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ZUHA2025-03-10 23:00:14
드넓은 우주 속 나의 여정이 특별한 이유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세 개의 부, 1부 'Everything' 2부 'Everywhere' 3부 'All at Once'로 나뉘어져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 에블린이 자신의 '모든 것' (에블린의 모든 감정과 고민들 그리고 능력)을 '모든 곳' (다양한 차원에서 에블린의 모습)을 '한꺼번에' 마주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오고 다중우주가 나오면서 혼란스럽다는 평도 있지만,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삶의 철학을 얻는다.
모순에서 얻는 용기
이 영화가 주는 위로와 용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모든 것이 모순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오히려 그 모순이 삶을 살아갈 힘이 된다. 우리는 흔히 실패와 성공, 무의미와 가능성을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경계를 허문다. 내가 실존하는 우주에서 실패했기에, 다른 우주에서 성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진동하며 중첩되는 미립자의 무작위 재배열에 불과한 세계이기에, 부질없는 세상이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하찮고 어리석으며, 때로는 허접한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 역설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때때로 모순 속에서 길을 잃더라도, 결국 그 속에서 용기를 얻고 다시 걸어간다.
가끔은 온 세상이 허무해보이고 절망적이지만 나만의 개성으로 살아남기
'내가 늘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니야 전략적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이지 난 그런 방법으로 살아남았어' 영화 중 에블린 남편 웨이먼드의 대사이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너무 순진하고 어리숙해보이고 답답해보이지만 결국 가장 단단하고 강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웨이먼드의 강함은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자세에서 기인한다. 혼란스럽거나 싸움이 요구 될 때는 되려 친절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대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긍정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한다. 헤매고 방황하며 허무주의에 빠질 뻔한 에블린은 웨이먼드의 태도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가정을 구한다. 이는 단순히 다정함이 무조건적인 강함이라는 뜻은 아니다. 웨이먼드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부딪치고, 흔들리는 순간에도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내가 위태로울 때 나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낙하하지 않을 나만의 능력, 즉 개성이다. 개성이 있다면 수많은 우주에서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유연하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상식이 통하는 것도 한 줌의 시간뿐인 곳이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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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색감과 촬영, 눈을 사로잡는 도둑 같은 영화
'이 영화 뭐지?' 예고편으로 내용을 알 수 없고, 포스터로는 더더욱 알기 힘들어서 '이 영화 정체가 도대체 무엇일까' 싶어 보게 된 영화였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기 때문에 흥미로움이 더해지긴 했지만 세간에 알려진 특별한 매력이나, 영화의 퀄리티 등에 대해서는 별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갖고 있는 습관 중 하나가 볼만한 영화가 생기면 이전 사람들이 남겨놓은 리뷰를 먼저 본다는 점인데 사람들 사이에서도 극한의 호불호가 나뉘는 것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지루한 데다가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팀 버튼의 기묘한 상상력과 샤갈의 색채감을 아우러놓은 환상의 명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스 감독의 작품은 <개들의 섬>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실사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었던 터라 그냥 무작정 영화를 트는 것이 전부였다. 큰 기대 없이 영화를 틀고 난 뒤 100분 동안 마법같이 영화를 감상했다. 스토리는 빼더라도, 자꾸 보고 싶어 지게 만드는 영화임에는 분명했다.
포스터만 보고 들어온다면 영화의 내용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당연히 로맨스나 드라마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이게 웬 걸, 범죄 추격 스릴러에 좀 더 가까운 영화였다. 물론, 스릴러라기 보단 미스터리 모험물에 좀 더 가깝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화 전반적으로 긴박감이나 긴장감은 거의 전무하다고 이야기해도 무리가 없다. 미스터리 모험물인데 과정이 긴박하지 않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이 역설적인 장르를 가능하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이나 공간 자체를 아주 비현실적으로 비틀어놓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다. 게다가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기보다,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듯 흘러가고 각 지점마다 '막'을 만들어놓음으로써 마치 잘 짜인 연극을 감상하는 듯 한 기분을 들게 한다. 때문에 영화 중반부로 가는 데까지도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도통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알 수 없는 영화인 데다가 현실감도 떨어지는데 어떻게 이 영화가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사랑받는 이유를 꼽자면 이 영화를 논할 때 가장 우선시되는 것. 바로 색감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바탕이 되는 분홍색과 더불어 연한 색감으로 도배된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타 영화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분홍색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오묘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 특정 장면들의 지점에서 색감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거나, 연속되는 장면들 속 전환 지점에서 색감을 유지하거나, 탈락시킴으로써 극적인 전환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 속 메인이 된 '분홍색'은 사랑과 순수함을, 호텔의 유니폼인 '보라색'은 신비로움과 고급스러움을, '푸른색' 계열의 차가운 색깔은 살인이나 추격 등 스토리의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도움을 준다. 영화 배경의 전체적인 톤은 '노란빛' 사실은 베이지에 더 가까운 색으로 구성함으로써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관객의 눈을 자극 없이 편안하게 이끌고 간다. 가히 색으로 시작해 색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되지 않을 영화이다.
