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14 20:23:14
스칼렛 요한슨 필모깨기!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스칼렛 요한슨 작품들
🎬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홍보차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
보셨나요?
“비록 차선책으로 캐스팅되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말로
연기에 대한 진심을 전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쉼 없이 엄청난 커리어를 이어온 배우임에도, 겸손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엄청난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았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2004)>부터,
연기의 정점이라 불리는 <결혼 이야기 (2019)>
까지.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만
모아봤어요
누군가의 뮤즈 부터 전사까지
스칼렛 요한슨의 좋은 연기가 담긴 작품들이
꽤 여러 편 서비스되고 있더라구요!
서비스 종료 전에 저장해두고
넷플릭스 뭐 볼까 고민될 때 꺼내보세요📂
오늘은 스칼렛 요한슨 필모 정주행 시작해볼까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천일의 스캔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레이디스 나잇>
<결혼 이야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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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영화 리뷰를 쓰기 전에는 꼭 스틸컷을 들여다봅니다. 스틸컷만 다시 보아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인데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리뷰를 쓰기 전에 영화의 스틸컷을 쭉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자꾸 아릿해져 옵니다. '오늘도 리뷰 쓰기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때로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지요. <로봇 드림>이 딱 그러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어쩌다 가슴팍을 부여잡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로봇 드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로봇 드림>은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Summary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출처: 씨네 21)
Cast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사랑했었던 우리를 기억해
<로봇 드림>은 외롭게 살던 어느 '도그'와 그의 삶에 생기를 채워준 어느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딱딱한 기계의 대표 주자인 로봇이 생명체의 생기를 채워준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로봇 드림>의 캐릭터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개인적인 애정을 담아 '도그'는 '강쥐', '로봇'은 '로봇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로봇이는 강쥐와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합니다. 음료를 나눠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고, 산책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춤추고, 게임하고, 손잡고…. 이 모든 일들을 처음 겪는 로봇이에겐 서툰 점이 많습니다. 강쥐가 손을 잡자, 그 손을 부숴버릴 것처럼 맞잡아 버리는 식이죠. 그러나 똑똑한 로봇이는 다시 살포시 손을 잡아주는 강쥐를 보며, 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프로그래밍합니다.
어느 날, 강쥐와 로봇이는 해수욕장에 놀러 갑니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신나게 하루를 보내죠. 그런데 로봇이의 몸속에 너무 많은 물이 들어가 버린 탓일까요? 바닷가에서 쉬던 로봇이는 그만 먹통이 돼버리고 맙니다. 강쥐는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이를 어떻게든 집에 끌고 가보려 하지만, 그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직 눈과 입을 움직일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로봇이는 강쥐에게 눈인사를 하며 웃어 보입니다. '얼른 가.' 로봇이의 얼굴을 마주한 강쥐는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내일 꼭 돌아올게.'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그다음 날부터 해수욕장의 하절기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 출입이 금지됩니다.
로봇이와 생이별하게 된 강쥐는 다시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로봇이 역시 강쥐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 계절을 나죠. 그렇게 가을, 겨울, 봄을 거치는 동안 강쥐와 로봇이에게는 각자만의 새로운 날들이 펼쳐집니다. 서로가 희미해지다가도 다시금 선명해지는 나날들, 그 시간을 지나 강쥐와 로봇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로봇 드림>은 강쥐와 로봇이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앞에 두고, 그 후의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갑니다.
<로봇 드림>에 관한 여러 자료에서 '우정'을 강조하는 카피를 여럿 보았습니다. 시놉시스에서도 강쥐와 로봇이의 관계를 '둘도 없는 단짝'이라며 아주 친한 친구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우정에 관한 영화라면, 제가 지금까지 사귀어 온 친구들은 모두 다 친구가 아니었을 겁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랑',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은 예전에 즐겨 보았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한 대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단어의 반대말은 '미워한다'도, '싫어한다'도"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이다.
