 한 길만 우직하게 팠으면 '이 인물이 이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는 다 있다'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렇다기엔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염두한 흔적이 보인다. 염두했으면 확실하게 그 길로 트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100%중 65%만 써 애매하게 마무리짓는다. 이 영화는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다. 러닝타임을 길게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확실하게 끝낼만한 수가 있어야 이야기로서의 강점을 가질 것이다. 애매하게 끝낸 덕에 그냥 앨범에 대한 이야기'만'하고 끝낸 감이 있어 이야기가 전달하는 쾌감은 부족하다.
'Lost Stars'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레타라는 여성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괜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또 어느새부턴가 비호감 그 자체인 댄에게 마음이 가고 입체적인 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실 영화가 이거면 역할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살아 넘치는 생동감으로 잠시나마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우리를 'lost stars'로 데려다주는 것이 존 카니가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후 존 카니의 두 영화에 대한 예고편이 됐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Lost stars'를 위시로 한 수많은 명곡들을 품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후에 호크아이가 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이미 헐크인 마크 러팔로가 부녀관계로서 연기한다는 점 역시 소소한 재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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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인생은 '로맨스'입니다.
여전히 MZ세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테스트는 '영화' 캐릭터 테스트로도 자주 활용되어 왔는데요! 이번에 오픈한 테스트는 꼬이고 얽힌 다양한 관계 속 유쾌한 케미 포텐이 터지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인생 장르 테스트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인데요!베스트셀러 작가 '현'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꼬여버린 관계를 다채롭고 감각적으로 담아낸 영화에서, 과연 이들 6인이 어떤 스토리로 얽히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장르만 로맨스>에는 쿨내진동 이혼부부 '현'과 '미애', 일촉즉발 비밀커플 '미애'와 '순모', 주객전도 스승제자 '현'과 '유진', 알쏭달쏭 이웃사촌 '정원'과 '성경'까지! 작가 '현'을 둘러싼 관계가 버라이어티하게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는 누구나 직접 참여해 자신의 인생 장르를 탐색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공개된 테스트는 7년째 슬럼프에 빠져 한 글자도 못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의 사생활이 각 질문마다 유쾌하게 녹아들어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현' 몰래 달달한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미애'와 절친 '순모'부터 이웃사촌 '정원'과 놀기 바쁜 사춘기 아들 '성경', 천재적인 재능으로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제자 '유진'과의 관게까지, 관객들은 '현'의 다양한 상황에 이입하게 됩니다.
테스트를 마치면 코미디부터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 판타지까지 내 인생의 장르를 비롯해 <장르만 로맨스> 6인방 중 나와 딱 맞는 궁합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흥미를 더하는데요. 게다가, 테스트 결과를 SNS에 인증하면 <장르맨 로맨스> 예매권과 굿즈를 증정하는 풍성한 이벤트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매일 버라이어티한 우리들의 사생활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하러 가볼까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테스트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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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보건교사 안은영>, 진주인공은 젤리들
1. 말주변 2점: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2. 손재주 2점: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3. 신체능력 3점: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4. 포용력 3점: 선생님도 사람이야
5. 고독 감내 5점: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말주변,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원작 소설에서는 은영이 학창 시절에 친한 동급생도 없이 지내다 만화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게 되었다고 언급된다. 드라마에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직장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묘사된다.
혼자 젤리를 보고, 혼자 젤리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러 다니던 보건교사 안은영.
그래서인지, 너무 솔직한 대답을 하거나 누가 봐도 어색한 거짓말을 하는 등 말주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지하실에 들어간 것을 한문 선생님에게 들켰을 때,
말주변이 좀 더 좋았더라면 "운동 연습하느라고요"보다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손재주,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한문 선생님과 전통매듭을 공부하는 은영.
한문 선생님은 이런저런 모양의 매듭을 잘도 묶는데, 은영은 계속 엉키고, 엉망이 된다.
매듭 묶기에 연신 고전하던 은영이 원작 소설에서는 "나는 이런 것 말고 전투를 하는 캐릭터라고요"라고까지 말한다.음.....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은 편은 아닌데. 체력이 남달리 좋은 인물은 아니니까.
신체능력,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아마 안은영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남긴 젤리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특수한 능력을 타고났으며, 퇴치 방법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그러나, 신체능력은 일반인과 비슷하다.학창 시절에는 젤리와 맨손으로 전투(?)를 하다가 얼굴과 온몸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기 일쑤였고, 보건교사가 되어서는 각 반에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기 위해 인체모형을 낑낑거리며 들고 나른다.
슈퍼비전은 가졌지만, 슈퍼파워는 없는 주인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포용력, 선생님도 사람이야
선생님은 뭐든 듣고 이해해주실 거라는 학생에게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일축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유대를 끊으려 할 때는 '우리가 이 유대관계를 함부로 끊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라고 염려하는 한문 선생님과 달리, "아 몰라 썅 그냥 얼른 졸업해버려"라고 일갈한다.
은영의 털털한 화법과 행동으로, 선생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고독 감내,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새엄마가 싸준 고구마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던 소녀.
