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2-19 09:47:15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영국에서 날아온 패딩턴의 새로운 시리즈!

영국에서 날아온 귀여운 곰돌이 패딩턴이 돌아왔습니다. 페루로 떠난 패딩턴의 여정을 극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포레스트 검프> 이후, 다시 뭉친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신작 <히어>와
대만 청춘 멜로영화를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도 개봉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퇴마록>도 놓치지 마세요!
패딩턴: 페루에 가다!
Paddington in Peru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106분
감독: 두갈 윌슨
주연: 휴 보네빌, 에밀리 모티머, 벤 위쇼, 올리비아 콜먼, 안토니오 반데라스
개봉: 2025.02.19.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

줄거리
영국 국민으로 거듭난 ‘패딩턴’에게 어느 날 고향인 페루에서 날아온 의문의 편지 한 통.
“루시 숙모님이 사라졌어요!” 지도 한 장만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루시’ 숙모를 찾아 떠난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은 페루의 정글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모험천만 아마존 정글에 뛰어든 도시곰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 올 겨울방학 반드시 가족도 찾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초대형 컴백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더 귀엽곰! 웃기곰! 재밌곰! 패딩턴 머스트 컴백곰!
히어
Here

개요: 드라마 | 미국 | 104분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폴 베타니, 캘리 라일리
개봉: 2025.02.19.
배급: 메가박스중앙㈜, (주)이놀미디어

줄거리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삶의 대서사시 삶이 남긴 흔적과 아름다움.
“우린 바로 여기(HERE) 있었어.”
‘리처드’(톰 행크스)와 ‘마가렛’(로빈 라이트)의 가족을 중심으로 같은 공간에서 다른 순간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서 시간을 초월해 겹쳐진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You Are the Apple of My Eye

개요: 멜로/로맨스 | 대한민국 | 102분
감독: 조영명
주연: 진영, 다현
개봉: 2025.02.21.
배급: 주식회사 위지윅 스튜디오, CJ CGV

줄거리
선아(다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었던 ‘진우(진영)’의 열여덟 첫사랑 스토리
퇴마록
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

개요: 애니메이션 | 대한민국 | 85분
감독: 김동철
주연: 최한, 남도형, 정유정, 김연우
개봉: 2025.02.21.
배급: ㈜쇼박스

줄거리
"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수백 년간 은거하던 해동밀교의 145대 교주가 생명을 제물로 바쳐 절대 악(惡)의 힘을 얻기 위한 의식을 시작한다.
해동밀교의 다섯 호법들은 그를 막기 위해 힘을 보태줄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고, 파문 당한 신부 박윤규, 무공을 위해 밀교를 찾은 현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언의 아이 준후가 합세해 거대한 악에 맞서는데...
하늘이 불타던 날, 새로운 전설이 시작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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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자 씨가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를 꿈꾸며
꿈이야 생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 어느 곳에 사는 덕희(라미란)이다. 어느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덕희. 덕희에게 돈이 필요하다. 이유는 얼마 전에 덕희가 보이스피싱을 당했기 때문이다. 3200만 원을 잃은 덕희. 아이들이 묵을 곳이 없어 엄마 덕희는 미안한 맘뿐이다. 마음고생이 심한 덕희.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 실신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속에 들끓는 화를 잠재우기란 어려웠다. 위기에 처한 덕희. 그 와중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다. 김성자 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직접 친 사기꾼이다. 받은 전화에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린다. "저, 저번에 통화했던 손 대리(공명)입니다. 내가 아는 거 다 말할게요. 그냥 신고만 해주세요. 제보할 것이 있어요."
