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3-27 07:36:46
‘본질적’ 남성성을 향해 달리는 로드무비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1977년 제작되어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나,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어 있던 터라 50여 년이 흘러서야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온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을 보며 두 가지 감상이 내내 교차했다.
첫 번째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 감수성에 코미디를 더한 매력적인 로드 무비와 극의 주요 서사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수성이다. 우발적 살인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광부 시마는 우연히 만난 켄야, 아케미와 함께 차를 타고 홋카이도 곳곳을 떠돌며 배회한다. 사실 시마에게는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하는 집이 있다. 한때 거칠게 방황하던 시마는 아내 미츠에를 만난 후 ‘인생을 고치고 싶다’고 다짐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아내가 이전 결혼에서 유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비뚤어져 거리에 나섰다가 취객과 다투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6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시마. 그는 자신의 못난 마음을 후회하며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고, 다시 그녀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아내를 버리고 떠나 범죄에까지 휩쓸렸다는 죄책감에 출소 후 엽서 한 통만 보내고 직접 찾아가지는 못한다.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줘.” 시마가 다시 용기를 내 미츠에에게로 향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켄야, 아케미와 빚어내는 우정 등의 순간이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통속적이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감을 이루며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랑과 번뇌,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속죄와 용기의 테마를 마주한다.
두 번째 감상은 이 영화가 시대를 거슬러 개봉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에는 규범적·이성애적 남성성이 연장·계승되는 두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먼저 시마와 켄야. 여자를 밝히는 양아치로 그려지는 켄야는 새로 뽑은 차에 여자를 태우고 돌아다니며 욕구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개인사적 맥락으로 지친 아케미가 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시마와도 합류해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아케미를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켄야의 욕망은 계속 빗나가고 아케미는 그런 켄야에게 거부감을 표한다. 켄야는 아케미가 너무 ‘비싸게 군다’며 불평한다. 그러자 시마가 툴툴거리는 켄야를 자기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여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그것이 남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천방지축처럼 굴던 켄야와 그런 켄야를 밀어내면서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 아케미. 두 사람은 시마의 사연을 듣고는 감동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시마를 아내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여기서는 남성성의 스승과 제자가 뒤바뀐다. 시마는 고향 집을 코앞에 두었는데도 아내를 보러 가지 않겠다며 방향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 자기를 잊었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의기소침한 시마를 북돋고 그를 ‘행복의 노란 손수건’으로 이끄는 건 켄야와 아케미다. 두 사람은 시마의 우유부단함에 분개하고, 그를 끝내 아내 미츠에 앞에 세운다. 시마의 남성성 수업이 그의 인생사와 결합해 발휘한 힘에 켄야와 아케미가 감응하고, 이제는 두 사람이 그 힘으로 시마를 ‘진짜’ 남자의 길, 즉 홀로 남편을 오래 기다린 미츠에를 ‘보호’해주는 길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남성성을 포용한 시마는 힘차게 펄럭이는 무수한 노란 손수건 아래서 아내를 되찾고, 내내 거절만 당하던 켄야는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는다. 내내 실패하고 미끄러지기만 하던 낭만적 이성애 관계가 서로 다른 세대의 두 남성의 상호 작용으로 회복되고, ‘보호하는 남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무너진 젠더 질서는 다시금 재확립된다.
