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1-11-01 23:03:11
퍼스트카우 / First Cow
REVIEW
퍼스트카우 / First Cow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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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사냥꾼들의 식량을 담당하는 쿠키는
표적이 되어 쫓기는 킹 루를 구해준다.
몇 년 후 정착한 마을에서 재회한 이들은
마을의 유일한 젖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만들어 돈을 벌기로 하는데…
“우리에게는 지금이 기회야”
-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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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이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긴 선박 한 대가 1.37 : 1 비율의 화면을 가로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인위적인 배경음과 효과도 없이, 화면에는 오로지 자연과 배 그리고 자연그대로의 소리들만이 나온다.
관객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긴 선박이 오른쪽끝에 맞닿을때까지 숨죽이고 보게 된다.
이러한 오프닝은 이 영화의 배경인 '자연'을 극대화시키고, 오프닝과 엔딩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메타포로서의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배가 등장한 후, 소녀의 강아지가 두구의 유해를 발견하면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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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핵심은 줄거리에 나와 있듯이, 서부개척시대, 우연한 만남으로 인연을 맺게 된 쿠키와 킹 루의 우정이다.
이 우정에서 주목해 볼 점은, 쿠키와 킹 루의 성격차이다.
쿠키는 친절하고, 여리고, 감성적인 타입의 사람이고,
킹 루는 쿠키보다 조금더 와일드하고, 쿠키보다 조금 더 이성적인 타입의 사람이다.
이 두사람의 묘한 성격차이가, 그들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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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당연 그들의 우정도 있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자연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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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오프닝과 수미상관 되는 엔딩.
그리고 쿠키가 퍼스트카우를 소 주인인 영국인 집에서 '공식적'으로 만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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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가 나한테 이 영화 줄거리가 뭔데?
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할 만한 대단한 줄거리는 없지만,
그런 잔잔한 환경 속 그들의 삶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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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박한 환경 속 가장 따뜻한 것들 "
이게 내 한 줄 평이다.
10점 만점에 6.8 점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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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 이 예술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양미술사와 친하지 않은 이들은 물론, 이 분야에 박식한 사람들도 이 예술가의 존재를 알리 없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라는 유언으로 100여 년간 미술계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화가이기 때문. 실제 존재했던 예술가임에도 왜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그 이유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여성 예술가는 이런 유언을 남긴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 이후 100년 동안 그녀의 작품은 봉인되었다. 이후 1,500여 점의 그림과 2만 6천 페이지의 작업 노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활동한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의 독일 예술가의 이야기다. 칸딘스키,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회화를 선보인 이 여성 예술가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귀족 가문 출생 엘리트로서, 꾸준히 그림을 그린 힐마는 추상회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예술가다. 그녀의 추상회화 시작점은 19세기 말 과학이 발전한 시대상에 있다. 과거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원자, 우주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한다.
단순히 북유럽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것들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나선형, 원형의 선과 면이 특징인데, 생명체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려는 부분이 돋보인다. 더불어 신지학 운동 등의 영적 연구까지 예술로 승화하려는 힐마의 노력도 나온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다큐는 단순히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왜 그녀가 살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이제야 그녀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는지 소개한다. 19세기 말. 힐마 또한 그 시대를 산 여성들처럼 양지가 아닌 음지의 삶을 살아간다. 능력이 있고, 누구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을 그렸지만, 사회는 그녀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갤러리에 전시해야 하고, 예술적 동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등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했는데, 힐마에겐 그런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고흐 등 사후에 인정받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힐마의 경우에는 ‘가난’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차이가 있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은 힐마가 남긴 작업 노트와 그녀의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조카의 증언을 토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한 예술가의 고뇌와 좌절을 소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술 및 미술 산업 관계자들을 통해 과거 재능있는 여성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힐마 아프 클린트의 출현으로 서양미술사는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한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점에서 ‘미래를 위한 그림’이란 부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이 시대를 앞선 추상회화라는 점에서의 ‘미래’라는 의미는 물론, 과거와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미래’라는 의미도 느껴진다. 힐마 아프 클린트 뿐만 아닐 것이다. 과거 사회의 장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가져갔던 여성 예술가들은 지금도 누군가 그 봉인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그 봉인의 첫 열쇠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영화에서도 사용되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중 춤추는 주민들의 동심원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에서 착안되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에서도 작가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 다큐를 보고, 힐마 아프 클린트 작품에 매료되었다면 두 영화를 만나보길 바란다. 더불어 과거 인정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 <밤쉘>도 함께 보는 걸 권한다.
평점: 3.0 / 5.0
한줄평: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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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널 영원히 남겨두기로 했어
왜 그렇게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진 걸까? 아름답지도 않은데. 아닌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연애와 결혼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별의별 이야기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합친다. 어떤 사람은 ‘성욕에 뇌가 절여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누구는 어떤 사람에게 감동 못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럴 거면 왜 사랑을 하지? 사랑은 예쁘지 않다. 전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 아닌가. 사람이 하는 것에는 뭐든 장/단점이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사랑은 장점이 3개쯤이고 단점이 97개다.
