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27 17:58:16
스크린에서 만난 가수의 삶 -7-
음악가 전기 영화
❣️[Cinelab Curation]❣️
이번 주에는 아카데미 후보작 중 하나인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과 같이
음악가의 삶을 다룬 영화들을 큐레이션 해 드리려고 해요.
우리가 사랑한 가수들의 삶의 이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배우들이 완벽히 재현해낸 그들의 모습을 만나러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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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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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 7선
영화 보고 함께 산책해요!
나란히 걷고 싶게 만드는 영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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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Tenet/ 영국, 미국/ 2020)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악의 진부함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 '인버전'을 발명한 미래의 한 과학자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게 사용될 것을 우려하여 전 세계 특정 지역 9 곳에 인버전 기술을 실행시키는 도구인 '알고리즘'을 분산하여 숨겨두고 자살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중 하나가 러시아인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한편 자연 현상을 거스르는 무기가 속속 발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국 CIA는 추적 끝에 이 무기들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정예 요원 주도자(protagonist, 존 데이비드 워싱턴, 그의 역할에는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를 작전에 투입하는데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상급자는 양 손가락을 겹치는 제스처와 '테넷'이라는 암호를 알려준다.
주도자는 미래에서 온 무기의 성분을 알아내어 이 금속을 다루는 전문가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다. 인도에서 철옹성 같은 은둔지에 거주하고 있는 산제이를 만나기 위해 지역의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의 도움을 받아 산제이를 만나지만 그는 허수아비였고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 프리야(딤플 카파디아)였다. 프리야는 사토르에 대해 알려주고 주도자를 영국 정보기관으로 연결해준다.
영국 첩보 기관의 도움으로 사토르에 이르는 길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임을 알게 된 '주도자'는 캣의 약점을 알고 있다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편 사토르에게 약점이 잡혀 그의 조종을 받는 처지에 놓인 아내, 캣은 남편을 증오하지만 아들 맥스를 포기할 수 없어 사토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미술품감정사이다. 극도로 이기적이며 자기애가 강한 사토르에게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남편의 지위를 상징하는 아내)인 셈이다. 그녀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큰 키에서도 잘 드러난다.
캣으로부터 사토르가 오슬로 공항의 프리포트에 자주 출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담한 작을 펼쳐 잠입한 주도자와 닐은 사토르가 인버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프리포트에 설치하고 과거로 가서 미래의 무기를 가져옴으로써 거대한 부를 쌓았음을 알게 된다.
주도자는 의심 많은 사토르의 마음을 살 방법을 알기 위해 프리야를 만난다. 그녀로부터 사토르가 플루토늄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운반 중인 플루토늄을 가져다주겠으니 도와달라며 사토르에게 접근하여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찾고 있던 플루토늄은 플루토늄이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킬 알고리즘이었고 사토르는 이미 8개의 알고리즘을 확보한 뒤였다.
사토르가 모든 인류의 생명을 단번에 끝내려는 순간, 주도자와 닐은 각각 시간을 순행하는 팀과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 팀에 배치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시간의 협공'을 펼친다.
사실 <테넷>은 '인버전'을 젖혀두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주제도 매우 고전적이다. 세상에는 항상 악이 존재하고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힘은 '사랑(예를 들면 캣이 아들 맥스를 악한 남편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랑, 이를 두고 주도자는 영화에서 프리야에게 "세상을 바꿀 진짜 폭탄"이라고 가르쳐 준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종종 악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자기애에 가득 차 타인을 조종하는 자,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신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자로 설명되는데 <테넷>의 사토르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이유를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그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파괴력이 그에게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오만이 정확한 그 이유였다. 악에 대한 묘사가 진부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한 설명만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천재적이다.