몸에 배어버린 사랑의 기억은 함께 듣던 음악만 들어도 나를 춤추게 하고, 내 입은 자꾸만 그때 그 음악을 흥얼거립니다. 미워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회의 순간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죠. 헐레벌떡 다가가서 붙잡고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했었던 기억을 마음에 품고, 그저 사랑을 추억하는 것으로 끝낼 뿐입니다. 영화 내내 둘의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노래 'September'의 가사처럼 말이죠. "Do you remember?" 그리고는 지나간 추억을 뒤로한 채, 지금의 동반자에게 지난 사랑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합니다. 손은 지나치게 꽉 잡지 않고, 바다에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별과 만남, 이것을 어떻게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성숙한 사랑이죠. 캐릭터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도 수많은 이름들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로봇 드림>을 감히 강쥐와 로봇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판 <라라랜드>라고 말해봅니다.
⊙ ⊙ ⊙
해사하게 미소 짓는 로봇이의 성장기
<로봇 드림>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이 영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없다는 것입니다. 감독과 제작진은 그럴싸한 말들이 귓가에 앵앵대는 소음의 세상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서사를 만드는 마법을 구현했습니다. 대사가 없는 시공간을 살아있는 디테일로 채워 넣은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대사가 없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죠.
영화의 살아있는 디테일 중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바로 로봇이의 미소입니다. 로봇이는 언제나 활짝 미소 짓습니다. 저였다면 '인생이 어쩜 이래' 하며 찡찡거렸을 것 같은 순간에도 로봇이는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고는 웃습니다. 저는 해변에 남겨진 로봇이를 걱정하면서도 그의 밝은 미소에 몇 번이나 저항 없이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로봇이니까, 행복하게만 프로그래밍된 것 아닐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로봇이는 기계라기보다는 세상, 사람, 사회, 감정을 처음 맞닥뜨린 어린 청년과 같은 존재입니다. 중간에 스치듯이 등장하는 다른 집의 로봇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마구 때리고 괴롭히는 집에 사는 로봇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로봇이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강쥐를 만나 맑고 해사한 로봇이 되었죠. 그랬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몸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따뜻한 대지가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로봇이에게 강쥐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한 개체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동반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 ⊙ ⊙
어느 계절에나 떠오를 또 하나의 영화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One-Liner
꿈속에 그리던 당신에게 보내는 다정한 끝인사, "Do you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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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만족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푸드트립 영화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뛴다.
나 어렸을 때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고,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My Heart Leaps Up - Willaim Wordsworth)
2010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TV 시리즈 "The Trip"을 영화화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트립 투 잉글랜드>는 잉글리쉬 듀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의 먹고 마시는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립 투 시리즈'는 단순 먹방을 넘어선 예술적인 영화이기도 한데요. 시리즈 1편인 <트립 투 잉글랜드>에서는 영국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삶을 좇았고, 속편인 <트립 투 이탈리아>에서는 마찬가지로 영국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그려냈기에 관객의 '지적 만족감'까지 채워줄 수 있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트립 투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 아래에서의 펼쳐지는 미슐랭 투어가 아닐까 싶은데요. '유럽'은 물론 해외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영화를 통해 더 큰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식당들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인 것도 한몫하지만요)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시작인 <트립 투 잉글랜드>는 음식이 맛없는 나라 1위! 라는 편견을 깨줄 수 있는 영화이기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영국에서 미식 여행이 가능해?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사실 영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당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을 뿐, 식당과 요리사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영국의 미식탐험가 듀오가 Mukbang을 펼친 6곳의 식당을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1. The Inn At Whitewell별이 하나도 둘도 아닌 5개 짜리 호텔에서 즐기는 미식은 어떨까요? 영국 북서부의 랭커셔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이곳은 직접 기른 채소와 허브를 활용하여 재료의 맛을 한껏 살린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요. 무려 엘리자베스 여왕이 80번째 생일을 맞아 점심 식사를 한 곳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식당입니다.
2. Hipping Hall중세시대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유서 깊은 5성급 호텔이지만 시대 흐름까지 잘 캐치한 모던한 식당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먹방 듀오가 다녀간 이후, "Hipping Hall" 측에서 직접 그들이 고른 코스와 더불어 약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전해 주었는데요. 인텔리전트 먹방 듀오가 고른 6코스 메뉴는 이렇다고 합니다.