색감만큼이나 다채로운 건 바로 촬영 기법이다. 대칭 구도와 평면적 화면 활용을 통해 비주얼적인 매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또한,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1인칭을 활용하거나, 줌, 트랜지션(화면 전환 효과)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지루할 수 있는 전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물에 포커스를 두는 장면이 유난히 많은데 전체적인 흐름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보다, 인물의 표정과 대화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상세하고도 세밀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점은 바로 화면 비율인데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시대에 맞춰 환면 비율을 계속해서 바꾸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1930년대에는 1.37:1, 60년대에는 2.35:1, 80년대에는 1.85:1로 구성함으로써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대 전환에 기본적인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시간의 순서에 압박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현대 사회 영화 비율에 비해 좌우가 좁기 때문에 다소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배경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샷이나, 여백을 많이 두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색의 대비를 통해 인물의 성격과 존재를 부여하고, 각종 소품들을 활용해 인물의 가치관과 배경을 설명하는 방식은 기존 영화들도 자주 사용하던 연출 방법이다. 다만, 웨스 앤더슨 감독은 더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설계함으로써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영화 속으로 은연중에 빠져들게 만든다. 완벽한 미장센의 향연과 강박증을 의심케 하는 감독의 연출은 놀랍고도 소름이 돋는다. 대칭구조만 보더라도 철저하게 각이 잡혀있는 데다가, 소품과 도구 하나하나마다 배치 위치와 카메라와 맞춘 높이 등 섬세함이 돋보인다. 영화의 연출이나 구도가 가진 의미를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의식하지도 않은 채 홀린 듯이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는 기법들은 영화가 가지는 의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색감이나 촬영만큼 스토리도 매혹적이긴 하다.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누명과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설정이 다소 진부하긴 하지만 이만큼 매력적인 클리셰가 또 어디 있겠는가. 미스터리 모험물이라고 해서 으스스한 분위기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매료시키는 코미디 요소들도 영화 전반적으로 적절히 배치해놓음으로써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 한 편이다. 생각보다 놀랬던 점은 간혹 드러나는 장면 연출이 굉장히 원색적인데 손가락이나 목이 잘려 피가 튀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거나 하는 장면들이 예상할 수 없는 지점에 여러 번 등장한다. 지루한 전개인가 싶어 넋 놓고 있다가 당할 수 있다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초반에는 지루한 면이 있고, 중반부까지 흐름을 읽을 수 없는 다소 복잡한 불편함이 있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속도감이 붙어 부담 없이 넘겨볼 수 있도록 스토리를 구성했다. 다만, 기승전결 중 전과 결 파트가 지나치게 허무한 감이 있다. 밀당없이 당기기만 하다가 영화가 끝나버린 기분이라 아쉽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미장센과 연출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호'의 평은 피한 듯하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지만 아마 '향수'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액자 속 액자식의 구성을 따라 인물들이 전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스토리 또한 아마 '과거'를 이야기하며 전해져 오는 향수에서 오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 노년의 모습으로 등장한 제로 무스타파(토니 레볼로리 분)의 '내 생각에 그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졌네. 그는 그저 자신의 환상 속에서 멋지게 산 거지'의 말처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향수는 결국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입을 거쳐오며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그 안에 투과되는 진짜 삶은 현대에 존재하는 사람이 스스로 자각함으로써 허상이 아닌 현실에 살아가기를 바란 게 아닐까 싶다. 때문에 영화 속, 향수의 허상을 벗어난 진짜 그리움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은, 사랑했던 아가사(시얼샤 로넌 분)와의 실존하는 기억만을 추억할 수 있는 제로 무스타파뿐일 것이다.
클래식하고도 세련미가 넘치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래간만에 눈이 즐거운 영화를 봤다. 앞서 말했지만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시선을 빼앗긴 채로 영화를 봤다. 다른 일을 하면서 영화를 보려고 해도 사람을 매혹시키는 장면들로 시간을 빼앗는 감각적인 영화이면서, 동시에 집중해서 보면 볼수록 뜻을 알 수 없는 호기심 가득한, 말 그대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색감으로 시작했지만 영화 속 바니쉬 향수만큼이나 깊은 향을 남긴 영화. 여담이지만, 영상을 공부하는 나로선 이처럼 반가운 영화가 또 없다. 구도나 기법에 대해서 어떻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려고 하는지,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짜낼 때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마지막으로 우스꽝스럽고 키치 한 감성 속에서도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영화였다. 부담 없이 보기엔 지루한 감이 있지만, 미스터리하면서도 몽환적인 극 전개를 좋아한다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추천하게 될 것 같다.
