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21 18:40:04
비 내리는 밤, 꼭 봐야할 스릴러 zip
비 오면 생각나는 스릴러들
안녕하세요, 씨네픽지기입니다.
벌써 토요일이네요…!
비 내리는 밤, 축축한 공기가 서늘함을 더하죠.
서늘하고 축축한 스릴러가 생각날 때
여러분의 ‘비 오는 밤 필람 스릴러’는 무엇인가요?
❶ 아이덴티티 (2003), 제임스 맨골드
❷ 하녀 (1960), 김기영
❸ 인썸니아 (2002), 크리스토퍼 놀란
❹ 마더 (2009), 봉준호
❺ 택시 드라이버 (1976), 마틴 스콜세지
❻ 프라이멀 피어 (1996), 그레고리 호블릿
❼ 미스틱 리버 (2003), 클린트 이스트우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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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화된 영혼을 이어붙이다.
1) The fall
오프닝 시퀀스, 1920년대 흑백의 무성영화가 재생된다. 찰나의 이미지를 담기 위해 기차, 말, 다리 위에서 몸을 내던진 뒤 맞이하는 결말은 불구가 된 주인공 ‘로이’다. 할리우드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엑스트라1에 그친 로이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병실에 누워 있다. 우연히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팔을 다친 어린아이, ‘알렉산드리아’와 마주하면서 두 추락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옛날 옛적의 로스앤젤레스 대서사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눈을 감고 환상의 세계로 넘어갈 준비가 됐는지 묻는다. 그 순간, 로이의 영화 현장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의 세계로 확장된다. 그녀의 상상으로 아버지, 얼음 장수, 의사, 환자, 간호사, 로이 등 주변 인물들이 무법자가 되어 엉성하게 서 있다. 알렉산드리아의 쪽지가 지도로 등장하고, 그녀의 아버지처럼 복면 쓴 사내의 이가 벌어져 있다. 이야기 속 여섯 무법자 (오타뱅가, 인도인, 찰스 다윈, 루이지, 알렉산더 그리고 주술사)는 오디어스 총독을 죽이기 위해 바다, 사막, 초원을 지나 적을 무찌르고 약한 사람들을 구한다.
오디어스 총독을 증오하게 된 각자의 이유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로 향한다. 로이의 무의식이 반영되는 동시에 알렉산드리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으나, 로이는 이를 간과했다. 알렉산드리아는 구원이 무엇인지 모른 채 로이의 입에 성체를 넣어주었고, 로이는 나쁜 희망으로 그녀를 이용하려 한다.
2) fall in movie
알렉산드리아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핑계로 모르핀을 구해주고 로이가 살아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한다. 현실에 못 이겨 무너지는 모습들로 로이가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로이를 위해 다시 모르핀을 찾던 알렉산드리아는 발을 헛디뎌 또 한 번 추락한다. 그녀의 추락 뒤에는 그들의 추락 이미지가 다시 재생된다. 알렉산드리아는 화난 사람들이 아빠를 죽이고 집을 태웠던 추락, 촬영 현장에서 로이가 무수히 추락했던 트라우마까지 고스란히 안고 떨어졌다.
로이는 그동안의 잘못(모르핀 심부름)을 반성하고 그녀에게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알렉산드리아에게 추락이 전락은 아니기에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로이는 고군분투하던 전사들을 무력하게 죽음으로 몰아갔고 알렉산더까지 죽기 직전, 알렉산드리아는 직접 알렉산더가 되어 이야기 안으로 들어간다. 알렉산드리아의 진심어린 애원으로 알렉산더가 가까스로 일어나 오디우스를 물리친 것이다. 알렉산더이자 로이의 의지가 발현되어 이야기는 끝내 전락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추락하고 조각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무법자들의 영혼들을 이어 붙이고 있다.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이 모여 서로를 어루만져 주었다. 이제껏 그들이 상상했던 이야기가 병원에서 상영될 때, 모두가 짓는 기분 좋은 웃음 또한 연결됨을 보여주고 있다. 퇴원 후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의 비디오를 하염없이 돌려보며 잘라진 컷들 사이에서 로이의 얼굴을 찾아낸 것처럼 영화는 파편화된 영혼을 이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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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칸 영화제가 2025년 공식 초청작 발표일을 공개했습니다.
