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17 18:04:44
9월 5일 | 언론이 놓친 미덕을 비극으로부터 찾아내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현지 생중계 중이던 미국 ABC 방송국 스포츠팀. 어느 날 새벽, 올림픽 선수촌에 총성 여러 발이 울러 퍼진다.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ABC 스포츠 사장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는 본사 국제부 대신 스포츠팀이 뉴스를 보도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스포츠 운영 총괄자 '마빈'(밴 채플린)은 타 방송국과 위성 시간대를 바꾸는 협상에 돌입하고, PD '제프리'(존 마가로)도 독일인 통역사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쉬) 도움을 받아 인력과 카메라를 새로 배치한다. 갑자기 시작된 인질극 단독 생중계에는 시청자 9억 명이 몰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ABC 스포츠팀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순간, 테러범들도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파헤치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에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비밀리에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스태프 4명, 총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 경찰에 의해 범인들은 모두 사살 또는 체포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한 명과 인질 전원도 사망했다.
'뮌헨 올림픽 참사'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지목된다. 서독 경찰의 경우 대규모의 조직적 민간인 인질극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테러 진압 작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도 경찰 못지않게 비판받았다. 사건 당시 선수촌 상황이 TV로 생중계된 나머지 테러리스트들이 TV를 보면서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언론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다. 대규모 테러 인질극 보도는 전례가 없었기에 발생한 실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9월 5일: 위험한 특종> (이하 <9월 5일>)은 참사 당시 언론의 대응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그보다는 언론 내부의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오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9월 5일>의 건조한 비판은 살이 아리듯 날카롭다. 반 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내부만 들여다보다
<9월 5일>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참사를 다루고 있지만,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테러리스트가 작전 계획을 짜고, 선수촌 내부로 진입하고, 인질을 사로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식의 이미지는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카메라는 ABC 올림픽 스튜디오 외부 광경 자체를 안 비춘다. 테러리스트와 인질이 탄 헬리콥터를 보기 위해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가는 장면 정도가 몇 안 되는 예외다.
그 대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해 상황을 연출한다. 선수촌에 몰래 잠입한 현장 기자들의 전화나 무전, 선수촌을 내려다보는 카메라에 잡힌 장면, 도청한 서독 경찰의 무전 및 경찰의 공식발표가 적힌 팩스 등.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등장인물도, 관객도 외부 상황을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한편으로는 이미 유명한 사건보다는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처럼도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9월 5일>이 묘사하는 언론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 등장한 언론과는 다르다. 언론을 다루는 영화는 대체로 기자 개개인의 취재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취재원과 접촉하고,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했다.
<9월 5일>은 다르다. 이 작품은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언론 내부의 의사결정 상황에 주목한다. 누가 선수촌으로 가고 앵커와 PD는 누가 맡을지, 경찰 소식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스포츠팀이 테러 소식을 전할지 아니면 미국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 뉴스를 담당할지 등. 뉴스 한 꼭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언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침착하게 따라간다.
