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0 14:57:25
3월 재개봉 영화 모음 zip.
개봉 10주년을 맞아 돌아온 <위플래쉬>, <존 윅>

3월 재개봉 소식 전해드립니다.
개봉 10주년을 맞은 <위플래쉬>, <존 윅>부터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문제작 <크래쉬: 디렉터스 컷>까지!
우에노 주리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스윙 걸즈>는 현재 씨네픽 인스타그램에서 시사회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놓치지 마세요!
*재개봉 영화 목록 및 일정은 변경,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극장별로 개봉영화가 상이할 수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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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트> 실제 이야기일까? (스포일러 없는 리뷰)
안녕하세요. 영화 <헌트>를 보고 나서 아직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조금 더 알고 있으시다면 더욱 감상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글을 남깁니다 :)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글을 읽고 "아! 이 사건이 그 장면 모티브겠구나?"라는 생각이 드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다시 N차 관람해보세요! 역사적 상식을 알고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장담하건데 훨씬 풍부하게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0. <헌트>의 역사적 배경
영화 <헌트>는 제5공화국 시절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우선 '제5공화국'이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5.17 내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제12대 대통령 취임을 통해 시작된 군사정권 시대를 일컫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1981년 ~ 1988년을 말합니다. 익무분들이니까 영화를 통해 설명하면 이러한 제5공화국 시절을 다룬 영화는 대표적으로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 <박하사탕>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당장 생각나는 영화는 이정도 뿐이네요. 다음과 같은 영화들을 모두 보셨다면, 혹은 모두는 아니더라도 1~2 편이라도 보셨다도 머릿 속에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고 살인적인 인권 탄압이 자행되던 시대, 이 시기의 참상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사건으로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이 있죠. 대한민국 헌정사에 관하여 얘기하면 재미없는 역사 강의(?)가 되어 버리니.. 그냥 제5공화국이 어떤 배경인지 위와 같이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헌트>에서 나온 대한민국 역사 실제 사건을 한번 살펴보시죠!1. <헌트>의 역사적 사건 #1 5.18 민주화운동
1980년에 발생한 5.18민주화 운동은 정확히는 제5공화국에 발생한 사건은 아니긴합니다만. 다만 영화 특정 인물에게는 직접적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준 사건입니다. 하여 5.18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간단하게 알아보죠.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광주 일원에서 일어난 시위에 대하여, 군부의 말도 안되는 공권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광주시에서 발생한 이 운동을 보고 정부는 계엄군을 통해 시위를 진압하려고 했고, 폭동적 시위진압을 강행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성폭력 등의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불법처형을 하고 민간인을 향해 총기까지 사용하면서 광주를 대대적으로 탄압했죠. 영화 <헌트>는 이러한 민족의 잊어선 안되는 참상을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2. <헌트>의 역사적 사건 #2 버마 아웅 산 암살 폭발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 사건입니다. 사건 이름을 하나씩 살펴볼까요?버마 = 미얀마의 옛 이름 / 아웅 산 = 미얀마 독립 운동가 이름 / 암살폭발 = 암살을 하기 위해 폭발을 시도
이렇게 짤라서 보시니 한 층 이해가 편하시라 생각됩니다. 이 사건은 1983년 버마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을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일행의 암살을 시도한 북한의 폭탄테러 사건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실패한 사건입니다. 폭발 테러가 있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해당 장소로 도착하지 못 했기 때문이죠. 해당 장소로 늦게 간 이유도 가는 도중에 차가 펑크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오지도 않은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는가?" 하면.. 당시 행사에 참여한 다른 인원이(이계철 대사) 머리 스타일이 대통령과 매우 흡사한 대머리에 안경까지 착용한 상태였고 또한 태극기를 펄럭이는 의전 차량에서 내려 나머지 선발대 일행들과 함께 먼저 도착한 수행원들과 인사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대통령이라고 오인될 수도 있었죠. 영화 <헌트>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하여 영화적 연출, 영화적 사건을 다룹니다.3. <헌트>의 역사적 사건 #3 이웅평 월남 사건
