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2-17 18:04:44
9월 5일 | 언론이 놓친 미덕을 비극으로부터 찾아내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현지 생중계 중이던 미국 ABC 방송국 스포츠팀. 어느 날 새벽, 올림픽 선수촌에 총성 여러 발이 울러 퍼진다.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대표팀 숙소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ABC 스포츠 사장 '룬 알리지'(피터 사스가드)는 본사 국제부 대신 스포츠팀이 뉴스를 보도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스포츠 운영 총괄자 '마빈'(밴 채플린)은 타 방송국과 위성 시간대를 바꾸는 협상에 돌입하고, PD '제프리'(존 마가로)도 독일인 통역사 '마리안네'(레오니 베네쉬) 도움을 받아 인력과 카메라를 새로 배치한다. 갑자기 시작된 인질극 단독 생중계에는 시청자 9억 명이 몰리며 대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ABC 스포츠팀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순간, 테러범들도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
피할 수 없는 비극을 파헤치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에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인 '검은 9월단'이 비밀리에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했다. 그들은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5명, 심판 2명, 코칭스태프 4명, 총 11명을 인질로 잡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포로 234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서독 경찰에 의해 범인들은 모두 사살 또는 체포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경찰 한 명과 인질 전원도 사망했다.
'뮌헨 올림픽 참사'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소가 지목된다. 서독 경찰의 경우 대규모의 조직적 민간인 인질극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테러 진압 작전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언론도 경찰 못지않게 비판받았다. 사건 당시 선수촌 상황이 TV로 생중계된 나머지 테러리스트들이 TV를 보면서 서독 경찰의 진압 작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
물론 언론 입장에서도 변명거리는 있다. 대규모 테러 인질극 보도는 전례가 없었기에 발생한 실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9월 5일: 위험한 특종> (이하 <9월 5일>)은 참사 당시 언론의 대응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며, 그보다는 언론 내부의 메커니즘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오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9월 5일>의 건조한 비판은 살이 아리듯 날카롭다. 반 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내부만 들여다보다
<9월 5일>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영화는 뮌헨 올림픽 참사를 다루고 있지만,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테러리스트가 작전 계획을 짜고, 선수촌 내부로 진입하고, 인질을 사로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식의 이미지는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카메라는 ABC 올림픽 스튜디오 외부 광경 자체를 안 비춘다. 테러리스트와 인질이 탄 헬리콥터를 보기 위해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가는 장면 정도가 몇 안 되는 예외다.
그 대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해 상황을 연출한다. 선수촌에 몰래 잠입한 현장 기자들의 전화나 무전, 선수촌을 내려다보는 카메라에 잡힌 장면, 도청한 서독 경찰의 무전 및 경찰의 공식발표가 적힌 팩스 등. 이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다준다. 우선 등장인물도, 관객도 외부 상황을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서스펜스가 극대화된다. 한편으로는 이미 유명한 사건보다는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게만 집중하겠다는 선언처럼도 느껴진다.
흥미롭게도 <9월 5일>이 묘사하는 언론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 등장한 언론과는 다르다. 언론을 다루는 영화는 대체로 기자 개개인의 취재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취재원과 접촉하고, 과거 자료를 분석하는 모습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했다.
<9월 5일>은 다르다. 이 작품은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이 영화는 오로지 언론 내부의 의사결정 상황에 주목한다. 누가 선수촌으로 가고 앵커와 PD는 누가 맡을지, 경찰 소식은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스포츠팀이 테러 소식을 전할지 아니면 미국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 뉴스를 담당할지 등. 뉴스 한 꼭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언론 내부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침착하게 따라간다.
신속함과 생생함이라는 허상
그 덕분에 <9월 5일>은 언론인을 혼란에 빠트리는 두 가지 딜레마를 포착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매번 선택을 내려야 하는 분기점마다 현장감과 윤리, 신속함과 정확성 사이에서 고뇌한다.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언론의 가치이지만, 양립하기는 어렵기 때문. 결국 그들은 윤리보다는 현장감, 정확성보다는 신속함을 우선순위로 두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일례로 제프리는 ABC 스튜디오가 선수촌 바로 옆에 위치했다는 이점을 살리기로 결정한다. 스튜디오 카메라 두 대를 밖으로 빼서 선수촌을 생중계하여 가장 생생한 그림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상술했듯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찰의 선수촌 진입 작전을 테러리스트에게 일러바치는 꼴이 됐기 때문. 현장감을 살리려다가 뉴스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우를 범한 셈이다.