신속함과 생생함이라는 허상
그 덕분에 <9월 5일>은 언론인을 혼란에 빠트리는 두 가지 딜레마를 포착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매번 선택을 내려야 하는 분기점마다 현장감과 윤리, 신속함과 정확성 사이에서 고뇌한다.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언론의 가치이지만, 양립하기는 어렵기 때문. 결국 그들은 윤리보다는 현장감, 정확성보다는 신속함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제프리는 ABC 스튜디오가 선수촌 바로 옆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스튜디오 카메라 두 대를 밖으로 빼서 선수촌을 생중계하여 가장 생생한 그림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상술했듯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찰의 선수촌 진입 작전을 테러리스트에게 일러바치는 꼴이 됐기 때문. 현장감을 살리려다가 뉴스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정확성보다 신속함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물도 처참하다. 경찰이 공항에서 테러범을 모두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프리는 이를 곧장 속보로 내보낸다.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보다 늦을 경우 ABC의 신뢰성과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그 결과 오보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두 장면 모두 저널리즘의 본질적 약점을 보여준다. 다른 방송사, 언론사와의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가치와 우선시되는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방송사보다 신속하게 생생한 현장을 보여줘야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 마빈처럼 현장감에 앞서서 윤리를,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을 고려하자는 의견은 최초, 단독, 속보라는 타이틀이 가장 중시되는 언론 생태 내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미덕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눈에 띈다. 바로 영화가 호흡을 고르는 컷들이다. <9월 5일>은 급박한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 번씩 템포를 늦추면서 템포를 조절한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생중계 화면에 자막을 삽입하기 위해 알파벳 모형을 재배치하며, 현장 기자가 찍은 영상 중 필요한 장면만 편집하는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작업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진다. 사진 크기를 키우려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재촬영한 뒤 인화해야 한다. 알파벳 모형도 담당자가 손으로 배치하고, 필요한 영상도 전체에서 직접 잘라내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디지털화된 뉴스 제작 방식에 비하면 일견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품을 들이는 과정 덕분에 제프리와 그의 팀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9월 5일>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아무리 급박해도 언론은 한 템포 끊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룬과 마빈은 생중계 도중 인질이 살해당할 경우 뉴스를 끊어야 할지를 두고 대립한다. 하지만 그들이 뉴스 스튜디오 밖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 제프리의 입에서 둘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절충안이 튀어나온다.
그와 반대로 단독과 속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제프리는 인질 구출 소식을 크로스체크해야 한다는 마빈의 의견을 묵살한다. 그 순간 ABC는 제프리가 한 템포만 끊고 현장에 나간 마리안네의 연락만 기다렸어도 막을 수 있었던 희대의 오보를 내보내고 만다. 이 두 장면의 대조는 한 번 쉬어갈 줄 아는 미덕과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반 세기 전 사건을 다시 보는 이유
이는 1972년에 발생한 사건을 2025년에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언론에게 신속한 정보 전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뼈아픈 실수를 조명하는 <9월 5일>의 함의는 분명하다. 지금은 속보, 단독 경쟁이 아니라 한 호흡 쉬어가는 여유를 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보도 형태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과연 언론이 변화할지는 <9월 5일>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제프리는 자신이 오보를 책임지겠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룬은 다음 날을 위해 쉬라고 격려할 뿐 별다른 질책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풀 죽은 제프리가 룬의 사무실을 나설 때, 다른 동료는 잔뜩 흥분한 채로 룬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한다. 총격전이 발생한 공항에 헬기를 비롯한 잔해가 남아 있을 테니 가장 먼저 그 현장을 찍어서 보여주자고.
그 순간 제프리의 자책에서는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소망이, 다른 동료의 아이디어에서는 이전 관습을 되풀이하려는 언론에 대한 회의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희망과 의구심이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9월 5일>의 결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택권을 넘기면서 균형성과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수 실천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물론 <9월 5일>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단순히 도구에 머무른다. 각 주인공의 개인사가 일절 언급되지 않다 보니 관객은 그들과 교감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그 결과 때문에 좌절하더라도 감정적 동요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차분하고 침착한 수준을 넘어서서 건조해진다.
이는 비슷한 결의 작품인 <스포트라이트>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교회와 연이 있는 기자들이 가톨릭 교회의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배신감, 회의감,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녹여냈다. 이러한 감정선의 부재 때문에 <9월 5일> 마치 재연 다큐멘터리 같다. 언론 내부 사정에 관심이 없을 경우 급박한 상황 전개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서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세기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언론의 본질, 가능성과 한계를 꿰뚫어 보는 <9월 5일>의 통찰력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제3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본상, 편집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2025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을 본격적으로 즐길 시작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반 세기가 지나도 여전한 한계와 반 세기가 지났기에 기대하는 가능성의 공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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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제천에 뜬 저스틴 허위츠, 그가 초대한 재즈의 밤
제천에 뜬 저스틴 허위츠, 그가 초대한 재즈의 밤
스페셜 콘서트 현장 스케치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스페셜 콘서트가 열리는 제천 비행장은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저스틴 허위츠의 공연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흐린 날씨지만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었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흥을 돋우고 있었는데요. 7시 20분, 현장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객석 입장이 이뤄졌습니다.
