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2025-06-30 10:10:24
승자가 되지 못한 프롬 퀸
<피어 스트리트:프롬 퀸> 영화 후기
승자가 되지 못한 프롬 퀸
<피어 스트리트:프롬 퀸> 영화 후기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벌여놓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영화 속 대사이자 내가 영화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렇게 만들고 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기에 프롬 퀸이 나온다는 소식을 매우 기대했다. 심지어 티저 이미지가 아주 아름다웠고, 기괴하면서도 힙했다. 영화도 그럴 줄 알았다. 피어 스트리트는 통일된 요소와 장르를 각 시대별로 다루면서 재미를 준다. 특히 슬래셔와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거기에 캐릭터들의 서사가 긴장감을 견디고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피어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단 이 영화는 그런 장점을 다 버린 영화이다.
탈락 후보 1. 긴장감 (연출)
1시간 30분 동안 지루했다. 슬래셔 영화를 보는데 지루했다. 리뷰를 쓰고 있는 글쓴이는 공포영화를 잘 보는 타입이 아니며, 혼자 보면 소리 없이 겁에 질리는 사람이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럴 필요도 없었고, 심심할 정도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는 긴장감있는 연출이 없다. 그냥 피가 낭자할 뿐. 사운드 연출과 장면 연출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게 이 영화의 장르 특성이다. 그런데 연출이 아주아주 실망스러운 나머지 긴장감이 사라져 버렸다. 뻔할 대로 뻔한 연출로 어느 타이밍에 뭐가 날아올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악역이 연출감이 부족한 상태로 등장해서 "나오고 들어가고" 정도로 끝난다. 재빠르게 나와서 재빠르게 죽이고 퇴장한다. 두렵고 무섭지가 않다. 마지막에 강당으로 뛰어들 때는 바보 같기도 하다.
탈락 후보 2. 캐릭터
거기에 캐릭터 서사까지 빠졌다. 피어 스트리트의 장점은 캐릭터 서사를 깊이 있게 다뤘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 프롬 퀸은 재밌는 프롬 파티 퀸 대회를 가지고 그 후보들을 빠르게 소비해 버렸다. 서사와 캐릭터가 생겨나기도 이전에 죽여버렸다. 허무할 수도 없다. 정도 안 쌓이고 알지도 못하니까 그냥 죽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마저도 설명이 부족해서 이 프롬 파티에 대한 목표가 흐려진다. 한 편으로 끝낼 생각이라 줄이면서 빠진 건지 아니면 아예 고려도 안 하고 만든 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지금 방식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탈락 후보 3. 스토리
캐릭터가 설명도 안 된 채로 이야기가 흘러가면 이야기도 무너진다. 1988년 셰이디 사이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프롬 퀸을 선정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 이 줄거리를 텐션있게 끌고 가려면 주인공이 프롬 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시청자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영화에서 너무 약하다. 주인공을 괴롭히던 그룹에게 복수하고 싶은 건지,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남자를 가지고 싶은 건지, 바뀌고 싶은 건지 모호하기만 하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건은 대화로만 힌트가 주어진다. 이런 것은 오히려 흥미롭게 작동할 수 있었으나 다른 스토리가 연약해지며 함께 연약해졌다. 결말부로 가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건이 반전의 꽤 영향을 미치는데 그 힌트가 너무나도 미묘하다. 잘 숨겨서 안 보이는 느낌보다는 그냥 뭐가 없어서 안 보이는 느낌이다. 이런 장치들도 얕디얕아 스토리는 빗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만큼의 깊이를 가지게 되었다. 왜 피어스트리트를 달고 피어스트리트의 저주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의문이다. 왜 피어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달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무엇도 닮은 구석이 없다. 셰이디사이드라는 지역 빼고는 없다.
최종 퀸. 포스터
이 영화에서 가장 잘난 부분은 포스터다. 포스터는 힙하고, 패러디를 적절히 써서 예쁘게 잘 뽑았다. 그 덕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과거의 영화들을 떠올리는 포스터와 각 캐릭터의 성격이나 파트너를 알 수 있는 적절한 정보도 담겨있다. 포스터는 화제가 되어 SNS에도 돌아다녔다. 영화와 관련된 유일한 승자는 포스터다.
이 영화 내에서 그나마 남는 게 있다면 배우들이다. 수재나 선 배우는 부족한 서사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력적인 캐릭터다. 주인공은 미친 듯이 답답하니 수재나 선이 맡은 메건만이 영화의 희망이다. 오컬트가 가득한 영화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여서 더욱 그랬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배우들은 다 괜찮았다.
한 줄 코멘트
피어 스트리트 3까지만 보는 자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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