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8-09 16:40:53
극장, OTT '동시 공개'에 대한 우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DC의 R등급 신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8월 첫째 주 주말 3일 동안 북미 총 4,002개의 극장에서 2,650만 달러 (한화 약 300억 원)을 벌어들이며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작비를 비롯한 여건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300억 원이라는 매출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매우 어울리지 않는 수치였는데요. 그럼에도, 델타 변이의 확산이라는 조건 하에서 개봉한 만큼 박스오피스 1위는 쉽게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워너의 텐트폴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이 매출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 등의 영화를 자사 OTT 플랫폼 디즈니+에 30달러의 추가 요금과 함께 공개한 데에 비해, '워너브라더스'는 자사 OTT 플랫폼인 'HBO Max'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인데요. 워너 측에서 HBO Max 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정확한 수치 판단은 어렵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델타 변이의 확산 하에서 개봉한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와 <정글 크루즈>와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텐트폴 영화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작의 개봉주 주말 기대 수치는 3,000만 달러로 추산되는데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이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현재 로튼 토마토 92%를 유지하며, 전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해 훨씬 좋은 평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블랙 위도우>와 <정글 크루즈>에 이어 중국 내 개봉을 하지 못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8월 첫째 주 주말, 한국을 포함하여 총 70개국에서 4,57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7,2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1억 8,500만 달러 (한화 약 2,12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인 만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제작비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제임스 건의 신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8월 둘째 주 개봉작인 디즈니의 <프리 가이>는 어떤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랜만에 극장 선개봉을 택한 영화인 만큼,
<프리 가이>로 인해 활기찬 극장을 볼 수 있길 바라면서,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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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미국배우조합상(SAG) 4개부문 후보
2021년 전 세계의 흥행을 선두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미국 배우조합상(SAG)의
대상 격인 앙상블 최고 연기상 등 주요 4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미국배우조합상(SAG)은 그야말로 미국 배우 조합이 주최하는 시상식인데요.
1995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미국의 영화/드라마 배우 가맹으로 조합원 수는 약 12만명입니다.
아주 영향력있는 미국 배우들이 주최하고 동료 배우들이 인정하여 상을 시상하는만큼 영예롭고 권위있는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제 28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 명단에서
TV 드라마 시리즈 앙상블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 등 4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SAG에서 비영어권 드라마가 앙상블상 후보에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아울러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에 아시아 국적 배우가 후보로 오른 것도 최초입니다.
드라마 부분에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배우와 정호연 배우가 나란히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앙상블상은 한해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준 드라마 출연 배우 전체에게 주는 상으로 SAG 최고의 영예로 꼽히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 시너지(화합)을 중점적인 기준으로 심사하는 부문이죠!
앙상블상 후보로는 훌루의 <핸드메이즈 테일 (시녀 이야기)>, 애플TV+의 <모닝쇼>, HBO의 <석세션>,
파라마운트 네트워크의 <옐로스톤> 등 쟁쟁한 작품들이 선정됐습니다.
남우주연상 후보는 이정재 <오징어게임>, 제레미 스트롱, 키에라 컬킨, 브라이언 콕스 <석세션>, 빌리 크루덥<모닝쇼>등이 후보에 올라 경쟁을 펼칠 것 같습니다.
여우주연상에는 정호연 <오징어게임>,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 <모닝쇼>, 엘리자베스 모스 <핸드메이즈 테일(시녀이야기)>,
세라 스누크 <석세션>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스턴트 앙상블 후보로는 <오징어게임>, <코브라 카이>, <팔콘 앤드 윈터 솔져>, <로키>,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 등이 선정됐습니다.
<오징어게임>은 SAG 어워즈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중 최초로 후보에 오르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SAG 4개 부문 후보 지명과 관련해
버라이어티에 “감독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후보에 오른 배우들과 모든 출연진의 헌신과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한국의 K-콘텐츠는 명실상부 전 세계의 중심에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SAG의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국 영화 <미나리>가 영화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죠.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의 SAG시상식 후보에 오른 점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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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씨네랩은 다음 주 더욱 더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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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상과 얽혀보기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따로 별점을 매기지 않는다. 기억이 곧 별점이다. 볼 만했던 영화는 관람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기억한다. 재밌었던 영화는 줄거리를 기억한다. 최악이었던 영화도 마찬가지다. 결말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영화는 마음에 쏙 들었다는 의미다.
분명 봤는데 내용도, 감상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는 1)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흐려졌거나 2) 기억할 가치를 못 느껴서 지워졌다. '빨간 머리 앤'하면 몇 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주근깨, 양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 활짝 웃었다가도 잔뜩 성내는 얼굴. 앤이 어떤 아이인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무슨 일을 겪는지 등 이야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은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 리스트에 단골손님이다. 주변에서도 추천하는 목소리가 꽤 들렸다. 다만 앞서 말한 '기억 별점' 때문에 눈길이 가진 않았다. 선심 쓰듯 찜해둔 목록에 넣어두고 몇 달을 보냈다. 리스트 맨 끝을 차지한 작품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했던 지난봄, 시즌1 첫 화를 재생했다.
