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17 18:04:44
9월 5일 | 언론이 놓친 미덕을 비극으로부터 찾아내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현지 생중계 중이던 미국 ABC 방송국 스포츠팀. 어느 날 새벽, 올림픽 선수촌에 총성 여러 발이 울러 퍼진다.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ABC 스포츠 사장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는 본사 국제부 대신 스포츠팀이 뉴스를 보도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스포츠 운영 총괄자 '마빈'(밴 채플린)은 타 방송국과 위성 시간대를 바꾸는 협상에 돌입하고, PD '제프리'(존 마가로)도 독일인 통역사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쉬) 도움을 받아 인력과 카메라를 새로 배치한다. 갑자기 시작된 인질극 단독 생중계에는 시청자 9억 명이 몰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ABC 스포츠팀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순간, 테러범들도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파헤치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에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비밀리에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스태프 4명, 총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 경찰에 의해 범인들은 모두 사살 또는 체포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한 명과 인질 전원도 사망했다.
'뮌헨 올림픽 참사'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지목된다. 서독 경찰의 경우 대규모의 조직적 민간인 인질극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테러 진압 작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도 경찰 못지않게 비판받았다. 사건 당시 선수촌 상황이 TV로 생중계된 나머지 테러리스트들이 TV를 보면서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언론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다. 대규모 테러 인질극 보도는 전례가 없었기에 발생한 실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9월 5일: 위험한 특종> (이하 <9월 5일>)은 참사 당시 언론의 대응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그보다는 언론 내부의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오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9월 5일>의 건조한 비판은 살이 아리듯 날카롭다. 반 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내부만 들여다보다
<9월 5일>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참사를 다루고 있지만,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테러리스트가 작전 계획을 짜고, 선수촌 내부로 진입하고, 인질을 사로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식의 이미지는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카메라는 ABC 올림픽 스튜디오 외부 광경 자체를 안 비춘다. 테러리스트와 인질이 탄 헬리콥터를 보기 위해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가는 장면 정도가 몇 안 되는 예외다.
그 대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해 상황을 연출한다. 선수촌에 몰래 잠입한 현장 기자들의 전화나 무전, 선수촌을 내려다보는 카메라에 잡힌 장면, 도청한 서독 경찰의 무전 및 경찰의 공식발표가 적힌 팩스 등.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등장인물도, 관객도 외부 상황을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한편으로는 이미 유명한 사건보다는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처럼도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9월 5일>이 묘사하는 언론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 등장한 언론과는 다르다. 언론을 다루는 영화는 대체로 기자 개개인의 취재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취재원과 접촉하고,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했다.
<9월 5일>은 다르다. 이 작품은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언론 내부의 의사결정 상황에 주목한다. 누가 선수촌으로 가고 앵커와 PD는 누가 맡을지, 경찰 소식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스포츠팀이 테러 소식을 전할지 아니면 미국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 뉴스를 담당할지 등. 뉴스 한 꼭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언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침착하게 따라간다.
신속함과 생생함이라는 허상
그 덕분에 <9월 5일>은 언론인을 혼란에 빠트리는 두 가지 딜레마를 포착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매번 선택을 내려야 하는 분기점마다 현장감과 윤리, 신속함과 정확성 사이에서 고뇌한다.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언론의 가치이지만, 양립하기는 어렵기 때문. 결국 그들은 윤리보다는 현장감, 정확성보다는 신속함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제프리는 ABC 스튜디오가 선수촌 바로 옆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스튜디오 카메라 두 대를 밖으로 빼서 선수촌을 생중계하여 가장 생생한 그림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상술했듯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찰의 선수촌 진입 작전을 테러리스트에게 일러바치는 꼴이 됐기 때문. 현장감을 살리려다가 뉴스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정확성보다 신속함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물도 처참하다. 경찰이 공항에서 테러범을 모두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프리는 이를 곧장 속보로 내보낸다.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보다 늦을 경우 ABC의 신뢰성과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그 결과 오보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두 장면 모두 저널리즘의 본질적 약점을 보여준다. 다른 방송사, 언론사와의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가치와 우선시되는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방송사보다 신속하게 생생한 현장을 보여줘야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 마빈처럼 현장감에 앞서서 윤리를,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을 고려하자는 의견은 최초, 단독, 속보라는 타이틀이 가장 중시되는 언론 생태 내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미덕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눈에 띈다. 바로 영화가 호흡을 고르는 컷들이다. <9월 5일>은 급박한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 번씩 템포를 늦추면서 템포를 조절한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생중계 화면에 자막을 삽입하기 위해 알파벳 모형을 재배치하며, 현장 기자가 찍은 영상 중 필요한 장면만 편집하는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작업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진다. 사진 크기를 키우려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재촬영한 뒤 인화해야 한다. 알파벳 모형도 담당자가 손으로 배치하고, 필요한 영상도 전체에서 직접 잘라내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디지털화된 뉴스 제작 방식에 비하면 일견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품을 들이는 과정 덕분에 제프리와 그의 팀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9월 5일>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아무리 급박해도 언론은 한 템포 끊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룬과 마빈은 생중계 도중 인질이 살해당할 경우 뉴스를 끊어야 할지를 두고 대립한다. 하지만 그들이 뉴스 스튜디오 밖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 제프리의 입에서 둘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절충안이 튀어나온다.
