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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2025-07-20 22:12:26

층간소음 현실 공포가 아파트를 향한 욕망에 잠식될 때!

영화 <84제곱미터> 리뷰

 

 

뉴스를 보다 보면 층간 소음 문제와 관련된 범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속되는 층간 소음 때문에 칼부림 사건도 일어나는 등 이 문제의 심각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층간 소음 문제를 소재로 현실 공포를 전하는 작품이 연이어 공개됐다. 그중 한편이 바로 <84제곱미터>.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라면 극 중 주인공이 겪는 층간 소음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절감하는데,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가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의 현실과 사람들의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우성(강하늘)은 영끌족이다.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면 모든 게 다 될 것 같은 환상에 젖어 사는 그는 신용대출은 물론, 남해에 사는 엄마 마늘밭까지 팔아서 기여이 아파트를 산다.(아들 잘 키워봤자 소용없다.) 행복할 것 같았던 우성의 삶은, 바로 대출 상환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리고, 새벽마다 고통을 안기는 층간소음에 시달린다. 문제는 아래층 이웃이 층간소음의 근원지를 자신의 집으로 알고 있다는 것. 우성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위층인 진호(서현우), 펜트하우스에 사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 은화(염혜란)까지 만난다. 하지만 원인 모를 층간소음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런 와중에 팍팍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작전 세력이 개입한 ‘코인’ 매수를 한 그는 이성을 잃게 된다. 급기야 소음 범인으로 몰리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84제곱미터>는 층간 소음을 소재로 문제의 근원이 어디서 출발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 내집마련이 지상 최대의 꿈인 현실 속 사람들의 욕망을 길어 올린다. 제목인 <84제곱미터>는 공급면적 기준 34평으로, 우리나라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평수다.

국민 평수라고도 불리는 84제곱미터 아파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더 이상 평범한 이들의 것이 아니다. 영끌족으로, 대출금을 갚기 위해 퇴근 후 배달 일까지 하는 우성의 모습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이 평수가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성은 이를 뼈저리게 알면서도 어떻게든 이 아파트를 소유하려고 한다. 그래서 대출금을 갚기 위한 삶을 지속한다. 이도 저도 못하고 매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고, 그 모습이 청년 세대의 모습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패티 킴의 ‘서울의 찬가’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다 이 때문이다. 

 

 

 

 


영화는 우성을 통해 아파트에 투영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우성을 비롯해 주민 모두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모두 다 쉬쉬한다. 이유는 집값이 떨어질까 무서워다. 행여 부정 이슈로 인해 GTX 개통에 실패하면 안되기에 알면서도 감내하고, 오로지 집값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거지를 조심한다. 층간소음을 알고 있지만,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펜트하우스 입주자 대표 은화의 모습과 그녀의 말에 모두 수긍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집값에 예민한 실제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이 영화가 자본주의 사회에 입각한 아파트 공화국의 현실을 옮긴 건 각 층수에 사는 인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상의 아래층에 사는 이들은 전세 세입자고, 우상의 위층에 사는 진호는 힘도, 욕망의 크기도 크다. 그리고 가장 위층에 사는 은화는 입주자 대표로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다. 이렇듯 층수에 따른 수직 구조는 자본주의 계급 체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층간소음으로 벌어진 이 게임의 승자는 결국 우상이 될 수 없음을 은연중에 보여준다. 

 

 

 

 


이렇듯 <84제곱미터>는 팍팍한 우리의 현실과 겹치는 현실 공포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에게 설득과 공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후반부 인물들이 가진 욕망이 하나씩 공개되고, 그게 뒤섞이면서 전반부에 보여줬던 현실 공포는 다소 위축된다. 감독은 후반부에 층간 소음과 아파트를 통해 우라나라 사람들의 뒤틀린 욕망과 불안을 블랙 코미디로 보여주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시도는 좋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하다. 문제는 다른 주민들과 다른 진호의 욕망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원하는 건 대체 명예인지, 돈인지, 아니면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한 마음인지에 모호한데, 결국 그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적립했던 공감과 설득된 마음이 와해된다. 

 


그나마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의 연기가 멱살 잡고 끌고 간다. 강하늘은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공포와 불안감을 연기로 잘 승화시킨다. 답답함을 안겼던 장면들 또한 배금주의에 살면서 불안한 미래를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라는 걸 뼈저리게 아는 세대들의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염혜란은 사회적 명성과 자본력으로 사람들을 착취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서현우는 현실을 직관적으로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이 세운 진실로만 행하려는 우둔한 어른의 모습을 그린다. 

 

 

 

 


은화는 우성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아파트가 무슨 죄야? 결국 사람이 문제지.” 이와 반대로 진호는 우성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왜 사람들이 몇억씩 주고 사는 집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서로 원망하고 저주하고 죽이고 왜 그러는 걸까. 왜 똑바로 안 지을까.” 상반된 욕망을 가진 이들이 우성을 향해 내뱉은 말은 어떤 의미일까? 애초에 층간소음을 100% 방지하는 아파트를 만들면 우성이 겪은 지옥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이 부분은 충분히 곱씹을만한 지점인 건 확실하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아파트를 향한 인간의 욕망이 층간 소음 공포를 집어삼키다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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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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