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8 15:04:27
🎫 5월 5주 차 개봉예정작
🎩 웨스 앤더슨표 첩보 스릴러...?
📮 5월 5주차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마크 러팔로, <스파이더맨: 브랜뉴 데이>에서 브루스 배너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MCU 10번째 등장으로,
단순 카메오가 아닌 주요 역할로 참여 예정입니다.
배너가 헐크로 변신할지는 미정이지만, 피터 파커의 과학적 멘토 역할이 유력하며 <쉬헐크>이후 첫 복귀이자, 향후 <어벤져스: 둠스데이>와도 이어질 흐름이라고 합니다.
이번 헐크의 등장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닐지도?
🗞️
❶ 마크 러팔로, <스파이더맨: 브랜뉴 데이>에서 브루스 배너로 복귀
❷ 이병헌, <오징어 게임 3> 앞두고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주인공 선정
❸ 라이언 레이놀즈, R등급 <스타워즈 영화> 각본 집필 중
❹ 이정재, 英 제작사와 K-POP 첩보 영화 <시크릿 아이돌> 기획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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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데 매력적이야 근데 이상해
즐겨 보는 영화들은 이렇다. 스토리가 뛰어나거나 영상미가 기막힌. 한 마디로 어느 한 면이라도 최소한의 완결성을 갖춘 작품을 보고자 한다. 그런 내게 <지옥의 화원>은 별종이다. '지상 최대의 여직원'을 가린다고 빌드업하다가 캐릭터 붕괴라고 느낄 만큼 생뚱맞게 끝내다니. 작년부터 영화를 보고서 왓챠 피디아에 별점을 기록 중인데, 말만 봐서는 0.5점이라도 던졌을 것 같다. 하지만 손가락은 3.5를 눌렀으니, 나 스스로도 의문에 답해야 했다. 이 영화가 왜?
*아래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작중 인물들을 통해 드러나고, 관람객은 그 의미를 찾고 연결하며 감상한다. '메시지'라고 해서 반드시 교훈 담긴 말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시청각을 화려하게 자극하는 영상미가 전부이기도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기만 한 코미디도 있고 말이다. 이 영화의 카테고리는 후자에 가까운데 시트콤 같은 상황을 보며 왁! 하고 터지는 웃음이 아니었다. 어이없는 헛웃음이 끊길 듯 끊기지 않다가 영화가 끝난다.
좀 더 언질 하자면, 러닝타임 마지막 부분에서 헛웃음이 가장 많이 터진다. 굉장한 허무함과 함께. 나름 특색 있게 쌓아온 모래성을 제 손으로 무너뜨리며 사실은 이게 완성이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애석하게도 완성된 모래성은 재미, 유쾌함, 감동, 여운, 그 무엇도 남기지 못했다. 완성 직전의 클리셰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렇게까지 결말 관련 혹평을 던지는 건 관람객보다는 창작자로서의 마음이 담긴 탓이다.
작품을 보는 동안 관람객은 그 세계에 흠뻑 빠진다. 한 사람을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본다고 생각하면 당연하다. 게다가 일방적으로 보고 듣기만 한다. 얼굴 표정이며 말, 행동까지 세세하게 보니까. 이쯤 되어 이 영화 내용과 접목시켜 보아야겠다.
영화에서 제시하는 세계관은 딱 하나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의 싸움 세계. 그 사람들이라고 맨날 쌈박질하는 건 아니다. 일할 땐 일하고, 싸울 땐 싸운다. 본업과 부업 개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한 후에 사이드잡 하는 경우가 요즘엔 왕왕 있지 않은가. 독립된 공간으로 나누어 구분하지 않고, 한 곳(회사)에서 두 가지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회사들은 겸업을 허락해 주는지 피까지 흘려가며 쌈박질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딱 한 사람은 계속 주시한다. 주인공인 나오코. 나오코를 포함한 두 명의 동료는 부업을 안 한다. 즉 어느 파벌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회사에서 싸움할 일이 없다. 다만 싸움 자체에 무관심한 동료들과 달리 매번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흘끗 댄다.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나오코의 회사는 파벌 셋으로 나뉜다. '광견' 사타케 파, '대괴수' 칸다 파, 그리고 '악마' 슈리 파. 꽤 치열한 싸움 끝에 슈리 파가 승리하고, 사타케 파와 칸다파는 자연스럽게 슈리 파 아래로 합쳐진다. 이러면 사이드잡을 잃는 건가 했을 무렵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신입 '호조 란'.
