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10-26 14:01:42
비와 함께 내리는 첫사랑 이야기
영화 <클래식>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 제목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영화 <클래식>. 보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명장면이고 그게 다일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명장면은 따로 있었고, 이렇게나 애틋한 멜로 영화인지도 몰랐었다. 아마 가을밤마다 생각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클래식> 시놉시스
우연히, 우연히, 우연히... 그러나... 반드시 잊혀진 약속이 깨어났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와 수경은 연극반 선배 상민을 좋아한다. 하지만 호들갑스런 수경이 상민에게 보낼 편지의 대필을 부탁하고, 지혜는 수경의 이름으로 상민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지혜의 편지로 맺어진 수경과 상민이 가까워지면서 지혜는 괜한 죄의식에 상민을 멀리 하려 하지만, 우연하게도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오래 전,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편, 아빠를 일찍 여읜 지혜는 지금은 해외 여행 중인 엄마 주희와 단둘이 살다. 엄마의 빈자리를 털기 위해 다락방을 청소하던 지혜는 우연히 엄마의 비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주희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비밀 상자를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들려온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는 그곳에서 성주희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자신에게만 은밀하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운명이 던져준 또 한번의 인연 편지를 대신 써주며 사랑이 깊어간 엄마와 자신의 묘하게도 닮은 첫사랑. 이 우연의 일치에 내심 의아해하는 지혜는 상민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연인이 되어버린 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클래식>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비와 함께하는 영화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영화 <클래식>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주희와 준하의 만남 이야기가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처럼 소나기를 피해 놀다가 소녀가 감기가 들고 연락이 두절된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속 소녀 주희는 죽지 않았지만 그 메인테마가 굉장히 비슷했다. 그래서 소설 <소나기>의 뒷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희와 준하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로 돌아와 지혜와 상민 역시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우산이 있지만 우산이 없는 척 서로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지혜와 상민. 이렇게 비라는 존재가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주고 어찌보면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단 둘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OST에 취하다
사실 가사가 있는 음악이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면 개인적으로 몰입도가 깨지는 편이다. 물론 뮤지컬 영화는 상관없다.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노래가 아니라 이미 발매돼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 영화 속에 등장하면 갑자기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복귀하면서 와장창 몰입도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해서 그 시대를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기성곡을 잘 쓰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 <클래식>에서는 기성곡을 그 시대의 분위기와 너무 잘 맞게 표현을 해내서 오히려 음악이 영화빨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을’ 이 두 곡이 절묘하게 영화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이렇게 기성곡을 잘 활용한 영화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틋한 감정을 심어놓다
사실 영화 <클래식>을 이성적으로 본다면 비판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연결이 좀 뚝뚝 끊기는 느낌도 들고 갑자기 자살소동으로 치닫는 상황과 월남전쟁으로의 파병 등 멜로로 잘 나가다가 자극적이고 개연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표가 머릿 속에 동동 떠다니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잘 활용한 영화였다.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따지고 재지 않는다. 물론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넘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영화 <클래식>을 보면서 느낀 점은 영화의 연출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대할 때 이성적으로 보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주목해서 보게끔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종 튀는 장면이 있더라도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시대의 감성에 파고들고, 그 애틋한 감정이 관객의 마음 속에 영화 초반부터 심어지다 보니 중간중간 불현 듯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고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제목 클래식 답게 멜로의 클래식을 잘 보여준 영화 <클래식>. 그 시대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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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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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바이킹스 : 발할라> 공식 예고편
《바이킹스: 발할라》는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11세기 초를 배경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킹들의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린다. 그 주인공은 전설적인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샘 콜릿)과 불같은 성격의 완고한 여동생 프레이디스 에릭스도테르(프리다 구스타브손), 그리고 야심 있는 노르웨이 왕자 하랄드 시구르드손(리오 수터). 바이킹과 잉글랜드 왕실 사이의 긴장이 핏빛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바이킹 내부에서는 기독교도와 이교도의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세 바이킹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생존과 영광을 위해 싸우면서 바다와 전장을 넘나들며 카테가트에서 잉글랜드,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간다. 《바이킹스: 발할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바이킹스: 발할라》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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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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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기계가 못 하는 일도 있지
기술 혁명의 양면성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많은 발명품이 만들어졌고, 혁신을 이루어냈다.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추고,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일상 속 사소한 것들이 편리해졌다.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속 월레스도 덕분에 매일 아침 루틴을 속전속결로 해치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단순노동을 대신해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조건적으로 편리함만을 생각하지 말고 적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을 위협하는 존재도, 그들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존재도 모두 ‘노봇’이었기 때문이다.
