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5-15 13:10:24
불협화음의 극치
넷플릭스 [브로큰]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브로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엇이 부서진 것일까.
죽은 동생 석태(박종환)의 마지막 자취를 밟아가며 동생이 겪어야 했을 안타까움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민태(하정우)의 마음이 부서진 것일까. 석태를 죽이고 싶었던 문영(유다인)의 고백(혹은 자백)이 생각나 민태와 앞다투어 그녀의 행적을 쫓았던 호령(김남길)의 불안한 마음이 그랬던 것일까.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영화는 석태를 향한 친절함을 상실한 채 그대로 달리기만 한다. 민태는 시종일관, 이유 없이 화가 나 있고. 그 분노의 방향 끝에서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 장면들이 석태가 예전에 '한가닥'했던 시절의 위용이나 시원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동네 개싸움 정도의 난잡함만 느껴질 뿐.
호령의 캐릭터 기용에 있어서도 의문이 많다.
한낱 소설가인 호령이 민태와 비등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한 발 앞서거나 지름길로 가지 않고 민태와 동선을 따박따박 같이 한다. 사건의 흐름에 그저 앞 뒤만 있을 뿐 트위스터 따위는 없기 때문에. 이 추격전 아닌 추격전에서 "쫄깃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한 호령은 애초에 문영의 뒤를 쫓아야 할 명분마저 흐릿하다. 아무리 상상력을 굴려서 본다 해도 둘 사이에 있었던 것은 내연의 관계 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의 교류일 뿐. 그 외에 증거를 호령에게 줬다거나 혹은 자백을 했다거나 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호령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그녀를 쫓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다.
게다가 후반부에는 이 수건 돌리기(?)에 경찰까지 등장하는데 그저 영원히 자신의 앞에 있는 술래를 못 잡는 꼬리가 되어 존재감 한번 뽐내보지 못하고 무능함만 뽐낸 채 전화만 돌려댄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 복수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듯한 희망찬 민태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데, 이런 결말이 (의도되지는 않았겠지만) 마치 다음 편을 또 기대하라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것이 매우 불쾌할 지경이었다.
지금 벌려놓은 판조차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은 채,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나가다 보면 온 세상 원수들을 다 만나고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 잡힌듯한 민태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걸 두 시간가량 지켜본 내 시간과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단 하나의 요소도 경쾌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불협화음의 극치를 경험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 글의 TMI]
1. 비 온다고 아주 몸이 부스러지는 중.
2. 마카다미아 멸종시킬 기세로 먹는 중
3. 쓴다, 반차. 간다, 집
#브로큰 #김진황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한국영화 #범죄 #넷플릭스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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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큐레이션 주제는 바로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노트북
ⓒ 네이버 영화
synopsis
17살, ‘노아’는 밝고 순수한 ‘앨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둘.
그러나 이들 앞에 놓인 장벽에 막혀 이별하게 된다. 24살, ‘앨리’는 우연히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접하고 잊을 수 없는 첫사랑 앞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관객 선정 '다시 보고 싶은 최고의 로맨스 영화' 1위에 선정되기도 한 <노트북>은 로맨스 소설의
대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The Notebook]을 원작으로 하는데 작가의 장인, 장모의 실제 러브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실화로 밝혀지며 더욱 주목을 받았다.
클래식
ⓒ 네이버 영화
synopsis
지혜와 수경은 연극반 선배 상민을 좋아한다. 지혜의 대필 편지로 상민과 수경은 맺어지고,
엄마의 비밀 상자에서 지혜는 자신과 닮은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알게 된다.
cine pick!
한국 로맨스 영화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영화 <클래식>은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영화 <클래식>은 개봉 후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힌다.
연애소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수인에게 용기를 내어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지환은 그녀에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수인의
단짝 친구 경희까지 셋이 함께 어울려 다니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들에게 낯선 감정들이
찾아온다.
cine pick!
멜로 영화의 황금기였던 2000년대에 개봉한 영화 <연애소설>은 이한 감독의 데뷔작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담아 꾸밈 없는 진솔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어바웃 타임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버지에게 가문 대대로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들은 팀. 우연히 만난
메리에게 반한 팀은 완벽한 사랑을 위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고, 그럴 때마다 주변 상황들이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cine pick!