정확성보다 신속함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물도 처참하다. 경찰이 공항에서 테러범을 모두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프리는 이를 곧장 속보로 내보낸다. 다른 방송사나 언론사보다 늦을 경우 ABC의 신뢰성과 지위가 손상될 수 있다고 걱정하면서. 그 결과 오보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두 장면 모두 저널리즘의 본질적 약점을 보여준다. 다른 방송사, 언론사와의 경쟁 때문에 필연적으로 평가절하되는 가치와 우선시되는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방송사보다 신속하게 생생한 현장을 보여줘야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 마빈처럼 현장감에 앞서서 윤리를, 신속함보다는 정확성을 고려하자는 의견은 최초, 단독, 속보라는 타이틀이 가장 중시되는 언론 생태 내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의 미덕
이 지점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눈에 띈다. 바로 영화가 호흡을 고르는 컷들이다. <9월 5일>은 급박한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한 번씩 템포를 늦추면서 템포를 조절한다.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생중계 화면에 자막을 삽입하기 위해 알파벳 모형을 재배치하며, 현장 기자가 찍은 영상 중 필요한 장면만 편집하는 모습을 비추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작업은 아날로그로 이루어진다. 사진 크기를 키우려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재촬영한 뒤 인화해야 한다. 알파벳 모형도 담당자가 손으로 배치하고, 필요한 영상도 전체에서 직접 잘라내야 한다. 현재 방송사의 디지털화된 뉴스 제작 방식에 비하면 일견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품을 들이는 과정 덕분에 제프리와 그의 팀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을 충분히 검토한 뒤 결정할 여유가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9월 5일>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아무리 급박해도 언론은 한 템포 끊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룬과 마빈은 생중계 도중 인질이 살해당할 경우 뉴스를 끊어야 할지를 두고 대립한다. 하지만 그들이 뉴스 스튜디오 밖에서 한 박자 쉬어가자 제프리의 입에서 둘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절충안이 튀어나온다.
그와 반대로 단독과 속보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제프리는 인질 구출 소식을 크로스체크해야 한다는 마빈의 의견을 묵살한다. 그 순간 ABC는 제프리가 한 템포만 끊고 현장에 나간 마리안네의 연락만 기다렸어도 막을 수 있었던 희대의 오보를 내보내고 만다. 이 두 장면의 대조는 한 번 쉬어갈 줄 아는 미덕과 여유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반 세기 전 사건을 다시 보는 이유
이는 1972년에 발생한 사건을 2025년에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 언론에게 신속한 정보 전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언론이 다루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가 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이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뼈아픈 실수를 조명하는 <9월 5일>의 함의는 분명하다. 지금은 속보, 단독 경쟁이 아니라 한 호흡 쉬어가는 여유를 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보도 형태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과연 언론이 변화할지는 <9월 5일>도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 제프리는 자신이 오보를 책임지겠다며 자책한다. 하지만 룬은 다음 날을 위해 쉬라고 격려할 뿐 별다른 질책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풀 죽은 제프리가 룬의 사무실을 나설 때, 다른 동료는 잔뜩 흥분한 채로 룬에게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한다. 총격전이 발생한 공항에 헬기를 비롯한 잔해가 남아 있을 테니 가장 먼저 그 현장을 찍어서 보여주자고.
그 순간 제프리의 자책에서는 언론의 변화를 바라는 소망이, 다른 동료의 아이디어에서는 이전 관습을 되풀이하려는 언론에 대한 회의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로 이 장면 때문에 희망과 의구심이 순간적으로 교차되는 <9월 5일>의 결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택권을 넘기면서 균형성과 공정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손수 실천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물론 <9월 5일>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단순히 도구에 머무른다. 각 주인공의 개인사가 일절 언급되지 않다 보니 관객은 그들과 교감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자기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그 결과 때문에 좌절하더라도 감정적 동요가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차분하고 침착한 수준을 넘어서서 건조해진다.