'노봇'의 흑화
월레스의 발명품 ‘노봇’의 흑화는 기술 발전의 양면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처음에는 월레스의 친구 그로밋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노봇은 뛰어난 실행력으로 순식간에 가지치기 임무를 완수하고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깨끗이’ 손질한다. 노봇을 창조한 월레스는 매우 기뻐하고 마을 사람들 역시 그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노봇을 대여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노봇을 이용한 보수 서비스 사업을 통해 밀린 청구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로밋은 노봇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유심히 지켜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로밋은 프로그래밍 된 대로 움직이는 노봇들의 허점을 처음부터 알아차린다. 단순히 울퉁불퉁 튀어나온 잔디와 잡초를 정형화된 방식으로 ‘정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노봇은 그로밋이 가꾸던 꽃과 나무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 방도가 없기에 모조리 잘라버린다. 흑화되기 전의 노봇도 기술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노봇을 무조건적으로 편애하는 월레스와 노봇 군단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노봇의 흑화를 가능케했던 요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원격 조정하는 것을 넘어서 성격 세팅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인터넷에 연동하여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악용하는 것은 바로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빌런 페더스 맥그로이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노봇을 '사악함'으로 세팅하고 월레스 집에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칠 계획을 펼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로봇 혹은 AI 서비스를 왜곡하여 설정하거나 해킹하는 등 기술을 악용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기술의 (불)편함
‘사악함’ 모드로 설정된 노봇들이 페더스 맥그로의 명령에 따라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과정이 영화의 ‘위기’ 단계의 주를 이루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장면을 고르라면 노봇들이 월레스가 그들의 계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잠에 들게 하는 장면을 꼽겠다.
월레스 역시 이 부분에서는 노봇들에게 “이게 다 뭐야?” 라며 되묻고 “천천히” 하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노봇들의 수면 유도 ‘서비스’에 정신을 빼앗긴다. 월레스가 원하지도 않았던 마사지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음냐음냐 코코아’를 마시게 하는 노봇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필요성을 느껴서 기술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우리 대신 자체적으로 생각해서 그것을 필요하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일상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린 이미 그렇게 시스템화된 삶에 적응해 있는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한 무언가
그러나 영화는 노봇들을 악하게만 그려내지 않고, 결점과 비례하는 장점도 있음을 보여준다. 디폴트 값인 ‘착함’ 모드의 노봇들은 월레스와 그로밋을 절체절명의 순간 구해낸다. 영화의 마지막 월레스도 노봇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개조하여 정원일을 돕는 방법을 택한다.
발명품을 만드는데에만 몰두해 있던 월레스가 기계 중심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함을 받아들이면서, 소소하지만 소중한 ‘인간적인’ 따뜻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쓰담쓰담 기계가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로밋을 쓰다듬어주는 장면으로 우리는 기술을 삶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의 미학
자칫 무겁고 교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가 호러와 액션 스릴러의 색채가 더해져 마냥 잔잔하지 않고 몰입감 있게 전달된다. 진지해지다가도 페더스 맥그로의 허접하면서도 귀여운 변장술과 계략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노봇들이 지하실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드는 장면과 페더스 맥그로와 그로밋의 추격전을 그려내는 방식이 인상 깊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가 전하는 아날로그의 미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 이유는 제작 과정에도 숨겨져 있다. 합성이나 AI와 같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스톱모션 형식의 제작 방식을 고수하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러한 제작 방식을 유지함에는 아날로그의 매력을 지켜내고자 하는 바람이 깃들어있지 않았을까?
아날로그에 “느리고 불편한” 아니라 “섬세하고 정밀한”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강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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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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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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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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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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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뮤지컬영화 추천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 영화 좋아하시나요?! 보통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라라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
근데 보통 외국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이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한국의 뮤지컬 영화가 이거지? 라며 떠오르게 되실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결말 살펴볼게요~
기본 정보장르 : 뮤지컬, 드라마감독 : 최국희출연진 :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개봉일 : 2022년 9월 28일평점 : 8.32스트리밍 : 쿠팡, 티빙, 웨이브기획 의도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물 모든 순간은 노래가 된다!무뚝뚝한 남편 '진봉'과 무심한 아들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은어느 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과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여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의 유명한 가요를 다수 활용하여 비주류의 장르를 조금이나 상쇄시켰지만 초반에 약간의 오글거림이 있지만 흥겨운 노래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영화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는 코로나로 인하여 개봉이 2년 전이나 미뤄졌지만, 입소문에 힘을 입어 1위까지 올랐으나,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하였다.후기 및 결말인생은 아름다워 결말을 살펴보자면 세연의 경우 첫사랑을 찾긴 찾았으나 사실을 알고 봤더니 내가 아닌 내 친구를 사랑했고, 그걸 안 진봉은 호탕한 웃음을 맞이하며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 후반부에는 결국 세연은 죽고 난 후에 진봉은 세연이 하던 집안일을 하면서 세연의 마음을 이해하며 예전에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며 최 씨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영화는 마지막 진봉과 세연이 처음 만난 서울극장에서 노래를 마무리로 영화는 끝이 난다.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크박스 영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뮤지컬을 하는 영화이다. 처음에는 약간 진짜 이게 뭐지?! 하며 오글거리지만!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나오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묘미를 가진 영화다.맨날 해외에서 멋진 뮤지컬 영화도 흥행하는 것처럼, 한국 노래로 만든 이런 영화도 많이 흥행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추천하고 싶다! 집에서 노래 따라 부르면서 팝콘 먹으며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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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체스신동,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
보름 정도에 걸쳐 미국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았다. 너무 재밌어서 쏙쏙 빨려 들어갔던 드라마. 배경은 1960년대고(나는 시대극이 좋다), 소재는 체스이고(생소한 분야를 엿보는 건 더 좋다), 커다란 눈의 여주인공은 너무 매력적이다.