19세기 캐나다 동부, 애번리 마을. '초록색 지붕 집'에 커스버트 남매가 산다. 건강이 나빠진 동생 매슈. 누나 마릴라는 매슈의 농사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데려오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웬걸.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기차역에서 매슈를 기다리고 있었다. 볼과 코 주변을 덮은 주근깨, 양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 이 아이가 '앤'이다. 앤은 커스버트 남매가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줄로 안다. 잔뜩 들떠서 마차를 몰고 가는 내내 입을 놀린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호수, 나무, 꽃에 이름을 달아준다. 우리는 자연물을 단순히 이름 붙인다. 나무, 꽃, 하늘, 구름, 거리. 사물마다 특징을 살려서 수식어를 붙이기도 한다. 큰 나무, 작은 나무, 노란 꽃, 흐린 하늘.
앤의 작명은 남다르다. 희게 흐드러진 꽃나무.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고, 꽃나무들이 저마다 빛을 가진 듯 반짝인다. 앤은 이 거리를 '환희의 하얀 길(The White Way of Delight)'이라고 이름 붙인다.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앤은 말한다. 제 상상력을 덧대지 않아도 이미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풍경은 처음이라고.
▶ 전혀 다른 둘이 한 집에 살다
앤은 여전히 어리지만, 고아원에서 열 살 넘은 애는 성인으로 취급한다. 고아원 원장은 해먼드 부부에게 앤을 데려갔다. 노동을 대가로 숙식을 제공받았던 앤. 정확히는 노동 착취였다. 식사나 휴식은커녕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을 맡겼다. 실수하거나 제때 하지 못하면 구박과 욕설을 퍼붓고, 물리적 폭력도 가했다.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앤은 자기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다. 책, 그리고 상상이었다. 흔하고 투박한 사물을 그럴싸하게 부르며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다. 과한 미사여구와 풍부한 감성은 끔찍한 상황에서 앤을 지키는 방패였다. 앤이 세상을 보는 눈, 앤의 생각, 앤의 방법이 반감을 가졌던 타인들을 변화시킨다.
마릴라는 날카로운 원리원칙주의자다. 예컨대 식사 전에 손을 씻지 않은 매슈를 구박한다거나 외출복을 아무렇게나 던져둔 앤의 행동을 지적한다. 농장 일을 할 수 있다는 앤의 말을 듣지 않은 것도 본인의 신념이 확고해서다. '농장 일은 남자애만 할 수 있다. 앤은 여자애라서 집안일이면 몰라도 농장 일은 절대 시킬 수 없다.' 마틸다의 지론이었다. 마릴라에게 앤은 커다란 변수였다. 그렇게 다니고 싶어 하던 학교에 가지 않고, 앤을 깎아내린 마릴라의 친구 레이철에게 똑같은 말로 갚아주었다. 마릴라의 기준과 하나도 맞지 않았다. 오해가 생기거나 다투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싸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젊은 어머니의 모임'에 참여하게 된 마릴라. 이 모임은 여자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의 모임으로, 어떻게 아이를 교육할지 각자의 생각을 나눈다. 과거 '농장 일은 무조건 남자의 몫'이라던 마릴라가 그들의 이야기들을 깊이 공감하며 받아들였다. 레이철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앤을 나무라기 위해 목사를 부른 때였다. 신앙심 깊은 마릴라는 목사의 해답을 기대했다. 목사의 답은 뜻밖이었다. '여자아이는 학교에 다니지 말고, 좋은 집에 시집가기 위한 신부 수업을 들어야 한다.' 마릴라는 동조하지 못했다. 마릴라의 원리원칙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마릴라는 목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앤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한다. 학교에 가고 싶다면 가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배우고, 뭐가 됐든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라며. 의젓하게 굴어도 앤은 어리숙한 십 대였다. 갈피를 못 잡던 앤도 마릴라의 지지에 힘을 얻는다.
사실 앤은 누구보다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배움의 폭이 넓어진다는 기대로 매 수업에 성실히 참여했다. 그랬던 앤이 학교를 거부한 이유, 바로 친구들이었다. 앤을 얕잡아 보고, 가볍게 놀리고, 눈치를 주던 아이들. 관심사도 맞지 않아서 적응을 어려워했다. 앤은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고자 현실과 상상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지어냈다. 그럴듯한 이야기가 진짜처럼 퍼지고, 이야기의 주인공은 루머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 일로 앤은 온갖 손가락질을 받는다. 잘못된 행동은 맞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앤이 친구와 어울려 보고자 이런저런 말을 뱉었다는 사실을 누구도 고려하지 않았다.
▶ 앤에게서 얻는 교훈
와중에 친구들 중 한 명인 루비의 집에 화재가 난다. 수리할 때까지 앤의 집에 머물게 된 루비. 그 집에 가기 싫다고 엉엉 울며 때를 쓴다. 앤이 목숨 걸고 루비의 집을 도와주었는데도 루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억지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둘. 앤이 자신의 아지트로 초대하며 상상하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상상 자체를 서툴어하는 루비에게 근사한 소재를 던져준다. 루비는 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 마지막 밤, 루비는 앤에게 아쉬움을 드러낸다. 너를 학교에서 보면 좋겠다는 말을 잠꼬대로 덧붙이며.