2025년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제78회 칸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은 오는 4월 10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예년보다 이른 발표 일정으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가 이미 라인업을 상당 부분 구상한 것으로 예상되며,웨스 앤더슨, 다르덴 형제, 아리 애스터, 짐 자무쉬, 요아킴 트리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등의 신작이 초청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파과>, 공식 예고편 공개 및 개봉일 확정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과>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파과>가 국내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앞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파과>는40여 년간 감정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방역해 온 60대 킬러 ‘조각’의 이야기를 다루며, 5월 1일 개봉을 확정 지었습니다.
주인공 ‘조각’은 여러 작품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혜영 배우가 맡았으며,김성철, 연우진, 김무열, 신시아 배우가 출연합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넷플릭스 <쿠조> 연출 논의 중
<더 웨일>, <블랙 스완>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넷플릭스의 <쿠조> 연출을 논의 중입니다.
<쿠조>는 스티븐 킹의 1981년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며,광견병에 걸린 세인트 버나드 종의 개가 통제 불가능한 폭력성을 보이며,
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자동차 안에 가둬놓은 채 살육을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작품은 1983년에 이미 루이스 티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안드레아 아놀드 감독 신작, 오는 9월 촬영 예정
<아메리칸 허니>, <피쉬 탱크>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신작 <페더우드 Featherwood>가 오는 9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영화는 헤로인 중독자이자 백인 우월주의 조직원들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Aryan Princess Featherwood’였으나,이후 FBI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원 중 한 명으로 활약했던 실존 인물 캐럴 블레빈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해당 작품의 주연은 스칼릿 조핸슨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가 캐스팅 소식은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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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 왓챠에서 볼만한 학교 폭력을 다룬 영화들 BEST 7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볼만한 영화시리즈입니다. 요즘 벌어지는 '학교폭력 폭로사태'라는 테마에 맞춰서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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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 (少年的你·2019)
[줄거리] 빚쟁이 어머니와 떨어져 홀로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천니엔(주동우)와 어린 시절부터 홀로 길거리에서 생활한 샤오베이(이양천새)는 둘 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소년 시절의 너>는 20세기 홍콩영화처럼 학원폭력을 과잉된 정서로 전시한다. 과잉된 연출 방식이 노리는 것은 ‘입시제일주의’를 주입하려는 어른들을 정 조준한다. 교육의 목적이 자기 계발이 아니라 지위 상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어른들은 중국 아이들에게 ‘계층에 대한 욕망’을 주입한다. 그 아이들은 친구를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보다는 자신이 밟고 올라서야 할 ‘경쟁자’로 취급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청소년이 전 세계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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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The King Of Pigs·2011)
[줄거리]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하는데...
소위 ‘일진’, ‘짱’, ‘캡’, ‘학교 통’이 폭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돼지의 왕>은 힘 센 학생의 횡포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아이들은 ‘돼지’라고 묘사하며 학교 폭력의 이면에 대한 성찰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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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Bleak Night·2010)
[줄거리] 한 소년이 죽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소년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런 공백에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뒤쫓기 시작한다. 아들의 책상 서랍 안, 소중하게...
10대 소녀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소년들의 갈등과 균열을 이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파수꾼>은 명확한 해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집단 내의 암묵적인 권력관계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예민하고 복잡하다. 단순해보였던 역학관계의 복잡성과 통제불능성을 보여주면서, 견고해보였던 권력구조가 생각보다 허술하고 붕괴되기 쉬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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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告白·2010)
[줄거리]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마츠 다카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이 이 교실 안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고백>은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해자로 드러나는 학생들은 결국 부모들의 무관심 또는 과도한 관심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학교 폭력'이란 게 결국 기성세대가 떠안아야할 문제라고 확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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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Our Twisted Hero·1992)
[줄거리] 40대의 한병태는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지 1년 된 학원 강사다. 사회 속의 권력, 암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폐쇄된 학원 공간에서 소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병태에게 어느날 국민학교 동창생인 황영수로부터 최선생(신구)의 부음 소식을 듣는다. 그런 그에게...
