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4-01 15:50:01
4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 공식 이미지 첫 공개

당초 2025년 개봉이였으나, 연기되어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던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스파이더버스>의 새로운 개봉일이 확정되었습니다. 2027년 6월 4일 북미 개봉으로 발표됨과 동시에 영화의 첫 번째 공식 이미지도 공개되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게 주인공 ‘마일스 모랄레스’의 목소리는 샤메익 무어가, ‘그웬 스테이시’의 목소리는 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연기할 예정입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결말 직후부터 이어지며 “이전 두 작품보다 더 크고 대담한 스토리”이자 “거대한 피날레”라고 소니는 소개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대규모 제작진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켄드릭 라마&’사우스 파크’ 제작진 미공개 ’노예 코미디’ 영화, 2026년으로 개봉 연기

지난해 켄드릭 라마와 ‘사우스 파크’ 공동 제작자가 함께 촬영해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제목 미정의 영화가 2026년 3월로 개봉이 연기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가 배경인 ’노예 코미디’이며, 당초 ‘역사 체험 박물관에서 노예 재연 배우로 인턴을 하던 흑인 청년이 자신의 백인 여자 친구의 조상이 과거 자신과 같은 노예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최근 각본 수정으로 인해 초기 내용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전> 밀리 샤피로, <캐리> 리메이크 드라마 주인공 발탁되나

<닥터 슬립>을 연출한 마이크 플래너건이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를 8부작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캐리>는 앞선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으며, 그 중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은 현재에도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캐리 역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에 출연하여 많은 관객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배우 밀리 샤피로가 현재 논의 중입니다.
드라마의 본격적인 제작은 올여름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 <히트 2>, 시나리오 완성됐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고,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범죄영화 <히트>(1995)의 속편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작년 말, <히트 2> 시나리오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던 마이클 만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워너브라더스에 초안을 공식 제출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속편에 대한 자세한 줄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Relative contents
-
- 서로에게 멀어질수록 완전해지는 두 여자.
김세인 감독님의 첫 장편 영화인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우리가 고민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전작의 '불놀이', '컨테이너'가 보여줬던 것처럼 영화에 나오는 이들의 모든 감정을 여과없이 화면 위에 담아낸다. 그 감정이 만들어내는 뜨거움에 데일 것 같다가도 이런 솔직함이 만들어내는 감정들이 우리를 '이해'의 공간으로 이끌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결코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을 '속옷'에 빗대어 표현하여 이 지독한 관계의 시작과 끝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웃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지만 두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 시작한 웃음소리는 끝내 하나로 합쳐지지 않는 모습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괜스레 궁금해진다. 같은 속옷을 공유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두 사람은 일반적인 모녀의 관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가 부여한 보통의 모성애, 가족의 형태, 모녀의 관계가 이 두 사람 앞에 존재할 때는 마구 일그러진다. 어떤 호칭도 오가지 않은 이들의 관계는 평온함보다는 치열함으로 가득 찼으며 언제부터 시작됐을지 모를 긴장감과 불안으로 이 공간을 메웠다.
침묵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칠 때가 되어서야 말을 내뱉는다. 그동안 담아둔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산처럼 쌓여 이 관계가 찢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그렇게 귀를 찌를 듯한 소음이 좁은 공간을 메우고 무차별적인 폭언과 일방적인 폭행이 이루어진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계속해서 부딪혀온다. 내부의 혼란과 외부의 경쟁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이정에게는 더욱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기에 폭력의 상흔이 가득함에도 이정은 그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사랑 받은 그 순간을 놓지 못해서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 마음만이 남은 것이다. 그렇게 그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해 보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 뿐이었고 끝끝내 마음을 돌려받지 못한다.