근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사랑이 역겹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운명처럼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따라가게 되는 것. 이 사랑의 기억은 사람마다 깊은 행복함이 있으니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랑 때문에 어떤 인생이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 97개쯤 되는 단점이 결국 내 인생의 행복감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결론이 난다. 참, 불행하다는 것이 과거의 내가 행복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랑의 상흔을 그림으로 남겼던 프랑스의 두 사람이 있다고 한다. 18세기의 프랑스로 가보자.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화가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자를 가르치고 있던 마리안느. 마리안느의 화실에는 그림 한 장이 있다. 제자들은 그림에 대해 마리안느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림 제목이 뭐예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마리안느는 그림 앞에 멈춰 서서 옛 생각에 빠진다.
앞에서도 썼듯 마리안느는 화가다. 18세기의 프랑스는 여성의 초상화를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결혼 이전에 여자의 초상화가 남자의 집에 전송되면, 맘에 든 경우에 결혼 절차를 밟는다. 원래는 한 여자의 언니와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예비 신부는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유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려 원래 결혼하고자 했던 남자의 집에 전하고자 했다. 엘로이즈의 집으로 가는 마리안느. 엘로이즈는 ‘포즈 잡는 게 싫다’라며 그림 그려오는 걸 거부했다고 한다. 마리안느에게 주어진 시간은 6일이다. 이 6일 동안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서로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마음에 남을 수밖에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강점은 몰입감이었다. 특히 이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사운드다. 이 영화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영화에 파도 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 파도 소리를 바탕으로 인물들이 대사를 치는데 이는 오롯이 영화의 내용과 대사에 집중이 잘 되는 효과다. 또한 이런 식의 미니멀한 연출법은 하이라이트 신의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연주 소리가 기억에 남는 효과를 더한다. 이 몰입감의 연출은 최종 엔딩신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로맨스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이 뭘까? 뭐 모든 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역시 집중력일 것이다. 이게 내 사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를 이끌고 내러티브를 전개하면 보이는 사람에게 큰 감정의 깊이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크고 작은 사운드 연출 하나만으로도 로맨스 영화로서의 흡인력은 충분했던 셈이다.
또 고를 수 있는 이 영화의 강점은 캐릭터 설정이다. 각본을 쓴 셀린 시아마는 생동감이 있는 인물들을 만들었다. 감독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령 특정 인물이 달리기를 와다다다 달리는 부분이 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하면 뭔가 억압된 것이 있을 거라 예상하기 쉽다. 온 세상이 억압적으로 대했으니 그녀가 달리나 수영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의 뭉개기는 사람의 성격과도 이어지기 쉽다. 이 엘로이즈의 성격 묘사가 입체적인 느낌이다. 솔직히 엘로이즈 답답했다. 그런데 왜 답답하지?로 생각하면 이 세상이 만든 명과 암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핍진성이 성립한다. 또 마리안느의 경우 그녀는 화가다. ‘초상화를 그려 남자의 집에 전한다’라는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얼핏 보면 수동적으로 보이는 마리안느. ‘그림을 그린다’라는 것은 얼핏 보면 주체적인 예술이다. 그러나 이 인물은 시스템에 종속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이 설정은 셀린 시아 마가 하고 싶었던 주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이 ‘화가’라는 모티브는 두 사람의 로맨스와도 연관이 있다. 이 부분은 ‘뮤즈’ 같은 개념을 논파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듯했다.
또 영화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잘 사용한 느낌이다. 흰 의상에 불이 타는 장면,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마리안느가 했던 특정한 행동, 엘로이즈의 그림까지. 또 영화 전체적으로 이끄는 색감 연출은 ‘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할 것인가’라는 것을 떠나 ‘멜로드라마로서도 탁월하다’라고 말하기 충분하다.
아, 앞에서 썼듯 영화의 가장 좋은 장점은 마음의 기척을 묘사하는데 탁월했다는 점이다. 대사 하나, 행동 하나, ‘그림’이라는 키워드, 예술이라는 매체, 두 주인공의 처지까지 아름다운 사랑이 기억에 남는 이유를 형식적으로, 내러티브로, 미학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꿈같은 영화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 영화의 제목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실 모호하다. 뭐가 타오른다는 뜻일까? 이 단어의 수식 범위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의 결론은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여인이 타고 있다’ 둘 다였다. 일단 여인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특정 장면과도 이어진다. 이 특정 장면에서 두 인물의 사랑이 어디까지 왔나?를 중심으로 본다면 한 번에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여인의 초상’이 타고 있다는 의미는 셀린 시아 마가 극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답, 그리고 사랑의 속성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사랑이 아름다울까? 만약 이뤄진 사랑이라면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을까? 과거에 대한 미련, 자기 후회, 자아에 대한 분노 등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때를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겪고 나면 ‘타올라서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여인의 초상’이 타올랐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사랑의 속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아름답게 불타던 때는 분명히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초상화로 남아있다. 이 그림은 그런 의미다. 아름답게 피어났던 기억이 있다는 건 즉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타올랐던 기억만 남은, 두 주인공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수도 없이 뒤돌아본 이야기
이 영화에 사용됐던 모티브는 에우리디케 설화다. 이 설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오르페우스는 하지 말라던 ‘뒤돌아보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도 결국 돌아봐 아내를 구하는데 실패한다. 수도 없는 예술에서 차용된 이야기고 이 작품에서도 쓰였다. 특히 ‘뒤돌아 봐’라는 대사가 인상 깊다. 영화에서 이 오르페우스의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멍청하게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게 아니라 에우르디케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그 선택을 했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라는 대사와도 이어진다. 뒤돌아 보는 것, 그러니까 예전의 사랑을 추억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을 오래오래 기억에 남으라고 말하고 있다. 뒤돌아보는 건 바보 같은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과하지 않게
영화는 적절한 선을 지킨다. ‘뮤즈’라는 개념과 임신중절에 대한 이야기를 극 전체에 암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유치하게 선전이라도 하는 듯 쭉 극을 전개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중심은 탁월한 멜로 드라마였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과정, 사랑에 빠진 이가 벌이는 행동들, 착취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주제가 부담스러울 분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냥 잘 만든 영화다. 배우 아델 에넬, 노에미 룰랑 둘의 연기는 이에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넷플릭스영화추천 #왓챠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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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는 친구들과 밴드 결성하게 된 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벨 앤 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의 감독 데뷔작이자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된 작품!
