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7-19 12:50:53
장미향 없이 더 짙고 어두운 클래식
<대부 2> ⭐⭐⭐⭐⭐
아아, 이것이 정녕 클래식이라 하는가. <대부 2>를 보기 전, N사 <대부 2> 영화평을 봤을 때 왜 다들 '이 영화는 전설이다.' '명작이다'라는 말만 등장하고 구체적인 영화 감상평이 많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됐었다. 하지만 <대부 2>를 보고 단번에 이해가 됐다. 이 영화는 이런 호칭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르와르 장르의 대부, 클래식 영화의 전설. 편협한 시각을 가진 나로서 과연 이 영화를 글로 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영화의 마무리는 관객들이 느낀 영화의 감상인데, 이 글을 통해 <대부 2>의 흠을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글을 적어본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부>(1972), <대부2>(1974)
<대부 2> 스틸컷
교차편집
<대부>에서 언급한 키워드다. 막내딸 결혼식 장면과 교회 세례 장면에 등장하는 교차편집 기법을 통해 영화에 큰 재미와 다양한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대부 2>는 교차편집을 확장해서 영화 자체가 교차편집이다. <대부 2>는 아들 마이클 코를 레오네(알 파치노)가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과 아버지 돈 비토 코를 레오네(로버트 드 니로)가 살아왔던 유년기와 청년기를 교차한다. 왜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넣었을까. 다른 시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필자는 마이클과 비토가 은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혈연이기도 하고, 둘 다 코를 레오 네파의 수장으로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나오는 아우라와 포스를 느낀다. 또한, 마이클은 조직 운영을 성장해가고, 비토는 미국으로 정착하며 성장해가는 연관성도 보인다. 이렇게 둘은 비슷한 성장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가족. 영화가 흘러갈수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인연과 유대감이 단단해져 가는 비토와 달리 마이클은 점점 곁에 사람들이 없어져 가고 홀로 고독하고 짙은 담배 냄새를 풍길 법한 외로운 모습이 나타난다. 마이클의 고독은 마지막 가족 간의 식탁 장면에서 극에 치닫는다. 어쩌면 미래 자신의 모습을 예견하듯 점차 단란한 가족 식탁에 그 누구도 없어지는 외로운 모습은 르와르 장르에 덧없이 완벽한 클라이맥스이자 강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마이클을 더 고독하게 보이는 강화제는 비토의 교차편집 연출일 수도 있다.
미장센
다양한 기술력과 연출로 빚어진 현대 영화들의 미장센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대부 2> 미장센은 그야말로 오리지널(original) 다운 면모를 보인다. 옛날 필름 영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색감이 <대부 2>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어주고, 주요 장면들마다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특히 옥상으로 따라다니면서 파누치를 암살하려는 장면은 후대에 나올 갱스터 영화에게 엄청난 영감과 본보기를 제공해준 장면일 것이다. 조명이 어둡다가 밝아졌다 하는 장면은 혹시나 들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소음을 줄이기 위한 수건의 활용은 투박하게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암살을 할 때 보여주는 센스가 느껴지는 미장센의 클래식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신롬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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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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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구역 빌런이다.
이 글은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좀비물의 특성상 첨부된 사진이 거북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괴생명체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뱀파이어였다.
그들은 영원불멸에 가까운 삶을 피를 통해 연명해야 했지만, 이성을 잃지 않고 인간에 섞여 존재하기를 택했다. 무의미할 정도로 무한정한 시간은 뱀파이어들에게는 부질없는 부를 축적하게 했고, 인간은 둘 중 하나도 얻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삶을 가엾게 지켜보는 그들의 눈에는 언제나 가을바람 같은 쓸쓸함이 가득했다. 이 모든 생활이 진절머리 난 뱀파이어들에게 끝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자신들을 타들어가게 할 햇빛뿐이었다.
이들이 가진 고고함과 불사의 몸은 영화를 철학적으로도, 때론 스타일 있는 액션물로도 만들 수 있었지만. 영화는 조금 더 원초적이며 복잡하지 않은 크리처를 원했다. 이성이 있는 뱀파이어들은 넘어갈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해 제작자들의 도덕적 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법 한.
그렇게 좀비가 등장했다.
피에 대한 본능과 소리에 대한 감각만 남았을 뿐 그 어떤 생각도,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앞뒤 재는 것 없이 뜀박질만 할 수 있는 괴력의 존재. 이렇게 단순하고 파괴적인 "좀비"는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지닌 바이러스 마냥 빠르게 뱀파이어들을 쓰러뜨리고 영화계에서 무자비한 지배종의 자리를 틀어쥐게 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일본과 중국에 가려져 저평가 받고, 때로는 주류의 문화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던 한국 문화가 넷플릭스의 노른자위 땅에 당당히 깃발을 꽂은 것처럼.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넷플릭스에서의 지배종 자리를 노리는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시험하는 자리에 다시 한번 올라있다. [지옥], [오징어 게임]에 뒤지지 않는 명성을 이어 구독자들의 목덜미에 치명적인 이빨 자국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가.
신선함 반 식상함 반;그리고 빌런의 중요성
사진출처:YTN STAR
[지우학]에 나오는 좀비들도 "좀비물"이라 불리는 영화에서 약속한 암묵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빛에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점과 감염이 전파되는 속도가 한국인의 성질머리만큼이나 빠르다는 것이 조금 도드라질 뿐이다.
