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9 16:58:29
5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호
해리포터가 돌아온다! HBO판 해리포터 시리즈 캐스팅 공개
📮 5월 5주차 2번째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 HBO <해리 포터> 시리즈, 드디어 해리·론·헤르미온느 주인공이 확정됐습니다!
30,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배우가 전 세계 팬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어요.
🔹 해리 포터 – 도미닉 맥러플린
🔹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 아라벨라 스탠턴
🔹 론 위즐리 – 앨러스터 스타우트
오는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시리즈는 원작의 책 한 권씩을 한 시즌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해요.
새로운 시대의 마법사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호그와트의 이야기,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 기대되지 않나요? 🪄
🗞️
❶ ‘해리 포터’가 HBO 시리즈로 새로운 주연 배우와 돌아온다.
❷ 마틴 스코세이지, 차기작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재회할까?
❸ 조쉬 오코너, 조엘 코엔 신작‘잭 오브 스페이드’ 주연 확정
❹ 대니 보일의 영화 ‘28년 후 ’6월 19일 국내 개봉 확정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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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이번 주 개봉, 공개 예정인 작품들을 소개해드릴 예정인데요.
청불 코미디 킬링 액션 영화 <렌필드>부터, 작년 부국제 화제작 <라이스보이 슬립스>까지,
다채로운 이번주 개봉작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렌필드
Renfield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93분
감독: 크리스 맥케이
출연: 니콜라스 홀트, 니콜라스 케이지, 아콰피나
개봉: 2023.04.19.
배급: 유니버셜 픽쳐스
시놉시스
불멸의 삶과 폭발적인 힘의 대가는 악당용 배민이 되는 것?! ‘드라큘라’에게 취업사기를 당하고 24시간 밤낮없이 그에게 순결한 제물을 바치는 직속비서 ‘렌필드’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꼰대 상사에 점차 피폐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드라큘라’에게 바칠 제물을 찾던 중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줄 친구 ‘레베카’를 만나게 되고 지금껏 가슴 한 켠에 숨 죽여 있었던 퇴사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퇴사 없는 종신계약에서 ‘렌필드’는 벗어날 수 있을까?
CINE PICK!
다양한 작품에서 열연을 펼친 니콜라스 홀트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드라큘라의 직속비서인 '렌필드'와 '드라큘라' 역을 맡아 독보적 캐릭터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영화 <웨더 맨>에서 아빠와 아들 사이로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 전혀 다른 관계로 다시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매 작품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아콰피나까지 합류하여 극에 활력을 더한다. 쉴틈 없이 터지는 코미디 요소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짜릿한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Riceboy Sleeps
ⓒ네이버영화
개요: 가족 | 캐나다 | 117분
감독: 안소니 심
출연: 최승윤, 이든 황, 도현 노엘 황 등
개봉: 2023.04.19.
배급: 판씨네마(주)
시놉시스
1990년 모든 게 낯선 캐나다에서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 '소영'과 아들 '동현'의 잊지 못할 시간을 담은, 문득 집이 그리워질 따스한 이야기
CINE PICK!
<라이스보이 슬립스> 토론토영화제의 '2022년 최고의 캐나다 영화'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캐나다 감독조합상, 미국의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 작품상과 관객상,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 24관왕을 기록 중인 화제작입니다. 1994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안소니 심 감독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영화입니다.
옥수역귀신
Ghost Station
개요: 공포 | 대한민국 | 80분
감독: 정용기
출연: 김보라, 김재현, 신소율 등
개봉: 2023.04.19.
배급: (주)스마일이엔티
시놉시스
특종이 필요한 기자 ‘나영’은 옥수역에서 근무하는 친구 ‘우원’을 통해 ‘옥수역’에서 계속해서 일어난 사망사건들을 듣게 된다. ‘나영’은 ‘우원’과 함께 취재를 시작하고 그녀에게 계속 괴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무언가 있다. 옥수역에…
CINE PICK!