약자를 괴롭히는 걸 못 참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싸움에 별 관심 없는데 어느덧 슈리 파를 이기는 바람에 회사 내 질서를 정리한 인물이다. 나오코의 내레이션처럼 만화영화 같은 설정이다. 사실 영화의 모든 요소가 그렇다. 나오코의 내레이션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그렇고, 인물들의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한 태도도 그렇고. 싸움을 제일 잘하는 란과 주인공 나오코가 친구가 된 것마저. 둘은 드라마 얘기를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며 쇼핑을 하는 등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함께한다.
이제 또 하나의 변곡점. 다른 회사들의 수장을 이기면서 은근한 유명세를 떨치던 란. 이때 나오코가 란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질로 끌려간다. 게임으로 치면 보스몹이 나온 셈이다. 혼자 오라는 말을 착실히 따르며 란은 불구덩 속으로 자진해서 뛰어 들어갔다. 당연히 이길 것 같던 란은 주요 간부 4명 중 3명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무너지고 만다.
란은 일명 '히로인' 역할이 아니었던 건가. 그들은 회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란의 패배를 알리라며 나오코를 묶은 사슬을 풀어준다. 그리고 이제 힘을 숨기던 주인공 나오코는 자신의 싸움 실력으로 직원들 전부를 무너뜨린다. 쓰러진 란을 대신한 복수라기엔 제 안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싸움 잘하는 집안의 딸로 타고난 능력이 있던 나오코는 아주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싸움이건 끼지 않고 멀리서 관망했고.
애석한 건 란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은 반대로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싸움으로 인정받길 원했는데 나오코의 압도적인 실력에 도망쳤다. 회사에서는 나오코의 의도대로 모든 공이 란에게 돌아갔다. 란이 없는 건 찝찝해도 그런대로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이번엔 나오코의 회사까지 찾아왔다. '지상 최대의 여직원'이라는 오니마루를 모셔오면서까지.
사타케, 칸다, 슈리 등 모든 직원들이 고전할 때 나오코가 싸움에 끼어든다. 이번에도 별 수 없이 제 힘을 발휘하며. 오니마루와의 경합은 만화영화의 끝판왕으로 치닫았다. 몸이 붕 뜨는 와이어 액션이나 에너지파 같은 CG를 동원해서. 결국 나오코의 승리로 모든 부업이 종결되는 듯했다.
그때 란이 돌아왔다. 핏빛으로 물든 유니폼을 입고서. 사라진 2주 동안 '최초 여직원'을 찾아가 한 수 배운다. 감독은 코미디 요소로 넣었겠지만, 수련 내용이 꽤나 시대착오적이다. 전화를 상냥하게 잘 받고, 커피 심부름을 잘하고, 복사기를 정확하고 빠르게 잘 쓰기.
사실 이런 요소는 틈틈이 보였다. 남성 직원이 등장하면 흐름이 조금 깨졌다. '지상 최대의 꽃미남'인 것 같은 효과를 넣는다거나 여직원들이 갑자기 탕비실을 바쁘게 정리하거나 시급한 와중에도 젤리 사놨으니 먹으라는 말에 걸음을 몇 번이나 멈춰 선다거나. 학원물을 성별만 바꿔서 그대로 오피스로 옮긴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나올 필요가 없지만, 완전히 잡무 위주로 돌아간다는 게 아쉬웠다.
이제 마지막.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란과 나오코는 동등하게 싸움을 이어갔고, 결투는 옥상에서 끝이 났다. 란은 자신이 졌다고 생각했고 나오코에게는 무승부였다. 다시 예전처럼 밥 먹고 잘 지내자는 꽤 훈훈한 결말인 것 같았는데
남직원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뒤바뀐다. 여직원의 본분은 싸움이 아니라 잡무를 잘하는 것이라는 뜬금없는 설교를 시작하고, 란에게 사랑 고백을 던진다. 란은 그 말에 동화된다. 나오코가 걸어가는 뒷모습에 '완패'라는 단어로 끝.