<테넷>이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담론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영화의 모호함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설명을 아낌으로써 모호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 모호함 때문에 관객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영화 관람 후 모호함에 대한 해석을 저마다 내어 놓다 보니 영화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주도자가 인버전된 총알을 소개 받는 연구실 B-2는 영국일까, 미국일까, 캐나다일까, 호주일까. 연구실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풍스럽다. 전화도 아날로그 식이다. 연구원의 옷 무늬도 복고풍이다. 시대적 배경은 언제일까. 감독의 불친절함 때문에 관객은 혼란스럽기까지 하여 다음, 또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물리학적 가설에 입각하여 영화 안에서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고 한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 관객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앎과 모름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인 채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보다 느낀다는 것은 글이나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둘째,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간 구성이 낯설 정도로 새롭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러시아, 인도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자연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곡예사처럼 건물 벽을 타고 내리는 장면, 시간의 협공을 스크린 위에 표현하는 방식 등은 경이롭다. 이 새로움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셋째, 안정감이 결여된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불안하고 불안은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안정된 건물 안이 아니라 이동하는 배, 자동차이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곳이다.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발을 견고하게 내디딜 수 없는 바다 위, 혹은 빠르게 이동하는 도로 위이다. 이 지속적인 역동성은 관객을 영화에 붙들어 놓는다.
넷째, 현실적인 설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무고한-그러나 그의 인생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생명을 해치려 할 때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일지라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주도자의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모른 채 임무에 뛰어들어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자신이 바로 작전의 주도자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 이는 마치 우리가 인생을 한참 산 후에 되돌아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현실과 닮아있다.
결국 감독은 비현실적인 스크린 속 세상에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짚었다고 하겠다.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고전적인 주제가 화면에 웅장하게 펼쳐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어떤 중요하고 큰 일에 동참하고 난 듯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원하는 특정 시간과 장소로 인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영화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만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져 버렸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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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을 계승하며 장점을 강화시킨 속편
살아가면서 잠시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건 외부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게 되기도 한다. 어떤 집단도 마찬가지다 공통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집단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갈 때 더욱 화합하며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있겠지만 그렇게 하나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큰 추진력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집단의 목표가 없어지는 순간,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구성원들이 이탈하게 될 것이고 리더의 교체 같은 조직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력해질 것이다. 그 혼란 자체가 당장은 좋지 않겠지만 그것이 잘 수습된다면 다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바다의 해적 집단과 육지의 의적 집단이 만나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바다에서 난파당하고 작은 나무판자에 의지해 떠다니는 의적들이 등장한다. 의적들의 두목인 무치(강하늘)는 삶을 포기한 듯 보이는데, 죽음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해적들과 만난다. 해적의 두목은 해랑(한효주)이다. 의적과 해적 두 집단은 서로 활동영역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첫 만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집단 모두 각자의 특정한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물건이나 음식을 훔칠 대상을 찾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일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의적과 해적이 만나 벌이는 티키타카, <해적: 도깨비 깃발>
그나마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해적들과 달리 의적들은 가진 것도 삶에 대한 의욕도 상실한 상태다. 자존심이 꽤 강해 보이는 의적 무치는 해랑과 자주 부딪히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해적의 배안에서 두 집단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도 한 장은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다. 보물이라는,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발견한 그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독점하려 애쓰지만 이내 협력을 선택한다. 영화에선 무치와 해랑의 주도권 대결이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이 보물을 찾아가는 단계 단계마다 긴장감을 만든다.
