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5-16 13:25:37
경찰의 무지가 부른 비극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미국 드라마
케이틀린 디버 Kaitlyn Dever
우리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범죄피해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해석은 잘못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범죄해석의 지식이 없는 이들의 단호한 판단이 얼마나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특히 경찰이 무지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줄거리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로 대우받던 그녀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고, 가까운 지인은 물론 경찰까지 소녀가 거짓말로 관심을 얻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결국 소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하고 만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소녀가 살던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불법 침입 강간 사건이 일어나고, 한 집요한 형사가 수사를 시작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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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풀 웹툰 원작 '무빙' 후기 (feat. 잔인한가요? 무빙볼수있는곳)
무빙
디즈니+, 23.08.09 오픈
액션,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20부작
원작: 카카오 웹툰 <무빙>
출연: 이정하, 류승룡, 한효주 등
안녕하세요 에깸이에요 :)
드디어 어제자로 '무빙'이 20부작 완결이 났습니다!
'무빙'의 단점은 송출 OTT가 디즈니 플러스라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승전결 완벽한 드라마로 유명한데요
저는 디플이 있지만,, 욕하고 싸우고 난동 피우는 게
그닥 제 취향이 아닌지라 안 보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떠한 이유로 한 편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 피 찔끔 나는 것도 못 보는 거대 무찔이인데 ㅠㅠ
14~15회 정도까지는 참고 볼 수 있을 정도예요
팔이 잘리고 손가락이 잘려도 그닥 징그럽지 않게 묘사되거든요
근데 마지막 19, 20화는 정말 징그러워서... 화면을 돌렸답니다
싸우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긴 하지만
그 사이 로맨스에 가슴 뛰고
부성애와 모성애에 눈물 흘리기도 하는 ㅠㅠ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니까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웹툰 원작을 안 봐서 봉석이가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1회부터 봉석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심지어 조인성 배우님은 이야기 중반까지 등장하지도 않는데
대체 왜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배우 주연! 이라고 홍보하나 했죠
부모들의 에피소드는
이야기가 조금 진행된 후에 슬쩍 슬쩍 나오더라구요
처음엔 굉장히 산뜻+호기심+신기 이런 느낌이었다면
각 부모들 에피소드 나오면서는 정말 분위기가 무거워져서
구성적으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음 특히 저는 장주원의 로맨스와
이재만의 강훈에 대한 사랑이 가장 와닿았는데요......
설마 제가 류승룡 님의 로맨스를 보고 설레는 날이 올 줄이야
게다가 상대는 속히 말하는 다방 아가씨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로맨스가 아름답게 보여요
강풀 작가님이 워낙 감정 표현을 잘하시는 분이고
또 직접 각본에 참여하셨다 보니까
그 장점이 잘 드러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아직 하반기가 조금 남긴 했지만
여태 방영한 드라마 중 최고의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생 능력자들의 에피소드와
성인 능력자들의 에피소드가 만나는 지점은
북한 능력자들과 맞닥뜨렸을 때인데요
갑자기 영화st 느낌이 나면서 모든 회차에 싸우는 내용밖에 안 나오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보는 맛이 있더라고요?