이는 비슷한 결의 작품인 <스포트라이트>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교회와 연이 있는 기자들이 가톨릭 교회의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배신감, 회의감, 고뇌를 직간접적으로 녹여냈다. 이러한 감정선의 부재 때문에 <9월 5일> 마치 재연 다큐멘터리 같다. 언론 내부 사정에 관심이 없을 경우 급박한 상황 전개마저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농후해진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서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세기의 차이를 뛰어 넘어서 언론의 본질, 가능성과 한계를 꿰뚫어 보는 <9월 5일>의 통찰력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제30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본상, 편집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2025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을 본격적으로 즐길 시작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반 세기가 지나도 여전한 한계와 반 세기가 지났기에 기대하는 가능성의 공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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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하고도 처연한 연애의 종말
누군가 말했다. 연애는 살면서 다른 사람을 깊이 연구해보게 되는 몇 안 되는 경험이라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내 기분은 좌지우지되며 쉽게 내뱉는 말들은 서로 예상치 못한 상처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연애는 쉽게 시작한다 하여 쉽게 끝나지 않고, 힘들게 시작한다고 하여 어렵게 끝나는 것도 아닌지라 누가 손을 놓아버리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의 마음이 식어버리는 동시에 이 관계에 사형선고가 내려지며, 통보하는 사람과 통보받는 쪽은 그 둘의 연애가 어떠하였을지라도 그 끝에 다다라야지만 결말을 알 수 있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가볍게 시작한 연애의 씁쓸한 대가와 로맨스라고는 조금도 가미되지 않은 현실을 그렸다.
갈비탕 집 아들로 어머니 밑에서 근근이 일을 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사실은 반 백수나 다름이 없는 영운. 그는 어느 날 당돌하고도 섹시한 여자 연아에게 대시를 받는다. 그렇게 결혼할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운은 연아와 화끈한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시작이 가벼운 연애였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연애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영운을 향하는 연아의 마음은 어느덧 진심이 되어 그가 결혼한 유부남이 된 후에도 좀처럼 그를 끊어내지 못한다. 같은 동료들에게 횡포를 일삼는 룸살롱 이사에게도 당돌하게 덤비던 연아는, 사랑 앞에서 점점 구차해져만 가고 그런 연아를 지켜보는 영운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괴롭기만 하다.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이것을 현실 연애로 보는 것이 마땅한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히 나뉜다. 누군가는 '우유부단한 쓰레기 남자 주인공에게 휘둘리는 불쌍한 여자 주인공'이라 평하기도 하였으며 또 누군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연애'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영화의 영상이 올라간 유튜브 댓글에는 이 영화를 현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연애를 하였기에 이런 영화에 공감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전에 영화의 제작노트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특별한 커플, 연아와 영운은 치열한 육박전도 육두문자가 남발하는 황당한 설전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화끈한 연애를 한다. 장난처럼 사랑을 시작한 두 남녀의 대책 없는 연애를 그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이미 <파이란>의 작가로 진정한 삶과 사랑의 모습을 선보였던 김해곤 감독의 첫 영화로 진짜 솔직하고, 화끈한 연애의 참 맛을 선보인다.영화의 제작노트에서도 쓰여있다시피 이 영화는 현실적인 연애를 다루었노라 말한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보잘것없는 시골 동네에 사는 반 백수 남자와 룸살롱 여자의 불륜이라 치부해버린다면 이들의 사랑은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한 연애의 속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교적 평범한 연애를 했던 사람일지라도 공감할 부분이 보인다. 더 사랑하는 쪽이 아프고, 끌려다니기 마련이다. 애초에 다리 하나를 걸쳐둔 채 시작한 연애는 그 끝이 초라하고 씁쓸할 뿐이다. 누군가는 더 사랑하는 쪽이 헤어질 때 비로소 웃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연애 당시 자신의 감정을 얼마큼 표현했는가의 차이일 뿐 마음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그래, 굳이 말하자면 언제나 연애에 있어 피폐해지는 것은 더 사랑하는 쪽일 것이다.
연아와 영운은 처음부터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먼저 대시한 것도 연아였고, 영운이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첩도 좋고 세컨드도 좋다며 매달리는 쪽도 연아였다. 이 영화를 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영운의 여자친구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이 두 사람의 지독히도 구차한 연애는 '당연히 남의 남자를 꼬셨으니 이런 결과를 낳은 거지'라며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영운의 약혼자는 그저 두 사람의 갈등 요소로 소비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허락받지 못한 불륜의 결과'라기보다는 '가벼운 연애에 뒤따르는 씁쓸함과 초라함'에 더욱 가깝다.