앤은 애번리 마을 사람들과 아주 달랐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해 보이면 주눅 들 수밖에 없다. 말과 행동을 검열하고, 흉내와 모방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일방적으로 한쪽에 맞추면서 감정이 겹겹이 쌓인다. 그만큼 괴로움도 자란다. 감정은 꾸며낸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결국 자기 자신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타인(들)과 다르고, 그 다름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또,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소재나 에피소드를 떠올려 자기 자신과 그 주변에 적용해 본다. 작은 숨구멍 하나를 만들면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 그 힘으로 다른 세상과 마주한다. 충돌이 아니다. 앤을 생각해보자. 어려운 용어 사용을 즐기고, 감정표현에 충실한 앤. 소통 방법이 전에 없이 독특했다. 그래서 오해와 다툼이 생겼다. 앤이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정과 용인에서 나온다.
애번리 마을 사람들에게 앤의 방식이 낯설었듯 앤도 마릴라의 원칙이, 친구들의 관심사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는 일이 낯설었다. 초면인 건 마찬가지다. 여기서 앤은 자신의 방식을 숨기지 않되 상대의 다른 방식도 받아들였다. 마릴라의 말대로 옷 정리를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늘어뜨렸다. 마릴라는 앤의 말을 무시하지 않는다. 제 방식을 앤이 존중해주어 자신 또한 앤의 방식을 존중한다. 결국 서로를 탐색하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은 언제나 삐걱거린다.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상대의 언어를, 상대의 시선을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다름을 존중하는 첫 발이 아닐까.
*사진 출처는 IMDB입니다.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시대물
원작
도서 빨간 머리 앤
제작
모이라 월리베킷, 니키 카로, 어맨다 태핑
출연
에이미베스 맥널티(앤 셜리 役), 제럴딘 제임스(마릴라 커스버트 役), R. H. 톰슨(매슈 커스버트 役) 등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박윤혜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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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 운명은 원래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1. 테러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되었던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작전 도중 벽에 박혀 있던 총알이 총으로 다시 들어가는 현상을 목격한다. 작전이 종료된 후 그는 테넷이라는 조직을 찾아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inversion)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러시아 무기 밀매업자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음모를 파악한다. 이에 주인공은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로부터 벗어나려는 그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을 만나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으려는 새로운 작전에 나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은 어렵다. 단지 엔트로피의 흐름을 바꿀 때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다는 인버전 개념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이 불친절하다. 다른 시간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들은 안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그 상황을 가능케 하는 인버전에 대한 설명은 초반부에만 짧게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그 와중에 인물들의 동기, 행위와 인과관계 등 스토리 전개를 쫓아가는 것도 상당히 벅찬 데, 씬들이 전체적으로 짧아서 화면 전환이 잦은 데다가 장소도 금방 바뀌는 등 영화의 리듬이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이름이 없는 주인공이나 극단적인 악역으로 등장하는 사토르처럼 그저 인버전이라는 개념을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느껴지는 캐릭터들은 쉽게 공감하거나 마음을 붙이기 어렵다. 그 결과 <테넷>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2. 하지만 <테넷>을 물리학의 이론을 빌려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로 이해할 때, <테넷>의 어려움, 난해함, 불친절함은 영화가 의도한 서사와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그 의미가 달라진다. 작중 인버전 현상이 암시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인버전 될 때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과관계는 사라진다. 원래 과거의 사건은 미래의 원인이며, 미래는 과거 행위의 결과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역행하면서 그 순서는 뒤바뀌고, 역행하는 시간이 현실에 공존할 때 원인과 결과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캣이 요트에서 다이빙하는 여인을 보며(원인) 자유롭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결과), 정작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으로 인해(원인) 요트에서 다이빙한 것처럼(결과).