놀랐던 건 북한 능력자들에게도 개개인 서사를 줬단 거였어요
솔직히 그냥 빌런으로만 치부했어도 되는 캐릭터들이거든요
시청자가 응원하는 건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일 테고
그런 면에서 결국 북한 능력자들은 악역일 뿐인데
각자에게 그랬어야만 하는 이유, 즉 서사를 나눠줌으로써
이들(인민)은 잘못이 없고 고위층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 줘요
용득이가 친구 재석이를 잃고 펑펑 울고 있을 때
길을 지나가던 희수가 달래주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결국 엔딩에선 장주원네 가게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ㅋㅋ
엔딩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전개가 뛰어난 드라마였어서 그런지 엔딩이 좀... 실망적이었어요
사실 어떻게 했어도 완벽한 결말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였어요
19회차 동안 눈과 마음을 그렇게 즐기게 둬 놓고
어떻게 한 회차만에 그 모든 걸 뛰어넘게 만들겠어요
그저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원하는 결말을 내밀어 줬을 뿐이겠죠
다만 엔딩으로 갈수록 CG가 대충대충 되어졌고
감정선도 흐지부지해지다 못해 마지막은 지나치게 잔잔해졌다
라는 평입니다 ㅎㅎ ;;
어떤 드라마보다도 캐릭터가 역대급으로 많이 등장하는 드라만데요
이 캐릭터는 누군데 갑자기 등장해...?? 하는 순간이 많아요
하지만 서사를 보면 또 아... 이렇게 엮여 있었구나 싶고
어느 순간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하고 있는 저를 볼 수 있습니다 ㅠㅠ
확실히 마스크걸도 그렇고,, 요즘 OTT 드라마 대세는
각 부마다 각 캐릭터들의 서사를 보여 주는 구성인가 봐요
암튼 구성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2023 최고의 드라마였다 생각하는 '무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2회 정도까지가 레전드였고
뒤로 갈수록 슬슬 루즈해져서 본방 보기 미뤘던 것 같아요
지금도 블로그 쓰려고 후다닥 보고 왔네요 하핫
+) 아 글고,,,
강훈이 역 맡으신 김도훈 배우님 개잘생............
평생 안경캐 해 주세요 ㅠㅠ;;
*스토리: 5/5점
*연출: 4/5점
*영상미: 4/5점
*OST: 1/5점
*연기: 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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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셋째 주 개봉작 소개 with 씨네랩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합니다!
씨네랩에서는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셋째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어나더 라운드(Druk, Another Round)
드라마 | 덴마크 | 116분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그 | 출연 : 매즈 미켈슨, 토머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개봉 : 2022년 1월 19일 개봉
배급사 : (주)엣나인필름
"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같은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인기 없던 수업에 웃음이 넘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활기가 생긴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 알코올 농도 유지할 것! 밤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매력 없는 남편, 따분한 아빠, 최적의 직업적, 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 농도를 올리며 실험은 계속되는데…
과연 술은 인간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을지, 도전의 결말은?!"
*관전포인트*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작.
<킹 아더>, <더 헌트>, <로얄 러페어>등에 출연했고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인 매즈 미켈슨의 주연작품입니다.항상 선이 굵고 섬세한 감정연기로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인데요.
이번에는 또래 배우들(토마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마그누스 밀랑)등의 배우들과 함께 펼치는 앙상블로영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 같습니다.
작품 소개의 시놉시스를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에는 연기에 힘을 조금 빼고 유쾌하면서도재밌는 모습도 많이 보여줄 것 같은데요. 매즈 미켈슨의 조금은 가벼운(?)연기를 볼 수 있는 흔치않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사 애피어웨이에서 할리우드 리메이크 제작을 확정을 했다고 하니,더욱 더 내용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2. 미싱타는 여자들(Sewing Sisters)
다큐멘터리 | 한국 | 108분
감독 : 이혁래, 김정영 | 출연 : 이숙희(본인), 신순애(본인), 임미경(본인)
개봉 : 2022년 1월 20일 개봉
배급사 : 영화사 진진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가난해서 혹은 여자라서 공부 대신 미싱을 타며 ‘시다’ 또는 ‘공순이’로 불린 소녀들이 있었다.
저마다 가슴에 부푼 꿈을 품고 향했던 노동교실 그곳에서 소녀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노래를 하고, 희망을 키웠다.
다른 시대를 살았던 청춘이 오늘의 청춘에게 보내온 편지"
*관전포인트*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초청작.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공식 초청작.
국내의 거장감독들의 원픽 작품.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개봉 전 VIP 시사회에서영화를 본 후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영화를 극찬합니다. 이 사실만으로 영화의 퀄리티가 보장되고 기다려지지 않나요?