지독한 집이지만 그곳을 나가면 나를 온전히 보는 것도 말하는 것도 형체없이 사라진다. 타인은 타인이고 가족은 가족이며, 가족도 타인이기 마련이다. 수경이 양육의 의무를 저버리자 이정은 부양의 의무를 저버린 것처럼 가족은 존재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존중을 토대로 한 관계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달리던 관계의 평행선은 끊임없이 이어져 다른 이름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관계처럼 폭력의 물건이 되어버린 물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엉킨 것이 통째로 뽑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여 년간 이어온 이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한순간에 정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여자는 서로를 끊임없이 잘라내고 멀어짐에 따라 완전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모녀의 관계를 떠나 개별적인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나 또한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에 적응이 되어있어 영화의 모든 부분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으나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서툰 마음만큼이나 서툰 관계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그 상처를 통해 '행동'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던 따스함을 의외의 사람에게서 받기도 하고 정말 가까운 곳에서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까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곤 했다. 집에서는 부모님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학교에서는 친구와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지속될수록 '착한 아이' '성실한 아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족쇄가 되어 나를 죄어왔고 여전히 그런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정도 나와 같이 익숙함을 미처 쳐내지 못해 완전히 미워하지도 못한채로 그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속옷을 골라 앞으로 나아갈 이정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
- 이해는 못 해도 사랑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타인을 대할 때 여유를 잃는다. 작은 일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고 뾰족한 말로 상대를 찌르고 싶어 하는 순간이 생긴다.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은 점점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다. 영화 <내 말 좀 들어줘>는 그런 우리의 단면을 집요하게 비춘다.
중년 여성 ‘팬지’는 하루 종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짜증내기 바쁘다. 아침이면 창가에 날아와 잠을 깨우는 비둘기도, 옷을 입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이웃도 그녀에겐 모두 거슬린다. 대수롭지 않은 불편조차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독설을 퍼붓는다. 이런 태도는 가족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묵묵부답인 남편, 책과 노래 속에 갇힌 아들과 함께하는 삶. 세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에는 그녀의 불평과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하다.
이웃이나 가구점 직원조차 지쳐 고개를 젓지만, 팬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이는 있다. 바로 여동생 ‘샨텔’이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두 딸을 키우는 샨텔은 틈틈이 언니를 보듬으려 한다. 팬지네 집과 달리 샨텔의 가족은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언니의 날 선 말투와 무기력한 가족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팬지는 어머니가 자신을 차별했고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샨텔은 팬지와 다르게 살아왔기에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남들처럼 외면하지 않고 “이해는 못 해도 사랑해”라며 포옹한다. 물론 샨텔의 딸들도 사회 속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그들은 불편과 불만을 집까지 가져오지 않는다. 사소한 짜증 하나하나를 늘어놓는 팬지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다.
샨텔은 ‘어머니의 날’을 맞아 팬지 가족을 초대해 관계를 회복하려 하지만 결국 성과는 없다. 묵은 감정을 풀기 위해선 적극적인 제스처와 이해가 필요하지만 팬지 가족은 그러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현실 속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팬지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마음의 여유와 사랑이 사라진 시대, 사람들은 서로 부대끼며 쉽게 상처를 주고 받는다. 과거의 트라우마, 지친 인간관계, 번아웃 같은 무게 속에서 우리는 언제든 ‘팬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를 힐난하기보다 잠시라도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지 모른다.
팬지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다. 영화 제목 <내 말 좀 들어줘>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화려한 극적 화해 대신 소통 부재가 낳는 현실을 묵직하게 드러낸다. 작품을 보고 나면 현실의 ‘팬지’들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남는다.
*본 글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했습니다.
-
-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한 당신을 위한 영화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우리의 마음은 늘 초조하다. 빠르게 성공해서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들은 이미 저 멀리 앞서 가는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 든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자꾸 불안하다면 영화 '행복의 속도'를 통해 마음의 소리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영화 <행복의 속도>
영화 <행복의 속도>는 일본의 '오제국립공원'에서 도보로 산장까지 짐을 배달하는 '봇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제국립공원'은 일본 최대의 고산 습윤지로 2005년 람사르 협약에 등재되었다.
2356m 높이의 히우치가다케 화산 폭발로 지금의 자연경관이 만들어졌으며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 4개 현에 걸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영화 속에서는 꽃이 만발하는 봄과 여름부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까지 '오제'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의 속도>는 '봇타'로 살아가는 '이가라시'와 '이시타카',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3년간 기록했다.
자연보호를 위해 '오제'로 들어가려는 모든 것은 좁은 나무길을 거쳐야 한다. 산장에 필요한 각종 식재료와 생필품도 예외는 없어서 '봇타'가 두 발로 좁은 나무길을 걸어 짐을 배달한다.