혼자 살며 학교에 출퇴근하는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친구와 작별할 때, 붙잡고 싶어 하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외롭고, 그 외로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로움을 즐기지 않지만, 참아내는 캐릭터.
다 커서도 외로움은 힘들지만, 습관처럼 견뎌내는 인물.
이 드라마 주인공은
안은영아닌 젤리들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챙겨보려는 시청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은영, 한문 선생님, 학생들보다는 젤리를 본다는 기분으로 보세요."
그러면, 감상 후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분명히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봤는데, 캐릭터 연구는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 드는 건 왜일까?
확실한 주인공과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도 이 '캐릭터 연구소'콘텐츠를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소설에 비해 인물들의 대사, 생각, 행동은 많이 각색되거나 축소되었기 때문이다.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인물 묘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젤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은영이지만 눈에 밟히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젤리.
발 바쁘게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작품을 다 본 후에 남는 것은 젤리들.
가히 특수효과를 보기 위해 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소설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은 절감되었지만, 다양한 젤리들의 색과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있다.
범내려온다 음감님의 싱크로율 높은 브금들
1화의 '두껍아 두껍아'가 신의 한 수였다.
에피소드와 너무 잘 어울리고, '이것은 한국 드라마임'을 알리는 듯 영어가 아닌 우리말 동요가 긴장감 넘치는 버전으로 깔려서 수월하게 몰입된다. 긴박함도 여실히 전달되었다.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졌던 나는안은영, 젤리 노래보다도, 슬픈 장면에 나오던 어느 음악보다도 두껍아 두껍아하는 이 배경음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멋진 연출이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볼거리
미스터리하고 역동적인 자기소개 격의 큰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고 나면, 그 뒤의 에피소드들은 힘이 빠진다.
활동적이고 손에 땀을 쥐는 초현실 액션 SF를 기대하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니, 스케일이 비교적 작은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옴 잡이, 정현이, 죽어서 찾아온 친구 등 생각해볼거리가 있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인물과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선 두꺼비 젤리 에피소드의 파급력이 정말 강했던 터라, 액션과 스릴을 기대했던 관객으로서 뒤로 갈수록 흥미도가 현격이 떨어졌다.
소설에도 없던 이야기들, 떡밥 회수해주실 거죠?
2020년 3분기였던가? 한창 유행하기에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접했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봤다.
그런데,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 감상해도 '대체 뭔 소린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과 다른 전개를 따르는 인물이 있고, 소설에는 언급이 안 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부터 감상한 사람들은 이야기 전개에 불편함을 더 느꼈을 것이다.소설을 읽어도, 드라마를 재주행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스럽고 큼직한 떡밥들을 납득이 가게끔 회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니 이 작품도 시즌2를 기다린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가 보다.
속도를 맞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즌 마지막 이야기에 다다르고,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끔 어중간하게 마무리를 지어놓는다.강아지들이 훈련받을 때 "기다려"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 이런 기분 아닐까?
이용권 재구매를 노린 시스템이라면 아주아주 영리한 방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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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농업 현실을 알 수 있는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이라는 영화는 스페인에서 농업을 하는 솔레 가문이 나온다. 복숭아를 재배해서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가족들은 3대째를 거쳐 농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토끼들이 농사를 방해하자 사냥용 총으로 쏴 죽이는데 이 영화 곳곳에서 토끼들의 사체가 나온다. 그 토끼들의 명복을 비는 흑인 노동자의 모습을 본 솔레 가문의 손녀는 그 모습을 따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바로 누군가가 태양 전지판을 자신들의 땅 근처에서 심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솔레 가족은 거칠게 항의하지만 더 이상 막지 못한다. 자신의 땅에서 대를 이어온 농사를 망치고 싶지 않은 솔레 가족을 보여주면서 스페인의 농업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도 농업이라는 게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있는 직업이다 보니 스페인에서도 농업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농업인들은 토지를 헐값에 팔기도 하는데 점점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보니 자신들이 피 땀 흘려 만든 과일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반밖에 안되는 걸로 생활할 수밖에 없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과일을 납품받던 대기업에 시위를 하게 된다. 또한 스페인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농부라는 직업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기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학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와 비슷해서 안타깝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레 가족들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이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자신들의 밥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어두운 이면에 있는 농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토끼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 때문일까? 토끼들의 죽음이 솔레 가족에게 전해주는 의미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자신들이 농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방해되는 토끼들을 제거했듯이 자신들의 물건을 납품받던 대기업도 솔레 가족에게는 큰 타격을 준 것이다. 어쩌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둘 다 불쌍한 건 매한가지다. 그래서 살기 위해 무슨 일을 한다는 게 꼭 쉬운 것만이 아닌 것 같다. 그게 농업이든 학업이든...