"일진"인 엄석대와 그 패거리가 한병태를 "왕따"로 만들고, 복종시킨 다음에는 "빵 셔틀"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수십년 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교실 내에서의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매우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집단따돌림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아니라 결국 어른들과 공권력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영화는 원작보다 훨씬 더 현대사에 빗대어 어떤 대상을 비판한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대상은, 엄석대 밑에서 부조리에 순응한 자들이 때때로 그 앞잡이 노릇까지 하면서 질서를 수호하려 했던 ‘독재에 순응한 구성원’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끈 떨어진 권력에 손가락질 하는 군중심리이다. 이때 가장 모자라 보이는 친구 영팔이 ‘니네들도 나쁘다’며 울먹인다. 부조리는 엄석대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대항하기를 포기해버렸던 ‘이름 모를 녀석’들에 의해 유지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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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 (Spirit Of Jeet Keun Do - Once Upon A Time In High School·2004)
[줄거리] 1978년 말죽거리의 봄, 현수(권상우)는 강남의 정문고로 전학온다. 정문고는 선생 폭력 외에도 학생들간 세력다툼으로 악명높은 문제학교. 이소룡 열혈팬이라는 이유로 금새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된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이정진). 하교길 버스안에서 올리비아 핫세를 꼭 닮은...
<말죽거리 잔혹사>는 <비트>나 <친구>처럼 남학생들의 폭력세계를 다뤘지만, 사내들의 의리와 우정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다. 내적으로는 영웅(역할모델)이 필요한 십대 사고방식을 탐구한다. 청소년기에 유독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외연은 어떠한가? 독재 체제는 모든 국민들이 독재자 개인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한다. 권력에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불합리와 불의가 횡행한다. 교실 내의 권력관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들은 비겁한 어른들을 닮아가거나 폭력에 호소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학교 X까라 그래!”라는 대사가 유달리 사이다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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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映画 聲の形·2016)
[줄거리] 초등학생 시절 그 애를 정말 많이도 괴롭혔다. 청각 장애가 있던 그 여자애는 늘 웃기만 했지. 그때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용서받을 자격 따윈 없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사과할게. 너무 늦지 않았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할까? 관객들은 가해자 이시다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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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미널 (The Terminal, 2004)
터미널 (The Terminal, 2004)
뉴욕은 그의 목적지가 아니다.
크로코지아에서 온 빅터 나보르스키 (톰 행크스)는 뉴욕행 티켓을 끊었다. 미국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 입국심사 도중 문제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발생 한다. 그의 나라 크로코지아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나라가 없는 사람으로 입국에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었고, 국적이 없는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고향이었던 크로코지아에도 돌아갈 수도 없게 된다.
잠시 공항 터미널에 머무르도록 임시조치를 취해놓은 사람은 바로 딕슨, 승진을 앞둔 케네디 공항의 국장이다. 그는 자신의 승진을 위해 어떤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빅터의 상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둔다. 공항 관리가 아닌 나라나 법적으로 다뤄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어쩌다 공항에 하룻밤 묵게 된 빅터에게 푸드코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쿠폰과 호출기를 주고, 그는 폐쇄된 67번 게이트에서 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크로코지아의 전쟁은 더욱 심화되었고 빅터의 상황도 악화되었다. 국가가 없는 그는 홀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수도 없고, 아무도 이 일을 해결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빅터의 할 일은 호출기의 알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외교가 재개되어 비자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설상가상, 그는 꼬마를 도와주려다가 푸드코트의 쿠폰과 비자를 모두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그는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 터미널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4년 작품이다. 늘 스펙터클한 SF 장르의 영화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그는 영화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 <죠스>, <이티>는 영화 비용이나 제작 측면에서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제작했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영화 <링컨>, <퍼스트맨>,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기획하는 등 마냥 스펙터클한 규모가 아닌 흔히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도 많이 해오고 있다.
(2003년, 2004년 연달아 <캐치 미 이프 유캔>과 오늘 소개한 영화 <터미널>까지 톰 행크스와 함께 했다.)