이웅평은 1983년 전투기를 몰고 월남한 북한 공군 장교입니다. 이게 텍스트로 보면 "아 월남했구나." 싶으실 텐데 무려 대한민국 상공에 '전투기'를 몰고 월남한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상공 안보가 그냥 북한 공군 장교가 끌고 온 전투기에 뚤린 것이죠.(사실 이분이 <탑건>아닐까요..?)영화 <헌트>에서 해당 사건을 굉장히 독특하고 또 매력적으로 다룹니다. 영화를 보실 때 바로 특정 장면이 나오면 "아! 이 사건이구나 ㅋㅋ" 싶으실꺼에요!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씩 웃으시겠죠?<헌트> 개인적인 감상평
영화 <헌트>를 작품적으로 남기는 평입니다. 참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이정재 배우님이자 감독님이 처음 연출하시는 작품이라곤 상상도 못 할 만큼 한국 첩보물에선 개인적으로 손에 꼽는 작품입니다. (이 전까지는 <베를린>이 압도적으로 1등이었습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상승의 분위기를 가지고 갑니다. 긴장감, 분위기는 계속해서 고조되며 사건은 지속적으로 더 큰 사건을 불러 일으키고, 두 주인공의 의심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됩니다. 말 그대로 '상승'의 영화죠. 다만 계속해서 영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상승된다는 건 초반에는 다소 텐션이 낮음을 의미합니다. 이런식의 휘몰아치는 전개를 가진 영화들의 고질병이 초반 전개의 지루함일 수 있는데 <헌트>도 이런 문제를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영화 내내 총격 액션과 폭발 등 다양한 볼거리가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어 더욱이 재밌게 또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위에서 역사 사건을 크게 나열했지만 사실 영화를 작품적으로 본다면 어떤 특정 사건이나, 서사적 반전 등은 이 영화의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 묘사가 영화의 중요 포인트이죠. 두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 심리 묘사가 정말 기가막히게 표현되는데.. 너무 디테일한 연출과 대사 등에서 감명 깊었습니다. 사실 이렇듯 이 영화는 23년만에 다시 뭉친 두 주인공, 청담 부부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가 없습니다. 두 배우님이 정말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두분 모두 대표작으로 <헌트>를 말하셔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두 분의 케미와 영화의 완성도 모두 굉장히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반적으로 정말 잘 짜여진 스파이, 스릴러물입니다.
근대 정치물을 싫어하지 않는 이상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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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과 영문 제목 사이의 괴리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정치가 싫었던 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청와대 5년, 그는 왜 권력의 칼을 휘두르지 않았을까? 사저 시위대의 욕설 속에서 그는 왜 묵묵히 꽃만 심었을까? 그를 지켜본 이들이 한 조각씩,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었을까?', '그 시절은 왜 '대통령 문재인'을 원했을까?' 그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양날의 검
노이즈 마케팅. 가장 많이 알려진 마케팅 기법 중 하나다. 이 기법의 핵심은 이슈다. 자극적이거나 부정적이어도 좋다. 사람들의 입에만 많이 오르내리면 된다. 품질에 관계없이 관심을 끌고, 일단 제품을 알리는 것. 노이즈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입니다>는 노이즈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줬다. <사이에서>, <길위에서>, <목숨>, <노무현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의 신작은 공개 전부터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만한 발언이 담긴 영상을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 258회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영상은 본편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 품질과 무관하게 관심을 끈다는 목적을 120%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구설수를 호평으로 바꾸지 못하면 역효과가 난다. 제품 품질에 대한 평가가 구설수에 먹힐 수도 있다. <문재인입니다>도 마찬가지다. 메시지에 쏠려야 할 관심이 정치적 공방에 묻혀 버렸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안타깝다. 지지 정당이나 정치인 문제를 떠나서 보더라도 <문재인입니다 This is the President>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다
이창재 감독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노무현입니다>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이창재 감독을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 정치적 성향을 지우고 나며 그의 작품에 깃든 독특한 세계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달라져도 그의 필모그래피는 일관적이다.