바로 <갓 헬프 더 걸>입니다.
음악 영화인만큼 OST가 정말 좋지만, 영상미까지 뛰어나
눈도 귀도 모두 즐거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이브 | 에밀리 브라우닝
FILMOGRAPHY
갓 헬프 더 걸 (2014)
슬리핑 뷰티 (2011)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2004)
AWARDS
Ashland Independent Film Festival, 2007
Australian Film Crritics Association Awards, 2012
Australian Film Institute, 2005
제임스 | 올리 알렉산더
FILMOGRAPHY
잇츠 어 신 (2020)
퍼니 버니 (2015)
갓 헬프 더 걸 (2014)
AWARDS
British LGBT Awards, 2020
Brooklyn Film Festival, 2015
Brookly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5
캐시 | 한나 머레이
FILMOGRAPHY
찰리 세즈 (2018)
디트로이트 (2017)
갓 헬프 더 걸 (2014)
AWARDS
CinEuphoria Awards, 2020
Evolutio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15
Ourense Independent Film Festival, 2015
어떤 내용인가요?
이브는 거식증을 앓고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공연을 보러 온 이브는 공연장에서 기타리스트 제임스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제임스는 이브와 함께 제임스가 기타를 가르쳐주고 있는 캐시를 만나러 간다.
그렇게 셋은 친한 친구가 된다.
이브, 캐시, 제임스는 밴드를 하기로 결정하고, 밴드부원을 모집하려고 한다.
과연 셋은 밴드부원을 모집해서 밴드를 결성하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Reviews
"따뜻한 색감"
마치 추억 속 한 장의 사진을 꺼내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나는 따뜻하고 빈티지한 색감으로
아련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영화의 색감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영상을 확인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_mWZNoa2vg
"세 배우의 케미"
이 영화 역시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는데요.
노래가 나올 때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삼인방의 모습이 무척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 온전히 그들의 세상 속에서 즐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밀리 브라우닝"
세 배우(에밀리 브라우닝, 올리 알렉산더, 한나 머레이)가 주연을 맡고 있지만, 에밀리 브라우닝이 맡은 이브의 이야기가
영화의 흐름을 주로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이브라고 생각하는데, 이브라는 캐릭터가 가진 전체적인 스토리가 외형에서도 나타났으며, 비언어적 표현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갓 헬프 더 걸>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갓 헬프 더 걸>은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분께 꼭 추천드리고 싶고, 빈티지한 색감, 패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뒷 내용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시니어 이어>를 시청해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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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난 네가 달처럼 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제주에 살아서 불편한 게 뭐예요?라고 물으면 '의외로 몇 가지 없어요'라고 답하고 싶다. 사실이다. 의외로 없다. 서울 드문드문 가보고 다른 지역은 경험이 아예 없는 수준이지만 불편한 게 없다. 글쓴이는 제주에 살다가 서울에 가면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이 다양할 거라고 믿었다. 가령 '탐스' 초록색 맛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갔던 세운상가 근방의 GS에는 그 '탐스'가 없었다. 또 제주의 어느 동네 물가가 엄청 비싼 편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곳 근처 대학가 물가는 비싸다. 그런데 을지로 인근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려면 무려 120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이 나의 입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제주 토박이 정식인데 반찬 많은 거 먹으려면 9천 원이면 되거든. 이렇기 때문에 누가 제주에 놀러 오면 저렴한 가격에 맛집 투어가 가능하다.
그 대신 분명하게 따라오는 단점이 있다. 바로 시사회를 못 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도 용산 아이파크몰 가보고 싶다. 돌비 사운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나도 홍상수 영화 극장에서 보고 싶다. 웨스 앤더슨 영화들 극장에서 보고 싶다. 이런 영화들 틀어주던 영화관은 도에서 사업한답시고 폐쇄됐다. 그래서 자의와는 상관없는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가끔 나를 먼저 떠나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원래 살던 곳이 제주가 아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몇몇은 제주가 좁아서 더 큰 공기 마시려고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이상한 암흑기에 추스를 기간이 필요했던 나. 20대 내내 손가락 빨며 그 사람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이럴 때는 살던 곳이 서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크게 상관없나? 분명한 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먼저 떠나가는 이들의 마음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입장이 있었겠지. 있으면 몰랐던 것들이 없었을 때 알게 되기 때문에 다치던 안 다치던 내 옆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모든 걸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지 않은 멀티버스의 제주에 두 여자가 상실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낮과 달처럼 공존할 수 없는 사람 같다. 으르렁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낮과 달>이다.