어쩌면 연아가 영훈에게 먼저 대시하였을 때에도, 그리고 영훈이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아와의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은 서로 이러다 시들어지면 정리되겠지라는 안일한 가벼움에서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하였듯 연애란 쉽게 시작한다 하여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연아는 그토록 당돌하고 앞뒤 가리지 않는 불같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영운을 먼저 걷어차버리지 못하고 악다구니를 쓰면서까지 품고 마는 것이다. 한번 즈음 나만 놓으면 끝날 관계를 붙잡아본 사람이라면 차마 이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연애라고는 단정 짓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연아와 영운처럼 4년이라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한 연애를 애써 피해 가야만 할까. 상처 없는 연애란 존재할까. 내가 주는 마음과 신뢰만큼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토로하고 있을 연애 고민들은 세상에서 온전히 사라질 것이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기대하는 마음, 아닌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마음, 아닌 것을 알면서도 붙잡는 그 마음. 그리고 결국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그 헛헛함. 서로 가까이 가지 못한 채 그저 처연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던 영운과 연아의 마지막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고,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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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버드맨>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차기작 발표를
했습니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탐 크루즈를 비롯해
<추락의 해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산드라 휠러
<더 코너스> <클로버필드 10번지>의 존 굿맨,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제시 플레먼스가 캐스팅되었습니다.
8월 마지막주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사랑의 하츄핑> 80만 돌파
<사랑의 하츄핑>이 지난 27일 8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77만 관객을 기록한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을 넘어선 수치로, 올해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Top 5에 올랐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들에게도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차기작 캐스팅 공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차기작에 톰 크루즈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냐리투 감독의 이번 프로젝트는 현재 제목이 없는 상태이며, 워너 브라더스와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밝혀진 기사에 따르면 톰 크루즈, 산드라 휠러, 제시 플레몬스, 존 굿맨, 리즈 아흐메드 등 캐스팅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김태리 주연 <정년이> 10월 12일 방영
김태리가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로 복귀합니다. 이 드라마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의 가난하지만 낭만이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가 최고의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또한 라미란, 문소리, 신예은, 정은채가 출연하며, 모든 배역을 여배우들이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 “토이스토리 트릴로지지는 너무 완벽해서 4편은 절대 보지 않을 예정”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7일 빌 하머의 팟캐스트 ‘클럽 랜덤'에 출연해 <토이스토리 4>를 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프랜차이즈가 4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토이스토리’가 위대한 영화 3부작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토이스토리’ 3부작의 열렬한 팬이다. N번째까지 완전하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3부작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단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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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주년 재개봉작.zip
여전히 호그와트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해리 포터'가 벌써 개봉 2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해리 포터'와 함께 자란 MZ 세대라면 '해리 포터' 안 사랑하는 법 모를 정도로 판타지 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최근 4DX로 개봉하여,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몇 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2021년 극장가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재개봉작이 찾아주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개봉 20주년을 맞아 특별히 다시 극장을 찾은 작품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많은 이들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한 추억의 재개봉작 틈으로 추억 여행 한 번 떠나볼까요?
20년 전으로! 잇츠 CINE TIME!!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1.12.14 개봉)
판타지, 가족, 모험, 액션 | 영국, 미국 | 2시간 32분 | 전체 관람가
감독 :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 8.9 (다음 평점)
해리 포터는 갖은 구박을 견디며 계단 밑 벽장에서 생활한다. 11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해리에게 초록색 잉크로 쓰여진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전설적인“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낸 입학초대장이었다. 그리고 해리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해그리드는 해리의 진정한 정체를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해리가 굉장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라는 것!
해리는 이모네 집을 주저없이 떠나 호그와트행을 택한다.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에 있는 비밀의 9와 3/4 승장장에서 호그와트 특급열차를 탄 해리는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론 위즐리를 만나 친구가 된다. 이들과 함께 해리는, 놀라운 모험의 세계를 경험하며 갖가지 신기한 마법들을 배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해리는 호그와트 지하실에 `영원한 생을 가져다주는 마법사의 돌'이 비밀리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해리의 부모님을 죽인 볼드모트가 그 돌을 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해리는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의 돌과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데...
씨네pick : 해리 포터 시리즈 제1편! 창대한 시작을 알린 불멸의 역작으로, 베스트셀러의 영화화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대성공하였습니다. 한국에서도 2001년 개봉 당시 무려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는데요. '해리 포터'는 모두의 추억이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을 웃고 울리는 작품입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09.01 개봉)
드라마, 멜로/로맨스, 코미디 | 영국, 프랑스, 미국 | 1시간 3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샤론 맥과이어 | 출연 :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
⭐️ 8.5 (다음 평점)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가요?
어김없이 홀로 새해를 맞은 서른두 살 ‘브리짓’
그런 그녀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정반대의 두 매력남.
내 여자에게만 다정한 스윗남 ‘마크’와
사랑에 직진하는 ‘다니엘’ 사이에서
그녀의 다이어리는 행복한 상상으로 채워지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 첫 페이지가 시작됩니다.