촬영 중 길에 만난 방문객은 '이가라시'에게 '보통 어느 정도의 무게를 드냐'라고 묻고 그는 대부분의 '봇타'가 80~100Kg정도 든다.'라고 답한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각자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가라시'의 일상에선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사는 연륜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20년 넘게 늘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1초도 같은 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는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오제' 곳곳을 신중하게 담은 사진은 그가 '오제'를 향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심지어 산장이 문을 닫아 일거리가 없는 추운 겨울에도 누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눈길을 치운다.
그의 곁엔 '봇타'라는 직업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가족이 있다. 그의 아내는 부족한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 틈틈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어린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이가라시'는 아이와 함께 '오제'의 나무길을 걷고 산장에서 잠을 청한다.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사람은 오제에게서 뭘 뺏지 않고 오제도 사람한테서 뭘 뺏지 않거든."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 '오제'와 가까워진다. 그의 가족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한다.
반면 '이시타카'는 야망과 혈기 넘치는 7년 차 '봇타'이다. 휴일에도 '오제' 밖의 TV송신소에 대형 배터리를 운반하는 일을 하다가 부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봇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청년봇타대'라는 단체를 만들고 대표로 활동한다. 겨울엔 직장인처럼 양복을 차려입고 대도시로 나가서 '봇타'를 홍보하고 다양한 협업을 제안한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 눈 길을 걷던 그는 섬에 들어가 다량의 짐을 옮겨야 하는 큰 프로젝트가 성사되길 바라며 들뜬 표정을 짓는다. 그는 '오제'의 '봇타'가 아닌 전국에서 일하는 '봇타'를 꿈꾼다.
그의 바람과 달리 가족들은 '봇타'라는 직업을 걱정한다.
특히 그의 할머니는 겨울엔 산장이 문을 닫아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하다가 다치면 당장 돈 벌 사람이 없다며 속상해한다.
가족들의 말을 들으며 의례적으로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실제로 부상을 당했을 땐, 그의 아내와 함께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보험을 받았겠지' 같은 아쉬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Q. 당신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영화 <행복의 속도>는 짐의 무게를 두 다리로 견디는 '봇타'를 향한 존경의 결과물이다.
그리고'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관객에게 건네는 응원이기도 하다. 거기에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인생의 속도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느 길 위에 있나요?'
예고편의 메인 카피인 이 질문은 '박혁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감독은 2019년 DMZ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의 'Director's Statement'통해 두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답한다.
또한 자신의 현실은 '이시타카'와 비슷하지만 '이가라시'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다고 답한다. 어떤 길과 방향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는 '이가라시'가 될 수도, '이시타카'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알고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사람에게 속도는 중요치 않다. 이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또 다른 예시가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어느 날부터 '오제'에 등장한 헬기는 냉동식품처럼 빠른 배송이 필요한 짐을 운송하기 시작했다.
헬기는 금방이라도 그들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듯 보였으나 결국 헬기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철수한다.
일이 더 많아지겠다는 아내의 말에 '이가라시'는 더 나은 헬기 회사가 들어올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빠르다는 이유로 언제나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느리기 때문에 가지 못할 곳도 없다.
지금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는 건 어떨까? 당신이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내딛을 때까지.
참고자료
1. [해외 여행] 아내에게 ‘100점’ 맞은 트레킹 일본 오제국립공원 -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514100021
2. [ 한국어 ] 오제국립공원 – 尾瀬保護財団 - https://www.oze-fnd.or.jp/ko/
3. DMZ인더스트리 - http://industry.dmzdocs.com/kor/addon/00000002/history_fund_view.asp?m_idx=101191&QueryYear=2019
-
- 죽음을 기다리며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30년 종사한 딸, 커스틴 존슨이 아버지 딕 존슨의 죽음을 다양하게 연출하며 찍은 다큐멘터리이다. 픽션(Fiction)과 논픽션 (Nonfiction)을 오가며 촬영된 영상은 아버지의 죽음, 더 나아가 '죽음'이 가져온 남은 자들의 상실과 아픔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속 딕 존슨은 다양한 방식으로 죽는다. 길을 걷다 누군가가 떨어트린 모니터에 머리를 맞아 죽거나, 공사장 인부가 휘두른 자재에 맞아 피 흘리며 죽는다. 그 외에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고, 자전거에서 떨어지거나, 심장마비로 죽는다. 이렇듯 죽음은 늘 예기치 못하게 그것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커스틴이 아버지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이유는 알츠하이머로 떠난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다. 커스틴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찍은 짧은 영상만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큰 후회를 했다. 그녀는 죽음이 주는 상실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그러한 상황 속 딕 존슨 또한 점차 기억을 잃는 일이 잦아진 것을 커스틴은 깨닫게 된다. 이제는 죽음이 주는 상실의 아픔에 덜 괴로울 수 있도록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연습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한다.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딕 존슨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죽음 연습하기 영상은 매우 개인적인 내용이면서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존슨 집안은 예로부터 안식교를 믿었다. 안식교에서는 술, 춤, 영화를 금지한다. 그러나 딕 존슨은 안식교의 규율을 거부하고 자녀와 <영 프랑켄슈타인>을 보러 가는 등, 그에게 천국은 아이들과 함께 이 땅에 있는 것일 뿐 안식교에서의 규율은 중요하지 않았다. 딕 존슨은 자녀들을 아끼고 주변 사람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알츠하이머의 전조가 보인 일은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알츠하이머는 자신을 점점 잃게 만들고 주변 사람도 하나씩 잃어간다. 나를 구성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다.