<사이에서>는 신내림과 속세 사이에서 갈등하는 무속인의 삶을 그려낸 영화다. <길위에서>는 비구니 스님을 통해 속세를 떠나야 하는 운명을 관찰한다. <죽음>과 <노무현입니다>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에 대해 묻고, 한 시대의 얼굴이 되었지만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을 그려낸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삶과 운명의 관계를 찾으려는 사색으로 가득하다.
<문재인입니다>도 같은 길을 걷는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에서 퇴임한 한국 대통령은 이상한 존재다. 그 자체로 운명과 인간적 삶이 충돌하는 아이러니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아는 정치인이어도, 가장 유력한 후보도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
하지만 끝은 가혹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현직 못지않게 무겁다. 죽거나, 망명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자살하거나... 누구 하나 희극을 맛본 이가 없다. 그러니 퇴임 후 조용히 잊히고 싶다는 대통령은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다. 마모되고 부서지기 일쑤인 자리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지지와 비난이 맞닿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문재인입니다>는 그 삶의 의미를 찾는다.
대통령의 두 얼굴, 아틀라스와 프로메테우스
영화는 대통령이라는 운명을 마주한 인간을 둘로 쪼개 카메라에 담는다. 한쪽에는 아틀라스가 있다.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과업을 5년 동안 수행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쪽에는 헤라클레스를 만난 프로메테우스가 있다. 그는 마침내 형벌에서 풀려나 자유를 찾았다.
처한 상황이 상이한 만큼 두 이미지를 묘사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오랜 변호사 동료와 임기 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의 진술은 아틀라스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문비어천가'가 아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의 특징을 나름 객관적으로 들려준다. 인내하는 사람, 듣는 사람, 과묵한 사람의 장단점이 빠르고 날카로운 리듬으로 제시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도 등장한다. 주한미군 방위금 문제, 일본과의 무역 전쟁, 조국 사태 등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정치적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굵직한 현안을 헤쳐 나오는 주인공의 습관과 태도, 정치 방식을 전할 뿐이다.
반면에 자유로워진 프로메테우스는 평화롭다. 대통령 퇴임 직후 그가 아내와 비서진의 도움을 받아 정원을 가꾸는 일상을 보여준다. 반려 동물을 돌보고, 그들과 함께 산책에 나서는 모습이 뒤따른다. 전 대통령의 일상은 긴 템포로, 차분하게 전시된다. 물론 운명의 무게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반대파의 외침이 그의 집을 감싼다. 과거의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조롱과 욕설에 침묵하며 농사짓고 반려 동물을 돌보는 삶. 이 전원생활을 보다 보면 천성적으로 정치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난리 끝에도 조국 전 장관과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차라리 대통령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동정과 비난 사이로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이는 <문재인입니다>가 영화적으로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이는 이유다. 아틀라스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프로메테우스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 과중한 운명을 마주한 인간의 두 얼굴을 성공적으로 포착한 셈이다.
국문과 영문 제목의 괴리감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문재인입니다>의 영화 외적인 선택은 더욱 의아하다. 마케팅을 비롯한 선택 하나하나가 영화의 본질을 가리고 불필요한 논쟁과 소모전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제목부터가 문제다. 물론 전작 <노무현입니다>와 이어지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열망이 읽히기는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분량도 일부 있다.