씨네pick : 봐도 봐도 사랑스러운 브리짓 역시 영국 대표 소설 '오만과 편견'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영국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워킹 타이틀 역사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르네 젤위거는 물론 '콜린 퍼스'의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이기도 한데요. 당차고 주체적인 브리짓은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2001.12.31 개봉)
판타지, 모험, 액션 | 뉴질랜드, 미국 | 3시간 48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피터 잭슨 |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리브 타일러
⭐️ 9.1 (다음 평점)
모든 힘을 지배할 악의 군주 ‘사우론’의 절대반지가 깨어나고
악의 세력이 세상을 지배해가며 중간계는 대혼란에 처한다.
호빗 ‘프로도’와 그의 친구들, 엘프 ‘레골라스’, 인간 전사 ‘아라곤’과 ‘보로미르’
드워프 ‘김리’ 그리고 마법사 ‘간달프’로 구성된 반지원정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절대반지를 파괴할 유일한 방법인
반지가 만들어진 모르도르를 향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
한편, 점점 세력을 넓혀온 사우론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앞둔
반지원정대는 드디어 거대한 최후의 전쟁을 시작하는데...
씨네pick : 21세기 가장 위대한 판타지 걸작! <반지의 제왕>은 J.R.R. 톨킨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요. 이 시리즈가 최근 OTT 제작을 알리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습니다. 원작만큼이나 방대한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2001년 당시,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임에도, 그 10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대작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2001.10.13 개봉)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시간 5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정재은 | 출연 :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이은주, 이은실
⭐️ 8.1 (다음 평점)
자유롭게 세상을 날고 싶은 엉뚱한 몽상가 태희
사회로 첫 발을 먼저 내딛은 현실주의자 혜주
생계를 위해 꿈은 잠시 뒤로 미뤄둔 꿈많은 모험가 지영
친구들의 든든한 버팀목 쌍둥이 비류와 온조
십대에 만나 모든 게 행복했고 즐거웠던 우리
각자 다른 네 갈래 길의 스무살을 만났다.
그렇게 서로의 길로 향하던 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한 마리
우리를 하나의 길로 이어줄 수 있을까?
잘 있었니? 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씨네pick : 그리고 한국에도 20주년을 맞은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요. 20년 만에 그것도 같은 날 극장을 찾는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 살의 공기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안부를 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상영이 20초 만에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 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영화로, 현재 20대들에게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감정의 공감과 위로를 전해줄 특별한 영화로 다가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2021년 개봉한 작품 중, 어떤 작품들이 20년 뒤에 극장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그날을 기다려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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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 -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루카 (Luca)
개봉일 : 2021.06.17 (한국 기준)
감독 :엔리코 카사로사
출연 : 제이콥 트렘블레이, 잭 딜런 그레이저, 엠마 버만
걱정을 뒤로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디뎌!
픽사의 새로운 영화 <루카>가 싱그러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들고 찾아왔다. 분명히 이 영화관으로 이동하는 내내 내 팔은 강한 햇빛에 따갑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영화 속 여름은 너무도 싱그럽고 활력이 넘쳐서 또다시 여름에 대한 기억 조작을 한판 당하고 나왔다. 톡톡 튀는 귀여운 주인공들과 평화로운 항구 마을, 넘치는 가족애와 아이의 호기심, 그리고 차별 없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가득찬 루카와 친구들의 여름이 그 어느 여름 하늘보다 맑게 빛났다.
“수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 엄마가 호기심 많은 아들 루카를 다그친다. 바다와 육지로 나뉜 세상. 바다와 육지에 사는 생물들은 서로를 바다괴물과 육지 괴물이라고 부른다. 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 바다에선 바다괴물이 나온다고 말하며 꼬리를 가진 바다괴물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무섭고 흉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바다괴물의 정체는 루카와 가족들, 간단하게 말하자면 루카의 종족들이다. 바닷속에 사는 그들은 육지에 나가면 비늘이 사라지고 육지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물에 닿아 비늘이 솟아나는 순간 바다괴물이라 인식되며 배척을 받고, 심하면 사냥의 대상이 된다.
어느 날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는 배에서 떨어진 육지 사람들의 물건을 보게 된다. 알람시계, 카드, 유리잔, 축음기. 처음 보는 물건들은 루카의 육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또 엄마가 안된다 하지 마라 가까이 가면 안된다. 라고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 게 아이의 심리가 아닌가. 루카는 육지 사람들에 대해 잘 안다는 알베르토의 감언이설에 이끌려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육지에 올라가는데 성공한다.