사진 출처 : <The Grand Budapest Hotel>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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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울리는 사진 한 장, 그리고 하나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 2000
드라마 / 대만, 일본 / 173분
감독: 에드워드 양
가슴 울리는 사진 한 장, 그리고 하나
사람들은 살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사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무한정 허비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대부분 어른에게 고민은, ‘결과적으론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어린 양양의 사진을 통해 세상을 한쪽 눈으로만 보는 이들의 두 눈을 뜨게 하고, 그동안 외면하기만 했던 진실을 깨닫게 한다.
주인공 양양은 하나의 진실을 알기 위해선 앞과 뒤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보이는 것이 곧 전부인, 순수한 아이 덕에 가족들은 자신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이면을 알게 된다. 결국 우린 아이에게서 삶의 철학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관객까지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영화다.
출처: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중
“아빠가 보면 내가 못 보고, 내가 보면 아빠가 못 봐요. 그럼 우린 반쪽짜리 진실만 보는 건가요?
양양의 삼촌은 길일에 결혼식을 올린 이유만으로 자신의 인생에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 믿는다. 행복하게 잘 살아보려는 그의 노력엔 가장 중요한 점이 빠져있다. 그 점을 양양이 사진으로 찍어 그의 손에 쥐여준다. “삼촌은 뒤를 못 보니까 내가 찍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제때 쓰레기봉투를 버리지 않아 할머니가 쓰러졌다고 생각하는 양양의 누나, 팅팅에겐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하다. 팅팅에겐 참고 견디는 것이 그녀의 완전하고 진실한 삶의 자세다. 그러나 그녀 역시 고작 앞만 보고 있을 뿐이다. 누가 그녀에게 그런 자세를 강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팅팅에게 자신의 뒤를 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녀가 하루아침에 당당하게 진실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인이 아는 것도 직접 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음에도 훈수를 두고, 핀잔을 주는 양양의 선생님 같은 어른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출처: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중
아빠(NJ)의 30년 전 실패한 첫사랑과 팅팅의 설레는 첫 연애가 교차편집되는 이유를 감독에게 묻지 않아도 관객은 알 수 있다. 옷깃만 스쳐 간 사랑도 사랑이라 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후회는 찾아온다. 후회는 삶을 되돌리기 위한 발판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이자 기회다. 과거의 선택이 다시 주어진다 해도, 우린 꺾이지 않고 곧게 나아가야 한다. 유독 밝은 곳만 눈에 담으려는 몹쓸 고집들이 있기 때문이다.
깨어나지 않는 엄마를 앞에 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양양의 엄마나, 가족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해 자꾸 거짓된 사랑만을 느끼는 옆집 소녀 리리의 뒷모습엔 어둠에 짙게 깔려있다. 우린 모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싶은 뒷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뒷면을 본인까지도 외면해 버린다면, 당신에게 완전한 ‘하나’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 “내가 깨달은 건, 사는 게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거야. 왜 그걸 전엔 몰랐을까.”란 양양 엄마의 말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양양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각자가 가진 ‘모든 내면’이다. 반쪽짜리 진실만 갖고 타인을 비난하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고, 쉽게 절망하는, 즉 한 인간이 가진 ‘수많은 나(자아)’ 말이다.
<하나 그리고 둘>은 다양한 인생을 담고 있다. 특정 인물의 이야기에만 치우쳐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들의 삶의 굴곡을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어 천천히 풀어나간다. 감각적인 영상미부터 배우들의 명대사까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170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중
귀여운 나비넥타이를 하고 할머니 영정사진 앞에 서서 편지를 읽는 양양의 모습은 <하나 그리고 둘>의 명장면이다. 그의 모든 말이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이 말 한마디가 여전히 웃음을 나게 한다.
“… 아, 나도 이제 다 컸나 보다.”
많은 이가 꼭 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아직도 우린 양껏 크지 못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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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 관련 영화 추천
안녕하세요 여러분!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한 주를 뒤로하고, 어느새 기다리던 주말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이번주 일요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셨나요?
저는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번주 일요일은 바로 한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이에요!
음력 1월 15일을 의미하는 정월대보름은 오늘날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지만,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이튿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명절이라고 해요.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운수를 점쳤던 것도 설이 아닌 정월 대보름이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보기 좋은 '달'과 관련된 영화들을 추천해 드리려고 해요.
달을 배경으로 했거나 달을 소재로 한 영화들, 지금 바로 만나 보실게요~!
1. 달세계 여행(1902)
감독 | 조르주 멜리에스
출연 | 조르주 멜리에스, 빅토르 안드레, 블로에 베논 등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바르방퓨이 교수는 어느날 과학의회를 통해 대포를 타고 달 탐사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설득 끝에 다함께 달 탐사를 떠나게 되고, 마침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달에 착륙하게 된다. 그러나 달에는 셀레나이트라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교수와 일행은 그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는데...