하지만 <문재인입니다>라는 제목은 내용이나 메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문재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통령직을 수행한 한 인간을 살핀다. 그런데 매개체에 불과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에는 수많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 이름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름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논쟁이 함축되어 있다. 이슈 하나하나가 찬반이 격돌하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남북관계, 탈원전, 한일관계 등. 즉,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는 역으로 영화의 참뜻을 가려 버린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영문 제목인 <This is the President>가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본질에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다가간다. 잘못 번역된 외국 영화 제목이 오해를 초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문재인입니다>는 보기 드문 반대 사례인 셈이다. 국문과 영문 사이의 괴리감은 영화 외적 요소가 평가와 해석, 감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어떤 이유 때문이든 과소평가한 결과처럼 보인다. 감독의 전작이나 정치적 성향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의도는 흥미롭다. 그러나 방해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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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AI시대, 인공지능을 주제로한 영화 8선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Chatgpt, 노래하는 인공지능 셀비싱잉보이스 등 AI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는 요즘,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 속 AI를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인데요. AI와 인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부터 전쟁 영화까지 씨네픽 엄선작 8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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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1년작 SF 영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원안을 내고 구상하였으나 자신의 감성보다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로 스필버그에게 영화를 맡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스필버그다운 휴먼 드라마가 펼쳐지면서도 군데군데 큐브릭 특유의 냉소적인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을 모티브로 동화적인 분위기이면서도 침수된 도시, 향락가, 로봇 파괴 쇼, 살인현장이 등장하는 등 현실세계의 어두운 부분을 그려내고 있어 극명한 대비관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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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같이 '몸마저 기계로 바꾸는 세상에서 인간, 그리고 자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이버 펑크의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원작에서 이와 깊게 관련된 '인형사'에 얽힌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추려 재구성했습니다.
본 작품은 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과연 의식이란 무엇인가, 애초에 의식이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무거운 물음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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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으로 큰 화제가 된 센세이셔널한 시각효과와 연출이 심오하고 철학적인 스토리에 개봉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비평과 흥행 양쪽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와 함께 현 시점까지 사이버펑크를 대표하는 영화중 하나며 밀레니엄시대를 정의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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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로봇>과 각본가 제프 빈타의 초고 각본 <하드와이어드>를 원작으로 한 윌 스미스 주연의 SF 액션 영화이며 제 77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원작 소설 <아이, 로봇>에서 차용한 부분은 꽤 있지만 거의 소재만 따와 실질적으로 이야기상 접점은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형사와 로봇이 파트너를 이룬다는 설정은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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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으로, 30년 후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시각효과상 수상작입니다. 전작보다 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세계를 표현하며 더 웅장하면서도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낸 미장센과 전작의 분위기를 존중하면서도 스타일의 변화를 준 새 음악은 엄청난 경험을 주는 영화입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이라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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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작비가 1,500만 달러밖에 안들어가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인디영화라고 분류되지만,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소 1억 달러 이상 투자된 영화들을 제치고 시각효과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골든글로브, BAFTA 등 메이저 시상식에 각본, 시각효과 등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도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배급사에서 크게 홍보를 펼치지 않은 작품이지만 개봉 후 입소문을 타면서 전세계 3,8929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려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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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첫 작품인 SF 액션 영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출세작이기도 합니다. 미래에서 온 로봇과의 싸움을 그린 이 영화는 곧 SF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파격적인 스토리와 엄청난 수준의 특수효과로 큰 호평을 받았으며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자 최종 보스인 터미네이터 T-800의 카리스마와 위압감, 피부가 벗겨지고 신체가 박살나는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사라만을 말살하기 위해 달려드는 집요함, 살인마를 연상케 하는 아무런 표정도, 대사도 거의 없는 무감정함과 냉혹함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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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각본, 연출작 <그녀>는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을 했고 그외에 작품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후보작에 올랐습니다. 근미래의 인공지능 특이점을 잘 표현한 영화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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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요즘, AI와 영화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큐레이션 유익하셨다면 좋아요+ 댓글 남겨주세요:)
다음 수,금요일날 또 만나요! 지금까지 AMY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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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이 더 무서워할 봉인된 기억
*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롱레그스 신드롬’을 일으키며 북미를 점령한 <롱레그스>의 강력한 마케팅 문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영화는 완성도를 떠나 오롯이 미국 관객들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올 작품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잊고 지냈던 그 무언가의 봉인이 해제되어 이들의 심연에 자리 잡은 공포를 끄집어내는 느낌이랄까.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혹은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다분히 정치적인 호러 영화로서도 보인다.
자신도 모르게 남다른 직감으로 사건을 해결한 FBI 요원 리(마이카 먼로). 그의 능력을 알아차린 상사는 영원한 미제로 남은 뻔한 사건에 리를 투입한다. 그녀의 일은 30년간 계속되는 연쇄 가족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는 것. 기억을 되짚는 것처럼 그동안 쌓인 사건 파일을 확인한 그녀는 피해자의 공통된 생일이 14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생일 또한 14일인 그녀는 지금껏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암호를 해석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 잊힌 기억을 떠올리며, 이 사건과 자신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길어 올리다!