그와 반대로 단독과 속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제프리는 인질 구출 소식을 크로스체크해야 한다는 마빈의 의견을 묵살한다. 그 순간 ABC는 제프리가 한 템포만 끊고 현장에 나간 마리안네의 연락만 기다렸어도 막을 수 있었던 희대의 오보를 내보내고 만다. 이 두 장면의 대조는 한 번 쉬어갈 줄 아는 미덕과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반 세기 전 사건을 다시 보는 이유
이는 1972년에 발생한 사건을 2025년에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언론에게 신속한 정보 전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뼈아픈 실수를 조명하는 <9월 5일>의 함의는 분명하다. 지금은 속보, 단독 경쟁이 아니라 한 호흡 쉬어가는 여유를 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보도 형태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과연 언론이 변화할지는 <9월 5일>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제프리는 자신이 오보를 책임지겠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룬은 다음 날을 위해 쉬라고 격려할 뿐 별다른 질책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풀 죽은 제프리가 룬의 사무실을 나설 때, 다른 동료는 잔뜩 흥분한 채로 룬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한다. 총격전이 발생한 공항에 헬기를 비롯한 잔해가 남아 있을 테니 가장 먼저 그 현장을 찍어서 보여주자고.
그 순간 제프리의 자책에서는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소망이, 다른 동료의 아이디어에서는 이전 관습을 되풀이하려는 언론에 대한 회의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희망과 의구심이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9월 5일>의 결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택권을 넘기면서 균형성과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수 실천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물론 <9월 5일>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단순히 도구에 머무른다. 각 주인공의 개인사가 일절 언급되지 않다 보니 관객은 그들과 교감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그 결과 때문에 좌절하더라도 감정적 동요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차분하고 침착한 수준을 넘어서서 건조해진다.
이는 비슷한 결의 작품인 <스포트라이트>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교회와 연이 있는 기자들이 가톨릭 교회의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배신감, 회의감,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녹여냈다. 이러한 감정선의 부재 때문에 <9월 5일> 마치 재연 다큐멘터리 같다. 언론 내부 사정에 관심이 없을 경우 급박한 상황 전개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서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세기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언론의 본질, 가능성과 한계를 꿰뚫어 보는 <9월 5일>의 통찰력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제3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본상, 편집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2025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을 본격적으로 즐길 시작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반 세기가 지나도 여전한 한계와 반 세기가 지났기에 기대하는 가능성의 공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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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의상을 담당한 패션디자이너 8인
패션 디자이너가 해석한 영화와 캐릭터는 어떨까?
90년대 부의 상징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부터 아방가르드 대표명사 장 폴 고티에의 <제 5원소>까지! 패션 디자이너가 해석한 영화와 캐릭터 같이 만나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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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느와르를 경험할 각오, 전도연의 얼굴
9년 만이다. <리볼버> 이후, 전도연, 오승욱 감독이 손을 잡고 만든 <리볼버>가 관객을 찾아왔다. 제목부터 풍기는 하드보일드 액션의 잔향이 짙어 보이지만, 그 반대다. 뜨겁고 찐한 지옥 불의 붉은 향이 아닌 차디찬 냉기만 흐르는 녹야의 푸르고 녹색 향이 가득하다. 감정의 파고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최대한 보여주지 않고 감내한다. ‘리볼버’의 쓰임새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격발이 아닌 격발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 작품. 이 영화를 볼 관객이라면 이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전도연의 얼굴도.