체스가 이렇게나 어렵고 복잡한 게임인 줄은 드라마를 보고 처음 알았다. 모든 공격에 각각의 이름이 붙여져 있고,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 제목도 체스 오프닝 기술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때 사람들이 체스에 그렇게나 열광했는 지도 처음 알았다. 드라마의 배경인 1960년대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체스에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챔피언십도 중계하고, 신문 1면에도 실리고, 챔피언의 우승자는 거의 연예인의 인기더라. (이세돌 같은 느낌일까?)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이 드라마는 주인공 '하먼'이 체스에 소질을 보이면서 결국 체스 최강자가 되는 이야기다. 체스 얘기니만큼, 여러 사람들과 체스경기를 두며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장면들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치만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했던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양어머니 '엘마'와의 관계다.
하먼은 어릴 때 친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크다가 13살에 엘마에게 입양됐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타고난 기질인지, 하먼은 시종일관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으로 나온다. 입양이 되고도 웃는 모습을 여간해선 볼 수 없는 데다, 그런 성격 탓에 사람들과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늘 외톨이처럼 지낸다. 그런 하먼을 보듬어준 게 바로 양어머니 엘마였다. 보듬었다고 해서, 하먼을 엄청 옆구리에 끼고 사랑 표현을 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둘은 엄마와 딸의 관계라기 보단 뭔가 친구 같은 관계다. 그런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겉으로 나도는 남편 때문에 외로웠던 양어머니와, 고아로 크면서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딸이, 서로 친구처럼 의지하는 모습. 낯간지럽게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 하나 없이도, 둘의 관계는 묘하게 뭉클하고 훈훈한 구석이 있었다.
엘마는 딸이 체스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고는 적극 뒷바라지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남편이 떠난 후 수입이 없어서, 딸이 챔피언십에서 따온 상금으로 먹고살려고 그러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먼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났다. 잡지에 나온 딸의 기사를 딸보다 더 자세히 찾아 읽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그녀의 체스 친구들을 알고 싶어 하고, 체스에 대해 모르면서도 딸의 경기를 지켜보려 한다. 그게 애정이 아니면 뭘까.
무뚝뚝함의 극치였던 하먼 역시, 서서히 양어머니에게 의지하게 되고 사랑하는 게 보인다. 나름의 애정표현이랍시고 '툭'하며 양어머니의 손을 잡을 때. 수입이 없던 양어머니가 "나에게 상금 10%씩만 띄어주겠니?"하고 소심하게 묻자 "15%로 해요"하고 말했을 때. 왠지 모를 흐뭇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둘 사이의 애정은, 매번 그 서툰 표현들에서 여지없이 묻어 나왔다. 그 은은히 물드는 관계를 지켜보는 게, 바로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양어머니 엘마는 건강이 나빠 일찍 죽는다. 모나고 차가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먼을 사랑해주었던 엘마. 그녀의 죽음에도 대성통곡은커녕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냉랭한 하먼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참았던 눈물 한 줄기를 쏟는다. 생전 양어머니가 좋아했던 위스키를 마시면서. 더도 말고 딱 한 줄기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 절제된 모습의 바닥에, 엘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과 연민이 꽉 차 있다는 건, 차고 넘치도록 알 수 있었다는 거.
양어머니 엘마와의 뭉클했던 관계.
드라마는 하먼이 체스 최강자였던 소련선수 '보르고프'를 누르고 우승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난 이 드라마가 결코 체스대회에서 우승하는 여자아이 얘기라고만 느끼지는 않았다. 고아였고 외톨이었던 하먼이, 양어머니를 만나고,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들 베니와 해리, 타운스를 만나면서 마음을 여는 성장드라마로 보였다.