Hand dived Scallops (again!), Roasted Cauliflower Purée, Caper Emulsion
Confit Pork Belly, Roast Langoustine, Langoustine Bisque
Roast Halibut, Potato Espuma, Mussel Chowder
Roast Saddle of Holker Hall Venison, Parsnip Purée, Creamed Cabbage, Wild Mushrooms
Pre-Dessert
‘Rhubarb and Custard’3. L'Enclume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최상의 요리를 선사하는 이곳은, 지역의 특색은 유지한 채 모던함까지 갖춘 곳으로 무려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식당이기도 합니다. 산과호수로 둘러싸인 지역이자 워즈워스가 사랑했다고 알려진 Lake district 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감만족 여행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4. The Angel at Hetton요크셔 지역의 5성급 호텔에서 즐기는 영국 오리지널 요리는 다르다! 요크셔 푸딩은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버리게 하는 요리이기도 한데요. 지역색이 매우 강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요크셔 지역은 특히 지역 전통 음식이 유명한 곳입니다. 영국 내 먹잘알 도시 요크셔 내 TOP 이라는 이곳은 비주얼부터 다르네요~
5. Holbeck Ghyll'자연 속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이라는 트립 투 시리즈의 컨셉에 매우 걸맞는 이 식당은 산과 호수를 내려다보며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호텔 겸 식당입니다. 마치 풍경화 같은 창 밖 풍경을 보며 마시는 와인 한 잔이야 말로 그들이 일상을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 아닐까요?
6. The Yorke Arms요크셔 지역의 또 다른 호텔! Yorke Arms 입니다. 영화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르고 있지만, 요크 지역은 사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브론테 자매'의 "폭풍의 언덕"의 배경지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영국 듀오의 만담이 전부인 고요한 곳에서 그들은 음식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요크 암즈의 신념에 따라 매우 특별한 음식을 즐깁니다.
짧은 여행을 의미하는 trip인 만큼
우리도 이들의 여행이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들 역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만큼은
우리가 잠시 wanderer 가 되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니까요
이 시리즈를 보는 동안은 잠시 현실로부터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요?
트립 투 시리즈와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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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증에만 열심히 힘썼구나
고증 하나만큼은 확실히 인정해줘야 한다. 실화를 영화로 가지고 오는 데 성공했지만, 재난 영화 장르 특유의 재미는 갸웃거리게 만든다. 아무래도 비행기에 같이 탑승하지 못한 것 같다.
영화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돼 월북의 기로에 선 부기장 태인(하정우)과 납치범 용대(여진구), 그리고 기내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남북 갈등이 심했던 1969년~1971년을 배경으로 1969년 12월 11일에 발생한 대한항공 YS-11기 납북 사건과 1971년 1월 23일에 벌어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 삼았다.
실화 바탕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바탕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하이재킹'도 그렇다. 태인과 용대를 축으로 한 팽팽한 심리전으로 전개해 나갔다. 긴박한 하이재킹 상황과 360도 공중회전(임멜만턴), 전투기 추격 장면 등 고공액션을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 또 1970년대 분위기를 완벽하게 고증하여 펼쳐내는 점도 장점이다.
다른 영화에 비해 러닝타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인지 전개 속도는 마하로 달리는 것 같지만, 그렇게 속도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실화의 단점인 '스포일러 결말'이 정해져 있어서인지 단조롭고, 즐길거리도 생각보다 많진 않다.
특히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극한으로 몰아가야 하는 빌런인 용대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50여 명 넘는 기내 승객들을 위협하거나 조종석을 점거해 목숨줄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인물 치고는 아우라가 매우 약하다. '비상선언'에서 기내 승객들을 쥐락펴락했던 테러범 류진석(임시완)에 비해 관객들을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신파나 사실 전달이 부각된 건 아니나, 표현하는 방식이 옛날 영화처럼 올드하다. 스릴을 포기한 만큼의 재해석의 성의가 부족하고, 과거룰 거울삼아 현재에 재조명하는 깊이감, 진정성이 전달하는 가슴속 울림 모두 부족하다. 뻔한 스토리텔링에 극의 밸런스를 잘 맞추지 못해서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각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와닿진 않는다. 극 중 영웅 역할인 하정우는 진한 멋짐을 표현하지만 어딘가 보던 캐릭터가 어우러지니 식상함이 느껴진다. '하이재킹'을 통해 악역으로 깜짝 변신한 여진구 또한 결과물이 아쉽다. 중반까지 노련하게 이끌어갔지만, 사족이 늘어나면서 힘이 빠진다. 또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도 엿보였다. 다른 배우들은 맡은 바 충실히 소화하지만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한때 관객들 사이에선 '하정우가 개고생하는 영화는 흥행한다'는 말이 있다. 아쉽게도 '하이재킹'에서는 그 말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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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를 예열하는 탐정 느와르로 귀환하다
드디어 로버트 패티슨을 영화관에서 봤다. 사실 그의 작품을 해리포터 조연을 제외하고, 그가 주연으로 나온 작품을 단 한 개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더 배트맨>에서 그가 연기하는 배트맨이 기대가 됐고, 그 기대는 옳았다. 배트맨 2년차의 브루스 웨인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찰떡이었다.