"제가 남편이 죽었을 때도 딕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어요. 근데 마음이 아팠던 게 며칠 후에 딕을 만나 절 따뜻하게 안아주셨는데 5분 후에 저에게 남편의 안부를 물어보셨어요.
전 그게 또 다른 상실임을 알았어요. 기억 상실이죠.
그러나 제가 기억하는 한 딕의 기억은 제 안에 있다는 거예요."다큐멘터리 속 연출된 장면들은 죽음에 대비하는 연습의 과정을 담아냈다. 딕 존슨이 죽고 나서 가게 될 천국을 연출하거나 딕의 친구들을 만나 죽음을 이야기하며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딕의 장례식이다. 장례식은 엄중하고 슬픈 분위기로 가득하다. 친구는 추모사를 읊으며 슬픈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억한다. 그러나 딕은 장례식이 열린 교회 강당의 문밖에서 그 상황을 보고 웃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딕의 가짜 장례식이다. 딕은 추모사가 끝난 장례식장의 문을 열고 자신을 추모한 사람들 속으로 걸어가 인사를 나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준비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가져다주는 슬프고 무서웠던 기억에 웃음을 가져다주는 여유를 덧대어 준다. 물론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 앞에서 ‘딕 존슨의 죽음’은 언젠가 일어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커스틴 존슨은 벽장에 들어가 핸드폰에 한 문장을 반복해서 녹음한다. “딕 존슨은 죽었습니다.” 한 문장을 계속 되뇌며 커스틴은 딕 존슨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녹음을 마친 뒤 벽장 문을 열고 환한 빛과 함께 나타난 닉 존슨을 끌어안으며 다큐멘터리는 끝이 난다.
'Dead'
죽음이란 단어는 쉽게 꺼내는 주제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죽음은 정말 무서운 것이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느꼈다. 누군가에게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기억은 없다. 그저 어른들은 죽음이라는 말을 꺼내길 꺼렸으며 터부시했다. 영화, 소설, 드라마, 책 다양한 매체에서도 죽음은 ‘나’라는 존재의 상실이자 끝이었다. 또한,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아픔을 가져 왔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죽음은 최대한 피해야 하고 말하면 안 되는 금기였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후회로 가득하다. 죽은 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배웅을 하지 못해 후회하고, 죽은 자신에 대한 위로를 건네지 못해 후회한다. 나의 죽음만이 아닌 타인의 죽음, 우리는 죽음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나 단 한 번 겪는다. 누구든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연출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익숙해진다고 해서 모든 아픔과 후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아픔과 상실 또한 삶에 반드시 존재한다. 그렇기에 조금은 덜 아플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유년기가 죽으면 청년기가 오고, 청년기가 죽으면 노년기가 오고, 어제가 죽으면 오늘이 오고 오늘이 죽으면 내일이 온다.”