두 남자의 연대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있다. 바로 켄야의 자동차다. 켄야는 순전히 여성을 꼬시겠다는 목적으로 새 차를 구입했다. 즉, 빨간색 새 차는 켄야의 남성성을 위한 도구 혹은 켄야의 남성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무렵, 켄야의 차는 여러 여정을 거치며 흙먼지로 가득 뒤덮였고 여기저기 망가졌다. 그러나 켄야의 남성성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음으로써 ‘도구’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토대를 갖추어 거듭났다. 자동차가 자본주의적 생산품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는 더한층 의미심장하다. 시마와 켄야가 주고받은 남성성 수업이 자본주의를 ‘초월’할 만큼 근본적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같은 ‘비본질적’인 무언가에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것으로서 남성성을 소환하고, 우직한 남자(시마)와 가벼운 남자(켄야), 즉 서로 다른 남성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젠더 동인을 포장하는 방식으로서 ‘보편적’인 감동 코드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감동’을 멋들어지게 설파하는 이 영화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미츠에와 아케미의 서사와 감정이 계속 궁금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와 켄야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남자’로 거듭나는 동안 미츠에와 아케미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들의 과거는 어떠했으며 그들이 두 ‘남자’와 만들어갈 미래는 어떠할까? 행복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는 노란 손수건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에게 ‘행복’의 토대와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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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마음에 더 이상 차가운 비가 내리지 않도록 펼치는 우산
어두운 밤, 비가 내리고 어떤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베이비 박스가 아닌 그 앞에 아기를 놓고 사라지고 이를 지켜봤던 수진이 아이를 베이비 박스 안에 넣어둔다. 베이비 박스 안에 들어온 아기를 확인하던 상현과 동수가 아기를 몰래 데려가고, 다음 날에 엄마인 소영이 아기를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그들의 내막을 알게 된 소영이 그들을 따라나선다. 계속 열리는 트렁크, 세차하면서 열리는 문으로 인해 축축하지만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덕에 금방 마르는 옷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끼얹는다. 하지만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상습적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는 어두운 만큼 긍정적이지는 않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떳떳하지 않은 이들에게 적중한다.
아이를 낳자마자 모성애가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을 혼자서는 쉽게 할 수 없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이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노력과 책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가족이 건네는 것처럼 건넨다. 작위적인 대사들과 직접 개입함에도 명확하지 않은 의미들이 극명한 불호를 만들어 내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박스’의 활용이 영화의 의미를 조심스레 매듭짓는 듯하다.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의 사정을 드러내지 않은 걸까? 베이비 박스에 대한 여러 시선이 충돌하지만 그를 바로 잡는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베이비 박스에 대한 존치 여부에 대해서도 정확히 다루는 것 같지도 않다. 의문을 품은 채, 이 복잡한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한 가족이 되어간다. 책임감 있으면서도 무책임한 모순을 펼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들에게서 왠지 <어느 가족>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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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 ‘있는’ 드라마, 1승하는 법을 아르켜줄게~
오합지졸 팀을 이끌고 단 1승을 위해 노력하는 언더독 이야기. 배구라는 스포츠를 선택해 영화로 옮긴 <1승>은 새로움보단 익숙한 스포츠 소재 영화의 서사를 밟는다.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던 이들이 모여, 서로 부딪히고, 싸우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다 마침내 한계를 넘어 승리를 거둔다는 이야기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배구 풀세트 접전보다는 세트스코어 3:0으로 마무리 짓는 셧아웃 승리처럼 보인다. 마치 깔끔하게 스포츠 전작들이 닦아 놓은 루트대로 가겠다는 의지처럼, 영화는 후반부 보장된 감동의 스파이크를 날린다.
이런 전형적인 서사에 변주를 가하는 건 인물들이다. 특히 선수가 아닌 감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펼치는 건 새롭다. <슈퍼스타 감사용>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유명한 국내 스포츠 영화는 모두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1승>은 김우진의 성장을 중심축으로 가져간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실패를 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과거 자신의 장점을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았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선수들의 강점을 칭찬하고 단점을 장점화 시킨다. 이런 노력은 경기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자체로 성장 서사의 원동력이 된다. 여기에 좋은 말로 하면 전형적이지 않고, 나쁜 말로 하면 지가 하고 싶은 대로 마케팅을 하는 구단주 또한 감독과 팀을 자기 방식대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렇듯 선수들에 포커싱을 맞추지 않은 영화는 기존 스포츠 영화에서 자주 사용했던 카타르시스, 자칫 신파로 비칠 수 있는 눈물 젖은 감동은 과감하게 컷한다. 마치 <1승>이 추구하는 성장 서사는 이런 게 아니라는 것처럼 신파로 매몰되려는 순간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장단이 있는데, 신파로 인한 감정의 질척거림은 덜한 대신, 가슴을 울리는 여운의 시간은 짧다. 쉴 새 없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세트를 가져가야 이기는 배구 특성을 오롯이 옮긴 듯한 영화는 단점을 장점화 시키며 1승을 향한 담금질을 계속한다. 이게 우리 영화의 성격이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기대했던 코미디 부분은 절묘한 티키타카가 이뤄져 웃음을 전하기 보다는 주전 공격수인 송강호, 박정민에게 의존하는 패턴을 고수한다. 역시 에이스라 말할 수 있는 송강호의 능청스러움, 여기에 틀을 마구마구 깨버리는 박정민의 돌파 능력은 웃음을 전하기는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패턴이 읽혀 새로움은 덜하다. 여기에 감독 중심으로 돌아가는 영화임에도 선수들의 고른 서사 소개가 나오지 않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1승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부분이다. 극중 강정원은 영화 <록키>를 예로 들며, 모두들 록키가 챔피언 아폴로를 이기고 챔피언이 되는 줄 아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승리가 목적이 아닌 성장 서사를 더 좋아한다고, 우리는 그 단 1승을 하는 서사를 만들거라고 덧붙인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하지만 신연식 감독은 강정원을 통해 ‘각본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한다. 영화는 강정원의 각본대로 감독과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한계를 깨뜨리고 성장해 1승을 향해 뛴다. 한 번도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를 해보지 못한 실패자들이 의기투합해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은 담담하게 그렸음에도 울림은 크다. 록키의 승리처럼 이들의 1승을 자축하듯 <록키>의 OST ‘고잉 더 디스턴스(Going the Distance)’가 흐르는데, 이 장면은 그 자체로 빛을 낸다.