원래 육지에 살던 존재가 아닌 바다 괴물, 또는 다른 생물, 별종으로 취급되는 루카와 알베르토, 그리고 마을에서 만난 첫 번째 친구 줄리아. 루카와 알베르토는 줄리아를 통해 자전거 타는 법, 파스타 먹는 법, 하늘을 보는 법 등을 배우고 줄리아는 항상 혼자 참여했던 대회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된다. 밝은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세 친구는 각자가 바라던 더 큰 세상으로의 여행,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육지로 나오고, 줄리아가 끝없이 대회에 출전하는 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자 누군가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한 도전이었다.
줄리아는 루카와 알베르토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자전거를 잘 타는지, 포크질을 잘 하는지 같은 조건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목표가 있고, 자신과 비슷한 ‘별종’으로 불리는 루카와 알베르토를 자연스레 친구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이 순수한 우정을 보며 많은 걸 계량하고 나누던 나의 날카로운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고, 씩씩하고 밝은 아이들의 모습에 크게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루카 시놉시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 바다 밖 세상이 궁금하지만, 두렵기도 한 호기심 많은 소년 '루카' 자칭 인간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와 함께 모험을 감행하지만, 물만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신하는 비밀 때문에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새로운 친구 ‘줄리아’와 함께 젤라또와 파스타를 실컷 먹고 스쿠터 여행을 꿈꾸는 여름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과연 이들은 언제까지 비밀을 감출 수 있을까? 함께라서 행복한 여름, 우리들의 잊지 못할 모험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살렌치오 브루노!
루카는 육지 세상이 궁금하지만 물 위로 올라가는 걸 두려워한다. 밖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사람들이 자신을 해하진 않을지... 온갖 궁금증과 걱정이 뒤섞이고 있을 때, 잠수복을 입은 자칭 육지 전문가 알베르토를 만나게 된다. 알베르토는 고민하고 있는 루카를 망설임 없이 물 위로 올려치고 루카에게 걷는 법을 알려준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발을 내딛고, 쓰러지기 전에 다른 발을 내디뎌!
알베르토의 응원과 코치 덕분에 루카는 육지에 빠르게 적응하게 된다. 하늘, 구름, 태양, 중력, 공기, 사람들의 물건으로 가득한 육지. 모든 게 새롭고 즐겁다. 지금껏 접하지 못한 세상은 두려움보다는 새롭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하다. 물에서 나와 해변 땅을 밟으니 하늘에 보이는 것이 궁금해지고, 육지 괴물이라 칭하는 육지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진다. 특히 육지 사람들이 만든 ‘베스파’는 알베르토와 루카에게 더 큰 세상에 대한 꿈을 갖게 만든다.
알베르토는 베스파를 타고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자며 루카에게 함께 항구 마을로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루카는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육지 괴물’들의 마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베스파를 갖고 싶은 마음과 호기심에 알베르토의 제안을 수락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 해!”, “살렌치오, 브루노!”
처음으로 가본 육지 사람들의 마을엔 두려운 것이 가득했다. 바다괴물 또는 바다 생물들을 잡는 그림이 그려진 벽, 바다괴물을 사냥한다는 줄리아의 아빠. 모르는 물건들 투성이인 가게들. 그리고 혹여나 물이 닿아 피부가 변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새로 만난 세상과 새로운 도전 앞에서 루카가 작은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알베르토는 이렇게 말한다. “머릿속 브루노를 물리쳐야해!”, “살렌치오, 브루노!”.
알베르토는 루카의 머릿속엔 걱정을 하게 만드는 존재 ‘브루노’가 있다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할 때, 항구 마을로 모험을 떠날 때 등등. 루카는 여러 순간에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고 알베르토는 그 모든 걸 깨야 새로운 세상으로의 모험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카는 알베르토의 말에 “살렌치오, 브루노!”를 외치며 더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내가 원하는 건 학교에 가는 거야.
새로운 육지 세상, 새로운 친구 줄리아, 높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수많은 별들. 루카는 엄마가 항상 위험하다고만 말했던 육지에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고 줄리아처럼 학교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깊은 바다에서 그냥 생각만 하면서 사는 심해어 큰 아빠 같은 삶이 아닌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는 꿈. 근데, 육지 사람들이 ‘바다괴물 루카’를 받아줄까? 알베르토와 루카는 루카의 새로운 꿈을 중심에 두고 갈등을 일으킨다.