몽테뉴의 얘기처럼 삶은 그 자체로 죽음의 연속이며, 처음부터 삶 안에는 죽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인생에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헤어지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지 않을까? 그래서 딕은 기억은 점점 잃어가지만, 딸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지금을 천국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죽음을 마주 보았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 보며 딕은 연출된 자신의 죽음을 보며 천국이 그려진 세트장을 보며 웃는다. 이 웃음이야말로 딕 존슨이 죽음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천국에서 만난 아내와 이소룡과 버스터 키튼, 프리다 칼로와 함께 있는 힘껏 웃고 즐기면서 말이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만 준다면 참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면 서로를 잃는 고통도 마주해야 한다. 상황이 나빠지면 우린 서로 꼭 껴안는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짧은 기쁨에 감사한다."
감독: 커스틴 존슨 (Kirsten Johnson)
장르: 다큐멘터리 / 드라마 / 코미디
제작국가: 미국
러닝타임: 약 89분

- 길복순 (2023)
* <길복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길복순 (2023)
감독: 변성현
출연: 전도연, 설경구, 김시아, 이솜, 구교환, 이연
장르: 액션, 스릴러, 느와르
공개일: 2023.03.31
상영시간: 137분
'길복순(전도연)'은 중학생 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동시에 살인청부업체 'MK Ent'의 에이스 킬러다. 여느 엄마들처럼 평범하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학부모 모임에 나가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여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를 얕잡아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3만원 주고 산 도끼 하나로 칼을 든 일본 야쿠자와 일대일 맞다이를 뜰 수 있는 실력자에 주어진 '작품(살인)'은 반드시 성사시키는 냉혹함을 지닌 프로 청부살인업자니까. 하지만 찔러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녀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 바로 하나뿐인 딸, '재영(김시아)'을 대할 때면 도저히 수가 읽히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어렵다. "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이라고 '복순'이 직접 말할 정도니까.
단지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건만 딸 '재영'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버겁고, 마음의 문을 닫은 딸은 쉽사리 방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이러한 딸의 변화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천하의 킬러 '복순'의 마음을 흔들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스스로를 이끈다. 늘 그렇듯 영리하게 문제 해결을 위한 수를 찾아내는 '복순'이지만 한 번 꼬인 운명은 고달프고 귀찮은 일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액션 느와르 영화는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지 않는 장르에 가깝다. 소위 조폭·깡패 영화라고 불리는 전형적인 타입의 한국 액션물들은 대부분 내용들이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고, 지나치게 자극적이기만 하며 등장하는 배우들 역시 익숙한 얼굴들이 많아 도통 끌리지 않았다. 그런 내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라는 작품은 이같은 장르에 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부순 작품이었다. 분명 조폭이나 살인 따위와 같은 뻔한 소재들이 쉼없이 범람하는 줄거리였지만 주인공들의 관계에 멜로적 색채를 더하고 서사를 탄탄하게 쌓아 스테레오타입을 뒤집는 전개로 상당한 몰입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한국 느와르 영화에 대한 반감이 줄어들었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내게 큰 영향을 준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변성현' 감독의 신작 <길복순>에도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의 페르소나 '설경구'와 최고의 여배우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니 그의 세련된 터치를 만나 세 사람이 어떠한 시너지를 보여줄지 개봉 전부터 궁금증이 크게 증폭됐었다.
하지만 <길복순>은 기대만큼 짙은 인상을 남길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변성현' 감독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크게 두드러졌고, 그에 따른 호불호도 더욱 크게 갈릴 것이라 느꼈다. 우선 '변성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 그리고 색감과 촬영 로케이션을 감각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하게 발휘됐다. 사실 조폭·청부살인 류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배경들은 대개 틀에 박힌 공간들인데, <길복순>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대체로 새롭고 아름답다. 화초들의 싱그러움과 차가운 대리석 인테리어가 '길복순'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듯한 그의 자택, 근대식으로 지어진 서양의 건축물이 떠오르는 '설경구'의 클래식한 사무실, 하물며 떡볶이집과 국수가게까지 냉기 가득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예쁘다. 미술과 소품에 굉장한 공을 들였음이 느껴졌고, 시각적으로 디테일한 요소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을 것이다.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단연 주인공 '전도연'이다. 감독은 <길복순>의 개봉 전부터 '전도연'의 광팬임을 고백해 왔다. 실제로 '복순'이라는 캐릭터는 배우이자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전도연'과 닮은 부분이 많을 정도로 작품에 그의 영향력이 많이 들어갔다. '전도연'이 유능한 베테랑 배우인 덕도 있겠지만, 감독의 무한한 애정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그는 원톱 주연으로서 대단한 활약을 펼친다. 액션신에서의 디테일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냉혹하고 스피디한 나이프 액션신을 끌고 가는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며 특유의 나긋나긋한 화법은 모든 것에 통달한 A급 킬러의 여유를 발산하는데 제격이다.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이라는 표현이 적격할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도연'을 보기 위해서라도 <길복순>은 꼭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의의를 남긴다.