이거 왜 진짜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가 겪은 일이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된 것이다. 보통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 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있다. 바로 연출로 어디까지 공격하고 누구를 지켜줄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는 후자 ‘지켜줄 것’에 대한 부분을 아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영화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후반부에 있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을 주인공 덕희의 관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에 실화를 가져온 이유가 나름 충족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 공격할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영화가 실화 전부를 담지 못한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영화 엔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 쓸 수는 없겠으나,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예상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로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김성자 씨는 이 일을 해결한 후에 경찰 측에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범인은 포스터와 제목
이 영화 <시민 덕희>를 보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장르적으로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범죄물로서 재미있을만한 요소는 잘 갖춘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범죄물로 재미있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무시무시한 빌런, 선한 주인공, 유쾌한 조연들(사이드킥), 개성 넘치는 캐릭터부터 간단한 플롯까지 <시민 덕희>에는 다 있다. 이런 것들이 그냥 소소한 성취 같아 보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이 영화의 기획의도가 뭘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그중 하나가 이 실화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이야기가 어렵다거나 하는 영화였다면 관객들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고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재미있을만한 건 다 갖춰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당연지사다. 이 <시민 덕희>는 이런 점에서 영리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영리한 영화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극 중 한 명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사실 첫 등장만 보면 이 작품과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의 소재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인물은 캐릭터가 하는 어떤 행동처럼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존재감은 범죄/수사물의 클리셰를 본작이 비튼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실 글쓴이는 보면서 놀랐다. 이 인물이 궤도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시작해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잘 맞춰놓은 것이 기능적이지도, 줄거리에서 무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전형적인 캐릭터가 등장한 탓에 이 인물의 끝마무리가 살짝 모호한 감이 있긴 하지만 흐름을 깨는 정도는 아니다.
상남자식 연기법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라미란 배우의 연기에서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라미란 배우는 장면마다 힘을 주고 풀면서 영화를 끌고 간다. 가령 라미란 배우가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이 장면마다 중심을 쾅 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실 이 장면이 오기까지 플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 에피소드 자체는 100% 실화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의 무언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몇 배우는 뛰어난 감정연기로 서사에 생긴 구멍을 메꾸기도 하는데, 이 <시민 덕희>의 라미란 배우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런 감정연기는 영화 중반부-중후반부에서는 잠잠해진다. 왜? 공간을 바꾸고 난 다음 덕희의 연기는 받아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야 이 환경에서는 이무생 배우의 악랄한 빌런 연기, 손대리의 서사, 장윤주-염혜란 배우의 코미디가 두드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소를 앞두고 자기가 전면에 굳이 안 나서도 되는 걸 잘 아는 듯이 라미란 배우는 튀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격차는 주인공 덕희가 가진 소시민적인 특징과 함께 영웅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실화 바탕 영화/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강단이 센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몇 있는데 이런 류의 비판을 피해 갈 수 있을 법한 좋은 퍼포먼스였다.
최소한만 유지하고
좋은 점도 많은 <시민 덕희>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았다. 사실 편의적으로 전개하는 감이 어느 정도는 있다. 가령 영화에 등장하는 두 번의 위기가 그렇다. 첫 번째 위기는 주인공 덕희에게 일어난다. 이런 류의 일이 주인공에게 일어난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이 사건을 삽입하고 싶었더라면 전후 조짐에 대해 살짝만 더 들어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쓴이는 이 두 인물의 퇴장이 밀린 방학숙제하듯 구석으로 밀어 넣기 위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이는 이 주인공이 공간을 바꾸고 나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이곳이 유럽만큼 경비가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글쓴이는 손 대리 캐릭터에서 현실감도 있었지만 반대로 큰 허점도 느껴졌다. 손 대리 자체가 허술하다. 가령 덕희와 통화하는 처음과 두 번째 장면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 사람의 서사도 빈약하다. 왜? 와 어떻게? 가 없이 그냥 결과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현실적으로 잘 설정됐으면 이야기가 더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도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어느 관점에서는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억척스러운 캐릭터들