2011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호랑작가의 네이버 공포 웹툰 [옥수역 귀신]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옥수역귀신>은 원작을 뛰어넘는 섬뜩함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지명이 등장하는 등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네이버영화
개요: 로맨스 | 일본 | 115분
감독: 히라카와 유이치로
출연: 세이노 나나, 마츠자카 토리, 야마다 유키 등
개봉: 2023.04.19.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동화 작가를 꿈꾸는 ‘시즈쿠’ 세계적인 첼리스트를 꿈꾸는 ‘세이지’ 중학교 시절, 두 사람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10년 후 ‘시즈쿠’는 일본에서 출판 에디터로, ‘세이지’는 이탈리아에서 전도유망한 첼리스트로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현실에 지친 ‘시즈쿠’는 일과 꿈 사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정답을 찾기 위해 ‘세이지’가 있는 이탈리아로 떠나게 되는데…
CINE PICK!
지브리 최초의 로맨스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두 주인공 '시즈쿠'와 '세이지'의 설레는 첫사랑 스토리에 이어 둘의 10년 후를 그린 성장 스토리까지 담겨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OTT 신작 등 총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Hiz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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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넷플릭스 <지금 학교 우리는> 박스오피스 예측(결과)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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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이 설 연휴에 이어 계속해서 2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2월 4일~6일) 관객 수 16만 48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돌파, 현재 108만 6274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신작 없이 설 연휴 순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 대작
<나일 강의 죽음>, <355>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킹메이커>(-)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입니다.
주말동안 (4일~6일) 주말 관객 수 10만 890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61만 6497명입니다.
<해적: 도깨빗 깃발>과 같은 날 개봉한 국내 기대작이었는데 다소 아쉬운 스코어를 보이고 있습니다.
<킹메이커> 역시 이번 주는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다소 순위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3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입니다.
같은 기간(4~6일)동안 주말 관객 수 4만 5304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744만 9338명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말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어느 덧 누적 관객 수 75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지금처럼 꾸준히 관객 동원을 한다면 750만명 돌파도 가능하리라 짐작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6회 예측 이벤트는 화제의 작품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입니다.
<지금 학교 우리는> 1월 28일 공개 차주 후에 과연 총 몇 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예측해보는 이벤트인데요.
그럼 제86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씨네픽 제 86회 <지금 우리 학교는>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과연 몇 개국에서 1위를 할지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평균 수치는 총 28개국 1위였습니다. 과연 실제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7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씽2게더>(-)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씽2게더>입니다.
<씽2게더>는 주말 관객 수 3만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82만 8908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같이 꾸준한 관객 동원을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상위권의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좌석 판매율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직도 <씽2게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1만 8426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8만 9109명을 기록했습니다.
<씽2게더>와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인데요.
<씽2게더>와 약간 작품의 결은 달리 하지만 국내 어린이들의 취향에는 오히려 더 잘맞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 연휴, 어린이를 동반한 꾸준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새롭게 진입한 작품 <Jackass Forever> 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4~6일) 북미기준 $23,500,000 (한화 약 281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Jackass Forever>는 북미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TV쇼인데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액션 코미디 다큐멘터리라는 2000년 10월 1일 MTV에서 시작한 리얼리티 쇼부터 출발했으며,
기상천외한 리얼리티 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국내에서도 3월 개봉 예정인 <Moonfall>입니다.