해외 유수 매체들과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흥행성과 작품성을을 입증한 <어바웃 타임>은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수 344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미오가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린 채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 앞에 나타난다.
cine pick!
이치카와 다쿠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 로맨스
영화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며, OST도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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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다섯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금주에는 11월 문화의 날에 맞추어 온 가족이 다 같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모아나 2>가 극장에 찾아왔습니다. 디즈니가 8년 만에 가져온 <모아나>의 후속작인 만큼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겨울과 맞지 않는 계절감과 1편 역시 국내에서는 총관객 수 약 230만 명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한 바 있어, 과연 후속편인 <모아나 2>는 현재 얼어붙은 극장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을 모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가 과연 이번 작품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더불어, 모래판에 돌풍을 일으킨 여자 씨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모래바람>도 11월 27일 개봉합니다.
여자 천하장사 타이틀 최다 보유 기록자이자 '여자 이만기'로 불리는 임수정 선수를 비롯한 송송화, 김다혜, 최희화, 양윤서 선수 등 여자 씨름 선수들의 모래 튀는 꿈과 우정을 극장에서 만나 보세요!
11월 넷째 주 개봉예정 PICK!
모아나 2
MOANA 2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캐나다 | 100분
감독: 데이브 데릭 주니어
주연: 아우리 크라발호, 드웨인 존슨
개봉: 2024.11.27.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줄거리
선조들로부터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은 ‘모아나’가 부족의 파괴를 막기 위해 전설 속 영웅 ‘마우이’와
새로운 선원들과 함께 숨겨진 고대 섬의 저주를 깨러 떠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담은 스펙터클 오션 어드벤처!
모래바람
Sandstorm
개요: 다큐멘터리 | 대한민국 | 79분
감독: 박재민
주연: 임수정, 송송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개봉: 2024.11.27.
배급: ㈜영화특별시SMC
줄거리
“저는 모두의 꿈이었어요”
2009년 최초의 여자 천하장사 탄생 이후, 임수정과 송송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는 씨름 실업팀 ‘콜핑’에서 만난다. 10여 년간 늘 정상을 지켜왔기에 더더욱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 ‘임수정’. 20년간 여자 씨름만을 위해 인생을 바친 송송화. 그녀들을 롤모델로 천하장사를 향해 달려가는 양윤서, 김다혜, 최희화!
모래판 위에서는 라이벌이지만, 모래판 밖에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최강의 동료애!
독보적인 천하장사로 군림한 임수정 선수와 그에게 도전하는 4명의 여자씨름 선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다!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I Am the Secret in Your Heart
개요: 멜로/로맨스 | 대만 | 112분
감독: 라이 멩 치에
주연: 왕 샤오샤, 챙 이, 유자
개봉: 2024.11.27.
배급: ㈜제이에이와이이엔터테인먼트, ㈜더쿱디스트리뷰션
줄거리
함께라서 반짝이던 그 시절, 내 청춘은 온통 너였어.
‘샤오샤’와 ‘유즈’,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지겹게 붙어다닌 소꿉친구다. 서로 죽고 못 살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을 친구들은 부부라며 놀리기도 하지만,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없는 사이!
그러던 어느날, 전학생 ‘청이’가 등장하고 ‘샤오샤’는 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청이’와 점점 가까워져 가는 ‘샤오샤’ 그리고 싱숭생숭한 ‘유즈’.
모든 게 서툴던 그 시절,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첫사랑이 시작된다!
에드워드 호퍼
Hopper - An American Love Story
개요: 다큐멘터리 | 영국 | 98분
감독: 필 그랍스키
주연: 에드워드 호퍼
개봉: 2024.11.27.
배급: ㈜영화사 빅
줄거리
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에드워드 호퍼의 숨겨진 이야기가 온다!
알프레드 히치콕부터 데이비드 린치, 심지어 마크 로스코, 뱅크시와 심슨가족까지. 그림, 사진, 영화, 음악 등 현대 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영향을 끼친 에드워드 호퍼. 하지만 예술가를 넘어 ‘인간’으로서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호퍼는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그의 생애와 예술 여정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그가 어떻게 이러한 감정을 표현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호퍼의 예술 세계 뒤에 있는 그의 아내 조세핀 호퍼와의 복잡한 관계가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자, 현대 문화의 숨은 영웅 에드워드 호퍼. 그의 예술과 삶, 그리고 사랑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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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움이 사라진 공룡 세계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개봉한 이후 3년 만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룡들은 또 한 번 극장에서 큰 울음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부제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시리즈에서 봐왔던 콘셉트의 조각을 가져와 이어 붙인 스핀오프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스크린으로 재현한 거대한 공룡들의 모습은 반갑지만, 모든 점에서 그 매력이 떨어진다. 혹평을 받은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보다도 말이다.