특히 봉준호 감독은 근래에 본 가장 아름다운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습니다.남녀노소 모든 분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 함께 손뼉치고 웃고 떠들면서 같이 영화를 즐겨 볼수 있는 영화!라고 하니
꼭 극장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3.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Resident Evil: Welcome to Raccoon City)
액션, 공포 | 미국, 캐나다, 독일 | 107분
감독 : 요하네스 로버츠 | 출연 : 카야 스코델라리오, 해나 존-케이먼, 로비 아멜, 톰 호퍼, 에반 조지아 등
개봉 : 2022년 1월 19일 개봉
배급사 : 소니픽처스 코리아
“모든 이야기는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거대 제약회사 '엄브렐러'가 철수한 후 폐허가 된 '라쿤시티'.
어릴 적 끔찍한 사건을 겪고 고향을 떠났던 클레어가 돌아온 그날 밤,
라쿤시티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순식간에 지옥으로 돌변한다.
남은 시간은 7시간, 죽음의 도시를 탈출하라!"*관전포인트* : 원작게임 '바이오하자드' 실사화한 작품.
기존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는 다른 리부트 작품입니다.따라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주인공인 '밀라 요보비치'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 주연진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메이즈 러너>,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 <Skins>시리즈에 출연한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가 메인 주인공으로 출연합니다.
원작게임을 실사화한만큼 게임의 질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예를 들어 극 중 좀비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며, 화면의 질감을 어둡게 가져와서 게임 속의 암울하고도 음산한 분위기를 잘 느끼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보다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되고 공포감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느 좀비 공포물이 그렇듯 스토리를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으면 킬링타임 무비, 팝콘 무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씨네랩이 추천하는 1월 셋째 주 개봉 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에는 공포,액션 / 다큐멘터리 /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도 영화로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랩은 다음 주에 보다 재밌는 영화 개봉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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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그럼에도 여전히 건재하는 사랑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리 고 라운드 - <내 심장을 받아줘>
감독: 킴 올브라이트
출연: 안나 맥과이어, 함자 하크, 비나 수드 등
시놉시스: 사람의 심장이 물건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분리, 교환하는 것이 가능한 대안 세계, 실리와 효율을 추구하는 가상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이 유행한다. 애나벨은 이와 정반대인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친구들조차 감정에 치우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남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남자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랑고백에 이별을 말한다.
감정이 사치가 된 시대에도 '사랑'이 가치 있을 수 있을까? <내 심장을 받아줘>가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다.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원작의 기본적 설정을 충실히 따라간다. 큰 설정은 두 개다. 하나는 사람의 심장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물건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심장을 직접 뺐다 꼈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설정부터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있다.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캐나다의 SF영화인만큼 작은 규모로 제작된 영화인데, 그렇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한 영화로 보인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심장을 꺼낸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본다면 고어 장르를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장르 영화에 기대할 법한 톤 앤 매너를 분명히 가져가면서도 심장의 시각적 구현이나 주인공 애나벨의 순진무구한 성격이 이 영화만의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잘 살려낸다. 원작이 연극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겠으나, 특히나 각기 다른 심장 생김새가 연극 소품으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기술이 보다 발전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대안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직접 만든 심장 모형과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한 영화의 소품들은 훨씬 이전의 시대를 떠올리게 만들어 시대감의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단순히 이 부조화를 보여주기만 했다면 엉성함에서 그쳤겠지만,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톤으로 범론적 주제로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어느 커플이 주인공이지만, 정작 이 영화는 사랑을 그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영화 속 세계에서 애나벨의 직장과 연결되기도 하는 애플리케이션 '라이프잽'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필수 요소로 취급된다. 사람들은 어플을 삶에 가까이 두며 타인과의 관계 향방을 결정한다. 어플에서 매칭률이 높다면 그 관계가 지속되는 거고, 아니라면 재고해야 한다. AI가 상대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며 취향을 분석해 준다. 서로의 일정을 맞춰 만날 날을 자동으로 지정해 주고, 그것에 당연하게 따른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다. 애나벨이 친구들에게 받는 취급처럼 감정은 사치인 세상이며 효율이 중시되는 사회다. 새로운 관계를 꿈꾸거나 그 안에서 설렘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 속에서 애나벨은 거의 유일하게도 바로 그 '감정'을 잃지 않은 존재다. 심장이 '등불'인 것처럼 주변을 밝게 만들고 자신의 따듯한 감정을 전이시킨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프잽의 도움을 받지 않는 '정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내 심장의 감정으로 영원히 고통받길 바라요."