이렇게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살펴보니 그에게 할리우드란 영화적 스케일과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 그리고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터미널>도 그런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왠지 겨울이 되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다시 한번 보고 싶게 된다. 영화 <터미널>은 공항에 갇힌 빅터의 생활을 그린 영화다. 그 속에서 우리는 빅터의 삶을 함께 엿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큰 가치를 갖는다. 왜 그럴까,
(아래 내용부터는 스토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터에게 공항은 그의 집이 되기에 충분했다.
공항은 의, 식, 주.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장소이다. 빅터에게 이 곳은 뉴욕으로 나가는 문만 열지 못할 뿐이다.
크로코지아의 긴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는 터미널 67번 게이트에 자신의 생활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잃어버린 돈과 푸드코트 쿠폰을 대신할 돈을 벌기 위해 공항을 전전하기 시작한다.
잠옷을 입고 공항을 돌아다며 화장실에서 개의치 않게 머리를 감고 씻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공항 카트를 정리하며 동전을 벌어 끼니를 때우며 며칠을 지낸다. 이 모습을 본 딕슨은 그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카트를 정리하는 공항 내 직원을 배치한다.
일자리를 뺏긴 그는 영어도 서툰 상태이다. 그는 우선 책을 통해 영어 공부를 하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입국심사를 진행하는 직원에게 매일매일 그녀의 관심사, 취미, 일상 등을 물어봐주고, 그녀를 좋아하는 공항 식품담당 직원 크루즈를 통해 음식을 얻어 지내게 된다. 빅터는 자신의 환경에 대한 불만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의 보금자리 67번 게이트에 변화가 생겼다. 창고 수준과 같았던 그곳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빅터는 누군가가 바르다만 벽의 마무리칠을 한다.
빅터는 누군가가 공사를 하다만 흔적을 본 발견하고 이내 솜씨를 발휘한다. 공항의 공사팀은 빅터의 솜씨를 보고 고용해,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또 얻게 되었다. 그리고는 동료(?) 직원의 연애를 도와주고, 좋아하는 여자와의 데이트를 위해 온갖 준비를 다하고, 그리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것들에 대해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무려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마침내 크로코지아의 전쟁도 끝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뉴욕으로 갈 수 없게 된다. 그 사이 승진한 딕슨은 빅터에게 고국으로 돌아가라며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공항 사람들에게 무시받고 없는 사람 같은 존재가 되었던 비터는 이미 공항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었고, 영웅이 되었다.
‘프렌즈’.
빅터가 열심히 연습하던 단어이다.
수많은 공항 사람들이 든든한 친구들이 된 빅터에게 딕슨은 더 이상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부조리한 일을 벌일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터미널에서의 9개월
터미널이라는 곳은 출발한 국가와 도착할 국가의 사이이다. 문을 열고 나와, 다시 다른 문을 열고 나가기 전의 장소. 과정의 장소이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늘 기다려선 안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만나는 남자의 연락을 7년째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고 말지만.)
그리고 빅터는 크로코지아에서 와서, 뉴욕을 향해 문을 열고 싶었다. 둘 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의 상징이 바로 ‘터미널’이 된다.
누군가의 요구나 지시 외에는 할 수 없는 곳, 어정쩡한 과정의 장소, ‘지나감’을 위해 존재하는 곳과 같았던 그곳에서도 빅터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억지스럽게 위로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어떤 위인의 삶을 교훈처럼 주지도 않는다. 그저 빅터의 9개월을 보여준다. 그곳이 어디든 빅터는 자신의 할 일을 만들고, 사랑했다. 어떤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빅터의 9개월이 꼭 우리의 삶의 일부분, 혹은 전체 같기도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환경과 우리가 힘들어하는 그림자들. 빅터가 집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환경들이 있었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더, 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어 했다. 영화에서 빅터는 어떤 목적이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그리고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던 '재즈'가 들어있다는 빈 깡통 캔. 그것을 채워야 했다. 아버지의 꿈을 이루러 뉴욕에 가야 했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는 '터미널'에서의 9개월의 생활이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가 이 영화를 보게 되던지, 분명 터미널 안을 전전하는 빅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 출처: IMDB <The Termina (2004) > Photo Gallery
네이버 <터미널> 포토 스틸컷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성 실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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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
노웨어 스페셜 (Nowhere Special,2020)