널리 알려진 좀비의 특성상, 영화의 구성이 새로울 리가 없다. 전반부에 휘몰아치듯 벌어지는 추격전을 빙자한 살육전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소수(Minor)의 생존자들이 한자리로 모이는 과정. 본능 외엔 껍데기뿐인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작은 탈출을 감행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필수 요소처럼 녹아있는 크고 작은 분열과 드러나는 비열한 인간의 본성들.
이미 한국 영화에서도 다섯 손가락을 넘길 만큼의 좀비물이 존재하고 있는 시점에, [지우학]이 레퍼런스로 참고한 작품은 놀랍게도 좀비물보다는 같은 넷플릭스 식구인 [지옥]이나 [돈 룩업]에 에 가깝다는 지점이 조금은 새롭다.
도륙에 가깝다시피 한 시각적 영화에서 머물기보다 최근의 트렌드인 사회적 풍자와 근원적인 고민에 대한 뉘앙스를 가미하는 것으로 비슷비슷한 좀비 영화"류"에서 벗어나고자 한 셈이다.
하지만 이 [지우학]이 다른 좀비물과 가장 차별화되는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트렌드를 따르지 않은데 있다. 바로 치가 떨리도록 무섭고 집요한 빌런 윤귀남(유인수)의 등장.
여태 봐 온 좀비 영화의 전형적인 빌런은 나연(이유미)에 가까운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가뜩이나 급박한 상황에 짜증을 잔뜩 끌어올려 살아남은 자들의 신경을 있는 대로 긁어대다 잔인하게 죽고 만다. 보는 순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안에서는 일회용품에 지나지 않을법하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아채기 쉽지만, 그러려니 하며 용인하고 넘어갈 만큼의 역할. 딱 그만큼에 머무르기 쉽다. 단지 그 악랄함의 차이 정도만 있을 뿐.
그러나 귀남의 경우는 다르다.
좀비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이성도 잃지 않는다. 또한 시즌제를 관통하게 될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의 변이나 면역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 또한 이 최종 빌런의 중요도를 높여준다.
시리즈 자체가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우학이 가진 매력을 배가 시키는 데는 귀남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시리즈를 살리는데 일조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왜 하필 학교인가?;그리고 왜 학생인가.
사진 출처:서울 경제
영화에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공간인 학교 안에 있는 불안정한 존재인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우학]에서 보여주는 학교는 학생을 전혀 보호해 주지 않는 곳임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낸다.
단지 좀비의 근원지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학교 폭력에서도. 빈부 격차에서 오는 차별에서도, 그 어떤 것에서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 가장 지옥 같은 곳이 된 것이다. 그것도 매일매일 마주해야만 하는. 그들은 교복이라는 갑옷 단 하나로 스스로를 무장한 채 한숨 한 번 쉬며 교문 문턱을 넘어야만 했다.
작품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들이 학교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려준다.
수많은 학생들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도 처음부터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명찰을 비추는 카메라 앵글로 대체되거나 누구누구의 친구 정도의 언급이나 존재감에 머무른다. 극중 남라(조이현)역시 자신이 맡은 반장이라는 역할에 가려져 이름이 무엇인지 친구들의 입에서조차 몇 번 듣지 못한다.
또한 목숨이 빛의 속도로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한때 선생님들이었던 어른들의 호통에 움찔할 수밖에 없다. 단지 자신보다 어린 학생이라는 존재의 정체성 만으로. 그들은 핍박받고 어리다고 무시당해야 한다.
가장 씁쓸한 부분은.
그 아무리 허울뿐인 학교라 해도, 학교의 담벼락을 넘는 순간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전락해버린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학교 밖으로 나갔을 때의 그들은 이 나라의 희망도 아니요, 보호해야 할 미성년자도 아니다. 그저 나보다 먼저 넘어져 나 대신 좀비의 밥이 될 수도 있는 후보군 들 중 한 명이거나 대충 소리치고 윽박질러 자신이 유리한 대로 이용할 수 있는 대상 중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존자들은 학교에 갇혀 있는 시간을 필연적으로 갖게 된다.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희한한 존재가 가진 본질적인 두려움 때문에. 영화의 후반부에서 다른 학생들은 사복을 입지만, 남라는 여전히 교복 차림이라는 것에서도 이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다.
이 복잡한 존재들이 겪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도, 학생이라는 불완전한 생명체는 웃고 장난을 치며 무려 내일을 기약한다. 이 혼돈 속에서도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변하지 않은 정체성에 괜히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과연 좀비만이 무서울까.;방관자들이 큰소리치는 현실
영화는 많은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 가깝고 생생한 "지금"이라는 현실을 말이다. 점점 영화와 현실의 구분이 되어가지 않는 지금을 살고 있음이 이 작품을 통해서도 느껴진다.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 헛소리를 침착하고 밝게 내뱉는 안내방송이나, 현재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만 급급한 높으신 분들, 왕따 피해자 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선생님들.
사실 학생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방관자에 가깝고, 이 방관자들의 헛소리 덕에 좀비 사태는 좀 더 빠르고 심각하게 퍼져나간다. 그 와중에 방관자들이 예측한 이 일의 심각성마저도 과소평가된 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마치 좀비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모든 사회적인 문제들이 심각해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좀비는 폭탄으로 끝낼 수 라도 있는 존재였겠지만. 방관자들의 의식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이런 태도들은 효성시를 다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는 모자랄 것이다.