마지막에 그녀는 별로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잘 웃고, 표현도 할 줄 알게 되며,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해제되어 길거리의 노인들과 인사하고 체스도 둔다. 나는 그게 보르고프를 꺾고 우승한 것보다도 더 흐뭇했다. 하먼이 엇나가지 않고 클 수 있었던 자양분은, 체스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이지 않았을까.
체스 최강자 고르고프와의 시합.
여담이지만, 이 드라마가 방영된 후 구글에서는 '체스 두는 법'이 9년 만에 검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음, 난 드라마를 보고 나니 오히려 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싫어지던데. 왠지 내 머리가 얼마나 나쁜지만 드러날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좋은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로 깊이 간직해야지. 간만에 훌륭한 드라마를 보고 나니 갈비탕 한 그릇을 비운 것 마냥 속이 뜨끈하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우두미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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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력 미친 사극 영화 추천 '사도' 후기
사도
15.09.16 개봉
드라마, 12세 관람가
한국 ,125분
감독: 이준익
출연: 유아인, 송강호 등
실화, 심지어 역사를 다룬 일인 만큼 리뷰를 쓰는 것도 쉽지 않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역사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었거든요
연모, 백일의 낭군님을 제외하고는
사극 드라마 영화를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저를 사극의 세계로 이끈 '사도'!
도전했다 하차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었는데
참고 보길 잘한 것 같아요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한 계기를 만들어 준 영화입니다
영화 '사도'는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임오화변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영조가 자신의 아들 사도세자를 서인(평민)으로 폐위시킨 뒤
뒤주에 8일간 가두고 굶겨 죽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왕위를 대한 영조와 사도세자의 태도 차이 때문입니다
영조는 당쟁 속에서 간신히 왕이 되었기 때문에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던 반면
세자는 눈앞의 개혁해야할 문제들을 따지기 바빴습니다
세력 갈등은 겪어 본 적도 관심도 없는 사도세자였기에
둘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던 시기 갈등이 더욱 깊어졌겠죠
게다가 세자는 공부보다 그림, 소설, 무예를 더 즐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누구보다 세자에게 힘을 기울였던 아빠 영조로서는
이를 납득하기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나를 자식으로 생각했소!"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요즘 말로 하면 극성부모라고 하려나요
실제 영조는 감정 기복이 심해서
웃으며 대화하다가도 세자에게 돌연 화를 내는 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세자가 20대가 된 후에는
옷 입기를 꺼리거나 특정 옷감을 거부하는 의대증이 생겼다고 해요
의복을 갖춰 입으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죠
영화는 병렬적 구조,
즉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8일간의 시간과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를
두 개의 에피소드를 교차하며 보여 줍니다
역사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는 분명 있지만
대중문화인 영화이기에 관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구성을 잘 선택했다고 봅니다
세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죽는 날까지
직렬적 구조로 진행했다면 사실 지루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처음부터 뒤주에 갇히는 사도세자를 보여 주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궁금하게 만든 후
엔딩 부분에선 눈물이 나오게 만들거든요
사실 눈물이 나오게 만든 건
유아인 님의 열연 덕이 아닐까 싶지만요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정말 몰랐습니다...
혹 아직 '사도'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꼭 보시길 강추합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사도'는 픽션이 거의 없이 역사를 많이 반영한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네요~
*스토리: 5/5점
*연출: 5/5점
*영상미: 5/5점
*OST: 1/5점
*연기: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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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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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바이킹스 : 발할라> 공식 예고편
《바이킹스: 발할라》는 1,000년 넘게 거슬러 올라간 11세기 초를 배경으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바이킹들의 영웅적인 모험담을 그린다. 그 주인공은 전설적인 탐험가 레이프 에릭손(샘 콜릿)과 불같은 성격의 완고한 여동생 프레이디스 에릭스도테르(프리다 구스타브손), 그리고 야심 있는 노르웨이 왕자 하랄드 시구르드손(리오 수터). 바이킹과 잉글랜드 왕실 사이의 긴장이 핏빛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바이킹 내부에서는 기독교도와 이교도의 충돌로 싸움이 벌어지면서 이 세 바이킹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그렇게 세 사람은 생존과 영광을 위해 싸우면서 바다와 전장을 넘나들며 카테가트에서 잉글랜드, 그리고 그 너머로 나아간다. 《바이킹스: 발할라》: 넷플릭스에서 곧 공개 예정. 《바이킹스: 발할라》를 시청하세요,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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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D.P. (D.P.,2021)
개봉일 : 2021.08.2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한준희
출연 :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이준영, 신승호, 조현철
‘갈 곳 없는 청춘을 쫓다.’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D.P.>가 2021년 8월 27일, 높은 기대치와 많은 관심 속에 공개되었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 역을 맡은 정해인, 구교환 배우의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높은 작품이었는데,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두 배우가 각자에게 꼭 알맞은 옷을 입고 내뿜는 케미가 상당해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두 캐릭터의 파트너십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정해인, 구교환 배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두 배우가 흘리는 매력에 금세 빠져버릴지도 모르겠다. (난 이미 그전부터 허우적대고 있던지라 더 할 말이 없다...)