<롱레그스>는 단서를 흩어 뿌리는 것처럼 영화 속 감춰진 공포심을 유발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중 하나가 1974년이다. 어린 시절의 리가 9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롱레그스(니콜라스 케이지)를 처음 만나는 시점이다. 감독은 하필 1974년으로 시간을 설정했을까?
미국인이라면, 미국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1974년은 잊지 못할 역사적인 일이 떠오를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1972년 재선을 준비했던 닉슨이 민주당의 선거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했던 일이다. 이 진실이 밝혀진 건 1974년. 결국 닉슨은 대통령직을 내려놓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유추하라는 듯, 극 중 리의 직업은 FBI다. 과거 사건 은폐를 위해 FBI 수사 방해 지시를 내린 닉슨을 저격하는 것처럼, 리는 집요한 추적을 벌여 끝내 진실에 닿는다. (참고로 닉슨 또한 FBI 출신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담대한 사기극을 벌인 닉슨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소환한 감독은 과거 야만과 불신으로 점철된 1970년대 미국의 상황이 곧 기억 속에 잠자고 있는 공포라 규정짓는다. 그리고 언제든 그 공포는 스멀스멀 올라와 아무도 모르게 우리는 잠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긴다. 극 중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집 거실에 닉슨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롱레그스의 거처가 아무도 모르는 지하에 위치한 것만 봐도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롱레그스>는 독일 근현대사를 알고 보면 더 다층적으로 볼 수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 냉전 시대의 막바지 시기였던 레이건 시대의 상황을 녹여낸 맷 리브스의 <렛 미 인>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미국의 과거를 잘 모르는 이들은 <롱레그스>를 조금 특색 있는 호러 영화로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미국의 근원적 공포, 정치 상황까지 영역 확장
감독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넘어 미국인이 가진 근원적 두려움과 공포도 건든다. 바로 미국 역사에서 인종차별과 폭력의 상징인 KKK단이다. 롱레그스는 화이트에 집착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얼굴도, 옷도, 차도 모두 하얀색이다. 과거 어린 리에게 접근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집에 비해 리의 집이 더 하얗게 빛났기 때문이다.
9살이 되는 아이들 모두 천사라 부르지만, 자신이 믿는 사탄을 위해 표적이 된 가족을 살육하는 그는 하얀 가면을 쓴 악마와도 같다. 이런 이유에서 기괴한 모습의 롱레그스를 본다면 백인우월주의로 똘똘 뭉쳐 유색인종은 물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KKK단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강한 스포일러라서 언급하지는 않지만, 롱레그스의 무서움은 사람의 가장 약한 마음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고, 이를 전염시킨다는 데에 있다.
여기에 이단 종교를 향한 두려움과 맹신,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의 존재 등 미국 호러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호러 요소까지 믹스하면서 공포감을 증대한다.
<롱레그스>가 미국 역사 속 근원적 공포의 대상을 끄집어냈다는 점은 일본 귀신을 등장시킨 <파묘>를 떠올리게 한다. 결은 다르지만 두 영화는 현 시대적 상황(미국은 대선, 한국은 친일파 역사 왜곡)에서 개봉한 터라 정치적으로도 다가오기까지 한다. 특히 극 중 민주당 클린턴 시대임에도 조금씩 닉슨 시대를 위시한 그 시절 공화당의 잔재가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닌 듯하다.
| 독특한 미장센,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
앞서 소개한 근원적 공포를 모르더라도 범죄 스릴러와 오컬트 장르를 적절히 믹싱한 <롱레그스>는 그 자체로 무섭다. 총 3개의 챕터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영화는 사건 비밀 봉인이 풀리기까지 화면 비율이나 미장센, 음향, 그램록 사운드를 통해 조금씩 감춰진 수수께끼의 단서를 보여준다.