조율의 첫 음 ‘라’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기대감은 점점 더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스페셜 콘서트의 시작은 영화 ‘퍼스트맨’의 ‘The Landing’이었는데요. 아폴로 11호 사령선에서 분리된 착륙선이 달에 착륙하기 직전 이 과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곡이었는데, 아마 제천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을 담은 첫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이어진 영화 위플래쉬 삽입곡. 재즈곡인 만큼 오케스트라가 아닌 재즈빅밴드와 합을 맞춰갔는데요. 바로 직전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뿜어낸 웅장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빠르고 통통 튀는 재즈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무대를 보면서 과연 허위츠는 재즈가 주전공이구나 싶었는데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허위츠는 대학 시절 클래식 전공이었고, 재즈 덕후였던 다미엔의 영향을 받아 재즈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재즈에 대해서는 오스카 피터슨의 존재만 알고 있었던 클래식 학도가 라라랜드의 재즈 음악을 작곡하다니. 그는 천재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허위츠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14년 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성큼성큼 피아노로 걸어가 영화 ‘퍼스트맨’의 ‘암스트롱’을 연주했는데,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뒤편에 위치한 덕택에 한동안 카메라와 숨바꼭질을 하는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영화에서 하프로만 연주되던 곡을 피아노 선율로 들을 수 있어서 이색적이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하는 연주여서였을까요? 약간의 실수와 함께 본인도 머쓱한 듯 웃어넘기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부가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 ‘위플래쉬’, ‘퍼스트맨’의 OST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2부는 관객들이 그토록 원하던 영화 ‘라라랜드’ 메들리로 이어졌는데요. 이번 스페셜 콘서트는 허위츠가 참여한 모든 영화의 음악을 한 공연에 올리는 최초의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존의 곡들을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편곡하거나 템포를 조정하는 등 세심한 조율이 이뤄졌다는 것이 잘 드러난 공연이기도 했습니다.라라랜드의 오프닝 곡이 시작되자마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관객의 에너지에 허위츠는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이어 나갔는데요. 지휘의 특성상 관객은 지휘자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는데, 카메라를 지휘자의 정면에 배치해 스크린에서 허위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부에서는 특히 허위츠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자신의 지휘와 솔로 연주의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화려한 스캣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그 만족감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솔로 연주자들의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스페셜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허위츠의 반주에 맞춰 부른 이충주, 민경아 배우의 ‘City of Stars’였는데요. 허위츠의 피아노 솔로 반주 위에 입혀진 매력적인 중저음의 이충주 배우 목소리와 청아한 민경아 배우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그 외에도 전나영, 이수정, 연지 리, 문은수 배우가 참여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 그대로 색색의 옷을 맞춰 입고 ‘Someone In The Crowd’를 소화한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한 여름밤의 페스티벌, 내리는 비와 함께 저스틴 허위츠와 재즈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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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찾아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볍고 장난기 가득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자라온 세대들은 ‘요즘은 그런 로맨스 코미디를 만들지 않아 아쉬워’하고 얘기하고는 한다. 그래서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가 왠지 반갑게만 느껴졌다.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한국 포스터와 주인공 리쿠와 미나미의 모습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남학생 리쿠(나카지마 켄토 역)와 여학생 미나미(미레이 역) 사이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첫눈에 반한 둘은 아기자기 귀여운 사랑을 키워 부부가 되고, 소설가를 꿈꾸던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런데 둘 사이는 점차 어긋나기 시작하고, 어느 날 눈을 뜨니 그곳은 리쿠가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일개 직장인이 되었고,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된 미나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번 영화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가 감독을 맡았다. 로맨스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과 함께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어느덧 다섯 번째 로맨스 영화를 찍는 나카지마 켄토, 영화 속 역할처럼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미레이(Milet)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본 영화는 오는 2025년 5월 22일(목)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사실 ‘일본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영화들이 있지 않은가. 기괴할 만큼 연출된 오글거리는 장면에 클리셰로 점철된 영화 말이다.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품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다소 오글거리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오프닝까지도 역시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주인공 리쿠가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뜨며 영화는 급속도로 흥미로워진다. 평행세계에서 눈을 뜬 주인공의 이야기를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리며, 특히 이를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역할에 맞게 재치 있게 풀어낸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부드럽고 몽글거리는 상상을 잘 녹여내면서, 일본 영화가 보편적으로 꺼려지게끔 하는 요소는 최소한으로 만들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영화 외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번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싱어송라이터 미레이가 여자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화다. 그런 만큼 영화 속 노래의 여운이 꽤나 남는 편이다. 메인 OST인 “I Still”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Nobody Knows”는 어디론가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시작의 설렘을 잘 담아냈다.