하지만 희망을 가졌던 애나벨도 조지가 그녀의 사랑고백을 단칼에 거부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죽음까지 겹치고, 너무도 슬픈 감정을 감당할 수 없던 애나벨은 일전에 봤던 남자처럼 심장을 자신의 몸에서 꺼내버린다. 이를 조지에게 보내는 그녀의 행동은 일종의 복수심에서 시작했겠지만,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로의 반대된 입장에서 진실된 관계와 나 자신을 찾아가며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현대 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과장된 영화 속 세계일지라도 기술이 발전되고 사람 간의 직접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그 방향성은 결국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심장 각자의 모양이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설정이나 일종의 디스토피아 실험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배경이 정반대의 방향이긴 하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를 느슨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 심장을 받아줘>는 서로 간의 유대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에도 사랑과 감정은 여전히 어딘가에 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영화로 다가온다.
상영일정
7/1 14:00 - 15:32 CGV 소풍 10관
7/3 13:30 - 15:02 CGV 소풍 5관
6/30 10:00 ~ 7/9 23:59 온라인 상영(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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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로치가 말하는 '민족'
켄 로치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보여주듯, 민족은 단결의 이름이자 분열‧적대의 이름이다. 먼저 단결이다. ‘민족’은 아일랜드인들이 독립이라는 공동의 꿈을 가졌음을 표지하는 범주다. 아일랜드인은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독립을 꿈꾸며 ‘하나’가 된다. 하지만 민족은 아일랜드인 사이의 차이를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아일랜드인에게는 독립 이후에 대한 다양한 꿈이 있었다. 누군가는 사회주의에 가까운, 누군가는 전통적 권위에 기댄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민족의 독립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동안 이 차이는 논의되지 않는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는 치열하게 조정‧경합되었어야 할 차이들이 민족이란 이름 아래 억눌린 채 쌓여 있다가 끝내 폭발해 버리고 마는 과정이 담겼다. 우리와 비슷한 아일랜드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민족’이 무엇을 가능케 했고 또 무엇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는지를 숙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난민, 이주민 혐오의 시대에 굉장히 시급한(혹은 이미 늦은) 작업이다.
1920년대 아일랜드의 한 마을. 영국 군인이 불시에 들이닥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하키를 치는 게 집회를 금지한 조치에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17살 청년 미하일이 영국군에게 반항하다가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하일의 죽음은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공통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모두의 슬픔 속에서 주인공 데미엔의 고민은 깊어진다. 데미엔은 의사 자격증을 딴 시골 마을의 드문 엘리트인데, 이제 막 런던에서 일할 기회를 얻어 곧 마을을 떠날 참이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품은 채 런던행 기차를 기다리던 기차역에서, 데미엔은 영국군에게 두드려 맞는 아일랜드인 기관사를 본다. 그리고 미하일과 기관사, 자신 사이에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아일랜드가 자유를 얻지 못하는 이상, 아일랜드인은 어디서든 구타당할 수 있다. 이 깨달음이 데미엔의 인생 경로를 바꾼다. 데미엔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아일랜드인의 ‘공통의 비애’를 극복하는 일에 자신을 투신하기로 한다. 마을 청년들과 함께 아일랜드 독립전쟁에 뛰어든 데미엔은 게릴라 부대를 꾸려 영국과 치열하게 싸운다.