별점 1.5점은 모두 이런 요소 때문이었다. 과장스럽고 우스운 상황은 코미디의 일부이니 괜찮았다. 서브 컬처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영화가 나오는 게 좋은 현상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맥락을 몇 번 끊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인물들의 모든 배경이나 노력을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하다니. 이건 창작자로서 지양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었다. 기꺼이 내용에 몰입하며 따라왔을 관객들에게 왠지 모를 배신감을 안겨주는 플롯이니까.
남직원과 여직원 사이의 위계를 슬쩍 내비치려는 의도였으면 또 모르겠다. 학원물이나 소년만화에서 흔히 보이는 설정을 성별 바꾼 채로 회사 배경에 옮긴 과정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고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모쪼록 실험적인 시도로도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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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찾은 작은 희망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과도 같다. 아주 가까운 자식은 그런 돌봄을 받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다. 아이를 키우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챙겨준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을 쌓아간다. 그 모든 과정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끝이 나는 듯 하지만 그 아이가 또 다른 가정을 만들면서 다시 비슷하면서 다른 과정이 시작된다. 세대와 세대를 지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 과정은 아마도 모든 동물들이 자라면서 교류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키고 돌보려고 하는 존재가 밥을 먹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떤 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계속 그 어떤 존재를 돌본다. 아이가 자라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키우며 무언가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돌보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가진 하나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큰 자식이 자신의 품을 떠나 독립할 때, 약간의 허무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 것이다.
오존 파괴로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 핀치와 로봇 제프의 이야기
영화 <핀치> 속 주인공 핀치(톰 행크스)는 지구 오존 파괴로 거의 파괴된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이다. 영화 초반 화면 속의 핀치는 낮에 특수한 장비를 입고 밖에서 활동을 하고, 밤에는 그나마 안전한 실내에서 생활한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작은 로봇과 개 한 마리가 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개발자였던 그는 제프(칼레 랜드리 존스)라는 새로운 로봇을 개발한다. 그 외에 등장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구 종말의 상황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핀치의 생활이 영화에 담긴다.
새로운 로봇인 제프는 많은 지식을 전송받긴 했지만 실제로 걷고, 활동하는 것에 아직 교육이 필요한 존재다. 핀치는 제프를 교육시키고 알려주면서 폐허가 된 세계에서 그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니까 제프는 핀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개를 돌보면서 남은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
핀치가 키우는 개는 '굿이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굿이어는 우리가 아는 여느 개처럼 정이 넘치고 인간 주변을 맴돌며 온기를 만든다. 핀치는 그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핀치가 로봇 제프를 만들어낸 궁극적인 이유 자체도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굿이어를 돌볼 수 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제프는 그런 핀치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지만, 핀치는 자신이 만든 로봇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돌본다. 그저 바보 같은 인공지능 로봇에 불과했던 제프의 변화과정이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담긴다.
사실 영화 <핀치>의 중심인물은 핀치가 맞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핀치보다 제프의 영화로 보인다. 제프의 탄생부터 그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하나씩 보여주는 영화 속에서 제프는 그저 감정 없는 로봇이라기보다 하나의 인간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고, 또 실수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자 서사이다. 제프는 뭘 해도 서툴러 보인다. 실수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제프의 서툴고 어색해하는 그 모습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로봇 제프의 따뜻한 성장기
이 영화에는 악당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보호막이 사라진 지구의 환경이다. 환경이 만들어낸 토네이도와 폭풍은 아주 짧은 시간 이어지지만 아주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악당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보다는 핀치가 그토록 보살피고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좀 더 관심이 있다. 마치 부자 관계처럼 보이는 핀치와 제프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들이 조금은 척박한 화면과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주인공 핀치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인물을 다시 한번 연기한다. 과거 <캐스트 어웨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등장해 개와 로봇과 벌이는 그의 연기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번엔 로봇 제프라는 존재가 있어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유머도 포함되어 있어 시종일관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은 과거에 <리포맨>(2010)이라는 SF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또한 <얼터드 카본> 같은 드라마 에피소드 연출하는 등 SF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핀치>는 지구 종말의 분위기 속에서 따뜻함을 담았는데 그 따뜻함이 누구도 아닌 차가운 이미지의 로봇에게서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영화 속 핀치가 돌봐주었던 굿이어를 위해 만든 로봇 제프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되어간다. 그가 핀치에게 배운 것처럼 그는 어떤 존재를 똑같이 돌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가 과연 굿이어와 교류를 하게 될지, 굿이어가 로봇이라는 차가운 존재를 받아들일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핀치>는 애플 TV에 공개되어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IMDB]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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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향한 오해와 화해, 교복 속에 담긴 감정들
서로를 향한 오해와 화해, 교복 속에 담긴 감정들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감독] 촹칭션
출연] 진연비, 항첩여, 구이태
시놉시스] 엄마의 강요로 대만 최고의 명문인 제일여고 야간반에 입학하게 된 아이는 짝퉁 엘리트가 된 것 같아서 부끄럽다. 학교의 전통에 따라 같은 책상을 공유하는 주간반의 책상 짝꿍 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던 중, 민이 주간반과 야간반의 교복을 교환해 함께 땡땡이를 치자고 제안한다. 평범한 자신과는 달리 공부도, 놀기도 잘하는 민과 어울리며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하던 어느 날, 첫눈에 반한 제일고의 인기남 루커를 민 역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과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것만 같은 못난 열등감에 루커의 앞에서 주간반 행세를 시작한다.