육지에서 알베르토와 루카, 줄리아는 별종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바다괴물인 알베르토와 루카, 그리고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줄리아. 루카의 부모님은 루카가 별종으로 취급받는 육지에 올라가지 않길 바라고 알베르토는 루카가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줄리아의 아빠는 매번 경기에 홀로 출전하는 줄리아를 걱정한다. 아이의 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별종으로 취급받고 배척당할지도 모르는 환경에 놓이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던 게 아닐까.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어른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경기에서 우승해 나도 이 마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줄리아와 나도 육지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더 큰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루카와 알베르토. 아이들을 만류하던 부모님들은 어느새 아이들의 꿈을 인정하고 힘을 실어준다. 루카의 엄마는 다른 아이들 사이에 섞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루카를 멍하니 보며 “엄청 빠르다”라고 말하고 아이들이 우승을 했을 때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줄리아의 아빠는 줄리아의 부탁에 경기 참여 비용을 마련해 주고 파스타 먹기 연습을 위해 여러 파스타를 준비해 준다. 그리고 루카와 알베르토를 바다 괴물이 아닌 줄리아의 친구, 자신의 새로운 아이로 받아들인다.
제가 잘 알죠. 이 아이들은 루카, 알베르토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다 괴물이라 칭하는 존재들을 잘 모르고 있었음에도 바다에 산다는 이유로, 비늘을 가졌다는 이유로 괴물이라 말하고 배척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들이 큰 해를 끼치거나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우리와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게 아닌 틀린,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육지와 바다의 명확한 선은 바다 사람들을 더 깊은 바닷속으로 숨게 만들었으며 육지와 바다의 사이를 더 멀게 만들었다.
루카와 알베르토, 줄리아는 그 진한 선을 뛰어넘고 친구가 되어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한다. 그 모습은 구석에 숨어있던 바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용기를 내 드러낸 바다 사람들의 진짜 모습은 육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지, 바다 사람들은 드디어 편견 없이 서로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존재가 아닌 조금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거긴 위험한 곳이야”, “너는 달라서 받아주지 않을 거야.” 같은 편견, 미리 집어먹은 걱정과 고민 앞에서 주저앉기보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영화 <루카>. 더운 여름날, 특히 흰 구름이 하늘 가득 떠있는 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한 뼘쯤 더 행복해질 거라 말하고 싶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전을 앞두고 고민과 갈등,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분명 힘이 될 것이다. 머리에 가득 찬 두려움을, 브루노를 떨치고 새로운 꿈을 꾸자. “살렌치오, 브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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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상친놈이 기다리던 영화 버전 <상견니>의 개봉부터
북미에서 흥행을 일으킨 새해 첫 번째 호러 영화 <메간>의 개봉까지!
그럼 1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상견니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만 | 107분
감독: 황천인
출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등
개봉: 2022.01.25
배급: 오드 AUD줄거리
2009년, 리쯔웨이와 황위쉬안이 우연히 만나 묘하게 가슴 설레는 기시감을 느끼면서 시작되는
멀티버스 판타지 로맨스
관전 포인트
아시아를 휩쓴 타임슬립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의 영화로
재탄생 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장 먼저 개봉한 중국에서는 27일 만에 박스오피스 4억 위안
(한화 약 728억 원)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메간
ⓒ 네이버 영화
개요: 공포 | 미국 | 102분
감독: 제라드 존스톤
출연: 앨리슨 윌리암스, 바이올렛 맥그로우 등
개봉: 2022.01.25배급: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스튜디오
줄거리
오직 ‘케이디’를 위해 프로그래밍 된 AI 로봇 ‘메간’이 ‘케이디’와의 우정을 위해 예측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를 계속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관전 포인트
<컨저링> <애나벨> 제임스 완과 <해피데스데이> <인비저블맨> 블룸하우스의 협업 프로젝트로
기대감을 높인 작품 <메간>은 해외에서 개봉 후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속편 제작까지
확정했다.
천룡팔부: 교봉전
ⓒ 네이버 영화
개요: 무협 | 홍콩 | 130분
감독: 견자단출연: 견자단, 진옥기 등
개봉: 2022.01.25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줄거리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에
들어가 우두머리인 방주가 된 ‘교봉’이 음모에 휩싸여 살인 누명을 쓰고 개방을 스스로
떠나면서 새롭게 시작되는 여정을 담은 정통 무협 액션
관전 포인트
김용 작가의 대표작 <천룡팔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세계적 배우 견자단이 제작, 감독, 출연,
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69분
감독: 박재범출연: 이윤지, 김서영 등
개봉: 2022.01.25
배급: (주)더쿱디스트리뷰션줄거리
설원의 소녀 ‘그리샤’가 아픈 엄마를 구하기 위해 전설의 ‘붉은 곰’을 찾아 떠나는 미라클
어드벤처이다
관전 포인트
제작 기간 3년 3개월인 한국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이미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가족 관객의 필람작으로 영화를 추천했다.