사실 영화 속 무치는 고려 말기의 무사 출신이다. 그와 함께 의적 활동을 했던 동료들도 대부분 무사 출신으로 조선 건국 이후 버림받고 떠도는 삶을 살고 있었다. 반면 해랑과 일당들은 해적 활동을 하며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나라를 위해 일하다 배신당한 집단과 나라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만의 싸움을 했던 집단을 서로 엮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또한 그들이 찾으려 하는 보물이 고려 말기에 누군가가 숨겨놓은 마지막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사라진 고려의 마지막 유산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 속 보물을 찾는 다른 인물은 고려 말기 무사 출신인 부흥수(권상우)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상당한 동료도 죽이고 앞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렇게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한축으로는 무치와 해랑의 관계 중점을 두면서 그 반대편에는 무치와 부흥수의 대립을 넣어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앞의 관계가 긍정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반면, 뒤의 관계는 과거 청산으로서 완전한 갈등관계로 진행된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코믹 어드벤처 장르에 맞게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2014년에 개봉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모든 캐릭터를 바꾸고 시대도 조금 다르게 설정하여 이야기를 구성했다. 코믹한 요소와 캐릭터가 적절히 들어가고, 다양한 액션 장면을 넣어 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전편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에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롭게 개봉하게 된 <해적: 도깨비 깃발>은 과거 전편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와 계승하면서 볼거리와 CG를 좀 더 보강한 노력이 눈에 띈다.
전편과 비슷한 구도로 전개되지만, 장점이 더욱 부각된 후속 편
과거 남녀 캐릭터의 대립 관계를 그대로 무치와 해랑이 계승하고 있고, 유머를 맡았던 캐릭터 철봉(유해진)의 역할은 막이(이광수)가 이어받았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은 있지만 바다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육지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다양하게 섞여있어 조금 다른 박진감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오락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유머들도 타율이 높은 편이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볼거리들도 꽤 시원시원하게 촬영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쓰나미를 피하는 액션 장면은 어색하지 않게 연출되어있어 꽤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은 허술해 보이지만 꽤 실력 있는 의적 두목을 연기하는데 자연스럽게 유머러스한 인물을 담아냈다. 뽀글뽀글한 머리 스타일과 그의 행동이 어우러져 유머와 액션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랑 역할의 배우 한효주는 진지한 해적 단장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평소에 맡았던 역할보다 더 과격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힘 있는 액션 연기가 돋보인다. 반면 막이 역할을 맡은 배우 이광수도 그가 가진 특유의 유머를 선보이고 꽤 타율도 높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캐릭터는 배신과 알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영화의 후반부 펭귄과 대화하며 벌이는 장면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괴상한 장면으로 느껴진다.
영화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은 과거 <탐정:더 비기닝>과 <쩨쩨한 로맨스>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모두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는 영화이고 특히 <탐정:더 비기닝>은 심각한 분위기와 캐릭터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었던 영화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연출한 <해적:도깨비 깃발>은 그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는 영화였던 것 같고, 실제로 결과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전편의 성공적인 부분을 잘 계승하면서 속편만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결국 영화 속 의적과 해적은 그들만의 공통 목표를 찾아내 더 강력한 하나의 집단이 된다. 주요 캐릭터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면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꽤 큰 규모의 한국 오락영화가 명절을 맞아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한국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설 명절에 흥행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해적: 도깨비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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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은 규명되지 않지만 추락은 해부된다
7★/10★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프랑스의 산속의 별장. 한 남자가 추락사한다. 시신을 발견한 가족들이 소방 당국에 신고하고, 경찰 역시 출동해 현장을 살핀다. 그런데 죽은 사무엘의 아내 산드라에게 질문하는 경찰의 말투가 묘하다. 경찰은 사무엘의 추락사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의심한다. 그리고 산드라를 핵심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제 산드라의 혐의를 입증하려는 수사 당국과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려는 산드라의 다툼이 시작된다.
별장에는 사무엘과 아내 산드라, 아들 다니엘 그리고 반려견 스눕뿐이었다. 사건 당일의 개요는 이렇다. 작가인 산드라는 별장에서 인터뷰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전날 언쟁이 있었던 사무엘은 음악을 크게 틀어 인터뷰 진행을 방해한다. 어쩔 수 없이 인터뷰어를 돌려보낸 산드라는 다른 일을 하다가 잠들고, 아들 다니엘은 스눕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산책에서 돌아오던 다니엘이 사무엘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다. 경찰은 다니엘이 산책을 나간 사이에 산드라가 사무엘과 다투다 그를 살해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산드라가 수사 기관에 말하지 않았으나, 사무엘이 녹음해두었던 두 사람의 말다툼이 공개되면서 산드라는 점차 불리해진다.