그렇기에 마지막 작전을 끝낸 후 그의 선택이 의지인지 운명인지 묻는 주인공에게 닐은 현실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그 운명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이 우리에게 구원을 약속했다 해도 우리는 살면서 이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만약 운명이 있다면,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은 미래를 결정하는 원인이 될 수 없다. 선행을 하든 악행을 하든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미래에 일어날 일 또한 과거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깐.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 곧 <테넷>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현재를 살겠다는 닐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주인공처럼 자신의 운명에 대한 확신을 가진 채 삶을 최선을 다해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3. 이에 더해 작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주인공과 캣, 그리고 사토르의 서사 간의 대비 또한 <테넷>이 결국 운명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주인공과 캣은 자신들의 미래와 그 미래를 가능케 하는 사건을 마주하고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처럼 그들은 변하지 않을 예정된 미래에 대해 조금도 알지도 못하지만, 그 미래에 자신들은 원하는 바를 이룰 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실제로 원하는 바를 이뤄낸다. 반면에 사토르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미래를 거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순응하나 정작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다. 이러한 대조는 주체적인 삶에 대한 열망, 자유의지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사토르를 막기 위한 작전에서 이용당하고 있음을 깨달은 후 작전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주인공과 사토르에게 잡힌 약점에서 벗어나 인생의 고삐를 되찾으려는 캣의 모습은 사토르에게서 결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영화의 주제의식은 놀란 감독의 초기 작품인 <메멘토> 혹은 <인터스텔라>를 연상케 하는, 직선에서 벗어난 구조인 <테넷>의 플롯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작중 과거와 미래의 사건들은 중반부, 즉 주인공이 직접 인버전 하는 순간부터 서로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영화의 전반부가 후반부의 복선이자 후반부는 그 결과이고, 결말을 보고 나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인과가 또 한 번 뒤집히는 것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두 시간대가 합쳐지고 한 장면 안에 서로 다른 시간대를 공존시키는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앞서 뭔가 어려웠던, 놓친 거 같았던, 그리고 이해가 안 되었던 장면들을 후반부에 직관적으로 설명해준다. 이는 영화가 과학적 설정과 관련된 내용들을 세심하게 이해시키지 않은 채, 스토리 전개를 빠르게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 듯 모를 듯한 난해함과 복잡함을 경험할 때,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운명과 삶을 체감하는 영화적 경험의 전율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4. 한편 첩보와 SF 영화라는 장르 간의 만남은 <테넷>의 운명과 주체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를 새로우면서도 가장 놀란 감독다운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의 첫 첩보물인 <테넷>은 냉전과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할 정도로 에스피오나지 장르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에스피오나지 장르는 두 진영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첩보원의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근래 <본> 시리즈나 <007: 스카이 폴> 같은 첩보 영화들도 타인을 믿기 어려운 상황에 던져진 주인공의 고뇌와 외로움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서사는 이러한 장르적 특징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에 완성도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인과 미국인을 비교하는 유머가 곳곳에 포진한 것 역시 <테넷>이 영국의 상징이자 놀란 감독이 많은 애정을 드러냈던 007 시리즈의 영향 아래에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첫 첩보 영화라는 새로움은 놀란 특유의 SF 영화스러운 상상력을 만나면서 놀란 감독만의 스타일로 귀결되기도 한다. <테넷>은 엔트로피를 통해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운명을 가능한 한 과학적인 상상력의 범위 안에서 풀어낸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우주의 섭리, 혹은 신의 명령으로 여겨질 정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인 운명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려는 그 시도만으로도 놀란 감독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초현실적, 초자연적인 현상을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상상력으로 돌파하는 SF 영화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이미 꿈과 시간, 유령 등의 의미를 풀어내기 위해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 과학적인 상상력을 뽐낸 바 있다.
5. 더 나아가 놀란 감독 특유의 단점들이 <테넷>에서 보여준 일부 진일보한 성과들은 메시지와 주제를 더욱 깊게 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놀란 감독 작품에서 여성은 주로 남성 주인공의 목표, 트라우마 혹은 이상으로 존재했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전작들의 여성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묘사된 캣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최소한 반발짝이나마 변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고, 이는 영화의 메시지가 입체적으로 제시되는 데 힘을 보탠다. 또한 평면적이고 도구화되었다고 비판받는 주인공도 최소한 주제의식을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영화는 주인공의 이름을 마지막까지 밝히지 않는데, 이는 운명을 마주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결국 모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전작들에서 다소 무기력했던 액션 연출의 경우에는 한 단계 진보한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작중 액션은 이탈리아에서의 카 레이싱과 오슬로 프리포트에서 펼쳐지는 액션처럼 과거와 미래, 현재의 사건 간의 아귀가 맞아 들어갈 때 전율을 일으켜야 하는 순간인 경우가 많다. 이때 빠르고 리드미컬한 컷들로 이루어진 <테넷>의 액션은 현실감과 타격감이 극대화된 결과 몰입감을 잔뜩 끌어올리고, 그 순간의 충격을 최대로 만든다.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 공존시키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테넷>은 분명 난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 영화다. 놀란 감독의 단점들도 여전히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수작이기도 하다. 두뇌를 자극하는 놀란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공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운명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느끼게 되는 충격과 전율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O(Outstanding, 특출남)
아무리 이해가 안 돼도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전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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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에 먹혀버린 그 시절 홍콩의 범죄와의 전쟁!
양조위, 유덕화, 그리고 20년 만의 재회! 영원한 두 형님의 만남만으로 기대되는 영화 <골드핑거>는 1970년대 홍콩 경제 황금기인 동시에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시기를 다룬다.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듯한 지금의 홍콩을 생각한다면, 극 중 부패가 만연한 홍콩은 생경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게 바로 기회의 땅에서 펼쳐진 자본주의의 타락한 민낯이라고 말한다. 양조위, 유덕화의 거친(?) 안내로 그 시절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 그 시절, 홍콩에서 벌어진 금융 범죄
1970년대, 가난한 건축사인 청이옌(양조위)은 세계 금융 중심지로 기틀을 잡아나가는 기회의 땅 홍콩으로 온다. 그는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던 차에 우연히 만난 쩡 사장(임달화)을 통해 부동산 관련 사기에 가담한다. 거짓말 한마디면 거액을 벌 수 있는 것을 알게 된 청이옌은 본격적으로 사기를 쳐가며 부를 축적하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강행하며 홍콩 최고의 황금제국 ‘카르멘 그룹’을 만든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홍콩 반부패조사국 ICAC(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염정공서) 수사관 류치위안(유덕화)은 청이옌을 향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골드핑거>는 실제 ICAC가 1980년대 홍콩 상장회사인 지알라 그룹의 반부패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ICAC가 지알라 그룹의 반부패 척결을 위해 쓴 세월은 무려 약 15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한 것은 물론, 수백억원의 소송비가 투여된 이 프로젝트는 홍콩은 물론, ICAC 내에서도 기록적인 성과로 알려져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사건은 각색을 통해 영화로 선보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이야기지만, 그 시절 홍콩을 아는 이들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다. (IMF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을 홍콩 사람들이 보면 바로 이런 느낌일 것 같다.)