개봉일 : 2021.12.29. (한국 기준)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
출연 : 제임스 노턴, 다니엘 라몬트, 에일린 오하긴스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순간들
죽음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직업을 가진 ‘존 메이’의 이야기를 다루며 삶과 죽음, 외로움과 보이지 않는 인연에 대해 풀어낸 영화 <스틸 라이프>로 유명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개봉 날짜 기준)이 2021년의 끝, 아주 살포시 국내에 개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아빠 존과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의 이야기다. 존은 매일같이 다양한 모양의 창문을 닦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수많은 일상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인생의 가장 큰 행복, 아들 마이클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존은 끝없이 사랑하고, 사랑하기에 그만큼 미안한 아들을 바라보며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웃기도 하고, 또다시 책임감 한 아름을 짊어지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
부모와 자식이란 인연은 한없이 소중하면서도 복잡하고, 아프고,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끊어낼 수는 있지만 끝내 부정할 순 없는 단 하나의 인연이니까. <노웨어 스페셜>은 가장 힘이 될 수도 가장 큰 아픔과 죄책감이 될 수도 있는 이 인연으로 이어진 존과 마이클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며 잔잔한 슬픔과 감동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존과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 마이클. 존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이클을 보며 여러 고민에 빠진다. 순수한 어린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또 아이는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위해 어떤 것을 남기고 가야 할지. 아이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어떤 이들에게 아이를 맡겨야 할지.. 같은 답 없이 무거운 고민들 말이다.
존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얹어진 짐을 묵묵히 견디며 마이클을 위한 새로운 가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는 풍족하지 못한 현실에 놓인 마이클을 보며 항상 미안함을 느낀다. 비싸고 멋진 장난감을 사주지 못하는 집안 형편, 존이 일을 나갈 때면 엄마가 아닌 보모의 손에 맡겨져야 하는 환경,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회통념상 그다지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아닌 것 같다는 죄책감까지. 존은 이제 부족한 아버지의 손을 떠날 마이클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주고 싶어 한다.
최선을 다하고, 모든 걸 줘도 항상 미안한 아버지의 마음과 아버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뿜어내는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에 소중한 인생의 한순간이 비치고, 그 안에서 죽음이 지나가도 사라지지 않을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주연을 맡은 연기 천재 다니엘과 제임스의 눈빛
<노웨어 스페셜>의 강점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에도 있지만,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제임스 노턴과 다니엘 라몬트의 연기도 큰 몫을 한다. 4살의 나이로 <노웨어 스페셜>을 통해 데뷔한 다니엘 라몬트와 따뜻하고 깊은 눈빛을 보여준 제임스 노턴 배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온갖 부자 서사가 뚝딱 만들어진다.
특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는 다니엘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나며 나의 4살 시절을.. 반성하게 된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그때쯤 나는 엄마한테 “이건 뭐야?” 정도의 질문만 반복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바로 진정한 ‘연기 천재’구나 싶다. 내가 결혼을 일찍 했으면 .. 저만한 아이가 있을 수도 있는.. 나이니까.. 이모를 넘어 사실상 엄마의 눈으로 흐뭇하게 지켜봤던 것 같다.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할지 정말 정말 기대된다. 만약 <노웨어 스페셜>이 뛰어난 영화가 아니었다고 해도, 다니엘 라몬트를 발굴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말이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순간
툭,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인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이자 ‘우리 감정에 솔직하게, 오랜만에 울어보자’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부터 그렇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홀로 남겨질 어린아이. 그리고 ‘새 부모를 찾는다’는 포스터에 박힌 절절한 문구와 대놓고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낼 영화라며 경품으로 쓰인 두루마리 휴지까지. 누가 봐도 ‘이 영화는 슬플 것이다,’, ‘눈물 나는 영화다.’라는 느낌이 확 온다.
하지만 <노웨어 스페셜>은 감정 없이 눈물을 쥐어짜는 영화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상황을 봐, 슬프지. 울어봐!하는 식으로 절망과 슬픔을 쌓아가는 형식이 아니다. 이야기는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간혹 고통을 느끼는 존의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존은 묵묵히 평소처럼 일을 하고, 마이클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책을 읽고 케이크를 만들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원을 거닌다.