영화 <더 배트맨> 시놉시스
영웅이 될 것인가 악당이 될 것인가, 운명을 결정할 선택만이 남았다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 해당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더 배트맨>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빛이 어디 있나요?
영화 <더 배트맨>을 다 보고 나서 영화관을 나오며 느낀 것은 ‘역시 빛은 좋은 것이다’, ‘사람은 빛 속에서 살아야 한다’였다. 영화 <더 배트맨>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정말 형광등이든 자연광이든 빛 아래에 있는 씬이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신이 밤거리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어둠 그 자체의 모숨을 보여준다. 환경적으로도 거리의 어둠을 보여주면서 배트매느이 어두운 내면과 고담시의 어두운 환경이 합쳐지니 역대급으로 우울하고 침전하는 듯한 영화가 탄생했다. 어벤져스처럼 스펙타클하고 화려한 느낌을 기대한다면 그건 잘못 기대를 한 것이다. 덩말 우울, 침울의 끝판왕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나는 우울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3시간 가량되는 이 영화를 다 볼 수 있었던 이유는 bgm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무거운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도 사람의 심장을 쪼이는 듯한 긴장감을 텐션감 높게 풀어내서 극도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낸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공포를 예열하도록 하지...!
아직도 생각난다. 배트맨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그 사운드. 둥두둥둥 둥두둥둥~ 의성어로 쓰니까 굉장히 하찮아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영화 <더 배트맨>은 빠르지 않다. 배트맨이 배트카를 몰고 추격을 할 때도 빠른 박진감이라기 보다는 무거운 위압감이 더 잘 느껴지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적을 공격한다는 느낌보다는 적에게 공포감을 최대한 실어주고 그 공포가 극한에 달했을 때 두둥~ 하고 나타나서 처단하는 타입이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bgm만 흘러나오는 그 공포, 그리고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는 들리는데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암흑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나도 잘 활용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대사에도 나온다. “공포는 도구다.” 이 대사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데 그 말을 너무나도 잘 이용하고,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해서 무법자들을 처단하는 배트맨의 정의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암흑 속에 있는 배트맨의 감정을 나 혼자만 잘 구분을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영화 보다가 없던 야맹증 생기는 줄 알았다. 스크린이 아주 온통 시꺼멓다,,, 영화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은 우울과 부노 이 두 가지 감정만을 가진 사람처럼 비춰졌다. 평상시와 범죄자들을 처단할 때는 우울하면서도 침착한 상태로, 자신의 가문에 대한 비밀이 폭로될 때에는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가문에 대한 비밀을 알고 좌절하면 무너지는 장면에서 조금 더 감정의 베리에이션을 줬더라면 왜 배트맨이 마지막에 스스로를 리벤저(복수)라고 일컫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희망이라고 말햇는지 더 설명이 잘 되지 안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복수가 곧 정의라고 믿으며 내가 바로 복수다라고 외쳤던 시그니처를 도시를 범죄로 물들인 자경단의 이비에서 똑같은 말을 듣자 나의 길이 잘못됐다는 허망함에 무너져서 정말 마지막 장면에서 누전되는 전깃줄을 자르면서 배트맨이 자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벌떡 일어나서 조명탄을 터뜨리더니 사람들을 구하러 가는 모습을 보고,, 음,,? 나의 해석이 잘못된 것인가,, 다음 편에서 조금 더 감정의 변화와 그 폭이 다채로운 배트맨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우울에도 그 종류는 다채로우니 말이다.