#스포일러 주의#
교복 속 명찰 색깔 하나로 나뉜 계급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199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주간반과 야간반 학생들 간의 차별과 갈등을 다룬다. 시험 성적에 따라 나뉜 이 두 반은 하얀 명찰과 노란 명찰이라는 눈에 띄는 구분으로 나뉘며, 이 작은 차이는 곧 계급으로 고착된다.
이 장치는 한국 사회의 수능 중심 입시 체제, 그리고 학벌에 따라 서열화된 학교 구조와 닮아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주간반’, 미달 성적으로 간신히 입학한 ‘야간반’. 이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 간 갈등의 뿌리가 된다. 야간반의 ‘아이’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주간반의 ‘민’은 모든 것을 가진 존재처럼 보인다. 그 감정은 사춘기 특유의 열등감과 우월감, 그리고 사회가 부여한 ‘명찰의 색’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발전한다. 하얀 명찰을 감추고 노란 명찰 행세를 하던 아이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 안에는 사회가 만든 차별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영화는 이 구조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벽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야간반’과 ‘주간반’이라는 구분은 진짜 친구 사이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영화는 두 여학생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보여준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였다. 루커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은 아이는 자신이 주간반이기에 루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민이 아이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모든 관계는 일시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모든 인물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도, 아이도, 루커도 모두 미성숙한 감정으로 상처를 주고 받지만, 영화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 우리가 저지르곤 했던 유치하고 서툰 실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의 전환점은 대지진이다. 모두가 흔들리는 순간, 아이는 민이 소중히 여기던 키링을 줍고, 그것을 돌려주기 위해 민을 다시 찾아간다. 그 순간, 두 소녀는 서로가 교복의 색깔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아꼈던 친구였다는 걸 깨닫는다. 갈등과 오해를 넘은 우정의 회복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핵심이다. 루커와 아이 역시 대학 시험장에서 다시 만난다. 더 이상 주간반과 야간반의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들은 같은 시험지를 받는 동등한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시험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단지 대만 학생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교복이라는 옷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 — 열등감, 우월감, 비교, 사랑, 우정, 성장 — 은 한국 사회를 살아온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영화는 말한다.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주눅 드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한 그 ‘노력의 과정’에 의미를 두자고. 그리고 그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에게, 스스로 박수를 보내자고. 그것이 바로, 교복 너머에 남겨진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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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수리남]은 에너지가 넘치는 시리즈다. 한 번 시작하면 그 힘에 이끌려 6편을 내리 정주행 하게 만드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정주행 욕구가 든 시리즈였다. 마침 개봉된 시점이 추석 연휴 직전이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봤을 것 같다. 여기에 개봉한 영화도 <공조2> 한 편 밖에 없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에 공개를 했다.