마치 영화 [돈 룩업]이 보여준 것처럼, 최후의 1인마저 모두 좀비가 되어야만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문제일 것이다. 죽은 자와 좀비 모두 그때가 되면 모두 말이 없을 것이기에.
마치면서
사실 [지우학]은 거슬리는 점 또한 꽤나 많은 영화이다.
선정성(을 암시하는 장면의 삽입)이나 폭력성 면에서도 그러하지만 시즌제를 염두에 둔 결말도 아쉽다. 6화를 넘어서면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형사 역을 맡은 이규형 배우의 뜬금없는 인류애도 완벽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이 [지우학]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장점을 더욱 잘 살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뭐니 뭐니 해도 다시 한번 박사 학위 있는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 글의 TMI]
언제부터인가 식상하고 기본적이며 때론 인사치레처럼 여겨지던 모든 문장들을 달리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 있는 진심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건강하라.
돈 아껴 써라.
자기를 먼저 챙겨라.
등등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는 말은 그 말들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많이 생기는 삶의 터전 속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나이가 다르고 현재 상황이 다르겠지만. 내가 말하는 이 문장들의 단 하나의 단어 만이라도 그들의 마음에 있는 저울에 좀 더 진중한 무게를 올릴 수 있기를.
2022년 올해는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더 순조롭게 완료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 안에서 더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지금우리학교는 #넷플릭스 #지우학 #영화추천 #넷플릭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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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잠 결말/줄거리/쿠키
요즘 극장가에 볼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는데요,
저는 다양한 영화 중에서 영화 잠을 보고 왔어요
이유는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 이거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에 후다닥 보고 왔어요!
(영화 잠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그럼 영화 잠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서스펜스, 느와르
감독 / 각본 : 유재선
출연진 : 정유미, 이선균
개봉일 : 2023년 09월 06일
평점 : 7.78
기획 의도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등장인물
수진 | 정유미
잠들지 못하는 자, 아내 수진
"원하는 게 뭐예요. 나한테?"
현수 | 이선균
잠들기 두려운 자, 남편 수현
"누가 들어왔어"
여담
영화 잠은 제76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라는 소감을 남기면서 더욱더
영화 잠에 대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영화 잠에 대한 결말은 호불호와 아리송한 결말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갸우뚱 지게 하였다.
최신 영화인 만큼, 결말을 원치 않으신 분들은
밑으로 내리지 마세요!
후기 및 결말
영화 잠 결말
잠 때문에 고민하던 현수(이선균)는
한 달 동안 수면 클리닉에 다니면서
강력한 약의 도움으로 완치 판정을 받게 되며
퇴원을 하게 된다
수진(정유미) 또한, 정신병원에 치료를 받게 되지만, 수진은 치료는커녕 악화가 되는데,
집안은 온통 부적투성이로 수진은
이 모든 일이 아랫집 할아버지 귀신이
현수에게 달라붙어 생긴 일이라며 설득하게 된다.
결국 수진은 아래층 할아버지 딸인 민정을 감금과
고통을 주어 빙의되어 있던할어버지를 현수에 몸에서 빼내는데 성공하며 영화 잠은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직접적인 귀신이 나오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에게 공포와 서스펜스를 선사해 줬다.
또한, 결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진짜 귀신일까?
혹은 단순히 몽유병에 걸린 것일까?
혹은, 현수가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연기를 한 것일까?
다양한 영화 결말에 대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신선하며 재미있던 작품 영화 잠이다.
정유미의 후반부로 갈수록 피폐해지며 한 가락 한 것 같은 연기력과 이선균의 억울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이 영화를 더욱더 재미있게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줄평 : "문제가 생기면 함께 극복하는 게 부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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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디: 동심이란 이름의 황금 성배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웬디>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우리에게 '소년'이 상징하는 바
미성숙함에 대한 인류의 욕망은 유구하다. 소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쩐지 싱그러움을 품고 있는 것 같고, '소년 같다'는 말은 '노인 같다'와는 표현과는 다르게 칭찬으로 쓰이곤 한다. 누군가 마음에 소년을 품었다고 하면 그는 시대의 풍파에 때묻지 않고 순수한 사람으로 생각될테지만, 마음에 노인이 있다고 한다면, 글쎄, 어쩐지 꽉 막히고 괄괄한 성미를 가졌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소년'을 동경한다. 그들의 '순수함', '천진함', '때묻지 않음'을 그리워하며 우리 자신이 영원한 '소년'이기를 바라곤 한다.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어떤 '가능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극 중 웬디 어머니의 말처럼,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것은 아주 막연하면서도 희망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로 영원히 소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우리가 꿈꿔왔던 것처럼 낭만적이고 유쾌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까?
우리의 매일은 가슴이 벅차오르게 설레고 즐거울까?