스포츠 영화, 특히 배구 영화라는 지점에서 팬이든 팬이 아니던 간에 얼마나 리얼하게 배구 경기 장면을 구현했는지 궁금해질터. CG의 도움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배구 경기의 특성과 재미를 잘 살린다. 전 배구선수인 한유미, 시은미는 물론, 이민지, 차수민, 신윤주, 장수임 등 배우들의 놀라운 실력도 리얼리티를 살린다. 특히 다양한 카메라 기술로 구현한 랠리 장면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장식한다. 여기에 몸보다 말로 승부하는 조정석은 물론, 상대 팀 감독으로 나오는 신진식, 김세진, 해설자로 등장하는 이숙자,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연경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구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말 선물이다.
“나만의 1승을 위해 투쟁하는 영화다” <1승>의 기자간담회에서 송강호가 한 말이다. 딱 한 번 승리의 쾌감을 얻기까지 힘겨움을 겪었거나 그 과정을 겪고 있다면, 이 영화는 올해를 버틴 이들에게 큰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저마다 각본 없는 인생 경기를 찍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작은 힘을 얻길 바란다. 누구나 1승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생이란 코트로 달려가자!사진 제공: ㈜아티스트유나이티드
평점: 3.0 / 5.0
한줄평: 역시 스포츠영화는 눈물이 필요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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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어딘가 있을, 아무도 모를 너에게
그런 영화가 있다. 평가도 좋고 관심도 있지만, 도저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경우도 그렇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대개 그렇듯 <아무도 모른다> 역시 먼저 접한 사연만큼 슬픔과 좌절의 감정으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감상했다. 역시 훌륭했다. 꺼려진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느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도 모른다>의 대단함은 실화에 기대지 않음과 악인이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어머니가 버린 자식들이 자기들끼리 살아간다. 라는 간단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의 모티브만 가지고 세계를 구축했으며, 훌륭한 연출과 연기력으로 설득력과 감성을 갖추어 관객들에게 제공했다. 이 때문에 실화 미화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는 첫째가 집안을 방치한 건 물론 막내 동생을 학대했으며, 막내 동생이 죽은 이유도 첫째의 친구들이 구타를 했기 때문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면 불가피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를 악인이 없다는 본인 고유의 세계관으로 승화시켰다.