추석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평이 들려온다. 정말 많은 사람이 본 것 같다. 웬만해서는 이렇게 까지 이야기가 되지 않는데, [수리남]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각 배우들이 너무 잘하는 역할 혹은 그동안 해왔던 역할의 캐릭터를 맡아 기시감이 느꼈다는 평도 있었고, 이야기의 허점이 있었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평가들의 반응이 이 시리즈가 '싫었다'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모든 사람들이 시리즈를 보기 시작해서 명절 연휴에 모든 에피소드를 끝까지 봤다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특성상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에피소드 보기를 중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끝까지 시청을 완료한 것 같다.
나 역시 이 시리즈를 처음 보기 시작하고 4일 정도 기간에 모두 시청을 완료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고, 하정우와 황정민이 협상을 벌일 때 연기가 무척 좋았다. 전반적으로 연기가 무척 좋은 시리즈다. 박해수와 조우진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조금 논란이 있는 건 배우 유연석의 연기다. 황정민이 맡은 전요한의 수석 변호사로 등장하는 그의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유연석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크게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던 배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시리즈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그에게 딱 맞았던 것 같다.
일단 얄밉게 느껴지는 껄렁대는 연기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자신이 배운 사람이라는 걸 일부러 티 내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억에 그가 악역이나 껄렁한 연기를 하는 걸 잠깐이라도 본 적이 없다. 외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반듯한 이미지를 깨는 이번 연기는 그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줬다.
하정우가 맡은 강인구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한국에서 단란주점과 카센터를 운영하던 그가 수리남으로 가서 홍어를 수입하려다 마약 밀매범으로 감옥에 간다. 출소 이후 국정원 요원과 함께 마약 사범 전요한을 잡으로 가서 벌이는 그의 대처 능력은 무척 인상적이다. 흔들림 없이 협상을 하고 전요한의 협박을 받고 그대로 강하게 되치기를 던진다. 완전히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그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상대방의 바닥을 꺼내기 위해 침착하게 자신의 수를 던진다. 이런 시리즈의 모습은 실제 배우 하정우가 겪었던 보이스 피싱에 대처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배우가 피싱범에게 대하는 모습이 시리즈를 보면서 떠올랐다. 이런 점을 보면 하정우를 캐스팅한 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시리즈의 악당 전요한을 맡은 황정민의 연기도 좋다. 그런데 그의 연기는 과거 <신세계>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 톤으로 보이는 그의 연기는 기시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 시리즈 안에 무척 잘 어울린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주변을 잘 구슬려 자신의 사업을 진행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시리즈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시리즈에는 수리남에서 차이나타운에 살고 있는 조직 보스 첸진도 등장한다. 배우 장첸이 연기하는 이 인물도 이 이야기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첫 등장부터 그가 보여주는 위압감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후반부에 조금은 부속품처럼 소비되어 버리는 역할이지만 전요한, 강인구, 첸진이 서로 엮이고 서로를 이용하면서 벌이는 상황들이 무척 재미있게 구성되어있다.
윤종빈 감독은 <공작>, <범죄와의 전쟁> 같은 영화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인물 구도를 선보인 적이 있다. 여기에 꼼꼼하게 만든 미장센이나 촬영이 이번 [수리남]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시리즈를 보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도 좋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의 연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였지만, 일반인이 첩보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설득하게 만드는 건, 결국 배우들의 연기다.
오랜만에 정주행 하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시리즈를 본 것 같다. 대부분의 시리즈는 한 편 보고 약간의 텀이 생긴다. 그런데 [수리남]은 멈추지 못하고 달려가게 만든다. 아직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이 시리즈를 보라고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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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고 지는 것 이전에, 가슴 뛰는 것 영화 <승부>가 말하는 승부의 태도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다.
세계를 제패한 조훈현은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신문 1면과 광고를 장식했다.그는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존재이자,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게 하는 우상이 되었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한 그의 앞에, 이창호가 나타난다.'
족보도 방법도 없지만 특유의 스타일로 여러 사람 잡는 신동이라 불리는 창호는 훈현과 대결을 위해 그가 내어준 과제를 밤낮으로 고민하여 풀어낸다.
창호의 집념을 본 훈현은 그를 집으로 데려와 제자로 삼게 된다. 어린 창호는 기원의 모든 사람들을 상대하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바둑 천재는 서서히 성장하고 스승과 맞붙는 그야말로 청출어람의 면모를 보인다. 이때까지 따라온 관객들은 당연히 이창호가 조훈현을 이길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영화의 줄거리를 놓고 본다면 이름과 같이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로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서사를 풀이하는 시선을 패자인 조훈현에게 부여하여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패자를 응원하게 만든다.