영화 <더 배트맨>은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트맨의 우울함에 함께 허우적대면서도 단 순간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중간중간 번역이 왜 저렇게 됐을까? 늬앙스를 잘 살리지 못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어서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역작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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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 본 리뷰는 <돈 룩 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돈 룩 업 (2021)
감독: 애덤 맥케이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조나 힐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SF
러닝타임: 139분
개봉일: 2021.12.08
정치병 말기 환자들 VS 천문학자들, 역대급 불통 SHOW!
천문학자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박사와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어느 날 연구 도중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혜성 하나를 발견한다. 데이터를 계산한 결과 정확히 6개월 후 지구와 커다란 혜성이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진 채 나사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연락을 돌린다. 두 사람은 혜성을 첫 발견한 장본인들로서 대통령 '올리언(메릴 스트립)'과 대담을 하고, '브리(케이트 블란쳇)'가 진행하는 토크쇼에도 출연해 소식을 전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기울이지 않는다. 다자고짜 황당무계한 소식을 진지하게 이야기한다며 두 사람을 비웃었고,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한다.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케이트와 민디는 고군분투하지만, 두 쪽으로 갈라진 세상은 쉽게 그들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신랄하게 까는 블랙 코미디, 웃고 난 후의 찝찝한 기분
인류의 아포칼립스 상황을 다룬 '애덤 맥케이' 감독의 SF 영화는 역시 뭔가 달랐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신랄한 풍자와 밈으로 가득 채웠고,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허구의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팬데믹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 시국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극중 등장하는 인류의 재난이 전혀 남일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현감독은 재 국제사회에 관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함의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작품을 내놓은 셈.
'랜들 민디'와 '케이트 디비아스키'가 처한 상황은 마치 이들을 주인공으로 <트루먼 쇼>를 찍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들을 심리적으로 따돌린다. 이들은 객관적인 과학 데이터를 갖고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대중은 이들을 그저 자신들만의 세상에 갇힌 미치광이 과학자로 괄시한다. 연예인의 열애설과 같은 가십거리에는 SNS가 폭주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가지면서 두 과학자에게는 '케이트'를 재물 삼아 인터넷 밈으로 희화화시켜 버리기까지 한다. 두 사람과 '오글소프 박사(롭 모건)'만을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비이성적이고 탐욕스러우며 현실을 외면하는데, 아무리 영화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현실감각이 밑바닥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SNL 블랙코미디식 콩트로 받아들이며 웃어넘길 수 있는 장면들이 많지만, 다시 한 번 해당 장면을 곱씹으며 우리 현실에 덧입혀 보았을 때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보다 더한 정치 코미디라는 사실을 덜컥 깨달을 수 있다. 그 때부터 관객은 마냥 웃을 수 없게 된다.
조연까지 꽉 채운 스타들, 연기 변신
<돈 룩 업>이 주목받은 까닭은 <바이스>, <빅 쇼트> 등으로 명성을 쌓은 '애덤 맥케이'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있지만, 다른 작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화려한 멀티캐스팅이 가장 결정적이다. 투톱 주연으로 나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는 물론 대배우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블란쳇', 가장 핫한 젊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 인기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그리고 '조나 힐'과 '마크 라이언스'까지 내로라 하는 배우들을 조연으로 채웠다. 제일 돋보인 건 극중 신경 안정제가 필수일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는 '랜들'과 침착하다가도 감정을 폭발시키는 '디비아스키'의 대비를 훌륭하게 선보인 '제니퍼 로렌스'와 '디카프리오'의 깔끔한 호흡이다. 특히 열과 성을 다해 혜성과의 충돌을 막으려 진심으로 애쓰는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은 '역시'라는 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반면, 조연으로 나선 스타들은 작은 비중 대신 큰 폭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극중 캐릭터 싸움에 열을 올리는데, 가장 독보적인 임팩트를 남긴 배우는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대통령으로 분한 '메릴 스트립'이다. 멍청함과 영악함, 유머와 계산적인 감각을 모두 갖춘 새로운 타입의 대통령을 연기하며 관객의 국적을 막론하고 비슷한 타입의 지도자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카리스마와 우아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케이트 블란쳇'은 섹시한 앵커 '브리'로 또 한번의 연기 변신에 성공했고, 최근 알차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는 '게임 덕후+힙찔이' 속성이 더해진 캐릭터를 배우 특유의 매력으로 맛깔나게 완성했다. 정말 많은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 배우의 연기 변신이 유독 눈에 띄었다.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의 심란함을 극대화해줄 작품
<돈 룩 업>은 결국, 탐욕과 이기심에 찌든 국가 지도자와 이성을 잃어버린 정치병 말기의 대중이 합심하면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경고를 날린다. '설마 대통령 하나 때문에 지구가 무너지겠어?'라는 낙관을 펼칠 수도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닥쳐왔을 때도, 많은 국가들의 정부는 발빠르게 국민들을 위해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다른 국가의 눈치를 보고, 국가의 이익에 합치되는 판단을 내리려 하지 않았는가.