영화가 의미심장해지는 건 이 공통의 비애가 위기에 빠지기 시작하면서다. 첫 번째 사건은 어릴 때 함께 자란 동네 꼬마 크리스를 밀고자란 이유로 처형한 일이다. 망설임‧괴로움 끝에 크리스를 총으로 쏜 데미엔은 이 사실을 직접 크리스의 어머니에게 전한다. 데미엔 일행에게 줄 음식을 만들고 있던 크리스의 어머니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다시는 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어리숙하고 순박한 동네 소년이었던 크리스의 죽음은 모든 아일랜드인을 ‘민족’이란 이름으로 묶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드러낸다. 크리스 총살과 그 어머니의 슬픈 눈빛은 모든 아일랜드인의 자유를 위한다는 데미엔의 정당성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다.
두 번째는 고리대금업자와 가난한 노파의 대립이다. 둘은 모두 아일랜드인이다. 하지만 계급이 다르다. 마을 사람들은 고리대금업자가 노파를 착취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고리대금업자가 독립군에 무기 자금을 대는 사람이기에 그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갈등한다. 데미엔과 그의 동지이자 친형인 테디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데미엔은 가난한 노파의 편에, 테디는 고리대금업자의 편에 선다. 아일랜드 독립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다른’ 사회적 조건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민족이라는 ‘동질적’ 집단이 무엇을 배제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인지를 고민케 한다.
가장 결정적인 세 번째 사건은 아일랜드의 자유국 지위 확보 이후에 일어난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평화 협정을 맺고 아일랜드의 자유국 지위에 합의했다. 아일랜드가 일정 정도의 자치를 보장받은 것이다. 평화협정 이후, 데미엔과 테디 그리고 아일랜드인들은 둘로 쪼개진다. 제한된 자유나마 수용하자는 사람과 완전한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된다. 둘 사이의 대립은 격화되어 영국군이 아일랜드인을 핍박할 때와 다름없는 정도의 폭력이 오고 간다. 아일랜드인들은 절망한다. 어제까지 밥을 지어 주고 무기를 숨겨 주었던 자국의 군대가 둘로 나뉘어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상황에 그들이 느낀 분노와 슬픔, 좌절의 크기가 얼마나 큰 것일지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급진적 자유를 갈망하던 데미엔은 결국 온건한/제한된 자유에 만족하자는 테디의 군대에 붙잡히고, 무기의 위치를 발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살당한다. 데미엔 총살 명령을 내리는 건 그의 친형 테디다. 영화는 테디가 죽은 데미엔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꿈'을 꾸던 형제가 정작 ‘내부’의 차이를 조율하지 못해 마주한 비극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역사의 특정한 국면에서 민족은 분명 저항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치적 범주가 된다.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이 모이고, 경험‧감정을 공유하며, 투쟁할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면이 전환되고 민족이 더 이상 저항의 범주로만 작동하지 않을 때, 문제는 시작된다. 동질성을 강조하는 민족 담론이 내부의 차이를 삭제하고 진압하는 폭력의 명분이 되는 것이다.
폭력을 극복하자는 명목하에 부상한 민족 범주가 폭력의 주체가 된다는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테디와 데미엔의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 데미엔은 연인 시네드가 영국군에게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데미엔은 시네드를 구하려 하지만 테디가 막는다. 위치가 노출될 경우 전 부대원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미엔은 결국 형 테디의 말을 따른다. 그리고 주저앉아 “느끼는 법을 잃었다”며 오열한다. 데미엔의 눈물은 위기에 빠진 연인을 향한 공감보다 ‘합리적 선택’을 우선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이다.
앞서 언급했듯, 데미엔은 마을 청년 미하일의 죽음과 아일랜드인 기관사가 영국군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와 슬픔을 ‘느꼈고’ 이를 동력 삼아 아일랜드 독립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정작 투쟁의 과정에서 그는 느끼는 방법을 잃고 말았다. 이는 데미엔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미엔이 동네 청년 크리스를 총살한 후 괴로워했듯, 테디도 친동생 데미엔을 총살한 후 눈물을 흘린다. 분명하게만 보이던 자유의 길이 점차 어렵고 불투명해진다.