훈현은 어찌 보면 인간미 없는 대국 매너를 보여주기도 한다.
승리를 예감하면 다리를 털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상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처럼 보이기까지 하는데 승자에 위치에 오르는 것이 당연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제자와의 대국에서 패배하고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후 제자의 기보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되지만 이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미 책으로 만들어진 훈현의 기술과 수없이 그의 대국을 분석하며 자라온 창호에게 패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훈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창호의 방식을 부정하며 기본을 강조하고 문법적인 이야기를 반복한다.
창호의 바둑은 최대한 파괴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가지고 오는 방식이며 이는 공격하는 성향을 가진 훈현에게는 단지 부족한 것이었지 또 다른 방식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훈현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연속적인 패배 이후 바둑을 포기하려 하는 훈현. 하지만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 주는 아내가 못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말에 잊고 지냈던 스승을 생각한다.
스승의 가르침 아래 적힌 아직은 일등이 아니던 시절에 쓴 자신의 각오를 보며 훈현은 바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바둑은 나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다”
바둑판에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지어 나가는 것.
훈현은 훗날 이것을 제자 이창호에게 건넨다. 오직 내가 나와 싸우는 것이 바둑에서의 진정한 승리임을 깨닫고 이기는 것보다 다음을 기약한다.
패배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이야기는 영화 승부의 서사는 매력적이고 또한 지극히 판타지적이다. 주변에서 볼 법한 캐릭터지만 결코 쉽게 보기 어려운 캐릭터들을 연출적으로 탁월하게 활용한다.
특히 조우진 배우가 맡은 남기철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언제나 패배한다.
훈현의 라이벌로 불리지만 언제나 패배하는 쪽이었고, 그의 제자 창호와의 승부마저 패배했다.
비매너로 경기를 임하는 훈현에게 분노하지만 다시 붙을 날을 위해 칼을 가는 기철은 일등과 이등을 가리는 순위권에는 들지 못한다.
승부의 세계는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기철은 멋진 경기를 보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그야말로 바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인물로 나온다.
가끔은 어떻게 이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안 진짜 사랑하는 것에 대해 잊고 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순수하게 노력하고 바둑 그 자체를 즐기는 남기철을 보여주며 진정한 승부에 대해 말해주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넷플릭스 공개 예정이던 이 작품이 극장으로 넘어가게 되며 영화의 가장 탁월한 부분인 배우의 연기를 거대한 스크린에서 보며 압도당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인 영화 <승부>가 현 극장 시장에 좋은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고 남문철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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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쟁하는 노동자, <미싱타는 여자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함
*영화 개봉은 내년 1월 예정
암살되거나 탄핵되거나 재판받은 역대 대통령들의 공적을 평가할 때 흔히 나오는 소리가 있다. 비록 독재를 좀 했지만, 사람을 좀 고문했지만, 대량학살을 좀 명령했지만 그래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지 않았느냐고, 그 덕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거라는 소리이다. 민주주의와 사람의 목숨과 존엄을 희생해 경제를 도모하는 것 자체도 합리화될 수 없지만, 칭송받는 발전의 과정에서 죽어가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시몬 베유가 <중력과 은총>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 중 이반의 말을 인용해 "이 거대한 건축물이 더없이 훌륭하다 한들, 이것을 얻기 위해 어린아이의 눈물 한 방울이라도 치러야 한다면 나는 거부하겠"다고 했듯이, 한 명의 노동자로서 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것에 반대한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자본주의 논리 하에서 노동자들을 착취한 사회와 자본가와 정부에 맞서 싸우고 저항한 노동운동가들의 이야기이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시사회는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되었다.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인 휴식할 권리를 위해 투쟁한 주인공들이 청춘을 보낸 평화시장에서 멀지 않은 장소다. 본인 역시 어린 나이부터 노동해야 했던 전태일은 청계천의 공장들, 특히 자신이 일하던 평화시장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고 근로기준법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분개했다. 그는 몇 년 간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동료 노동자들을 모으고 근로기준법을 알리려 노력했다. 1970년 11월에 시위를 계획했으나, 경찰의 방해로 시위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몸을 불살라 근로기준법 준수와 노동환경 개선을 부르짖었다. 전태일의 분신 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이 다큐멘터리는 전태일이 지핀 작은 불씨를 이어받은 투쟁자들이 겪은 싸움과 삶을 조명한다.