녹취에서 드러난 부부의 사정은 복잡하다. 산드라는 어느 정도 재능을 인정받은 성공한 작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작가를 꿈꾸는 사무엘은 그렇지 못했다. 교수 생활을 하긴 했으나 작가로서 성공하길 꿈꾼 그는 최근 별장을 수리해 렌트하고 남는 시간에 글을 쓰기 위해 교수직까지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글은 써지지 않는다. 자신이 쓰다 포기한 대목을 협의하에 가져다 쓴 산드라의 작품이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같은 꿈을 지녔으나 아내만 잘나가는 상황이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것이다. 결정적인 건 아들의 사고였다. 오랜만에 글이 잘 풀리던 어느 날, 사무엘은 하원하는 다니엘을 데리러 가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런데 그날 사고가 나 다니엘은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무능한 남자라는 자괴감에 자식에게 장애를 안겼다는 자책감이 더해진다. 사무엘은 사고 이후에는 정신적‧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섹스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양성애자인 산드라가 다른 여성과 잠자리를 가진 것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징적으로 거세당한 무능력한 남자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사무엘의 추락은 남성성의 추락이다. 그것도 더는 떨어질 곳조차 없는. 산드라는 그런 사무엘에게 ‘글을 쓰지 못해 일상으로 도망갔다’고 비난한다. 수사 당국이 제기하는 타살의 정황적 근거다.
녹취에는 둘의 갈등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즉 산드라가 사무엘을 살해할 동기가 충분했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맥락이 읽힌다. 그러나 이 모든 걸 고려해도 산드라의 ‘살해 동기’를 추궁하는 검찰의 집요함은 소름끼친다. 그 누구도 자신 앞에 서면 무죄일 수는 없을 거라는 서늘함을 주는 검찰 캐릭터는 산드라를 숨이 막힐 듯 몰아붙인다. 또 하나 문제가 된 건 산드라의 창작법이다. 그는 항상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해왔다. 산드라의 개인사적 굴곡은 늘 그녀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그래서 남편의 사망(‘살해’)도 그 연장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추궁이 가해진다(사무엘의 녹취는 산드라의 창작법을 통해 글을 쓰고자 한 그가 아내 몰래 일상을 녹음해둔 것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자기 추론에 맞게 재조립해 공격하는 법정 공방 장면, 즉 검사가 파편화해 취사선택된 산드라의 일상은 우리가 늘상 ‘그럴듯하게’ 해내곤 하는 타인에 대한 그 모든 추론에 중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실은 여기에 자의적 해석이 강하게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엄중히 환기하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끝까지 사무엘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산드라가 무죄라는 절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그를 향한 모든 의심은 어느 정도는 막 남편을 잃은 아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난일 수밖에 없다.
진실은 규명하지 않되 추락은 해부하는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퍼즐의 한 조각을 가지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 너무 익숙하고 능숙하다. ‘추락한 남편의 남성성을 조롱하는 아내’라는 ‘팩트’는 여기에 불을 붙일 완벽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지배적 추론 한편에 존재하는 무죄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에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추락의 해부〉는 사무엘의 추락에 대한 해부인 동시에 산드라의 추락에 대한 해부이기도 하다. 모든 인간의 추락에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남성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사무엘에게도, 자기 결백의 가능성을 지키고 싶은 산드라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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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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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무난한” 캡틴 아메리카를 위한 관객은 없다.
