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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8-21 12:12:16

얘, 그 남자는 아니야

영화 [어글리 시스터] 리뷰

이 글은 영화 [어글리 시스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6f084d9c4db1a9bb62366f91530c9347b751eeb사진출처:다음 영화

 

 

 

 

 

얘.

 

율리안 왕자(이사크 칼름로트)를 향한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그런데 그놈이 그 정도의 가치가 없는 놈이라는 걸 네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비라(레아 뮈렌) 네가 봤잖니.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그놈에게 안달복달하는 이유를 나는 도~통 모르겠다?

 

 

 

야 이 기집애야. 너 그거 다 그냥 네 환상이야. 넌 그냥 완벽한 환상을 사랑한 거라고. 지금 네 모습을 좀 봐봐. 환상이랑 현실 간의 간극이 더 커질수록 네가 만들어 낸 거짓말이 더 달콤해질 뿐이야. 현실이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고 얘, 니 머리카락 빠지는 거나 좀 어떻게 할 생각을 해봐. 가발로 되겠니 이게?

 

 

 

그래. 아그네스(테아 소피 로흐네스)에게 왕자님을 뺏긴 그 기분을 내가 모르는 건 아니야. 어머 얘 좀 봐. 내가 뺏았니? 나한테 신경질을 내면 어떻게 해?(그리고 구더기 알 아직 나오니까 입 좀 다물어 얘.) 어쨌거나 근데 걔도 웃겨. 결국은 자기 아빠 장례식 치르러 돌아오지도 않았잖아?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면서 결국은 자기도 부와 명예에 굴복한 거잖아. 그러면서 아닌 척 자기는 다른 척하는 게 좀 웃겨. 생각해 보니까 걔도 자기가 빈털터리 인걸 숨겼지? 다들 본모습은 숨기고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게 너랑 똑같다면 똑같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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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근데 지금 이렇게 된 마당에 이런 거 물어봐서 좀 미안하긴 한데. 대체 넌 무슨 자신감이었던 거야? 너 그냥 그 왕자를 유달리 좋아했다는 거 빼면 사실 별로 특출 난 게 없었잖아. 그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미용 치료들을 견딘 이유가 궁금했어. 뭐 물론 다른 사람들이 너의 그 "자격"에 대해서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까내리긴 했지. 그 나쁜 왕자 녀석도 대놓고 인신 모독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고. 너네 엄마도 어떻게 보면 그 과정에 절대 지분이 적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야.

 

 

 

난 사실 네가 거기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네가 그들의 기준에 맞춰서 미인이 되는 과정을 보는데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어. 묘하더라. 좀 부끄럽기도 하고. 내가 마치 네가 삼킨 그 알약 속의 벌레 같았어. 점점 커지는 거 같았거든. 너의 욕망의 크기만큼이나 나의 욕망도.

 

 

 

게다가 네가 불편함을 느끼고 토하려는 그 순간마다. 내가 그 환상에서 쫓겨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나가는 게 맞잖아? 어차피 그 환상은 너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가짜였으니까. 그런데 나가기가 싫어서 막 끝까지 버티는 것만 같더라고. 네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었나 봐. 말하고 나니까 좀 부끄럽긴 하네.

 

 

 

 

 

83de54ce2a78d2a75b25bfbdfc4ff32ded8397c5사진 출처:다음 영화

 

 

 

어쨌거나 넌 너를 지배하던 그 벌레를 겨우 뱉어냈지. 그리고 사실 우리가 가장 즐기고 싶어 했지만 결국은 가장 역겨운 것에 속했던 사람들의 그 시선도 함께 토해낸 것 같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좀 서운하더라. 다시 이런 시선을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거든.

 

 

 

모든 것을 잃은 지금, 나는 네가 후회를 하는지 후련함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 만약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또 온다면. 너는 또 이런 참극에 기꺼이 참여하게 될지. 아니면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말릴지. 또 그것마저도 아니라면 그 사람들을 마치 나처럼 지켜보며 비웃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뭐, 아직은 몸도 마음도 추스르느라 그런 먼 미래, 혹은 환상에 대해 생각해 볼 기력이 없긴 하겠지만. 그때가 온다면,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하도록 해보자. 환상 속에서 사뿐사뿐 걷기보다. 이제 잘린 바람에 작아진 발로 현실에서 엉금엉금이라도 기어가 보자. 너도 나도. 이제 옳은 선택이란 걸 해 보자. 알았지? 얘 그러니까 그 왕자는 잊어. 아니라니깐 그 남자는?

 

 

 

 

 

 

[ 이 글의 TMI]

 

1. 치킨 먹고 싶다.

 

2. 여름 휴가는 10월로 미룬다.

 

3. 이제 여름도 다 갔네. 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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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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