스페인에서 농업의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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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가 관객에게 전하는 모험담
박재범 나와
고양이 푸스는 어느 파티에 참석했다. 인싸다. 푸스는 인싸다. 무려 싸움 잘하는 고양이인 푸스. 덩치는 작지만 재빠른 순발력과 검술로 여러 악당들을 때려눕힌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어떤 저택에서 소유자가 불분명한 금화를 가지고 놀고 있다. 무작정 뿌리는 금화에 신나 함께 놀고 있는 시민들. 알고 보니 이 저택의 소유자는 마을의 성주였다. 개판인 저택에 화가 난 성주. 금세 군사들에게 저 고양이를 잡으라고 명령한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저택. 저택 내부만 와장창 박살 나면 다행인데, 실수로 마을에 살고 있는 거인을 건드려버렸다. 갑자기 깨어난 잠에 화가 난 거인. 고양이 푸스와 한바탕 전투를 벌인다. 전투를 이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다. 거인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세리머니를 할 때 갑자기 날아든 종에 깔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어떤 의사와 함께 있다. 진단을 받은 푸스 푸스는 지금 죽은 상태라고 한다. 죽었다고? 천만에! 고양이는 9번의 목숨이 있다고! 항변하는 푸스. 그러나 의사의 답변은 냉정했다. “푸스. 지금 몇 번째 목숨인지 알고 있나?”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부정하고 있는 푸스. 찬찬히 세보니 정말 8번 죽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구나.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이젠 받아들일 때가 왔나 보다. 술집 같은 곳에 조용히 앉아있는 푸스. 푸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푸스를 찾아온 동물은 늑대다. 현상금이 걸려있는 푸스를 찾아온 늑대. 푸스는 또 비상한 잔머리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완패한 푸스. 목숨만 딱 걸고 살아남았다. 이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으면 이 생을 아예 마무리하게 생겼다. 도망친 푸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그렇게 숨어 살고 있었다. 현실의 타성에 젖을 때쯤, 다시 한번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
1편 보고 가야 하나요
작년 2022년부터 영화의 속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5월 <범죄도시 2>와 <탑건 : 메버릭>부터 시작해 국제적으로든 한국에서든 2편이 갖는 인기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도 이와 유사하게 11년 전 개봉했던 ‘장화 신은 고양이’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앞의 두 영화를 봤던 분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역시 1편의 영화를 봐야 좋다. <범죄도시 2>나 <탑건 : 메버릭>보다 이번작이 더 전편에 대한 의존이 있는 셈이다.
일단 <범죄도시> 1편에서 마석도가 속해있는 팀이 2편에도 나온다. 그리고 ‘장이수’ 캐릭터 역시 2편에 나와서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가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몇몇 장면이나 이야기 구성은 1편의 오마주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탑건 : 메버릭>은 1편을 보고 가야 좋긴 하다. ‘아이스맨’과 주인공간의 갈등이 1편에서 중요했고 2편 역시 그를 승계했지만 이게 영화를 보는데 필수요소는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은 영화의 두 번째 주인공의 행보가 1편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전작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이야 OTT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나 성인분들은 넷플릭스에서 전편을 감상하길 바란다.
눈호강 칭찬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역시 시각적인 쾌감이다. 진짜 고양이들을 불러서 찍진 않았으므로 당연히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냈다. 이를 잘 표현하듯 고양이들은 귀엽게 잘 만들었다. 이 고양이들이’ 슈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다. 어?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그럼 그 초롱초롱한 표정이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무려 예고편에도 나온다. 아무튼 이 시그니처를 바탕으로 귀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주인공 푸스의 목소리 더빙은 나이가 든 목소리다. 그러나 반대로 푸스가 수염을 덕지덕지 기른 모습이나 우유 마실 때의 제스처가 리얼리티가 살아있게 구현해서 우리 집 고양이 같은 느낌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온다. 이 동물들은 영화 내적으로 어떤 이미지에 대한 암시를 품고 있는 듯하다. 특히 메인빌런인 늑대, 주인공의 조력자인 강아지가 그렇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영화 내적으로 무언가 암시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특히 이 ‘늑대’에 대한 이미지는 어른들이 보기에 ‘이거 때문에 이렇게 설정했구먼’ 생각이 들기 쉽다. 이를 위해 색감이라던가 조명이라던가 캐릭터의 행보까지 어떻게 해야 이를 설득시킬 수 있는지 잘 고찰한 티가 난다. ‘좀 전형적인 악당 연출법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이 늑대로 구현시킨 어떤 이미지들은 뻔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인물에 대한 고양이들의 반응, 영화 이야기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본다면 이 캐릭터만의 개성을 나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 다른 시각화 소재는 마법이다. 영화에서 마법이 자주 나온다. 극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소원’은 마법의 한 일종이다. 또 극의 서브빌런이 되는 인물은 마법을 잘 다루는 인물이다. 작품의 주요 무대라고 볼 수 있는 공간 역시 마법에 따라 지형지물이 변하는 곳이다. 뭐 이런 요소가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가 판타지적인 설정을 포함하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가 사람이랑 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을 그냥 단적으로 단지 효과로서만 사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지도를 활용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특색에 따라서 이 지도는 마법을 부린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이 전제조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상황을 보여줘서 납득시킨다. 이에 대한 근거를 보여주듯 영화는 특정 장면마다 굉장히 구체적인 시각화를 보여준다. 영화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단한 토대가 된 셈이다.
그러나 시각화의 측면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강아지 페로 캐릭터는 좀 아쉽다. 이 영화, 어른들이 보는데 큰 무리는 없다. 또 어른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즐기는 데 있어 가장 범주가 넓은 관객들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이다. 이때 아이들이 보면 찡한 부분도 있고 소소하게 웃긴 부분도 어느 정도는 영화가 품고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영화의 톤이 이에 대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보다가 좀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기괴한 것도 적당히 기괴해야 하는데 보면서 좀 부담스러웠다.