이 영화에서 느껴진 두 번째 단점은 인물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나만 이런가’ 싶어서 몇 후기를 찾아봤는데 많은 분들이 특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글쓴이는 이 배우 말고 극 중 대다수의 캐릭터에게 느꼈다. 특히 염혜란 배우와 안은진 배우 캐릭터에서 강했다. 염혜란 배우 연기 잘한다. 안은진 배우도 연기 잘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친해 보이지 않는다. 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글쓴이는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감정이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도 염혜란 배우가 47세고 안은진 배우가 32세라서 15살의 터울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각본과 연출이 이 둘의 관계를 돈독하게 보이지 못한 것 같다. 장윤주 배우가 맡은 역할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느닷없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각자 자기 색이 강한 영화의 재료들이 적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덜컹거린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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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
“Do You Remember~”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은 기억과 추억을 싣고 온다. 그 당시 계절과 시간, 그리고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까지도. 상대방이 연인이었다면, 그 기억은 더 아름답게 떠오를 터.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은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 함께 들은 음악을 들으며,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을 담는다. 영화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달려온 것처럼, 짧지만 마법 같은 시간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이런 사랑의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지 않냐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뉴욕 맨해튼에서 사는 도그는 외롭다. 언제나 혼자 해야 하는 게 매일 돌려먹어야 하는 레트로 음식처럼 못마땅한 도그는 우연히 TV를 보다 발견한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마침내 조우한 도그와 로봇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뉴욕 곳곳을 누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해수욕장에 놀라 가는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다. 로봇이 방전되어 움직일 수가 없는 것. 도그는 어쩔 수 없이 로봇을 홀로 남겨놓고 집으로 간다. 다음 날, 도그는 일어나자마자 연장통을 들고 해수욕장을 찾는데, 하필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로봇 드림>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리움’이다. 원치 않은 이별을 하고, 언제 만날 줄 모르는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도그와 로봇은 물리적인 거리만큼 서로를 그리워한다.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이들은 하루 하루 비슷한 일상을 버티며 만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특히 홀로 해변에 남겨진 로봇은 불청객의 습격을 받고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등 물리적인 고통을, 도그는 또 다시 찾아온 외로움에 사무치는 심리적인 고통을 부여받는다.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꿈으로 치환되는데, 제목이기도 한 로봇의 꿈은 매번 함께 들었던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휘파람으로 불며 도그의 집으로 가는 그의 여정이 그려진다. 물론, 만나기 일보직전에 항상 실패한다. 그리고 깨 보면 잔혹한 현실의 장벽에 놓여 있다. 로봇은 도그를 향해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며 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도그 또한 꿈에서 로봇과 재회하지만, 현실에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등 여파가 크게 밀려온다.
지난한 이 상황에서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과 다른 이들과 인연을 맺는다. 이별 후 죽을 것 같은 통증에 더 이상 내 인생에 사랑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내 다른 사랑을 찾는 현실처럼, 이들 또한 그리움은 가슴 깊이 묻어두고 이 외로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을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도그와 로봇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이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는 그리움을 통한 애절한 감정의 순간과 그 감정을 자양분 삼아 현실의 사랑에 더 충실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결은 다르지만 <라라랜드>의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떠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 아쉬운 이별을 한 후, 각자의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간 이들의 마지막 재회.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이들의 성숙한 로맨스 그리고 그 눈빛은 이 작품에서 오버랩된다. 이 부분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면 이 작품을 <라라랜드>의 뉴욕 버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로봇 드림>은 오직 그림으로만 구성된 특징을 가져온다. 대사 없이 캐릭터의 몸짓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무성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처럼 캐릭터에 집중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데, 집중한 만큼 느껴지는 감정의 폭은 깊다. 시의적절하게 ‘September’, 'You Raise Me Up' 등도 삽입되어 가사의 의미를 통해 이들의 숨겨진 마음을 전한다. 특히 ‘September’를 들으면 도그와 로봇이 생각날 정도로 감정의 동요가 크다. 손수건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와 함께 후보에 오른 <로봇 드림> 또한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화가 담은 의미와 감동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이젠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1980년의 뉴욕 문화를 재현한 것처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그리움과 사랑의 기억을 복원한다. 보는 이로서 그 자체가 103분의 달콤쌉싸름한 꿈이라도 행복했던 지난날에 취하고 싶다. 현실로 돌아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칠지언정.
사진 제공: 영화사 진진
평점: 4.0 /5.0
한줄평: 지금 나를 성장시킨 건 그 때의 우리였다는 걸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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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은 가라~ 마블리 표 19금 액션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황야>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캐릭터의 장점과 우리나라 특징을 잘 살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져와 섞은 작품이다. 두 영화의 서로 다른 장점을 취했지만, 신선함은 떨어지고, 예상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은 잘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 악어도, 갱단도, 돌연변이도, 심지어 미친 과학자도 주먹 하나로 때려잡는 마동석의 속 시원한 액션이다. 이번에도 액션으로 대동단결! 마동석의 주먹은 죽지 않는다.