평화시장의 의류 공장에서 일한 '시다'들은 주로 13~17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이들은 환기도 되지 않고 섬유먼지가 날리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잘 먹지도, 쉬지도, 다리를 펴지도, 화장실을 편하게 가지도 못한 채 하루의 반이 넘는 시간을 일해야 했다.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듣는, 평화시장의 어린 여성 노동자들이 작업장에 오게 된 계기도 다양하다 - 어떤 이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어떤 이는 여자가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옳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이 끔찍한 일터에 오게 되었다.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평화시장에서 청계피복노동조합을 조직한 노동자들은 배워야 부당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고, 어린 노동자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조교실이 열렸다. 인터뷰에서 한 분이 말하기로, 노조교실에서 1부터 조까지 숫자를 한자로 읽고 쓰는 법(당시 은행은 금액을 표기할 때도 한자를 사용했다고 한다)을 배우고 받은 과제가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예금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교육은 실용적인 지식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성취감을 얻는 경험을 주어 세상을 바꾸려는 적극성이 발아하도록 도왔다.
그러나 독재 정부는 노동자가 배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경찰은 강압적으로 노동교실을 폐쇄했다. 1977년 9월 9일, 180여 명의 조합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노동교실 건물 안에 들어가 전태일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가이고 민주화운동가인 '어머니' 이소선의 석방과 노조교실 반환을 요구했다. 경찰의 폭력 진압에 저항하던 노조원 중 한 명은 3층에서 뛰어내려 척추에 큰 부상을 입었고, 셋은 유리조각으로 배와 팔을 그어 심각하게 피를 흘렸으며, 많은 어린 여성 조합원들이 전태일처럼 분신하겠다고 경찰을 위협하며 사무실 집기에 불을 질렀다.
이날 53명의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주동자'로 추정되는 노조원들은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감옥에 갇혔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 잡혀온 대학생들과 달리 학력 없는 노동자들은 감옥 안에서도 간수들에게 차별적이고 더 가혹한 대우를 받았고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씻거나 속옷조차 갈아입지 못하게 하는 학대가 그 일부였다. 반공 사상이 권력을 강화하고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되던 시대, 독재 정권은 살기 위해 투쟁한 노동자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누가 노동조합에 나가라고 시켰냐고 배후를 캐묻는 것은 물론, 노동운동가들과 함께 싸우고 그들을 지원한 이소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북한에서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고 다그치고 이들이 시위한 날짜인 9월 9일이 김일성의 생일이니 공산주의에 매수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윽박질렀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사수투쟁 당시의 상황을 당사자들의 증언으로 생생하고 자세하게, 고통스럽고 슬프게 들려준다. 평범하게 바다로 놀러 가기도 하고, 장시간 노동에 지쳐 남산에 수면을 취하러 올라가기도 했던 일상도, 노동조합과 노조교실을 위해 맹렬하게 저항한 투쟁기도 모두 하나의 인생이다. 이들 중 어떤 이들은 함께 싸우던 동지와 가정을 이뤘고, 오랜 기간 가족에게 아픈 기억과 영광을 숨기고 살다 뒤늦게야 말하기도 했으며, 한때 같은 길을 걸었지만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친구의 연락을 기다려오기도 했다. 담담한 텍스트로 전달할 수 없는 열정과 분노, 슬픔과 감동. 역사의 한 장이자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미싱타는 여자들의 목소리가 지금을 살고 있는 관객인 나와 무관하지 않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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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주 최신 개봉영화(돈룩업, 마이 뉴욕 다이어리, 캅샵,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 이상존재)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1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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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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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설> 티저 예고편
홍경 X 노윤서 X 김민주 청량 설렘의 대명사 [청설] 티저 예고편 공개! [청설] 11월 6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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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D.P. 2> 티저 예고편
바뀌는 건 없었다. 탈영병은 계속 생기고, 디피는 그들을 데려와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일이 일어나든. 결코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D.P. 2》 7월 28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