극 중 유덕화가 소속된 ICAC에 대해 알고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1973년 홍콩에서는 횡령을 저지르고 영국으로 도망간 영국 출신 홍콩 경찰 간부 고드버 사건이 벌어진다. 1960년대부터 부정부패가 심했던 홍콩에서 이 사건은 결국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고, 영국 중앙정부는 홍콩 총독 산하의 독자적인 반부패 수사기구인 ICAC를 세우고, 본격적인 부패단속을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았던 집단은 바로 경찰이었다. ICAC는 즉각 부패한 경찰을 해고했고, 이 과정에서 두 집단은 충돌이 있었다. 1977년, 경찰관들은 ICAC 건물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고, 이게 바로 ‘경렴충돌’이다. 극 중 초반 이 사건이 그려지는데, 감독은 홍콩의 시대적 배경과 ICAC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양조위, 고천락 주연의 <풍재기시>는 고드버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 보이지 않는 돈으로 쌓은 황금제국의 추락, 그리고 홍콩
영화의 시작은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홍콩에 온 청이옌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과거 기회를 잡기 위해 미국으로 간 이민자들의 모습이나 도시로 와서 성공을 꿈꾸는 타지역 청년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설계사라는 직업이 있어도 취업이 힘든 와중에 운명처럼 그에게 온 기회는 사기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돈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돈. 특히 땅이 가진 미래 가치를 말로 뻥튀기시키고, 상대방의 기대 심리를 조장해 금액을 올리고,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 등 청이옌은 그 누구보다 쉽게 돈을 버는 방법과 전 세계 돈이 몰리는 가운데, 그 방법이 통용되는 홍콩의 실체를 간파한다.
이때부터 청이옌은 건물이 아닌 다른 걸 설계한다. 바로 돈. 그리고 그 돈으로 홍콩에서 가장 비싸고 영국인 손에 들어간 금손빌딩을 구매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 주식 브로커 영입, 부호 자재들과의 뒷거래, 로비를 통한 불법 대출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그 돈으로 사업을 확장해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려 한다. 금손빌딩을 손에 넣었지만, 그 욕심은 더 커지고,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약점을 공격하며 이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한다.
영화는 ICAC의 대규모 수사와 추적을 통해 플래시백으로 청이옌이 세운 황금 제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황금빛에 가려졌던 그 어두운 뒷면. 보이지 않는 돈으로 쌓은 제국이 곧 과거 홍콩이라는 것처럼, 감독은 돈이라는 욕망에 허우적거리며, 그게 삶의 기쁨이자 행복으로 생각한 한 청이옌을 통해 그 사실을 드러낸다.
| 비주얼에 먹힌 타락한 자본주의, 그럼에도 남는 건 양조위, 유덕화
돈으로 쌓은 막강한 부. <골드핑거>는 타락한 자본주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스타일에 신경을 쓴다. 제목처럼 황금색 빛 영상이 계속해서 나오며,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청이옌의 모습은 홍콩 경제의 황금기를 비주얼로 옮긴 듯하다.
기회의 땅에서 벌어진 자본주의의 타락을 다뤘다는 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결이 비슷한데, 부분마다 겹쳐 보이는 영상 구도와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닮은 꼴처럼 보이는 두 영화는 후반부로 가서 각자의 길을 걷는데, <골드핑거>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주제 의식이 흐릿해진다. 자본주의 폐해를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ICAC의 집요한 추적을 통해 정의는 끝내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그 부분이 모호하다. 이로 인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청이옌과 류치위안의 대결 구도는 그 힘을 조금씩 잃어간다. 좋은 배우들의 멋진 파열음을 지속적으로 보고 싶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김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의 매력은 두 배우에게 기인한다. 마치 두 배우가 관객의 멱살을 끌고 간다고나 할까. 바둑판으로 비유하자면 양조위는 흑, 유덕화는 백의 이미지로 보인다. 그들이 타는 차량의 색도 흑과 백으로 나뉘는데, 법을 무시한 채 자신이 가진 욕망에 충실한 양조위와 법을 기준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유덕화의 대결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심문 장면이 이를 잘 표현한다. 그동안 철저한 조사와 추적으로 만든 서류를 무기 삼아 청이옌을 공격하는 류치위안, 그리고 그 공격을 무디게 받고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청이옌의 모습은 그 자체로 멋진 대결을 보여준다.