공룡과 인간은 공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던 환경이 아니었다. 도심에 사는 공룡들은 하나둘 사라졌고, 적도 부근에 있는 공룡들만이 생을 이어 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탐욕은 또다시 공룡을 향한다. 신약 개발에 공룡 DNA가 필요해진 제약회사 ‘인젠’(이 회사가 문제여~) 직원 마틴(루퍼트 프렌드)은 특수 용병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고생물학자 헨리(조너선 베일리), 과거 조라와 함께 일했던 용병 던컨(마허셜라 알리)과 함께 공룡들이 서식하는 생 위베르 섬에 잠입한다. 이들의 임무는 가장 큰 육해공 공룡들의 혈액 표본을 가져와야 하는 것. 한편, 요트 여행을 떠난 한 가족은 모사사우르스에 의해 조난을 당하고, 조라 일행은 이들을 구하러 간다.
<쥬라기 월드>(2015)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 만에 작품이자, 1편의 감성과 재미를 살짝 변주해 오롯이 담았기 때문이다. 이는 <쥬라기 공원>(1993)에 오마주를 바친 것과 동시에, 이 작품이 당시 관객에게 소구한 포인트들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었다. <쥬라기 공원>을 극장에서 본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안 좋아할 수 없었을 터. 그리고 14년이란 시간이 주는 장점, 즉 과거 이 영화를 만난 관객이 어른이 되어 자식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이점 또한 수익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월드>의 흥행 레퍼런스를 따라가지 않는다. 너무 빠른 시간에 나온 속편이라는 것은 <쥬라기 월드> 장점을 복원하는데 큰 장애물이다. 대신 공룡을 타깃화한 인간의 이기심을 또 한 번 재현하면서 자연, 지구의 황폐화를 이끄는 인간의 악한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심장병 치료제를 위함이라는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돈을 벌기 위해 팀을 만드는 마틴이나, 공룡 박물관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돈이 필요한 헨리, 불투명한 미래에 돈이 필요한 조라와 던컨 등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악하다. 물론, 섬에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갖가지 위험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각성을 한다.하지만 이 개과천선 캐릭터들은 너무나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오롯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인물들의 쓰임새 폭이 좁고, 입체감도 떨어진다. 중요한 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나 감정 이입 측면이 빠져 있다. 눈은 물론, 마음도 움직여야 이들의 고난을 함께하는데, 이 부분도 덜컹거린다. 영화는 <쥬라기 공원>에서 그랜트 박사와 두 아이가 보여줬던 유사 가족애를 벤치 마킹해 엉겁결에 이들과 섬에서 고난을 함께 하는 요트 가족을 출연시키지만, 이들 또한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아 가족애를 느끼기가 어렵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캐릭터를 잘 그린 작품은 아니었지만, 인물의 흡입력은 두 편 보다 후퇴한 느낌이다.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인간 캐릭터와 스토리보단 공룡 액션 등 영상 퀄리티에 더 집중할 것이다. 특히 이번 감독은 <고질라>(2014),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7), <크리에이터>(2023) 등을 연출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라는 점에서 공룡 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거칠고, 위협적이고, 좀 사악해 보이도록 공룡을 디자인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모사사우루스, 케찰코아틀루스 등이 주력으로 담긴다. 물론, 티렉스도 빠지지 않는다. 전작과의 차별화 포인트로서 이종교배로 탄생한 돌연변이 공룡들도 나온다.