영화 <Moonfall>은 '롤랜드 에머리히' 연출, '할리 베리', '패트릭 윌슨' 주연의 지구에 달이 추락한다는 소재로 한 영화로
달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 인류의 마지막 생존기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4일 ~ 2022년 2월 6일)
1. <Jackass Forever> 235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문폴> 1000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960만 달러 (누적 7억 4895만 달러)
4. <스크림> 473만 달러 (누적 6894만 달러)
5. <씽2게더> 417만 달러 (누적 1억 395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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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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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17년, 차마 잊히지 못한 부조리를 외치기까지의 시간
* 이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정지영
<출연진>
설경구, 진경, 염혜란, 유준상, 허성태 외
<시놉시스>
1999년 시골 소읍의 한 슈퍼마켓에 강도 치사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은 세 명의 소년들을 진범으로 지목, 빠르게 수사를 종결한다. 얼마 뒤 새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 반장은 경찰 고위직 최우성(유준상)과 무리들이 성과를 앞세워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는 특유의 끈질기고 강직한 수사력으로 재수사와 재심을 시도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년들>은 실화와 허구 사이에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장르적 재미를 높이는 동시에 약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소영웅 서사를 펼쳐낸다. 설경구, 유준상, 진경, 허성태, 염혜란 등 호화 캐스팅도 돋보인다. (정한석)
(출처: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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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억울할 일이 많다. 동생이 잘못했는데 내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혼났다든가,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맸는데 감도둑이라 욕 들어먹는다든가 하는 일이 그렇다. 이런 사소한 일로만 억울하면 그나마 서럽지나 않을텐데, 우리 사는 사회는 마냥 합리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그보다 더한 일을 겪을 때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불합리와 부조리는, 인간의 아주 내밀한 이기심이 배려심 없는 욕망을 양분 삼아 자라난 것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때론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부조리를, 이 부조리에서 기인한 무기력함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그것들에 맞설 수 있을까?
영화 <소년들>은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1. 무엇이 부조리를 만드는가?
영화는 2000년과 2016년을 오가며 <우리슈퍼 강도 살인 사건>을 조명한다.
때는 1999년 어느 밤, '우리 슈퍼'에 세 명의 강도가 침입해 할머니를 죽이고 금품과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으로는 그 이웃인 소년 셋이 지목되었고, 그들은 한 달도 안되는 시간 동안 살인죄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부터 1년 후, 황준철은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게 된 소년들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그 당시 소년들을 수사한 경찰들이 저희들의 승진을 위해 소년들에게 거짓 증언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재수사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황준철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은 협조적이지 않았으니까.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아주 사소한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무성 일당은 저희가 폭력을 앞세워 거짓 증언을 받아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다. 소년들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한 윤미숙은 어머니가 강도살인 당한 충격에 휩싸여 그 당시에 대해 떠올리고 싶지 않아했고, 진범은 죄로부터 도망가고자 했으며, 소년들은 강압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황준철 반장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바로 그러한 이기심이 모이고 모여 부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으므로. '내게도 사정이 있었다'는 변명들은 그렇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망쳤다.
그렇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권력을 쥔 이들의 구둣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2. 17년, 정의를 되찾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2016년. 황 반장의 재수사가 있고부터 16년의 세월이 흐른다. 조직의 비리를 캐내던 황 반장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보직에서 제외되고 내내 변방의 섬에서 좌천 당한 채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은퇴를 1년 남은 어느 초라한 말년, 답답한 속을 그저 술로만 달래던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느 소식을 듣는다.
소년들과 그들을 거두어들인 미숙이, 17년 전 그 <우리 슈퍼 강도 살인 사건>에 대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거대한 부조리에 굴복한 바가 있는 황 반장은 주저한다. 어차피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었다. 진범은 이미 잡아들일 수도 없고, 이미 옥살이를 한 소년들의 인생을 되돌릴 수도 없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을 다시 시도하며 무기력함을 느끼고 싶지 않기도 했을 것이고, 그러한 의미 없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시금 다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심에 협조하기로 한다. 기꺼이 사표를 내고, 그 모든 부조리에 다시금 맞선다. 그는 그 현장의 부조리를 직접 목도한 가장 확실한 증인이었으므로. 그는 얼마든지 증인석에 오를 권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황준철은, 윤미숙은, 소년들은, 왜 이제 와서 부조리에 맞선 것일까?
짐작건대, 그것은 어쩌면, 그날의 그 사건이 17년이 지나도록 그들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리라. 소년들의 꽁무니에는 언제나 살인자라는 꼬리표가 남았고, 윤미숙은 그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억울한 삶을 살게 한 것에 가책을 느꼈으며, 황준철은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에 매일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강도 살인을 저지른 진범들은 그들이 저지른 죄로 말미암아 평생토록 도망치며 살았다. 마음의 밑바닥에 짐처럼 가라앉은 오랜 옛날의 부조리가 오래도록 그들 모두를 괴롭혀 온 것이다. 이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은, 이로부터 더는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일이었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지난날의 부끄러움과 실수를 바로잡고자 하는 용기를 동력으로 삼아 다시금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마침내, 세상에 그들의 목소리가 닿게 했다.