눈에 띄는 건 인물을 화면 정중앙에 배치하며 여백을 강조하는데, 때때로 명확하지 않은 피사체들의 움직임에 의해 불안감을 조성한다. 여기에 인물 머리 위로 클린턴 대통령에서 롱레그스의 얼굴을 전시하는 등 소름 끼치는 장면도 나온다. 회상 장면은 4:3 비율로 화면 구성을 달리하고 어린 리의 시점으로 구성해 정보를 제한적으로 전달하는 점도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영화의 극강 공포는 후반부 리의 과거 기억의 봉인이 풀린 후 비로소 시작하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 감독은 그동안 빌드업해 놓은 것을 한 번에 풀어버려 관객이 맥을 못 추게 한다. 하지만 그 과정까지가 순탄하지는 않다. 극 중 해독하기 힘든 암호처럼 사진, 기사, 통화 녹취록 등 정보량이 적은 단서들만 흩어 뿌려져, 리의 추리를 따라가기 쉽지 않고, 전개가 다소 느려 종종 긴장감이 와해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하는 건 롱레그스 역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존재감이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자의 기분 나쁜 여유(?)와 기운, 이 세상을 자신 믿고 있는 사탄의 세상으로 바꾸겠다는 그릇된 신념 등이 점철된 그의 표정은 공포 그 자체다. 적은 분량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탄 만세’를 외치며 강한 임팩트를 날리는 연기는 엄지척! 극을 이끄는 마이카 먼로 또한 강인함과 유약함을 번갈아 보여주며 차세대 호러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롱레그스>의 연출은 오스굿 퍼킨스로, 그 유명한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감독은 단순히 비명을 지르는 공포가 아닌 사회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공포의 근원을 가져와 조금씩 조금씩 관객을 옥죈다. 아마 아들의 솜씨를 본 아버지는 박수를 보냈을 터. 이제 그 솜씨는 스티븐 킹의 소설 원작 영화 <더 몽키>로 이어진다. 일단 창백한 긴 다리 아저씨의 공포부터 즐감하길 바란다.
사진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IMDB
평점: 3.0 / 5.0
한줄평: 미국인이 더 무서워할 봉인된 기억
* 〈씨네랩〉 초청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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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시기와 질투
[SICFF 데일리]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시기와 질투
영화 <서울쥐와 시골쥐> 리뷰감독] 정세희
시놉시스] 만년 부반장 신세인 세윤은 반장이 될 기회를 노리지만, 전학생 채영에게 빼앗기고 만다. 속상해 하는 세윤에게 채영은 초대장을 건넨다. 채영의 집을 다녀온 세윤은 채영을 곤란에 빠뜨리기로 한다.
#스포일러 주의#잠시 떠날 수 있었던 어린시절로의 회상
영화 <서울쥐와 시골쥐>의 주인공은 부반장 세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채영이에게 포커스가 더 맞춰졌던 이야기였다. 채영이는 아빠 사업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왔고,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갑자기 인기가 채영이에게 몰리고, 아이들의 추천으로 채영이는 반장 후보에까지 오르면서 반장으로 당선된다.
