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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DAY2025-05-20 21:34:11

미션 임파서블 8 | 그의 액션에는 서사와 감동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지털상의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 엔티티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 강대국의 핵무기 시스템마저 순차적으로 장악하며 핵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마친다. 이에 CIA와 IMF의 모든 정보원은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찾아 나선다. 그는 엔티티를 파괴할 수 있는 열쇠를 확보한 뒤 잠적한 엔티티를 악용하려는 국가와 세력을 경계하며 잠적했기 때문.   

 

 

'슬론'(안젤라 바셋) 대통령의 절박한 메시지를 받은 뒤 에단은 결국 엔티티를 파괴한다는 조건으로 작전을 개시한다. 북극해에 가라앉은 러시아 잠수함에서 엔티티의 소스 코드를 빼내고, 이를 미끼로 핵전쟁 발발 직전에 엔티티를 속인 후 제거하겠다는 것. 엔티티는 아픈 과거를 공략하며 에단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그는 오랜 동료 ‘루터’(빙 제임스)와 ‘벤지’(사이먼 페그), 그리고 새로운 팀원 ‘그레이스’(헤일레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드가’(그레그 타잔 데이비스)와 함께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한다. 

 

 


 

 

 

 

 

 







 

 

명성에 걸맞은 최종장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로 명성이 높았다. 첩보 액션 스릴러의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7번째 작품 <데드 레코닝>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공지능 엔티티와의 갈등이 첩보물에 어울리지 않고, 긴 러닝타임에 비해 액션씬도 빈약하다는 혹평이 있었기 때문. 국내에서 400만 명, 해외에서는 6억 달러를 간신히 돌파한 흥행 성적은 실망감의 방증이었다. 

 

 

그렇기에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이자 최종장으로 알려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미임파 8>)의 어깨는 무거웠다. 전편을 향한 미적지근한 반응을 열광과 환호로 바꿔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안았으니까. 예고편에 중점적으로 등장한 톰 크루즈의 잠수와 맨몸 비행 스턴트 액션, '데드 레코닝 PART TWO'에서 '파이널 레코닝'으로 변경된 부제에는 8편에 쏠린 관심과 기대, 부담과 각오를 함축되어 있었다. 

 

 

언제나 불가능한 임무를 달성하는 에단 헌트처럼 <미임파 8>은 맡은 바를 다해냈다. 전편에서 혹평받은 엔티티와의 대립은 오히려 에단의 지난 30년을 복기하는 기회가 됐고, 바닷속과 공중을 배경으로 펼쳐진 액션 시퀀스는 전편의 아쉬움을 만회할 뿐만 아니라 8편의 서사를 총망라하여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렇게 <미임파 8>은 시리즈와 배우의 이름값도, 최종장의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전편에서 한발 더 나아가다

 

<미임파 8>의 전반적인 전개나 줄기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편에서 보여준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애초에 1부와 2부로 나눠서 기획된 작품이니 당연한 일이다. 엔티티는 강대국의 핵무기 통제 시스템을 장악한 뒤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멸종시키려 하고, 이 묵시록적 세계를 달성할 도구로서 에단을 이용하려 한다. 그에 반해 에단은 엔티티가 계산에 넣지 못한 변수를 찾아 엔티티의 결정론적 세계에 맞선다. 

 

다만 <미임파 8>의 스토리텔링은 전편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주안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편은 인간의 가능성, 아날로그적 미덕을 긍정하는 서사가 핵심이었다. 아무리 엔티티가 디지털 세계를 모두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철저히 아날로그적 장비와 작전으로 무장한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즉, 일견 완벽해 보이는 인공지능이 만든 결정론적인 세계에도 분명히 균열이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다. 

 

<미임파 8>은 전편이 입증한 명제를 더 구체화한다. 엔티티의 맹점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과 희망을 현실화하는 방법도 보여주고자 한다. 그 방법은 명백하다. 엔티티의 계산에 포함된 외적 행위와 높은 확률의 가능성이 아니라, 낮은 확률과 한계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바로 그 답이다. 에단 헌트의 서사를 총망라하며 '불가능한 임무'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의 마음 그 자체를 인간의 가능성이자 희망으로 제시한다.  

 

 

 

 

 

 

 








 

 

자책과 함께 침전하다


물론 엔티티는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을 매개체로 삼아 에단의 굳은 의지를 무너뜨리려고 애쓴다. 실제로 엔티티는 그가 언제나 필연적으로 지고 있어야만 했던 부담감과 자기 의심, 죄책감을 자극하고, 그를 자신의 결정론적 세계 속에 가두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렸던 그의 과거 선택이 낳은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그가 애써 무시하던 죄책감과 불안감을 상기하는 식이다.  

 

일례로 엔티티는 3편의 맥거핀을 재언급한다. 전처 '줄리아'(미셸 모나한)를 살리려고 에단이 찾아야 했던 '토끼발'이 생화학 대량살상무기가 아니라 엔티티의 프로토타입이었음을 알려주면서 그의 죄책감을 자극한다. 이에 더해 에단이 1편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동료인 루터의 죽음을 못 막도록 유도하면서 그를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다음 임무에 다른 팀원들을 투입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유도하려는 것.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여 온 에단의 어두운 내면은 첫 번째 하이라이트인 잠수함 액션 시퀀스에서 단적으로 상징화된다. 에단은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 호에 들어가 엔티티의 소스 코드를 꺼내 온다. 흥미롭게도 이 시퀀스는 침전하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에단은 잠수함에서도 더 깊숙하고, 어뢰 발사구처럼 좁은 공간으로 밀려들어 간다. 잠수함 선체 역시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서 더 깊이 가라앉는다.