(IMDB, 발췌 편집)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지속된 졸작들로 인해 바닥까지 내려간 마블. 엔드게임 이후 지금까지 개봉했던 주요 캐릭터의 영화와 시리즈를 돌아보자.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블랙 위도우>, <샹치>, <이터널스>, <호크아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미즈 마블>, <토르 러브 앤 썬더>, <쉬헐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오갤3>, <더 마블스까지> 총 17편이 개봉했다. 이 중에서 '스파이더맨'과 '가오갤'을 제외하면, 꼭 봐야할 좋은 작품이 없다. 이렇게 참담한 상황에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했다. 이 작품이 엔드게임 이후의 세계관을 잘 이끌어나갈 진정한 첫 번째 영화가 될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봤다.
예고편 대참사
(IMDB)
이번 영화를 기다리면서 어처구니없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예고편이었다. 감칠맛을 살짝 돋우는 정도로 보여주는 게 예고편의 목적이지만, 영화 전부를 보여줬다고 해도 무방했다. 주인공이 쉽게 죽거나 다치지 않는 특성을 지닌 히어로 장르는 베일에 싸인 빌런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지만 레드 헐크를 공개해 버리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다 날아가 버렸다. 물론, 메인 빌런인 스턴스는 예고편에 많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캐릭터 자체에 큰 매력이 없었다. 이 부분은 밑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번 예고편에 대해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건 아닌지 비교해 보기 위해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예고편을 다시 봤다. 인피니티 워를 몇 번이나 봤던 입장이지만, 타노스가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 그리고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고편 마저 명작이다.
이번 예고편을 보면서, 이번 영화마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는 마블의 불안감과 성급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캡틴아메리카 아닌가. 엔드게임 이후 처음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영화이기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그들 입장에서 당연할 터다. 예고편으로 인해 긴장감은 제로 였지만, 캡틴 아메리카니까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극장에 갔다. 그런데 또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이런 빌런, 지긋지긋해.
예고편에 많이 등장한 레드 헐크는 메인 빌런이 아니다. 무려 2008년에 개봉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에 등장한 스턴스가 메인 빌런이다. 17년 전 등장한 일회성에 가까운 빌런을 등장시킨 느낌이다. 등장시킬 빌런이 얼마나 없었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스턴스는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대표적인 빌런 중 하나인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보면 된다. 이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예전 영화를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험을 하다가 일이 틀어져서 세상에 앙심을 품은 빌런 정도로 이해해도 문제없다. 빌런이 지루한건 오랜만이다.
(IMDB)
게다가, 극중 스턴스의 실제 모양새를 보면 메인 빌런이 이렇게 허약해 보일 수도 있나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가녀린 모습에 빌런이 안쓰럽게 보일 지경이다. 메드 사이언티스트 답게 두뇌 싸움은 잘하느냐? 꼭 그렇지도 않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등장했던 헬무트 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여러모로 폼이 떨어진다. 빌런이긴 한데, 빌런의 역할을 제대로는 한 건지 의문이 생기는 사이드와인더. 그의 등장도 아쉽다. 캡틴 아메리카가 운전 중인 차량을 폭파하고, 그와 단독 액션 장면이 있을 정도로 비중 있는 캐릭터처럼 그려졌다.
윈터 솔저가 닉 퓨리를 급습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스턴스보다 묵직한 느낌의 빌런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끝나는 무렵까지 사이드와인더의 쓸모는 무엇이었는지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예전 캡틴 아메리카 영화에 등장했던 레드 스컬이나 헬무트 제모를 생각하면 이번 빌런들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다. 마블 원작에 따른 빌런의 등장 순서가 이렇게 정해져 있다면 어쩔수 없다. 하지만, 레드 헐크의 마무리와 무전기나 들고 다니는 빌런의 모양새를 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무난해선 안 된다.
(IMDB)주인공 캡틴 아메리카는 어땠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쁘지 않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고 아직 어색하다. 캡틴 아메리카 보다는 강화된 팔콘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여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팔콘의 첫 등장은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였다. 여러 영화에서 전투에 참여했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쌓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팔콘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부분이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받는 순간 아닌가. 이후에야 팔콘 중심의 서사가 펼쳐지는 팔콘 윈터 솔져 6부작 시리즈가 나왔었다.
