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I2025-05-19 14:08:32
두 개의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건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가이드 리뷰
!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의 감독으로 유명한 일본의 로맨스 장인 ‘미키 타카히로’가 새로운 로맨스물로 돌아왔다. 매번 다른 설정을 통해 사랑의 순가치를 담아내는 미키 타카히로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그려낸다.
꿈과 사랑
대학생 ‘리쿠’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해 교수에게 작가 노트를 빼앗긴다. 리쿠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그는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하고, 혼자서 노래 연습을 하는 ‘미나미’를 만난다.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그들은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된다.
8년이 지나 ‘리쿠’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는 팬 싸인회부터 인터뷰까지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아내 ‘미나미’를 챙기지 못하고 되려 상처를 준다. 그리고 다음 날, 그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꿈과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모함한 여러 매체에서 흔히들 사용되는 소재이다. 다만 작품마다의 변주가 존재하는데, <라라랜드>처럼 뮤지컬 형식을 빌려오기도 하고, <빌리 엘리어트>처럼 가족의 단위로 확장되기도 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멀티버스를 활용해 세계를 확장시킨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또 다른 세계’라는 장치를 통해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어버린 이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나의 세계에서 우리의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에서의 당연한 비밀을 조심스럽게 전달한다.
타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나와 타인의 세계를 완벽히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역지사지의 사고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리쿠와 미나미의 처지를 뒤바꾼다. 성공한 가수가 된 미나미와 평범한 직장인 리쿠가 살아가는 세계, 그곳에 지금의 리쿠가 놓인다. 그들은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미나미는 리쿠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에게 그 사이에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는 사실 외의 교집합이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 리쿠는 현실을 부정하지만, 성공한 미나미의 삶을 보며 이를 점차 받아들인다. 나와 만나지 않았던 세계에서 미나미는 눈부시게 빛난다. 미나미가 자신의 삶을 양보한 것처럼, 리쿠 또한 그녀와 타자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기존의 미나미에게 남아있는 여러 마음과 해야할 말을 전하기 위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한다.
두 개의 세계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는 과연 하나일까? 지구라는 공간, 2025년의 시간을 똑같이 공유하는 우리는 세계를 하나의 큰 범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 이유는 우리가 큰 범주로 인식하는 하나의 세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인간은 물리적 세계의 기준에서는 너무나 작다.
결국 세계는 우리의 ‘인식’에서부터 다시 구분된다. 내가 살아오며 경험한 모든 것이 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나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한다. 결국 하나의 세계라는 것은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에 가깝다.
주관적 인식은 불안정하다. 모든 주관성이 그렇듯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 또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증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린 관계 맺음을 통해 그 과정을 해나간다.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쉽게 해주는 장치는 사랑이다.
커플티, 커플링, 기념일 등 사랑은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두 개의 세계는 하나가 될 수 없다. 결국 서로 다른 세계를 합치려는 노력 속에서 합칠 수 없음을 발견하고,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이상적인 관계 맺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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