새로운 가족이 되어줄 이들을 만나는 약속을 제외하면, 존과 마이클의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간다. 평온하고 온전하게, 사소한 행복으로 가득 찬 모습으로 말이다. 커다란 흔들림 없이 두 사람의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존과 마이클은 죽음에 대해 조금씩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존은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마이클의 새로운 선택을 접하며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마이클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사실 관객들을 울리는데 어린아이와 부모의 눈물만큼 확실한 장치가 없지만 <노웨어 스페셜>은 그런 치트키 같은 장치를 전혀 쓰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을 마냥 이별, 마지막 같은 슬픈 의미로 풀어내지 않으며 이별보다는 죽음 앞에서도 온전할 사랑에 대해, 앞으로 더 긴 인생을 살아갈 아이의 선택에 집중한다.
나는 <노웨어 스페셜>을 보며 만들어진 관객들의 눈물엔 억지 눈물이 단 한 방울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느낀 <노웨어 스페셜>은 억지가 아닌 진실된 감정이 가득한 영화였으니까.
노웨어 스페셜 시놉시스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바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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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비치는 다양한 인생의 흔적들,
그리고 존의 눈에 들어오는 다른 가족들의 순간들
창문 청소부인 존은 매일같이 여러 손님들의 창문을 닦는다. 화려한 장식품이 가득한 가게, 음식점, 아이를 키우는 잘 사는 가정집의 창문. 크기와 모양새, 달려있는 높이도 모두 다른 창문 너머엔 방주인의 인생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가득하다.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의 놀이방엔 장난감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존이 닦고 있는 가게 유리창 너머엔 비석 모양의 장식품이 가득하고, 그 가게 반대편엔 화목해 보이는 한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존은 자신의 인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마이클은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해주지 못한 것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집의 자식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 마이클이 던지는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라는 물음이 “나도 엄마가 있어?”라는 의미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엄마는 어디로 외출했어?” 정도의 질문이길 바랐을 것이다. 조금 더 배워 선망받는 위치에서 일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마이클이 원하는 강아지도 키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을 것이고, 마이클이 자라 친구들과 운동을 배울 때면 그 옆에서 유니폼을 챙겨들고 응원하고 싶었을 것이다. 존의 눈에 비치는 다른 가족들의 모든 순간들이, 특별하고 아리게 다가온다. 평범하고 완전한 가족, 존은 마이클에게 그런 가족이 되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일
이제야 4살이 된 어린 마이클은 존을 가장 좋아한다. 존의 팔뚝에 있는 타투를 따라 그리고, 함께 생일 케이크를 고르고, 존의 목에 올라타 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을 좋아하고, 장난감이 많은 놀이방이 없어도, 그저 우리가 함께하는 ‘우리 집’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순수한 아이. 그게 마이클이다. 마이클에게 존은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유일한 가족이다. 불만 같은 부정적인 감정 하나 없이, 마이클은 그저 존을 사랑한다.
마이클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린아이다. 마이클은 존의 34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당연하게도 초를 1개 더 꽂을 35번째 생일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존은 마이클에게 죽음을 설명해 주기 위해 함께 동화책을 읽고, 죽은 딱정벌레를 보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죽음은 마냥 슬픈 것이 아닌, 영혼이 육체를 떠난 것뿐이라고, 떠난 것은 사라지지 않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의 주변에 남아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렇게 마이클은 조금씩 죽음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이른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마이클뿐만이 아니라 존 또한 죽음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바꿔간다. 영화의 초반, 존은 새로운 가족 후보들을 만나면서 아이가 아빠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냐는 질문에 그저 “창문 청소부로요.”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린 마이클이 부족했던 가족과 그에 대한 기억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랐지만, 영화의 후반부엔 생각을 바꾸고 마이클을 위한 편지와 자신의 물건 몇 가지, 그리고 떠나버린 아내의 장갑을 남긴다. 나의 죽음이 마이클의 괴로움과 상처가 아닌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길 바라며, 마이클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면 우리의 아름다운 순간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존은 그렇게 초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멈추지 않고 흐를 마이클의 시간, 그리고 마이클의 선택