CINE PICK!
인간이 달에 최초로 착륙하기 무려 60년 전에 제작된 <달세계 여행>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하여,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조르주 멜리에스가 감독, 각본, 주연을 모두 맡아 만든 영화입니다. 마술사였던 멜리에스는 뛰어난 상상력과 손재주를 바탕으로 합성화면이나 디졸브와 같이 후에 널리 사용하게 되는 편집방법들을 컴퓨터 작업 없이 연극 장치만으로 만들어 냈는데요, 그 결과 영화는 최초의 낭만주의 영화, 최초의 SF 영화, 방향의 일치를 통한 연속 컷팅을 최초로 사용한 영화 등 각종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며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2분 정도의 단편영화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또한 매우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2. E.T.(1984)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헨리 토마스, 드류 베리모어, 로버트 맥노튼 등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식물학자 외계인들이 평화적인 연구 목적으로 지구를 방문한다. 그러나 인간들이 나타나자 서둘러 지구를 떠나게 되고, 뒤쳐진 한 외계인이 홀로 남는다. 방황하던 외계인은 엘리엇이라는 이름의 꼬마와 만나게 되고, 엘리엇은 외계인에게 E.T.(Extra-Terrestrial)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E.T.는 엘리엇과 함께 지내며 끈끈한 우정을 쌓아 나가지만, 길어지는 지구에서의 생활로 인해 그만 병에 걸리고 만다.
CINE PICK!
<E.T.>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2년 SF 영화입니다. 홀로 지구에 남게 된 외계인 E.T.와 미국 소년, 소녀들과의 우정어린 교류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만월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지요. 개봉한 지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친근한 이미지의 외계인, 혹은 인간과 교류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작품입니다. 아카데미에서 음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잘 맞춘 OST 또한 <E.T>의 큰 매력이랍니다.
3. 문라이트(2017)
감독 | 베리 젠킨스
출연 | 알렉스 R. 히버트, 에쉬튼 샌더스, 트래반트 로즈, 마허샬라 알리 등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 검은 소년들은 푸르게 보인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CINE PICK!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문라이트>는 베리 젠킨스 감독이 전작 <멜랑콜리의 묘약> 이후 8년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터렐 앨빈 매크레이니의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원작으로 했다고 합니다.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80년대에 태어난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샤이론의 생애를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 세 부분으로 나눠 묘사했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연출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4. 퍼스트맨(2018)
감독 | 데이미언 셔젤
출연 |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등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이제껏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도전한 우주비행사 닐(라이언 고슬링)은, 거대한 위험 속에서 극한의 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 첫 발걸음을 내딛는데… 이제,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CINE PICK!
영화 <퍼스트맨>은 <위플래쉬>, <라라랜드>,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바빌론>의 감독 데미언 샤젤이 연출한 닐 암스트롱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제임스 R. 한센의 전기 소설 《First Man: The Life of Neil A. Armstrong》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다녀왔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1961년~1969년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거머쥐기도 했는데요, 과학영화라기보다는 인간 암스트롱의 이야기와 심리가 샤젤 감독 특유의 뛰어난 연출력과 각본을 통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드라마 영화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의 음악을 감독했던 저스틴 허위츠와 다시 한 번 협업하여 OST 또한 큰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그리는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니 잔잔하지만 울림 있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5. 더 배트맨(2022)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등
ⓒ 네이버 영화
시놉시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배트맨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CINE PICK!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히어로 배트맨! 달과 관련된 영화를 떠올렸을 때 빼놓을 수 없죠. 배트맨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 작품인 <더 배트맨>은 <렛 미 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을 감독한 맷 리브스가 연출하였으며, 각종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넘나들며 필모를 쌓고 있는 로버트 패틴슨이 브루스 웨인을 맡은 <더 배트맨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입니다. <더 배트맨>은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전개와 차별되는 느긋하고 묵직한 누아르식 전개가 특징인데요, 배트맨 원작이 갖고 있는 추리물로써의 정체성, 배트맨 캐릭터에 대한 미숙하면서도 희망을 지키려는 인물로써의 재해석이 호평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음울한 분위기와 꼭 맞아떨어지는 OST 또한 인기였습니다. 시작과 끝에 흘러나오는 미국의 전설적인 락밴드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는 것!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과 관련된 영화를 여러 편 소개해 드렸습니다!