주연의 대활약, 아름다운 미장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 <길복순>은 시종일관 킬러 '길복순'의 실력을 과시하고, 그의 눈부신 활약상만을 비춘다. 물론 '길복순'은 살인청부업자와 엄마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입체성을 지닌 캐릭터이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로서만 활용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변성현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설경구'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쓰임을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한 포지션을 담당하며 '구교환'과 '이솜'의 역할도 이들의 역량을 십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작품은 연기 변신에 도전한 '전도연'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지만, 이는 곧 '전도연'이 아니라면 볼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다양한 기법으로 액션신을 표현하고자 한 감독의 시도도 눈에 띈다. 특히 '복순'이 상대의 수를 미리 읽으며 수싸움을 하는 장면을 수 차례 활용하는데, 이는 미국 코믹스나 해외 액션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연출의 활용 빈도가 높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장면이 난잡해 보이고, 긴박하게 흘러가야 할 구간들이 지루해져 거슬린다는 인상을 크게 받았다. 그래도 국수가게에서의 잔혹한 액션신을 미국 B급 액션영화처럼 유쾌하게 연출한 것, '복순'과 '영지'의 일대일 대치 장면에서 템포에 불규칙한 변화를 준 것은 매력적이었다. 한국 액션영화에 없을 법한 작법을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 '변성현 감독'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장르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는 출중했으나 내용의 긴밀성이 부족했다. 결국 '길복순'이 모든 위기를 홀로 헤쳐 나간 뒤 제손으로 모두를 죽이고, 딸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유치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마치 히어로 액션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는 장르성에 출중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길복순'이라는 킬러가 가차없이 사람들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쾌감과 매혹을 일으킨다. 물론 이와 같은 감상을 느낄 수 있는 데는 배우 '전도연'이 가진 아우라와 연륜이 결정적이었겠지만. '전도연', 그리고 '길복순'을 위해 감독이 엄청난 애정과 욕심을 쏟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지만 배우로서 '전도연'의 도전 의식을 불태우는 횃불을 제공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남기지는 못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 끔찍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평생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사실 완전히 똑같은 취향을 만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슷한 사람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의 전제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아주 어린 나이에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취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비슷한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만나려 노력한다. 가지고 있는 취향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한 경우라면 더욱 그런 사람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끔찍한 습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 메런의 이야기
영화 <본즈 앤 올>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에 인간이 가진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 주인공 메런(테일러 러셀)은 아빠와 살고 있지만 특이한 습성이 있다. 그는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아기 때는 베이비 시터를 물어뜯은 적이 있고, 청소년기에도 친구의 손가락을 깨물어 먹은 적이 있다. 영화에 메런만 등장할 때는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이 가진 습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메건은 그 습성 때문에 시종일관 혼란스럽고 괴로움을 느낀다. 메건이 완전히 혼자가 된 이후, 영화는 일명 ‘이터’라고 불리는 메런과 비슷한 습성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메런이 처음 만나는 설리(마크 라이런스)는 메런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이터다. 자신과 똑같이 종종 사람을 먹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실제로 인육을 먹는다. 그리고 설리의 초대를 받은 메런은 본능에 이끌려 같이 인육을 먹게 된다. 그 첫 경험은 메런에게 자신과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일이고 자신에게만 있는 욕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든다. 사실 화면에 등장하는 설리는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다. 메런이 차량으로 이동할 때부터 한참을 멀리서 그를 쳐다보고 미행하면서 일부러 접근했다. 그가 쓰는 말투와 행동은 정신이상자나 스토커 같이 보이기도 한다.
설리라는 인물 때문에 메런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 그 공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메런 자신도 그런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라는 의심은 그를 더욱 심리적인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그때 만나는 것이 바로 리(티모시 샬라메)다. 리는 메런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고 메런이 마트에서 이상한 사람에게 공격받을 상황이 되자 그 상황을 모면하게 도와준다. 그리오 무엇보다 메런과 똑같이 인육을 먹어야 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같이 인육을 나눠먹는다.