어른들은 쉽게
영화에서 '이건 아이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싶었던 구석이 있다. 바로 인물 중 하나의 동기부여다. 이 인물의 정체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키티다. 키티는 1편의 일로 인해서 주인공 푸스와 틀어졌다. 그 틀어진 계기가 영화에서 굉장히 큰 동력이 된다. 그런데 이 키티의 인물 행보가, 후반부까지 쭉 전부 다 모든 관객들에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글쓴이는 이 키티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이때 가졌던 키티의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사실 글쓴이를 포함한 적지 않은 성인들에게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어떤 관점에서 주인공의 소원이나 페로의 일생이나 서브빌런의 바람이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어른들이 보면 '이런 것도 넣었네' 찾는 재미가 있다. 바로 인문학적인 키워드다. 영화 초반부에 푸스가 가는 동물 보호소, 9번 다시 태어나는 것, 극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적인 배경, 성악설을 암시하는 대사, 귀뚜라미, 늑대, 곰 등등 서구권/동양권 가릴 것 없이 과거의 설화와 종교적인 키워드를 변용한 영화 연출이 돋보인다. 특히 늑대라는 등장인물의 카리스마는 영화에서 가장 잘 사용한 인물연출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동물이 과거 서구권에서 어떤 것을 상징했는지를 찾아보면 감상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사실 간단하다. 이 것에 대한 소중함은 다른 영화들에서 많이 다뤘다. 심지어 지금 개봉 중인 한국영화에도 이런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함이 좋았던 건 역시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 소재를 고양이와 강아지로 풀어냈다는 것 자체가 예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 귀여운 고양이 보러 갔다가 생각 외의 부분에서 감동받는 관객 비율이 의외로 크지 않을까? 물론 극후반부에 대사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전부 다 때려 박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감상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9번 다시 태어난 고양이가 여러분 앞에 섰다. 그리고 질문한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근데 그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후반부처럼 인생은 결국 이 것들을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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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 / 激突! ラクガキングダムと ほぼ四人の勇者, 2020
작년 현장실습이 끝나고, 극장에서 못 보던 영화들이 한 번에 몰아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영화들을 기대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영화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었습니다.
아무리, 전성기 시절만큼의 폼은 아니더라도 해왔던 것들이 있기에 차마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고요.
그렇게 보게 된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은 '사라진 제 짱구를 찾습니다!'라는 단말마와 같은 평가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그렇게 속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다시, 극장에서 보게 된 이유는 이번 극장판이 기존 극장판과는 다르게 원작을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초는 아닙니다.
첫 번째부터 세 번째 극장판들은 원작이 있던 반면에 이후 극장판들은 오리지널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일본 개봉 기준으로는 25년 만에 원작을 가지고 만든 극장판인 것이죠.
그러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하는 극장판으로 역시 기대를 품게 만들었는데, '과연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어땠는지?' -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은 사라진 아이들의 낙서로 어느새 멸망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에 왕국은 기존 국왕에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공주는 자신의 부하에게 '미라클 크레용'을 건네며 '낙서 왕국'을 구해줄 용사를 찾을 것을 부탁하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에 낙점된 "짱구"는 먼저, '미라클 크레용'으로 자신을 도와줄 동료들을 그리는데...원작을 모르는데, 익숙하다?
1. 강도 높은 웃음을 어떻게 대체하나?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를 눈치채고서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저와 같은 성인 관객들이 보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웃겨주는지?"일겁니다.
근데, 이 웃음의 기준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전 극장판 <신혼여행 허리케인~ 사라진 아빠!>의 리뷰를 살펴보면, '"성기"가 노출되는 표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헨더랜드의 대모험>에서 인형이 된 부모님을 향해 "아빠! 맘모스가 없어요.. 엄마! 가슴이 커졌어요!"는 대사가, <암흑 타마타마 대추적>은 구슬을 삼킨 짱아에게 짱구가 '하나만 더 삼키면, 남자가 된다'라는 대사, 그리고 <불고기 로드>에서는 유부남 상사를 좋아하는 여성의 상황'까지 이처럼 성인이 봐도 헉! 할 만큼이죠.이제는 'PG 등급'이니까!
그렇기에 한껏 순해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의 '웃음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해당 작품의 만족도를 달라질 겁니다.
물론, 해당 작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때만큼 높은 수위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거지만...)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유머에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낙서"라는 소재를 통해서, 어른과 아이을 대치하는 것도 있으나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다분한 작품입니다.2. 이걸 애들 보는 만화에서 보여줘도 되나요?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국내에서 "국방장관"으로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악당"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저와 같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악당"으로 바라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낙서로 에너지를 받는 '낙서 왕국'의 특성상 낙서를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어른들이 곱게 보이지 않음과 동시에 손을 놓고 바라보는 국왕의 모습을 보자니 그가 "쿠데타"를 일으킨 동기는 확실하게 설득되었거든요.