필자 역시 초등학생 시절 이러한 경험이 똑같이 있어서 채영이에게 더욱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내려가게 되면서 2학기 시작에 맞춰 전학을 갔고, 그날 잘부탁한다는 인사와 함께 반장선거에 나가 반장이 되었다. 8살 때의 아이들은 리더십보다는 서울에서 왔다는 것이 신기해서 인기투표처럼 당선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때의 기억이 개인적으로는 좋게 남아있어서 채영이가 반장이 되는 그 모습을 보며 아련하게 초등학생 시절의 모습을 자연스레 반추하며 즐거울 수 있었다.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세윤이는 사실 채영이를 좋아했다. 서울에서 온 채영이를 동경했고, 다시 부반장이 되었을 때 실망했지만 채영이가 자기에게 초대장을 주고 집으로 초대를 해주자 그녀와 친해질 것에 신나하던 아이었다. 하지만 그런 세윤이에게 엄마는 속도 없다며 뭐가 좋다고 그 집에 놀러가냐며 핀잔을 준다. 다음날 채영이네 집으로 놀러간 세윤이는 실수로 옷에 주스를 흘리게 되고, 채영이 엄마는 그런 세윤이에게 새 옷으로 갈아입혀 준다. 그렇게 재밌게 채영이 방에서 놀던 세윤이는 언성이 높아지는 채영이 부모님의 소리를 들으며 놀라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 세윤이에게 채영이 부모님은 의견을 얘기하면서 언성이 높아졌을 뿐 싸운 것은 아니라며 이렇게 의견이 다를 때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풀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세윤. 집에서는 여전히 부모님이 싸우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향해 세윤이는 채영이네 집에서 들은대로 의견을 나누고 서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자며 붙잡지만 세윤의 부모님들은 이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결국 선풍기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몸싸움까지 갔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전환된 화면 속 교실에서의 세윤이는 채영이를 곤란에 빠뜨리기로 결심한다. 채영의 집에서처럼 자신의 집이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자신은 집에서 부모님이 항상 싸우는데 채영이의 부모님은 그렇지 않아서 질투심이 일렁인 것일까? 채영이를 향해 뒷담화를 시작하고, 이 일은 결국 선생님의 귀에 까지 들어가서 채영이와 세윤이는 교무실로 불려간다.
이 상황이 두려웠던 세윤이는 자기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채영이에게 변명을 하고, 채영이가 가지고 있던 무용가방을 훔쳐 달아난다. 그토록 원했던 채영이의 삶을 훔쳐서 달려가지만 결국 아파트 단지 앞에서 넘어지면서 채영이가 빌려준 옷에 있던 진주 목걸이가 다 끊어지며 영화는 마무리되면서 세윤이는 채영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초등학생 시절 느낄 수 있는 시기와 질투의 모습을 영화 <서울쥐와 시골쥐>에서는 채영이와 세윤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 <서울쥐와 시골쥐>는 개인적으로는 어린날의 향수와 함께 그 시기에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고스란히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3. 9. 17. 15:00 롯데시네마 은평 5관
2023. 9. 19. 12:00 롯데시네마 은평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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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자본으로써 얻어지는 인간의 자유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드레날린 라이드 - <인피니티 풀>
감독: 브랜든 크로넨버그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미아 고스, 클레오파트라 콜먼 등
시놉시스: 제임스와 엠은 외딴섬 라톨카의 최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다. 자신의 팬이라는 개비와 그 배우자와 함께 밤을 즐기기 위해 외출하던 날, 제임스는 자동차 사고로 그 지역의 농부를 죽이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들은 라톨카는 폭력과 쾌락, 공포로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첫 장편작 <항생제>부터 <포제서>, 그리고 신작 <인피니티 풀>까지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영화 세계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인피니티 풀>의 경우 <포제서>의 연장선 혹은 심화의 과정에 있는 영화로 보인다. 두 영화를 관통하는 건 '정체성'이라는 테마다. 전작이 타인 의식의 침투에 따른 두 의식의 뒤엉킴을 보여주며 인간 정체성에 대해 묻는 영화였다면, <인피니티 풀>은 한 인간이 뇌까지 모든 부분이 똑같은 복제 인간을 만나면서 겪는 수난을 보여주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로 느껴진다. 커진 영화의 규모만큼이나 작품 간 3년의 공백 동안 이뤄진 기술의 진보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감독 스스로가 두 영화의 연관성을 인정하며 이번 영화를 <포제서>의 미적 진보라 칭하기도 했다.