영화는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가장 억울했을 사람들이 응당 그들이 누려야 할 삶을 되찾았다. 그리고 어떤 싸움은, 가장 사소한 것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 주변에도 부조리한 일들은 널리고 널렸다.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모이고 모인다면, 어쩌면 우리는 변화를 야기하는 아주 사소한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 우리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 자신과 주변에는 어떤 억울한 일들이 있을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무엇이든 시작해보자.
3. 관람 포인트
일반적인 수사물의 문법을 따르고 있지만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영화는 16년이라는 긴 시간의 장벽 하나를 두고 2000년과 2016년을 넘나든다. 이 각기 다른 시간이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배우들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이 될 것이다. (GV에서 설경구 배우가 말하길, 효과적인 연출을 위해 일주일 동안 나흘이나 굶었다고 한다..!)
둘째, 무거운 소재의 영화임에도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가 돋보인다. 특히 조연배우들의 재치가 인상 깊었는데, 허성태와 염혜란 배우의 생활감 넘치면서 익살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셋째,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실제 사건을 살펴보며 어떤 일이 있었고, 영화에서는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2022.10.06. 부산국제영화제 10.05~10.14 15:00 하늘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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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까지를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 <그을린 사랑>
드뇌 빌뇌브 감독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바로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어머니가 쓴 편지를 전하라는 것. 남매는 아버지와 형제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과거를 쫓기 시작하고,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는데…
1. 비밀은 일상에 균열을 만든다 - 모두가 모르는 비극의 시작
영화의 시작점에서,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사망한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듣게 된다. 세상을 등진 채, 나체로, 관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자신을 묻어달라는 것. 비석도 세우지 않은 채로. 이는 자신의 어머니를 묻는 잔느와 시몽의 입장에서 꽤나 충격적인 유언인 셈이다. 이와 동시에, 어머니인 나왈은 잔느와 시몽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긴다. 자신이 생전 적었던 편지를 두 인물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아버지, 그리고 어디 있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형제, 니하드. 그들을 찾아 편지를 전해줘야만 어머니를 제대로 묻고 비석을 세워줄 수 있다. 유언을 전해 들은 시몽은 어머니의 유언에 반항하며 자신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잔느는 우선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나선다. 이 순간 잔느와 시몽, 그리고 관객은 모두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 영화에서 어머니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아는 이는 오직 죽은 어머니, 나왈 뿐이다. 그래서 관객은 비밀을 아는 절대자의 입장이 아닌, 비밀을 전혀 모르는 남매, 잔느와 시몽의 시선에서 그들의 행동을 쫓게 된다.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보기를 택한 잔느의 시선을 쫓다 보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낀다. 나왈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나왈의 이름을 듣고 나면 께름칙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나왈'의 딸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잔느를 향해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면서, 어머니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식으로 비아냥대기까지 한다. 이 순간 또한 잔느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객 또한 마찬가지로 '무지한' 상태로 그를 둘러싼 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평화롭고 아무렇지 않았던 일상에 생긴 자그마한 균열, 그리고 '무언가 있는 듯한' 불안한 기분. 이는 잔느가 나왈의 흔적을 계속해서 쫓게 만든다. 그리고 잔느가 나왈의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삽입된 나왈의 과거 영상들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잔느와 시몽이 태어나기 전의 일들을 조금씩 드러낸다.
2. 오이디푸스 신화 - 세 개의 점 시퀀스
유명한 그리스 비극 신화 <오이디푸스 왕>은 그동안 여러 미디어 콘텐츠에서 차용되어왔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과 연을 알지 못하고 행동하던 끝에 비극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해당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근친상간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행위자'이자 이 신화의 주인공이다. 동시에 그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라는 인물이 이 세 역할을 동시에 행하고 있다면, 영화 <그을린 사랑>은 이 세 역할을 분리시켜 신화를 비틀어 차용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영화는 발뒤꿈치에 박혀 있는 '세 개의 점'을 보여준다. 이 '세 개의 점'이 다시 등장하는 시점은 나왈이 첫 아이를 낳는 순간에 있다. 기독교인이던 나왈은 무슬림 난민인 와합과 사랑에 빠졌으나 이를 계속 이뤄나가지 못하고, 뱃속에 있던 아이조차 낳자마자 고아원으로 보내게 된다. 고아원으로 보내기 전 나왈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기에게 약속한다. 어디에 있더라도 꼭 찾아내고 말겠다고. 그리고 얼굴이 변하더라도, 그가 자라더라도 쉽게 알아보기 위해 그의 발뒤꿈치에 점 세 개를 새긴다.