영화는 결국 최악의 결말을 그대로 가져감으로써 우리가 미래를 긍정할 수 있는 일말의 희망조차 남기지 않았다. 대선 투표라는 중대한 결정을 앞둔 우리는 더욱이 심란해질 수 밖에 없다. 작품의 신랄한 풍자와 적절한 유머에 한껏 웃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이 뒤통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고 평할 정도로 후보자들의 네거티브가 극에 달했고, 정치 자체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가가 최악의 사태로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는 결과가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네 정쟁은 'Don't Look Up'과 'Just Look Up'을 외치며 한 끗 차이로 싸우는 극중 인물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겨우 한 단어만 다를 뿐이지만, 이 챌린지의 승부가 불러온 결말은 참혹했다. 누굴 선택하든 부정적인 미래만 보이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선택의 과정을 회피할 수는 없다. 물론, <돈 룩 업>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최악의 결말만을 보여준 채 우리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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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만남 - 밀회
짧은 만남 - 밀회
데이비드 린 감독 작품. 1945년 작품. 원작 희곡인 Still Life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어 제목은 Brief Encounter로 '짧은 만남'이라는 뜻이지만,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밀회'라는 제목이었다. 희곡 제목인 '스틸 라이프'나 영어 제목인 '짧은 만남'은 담백하고 중립적인 느낌인데, '밀회'는 불륜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 제목이라는 점에서, 배급사에서 흥행을 노리고 지은 제목임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194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니, 당시 유럽 관객이나 평론가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했음을 알 수 있다. 시나리오는 감독 데이비드 린과 원작 희곡 작가인 노엘 코워드가 함께 썼는데, 그래서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훌륭하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 점잖고, 결말도 윤리적, 도덕적 선을 넘지 않는 일탈에 불과하지만, 당시의 관객이 볼 때는 남녀 주인공의 애절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평범한 가정주부 로라(셀리아 존슨)은 매주 목요일이면 혼자 외출해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기차역 대합실에서 한 남성을 보게 되고, 역 플랫폼에 나갔다가 눈에 티끌이 들어가서 괴로워한다. 이때 그 남성이 다가와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고, 로라의 눈에 들어간 티끌을 닦아준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로라가 나들이를 하는 목요일이면 두 사람은 편하게 만나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한다. 그렇게 친구처럼 만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로라는 남편이 아닌 외갓남성에게 끌리는 자기의 마음에 죄의식을 갖고, 남편을 둔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가정주부가 가져야 할 현숙함에 대해 갈등한다. 머리로는 당연히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의사 알렉(트레버 하워드)에게 깊이 빠져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알렉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음에도 로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는 마음을 확인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과 번민을 계속한다. 그러다 알렉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다고 말하고, 로라는 처음 알렉을 만났던 기차역 대합실에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다.
로라의 나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영화는 처음과 끝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영화의 극적 반전을 보여준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식지 않은 사랑의 감정과 이별의 아픔, 가정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의 경계에서 팽팽한 긴장을 느끼는 날카로운 감정 등 이 영화는 '불륜영화(?)'의 클래식으로 불릴만 하다.