이 모든 비극과 혼란은 느낌에 기반한 열린 공동체가 민족이라는 이름의 닫힌 공동체로 전환될 때 일어난다. 느낌의 공동체는 포용적이다. 아일랜드인을 향한 영국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분노한다면, 영국인도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족 공동체는 이 분노한 영국인을 포용하지 못한다. 나아가 ‘민족적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는 내부 구성원들을 ‘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민족 범주는 저항의 공동체로 출발한 스스로가 억압의 이름이 되는 모순을 피할 수 없다. 데미엔과 테디가 비극을 비껴가지 못한 건 모두 이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슬펐던 건,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익숙해서였다. 지금 우리의 민족 담론은 어디에 와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도 힘든데 무슨 난민이고 이주민이냐는 말이 횡행하는 지금, ‘한민족’의 서사에 이 슬프다는 ‘느낌’의 자리가 보장되길, 그럼으로써 열린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기에는 너무 늦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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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대부> 분석: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미장센의 변화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Mise-en-Scene의 변화
Godfather는 마피아 조직의 두목인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돈이 솔로초와 타탈리아 가문에 의해 저격당하자, 본격적으로 전개가 이루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 속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마이클이 암흑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영화는 마이클이 마피아의 세계로 어떻게 점점 스며들고 마침내 코를레오네 가문의 두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강조하듯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은 마이클이 집안 사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때와 조직원의 일원이 되어 행동할 때가 다르게 나타난다.
첫 번째 변화: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첫 번째 변화로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즉, 의상과 머리 모양이다. 그가 조직의 일에 관여할수록 그의 외적인 모습은 변화한다. 집안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때 마이클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옷을 입고 등장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꾸미지 않은 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이클이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집안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그는 편안한 옷이 아닌 짙은 색의 정장을 착용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가 아닌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앞머리를 올리고 머리를 정리한 것만 같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외적인 변화와 지위 변화의 연관성은 그가 솔로초와 매클러스키를 살해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조직원들처럼 정장 차림으로 둘을 저격한 것은 그가 둘을 살해함으로써 진정한 마피아 조직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는 마이클의 외적인 변화와 돈의 외적인 모습이 대비된다는 것이다. 마이클이 마피아 수장 자리에 더 가까워질수록 편한 옷이 아닌 정장을 더 많이 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이지만 돈은 대부의 자리에서 내려오며 영화 초반 정장을 입은 모습만 보이던 것과 반대로 편한 옷을 더 많이 입고 등장하며 죽음을 맞이할 때도 일상적인 옷을 입고 사망한다. 따라서 마이클과 돈의 외적 변화는 그들의 지위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 마이클의 위치
외적인 변화에 이어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마이클의 자리이다. 이때 자리란 카메라에 촬영될 때 배우가 촬영되는 피사체로서 존재하는 위치를 의미한다. 마이클이 마피아 조직원이 되기 전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끝에 위치하거나 카메라를 등지는 등 카메라 프레임의 중점에 위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니의 결혼식 장면에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 그는 오른쪽 끝에 위치하고 돈이 습격을 받은 후 소니와 조직의 간부들과 같이 앉아 회의할 때도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 소니와는 다르게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이클이 솔로초와 매클런스키를 죽이겠다는 계획을 소니와 톰 그리고 클레멘차에게 얘기하는 장면에서 그는 카메라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뒤이어서 간부들과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있던 이전 모습과는 다르게 카메라 프레임의 중심을 두고 양옆에 소니와 함께 위치한다. 이는 집안 사업에 더 관여할수록 관객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인물임을 프레임에서 마이클의 위치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 마이클이 마침내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이를 다시 증명한다. 시칠리아에서 돌아온 마이클은 돈 대신 가문의 수장 자리를 맡게 된다. 조직의 간부들과 돈 그리고 마이클이 한 방에 모여 바르치니를 없앨 방법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 마이클은 프레임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돈은 프레임의 왼쪽이지만 두목 자리를 나타내는 테이블에 근접하여 서 있다. 그러나 돈이 이제 두목은 자신이 아닌 마이클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이클이 돈이 있었던 자리로 이동하며 프레임의 중앙에 위치한다. 해당 장면의 풀 샷(full shot)에서도 마이클은 가운데에 있다. 이는 이제 돈이 더 이상 사업에 관여하지 않으며 마이클이 그 뒤를 맡아 가문의 수장이 되었음을 나타낸다.