그리고 이 발뒤꿈치의 점 세 개가 다시 등장하는 순간, 나왈은 비로소 자라난 자신의 아들을 찾아낸다.
생각지도 못한 얼굴이 자신을 향해 돌아보는 순간,
그 얼굴과 세 점이 겹쳐지는 순간,
나왈은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이를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비극을 전해주는 것이 되므로.
영화 <그을린 사랑>에서 비극적 행위의 굴레에 빠지는 이는 나왈의 아들, 니하드다. 그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행위자'이지만 이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 '무지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이 영화의 주인공 단계에 서지 않는다. 영화는 잔느의 시선으로 나왈의 과거를 쫓으면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나왈'인 것처럼 초점을 맞춘다. 모두가 반기지 않는 그 이름, 나왈. 감옥에 갇힌 적이 있던 잔느의 어머니, 나왈.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던 이, 나왈.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나왈이 숨기고 있는 과거가 있다는 것을 유추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나왈이 찾으라고 했던 '아들'과 '아버지'의 정체와 연결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니하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잔느와 시몽이 쫓던 두 인물은 하나로 겹쳐지게 된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는 '현재' 시점에서 행동해야 할 이유를 부여받은 잔느와 시몽이며, 주인공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나왈이다. 그러나 비극적 행위를 행하는 자는 끝까지 정체가 숨겨진 채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니하드다. 니하드의 정체를 비밀스럽게 숨겨두다 드러냄으로써, 그와 동시에 그가 받게 된 충격과 이후의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잘라냄으로써 이 이야기의 찝찝함과 충격을 더욱 극대화하는 셈이다.
3. 그럼에도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니하드의 정체를 알게 된 잔느와 시몽은 니하드에게 편지 두 개를 전해주고 떠난다. 그리고 니하드가 그 편지를 열어봤을 때, 편지지에는 증오나 원망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니하드에게 모든 비밀을 알려주지만, 자신은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그를 사랑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사랑하겠다고.
그러나 이 행위를 사랑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옛 속담처럼, '무지'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니하드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비극을 저질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죄책감조차 가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므로. 그러나 나왈이 자신의 죽음과 동시에 니하드를 향해 이 비극적 진실을 전달함으로써, 나왈은 이 비극의 굴레에서 해방되고, 니하드는 비로소 이 비극적 굴레에 갇히게 된다.
이는 '진짜' 비극의 시작이다. 나왈이 죽었지만 나왈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의 자식들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자식들이 이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지함이 낳는 비극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날카로운 칼날들이 있다. 나왈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니하드를 향해 '앎'의 무게를 선물한 셈이다.
니하드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다시는 무지했던 그 순간의 일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이미 균열은 시작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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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즌2 : 베르사체 / American Crime Story Season2 : The Assassination of Gianni Versace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스핀오프인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사실 이것을 보게 된 계기는 '코디 펀'때문..
그래서 시즌1은 안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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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한 줄거리 /
어느날 평화로운 플로리다에서 지아니 베르사체가 살해를 당했다.
그를 죽인 유력 용의자로 꼽힌 앤드류 쿠내넌.
앤드류는 이미 4건의 전적이 있어서 이미 경찰들이 쫓고 있던 범죄자다.
경찰들은 그를 잡는데 고군분투하고..
앤드류 쿠내넌이 베르사체를 죽인 이유와 그를 비롯한 다른 남성들을 살해한 전말에 대해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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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물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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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1.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보다 좋았다.