이후 이야기에서 아이들을 어른들로부터 격리시켜, 재우지도 않고 낙서를 시키는 모습은 삐뚤어진 애국주의자의 모습과도 꽤 겹쳐 보였습니다.이렇게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마지막에는 "제발, 낙서를 해달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애결하는 모습까지 악당을 떠나서 완벽한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지는 유일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도 "가짜 이슬이 누나"라든지 "부리부리 자에몽"과 같은 캐릭터들도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들의 경우. 극에서 눈물을 담당하는 역할들로 특히, "부리부리 자에몽"는 "오마주"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돼지발굽>을 연상시키는 장면은 저와 같은 관객들에게는 때아닌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3. 나의 가장 보편적인 악당들
앞서 말했듯이 이번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원작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로 그 어느 극장판처럼 낯설겠지만 <격돌! 낙서왕국과 얼추 네 명의 용사들>은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는 앞에서 언급한 "부리부리 자에몽"의 마지막 모습에 <돼지발굽>을 연상시켰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외에도 낙서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원숭이"들과 대결했던 <정글>을, 초반 왕국의 추격전 구도와 "판타지"적인 요소는 <헨더랜드>의 장면들이 떠오르니 여러분들도 그 어떤 극장판보다 가장 익숙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나요?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작품?
익숙한 것도 있지만, 이번 극장판에서 악당으로 출연하는 "국방장관"의 동기에 납득한 것처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
극 중 후반부에 "낙서 왕국"이 떨어져 마을에 위험이 닥치자 사람들이 "미라클 크레용이 어딨냐고!"면서, 다그치는 장면은 불안과 이기심을 엿볼 수 있었거든요.
분명히, "낙서 왕국"을 다시 끌어올릴 방법을 인지했음에도 도망치는 모습과 애결하는 악당은 모습은 이번 극장판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악이라는 것을 그것도 아동만화에서 보여주었으니까요.4.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까?
그렇기에 마지막 엔딩에서 "아동 만화"스러운 급하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모습과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킨 "국방장관"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활용되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적용됩니다.
그토록 흔했던 "오카마", 여장 남자들도 사라지고 성인들이 헉! 할 만큼의 유머도 사라진 이 마당에 올드팬들에게 오늘날의 극장판들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로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인 관객들에게는 다음을 혹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이어나갈 새로운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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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 도깨비 깃발, 명절용 오락 영화 그이상, 그이하도 아닌 속편!
설 연휴를 앞두고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습니다.
2014년에 개봉했던 1편에 이은 속편이죠.
속편이지만 영화 속 시기와 캐릭터는 모두 바뀌었어요.
이번엔 의적과 해적이 만나게 됩니다.
거의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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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끝장리뷰 | 결말해석 | 사슴, 모자 상징 | 이미지와 사운드, 상류와 하류, 자연과 도시 | 시점쇼트 분석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시선의 주인, 사슴과 모자, 결말해석
Chapter 2 상류와 하류, 사운드와 이미지
00:00 하마구치 류스케
01:26 시점쇼트
03:12 사슴과 모자
05:43 결말해석
08:01 상류와 하류
10:58 사운드와 이미지
12:32 별점 및 한 줄 평
12:50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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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고> 메인 예고편
친구의 부탁으로 조카를 봐주기로 한 아이작.
어마어마한 보수에 수락했지만 기묘한 조건이 붙는다
#1. 이동을 제한하는 사슬 조끼를 입을 것
#2. 조카의 방에 들어가지 말 것
#3. 허락 없이 집을 떠나지 말 것
외딴섬에 위치한 미로 같은 집과 석궁을 들고 다니는 조카, 섬뜩한 토끼 인형까지…
이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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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터널스> 30초 예고편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는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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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별을 위해
사실은 위험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가수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다. 어느 날의 공연장.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가 노래를 끝냈다. 마이크를 넘기는 그레타. 사람 앞에 나서는 게 싫다. 싫다고는 말하지만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듣는 것 같다. 군중들 속에 눈이 반짝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이다. 음반 제작자인 댄. 예전에는 그래미 상까지 받았지만 현재의 그는 그냥 술주정뱅이다. 오늘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 댄. 하지만 그레타를 바라보는 안목 자체는 녹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레타에게 명함을 건네는 댄. "네 앨범을 만들어 줄게"라고 접근한다. 하지만 그레타는 음악에게 상처를 입었다. 거절하는 그레타. 하지만 댄과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음반 제작, 내일까지 고민하고 답 줄게요"라고 말하는 그레타. 그레타는 상처 입은 마음을 뒤로하고, 댄은 스스로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음악에 뉴욕 시가 반응한다.
음악의 의미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음악의 의미를 영화가 플롯 안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댄이 직접 “음악은 지루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지”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의미를 부여한다'라는 점이다. 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상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국한 짓는 것이 아니다. 1차적으로 이 영화가 음악으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인간과 인간사이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들은 음악으로 소통한다.
