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ZUHA2025-06-26 17:23:35
언어로 닿는 거리, 언어로 넘는 경계
영화 컨텍트 리뷰
#스포일러 보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축인 '언어'
영화 컨텍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이다. 언어는 인간 문명을 나누고 결정하는데 가장 큰 축이 된다. 특정 대상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서 문화권을 파악할 수도 있으며 해당 문화권의 역사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는 언어는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키가 된다. 주인공 루이즈는 군사적으로 외계생명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적(평화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영화 컨택트에서 루이즈는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해석을 넘어 그들의 사고방식과 시간 개념까지 체득하게 된다. 이는 언어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사유의 구조이자 존재 방식임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루이즈가 언어를 통해 미지의 존재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처럼, 언어는 결국 서로의 내면에 닿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수단이다. 이처럼 언어는 단지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체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낯선 존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다리가 된다. 얼마 전 책 1984를 읽으면서 개인의 속마음은 당사자에게도 신비한 영역이며, 감정은 고귀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비가시적이기에 신비한 감정을 가시적으로 하는 것이 언어이다. 그런 점에서 루이즈의 언어적 접근은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내 인생의 미래를 미리 목격했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다른 선택을 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루이즈는 외계인들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음에도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남편과의 만남-이혼, 딸의 탄생-죽음 이 모든 과정을 목격했음에도, 그 장면의 도래를 회피하지 않는다. 이때, 이 태도는 수동적·수용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미래를 알게 되지만, 그 미래를 통해서 나아가는 것이 루이스 자신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 후 상실을 가늠하면서도 상실 전 사랑을 만끽하고자 루이스는 택했다.
영화 컨택트는 이처럼 인간 실존에 관하여 깊은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언어를 통해 시간의 비선형적 개념을 체감한다는 설정이 루이즈가 자신의 미래를 본다는 장면 하나로 귀결되는 점은 다소 서사적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언어가 사고와 감정, 나아가 존재방식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철학적 통찰을 시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타자와의 관계 맺기와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이 영화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결국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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