인육 먹는 습성을 가진 사람들의 로드무비
영화 <본즈 앤 올>은 전반적으로는 메런이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메런은 자신과 똑같은 취향을 가진 리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은 의지할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 중 리는 자신이 왜 인육을 먹는 존재가 되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반면 메건은 엄마를 찾아가서 자신이 이터가 된 이유에 대해 답을 얻으려고 한다. 갓난아기 시절에 그를 버리고 간 엄마의 존재가 자신이 왜 그런 취향을 가졌고 어떤 식으로 살아가면 될지를 알려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메건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이터라는 존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메건과 리도 그들의 여정 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지만 그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답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발견해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이다. 같은 취향과 습성을 가졌고 비슷한 나이 또래인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이 영화의 설정은 이상하고 끔찍해 보인다.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이 자칫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쉽다. 하지만 인육이라는 설정을 떼어놓고 본다면 자신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고, 자신과 같은 취향이나 습성을 가진 존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을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온전히 자신의 습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실제로 이들은 서로에게 첫사랑과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습성 때문에 어린 시절 겪었던 불편함과 슬픔, 당황스러움 그리고 공포를 같이 내뱉으며 공유한다. 그들이 가는 여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터로서의 자신들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안착하게 된 건, 사랑과 좀 더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영화 인물들의 궁극적인 목적
조금은 끔찍한 습성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양한 이터가 등장하듯,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조금씩 이해의 범위는 다르다. 삶은 나라는 존재가 왜 생겨났고, 어떤 존재인가라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결국 누군가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을 만나면서 현재의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영화 속 메건과 리는 자신들의 취향과 습성을 가진 상대를 만났고 적당히 그것을 조정하며 자신들만의 삶을 이루어냈다. 이 영화의 설정이 끔찍할지언정, 이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영화를 연출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과거에 <버거 스플래쉬>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서스페리아>를 연출한 감독이다. 훌륭한 미장센과 설정으로 자신만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 전달했던 그는 이번 <본즈 앤 올>에서도 독특한 설정 속의 인물들의 내면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메건 역을 맡은 배우 테일러 러셀은 <이스케이프 룸>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이터라는 독특한 습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에서도 이터로서의 고통을 공감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은 꽤 큰 걸림돌이다. 영화가 인육을 먹는 장면을 공포영화처럼 끔찍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 장벽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인육을 먹는다는 설정을 떼어놓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무척 아름답고 슬프다. 평생 자신의 취향과 습성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이 영화에 숨어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주간 영화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제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어요.
https://contents.premium.naver.com/rabbitgumi/rabbitgumi2

- 비상선언, 좋았는데 아쉬운 영화
?Rabbitgumi 입니다!
기대를 많이 모았던 작품이죠.
비상선언이 개봉했습니다.
관상, 더 킹, 연애의 목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죠.
배우진도 화려합니다.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같은 탑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개봉 후 첫 주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리는데요.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https://rabbitgumi.stibee.com/
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3차 예고편 - 현실 편
“시작은 막차였다”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스물한 살 대학생 ’무기’와 ‘키누’는
첫차를 기다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좋아하는 책부터 영화, 신고 있는 신발까지 모든 게 꼭 닮은 두 사람은
수줍은 고백과 함께 연애를 시작하고 매일매일 행복한 시간을 쌓아간다.
“내 인생의 목표는 너와의 현상 유지야!”
하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취업 준비에 나선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소원해지고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 만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지기 시작하는데...

- 영화 <습도 다소 높음> 2차 예고편
<낭만극장 이용수칙>
체온 체크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필수…
“그런데 에어컨은 왜 안 틀죠?”
이것이 진짜 재난이다!
극한의 습도가 엄습해온 어느 여름날,
이희준 감독의 신작 <젊은 그대> 시사회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든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긴축경영으로 에어컨 가동을 거부한 극장은 관객들이 뿜어내는 고온의 짜증으로 더욱더 다습해져 가고,
그저 쾌적하고 싶을 뿐인 관객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습도의 폭격에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일생일대의 위기가 이렇게 온다고?!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습도 대폭발, 웃음 대폭발의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