<D.P.>는 어려운 가정 사정을 뒤로한 채 입대한 후, 헌병대로 차출돼 특유의 눈썰미와 센스로 탈영한 군인을 쫓는 군인. 'D.P'가 된 안준호 이병과 그의 파트너 한호열 상병의 이야기다. '군인을 쫓는 군인'의 이야기라 하여 추격극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D.P.>는 단순한 추격, 액션극이 아니었다.
20살 초반, 갓 성인이 된 우리나라 남자들은 좋든 싫든, 어떻게든 국방의 의무란 것을 지게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국방부의 시계에 맞춰 청춘의 일부를 헌납하게 되는데, 이 의무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말도 안 되게 적은 월급, 계급제 아래 잔혹하게 이어지는 가혹행위, 군사 비리, 인권문제, 병사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는 불합리한 판단 등등.. 군대란 것이 공개적이기보단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너무도 많다. <D.P.>는 이 문제들을 준호, 호열이 쫓는 탈영병들을 통해 비춰낸다. 그리고 준호와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들과 그를 조금씩 극복하는 모습, 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보여주며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성과 입체감을 부여하며 몰입력을 끌어낸다.
탈영병들은 말한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마.” “내가 뭘 잘못했어.”
20대 초반의 남자들에겐 국방의 의무가 주어진다.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부대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엄연한 군법 위반이다. 탈영병에겐 탈영이라는 죄가 있다. 하지만 탈영병에게만 죄가 있는 걸까?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탈영병 잡아오면 뭐해. 안에서 이러는데 탈영을 안 하고 배겨?”
모두가 쉬쉬하는 가혹행위와 근절되지 않는 군사 비리, 병사들을 가족이라기보단 진급 수단의 하나로 보는 간부. 바뀌지 않는 현실들. 탈영병은 이 문제들에 떠밀려 벼랑 끝에 선, 연약하고 어린 청춘이다. 탈영병을 다시 군대로 끌어다 놓아도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입될 뿐이고, 탈영병에겐 상처 위에 ’탈영병‘이라는 딱지가 붙을 뿐, 아무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않는다. 탈영의 결말은 탈영을 하게 만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탈영병이란 낙인과 영창뿐이다.
군인이라는 신분에 발 묶인 채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해 탈영병이 된 이들. D.P가 된 준호와 파트너 호열은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파헤쳐 가며 문제를 통감하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성장한다. 반듯하고 거침없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기고 사는 인물 준호와 속옷 고무줄을 퉁-튕기며 극의 분위기를 띄우다가도 곧 색다른 얼굴로 돌변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 호열.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두 인물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달린다. '도망간 군인을 잡는다.'
처음엔 '설렁설렁하다 만약 못잡으면? 또 나와서 잡으면 돼-'(해당 보직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시작된 탈영병 체포는 극이 진행될수록 죄책감, 책임감 같은 감정과 새로운 문제와 무게감이 더해지며 시즌 1의 마지막쯤엔 상당히 묵직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고를 쳐도 결국 변하는 건 없는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내몰린 청춘에 공감하며 눈물짓는 건 그들과 똑같이 아픈 청춘뿐이다.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아픈 이야기였다. 이렇게 내쫓긴 탈영병들의 청춘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매화 반복되는 오프닝 영상을 보면서 생각했다. 울음을 토해내는 갓난 아이가 나오고, 아이가 자라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아이(준호)가 입대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화면 너머에 앉아있는 우리를 바라보듯 뒤를 돌아 어딘가로 시선을 던진다. 그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당신은 탈영병들과 같은 아픔을 가진 청춘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묵인하거나 그들을 괴롭힌 방관자 또는 가해자인가. 준호의 시선은 <D.P.>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군인입니다.”
술만 마시면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맞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준호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어머니와 동생을 사랑하고 동정하지만 이 가족을 떠나고 싶었기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준호는 가족들을 두고 홀로 연병장으로 향한다.
2014년 선진 병영이 도입되기 전, 지금보다 폭행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했던 시절. 준호는 군인이 된다. 민간인이 아닌 군인. 민간인에게 'Touch My Body'가 즐거운 노래 가사라면 내무반에서 'Touch My Body'는 말 그대로 폭행 또는 몸을 더듬는 성추행을 의미한다.