새를 사랑한 화가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4분
감독: 자크 로이개봉: 2022.01.25
배급: 찬란줄거리
조류학의 아버지 오듀본과 그가 그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 [북미의 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관전 포인트
영화는 제5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47회 도빌아메리칸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주목 받았고, 국내에서도 존경 받는 화가이자 조류학자인 존 제임스 오듀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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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에 수상함을 느끼고 용의선상에 올린다. 하지만 사건 조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1. 낯선 단어들의 조합
서래는 진술 과정에서 꽤나 문체적인 단어를 쓴다. '마침내 죽을까봐'라던지, '한국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해서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던지. 대사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하지만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흠칫거리게 하는 그런 소설. 그런 점이 이 영화를 더 신비하고 미스터리하게 만든다.
그런 서래의 모습이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진술을 연습해온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준은 애써 자신의 의심을 거둔다. 그녀를 의심하기엔 그의 애정이 더 깊었기에 평소였으면 깊게 파고들었을 의심스러운 부분도 밍기적거린다. 그렇게 그는 한 순간의 실수로 '붕괴'됐고, 영화는 붕괴 이후부터가 진짜다.
2. 박해일이 없다면
이 영화의 연출과 음악, 배경 모두 박찬욱 감독스럽고 작품성은 평가의 여지가 생각한다. 세계의 영화 전문가들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인정한 영화이기에 내 평가는 그저 취향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내 취향은 '기묘하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박해일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가 납득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해준은 냉정하게 말하면 중년의 미남자가 인생이 지루해져 딴 여자에 한눈 판 인물이다. 생각보다 이해받기 쉽지 않은 상황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를 이해하게 된다. 평소의 내가 하던 생각이 아니라서 그저 낯설게 느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가진 얼굴과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중년의 나이에도 소년의 느낌을 유지하고 매너가 넘치는 캐릭터가 합해지니 불륜하는 캐릭터임에도 여심을 안 흔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관객들은 '저 남자가 내 남자였으면' 싶었던 게 아닐까. 불륜이어도 저런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박해일 배우가 가진 소년미가 아니었다면 그 판타지가 구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나이에 담백한 소년미를 가진 배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음악과 분위기는 굉장히 고급진 느낌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여자들의 팬픽에서 느낄 법한 판타지를 충족시켰던 게 아니었을까. 팬픽, 웹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 스토리가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원초적으로 충족받고 싶은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확인시켜 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볼 때 서사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남자는 세상에 없는 거 알지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확실하게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서사는 팬픽스러운데 문체적인 대사들로 가득찬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영화라니. 이 모든 조합만으로 이 영화는 한 번쯤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3. 사랑은 타이밍
해준이 서래에 대한 사랑을 놓았을 때 서래의 사랑은 시작된다. 영화는 해준의 '붕괴' 이후가 진짜인데 그 때 이후로 서래의 집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래의 사이코스러워 보일 법한 사랑은 해준이 그녀를 버린 후에야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타이밍이 안 맞았기 때문에 이 사랑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의 마지막 선택은 해준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은 잔상을 남긴다. 남자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겨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는 다분히 병적이지만 결국 이게 이 영화의 미장센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해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상처를 줘야겠다는 마음이라니. 이 결말이 초반에 팬픽, 웹소설스러운 부분을 단번에 한 편의 소설처럼 느끼지게 만들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소설 말이다.
4. 총평
박찬욱 감독의 팬분들이야 당연히 이 영화를 보시겠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잘 모르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그의 영화 치고 꽤나 대중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다. 입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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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 이종석의 "설계자" / 잘생김이 연기되지 못한 빛바랜 비주얼 / 반전과 결론은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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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타니안 영화 후기 / 911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대우 / 관타나모 다이어리 원작 / 실화바탕 /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작 /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언제나 멋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모리타니안”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병행하는 실제 인물들의 감동적인 쿠키영상이 있습니다.#911테러, #관타나모수용소, #실화바탕, #베네딕트컴버배치, #조디포스터, #골든글로브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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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컨저링]의 탄생! 절대 열어선 안 될 문을 열어버렸다? 미스터리 하우스 호러 [뒤틀린 집]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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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디 액트> 공식 예고편
[왓챠 익스클루시브]
평생 휠체어에 앉아 튜브로 음식을 먹어온 집시.
이게 다 엄마의 과잉보호임을 알게 된 집시는 홀로서기를 계획하고,
그녀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방법을 찾아낸다.
"날 위해 엄마를 죽여줄래?"