영화 <웬디>는 이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2. 나는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영국이 배경이던 원작의 피터팬 이야기와는 달리, 영화 <웬디>는 20세기의 미국 남부를 주 무대로 한다. 어린아이가 드문 어느 시골 마을의 한 식당에서 주인공 웬디는 자라난다. 그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조촐한 식당은 언제나 노인들로 붐빈다. 그 틈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시선의 중심에 서 있다. 아이들을 향하는 노인들의 시선은 애정과 동경으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귀애하면서도 저주한다. 너희는 결국 이 시골 바닥에서 네 부모의 일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그것은 그 푸른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미묘한 질투때문일 수도 있고, 세월의 풍파 속에서 겪은 회의적인 경험담인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그것은 썩 꺼림칙한 예언이다. 그런 어른들을 보며 웬디는 다짐한다. 자신은 어른이 되어버리지 않겠노라고. 기차를 타고 수 많은 집과 건물들을 지나 소녀와 소년의 땅으로 가 모험을 하겠노라고. 한때는 로데오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아이 키우는 것을 꿈이노라 이야기하는 엄마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웬디는, 자신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피터의 기차에 뛰어든다.
3. 동심이라는 이름의 황금 성배
웬디와 제임스, 더글라스는 피터의 기차를 타고 어느 화산 섬으로 향한다. 그곳은 아이들이 영원히 아이들로 있을 수 있는 곳, 네버랜드다. 그곳은 마치 규칙이 없는 천국 같아 보인다. 소란법석을 떨어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엄마의 일을 돕지 않아도 누구 하나 잔소리 하는 이가 없다. 그들은 얼마든지 악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도 규칙은 있다. 어머니를 믿을 것. 지나치게 슬퍼하지 말 것. 어떤 감정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 것. 이 규칙을 어기는 자는 어른이 되어버리므로,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피터 무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 된다. 그것은 불치의 병과도 같다. 아이들은 늙음을 두려워하며, 늙어버린 동료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늙고 싶지 않으므로 아이들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다. '어머니(어떤 마법적인 힘을 가진 고래 비슷한 생물)'에 대한 아주 원시적이고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하거나, 점점 늙어가는 제임스의 손을 주저 없이 자르는 피터의 모습들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상상하는 소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외려 그것은 소설 <파리대왕>의 잔인한 소년 왕, 랄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늙어버린 소년들은 어디로 가는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그 무리로부터 소외받는다. 잊혀지진다. 버조와 제임스(그리고 제임스의 '저주'를 돌리기 위해 그와 함께 간 웬디)가 그랬듯, 그들은 낙원 같은 푸른 숲 너머로 향한다. 그곳에는 많은 것이 모래톱에 뒤덮인 황무지이며, 이미 늙어버린 선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소년 시절의 즐거움이라고는 모두 잊어버린 것처럼 공허하다. 그들의 할 일이라고는 '어머니'를 사냥하려고 그물을 치는 일 뿐인데, 그것은 '어머니'의 살을 먹음으로써 소년 시절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웬디가 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들은 춤을 출 줄도 모르고, 장난치며 노는 법도 모르고, 노래하지도 않는다. 그저 너무 오래되어서 다 잊어버렸노라고 변명할 뿐이다.
웬디의 쌍둥이 오빠 중 하나인 제임스는 한때 더글라스와 더불어 영원한 소년으로 남자고 맹세했다. 그들은 로데오를 포기해야 했던 엄마나, 황무지 너머에서 만난 버조처럼 초라해지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제임스는 사고로 더글라스를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크나큰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버리고 만다. 제임스는 그 늙음에 대비되지 않았고, 그러므로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어머니'를 사냥하여 그의 소년 시절을 되찾고자 한다. 소년으로 돌아가겠다는 광기에 휩싸인 그는 늙음을 거부하느라 잘라버린 팔 위로 갈고리 의수를 끼우고, 그는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잘 아는 '피터 팬'의 악당, '후크 선장'이 된다. 다 늙은 제임스가 자신의 소년 시절의 얼굴을 한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와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죽은 줄 알았던 형제와의 재회를 순수하게 기뻐하기는 커녕, '너는 어째서 소년의 모습 그대로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잊은 것이다. 그를 가슴아프게 했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을. '소년 시절'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말미암아.
'어머니'를 숭배하는 소년들과 어머니를 사냥하고자 하는 노인들. 소년들은 '어머니'가 살기를 바라고 노인들은 그가 죽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이 두 집단은 언뜻 보기에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 둘은 매우 닮아있다. 그들 모두 '소년다움'을 유지하거나 되찾기 위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황금 성배에 목매던 중세의 기사들처럼, 소년답고자 했던 소년들의 갈망이 그들 자신을 망친 셈이다.
4. 우리 안의 소년을 찾아서
그렇다면 우리는 '소년'이기를 포기해야 하는가? 영원한 소년이란 정녕 없는가? 우리는 순수의 시절이 그저 떠나가기를 지켜만 봐야하는가? 주인공 '웬디'는 이러한 절망적인 물음에 희망적인 해답을 제안한다.
영원한 소년으로 있는다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 정신적 성장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성장 역시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주변의 많은 세월 역시 그를 비껴나가게 된다. 가족, 친구, 사회는 자라지만, 당신만은 자라지 않게 되는 것이다.