준호가 머무는 내무반의 고참 황장수와 류이강은 가까운 기수 몇 명을 제외한 후임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선임이다. 준호의 가장 가까운 선임 조석봉 일병은 황장수, 류이강과 다르게 후임인 준호를 챙기며 “우린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봉디(석봉+간디)라는 별명을 가진 착한 청년마저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알고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가혹행위들. 석봉과 탈영병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점점 망가지고 끝내 넘어선 안될 선을 넘어 도주한다. 하지만 이들은 잡히면 안 되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옥 같은 군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대부분의 탈영병들은 집이 아닌 길거리 어딘가를 헤매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무슨 짓을 해도 바뀌지 않을 지옥 같은 그곳으로.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덜컹거리는 지하철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가 편하다”고, “갈 곳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탈영병의 한마디에 그간 그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이 묻어난다. 준호와 호열은 탈영병들을 잡으며 그들의 아픔에 함께 젖어든다. 하지만 준호와 호열은 현실을 바꿀 힘이 없다. 탈영병을 다시 부대로 인도하는 순간, 이들의 영향력은 끝이 나고 윗선에서는 진급에 영향이 간다는 이유로 가혹행위를 최대한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은 석봉이 탈영한 후 더욱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던 전우를 가차 없이 쏘라 명령하는 부대장 앞에서 박범구 중사와 임지섭 대위는 서로에 대한 경쟁심을 내려놓고 석봉을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좁고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선을 넘는 행동과 가혹행위를 반복한다면, 계급제라 반항 한 번 할 수 없다면, 윗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방관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목숨을 끊는 것 또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하는 것밖에 없다. 뭐라도 바꾸기 위해, 벗어나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 탈영병 신우석, 허기영, 허치도, 조석봉. 이들의 필사적인 탈출과 죽음은 과연 무엇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가혹 행위로 탈영을 했던 허기영 일병의 어머니가 답답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피해자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가해자도 분명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피해자를 봐왔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썩은 부분들. 총을 든 석봉 앞에서 “우리가 바꾸면 되지”라고 말하던 호열의 대사가 무색할 만큼 이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석봉은 수통마저도 6.25 때 쓰던 것인데 어떻게 바뀌냐며,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착한 선생님이었던 석봉, 친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던 석봉,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던 석봉, 준호에겐 가장 의지가 되던 선임이었던 석봉이란 청년은 이제 없다. 그는 '선임을 납치한 뒤 자살 시도한 탈영병'으로 뉴스에 오르내릴 뿐이다. 사람 때리는 걸 못해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유도마저 관뒀다는 선한 마음씨의 석봉이 칼을 휘두르고 미친 듯이 뛰어가는 모습과 자살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칼과 총을 든 탈영병이기 이전에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어린 청년이었을 뿐인데.
석봉의 자살시도와 함께 6화가 끝난 후 나오는 부가 영상은 이 먹먹한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석봉의 친구가 석봉처럼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선임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장면에서 선임들과 변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분노, 원망이 가득 느껴진다. 결국 총기를 난사한 병사가 되고 자살한 탈영병이 되는 건 피해자들뿐이다. 가해자들은 무사 전역을 하거나 심해야 영창과 전입, 며칠간의 반성. 그게 죗값의 전부다. 돌아갈 곳 없는 지친 청년들의 마지막 선택지 탈영. 그리고 그를 쫓는 또 다른 청춘. 탈영과 일들은 벌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의 눈물과 죽음 앞에서 책임감을 느끼는 건 또 다른 청춘(준호,호열)이 유일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조금 날카롭게 말하자면 <D.P.>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분명 황장수와 류이강처럼 군 시절 누군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오프닝 영상에서 시청자 쪽을 바라보는 준호의 눈빛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황장수처럼 자신의 죄를 전혀 알지 못하고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겠지?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줄이고, 이번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D.P.>의 주인공 안준호와 한호열은 겉으론 강하거나 유머러스해 보이지만 각자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준호는 대체적으로 ‘죄책감’과 연관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는 영창 근무를 서는 날, 영창 안에 갇힌 죄책감들과 마주한다. 첫 근무 날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신우석의 환영, 아버지에게 맞고 있는 어머니가 “왜 도와주지 않냐”며 묻는 환영과 같은 것들 말이다.
준호는 술 먹고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 밑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돈을 빼앗기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고 그래서인지 가정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한다.
준호는 3화에서 탈영병 정현민을 검거하며 만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여자 ‘영옥’을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술 먹고 폭력을 일삼는 남자에게 갖고 있는 모든 걸 다 팔아가며 돈을 바치는 영옥과 어머니. 준호는 영옥을 도우며 어머니를 돕지 못한 죄책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뒤이어 ‘밥은 먹었냐’는 시답잖지만 따뜻한 인사를 담은 전화를 한다.