여기에 극중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로써 사용하는 안경(또는 선글라스)의 쓰임새를 통해 각 인물이 진실과 거짓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도 지켜보는 잔재미도 있다.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차가운 그 느낌의 시초가 청이옌의 안경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보면 더 흥미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따라가듯 <골드핑거>는 그 시절 도시를 재현하고 자본주의의 허상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홍콩 달러 3억 5,000만 달러(한화 약 594억원)을 사용했다. 역대 홍콩 영화 최고 수준인 제작비를 쏟아 부을 정도로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풍재기시>에 이어 <골드핑거>에 이르는 홍콩의 과거. 누군가에겐 기회이자 누군가에게는 나락의 길을 걷게 한 그 시절의 홍콩엔 지금과 다른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가 넘친다. <골드핑거>가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그 에너지만큼은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 전달자가 과거의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두 장본인이라서 더 그런지 몰라도.
사진 제공: 퍼스트런
평점: 2.5 / 5.0
한줄평: 돈에 취해 갈길 잃은 스토리를 끌고가는 두 형님의 노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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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광 감독님이 너무 크게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웅남이 탄생
빠라바라빰~ 안녕하세요! 말봉 티비입니다! 유튜버 말봉.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초 하이텐션으로 방송을 이끄는 말봉. 구독자는 열 명 밖에 없다. 그래도 돈 벌어야지. 방송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 짜자잔-! 이번 게스트는 나 웅 남! 이 말을 하자마자 어류를 입에 물고 웅남이가 튀어나왔다. 웅남이에게 멘트를 거는 말봉. 웅남이가 지 맘대로 대답하는 탓에 방송을 갑자기 마무리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얼핏 보면 무슨 주종관계 같은 느낌이지만 둘은 아무래도 친구다.
웅남이는 좀 특별한 존재다. 웅남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느 동굴에 있었는데, 곰 사이에 껴있는 아이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이름을 웅남이라고 정했다. 곰이 사람이 된 걸 아는 웅남이의 부모님. 곰이 사람이 됐기 때문에 갖는 특성이 몇 개 있다. 밥을 엄청나게 먹어야 한다. 그것만 있나? 겨울잠도 자야 한다. 근력을 비롯한 운동능력도 뛰어나다. 이런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경찰 일도 했던 웅남이. 곰이 사람이 됐기 때문에 경찰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별안간 사람 같지 않은 웅남이. 이 나웅남에게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과연 웅남이는 흑막의 목표를 제지하고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가장 어려운 시놉시스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놉시스라는 것이 있다. 이 시놉시스는 관객을 어필할 수 있는 외모 같은 존재다(물론 포스터와 예고편도 '외모' 축에 속한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이 작품의 '시놉시스'를 쓸 수 있어야 이야기의 토대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쭉 뻗는 직선 주로 가 아니었던 <타르>도 시놉시스를 쓸 수 있으니, 처음 두 문장으로 영화를 요약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야 영화의 기본적인 설득력이 임팩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요약이 좀 어렵다. 왜냐? 영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안 웃기는 유머 때문은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깔끔하게 달라붙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흠이 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글을 쓰는데 문장을 불필요하게 꼬아 쓰는 평론가들이 몇 있다. 아무리 영화 비평이라지만 글쓰기는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하는 건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는 뭘 위해 글을 쓰는지 의문점이 든다. 이 영화는 마치 꼬아 쓴 비평문처럼 시퀀스마다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첨삭이 필요한 영화인 셈이다.
호평할 만한 구석도 있긴 해
뭐 영화 보면서 '여기에 힘을 줬네' 싶은 구석이 있다. 영화는 두 장르를 병치시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나웅남이 갖고 있는 가족 드라마와 이정학이 품고 있는 누아르다. 가족드라마적인 특성은 후에 설명하려고 하니 패스한다. 느와르의 장르 특성을 이끄는 데 있어 박성웅 배우는 장르 전문가답게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이 작품을 이해할지 잘 끌고 간다. <신세계>의 이중구 역 이후 코미디 영화 많이 나오시는 것 같은데 이 분은 그냥 느와르 하려고 태어나신 분 같았다. 공허한 표정과 이정학의 무력을 묘사하는 액션연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알던 박성웅의 카리스마는 여기 다 있다. 또 박성웅 배우와 함께 힘을 합쳤던 최민수 배우 역시 연기가 좋았다. 분명 더 광기 어려야 할 인물의 카리스마가 터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것이 배우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최민수 배우는 극의 긴장감을 혼자 보여주는 연기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또 영화 중반부 찍고 넘어가는 이야기 전개가 있다. 이 이야기 전개를 활용한 방식은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큰 틀을 잘 짰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웅남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긴 설명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어 그럼 그렇게 되는 것 아냐?' 싶다. 이 부분을 나름 딱딱 맞아떨어지게 회수하는 방식은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훌륭했다고 느낀 지점이다. 이 부분의 내적인 연결고리를, 사건 중심으로 영화를 재구성하면 알 수 있다는 점은 오랜 기간 동안 공들인 부분이 조금 느껴진다.