후자부터. 영화에서 중요한 관계 네 개만 뽑으라면 댄과 바이올렛 부녀, 댄과 그레타, 댄과 콜, 그레타와 세상과의 관계다. 이 네 관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단점은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 네 관계 중 단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댄-바이올렛 부녀다. 댄과 바이올렛은 서로를 잘 모른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버지는 딸의 나이조차 모른다. 딸도 아버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무기력하게 도망 다니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부녀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영화 안에 두 장면이 있다. 이 요소가 동일시되는 지점이 어느 순간 등장하는데 영화가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 장치라고 생각한다. 대화 대신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면 서로 아는 척도 안 했을 댄과 그레타가 처음으로 만나는 과정, 마음을 여는 계기 등등 영화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이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과제가 뭘까? 바로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가 세상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부터 그레타가 음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음악으로 이어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가 장르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기 이전에 영화다. 적어도 이야기가 들어가야 음악이 들어가는 데 있어 연출적으로 중점을 둘 수 있다. 영화는 이 연출을 위한 이야기를 잘 짰다. 인물도 섬세한 성격으로 설정해서 음악에 따른 리액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고 노래하는 인물들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레타와 콜이 교감하는 모든 장면이 그렇다. 음악으로 인물들이 교감한다는 전제 하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충분히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부를 만 한 지점이다.
뉴욕 여행기
또 이 영화는 뉴욕 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그레타의 앨범 만들기'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설정의 배경에 결함이 있어 보이는 거 같긴 하지만 이건 음악영화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 만든다면 멋있잖아? 실제로도 영화가 이 광경을 멋있게 그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다. 그리고 어떤 논리적 결함을 감수하고서도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뉴욕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속 하나 상처가 있다. 이 영화는 이 상처 가득한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배경을 뒤로하고 음악을 녹음한다. 그레타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인 것과 동시에 뉴욕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댄(내지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A Step You Can’t Take Back'같은 삽입곡의 가사를 보면 지하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는 공교롭게도 일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지하철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심지어 세상에게 상처받고 지하철에 탑승한 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더 나아가 그레타와 댄이 함께 뉴욕의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비춘 것이다.
이것은 음악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을 하나 더 강화시킨다. 왜 영화가 뉴욕 시민들을 보여줬을까? 에 대한 당위성을 덧붙이는 것이다. 음악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 이것이 음악영화 장르에서 음악이 차지하던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때다.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물들이 영화 제작을 위해 노래를 연습한다. 이것은 단지 극적 요소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인물의 내면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다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연출임과 동시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떻게 플롯에 틈입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겠어!'라는 고민이 극 중 안으로 구현된 것이다. <비긴 어게인> 역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삽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몇 나온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레타와 댄이 뉴욕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생활소음을 영화가 활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뉴욕의 단면이 그레타 앨범의 하나라는 것, 이들의 일상 역시 예술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후술 하겠지만 이런 도시, 일상, 예술을 한 번에 결합시킨 존 카니의 연출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스>도 더블린이라는 장소가 중심이다. 여주인공(그녀)의 집을 비롯한 더블린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도시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싱 스트리트>도 음악을 통해 개인적 성장, 그러니까 살던 고향을 벗어난다는 성장서사를 플롯으로 삼았다(이것은 가장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도 구현된다). 존 카니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의 화법을 두 번째 영화에서 확립한 것이다.
복사+붙여 넣기?
글쓴이가 몇 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것. 기존 존 카니 감독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버지로서는 낙제점인 댄 2)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 3) 그레타와 댄의 관계다. 4) 도시 활용하기다. 1번.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 주인공 플로라는 아이를 대하는 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또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친형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내면에 거대한 상처를 품고 있지만 형제로서의 유대감이 극 안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2번. 그레타가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은 <원스>라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전작의 모티브를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3) 그레타와 댄의 관계.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존 카니의 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만 다르지 영화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가복제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규모든 대규모든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이 존 카니의 영화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특히 <플로라 앤 썬>에서 사용된 연출이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은 본작(<비긴 어게인>)이 평범해지는 계기가 된다. <원스>에서 'falling slowly'라는 불후의 트랙을 남긴 것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묘사한 건 존 카니의 데뷔작이라 신선했던 걸까? <비긴 어게인>이 전작의 공식을 답습했고 이후에도 감독은 비슷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부족한 상상력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섬세함이다.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만' 존재하고 나머지가 부실한 것이다.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럼 이 방식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더 나왔어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다룬 예술로서 창의성이 생겼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극후반부 그레타의 선택과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레타가 그런 선택을 고른 이유가 내적으로 다 근거가 있다.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다른 대안을 고른다거나 하는 방식은 없었을까? 단순히 내적 논리만 따라가기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것 아닌가? 영화로서의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낭만적인 음악의 속성만 강조하니 빈 부분이 많아 보인다. 부족한 상상력이 현실에 찌든 주인공과 낭만적인 영화가 충돌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은 영화의 반을 포기한 듯하다. 이 영화에서 댄은 음악'만' 만드는 인물이다. 인간관계가 굉장히 좁은 인물로 묘사된다. 댄이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는 아티스트와 행정가가 이렇게 적을 일인가? 영화에 나온 것처럼 이 <비긴 어게인>과 댄이 아예 한 길만 우직하게 팠으면 '이 인물이 이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는 다 있다'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렇다기엔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염두한 흔적이 보인다. 염두했으면 확실하게 그 길로 트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100%중 65%만 써 애매하게 마무리짓는다. 이 영화는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다. 러닝타임을 길게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확실하게 끝낼만한 수가 있어야 이야기로서의 강점을 가질 것이다. 애매하게 끝낸 덕에 그냥 앨범에 대한 이야기'만'하고 끝낸 감이 있어 이야기가 전달하는 쾌감은 부족하다.