피터와 제임스를 비롯한 소년(혹은 소년이었던 노인)들은 그 찬란한 고립을 기꺼이 선택했다. 그러나 웬디는 그러지 않았다. 네버랜드에 다다랐을 때도, 다른 소년들과 뛰놀며 '어머니'의 신비를 만끽할 때도 웬디는 고향에 남아 있을 어머니를 떠올렸고 언젠가 그녀에게로 돌아가겠노라고 맹세한다. 그녀는 늙어버린 소년들 사이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들이 잊었던 소년 시절의 즐거움을 되살리려고 애쓰는가 하면, 그저 맹목적으로 '어머니'에 대한 믿음만을 강요하는 피터에게 '그것은 진짜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녀의 특별함은 더글라스의 상실로 인해 늙어버린 제임스와도 대비된다. 제임스와 웬디는 모두 더글라스라는 형제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제임스는 늙었고, 웬디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제임스가 더글라스와 절친한 쌍둥이 형제였으므로 그의 상실감이 더 컸으리라고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좀 다른 각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거 같다. 사람은 그 성장 과정에서 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습득하고 받아들여 나감으로써 감정적, 정신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제임스는 그 과정이 주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고, 그로 말미암아 겉모습만 빠르게 늙어버린 것은 아닐까? 반면 웬디는 세월의 흐름과 늙음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소년의 모습'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소년다움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그녀가 어른스러워서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천진하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소년들과 다르게 늙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흐르는 세월을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그녀는 로데오를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훌륭하게 기르는 것이 목표라는 어머니에게, 이미 늙어버린 제임스와 다른 소년이었던 노인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자란다는 것의 찬란함 역시 바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알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결코 우리의 필연적인 저주가 아니라는 것을. 그러므로 그녀는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들에게 당신 안에도 여전히 소년이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결국 웬디는 몇몇 아이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미 늙어버린 제임스는 '후크 선장'이 되어 네버랜드에 남는다. 아이들은 자라고, 피터와 제임스는 이제는 어리거나 늙은 소년들의 섬, 네버랜드에서 영원한 소년으로 남아 살아간다.
웬디는 어른이 되어버렸으므로 소년들의 땅인 네버랜드에는 더는 돌아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찬란한 소년 시절을 추억할 수 있고 그것을 향해 기꺼이 달려갈 수 있다. 그 시절의 그 소년은 아직도 그녀의 안에 남아있거니와, 자라남으로써 그녀가 많은 것들을 보고 누리고 배울 수 있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마무리 감상
이 영화는 산만하고 거칠다. 말 그대로 동화인 원작의 스핀오프라서 그런 것일까? 개연성을 따지고 들면 이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매력적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피터는 개구쟁이 폭군이고 제임스는 변절(어른이 되어버리는)한 소년인데, 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아서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이 영화를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을 큰 이야기의 한 장치로서 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영화 자체는 아주 시적이다. 웅장한 자연이 곧잘 연출되며, 그것을 지극히 현대적인 건물과 물건들(그것도 오랜 세월의 풍파를 거치면서 낡고 초라해진)과 대비한 것이 절묘하다. 네버랜드의 소년과 노인들, 그리고 웬디의 고향에서의 아이와 어른들의 모습을 비교해가면서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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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로부터 '보편'으로
여성들의 관계‧감정‧경험을 포착해 섬세하게 재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은 퀴어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인물 중에는 여성인 동시에 퀴어인 자들이 많다. 감독은 이들이 마주한 고난과 그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강인함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포착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젠더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성 너머를 상상하게끔 한다. 슬픔이 깃든 퀴어 존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를 그녀의 영화를 통해 따라가 보자.
먼저 〈톰보이〉(2011)다. 주인공은 10살 ‘소년’인 미카엘이다. 짧은 머리에 날렵한 체구를 가진 미카엘이 새로 이사 온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축구, 수영, 힘 싸움 등을 능숙하게 해내자 친구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작 놀이에 나가기 전의 미카엘은 걱정 투성이다.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은 상의 탈의로 팀을 나눈다. 미카엘을 불안케 하는 건 자신이 윗옷을 벗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중 어디에 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미카엘은 로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생물학적 여성’이다. 그래서 상의를 벗었을 때 자신의 가슴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라 보일까 걱정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수영복 앞섬이 문제다. 원피스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처럼 만든 미카엘은 수영복 앞섬이 불룩 튀어나오지 않자 고민 끝에 찰흙을 길게 만들어 페니스의 대용물로 수영복 속에 넣는다.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괜히 놀이 도중 침을 뱉는 것도 찰흙으로 만든 페니스와 더불어 미카엘이 ‘부족한’ 남성성을 메꾸는 방식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뛰어난 놀이 실력을 가진 미카엘을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흥미로운 건 미카엘이 찰흙 페니스를 보관해 두는 장소다. 미카엘은 찰흙 페니스를 자신의 빠진 이와 함께 보관한다. 빠진 이는 ‘자연’이고 찰흙 페니스는 ‘인공’이지만, 몸에서 떼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미카엘에게는 빠진 이와 별 차이가 없는 찰흙 페니스가 누군가에게는 ‘결핍’의 기호로 읽힌다. 미카엘의 ‘진짜 이름’이 로레임이 드러난 후, 친구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미카엘의 성별을 확인한다. 미카엘을 ‘남자’로 알고 좋아했던 리사가 직접 미카엘의 성기를 만져 보게 함으로써 말이다. 미카엘의 페니스 ‘없음’은 그저 놀러 나가기를 망설이게 하는 일상적 불편함이었으나 성별 이분법이 군림하려 드는 상황 속에서는 수치심의 근거가 된다. ‘있고 없음’의 차원이 아닌 신체의 다름으로 독해되어야 할 미카엘의 음부가 결정적 낙인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잘못 짝지어진 인과관계다. 엄마의 강압으로 파란 원피스를 입고 친구 집에 찾아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미카엘을 수치심에 휩싸이게 하는 건 그/녀의 성기 모양이 아닌 그 모양에 대한 세상의 폭력적인 독해다. 미카엘은 눈물 흘리며 파란 원피스를 숲에 버린다. 찰흙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파란 원피스 역시 쉽게 몸에서 떼어 낼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찰흙 페니스와 파란 원피스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리사가 미카엘이 미카엘인 동시에 로레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 미카엘/로레가 감당해야 할 슬픔은 너무 커다란 것이었다.