또 하나의 죄책감은 ‘탈영병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죄책감은 차후에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변한다. 준호는 석봉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끈질기게 석봉의 뒤를 쫓지만 석봉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고 자살한다. 석봉의 죽음 앞에서 가장 크게 비명과 울음을 토해내던 준호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 그는 석봉의 죽음 이후 첫 근무 당시 구하지 못했던 탈영병 우석의 납골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누나를 보며 쓰린 표정을 짓는다. 열을 맞춰 걸어가는 병사들과 반대로 걸어가는 준호의 뒷모습엔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속에서 죽어간 청춘들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호열은 준호의 파트너이자 D.P 조장이다. 꽤 오래 D.P 생활을 한듯한 그는 내무반과 크게 엮이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영향력을 챙겨온 꽤 센스 있는 인물로 보인다. 국군 병원에서 흡연을 하는 다른 아저씨들에게 페브리즈를 팔며(?) PX 냉동을 뜯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장사 솜씨와 복귀가 결정되자마자 “얘네 담배 피웠어요”라며 모든 걸 폭로해버리는 한마디에서 그의 성격이 단박에 드러난다.
능청스럽고, 유연하면서도 선을 알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기는 인물. 굳어있는 준호에게 “네가 내 아들이구나?(아들 군번)”라고 물으며 자연스레 다가가는 모습과 황장수가 후임들을 말도 안 되게 갈구는 걸 발견했을 때, 중간에서 준호를 채간 후 황장수가 만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따뜻하고 영리한 면을 볼 수 있었다.
호열이 가진 트라우마는 이전 활동에서 만난 칼을 휘두른 탈영병에 대한 공포, 그리고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무심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겠다. 정현민을 잡으러 갈 때 호열은 준호에게 “칼침 놓는 탈영병도 있다”며 가볍게 말을 던지는데, 이후에 마주친 호열의 동기 ‘김규’를 통해 우리는 이 말이 호열의 경험담임을 알게 된다. 호열은 이런 트라우마를 겉으로 전혀 티 내지 않고 준호와 D.P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영화관에서 마주한 칼을 든 석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만다. 호열은 시리즈의 초반부에 ‘과호흡과 불안한 상태’ 때문에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었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열의 다른 트라우마는 ‘무심한 부모님’이다.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호열은 꽤 잘 사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보인다. (정현민을 잡을 때 쓴 김규의 300만 원을 바로 이체해 주는 걸 보면) 하지만 호열이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호열과 준호가 함께 포상 휴가를 나왔을 때, 호열의 집엔 아무도 없었고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다. 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호열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부모는 왜 나를 낳았을까?”
이 말과 사진 한 장으로 속단할 순 없지만 교복을 입은 호열과 부모님의 사진에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런 모습을 봐서일까, 호열이 연락을 받지 않는 준호의 집에 찾아가 준호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장면에선 왠지 호열이 ‘이런 분위기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한호열 상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고 바로 감상했는데, 시리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자연스레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원작을 먼저 보고 시리즈를 감상한 시청자들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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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기계가 못 하는 일도 있지
기술 혁명의 양면성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수많은 발명품이 만들어졌고, 혁신을 이루어냈다.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추고,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일상 속 사소한 것들이 편리해졌다.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속 월레스도 덕분에 매일 아침 루틴을 속전속결로 해치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단순노동을 대신해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무조건적으로 편리함만을 생각하지 말고 적정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을 위협하는 존재도, 그들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존재도 모두 ‘노봇’이었기 때문이다.
'노봇'의 흑화
월레스의 발명품 ‘노봇’의 흑화는 기술 발전의 양면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처음에는 월레스의 친구 그로밋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노봇은 뛰어난 실행력으로 순식간에 가지치기 임무를 완수하고 잔디를 깎으며 정원을 ‘깨끗이’ 손질한다. 노봇을 창조한 월레스는 매우 기뻐하고 마을 사람들 역시 그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노봇을 대여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은 노봇을 이용한 보수 서비스 사업을 통해 밀린 청구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로밋은 노봇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유심히 지켜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로밋은 프로그래밍 된 대로 움직이는 노봇들의 허점을 처음부터 알아차린다. 단순히 울퉁불퉁 튀어나온 잔디와 잡초를 정형화된 방식으로 ‘정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노봇은 그로밋이 가꾸던 꽃과 나무의 의미와 소중함을 알 방도가 없기에 모조리 잘라버린다. 흑화되기 전의 노봇도 기술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노봇을 무조건적으로 편애하는 월레스와 노봇 군단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노봇의 흑화를 가능케했던 요소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원격 조정하는 것을 넘어서 성격 세팅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인터넷에 연동하여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악용하는 것은 바로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빌런 페더스 맥그로이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노봇을 '사악함'으로 세팅하고 월레스 집에 있는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칠 계획을 펼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로봇 혹은 AI 서비스를 왜곡하여 설정하거나 해킹하는 등 기술을 악용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이다.