대지진이 일어난 후, 세상은 무법천지로 변한 서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남산(마동석)은 지완(이준영)과 함께 사냥하러 다니고, 얻은 고기는 친딸처럼 여기는 수나(노정의)의 마을로 가져가 물물교환으로 판매한다. 어느 날, 수나 앞에 의문의 선생님(장영남)이 나타나고, 10대 청소년들이 인류의 미래라며 자신과 함께 물과 식량이 충분한 아파트로 가자고 제안한다. 아픈 할머니와 함께 좀 더 나은 곳에서 생활하기 위해 수나는 어렵게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곳엔 미친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뒤늦게 이를 눈치챈 남산은 지완과 조력자 은호(안지혜)와 함께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는 그동안 마동석 표 액션 영화와는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준다. 기시감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19금 액션과 다채로움이다. <범죄도시> 표 액션의 장점이자 단점은 타노스가 와도 마석도 형사의 원 펀치로 모든 게 정리된다는 것, 그리고 혼자 모든 적을 소탕한다는 것이다. 1편부터 3편까지 이 기조는 계속 반복되어 왔는데, 3편은 적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차별화를 보여줬지만, 그 효과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 그동안 얻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황야>에서는 액션의 수위를 높이고,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는 인물의 수를 늘린다.
양기수 박사의 미친 실험으로 파충류와 이종교배가 되어 찔리고 잘려도 재생되는 돌연변이들은 목이 잘려야 끝이 난다. 이런 설정을 통해 남산 이하 지완, 은호는 손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다. 특히 은호의 부하들이 갇힌 지하 감옥 장면에서 돌연변이와의 한판 대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지는 총격 액션은 보는 맛을 더한다. 감독은 캐릭터의 성격과 파워에 따라 각기 다른 총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액션을 선사한다. 더불어 총은 총알을 발사할 때만 사용하는 무기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마동석의 액션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주변 인물이 합세한 액션도 볼거리다. 특히 안지혜의 액션은 발군이다. 마동석의 액션은 무게중심을 땅에 박고 강한 파워로 적을 제압하는데, 안지혜의 액션은 긴 다리를 이용한 킥, 빠른 스피드와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을 구사하며 그 재미를 더한다. 극 중 군인 출신으로 나이프를 자유자재로 적의 몸에 꽂는 움직임이 너무 좋다. 뭐랄까. 마동석 사단 비장의 무기랄까. 다채로움 측면에서 그녀의 액션은 플러스 알파다.
이에 마동석 액션에도 다변화를 꾀한다. 전직 복서 출신으로 등장하는 남산은 아파트 복도에서 적과 대적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액션은 프로레슬링 기술이다. 달려가며 상대방의 목이나 가슴을 팔로 걸어서 넘어뜨리는 ‘클로스라인’ 등 마치 복도를 사각의 링처럼 사용한다. 복서보다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이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 더불어 치유 능력을 지닌 군인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원 히어로 액션에 허들을 더 부여해 균형감을 맞추려고 했던 시도도 눈에 띈다. 물론, 그래도 마동석, 아니 남산이 이기지만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명행 감독이 누구인가.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 <범죄도시2>의 버스 액션 장면을 만든 그는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액션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파트의 길고 좁은 복도를 배경으로 액션을 구사하며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보여준다. 빠른 카메라 워킹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액션과 사운드로 파워를 실은 장면들로 긴장감을 높이는 등 액션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헐거운 스토리 짜임새, 디스토피아 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들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의 인물 설정, 강한 액션에 비집고 들어오는 유머, 잘 붙지 않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 접목 등 종종 영화의 질주에 빨간불을 밝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은 액션! 액션! 액션! 허명행 감독은 불도저처럼 뚝심 있게 액션으로 밀고 나간다. 그에게 필요한 건 흡입력 있는 이야기보다 기시감을 줄일 수 있는 참신한 액션이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 4>에서는 어떤 액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리는 동안 마블리의 19금 액션을 맛보기 바란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마블리표 액션, 못 먹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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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 La Pianiste
/ 감상 /
포스터에 적힌 저 글귀와 줄거리를 보고 성숙한 교수님이 제자에게
진정한 성인의 사랑을 알려주는 내용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예상으 빗나갔다.
영화에 나온 피아니스트는 그 누구보다 어린 사람이었다.
생각과 행동 모두.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만 성숙한 어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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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세사람 (교수,월터,교수의엄마) 모두 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교수는 엄마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부모님과 이성에게서 모두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 엇나간 방식으로 자신만의 욕망을 표출한다.