이 영화를 보며 강력하게 작동한 감각은 특정 인물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아니었다. 사회적 제도나 시선에 대한 비판은 찰나도 스치지 않았다. 그 감정은, 마치 공항에서 같이 흙을 파는 것, 폐기 식품을 얻으러 편의점에 가는 것, 컵라면 용기에 피어난 새싹에 물을 주는 것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그들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건 역시나 연출과 연기력이고, 영화가 마술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에 힘을 보태준다. 실제로 몸통이 분리되거나,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분을 만드는 힘. 속임수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 역시 행위에 숭고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주변에 사실 악인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악인이라고 칭할 만한 사람은 뉴스나 기사로 접할 뿐이다. 그럼에도 왜 비극은 자주 일어나고 우리는 삶이 힘들까? 사회적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려 해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 큰 재약이 있는 시대도 아니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은 차고 넘치지만. 다만 이러한 소수의 요소 때문으로만 삶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훨씬 다양한 환경과 그보다 복잡한 내면이 얽히고 섥혀 이내 과부하가 일어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동 중지 말고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데, 이것이야말로, ‘아무도 모른다’이지 않을까.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다. 사실을 알지 못하다. 어떤 지식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모르다의 사전적 정의이다. 이렇게 빈틈 없는 기준 속에서 과연 우리가 아는 건 얼마 정도이고 한줌의 모래처럼 귀한 앎을 감사해하는지. 또한 무수한 모름을 애써 외면해오지는 않았을까. 실제 그들이 흙투성이로 지하철을 탔는지, 세뱃돈 봉투의 다른 글씨체를 보고 생각에 잠겼는지, 바닥에는 여전히 매니큐어 자국이 남아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왜 고통스러운지, 보는 우리가 어째서 공감을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른다. 다만 아는 건 우주는 무한하고 우리가 아는 사실은 극히 일부분, 즉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경찰에서 보호 중인 동생들이 첫째를 변호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됐는데 오빠가 친절했다는 증언이 담겼음을 확인하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일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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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 NO! 표정, 제스처, 의성어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곤돌라"
- 이번에 제가 여러분께 소개드리고자 하는 영화는
바로 [곤돌라]입니다
"영화 <곤돌라>, '대사'가 없다고?!"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대사의 분량이 적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대사 몇 마디라도 있지 않을까 뚫어져라 집중하며 봤는데 대사는 정말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요즘 흔히 상영되는 다른 영화들과는 가장 특이하고도 차별화되는 특징인 듯하여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마치 옛날 옛적 영화 상영물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볼 땐
인물의 표정, 움직임, 제스처, 의성어, 인물의 감정에 따라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소리에 더더욱 귀 기울여서 바라보았답니다
처음엔 대사 없는 영화는 처음인지라 적적할 것 같은 느낌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점차 적응되니까 인물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움직임 등만으로도 영화를 이렇게나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표정, 웃긴 의성어 소리에 특히 피식피식 웃었답니다
영화 속 '곤돌라'는 제목답게 주인공들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상징적인 매개체입니다
영화에서는 특히나 곤돌라들이 맞물리는 지점을 자주 비춰주는데요
곤돌라를 통해 주인공이자 곤돌라 승무원인 '이바'와 '니노'는 어색한 사이에서 우정을 나누는 사이, 질투하는 사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점차 발전하는 관계를 보여줍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곤돌라의 새 승무원으로 들어온 '이바'와 기존 승무원 '니노'는 일하면서 자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처음엔 당연히 어색한 사이이니 누가 봐도 어색한 표정으로 간단한 눈인사만 하고 지나칩니다
《곤돌라의 수동문이 꽉 닫힌 채 말이죠》
그때 곤돌라에서 내리면 체스판이 놓여 있었는데, 그 둘은 서로 체스 게임을 통해 점점 가까워집니다
(상대방 말을 잡을 때마다 곤돌라로 이동하면서 약 올리는데 그때 깔리는 배경음악이 너무나도 얄미워서 웃겼다는ㅎㅎ)
가까워지면서 '니노'는 '이바'에게 곤돌라 위에서 그물망으로 과일을 따다 주고,
'이바'는 그에 답하듯이 탭댄스를 보여주며 보답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바'는 빵 위에 햄만 놓여있는 조촐한 '니노'의 도시락을 보게 되었고,
'이바'는 '니노'를 위해 정성스러운 도시락을 만들어 건네줍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졌고
버스, 배, 우주선 등으로 곤돌라를 직접 변신시키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상대방과 교감하는 동시에 위안이 되어줍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듯한 모습이 관객 입장에선 유쾌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때는 《곤돌라의 수동문이 활짝 열려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침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듯싶었으나,
묘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던 참에 '이바'가 '니노'의 한 서류를 발견하고 실망한 채 돌아섭니다
(아마 니노가 원하던 꿈에 관한 합격 서류 같기도)
그럴 때도 역시 "곤돌라"가 빠질 순 없죠!!