자연스럽게 스며든 기술의 (불)편함
‘사악함’ 모드로 설정된 노봇들이 페더스 맥그로의 명령에 따라 블루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과정이 영화의 ‘위기’ 단계의 주를 이루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장면을 고르라면 노봇들이 월레스가 그들의 계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잠에 들게 하는 장면을 꼽겠다.
월레스 역시 이 부분에서는 노봇들에게 “이게 다 뭐야?” 라며 되묻고 “천천히” 하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노봇들의 수면 유도 ‘서비스’에 정신을 빼앗긴다. 월레스가 원하지도 않았던 마사지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음냐음냐 코코아’를 마시게 하는 노봇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필요성을 느껴서 기술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우리 대신 자체적으로 생각해서 그것을 필요하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일상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쩌면 우린 이미 그렇게 시스템화된 삶에 적응해 있는지도 모른다.
대체 불가한 무언가
그러나 영화는 노봇들을 악하게만 그려내지 않고, 결점과 비례하는 장점도 있음을 보여준다. 디폴트 값인 ‘착함’ 모드의 노봇들은 월레스와 그로밋을 절체절명의 순간 구해낸다. 영화의 마지막 월레스도 노봇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개조하여 정원일을 돕는 방법을 택한다.
발명품을 만드는데에만 몰두해 있던 월레스가 기계 중심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함을 받아들이면서, 소소하지만 소중한 ‘인간적인’ 따뜻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쓰담쓰담 기계가 아닌 자신의 손으로 그로밋을 쓰다듬어주는 장면으로 우리는 기술을 삶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대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의 미학
자칫 무겁고 교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가 호러와 액션 스릴러의 색채가 더해져 마냥 잔잔하지 않고 몰입감 있게 전달된다. 진지해지다가도 페더스 맥그로의 허접하면서도 귀여운 변장술과 계략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노봇들이 지하실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드는 장면과 페더스 맥그로와 그로밋의 추격전을 그려내는 방식이 인상 깊다.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가 전하는 아날로그의 미학과 기술 발전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와닿는 이유는 제작 과정에도 숨겨져 있다. 합성이나 AI와 같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스톱모션 형식의 제작 방식을 고수하였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이러한 제작 방식을 유지함에는 아날로그의 매력을 지켜내고자 하는 바람이 깃들어있지 않았을까?
아날로그에 “느리고 불편한” 아니라 “섬세하고 정밀한”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강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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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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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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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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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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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뮤지컬영화 추천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 영화 좋아하시나요?! 보통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라라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
근데 보통 외국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이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한국의 뮤지컬 영화가 이거지? 라며 떠오르게 되실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결말 살펴볼게요~
기본 정보장르 : 뮤지컬, 드라마감독 : 최국희출연진 :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개봉일 : 2022년 9월 28일평점 : 8.32스트리밍 : 쿠팡, 티빙, 웨이브기획 의도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물 모든 순간은 노래가 된다!무뚝뚝한 남편 '진봉'과 무심한 아들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은어느 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과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여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의 유명한 가요를 다수 활용하여 비주류의 장르를 조금이나 상쇄시켰지만 초반에 약간의 오글거림이 있지만 흥겨운 노래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영화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는 코로나로 인하여 개봉이 2년 전이나 미뤄졌지만, 입소문에 힘을 입어 1위까지 올랐으나,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하였다.후기 및 결말인생은 아름다워 결말을 살펴보자면 세연의 경우 첫사랑을 찾긴 찾았으나 사실을 알고 봤더니 내가 아닌 내 친구를 사랑했고, 그걸 안 진봉은 호탕한 웃음을 맞이하며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 후반부에는 결국 세연은 죽고 난 후에 진봉은 세연이 하던 집안일을 하면서 세연의 마음을 이해하며 예전에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며 최 씨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영화는 마지막 진봉과 세연이 처음 만난 서울극장에서 노래를 마무리로 영화는 끝이 난다.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크박스 영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뮤지컬을 하는 영화이다. 처음에는 약간 진짜 이게 뭐지?! 하며 오글거리지만!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나오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묘미를 가진 영화다.맨날 해외에서 멋진 뮤지컬 영화도 흥행하는 것처럼, 한국 노래로 만든 이런 영화도 많이 흥행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추천하고 싶다! 집에서 노래 따라 부르면서 팝콘 먹으며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