 

심지어 그가 잠수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이후에도 침전의 이미지는 유지된다. 수면 위로 올라가려는 에단을 보여줄 때 화면 위아래를 뒤집어 버리기 때문. 그 결과 빙하가 마치 바닥인 것처럼 연출되고, 에단도 해수면 위로 떠오르는 대신 바닷속에 침전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렇게 그는 엔티티의 탄생, 애인과 친구의 희생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 가라앉는다. 

 

 

 

 

 

 

 

 

 

 

 

 

 

 

 

 

비상(飛上)하는 이단 헌트

 

하지만 에단은 물속에서 죽지 않는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잠깐이나마 줄리아의 환상을 본 뒤 이단은 계획대로 깨어나는 데 성공한다. 전편에서 그가 가능성만 보고 기회를 주거나 살려줬던 그레이스, 파리, 드가가 0%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임무를 수행한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 이를 계기로 에단은 확신한다. 과거의 선택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희생을 초래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결국 옳았다는 믿음을 되찾는다. 

 

비록 아내를 수차례 죽을 위기에 빠트렸고, 애인인 '일사'(레베카 페르구손)도 눈앞에서 못 구했고, 루터도 잃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롭게 만난 팀원들이 그에게 엔티티를 파괴할 기회를 다시 한번 줬으니까. 그렇기에 에단은 자기 의지력과 팀원의 능력을 믿고 다시 한번 불가능한 임무에 나선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에 전 세계가 핵전쟁에 휘말릴 수 있는데도. 

 

두 번째 하이라이트인 비행기 액션 시퀀스는 이처럼 죄책감과 의구심을 딛고 일어선 에단의 의지를 담아내려 한다. 그렇기에 6편 <폴 아웃>의 헬리콥터 액션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세부적인 전개나 묘사가 다르다. 6편에서는 에단과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가 지상으로 내려와 결판을 냈지만, 이번에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에단이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잠수함 시퀀스와는 정반대로 비상하는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함이다. 

 

그 덕분에 모든 고통을 딛고 일어난 에단의 서사는 관객의 뇌리에 직관적으로 각인될 수 있다.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은데 그는 도저히 못 막을 것 같은 핵전쟁이라는 미래를 끝내 막아 세운다. 운명처럼 보이는 미래에 굴복하지 않고,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완수해 내면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하며 위대한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비행기가 등장하는데도 <미임파 8>의 클라이맥스가 <탑 건: 매버릭>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 번의 질주가 감동적인 이유


에단의 서사를 총망라하는 두 액션 시퀀스는 <미임파> 시리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전력 질주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 감동적이다. 각각의 씬이 구체적인 함의는 다를지언정,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으니까. 실제로 루터를 구하려고 런던 시내를 가로지르는 질주는 침전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브리엘의 비행기를 쫓는 질주는 자기 자신과 동료들이 극악의 확률도 뚫을 수 있다는 신뢰를 함축한다.

  

이에 더해 <미임파 8>은 같은 메시지를 변주해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슬론 대통령은 전 세계가 핵무기에 의해 파괴될지 모르는 상황에 몰린 와중에도 넓게는 인간에 대한 믿음, 좁게는 에단 헌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는다. 엔티티의 계산과 예측을 피하고자 말도 되지 않는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는데도, 그의 임무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항공모함 단장도, 잠수함 함장도, 1편에서 그와 악연으로 얽힌 '던로'(롤프 색슨)와 '브릭스'(셰이 위검)까지도 무모해 보이는 그의 계획에 믿음을 보낸다. 작위적으로 보이는 순간도 있지만, 이러한 전개는 액션씬에 담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준다. 그렇기에 <미임파> 시리즈만의 매력이자 정체성인 톰 크루즈의 현실감 넘치는 스턴트 액션은 그저 눈만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뭉클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이라 이해할 수 있는 욕심


다만 <미임파 8>의 완성도는 액션 시퀀스의 쾌감을 온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 욕심이 과한 나머지 도리어 짜임새가 엉성한 지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초반부는 엔티티를 파괴할 임무를 설명하는 분량이 너무 긴 나머지 다소 맥이 빠진다. 또 임무의 난이도를 강조하려고 여러 캐릭터가 돌아가면서 설명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한 대목은 다소 어색하거나 올드하게 느껴진다. 

 

캐릭터의 활용법도 매끄럽지 않다. 특히 바다에서 익사할 뻔한 에단을 그레이스가 구해내는 장면에서는 그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일사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특히 <미임파 8>이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5편 <로그네이션>에서 그녀가 수중 탱크에 잠입했다가 죽을 뻔한 에단을 이미 한 번 살린 전적이 있는 만큼, 시리즈의 연계성과 완결성을 높일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에 더해 전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중 그레이스를 제외한 이들의 활용도 또한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파리의 경우 가브리엘에게 직접 복수하지 못한 결말 때문에 그녀의 역할도, 가브리엘과의 관계성도 애매해졌다. 드가도 마찬가지다. 그가 에단의 팀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은 관객의 유추에 맡겨졌다. 그러다 보니 그의 활약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정쩡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데서 그쳤다. 

 

다행히도 과욕이 빚은 몇몇 단점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무려 30년에 걸친 에단 헌트의 서사를 총망라하는 명()이 암()을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잠수 액션과 활공 액션 두 시퀀스만으로도 169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은 것이 그 방증이다. 액션 첩보 영화의 정석이자 톰 크루즈라는 스타를 상징하는 시리즈의 최종장으로서 <미임파 8>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가 결코 과언이 아닌 이유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침전과 질주, 비상 끝에 도달한 최종장 

작성자 . KinoDAY

출처 . https://blog.naver.com/potter1113/22387218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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