세 번째 변화: 장면 전환의 변화
마지막으로 마이클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적이 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그의 반응이 변화하는데 이는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 중 장면전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마이클이 조직원으로서 처음으로 적을 제거하기 위한 일환으로 솔로초와 메클런스키를 살해할 때 그는 클레멘차가 당부한 조언을 따르지 못할 만큼 긴장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그들을 죽이지 못한 마이클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의 긴장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카메라는 장면전환 없이 천천히 마이클의 얼굴을 줌인(zoom-in)하여 나타낸다. 반면 가문의 수장이 된 후 다섯 가문의 수장과 바르치니를 제거할 때 영화는 제거하는 장면과 마이클이 코니 아들의 대부가 되기 위해 세례를 받는 두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교차로 인한 장면전환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처음 적을 제거할 때의 장면처럼 마이클의 얼굴을 클로즈업(close-up)하여 촬영되었으나 이전과 다르게 살인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교차 되어 나오는 장면전환은 제거되는 자들과 마이클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나타내며 마피아의 두목으로서 냉철한 모습과 담담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반대되는 세력을 제거할 때 비교되는 장면전환의 쓰임은 마이클이 ‘대부’로서 완전히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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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뛰어넘어 너에게 갈게
시간을 뛰어넘어 너에게 갈게
넷플릭스 <상견니>, <다크>
더 이상 SF는 그 이름과 달리 공고한 과학적 상상(이라 쓰고 현실에서 증명된 과학 이론에 기반한 여러 가지 변형물들)이 중요하지 않다. 고도로 발달한 미래의 기계 문명이든 우주 어딘가에 있는 가상 행성의 왕족이든 그냥 현실에 없는 것을 아무거나 상상해도 SF다. 실제로 2019년 휴고상(Hugo Award)은 2019년 팬픽션 플랫폼인 AO3을 '변형적 작품 단체'로 정의하며 최고 참고문헌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크>나 <상견니> 같은 타임슬립 물들을 볼 때에도 세계관의 촘촘함이나 과학적 설정의 논리성 같은 것에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게다가 <상견니>는 시간대의 이동보다는 영혼이 빙의한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 설정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두 작품 모두 리니어 시간대의 일정 지점들로 이동하니까 타임슬립 물이라 치고 공통된 부분을 살펴보면, 두 시리즈의 주인공들 모두 크게 두 가지 목적을 띄고 타입 슬립을 하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동시에 어떤 멸망(세계나 어떤 사람의)을 막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명료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타임슬립이지만 주인공들이 놓쳤던 세부 사항이나 다른 인물들의 행동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 속 인과 관계의 흐트러지며 상황은 주인공들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게 되고 이런 형식의 갈등 양상을 주제로 회차가 전개된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어떤 요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주요 얼개인 이런 장르 물든 '타임 라인 정리'나 '해석' 같은 이름으로 블로그 포스팅 혹은 트위터 타래를 만들기 좋아하는 덕후들에겐 최적의 장르다. 두 드라마의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면 내용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놓은 게시물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장르물에 대해 크게 조예가 깊지는 않아서 내용을 따라잡는 데에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면 굳이 분석하며 세계관의 순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보지는 않았기에 그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는 못 하겠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보자면 <다크>는 비교적 초반에 인물과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밝히고 그에 따라 인물들 각각의 서사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이 관계들이 어떻게 정리되는 걸까?'란 시즌1에서 의문을 시작하고 시즌2에서는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풀어 나간다. 두 주인공의 액션 아이템이 정리된 시즌3에 접어들면서, 점점 타입슬립-미션 수행-실패 이 일련의 과정이 동어 반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상견니>는 초반에 플롯을 밝히지 않고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며 중반부부터 인물들의 배경과 서사가 서서히 밝혀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중반부에는 불필요한 설정, 특히 남자 빌런의 출연에 할애된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느껴지는데 한국이나 중국 드라마는 편성된 에피소드 수가 많다 보니 종종 이렇게 필요 이상의 과한 설정이 많고 쓸데없는 배경 설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장편 드라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을 배제하고 본다면 두 주인공의 관계의 애절함을 보여주는 데에는 두 드라마 모두 무리가 없다.