함께 카니발에 놀러 간 존과 마이클이 거울의 방을 지나는 장면을 보면, 거울에 비친 마이클이 존보다 더 크게 표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존이 떠나더라도 마이클의 시간은 계속될 거란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존이 세상을 떠나도 아이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고, 언젠간 존보다 더 큰 어른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우선 어린 시절을 보살펴줄 새로운 가족을 만나야 하는데.. 존은 이 문제에 대해 혼자 무거운 고민을 반복한다. 아이에게 죽음을 설명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홀로 중대한 결정까지 짊어진 존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그러던 중, 존은 문득 ‘내가 이 아이의 결정을 대신해도 되는 걸까?’ 의문을 갖게 된다. 앞으로 새로운 가족과 살아갈 사람은 마이클이고, 마이클도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궁금증을 표할 수 있는 한 사람인데 말이다.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한 집안, 장난감 하나쯤은 쉽게 사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부모, 사회 통념상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두 부모가 있는 가정. 존은 이러한 조건들에 집중했지만, 마이클은 조금 달랐다. 마이클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사탕의 수를 세나갔던, 처음으로 “아줌마는 언제 죽어요?”라고 질문했던 집을 선택한다. 그 집은 마당도 없었고, 부유한 집안도 아니었고, 안정적인 커플도 아니었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아이만큼, 새로 올 아이를 사랑해 줄 수 있다’고 말하던 유일한 집이었다. 새로운 가족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른의 눈으로 본 가정 환경이나 부유한 경제력도, 커다란 마당도 아닌 새로운 가정에서 살아갈 아이의 마음, 그리고 아이를 향한 어른의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존은 전혀 부족함 없는 훌륭한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마이클이 아버지와의 시간을 오래도록, 아프지 않게 아름답게 지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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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어진 판타지
이 글은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썼어요.
사진 출처:넷플릭스한국 드라마에 멜로 열풍이 불 때가 있었다. 그 멜로 열풍은 장소도 상황도 시간도 가리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검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의사가 되어도 연애를 하고 경찰이 되어도 연애를 하는 데다 과거나 미래로 가도 연애를 하는 것도 모자라 학폭을 저지른 동창들에게 복수를 하는 와중에도 연애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 열풍이 아직까지도 “먹힌”다고 믿었는지 이제는 아주 우주까지 가서도 연애를 하느라 제작비를 말아먹어놓고는 SF팬이 소수라서 드라마가 안된다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 유구한 연애의 역사를 자랑하는 K드라마인 데다. 애초에 인본주의자 성향이 전혀 없는 인류애가 바닥난 나에겐 그런 드라마들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제목이 중증외상센터 라고 한다 한들. 내겐 정말 큰 심적인 허들 하나가 드라마 앞에 턱 하니 놓여 있는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부작이라는 "비교적"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뻔뻔해 보이는 주지훈의 표정을 보며. 이건 병맛이다.라는 느낌에 나는 가볍게(?) 드라마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사진출처:넷플릭스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넘쳐나는 꽤 많은 메디컬 드라마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스킬 덕에. 보는 내내 심하게 불편하지 않게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청량감은 백강혁이라는 유니콘의 역할이 다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초에 이야기가 판타지화 되어 버린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끝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고.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을 보장받은 상황에서의 이야기들은 적당히 현실과 엮여 들어가며 피식피식 웃게 하기도.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판타지속 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기도 한다.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마음 한편에 걸려있던,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되뇌어볼 기회가 되어주기도 한다.
물론 앞선 워딩인 "아무것도 심각하지 않게"라는 말이 대충 다룬다.라는 의미에 가깝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가벼워 보이지만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내공은 당연히 현직 웹툰작가(??)인 원작가의 전직(?) 의사 시절이 경험에서 온 것일 테니까. 남이 무언가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이면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매우 잘했다는 뜻이라 했다. 원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을 것이다.
사진출처:넷플릭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그저 웃는 얼굴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판타지라는 말에 숨은 뜻은 현실에는 이런 일이 없는 것에 수렴한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한 번씩은 꼬집어보는 모든 문제들은 고질적으로 의료계에서 한 번씩은 목소리가 높게 나왔던 문제들이기도 하고, 여전히 팽배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중증외상센터가 자금난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니까.