하지만, 팔콘 개인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썬더볼츠 개봉을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 데 신경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팔콘의 서사가 쌓이기보다는 마블의 세계관만 넓어졌다. 물론,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스티브 로저스가 시빌 워에서 보여줬던 신념에 비교하면 소박하다. 이제야 팔콘의 첫 번째 개인 영화가 나왔는데, 아직도 “내가 캡틴 아메리카 맡기에 적임자 일까?”, “내가 혈청을 맞았더라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좀 짜치더라.
(IMDB, 반가웠고.)
이런 모습을 자기들도 알고 있는 건지, 팔콘의 캡틴 아메리카로의 성장을 위한 조언자 역할로 버키를 잠깐 등장시키기까지 했다.(오랜만에 봐서 반갑긴 하더라.)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뜬금없는 입담으로 레드 헐크를 잠재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했다. 참 뜬금없었다. 레드 헐크와의 대치 과정에서 새로운 액션과 기술을 선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정체성 고민을 이번 편에서 끝내던가, 아니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제대로 그려졌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어설프게 빌런을 처리하고, 고민 살짝 하다가 브레이브 뉴 월드가 끝났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서 보여준 힘과 기술은 어땠는가? 전보다 확실히 발전한 느낌이다. 방패를 사용하며 전투하는 어떤 장면에서는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칭찬할 만하다. 레드윙도 전편에 비하면 발전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짜치게 만드는 요소가 또 있었다. 바로 CG다. 역대 캡틴 아메리카 영화 중에서 가장 CG 퀄리티가 떨어졌다. 과장 더하자면, 마블 영화 중에서도 CG 기준으로 보면 중하위권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항공 전투 장면은 탑건: 매버릭보다 못했다. 이번 편에서는 팔콘을 이을 호아킨이라는 인물도 등장한다. 스티브 로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했던 샘처럼, 그 역시 같은 포지션의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는 항공 전투에 한 번 참여해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팔콘을 계승할 것처럼 그려진다. 팔콘이 수년간 함께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계승한 과정과 비교하면, 초고속 승진한 느낌이다.
수습 가능할까?
종합해보면, 빌런을 빌런답게 그려내는 데 실패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애매하다. 아군으로 등장해 팔콘의 위치를 계승받는 호아킨의 등장도 양산형 느낌을 지울수 없다. 팔콘이 캡틴 아메리카로 진급하니까, 빈 자리를 채우는 느낌이다. 팔콘은 수년간 어벤저스의 조력자로 등장하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받아 그를 계승했다. 초고속 승진이라는 말이 적합하다. 또한, 페이즈 1에서는 쿠키 영상도 아주 잘 활용했다. 쿠키 영상을 다음 편에 대한 짧은 예고편 느낌으로 사용하며 관객들에게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을 줬다. 다음 편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팬들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의 쿠키 영상은 엔드게임 이후에 나온 영화들의 쿠키 영상들에 비해 영양가 없었다. 더욱이, 이제는 그만 했으면 하는 소재를 또 등장시켰다. 바로, 멀티버스다. 다른 세계에서 적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페이즈 1에서 최종 빌런 타노스를 향하는 빌드업에 비하면 너무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다음 편에 대한 감칠맛은커녕 또티버스라는 짜증만 만들어낸다. 생각하면 할수록 앞으로의 영화들에 대한 빌드업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만 든다. 이쯤 되면, 엔드게임에서 모든 이야기를 끝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과연, 수습이 가능할까.
(IMDB)
*이 와중에 등장한 리브 타일러는 왜 반지의 제왕에서 봤던 모습이랑 다르지 않은지 신기할 뿐이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현실 국제 외교 포인트를 차용한 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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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라이온 킹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라이온킹 #라이언킹 #lio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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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 목숨을 받아가는 곳#출구가_입구 #원룸_데쓰매치
과연 이들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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