떠나간 너의 뒷자리
먼저 언질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걸. 그렇게 남편은 일찍 떠났다. 혼자 남겨졌다. 민희는 집 안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남편이 남긴 흔적 하나하나를 되짚어본다. 일기장. 수첩. 페이스북… 항상 투정만 부렸던 자기의 모습이 강박이 되어 돌아왔다. 민희는 스스로의 내면을 더 깎아 들어간다. 점점 그리움이 커지는 이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을 키는 민희. 남편의 피드를 봤다. 남편 경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 이 집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홀린 듯 화면에 시선이 간다. 민희는 이사를 결심한다. 경치의 고향이었던 제주로.
그렇게 무작정 제주에 도착했다. 잠깐 쉰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제주. 어려운 것들은 뒤로 하기로 한다. 원래 라이프가드 일을 하던 민희. 쉬는 동안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같은 제주가 고향이었던 남편의 친구와 잠깐 대화를 나눴다. 타지에 왔다. 이제 혼자 사는 삶에 적응해야 하겠지. 부분 부분 떠오르는 옛 기억들을 뒤로하고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나는 민희. 남편이 페이스북에 썼던 집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데, 그곳에 어떤 여자가 수강생들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잠깐 구경하다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강사가 민희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어디 가? 그 잠깐 수강료 내고 가야지!’ 싹싹한 미소로 요가 강사 목하는 민희를 맞이한다. 몇 마디 나누는 둘. 그렇게 대화가 통했다. 민희의 홀로서기 첫 시작이 좋다. 목하의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이야기를 펼치는 둘.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을 눈치채 버렸다. 민희 옛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였던 것이다. 좁디좁은 제주에서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기싸움을. 펼치는 둘. 민희의 제주 살이가 무탈히 지나갈 수 있을까?
제주 살이 26년 차
글쓴이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에서 산다는 것은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일단 좋은 것은 공기 맑고 예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제주를 오는 사람들이 어떤 곳을 원해서 비행기를 타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제주에 살면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 이 글을 읽는, 제주살이를 꿈꾸는 분들에게 '수월봉 알아요?'라고 물으면 아마 10분 중 1명만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비슷한 질문으로 '평대리 알아요?' 물으면 거의 대답 못하실 것이다. 이렇게 세간의 여론을 뒤로하는 나만의 핫플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다. 바다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테니까. 안 좋은 점도 사실 많다. 바로 상영관들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 영화 vod로만 보게 된다. 또 시사회 하면 거의 못 간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지리가 너무 좁다. 내가 어디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그럼 그 사람은 적지 않은 확률로 누군가의 지인이다. 이는 작은 마을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 마을에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이웃사촌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영화는 이런 제주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 제주도민인 글쓴이가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이다. 처음에 주인공 민희가 착잡한 마음에 바다로 빠진다. 옷이 다 젖게 된다. 그때 만나는 젊은 남자가 있다. 바로 태경이라는 사람이다. 이 태경은 남편의 첫사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내 옛사랑의 첫사랑 아들'이 작위적인 설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제주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특히 태경과 목하처럼 그 마을에서 오래오래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이 그러기 쉽다. 이런 제주라는 공간 세팅은 다른 요소로도 이어진다.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제시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문어회, 동굴, 감귤나무라는 점이다. 문어회 먹는 장면 아직도 기억난다. 진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동굴과 감귤나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중요한 연출 지점으로 사용된다. 이 크고 작은 동굴은 제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름 쪽을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동굴이 많이 있다.
그리고 제주를 활용한 방식 중 가장 화룡점정은 목하의 캐릭터 설정이다. 요즘, 그러니까 근 몇 년간 제주를 살다 보면 목하 또래의 여성분이 몇몇 보인다. 이 분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코디법이 그대로 나온다. 헤어스타일 하나, 액세서리 하나 다 찐 제주도민의 바이브가 느껴진다. 갈옷을 찾을 생각을 어떻게 했대? 감독이 제주도 분이 아니라면 찾을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 또 주인공 목하가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도 디테일함이 돋보인 수였다. 실제로 이주민분들을 대상으로 요가 가르치는 분들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말투랑 억양이 그 강사님 톤인 게 신기했다. 이 뿐만 아니라 목하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봐도 그렇다. 기억나는 것이 화분을 홍대 인근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감성이 아닌 아날로그틱한 것을 고른 것이었다. 뭔가 캘리그라피로 쓴 것 같은 간판은 실제로 제주도민 분들이 카페를 차릴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또 카페 안에 천으로 된 설치물(?)이 있다. 이 천으로 된 카페에서 요소들이 내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영화에서 옥에 티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태경이 어디에서 공연할 때 공연장이 '낮과 밤'이다. 이 '낮과 밤'은 제주시청에 있다. 그리고 이 '낮과 밤'에 나와서 자전거를 타는 신이 있다. 이때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하는 길은 제주시 노형쯤에 있는 어느 곳이다. 뭐 영화라는 것이 다른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 결함이라고 뽑기는 어렵겠지만 제주도민이 이 영화를 보기에 이런 점이 눈에 들어왔다.