볼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룡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떨어진다. 육해공 가장 큰 공룡들을 대거 투입하고, 후반부에 돌연변이 공룡들이 등장하지만, 인간들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특히 돌연변이 공룡들을 통해 인간들을 향한 분노가 서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몰아가는 연출력이 부재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 전락한다. 물론 대중 영화로서, 그것도 여름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볼거리와 즐거움을 주지만 너무나 쉽게 휘발되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세로 자막으로 <쥬라기 공원> 극장에서 본 1인으로서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건 반갑다. 하지만 반대로 가장 아쉬운 건 ‘경이로움’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마이클 클라이튼이 텍스트로 복원한 공룡 세계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크린으로 구현했을 때의 그 경이로움은 지금도 소름을 돋게 한다. 쥬라기 공원에 도착해 살아있는 공룡들을 봤을 때의 그랜트 박사의 표정은 아마 전 세계 모든 관객의 표정과도 일치했을 것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경이로움은 덜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30년도 넘은 그때의 감흥을 극장에서 다시 얻고 싶은 마음은 관객으로서 어쩔 수 없나 보다. 부디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처음 본 아이들에게는 경이로움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덧붙이는 말: 쿠키는 없다. 쿠기가 없어서 더 스핀오프처럼 느껴지는 걸까.
사진 출처: 유니버셜 픽쳐스
평점: 2.5 / 5.0
관란평: 색다른 것 없는 쥬라기 월드 재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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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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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 봤었어도 재밌는 폐쇄 산장 스릴러물
난 오늘도 혼자 카페에 왔다. 이게 불만이란 건 아니다. 바로 옆자리에 여자분 둘이 앉아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어팟을 끼고 있어서 뭐라고 들리지는 않는다. 오. 한 분은 그냥 반팔을 입었다. 벌써 반팔을 입나? 싶다가도 4월 말의 제주는 또 반팔을 입어야 시원하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옆옆자리에도 여자분 둘이 앉았다. 바로 옆자리의 여자분들과는 다르게 큰 목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온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까르르 웃고 있다. 빤히 쳐다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볼 필요는 없을 테니 그냥 내 모니터에만 집중했다.
모니터에 집중하니 왠지 생각 안 나는 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아무 말 대잔치로 내용을 줄줄줄 쓸 수 있을 것 같다. 별다른 것 없이 힙한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는 사람들만 봤는데 갑자기 할 말이 생긴다. 그러니까, 왜 영화를 보기 시작했더라? 나도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할 이야기 정도는 있어야지. 2022년의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이놈은 뭐하는 놈일까'싶었을 때, 난 사람들과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실없는 이야기만 하곤 했다. 그래서 영화 한창 좋아할 때 그냥 사람들이랑 다양한 대화를 해보고 싶어 덕질(?)을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 본 <박하사탕>이나 <문라이트> 같은 영화들이 가벼운 작품이 아니기도 하고 그때 썼던 글도 그런 느낌들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원래 사람 살면서 가볍게 재미있는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부담 없고 뒷맛도 깔끔하다. 또 그런 이유로 내가 그냥 순수 재미로 가득한 영화들에 어느 정도 호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이거야 말로 오히려 영화 보는 이유지! 재밌으면 좋은 영화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주인공 다비는 마약중독자다. 치료 센터에서 마약중독 해소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다비는 어딘가 불안해 보인다. 그렇게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느 날 가족에게 전화가 온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전화였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센터. 어찌어찌 전화기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통해 가족과 연락하고 이내 집으로 갈 채비를 마친다. 차를 타서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역시 삶은 원하는 걸 한 번에 가져다주지 않는다. 한 번에 쭉쭉 향하면 좋았을 걸 밖에는 폭설이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어느 산장에 도착하게 된다. 산장에는 중년의 남, 녀 둘과 어쩐지 주위 산만해 보이는 남자 하나, 또 건장한 남자가 있다. 다들 목적지가 있지만 날씨가 이런 탓에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산장 속 일행들은 게임을 하기로 한다. 카드 게임이었다. 그런데, 그냥 모르고 지나치면 좋았을 사실을 알아버렸다. 산장 밖에 덩그러니 주차돼있는 차를 지켜보니 웬 아이가 납치되어 있었다. 아이는 어떤 병의 영향으로 긴 시간 동안 약을 먹지 않으면 죽게 된다. 밖에는 폭설이 몰아치고 무기도 없으며 경찰도 오기 어려운 이 상태. 주인공 다비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산장에서 온갖 노력을 기한다. 아이를 구하고 산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영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밥 같은 서스펜스
1) 폐쇄된 공간 2) 날씨 안 좋음 3) 통신까지 안됨 4) 뭔가 불안해 보이는 인물. 이 네 가지가 이 극에 설정된 배경이다. 이런 영화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올드>도 살짝 비슷한 느낌이고 <23 아이덴티티> 역시 그랬다. 이런 긴장감 사실 익숙하다. 특히 눈 오는 산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사골보다 더 상위 개념을 갖고 와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긴장감은 좋았다. 이 이유로 흑막의 정체를 들고 싶다. 왠지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템포였다. '범인이 누구냐?'를 통해 주는 영화적 재미를 포기하고 후반부의 빠른 템포를 선택했는데 선택지를 잘 고른 느낌이다. 공간적 배경이 많이 익숙함에도, 또 이런 장르영화가 가져다주는 비꼼과 조소가 식상함에도 극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갈등 구조를 다른 템포로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또 인물 설정도 괜찮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구석이 있던 것도 맞지만 절묘하게 클리셰를 비틀었다. 이 역시 흑막의 정체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무슨 코멘트를 하면 그냥 대놓고 결과를 말해주는 셈이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극을 보다 보면 '어 좀 의외다'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외에도 인물의 처지 변화도 신선했다.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연출이었다.