여기에서 곤돌라는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 되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바'는 자신의 서러운 감정을, 곤돌라를 이용해서
곤돌라 안에서 물총으로 '니노'를 향해 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듯 행동합니다
그에 답하듯 '니노'는 자신이 아끼는 바이올린으로 곤돌라 안에서 '이바'를 위해 연주를 하며 화해 시도를 합니다
서서히 마음이 풀린 '이바'는 자신도 나팔을 이용해 곤돌라 안에서 연주하죠
그러면서 '니노' 또한 '이바'에게 자신이 직접 쓴 악보 그림을 선물합니다
그럼으로써 두 사람은 곤돌라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멈춰
서로의 악기로 환상적인 하모니를 자랑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장이 혈압 올라 뒷목잡을 때까지ㅋㅋ
전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확신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관계에 빠져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곤돌라에 한 승무원만 타 있던 곤돌라 안에는
어느덧 '이바'와 '니노'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이 타 있고,
관계가 무르익자 그만큼 더 진한 우정과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영화 <곤돌라>를 보러 달려가시면 어떨까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영화의 흥미로움에 금방 빠져들 겁니다~~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제가 앞서 굵은 글씨와 노란 형광펜으로 표시했듯
전 곤돌라의 '수동문'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관계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수동문'에 비유하듯 표현한 것 같다는 제 나름의 추측이 있었답니다ㅎㅎ
왜냐하면 주인공들이 어색할 땐 문이 굳게 닫혀있고,
친해짐으로써 관계가 발전할 땐 문이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죠!
괜히 저 혼자 의미를 부여해 보며 영화를 추측해 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되게 몽환적이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답니다~
또, 영화 <곤돌라> 안에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과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대거 등장하니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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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젊은 음악가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에는 정답 없는 일들이 많다. 영화와 음악도 그렇다. 일반적인 규칙이나 경향성의 갈래는 있지만, 단일한 규칙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취향의 영역도 존재하니까. 이런 길을 가는 건 어렵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며 가야 하는 길일 것이다.
영화 <당신의 모든 것> 주인공 서준(강찬희 분)은 아직 그 길의 초입에 서 있는 존재다. 명확하고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 은정(김규리 분)이 가르치는 내용은 그에게 잘 흡수되지 않고, 클래식을 듣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클래식에 짓눌려있는 동시에 클래식이 자신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해 매달리고 있다. 재즈를 기계적으로 거부하지만 우연히 하게 된 친구들과의 합주는 처음부터 자기 옷처럼 들어맞는다.
이런 구도에서는 어느 한쪽을 정답처럼 바라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쉽게 올라온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재즈의 매력을 내세우고, 은정의 꼿꼿한 태도를 마치 클래식만 고수하는 콧대 높은 사람의 재수 없는 편견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몰아가는 낡은 해법이 아닌, 자기 길을 찾아가는 젊은이의 미욱하고 서툰 여정으로 풀어냈다.
한 음만 쳐도 곧바로 “다시.”라는 말로 서준의 연주를 잘라내며, 은정이 서준에게 가르치고자 한 것은 명료하고 정확한 형식미 쪽이다. 웅얼거리지 말고 손가락에 바늘을 세운 듯 날카롭게 치라는 말은 마치 서준의 인생에 대해 던지는 일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정의 이런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은정은 콩쿠르 무대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확실히 알고 있고, 서준의 장점과 단점도 명확히 알고 있다. 다만 서준이 스스로 생각하여 찾아내기를 요구하는 은정의 방식은 서준이 흡수하기엔 너무 다른 종류일 뿐.