과하기도 해
그렇게 제주라는 지역 특성을 잘 활용한 영화긴 하지만 과하기도 하다. 일단 영화의 설정이다. 솔직히 과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주인공의 옛 남편 경치가 인간적으로 너무 나쁜 사람이다.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라는 부분이 인물 간의 갈등과도 이어지고, 영화의 핵심 키워드 열등감과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인물 간의 열등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설정을 넣었다면 사실 좀 아쉽다. 인물 간의 리액션이 들어간 부분을 조금만 들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냥 단지 경치가 나쁘다!라는 것만 보여주는 것 빼고는 장면의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또 이웃집이라는 설정에 과하게 기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목하라는 인물이 후반부에서 민하에게 어떤 행동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입장을 바꿔도 말이 된다. 목하의 아들 태경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꿈을 목하는 반대 한다. 이 목하가 반대하고 반작용으로 태경이 어떤 일을 한다.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단순히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쓰인 지점이 되는 것이다. 또 유다인 배우가 맡았던 주인공 민희의 행보가 사실 좀 아쉽다. 유다인 배우가 사랑스럽고 귀엽게 이 캐릭터를 묘사해서 그렇지 행보 자체만을 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많다. 누군가에게 극언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극의 이야기 전개 하나 때문에 희생한 부분이 조금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는 '이 장면에 이 부분을 암시했어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일단 주인공 둘의 이름이 목하, 민희인 것과 영화 제목이 <낮과 달>인 것이 그랬다. 전자는 이름의 이니셜이 같은 MH라는 것 때문에 만들었을 것이다. 또 제목이 <낮과 달>은 영화의 핵심 시퀀스와 이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공존하기 불가능하지 않은 두 사람의 처지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진 괜찮아. 극후반부 가장 마지막 시퀀스에서 두 인물이 어디에서 있다 나온다. 또 갈등이 가장 고점을 찍는 순간에 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한다. 또 목하의 어떤 대사가 수미상관처럼 반복된다. 이 후반부에 들어가는 대사가 흐름을 살짝 깨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영화 연출이 암시하는 선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장면은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제주의 트레이드 마크로 소개됐던 지역 특산물이 있다. 이 특산물을 활용한 비유로 이미 내포했던 주제가 비유를 통해서 다시 제시되니까 살짝 진부하게 느껴지는 지점인 것이다.
재미있는 독립영화
근데 모든 영화를 도식화시켜서 볼 필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글쓴이가 감상을 글로 쓰기 위해 굳이 여러 번 생각해서 뽑은 것들이다.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돌아가면, 이 작품은 재미있는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초반부 유다인 배우가 영화를 시작한다. 여기서 유다인 배우가 보여줬던 표정연기가 굉장히 탁월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연기를 그럴듯하게 품어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된 채로 시작한다. 이 감정이입은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영화가 보여준 연출이 이 감정의 흐름을 깨지 않기 때문에 러닝타임 끝까지 흐뭇하게 볼 수 있다. 이 감정선의 흐름에는 감독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와 관련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막장 치정극이 없다. 그러나 인물들이 생기 있게 살아 숨 쉰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코미디 요소도 있고 뭉클해지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를 볼 때 어떤 걸 기대하고 볼 수 있을까? <리멤버>처럼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비극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외계+인> 1부처럼 휘황찬란한 시각적 쾌감을 느끼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독립영화를 볼 때 이런 영화들이 가지는 소소한 유머가 좋다. 예술가들 특유의 사랑스러운 기운도 좋다. 이 영화는 감독이 갖고 있는 인간사에 대한 관점, 또 관객들이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진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에너지가 엇나가지 않기 때문에 러닝타임까지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또 영화의 핵심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핵심 소재는 그리움과 회한일 것이다. 두 인물은 한 사람 경치에게 그리움을 품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미련이다. 그때 그럴 줄 알았으면 잘할 걸. 인물은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각자에게 열등감을 가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람들은 과거에 매달려서 살고 있다. 후회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서 기인한다. 후회는 사람을 같은 지점에서 붙박혀서 머무르게 만든다. 그러나 인생에 되감기란 없다. 결국 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다음엔 그러지 말았어야지를 되뇌는 것이다.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의 인과관계를 알고 싶어 했던 두 사람. 영화는 러닝타임 후반부에 가서야 이 행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간을 제주로 세팅한 이유도, 아침드라마 같은 설정도 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끔은 낮에 떠 있는 날처럼 새로운 각도에서 무언가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거 다들 다 알잖아? 다들 다 똑같이 산다고 믿고 있다. 무언가를 떠나보내게 만든 그것들이 미울 것이다.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무얼 해도 남겨졌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들려온다. 그런데 사람마다 빈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글쓴이도 독자분들도 다들 알고 있다. 떠난 이의 흔적 안에 살다가는 결국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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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에 귀천 없듯 액션 연기에도 마찬가지