미디어는 늘 아이를 과잉보호의 대상으로 표상하지만, 성별이 모호하게 읽히는 아이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이는 어긋난 결핍감으로, 부모는 편견 가득한 수치심으로 괴로워할 뿐이다. 〈톰보이〉는 성별 이분법이 존재에게 얼마나 큰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다음은 성적 지향과 이성애규범성의 문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굉장히 세련되고 치밀한 방식으로 성적 지향과 평등의 문제를 사유한다. 관계의 평등을 위해 영화가 주목하는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의뢰받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에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포즈 취하기를 거부하는 엘로이즈에게는 산책 친구로 거짓 소개된다.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주어진 6일 동안 엘로이즈를 면밀히 관찰한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소한 동작까지도 관찰의 대상이다. 일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사소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된 것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엘로이즈의 성격과 몸짓, 표정을 자신의 몸에서 재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꼼꼼한 관찰과 다른 존재 되기의 과정을 거치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사랑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전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왜 이 집에 왔는지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그린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보인다. 그런데 엘로이즈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게 나에요?”라고 되묻는다. 생명력, 존재감이 없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마리안느는 발끈하여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규칙‧관습‧이념을 철저히 따라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러다 보면 엘로이즈가 제기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자부심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망치고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5일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첫 번째 6일이 익숙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그려 내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5일은 마리안느만이 그릴 수 있는 엘로이즈를 그리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외양, 습관뿐만 아니라 감정을 읽는 법까지 배운다.
둘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깊어지는 건 마리안느가 엘로이즈 또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다. 엘로이즈는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시선의 객체가 아니었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그녀를 관찰했다. 화가와 대상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허물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신중히 탐구하는 상호적 시선이 생성된 것이다. 둘의 사랑이 만개하는 건 바로 이 평등한 시선 위에서다. 이성애자들이 젠더 권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사랑에 실패하고, 그러면서도 규범적 사랑 바깥에 있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경멸하는 동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모든 위계적 시선을 거부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만드는 시선을 교환함으로써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사랑을 창조해 냈다. 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만큼 사랑 문제에 있어 이성애자의 무능과 레즈비언의 유능을 극명하게 대비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공유하는 평등한 응시의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 있다. 가사노동을 돕는 하녀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려 한다. 이에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소피를 돕는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낙태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조치였다. 마리안느는 괴로워하는 소피를 보고 고개를 돌리지만, 엘로이즈는 그런 마리안느를 돌려세우며 그녀의 고통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엘로이즈에게 시선은 사랑하는 존재를 탐색하는 관능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윤리적 도구이기도 하다. 레즈비어니즘과 그리 연관되어 보이지 않는 낙태라는 주제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시선으로 인해 주목할 만한 고통, 즉 동등하게 다뤄져야 할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는 것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고 윤리적인 사랑을 나눈 둘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엘로이즈는 예정대로 결혼을 해야 하고, 마리안느는 새로 완성한 초상화를 넘긴 후 눈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확장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남은 건 둘이 함께한 11일의 기억과 그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 그림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림으로 남겨진 사랑을 ‘보며’ 서로를 추억한다. 그럼으로써 기억을, 서로가 나눈 경험과 관계를 연장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엔딩 장면은 엘로이즈가 마리안느가 일깨워 준 감각을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엘로이즈는 몇 년 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격하게 흐느낀다. 마리안느가 일깨운 엘로이즈의 감각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것이다. 불평한 젠더 권력에 기댄, 편견에 가득 찬 이성애규범성은 여기서 또 한 번 조롱당한다. 사랑이 개인의 의도가 배제된 정략 이성애 결혼이 아닌 이를 금지당한 레즈비언 연인 사이에서 피어올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에서 배제된 레즈비언에 의해 ‘보편’의 경지로 승화된 사랑이라는 테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품은 황홀한 아이러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비추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을 비추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셀린 시아마는 이성애 남성의 시선으로 늘 과잉 성애화되어 온 여성 신체를 퀴어 슬픔과 수치심, 여성의 고통, 쾌락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담는다. 그녀의 영화에서 여성의 몸은 멋대로 분절되어 흩뿌려지지 않고 몸의 주인이 느끼고 감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 재현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이어진다. 그녀가 담아낸 밀도 높은 여성들의 세계가 다른 관점으로 여성을 촬영한 장면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란 소리다.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어깨에 힘만 들어간 채 헛발질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이와 반대로 셀린 시아마는 페미니스트답게 구체적 삶 경험에서 추상적‧보편적 명제로 나아간다. '보편'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는 관념과 공상이 아닌 구체적 경험과 감정에서만 도출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렇지 못한 보편은 구체적 경험과 감정을 억누르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셀린 시아마 영화 속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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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_씨네랩_결산보고서.zip
안녕하세요.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입니다. ?