하수영(전도연)은 멋진 경찰이 아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 비리를 저지른 경찰이다. 그 죗값으로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한다.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7억을 주겠다는 의문의 남자 앤디(지창욱)의 말만 믿고 2년 동안 콩밥을 먹었지만, 정작 손에 쥐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연인이자 앤디와 가깝게 지낸 임석용(이정재)은 자살로 위장한 타살로 세상을 떴고, 그를 도와줄 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그녀는 혼자라도 약속한 돈을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수영 앞에 묘령의 여인 정윤선(임지연)이 찾아오고, 그녀는 과거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더 이상 죄짓고 싶지 않은 한 인간의 몸부림!
<리볼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죄를 지은 사람이 더 큰 죄를 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영화다. 하수영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과정처럼 보인다. 감옥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받아야 하는 7억이란 돈은 행동을 위한 목적일 뿐, 정작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지옥이란 파멸의 길을 들어서지 않으며 본인 스스로 이 죄를 씻고자 하는 마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은 모두가 죄인인데, 비리 경찰은 물론, 돈을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심지어 사람도 죽인다. 마치 발을 헛디디면 돌아올 수 없는 죄악의 강물에 빠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수영 또한 그 강물에 빠졌던 이로써 더 이상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야 교도소 복역 이후 정체성이 상실된 그녀가 과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고 사람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수가 다 읽힌다 하더라도 적을 향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리볼버다. 한 발이라도 쏘면 살인죄라는 더 큰 죄를 짓게 하는 이 총은 그녀의 의지와 신념을 시험하는 물건이다. 이를 건넨 이는 수영으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 버린 경찰 선배 민기현(정재영). 이 악독한 선배의 의중에 반기를 들 듯 수영은 차분히 그가 자주 사용했던 삼단봉도 함께 가져가고, 리볼버보단 이 무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앤디와의 첫 격투 장면이나, 이후 후반부 숲 대결 장면에서 그녀는 총이 아닌 삼단봉으로 자신의 적을 처단한다. 마치 그 덫에 절대 빠지지 않을 거라고 민기현에게 보란 듯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가까이 하기 엔 너무 먼 수영, 다 이유가 있다?오승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리볼버>의 형식은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소룡이 총 7명의 악당과 싸워 이기는 것처럼 수영 또한 7명의 무뢰한을 만난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얻는 것 또한 같다. 물론 이소룡처럼 권격 액션이 아닌 구강 액션으로 승부한다는 건 다르지만, 수영은 이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런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초반 수영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다. 플래시백을 통해 전사가 나오지만, 속이 텅 비어있는 듯한 그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뢰한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초반 멀어진 간극은 점점 좁혀진다. 물론, 차디찬 냉기와 차가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지만 말이다.|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각오!
무조건 직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수영처럼, 오승욱 감독 또한 기존 느와르 장르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미니멀리즘한 느와르를 탄생시킨다. 장르적 쾌감은 덜하고, 뭔지 모를 배신감은 들지만,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진귀한 물건을 보는 새로움처럼, 이 영화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다분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도연의 얼굴이다. 오승욱 감독은 ‘얼굴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많이 쓴다. 특히 전도연의 얼굴을 이렇게 가깝게 오래도록 본 영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수많은 영화에서 인상 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던 전도연임에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처연함, 후회, 슬픔, 피로 등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미세하게 달라지는 이 노련한 배우의 표정은 그 자체로 영화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어떻게든 관객을 설득하는 전도연의 연기, 그리고 마지막 비 오는 바닷가에서 내뱉는 ‘날숨’만 봐도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까지 꼭 봐야할 가치가 있다.
무채색과도 같은 수영과 달리, 적으로 간주되는 무뢰한들은 각기 다른 현란한색을 표출하듯 개성이 남다르다. 특히 절묘한 양다리를 걸치면서도 수영과 연대를 자처하는 임지연은 캐릭터의 이중성과 모호함을 무기삼아 한층 매력을 더하고, 지창욱은 극 중 불리는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닉네임처럼 그 느낌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김준한, 김종수, 정만식,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또한 영화의 매력을 한층 살린다.