마침 이번주 일요일은 하늘도 무척 맑다고 하니 소중한 사람과 달구경도 하고,
정월대보름이니 만큼 팝콘 대신 부럼을 까먹으며 화면 가득 둥근 달을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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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기념! 극장가를 찾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들
봄바람이 살랑이는 가정의 달 5월,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찾아온 어린이날을 맞아 극장가를 찾아온 "아이들을 위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1.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떠나는 여행! <아이들은 즐겁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5월 5일 어린이 날에 개봉하는 <아이들은 즐겁다>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9살 '다이'가 엄마와의 이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어른들 몰래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과 마지막 인사를 담았다. 영화는 예고없이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다이'가 친구들과 가족, 이웃의 보살핌 속에서 나아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으며, 네이버 평점 9.55점을 기록한 허5파6 작가의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작품인만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어른들의 입장이 아닌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만남과 이별, 여행의 즐거움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따뜻한 동심의 세계로 우리들을 이끌 예정이다.
▶ Synopsis
신나는 만남, 함께 한 여행, 그리고 마지막 인사 "고마워"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엄마와 항상 바쁜 아빠,
조금은 외롭지만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9살 다이는 즐겁다.
어느 날, 엄마와의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 다이,
친구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기 위해 어른들 몰래 여행을 떠난다.
9세 인생 최초! 전재산을 탈탈 털어 떠난 여행.
그리고 엄마와의 만남 끝에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 인사.
2.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아이와의 특별한 만남!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5월 12일 개봉 예정인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국내 유일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단독법 '헬렌켈러 법' 제정을 응원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돈만 좇아서 살아가던 '재식'이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아이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면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을 담은 작품이다. 오직 돈만 생각하며 막무가내로 살아온 재식이 시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은혜와 특별한 유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은혜를 통해 여지껏 사회에서 소외되어 온 시청각장애인들에 대한 현실을 담담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며 장애인의 복지 현실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극 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진정성있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와 함께 귀여우면서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가득 채워져 과연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를 모은다.
▶ Synopsis
가짜라도! 아빠가 되어야 한다!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재식'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영'의 전재산을 먹튀하기 위해
'지영'의 딸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게 된다.
앍 보니 '은혜'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아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를 귀찮아 하던 '재식'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은혜'만의 특별한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는데...
3. 아이들의 행복한 등교를 위해 나선 용감한 엄마들! <학교 가는 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와 함께 5월 5일 어린이날에 개봉하는 <학교 가는 길>은 장애 학생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 다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선 용감한 어머니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강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의 개교를 위해 무릎까지 꿇는 강단과 용기로 17년째 멈춰 있던 서울 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이끌어 낸 용감한 어머니들의 사연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제시한다. 딸을 키우고 있는 같은 학부모로서 엄마들의 마음에 공감한 김정인 감독이 학교를 짓기까지의 여정을 밀도 있게 담으며 깊은 감동을 자아낼 예정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어머니들이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 자녀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매일을 기쁘게 보내는 모습, 장애 자녀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 등은 자녀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애틋한 모성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 Synopsis
전국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은 매일 왕복 1~4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전쟁같은 아침을 맞이한다.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아이를 위해
거리로 나선 엄마들은 무릎까지 꿇는 강단으로 맞서는데...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력으로 주위가 가득 채워져야 할 지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뭇 조용하게 지나가는 듯 해 아쉽고 또 쓸쓸한 마음이 드는 5월이다.
봄을 채 느낄 새도 없이 찾아온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어린시절 품었던 따뜻하고 순수했던 마음으로 오늘 소개한 세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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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황스럽지만 결국 빨려들게 되는 그들의 우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 2022)
“당황스럽지만 결국 빨려들게 되는 그들의 우주”
등급 : 12세 관람가
장르 : 액션, 판타지, 모험
러닝타임 : 126분
감독 : 샘 레이미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엘리자베스 올슨, 베네딕트 웡, 레이첼 맥아담스, 치웨텔 에지오프, 소치틀 고메즈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 영상 : 2개 (엔딩 크레딧 중간에 1개, 엔딩크레딧 후 1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줄거리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 속, 그는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타임라인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뉴욕에 남아있던 스티븐(닥터 스트레인지)은 전 연인 크리스틴의 결혼식에 참여하게 된다. 스티븐은 아직 크리스틴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남아있지만 크리스틴의 “행복하지?”라는 질문에 애써 괜찮은척, 행복한 척을 해 보인다. 그가 아주 지독한 후회를 느끼고 있는 찰나, 포탈이 열리며 괴물과 함께 멀티버스의 키를 쥐고 있는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가 등장한다. 차베즈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여러 우주가 위험에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 중 가장 유능한 마법사였던 완다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러 우주를 떠돌게 된다.