오늘은 여러분께 2021년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를 가져왔어요!
아직 씨네랩을 모르시는 분들도, 씨네랩 유저분들도
씨네랩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2021년은 씨네랩이 생겨난 년도여서 더 애틋한 1년이었어요.
그럼 씨네랩 연말결산 보고서 보러 GO ✌?
1월 1일 씨네랩 1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3월 1일 씨네랩 베타 서비스 오픈
4월 22일 씨네랩 크리에이터 인증서 발급
6월 22일~ 영화 <웬디>로 시작하여 약 16개의 영화 시사회 크리에이터 초청 진행
7월 15일 씨네랩 2기 크리에이터 모집 및 체결
10월 5일 씨네-뉴스 구독 서비스 시작
10월 29일 씨네랩 정식 론칭
11월 1일 영화 동아리 대항전 및 3차 크리에이터 체결
12월 14일~ 씨네랩 연구원 이벤트 진행 중
와~ 여러분들께 영화, 콘텐츠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하고 친근하게 정보를 전달드리기 위하여
씨네랩이 2021년도 열심히 달려왔는데요.
씨네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많은 이벤트를 통하여 여러분께 다가갈 예정이니,
2022년의 씨네랩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씨네랩의 꽃이자 씨네랩의 원동력인 약 200명의 크리에이터분들의
활약도 보러 가실까요?
씨네랩 최다 업로드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민드레' 님 입니다!
무려 250개의 콘텐츠를 업로드 해주어 씨네랩을 꽉 채워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
씨네랩 좋아요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Reviewer_IN'님 입니다!
항상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주시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게시물의 주인공입니다.
씨네랩 한줄평론가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JW' 님 입니다!
씨네랩에는 [필름라이브러리] - [한줄평] 기능이 있는데요.
그 기능을 정말 잘 활용하신 분입니다!
가끔 저도 이분의 한줄평을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
씨네랩 유튜버상의 주인공은 크리에이터 '영화보는건데'님 입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 분들 중에는 다양한 영화 유튜버분들이 계시는데요.
가장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해주시는 '영화보는건데'님이 상을 가져가셨어요!
이 외에도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2021년의 씨네랩을 채워주셨어요!
다음으로는 씨네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상을 준비했는데요.
바로 보러가실까요?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에서 연출,영상미,연기,OST,스토리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영화는 총~~~ 9편입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신분들은 씨네랩 필름라이브러리 Filte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다음은 씨네랩에는 항상 NEW 예고편이 업로드 되는데,
그 중에서도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예고편은
<보스 베이비 2> 파이널 예고편인데요.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
2021년 씨네랩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2022년에도 씨네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제발~)
그럼 새해 복 미리 많이 받으시고,
2021년 씨네랩 연말 결산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안녕~ ?
씨네랩 에디터 씨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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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미쳐버린 소녀, 드래곤이 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델 캐서린 바튼
출연] 줄리아 새비지 Julia SAVAGE, 사이먼 베이커 Simon BAKER, 야엘 스톤 Yael STONE
시놉시스
10대 소녀, 블레이즈는 한 여성이 당한 폭력 피해의 유일한 목격자로 사건 이후 정신 불안 증세를 겪는다. 그녀만의 도피처인 상상의 세계에서, 그녀는 오랜 친구이자 반짝이게 빛나는 마법의 용과 함께 내면의 분노를 표출하며 평온을 찾는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기억은 완전히 잊힐 수 없지만, 블레이즈는 마침내 두려움 없이 미래로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익숙함을 신선함으로
사실 <블레이즈>의 이야기는 그렇게 새롭지 않다. 그간 많은 여성 영화가 선택한 소재와 주제의 반복이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처지를 전달한다. 여성들이 연대해서 성폭력 가해자를 징벌해야 한다고 외친다. 예를 들면 <프라미싱 영 우먼> 같은 작품과 결이 비슷하다. 징벌의 방식이 법의 테두리 안이냐 밖이냐가 다를 뿐이다.
자연히 <블레이즈>는 신선함을 담보할 수 없는 영화다. 소재와 주제가 그 중요도나 심각성과는 별개로 이미 익숙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국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하듯이.
대신 <블레이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법의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날린다. 영화는 사건과 관련된 수사와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건의 목격자인 주인공이 마주한 내면의 공포와 사춘기를 겪어내는 10대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그 여정의 핵심 키워드인 '여성의 광기'를 대사와 대화가 아닌 다채로운 이미지로 빚어낸다.
광기의 여러 모습
실제로 영화는 블레이즈 내면에 자리 잡은 여러 광기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처음에 광기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방어 기제로 등장한다. 드래곤이 대표적이다. 항상 블레이즈 방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용은 존재만으로도 그녀에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쌍을 이루는 수많은 인형도 또 하나의 도피처다. 그녀는 인형들과 함께 해변을 거닐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내 광기는 점점 공격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일례로 드래곤의 역할이 달라진다. 방에서 단순히 위로를 해주던 드래곤 대신 불을 내뿜는 다른 드래곤이 등장한다. 법정에서 사건의 피의자는 변호사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한다. 그 광경에 화가 난 블레이즈는 목격잔 진술 중에 피의자를 불태우는 상상을 한다.