교수의 엄마는 남편없는 가정에서 자신이 정신적,경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딸에게 광적으로 집착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후가 그녀에게 달려 있기때문에.
마지막으로 월터는 첫눈에 반한 교수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아름다운 말들로.
그러나 결국 그도 가부장제가 낳은 한 남성이다.
아름다운 말들로 교수를 유혹하지만, 교수가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도 결국 자신의 사랑과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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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런 욕망의 응집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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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며 느낀점은...
이정도의 영화를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나는 아직 어린것 같다.
최근들어 본 영화들 중 가장 어른스러운 영화였던것 같달까..
영화가 진하고 깊다
영왓챠피디아에서 몇몇 리뷰글을 보면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하고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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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연출이랑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 뭐랄까 화질이 좋지 않고 약간의 노이즈가 껴있으며, 뭔가 어둡고
약간의 감성도 있고, 과하지도 않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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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연기가 소름돋는다.
진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것 같달까.
마담 싸이코에서 나온 캐릭터랑 비슷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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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월터를 볼때마다 독일 축구선수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ㅋㅋㅋ
뭔가 로이스 느낌도 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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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새로운 범죄 스릴러를 선사할 <리미트>의 개봉부터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멘틱 에러>의 극장판 개봉까지!
그럼 8월 다섯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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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리미트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87분
감독: 이승준
출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등
개봉: 2022.08.31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줄거리
아동 연쇄 유괴사건 발생으로 수사를 위해 피해자 엄마 대역을 맡게 된 경찰 ‘소은’(이정현)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도중
‘소은’은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범인은 대역이 아닌 ‘소은’과의 협상을 요구하는데…관전 포인트
충무로를 대표하는 세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배우가 만나 선보일 압도적인 시너지가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리고 <기생충>의 박명훈 배우, <마약왕>의 최덕문 배우, <모가디슈>의 박경혜 배우가 출연하며 극의 다채로움과 풍성함을 더했다.
3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스파이>의 이승준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만큼 기대가 큰 작품이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한국 | 177분
감독: 김수정
출연: 박서함, 박재찬 등
개봉: 2022.08.31
배급: (주)왓챠
줄거리
컴공과 '아싸' 추상우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가 스크린으로 펼쳐진다!관전 포인트
처음으로 극장판을 선보였던 제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이 되며,
<시맨틱 에러>의 인기를 입증했다. 극장판에는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추가되어 더욱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썬다운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 멕시코 | 82분
감독: 미셸 프랑코
출연: 팀 로스, 샤를로뜨 갱스부르 등
개봉: 2022.08.31
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줄거리
부유한 영국인 닐(팀 로스)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 가족과 멕시코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는다.
닐은 여권을 잃어버렸다며 가족들을 먼저 영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유유히 어느 해변으로 들어가 일광욕을 즐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그의 일탈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불러 일으키는데…관전 포인트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이 2021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썬다운>.
그 뿐만 아니라 202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되며 전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노스맨
ⓒ IMDB
개요: 드라마 | 미국 | 137분
감독: 로버트 에거스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안야 테일러 조이 등
개봉: 2022.08.3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10세기 아이슬란드, 숙부를 향한 '암레트' 왕자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로버트 애거스 감독의 영화 최초로 한국에 개봉하는 영화인 <노스맨>.
미국의 유명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토마토 신선도 지수 89%로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 키드먼, 윌럼 대포 배우 등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OTT 공개 예정작
코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등
공개: 2022.09.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관전 포인트
오스카에서 3관왕을 했을 뿐더러 이외 유수 영화제의 135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5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라라랜드> 음악 감독이 작업했으며, <싱 스트리트>의 주연 퍼디아 월시-필로가 출연해 개봉 전부터
뮤지컬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파 앤드 어웨이
ⓒ IMDB
개요: 드라마 | 미국 | 140분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등
공개: 2022.09.01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19세기 아일랜드의 두 남녀가 미국으로 건너온다. 각자 떠나온 이유는 달랐지만
낯선 땅의 여정을 함께하는 두 사람. 온갖 역경과 고난을 견디는 가운데 어느새 사랑을 발견한다.