아마도 <포제서>를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환각 시퀀스를 보면서 전작의 의식 교차 시퀀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이 떠오른다는 것이 독이 되는 면이 없잖아 있겠지만, 이 영화의 경우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찍어 색다른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번에도 전작들에서 함께했던 카림 후세인 촬영감독과 작업했는데, 의도적으로 촬영 기술을 포함해 <포제서>에서 사용했던 모든 방식을 완전히 중복되게 사용하지 않았다. 환각 시퀀스는 디옵터와 렌즈 플레어, 다이크로익 필름을 젤 형태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 찍는 카메라의 한계 안에서 이미지를 변형시켜 구현했다. 여기에 더해 환각 장면에 한해 CGI를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장면이 카메라 안에서 이루어졌고, 같은 숏을 다른 버전의 이미지 왜곡으로 여러 번 재촬영해 씬 바이 씬으로 이어 붙이는 식으로 편집했다. 오로지 촬영과 편집 만으로 환각 시퀀스의 비현실적 감각을 구현한 것은 엄청난 작업이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이 영화는 직접적이고 폭력적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카메라를 비틀어가며 비현실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영화는 제임스가 농부를 차로 치는 장면을 기점으로 라톨카 안의 뒤틀린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법 규율이 엄격하기로 알려진 라톨카에는 사람을 죽일 시 죽은 자의 장남에 의해 사형을 당해야 하는 법이 있다. 하지만 제임스와 같은 관광객에게는 예외가 있다. 거액의 돈을 낸다는 전제 하에 복제 인간을 통해 처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 처형당하는 자는 복제된 자신의 처형을 꼭 직접 봐야 한다. 첫 형 집행일에 13살의 죽은 농부 아들이 나타난다. 복제된 제임스의 복부를 수십 차례 찌르는 그를, 수십 차례 찔려 죽음을 맞는 복제된 자신을 보면서 제임스의 얼굴에 번지는 건 미소다. 자신과 똑같은 외형에 감정과 기억까지 같은 존재가 생긴 것에 혼란스러워하지만, 그 존재의 죽음을 보는 제임스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만 같다. 처형은 그 기점이 되고, 부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책임으로부터의 자유를 맛본 그는 경험자들 무리에 껴 범죄행위를 반복한다. 수년간 글을 쓰지 못한 사실상 무명작가이지만 아내 엠의 재력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했던 그는 이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고야 만다.
이들이 범행을 반복할수록 분명해지는 건 제임스는 이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개비의 유혹에 넘어간 순간부터 제임스 자신은 범행의 짜릿함을 느끼며 상황을 즐긴다 여기지만, 결국 제임스는 개비를 포함한 이들 무리의 놀잇감에 불과하다. 부자에게 호의적인 라톨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본주의의 먹이사슬은 더욱 잔혹하게 작용한다. 자신의 위치를 늦게나마 깨달은 제임스는 개비 무리에게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지만, 개비 무리는 제임스가 도망칠 때마다 그를 붙잡으러 나타나 우롱한다. 벗어날 수 없는 반복의 고리에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는 걸 깨달은 제임스에게 남는 것은 결국 무력감뿐이다. 사회에서 허용되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던 인물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며 좌절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는 걸 보고 있자면 이 영화는 자본주의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환경에서 일종의 실험을 자처하는 영화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상황에서 최대의 자유를 즐기며 광대를 자처했던 그는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으며 부서지고야 만다. 그렇기에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오히려 담담하다. 어차피 누군가의 개가 될 것이라면, 최상위에 서지 못한다면 보다 위에 있는 개가 되는 게 나을 테니까. 작가로서도, 자본주의의 세상 안 뭣도 없는 개인으로서도 제임스는 그렇게 라톨카 안에 자신을 스스로 가둘 수밖에 없다.
세 편의 장편을 아울러볼 때,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영화 세계는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테마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감독으로서 그는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탐구하며 필요하다면 그 환경을 가감 없이 보이려는 적나라한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번 영화의 경우 인물을 내세워 그가 느끼는 비현실적 감각 자체를 관객이 체험하게 만드는 데 영화의 주목적을 둔 듯하다. 이런 방식이 무척 과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것이 분명하고, 그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영화를 봤을 때 일관된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 그의 영화 세계는 그가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갈 감독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피니티 풀>은 어떤 의미로든 브랜든 크로넨버그가 그려낼 그만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엔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상영일정
6/30 24:00-05:46 부천시청 어울마당
7/2 19:30-21:29 한국만화박물관
7/9 19:30-21:29 부천시청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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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트맨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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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건드리는 양아치가 탄 버스에 하필 동석이형이 ㅋㅋㅋㅋ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에취한다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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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중인 이어폰 : 저지연 무선이어폰 GTW270 hyb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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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울림의 탄생> 3차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