더 많은 이미지가 뒤이어 등장한다. 블레이즈는 집의 뒤뜰 혹은 울창한 숲의 한가운데 같은 곳에서 시끄러운 록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머리를 뒤흔든다. 앞뒤 사정을 모르더라도 이 장면만 보면 '미쳤다'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눈이 아플 정도로 색이 바뀌는 조명도 한몫한다.
블레이즈의 괴기한 내면은 하나의 이미지로 응축된다. 바로 달이다. 사다리를 타고 보름달 앞에 올라간 블레이즈. 그녀는 옷을 벗고 달을 껴안고, 그제야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늑대인간도 보름달빛을 받아 변신하듯이 서구권 전통에서 달과 광기는 한 몸이니까. 또 라틴어로 달은 Luna이고, Lunatic이라는 영어 단어는 정신이상자를 지칭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미지이지만 달과 블레이즈의 교감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광기는 단순히 미친 게 아니다
그러니 아버지 눈에 딸은 점점 미쳐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나친 공격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블레이즈가 자해하자 아버지는 의사 말마따나 약물 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딸이 약을 안 먹는 등 치료에 응하지 않자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 블레이즈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현실과 상상을 분간하지 못해 자동차 사고까지 내는 판국이니, 최선의 선택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오랜 기간 언제나 광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광기는 항상 이런 식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문화적, 역사적 맥락 안에서 광기는 비합리였고, 정신질환을 비과학이었다. 광기는 제거될 대상이고, 정신이상자는 사회에서 배척됐다. 특히 여성의 광기는 더 위험하다고 간주됐다. 유럽의 마녀 사냥이 대표적이다. 정통성 있는 권력(가톨릭)의 시점에서 여성들에게 주로 전수된 마법이나 주술 같은 전통은 제거 대상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블레이즈의, 곧 여성의 광기는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저항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하고, 나약하다는 이유로 목격자로서의 진술을 막아서는 사회와 어른을 향한.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극복하는 대신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며 보호하려고만 하는 어른에게. 자기를 미쳤다고 매도하면서 죗값을 치르지 않은 피의자를 감싸는 듯 보이는 시스템에. 블레이즈는 광기로서 저항한다.
그녀가 정신병원 상담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미지의 홍수 사이에 숨은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질문은 근본적인 의문이다. 성폭력범, 살인자는 멀쩡히 살아가는데 왜 목격자와 피해자만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왜 사회는 가해자를 곧바로 단죄하지 않는지.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녀가 정신과 약을 숨기고 먹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치료를 거부하는 정신병자의 행동이 아니다. 자기의 광기를 치료하기 이전에 올바른 심판을 통해 진짜 문제와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사표시다.
소녀, 드래곤이 되다
질문만 던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답을 스스로 찾는다. 상상 속에 숨고 도망가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광기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사회와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니 답은 하나다. 광기를 승화해 내적으로 단단해져야 한다. 분노, 충격, 공포에 휩쓸리지 않은 상태로 법정에서 당당히 진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블레이즈는 상상 속의 드래곤을 죽인다. 대신 스스로 자기를 보호할 드래곤이 된다.
<블레이즈>의 이 클라이맥스 역시 광기의 알레고리가 가득하다. 결말부에 블레이즈가 어두운 나무들 사이에서 춤추는 장면 사이로 일전에 블레이즈의 광기를 보여준 수많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고막을 때리는 하드 한 록 음악과 정신없는 조명 속에서 컷들은 빠른 속도로 전환된다. 마치 디오니소스의 축제를 보는 듯하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디오니소스 축제 때 밤에 노래 부르고 춤추며 열광과 무아지경에 빠졌던 것처럼 블레이즈도 광기에 빠져든다. 그렇게 블레이즈는 광기 안에서 더 단단한 드래곤으로 거듭난다.
마지막으로 피의 이미지가 블레이즈의 성장과 변화에 담긴 연대의 의미를 강조한다. 정신병원에서 블레이즈는 첫 생리를 한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는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에 흠뻑 젖는다. 이 피의 이미지는 그녀가 드래곤을 죽이는 장면을 이어진다. 흰색 침대에 생리혈이 묻었듯이, 순백색 드래곤의 배를 가르고 피를 적신 채 그녀는 드래곤이 된다. 이렇게 영화는 모든 소녀가 여성으로, 드래곤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광기를 긍정하고, 저항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외친다.
어찌 보면 <블레이즈> 다소 진부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표현함에 있어서 새로운 세련됨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미지의 연속이 사실은 정교하게 계산된 조합이라는 걸 영화가 끝나갈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으니.
<블레이즈>는 부천 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된다. 첫 상영은 이미 지났다. 하지만 다른 기회를 놓쳐도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블레이즈>는 7월 12일에 개봉 예정이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2일 20:00 - 21:41 CGV소풍 10관 (상영코드 445)
7월 6일 19:30 - 21:11 CGV소풍 4관 (상영코드 834)
Acceptable 무난함
강렬한 광기로 새로 그려내는 여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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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Bouble 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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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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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chase 2(추격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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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F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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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Hello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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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Jo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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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MY MIS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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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Ost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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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PING P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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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Put the 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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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Think Of Konan(싱크 오브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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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Traffic 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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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W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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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조-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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