아호스는 갑작스러운 전개와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많고 질질 끄는 경향이 있어서 보면서 감정이입도 잘 안되고, 갑자기 팍 식어버리고, 조금 짜증날 때가 있었는데
아크스:베르사체는 일단 실화이고, 실존 인물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도나텔라 베르사체)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고, 허무맹랑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유령이나 몬스터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아호스보다 더 마음을 졸이면서 보았던 것 같다.
특히 앤드류가 데이비드 협박할때는 진짜 무서웠다.
연기를 다들 너무 잘해..
2. 영상미
영상미가 최고다.
따뜻한 톤과 부드러운 느낌의 필터(?) 덕분에 플로리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잡히는 장면들도 예쁘다.
그냥 예쁘다. 진짜 예쁘다.
베르사체의 느낌을 영상에도 담으려고 노력한게 보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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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상에 깔리는 노래도 너무 좋다.
고급짐이 두배로!
앤드류, 데이비드, 제프리
3. 연기
1에서도 말했지만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몰입이 잘된다.
특히 4,5,6화에서의 앤드류의 모습이 진짜 싸이코라 보면서 진짜 욕하고 심장을 조리면서 봤다.
데이비드의 안전이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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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6화정도까지는 앤드류가 꼴도 보기 싫었는데, 후반부에서 그의 인생을 알게되니 그가 이해가 되고, 한편으로는 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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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호스는 모든 시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아호스 세계관의 재미가 있는 반면,
아크스는 시즌들이 다 따로따로이기 때문에 세계관과 관련된 재미는 없지만 전 시즌을 다 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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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
아호스는 보기 부담스러운데 미드는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
솔직히 말하면 아호스랑 이거랑 결이 다르긴 한데 그래도 둘 중 하나 고르라하면
개인적으로는 이걸 고르지 않을까 싶다...
( 물론 아호스 시즌바이시즌이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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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처럼 스며들고, 사라지는 사랑
사랑은 언제 오는 걸까.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왔다가 가는 걸까.그건 정말 ‘온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일까. 우린 이 감정이 어떤 식으로 찾아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없어져 버린 순간, 어딘가에서 사라져버린 사랑이 왜 그렇게 가버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 안에 들어왔다가, 어느 날 낯선 표정으로 우리를 갑자기 떠나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우리는 항상, 너무 늦은 이후에야 알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의학적 의미의 바이러스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바이러스처럼 겹쳐 놓는다. 한 사람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진짜였을까? 진짜였다면, 그게 진짜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영화 <바이러스>는 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결국 다 지나가지만, 다 지나갔다는 걸 먼저 아는 쪽이 더 외로워진다. 더 외로워지는 사람이 사랑의 바이러스의 희생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사랑은 올 때도, 갈 때도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감정] 택선의 우울
택선(배두나)은 꽤나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이었다. 사랑 바이러스 감염 이전의 그녀는 무표정하고 삶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모든 것이 귀찮은 듯한 그 모습은 마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회의적이고, 냉소적이며, 따뜻한 말을 건네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사람. 누군가가 그녀에게 “괜찮아?” 하고 물어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어딘가 무너져 있는 표정의 택선은 생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이제 없다고 믿는 사람만이 가지는 눈빛이 있었다.
번역가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녀는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중, 동생이 주선한 소개팅 자리에 나간 그녀의 얼굴은 처음부터 짜증으로 가득하다. 소개팅에 늦었지만 사과조차 없는 남자, 수필(손석구)에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그녀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이내 일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고, 자신의 우산까지 가져가버린 별종을 바라보며 더 큰 우울감에 빠진다. 원래 우울함을 가지고 있던 택선은 수필을 만나도 오히려 우울이 증폭되어 버린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택선에게는 사랑 따윈 없을 것만 같았다. 영화는 행복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수필이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택선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 설정을 따른다. 이후 수필은 택선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 감정은 어느새 그녀에게도 전염된다. 그렇게 택선은 강제적으로 ‘행복’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택선이 느낀 건 정말 바이러스 때문만이었을까. 아니면 택선의 마음속에 원래 자리하고 있던 몽글몽글한 감정이 튀어나온 것일까.