사랑에는 장애물이 필요하다. 얄궂지만 순조롭기만 한 관계는 지루함이나 의심을 사게 된다.
요즘 들어 드라마들을 보며 느끼는 것인데,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옛날이라 봤자 한 10년 정도 전이지만) 비현실적 세계관 설정이 없이 등장인물들의 관계성이 그 자체로 엄청나게 자극적이었다. <파리의 연인>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들을 되돌아보면 여자 주인공의 신데렐라 서사를 포함해 지금 다시 나온다면 사람들에게 절대 군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설정이 많다. 2020년에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라 하더라도 무례하고 돈밖에 모르는 남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 주는 가난하지만 밝은 여자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싶은 여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계급을 제외하고 사랑에 눈이 먼 두 젊은이를 떼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벽은 '죽음'이다. 사실 이것도 옛날 드라마에서는 많이 쓰인 소재긴 하다. 남자 주인공이나 여자 주인공이 백혈병이나 희귀 암 같은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된 내용의 드라마와 영화를, 95년 이후로만 나열해도 아마 몇십 개가 나올 것이다. 당대의 센세이셔널한 인기 가수였던 조성모를 필두로 한 발라드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에는 꼭 누군가가 총에 맞거나 차에 치이거나 하는 이유로 죽고 슬퍼하는 연인의 눈물이 클로즈업되곤 하는 레퍼토리도 있었고 말이다.
<다크>와 <상견니>에서도 결국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타임슬립을 하는 것도 있는데, 연인의 상실에 대처하는 전제 자체가 이런 과거의 신파극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움에 못 이겨 연인을 찾아간다는 식의 신파가 아니라, 알고 보니 연인이 서로 이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어떤 타임라인 혹은 인과관계의 균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 균열을 바로 잡으면 연인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식의 문제 해결적 플롯이다.
하지만 갈등이 고조되고 관계의 애절함이 극대화되려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두 사람이 쉽게 만나선 안 된다. 엄청나게 많은 엇갈림과 자신들이 초래한 서사의 균열을 겪어내야만 한다. 앞서 말한 분량을 채워내야 하는 장편 시리즈들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시청자들도 과연 두 남녀 주인공이 언제쯤 이어지는지, 이어지기는 이어지는 것인지 애가 타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특히 상견니는 남국의 정취가 있는 타이난을 배경으로 교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아시아 시청자들의 '학교에서 보낸 여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관계 자체가 주는 자극보다는 어떤 설정이나 세계관에서 오는 물리적 장벽들이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플롯이 더 쉽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게 됐다. 한 마디로 '너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해'보다 '네가 다른 세계에 존재해도 너를 사랑해'가 훨씬 더 로맨틱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력을 전시하기 위해 쓰이던 SF 세계관들이 이제는 현실의 관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들이 됐다. 무엇이 됐든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만이 로맨스의 농도를 짙게 하는 법이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Good night and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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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나이트」 이 영상을 보고나면 이해가 될 겁니다 (*결말포함/영화리뷰)
? '그린나이트' 영화리뷰/결말포함 해석영상(*스포일러) 가웨인 기사, 녹색기사, 아서왕 전설
- 그린나이트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판타지, 호러
각본, 감독: 데이빗 로워리 원작: 중세 전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제작: 토비 할브룩스, 제임스 M.존스턴, 데이빗 로워리, 팀 헤딩턴, 테레사 스틸 페이지, 애런 길버트
출연: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외
촬영: 앤드류 드로즈 팰러모
음악: 대니얼 하트
편집: 데이빗 로워리
제작사: 레이 라인 엔터테인먼트, 브론 스튜디오, 세일러 베어
수입사: 대한민국 찬란
배급사: 미국 A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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