은정이 몇 번이고 요구한 대로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준은 계속해서 도구를 활용한다. 메트로놈은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도구라지만, 그 밖에도 끈으로 눈을 감아 가리거나 얼음 주머니를 손에 갖다 대고, 소주를 입에 털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번번이 실패한다. 은정의 가르침을 내치지도 못하지만 수용하지도 못한 채, 정리되지 못한 감정이 이따금 과격하게 분출되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젊은 이들은 성장해 간다. 서준의 성장 과정에는 ‘악보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라’며 악보보다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친구와, 그 과정을 함께하며 서준 안의 음악을 끌어내고 서준에게 믿음을 이야기하는 든든한 연인이 있고, 분명한 기준을 갖고 꼿꼿한 등을 보이는 선생님이 있다. 아직은 피해의식 없이 라이벌을 바라보기도 어려워하고 자기 감정조차 주체하지 못할 만큼 서툰 모습이지만, 음악과 관계 안에서 그는 차차 자라갈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젊은 날의 미숙함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원석처럼 투박하게 빛나는 서준의 시간을 주변 사람들의 면면이 다정하게 다듬는데, 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훌륭하게 구현된다. 무대 위 아이돌의 모습부터 어두운 시절을 거친 캐릭터 연기까지, 그간 청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표현해온 배우 강찬희의 시간이 이 영화에서도 미숙한 청춘의 기쁨과 슬픔을 올올이 빛나게 한다. 은정을 맡은 배우 김규리가 진중한 발성과 단단한 눈빛으로 메트로놈처럼 딱딱 영화의 박자를 휘잡고, 지수 역할 배우 한성민 또한 서준보다 한 걸음 성숙하고 든든한 조력자로서 무게를 더한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클래식과 재즈 음악 또한 마치 각각의 등장인물처럼 서준의 성장을 자극하며, 관객의 귀도 즐겁게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후배 시인에게 쓴 편지 모음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떠올렸다. 길을 찾아가는 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 영화가 그 책과 닮은 마음을 품고 있다고 느껴졌기에. 오늘도 영화와 음악처럼 정답 없는 세계를 유영하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주목하고 있을 젊은 이들에게,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 영화와 함께 전하고 싶다.
“당신은 젊고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있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인내로 대하십시오. 그 문제들 자체를 폐쇄된 방이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으로 대하려고 노력하십시오. 당신이 얻지 못한 답을 찾아내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당신은 아직 그것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요. 모든 것은 경험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살아보십시오.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새 해답 안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낼 것입니다.” (45p,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시간표]
9월 7일 토요일 16:00 세명대 태양아트홀
9월 9일 월요일 10:00 세명대 태양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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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BIFF가 주목한 영화로운 한국영화
10월 9일,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 6층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아주담담' 세션이 열렸습니다. '아주담담'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여러 작품을 소개하고, 게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이날은 차한비 모더레이터의 진행으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섹션에 오른 세 편의 영화에 관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
Merely Known as Something Else
첫 번째로 소개된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시간과 차원이 교차하는 다면적 구성이 인상적인 조희영 감독의 작품입니다. 아주담담 라운지를 찾은 조희영 감독와 정보람, 정회린, 류세일 배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조희영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인주', '유정', '수진'이 각기 다른 연유로 '정호'와 얽히는 이야기이며, 제목을 생각하면서 관람하면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를 느끼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지>는 영화를 감상하기 전부터 관객의 궁금증을 야기하는 독특한 제목을 갖고 있는데요. 조희영 감독은 평소 시나리오를 쓰던 도중이나 시나리오를 마무리한 후에 제목을 정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제목을 처음부터 정해놓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제목에 영화 전체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죠.
어차피 모든 것들은 다른 것으로 알려질 뿐이니, 이 작품도 영화가 끝난 이후 관객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여서 각기 다른 것으로 완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제목을 지었어요. (조희영 감독)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궁금증에 매료되었다고 하는데요. 정회린 배우는 "각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제목처럼 서로 다른 영화로 느껴질 것"이라며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했고, 류세일 배우는 "인생은 역할놀이 같아서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 온 터라, 이 작품의 제목을 보고 무조건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목에 대한 인상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이 영화가 개봉하는 날, 여러분도 감독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이 영화의 제목에 담긴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
봄밤
Spring Night
<푸른 강은 흘러라>에 이어 14년 만에 새로운 장편으로 돌아온 강미자 감독이 두 번째로 아주담담 라운지 무대에 올랐습니다. 강미자 감독은 영화제에 온 것이 "꿈에 본 내 고향에 있는 느낌"이라며, 자신을 기다려준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간 영화 편집 강사로 활동해 온 강미자 감독은 우연히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 『봄밤』을 읽고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안 좋은 일이 있지 않아도 아픔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켜켜이 쌓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아픔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을 영화의 언어로 표현해 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습니다.