이미 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는다면, 다음 영화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러브 앳>(2019)은 이번 영화의 원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지닌 이 영화를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영화는 2000년대 초의 로맨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떠올릴 <이프 온리>(2004)다. 잃어버린 그녀, 되돌린 시간을 소재로 한 점에서 이번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이프 온리>가 떠올랐다. 다만 이 영화는 부디 펑펑 울어도 괜찮은 날 만나기를 바란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마음 편한 로맨스 영화가 줄어드는 요즘,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오랜만의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였다.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함께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를 즐기고 싶다면 오는 5월 22일, 극장에서 이번 영화를 만나보도록 하자.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2025)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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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걸음 더 앞으로! 로드 무비 5선
어느덧 2024년도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여는데 ‘여행’만큼 적절한 것이 없죠.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내딜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로드 무비를 함께 보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그럼 같이 떠나볼까요!
줄거리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줄거리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그렉 키니어)는 본인의 절대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레트)은 이주째 닭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폴 다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애비게일 브레슬린)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 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할아버지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는 가족 모두를 그들이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과연 후버 가족에겐 무슨 일이 생긴 것 일까?
줄거리
매일 같이 불행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만나는 런던의 정신과 의사 ‘헥터’,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뭘까 궁금해진 그는 모든 걸 제쳐두고 훌쩍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상하이의 은행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아프리카의 마약 밀매상, 생애 마지막 여행을 떠난 말기암 환자, 그리고 가슴 속에 간직해둔 LA의 첫사랑까지 ‘헥터’는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을 통해 그는 리스트를 완성해 나간다.
설레고 흥겹고 즐거운 그리고 때로는 위험천만하기까지 한 여행의 순간들, 진정한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버라이어티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줄거리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운명을 보는 마녀, 집채만 한 거인, 시간이 멈춘 유령마을까지… 믿을 수 없는 모험으로 가득한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 당신도 믿나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을 찾은 윌.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다 큰 아들에게 허풍 가득한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버지. 그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기상천외한 모험과 단 하나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이제, 믿기 힘든 이야기 속에 가려진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는데…
줄거리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찰나,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해가고…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 천 킬로미터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 PCT를 걷기로 결심한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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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gium/Netherlands/Luxembourg/France /2023/102min
핀 트로흐 Fien TROCH /월드 시네마
2023년. OTT 시장을 뒤흔든 작품이 있다. 바로 디즈니플러의 <무빙>이다. '무빙앓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무빙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상상의 능력이 우리의 이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접근성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유명한 명대사가 있다. 바로 초능력자의 삶에서 하루 아침에 평범한 공무원이 된 남편에게 아내가 한 말.
"넌 나의 쓸모야"
영화 <HOLY>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십대소녀의 이야기다. 우리 곁에서 어디서든 볼수 있는 십대 소녀 홀리. 어느날 불길한 마음이 가득하여 학교에 가지 않는데, 이는 그날 하교에서 일어난 큰 화재로부터 그녀를 구해준다. 이러한 예지력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마녀라고 취급당하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남자친구와 언니만이 유일한 대화상대이다. 그런 홀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선생님은 홀리를 자원봉사활동을 할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거기서 홀리는 다른 사람을 만지기만 해도 그들의 아픔을 회복시켜주고, 슬픔을 경감키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언제나 배경이나 엑스트라 같은 삶을 살던 홀리. 놀라운 능력을 통해 마을 사람들은 홀리를 찾게 되고 그 혼돈의 시간속에서 홀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영화의 서사는 어느덧 찾아온 가을처럼 스며들게 만든다. 이미 <썸원 엘스 해피니스><2005>를 통해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감독의 핀 트로흐는 섬세한 십대의 감성과 함께 누군가에게 주어진 능력이 축복이되기도 하고 저주가 되기한 상황을 잘 그려나가고 있다. 특별히 신인 배우를 캐스팅하여 주인공으로 열연한 배우 카탈리나 게라츠의 연기는 현실과 영화의 세계를 혼돈시킬만큼 몰입하게 만든다.