작년 12월 멀티버스의 시작을 알렸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개봉 이후 5달 만에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했다. 제목부터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를 팔 거야!”라고 선언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혼란스러운 멀티버스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며 이 캐릭터들을 더 사랑하게 됐고, 2시간 동안 아주 즐겁게 즐겼다. 영화 안에 이것저것 차려진 메뉴가 참 많아 음미하기에 바빴다. 근데 정리가 덜된 밥상을 마음껏 즐기려다 보니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다운 눈호강
2016년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했을 때,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선한 스티븐의 능력과 서사, 베네딕트 컴버배치 배우가 뿜어내는 매력.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영화가 보여준 웅장한 시각적 효과, 흔히 말하는 눈뽕! 그 눈뽕에 머리가 다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멀티버스’라는 키워드보다는 스티븐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이번엔 어떤 공간들을 보여줄지가 가장 기대됐다. <노 웨이 홈>에서도 스티븐이 만들어낸 공간을 볼 수 있었지만 다소 어색한 CG에 실망했던지라.. 그래도, 이번엔 닥터 스트레인지의 2번째 솔로 영화인데! 괜찮겠지!! 하며 희망 회로를 불타게 돌렸다. 그리고 희망 회로를 불태운 만큼 이 영화는 내가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시각효과를 보여주었다. 첫 관람은 꼭 왕왕 큰 용아맥에서!!를 외친 보람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캐릭터의 색을 잘 살린 디자인과 다양한 우주의 모습, 반사의 활용, 영화의 메인 컬러 빨간색을 잘 활용해 시각적인 공포를 높인 부분, 역동적임과 동시에 긴장감을 높여주는 화면 연출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지금껏 본적 없는 어둡고 잔인한 마블 영화
마블 영화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이 봐도 괜찮은 영화, 슈퍼히어로 영화. 많은 관객들이 생각하는 마블의 이미지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좀 다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배우들이 ‘새로운 마블 영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라고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고, 예고편을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듯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매우 어두운 톤을 갖고 있는 영화다.
분위기가 전보다 진중해지기도 했고, 어둡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꽤 많다. B급 공포 영화의 명인으로 불리는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화면과 ‘마블 영화’라는 틀을 깨며 가감 없이 집어넣은 점프 스퀘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처와 액션 신들, 좀비물처럼 느껴지는 요소들도 꽤 많기에 ‘아이들과 함께 보는 마블 영화’라는 이미지는 잠깐 접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마블 영화’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색을 지켜낸 샘 레이미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다. 모 영화 같은 경우엔 마블 영화지만 너무 자신의 색을 지키는 바람에 말아먹은 경우도 있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정체성을 어느 정도 지키며 감독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마블 영화로 이런 걸 한다고?
영화 개봉 전 공개된 홍보 영상 속, 샘 레이미 감독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 정말 멋있다!’고 느꼈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아 이 영화 정말 멋있다!’ 150번도 더 말해 드릴 수 있다.
영화의 개봉일이 어린이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어린이날을 노리고 개봉한 마블 영화’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예고편을 안 보고 그 어린이날 연휴 개봉이 주는 느낌에 속은(?) 관객들이 꽤 많은 듯 보인다. 추가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생각하고 간다면 꽤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블이라고 이런 걸 안 하고 못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인간적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이전에 개봉했던 <블랙 위도우>와 <노 웨이 홈>처럼 꽤나 인간적인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이 1대 히어로들의 상처를 하나둘 내놓고, 그것을 회복시키며 이들의 은퇴 수순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블랙 위도우>, <노 웨이 홈>, <호크아이>, 그리고 최근 예고편을 공개한 <토르: 러브 앤 썬더>와 이 영화까지. 커다란 전투를 마친 히어로들의 내면에 남은 아픔과 미련을 툭 까놓으며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안정감을 쥐어주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리 강인한 히어로여도 이들도 사람이기에 상처를 받고, 사랑을 하고, 아파하기도 한다. 스티븐의 경우는 능력을 얻고 칼자루를 쥐게 된 이후 연인 크리스틴과 헤어지게 됐고, 완다는 원치 않는 능력을 얻은 후 전투를 치르다 오빠 퀵실버와 연인 비전을 잃는다. 어디에도 풀어놓을 수 없었던 이들의 슬픔과 분노는 멀티버스의 문을 열게 되고, 스티븐과 완다는 멀티버스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깨우침을 얻는다.
사랑하는 모든 걸 잃은 완다, 어벤져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제나 이성적으로 결정을 해야 했던 스티븐. 큰 힘을 가졌기에 많은걸 희생한, 아픈 손가락이었던 두 사람이 한 영화에 나와 세상과 자신을 구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론 다소 안쓰럽고 슬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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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를 꿰뚫는 단 하나의 키워드 ‘사랑’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티븐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이별했고, 완다는 사랑을 지키지 못해 결국 악에 현혹된다. 얻지 못한 사랑을 마무리 짓기 위해 시작된 멀티버스 이야기는 돌고 돌다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 스티븐은 깨진 시계의 알판을 고치며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던 완다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죄를 알게 되고 또 다른 완다를 통해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상황을 정리한다.