[두 번째 감정] 택선의 사랑
그녀는 감염되고 나서도 처음엔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택선의 얼굴은 붉어졌고, 시선은 부드러워졌다. 스스로는 알지 못한 채, 행복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티내기 시작했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되었지만, 몸은 자꾸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긍정적인 생각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왠지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희망이 그녀를 이끌었다.
택선이 경험했던 모든 감정이야말로, 그게 진짜 사랑이었다는 증거 아닐까.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이균 박사(김윤석)와 가까워지며 그녀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균은 그것이 감염 때문이라고 단정하며 택선을 밀어내지만, 서로를 향한 호감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영화가 재난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이러스보다 두 사람의 감정 변화다. 이 사랑이 진짜인지, 아니면 병적인 착각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그건 진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감염된 신경전달물질의 결과였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밝은 모습으로 웃던 택선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온전히 긍정의 세계에 몸을 맡기던 택선. 그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아마도 그게 진짜 택선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울했던 택선이나, 공허했던 택선보다 더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에게 다가가려 했던 그 모습이 가장 택선답게 느껴지니까.
[세 번째 감정] 택선의 공허함
치료가 끝났을 때,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아니, 무표정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 자체가 사라진 얼굴이었다. 그것은 이상하게도, 처음보다 더 고요하고 더 슬펐다. 감정이 없어졌다는 것은, 감정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 모습은 이별을 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사람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약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시간. 택선은 잠시나마 사랑을 느끼게 해줬던 수필을 추모하며, 그가 있던 장소를 다시 찾는다.
그곳에서 이균 박사를 다시 만난 택선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이균 박사는 조용히 되묻는다. “정말 감정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 그 질문은 그녀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택선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살짝 달라진다. 조금 밝아진 그 표정은 관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아마도 택선은 자신이 느꼈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떠올렸던 게 아닐까.
공허는 사랑보다 더 오래 남는다. 무언가를 격렬히 사랑하고, 그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견디는 일, 그 자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택선의 감정을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6년 동안 창고에 있던 영화, 빛을 보다
<바이러스>는 장르적으로 정의하기 애매한 영화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던 감정적 파국은 초반 10분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에는 한없이 조용하고 모호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로맨스도 아니고, 재난도 아니며, 스릴러도 되지 않는다. 어쩌면 6년간 창고에 잠들어 있었던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배두나만큼은 이 역할을 정확히 이해한 듯하다. 사랑에 빠진 얼굴이 너무도 사랑스럽다가도, 금세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끝까지 버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김윤석은 묵직하게 감정을 던지는 역할을 맡았고, 장기하는 첫 연기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손석구는 짧은 출연이지만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강이관 감독은 차갑고 낯선 정서를 아주 천천히 펼쳐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쉽게도 그 정서를 끝까지 관객에게 전이시키지 못한다. 감정은 있고, 질문도 있지만, 답이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미지근함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여운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묻는다. 사랑이란 감정은 단지 호르몬의 장난일 뿐일까? 전체 이야기를 다 보고 나면, 사랑은 단지 호르몬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생화학적인 반응에서 출발할 수는 있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같은 물질들이 감정의 방향을 잠시 바꾸긴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어가고, 견디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감염이 만들어낸 사랑이었다 해도, 그 안에 진심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랑은 ‘계산’이 아니라 ‘반응’이기 때문이다. 택선이 웃고, 두근거리고, 외로워했던 시간들은 모두 그녀가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건 진짜였다. 단지 시작이 바이러스였을 뿐. 감정이란 건 그렇게 만들어진다. 원인을 따져 물어선 결코 닿을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가 던지는 사랑에 대한 질문이 궁금하다면, 지금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gV4P7Oz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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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틀로얄: 러버스> 예고편
눈을 뜨면, 죽음의 게임이 시작된다!
납치된 학생들이 낯선 건물에 감금당한 채 죽음의 게임을 강요 받는다.
더 복잡해진 게임의 룰 속에서 학생들은 하나 둘 희생되고
게임을 운영하는 운영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학생들은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게임에서 벗어 날 수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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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 2차 예고편
희망 따윈 없는 세상 퓨리오사는 반드시 돌아간다 미친 복수를 마친 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차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