감독은 우리에게 "믿음"이라는 단어를 던지고 싶었다고 영화전 인터뷰영상에서 언급한다. 누군가를 향한 진심 어린 위로는 상대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겼을 때만 가능한것을 이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커다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타자가 아닌 사물화 시키는 모습은 결국 인격을 말살 시켜버린다는 경고 또한 우리에게 하고 있다.
가을이 오는 이 계절에 <홀리>는 타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내가 당신에게 필요할까요? 그렇다면 천천히 나의 손을 잡아보시겠어요?"
어쩌면 영화 <홀리> 는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쓸모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답니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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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글로브 수상작 한눈에 보기
제 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지난 7일 열렸는데요.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매년 전세계의 영화와 미국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인데요. 씨네픽은 '영화부문' 대표 수상작들을 정리해서 가져왔습니다
골든글로브에서 선정한 2023년을 대표한 영화들 같이 알아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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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용감한 한 걸음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낸시'와 자신의 몸과 쾌락을 탐색하고 추구하는 '리오 그랜드'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또는
"자존감이 없어진 '낸시'와 쾌활한 모습 뒤에 어딘가 감춰진 면이 있는 '리오 그랜드'.
이 둘이 서로 만나 어떻게 변화할까?"
저는 영화 <굿럭투유, 리오 그랜드>를 보면서 이 두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두어 봤는데요.
여러분도 영화를 보기 전에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보셔도 되고, 영화가 끝난 후에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ㅎㅎ
평생을 규칙적인 삶에 길들어져 공허하게 살아온 '낸시'와 사람들에게 퍼스널 서비스를 해주며 해방감을 갖도록 해주는 '리오 그랜드'.
궁금하시지 않나요?
낸시: 규칙적이고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싶어.
영화 속 '낸시'의 모습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유독 자신과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면 그녀는 금새 주눅들고 말죠.
어쩌면 자신의 몸을 아니꼽게 바라본 것일지도요.
낸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올곧은 선생님으로, 항상 규칙과 올바른 마음가짐 및 자세를 강조하며 살아왔어요.
그 어느 것도 정해진 범주 밖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죠.
전화가 오면 바로 받아야 한다든가 등등.
그랬던 그녀가 자신이 늘 강조해왔던 단정한 삶에서 탈피하여 큰 용기를 내는데요.
바로 퍼스널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이었죠.
낸시는 퍼스널 서비스를 받기 전, 그를 기다리면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어딘가 슬픈 표정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는데요.
자신이 늙으면서 변해버린 몸이 그녀의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리게 했죠.
그녀는 옷으로 자신의 몸을 꽁꽁 가린채 그나마 자신 있는 부분은 종아리뿐이라며 말하곤 해요.
이 장면은 낸시가 자신을, 자신의 몸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러한 그녀가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어떠한 모습으로 자신을 맞이하게 될까요?
리오 그랜드: 사람 간의 행해지는 육체 관계와 소통은 힘이 있어요. 사람들이 저를 통해 이 점을 알아가면 좋겠어요.
'리오 그랜드'는 쾌활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으며 개방적인 인물이에요.
낸시가 서비스를 요청한 사람이 바로 리오 그랜드이기도 하고요.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이 성적 욕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직업 만족도가 최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성관계는 자신을 알아가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그로 인한 소통은 큰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하죠.
리오 그랜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그것이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런 리오 그랜드도 유쾌한 모습 뒤에 어딘가 어두운 면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는 어떤 속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는 자신의 일에 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족에게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지 않아요.