오승욱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리볼버>는 허우 샤오시엔의 2016년작 <자객 섭은낭>을 떠올리게 한다. 무협 형식을 가져오되,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자객을 등장시켜 우리가 알고 있는 무협 장르의 쾌감을 걷어낸 이 영화는 그 자리에 사랑하는 것(또는 대상)을 죽이지 않겠다는 인간의 신념을 넣는다. 결은 다르지만 수영 또한 그 신념과 맞닿아 있다. 죄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으며 밑바닥까지 가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간답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극 중 수영의 차가운 표정 뒤에 숨은 마음의 격량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낯선 느와르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격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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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국내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국내 누적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하며 개봉 2주 차에도 1위의 자리를 유지한 <미키 17>은 지난 7일 북미에서도 첫선을 보였습니다.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말 1,9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위에 올랐지만,
제작비가 1억 1,800만 달러에 달하는 만큼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는 다소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더불어, 8,000만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더한다면,극장 개봉만으로 손익을 맞추려면 최소 2억 7,500만~3억 달러의 글로벌 흥행 수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키 17>는 해외에서는 66개 지역에서 2,540만 달러를 벌었으며,한국 개봉을 포함한 해외 수익은 현재까지 3,420만 달러, 전 세계 총수익은 5,330만 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2, 3위는 애니메이션 <퇴마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상 <콘클라베>가
각각 누적 관객 수 38만 명, 7만 명을 기록하며 2위와 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여전히 대형 영화들이 강세입니다.마블 스튜디오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누적 수익 1억 7,658만 달러를 돌파하며 2위를,
우디 해럴슨, 시무 리우가 주연을 맡은 실화 바탕 영화 <라스트 브레스>가 누적 수익 1,465만 달러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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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아이 대신 교복 입고, 연극 무대에 선다
- 장기자랑The Talent ShowCast감독: 이소현Synopsis중년 여성들이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고 극단을 만들었다.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연극을 그만둘 수가 없다.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Review연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중년 여성들이 모여 극단을 만듭니다. 그들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립니다.이 극단의 이름이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무대에 선 배우들은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들의 엄마들입니다. 엄마들은 연극이라는 도구를 통해 열여덟의 나이에 시간이 멈춰버린 아이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연극의 의미는 비단 애도만은 아닙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자아를 되찾는 세월호 유가족의 연극 도전기 <장기자랑>을 보고 왔습니다.⊙ ⊙ ⊙연극, 애도와 욕망의 매개체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여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임에서 시작했습니다. 괴로운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에 함께 커피를 배우고 희곡을 읽던 엄마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바로 그곳에서 탄생했죠.연극 ‘장기자랑’은 수학여행 장소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완결하는 작품입니다. 엄마들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열여덟의 아이들을 연기하죠. 자신들의 아이는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연극 ‘장기자랑’ 속 아이들은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합니다. 아이들의 꿈, 성격, 취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물들을 연기하는 엄마 배우들은 “아프면서도 좋다”고 말합니다.뭐라도 해보려고 시작한 연극, 그 속에서 엄마들은 색다른 감정과도 마주합니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경험은 아내이자 엄마로 살면서 숨겨왔던 욕심, 욕망, 욕구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주었거든요. 연극을 시작한 뒤, 애진 엄마는 자기주장이 늘어 생전 해본 적 없는 말싸움을 했다고 말합니다. 짜릿한 연극 예술의 마력에 빠진 예진 엄마와 영민 엄마는 하고 싶은 배역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요. 영화 <장기자랑>이 슬픔으로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영화 속에는 연극을 통해 잠시나마 아이를 잃은 죄책감, 공허함, 슬픔에서 벗어나 자아를 되찾는 여정에 오른 엄마들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더 좋은 배역을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싸우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유가족분들도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네.’ 이 메모를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제가 지금까지 안경을 끼고 유가족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가족은 종일 슬퍼만 할 거야, 유가족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야, 유가족은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할 거야. 하지만 유가족이라고 24시간 365일 내내 슬퍼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유가족에게도, 피해자에게도 일상은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더 나은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몫이죠.사회가 제 몫을 다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연극이라는 매개체로 연대하며 자기 자신을 돌보아내는 엄마들이 대단하고 멋집니다. 감히, 편견의 잣대로 그들을 바라보려 했던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2016년 4월의 그날 아침은 제 머릿속에도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아침 자습을 하던 중에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 재학생들은 바로 다음 주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었고, 저는 1년 전에 같은 회사의 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었습니다. 학교에 가면 곧바로 핸드폰을 제출하는데, 그날은 왜인지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비롯해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은 몇몇 아이들이 계속해서 세월호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전원 구조’라는 최악의 오보를 두 눈으로 목격하기도 했죠.올해로 벌써 세월호 참사 8주년이 되었습니다. 때때로 나와 비슷한 어른으로 자랐을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떠나간 사람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합니다. 엄마들이 연극 무대에서 자신을 ‘OO 엄마’라고만 소개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이름을 한 번 더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죠. 