연애도 스턴트맨처럼 하면 어떡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이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콜트. 콜트는 좀 특별하다. 바로 스턴트맨이다. 몸값이 비싼 할리우드 배우들의 대역으로 액션 연기를 대신하는 콜트. 하지만 이런 콜트도 사람이다. 옆구리가 시린 콜트. 마땅히 기회(?)가 없으니 그냥 소같이 일만 한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사람은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 조디(에밀리 블런트)다. 영화 제작 스태프의 일원이었던 조디. 조디와 콜트는 서로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린다. "끝나고 뭐 해요?" 작업 거는 콜트. 조디와 콜트, 서로 사랑하기 5분 전이다. 마지막 액션 신만 찍고 나면 1일 시작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했다. 허리를 크게 다친 콜트. 위축된 자신의 처지에 자존감이 급락한 콜트는 이내 잠수이별을 고한다. 화가 난 조디.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콜트가 잘 아는 제작자(해나 매딩엄)가 콜트에게 전화를 건다. "일자리가 들어왔는데. 조디가 감독인 영화야. 팀에 들어올래?"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뛰어나갈 기세다. 신난 콜트. 하지만 콜트에겐 문제가 생겼다. X를 구하려다 X 되게 생겼다. 영화 하나 찍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고추장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이 영화를 장르적으로 구분한다면 액션/로맨스물이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다양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선택은 영화의 이야기 줄거리 외/내적으로 좋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피로 두르고 있는 로맨스/액션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의 흐름 상 콜트와 조디의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당연하다. 사건의 배경이 두 남녀의 첫 만남이 있었고 콜트가 어떤 사건을 겪고 느닷없이 잠수를 탄다. 이후 ‘잠수를 탔기 때문’에 쌓여있는 인물 간의 오해가 이야기에서 중요하다. 이 오해를 풀고 싶은 것이 콜트의 핵심이다. 그냥 단지 ‘직업이 스턴트맨이니까’라고 보기엔 중반부 찍고 넓어지는 이야기를 감당하지 못하니 영화가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심지어 중후반부를 보면 영화의 로맨스적인 특성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하는데 허무맹랑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는 플롯을 로맨스라는 장르적인 특성으로 연결했다. 쉽게 말해서 '그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고 있으니까!'로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야기 상에서 액션이 등장하는 이유도 필연적이다. 직업이 스턴트맨이니까 액션을 보여주는 과정이 당연하다? 물론 제목과 직업에 대한 부분도 크게 작동하지만 중구난방으로 튈법한 영화 속 사건을 잇는 장치가 액션이 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이 <스턴트맨>은 영화를 만드는 영화다. 이런 플롯을 설정한 이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보여주면 당연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지?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의 노고도 나오고 영화감독과 제작자 사이의 관계도 재미있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중에 더 중요한 것. 이 영화의 제목은 ‘스턴트맨’이다. 스턴트맨은 일종의 대역으로서 액션 연기를 대신하는 존재다. 그러면 영화 안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연기를 하든 뭘 하든 이 직업군들에겐 중요한 제약이 있다. 이 배우들의 목숨은 하나고 역시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 점을 보여주려면 ‘목숨이 하나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지? 그러려면 액션이 들어가는 것이 필연적이다. 연기로 몇 겹을 쳐도 목숨이 하나인 걸 두각한 연출을 보여줬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장르를 소비한 것이 아닌 셈이다.
이 영화의 장르적인 내실을 까보면 온갖 것이 섞여있는 영화 전주비빔밥이라고 볼 수 있다. 글쓴이가 각본을 잘 썼다고 느끼는 지점 중 하나인데 이 영화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할리우드의 역사를 영리하게 훑으며 긴 시간 동안 있어왔던 ‘스턴트맨’의 존재를 비추고 있다. 이것은 영화의 핵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왜? 할리우드가 어떤 장르를 만들든 간에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이 부분을 강조하듯이 호러, sf, 코미디, 미스터리, 애니메이션, 판타지 등등 여러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포용한다. 그리고 스턴트맨 콜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결하니 안 본 분들 입장에서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거친 부분이 있다. 긴 시간 동안 존재해 온 어떤 집단의 사람들을 2시간으로 압축시킨다? 당연히 매끄럽지 못하다. 이 부분은 영화의 호불호가 될 수 있다. 가령 주인공의 중요한 과제 톰 라이더를 찾는 부분에서 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만한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소재는 영화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어떻게’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그 이질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콜트가 직접 겪는 개고생이 영화의 역사가 앞으로 계속 진보되어도 잊히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참기름도 있다구
이 영화는 또 오마주로 가득 찬 영화이기도 하다. 왜 오마주가 필요했을까?를 써보자면, (위에도 쓴 내용이지만) 현재를 넘어 과거의 스턴트맨에 바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의도야 충분히 좋다. 하지만 스턴트맨’만’ 중요하다고 하면 그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적절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우선순위가 부여된다면 영화감독이 직업인의 윤리에 있어 어긋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스턴트맨>은 예전 영화들을 끊임없이 호명함으로써 연출가로서의 윤리를 살렸다. 스턴트맨의 헌신도 물론이지만 그만큼 노력했던 선배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턴트맨 출신이었다가 영화감독이 된 감독의 당사자성을 살려 이야기를 만든다면 "왜 내가 스턴트맨에서 영화감독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갈 만했는데, 이 영화의 감독이 좋아할 만한 장면을 오마주 했으니 만드는 사람의 진정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영화에는 한 페이지로 적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오마주들이 들어가 있다. 어느 단계에서 어느 장면이 오마주다!라고 쓰면 영화의 재미가 급감하기 때문에 대략적으로만 서술해 본다. 영화 첫 번째 장면이 콜트가 스턴트맨 일을 하다가 사고를 겪는 장면이다. 이 장면 보면 <미션 임파서블> 1편이 연상된다. 그리고 영화 안 극중극은 콜트 역의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맡았던 영화 중 어느 작품을 연상되게 한다. 시각적인 부분도 이 장르의 역사에서 이것저것 가져온 듯한 걸로 이루어져 있다. 또 조디라는 인물 역시 할리우드의 누군가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은 연출로 중요하게 강조시키는데 오마주한 인물이 할리우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영화가 할리우드의 현재를 보여주려고 했던 의도가 보인다.