미국 독립영화가 이런 느낌일까
저번 주에 <태어나길 잘했어>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우리나라 독립영화를 보다 보면 새로운 배우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나름 한국영화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홍상표 배우 빼고는 다 초면인 분들이었다. 뭐 이건 <꿈의 제인>을 보고 구교환, 이주영, 이민지 배우를 처음 알게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 역시 좀 생소한 배우들이 나왔다. 이런 신선함은 영화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가끔 할리우드에도 나오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 같다는 식상함을 느끼곤 한다. 황정민. 정우성, 이정재,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배우 연기 잘하는 거 아는데 너무 자주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맥락이 해외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정신병 걸린 천재 베네딕트 컴버배치, 능력 있는 섹시가이 다니엘 크레이그, 기상천외한 세상 속에서도 꿋꿋한 에밀리 블런트, 속에 쌓인 거 많은 제시 플레먼스, 시간 여행하는 레이철 맥아담스, 말 많은 라이언 레이놀즈까지 할리우드도 은근 섭외 클리셰 있다. 뭐 이 배우들이 그만큼 스타성이 있으니까 중용받는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인물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곤 한다. 이 영화는 신선한 얼굴을 보여주며 보다 더 다른 방식의 이야기 전개에 힘을 부여한다.
OTT의 장점이 이런 거지 뭐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었을 때가 생각난다. 난 솔직히 그게 그렇게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 못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각본의 구멍이 좀 많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 대박이 터졌다. 이 덕에 배우들이 엄청나게 유명세를 탔다. 특히 새벽 역을 맡았던 정호연 배우는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에 캐스팅됐다고 한다. 원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완전 대박이 난 것이다. 난 이런 게 넷플릭스의 순기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난하게 재미있는 작품도 수익내기가 쉬워지는 느낌? 만약 넷플릭스 배급이 아니라 JTBC에서 방영됐다면 이만큼 국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냥 우리나라 드라마 1로 끝나지 않았을까?
<시>나 <밀양>, <기생충>과 <마더>같이 예술적으로도 탁월한 영화가 그냥 인기 많은 작품보다 해외에서 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그렇게 불합리한 추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신과 함께> 같은 경우 외국 관객들이 이해 아예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반면에 <마더> 같은 경우 어머니의 모성애라는 소재와 서스펜스를 전개하는 방식은 나라 구분 없이 탁월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가 다른 나라의 영화를 볼 때 예술성이 기가 막히게 탁월하지 않은 것들을 보기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타미 페이의 눈>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 아닌가? 어쩌면 우리나라 관객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모순적인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입된 작품만 보기에는 선택지가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 격차(?)가 OTT가 등장하니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듯하다. 영화 그냥 재밌으니까 보는 거다. 인문학적 소양이나 사람의 깊이가 필요한 영화들도 분명히 의미는 있지만 어떤 이들은 그냥 뇌 비우고 시간 죽이고 싶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이 디즈니 플러스에 이런 미국 독립영화가 들어오니 우리나라 스릴러물을 보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더 생겼으니 이는 분명히 이 플랫폼이 갖는 이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수입사에 기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인간적으로 디즈니 플러스 홍보팀 일 진짜 못한다. <출구는 없다> 뿐만 아니라 <조조 래빗>같이 좋은 영화 많은데 이걸 유저들이 일일이 다 찾아서 봐야 한다는 게 참..;
스릴러물의 제1덕목은 뭐다?