낸시가 얼핏 가족 얘기를 꺼내면, 리오 그랜드는 밝았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는 모습을 자주 비추죠.
그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뒤엉켜놀며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집으로 들어오고, 이 광경을 맞닥뜨리게 돼요.
그 이후부터 엄마는 자신의 아들인 리오 그랜드를 무시하며 사람들에게 아들은 죽었다며 없다며 말하고 다니죠.
리오 그랜드가 수백 번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 아픔이 있었던 리오 그랜드는 차마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리오 그랜드도 굉장히 예민하고 아픔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어요.
그런 그가 낸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처음 저는 <굿럭투유, 리오 그랜드> 영화가 관계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이루어지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성관계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주게 만드는 영화더라고요.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저는 영화 속 몇 가지 포인트 및 매력에 관해 얘기해볼까 해요.
1.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과의 마주침
저는 낸시와 리오 그랜드, 서로가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모습이 완전히 뒤바뀐 점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어요.
덩달아 흐뭇해졌다고 할까요.
둘은 첫 만남때부터 성급히 관계를 맺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는데요.
관계를 맺고자 해도 낸시는 끝내 머뭇거리는 등 관계보다는 아무래도 대화를 우선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늘로 떠난 남편과도 관계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낸시에게 있어 관계는 아무래도 조금은 두려웠을 거예요.
이 둘이 관계가 우선이 아닌,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그런 다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 가장 인상 깊었고 동시에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되었어요.
첫 만남, 두 번째 만남, 세 번째 만남, 네 번째 만남 모두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맞춰가는 과정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짐작해요.
낸시와 리오 그랜드 모두 각자 자신이 속으로 품고 있던 부정적인 모습이나 감정을 소통을 통해 힘들어도 부딪혀보려고 노력했으니까요.
그 결과, 그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비로서 웃음을 되찾게 되죠.
낸시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되었으며, 처음 거울을 보았을 때와는 달리 자신감을 되찾고 나서 거울을 봤을 때 자기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가 뒤바뀌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리오 그랜드 역시 낸시가 자기 정보를 캐고 엄마 얘기를 꺼냈을 때 아주 민감했다면, 소통을 통해 모두 털어놓은 이후부터는 마음의 여유와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게 그의 웃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2. 공간
영화의 주 공간 배경은 '호텔'인데요.
영화의 첫 시작부터 거의 마무리될 때까지 호텔이라는 한 공간 속에서 쭉 이어진다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공간이 여러 번 다채롭게 바뀌지 않고 한 공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오히려 그 둘의 속사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들의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더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요.
호텔이라는 한 공간에서 주로 이어진다고 하니 지루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런 걱정도 잠시 영화를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서 또 개인의 취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요.)
저는 영화가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편에 속하는데요.
제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건, 공간의 역할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성에 관해 바라보는 관점이 영화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용감해진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장 눈여겨 봤던 점!
=> 낸시와 리오 그랜드, 서로가 만나 어떻게 변화했는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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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예고편 보기 전 필수 영상 | 신비한 동물사전 신동사 1,2편 결말포함 영화리뷰 | 그린델왈드의 범죄 | 신동사 | 해리 포터 HBO Max |
?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예고편 리뷰 대신
+ 신바한 동물사전(2016)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 영화정보
1. 신비한 동물사전(2016)
2.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
3.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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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리] 리뷰:청각장애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따뜻한 영화
#나는보리#영화리뷰#청각장애인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로 인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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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프레지던트> 메인 예고편
술과 여자, 제멋대로 방탕한 삶을 살던 부시.
대통령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에 출마한 주지사 선거에 덜컥 당선된다.
내친김에 나선 대통령 선거. 맙소사! 눈 떠보니 이제 미 대통령이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단단히 기분 잡쳐 ‘악의 축’ 전쟁을 선포하고
전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와 대규모 반전 시위로 발칵 뒤집히는데…
투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유쾌한 고발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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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레타 툰베리> 메인 예고편
“어째서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야 합니까?”
기후 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한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
그녀가 쏘아 올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 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되기까지!
700만을 움직인 그녀의 외침에 주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