<거미집>과의 공통점, 차이점
이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은 작품은 작년에 개봉한 <거미집>이다. <거미집>의 서양판이 이 <스턴트맨> 같을 정도로 공통점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김열/조디)이라 그 내용이 전적으로 들어갔다는 점, 시대적인 맥락(1970년대/2024년 현대의 할리우드)이 들어간다는 점이 그렇다.
이 공통점의 내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거미집>의 김열(송강호)과 <스턴트맨>의 조디가 만드는 창작의 의미가 각각의 영화 안에서 표현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가령 <거미집>에서 김열이 방구석에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은 이상의 ‘날개’가 연상될 정도로 개개인의 욕망을 더 깊숙하게 투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안의 이야기를 만드는 건 김열이 촬영장의 리더로서 겪는 온갖 개고생이 핵심이다. 웃음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은 전미도(전여빈)이다. 전미도는 김열의 창작을 지원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미도가 풍기는 광인의 포스는 이야기가 미진하다고 느낄 즈음에 등장해서 영화를 이끈다. 반대로 <스턴트맨>의 조디가 만드는 영화는 후반부의 장면이 인물들의 상황과 겹치는 되는 지점이 있다. 심지어 기존 영화들의 오마주를 그대로 활용해서 인물의 내면과 감정적인 하이라이트가 겹쳐지게 하는 장면까지 있다(심지어 제목으로도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 안의 로맨스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가? 와도 닿아있다. 어느 장면을 넘어서 영화와 현실이 무너지는 분기점이 있는데 이 부분은 감독이 의도한 바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 영화는 현실의 업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둘째로 시대적인 맥락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공통점을 읽을 수 있다. 전자 <거미집>에선 1970년대의 맥락이 등장한다. 당시 김열이 직면한 여러 애로사항 중 하나는 당시 행정부가 예술가들에게 제약을 둔다는 것이다. 이 장애물은 스트레스 한가득이었던 김열의 창작물에 장애물이 되며 인물의 고통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 모든 고통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거미집>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카메오가 나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보면 그 모든 속박보다 창작자에게 깊고 크게 다가오는 장애물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왜? 이 장면이 일어나는 전후맥락에는 문공부라는 시대적인 맥락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장면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카메오가 김열에게 창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시대적인 맥락이 없다면 이 장면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에 대한 문제를 시대적인 맥락도 가져와 보충한 것이다. 하지만 <스턴트맨>은 이것과는 살짝 다르다. 이 영화에는 2020년대 할리우드에 있던 사건 중 가장 인상 깊은 스캔들이 등장한다. 또 특정 소재는 2024년의 현대사회를 암시하는 듯하다. 이 두 요소가 왜 굳이 등장했을까? 바로 2024년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 너희들 봐라!라는 의미다. 영화 외적인 요소를 굳이 안으로 가져와서 이야기의 구분선을 흐린 것이다. 이런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타겟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높인다. 사실 이렇게 영화가 외적인 맥락과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병치시켜서 우리에게 와닿게 설정했다는 것 자체는 흔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왜 스턴트맨일까? 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의 노고에만 감탄하며 액션영화를 보곤 하지만 이들 아래에 수많은 스턴트맨이 있었다. 스턴트맨에서 스턴트 하다 다치면 영화 내적인 사건이 외적으로 향한다고도 볼 수 있다.
얼버무리고 넘어가
이 영화의 단점은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스턴트맨에 대한 헌사도 보여줘야 하고. 성공한 덕후가 된 감독의 덕질 역사도 보여줘야 하고. 주인공과 관련한 메인 플롯도 보여줘야 하고. 조디가 영화 만드는 이야기도 보여줘야 하고. 현재의 할리우드도 묘사해야 한다. 적어도 이 모든 게 하나의 이야기가 되게 하려면 희생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어떤 조건 몇 개는 생략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초반 조디와 콜트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이 부분을 느꼈다. 단지 그럴 수도 있다고 느끼면 크게 무리는 없다. 하지만 이 장면을 더 길게 늘여도 이야기 흐름에는 큰 문제없지 않았을까? 투박한 이야기 이음새가 인물의 동기를 더 공고히 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게 느껴졌다.