관전 포인트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배우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역동적인 연출과 광활한 스케일로 눈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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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다정한 상상력 깃드는 곳에
1988년. 미라 나이르 감독의 <살람 봄베이>가 세상에 등장한다. 지금도 여성 감독이 손꼽히는 나라 인도에서.
연극을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사람의 첫 장편 극영화였다. 거리의 아이들이 가진 힘을, 또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더 많은 곳에 실어 나르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예술이 과연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배우로 기용하고, 아이들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인파 통제도 없이 바글바글하게 찍었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영화는 상업 배급망을 타고 해외에 흘러간 첫 인도 영화가 되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라 나이르는 영화의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의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마치 그 대답처럼. 미라 나이르는 재단을 만든다. <살람 봄베이>의 수익금으로 거리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이는 집과 밥을 제공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에게도 선물 같은 존재였다. 예술이 현실에 무언가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목말랐던 질문을 해갈하는.
그리고 30여 년이 흘렀다.
2021년. "아주 특별한 단짝dostojee"이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또 한 편의 영화가 나왔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어떤 드라마가 우리에게 알려준 <깐부>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달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예술은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깐부>의 시놉시스만 읽었을 때에는 좀 더 잔혹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이웃집에 살며 모든 걸 함께하는, 단짝인 두 아이가... 한 아이는 힌두교 집안, 다른 한 아이는 이슬람교 집안. 평화로웠던 마을에 서서히 흘러들어오는 종교 간의 긴장감. 그때 찾아오는 이별.
그러나 막상 <깐부>를 보면 많은 부분이 참 동화적이다. 시골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한참 공들여 보여준다. 마땅한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해 멋진 장난감을 만들어 내는지, 용돈이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신박한 방법으로 용돈 대용품을 마련하는지, 값싼 장난감(그중에는 '똑딱이'라고 나오는, 요즘 애들이 갖고 노는 푸쉬팝 같은 것도 있다. 애들은 동서고금 똑같은 걸까?) 하나로 얼마나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지... 가난하지만 잔잔한 인도의 시골 풍경에서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편안하게 펼쳐진다.
얼핏 보면 시대적 배경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은 노인이 된 유명 배우의 젊은 시절 포스터가 나왔을 때에야 옛날임을 겨우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시골은 90년대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인도 사람들은 아마 영화 초반에 시대적 배경을 단박에 눈치챘을 것이다. 비 오는 밤,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 타밀나두에서 버스 테러가 있었고... 사원 파괴 사건 진상 조사회가 꾸려졌고...
1992년이다. '바브리 마스지드'라고 불리는, 인도의 이슬람 사원 하나가 파괴된 해. 힌두교도들의 행동이었다. 이는 단박에 종교 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남부의 타밀나두 지역은 잠시 마비되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제법 끔찍하지만, 바브리 마스지드 사원 파괴 사건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여 온 힌두교-이슬람교 분쟁사의 한 장면일 뿐이다. 수많은 사건들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고, 이 사건 또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의 사건에서 이어져 와, 이후의 사건으로 연결되었다. 피는 피로, 긴장은 긴장으로.
그 영향력은 두 아이가 사는 시골마을까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들어온다. 원래 나란히 이웃한 두 아이의 집이, 낮고 얇은 담장 하나로 가볍게 갈라져 있던 두 집이 실은 여러 모로 대칭적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힌두교 소년인 팔라시의 집에서는 아빠보다 엄마가 부각되고, 여동생이 있고, 농사를 짓는다. 이슬람교 소년 사피의 집에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부각되고, 누나가 있고, 베틀을 돌린다. 이제는 대칭의 모양보다 차이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큰 교류도 없지만 큰 갈등도 없었던 양쪽 집에서는 두 아이에게 슬슬 눈치를 준다. 간식을 나눠 먹는다든지, 친구의 집에 들어서는 일, 같이 노는 일, 물 한 컵을 마시는 일조차 눈치 보이는 일이 되어 간다.