'Lost Stars'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레타라는 여성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괜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또 어느새부턴가 비호감 그 자체인 댄에게 마음이 가고 입체적인 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실 영화가 이거면 역할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살아 넘치는 생동감으로 잠시나마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우리를 'lost stars'로 데려다주는 것이 존 카니가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후 존 카니의 두 영화에 대한 예고편이 됐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Lost stars'를 위시로 한 수많은 명곡들을 품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후에 호크아이가 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이미 헐크인 마크 러팔로가 부녀관계로서 연기한다는 점 역시 소소한 재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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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인생은 '로맨스'입니다.
여전히 MZ세대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테스트는 '영화' 캐릭터 테스트로도 자주 활용되어 왔는데요! 이번에 오픈한 테스트는 꼬이고 얽힌 다양한 관계 속 유쾌한 케미 포텐이 터지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인생 장르 테스트입니다.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인데요!베스트셀러 작가 '현'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꼬여버린 관계를 다채롭고 감각적으로 담아낸 영화에서, 과연 이들 6인이 어떤 스토리로 얽히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장르만 로맨스>에는 쿨내진동 이혼부부 '현'과 '미애', 일촉즉발 비밀커플 '미애'와 '순모', 주객전도 스승제자 '현'과 '유진', 알쏭달쏭 이웃사촌 '정원'과 '성경'까지! 작가 '현'을 둘러싼 관계가 버라이어티하게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는 누구나 직접 참여해 자신의 인생 장르를 탐색할 수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공개된 테스트는 7년째 슬럼프에 빠져 한 글자도 못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의 사생활이 각 질문마다 유쾌하게 녹아들어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현' 몰래 달달한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미애'와 절친 '순모'부터 이웃사촌 '정원'과 놀기 바쁜 사춘기 아들 '성경', 천재적인 재능으로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제자 '유진'과의 관게까지, 관객들은 '현'의 다양한 상황에 이입하게 됩니다.
테스트를 마치면 코미디부터 로맨스, 드라마, 미스터리, 판타지까지 내 인생의 장르를 비롯해 <장르만 로맨스> 6인방 중 나와 딱 맞는 궁합이 누구인지 알 수 있어 흥미를 더하는데요. 게다가, 테스트 결과를 SNS에 인증하면 <장르맨 로맨스> 예매권과 굿즈를 증정하는 풍성한 이벤트까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매일 버라이어티한 우리들의 사생활
내 인생의 장르 테스트하러 가볼까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테스트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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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보건교사 안은영>, 진주인공은 젤리들
1. 말주변 2점: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2. 손재주 2점: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3. 신체능력 3점: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4. 포용력 3점: 선생님도 사람이야
5. 고독 감내 5점: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말주변, 말 많이 안 섞어본 티가 나요
원작 소설에서는 은영이 학창 시절에 친한 동급생도 없이 지내다 만화 동아리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게 되었다고 언급된다. 드라마에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직장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묘사된다.
혼자 젤리를 보고, 혼자 젤리 문제를 해결하고,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러 다니던 보건교사 안은영.
그래서인지, 너무 솔직한 대답을 하거나 누가 봐도 어색한 거짓말을 하는 등 말주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지하실에 들어간 것을 한문 선생님에게 들켰을 때,
말주변이 좀 더 좋았더라면 "운동 연습하느라고요"보다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손재주,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진 않은데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한문 선생님과 전통매듭을 공부하는 은영.
한문 선생님은 이런저런 모양의 매듭을 잘도 묶는데, 은영은 계속 엉키고, 엉망이 된다.
매듭 묶기에 연신 고전하던 은영이 원작 소설에서는 "나는 이런 것 말고 전투를 하는 캐릭터라고요"라고까지 말한다.음..... 그렇다고 전투력도 좋은 편은 아닌데. 체력이 남달리 좋은 인물은 아니니까.
신체능력, 비현실적인 것들을 볼 수 있더라도
아마 안은영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남긴 젤리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특수한 능력을 타고났으며, 퇴치 방법도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그러나, 신체능력은 일반인과 비슷하다.학창 시절에는 젤리와 맨손으로 전투(?)를 하다가 얼굴과 온몸에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기 일쑤였고, 보건교사가 되어서는 각 반에 심폐소생술 시연을 하기 위해 인체모형을 낑낑거리며 들고 나른다.
슈퍼비전은 가졌지만, 슈퍼파워는 없는 주인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포용력, 선생님도 사람이야
선생님은 뭐든 듣고 이해해주실 거라는 학생에게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일축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유대를 끊으려 할 때는 '우리가 이 유대관계를 함부로 끊는 것은 옳지 않을 수 있다'라고 염려하는 한문 선생님과 달리, "아 몰라 썅 그냥 얼른 졸업해버려"라고 일갈한다.