또 어떤 두 캐릭터는 이 영화의 기획의도에 의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 아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캐릭터들은 아니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배경은 나름 합리적이고 꼼꼼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인물이 엄청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냥 영화의 핵심만을 전달해 주는 분량만 있었다. 이 부분은 <스턴트맨>의 뒷맛을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그 장면에서 그게 꼭 들어가야 했을까? 사실 그게 굳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다 전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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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본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개인이 겪은 끔찍한 일들도 아주 세세하게 전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도 대중적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다시 그것을 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현대 사회의 매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고 인간이 가진 호기심이 더더욱 그것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고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어떤 사고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면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 진실을 찾아낼 때 영상이나 음성 같은 물리적인 증거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일을 직접 경험했거나 옆에서 보게 된 사람들의 증언은 중요하다. 수사기관들이나 기자들이 관련자들을 만나고 그때의 일을 들으려고 하는 노력은 진실을 찾으려는 가장 보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 증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밀실 살인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
영화 <자백>은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 한 남자와 그가 고용하려는 변호사가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된 이야기다. 한 호텔 방 안에서 세희(나나)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방에 같이 있던 민호(소지섭)는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방 안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다른 문은 없었다. 그 상황에서 민호는 실력 좋은 변호사인 신애(김윤진)를 고용해 자신의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다. 영화는 민호와 신애가 한 별장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바탕으로 사건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알리바이나 증언을 말하고 있는 민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다. 민호는 사건의 처음부터 세희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초반에는 민호가 하는 증언은 한줄기뿐이다. 그래서 민호의 말은 아주 강한 신뢰를 가진다. 그러다 중반부부터 증언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민호의 이야기는 점점 신뢰를 잃어간다. 그러니까 영화는 대부분을 민호가 이야기하는 증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말의 힘이 점점 빠져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 힘을 빼는 건 숨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변호사 신애의 힘이다. 정곡을 짚어내며 이야기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신애의 노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파악하여 변론에 활용하려는 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된다.
진실이 바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다. 민호가 가지고 있는 진실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지만 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야기의 허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일단 민호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볼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는 일차원적인 정보가 먼저 주어지고 영화 상영시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실과 겹쳐지는 영화의 이야기
최근 한국에 큰 참사가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양한 증언과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된다. 영화 <자백> 속에서 증언하는 사람은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많은 순간 혼란스럽다. 참사 일어난 직후 그런 증언이나 정보들이 적었다.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다양한 목격자와 증언들이 공존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일의 이면에 있는 일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현실에서는 그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진실이 드러나고 명확하게 책임져야 할 사람이 나온다. 영화 <자백>의 이야기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에는 진실이 모호하고 어떤 사람이 그 사건에 죄가 있는지 알 수없다. 하지만 서서히 그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그 진실의 대가를 누군가가 치른다. 여전히 모호한 현재의 상황과 무척 상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초반과 중반은 크게 다른 점을 느낄 수 없다. 적절히 어울리는 한국 배우들을 각 캐릭터에 캐스팅했고, 그들의 연기가 주는 생동감도 영화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는 조금 더 박진감이 넘치게 재구성되었다. 이야기의 반전을 일찍 공개하고 그 이후에 다른 작은 반전을 추가하면서 관객의 시선을 꽉 끌어당긴다. 원작에서 다소 약했던 권선징악의 강도를 좀 더 센 방식으로 재구성하면서 관객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스페인 원작의 담백하지만 임팩트 있는 결말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한국식 스릴러의 긴박하고 박진감 있는 결말이 너무 나갔다거나 다소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식 클라이막스로 변형된 리메이크 영화
대체적으로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역할에 잘 맞는데, 특히 세희 역을 맡은 나나의 연기가 무척 좋다. 민호의 이야기에 따라 인물의 성향이 상반된 형태로 화면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분위기에 따라 딱 맞는 연기 변화로 극에 설득력을 높여준다.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연기 모두를 소화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최근에 시리즈 [글리치]에서도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나나는 향후에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난 영화 <자백>은 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쾌함이 있다. 10.29 참사 이후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이 영화에서의 민호가 하는 행동이 현실에서 다른 증언을 하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는 가해자가 그가 한 짓의 대가를 치루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직 진행 중인 현실의 이야기도 영화의 결말처럼 진정한 사과와 대가가 내려지길 기원한다. 그것이 그 일에 희생당한 사람들과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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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종」리뷰ㅣ여자가 예쁘고 야한 장면이 나오는 과학적 이유ㅣ스포없음ㅣ영화보는건데ㅣ공포영화 여자ㅣ
? "랑종" 으로 알아보는 공포영화의 과학원리(*스포없음)
- 랑종 정보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페이크 다큐멘터리, 오컬트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각본: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제작: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
원안: 최차원, 나홍진
- 랑종 스토리 시놉시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 낯선 시골 마을.
집 안, 숲, 산, 나무, 논밭까지,
이 곳의 사람들은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무당) ‘님’은
조카 ‘밍’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는 ‘밍’.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밍’과 ‘님’, 그리고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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