너지? 4885. <추격자>는 탄탄한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영화다. 영화 초반부부터 지영민이 나쁜 놈인 거 다 알고 시작하는데도 두 시간 동안 눈을 뗼 수가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스릴러물과는 다른 차이점이 보이긴 해도 영화 자체적인 구실을 나름 다 하는 셈이다. 이 영화가 <추격자> 만큼의 창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일단 그냥 재미있다. 긴장감이 넘친다. 후반부 폭주하는 전개가 좋다. 뭐 그럼 된 거 아니겠어?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고, 장르의 값을 한다! 가끔은 어떤 영화의 해설보다 그냥 재미있는 영상물이 당길 때가 있기 마련이다. <문나이트> 한번 보기에 돈이 아까운 분들에게 이 영화 추천드린다. 주말에 연인, 친구들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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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망과 탐욕의 대서사시
데 어 윌비 블러드(2007)_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 다니엘 데이 루이스 , 폴다노 주연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는 무일푼의 광부이다.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석유발굴은 마침내 목숨의 위협까지 받는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석유 유전 발굴에 성공한다. 그리고 일확천금의 행운도 누리게 된다.
영화는 그를 착한 부자 또는 존경받는 부자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유전발굴이라면 뭐든지 할수 있을 것 같은 극악무도한 인물로 묘사된다. 실제로 그는 점점 광기로 폭력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가령, 성공의 결과로 얻어지는 부와는 별개로 '성공'자체에 목적을 둔다. 그래서 야망과 꿈은 탐욕과 욕망으로 사람의 목숨도 끄떡하지 않는 폭력적인 인물이 되어간다.
어린 아들을 곁에 두어 가족친화적인 이미지 보여주는 한편, 겉치레일 뿐이고 그의 따르는 곁의 사람들 또한 믿지는 않는다. 그저 사업상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자존심은 엄청나다. 자신을 간섭하거나 무시하는 것 같으면, 가차없이 욕설을 내뱉고 협박한다. 오죽하면 그가 성공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유전계약을 목전에 두고도 '아들'의 안위를 간섭하는 파트너에게 가차없이 욕을 뱉고, 거래를 파토낼까!
영화는 그의 성공을 보여주지만, 한편 다니엘 플레이뷰의 인간으로서의 몰락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그는 가족도 없고, 믿을만한 사람 하나 없는 외톨이이다.
심지어, 자신이 유일한 가족이라 믿고있는 아니 믿고있던 아들도 그의 곁을 떠난다. 어느 날 이복동생이라고 나타난 인물도 가짜이다.
급기야, 영화의 후반부에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는, 욕하고 저주하고 아들을 부정한다(진짜 아들도 아니지만) 그렇게 그는 목숨처럼 여기는 자존심을 사수하려 발버둥친다.
그는 아들을 내쫓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아들과 식사를 하면서 신나하는 장면을 인서트 샷으로 택한다.
혹시나 가족을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모순, 그 어렵고 난해한 감정에 폴 토마스 앤더슨은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보여준다.
+) 폴 토마스 앤더슨의 연출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력.
그리고 폴 다노의 존재감을 보는 것만으로 영화는 아주! 볼만하다는 점!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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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의 솔직한 연애이야기 ❤ 근데 이제 거기다 영화 얘기를 곁들인...(500일의 썸머, 건축학개론)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YG 케이플러스의 비주얼 모델들이 떴다!
모델돌 ATO6의 현우와 용국, 모델 출신 배우 고이진 그리고 여연희 까지~
훈훈한 남녀들을 모아놓고 달달한 연애영화를 주물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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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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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시디어스 : 빨간문> 글로벌 런칭 예고편
요즘은 문단속을 진짜 잘해야 된다는데..? [인시디어스: 빨간 문] 7월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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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30초 예고편
🏆제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아빠, 엄마를 지금도 사랑해?“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순 없어“ 17년간 서로가 전부였던 싱글대디 에티엔과 딸 로자🧑🏻🍼 우리는 우리만으로도 완벽했는데, 17년 전 갑자기 사라졌던 엄마가 나타났다?! ”17년간, 내가 몰랐던 아빠의 이야기“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30초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