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예진, 영만, 순범, 동수, 수인, 윤민이를 비롯한 304명의 이름을.⊙ ⊙ ⊙추신. 처음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보았습니다. 자막을 켜고 시청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많아져 한글 자막은 익숙했지만, 장면 하나하나 꼼꼼하게 해설해주는 내레이션은 꽤 낯설었습니다. 낯섦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의도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시청해야겠습니다.Schedule in DMZ DOCS2022.09.25(일)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17:002022.09.27(화)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4관 10:302022.09.27(화)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3호 17:00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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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영화, <하얼빈>의 울림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의 과정을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 모든 것을 바쳐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들의 내면과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아내는 <하얼빈>이 “독립운동을 세련되게 표현한 영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내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내와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여행 시에 영화의 배경이 된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후원한 최재형 선생의 집과 안중근 의사를 포함한 12명의 독립군이 왼손의 약지(藥指)를 끊어 피로서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大韓獨立)’이란 글자를 쓰며 맹세한 단지동맹(斷指同盟)의 현장에 가보았기에 영화가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은 웅장한 스케일의 장면들과 섬세한 감정선의 균형을 조화롭게 풀어냅니다.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담백한 연출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조율합니다. 감독은 안중근이 단순한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결단,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를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현빈 (안중근 역)은 안중근을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고, 대사를 절제하면서도 몸짓과 표정으로 인간적인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박정민 (우덕순 역)은 단순히 안중근의 조력자가 아니라, 독립운동에 대한 의병들의 역할과 희생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허구의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서사의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은 픽션 속 캐릭터이나, 영화전개에 강렬한 드라마를 부여합니다. 조우진은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독립운동의 복잡한 현실과 그들의 희생과 갈등을 실감 나게 전달합니다. 공부인(전여빈)은 독립군들 사이에서 희생과 헌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눈빛과 몸짓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생생히 전달하며 영화의 감정적 여운을 더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중근 의사가 말합니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말은 그의 희생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날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도우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문학적인 질문과 일맥상통합니다.
영화 속에서 안중근이 동지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사는 개인의 희생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느끼게 합니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과거의 희생이 오늘날 우리를 지탱하고 있음을 일깨우며, 우리의 현재 행동이 미래를 위한 희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역사를 기억하고, 그로부터 배운다.'는 뜻을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만들어 나가라’는 성찰을 제공합니다.
영화의 제작비는 약 300억 원이며, 손익분기점은 약 720만 관객이라고 합니다. 영화를 찍는 데 상업성과 오락성은 거의 들어내었습니다. 대신 허구의 인물인 모리 중좌와 밀정을 등장시켜 드라마의 극적효과를 높입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지점입니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이 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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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
올해 두번째 '못 일어나겠어' 작품입니다.
(= 만점영화)
일단 이 영화 진짜 좋습니다.
좋은 이유:
1. No CG, 올 로케이션이 주는 미적 쾌감
영화를 보면서, 씨지로 구현할 수 없는 질감들이 보이길래 '아 설마 올 로케?' 했는데.. 역시나 였다..
진짜 이 영화는 카메라 구도나 미장센 등 이게 현실로 가능하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은데.. 정말 놀랍다.
2. 현실과 이야기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슬픔
이게 내가 이 영화를 극찬하는 포인트다.
물론 미장센, 연출 다 좋지만, 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주인공이 아이를 통해 모르핀을 구해 자살을 하기위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이 이야기와 주인공의 현실이 묘하게 맞물리나 그 사이 간극이 너무나도 커서 마지막에 그것들이 잘 맞물리지 않고 헤매게 된다.
난 이 장면이 진짜 내가 올 해 본 모든 장면 중 세 손가락에 든다고 생각한다.
(이게 그 장면인데 진짜... 너무 슬프다..)
3. 이 세상 모든 '로이'들에게
가장 마지막 장면은 알렉산드리아가 영화들에서 스턴트를 하는 로이를 찾는 나레이션과 함께 여러 고전 액션 영화들의 장면들이 지나간다.
이 장면은 마치 영화 뒤의 이 세상 모든 '로이'들에게 헌사하는 장면 같아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나만 그런건가.. 마지막에 다같이 모여 영화를 보고, 영화의 장면장면들이 흘러가는 엔딩을 보고있으니 문득 '시네마 천국'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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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장면
(이 장면도 앞서 말한 장면의 연장선이다. 같은 파트)
이 색감도 너무 좋고, 모든 것을 포기한 로이의 모습이 너무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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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4주 최신 개봉영화(귀문, 레미니 센스, 마더스 인스팅트, 여름날 우리, 캐논볼)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8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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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Weekend Choic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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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마스크걸> 티저 예고편
3개의 이름 3번의 인생 3번의 살인 ""난 마스크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8월 1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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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애콜라이트> 티저 예고편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 힘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