은영의 털털한 화법과 행동으로, 선생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고독 감내, 외로움을 견디는 습관
새엄마가 싸준 고구마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던 소녀.
혼자 살며 학교에 출퇴근하는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친구와 작별할 때, 붙잡고 싶어 하는 모습을 통해 여전히 외롭고, 그 외로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로움을 즐기지 않지만, 참아내는 캐릭터.
다 커서도 외로움은 힘들지만, 습관처럼 견뎌내는 인물.
이 드라마 주인공은
안은영아닌 젤리들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챙겨보려는 시청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은영, 한문 선생님, 학생들보다는 젤리를 본다는 기분으로 보세요."
그러면, 감상 후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분명히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봤는데, 캐릭터 연구는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 드는 건 왜일까?
확실한 주인공과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있는데도 이 '캐릭터 연구소'콘텐츠를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소설에 비해 인물들의 대사, 생각, 행동은 많이 각색되거나 축소되었기 때문이다.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인물 묘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젤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은영이지만 눈에 밟히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젤리.
발 바쁘게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작품을 다 본 후에 남는 것은 젤리들.
가히 특수효과를 보기 위해 보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소설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은 절감되었지만, 다양한 젤리들의 색과 움직임을 보는 재미가 있다.
범내려온다 음감님의 싱크로율 높은 브금들
1화의 '두껍아 두껍아'가 신의 한 수였다.
에피소드와 너무 잘 어울리고, '이것은 한국 드라마임'을 알리는 듯 영어가 아닌 우리말 동요가 긴장감 넘치는 버전으로 깔려서 수월하게 몰입된다. 긴박함도 여실히 전달되었다.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졌던 나는안은영, 젤리 노래보다도, 슬픈 장면에 나오던 어느 음악보다도 두껍아 두껍아하는 이 배경음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멋진 연출이었다.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볼거리
미스터리하고 역동적인 자기소개 격의 큰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고 나면, 그 뒤의 에피소드들은 힘이 빠진다.
활동적이고 손에 땀을 쥐는 초현실 액션 SF를 기대하고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니, 스케일이 비교적 작은 에피소드들이 기다리고 있다.
옴 잡이, 정현이, 죽어서 찾아온 친구 등 생각해볼거리가 있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인물과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선 두꺼비 젤리 에피소드의 파급력이 정말 강했던 터라, 액션과 스릴을 기대했던 관객으로서 뒤로 갈수록 흥미도가 현격이 떨어졌다.
소설에도 없던 이야기들, 떡밥 회수해주실 거죠?
2020년 3분기였던가? 한창 유행하기에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접했고, 원작 소설을 먼저 읽어봤다.
그런데,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 감상해도 '대체 뭔 소린가,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소설과 다른 전개를 따르는 인물이 있고, 소설에는 언급이 안 된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부터 감상한 사람들은 이야기 전개에 불편함을 더 느꼈을 것이다.소설을 읽어도, 드라마를 재주행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스럽고 큼직한 떡밥들을 납득이 가게끔 회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니 이 작품도 시즌2를 기다린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가 보다.
속도를 맞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시즌 마지막 이야기에 다다르고, 마지막 이야기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끔 어중간하게 마무리를 지어놓는다.강아지들이 훈련받을 때 "기다려"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 이런 기분 아닐까?
이용권 재구매를 노린 시스템이라면 아주아주 영리한 방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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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농업 현실을 알 수 있는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이라는 영화는 스페인에서 농업을 하는 솔레 가문이 나온다. 복숭아를 재배해서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가족들은 3대째를 거쳐 농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토끼들이 농사를 방해하자 사냥용 총으로 쏴 죽이는데 이 영화 곳곳에서 토끼들의 사체가 나온다. 그 토끼들의 명복을 비는 흑인 노동자의 모습을 본 솔레 가문의 손녀는 그 모습을 따라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바로 누군가가 태양 전지판을 자신들의 땅 근처에서 심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솔레 가족은 거칠게 항의하지만 더 이상 막지 못한다. 자신의 땅에서 대를 이어온 농사를 망치고 싶지 않은 솔레 가족을 보여주면서 스페인의 농업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도 농업이라는 게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있는 직업이다 보니 스페인에서도 농업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농업인들은 토지를 헐값에 팔기도 하는데 점점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보니 자신들이 피 땀 흘려 만든 과일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반밖에 안되는 걸로 생활할 수밖에 없어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과일을 납품받던 대기업에 시위를 하게 된다. 또한 스페인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농부라는 직업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기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학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우리와 비슷해서 안타깝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레 가족들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이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자신들의 밥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어두운 이면에 있는 농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토끼들을 죽여야만 했던 것 때문일까? 토끼들의 죽음이 솔레 가족에게 전해주는 의미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자신들이 농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방해되는 토끼들을 제거했듯이 자신들의 물건을 납품받던 대기업도 솔레 가족에게는 큰 타격을 준 것이다. 어쩌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둘 다 불쌍한 건 매한가지다. 그래서 살기 위해 무슨 일을 한다는 게 꼭 쉬운 것만이 아닌 것 같다. 그게 농업이든 학업이든...
스페인에서 농업의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 저의 주관적인 영화 리뷰입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