1984년에 개봉한 영화 '폴링 인 러브' 역시 많은 부분에서 '밀회'와 비슷하다. 무대는 뉴욕,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이 영화는 마치 '밀회'를 리메이크한 느낌이다.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뀐 것이 계기인데, 기차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
몰리(메릴 스트립)은 디자이너지만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을 쉬고 있는 가정주부로, 남편은 의사지만 부부의 애정은 깊지 않다.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는 건축기사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다. 몰리는 프랭크를 만나면서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두 사람은 기차에서 만나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지만, 몰리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몰리가 더 이상 기차를 탈 기회가 없어지면서 두 사람은 다시 남남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몰리는 애정 없는 결혼생활,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마음이 변하고, 프랭크 역시 몰리를 만난 이후 결혼생활이 흔들리게 된다. 서로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두 사람은 1년 뒤 크리스마스에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이미 서로의 배우자에게 새로 만나는 이성이 있다고 밝힌 뒤여서 두 사람이 결합할 가능성을 보이며 영화는 끝난다.
1995년 개봉한 영화 '매디스 카운티의 다리'도 비슷하다. 같은 제목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였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매디슨 카운티에 도착해 로즈만과 할리웰 다리를 찍으러 돌아다니다 길을 잃는다. 그러다 우연히 한 농가주택에 멈춰 길을 묻는데, 나온 사람이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이었다. 우연히도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아이들은 일리노이주 박람회 구경을 하느라 나흘 동안 프란체스카 혼자 있게 된 것이다. 길을 알려주게 된 인연으로 두 사람은 나흘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로버트가 비가 오는 날, 차를 몰고 다시 프란체스카의 집에 도착해 함께 떠나자고 했을 때, 차의 문을 열려는 떨리는 손과 남편과 아이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이성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흐느끼는 프란체스카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불륜이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창작은 많은 경우 작가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예술 분야마다 창작의 결과물이 다르게 드러나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물질화, 구체화, 현재화한다는 것은 같다. 소설은 문자를 통해, 영화는 영상을 통해 창작자의 상상을 구체화한다. 이때 창작과 현실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 추상 작품의 난해함을 해석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 문학이나 영화에서 창작을 해석하는 방식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 관객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다.
창작에서 불륜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건, 현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도덕적, 윤리적 딜레마를 의도적으로 건드리는 행위다. 이런 작품을 보면서 누군가는 몹시 불편한 마음이 되고, 누군가는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까와 하며, 누군가는 주인공들을 비난한다.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저마다 윤리, 도덕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소재의 창작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르게 드러나는 것이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창작물은 시대의 경계를 걷는다. 예술과 외설, 도덕과 비도덕, 윤리와 비윤리의 경계를 드러내는 것이 창작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윤리의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듯, 창작물도 시대의 인식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간다. 소설 '롤리타'나 '차탈레이 부인의 사랑' 같은 작품은 당대에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작품으로, 지금도 문제 작품으로 이름을 남긴 작품이다.
윤리나 도덕적 기준을 넘나드는 작품은 자칫 선정적, 포르노적 이미지로 남기도 하는데, 예술작품과 외설의 경계 역시 미학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 당대의 윤리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도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미학적 기준은 변하지 않는 걸까. 당연히 변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본격 시작된 2천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가치관, 철학적 질문, 세계관, 사상의 흐름은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외부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고, 자신의 생각 조차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지극히 개별적 존재이며,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지닌 양면적 존재이고, 프로이트와 융의 해석처럼 개인의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들이 동물적 충동과 이성적 판단을 동시에 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이는 것은 당연하고, 동시에 두 사람 이상을 사랑하거나, 사랑하는 감정과 증오하는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되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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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님 단편영화 이렇게 만드는거 맞죠..?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결국...!! 영화 제작까지 도전 합니다 ٩(๑• ₃ -๑)۶
많.관.부 ◟( ˘ 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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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러브 어페어 :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1차 예고편
소설가를 꿈꾸는 막심은 시골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 다프네에게 자신의 복잡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막심의 이야기를 듣던 다프네 역시 남몰래 간직했던 자신의 연애담을 슬그머니 꺼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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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푸른 호수> 메인 예고편
내 이름은 안토니오 르블랑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돼 ‘안토니오 르블랑'이라는 이름을 얻은 한 남자.
그에게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 ‘캐시'와 사랑스런 딸 ‘제시’,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가 전부다.
“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닙니다.”
어느 날,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경찰에 붙잡힌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이민단속국으로 넘겨지고,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알게된 그는 강제추방 위기에 처하는데…
가족을 지키고 싶은 그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