가학적인 캐릭터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들에게 의문부호가 생겼던 지점이 굉장히 많았다. 우선 첫 번째. 웅남이의 친구 말봉이다. 말봉이는 유튜버다. 팔로워가 10명밖에 없지만 아무튼 유튜버다. 뭐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직업의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유튜버라는 직업적 특색에 너무 심취해 있다. 비밀 작전을 하고 있다고 치면, 당연히 카메라를 꺼두는 게 옳다. 아니 초등학생도 그건 다 안다. 영화는 이 유튜브라는 소재를 미친 듯이 쓰고 싶었던 듯이 흐름을 끊을 정도로 남발한다.
또 웅남이와 주변인들의 관계는 가족드라마적인 특성에서 영화의 핵심이 된다. 모르겠다. 웅남이를 바보로 만들면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웅남이만 바보같이 행동하면 모르겠는데 말봉이가 웅남이를 대하는 방식은 불필요함과 동시에 가학적이라고 느꼈다. 웅남이와의 관계에서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 어떤 인물은 후반부에 수미상관처럼 재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웅남이의 리액션이 이해 안 가는 건 둘째치고 신을 구성하는 대사가 조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2003년이면 웃겼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취급 하지 않고 동물취급하는 게 이 사람의 인물세팅과 조응하지 않는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렇게 후반부 웅남이의 선택이 설득력이 있게 다가오려면 인물 간의 유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염혜란 배우가 밥 해주는 장면만 있으니 아쉬울 뿐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윤제문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연출과 연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제문 배우가 지난 세월 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여준 얼굴은 무궁무진했다. 괴랄한 작품도 몇 편 나오셨지만 <마더>나 <아수라> <한산 : 용의 출현> 등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그런 게 아무 의미가 없다. 배우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연출은 무작정 화만 내라고 한다.
또 영화의 주인공인 웅남이에 대한 연출은 가장 아쉬운 캐릭터 설정으로 뽑을 수 있다. 웅남이는 곰의 운동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멀리서 작은 글씨도 다 보이고 근력도 세며 달리기도 빠르다. 영화에서 제시되는 핵심 과제들이, 이 곰 같은 피지컬로 해결할 수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어떤 때는 능력이 발휘되고 어떤 때는 또 안 되는 불규칙함은 영화의 통일성과 설득력을 깬다.
사족(들)
영화 초반부는 웅남이의 능력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곰이 사람이 됐다. 그럼 운동능력이 비정상적이겠지? 이 부분을 묘사하는 것은 좋았다. 편의점에서 뭐 하고. 싸울 때 뭐 하고. 근력이 세고 어쩌고 등등 이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이 되는 셈이니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부분에 너무 길게 할당했다. 초반부에서 스타트를 이상하게 끊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어차피 이럴 것 아닌가?' 정확히 그렇게 한다.
또 러닝타임 중반부에 웅남이가 작전을 위해 훈련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코미디로 묘사된다. 여기에 들어갔던 인물들 대부분이 소모적이다. 우선 윤제문 배우를 위시로 한 경찰 쪽 캐릭터는 세 명이다. 여기서 윤제문 배우 옆에 있는 남자 경찰 캐릭터는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 뿐만 아니라 훈련하는 교관들은 '개그 콘서트'에서 재현 개그로 쓸법한 걸 그대로 영화로 갖고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훈련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그것도 아니다. 작전 실행에 있어 영화의 핵심이 되어야 할 부분이 웃기지도 않은 채로 표류하는 것이다.
위의 문단과 연장선상의 측면에서 영화의 카메오들은 난잡해 보이는 러닝타임을 더 산만하게 만든다. 영화에 개그맨들 세 분 나온다. 첫 번째 개그맨은 '배우 개그'를 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그거 외에는 이 개그맨 분들이 인물 연출의 뒷심이 모자란 탓에 웃기지 않는다. 그냥 신인 배우 써서 맡았어도 이 캐릭터들을 소화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리고 쿠키영상 즈음에 등장하는 배우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이 배우가 등장하는 모습도 의문점이 있으나, 필요한 섭외였나?라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그 장면이 있어서 시리즈물을 기획할 것인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도플갱어라는 소재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굳이 넣은 거는 박성광 감독이나 박성웅 배우가 인맥이 넓다는 거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도전에 박수를
우리는 개그맨 박성광을 잘 알고 있다. '개그 콘서트'가 방영하던 당시 기라성 같은 동기, 선배, 후배들과 함께 개그계를 이끌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용감한 형제들'에도 나오지 않았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도 갖고 있다. 그래서 뭐 글쓴이 같은 20대들에게 박성광 감독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되는 셈이다. 이게 당연히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영화감독 법 이런 건 없지 않나?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중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들은 많다. <놉>의 조던 필, <돈 룩 업>의 아담 맥케이, <소나티네>의 기타노 타케시가 그렇다. 박성광 감독이 영화 퀄리티로 비판받을 수는 있어도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노력이 폄하되어선 안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는 수많은 선배 영화인들이 필모그래피로 증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 영화는 비판받을 여지가 공-장히 많다. 그러나 박성광 감독이 더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콧대를 짓밟아주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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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분질 패밀리의 화려한 액션
삶에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구나 처음 태어나서 가장 믿어야 하는 존재는 부모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정성껏 보호하고 키워낸다. 그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여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 이외에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을 하나둘씩 만나게 된다. 형제자매나 친지부터 시작해서 여러 분야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그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뢰에 금이 가는 상황도 생긴다.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사이가 멀어져 서로 등을 지고 심지어는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둔다. 일종의 가족으로도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진짜 가족처럼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서 서로 도움을 준다. 서로 다투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정말 서로에게 소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라면 다시 관계는 회복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마치 새로운 가족처럼 변해간다. 