사랑은 사람을 미치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고, 지켜주기도 하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각자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조금씩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들을 한 번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노 웨이 홈>에서 앤드류의 피터 파커가 그러했듯 스티븐 또한 또 다른 우주를 통해 사랑으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위로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아쉬웠던 점
영화 자체는 정말 재밌었고, 타고난 과몰입러로서 온갖 감정을 다 동원하며 감상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다. 개인적으론 완다를 100%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차베즈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며 다른 우주에 깜짝 등장한 캐릭터들이 그저 ‘작은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완다 비전>을 본 관객이라면 완다가 왜 다크홀드에 손을 댔는지, 왜 드림 워킹을 하게됐는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완다 비전>을 보지 않고 영화 속 완다의 설명만 들은 관객이라면 그가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급발진을 한 빌런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완다의 마지막이 상당히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멀티버스 속 완다와 협력을 하는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사실상 완다는 은퇴 수순을 밟게 될 텐데 이 캐릭터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한 게 못내 아쉬웠다. 매번 아픈 모습만 보였던 캐릭터인데 해방의 절차도 이렇게 어렵고 가슴 아프게 만들어버리다니… 속상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멀티버스의 문을 여는 새로운 능력자 차베즈는 배우의 매력, 서사와는 별개로 별다른 반짝임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제 첫 등장이기도 하고, 멀티버스가 확장되며 차후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갈수도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기로 했다.
깜짝 등장한 캐릭터들은, 긴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영화에 프로페서가?!’하고 놀랐지만 별다른 의미 없이 지나쳐갔을 뿐… 아, ‘너를 믿는다’는 아주 중요한 말을 하나 남기긴 했다…
최근 마블 영화를 보며 느낀 아쉬움들
마블이라는 프랜차이즈는 가히 독보적이고 거대하다. 마블 이전에도 마블 이후에도 여러 히어로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마블의 히어로들과 이들의 세계관을 이길 프랜차이즈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나 DC 히어로 같은 크고 훌륭한 다른 히어로 프랜차이즈도 존재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히어로 영화’를 만들어온 곳은 마블이 아닌가. 마블은 마블만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관객들의 취향, 극장가의 풍경이 함께 바뀌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히어로 영화를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이들의 거대한 자본력과 제작 형태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마블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거나 무조건적인 흥행 공식을 따르고 있는 건 팩트니까). 전세계적인 팬덤을 이끌고 있는 프랜차이즈인 만큼 마블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다양하다. 실제로 2019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마블은 시네마가 아닌 테마파크에 가깝다.”는 한 마디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국내 팬들이 바라보는 마블의 이미지 또한 가지각색이다.
이번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고 퇴장로에서 들은 이야기와 개봉 전, 후 SNS의 반응을 보면… 최근 마블의 이미지가 꽤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불만들은 크게 <엔드게임> 이후 은퇴한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 / 예, 복습에 대한 부담 / 개연성의 실종, 캐릭터들의 매력 부재 등이 있다. <엔드게임> 이후 1세대 히어로들의 은퇴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치고 다른 아쉬움들을 짧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마블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한다 해도 이전의 캐릭터나 세계관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런칭되었고, 그 부담은 배로 늘어났다. 이번 영화만 해도 꼭 <완다 비전>을 봐야한다, <로키>, <왓이프>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디즈니 플러스 역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기 전, 디즈니 플러스에서 <완다 비전>을 만나보라며 광고를 하기도 했다.
다른 시리즈를 모르면 새로운 영화도 온전히 즐길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를 공부하고 가야 하다니. 상당히 부담스럽고 피곤한 상황이다. 물론 실제로 ‘이걸 안 보면 이해 못 함!’ 정도의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다음에도 디즈니 플러스 예, 복습에 신경 써야 할지… 걱정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재밌게 즐길 순 있지만 ‘알고 가야 더 보이는 영화’라고 한다면, 결국 이전 것들을 보지 않으면 100% 즐길 수 없다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러다 정말 ‘고인물들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건 아닐까?