백강혁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기 때문에 "사이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에게는 백강혁 같은 존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강혁이 아닌 그가 존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치면서
개인적으로는 한유림(윤경호)의 캐스팅이 매우 반갑고 감사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데다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해 줘서 좋았다. 예전에 도깨비에서 나라를 구한 덕으로(?) 집도 차도 직장도 얻을 수 있었다는 설정이 기억나서 그런 걸까, 그 드라마 뒤로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백강혁의 원맨쇼가 될 뻔했던 드라마에 적당한 추 역할을 해 준 배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 글의 TMI]
1. 이번 주 너무 바쁘다.
2. 부모님이 반찬 보내주셔서 포동포동 해지는 중.
3. 빨래하기 싫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주지훈 #추영우 #영화리뷰 #최신영화리뷰 #영화리뷰어 #munalogi #네이버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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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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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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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게임?에 앞서 복습하는 목숨을 건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프 룸'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이스케이프 룸2 : 노 웨이 아웃' 관람에 앞서 복습하는 '이스케이프 룸'입장료 없다는 말에 덜컥 들어와버린 방탈출게임장
우승하면 만달러의 상금을 받지만
실수하면 목숨을 받아가는 곳#출구가_입구 #원룸_데쓰매치
과연 이들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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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배드 4> 1차 예고편
유니버설 픽쳐스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소식을 확인해보세요.
/ universalpictureskr 장르: 액션-코미디 출연: 스티브 카렐, 크리스틴 위그, 윌 페럴, 피에르 꼬팽, 조이 킹, 소피아 베르가라, 스티븐 콜베어 미란다 코스그로브, 클로이 파인먼, 스티브 쿠건, 크리스 리노드, 다나 가이어, 매디슨 폴란 각본: 마이크 화이트, 켄 다우리오 감독: 크리스 리노드 공동연출: 패트릭 드라게 프로듀서: 크리스 멜라단드리, 브렛 호프만 7년 만에 돌아온 슈퍼배드 시리즈! 세계 최강의 악당에서 AVL(안티 빌런 리그) 요원이 된 그루가 미니언들과 함께 신나고 흥미넘치는 새 챕터를 열 일루미네이션의 ‘슈퍼배드4’로 돌아왔습니다. 2022년 여름, 블록버스터 신드롬을 일으키며 전 세계에서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일루미네이션의 ‘미니언즈2’에 이어,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의 그루(오스카 후보 스티브 카렐)와 루시(오스카 후보 크리스틴 위그)와 딸들인 마고(미란다 코스그로브), 에디스(다나 가이어), 아그네스(매디슨 폴란)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에 아빠가 된 그루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새로운 가족 그루 주니어도 함께 찾아옵니다! 그루는 막심 르 말(에미상 수상자 윌 페럴)과 그의 팜므파탈 여자친구 발렌티나(에미상 후보 소피아 베르가라)라는 새로운 적과 마주하게 되고, 그루의 가족은 그들로부터 도망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영화는 조이 킹(불릿 트레인), 에미상 수상자 스티븐 콜베어(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그리고 클로이 파인먼(SNL)이 새로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합니다. 피에르 꼬팽이 미니언즈의 상징적인 목로리로 돌아오며, 오스카 후보에 오른 스티븐 쿠건이 사일러스 램스바텀으로 돌아옵니다. 논스톱 액션과 일루미네이션 특유의 반항적인 유머로 가득한 ‘슈퍼배드 4’는 미니언즈의 공동 제작자이자 오스카 후보에 오른 크리스 리노드(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가 감독을 맡았고, 일루미네이션의 선구적인 설립자이자 CEO인 크리스 멜라단드리와 브렛 호프만(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미니언즈 2)이 제작했습니다. 패트릭 드라게(씽2게더, 마이펫의 이중생활 2 애니메이션 감독)가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화이트 로터스의 마이크 화이트와 슈퍼배드 시리즈의 베테랑 작가 켄 다우리오가 각본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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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휴가> 메인 예고편
해고 5년차, 천막농성 1882일째
재복은 노조가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자 열흘 간 집으로 휴가를 떠나온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챙기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벌며
잊고 있던 워킹&쿠킹 홀리데이로 일상의 즐거움을 발견한다.
휴가의 끝이 보일 즈음 재복의 두 딸은,
아빠가 농성장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