팔라시의 어머니는 불안하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 한다. 사원이 파괴되었으니 사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며 이슬람교도들은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힌두교도들은 그에 맞서 연극패를 부르고 새 신상을 세우기로 한다. 새로 세우려는 신상의 주인공인 라마를 모셔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상황이 몰아치는 대로 어른들은 그렇게 몰려 간다. 불안하니까. 어른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본 것이다. 종교적으로 소수파가 되는 순간 학살당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고, 거기서 너무 많은 피를 보았다.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고, 맞불을 놓아야 한다고 외친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경계가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선다. 무대 위에서 원수였던 연극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원수지간 아니었어요?" 하고 놀랄 만큼 순진무구하다. (배우들은 "먹고살려면 다 그런 거다."라고 대답하는데, 사실 어른들의 종교 싸움도 기원을 따져 보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걸 깨닫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싸움 놀이를 한다. 종이 모자를 만들어 끈끈이를 바르고 허공에 휘둘러, 반딧불이가 붙은 빛나는 모자를 만들어 쓰고 "왕처럼 싸워 보자"라고 한다. 어른들이 맞불을 놔야 한다고 얘기할 때,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 붙인 채 밝게 웃으면서 칼싸움을 한다. 서로 반대되는 지점에 서 있어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 것. 아이들의 동화 같은 상상력과 아이다워 사랑스러운 모습이, 현실적인 어른들과 대조되어 더욱 눈이 부시다. 그렇기에 두 아이의 "이별"이 더욱 눈물겹고 놀랍고 애달프지만.
두 아이가 우연히 애벌레를 발견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밟아 터뜨리거나 저 멀리 툭툭 털어버릴 만한, 털이 부숭부숭한 애벌레를 보고 팔라시는 사피에게 묻는다. "나비 만들래?" 백번 양보해서 나비가 될 때까지 애벌레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해도, 그런 문장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신선한 문장이었다. 살리는 힘,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깃든 문장이라 마음에 깊이 남았다.
창조의 상상력. 생명을 품는 상상력. 그 마음은 사실 대단히 엄숙하고 중요해 보이는, 이를 테면 종교의 사원이나 중요해 보이는 어른들의 회합 자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같이 있는 마음. 그 다정한 상상력 끝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데서. 나란히 똑같은 자세로 서서 뻗어보는 발끝, 친구를 부르면서 웃는 눈초리 끝, 소중한 사랑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는 마음 끝, 그런 데서.
얼핏 보면 매우 특수한 인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것 같지만, <깐부>를 보면서 나는 인도 바깥의 것들을 더 많이 떠올렸다. 개신교와 가톨릭 사이의 분쟁과 그 안에서도 빛나는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벨파스트>부터, 지금도 분쟁이라는 이름 하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까지도. <깐부>는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의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모든 사회의 이야기이다.
다시 미라 나이르 감독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미라 나이르 감독 본인이 확인했듯, 그렇다. <살람 봄베이>가 미라 나이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였듯, <깐부> 또한 프라순 차터지라는 젊은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이다. 실제로 영화의 배경과 비슷한 지역에 10년 넘게 살았다는 그는, 실제로 본인의 삼촌도 종교 분쟁 중 사망했고 그로 인해 할아버지가 마음의 병을 얻었다는 그는, 차기작 또한 경계를 넘는 영화가 될 것이라 말한다.
<깐부>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국경선이 정해진 이래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인도의 무수한 경계와 담을 허무는 영화로, 인도뿐 아니라 세상 멀리까지 흘러가 주길 기대한다. 예술이 현실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한 번 보여주는 영화가 되길 기대한다.
[전주국제영화제 <깐부> 상영]
▶ 여기에서 영화제 기간(2022년 4월 28일~5월 7일) 내내 온라인 시청이 가능합니다. :)
▶ 5월 5일 11:30 CGV전주고사 1관에서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프레스로 참석하였습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2022년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계속 진행됩니다.
일부 온라인 상영작도 있으니 어디 계시더라도 이 시간 놓치지 마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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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비스 리뷰 - 시대의 아이콘으로 메세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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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슈퍼스타
`엘비스`의 모든 것이 뜨겁게 펼쳐진다!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
`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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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굿 보스> 1차 예고편
우수기업상 최종 후보에 오른 '블랑코 스케일즈'는
골칫거리 직원들 때문에 수상이 물 건너갈 판이다.
사장 ‘블랑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지만
그가 개입할수록 상황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게 되고
겉 보기에 완벽했던 ‘굿 보스’의 실체가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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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라일리의 새로운..추억 할머니?' 영상
“ㄱ하니..? 처음 본부에 왔던 날?” 더욱 풍성해진 ‘라일리’의 감정들! (with ‘추억’ 할머니) 6월 12일, 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 2]와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