오래된 프랜차이즈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그만의 특별한 감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커다란 세계관 안에서 뛰노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란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사이의 구분은 지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계속 이렇게 장벽을 높여간다면 자칭 덕후가 아닌 사람은 더 이상의 접근을 피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그리고 최근 들어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개연성의 실종이다. 활활 타오르는 덕심을 잠깐 내려놓고 말하자면, 영화는 분명 재미는 있는데… 가끔 개연성을 잃는다. 지금은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왜 이건 이유를 말 안 해주지?”라는 질문이 떠올라도 배우들을 보며 어느 정도 흐린 눈을 하고 있지만 이 흐린 눈 필터를 언제까지 장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쉬워도 다시 티켓을 끊게 되는 테마파크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고, 어떤 영화는 나를 크게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분간 이 환상적인 테마파크 안에 머물 것 같다. 적어도 오래 함께해온 1세대 히어로들이 남아있는 한은 말이다. 이만큼 나를 즐겁고 슬프고 설레게 하는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성공한 테마 파크가 또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아쉽고 저래서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토르가 개봉하면 당장 달려갈 내 모습이 벌써 눈에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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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의 불안이 가득한 노래들
작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작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고달픈 청춘의 성장기를 담은 독특한 제목을 가진 영화 둠둠 리뷰입니다. 2004년 ‘주홍글씨’ 연출부를 시작으로 제작부, 단역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단편 ‘프랑소와’, ‘벨빌’ 등을 연출한 정원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지요. 음악을 하고 싶은 주인공 이나가 겪는 고민과 갈등을 통해 불완전한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일종의 성장담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과 꿈의 괴리에 빚어지는 공감대를 파고듭니다. 근래 독립·예술 장르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이지만, DJ와 EDM 사운드로 신선함을 전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둠둠 정보
두려워도 도망치진 않을 거야
과거 유명 DJ로 활동했던 이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음악을 그만두고 콜센터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사사건건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엄마의 성화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죠. 답답한 일상을 보내던 찰나, 예전 친했던 DJ이자 지금은 유명 인사가 된 민기를 만나면서 감춰뒀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타오릅니다. 결국 베를린행 티켓이 걸린 오디션을 보고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다시금 DJ를 시작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Doom Doom│감독: 정원희
출연진: 김용지, 윤유선, 박종환, 김진엽 외 多
장르: 드라마│상영 시간: 101분
국가: 한국│등급: 15세 관람가
제작: (주)이스트게이트컴퍼니
배급: 영화사 진진
평점: 기자·평론가 5.5
개봉일: 2022년 9월 15일
시청 가능 서비스: 현재 극장 상영 예정
# 둠둠 후기
꿈과 현실의 불협화음
즐거움도, 슬픔도, 분노나 짜증마저도 존재하지 않듯, 이미 인생에 통달한 듯이 권태로운 삶 자체가 지친듯한 표정을 가진 이나의 이야기를 합니다. 일찍 세상을 떠나 아버지로 인해 자신에게 과도한 집착하는 엄마와 또 다른 존재인 자신의 딸 지안이 있음에 그런 삶에 대한 중압감을 빠르게 이해시켜줍니다. 홀로 아이를 낳은 미혼모, 정서적 문제가 있는 엄마까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포기하고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던 무게였던 것이죠. 현실 속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지 못하듯 그녀 또한 원치 않은 삶이었지만 엄마와는 다른 엄마가 되고싶었고, 돼야 했기에 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죠.
이상적 현실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주인공 이나에게는 많은 좌절의 상황이 따라옵니다. 이상 행동이 점차 심해지는 엄마, 자신의 음악을 도둑질해 인기를 얻은 과거의 동료, 오디션에서 경쟁자가 되야하는 선배, 함께하지 못하는 아이, 대중성과 개성까지 보여줘야 하는 창작 작업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아마 감독은 동일한 문화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와 쉽사리 찾아오지 않은 기회, 꿈과 현실과의 충돌 등의 경험에서 빚어진 이를 극복하는 나름대로의 현명한 방법 혹은 답안을 보여주고 싶었던 듯합니다. 결국 과거에서 비롯된 아픔의 기억이 실제 충격으로 이어지며 엄마의 행동에 대한 오해와 애증이 음악과 함께 풀어지듯 사라진 이명이 조금은 나아진 미래와 관계의 변화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한국독립영화 둠둠은 과거로 인해 딸에게 편집증을 가진 음악을 반대하는 엄마와 돌봐야 하는 아이가 있는 한 젊은 미혼모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꿈을 좇는 청춘들에게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의 모습이 비춰지는 묘한 공감과 위로가 함께하는 작품이죠. 첫 주연을 맡아 주인공 이나로 열연을 펼친 김용지 배우의 무표정에서 점차 생기 넘치는 얼굴로 변해가는 현실적인 사회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자신의 과거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과도한 집착을 보여주는 윤유선 배우의 섬찟한 연기도, 두 사람의 실제 같은 엄마와 딸의 대화도 좋았습니다. 다만, 음악을 소재로 하고도 뇌리에 박힌 사운드트랙이 없다는 점이나 비트를 쪼갠 듯 여러 갈래로 뻗친 이야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이나가 정말 행복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불안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가 다르듯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요. :)
한 줄 평 : 청춘의 불안이 가득한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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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3? ?블라인드 시사회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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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네데타> 30초 예고편
성혼과 그리스도와의 심장 교환. 신과의 결혼 등 종교적이고 에로틱한 무아경으로 신비주의로 추앙 받으며 수녀 원장에 오른 베네데타. 수녀원에 들어온 바톨로메아라는 처녀와의 사랑이 교회에 적발되면서 한 순간에 불경한 창녀로 매도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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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티저 예고편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미스터리 마술사의 환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판타지 뮤직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5월 6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