알코올 중독자 '영경' 역의 한예리 배우와 류머티즘 환자 '수환' 역의 김설진 배우를 향한 애정 어린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전작 <푸른 강은 흘러라>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한예리 배우는 이번에도 강미자 감독과 함께했는데요. 강미자 감독은 처음부터 한예리 배우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며, "소설에서 느꼈던 '영경'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단 한 분의 배우가 한예리 배우였다"고 전했습니다. 분장 등의 도움 없이 체중 감량을 통해 아픔과 고통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는데도 한예리 배우는 흔쾌히 함께해 주었죠.
김설진 배우는 한예리 배우의 추천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강미자 감독은 "몸을 잘 쓰기로 유명한 두 배우와 함께한 덕분에 시나리오에서 글로도 표현해 내지 못한 '영경'과 '수환'의 감정을 영화에 온전히 담길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봄밤>은 최소한의 장치만을 사용해 이 영화만의 올곧은 리듬을 만들어 가는 영화입니다. 강미자 감독은 이러한 방식의 영화를 구성한 이유를 묻는 차한비 모더레이터의 질문에 "저희 영화는 투박한 편"이라고 낮추면서도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메라를 절대로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결단으로 <봄밤>은 대중적인 서사나 표현 밖에 있으면서도 관객 내면의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섬세한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죠.
두 인물은 사회적인 관습 밖에 있는데도 자기의 삶을 온전히 버텨낼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죽어가는 시간 속에서도 버텨내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에 화면의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당당하게 존재하게끔 해주고 싶었어요. (강미자 감독)
파편
Fragment
아주담담 세션의 피날레를 장식한 게스트는 <파편>의 김성윤 감독과 오자훈 배우였습니다. <파편>은 살인 사건 이후 남겨진 가해자와 피해자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파편>의 타이틀 디자인이 인쇄된 팀복을 입고 나타난 오자훈 배우에게서는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절로 느껴졌죠. 세 번의 상영이 모두 끝난 뒤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후련해하면서도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성윤 감독은 영화가 촉발하길 바랐던 메시지에 많은 관객이 공감해 주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남겨진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랐는데, GV 때 이 질문을 해주시는 분이 계셨다"며, "그 이후의 삶은 현실의 우리들이 써내려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감독이자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의 소망을 덧붙였죠.
살인자 아버지를 둔 '준강' 역을 맡은 오자훈 배우는 300:1의 경쟁률을 뚫은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오자훈 배우는 "세 번의 오디션을 거치면서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책임감을 가지고 '준강'이를 뚜렷하게 표현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긴장과 불안이 계속되는 촬영이다 보니 아이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연출자로서는 이야기가 제대로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성윤 감독)
김성윤 감독은 세션을 끝마치며 <파편>과는 또 다른 결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를 사랑한다는 그는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 놓을 때마다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감독이 되고 싶다"며 뜨거운 포부를 전했습니다.
⊙ ⊙ ⊙세 편의 작품, 일곱 명의 게스트와 함께한 '아주담담' 세션은 영화를 향한 따뜻한 애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영화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 열정,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라면 '극장은 영원하다(Theater is never dead)'는 외침도 아주 오래도록 유효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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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리뷰:요즘 개봉작 중 제일 괜찮은 영화, 편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고아성#이솜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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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킬링 카인드> 메인 예고편
줄거리
베트남 갱단에 의해 잔혹하게 부모를 잃은 ‘안나’(매기 큐)는
암살자 ‘무디’(사무엘 L. 잭슨)에게 거둬져 최고의 킬러로 길러진다.
어느날, ‘안나’는 세상의 유일한 가족 ‘무디’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그의 죽음에 거대한 세력의 배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안나’는 피의 복수를 결심하는데…
친절하고 잔혹하게
받은 만큼 돌려준다!
<존 윅>을 잇는 원히트 킬링 액션을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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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루터 : 태양의 몰락> 공식 예고편
《루터: 태양의 몰락》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TV 시리즈를 영화로 재구성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잔인한 연쇄 살인마가 활개를 치고 있는 런던. 실력은 뛰어나지만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처한 형사 존 루터(이드리스 엘바)는 철창 안에 갇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이버 사이코패스를 놓친 후 패배감에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범인에게 조롱감이 된 루터는 감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못다 한 일을 끝내야 하기에. 신시아 에리보, 앤디 서키스가 출연하고, 더모트 크로울리가 마틴 솅크 역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