특히 근래 들어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조금씩 옅어지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거나 일하는 것 같은 상황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철저히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유사 가족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도미닉과 주변 인물들이 만드는 분노 패밀리의 이야기, <분노의 질주>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기본적으로 도미닉(빈 디젤)을 중심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을 비롯하여 그 주변의 친구들이 일종의 유사 가족화 되어가는 이야기다. 2001년 롭 코헨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 1편은 도미닉과 여동생 미아(조나다 브루스터), 브라이언(폴 워커)의 이야기는 액션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자동차 레이스 장면으로 유명해진 영화는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3편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로 완전히 시리즈가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분노의 질주: 디 오리지널>이 2009년에 개봉하였고 흥행성적도 괜찮았기 때문에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이후 이어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점점 더 스케일이 커져 완전한 액션 블럭버스터로 탈바꿈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도미닉 토레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선 시리즈는 사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추축이었으나,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폴 워커의 사망으로 더욱 도미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시리즈가 일종의 팀업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팀을 이루는 사람들은 시리즈 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했고 그래서 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은 일종의 도미닉 패밀리가 되어갔다. 이렇게 시리즈가 팀업을 통한 작전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시리즈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때부터다. 하이스트 형식으로 진행된 영화는 각기 맡은 역할에 맞춰 불가능해 보이는 금고를 탈취하는 과정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때 형성된 그 형식은 시리즈 최신작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서사가 특이한 건, 죽었던 인물들을 다시 살려 돌아오게 한다거나 직전 시리즈에서 악당이었던 인물이 다음에는 도미닉 패밀리를 돕는 인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새로운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도미닉의 친동생 제이콥(존 시나)이다. 그는 또 다른 악당 사이퍼(샤를리스 테론)와 함께 세계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탈취해 가져가려고 한다. 이들을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은 도미닉과 그의 동료들이다. 이번 영화에서 서사를 책임지는 것은 도미닉과 제이콥의 과거사로 인해 발생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증오다. 어찌 보면 도미닉 패밀리가 새로운 등장인물과 대립하고 결국에는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중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안에서도 대척점의 인물들은 철저히 대립하고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화해를 해내고 만다. 이것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이고, 이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 시리즈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설정되었던 한(성강)도 다시 출연한다. 시리즈 3편의 주인공이었던 숀(루카스 블랙)도 다시 등장하고, 그 외에 시리즈에서 한 번이라도 등장했던 로만(타이레스 깁슨),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레티(미셀 로드리게즈)와 스핀오프 시리즈인 <홉스 앤 쇼>에 등장했던 막달레나(헬렌 미렌) 도 다시 등장하여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들이 재등장하여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고 각자 역할에 맞춰 활약하는 모습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각 인물들의 관계가 동력이 되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
이 시리즈가 보여주는 서사에서 가족은 각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가족이나 아끼는 사람을 잃은 이후 그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캐릭터는 그 인물이 악당이든 아니든 굉장한 힘을 보여준다. 마치 그 감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액션 장면에는 큰 자동차 엔진음이 포함되어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조금은 황당한 액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금고를 털고, 탱크나 핵잠수함과 대결을 벌이는 시리즈는 이번엔 자석을 이용해 사물을 움직이고, 심지어 우주까지 간다.
액션이 중심이 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무래도 서사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부분 인물들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물들의 감정이 최고조로 이를 때, 이야기의 액션으로 이어져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로 변화된 이 시리즈가 내세우는 전략은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 서사에 대한 평가 비중을 줄이고 단순히 액션과 감정으로만 영화를 평가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꽤 영리한 방법을 쓰고 있는 이 영화의 전략은 시리즈 9편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스틴 린 감독은 3편부터 6편까지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었고, 7편은 제임스 완, 8편은 F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했었다. 그리고 이번 9편은 다시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다. 저스틴 린 감독은 시리즈 전체의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능하고 자동차를 이용해 팀업을 구성하여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그래서 그가 연출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모든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그것을 액션까지 연결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도 여러 가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찡한 감동까지 전달한다.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가 끝날 때 늘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일종의 가족 모임을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빈 디젤이 연기한 도미닉과 팀업을 이루었던 모든 팀원들이 한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대가족과 같은 모습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그 마지막 식탁에서의 모습처럼 유사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것은 그래서 더욱 분명해진다. 마치 현대 가족 개념이 변화해나가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화가 내세우는 가족은 완전히 타인이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2편을 제외하고 전 시리즈에 등장하고 있는 배우 빈 디젤은 이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스타다. 그가 연기와 제작까지 맡고 있는 이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두 편이 남았으며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빈 디젤을 중심으로 모인 배우들도 유사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봉 후 5일 동안 100만 관객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코로나가 강타한 극장가를 살릴 수 있는 첫 블럭버스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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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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